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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0)명분주의와 속물주의를 넘어서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0)명분주의와 속물주의를 넘어서

    좋은 나라를 일구는 데는 반드시 그런 나라를 가꾸게 하는 정신문화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다. 좋은 정신문화의 밑바탕이 없이 좋은 나라를 이루었다는 것은 사상누각처럼 불가능하다. 우리도 우리 나라를 좋은 나라로 가꾸기 위하여 그 바탕이 되는 정신문화의 터전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나는 조선조 500여 년을 지탱해 온 주자학적 정신문화가 더 이상 21세기적인 정신문화의 기틀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그 주자학적 정신문화의 뿌리는 깊이 땅에 박혀 있어서 주자학이 심어 놓은 순수주의적이고 도덕주의적인 흑백적 사고를 특히 한국의 지식인들이 대체로 은연중에 내리고 있는 것 같다. 그와는 정반대로 경제와 기술을 전담하고 있는 기업과 실업계에서는 주자학적 도학사상보다 실용적이고 실사적인 실학적 사고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는 한국사회에서 좌파적 도덕주의가 높이 흔들고 있는 깃발로 상징되고 있고, 후자는 우파적 실용주의를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프랑스의 파리가 센 강을 끼고 좌안에는 대학가를 지배하는 좌파적 사상이, 우안에는 금융실업가를 석권하는 우파적 사상이 각각 우세하고 있는 것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그 사회에는 우리보다 격돌이 훨씬 덜하다. 좌파든 우파든 정신문화가 깊어야 고요히 사색하면서 좋은 세상을 창조하기 위한 지혜가 나오지, 철학적 사유를 결여한 감정적인 이데올로기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것은 세상을 더욱 불행하게 한다. 좌파는 우파를 미워해 극좌적 공산주의와 한 통속이 되거나, 우파는 좌파를 싫어해 극우적 파시즘을 동경해서는 안 된다. 나는 한국의 좌파와 우파의 사상적 근원이 외래적 사회주의와 자유주의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주자학적 도학(道學)과 반(反)주자학적 실학(實學)의 유학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본다. 도학사상의 원조는 맹자(孟子)고, 실학사상의 원류는 순자(荀子)라는 데 이의가 없겠다. 나는 우리의 정신문화가 21세기에는 맹자류의 도학적 도덕주의와 순자류의 실학적 실용주의를 넘어서는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여긴다. 여기서 나는 19~20세기에 걸친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의 이론(프랑스의 사회학자 쥘리앵 프뢴드의 저서 ‘막스 베버의 사회학’에 의거)에 잠시 의존하고자 한다. 맹자의 도덕주의는 베버가 말한 가치합리성(rationality of value)에 연관되고, 순자의 실용주의는 목표합리성(rationality of goal)과 관계되는 것으로 보인다. 목표합리성은 돈벌기의 목적, 승진하기 위한 목적, 집짓기의 목적 등과 같은 결과에 성공적으로 이르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행위를 분명히 조직하고 자각하고 있는 합리성을 말한다. 가치합리성은 자기의 합리적 행위의 결과에 따라 가시적 결과를 얻으려고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동기적 가치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하는 행위다. 즉, 행위자가 자기의 신념을 집행하기 위하여 어떤 어려움도 불사하는 행위다. 죽어가는 부모를 살리기 위하여 단지를 한 옛 효자의 행위나,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기꺼이 바친 애국열사의 행위가 가치합리성이다. 이것은 목표합리성에서 보면 비합리적인 행위처럼 보이나, 행위자 당사자의 판단에서 보면 자기가 믿고 있는 신념의 가치에 합리적으로 봉사했을 뿐이다. 맹자의 사상이 가치합리성이라는 이유는 ‘차마 하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不忍人之心)인 측은지심(惻隱之心)에 바탕하여 모든 행위를 도덕적으로 발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정치마저도 측은지심과 연관되는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정치함’(不忍人之政)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맹자의 도학사상과 도덕주의는 인의충신(仁義忠信)과 같은 ‘하늘의 벼슬’(天爵)을 버리고, 세속적 인간의 벼슬(人爵)을 탐하는 인간의 부도덕성을 질타하면서 저 ‘하늘의 벼슬’을 불변의 황금률로 마음에 간직할 것을 권장한다. 그런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 도심이고, 그런 마음으로 정치를 하는 것을 그는 도학정치라고 여겼다. 이것은 순자의 사상과 전혀 맞지 않는다. 