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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3~4년? No! “10년은 걸릴 것”

    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3~4년? No! “10년은 걸릴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즉각 옮기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이전까지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백악관 측은 3~4년이면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전문가들은 이전 부지를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용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대니얼 샤피로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 선임연구원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샤피로 연구원은 “백악관은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지만 대사관 이전은 5~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9년 이스라엘과 서예루살렘 탈피오트 부지를 연간 1달러로 99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현재 비어있기는 하지만 대사관으로 쓰기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다. 1989년 탄자니아와 케냐에서 잇따라 발생한 미국 대사관 폭탄테러 사건 이후 ‘대사관 건물은 도로에서 3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안전규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지면적도 5만 6600㎡로 레바논에 새로 건립된 미국 대사관 부지 17만 4000여㎡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좁다는 것이다. 실제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역시 예루살렘 이전과 관련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부는 이자 없는 빚” 부산 칼국수집 사장 아너회원 가입

    “기부는 이자 없는 빚” 부산 칼국수집 사장 아너회원 가입

    “기부는 이자 없는 빚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내와 30평 남짓한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자영업자가 부산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한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상구 덕포동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해물왕창칼국수’를 운영하는 박기대(45) 사장이 8일 오후 133번째 부산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한다고 7일 밝혔다. 박 사장은 통장 잔고에 2000만원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앞으로 5년간 1억원을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기부는 이자 없는 빚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5년간 성실히 일하면 모두 갚을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고 가입 소감을 밝혔다. 또 자신처럼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널리 퍼져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기부와 나눔에 동참하길 바라는 마음도 한몫했다. 박 사장은 칼국수 가게에서 직접 면을 뽑고 아내는 설거지와 재료 손질 등 주방일을 하며 하루 12시간씩 일한다. 2014년 문을 연 칼국수 가게는 맛집으로 알려지면서 아파트 대출금도 모두 갚았고 이후 틈틈이 복지시설에 음식을 제공하거나 크고 작은 기부를 해왔다.아내와 중3·중1 두 아들, 초등 3학년 딸을 둔 박 사장은 ”5년간 1억원을 기부하려면 아이들 용돈을 줄이고 아내 월급도 제대로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가족 모두가 흔쾌히 아너 회원 가입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신정택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한참 자식을 키워야 하는 사람들은 보통 내 가족과 미래를 위해 타인보다는 자신의 인생 계획에 돈을 쓰기 마련이다“며 ”박기대 회원의 소중한 뜻을 널리 알려 더 많은 사람이 나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13년간 현지서 지켜본 ‘일본의 민낯’

    13년간 현지서 지켜본 ‘일본의 민낯’

    지난 9월 타계한 마광수 교수의 제자이자 스승을 이어 ‘윤동주 전문가’로 꼽히는 김응교(55) 숙명여대 교수(시인·문학평론가). 그는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야스쿠니 신사, 일본이 외면하고 있는 국가 범죄와 폭력의 실체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민낯을 그린 ‘일본적 마음’(책읽는 고양이)을 펴냈다.책은 단순한 인상비평에 그치지 않는다. 1996년부터 2009년다지 13년간 일본에 체류하며 학자로서, 타자로서 보고 듣고 체험하며 쌓은 기록이다. 김 교수는 1999년 5월 일본 3대 축제로 꼽히는 도쿄 아사쿠사의 산쟈 마쓰리에 참가했다. 당시 와세다대학의 30대 객원교수로, 한국과 일본 문화를 비교 연구하던 그로서는 대단한 용기를 발휘한 것이었다. 엉덩이가 훤히 드러나는 훈도시(전통 속옷)만 걸친 채 거친 몸싸움을 벌이며 ‘잇쇼켄메이’(의역하면 열심히 하자는 다짐이 되겠다)를 내지르는 수천명의 사내들 속에 김 교수도 있었다. 책에는 이처럼 그가 일본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 13년 동안 일기 또는 편지처럼 쓴 수천장의 원고지 가운데 일본인에 대한 자신만의 인문적 통찰을 추려낸 ‘일본인론’이 담겼다. 6일 만난 김 교수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대에 한국과 일본이 함께 살아갈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책을 냈다”며 “죽음을 숙명처럼 가볍게 받아들이며 체념하고 복종하는 일본인만의 정신세계를 엿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일반 책의 3분의2 크기인 문고본 판형인데도 꽤 알차다. 일본인의 미학적 관념부터 문화, 문학, 작가, 역사 인식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지적 관심과 인문적 성찰이 부드럽지만 날카롭고 거침없이 전개된다. 김 교수가 본 일본인 정신은 그가 ‘질서 속의 초질서’로 표현한 집단주의와 육체화된 체념, 인간을 신으로 만들 만큼 강렬한 죽음에 대한 미화다. 그는 메이지유신 이후 전사·전몰자 246만 5000명을 일본의 신으로 모신 야스쿠니 신사를 대표적 미화의 공간으로 꼽는다. 일급 전범부터 이름도 없는 군도에서 숨진 이등병까지 전과에 따라 줄을 세운 신들의 집합소. 현대에 들어서는 순직한 자위대원 464명도 새로 신이 된 곳이다. 김 교수는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세뇌 공장’이라고 책에서 표현했다. “야스쿠니는 우리 말로 평화로운 국가라는 뜻인데 이 신사를 만든 메이지 천왕은 15년 전쟁을 일으켰고, 히로히토 천왕은 태평양전쟁을 일으켰어요. 일본 군인들은 알았어요. 싸우다 죽으면 신이 되고, 포로가 되면 신이 되는 걸 포기하는 거라는 것, 그러니 옥쇄를 했죠. 야스쿠니는 일본의 국가중심주의와 선민의식의 판타지를 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에요.” 그가 보기엔 하루키 문학도 죽음과 닿아 있는 일종의 판타지다. 김 교수는 그의 문학을 일본인을 위한 롯데월드 같은 ‘하루키 놀이공원’이라고 말한다. “일본인 중에서는 하루키 소설을 비타민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요. 표면적으로는 무국적이나 미국적으로 느껴지지만 동시에 가장 일본적인 작가입니다. 글쓰기 스타일도 빈틈을 주지 않는 전체주의적이고, 작품마다 일본인에게 내재된 죄의식과 수치심을 치유하는 느낌을 줍니다. 일본인 대다수는 역사적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무의식 상태에서 치유받는 거예요. 2002년에 발표한 ‘해변의 카프카’에서 군복을 입은 남성이 여성을 강간하는 장면을 풀어 가는 방식을 봐도 일본 체제에 대해 속죄해 주는 의식이 있어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많았습니다. 최근 그의 소설과 말이 변화를 보여 주고 있지만 힐링의 문학으로 통하는 이유죠.” 김 교수는 자신의 일본관, 혹은 일본인론이 일본의 전부는 아니라는 ‘타자로서의 한계’를 인정한다. 그가 책 제목으로 일본(의) 마음이 아닌 출판사가 제시한 일본적 마음이라는 문법적으로 어색하고 알 듯 말 듯한 제목에 선뜻 동의한 이유다. 글 사진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이동통신망을 사용해 손쉽게 스마트팩토리 전환한다

