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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집 꾸미기 나 혼자 할까 통째로 살까

    내집 꾸미기 나 혼자 할까 통째로 살까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전은영(가명·35)씨는 지난 8월 20년 된 82.5㎡의 아파트를 샀다. 도배 공사로 집안은 깨끗해졌지만 20년 넘게 사용한 욕실은 청소만으로는 두 자녀와 함께 쓰기엔 무리가 많았다. 전씨는 욕실 리모델링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를 찾아가 패키지로 구성된 욕실 시공 상품을 사기로 했다. 300만원 후반대 가격으로 3일간의 시공을 거쳐 새로워진 욕실에 전씨는 새 아파트에 들어온 기분으로 지낸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셀프 바람’ 타고 인테리어 시장 급성장 2014년 12월 18일 경기 광명에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가 한국에 첫 번째 매장을 열면서 국내 가구업계는 우려에 휩싸였다. 물량과 싼 가격을 앞세운 이케아가 국내 가구시장을 점령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걱정은 기우였다.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액인 1조 710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엔 2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케아의 국내 진출과 함께 국내 전체 가구 및 인테리어 시장이 커진 덕이다. 그 배경에는 ‘셀프 인테리어’와 ‘온라인 집들이’ 등으로 대표되는 집안 꾸미기 열풍이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8조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20년에는 42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인테리어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스스로 필요한 물품을 사다가 직접 설치하고 시공하는 ‘셀프 인테리어’에서부터 홈쇼핑이나 쇼룸을 방문해 ‘원스톱’으로 리모델링을 마치는 방법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오래된 집은 많고, 고칠 곳은 더 많다”는 소비자들과 이를 겨냥한 업체들의 발 빠른 대응으로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은 지금 전성기를 맞고 있다. 셀프인테리어는 2~3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셀프인테리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집을 꾸민 사진을 올려놓고 집안 소품은 어디에서 샀는지, 시공은 어떤 업체를 통해 했는지 등 인테리어 과정도 함께 올리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인식이 번져나간 덕분이다. SNS를 통해 자신의 집을 알리는 ‘온라인 집들이’, 사진을 공유하는 SNS ‘인스타그램’과 ‘방’의 합성어 ‘방스타그램’ 등의 신조어도 생겨났다. 셀프인테리어의 재미는 내가 원하는 소품들을 사용해 인테리어를 하나씩 바꿔가는 데 있다. 때문에 1인 가구나 신혼부부들이 주로 관심이 많다. 이노션월드와이드가 올 상반기 발표한 ‘생애주기별 인테리어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서 1인 가구와 신혼부부의 인테리어 관련 SNS 데이터 3만 1000건을 분석한 결과 소품(7433건), 색상(6651건), 가격(6087건) 등 혼자서 할 수 있는 인테리어 관련 단어가 많았다. 국내외 인테리어 소품업체들이 이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H&M과 자라는 2014년 말 H&M홈과 자라홈을 각각 열었다. 같은 해 12월 문을 연 이케아 역시 셀프인테리어족들에게 ‘필수 방문 코스’로 떠올랐다. 국내 대기업들도 시장을 넓히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자주’는 전국에 152개, 이랜드의 ‘모던하우스’는 14개 매장이 있다. ●상담에서 시공까지… 맞춤형 리모델링 최근에는 각 업체들이 체계적으로 집안 인테리어부터 리모델링까지 ‘원스톱’으로 상담에서 시공까지 해주는 복합 리모델링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기존 리모델링이 인테리어 업체에서 정해주는 대로 결정하거나 세부적인 사 안을 조율하기가 어려웠던 것에 비해 각자 원하는 스타일의 집안 분위기를 구성할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대형 전시장 등을 통해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인테리어 시공 전 모습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부엌·바닥재 등 분위기별 패키지 상품도 한샘은 인테리어 건자재를 패키지로 공급해 왔던 IK(인테리어 키친)서비스의 이름을 지난 8월 ‘한샘 리하우스’로 바꾸고 사업 중심 범위를 부엌 가구에서 집안 전체 인테리어로 확대했다. 한샘 리하우스가 제시하는 개념은 온라인 몰이나 전시장을 방문해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를 설정하고 시공까지 한번에 끝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인천 남동구에 면적 752㎡의 한샘 리하우스 인천점을 열었다. 경기 부천·분당, 광주, 부산점에 이은 5번째 전시장이다. 한샘 리하우스는 맞춤형 서비스와 함께 부엌부터 욕실, 창호, 바닥재 등을 분위기 별로 모아서 나눈 ‘스타일 패키지’를 10종도 판매하고 있다. 신혼부부나 여성 1인가구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한 ‘러블리 핑크’의 경우 밝은 회색과 흰색, 옅은 핑크 등이 중심이고 ‘마일드 블랙’ 스타일은 어두운 톤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식이다. 러블리핑크는 82.5㎡ 기준 3400만원대, 마일드블랙은 128.7㎡ 기준 5000만원대로 시공할 수 있다. 레미콘 사업으로 시작해 건자재 사업까지 하고 있는 유진기업은 지난달 인테리어 서비스 브랜드 ‘홈데이’를 론칭하고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홈데이는 각 인테리어 업체 브랜드를 총 망라해 한자리에서 비교해 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샘과 현대리바트, 에넥스 등의 주방가구부터 LG하우시스, 신한벽지 등 벽지, 한솔홈데코, 리즈디자인 등 바닥재까지 총 80여개 종류의 국내외 브랜드를 한곳에서 둘러보고 고를 수 있다. 홈데이는 지난달 1일 양천구 신월동에 첫 번째 전시장을 열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목동은 준공된 지 20~30년 된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지역이기도 하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지은 지 10년 내외인 아파트는 이사 때 벽지나 장판 정도만 바꿨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개성에 맞춰 욕실, 싱크대, 붙박이장, 바닥 등을 통째로 바꾸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하나의 공간을 가변성 있게 멀티기능으로 활용하거나 자녀들의 공간을 별도로 꾸미는 등 고객들이 원하는 인테리어 방향도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노후 아파트·주택 욕실 리모델링 열풍 전씨의 경우와 같이 전체 리모델링이 아닌 욕실만 부분적으로 새롭게 시공하는 욕실 리모델링 분야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위생도기 제조업체인 대림바스는 2010년 서울 서초구 논현동 본사에 430㎡ 규모의 전시장에 이어 2014년 중곡동 가구거리에도 430㎡ 규모 전시장을 마련했다. 자체 제작하는 위생도기 및 수전 등을 직접 골라 시공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바스플랜’ 상품도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아이에스동서의 욕실 리모델링 브랜드 이누스바스는 지난달 롯데홈쇼핑에서 욕실리모델링 세트 방송 한 시간 만에 업계 최대 기록인 1670여 상담전화(50억원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림바스 관계자는 “오래된 아파트나 주택에서 리모델링이 가장 필요한 곳이 욕실인 만큼 욕실을 특화한 리모델링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내 몸은 점점 굳어 가겠지만 생명 같은 글 계속 쓸 겁니다