순자도 유가이므로 인의충신의 덕목을 귀하게 여기지만, 그 덕목이 내면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생활에서 그 덕목들이 유효한 사회적 결과를 낳게 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덕목들은 현재의 인고(忍苦)를 통하여 결과적으로 각 개인과 사회에 이익이 되는 결과의 목표성취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즉, 부모에게 효도하여 노후에 편하게 모시려는 목표가 인간에게 각자의 일에서 현재를 참아가며 열심히 일하려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순자는 내면적 도덕가치의 계발보다 사회적 제도를 예법(禮法)의 이름으로 잘 만들어 제도의 목표합리적 경영으로 사회 구성원들에게 이익을 제공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맹자와 순자의 각각 다른 합리성은 다른 윤리의식을 심어준다. 이 다른 윤리의식은 합리성의 차이만큼이나 이율배반적이다. 베버에 의하면, 맹자적인 도덕이상주의는 가치힙리성의 정신을 잇는 신념윤리(ethics of conviction)에 상응하고, 순자적인 현실실용주의는 목표합리성의 정신을 존중하는 책임윤리(ethics of responsibility)와 상관적이다. 그리고 이런 각 윤리의식의 극단적이고 상징적인 대표자로서 베버는 신념윤리에 칸트를, 책임윤리에 마키아벨리를 대입시켰다. 마키아벨리는 고향 피렌체 도시의 위대한 영광을 위하여 신념윤리로서 비난받을 수 있는 수단을 사용했다. 이것은 행동인에게 필요한 목표달성적 책임윤리의 의미를 수행하기 위함이다. 칸트는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을 타인에게 해서는 안 되는 가장 높은 도덕적 신념을 설파했다. 칸트의 신념윤리는 사회적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행동인의 윤리라기보다 오히려 개인의 도덕적 양심의 차원이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베버는 이 두 가지 윤리의식이 극단적으로 이율배반적이지만 서로 대립적으로만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의 경우에는 두 가지 종류를 다 적절하게 병행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 두 가지 합리성과 윤리의식이 불가양립적인 모순은 아니지만, 그러나 서로 궁합 좋은 일치를 이룩하는 것은 아니라고 베버가 이미 밝혔다. 가치합리성과 신념윤리가 너무 넘쳐나 조선조 도학 정치시대처럼 실용적인 현실주의가 거의 숨을 죽이고 살았을 때에는, 순수성이란 선의 탈을 쓴 악마가 세상을 지배한다.‘순수성의 악마’라는 말은 프랑스의 가톨릭 철학자인 무니에가 쓴 말로서, 순수의 명분으로 사회를 도덕적으로 지배하려는 사회의 도덕화 사상과 상통한다. 도덕주의자들은 이런 도덕주의적 지배의지가 얼마나 악마적인가를 모른다. 그냥 순수한 도덕적 선의지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도덕적 동기의 순수성이 인의(仁義)라는 가치를 지키는 도심 자체가 되어서 국가사회를 살리기 위한 거짓말과 변칙을 자행하는 것을 불순하고 잡스러운 것으로 비난한다. 조선조 중종 때의 조광조는 가치합리성과 신념윤리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그는 조선 유학사에서 올곧은 선비로 높이 숭앙받는다. 그러나 그는 여진족 추장 막고내가 침략해 오는데, 위계를 써서 그를 생포하려는 군사전략을 맹렬히 비난한다.‘어찌 군자의 나라에서 적을 물리치기 위하여 거짓부리인 위계를 쓸 수 있는가?’ 하고. 이 조광조의 고사를 ‘순수성의 악마’와 같은 이야기로 보기는 어렵다. 아마도 사색당쟁의 대부분이 나의 순수가 상대방에게 악마로 둔갑하여 나타난 결과가 아니겠는가? 20세기 프랑스의 토미즘 철학자인 마리탱은 그의 ‘인간과 국가’에서 맹자적인 도덕이상론과 왕도사상을 ‘정치의 도덕적 양식’이라 명명했고, 순자적인 실용현실론과 패도사상을 ‘정치의 기술적 양식’이라고 언명했다. 전자의 특징은 국가사회를 물질적으로 번영케 하기보다 정신적으로 자유와 정의를 사랑하도록 하여 인류의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국민정신을 유도해나가는 정치형태라고 규정하고, 후자의 특징은 국가의 대외적 외교성공과 안보역량 강화, 국민생활의 물질적 향상을 가져오는 정치에 주력하지만, 그 성공을 가져오는 수단이 도덕적이냐 아니냐 하는 것에는 별로 개의치 않는 정치형태라고 마리탱은 설파했다. 그는 전자의 형태는 과잉도덕주의(hypermoralism)의 위험성을 늘 안고 있고, 후자의 형태는 사리사욕의 부패와 그 위험성을 은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잉도덕주의는 독선주의의 표독한 독재를 초래하기 쉽고, 사리사욕의 부패는 금권정치의 타락상을 가까이 하게 된다. 순자의 철학은 자연의 본능을 대신한 친본능적 인간지능의 경제기술적 능력과의 연결마디에서 세상과 인간을 보았고, 맹자의 철학은 자연의 본성을 대신한 인간의 반본능적 도덕주의와의 연결마디에서 인간과 세상을 보았다. 경제주의와 도덕주의는 다 철저한 지성주의(39회 글 참조)의 작품이고, 인간중심주의의 산물이다. 경제기술적이거나 사회도덕적으로 인간이 이 우주의 지배자라는 의식이 그 기본에 깔려 있다. 순자적 예법주의나 맹자적 도덕주의는 이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인간지성의 두 가지 얼굴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는 그 동안 두 가지 지성주의의 택일로 세상을 다스리려 했다. 