    이동통신망을 사용해 손쉽게 스마트팩토리 전환한다

    4차산업혁명의 원류는 독일의 제조업 혁신정책인 ‘인더스트리 4.0’에서 비롯된다.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의 전통적인 방식에 첨단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켜 스마트 팩토리로 바꿔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방안을 갖고 있다.이런 추세는 독일 뿐만 아니라 많은 선진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다. 국내 연구진도 스마트 팩토리에서 나오는 제품의 기획에서 설계, 생산, 유통, 판매 전 과정을 이동통신기술을 손쉽게 접목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동응용연구부 연구팀은 이동통신 기술을 스마트 팩토리 생산 자동화 시스템에 적용해 산업용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지금까지 공장 같이 전통적인 제조업 현장에서는 자체 IT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 공장 내부망으로 사용되는 유선통신 기술은 해킹이나 외부의 영향을 덜 받아 신뢰도는 높지만 이동작업에는 적합치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공정 변화에 따른 작업동선 재배치나 기계나 로봇의 이동선을 위해 유선망을 다시 깔아야 하는 등의 불편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 공장에서는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같은 무선통신기술을 활용하지만 통신거리가 짧기 때문에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제조업 분야에서는 쓰기에 무리가 있었다. 연구팀은 유선통신망과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같은 단거리 무선통신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마트폰 방식의 셀룰러 이동통신기술을 적용해 기지국이 서비스하는 반경 내에서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일반 이동통신망처럼 활용되기 때문에 공장과 소비자간 물류, 유통 단계에서도 통신이 가능하게 된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로 LTE 신호보다는 주파수 대역폭이 좁아 전송속도는 느리지만 소량의 데이터를 저전력으로 장거리까지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1㎢ 내에서 5만대 이상 단말기와 연결할 수 있다.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셀룰러 이동통신 기반 산업용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지난 5일 경북 구미 종합비즈니스 지원센터에서 시연했다. 시연회에서는 생산라인에 설치된 소음 및 이동감지 센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단말기로 보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정현규 ETRI 5G기가서비스연구부문장은 “이번 기술은 생산 자동화를 위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의 혁신적 도구가 될 것”이라며 “5G 이동통신 기술과 결합될 경우 공장 특성에 따라 모든 기기에 센서를 붙여 공장 정보를 멀리서도 관리할 수 있고 이동형 로봇을 활용해 주문량에 따라 실시간으로 작업환경을 변화하는 등 맞춤형 생산라인 구축이 쉬워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펭귄은 어디에…中 동물원, 허위 광고의 끝판왕

    펭귄 및 희귀 동물들을 보여주겠다던 동물원에 황당한 ‘동물’들이 등장했다. 인민망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중국 남부 광시성 위린시에 있는 한 동물원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단 이틀간, 이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펭귄을 포함해 희귀 동물들을 전시하겠다고 홍보했다. 이에 주민들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은 행사 시작 당일, 1인당 15위안의 입장료를 내고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동물원에 입장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관람객들을 기다린 것은 펭귄이 아닌 펭귄 풍선이었다. 바람을 불어넣어 세워놓는 형태의 펭귄 풍선이 좁은 ‘우리’(?)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던 것. 희귀 동물을 전시한다는 광고도 거짓이었다. 펭귄 풍선 ‘10마리’ 옆에는 희귀 동물 대신 닭이나 거위, 거북 등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들이 좁은 철창 안에 가둬져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관람객들에 의해 알려지자 해당 동물원 대표는 “‘펭귄 풍선’은 애초 우리가 계획했던 이벤트가 아니다. 우리도 외부 업체와 계약을 하고 펭귄을 전시하기로 했는데, 이벤트 당일이 되어서야 진짜 펭귄이 아닌 펭귄 풍선이 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하지만 이미 관람객들이 입장한 상태여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닭이나 거위 같은 동물이 전시돼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 동물들은 악어의 먹이로 쓰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동물원 어디에서도 악어를 볼 수 없었던 관람객들은 이 같은 해명에 더욱 비난을 쏟아냈다. 관람객들은 동물원을 상대로 환불을 요청했으며, 해당 동물원은 이벤트를 연 지 5일 만에 폐관 요구를 받는 신세가 됐다. 동물원 측은 “해당 이벤트를 주관했던 외부 업체 측에 사태의 책임을 물으려고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인민망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3년 동안 잠자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본격가동

    3년 동안 잠자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본격가동

    <과기정통부, 연구사업 촉진 전략 제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는 연구개발(R&D) 생산성을 높이고 과학기술 관련 고급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연구산업 혁신성장전략’을 5일 발표했다. 연구산업은 R&D가 진행되는 동안 필요한 각종 연구 서비스와 장비 개발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과기정통부는 R&D 효율을 높이고 연구지원 산업 분야도 육성하기 위해 연구관리 활성화, 연구개발 서비스산업 발굴 및 육성, 연구장비 국산화 확대 등 5대 전략 18개 중점과제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236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재가동>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 완료에 따라 국내 유일의 연구용원자로 ‘하나로’를 5일 오전 8시부터 재가동했다고 밝혔다.하나로는 2014년 7월 가동 정지 후 내진보강공사, 대전 시민검증단 검증, 원안위 정기검사를 거친 뒤 다시 가동되게 됐다. 이에 따라 희귀소아암 치료, 비파괴검사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이 재개되는 한편 2차전지 기술, 차세대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개발 등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대 공대, 예비공학도 캠프 참가자 모집> 서울대 공과대(학장 차국헌)가 현재 고등학교 2학년 자연계열 중 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을 위한 ‘겨울 청소년 공학 프런티어 캠프’를 준비하고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캠프는 내년 1월 16~19일, 1월 23~26일 두 번 열린다. 참가자들은 2박 3일 동안 공학실험과 연구실 체험, 공학 특강 및 토론, 글쓰기, 입학설명회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 참가 희망자는 오는 26일까지 공대 홈페이지(http://beegineers.snu.ac.kr)에 신청하면 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나는 쓴다… 글 밥 중에 제일 비싼 밥… 내 삶이 곧 드라마니까…”