    내 몸은 점점 굳어 가겠지만 생명 같은 글 계속 쓸 겁니다

    “신은 공평합니다. 제게 파킨슨병을 주셨지만, 글을 쓸 수 있는 은혜도 주셨죠. 그래서 감사합니다.” 9일 파킨슨병과 싸우며 69세에 등단한 늦깎이 수필가 최세환(70)씨는 “내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 온다 해도 살아 있는 동안은 글을 쓸 것”이라며 “글쓰기는 내게 생명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루 7시간·한 편 완성에 두 달 그는 파킨슨병의 통증을 ‘뼈를 후벼파는, 손쓸 수 없는 아픔’이라고 표현했다. 최씨가 통증과 싸우며 수필 한 편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두 달 정도다. 독수리 타법으로 더듬더듬 자판을 30분쯤 치면 힘이 빠져서 1시간은 쉬어야 한다. 그는 이런 식으로 매일 7시간씩 글쓰기에 매달린다. 파킨슨병은 신경세포가 소멸돼 뇌 기능에 이상이 일어나는 질병이다. 손 떨림, 움직임의 느려짐, 근육 경직, 자세 불안정, 우울증, 불면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국민보험건강공단에 따르면 2014년까지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8만 4771명이다. ●15년 투병했던 어머니 비로소 이해 10년 전 세상을 떠난 최씨의 어머니도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았다. “긴 간병에 지쳐 때로는 어머니를 미워하기도 했죠. 이제 어머니의 처지가 되고 나니 얼마나 힘드셨을지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그는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 “어머니의 죽음과 사업 실패 이후 2011년 미국 댈러스로 이주했는데 2013년 수영을 하다가 다리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더군요. 수영장에서 나와 제자리에서 뛰어 봤는데 두 다리가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어요. 파킨슨병임을 직감했죠.” 미국에서는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데만 4000만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2014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의료비가 부담돼 가족은 미국에 두고 혼자 한국에 왔습니다. 파킨슨병 확진을 받았는데 정작 결과를 듣고 나니 담담하더군요.” 그는 고향인 광주에 터를 잡았다.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아 친지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교회 주보에 시를 한 편 썼는데 다른 신도들에게 좋은 평을 들었고, 한 신도가 문학 동아리를 소개했다. ●“환우들에게 희망 되고 싶어” 2014년 연말 문학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매일 10시간씩 글쓰기에 매달렸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속에 꽉 차 있었어요. 그것들을 진솔하게 풀어내고 싶었죠.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느꼈던 서글픔과 아픔, 병과 싸우면서 느낀 감정 같은 것들이었어요.” 최씨는 2015년 2월 수필 ‘그랑께 어째서’로 월간 문학공간 신인문학상에 당선됐다. 지난 8월에는 수필집 ‘그곳 봄은 맛있었다’도 출간했다. “같은 병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글을 쓸 수 있어요. 다른 누군가는 그림에 소질이 있을 겁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트럼프 여성비하 녹취 또 공개…딸 이반카까지 언급 ‘패륜’

    트럼프 여성비하 녹취 또 공개…딸 이반카까지 언급 ‘패륜’

     음담패설 대화 내용이 공개돼 사퇴 압력까지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사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여성비하 녹취록이 추가로 공개됐다. 특히 이번엔 자신의 최대 우군이자 친딸인 이반카(사진)까지도 소재로 삼아 성적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나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CNN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가 ‘막말’로 유명한 DJ 하워드 스턴과 했던 과거 인터뷰에서 일삼은 여성비하 발언을 새로 폭로했다.  2006년 10월 인터뷰에서 스턴이 트럼프에게 “이반카가 그 어느때보다도 육감적으로 보인다”며 가슴 확대 수술을 받았냐고 묻자 트럼프는 “가슴수술을 하지않았다”고 답하며 “(이반카는) 항상 육감적이었다. 키도 크고 언제나 아름다웠다”고 답했다.  여기까지는 농담이라고 웃어 넘길 수도 있었지만 문제는 그 앞서 부터다. 2004년 9월 인터뷰에서도 스턴이 이반카에 대해 성관계 대상의 여성을 뜻하는 “매력 덩어리(a piece of ass)로 불러도 되겠냐”고 묻자 트럼프는 “된다(yeah)”고 말했다. 딸까지 대상으로 삼은 녹취록이 이번에 추가로 공개되면서 트럼프를 둘러싼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트럼프는 “30세가 완벽한 나이다. 35세는 ‘체크아웃 타임’”이라며 여성의 나이를 거론하는가 하면 “난 24살짜리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데에 문제가 없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트럼프는 9년 전 빌리 부시(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사촌)와 함께 나눈 외설적 내용의 대화 녹음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파일에 따르면 트럼프는 유부녀와 성관계를 갖기 위해 유혹했다는 발언을 하고 여배우의 신체 부위를 비하하는 단어를 쓰기도 했다.  트럼프의 막말과 여성 비하 발언데 연예계도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연기파 배우로 손꼽히는 로버트 드니로(73)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다며 맹비난하는 영상이 화제에 올랐다.  8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드니로는 ‘당신의 내일을 위해 투표하세요’(VoteYourFuture) 운동이 만든 동영상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개(dog), 돼지(pig), 사기꾼(con), 협잡꾼(bullshit artist)”이라는 격한 용어를 사용해 비난했다. 드니로는 트럼프를 향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바보”라고도 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내일은 자랑스러운 한글날… 20년 넘게 소수민족에게 글자 제공한 한글의 힘