두 사상이 서로 이율배반적인데, 그나마 서로 덜 배척적으로 동거시키는 나라는 흥융했고, 우리처럼 수화불상용(水火不相容)으로 적대시하는 나라는 위기를 맞았다. 영국이 프랑스보다 근대화의 시작에서 훨씬 상호 덜 배척적인 정신문화의 길을 갔기에, 영국이 프랑스보다 후발국이었는데, 드디어 프랑스를 능가하는 선진국이 되었다고 프랑스의 문인 사학자 모루아가 그의 ‘프랑스사’에서 통탄의 슬픔을 안고 기술했다. 나는 우리나라의 도덕적 명분주의가 지나치게 공허하여 내용이 없는 형식적 사고방식의 형해(形骸)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정반대로 현실주의는 너무 맹목적으로 타락하여 속물주의적 사고방식에 천착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한다. 공허한 명분주의와 맹목적 속물주의의 두 극단을 피하는 것은 공산주의와 파시즘의 양극단에 젖지 않는 것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여긴다. 한국의 정신문화는 묘용(妙用)을 존중하면서도 극단적인 쏠림 현상을 동시에 노출하고 있다. 최근의 경향은 쏠림 현상을 더 많이 표출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 정신문화의 자기 함정이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시승기 - 아우디 Q7] 코너서도 당당 “돈값 하네”

    [시승기 - 아우디 Q7] 코너서도 당당 “돈값 하네”

    # 집처럼 편안 우린 보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고급 세단보다 한 수 아래로 생각한다. 시끄러운 소음, 열악한 편의장치 등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SUV의 이미지를 확 바꾼 자동차가 나왔다. 이름하여 아우디 Q7. ‘미끈한 근육질 몸매’의 듬직함이 Q7의 첫인상이다. 중간의 보디 라인은 날렵한 쿠페를, 앞에서 뒤로 완만하게 흐르는 라인은 강한 질주를 연상케 하는 아우디만의 ‘생각’이 배어있다. 양쪽 헤드라이트에서 출발한 사이드 라인의 선명한 직선과 부드러운 숄더 라인에선 역동성과 세련미가 묻어난다. 스마트 키를 가진 주인을 알아보고 순순히 문이 열린다. 실내는 생각 이상으로 넓고 높다. 머리를 들어 천장을 보니 파란 가을하늘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다. 뒷좌석까지 연결된 유리천정으로 보이는 가을 하늘은 정말 예술이다. 혹시 별빛이 가득한 밤하늘을 편하게 누워서 본다면 그야말로 Q7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도로에 나가 액셀레이터를 밟자 커다란 덩치의 Q7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간다. 역시 350마력의 강한 힘이 그대로 전달된다. 의자도 넓고 편안하며 차고가 높아서 시야가 탁 트여 시원하다. 서울 종로구 가회로 감사원 뒤쪽의 구불구불한 길을 힘있게 올라간다. 코너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았는데도 쏠림 현상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역시 돈값하네.’란 생각이 든다. 더욱 놀라운 것은 MMI(Multi-Media Interface·통합 차량 조종장치)이다. 오디오와 TV,CD 등 엔터테인먼트 장치에서 서스펜션 등의 차량 시스템 점검까지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장치다. 특히 ‘한글’이 지원되는 시스템으로 누구나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노면에 따라 서스펜션의 높이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것은 기본이며, 오프로드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위한 자세제어기능, 후진을 할 때 뒤쪽을 비춰주는 후방카메라 등 모든 기능이 운전을 도와준다. 두 가족을 태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넓은 실내공간,3열식으로 배열된 좌석은 24가지 조합으로 변형이 가능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운전자에게 안전함은 물론, 역동적인 느낌을 안겨주는 럭셔리 SUV라고 말하고 싶다. 가격은 디젤 모델인 Q7 3.0 TDI 딜럭스와 Q7 3.0 TDI 수프림이 각각 8950만원과 9450만원. 가솔린 모델인 Q7 4.2 FSI는 1억2450만원(부가세 포함).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사설] 한국영화, ‘괴물’ 이후가 중요하다