    “나는 쓴다… 글 밥 중에 제일 비싼 밥… 내 삶이 곧 드라마니까…”

    코끝 시린 계절. 퇴근길 발걸음을 재촉하는 ‘도깨비’ 같은 드라마 한 편이 기다려지는 시기다. 과거엔 드라마 하면 유명 PD의 이름을 먼저 떠올렸지만, 요즘은 작가가 누군지를 먼저 찾는다. 그만큼 드라마 제작에 있어 작가의 파워가 강해졌다는 얘기다. 김수현 작가를 비롯해 김은숙, 노희경, 박지은, 김순옥 작가 등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이들 스타 작가의 경우 미니시리즈 기준으로 회당 1억원에 가까운 원고료를 받기도 한다. 때문에 드라마 작가가 선망의 직업이 된 지 오래. 하지만 작가가 되는 것도, 작가로 빛을 보는 것도 멀고 험한 일이다. 매년 수천명의 지망생들이 바늘구멍 같은 좁은 길로 들어서고 있다. 올 초 한 방송사의 드라마 극본 공모에는 3000편이 훌쩍 넘는 작품들이 몰렸다. 이 중에서 뽑히는 건 고작 10편 정도. 그러나 당선됐다는 기쁨도 잠시, 원고가 방송국 사물함 한편을 차지한 채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최근 단막극 데뷔를 앞둔 드라마 작가들의 공통점을 뽑아봤다. 평균 나이는 37세인 이들은 하루 평균 2~3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7~8시간 글을 쓰고, 3~4번의 공모 끝에 당선됐다. 남녀 비율은 여자가 남자보다 4배 더 많았다. 학원 강사, 교사, 잡지사 기자, 정보기술(IT) 회사·건설회사·비정부기구(NGO) 직원, 연극배우, 만화 일러스트레이터, 광고회사 직원, 방송 구성작가, 의대생 등의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올해 극본 공모에 당선된 CJ E&M ‘오펜’과 KBS 인턴 작가 대상 설문조사). 이들은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가 많아서, 글 쓰는 게 행복해서, 글 밥 중에 제일 비싼 밥이니까, 이제는 더이상 그만둘 수 없어서…’ 등의 이유로 드라마를 쓴다고 했다. 판타지든, 막장이든, 현실감 넘치는 생활극이든 드라마는 결국 이들의 삶이며, 이들의 경험이 곧 드라마가 된다.●5번만에 당선 “드라마 데뷔 경이로와” tvN에서 지난 2일 첫선을 보인 단막극 시리즈 ‘드라마 스테이지’ 제작발표회에서 최지훈(31)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드라마로 나오는 것에 대해 “경이롭다”고 감격해 했다. CJ E&M의 공모전 ‘오펜’을 통해 데뷔한 그에 따르면 드라마를 쓰는 일은 무한한 용기와 치열함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는 드라마 스테이지의 문을 여는 자신의 작품 ‘박대리의 은밀한 사생활’에 자신의 경험담은 물론 소망도 녹였다.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낮에는 보수적인 건설회사에 다니는 성실한 회사원으로, 밤에는 인기 로맨스 소설 작가로 변신한다. 작가 역시 건축 관련 일을 하며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짬짬이 글을 썼다. 2년 전쯤 외국에 나가서 살 생각으로 호주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하던 일을 관두고 본격적으로 드라마 작법 공부를 시작했다. 글을 쓰는 틈틈이 공사나 설비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리고는 5번의 도전 끝에 당선됐다.●드라마 되기까지 10여차례 수정은 기본 공모 당선이 작가가 되기 위한 유일한 길이지만 간택된 원고가 모두 드라마로 제작되는 것은 아니다. 참신하고 재미있는 소재라도 영상화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 때가 안 맞아 끝내 카메라에 담기지 못하기도 한다. 드라마로 빚어지기까지 10여 차례의 대본 수정은 기본이다. 오펜의 박주연(30) 작가는 “글은 혼자 쓰는 것이지만 드라마로 나오는 것은 절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머릿속에 있던 것을 카메라에 담기까지 감독과 수없이 논의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혼나기도 하며, 원고가 되돌아와 밤샘 작업을 해야 하는 등 고충을 겪는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쓴 사형수가 죽기 전 먹는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인에 관한 이야기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자’가 현재 단막극으로 제작 중이다. ●미니시리즈 관문 넘기까지 백수 처지 단막극 ‘입봉’(영화, 드라마 등에서 처음으로 영상물을 만드는 것) 이후 드라마 작가로 번듯하게 서려면 ‘미니시리즈’라는 관문을 지나야 한다. 단막극이 아닌 호흡이 긴 작품으로 승부를 보지 못하면 데뷔를 하고도 백수의 삶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된다는 게 드라마 작가의 현실이다. 2014년 KBS 극본 공모에 당선돼 단막극 신고식을 치렀던 신수림(40) 작가가 또다시 극본 공모의 문을 두드린 이유다. 그는 9일 자신의 두 번째 단막극 ‘B주임과 러브레터’(tvN)의 방영을 앞두고 있다. 신 작가는 “5년 전 회사를 관두고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공모에만 당선되면 끝일 줄 알았는데, 새로운 작품으로 계약을 따내지 못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털어놓았다. ‘중고 신인’인 그는 “내가 작가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제일 무서웠다”고 말했다. ●자기와의 싸움… “정신적 스트레스 심해” 작가로 오롯이 서기까지 길게 10년을 봐야 한다고 한다. 이 기간 작가 지망생들을 가장 괴롭히는 건 가족 및 주변의 이해 부족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익명을 요청한 작가 A씨는 “보조작가 시절, 하루 평균 18~20시간씩 일하며 10년을 버텨왔다”면서 “이제야 겨우 작가의 길에 한발 다가섰지만, 나의 꿈을 위해 가족들을 희생시키는 것 같아 늘 미안함과 조바심, 압박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힘든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삶의 애환을 나누고, 때때로 동화 같은 판타지도 심어주면서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하던 드라마에 대한 추억과 로망이 가슴속에 여전하기 때문이다. A씨는 “20년 전 노희경 작가의 ‘내가 사는 이유’를 보고 저런 건 어떤 사람들이 쓰는 걸까 생각했었다”면서 “나와 내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신수림 작가는 작가가 되려면 글쓰기만큼 버티기 능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작가 지망생들의 커뮤니티에서 ‘제가 재능이 있나요?’ 이런 질문이 자주 올라오는 걸 봅니다. 저 역시 지금도 계속 질문해요. 하지만 이미 발을 디뎠다면 그건 내가 잘하고,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죠. 그러면 더이상 의심하지 말고 그저 버티는 게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길고 긴 터널을 지나는 중이라고 생각하면서.”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옥스포드 대학출판부 ‘옥스포드 데이 2017’ 성황리 마쳐