    내일은 자랑스러운 한글날… 20년 넘게 소수민족에게 글자 제공한 한글의 힘

    “1443년(세종 25년) 세종대왕은 말과 글이 달라 뜻을 펼칠 수 없는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들었죠. 말만 있고 글이 없는 세계 소수민족에게 한글을 전파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볼리비아·페루 등 남미의 토착 민족인 아이마라족 언어의 한글 표기법을 만들었죠.” ●남미 토착민족 아이마라족 한글 표기법 만들어 지난 6일 만난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한글 전도사’로 통한다. 그가 이끄는 서울대 연구팀과 사단법인 훈민정음학회는 3년에 걸친 연구 끝에 지난해 볼리비아와 페루 일대에 살고 있는 남미 토착 민족 아이마라족 언어의 한글 표기법을 내놓았다. ‘가미사기’는 우리말 ‘안녕하세요’에 해당하는 간단한 인사말이다. 아이마라족은 자신들의 인사말을 문자로 기록하고는 뿌듯해했다. 그럼 ‘미안합니다’를 이들은 어떻게 한글로 표기할까. ‘바ㅁ바ㅈ띠다’다. ‘들어오세요’는 ‘마ㄴ다니ㅁ’으로 쓴다. 원어의 발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자음을 따로 떼어 쓰는 ‘파격’이 동원됐다. 이 밖에 종이는 ‘라피’, 돼지는 ‘쿠치’, 숫자 100은 ‘바다가’, 머리는 ‘삐긔’로 변환됐다. 남미 토착 민족인 아이마라족은 280만명 정도 되지만 남미 대부분의 국가에서 쓰는 스페인어 대신 여전히 아이마라어를 쓴다. 글은 주로 로마자를 빌려 표기하는데 언어학적, 문화인류학적 연구를 진행한 결과 한글 표기법이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냈다. 권 교수는 “볼리비아까지는 비행기로 왕복 4일이 걸릴 정도로 먼거리인데 제한된 현지 조사 기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의 음성 자료를 확보하느라 진땀을 뺐다”며 “자음 중 현재 한글로 표현이 어려운 면이 있어서 ‘ㄹㄹ’, ‘△’ 등 새로운 기호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 연구팀은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글 입력기도 개발했다. 현재는 보급을 두고 조심스럽게 현지 의사를 타진 중이다. 한글을 보급하는 이유에 대해 권 교수는 “자신들의 말을 기록할 문자가 없는 민족에게 ‘이렇게 좋은 게 있으니 한번 써 보지 않겠느냐’는 취지”라며 “한글을 우리나라에만 가둬 두는 것은 훈민정음 창제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훈민정음학회는 2010년부터 중국과 러시아에 거주하는 나나이족의 한글 표기법을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1만 7000명의 나나이족 중에 중국어나 러시아어를 쓰지 않고 자신들의 고유어를 쓰는 경우는 1000명이 채 안 된다. 이 말은 지금 기록할 문자조차 없다. 이대로 두면 흔적도 없이 사멸될 수밖에 없다. 학회는 이 말에 대한 한글 표기법과 한글 입력기를 개발해 놨다. 지난 8월 러시아 하바롭스크시 인근에서 나나이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글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교육에 참여했던 고동호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글을 배워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곧잘 글자를 소리 그대로 읽어 냈다”고 전했다. ●1994년부터 태국 라후족 등 6개 지역 한글 전파 한글의 전파는 1994년부터 시작됐다. 현재 라후족(태국), 로바족(중국), 오로첸족(중국), 어웡키족(중국), 찌아찌아족(인도네시아), 솔로몬제도 과달카날주·말라이타주 등 6개 지역에 한글 표기법이 전달됐고 아이마라족, 나나이족, 피그미족(아프리카) 등 3개 지역 언어가 연구되고 있거나 보급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문자가 없는 해외 소수민족에게 처음 한글을 보급하기 시작한 사람은 서울대 이현복 명예교수다. 그는 1994년 이 사업을 시작해 2003년까지 해마다 2~3차례씩 태국 고산 지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라후족’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그는 5년간 현지 언어 조사를 한 다음 한글에는 없는 콧소리를 반영해 라후어의 한글 표기법을 만들었다. 2000년대에는 중국의 소수민족 언어에 대한 한글 표기법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전광진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2002년 로바족, 2004년 오로첸족, 2008년 어웡키족의 언어에 대한 한글 표기법을 완성했다. 하지만 연구 비용, 외교적 마찰 등을 이유로 전면적으로 보급되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한글이 뿌리를 내리는 데 50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며 “당장 열매를 따려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뿌린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어는 ‘한글 수출 1호’ 2009년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에 주로 거주하는 찌아찌아족이 언어 표기 수단으로 한글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은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불렀다. ‘한글 수출 1호’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2012년 현지 세종학당이 철수하고, 인도네시아 정부의 공식 승인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면서 세간에는 ‘실패로 끝난 한글 보급’이라는 평가가 돌았다. 이현복 교수의 제자로, 한글로 된 찌아찌아어 교과서인 ‘바하사 찌아찌아’를 편찬한 이호영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찌아찌아족은 자신들의 말을 기록할 수 있는 문자가 생겼다는 사실에 굉장히 만족한다”며 “공식 승인이 논란이 되다 보니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한글 보급을 문화 제국주의로 인식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간의 평가와 달리 훈민정음학회는 지금도 찌아찌아족과 교류를 하고 있다. 이문호 훈민정음학회 이사장은 “세종학당은 우리말을 교육하던 곳으로 한글 표기법의 보급과는 큰 관련이 없다”며 “한글 보급 사업은 변함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는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입력하는 자판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2012년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의 과달카날주와 말라이타주는 한글을 표기 문자로 도입했다. 1978년 영국에서 독립한 솔로몬제도는 공용어인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구가 1∼2%에 불과했고 토착어를 기록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무엇보다 교육이 문제였다. 이호영 교수팀과 훈민정음학회가 만든 한글 표기법은 원래 한글의 특징처럼 무엇보다 배우기 쉬웠다. 자음과 모음을 모아 글자를 하나씩 만들 수 있고,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읽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또 소리 그대로를 기호로 나타내기 때문에 로마자나 아랍어로 적을 수 없는 소리도 표기가 가능했다. ●“언어 사멸은 민족 정신·문화가 사라지는 것” 실제 솔로몬제도의 현지 교사 2명은 5개월 정도 한글 표기법 교육을 받은 뒤 곧바로 중학교 1곳, 고등학교 1곳에서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2013년 7월 교과서 제작과 현지 교사 연수 등에 드는 2억원 정도의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잠정 중단됐다. 이호영 교수는 “인원이 적은 소수민족이라도 그들의 기록 수단으로 한글을 보급하는 게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목표인데 솔로몬제도의 경우는 너무 안타깝다”며 “문자가 없는 언어는 사멸할 수 있고,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민족의 정신과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학자들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언어를 기록하거나 사멸을 막는 데 한글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한글은 보편성을 지닌 문자로 전 세계의 소수 언어를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 함부르크대학의 베르너 사세 교수도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격찬한 바 있다. ‘대지’를 쓴 소설가 펄 벅은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며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칭했다. 현재 훈민정음학회와 연구자들의 기조는 아무리 적은 수가 쓰는 말이라도 한글을 통해 그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돕되 ‘문화 침략’이나 ‘문화 제국주의’로 비치지 않도록 무리한 보급은 자제하는 것이다. 권재일 교수는 “보급은 한글을 직접 써 본 소수민족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며 “하지만 한글 표기를 원한다면 교재 제작 등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서울포토] ‘글쓰기 쉽지 않아요’…외국인 백일장

    [서울포토] ‘글쓰기 쉽지 않아요’…외국인 백일장

    7일 서울 연세대노천극장에서 열린 ’외국인 백일장’에 참석한 외국인이 글을 쓰고 있다. 2016.10.7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서울포토] ‘글쓰기 쉽지 않아요’…외국인 백일장

    [서울포토] ‘글쓰기 쉽지 않아요’…외국인 백일장

    7일 서울 연세대노천극장에서 열린 ’외국인 백일장’에 참석한 외국인이 글을 쓰고 있다. 2016.10.7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서울포토] ‘글쓰기 쉽지 않아요’…외국인 백일장

    [서울포토] ‘글쓰기 쉽지 않아요’…외국인 백일장

    7일 서울 연세대노천극장에서 열린 ’외국인 백일장’에 참석한 외국인이 글을 쓰고 있다. 2016.10.7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세종의 딸’ 정의공주와 함께 즐기는 도봉한글잔치

