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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창욱 “유승호와의 경쟁이요? 즐기고 있죠”

    지창욱 “유승호와의 경쟁이요? 즐기고 있죠”

    순수하고 바른 이미지의 ‘국민 손자’가 거칠고 활달한 매력의 ‘국민 무사’가 되어 돌아왔다. SBS 월·화 드라마 ‘무사 백동수’에서 타이틀롤(제목과 같은 이름의 주연)을 맡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탤런트 지창욱(24)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100억원대 대작 드라마 MBC ‘계백’의 등장에도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촬영에 여념이 없는 그를 지난 1일 경기 일산 SBS 탄현제작센터에서 만났다. “솔직히 ‘계백’의 등장에 저와 저희 팀 모두 불안해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서진(‘계백’ 주인공) 선배님과의 대결에 신경쓰기보다는 제가 하는 백동수 역이나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지만, 안 나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죠.” 시청률에 초연한 척했지만, 그의 별명은 ‘40% 사나이’다. 그가 출연한 KBS 주말극 ‘솔약국집 아들들’과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가 모두 시청률 40%를 넘기는 데 성공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운이 좋았어요. 너무 좋은 분들과 함께 작업했기 때문에 시청률이 잘 나왔습니다. ‘무사 백동수’도 대본이 탄탄해요. 초반에 아역 배우들이 잘 해줬고, 선배 연기자들이 명품 연기로 떠받쳐준 덕도 큽니다.” 자신이 사극을 할 것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지창욱. 그가 ‘웃어라 동해야’로 스타덤에 오른 뒤 첫 미니시리즈 도전작으로 ‘무사 백동수’를 선택한 것은 시원한 액션 연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전광렬과 최민수의 캐스팅 소식에 흥분됐기 때문이다. “‘연기의 달인’으로 불리는 두 분과 함께 작품을 한다는 설렘이 무척 컸습니다. 평소에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님들이기도 하고요. 극 중에서 제 스승으로 나오는 전광렬(김광택 역) 선배님은 호흡 조절 등 연기 지도도 해주시고 항상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 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제 멘토시죠.” 카리스마로 유명한 두 배우와의 첫 만남을 물으니 “처음엔 좀 무서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최민수 선배님께 인사를 드렸는데 그냥 고개만 끄덕이셨어요. 하지만 두 분 모두 평소엔 장난기 있는 모습도 많아요.”라며 웃었다. 최근 ‘무사 백동수’는 청년 동수와 여운(유승호)이 입궐한 뒤 각종 임무를 해결하며 극에 탄력이 붙고 있다. 하지만 극 초반엔 전작 드라마의 완벽한 동해에 비해 어설퍼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동해가 착하고 바른 청년이었다면, 동수는 개구쟁이처럼 천방지축이지만 안으로는 상처와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입니다. 까불대고 생각이 없어 보일 때도 있지만, 천재적인 면이 있는 친구죠. 초반엔 밝은 동수가 지닌 이면의 모습을 잘 표현하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동수가 무사로 성장해가면서 단단해지는 과정을 입체감 있게 표현해 볼 생각입니다.” 실존 인물인 백동수(1743~1816)는 팔다리가 뒤틀린 기형을 안고 태어났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조선 최고의 무관이 된다. 그만큼 백동수의 화려한 액션 연기는 드라마의 중요한 요소다. 충북 제천, 경북 문경, 전북 부안 등지의 산속을 옮겨다니며 촬영하고 있는 그는 첫 사극 도전에 모든 것이 어색하지만, 승마와 검술을 갈고 닦으며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감독님 앞에서 텀블링을 몇번 했더니 만족해하셔서 무술 연기를 할 때는 거의 대역 없이 촬영을 하고 있어요. 최대한 실제 인물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 액션 연습을 많이 합니다. 무게만 잡는 것이 아니라 정의로우면서도 소탈하고 친근한 민중의 영웅을 표현하고 싶어요. 처음엔 긴 머리 가발을 붙이고 칼을 휘두르는 사극 연기가 어색했는데 이젠 많이 익숙해졌네요.” 앞으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게 될 ‘국민 남동생’ 유승호와의 대결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역 배우 출신인 유승호는 지창욱보다 여섯 살 어리지만, 연기 경력에서는 한참 앞선 대선배다. “라이벌 의식이요? 있기는 있죠. 하지만 굳이 욕심을 내고 싶지는 않아요. 과하면 오히려 연기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요. 솔직히 대결 구도가 부담스럽긴 했는데, 함께 작업을 하는 동료이자 친구로서 즐겁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승호는 착하고 배울 점이 많아요. 처음엔 둘다 낯을 많이 가려 어색했는데, 이젠 현장에서 서로 장난도 잘 치고 친하게 지내요. 승호는 저를 형이라고 부르며 잘 따르지만, 제게는 형 같은 동생이죠.” 지창욱은 어느날 갑자기 탄생한 벼락 스타가 아니다. 그 흔한 길거리 캐스팅 제안조차 한번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연기자의 꿈을 품고 대학(단국대 공연영화학과)에 진학해 아침 드라마, 주말·일일극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데뷔 4년 만에 미니 시리즈 주연에 올라섰다. 학창 시절엔 주로 단편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았다는 그는 “아직도 재능이 많은데 빛을 보지 못하고 고생하는 대학 친구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배우로서 욕심이 많아요. 어떤 롤모델이 있다기보다 선배님들을 볼 때마다 닮고 싶은 점이 많습니다. 아직은 저만의 장점과 개성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앞으로 어떤 역을 맡든 작품에 몰입하고 캐릭터에 잘 녹아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사설] EBS 편향역사 강의 스스로 걸러내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 서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북 분단의 책임이 남한에 있는 듯이 기술하는가 하면 김정일 권력 세습에 대해 ‘계승’ ‘후계’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올해 새교과서는 근현대사 비중이 전체의 80%에 이르는 만큼 북한에 대한 서술도 크게 늘었다. 그런데 이처럼 왜곡된 역사에 학생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으니 차라리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닌가. 이젠 근현대사 교육에 방송까지 가세해 왜곡을 부채질하는 수난까지 겪고 있다. EBS(한국교육방송공사)가 그 진원이다. “북한은 미국의 식민지인 남한을 해방시키기 위해 여전히 투쟁해야 한다는 식의 식민지 해방론의 입장에 계속 있거든요.” “군대가 빨갱이를 골라낸다는 명분으로 너무나도 많은 무고한 여수·순천 시민들을 죽여요.” EBS의 인터넷 수능특강 ‘한국근현대사’ 강의의 한 대목이다. 강사는 현직 사립고 교사로 방송에선 꽤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런 ‘외눈박이’ 의식으로 교실에서, 또 방송에서 청소년에게 역사를 가르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EBS는 이 강의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수능교육 전문채널인 EBS플러스1을 통해 방영하기도 했다. 우리는 엄중히 묻는다. 언필칭 공영방송을 강조하는 EBS는 과연 ‘공영’이란 말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가. 지식채널 운운하며 차별화를 내세울 명분은 있는가. EBS가 진정 싸구려 인터넷 수능장사 방송이 아니라면 더 이상 균형감각을 잃은 저열한 내용을 강의라는 이름으로 내보내선 안 된다. 강사를 포함한 제작 관련 당사자에겐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근엔 해군사관학교에서마저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쳤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외골수 이념꾼들이 곳곳에서 판치고 있다는 얘기다. EBS는 이번 근현대사 왜곡 강의 파문을 일개 강사의 인기몰이 사건으로 가볍게 봐 넘겨선 안 된다. 강사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함께 부적절한 강의 내용을 속속들이 가려내야 한다. 조그만 개미 구멍 하나가 큰 둑을 무너뜨린다. 이 시점에서 EBS가 꼭 명심해야 할 말이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심장이 뛰네’

    주리(유동숙)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친다. ‘서른 중반에 상아탑의 선생 자리를 꿰찬 여자’의 우아한 삶 같은 건 그녀에게 없다. 학생들 앞에 선 직업인으로서의 모습은 그나마 낫다. 혼자 지내는 숙소에서 그녀가 때우는 밤의 풍경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포르노를 보며 독신의 쓸쓸함과 무료함을 달랜다. 그러다 자위를 통해 끓어오르는 욕망을 해결한다. 어느 날 그녀는 포르노를 보다 비슷한 처지의 여자를 발견한다. 처진 가슴과 늘어진 뱃살의 여자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주리는 문득 자신이 포르노에 출연하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마침 그 포르노의 제작사는 동창 명숙이 운영하는 곳. 주리는 그녀에게 떼를 쓰기로 한다. 그리고 명숙을 찾아간 주리는 심장이 뛰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주리의 궁색한 처지는 과장된 감이 있다. 아무리 중년에 가까운 여자라 해도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여자가 ‘자자고 하는 사람도 없고, 남자 살 돈도 없다.’고 푸념하는 데는 현실감이 모자란다. 주리는 차라리 비루한 일상을 은유하는 인물에 더 가까우며, 다른 인물들의 삶도 주제에 맞춰 정형화되어 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심장이 뛰네’의 인물들은 모두 욕망을 배신하는 현실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자질구레한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지친 선배 여교수는 제자와 은밀한 관계를 나누다 화를 입는다. 학창 시절 멋진 영화인이 되기를 희망했던 명숙은 꿈과 반대로 포르노그래피를 만들어 돈을 번다. 밥벌이로 포르노그래피를 찍는 감독은 너저분한 현장을 떠나지 못해 괴롭다. 현재가 미래를 망칠까봐 걱정하는 포르노 배우는 얼굴을 가리고 목소리를 숨긴 채 연기한다. 주리의 욕망은 멋진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나누는 것이지만, ‘심장이 뛰네’는 그녀가 진입한 쾌락의 현장을 시시덕대며 바라보는 영화는 아니다. 적나라한 촬영 현장도 관객의 호기심 만족과는 무관하게 묘사된다. ‘심장이 뛰네’는 주리의 육체적 경험보다 그녀가 맺는 타인과의 관계에 주목한다. 주리에게 계약서를 내놓으며 명숙은 “사인하는 순간부터 나는 네 친구가 아니야, 너는 내가 고용한 한 점의 살덩이야.”라고 잘라 말한다. 명숙의 말은 극 중 인물들의 관계를 대변한다. 인물들이 하나같이 쓸쓸해 보였다면, 그건 그들이 계약적 관계 위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주리가 친구의 옛정을 확인하려는 명숙을 차갑게 대하는 것처럼, 극 중 본질적인 관계를 향한 몸짓들은 거부당한다. 공적인 약속인 계약은, 어쩔 수 없이 그것에 동의한 인간을 억압하고 병들게 한다. 소박한 외양을 지닌 ‘심장이 뛰네’는 거창해 보이는 주제에 대해서도 수수하게 접근한다. 주리는 현실을 타파하고자 날뛰지 않으며, 육체적 욕망은 허무하다는 헛소리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욕망은 현실의 결핍을 반영한다. 그러므로 죽음에 이르지 않는 한 인간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욕망을 완벽하게 충족시키거나 욕망에서 벗어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주리는 지금까지와 다른 시선으로 욕망을 바라보게 된다.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자유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것이다. 영화의 짧은 클라이맥스에서 주리는 처음으로 과감하게 행동하는데, 그 장면은 평범한 성적 상황을 과감하게 비튼다. 통쾌한 웃음으로 응원하고 싶은 장면이다. 영화평론가
  • 다문화 가정 미취학 아동 학교…강북구, 주민센터 4곳서 개설