    옥스포드 대학출판부 ‘옥스포드 데이 2017’ 성황리 마쳐

    영국 옥스포드 대학 소속으로, 출판을 통해 옥스포드 대학의 가치인 연구와 학문·교육 분야에 기여하는 옥스포드 대학출판부(Oxford University Press)가 지난달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옥스포드 데이 2017(Oxford Day 2017)’를 성황리에 마쳤다. 450여 명의 교사들과 함께 진행한 이번 행사는 ‘Engage, equip and empower: Smart strategies to help students grow and become successful learners.’를 주제로 했다. 옥스포드 대학출판부 한국지사 관계자는 “옥스포드 데이는 한국에 거점을 둔 ELT 교사를 위한 자리”라며 “초등학교 영어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워크숍과 이벤트, 티칭 리소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옥스포드 초등 코스북의 베스트셀러인 ‘Let’s Go’의 저자 바바라 호스킨스 사카모토(Barbara Hoskins Sakamoto) 여사와 아시아 각국에서 초빙된 4명의 영어 교육 전문가가 국내 교육 여건을 반영한 교수법과 실용적인 티칭 팁을 공유했다. 학생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통해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Growth Mindset’과 영어에 대한 흥미와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등을 개발할 수 있는 옥스포드만의 창의적인 티칭 노하우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 여기에 옥스포드의 신간인 Oxford Skills World도 소개되었다. Oxford Skills World Reading with Writing은 읽기와 쓰기 스킬 향상을 도와줄 옥스포드의 6단계 초등 스킬 시리즈이다. 한편 옥스포드 대학출판부 측은 앞으로도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옥스포드 데이를 개최하고, 외국어로서의 영어 교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겠다는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비크람 “한글 힌디어와 비슷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비크람 “한글 힌디어와 비슷해”

    최근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인도 편에 출연한 비그람의 한국어 공부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된 가운데 그의 인스타그램에 한국어 수업 영상이 게재됐다. 3일 인스타그램에는 한국어 과외를 받는 비크람의 영상 한편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선생님이 화이트보드에 쓰여진 한글을 가리키자 막힘없이‘가나다라’를 대답하는 비크람의 모습이 담겼다. 비크람은 “또다시 즐거운 한국어 수업을 받았어요!”라며 “자음과 모음을 배우고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심지어 문장 쓰기와 어순 또한 힌디어와 매우 유사한 걸 깨달았죠!”라며 “몇몇 한국어 단어들은 힌디어와 비슷하기도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예를들어 마시는 차를 나타내는 힌디어의 ”차이“와 한국어의 ”차“가 그 예입니다!”라며 “다음 수업부터는 문장을 함께 구성하는 법에 대하여 배울 예정입니다! 화이팅!”이라고 썼다. 한편 비크람은 지난달 21일부터 한국어 배우기를 받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일주일에 3번씩 한국어 과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bikramuberoi Instagram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이민자 시선… 한국계 작가, 美 홀리다

    이민자 시선… 한국계 작가, 美 홀리다

    재일동포 ‘자이니치’ 가족사 다뤄재미동포 이민진(49) 작가의 소설 ‘파친코’가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의 ‘2017년 올해의 소설 5권’에 선정됐다. 뉴욕타임스는 매년 소설과 비소설 5권씩, 베스트 서적 10권을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영국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여기에 포함됐다. 이 작가는 7살이던 1970년대 부모님을 따라 뉴욕 퀸스로 이주해 맨해튼에서 성장기를 보낸 한인 1.5세다. 예일대를 거쳐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했다. 고교 시절부터 재능을 보였던 글쓰기로 10년 전부터 복귀해 작품을 써 왔다. 파친코는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소설에서 이 작가는 같은 이민자의 시선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동포 ‘자이니치’의 삶을 바라봤다. 소설은 일제강점기 직전부터 1980년대까지 재일동포 4대의 가족사를 다뤘다. 이 작가가 자이니치의 존재 자체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생이던 1989년이었다. 상승 욕구가 강한 재미동포들과 달리 많은 자이니치들이 일본 사회경제적 사다리의 아래쪽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호기심이 생겼다. 실제로 작가는 일본계 미국인인 남편이 2007년 도쿄의 금융회사에 근무하게 돼 4년간 함께 일본에 머무르며 자이니치에 대한 호기심을 직접 탐사했다. 일본의 도박 게임장인 파친코 업자들과 술집 여종업원 등으로 일하는 자이니치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채집해 소설에 녹였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속 뚫리는 영어…속 풀리는 광진캠프

    속 뚫리는 영어…속 풀리는 광진캠프

    서울 광진구가 다양한 체험 위주의 실속 있는 ‘겨울방학 영어캠프’를 마련했다. 광진구는 “지역 내 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영어를 알차게 배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30일 밝혔다.캠프는 지역 내 초등학교 4~6학년 200명을 대상으로 내년 1월 12~26일 건국대 인문학관에서 진행된다. 원어민 강사와 한국인 지도 교사 등 28명이 듣기·말하기·읽기·쓰기 등 4가지 영역을 골고루 발달시키는 교육을 한다. 참가자는 학교별 인원 배정과 학교장 추천으로 선발한다. 참가비는 1인당 28만원이다. 구에서 17만원을 지원하고 본인 부담은 11만원이다. 단 저소득층 자녀는 참가 인원 10% 범위 내에서 수강료 전액을 지원한다. 구 관계자는 “지난 7~8월 ‘여름방학 영어캠프’ 참가 초등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2.1%가 만족한다고 답했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수준별 교육 과정을 통해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교육 내실화를 기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편적 교육복지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책 읽는 송파…‘향나도’ 벌써 120회