    개봉후 신기록 행진을 계속해 온 영화 ‘괴물’이 드디어 한국영화 역대 흥행 정상에 올랐다.‘왕의 남자’가 기록한 관객 1230만 755명을 그저께 넘어선 것이다. 한국영화사에 새 지평을 연 감독·제작자와 출연배우들, 스태프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국영화가 ‘관객 1000만명’선을 거듭 돌파한 데 이어 기존의 흥행 최고기록이 다섯달만에 바뀐 것은 분명 경사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괴물’이 상상을 초월한 속도로 관객 수를 늘려나가자 축하의 말보다는 우려·불만·비난의 목소리가 더 많이 나오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그 목소리들은 대략 두가지를 지적한다. 한 영화가 스크린 수를 너무 많이 차지한다는 점과, 그럼으로써 관객들이 그 영화에만 몰리는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본말이 뒤바뀐 주장이라고 본다.‘괴물’이 신기록을 세운 원인은 관객이 보기를 원해서이지 스크린을 독점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초반에는 마케팅 작전이 먹혔을지 모르나 새 기록을 세운 날에도 280개 스크린을 차지한 걸 보면, 영화를 찾는 관객이 꾸준히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쏠림 현상’도 왈가왈부할 대상은 아니다. 관객은 화제작을 선택해 관람할 권리를 당연히 가진다. 중요한 건,1200만명을 넘어선 관객 중에는 평소 영화관을 찾지 않는 사람이 적잖다는 사실이다. 이제 영화계는 ‘괴물’에 대한 불평을 멈추고 넓어진 영화시장을 어떻게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하나뿐이다. 영화를 잘 만들면 되는 것이다.
  • 글로벌 자산운용사 ‘코리아 공습’

    글로벌 자산운용사 ‘코리아 공습’

    ‘한국은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들의 격전장인가.’자산운용규모만 100조원을 훌쩍 뛰어 넘는 초대형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한국시장에 연이어 진출하고 있다. 이는 퇴직연금 및 적립식펀드의 급성장으로 인해 한국 자산운용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영세한 토종 자산운용사들의 실태를 감안할 때 향후 외국계 자산운용사로의 자금 쏠림과 상장사의 경영권 위협 등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50대 자산운용사 속속 진출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이 참여하고 있는 자산운용회사는 19개사에 이른다. 이 가운데 6개 회사가 세계 30대 자산운용사에 들 정도로 풍부한 자금력을 자랑한다. 올해 1월에 발간된 ‘글로벌 인베스터’지에 따르면 운용자산 규모만 1332조 4000억원으로 세계 3위인 피델리티가 지난 2004년 12월부터 자본금 100억원을 투자해 국내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세계 7위인 도이치 애셋 매니지먼트(운용자산 741조)도 도이치를 설립, 국내시장에서 활발한 투자 활동을 하고 있다. 또 크레디 아그레콜(13위·473조), 파리바은행(25위·280조), 소시에테 제너랄(29위·250조), 맥쿼리, 랜드마크 등을 포함하면 세계 유수의 금융사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한국시장에 진출해 있다. 여기에다 자산운용 규모 802조로 세계 5위인 JP모건이 이달 초 자산운용사 설립을 위한 예비허가 신청서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했고, 세계 9위인 UBS(549조)도 지난달 대한투신운용 지분 51%를 사들여 국내 자산운용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세계 19위(403조)인 ING그룹도 금감위로부터 지난달 신규 설립을 위한 예비허가를 받았다. 이밖에 세계 35위(207조)인 ABN암로와 이른바 ‘장하성 펀드’를 운용하는 미국계 투자자문사 라자드 등 초대형 외국자산운용사들도 법인 설립을 물밑에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 자산운용사와 정면대결 불가피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국내 시장진출로 인해 선진 금융기법과 상품을 접할 수 있다는 긍정적 면이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만만찮다.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이 17.2%인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퇴직연금제도가 활성화되면 한국시장에 투자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자산운용시장은 앞으로 20년 안에 2000조원 이상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국내 자산운용사가 투자기법 선진화와 대형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외국계 자산운용사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급속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자산운용 규모는 삼성투신운용이 20조 5930억원으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대한투신운용(18조 3070억원), 한국투신운용(17조 1490억원)이 뒤를 잇고 있지만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 비교해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 토종 중소형 자산운용사들간 경쟁이 본격화되면 자금력이 달리는 국내 회사들이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또 