    강북구가 다문화 가정을 위해 아주 특별한 학교를 운영한다. 구는 이달부터 다문화 가정 미취학 아동을 위해 동주민센터 4곳에 ‘꿈동이 예비학교’를 개설했다고 3일 밝혔다. 꿈동이 예비학교는 언어·문화적 차이로 학교 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다문화가정 미취학 아동들에게 한글 교육을 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송천동, 삼각산동, 번3동, 수유1동 등 권역별 거점 동주민센터에서 열리며, 센터별로 3~6명씩 모두 18명의 다문화 가정 자녀가 교육을 받게 된다. 강북구 인력풀 시스템에 등록된 퇴직 교사를 채용해 퇴직자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교사는 모두 5명이다. 예비학교는 한글 읽기와 쓰기, 영어, 수학 등 초등학교 1학년 교과과정 수업을 비롯해 독서, 생활 지도, 예절 등을 교육 내용으로 한다. 운영 시간은 월~금요일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 2교시다. 번3동 주민센터 예비학교의 최명희 교사는 “발음, 낱말 등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반복 지도할 계획”이라며 “한국인에게 필요한 역사와 전통문화 등에 대한 교육도 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이번 방학에 평화·인권 배울래요”

    “이번 방학에 평화·인권 배울래요”

    비정규직 문제, 이주노동자 인권, 다문화, 반전 및 비폭력은 최근 우리가 자주 접하는 사회 문제들이다. 하지만 이런 주제들은 어린이들이 배우기에는 너무 무겁다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평화·인권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이는 우리 공동체 사회 구현을 위해 누구나 교육받고 실천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어려서부터 몸에 익혀야 할 주제라는 이야기다. 마포구가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해 구립서강도서관에서 1일부터 14일까지 개최하는 2011 어린이·청소년 평화책 순회전시회 ‘둥근 해가 떴습니다’도 이런 생각에서 첫발을 뗀 것이다. 인권과 평화는 결코 어려운 게 아니며 어린이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얘기여야 한다는 게 주제다. 그래서 이번 도서전은 책을 모은 전시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체험형 프로그램을 가미했다. 이번 순회 전시회는 평화박물관이 공동 주관해 전국 각 도서관, 문화공간 등에서 돌아가며 개최하는데, 마포구에서는 벌써 올해로 세 번째다. ●올해 세번째… 체험 프로그램 가미 박 구청장 역시 평소 어린이 교육과 문화 사업에 관심이 많아 관련 행사를 다채롭게 꾸미고 있다. 특히 ‘생명과 평화 포럼’ 초대 대표를 역임할 만큼 이 문제에 관심이 많아 구정에 있어서도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강조해 왔다. 신수현 서강도서관 문화콘텐츠팀장은 “3년째가 되면서 지역 주민과 어린이들의 관심이 커졌고, 특히 방학이 시작되면서 열람실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많아 전시회에도 관람객이 붐비고 있다.”고 전했다. 도서관 4층 어린이열람실에서는 평화와 인권을 주제로 한 도서 90권을 선정한 테마서가를 운영한다.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의 삽화는 따로 모아 전시회를 마련한다. 또 선정 도서와 관련된 소품을 모아 서랍장에 넣어두고 만져보는 체험 프로그램 ‘열어보렴’도 운영되고 있다. 서랍에는 평화 관련 물품이나 책 속에 등장하는 소품들을 담아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책 내용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6~7일에는 평화 서랍 체험 후 자신의 손바닥을 그려 보고 그 속에 평화의 메시지를 담는 책놀이가 진행된다. 7일과 14일에는 평화영화도 상영된다. ●한·중·일 공동기획 삽화 전시도 10일에는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의 작가 이억배씨가 직접 아이들을 만나는 저자와의 만남 코너도 준비돼 있다. 이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2년여 동안 민통선 안쪽을 수십 차례 답사하고 비무장지대 생태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이씨는 저자와의 만남에서 ‘마음의 문이 먼저 열려야 평화의 문이 열린다’를 주제로 지금까지 작업한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과 함께 대형화판 만들기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초등학생 어린이 3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문의는 3141-7053. 홈페이지(sglib.mapo.go.kr)에서 신청 가능하다. 박 구청장은 “이번 행사가 단발로 끝나지 않도록 매년 개최를 지원할 생각”이라며 “평화와 인권이 침해받지 않고 공존하며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한축을 맡겠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심아진 “내 안의 것을 풀어내는 방법 바로 글쓰기죠”

    심아진 “내 안의 것을 풀어내는 방법 바로 글쓰기죠”

    말하는 것보다 글 쓰는 것이 더 편했지만, 10년간 개인적인 일로 소설 쓰기를 중단했던 심아진(39)이 등단 12년 만에 첫 소설집 ‘숨을 쉬다’(홍영사 펴냄)를 냈다. 그가 문단에 얼굴을 알린 작품은 1999년 계간지 ‘21세기 문학’에 실린 ‘차 마시는 시간을 위하여’다. ‘차 마시는’은 외교관이 되라는 어머니의 바람에 따라 어린 시절부터 모든 것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살아온 남자 준이 어머니의 부음에 갑자기 인생의 행로를 바꾸는 내용이다. 외무고시 2차까지 합격했지만, 면접을 앞두고 어머니가 하던 만화방 주인이 되겠다고 결심하는 남자의 곁에는 어린 시절부터 그를 때로는 미워하며 때로는 사랑하면서 지켜봐 온 친구 2명이 있다. 이야기의 결말이 준이란 남자의 독백으로 완성된다는 점은 서사란 소설의 형식을 위협한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인생이 아니라, 처음으로 내가 만들어갈 인생을 준비해야 하거든.…무엇보다 아무런 의도 없이, 생을 가슴 가득 느끼며 차를 마시는 시간을 배우고 싶어.”란 준의 말은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공감할 만하다. 또 다른 단편 ‘개구리 낯짝에 물 붓기’는 학원이란 하나의 세계 속에서 이전투구처럼 물고 뜯는 인간 군상을 그리고 있다. 학원 강사들의 월급을 예사로 떼먹는 학원 원장은 밖에서 보기에는 어려운 학생을 돕고 강사를 자식처럼 대하는 성인군자다. 그러나 실상은 학원 1층의 주점 겸 찻집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 학생들을 부려 먹고 돈도 주지 않는 악덕 기업주다. 원장은 월급 때문에 불만이 생긴 신임 강사에게 “개구리 낯짝에 물 붓기”라는 말을 써가며 자신이 결백하다고 현혹한다. 사주를 봐준다며 팔자가 ‘소처럼 부지런하고 우직한 사람’이라고 주입해 사회 초년생을 어르기도 한다. 심아진은 “항상 글을 쓰고 싶었지만 상황이 안 되어 못 썼을 뿐”이라며 “인간 심리의 뒤편에 깔린 의식이나 현상을 탐구하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운명에 맞서는 한 여성의 삶을 그린 ‘당신에겐 혼자 웃을 권리가 있다’란 장편 소설도 이미 완성했다. “내 안의 것을 풀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글쓰기”라고 말하는 심아진은 오는 9월부터 고려대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문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그의 다음 작품이 더 궁금한 연유이기도 하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애플보다 가난한 美?

    디폴트 선언 위기에 처한 미국 정부보다 애플이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가 지난 27일 공개한 가용현금 잔액은 737억 달러(약 77조 6800억원)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애플의 최근 실적 공개자료에 나타난 현금성 자산 규모는 지난 6월 25일 현재 761억 달러로 파악됐다. 세계 최대 부국을 자부해 온 미국이 일개 기업의 유동성에 못 미칠 정도로 재무상황이 악화된 이유로 미 언론들은 애플이 지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 데 비해 미 정부는 쓰기만 한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지난 2분기 순수익이 전년 동기보다 125%나 상승했다. 반면 미 정부는 매달 거둬들인 세수보다 많은 200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애플이 전략적 기업인수나 기술특허 취득을 위한 ‘군자금’ 성격으로 현금성 자산을 계속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니퍼리서치의 다니엘 애시다운 연구원은 “반스 앤드 노블, 네트플릭스 같은 서점과 온라인 영화사이트가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8) ‘마담 보바리’ 작가 플로베르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8) ‘마담 보바리’ 작가 플로베르