    책 읽는 송파…‘향나도’ 벌써 120회

    서울 송파구의 도서 추천 영상 콘텐츠 ‘향나도’가 이달로 120회를 맞이했다. 송파구는 “향나도는 송파 전역에 독서 문화를 확산하며 송파구의 민선 6기 역점 사업인 ‘책 읽는 송파’를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향나도는 2013년 시작됐다. ‘향기 나는 나의 도서를 소개합니다’의 줄임말로, 지역 주민들이 직접 출연해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도서 한 권을 소개하고, 간단한 소감을 밝히는 약 3분 분량의 영상물이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민선 6기 취임 이후 기존 슬로건 중심의 독서 운동에서 벗어나 구민들이 실질적으로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끝에 향나도를 추진하게 됐다. 문정초등학교장, 송파소방서장, 송파서점조합장 등 유관기관 단체장부터 다문화주부, 군인 등 주민들까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출연해 독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향나도 100회에는 박 구청장이 출연해 고전의 중요성을 담은 책을 소개했다. 제작된 영상물은 구청사, 주민센터 등에 설치된 TV를 통해 방송된다. 박 구청장은 “독서가 ‘마음먹고 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생활습관으로 자리잡길 바라는 마음에서 영상물을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주민은 “출연자가 대본을 직접 쓰기 때문에 나만의 영상 독서 감상문이 완성된다는 점에서 독서에 대한 멋진 추억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 3일과 23일 구청에서 향나도 출연자들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간담회에서 출연자들은 향나도 출연 이후 변화, 독서문화 운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 구청장은 “다양한 분야의 주민들을 향나도에 참여시켜 책 읽는 문화를 관내뿐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훈련 감옥’ 가둬서야 될까요?/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훈련 감옥’ 가둬서야 될까요?/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멀리 정문이 보이기 시작하자 진눈깨비가 소담스러운 눈송이로 바뀌어 내렸다. 충북 진천의 국가대표 선수촌을 찾았던 지난 23일 아침이었다. 한국체육언론인회의 계간지 스포츠저널코리아 편집위원으로서 선수촌 르포를 쓰기 위해서였다. 전에 사격이나 농구 취재 때문에 찾았던 곳이지만 2009년부터 2단계 공사 끝에 완공된 시설을 본격적으로 둘러본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5130억원을 들인 시설은 태릉과 비교하는 일이 어색할 만큼 훌륭했다. 한번에 358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태릉에 견줘 이곳은 1150명이 묵을 수 있는 등 모든 면에서 3배로 압도했다. 수영센터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지 않게 공기공조시스템을 갖췄고,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전무이사가 두 달에 한 번 찾아와 사대 위의 처마를 어떤 각도와 길이로 지어야 하는지까지 꼼꼼히 조언했다는 설명을 들으며 참 정성을 많이 들였다고 생각했다. 선수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장비가 눈비에 젖지 않도록 차양을 설치한 것도 세심하게 마음을 쓴 것으로 보였다. 웨이트트레이닝 센터나 메디컬 센터에 가득 들어찬 첨단장비 등은 입이 떡 벌어지게 했다. 하지만 돌아보는 내내 머릿속에는 하나의 궁금증이 떠나지 않았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은 시설을 모두가 누리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태릉선수촌 역사가 시작된 것이 1966년 6월이었다. 국가 주도로 엘리트 선수를 집중 조련해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들의 자신감을 북돋우는 것이 빛이었다면 저변을 확대하지 못하고 생활체육인들을 소외시킨 그늘도 존재했다. 이런 답답한 속내를 이재근(67) 선수촌장이 알고 있었다는 듯 확 뚫어줬다. 경북도청 공무원으로 출발해 상주시 부시장을 거쳐 경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을 맡아 체육계에 발을 들인 이 촌장은 지방인으로 최초, 비경기인 출신으로는 1985년 김집 훈련원장 이후 32년 만에 선수촌 살림을 맡게 돼 화제가 됐다. 이 촌장은 “이렇게 크고 훌륭한 시설을 ‘훈련 감옥’으로 둬서야 되겠느냐”고 되물은 뒤 “당장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는 데 집중해야겠지만 대회가 끝나면 의견을 수렴해 시설을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진천군민 등 하루 찾는 인원이 70~80명은 된다고 했다. 이 촌장은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의외로 국민들이 훈련 모습을 지켜보면 더 신이 날 것 같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며 “훈련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만 지켜진다면 일부 반대하는 지도자들의 마음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컬 센터를 돌아보며 이 촌장은 누군가와 통화했다. 다음달 8일 경북도체육회 200여명을 초대해 시설을 돌아보게 하고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의 강연도 듣는 기회를 갖자고 상의하고 있었다. 엘리트 훈련 시설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체육 지도자들과 마음의 벽을 트는 기회란 의미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2020년에 창립 100주년을 맞는 대한체육회와 어느새 반세기를 훌쩍 넘긴 선수촌으로선 올바른 방향을 잡은 것이라 여겨졌다. bsnim@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유럽식 문어요리, 그 변신은 무죄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유럽식 문어요리, 그 변신은 무죄