외국자본과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경영권이 취약한 일부 상장사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 박원호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와 수익성 위주로 경영을 하느라 높은 수익률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내시장에 퇴직연금이 활성화되고 한국투자공사(KIC)의 자금이 본격적으로 운용되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국내 운용사들을 크게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시론] 1천만명 관객시대, 한국 영화의 명암/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영화평론가

    [시론] 1천만명 관객시대, 한국 영화의 명암/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영화평론가

    ‘실미도´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후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왕의 남자’와 ‘괴물’이 다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러고 보면 이제 1000만이란 숫자는 미국의 블록버스터가 그러했듯 하나의 불가능점을 넘은 지표라기보다, 오히려 영화 한 편의 흥행 대박을 알리는 일반명사로 남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런 기세로 여름에 한번, 겨울에 한번 천만관객을 끌어모은다면 한국 영화에 있어서 1000만이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한국 영화의 내수시장 저력을 나타내는 평범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왕의 남자’가 관객들에게 ‘반복 관람’이란 왕의 남자 폐인 돌풍을 일으켰다면, 금번 화제작 ‘괴물’은 남녀노소와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관람으로 개봉 23일만인 단기간에 1000만 관객이란 신기록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영화 ‘괴물’은 우리가 지난 세월 무엇과 싸웠는지, 어떤 괴물과 맞섰는지에 대한 하나의 정치적 우화이며 동시에 재미난 SF 괴수영화이자 액션 오락물인 것이다. 장르의 당의정 속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버무려 넣은 봉준호 감독의 전략은 영화 ‘괴물’에서 각기 다른 연령대에서 서로 다른 것을 보게 하는 강력한 자기장이 되어 관객들을 빨아들였다. 게다가 벌써 칸 국제영화제 개봉 당시 32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하니,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전세계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열풍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의 단초를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빛이 강렬하면 그림자도 어두운 법.‘괴물’의 흥행 이면에는 한국 영화계의 고질적 병폐로 거론되고 있는 배급의 독과점 문제, 그리고 특정 화제작에 언론과 관객 모두가 집단적으로 과잉 열광하는 한국 문화 특유의 ‘쏠림’ 현상의 문제 또한 만만치 않게 대두되고 있다. 얼마나 이 사안이 ‘뜨거운 감자’인지, 급기야는 모 감독이 괴물에 대한 문제점을 공중파 방송에서 토론한 후 사과문까지 내는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사실 ‘괴물’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괴물이 더 괴물스러운지,1600개의 극장 중 600개의 극장을 싹쓸이한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마케팅이 더 괴물스러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날이 높아져만 가는 마케팅과 홍보의 중요성을 영화계에 각인시켜 주었다. 상대적으로 ‘각설탕’이나 ‘다세포 소녀’ 등 평론가인 필자의 눈으로 보기에도 꽤 만듦새가 괜찮은 한국 영화들은 채 100만 관객을 모으지 못하고 관객의 시선에서 멀어져만 간다. 상업영화의 자장 안에서도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 한국 영화는 한 편당 4억원의 적자를 보았다. 올해는 사상 최초로 100편이 넘는 한국 영화가 한 해에 제작된다고 하니, 이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한국 영화는 극장과의 부율 문제로 인한 수익배분 개선 문제, 상업영화의 밑바탕이 되는 독립영화 살리기, 좋은 영화에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관객성 운동 등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영화의 생존을 위해 개선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이제는 ‘괴물’ 한 편이 내놓은 성과에 조급하게 샴페인을 따지 말고, 괴물의 그늘에 가려 있는 나머지 99편의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떨까? 1000만 관객 시대를 맞은 한국 영화의 명과 암. 그 그림자가 더 깊어지기 전에, 한국 영화는 이제 ‘1000만’이란 수치가 아닌 한국 영화 ‘자체’에 대해서 논의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영화평론가