    서울 도봉구는 9일 ‘정의공주와 함께하는 제5회 도봉한글잔치’를 연다. 훈민정음 반포 570돌을 기념하는 한글날을 맞이해 열리는 도봉한글잔치는 올해로 다섯 번째다. 도봉구 방학동에 묘가 있는 정의공주는 세종대왕의 둘째 딸로, 훈민정음을 만들 때 큰 공을 세웠다는 기록이 시집간 죽산 안씨 문중 족보(대동보)에 남아 있다. 죽산 안씨 족보에는 ‘세종이 우리말이 문자로 상통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해 훈민정음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발음을 바꾸어 토를 다는 것과 사투리에 대해 아직 연구가 끝나지 못해 여러 대군(大君)을 시켜 풀게 했으나 모두 미치지 못하고 공주에게 내려보냈다. 공주가 즉시 이를 해결해 바치니 세종이 크게 칭찬하고 특별히 노비 수백 명을 내려 주었다’란 내용이 있다. 훈민정음 창제에는 집현전 학자뿐 아니라 세종의 여러 왕자와 공주들이 참여했으며 특히 정의공주의 활약이 뛰어났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도봉 어린이들은 한글잔치 동안 열리는 사생대회와 백일장에서 글과 그림 솜씨를 뽐낼 수 있다. 또 탁본체험, 떡메 치기, 나에게 편지 쓰기, 전통놀이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열린다. 지역 역사인물인 정의공주를 재조명한 창작뮤지컬 ‘정의공주 2016 한글 창제’를 야외무대에서 감상하며 한글 창제의 숨은 이야기도 알 수 있다. 한글 창제의 숨은 공신인 정의공주의 이야기를 어린이들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뮤지컬로 풀어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한글날 온 가족이 원당샘공원을 찾으면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게 한글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연시조] 한글 / 이효성 성대 명예교수

    [연시조] 한글 / 이효성 성대 명예교수

     1 익히기 매우 쉽고 쓰기엔 아주 편한 순수한 우리 글자 새롭게 창제되니 백성을 깨우치는 글 이름 하여 훈민정음  제 소리 적어내는 글자가 없는 탓에 제 뜻을 펴지 못할 백성이 많은지라 그 처지 가엽게 여겨 손수 나선 세종대왕  애민의 마음에서 과업에 착수하여 각고의 노력 끝에 새 글자 친제하니 대왕의 식견과 예지가 놀랍도록 깊구나  자음은 발음기관 본떠서 모양 짓고 모음은 천지인을 상징해 형상하니 새 글자 세상에 없는 체계적인 음소 문자  원래는 이십팔 자 지금은 이십사 자 모양은 단순하나 변별력 매우 크고 표기법 과학적이니 우수하다 그 문자  창제자 창제원리 뚜렷이 남아 있고 독창성 뛰어나고 합리성 매우 큰 글 인류의 빛나는 유산, 한민족의 자랑거리  2 한자가 있으므로 새 글자 부질없다 신하들 간했으나 임금님 개의찮고 백성이 뜻 펴게 하니 숭고하다 그 마음  높으신 나리들은 한자로 행세하며 사대에 젖은 데다 기득권 잃을까봐 새 글자 맹렬히 반대하니 졸렬하다 그 속내  나리들 말끝마다 백성을 내세우나 백성들 글 배우면 사리에 밝아지니 백성의 정음 사용을 못마땅해 했다네  나리들 완고하고 구질서 강고하여 한자를 고집하며 공문에 계속 쓰니 백성들 글말 소통에 많은 한계 있었네  우리 글 놔두고도 한자를 계속 쓰니 표현이 한정되고 소통은 제약받아 문화의 융성과 발전 기할 수가 없었네  새 글자 애석하게 언문으로 폄하되고 범용을 하지 않아 명맥만 유지되니 한동안 대왕의 큰 뜻 실현되지 못 했네  3 반포 후 사세기반, 개혁의 흐름 속에 우리 글 공식 글로 지정이 되고서야 온 나라 모든 백성들 우리글을 배웠네  그러나 우리 강산 일제가 침탈하여 제나라 말과 글을 우리에 강요하니 우리 글 뜻하지 않게 암흑기를 보냈네  광복이 되고서야 우리 글 복권되고 글 쓰는 모든 활동 더욱더 활발하여 문화의 급속한 발전 이룰 수가 있었네  기술이 발전하여 디지털 세상 되고 글자를 기기들로 주고받는 시대 되니 우리 글 효율성 뛰어나 더 빛나게 되었네  세계를 선도하는 우리의 정보산업 글자의 기계화가 저변에 있으므로 한글의 기기 친화성에 힘입은 바 크다네  우리의 민주화도 경제의 눈부심도 한글로 가능해진 만백성의 깨우침 덕 이제야 대왕의 큰 뜻 만천하에 떨치네.
  • 호스트바 ‘큰손’ 알고 보니 회삿돈 10억 빼돌린 경리

    호스트바 ‘큰손’ 알고 보니 회삿돈 10억 빼돌린 경리

    회사 공금 10억원을 몰래 빼돌려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간 큰 여자 경리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경리는 횡령한 돈으로 호스트바에서 돈을 펑펑 써 ‘큰손’으로 통했고, 인터넷 게임하는 데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김모(41)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의 한 수중개발업체 경리 직원인 김씨는 2011년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회사 법인 은행계좌에서 한 번에 10만∼수백만원씩 465차례에 걸쳐 모두 10억 8000만원의 공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회삿돈을 자신의 통장으로 계좌 이체하면서 보내는 사람 이름은 회사 대표나 거래처 관계자를, 통장 기재 내용은 차입금·물품대금 등으로 적는 수법으로 범행을 숨겼다. 김씨는 횡령한 돈으로 일주일에 최소 2번 정도 호스트바를 출입했다. 한번에 술값만 150만∼200만원, 팁으로 20만원을 줘 호스트바의 ‘큰손’으로 통했다. 호스트바 남자 종업원과 일주일에 2번 정도 사적으로 만나 선물과 용돈을 주기도 했다. 김씨가 1년 넘게 100차례 정도 호스트바를 출입하면서 사용한 돈은 3억원에 달했다. 김씨는 또 인터넷 게임 머니를 사는 데만 2억원을 쓰기도 했다.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 2명과 함께 임대아파트에서 살아온 김씨는 나머지 5억원가량을 생활비로 사용했다. 월급이 140만원이었던 김씨는 공금을 빼돌리는 족족 탕진해 경찰에 붙잡혔을 때 남은 돈은 거의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의 공범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소네트 77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소네트 77