    “아니, 이걸 이렇게 요리한다고요?” 이탈리아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할 무렵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문어 요리다. 주어진 레시피에는 문어를 한 시간 동안 끓는 물에 삶으라고 적혀 있었다. 10분이 잘못 적혀 있는 게 아닐까 하며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분명 1시간이었다.한국인에게 문어 요리라고 하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얇게 썰어 먹는 숙회 형태를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쫄깃쫄깃한 식감에 짭조름하면서 씹을수록 퍼지는 은은한 문어의 단맛. 이것이야말로 문어를 먹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던가. 자칫 문어를 오래 익히면 질기고 딱딱한 고무처럼 변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상식이다. 그런 문어를 1시간이나 익히라니. 물이 끓는 냄비 안에 문어를 집어넣고 기다리는 동안 나의 머릿속에는 의심과 불신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맛은 둘째 치더라도 과연 먹을 수나 있을는지.한 시간이 지난 후 냄비에서 꺼낸 문어는 너무 익은 탓인지 보랏빛 껍질이 쉬이 벗겨지며 흰 속살이 드러났다. 마치 보면 안 되는 것을 본 듯한 묘한 죄책감이 드는 것도 잠시. 반신반의하며 다리 한 조각을 잘라 입안에 넣었다. 맛은 문자 그대로 반전이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히면서 문어의 향과 맛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게 아닌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문어는 오직 숙회로만 먹는 것이 미덕인 줄 알았던 나의 좁은 식견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유럽에서 문어는 지역에 따라 다른 대접을 받아 왔다. 지금은 덜하지만 과거 북유럽 사람들에게 문어는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었다. 각종 신화나 전설에서 알 수 있듯 문어나 오징어를 비롯한 두족류는 뱃사람들을 괴롭히는 괴물로 묘사됐다. 기분 나쁘게 생긴 피부에 발이 여덟 개나 달리고 흐물흐물한 촉수로 먹잇감을 재빠르게 사냥하는 문어를 보고 사랑스럽다고 여길 뱃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으리라. 조선시대 후반까지 못생긴 외모 때문에 잡히는 족족 바다에 버려졌던 아귀처럼 문어도 이와 비슷한 신세였다. 영화나 소설 등 많은 공상과학 장르에서 종종 외계인이 두족류로 그려지는 것도 서양인이 문어에서 느끼는 공포감에서 비롯됐다는 설득력 있는 분석도 있다. 반면 대서양과 지중해에 인접한 남유럽에서 문어는 환영받는 존재다. 유쾌하고 풍류를 사랑하는 남유럽 사람들의 기질 때문일까. 와인과 곁들여 먹는 별미로 통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고 그리스 연안 지역의 식당에선 문어 요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잘 알려진 문어 요리는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명물 ‘풀포 아 페이라’다. 직역하자면 ‘시장 스타일 문어 요리’로 생긴 건 영락없는 숙회 한 접시다. 차이점이 있다면 숙회와는 달리 쫄깃한 맛이 덜하고 참기름 대신 올리브유가, 초고추장 대신 훈제한 고춧가루가 뿌려지는 정도라고 할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단순하면서 소박한 장터 요리지만 파에야, 타파스와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요리로 자리잡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문어를 요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풀포 아 페이라의 경우처럼 오래 삶아 부드럽게 익히거나 불에 굽는 식이다. 우리야 ‘씹는 맛’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지만, 서양인들은 그러한 식감을 두고 ‘고무 같다’고 표현한다. 그들에게 요리된 음식이란 입안에서 부드럽게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지 무리하게 힘을 주면서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양 요리의 기본 수칙도 재료가 딱딱하거나 질기지 않도록 ‘부드럽게 익힐 것’이다. 문어를 비롯한 연체동물은 생선보다 3~5배나 많은 콜라겐 조직을 갖고 있다. 문어의 콜라겐 조직은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데 열을 받으면 조직이 수축돼 금세 질겨진다. 오래 열을 가하면 콜라겐 결합조직이 끊어지면서 부드러워진다. 그렇다고 너무 장시간 삶으면 살이 으스러질 정도로 퍽퍽해지고 맛이 빠져나가 버린다. 스페인 문어 요리의 본고장인 갈리시아에는 문어만 전문적으로 삶는 사람을 지칭하는 ‘풀페이로스’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문어 삶기는 꽤 기술을 요하는 일이다. 요리학교 과정을 마치고 실습을 했던 시칠리아 레스토랑에도 문어 요리가 있었다. 부드럽게 익힌 문어를 숯불에 한 번 더 구워 병아리콩 크림과 함께 먹는 요리였다. 당연히 손질은 막내인 나의 몫이었다. 문어를 잘 씻어 내장과 눈, 이빨을 제거한 후 와인과 각종 향신료를 넣은 물에 한 시간 정도 익힌 다음 쓰기 좋게 진공포장하는 일이었다. 문어는 계절을 타지 않아 언제나 인기가 높았다. 접시가 나가면 손님들의 찬사가 어김없이 되돌아왔다. 찬사는 당연히 셰프를 향했지만 문어 손질을 한 나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곤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친구들에게 먹일 요량으로 유럽식으로 문어를 요리했다. “이걸 이렇게 요리한다고?” 예전의 나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에게 접시를 내려놓으며 슬쩍 한마디를 했다. “어서 와. 유럽식 문어는 처음이지?”
  • 새달 1·2ℓ용 쓰레기 봉투 판매

    다음달부터 1인 가구를 위한 1ℓ, 2ℓ 소형 종량제 봉투가 판매된다. 또 시·도가 달라도 마트에서 인접 지역의 재사용 종량제 봉투를 팔 수 있다. 환경부는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을 위와 같이 일부 개정한다고 29일 밝혔다. 기존 가정용 종량제 봉투 가운데 최소 용량은 3ℓ였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쓰기에는 이마저도 용량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조사한 결과 20ℓ 대용량 종량제 봉투 판매량은 2005년 2억 8900만장에서 2015년 2억 600만장으로 약 11%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1인 가구는 317만 가구에서 520만 가구로 64% 늘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발빠른 日… 미사일 낙하 전 신속대응

    발빠른 日… 미사일 낙하 전 신속대응

    일본 정부는 29일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낙하하기도 전에 기자회견을 여는 등 민감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새벽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 행위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 납치·핵·미사일 문제 해결 없이 북한에 밝은 미래는 없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시간은 미사일 발사에서 44분이 지난 오전 4시 2분으로, 미사일 낙하 시간(4시 11분)보다 9분 앞섰다.아베 신조 총리도 이날 오전 6시 10분쯤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앞서 기자들에게 “어떠한 도발 행위에도 굴하지 않고 압력을 최대한 높여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약 20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대북 압력을 강화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군사력’ 강화를 급속화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이 2022년까지 우주 감시 전용 부대를 항공 자위대에 신설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전했다. 우주 공간에서 급증하는 우주 쓰레기의 처리나 수상한 위성의 움직임 탐지 등이 명분이지만, 북한 등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추적 및 대응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임무로 알려졌다. 주일미군의 일본 내 공군력의 전진 배치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태평양에 근접한 일본 중부 가나가와현의 주일미군 아쓰기 기지를 거점으로 하는 미 항모 함재기 가운데 주력기인 FA18 전투기 등 15기가 28일 야마구치현 이와쿠니기지에 도착했다. 내년 5월까지 함재기가 단계적으로 이전되고, 항공모함단 사령부도 이와쿠니로 이전되는 등 항공전력의 이전 작업이 본격화됐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이날 전했다. 함재기 이전이 완료되면 이와쿠니 기지는 120대의 전투기를 보유,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와 함께 미군의 아시아 지역을 지탱하는 극동 최대의 항공기지가 된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투깝스’ 혜리 조정석, 의도치 않은 동침 “다리가 올라왔어”