  • 괴물 다음주 1000만명 삼킨다

    괴물 다음주 1000만명 삼킨다

    ‘괴물’이 어디까지 먹어치울 것인가. 지난달 27일 개봉한 블록버스터 ‘괴물’(제작 청어람)의 흥행괴력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가 연일 극장가에서 초미의 관심거리이다. 전국 62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영화가 2주째인 9일까지 동원한 전국 관객수는 763만4000여명. 개봉 3주차에 접어들어서도 평일 26만명(9일 전국 기준)선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한 영화의 총제작비는 150억원. 지금까지의 해외판매액 70억여원에 부가판권 수입 10억원만 감안하더라도 국내 관객 300만명을 넘어섰을 때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국내 관객몰이가 어느 선까지 가능할 것인지는 차치하고라도 해외에서의 관심이 꾸준히 증폭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최종 수입규모는 예측불가인 셈이다. 급속 관객몰이의 ‘쏠림현상’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있음에도 ‘괴물’이 ‘왕의 남자’의 흥행기록을 깰 수 있을지의 여부는 누가 뭐래도 현재 최고의 화젯거리.‘왕남’이 보유한 최고기록(전국 1230만명)을 가볍게 깰 수 있으리란 초반의 기대는 그러나 며칠새 관망세로 돌아섰다. 평일 하루 전국관객이 45만∼53만명이 들던 것이 이번주 30만명대로 떨어지며 기세가 한풀 꺾인 것. 제작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개봉 2주차에 오히려 관객이 증가하는 이변을 보였고,3주차에 관객감소 현상은 당연하다.”라며 “‘각설탕’‘몬스터 하우스’ 등 화제작들이 가세하는 이번 주말성적이 양호하다면 기록경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왕남’ 기록경신 불가론 쪽에 무게를 싣는 시각들도 많다. 그 이유로는 우선 ‘괴물’의 장르적 특성이 꼽힌다.‘왕남’이 개봉 이후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달아올랐던 반면,‘괴물’은 주인공 괴물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며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 SF물인 만큼 초반에 폭발적 흥행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 칸국제영화제 기립박수 호평이 기대치를 극도로 끌어올려놨던 것도 초고속 흥행의 프리미엄으로 꼽힌다. ‘괴물’의 판쓸이 와중에 10일 새 영화 ‘각설탕’을 내놓은 경쟁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내부 시장분석에서 흥행성적을 ‘예측불가’로 미뤄놓은 첫 작품이 ‘괴물’”이라면서도 “‘왕남’의 관객동원 추이가 꾸준히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었던 데 비해 ‘괴물’은 등락폭이 두드러져 장기흥행 뒷심은 초반 예측에 못 미칠 듯하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국내 흥행정도와는 별개로 ‘괴물’은 해외시장에서의 한국영화 장르확장에 수훈을 세우고 있다는 게 영화가의 중론이다.24일 홍콩을 필두로 새달 2일 일본 타이완,7일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잇따라 개봉된다. 국내와 거의 같은 시기에 해외에서 동시 개봉되는 건 드문 사례. 해외판매 대행사인 씨네클릭아시아측은 “200개가 넘는 극장망을 소유한 미국의 배급사 매그놀리아픽처스가 10월쯤 북미 및 중남미권 배급에 나설 것”이라며 “최초의 본격 한국 SF물이 발빠르게 미국 주류시장에 진입했다는 사실만도 유의미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새달 7일 개막하는 캐나다 토론토영화제에서 해외판매고가 대폭 추가될 거라는 게 씨네클릭아시아의 전망이다. 12세 관람등급에도 불구하고 방학을 맞은 초등 저학년들 사이에서까지 필수관람작으로 통하는 ‘괴물’신드롬은 언제쯤 1000만 고지에 불을 지를까. 배급사 쇼박스는 주말관객(전국)이 하루평균 60만명 선을 유지해준다면 15일쯤 1000만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외환시장 ‘괴담’

    외환시장 ‘괴담’