    1856년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 보바리라는 여인의 불륜을 다룬 소설이 발표되었다. 작품은 즉각 가족주의와 금욕적 도덕관을 내세우는 신흥 부르주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다음 해, 제2제국의 권위주의적 재판부는 풍기 문란과 종교 모독이라는 죄목으로 이 작품을 기소한다. 유부녀가 노골적으로 남자를 유혹하고, 불륜을 저지른 여인의 종부성사를 장님의 상스러운 노랫소리가 화답하는 등 작품 전체가 간통을 미화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마지못해 문학의 자율성을 주장하는 변호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렇게 ‘마담 보바리’와 작가 플로베르는 예술 창작을 암암리에 규제해 오던 부르주아적 도덕의 허위를 폭로했다. ●아버지, 나는 부르주아가 싫어요 플로베르는 1821년 소도시 루앙의 외과의사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문장력 있던 조숙한 소년은 자신의 재능이 문학으로 꽃필 것을 꿈꾸었다. 하지만 지방 부르주아였던 닥터 플로베르가 보기에 이 똑똑한 아들이 해야 할 일은 딴 데 있었다. 파리의 법대에 들어가 입신출세하고 부와 명예를 얻는 것! 1820년 왕정복고시대에 태어난 플로베르는 1880년 죽을 때까지 왕정, 공화정, 제정이라는 각종 정치 체제의 변혁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어떤 체제가 되었든, 사회의 주인공은 부르주아였다. 온갖 정치적 변혁의 한가운데에서 이 계급은 금융과 산업을 주도하며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갔다. 소년 플로베르는 루앙의 시민들이 각자의 이권과 보신을 위해 질투에 찬 중상모략을 일삼는 것을 지켜보았다. 겉으로는 다들 온순하고 근면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비정한 야욕이 도시에 넘쳐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부르주아거나, 부르주아를 지향하는 프롤레타리아트거나. 청년 플로베르는 부르주아라는 말을 특정한 계층에만 국한해서 쓸 수는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가장 돈이 없고 지위가 낮은 하층계급 안에서도 의사나 변호사 같은 번듯한 직업을 갖고, 돈 있는 가문과 결혼하고, 사교계에 나가 출세할 수 있으리라는 부르주아의 삶이 하나의 꿈으로 확실히 똬리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부르주아’란 재정상태가 아니라 정신상태의 이름이어야 했다. 그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부르주아에 대한 증오는 미덕의 출발점이다. 여기에서 내가 말하는 ‘부르주아’라는 말에는 프록코트를 입은 부르주아와 마찬가지로 작업복을 입은 부르주아들도 포함되어 있다.”라고 써 보냈다. 플로베르는 1843년과 1844년 연이어 일어난 치명적인 신경발작을 겪었다. 그때부터 자신의 건강을 위해 아예 부르주아적 삶과 인연을 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법대에서의 마지막 시험을 포기하고 문학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학계 안에서도 부르주아적 태도가 판 치고 있었다. 작가들은 기존의 문학잡지나 아카데미를 부와 명예를 향한 도약대로 삼아 그 안에서 자족하고 있었다. 그들은 정치의 격변기마다 부화뇌동하면서 사회문제, 대중의 교화, 진보, 민주주의 같은 판에 박힌 소리만 되풀이했다. 사실주의를 내세우면서 서민들의 대변자로 자처하고 하층민들을 동정할 뿐이었다. 플로베르는 이들을 보며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문학을 꿈꾸기 시작했다. 자신의 길은 분명했다. 부르주아적 세계관을 버릴 것! 시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창조할 것! 플로베르는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닌, 오직 문학에 자신의 삶을 다 바치기로 했다. 나중에 카프카는 이런 플로베르를 자신의 정신적 지주로 모시며 평생 그의 작품을 가까이 했다. ●“나는 보바리다”-자살 장면 쓰면서 구토 플로베르는 본격적인 첫 작품을 구상하면서 안토니우스라는 성인에게 끌렸다. 안토니우스는 250년 무렵 이집트 북부에서 태어난 기독교 초기의 성자다. 그는 사막에서 고행하며 각종 이교도의 신들과 자기 안의 탐욕, 질투, 회의에 맞서 신앙을 지켜냈다. 플로베르는 이 성인의 삶에서 자신의 운명을 보았다. 끊임없이 유혹을 마주하면서 수도해야 하는 성인처럼, 그 자신도 계속해서 부르주아적 태도와 취향을 마주하며 글을 써야 했다. 문학에 인생을 건다는 것은 그런 적극적 대결이 필요한 일이었다. “진주는 조개의 병에서 생기는 것이라지만 문체는 아마 그보다 더 깊은 고통을 통해 나오는 것일 거요. 예술가의 삶, 아니 예술 작품의 완성도 그렇지 않겠소? 거대한 산을 오르는 일처럼 말이오. 얼마나 집요한 의지가 필요하겠소! 그 산 정상은 창공 속에서 순수함으로 빛나고, 그 엄청난 높이는 공포를 가져다주지. 우리는 더듬더듬 바위에 손톱들을 찢겨가면서, 외로움 속에 눈물을 흘리며 계속 걸어가지. 우리는 욕망의 백색 고통 속에서 소멸하는 거요. 정신의 격류가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그리고 얼굴을 태양으로 향한 채!”(편지, 1853년 9월 16일) 제목은 ‘성 앙투안의 유혹’. 그는 3년에 걸쳐 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그의 이야기는 서정, 인물의 움직임, 구성 어느 것도 새롭지 않았다. 초고를 본 친구들은 상투적인 반복과 무질서한 구도에 진저리를 쳤다. 플로베르는 성 앙투안을 쓴다면서 결국 자신의 의식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자신도 타인의 삶, 다른 존재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한 여느 부르주아들과 다를 바 없었다. 플로베르는 작가의 개성과 정념이 지배하는 문학은 예술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플로베르는 예술이 제2의 자연과 같다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불가해한 것. 숲 속에 살아 있는 수많은 나뭇잎과 초록의 속삭임처럼 무한하면서도 준엄하게 존재하는 것. 그래서 아름다운 것. 작가란 자신의 경험과 정념을 지움으로써 이 제2의 자연을 창조하는 존재여야 했다. 플로베르는 인물의 말과 행동을 기술하는 글쓰기, 그것이 바로 작가 주체를 소멸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는 나밖에 모를 거요. 주제, 인물, 효과 등등 모든 것이 나의 바깥에 있거든. 우리가 쓰는 글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오. 예술과 예술가는 아무런 상관이 없소”(편지, 1852년 7월 26일) 그렇게 해서 플로베르는 자신과는 출신도, 성(性)도, 교육 배경도 완전히 다른 시골 유부녀 에마 보바리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그는 에마와 그녀 이웃들의 속물주의가 주는 혐오감을 견디며, 작품 속 인물이 생생하게 살아날 수 있도록 6년 동안 쉬지 않고 세상을 관찰하고 연구했다. 에마가 비소를 먹고 자살하는 장면을 쓰다가 구토를 하기도 했다. 플로베르는 종종 “나는 에마 보바리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도승처럼 철저히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자신의 정체성을 소멸시키고 에마 보바리라는 또 다른 존재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시대의 허위와 대결 생애 마지막에 플로베르가 도전한 것은 두 명의 필경사 이야기다. 최신의 근대 학문을 다 섭렵해 보기로 한 부바르와 페퀴셰. 하지만 저명하다는 원예학, 지질학, 의학, 고고학, 심리학, 교육학 안에는 논리적 모순이 너무나도 많았다. 게다가 각각의 지식들은 현실에 적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정보를 추상적으로 나열하고 있었다. 부바르와 페퀴셰는 근대 지식의 한계에 대항하면서 진리와 미,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이 작품의 부제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백과전서’다. 플로베르는 이 작품을 위해 1500권이 넘는 학술서들을 철저히 검토했다. 근대적 학문에 맹종하면서 인류의 진보를 신봉하는 부르주아의 어리석음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자 한 것이다. 부바르와 페퀴셰의 인생에는 그 어떤 극적 드라마도, 감동적인 사건도 없다. 오직 실험과 논증이 백과사전처럼 한없이 펼쳐진다. 오락으로 읽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논리적인 대화의 연속이었다. 한가한 부르주아 독자들에게는 너무나 당황스러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역사소설, 연애소설과 같은 소설의 전통적 구분은 이 작품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어리석음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플로베르는 미완으로 붙이게 된 뒷부분 개요에서 서술 방법과 작품 분석을 소개하기도 했다. 소설 안에서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해석하다니! 상상물인 소설과 현실의 작가가 뒤섞여 버린 것이다. 이렇게 플로베르는 19세기 문학의 온갖 관습을 무너뜨려 버렸다. 이 최후의 싸움은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플로베르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지우면서 근대 학문의 어리석음과 부르주아 문학의 허위와 대결했다. 오선민(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테마로 본 공직사회] “공직자 의견=기관 입장 오해 없게”

    [테마로 본 공직사회] “공직자 의견=기관 입장 오해 없게”

    말이 많으면 실수도 따르는 법. 정부는 각 부처장들에게 SNS를 통한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괜한 설화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가 개인 의견을 표출하는 공간이기는 하지만 고위 공직자의 의견은 기관 공식 입장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공직 사회의 SNS 사용 추세에 따라 정부 차원의 공통 사용 기준이 필요하다고 판단,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공직자 SNS 사용 원칙과 요령’을 검토하고 이를 전 부처로 확대했다. 가이드라인의 주요 골자는 공직자의 ‘SNS 사용 원칙’과 ‘공적·사적·기관별 사용에 따른 세부 지침’ 등으로 ▲국민의 소리를 듣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대국민 직접 소통 창구’ 활용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활용을 위한 공직자 노하우 개발 ▲공직자로서 국가 기밀 및 개인정보 누설 방지 등이 포함돼 있다. 세부적으로는 “많은 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예의를 갖추고 어법에 맞으면서도 개성 있는 말투를 구사하는 것이 좋다. 또 일상적인 대화체 표현을 쓰는 것이 효과적”이라면서 인간적인 말투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어떠한 메시지를 제공할 것인지 사전 계획을 세울 것을 당부하고 있다. 질문과 불만 사항에는 답변하되, 근거 없는 정책 조롱에는 대응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지켜보라고 권고했다. 이 밖에 ▲SNS상에 잘못된 정보를 올리는 등 실수를 저질렀다면, 그 사실을 인정하고 빠른 시간 안에 정정 글을 게시하라 ▲정치적 의견 표명, 광고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라 ▲불특정 다수와 일방적인 관계를 맺지 말라 ▲방문자의 글을 일방적으로 삭제하지 말라 등의 권고 및 주의사항 등이 담겨 있다. 각 부처는 이 방안을 토대로 앞으로 부처별 특성을 반영한 SNS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지친 영혼의 평화 어떻게 찾지?

    지친 영혼의 평화 어떻게 찾지?