    ‘투깝스’ 혜리 조정석, 의도치 않은 동침 “다리가 올라왔어”

    ‘투깝스’ 혜리 조정석이 의도치 않은 동침을 하게 됐다.지난 27일 첫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에서는 조정석과 혜리가 불편한 첫 만남을 가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형사 차동탁(조정석 분)은 용팔이(이시언 분)를 맨손으로 잡는 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영상을 보던 중 송지안은 차동탁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형사 조항준(김민종 분)의 전 파트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항준 죽음과 관련된 비리를 밝히려는 송지안은 차동탁에게 전화했지만, 차동탁은 조항준을 언급한 송지안에게 분노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기사를 쓰기 위해 경찰서로 들어 온 송지안은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해 기자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기자실에는 송지안보다 먼저 차동탁이 들어와 있었다. 남자 숙직실이 공사중이었던 것. 앙숙 두 사람은 의도치 않게 동침을 하게 됐다. 동침 사실을 안 송지안은 “차형사님이 왜 내 이불 속에 들어와있는 거에요?”라며 버럭 화를 냈다. 차동탁 또한 “송 기자가 왜 여기 있습니까? 여기 경찰서인데. 제 위에 그쪽 다리가 올라와 있었어요”라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사진=MBC ‘투깝스’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생태 돋보기] 똥의 생태학/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생태 돋보기] 똥의 생태학/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어릴 적 화장실은 재래식, 푸세식이었다. 이름도 ‘변소’ 또는 ‘뒷간’이라 불렀다. 이 뒷간의 기능은 말 그대로 대소변을 보는 곳이었다. 우리네 조상들은 그 변을 정성스레 모았다. 그 대소변은 매우 영양분이 풍부해 거름으로 쓰기 위해 발효시켜 이른 봄 들녘에 뿌리는 일은 한 해 농사의 시작이나 다름없었다. 그 냄새 또한 온 동네에 진동하기도 했는데 다들 그 냄새를 뚫고 잘들 다녔던 기억이 소록소록하다. 어느샌가 우리 주변에 이런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이와 더불어 변소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자리를 깔끔한 수세식 변기가 차지했다. 사실 하수시설과 변기는 기원전부터 발달하기 시작했다. 흐르는 물에 흘려 보내는 형태는 여러 문명에서 발견됐다. 근대적인 수세식 변기의 원리는 16세기에 발명됐지만 기본적으로 중력에 의한 낙하에 의존했다. 이 원리는 산업혁명과 더불어 급격히 개량됐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현대식 변기는 그 역사가 생각보다 짧아 지금으로부터 약 80년 전에 개발되었다. 이러한 변기의 개발 덕분에 콜레라·기생충 등과 같은 수많은 위생문제가 해결되어 인류의 건강이 크게 개선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약 75억명의 인구가 매일 생산하는 변의 양은 어림잡아 260만t이나 된다고 한다. 이것의 약 80%는 비타민, 식이섬유, 단백질과 지방 등의 영양물질이다. 또 여기에서 발생하는 가스의 약 50%는 발화성이다. 그런데 이런 귀중한 영양물질과 자원이 그 쓰임새를 잃고 정화시설로 가버린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인간이 쓰는 물의 약 50%는 화장실에서 사용되며, 이중 25%가 수세식 변기로 통해서다. 변기를 한 번 사용하면 6ℓ의 물이 정화시설로 흘러들어 간다. 이처럼 현대식 변기의 사용으로 생태계의 영양물질 순환의 중요한 고리가 끊어져 버리고, 부수적으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수자원을 사용하게 되었다. 또 지구의 다른 곳에서는 약 25억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불결한 환경 속에서 위생과 환경 오염문제를 야기하고 해마다 약 100만명의 어린이가 이와 관련된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환경복지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 인류가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중 하나가 바로 ‘변기의 재탄생 프로젝트’다. 위생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깨끗한 물과 귀중한 자원과 에너지를 환원해 낼 수 있는 데다가 유지비용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하다. 현대식 변기가 탄생한 지 실로 80년 만에 또 다른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집 안에 뒷간을 두고도 그 뒷간과 대소변을 지혜롭게 관리하고 이용한 우리네 조상에게 또 하나를 배우게 되는 것 같아 가슴 한편이 따뜻해진다.
  • [이대호의 암 이야기] 세포도 약처럼 사용할 수 있을까