    요즘 원·달러 환율이 960원선을 넘으면서 외환시장에 ‘3대 괴담’이 떠돌고 있다. 수출업체가 환투기를 하다가 수백억원을 날렸다든가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그 틈을 노려 외환시장에 개입, 다시 이익을 내고 있다는 내용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자금이 유입돼 환율이 오르고 있다는 소문도 나온다. 모두 확인이 어려운 얘기지만 외환 당국자들은 “근거없는 낭설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조선업계 환리스크 피하려 선물환 처분 9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들이 선물환으로 매도한 달러화는 250억달러에 이른다. 원·달러 환율이 940원을 오르내릴 때인 지난 4월에 930원대에서 주로 팔았다는 것. 조선업계 기업들이 선박을 수주한 뒤 환 리스크(위험)를 피하기 위해 선물환을 처분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당국의 관계자는 “지난 4월 환율의 쏠림 현상으로 달러당 930원까지 추락한 배경에는 국내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가 있었고, 일부는 환투기로 큰 손해를 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계 펀드들이 환투기에 더 적극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겉으론 “환율하락” 뒤로는 선물환 매수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지금도 환율 전망을 달러당 900원 밑으로 보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이보다 덜하지만 930원으로 낮춰 잡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선물환 매도를 해놓고 환율 전망을 포지션에 맞춰 고의로 낮게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환율이 오르면 엄청난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일단 국내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세가 거의 중단됐다. 물량이 다 소화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반기 중 경상수지 적자가 2억 7000만달러로 올 흑자폭이 30억∼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역외에서의 원·달러 환율의 기대치는 높아졌다. 때문에 최근에는 외국계 금융기관이 선물환 매입을 크게 늘리자 환율은 빠른 속도로 960원대를 회복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아직도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이 상반기 선물환 매도 때문에 환율 전망을 낮춰 잡고 있으나 하반기 들어 외국계 금융기관으로부터 선물환 매수 주문이 크게 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겉으로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편으로 환율 상승에 대비한 거래를 몰래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환율이 떨어졌다가 오르는 과정에서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엄청난 이득을 챙겼을 수도 있다. ●“달러매입 용도구분 쉽지않다” 지난주 시장에서는 론스타가 역외에서 달러화를 특정가격으로 살 수 있는 옵션을 매입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행사가격보다 달러화 가격이 높아지면 론스타는 달러화를 싸게 사 이득을 보게 된다. 외화은행 매각대금이 원화로 결제되는 데 따른 환 리스크 회피 차원이다. 하지만 이같은 거래의 반대쪽에는 옵션을 판 금융기관이 있으며 이들은 달러화가 오를수록 손해를 본다. 따라서 위험 회피를 위해 이들 금융기관은 현물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는 것이 보통이다. 즉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의 상승으로 나타나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계기가 된다. 이와 관련, 외환당국자는 “그런 얘기를 들었지만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외국 금융기관이 달러화를 매입할 경우 고객의 주문이나 자기 수요에 따른 거래인지, 아니면 위험 회피용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김성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9) ‘화엄의 세계 압축판’ 영주 부석사

    [김성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9) ‘화엄의 세계 압축판’ 영주 부석사

    백두대간이 내달리다 경상북도와 충청북도를 가르는 태백산에서 꺾어내린 봉황산 중턱에 마치 잘 그린 ‘한 폭의 그림’처럼 들어앉은 부석사(경북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 중국에서 유학한 의상 대사가 신라통일기인 676년 화엄종을 들여와 ‘해동 화엄종 수사찰(海東 華嚴宗 首寺刹)’로 세운 한국의 화엄종찰이다.‘우리나라 10대 사찰’중 하나이자 ‘나라에서 가장 예쁘며 웅장한 절집’으로 통하는 1300년 고찰. 지금은 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의 말사로 사격이 떨어졌지만 한국불교의 ‘처음’으로 평가받는 화엄과 한국불교의 요체인 선(禪)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화엄세계의 결정판이다. 