    출판계는 지난 20년간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을 확산시키면서 무수한 자기계발서를 쏟아내 배를 불렸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스티븐 코비, ‘네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의 앤서니 로빈스, ‘당당하고 지적인 여성이 꼭 알아야 할 99가지 지혜’의 헬렌 걸리 브라운 등 미국의 대표적인 자기계발서 저자들은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식민지시대 스페인풍의 대저택을 사들일 정도로 엄청난 수입을 거뒀다. 2000년 뉴스위크지는 책, 세미나 등을 포괄한 미국의 자기계발 산업 규모가 연간 24억 8000만 달러(약 2조 6000억원)라고 추산했다. ‘당당하고’의 저자 헬렌 브라운은 “직장에서 성욕은 육성되어야 한다.” “나는 어디에서도 누군가와 성적으로 연관되지 않고서는 일해보지 않았다.”고 주장해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자기계발의 덫’(미키 맥기 지음, 김상화 옮김, 모요사 펴냄)은 이런 자기계발서가 노동자들의 임금 정체 및 고용 불안 현상과 궤를 같이하며, 노동자들을 새로운 유형의 노예로 이끈다고 지적한다. 저자인 맥기는 사회학자이자 문화비평가. 그는 자신이 쓴 책대로 살지 않아 파산한 스티븐 코비의 모순부터 지적한다. 코비는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는 책에서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해 좌절에 빠진 딸에게 “육아를 즐겨라.”라고 조언한다. 이를 두고 맥기는 “전업주부인 아내의 내조에 기댄 아홉 자녀의 아버지 코비는 성분업적이고 사적인 역할분담론으로 후퇴했다.”고 비난한다. 아울러 자기계발서 시장에서는 ‘개인 경제’나 ‘와인 맛보기’ 정도였을 책이 ‘바보들을 위한 개인 금융’ 혹은 ‘촌놈, 와인 마시기’와 같은 제목으로 출간되어 해결사를 자처한다고 꼬집는다. 이런 책들은 독자를 뭔가 모자란 불완전한 존재로 취급한다. 실상 자기계발서는 인간에게 ‘원죄’가 있다고 가르치는 성경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해체되고, 평생직업과 평생반려자가 시대착오적인 것이 된 시대에 자기계발서는 언제라도 결혼할 수 있고, 항상 취직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외친다. ‘자기계발’의 저자는 전통적인 미국의 자수성가한 남성 신화는 아내, 어머니 또는 누이의 노동을 착취하고 멸시해서 얻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슈퍼마켓에 진열된 신의 계시’ ‘영혼을 관리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주목받았던 자기계발서가 제시한 것은 결국 흉내 내기에 불과하며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보상받을 길 없는 허구적인 자아의 미래상이란 게 맥기의 결론이다. 위인전을 읽으며 꿈을 키울 나이도 지난 성인들이 누군가의 경험담이나 일방적인 조언을 삶의 지침으로 삼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기계발이란 어떻게 가능할까. 맥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누구도 혼자서 자신을 창조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즉 진정한 자신을 형성하고 실현하려면 타인의 노동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될 수 있는 모든 것 되기’는 모두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이야기한다. ‘혼자 사는 즐거움’(사라 밴 브레스낙 지음, 신승미 옮김, 토네이도 펴냄)은 맥기가 비판했던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방향에서 진정한 자기계발법을 일러준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25년간 미국 일간지 기자로 일했던 저자 브레스낙은 자신 안의 갈증을 외면하지 못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남편과 아이, 직장과 이웃을 위해 헌신해도 영혼이 목마를 때, 갈증을 채워 줄 79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이란 오래된 묘지 산책하기, 소중한 추억 수집하기, 정지하는 법 배우기, 완벽하고 싶은 충동 버리기, 벼룩시장 구경하기, 완전히 소진하기 전에 피로 깨닫기 등이다.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인 돈 문제에서도 저자는 색다른 방법으로 마음의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완전한 자신만의 돈을 만들고, 원할 때마다 만져 보거나 세어 보는 것이다. 물론 이 돈의 존재는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이고, 피자 값으로 써서도 안 된다. 외출할 때도 따로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챙기면, 굳이 돈을 쓰지 않고도 늘 풍요를 느낄 수 있다. 두 책은 모두 진정한 영혼의 부름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볼 때 찾아온다고 이야기한다. ‘자기계발’ 1만 7000원, ‘혼자 사는’ 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브레스낙이 제시하는 영혼의 갈증을 채우는 법 10가지 ① 오래된 묘지 산책하기 ② 소중한 추억 수집하기 ③ 정지하는 법 배우기 ④ 완벽하고 싶은 충동 버리기 ⑤ 벼룩시장 구경하기 ⑥ 완전히 소진하기 전에 피로 깨닫기 ⑦ 위안을 주는 동물과 살기 ⑧ 헌책방에서 옛날 책 고르기 ⑨ ‘안 돼요.’라고 말하기 ⑩ 살고 싶은 집 만들기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지난해 3월 28일 오전 10시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북쪽 끝 2차선 도로. 일요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마트로 향하던 외국인 노동자 자하드의 눈에 이상한 물체가 들어왔다.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듯 했다. 자전거를 세우고 건물 한쪽 벽면을 살펴보니 젊은 여성이 대형 트럭과 담벼락 사이에 잠자듯 누워 있었다. “술에 취한 여자인가?” 급하게 여성에게 다가간 자하드. 소스라치게 놀랐다. 죽어 있는 게 아닌가. 양쪽 발목이 흰색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누군가 이 가련한 젊은 여성의 목숨을 끊은 뒤 이곳에 버린 것이었다. ●입만 막은 여성이 질식사하다? 시신은 깨끗했다. 앳된 얼굴의 피살자는 줄무늬 블라우스에 베스트,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반듯한 옷매무새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사회 초년생의 느낌. 코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광대뼈와 왼쪽 턱에도 작은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치명상은 아니었다. 혈흔도 찾을 수 없었다. 여성 피살자들에게 통상 발견되는 목졸림의 흔적 또한 없었다(부검의들에 따르면 살해당한 여성의 90%가 목 졸려 죽는다. 힘이 약한 여성에게 쓰기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형사들은 범행 현장이 여기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여성은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있었다. 하지만 시반(屍斑·시신의 피부에 나타나는 자주색 반점)은 몸 앞쪽에 나 있었다.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얘기. 정액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가슴에서 남성의 타액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비구(鼻口) 폐쇄성 질식사였다. 입가에 테이프 자국이 있는 걸 봐서는 이것이 죽음의 원인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테이프가 코는 빼고 입만 막고 있었는데 왜 질식사를 한 걸까. 해답은 사망 당시의 자세에 있었다. 사람을 납치하면 범인들은 보통 끈을 풀지 못하도록 손을 등 뒤로 묶고 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입을 막는다. 때론 팔을 묶은 끈으로 다리까지 묶기도 한다. 팔이 뒤로 꺾인 자세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박동이 크게 떨어진다. 법의학자들은 이 자세로 오래 방치할 경우 코나 입 어느 하나만으로 숨쉬는 것이 어려워 질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피해 여성은 코에서 난 피가 비강을 막은 게 분명했다. 지문조회 결과 사망자는 충북 청주에 사는 24세 A씨였다. 가족들은 그녀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가출신고를 한 상태였다. A씨가 죽은 채 발견되기 이틀 전인 26일(금요일) 저녁 청주 남문로에서 회식을 한 뒤 택시를 탄 게 화근이었다. 대학 졸업 후 무수한 입사 도전 끝에 직장에 취직하기 된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출근 첫째주 휴일을 앞두고 마련된 그녀를 위한 환영 회식이었다. 범인은 그렇게 막 피어나던 꽃망울을 무참하게 꺾어 버렸다. ●범인, 과실치사 적용받으려 술수 형사들은 시신 발견 지점 주변의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다. 먼저 확보한 것은 A씨가 버려진 빌딩 담 위쪽에 설치된 CCTV 화면. 발견 전날인 27일 토요일 저녁 녹화분부터 확인했다. 후미진 곳이긴 해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인데 시신이 며칠 동안이나 방치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성과 없이 이어지는 CCTV 화면 탐색에 형사들이 조금씩 지쳐갈 즈음이었다. 모니터의 시간이 오전 1시 30분을 가리키는 순간, 퉁퉁한 체격의 남자가 화면에 등장했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트렁크를 열었다. 뭔가를 급히 꺼냈다. 이미 숨져 있는 A씨였다. 남자는 트럭 옆에 A씨를 버린 뒤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 화면이 너무 흐려 차량번호는커녕 범인의 이목구비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차종이 흰색 NF쏘나타임은 분명했다. 더 큰 수확은 차 지붕에 택시표지가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경찰은 A씨가 회식을 마치고 탑승한 택시에 대한 수배에 나섰다. 경찰은 CCTV 속 범인이 시신을 유기한 후 다시 청주로 돌아갔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 과정에 반드시 거쳐 갈 수 밖에 없는 노루목을 찾아야 했다. 경찰이 짚은 지점은 현도교. 대전 대덕단지에서 신탄진 나들목(IC)을 거쳐 청주로 넘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거치는 곳이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CCTV도 설치돼 있었다. 범행 당일 오전 1시 30분 이후 다리를 지나간 택시의 수는 모두 67대였다. 경찰은 이중 유독 수상해 보이는 1대에 주목했다. 차 번호를 숨기려 번호판에 반사테이프를 붙인 택시였다. 게다가 앞서 화면에서 본 것과 같은 흰색 NF쏘나타였다. CCTV 화면을 정밀 분석해 알아낸 차량번호는 충북××바××××. 경찰은 청주의 한 택시회사로 형사들을 급파했다. “CCTV에 다 찍혀 있다.” 형사들의 말에 택시기사 안모(41)씨는 순순히 자기 집에서 수갑을 받았다. 자하드의 112 신고가 접수된 지 12시간 만이었다. 택시 운전석 문짝에서는 식칼이, 트렁크 매트에서는 혈흔이 나왔다. 혈흔은 숨진 A씨의 것과 일치했다. A씨를 위협해 빼앗은 7000원도 함께 나왔다. 범인은 “테이프로 입만 막았기 때문에 A씨가 숨은 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 등 성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미 2000년에 감금 및 성폭력 혐의로 3년형을 받고 복역했던 그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놓고도 어떻게 하면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만 적용받을까 갖은 술수를 쓰고 있었다. ●잔혹한 살인자…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연기군 조천변 살인사건 있잖아요. 이번에 나온 DNA가 그 사건 용의자와 일치해요.” 수사팀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안씨의 과거 범행이 칡넝쿨처럼 이어져 나왔다. 택시기사를 하며 6년간 살해한 여성이 3명이나 됐다. 2004년 10월 충남 연기군 전동면 조천변 도로에서 발견된 B(당시 23세)씨도, 2009년 9월 청주시 무심천 장평교 아래 하천가에 숨져 있던 C(당시 41세)씨도 그의 손에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출소 후 안씨는 그렇게 늦은 밤 택시에 탄 여성을 상대로 살인과 강간, 강도 등의 범행을 이어갔다. 대부분 몸집이 작거나 술을 마신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10월 대전지법 형사합의11부는 안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고의성을 부인하고, 끊임없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진지하게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겪은 고통 등을 고려해 극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설치된 CCTV는 총 274만대로 추정된다. 공공용 24만대, 민간용 250만대다. 현재 CCTV는 인권침해와 범죄예방 효과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사건에서는 CCTV가 자칫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 했던 억울한 죽음들의 한을 풀어준 것과 동시에 추가적인 희생자를 막는 효과를 냈다. 우리사회의 ‘은밀한 감시자’인 CCTV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시는가.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15)여성만 노린 연쇄살인택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15)여성만 노린 연쇄살인택시