    소네트 77 -윌리엄 셰익스피어 거울은 그대의 아름다움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고, 해시계는 그대의 소중한 시간이 어떻게 낭비되는지를 보여 주고; 종이의 여백은 그대 마음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으니, 이 책에서, 그대는 이러한 교훈을 얻으리라. 그대의 거울이 낱낱이 보여 줄 그대의 주름살들은 그대에게 입을 벌린 무덤을 기억하게 할 것이며; 그대 해시계의 남몰래 살금살금 돌아가는 그림자는 영원을 향한 시간의 도둑 같은 전진을 알게 하리라. 그대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빈 종이에 적어 두면, 그대는 발견하리니 그대의 머리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아이들이 그대의 마음을 새롭게 알게 만든다는 것을. 이러한 일들은, 그대가 자주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대에게 이로우며 그대의 책을 아주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Thy glass will show thee how thy beauties wear, Thy dial how thy precious minutes waste; The vacant leaves thy mind‘s imprint will bear, And of this book, this learning mayst thou taste. The wrinkles which thy glass will truly show Of mouthed graves will give thee memory; Thou by thy dial’s shady stealth mayst know Time‘s thievish progress to eternity. Look what thy memory cannot contain, Commit to these waste blanks, and thou shalt find Those children nursed, delivered from thy brain, To take a new acquaintance of thy mind. These offices, so oft as thou wilt look, Shall profit thee and much enrich thy book. * 셰익스피어(1564~1616)의 소네트 중에서 드물게 ‘사랑’을 노래하지 않고, 젊은이들에게 글쓰기를 장려하는 교훈이 담긴 시다. 셰익스피어는 모두 154편의 소네트를 남겼는데, 시간의 덧없음과 사랑 그리고 (연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들이 대부분이다. 시인이 연모하던 미남 청년에게 바쳐진 소네트가 126편이고 ‘dark lady’로 알려진 검은 피부의 젊은 여자를 노래한 시가 28편이다. 1609년에 런던에서 처음 출판된 뒤로 판을 거듭하며 약간의 수정이 가해졌지만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오늘도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결혼식과 장례식에서 사람들은 즐겨 셰익스피어를 인용한다. 셰익스피어 사후 400주년이었던 2016년에는 영국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풍성했다. 얼마 전에 (9월 초였다) BBC 방송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좋아하는 중국의 여성작가를 다룬 프로그램을 보았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금지되었던 셰익스피어는 보수적인 중국대륙의 동성애 예술가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다른 이름이었다. 소네트 15의 인상적인 한 줄, “And all in war with Time for love of you, (그리고 너를 사랑하며 모든 것이 시간과 전쟁 중이니,)”를 외우는 그녀를 보며,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새롭게 읽히는 걸작의 힘을 확인했다. 작은 노래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sonetto’에서 유래한 소네트(Sonnet)는 르네상스 시기에 유럽에서 유행한 14줄의 정형시를 말한다. 약간의 예외는 있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99는 14줄이 아니라 15줄로 구성되었다. 소네트의 운율은 시대에 따라, 시인에 따라 변화했는데 셰익스피어가 소네트의 각운을 매기는 방식은 ‘abab cdcd efef gg’이다. 소네트 77은 처음 4행의 각운을 ‘wear-bear’ ‘waste-taste’로 맞추기 위해 세 번째와 네 번째 행의 문장을 도치시켰다. 그냥 읽어서 의미가 잘 다가오지 않으면 앞뒤의 단어들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게다가 고어가 섞여 단어장을 찾느라 바쁘다. 1행에 처음 나오는 ‘thy’는 2인칭 대명사의 소유격(=your)이다. 3행의 ‘The vacant leaves’는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필사본 책의 낱장들을 의미한다. 앞뒤 2페이지가 1 ‘leaf’이다. 4행의 ‘thou’는 2인칭 대명사의 주격(=you)이고 ‘mayst’는 동사 ‘may’의 직설법 2인칭 단수형이다. ‘mayst thou=may you ’이다. 6행의 ‘thee’는 2인칭 대명사의 목적격(=you)이다. 11행의 ‘아이들’은 머리에서 태어나 자란 ‘문학적 자식들’을 말한다. 젊은이들에게 시간의 효과를 들려주며 머리에 떠오른 생각들을 기록하라고 가르치는 소네트 77의 내용으로 짐작컨대, 시인이 사랑했던 남자는 그의 후배 작가가 아닐까. 거울에 비치는 주름은 죽음이 다가온 징조라니. 과장이 심하지 않나! 시간을 도둑에 비유해, 해시계 둘레를 (주인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살금살금 돌아가는 그림자를 ‘시간의 도둑 같은 전진’으로 표현한 것도 참 맛깔스럽다. 망각에 대비해 글로 기록하라는 시인의 충고를 영국은 외면하지 않았다. 서양문명은 기록의 역사였다. 기록하는 자가 이긴다. 컴퓨터가 발명된 이후 인류의 중요한 기록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담당해 왔다. 손톱만 한 usb에 나의 모든 쓸모 있는 생각들이 저장되어 있다. 어디를 가든 스마트폰으로 분분초초 뇌리를 스치는 생각과 느낌의 덩어리를 이메일로 문자메시지로 카톡으로 올리는 요즘, 기록의 욕망이 지나쳐 때로 성가신 SNS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나, 잉크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신의 소네트를 손끝으로 순식간에 전파시키는 나를 보고 셰익스피어가 뭐라고 말할지….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소네트 77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소네트 77

    소네트 77 -윌리엄 셰익스피어 거울은 그대의 아름다움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고, 해시계는 그대의 소중한 시간이 어떻게 낭비되는지를 보여 주고; 종이의 여백은 그대 마음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으니, 이 책에서, 그대는 이러한 교훈을 얻으리라. 그대의 거울이 낱낱이 보여 줄 그대의 주름살들은 그대에게 입을 벌린 무덤을 기억하게 할 것이며; 그대 해시계의 남몰래 살금살금 돌아가는 그림자는 영원을 향한 시간의 도둑 같은 전진을 알게 하리라. 그대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빈 종이에 적어 두면, 그대는 발견하리니 그대의 머리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아이들이 그대의 마음을 새롭게 알게 만든다는 것을. 이러한 일들은, 그대가 자주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대에게 이로우며 그대의 책을 아주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Thy glass will show thee how thy beauties wear, Thy dial how thy precious minutes waste; The vacant leaves thy mind‘s imprint will bear, And of this book, this learning mayst thou taste. The wrinkles which thy glass will truly show Of mouthed graves will give thee memory; Thou by thy dial’s shady stealth mayst know Time‘s thievish progress to eternity. Look what thy memory cannot contain, Commit to these waste blanks, and thou shalt find Those children nursed, delivered from thy brain, To take a new acquaintance of thy mind. These offices, so oft as thou wilt look, Shall profit thee and much enrich thy book. * 셰익스피어(1564~1616)의 소네트 중에서 드물게 ‘사랑’을 노래하지 않고, 젊은이들에게 글쓰기를 장려하는 교훈이 담긴 시다. 셰익스피어는 모두 154편의 소네트를 남겼는데, 시간의 덧없음과 사랑 그리고 (연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들이 대부분이다. 시인이 연모하던 미남 청년에게 바쳐진 소네트가 126편이고 ‘dark lady’로 알려진 검은 피부의 젊은 여자를 노래한 시가 28편이다. 1609년에 런던에서 처음 출판된 뒤로 판을 거듭하며 약간의 수정이 가해졌지만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오늘도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결혼식과 장례식에서 사람들은 즐겨 셰익스피어를 인용한다. 셰익스피어 사후 400주년이었던 2016년에는 영국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풍성했다. 얼마 전에 (9월 초였다) BBC 방송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좋아하는 중국의 여성작가를 다룬 프로그램을 보았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금지되었던 셰익스피어는 보수적인 중국대륙의 동성애 예술가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다른 이름이었다. 소네트 15의 인상적인 한 줄, “And all in war with Time for love of you, (그리고 너를 사랑하며 모든 것이 시간과 전쟁 중이니,)”를 외우는 그녀를 보며,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새롭게 읽히는 걸작의 힘을 확인했다. 작은 노래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sonetto’에서 유래한 소네트(Sonnet)는 르네상스 시기에 유럽에서 유행한 14줄의 정형시를 말한다. 약간의 예외는 있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99는 14줄이 아니라 15줄로 구성되었다. 소네트의 운율은 시대에 따라, 시인에 따라 변화했는데 셰익스피어가 소네트의 각운을 매기는 방식은 ‘abab cdcd efef gg’이다. 소네트 77은 처음 4행의 각운을 ‘wear-bear’ ‘waste-taste’로 맞추기 위해 세 번째와 네 번째 행의 문장을 도치시켰다. 그냥 읽어서 의미가 잘 다가오지 않으면 앞뒤의 단어들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게다가 고어가 섞여 단어장을 찾느라 바쁘다. 1행에 처음 나오는 ‘thy’는 2인칭 대명사의 소유격(=your)이다. 3행의 ‘The vacant leaves’는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필사본 책의 낱장들을 의미한다. 앞뒤 2페이지가 1 ‘leaf’이다. 4행의 ‘thou’는 2인칭 대명사의 주격(=you)이고 ‘mayst’는 동사 ‘may’의 직설법 2인칭 단수형이다. ‘mayst thou=may you ’이다. 6행의 ‘thee’는 2인칭 대명사의 목적격(=you)이다. 11행의 ‘아이들’은 머리에서 태어나 자란 ‘문학적 자식들’을 말한다. 젊은이들에게 시간의 효과를 들려주며 머리에 떠오른 생각들을 기록하라고 가르치는 소네트 77의 내용으로 짐작컨대, 시인이 사랑했던 남자는 그의 후배 작가가 아닐까. 거울에 비치는 주름은 죽음이 다가온 징조라니. 과장이 심하지 않나! 시간을 도둑에 비유해, 해시계 둘레를 (주인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살금살금 돌아가는 그림자를 ‘시간의 도둑 같은 전진’으로 표현한 것도 참 맛깔스럽다. 망각에 대비해 글로 기록하라는 시인의 충고를 영국은 외면하지 않았다. 서양문명은 기록의 역사였다. 기록하는 자가 이긴다. 컴퓨터가 발명된 이후 인류의 중요한 기록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담당해 왔다. 손톱만 한 usb에 나의 모든 쓸모 있는 생각들이 저장되어 있다. 어디를 가든 스마트폰으로 분분초초 뇌리를 스치는 생각과 느낌의 덩어리를 이메일로 문자메시지로 카톡으로 올리는 요즘, 기록의 욕망이 지나쳐 때로 성가신 SNS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나, 잉크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신의 소네트를 손끝으로 순식간에 전파시키는 나를 보고 셰익스피어가 뭐라고 말할지….
  •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일상 파고든 동네축제 참여하고 즐기는 예술 밤 잊은 진주 골목길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일상 파고든 동네축제 참여하고 즐기는 예술 밤 잊은 진주 골목길