    [이대호의 암 이야기] 세포도 약처럼 사용할 수 있을까

    세포치료란 살아 있는 세포를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이다. 수혈이 가장 대표적이다. 적혈구가 부족해서 빈혈이 생기면 적혈구를, 혈소판이 부족해 출혈이 생기면 혈소판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성숙 세포에는 유효 기간이 있다. 따라서 계속 새로운 젊은 세포를 만들 수 있는 줄기세포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예컨대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혈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조혈모세포를 투여해야 한다. 조혈모세포는 자기 자신의 조혈모세포, 즉 ‘자가 조혈모세포’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정상 조혈모세포를 매번 미리 준비해 놓을 수는 없다. 결국 다른 사람으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얻어야 한다. 이를 ‘동종 조혈모세포’라고 한다. 동종 조혈모세포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 면역기능이 작동해 이식받은 동종 조혈모세포를 파괴해 버리는 이식거부반응이 나타나면 이식은 실패한다. 반대로 동종 조혈모세포에 포함된 면역세포가 이식받은 사람의 정상세포를 파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바로 ‘면역억제제’다. 같은 원리로 최근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면역세포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다만 면역세포를 암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만 찾아내는 능력이 부족했다. 반면 T림프구는 세포 구별 능력이 탁월해 좋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폐암이나 악성흑색종 치료에 쓰는 ‘면역관문억제제’는 지친 T림프구를 다시 활성화시켜 준다. 이렇게 활성화된 T림프구는 암세포를 제거한다. 최근 허가된 ‘키메라 항원수용체 T림프구’(CAR-T)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T림프구의 암세포 구별 능력과 파괴 능력을 모두 강화시켜 항암 효과를 발휘한다. 여전히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세포치료제는 결국 환자로부터 얻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환자에게 쓰기가 쉽지 않다.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사용도 제한된다. 가장 큰 문제는 강화된 T림프구가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켜 환자를 심각한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T림프구 장점만 갖고 있는 세포를 직접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달 초 한 스위스 연구진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에 지방줄기세포로 T림프구와 비슷한 합성세포를 만들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합성세포는 특정 항원에 결합할 수 있는 항체부위가 있어 암세포만 인식해 결합할 수 있다. 유전자 네트워크 시스템도 갖고 있어서 합성세포가 암세포와 결합해 특정 복합체를 만든다. 이 복합체는 총알 탄두처럼 암세포를 뚫고 들어갈 수 있으며, 탄두에는 일종의 변환기가 붙어 있어 암세포 내로 들어가면 특정물질을 작동시킬 수 있다. 암세포 안에서 변환기가 작동하면 항암제로 작동한다. 합성세포는 T림프구처럼 암세포를 골라낼 수 있는 능력과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능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 또 면역기능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을 피할 수 있고 여러 사람에게도 쓸 수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는 정상 세포에 피해를 덜 주면서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세포도 마치 약처럼 만들어 쓰게 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인공장기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류는 항상 새로운 방법으로 답을 찾아 문제를 해결했다. 앞으로 암 치료 효과는 점점 좋아지게 될 것이며 결국은 완치에 도달할 것이다. 갑자기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이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 돌고 돌아 스크린에 다시 선 그…“최고령 현역으로 남는 게 꿈”

    돌고 돌아 스크린에 다시 선 그…“최고령 현역으로 남는 게 꿈”

    2008년 ‘전투의 매너’라는 작품이 극장 개봉을 하기는 했었다. 케이블 TV용으로 만든 거다. 우연히 짧게 스크린에 걸렸으나 소리소문 없이 내려갔다. 제대로 된 스크린 복귀는 2003년 ‘불어라 봄바람’ 이후 무려 14년 만이다. 장항준(48) 감독이 ‘기억의 밤’(29일 개봉)을 갖고 돌아왔다. 그것도 장기인 코미디가 아닌 스릴러다.방송 일을 하면서도 영화에 복귀하려 했지만 어떤 작품은 펀딩이 안 되고, 어떤 작품은 캐스팅이 안 됐다. 크랭크인도 못하고 엎어진 것만 세 개고, 제작이 중단된 것도 있다. 실패가 반복되면 쫓기기 마련인데 그는 오히려 힘을 빼는 순간이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2014년 말 ‘기억의 밤’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다. “초조함과 간절함의 경지에 올라 해탈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전에는 쫓기듯 썼는데 힘을 빼니 편해지더라고요. 야구 선수들이 몸이 가볍다는 말을 하잖아요. 그런 느낌이에요. 곧 오십인데 이게 어른이 된다는 건지,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관대해지는 것 같아요.”‘기억의 밤’을 이야기하려면 스포일러의 지뢰밭을 건너야 한다. IMF 구제금융으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가족이 해체되던 1997년이 배경이다. 아버지(문성근), 어머니(나영희), 형 유석(김무열·사진)과 함께 새집에 이사온 재수생 진석(강하늘). 형은 난데없이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가 19일 만에 돌아온다. 진석은 돌아온 형에게서 점점 낯선 느낌들을 받게 되고 새집은 혼돈으로 뒤덮인다. 요즘엔 관객들에게 힌트도 주지 않은 채 두뇌 게임을 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장 감독은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벌인다. 스릴러를 바탕으로 추격전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공포물 문법도 차용하고, 후반부에 가서는 드라마가 짙어지며 장르가 파괴된다. “장르 자체가 목표는 아니었어요. 다양한 맛이 나는 음식을 만들려 했지요. 후반부에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족에 대한 이야기, 또 세상에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장 감독은 원래 예능 작가 출신이다. 데뷔작 ‘라이터를 켜라’가 인기를 끌며 주목받았지만 이후 오랜 기간 영화로는 빛을 못 봤다. 그 사이 방송 드라마에서 ‘싸인’ 등 큰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왜 다시 영화일까. “사실 드라마 쪽 개런티가 더 세요. 다시 드라마 하자는 제안도 많았지만 모두 거절했어요.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는 욕망은 플랫폼과 상관은 없지만 저는 왠지 드라마가 버겁더라고요. 만드는 재미도 영화 같지 않고요. 영화는 낮에도 꿀 수 있는 꿈이라고 하잖아요. 관객과 함께 보며 그 반응을 느끼는 맛은 정말 남다르죠.” 평소 대중이 자신을 방송인이나 예능인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섭섭할 것 같기도 한데, 오히려 그런 이미지를 전복시킬 수 있어 재미있다고도 했다. “‘싸인’ 때도 반응이 ‘장항준이 법의학 드라마를?’이었어요. 해왔던 것으로 보면 로맨틱 코미디를 하는 게 마땅했겠죠. 당시 그런 장르 드라마가 없어서 처음엔 편성이 나오지도 않았어요. 방송사에서 그랬어요. ‘어차피 안 될 것 같으니 망신만 시키지 말아 달라’고. 이번에 스릴러를 한다고 하니, ‘니가 왜?’라는 이야기가 많았죠. 그래도 전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와 부부 사이다. 예능 작가 시절 사수, 부사수로 만났다. ‘위기일발 풍년빌라’, ‘싸인’에 이어 부부 합작품을 또 볼 수 있을까 했더니 단칼에 자른다. “이제는 김 작가가 너무 거물이 되어서. 하하하. 농담이고요. 제가 진화하지 못하고 정체된 사이 김 작가는 저보다 더 훌륭한 창작자가 됐어요. ‘무한상사’ 때 서로 본능적으로 느꼈어요. 다음에 같이 일하면 안 되겠구나 하고요. 왜 그런 말이 있잖습니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그는 생각보다 필모가 두텁지 않은 감독이다. 제대로 찍은 건 ‘기억의 밤’까지 세 편에 불과한 게 아쉽지는 않을까.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위대한 타자가 누구냐면, 타석에 많이 들어선 타자라고요. 그렇게 보면 저는 출장 기회가 없었던 셈이에요. 이제부터라도 오래 선수 생활을 해 최고령 타자가 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홈런도, 안타도 터뜨리겠죠.”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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