     지난해 3월 28일 오전 10시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북쪽 끝 2차선 도로. 일요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마트로 향하던 외국인 노동자 자하드의 눈에 이상한 물체가 들어왔다. 언뜻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듯한 느낌.  자전거를 세우고 건물 한쪽 벽면을 살펴보니 젊은 여성이 대형 트럭과 담벼락 사이에 잠자듯 누워 있었다. “술에 취한 여자인가?”  급하게 여성에게 다가간 자하드.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죽어 있는 게 아닌가. 양쪽 발목이 흰색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누군가 이 가련한 젊은 여성의 목숨을 끊은 뒤 이곳에 버린 것이었다.   ●입만 막은 여성이 질식사하다  시신은 깨끗했다. 앳된 얼굴의 피살자는 줄무늬 블라우스에 베스트,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반듯한 옷매무새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사회 초년생의 느낌.  코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광대뼈와 왼쪽 턱에도 작은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치명상은 아니었다. 혈흔도 찾을 수 없었다. 여성 피살자들에게 통상 발견되는 목졸림의 흔적 또한 없었다(부검의들에 따르면 살해당한 여성의 90%가 목 졸려 죽는다. 힘이 약한 여성에게 쓰기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형사들은 범행 현장이 여기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여성은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있었다. 하지만 시반(屍斑·시신의 피부에 나타나는 자주색 반점)은 몸 앞쪽에 나 있었다.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얘기. 정액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가슴에서 남성의 타액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비구(鼻口) 폐쇄성 질식사였다. 입가에 테이프 자국이 있는 걸 봐서는 이것이 죽음의 원인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테이프가 코는 빼고 입만 막고 있었는데 왜 질식사를 한 걸까. 해답은 사망 당시의 자세에 있었다. 사람을 납치하면 범인들은 보통 끈을 풀지 못하도록 손을 등 뒤로 묶고 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입을 막는다. 때론 팔을 묶은 끈으로 다리까지 묶기도 한다.  팔이 뒤로 꺾인 자세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박동이 크게 떨어진다. 법의학자들은 이 자세로 오래 방치할 경우 코나 입 어느 하나만으로 숨쉬는 것이 어려워 질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피해 여성은 코에서 난 피가 비강을 막은 게 분명했다.  지문조회 결과 사망자는 충북 청주에 사는 24세 A씨였다. 가족들은 그녀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가출신고를 한 상태였다. A씨가 죽은 채 발견되기 이틀 전인 26일(금요일) 저녁 청주 남문로에서 회식을 한 뒤 택시를 탄 게 화근이었다. 대학 졸업 후 무수한 입사 도전 끝에 직장에 취직하기 된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출근 첫째주 휴일을 앞두고 마련된 그녀를 위한 환영 회식이었다. 범인은 그렇게 막 피어나던 꽃망울을 무참하게 꺾어 버렸다.  ●274만개의 눈…CCTV는 범인을 지켜봤다  형사들은 시신 발견 지점 주변의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다. 먼저 확보한 것은 A씨가 버려진 빌딩 담 위쪽에 설치된 CCTV 화면. 발견 전날인 27일 토요일 저녁 녹화분부터 확인했다. 후미진 곳이긴 해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인데 시신이 며칠 동안이나 방치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성과 없이 이어지는 CCTV 화면 탐색에 형사들이 조금씩 지쳐갈 즈음이었다. 모니터의 시간이 오전 1시 30분을 가리키는 순간, 퉁퉁한 체격의 남자가 화면에 등장했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트렁크를 열었다. 뭔가를 급히 꺼냈다. 이미 숨져 있는 A씨였다. 남자는 트럭 옆에 A씨를 버린 뒤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  화면이 너무 흐려 차량번호는커녕 범인의 이목구비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차종이 흰색 NF쏘나타임은 분명했다. 더 큰 수확은 차 지붕에 택시표지가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경찰은 A씨가 회식을 마치고 탑승한 택시에 대한 수배에 나섰다.  경찰은 CCTV 속 범인이 시신을 유기한 후 다시 청주로 돌아갔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 과정에 반드시 거쳐 갈 수 밖에 없는 노루목을 찾아야 했다. 경찰이 짚은 지점은 현도교. 대전 대덕단지에서 신탄진 나들목(IC)을 거쳐 청주로 넘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거치는 곳이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CCTV도 설치돼 있었다.  범행 당일 오전 1시 30분 이후 다리를 지나간 택시의 수는 모두 67대였다. 경찰은 이중 유독 수상해 보이는 1대에 주목했다. 차 번호를 숨기려 번호판에 반사테이프를 붙인 택시였다. 게다가 앞서 화면에서 본 것과 같은 흰색 NF쏘나타였다. CCTV 화면을 정밀 분석해 알아낸 차량번호는 충북××바××××. 경찰은 청주의 한 택시회사로 형사들을 급파했다.  “CCTV에 다 찍혀 있다.”  형사들의 말에 택시기사 안모(41)씨는 순순히 자기 집에서 수갑을 받았다. 자하드의 112 신고가 접수된 지 12시간 만이었다. 택시 운전석 문짝에서는 식칼이, 트렁크 매트에서는 혈흔이 나왔다. 혈흔은 숨진 A씨의 것과 일치했다. A씨를 위협해 빼앗은 7000원도 함께 나왔다.  범인은 “테이프로 입만 막았기 때문에 A씨가 숨은 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 등 성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미 2000년에 감금 및 성폭력 혐의로 3년형을 받고 복역했던 그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놓고도 어떻게 하면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만 적용받을까 갖은 술수를 쓰고 있었다.   ●잔혹한 살인자…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연기군 조천변 살인사건 있잖아요. 이번에 나온 DNA가 그 사건 용의자와 일치해요.”  수사팀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안씨의 과거 범행이 칡넝쿨처럼 이어져 나왔다. 택시기사를 하며 6년간 살해한 여성이 3명이나 됐다. 2004년 10월 충남 연기군 전동면 조천변 도로에서 발견된 B(당시 23세)씨도, 2009년 9월 청주시 무심천 장평교 아래 하천가에 숨져 있던 C(당시 41세)씨도 그의 손에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출소 후 안씨는 그렇게 늦은 밤 택시에 탄 여성을 상대로 살인과 강간, 강도 등의 범행을 이어갔다. 대부분 몸집이 작거나 술을 마신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10월 대전지법 형사합의11부는 안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고의성을 부인하고, 끊임없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진지하게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겪은 고통 등을 고려해 극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설치된 CCTV는 총 274만대로 추정된다. 공공용 24만대, 민간용 250만대다. 현재 CCTV는 인권침해와 범죄예방 효과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사건에서는 CCTV가 자칫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 했던 억울한 죽음들의 한을 풀어준 것과 동시에 추가적인 희생자를 막는 효과를 냈다. 우리사회의 ‘은밀한 감시자’인 CCTV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시는가.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큰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게재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 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할 땐 미제사건 2) 죽음의 성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 직전의 성적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오열했던 남편 부인을 독살하다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 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성전환 여성 恨풀다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대변 속 100억분의 1g DNA 난관 속 사건 푼 ‘최후의 단서’ 7) 정관수술한 지능적인 연쇄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호흡이 지목한 범인은 그의 아들이었다-화재사 속에 숨은 타살의 흔적찾기 13) 車운전석 그녀의 주먹쥔 양팔-‘에어컨은 억울했다’ 14) 피해자·범인 찾아낸 성형수술 자국 광대뼈 축소술 흔적…동거男에 목 졸린 백골의 한 풀어주다 15) 여성만 노린 연쇄살인택시 여성 전문 살인범, 274만개의 눈 CCTV가 잡다
  • 지자체 ‘과대청사’ 축소 전전긍긍