    지난 9월 23일, 경남 진주는 유등축제 준비로 한창이었지만 진주성 밖 한쪽은 또 다른 축제로 술렁였다. 올해 9회를 맞은 ‘골목길 아트 페스티벌’이 그 주인공이다. 축제 첫날, 진주성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진주교육지원청 앞마당에는 야시장을 시작으로 ‘어쿠스틱한 골목길 영화제’와 미술전시회가 함께 열렸다.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스크린 앞에 앉거나 야시장을 구경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도 감상하고 콘서트에서 오가는 대화와 노래도 들었다. 축제는 자연스럽게 일상을 파고들었다. 참여하고 진행하는 예술가들도, 구경 나온 시민들도 그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마치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축제를 즐겼다. 축제는 다음날 진주우체국 앞 거리로 옮겨져 계속됐다. 저녁 6시가 되자 타악기들이 흥을 돋웠고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만나 거리 퍼포먼스를 펼쳤다. 퍼레이드는 사전 신청만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날도 100여명의 사람들이 ‘Up다’라는 축제 주제에 맞춰 색깔별로 의상을 갖추고 신나는 타악기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골목을 한 바퀴 행진했다.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일상서 작은 일탈 꿈꾸는 작은 동네 축제 시민들이 참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골목길 갓 탈렌트’와 진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작은 공연들이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주변을 압도하는 시끄러운 마이크 소리도, 아이돌 그룹의 공연도 없었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늘 150여명의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남녀노소 구분도 없다. 아마추어들의 패기도, 프로들의 열정도 축제에서는 모두 주연 무대였다. 일상에서의 작은 일탈을 꿈꾸는 작은 동네 축제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진주 골목길 아트 페스티벌은 사실 소박한 동네 축제다. 진주의 구도심 중심가인 중안동과 대안동 골목길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이틀 동안 참가자와 구경꾼 모두 합쳐 몇 백여명에 이르는 소규모 축제다. 하지만 축제가 온전히 지역 예술가들과 시민들에 의해 치러지고 있다는 점과 무려 9년째 계속 열렸다는 점은 축제의 내용과는 별개로 또 다른 가치를 가진다. 축제의 중심에는 ‘골목길 사람들’이 있다. 2012년 단체모임으로 정식 등록한 지역 예술가들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화가, 미술가, 무용가, 음악가, 작가, 연극인, 공연기획자들과 이 지역에 극단, 카페, 서점, 게스트하우스, 갤러리 등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주축을 이룬다.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모임의 시작은 축제가 시작된 2008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젊은 예술가들이 소소한 네트워크를 쌓아오던 중 지역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대안 축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밖에서는 진주가 유등축제를 비롯해 축제의 도시로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과 지역 예술가들은 상실감을 느꼈다. 거기에 신도시로 상권이 이동하면서 죽어 가는 구도심의 공간들을 살려보자는 명분도 생겼다. 문화재단 등의 소소한 후원을 받기도 하지만 현재 축제는 모임에서 자발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매년 축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기본 재원 마련을 위해 회비를 갹출했다. 들고 나는 사람들이 있지만 골목길 사람들은 항상 60여명의 회원을 유지하고 있다. 모임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운영자만 10여명이고 축제도 대부분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된다. 자발적인 인적 네트워크야말로 ‘골목길 사람들’의 가장 큰 자산이다.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진희씨는 “모임을 잠시 떠나 있다가도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무엇보다도 회원들 스스로가 즐거운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축제 끝나도… 골목길 사람들 예술 활동은 계속 축제가 모임의 가장 큰일이기는 하지만 일상에서도 ‘예술’을 매개로 한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무용가들은 일상의 움직임을 춤으로 만들고 즐기는 ‘나도 춤꾼’ 프로젝트를 열기도 한다. 이번 축제에서도 춤으로 이웃과 사귀는 ‘사겨딴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축제 현장에서 시민들과 어울려 춤을 배우고 즐기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미술가들은 지역의 아마추어 미술가들이 전시회를 갖거나 발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작가들은 아마추어 작가들과 글쓰기 소모임을 갖고 소설집 ‘손바닥에 쓰다’를 정식 출간하기도 했다. 골목길 사람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입체작업작가 강선녀씨는 “축제와 모임 활동을 통해 오히려 나를 돌아보고 예술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며 “‘왜 이걸 하고 있지?’ 하며 깔깔 웃다가도 내년 ‘10주년’ 축제를 고민한다”고 했다. 올해의 축제는 끝났지만 골목길은 그대로 남아 여행자들을 맞는다. ‘골목길 사람들’은 매달 두 차례 골목길 아트마켓을 연다. 모임의 사랑방이자 지역의 터줏대감과도 같은 40년 된 카페 다원에서 차를 한 잔 마셔도 좋겠고, 예술가들의 전시회가 열리는 뭉클 갤러리 등을 방문해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SNS 공식 계정 (www.facebook.com/golmoggil)을 통해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글 사진 여행작가 enkaykim@naver.com ■여행수첩 (지역번호 055) →가는 길:대중교통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서 진주행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승용차는 통영대전고속도로에서 서진주 나들목으로 빠져 진주 구도심에 위치한 진주교육지원청 방면으로 간다. 카페 다원741-2776, 뭉클 갤러리010-2677-6975. →함께 가볼만한 곳:임진왜란 당시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한 논개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진주성이 마을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영남 제일의 아름다운 누각으로 꼽히는 촉석루, 논개가 왜장과 함께 투신한 바위 의암, 진주성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영남포정사, 북장대, 국립진주박물관 등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지역축제로 꼽히는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오는 16일까지 진주성과 남강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는 7만여 개의 등이 화려한 빛의 향연을 펼친다. →맛집: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천황식당(741-2646)은 진주비빔밥이 대표 메뉴다. 제철나물과 육회를 올리고 선지탕국을 곁들이는 맛이 독특하다. 해물육수에 육전을 올린 진주냉면도 빼놓을 수 없다. 하연옥(746-0525), 을지냉면(758-2210) 등이 이름났다.
  • “노벨상 비결? 경쟁 싫어 내 길만…효모 연구하다 보니 애주가 됐죠”