    지자체 ‘과대청사’ 축소 전전긍긍

    지방자치단체들이 단체장 집무실을 축소하는 공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정부가 호화·과대 청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음 달 4일까지 기준에 맞게 면적을 줄이도록 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예산만 낭비” 볼멘소리 지자체들은 제한 기준이 너무 엄격하고 리모델링 공사로 예산만 낭비될 뿐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와 주민들은 줄이는 게 맞다는 입장을 보였다. 24일 지차제에 따르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개정시행령에 따라 광역단체장은 165.3㎡, 기초단체장은 99㎡ 이하의 면적으로 집무실(비서실과 접견실 포함)을 줄여야 한다. 행정구가 설치된 시의 경우는 132㎡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교부금 감액, 감사 실시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경기도에서는 성남, 용인, 화성, 양평, 연천, 부천 등 6개 시·군 청사가 법정면적을 초과했다. 말 많던 성남시는 1만 5613.5㎡나 줄여야 한다. 용인시는 총2억원을 들여 외부에 있던 상하수도사업소를 청사에 입주시키고 1층 로비와 지하 2층에 사회적기업 판매전시장을 설치하고 있다. 2층 홀과 16층 식당에도 주민을 위한 북카페를 만든다. 성남시에는 줄인 공간에 육아지원센터와 미소금융 성남지원, 정신건강센터 등을 입주시켰다. 충북도에서도 청사를 줄여야 하는 곳이 충주·제천·옥천·증평·단양·음성 등 6개 시·군이다. 충주시는 6500만원을 들여 234㎡의 집무실을 99㎡로 줄이고 나머지 공간에 2개 회의실을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합리적인 일도 있다. 증평군은 줄인 집무실(88.6㎡)의 나머지 공간에 간부회의실을 만들었지만, 사실 그 이전에도 군수실이 회의실을 겸했기 때문에 공간을 두 개로 쪼개 벽만 새로 만들었을 뿐이다. 청원군은 지난해 7월 이종윤 군수가 취임하면서 ‘열린행정’을 강조하며 집무실과 비서실 사이에 있던 벽을 허물었다가 최근 다시 벽을 만들고 간부회의실로 사용하기로 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민원인들이 방문했을때 시장이 집무실, 회의실을 왔다갔다하는 번거로움만 있을 뿐”이라고 푸념했다. ●“무조건 기준에 맞추라 강요” 불만 공무원들은 또 직장보육시설과 을지상황실, 체력단련실, 농협 등을 ‘청사 제외면적’으로 인정해주지 않은 채 무조건 기준에 맞추라고만 강요한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법률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 대해서도 면적을 줄이라는 것은 법률불소급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최홍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국비를 받아쓰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미국의 경우 주립대들도 주정부의 지원을 받다보니 공간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고 조언했다. 박대민 행안부 사무관은 “교수와 주민로부터 여론수렴을 해보니 여전히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새로 생긴 여유공간을 잘 활용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기자·전국종합 niw7263@seoul.co.kr
  • 치정사건으로 회칼들고 싸우던 두 남자는…

    치정사건으로 회칼들고 싸우던 두 남자는…

    불편하지만 눈치 보지 않는 이야기로 만만찮은 독자층을 확보한 소설가 백가흠(37)이 새 소설집 ‘힌트는 도련님’(문학과지성사 펴냄)에서는 꽤 재미있어졌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작가는 “‘문학’이라는 압박을 벗어나 소설이 편해졌다.”고 털어놓았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광어’로 당선된 백씨는 그동안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를 펴냈다. ●“예전엔 사회적 불화·이젠 내맘속 불화 소설로” 4년 만에 나온 소설집인 ‘힌트는’의 주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그동안 그가 집중적으로 다루었던 남성적 폭력성과 불편한 진실, 주변부적 고통 등을 그렸다. 다른 하나는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소설 쓰기의 괴로움을 다뤘다. 등단 10년을 맞은 백씨가 ‘소설가 소설’을 쓴 것은 처음이다. 작가는 “쓸 거리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전에는 사회적인 불화가 소설로 옮아갔다면 이제는 내 마음속의 불화가 소설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태원(1909~1986)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비롯해 소설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은 소설가들이 자주 쓰는 기법이기도 하다. 표제작인 ‘힌트는 도련님’의 주인공은 “점점 늘어가는 자괴감에 이제 글쓰기를 그만두려는” 노총각 소설가다. 이 소설 속의 소설가는 백가흠의 데뷔작 ‘광어’가 떠오르는, 횟집에서 일하는 ‘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고 있다. 소설가는 완성하지 못한 소설에 대해 “나도 메타소설이나 써볼까 하다가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횟집 이야기로 바뀌었는데, 알레고리가 안 만들어지고, 아이러니도 없고, 마음에 들지는 않고…”라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이 소설 속의 완성되지 못한 소설이 배꼽 잡도록 웃긴다. 치정 사건 때문에 회칼을 들고 싸우던 두 남자는 “여자 것과 가장 닮은 이걸 회 치자.”며 전복으로 화해를 시도한다. 오해받은 남자는 성체를 나눠주는 신부처럼 싸우던 남자 입에 전복을 넣어주고, 오해한 남자는 전복을 입에 물고 달아난다. ●폭력 주제 단편들 전작보다 읽기 편해져 백가흠이 여전히 신문 사회면에 실리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진실에서 관심을 돌린 것은 아니다. 납치되어 살해된 의사 부인과 사라진 탈북 여성을 다룬 ‘그리고 소문은 단련된다’, 행복해지려 몸부림치다 결국 자살하는 베트남 처녀 이야기 ‘쁘이거나 쯔이거나’,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의 비참한 삶을 그린 ‘통(痛)’ 등은 폭력을 주제로 삼았다. 하지만 전작들보다 훨씬 부드럽고 읽기도 편해졌다. 박사과정 수업을 듣고, 강의도 하는 백가흠은 이번 봄학기에 7개나 강의를 했다. 주로 소설창작론. 강의도 소설 쓰기와 마찬가지로 이젠 “러닝머신 뛰듯” 생활처럼 느껴진단다. 그가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통해서 보는 한국 문학의 미래는 ‘리얼리즘’이다. ●노동·생존문제 다루는 정통소설 다시 올 것 “노동이나 생존의 문제를 다루는 정통소설의 시대가 다시 도래한다고 봅니다. 학생들도 더는 가볍고 소비적인 주제를 소설로 다루지 않아요. 외환위기를 겪으며 지금의 청년 세대는 경제관념과 정치의식이 이전 세대보다 더 성장했지요. 사회적 사실주의는 문학의 근원입니다.” 작가의 문학 근원에 대한 고민은 단편 소설 ‘그런, 근원’에서도 드러난다. 때밀이에서 트로트 가수 매니저로 이직한 ‘근원’이란 인물이 죽어가는 어머니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단편 ‘그래서’는 무서운 독서 편력을 가진 늙은 문학평론가가 주인공이다. 백가흠은 “관조와 소멸성과 생명력이 함축된 ‘노인’이란 대상은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소설 주제”라고 말했다. 10년간 백가흠의 단편을 통해 소설의 정석을 맛본 독자들은 이제 그의 장편소설을 기다린다. 올해 말 또는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소설집을 내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 보이는 백가흠은 앞으로 성실하게 다양한 주제의 책을 내놓을 작정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선데이 “○○들아” 욕설해명 + 욕설논란 글 전문

    선데이 “○○들아” 욕설해명 + 욕설논란 글 전문

    선데이가 욕설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천상지희 선데이는 욕설논란을 부른 지난 20일 글에 대해 해명하는 글을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선데이는 욕설논란을 부른 글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면서 트위터의 이상한 속성에 대해 속마음을 털어놔 공감을 샀다. 다음은 선데이 욕설논란 글과 욕설논란 해명 글 전문. ▲ 선데이 욕설논란 해명 글 (7월 22일) 공인의 본분을 잠시 망각하고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트위턴 왠지 일기장같기도 하고 말 못하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을 친구가 아무도 없을 때 이성을 잃고 의지하게 되는 이상한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 선데이 욕설논란 글 (7월 20일)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하고 실행하자. 병신들아. 스쳐지나갈 거면 내 옆에 얼씬거리지 마. 지긋지긋하니까. 난 그런 것까지 신경쓰기에 너무너무 지치고 피곤하단 말이다. 정말 책임회피 눈가리고 아웅따위 하려면 딴 곳으로 가버려. 내 인생에 껴들지마. 죽고싶단 말이야. 진짜 짜증나. 서울신문 나우뉴스 nownews@seoul.co.kr
  • 국무총리실이 발굴한 ‘공정의 달인’ 7인 사연들

    국무총리실이 발굴한 ‘공정의 달인’ 7인 사연들

    충남 논산시 농업기술센터에는 진급을 하지 않겠다는 공무원이 있다. 김종원(45) 기술계획계장이다. “계장님을 생각하면 과장으로 진급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우리 농민들이랑 멀어지니까…. 진급 안 했으면 좋겠어요.” 논산시 은진면에 사는 농민 윤향수씨가 ‘농담 섞인 진담’을 던지자 김 계장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난 진급 안 할 거야. 이게 좋아.”라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김 계장은 최근 국무총리실이 뽑은 ‘공정의 달인’ 타이틀을 얻었다. 한 농민이 묵묵히 지역 농민들의 고민을 풀어 주며 함께 호흡해온 김 계장을 추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총리실이 발굴해 낸 ‘공정의 달인’들의 사연이 화제다. 총리실은 지난 3~4월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주변에서 공정사회 구현에 기여한 사람을 추천받는 이벤트를 열었다. 개인의 자유 및 개성 존중, 공평한 기회 보장, 약자 배려 등을 기준으로 심사를 해 김 계장 등 7명을 최종 선정했다. 총리실은 공정사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을 위해 최근 이들의 사연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총리실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했다. 지난 19일 동영상이 처음으로 게재된 뒤 하루 만에 노출 빈도 수 2000여회를 돌파할 정도로 적지 않은 관심을 끌고 있는 ‘공정의 달인’들을 소개한다. ●강원 알코올 상담센터장 신정호 교수 강원 알코올 상담센터장을 맡고 있는 신정호(64) 연세대 원주기독병원 정신과 교수는 알코올 중독자들 사이에서 ‘교주’로 불린다. 신 교수를 통해 새 삶을 얻은 중독 치료자들이 지어 준 별명이다. 신 교수를 추천한 사람 역시 알코올 중독으로 7년 동안 병원을 아홉 차례나 옮길 정도로 괴로워했던 중독 치료자였다. 그는 2년 전에야 신 교수의 도움을 받아 술을 끊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과음으로 병을 얻어 일찍 돌아가신 선친을 보고 알코올 중독 치료에 나서게 됐다는 신 교수는 “알코올 중독 치료는 한 부위가 낫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구원한다는 점에서 가족의 삶을 구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치현초등학교 공복순 교사 서울 치현초등학교 2학년 3반 담임을 맡고 있는 공복순(57·여)씨는 한 학부모의 추천으로 ‘공정의 달인’에 선정됐다. 3년 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생을 친자식처럼 보듬어 한글과 수의 개념을 깨우치게 한 일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공씨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를 꼭 품에 안고서 방과 후 별도의 수업을 진행했다. 공씨는 “매일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웃어 주면 그 아이는 분명히 변한다.”고 말했다. ●아버지 같은 KAIST 탁민제 교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최근 학생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으면서 충격에 휩싸였지만, 이런 어두운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학생들도 있다. 바로 탁민제(58) 교수의 제자들이다. 학업뿐 아니라 인생에서의 ‘멘토’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탁 교수에게 무심코 ‘형’이라고 부르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이다. 스승뿐 아니라 아버지와 형 등 ‘1인 3역’을 소화하고 있는 탁 교수는 “그저 학생들이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나와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기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겸손해했다. ●메트로패밀리 가갑손 대표 ㈜메트로패밀리는 유통업체 최초로 ‘사내유통대학’을 개설해 화제를 모았다. 회사에 고졸 사원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한 가갑손(74) 대표이사의 배려 덕분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회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사내대학에 참여해 2년 과정을 마쳤다. 이미 5년 전 퇴직한 직원의 추천으로 ‘공정의 달인’에 뽑힌 가 대표이사는 “학교 차별 않기, 지역 차별 않기, 남녀 차별 않기 등 세 가지는 확실하게 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전주남초등학교 이지혜 교사 전주남초등학교 1학년 2반 담임인 이지혜(32·여)씨는 ‘잘하는 아이를 기준으로 못하는 아이를 대하지 말고 그냥 그 아이에게 맞추자.’는 생각으로 교편을 잡고 있다. 받아쓰기에서 성적을 낮게 받은 아이가 있으면 방과 후에 남겨 다시 한번 시험을 보는데, 같은 문제를 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쉬운 문제를 내서 최소한 60~70점은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서다. ●경기 시흥서 교통정리하는 김상곤씨 경기 시흥에 사는 김상곤(80)씨는 5년 넘도록 집 근처 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며 어린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어디서 수당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교통사고가 잦다는 소식을 듣고 봉사를 자청, 공정의 달인에 뽑혔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4) 피살 20대 얼짱女,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4) 피살 20대 얼짱女,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2008년 11월 경기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 갈대밭 옆 고속도로 공사장. 불도저로 갈대숲을 밀어내던 장모씨가 바닥에서 하얀 물체를 발견했다. 사람의 뼈였다. “여기는 원래 개펄이던 곳을 막아 생긴 땅인데…내가 남의 묏자리를 잘못 건드렸을 리는 없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갖다 버린 시신이 백골로 변한 것인가?”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는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일명 ‘강호순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때. 연쇄살인의 네번째 희생자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현장 수사팀에 경찰 최고위층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감식반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미 백골이 돼 버린 시신 1구와 그가 입었던 속옷, 회색 윗도리에 운동복 바지, 수건 조각 2장이 전부였다. 시신을 옮기는 데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대형 가방도 눈에 띄었지만 단서는 되지 못했다. ● 뼈 추스려 162~170㎝ 여성 추정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일단 뼈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희생자를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추정했다. 키는 162~170㎝ 정도로 어림됐다. 여기서 잠깐. 사람의 뼈 중 외관만 보고 남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두개골과 엉덩뼈가 대표적이다. 남성의 두개골은 요철(凹凸)이 심하고 크고 길며 두껍다. 남성의 뼈가 전체적으로 여성보다 크고 단단하지만 두개골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러나 여성에게도 남성보다 강한 뼈가 하나 있다. 엉덩뼈다. 분만이라는 자연의 섭리 때문에 여성의 골반은 남성에 비해 튼튼하고 폭이 넓다. 사람의 나이는 아래턱의 각(角)과 위팔뼈, 넓적다리 관절 등을 보고 알 수 있다. 아래턱의 각은 귀 옆으로 볼 때 아래턱이 꺾이는 부분을 말한다. 보통 둔각(100~180도)을 이룬다. 흥미로운 점은 각도가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는 각이 작아졌다가 노화를 거치며 다시 커진다. 갓 태어난 아이의 아래턱 각은 통상 170도이지만 배냇니가 빠질 때쯤 150도가 되고 영구치가 완성될 때면 100도까지 줄어든다. 이후에는 다시 커져 35세 110도, 55세 120도, 70세 130도를 평균적으로 기록한다. 키는 팔과 다리뼈 길이에 부위별로 상관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대퇴골의 크기는 43.6㎝였다. 여기에 상관계수 3.9를 곱해 계산한 여성의 키는 약 170㎝(43.6㎝×3.9)였다. 그러나 요골, 척골, 비골, 경골 등을 통해 추론한 키는 이보다 작아 162~170㎝의 넓은 범위의 추정밖에 불가능했다. 이래 가지고는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아닌가. ● 강남 성형외과 572곳 뒤져 암담해하던 수사팀에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 부검의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수사에 얼마나 도움될지는 모르겠는데, 피해자의 광대뼈가 갈라져 있는 걸 보니 광대뼈 축소술을 받은 것 같아요.” 경찰은 서울 강남지역의 성형외과 572곳을 수소문했다. 어차피 전국의 모든 성형외과를 다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적중확률’이 높은 강남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병원들마다 ‘환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아우성을 해댔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이후 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은 여성 1949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경찰은 2000명에 가까운 이들 모두에게 전화를 돌렸다.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 중에 백골의 주인이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웬걸. 연락 불통인 사람이 650여명에 달했다. 3명 중 1명꼴. 남 모르게 수술 받으려고 많은 사람이 가명을 쓴 탓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신과 신체적 특징이 비슷한 사람의 가족을 일일이 수소문해 DNA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그렇게 꼬박 2개월이 흘렀다. 국과수에서 연락이 왔다. “DNA가 일치하는 가족이 나왔습니다.” 가족들은 이미 5년 전부터 죽은 여인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그래서 가출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백골의 주인은 유흥업소 종사자 A(당시 30)씨였다. 2006년 3월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병원에서 광대뼈 축소술을 받았다. 경찰은 A씨의 과거 동거남 고모(당시 33)씨를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렸다. A씨가 나가던 유흥업소의 단골손님이었던 고씨는 2006년 12월부터 살림을 같이 차린 것으로 파악됐다.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고씨가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 그랜저XG 승용차를 팔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렵게 그랜저XG를 찾아 샅샅이 훑어냈지만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범행의 흔적을 지우려고 수십번을 닦았을 트렁크에 핏자국이 남아 있을 리 만무했다. 마지막 희망은 시간이 지난 혈흔에 강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는 ‘루미놀’(luminol) 시험. 시약을 뿌리자 잠시후 기역(ㄱ)자 모양으로 발광현상이 나타났다. 시신을 담았던 가방에서 스며나온 피의 흔적이었다. DNA 감식 결과 A씨의 혈액으로 판명됐다. ● 미인에 대한 남자의 소유욕이 불러온 비극 고씨는 “우발적이었다.”면서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을 때 고씨는 A씨에게 팁을 아끼지 않았다. 한달 술값으로 무려 1억원을 쓰기도 했다. 아름답고 성격 좋은 A씨에게 잘 보이고 싶은 허세였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논현동 A씨의 원룸에 한 살림을 차렸다. A씨는 업소 생활을 접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A씨가 확인한 남자의 현실은 악몽이었다. 술집에 뿌렸던 돈은 사업투자를 빌미로 후배에게서 꾼 돈이었다. 극심한 채무변제 독촉과 협박이 이어졌다. 사랑이 파국으로 결딴난 것은 2007년 5월 어느날이었다. 생활비 문제로 시작한 다툼이 시작됐고 얼마 후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거칠게 밀쳐진 A씨는 머리를 벽에 부딪혀 많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고 고씨는 이런 그녀의 목을 졸랐다. 숨을 쉬지 않자 겁이 난 고씨는 시신을 가방에 넣어 무작정 화성 우음도로 차를 몰았다. 두 사람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던 곳이었다. 그렇게 남자는 사랑을 속삭이던 곳에 그의 사랑을 버렸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언론 신뢰회복은 작은 것부터/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언론 신뢰회복은 작은 것부터/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가 낮은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기사 때문에 심적, 물적 피해를 본 독자일수록 신문에 대한 평가는 더욱 낮다. 이에 대해 공정성과 객관성, 정확성, 균형감의 확보, 정파성 탈피 등의 대안이 제시되지만 틀에 갇힌 기사 쓰기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미국 언론학자인 마이클 셔슨은 기사 양식 자체가 편향된 인식을 담는 구조여서 언론의 객관성 확보가 어렵다고 비판한다. 서울신문의 6월과 7월 기사들을 무작위로 골라서 읽어본 결과, 수긍이 가는 문제점들이 많았다. 기자들은 기사가 사실에 근거해 작성된 만큼 객관성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보다는 기자의 추측이나 기대를 담은 표현들이 너무 많다. ‘너무’라는 표현이 정당한가라는 비판을 예상해 구체적 예들을 제시해 본다.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엇박자가 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굴비의 경우 지난해보다 30~50% 가격이 뛸 것으로 예상된다.” “예년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될 것이란 불길한 조짐도 나온다.” “K팝이 돌풍을 일으키게 될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무대다.” 등의 표현들이 기사에 등장한다. “알려졌다.”는 말은 취재원을 인용해 제시해야 한다. “지적이다.”도 과연 누가 지적했는가가 기사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결국, 기자 본인의 지적인 셈이다. “불길한 조짐도 나온다.”와 “시험무대다.”라는 표현도 누가 언급했는지를 기사에 밝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기자의 추측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현상을 부풀린 자극적인 용어들도 범람하고 있다. 이 문제는 신문기사뿐만 아니라 방송기사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전쟁”과 “후폭풍”이다. 서울신문 기사에 나온 예를 보면, “어김없이 ‘28도와의 전쟁’에 들어갔다.” “판촉전쟁에 나서고 있다.” “정치·경제적 후폭풍” “독설 후폭풍” “다중포석” 등이 있다. 전쟁이라는 표현을 기사 제목과 본문에 사용할 정도로 우리 삶이 살벌하다는 것일까? “후폭풍”은 상황에 정확히 맞는 용어로 바꾸어 사용할 필요가 있다. 때에 따라 “파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 있다. “다중 방송”은 있지만 “다중 포석”이란 말은 생소하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극적이고 거친 용어나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이에 대해 덜 민감해진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안전 불감증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기자들은 기사 제목과 용어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또 다른 문제로 진부한 표현들이 기사에 사용되고 있다. “가격 폭등은 올해도 불 보듯 뻔하다.” “도마에 올랐다.” “찻잔 속의 태풍” “자타가 공인하는” “한류 돌풍” 등이 예이다. 필자가 학부생들의 실무수업에서 강조하는 것은 이 같은 식상한 표현을 기사에 쓰지 말라는 것이다. 취재기자 입장에서는 마감시한과 속보 경쟁 때문에 기사를 빨리 써야 하기에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진부한 표현은 신문 구독률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양질의 콘텐츠 생산은 언론계의 유행어 중 하나다. 양질의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기사의 분량이 미국의 기사보다 지나치게 짧다는 것은 간단한 비교로도 쉽게 알 수 있다. 기사 읽기에 대한 독자들의 문화적 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기사에는 취재원의 수가 훨씬 적다는 게 문제이다. 이 때문에 기사를 쉽게 쓴다는 비판을 듣게 되며 무엇보다 이메일과 소셜 미디어,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한 온라인 취재가 일상화되면서 발로 뛰는 기사보다는 컴퓨터 앞에서 작성된 기사가 늘고 있다. 휴대용 노트북과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발로 뛰는 모바일 저널리즘과는 다른 모습이다. 언론학자들은 언론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보되려면 기사가 확실한 사실에 근거해야 하며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루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중한 용어 선택과 정확한 근거 제시, 다양한 취재원의 인용은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다.
  • “박지성, 가장 저평가된 EPL 선수”