    “노벨상 비결? 경쟁 싫어 내 길만…효모 연구하다 보니 애주가 됐죠”

    “남들과 경쟁하기는 싫다. 아무도 하지 않는 분야를 개척하는 편이 즐겁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스미 요시노리(71)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는 4일 자신의 연구관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탓에 연구 인생이 각광을 받거나 순탄하진 않았지만, 남들은 거들떠보지 않은 세포의 신진대사 해명을 40년에 걸쳐 연구한 끝에 노벨상을 단독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43세에 조교수, 만 51세에 정교수가 되는 등 다른 연구자에 비해 많이 늦었다. 애초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 연구가 주목받지 못했던 만큼 연구에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연구비를 얻기 쉽거나 논문을 쓰기 쉬운 분야로 유행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 한길을 고수했다. 비인기 분야를 천착한 그는 “과학이 도움이 된다는 게 수년 후에 기업화가 가능하다는 말과 동의어가 된 것이 문제”라며 실용화 중시 세태를 꼬집기도 했다. 그의 제자인 미즈시마 노보루 도쿄대 교수는 “이 분야가 제로(無)에서부터 발전하는 것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어 행복했다. 하기 어려운 경험”이라며 개척자를 스승으로 둔 소감을 밝혔다. 그가 도쿄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 중이던 1976년 효모와 운명적으로 만나면서 평생 외길을 걷게 됐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약 3만 8000종의 돌연변이 효모를 검사하는 긴 작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14종의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것을 밝혀내 1993년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오토파지 연구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성과로 평가받지만, 노벨상 결정까지 20년이 넘게 걸렸다. 애주가인 그는 술을 마시고 토론하며 밤을 지새우는 일도 많았다. 그는 “효모 연구자이므로 술을 좋아한다”고 농담하곤 했다. 2008년에 아사히상을 받았을 때는 동료 연구자에게 답례품으로 특별 주문한 위스키에 ‘효모로부터의 가르침’이라는 문구를 써서 주기도 한 일화도 있다. 오스미 교수는 지금도 늦게까지 학교 연구실에 남아 있거나 후학을 지도하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로 자리를 잡으면 연구는 학생들에게 미루고, 학회와 학교 보직과 TV 출연 등에 바쁜 한국 학자들과는 차이를 보였다. 그는 어렸을 때 도쿄대에 재학 중이던 큰형이 방학이면 고향에 올 때 사 온 어린이용 과학 서적을 읽고 감명받아 자연 과학자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도 밝혔다. 오스미 교수는 “기초연구를 하는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한 시스템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인들은 그가 성적은 늘 우등이었으나 엉뚱했다고 회고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탈의실 몰카’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기소의견 검찰 송치

    ‘탈의실 몰카’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기소의견 검찰 송치

      여자 수영 국가대표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국가대표 남성 수영선수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수영장 여성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촬영한 전 수영 국가대표 A(24)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6월쯤 충북 진천선수촌 수영장 여성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촬영한 혐의로 그간 세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선수들이 없는 시간에 몰래 탈의실에 들어가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사용한 카메라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그는 지인에게 자신의 노트북에 있는 몰카 영상을 보여줬고 지인이 이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리면서 꼬리를 잡혔다.  경찰은 A씨가 찍은 영상을 직접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경찰 관계자는 “하드디스크가 ‘덮어쓰기’ 됐으면 기술적으로 복구가 어렵다”며 “하지만 본인이 범행을 인정했고, 영상을 본 제3자가 있어 혐의 인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철없이 범행한 것을 후회한다. 남에게 유포하려던 것이 아니었고 호기심에 촬영한 것인데 일이 커져 죄송하다”고 말했다. A씨는 외부나 타인에게 영상을 유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미운우리새끼 허지웅, 비뇨기과 방문… “의욕 떨어진 상태… 성욕은 완전 제로”

    미운우리새끼 허지웅, 비뇨기과 방문… “의욕 떨어진 상태… 성욕은 완전 제로”

    ‘미운우리새끼’ 허지웅이 남성 갱년기 의심진단을 받았다. 30일 밤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허지웅이 비뇨기과를 방문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 허지웅은 비뇨기과 전문의에게 “현재 모든 것에 대한 의욕이 모두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성욕이 완전 제로다. 여자를 보면 반응이 오긴 하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심지어 집중력 저하로 생업인 글쓰기도 힘든 상태고, 식욕도 다 떨어졌다”며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근육량이 늘지 않는데 그 이유가 호르몬 수치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싶다”고 현재의 상태를 설명했다. 허지웅의 상태를 들은 의사는 “남성 갱년기가 빨리 올수도 있다”며 “지웅 씨 같은 경우는 남성호르몬 수치가 3.5로 떨어졌다. 이는 50대 후반의 수치 정도와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의사는 “허지웅씨가 느끼는 모든게 맞는것 같다. 호르몬 밸런스가 깨져있기 때문에 모든 욕구가 떨어질 수 있다. 근육량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치”라고 말했다. 의사는 “질병은 절대 아니고 삶의 질입니다. 치료를 꾸준히 하고 운동하면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의사는 앞서 ‘미운우리새끼’의 MC 신동엽이 허지웅에게 소개한 사람이다. 그는 “신동엽은 항상 남성호르몬 7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혀 웃음을 안긴 바 있다. 이에 허지웅은 “7이요? 그게 사람이에요?”라고 놀라면서도 “저도 7로 만들어주세요”라고 부탁해 웃음을 더했다.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성주 골프장에 사드 배치…중국 신화통신 “미국이 판 구덩이로 빠지는 것” 반발

    성주 골프장에 사드 배치…중국 신화통신 “미국이 판 구덩이로 빠지는 것” 반발

    지난 30일 국방부가 성주골프장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 언론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사드의 한반도 진입은 미국이 파놓은 구덩이로 빠져들어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늑대를 제집에 끌어들이는 것과 같다”, “불을 일으켜 자신을 태우는 것과 같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한 뒤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를 보호하려는 명목이지만 실제로 보호하는 것은 주한 미군의 안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사드 배치를 통해 북한으로부터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환상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것”이라며 심리적인 위안 외에 한국은 진정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드 배치 결정은 한국을 미국 전차에 묶인 ‘선봉대’로 만들어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전략과정에서 지역 패권을 얻는 데 사용되는 도구로 전락하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드 배치는 미국이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한걸음이자 미국이 서태평양 지역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요한 조치라면서 “앞으로 미국이 일본과 다른 국가에도 사드를 배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는 한국을 미국의 군사식민지로 전락하게 할 것이라고 한국의 평화인사가 경고했다”고 쓰기도 했다. 통신은 “사드 문제가 핫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연말의 대통령 선거까지 한국에는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며 지금이라도 사드 철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재난문자도 못 읽는 성인 512만명

    한국의 18세 이상 성인 4135만여명 가운데 생활에 필요한 읽기와 쓰기, 셈을 못하는 이들은 264만여명에 이른다. 이 중 낱글자나 단어 정도는 읽을 수 있지만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은 거의 없는 국민이 184만여명이다. 지진, 오존, 폭염 등 최근 석 달 동안 온 국민이 줄기차게 받은 재난안전 문자가 국민의 7%에게는 소용없는 것이었던 셈이다. 이들 말고도 한글을 읽고 쓰긴 해도 일상생활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국민도 248만여명이나 된다. 정부는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0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처럼 글을 읽고 쓰지 못하거나 크게 불편을 겪고 있는 ‘비(非)문해자’를 위해 관계 부처가 이들에게 다양한 문해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문해교육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문자해득능력과 사회·문화적으로 필요한 기초생활능력 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요에 비해 문해교육 기관과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고 부처 간 정보 공유 및 협력도 미흡한 실정”이라면서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문해교육 현황을 공유하고 협업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2014년 조사에서 비문해 인구를 264만여명으로 추정했으나 탈북자나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등 새로운 비문해계층을 포함하면 문해교육이 필요한 국민은 500만명을 웃돈다. 정부는 이들이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은행 거래나 대중교통 이용 등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불편 없이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 ‘광역거점기관’의 역할을 부여하고 이들이 운영하는 문해교육 프로그램에 교습과 강사비, 체험활동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 대상자에게 무료로 문해교과서를 제공하고 섬마을과 산간지역 등 오지에는 ‘찾아가는 문해교실’을 운영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보화교육기관에서 고령층, 결혼이민자 등 정보화 소외계층에게 정보화교육을 실시한다. 연 5만 5000여명에게 이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다문화가정과 탈북자 등 장기적인 언어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국가문해교육센터를 통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립국어원은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국어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수준별 교육 자료를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이기동 원장, 국감 질의에 “선생님”…“4·3 제주항쟁 폭동 공감” 논란

    이기동 원장, 국감 질의에 “선생님”…“4·3 제주항쟁 폭동 공감” 논란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73·사진)이 국정감사에 임하면서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수모를 당하다니, 못해먹겠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원장은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교육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 참석해 불성실한 태도로 지적을 받았다. 이 원장은 국감 시작부터 질의를 하는 국회의원에게 “선생님”이라고 호칭해 ‘본인이 어느 장소에 나와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는 지적을 여러차례 받았다. 또 제주를 지역구로 둔 오영훈 더민주 의원이 “4·3 제주항쟁을 공산폭도들이 일으켰다”고 적시한 내용에 대해 동의하느냐는 질의하자 “공감한다”고 말했다가 의원들이 제주 4.3사건 특별법의 내용을 설명하며 비난하자 뒤늦게 “양민학살”이라고 답변을 정정했다. 유은혜 의원이 이사장 선임 과정에 대해 질의하면서 “원장직 수락 전 청와대나 교육부의 지시나 협조요청을 받았냐”고 묻자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저는 목숨을 걸고 얘기하는데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뭐요?”라며 고함을 치던 이 원장은 언성이 높아지자 갑자기 “신체상에 문제가 있다”며 갑자기 화장실로 나가버렸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의 제지에도 회의장 바깥으로 나가버렸고 남아있는 의원들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황당해했다. 신동근 의원은 자리로 돌아온 이 원장에게 화장실에서 보좌관과 무슨 말을 했는 지를 물었다. 이 원장이 우물쭈물하자 신 의원은 “보좌관에게 ‘내가 안하고 말지. 이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못해 먹겠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하지 않았다. 사람이 많이 몰려드니까 ‘왜 이러는거야’라는 식으로 제지했다”고 해명했고, 유성엽 위원장은 “국회에 대한 모독이다.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는 망언이자 폭언”이라며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이 원장의 비서는 해당 발언을 인정했고, 이 원장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이 원장은 “제가 나이는 조금 먹었어도 부덕하다. 수도를 못했다. 쉽게 흥분하고 쉽게 화를 낸다. 부덕의 소치다”며 사과했다. 또한 이 원장이 화장실에서 돌아와 의자에 착석하자 옆에 앉아있던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의원님들한테 했다고 하지 마시고 기자들한테 했다고 하세요”라는 황당한 조언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이 원장에게 부적절한 조언을 한 것이다. 안 이사장은 “공공기관장의 한 사람으로서 함께 국민들 앞에서 이런 일이 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현장에 없었지만 상상한 것”이라며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안양옥 이사장은 지난 7월에도 국가장학금과 관련해 “빚이 있어야 파이팅이 생긴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기동 원장은 역사학자 이병도의 제자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옹호하는 대표적 원로학자다. 역사왜곡으로 논란이 됐던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교문위는 이 원장의 해임건의 및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 원장을 추천한 이영 차관의 이날 국감 출석을 결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GS칼텍스 “폐목재로 차세대 연료 생산”

    GS칼텍스가 밀짚, 볏짚, 옥수수대 등 버려지거나 폐기된 목재나 농작물로 차세대 연료를 양산하는 사업에 나선다. GS칼텍스는 29일 전남 여수시 GS칼텍스 여수 제2공장 인근에서 바이오부탄올 데모플랜트 착공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데모플랜트란 양산 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시범단계 생산시설이다.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총사업비 500억원을 들여 약 1만 5000㎡ 부지에 건립되는 이 공장에서는 연간 400t 규모의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한다. 공장에서는 폐목재와 폐농작물을 분쇄한 뒤 산(酸)과 혼합해 바이오 당(糖)을 만들고 자체 개발한 고성능 균주가 이를 먹고 배설하는 발효 및 정제 공정을 통해 바이오부탄올을 만든다. 폐목재, 폐농작물 등의 바이오매스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생산하는 탄소를 원료로 쓰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고 기존 석유계 부탄올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이오부탄올은 장기적으로는 엔진 개조 없이 휘발유 차량용 연료로도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어서 차세대 연료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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