    “박지성, 가장 저평가된 EPL 선수”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지난 2002년 일본 J리그의 교토 퍼플상가에서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번으로 옮길 당시 교토 퍼플상가 구단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박지성이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되더라도, 그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그를 반길 것이다.” 축구 선수뿐만이 아니라 한 인격체로서 당시 21세였던 인간 박지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던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 박지성이 아시아 프로축구 무대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 ●‘연봉 두배’ 광저우 러브콜 거절 맨유가 원하는 이적료와 현재 연봉의 두배를 주겠다던 중국 프로축구 광저우 헝다의 제의마저 거절한 박지성이 맨유와 재계약을 타결하기 직전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구단과 에이전트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게 유럽 프로축구 이적시장의 생리다. 하지만 2010~11시즌이 끝난 뒤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면 박지성의 맨유 잔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박지성은 베트남 자선경기가 끝난 뒤 맨유의 큰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 투어에 곧바로 합류했다. 친선경기에 교체로 나서 골까지 넣었다. 또 2011~12시즌 원정유니폼 공개 행사에 네마냐 비디치, 리오 퍼디낸드와 함께 대표로 나섰다. 세계 최고의 구단인 맨유가 팬을 상대로 곧 다른 팀으로 옮겨 갈 선수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대표 상품으로 내놓는 ‘사기’를 칠 이유는 없다. 이 같은 구단의 배려에 박지성은 “맨유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다만 계약 기간, 연봉(주급)이 얼마나 늘어나고, 올라가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사실 계약 기간에 그렇게 목을 맬 필요도 없다. 부임 뒤 최고의 성적을 내는 FC바르셀로나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은 매년 1년 계약만을 고집하며 구단을 압박하고 있다. 박지성도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면 된다. 이런 가운데 박지성이 미국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들으며 EPL에서 저평가된 선수 중 한명으로 뽑혔다. 박지성은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블리처리포트가 지난 18일 선정한 ‘EPL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 15명’에 이름을 올렸다. 딱히 순위를 매기지는 않았지만 볼턴 골키퍼 유시 야스켈라이넨에 이어 두 번째로 언급됐다. 블리처리포트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분명히 박지성의 가치를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사람들은 박지성이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고 설명했다. 또 “박지성의 능력을 기사로 설명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극찬했다. ●28일 베컴·앙리와의 맞대결도 관심 한편 맨유는 오는 28일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MLS) 올스타팀과 친선경기를 벌인다. MLS 올스타팀 명단에는 한 때 맨유의 간판스타였던 데이비드 베컴(LA 갤럭시)과 아스널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티에리 앙리(뉴욕 레드불스) 등이 이름을 올려, 박지성과 이들의 맞대결이 관심을 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14)] 백골의 성형수술 자국이 살해된 여성의 한을 풀다

    2008년 11월 경기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 갈대밭 옆 고속도로 공사장. 불도저로 갈대숲을 밀어내던 장모씨가 바닥에서 하얀 물체를 발견했다. 사람의 뼈였다. “여기는 원래 개펄이던 곳을 막아 생긴 땅인데?내가 남의 묏자리를 잘못 건드렸을 리는 없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갖다 버린 시신이 백골로 변한 것인가?”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는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일명 ‘강호순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때. 연쇄살인의 네번째 희생자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현장 수사팀에 경찰 최고위층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 백골이 일러준 작은 힌트 감식반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미 백골이 돼 버린 시신 1구와 그가 입었던 속옷, 회색 윗도리에 운동복 바지, 수건 조각 2장이 전부였다. 시신을 옮기는 데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대형 가방도 눈에 띄었지만 단서는 되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일단 뼈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희생자를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추정했다. 키는 162~170㎝ 정도로 어림됐다. 여기서 잠깐. 사람의 뼈 중 외관만 보고 남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두개골과 엉덩뼈가 대표적이다. 남성의 두개골은 요철(凹凸)이 심하고 크고 길며 두껍다. 남성의 뼈가 전체적으로 여성보다 크고 단단하지만 두개골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러나 여성에게도 남성보다 강한 뼈가 하나 있다. 엉덩뼈다. 분만이라는 자연의 섭리 때문에 여성의 골반은 남성에 비해 튼튼하고 폭이 넓다. 사람의 나이는 아래턱의 각(角)과 위팔뼈, 넓적다리 관절 등을 보고 알 수 있다. 아래턱의 각은 귀 옆으로 볼 때 아래턱이 꺾이는 부분을 말한다. 보통 둔각(100~180도)을 이룬다. 흥미로운 점은 각도가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는 각이 작아졌다가 노화를 거치며 다시 커진다. 갓 태어난 아이의 아래턱 각은 통상 170도이지만 배냇니가 빠질 때쯤 150도가 되고 영구치가 완성될 때면 100도까지 줄어든다. 이후에는 다시 커져 35세 110도, 55세 120도, 70세 130도를 평균적으로 기록한다. 키는 팔과 다리뼈 길이에 부위별로 상관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대퇴골의 크기는 43.6㎝였다. 여기에 상관계수 3.9를 곱해 계산한 여성의 키는 약 170㎝(43.6㎝×3.9)였다. 그러나 요골, 척골, 비골, 경골 등을 통해 추론한 키는 이보다 작아 162~170㎝의 넓은 범위의 추정밖에 불가능했다. 이래 가지고는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아닌가.   ▣ 광대뼈 수술한 20~30대 여성 찾기 암담해하던 수사팀에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 부검의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수사에 얼마나 도움될지는 모르겠는데, 피해자의 광대뼈가 갈라져 있는 걸 보니 광대뼈 축소술을 받은 것 같아요.” 경찰은 서울 강남지역의 성형외과 572곳을 수소문했다. 어차피 전국의 모든 성형외과를 다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적중확률’이 높은 강남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병원들마다 ‘환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아우성을 해댔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이후 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은 여성 1949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경찰은 2000명에 가까운 이들 모두에게 전화를 돌렸다.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 중에 백골의 주인이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웬걸. 연락 불통인 사람이 650여명에 달했다. 3명 중 1명꼴. 남 모르게 수술 받으려고 많은 사람이 가명을 쓴 탓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신과 신체적 특징이 비슷한 사람의 가족을 일일이 수소문해 DNA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그렇게 꼬박 2개월이 흘렀다. 국과수에서 연락이 왔다. “DNA가 일치하는 가족이 나왔습니다.” 가족들은 이미 5년 전부터 죽은 여인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그래서 가출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백골의 주인은 유흥업소 종사자 A(당시 30)씨였다. 2006년 3월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병원에서 광대뼈 축소술을 받았다. 경찰은 A씨의 과거 동거남 고모(당시 33)씨를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렸다. A씨가 나가던 유흥업소의 단골손님이었던 고씨는 2006년 12월부터 살림을 같이 차린 것으로 파악됐다.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고씨가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 그랜저XG 승용차를 팔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렵게 그랜저XG를 찾아 샅샅이 훑어냈지만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범행의 흔적을 지우려고 수십번을 닦았을 트렁크에 핏자국이 남아 있을 리 만무했다. 마지막 희망은 시간이 지난 혈흔에 강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는 ‘루미놀’(luminol) 시험. 시약을 뿌리자 잠시후 기역(ㄱ)자 모양으로 발광현상이 나타났다. 시신을 담았던 가방에서 스며나온 피의 흔적이었다. DNA 감식 결과 A씨의 혈액으로 판명됐다.   ▣ 미인에 대한 남자의 소유욕이 불러온 비극 고씨는 “우발적이었다.”면서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을 때 고씨는 A씨에게 팁을 아끼지 않았다. 한달 술값으로 무려 1억원을 쓰기도 했다. 아름답고 성격 좋은 A씨에게 잘 보이고 싶은 허세였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논현동 A씨의 원룸에 한 살림을 차렸다. A씨는 업소 생활을 접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A씨가 확인한 남자의 현실은 악몽이었다. 술집에 뿌렸던 돈은 사업투자를 빌미로 후배에게서 꾼 돈이었다. 극심한 채무변제 독촉과 협박이 이어졌다. 사랑이 파국으로 결딴난 것은 2007년 5월 어느날이었다. 생활비 문제로 시작한 다툼이 시작됐고 얼마 후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거칠게 밀쳐진 A씨는 머리를 벽에 부딪혀 많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고 고씨는 이런 그녀의 목을 졸랐다. 숨을 쉬지 않자 겁이 난 고씨는 시신을 가방에 넣어 무작정 화성 우음도로 차를 몰았다. 두 사람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던 곳이었다. 그렇게 남자는 사랑을 속삭이던 곳에 그의 사랑을 버렸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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