중국에서 지엄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화엄(華嚴)을 깨친 뒤 돌아온 의상 대사가 화엄종지를 펼 곳을 찾아다니다가 낙점한 곳이 바로 부석사.“신라 문무왕 16년(676) 왕명에 의해 의상 대사가 창건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들어있어 창건주와 창건연대가 명확한, 몇 안되는 고찰중 하나다.9세기 이후부터 크고 작은 가람들이 들어섰고 고승대덕들을 숱하게 배출했지만 고려 공민왕 7년(1358) 왜구에 의해 소실된 것을 1376년 원응 스님이 중창에 나서 많은 건물을 다시 세웠다.“이름 없는 꽃을 포함한 수많은 종류의 꽃으로 법계(法界)를 아름답게 장식한다.”는 화엄. 부석사는 이 화엄정신을 오롯이 담아낸 유일무이의 걸작인 것이다. ‘태백산 부석사’현판이 걸린 절의 첫 문, 일주문을 들어선 뒤 천왕문∼범종루∼안양루∼무량수전으로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극락정토로 이르는 찰나의 점철이다. 천왕문 바로 앞 왼편엔 절에서 불사며 행사가 있을 때 깃발을 세우던 당간 지주가 보란 듯이 버티고 섰다.“한국 사찰의 당간지주 가운데 가장 세련된 명작”으로 평가받는 그 유산이다. 여기서부터 무량수전까지 108계단으로 구성된 아홉 개의 석축은 극락에 이르는 화엄의 구품정토(九品淨土),‘구품 만다라’를 상징한다. 하·중·상품은 각각 3개의 또 다른 품계로 구성되어 있어 계단을 오를 때마다 고통의 사바 세계를 하나씩 떨쳐내고 마침내 최상품인 극락, 그 유명한 배흘림기둥의 무량수전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크고 작은 건물들이 가파른 산기슭, 자로 잰 듯한 구품층계로 나뉘어진 석단 위에서 차례로 자태를 뽐낸다. 범종루와 안양루는 각각 별개의 건물이면서, 무량수전으로 오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로.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서 몸은 숙이되 얼굴은 치켜들어야만 지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돌계단을 딛고 누각의 바닥을 쳐다보며 걷다 보면 구품의 정점인 무량수전이 마침내 저 높이서 모습을 드러내보인다. 무량수전에 이르기 전 바로 전 품인 안양루. 난간 아래쪽의 편액은 ‘안양문’, 위층의 것엔 ‘안양루’라고 쓰여 있듯 누각과 문의 이중역할을 하는 독특한 건축이다. 극락의 다른 이름인 안양(安養). 여기서 내려보면 소백산맥의 봉우리와 줄기가 파도치듯 꿈틀거리며 첩첩이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풍경이 일품이다. 여기에 서서 “우주 간에 내 한 몸이 오리처럼 헤엄친다. 인간 백세에 몇 번이나 이런 경관을 볼까나.”라는 시를 남긴 김삿갓의 심경이 절실히 읽힌다. ‘화엄 구품정토’ 부석사의 절정은 아무래도 고려 말 세워진 무량수전이다. 안양루의 마지막 계단을 딛고 올라서면 사뿐히 고개를 내쳐든 추녀와 아래 중간 부분이 불룩한 ‘배흘림기둥’이 눈에 쏙 들어온다. 배흘림이란 멀리서 볼 때 착시현상을 고쳐잡기 위해 기둥의 가운데 부분을 일부러 굵게 만든 수법. 여기에 중앙을 향해 다소 기울도록 기둥을 만들어 가람이 뉘어보이는 현상을 막기 위한 ‘안쏠림’과 ‘귀올림’같은 목조 건축방식은 후대에 ‘우리 민족이 보존해온 목조건축 중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는 미명을 남겼다.“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고(故)최순우 선생이 기록한 무량수전 평이다. 바로 화엄인 것이다. 그런데 무량수전 안에는 석가여래가 없다. 대신 고려시대에 봉안된 소조 아미타여래좌상(국보 제45호)이 법당 서편을 지키고 있다. 흙을 빚어 만든 불상치곤 균형미가 아주 빼어나다. 끝없는 지혜와 무한한 생명을 가지고 서방극락을 주재한다는 아미타불. 그래서 앉은 방향도 남향이 아닌, 동쪽의 사바세계 쪽이다. 화엄사찰이라면 당연히 화엄의 주존불인 비로자나불을 모셨어야 할 텐데 정토의 아미타불을 모신 이유는 무엇일까? “화엄과 정토의 융합을 통해 철학적 사유와 실천을 삶 속에서 하나로 정착시켜 진리를 인식 밖에서 보게 한 의상 스님의 요체”라는 게 학계와 불교계의 일치된 생각이다. 그 대신 석가모니불을 상징하는 3층석탑이 무량수전 동쪽에, 석등이 앞 마당에 각각 놓여있다. 불상이 안치된 조선시대의 수미단 안쪽에는 신라 형식의 사각형 불대좌가 있다. 불상의 앞쪽에는 전통적으로 불단과 법당 바닥을 장식했던 녹유전(綠釉塼)이 깔려 있었지만 후대에 전부 마룻바닥으로 교체되었다. 이 녹유전은 일제가 모두 가져갔고 지금 부석사 유물전시관에 석 점, 국립중앙박물관에 한 점이 남아있을 뿐이다. 의상 대사가 화엄의 정신과 세계를 조형으로 압축해 놓은 부석사. 이 부석사의 가람과 공간 하나하나에는 모두 철학과 원칙이 배어 있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이 가람을 놓고 끊임없이 연구를 지속해 왔는데 그중 하나가 안양루∼무량수전을 이루는 맥과 그것에서 30도 비켜서 한 축을 이루는 천왕문∼범종각의 이중적 가람배치다. 천왕문∼범종각 축의 끝에는 무량수전과는 별개의 대웅전이 있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그곳에는 주초의 흔적뿐만 아니라 당간지주가 남아 있다. 결국 의상 대사는 한 사찰 안에 두 절을 세우고 화합과 융화를 일굼으로써 화엄의 큰 뜻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 아닐까? kimus@seoul.co.kr ■ 의상대사와 선묘 부석사에는 창건주 의상 대사와 중국 여인 선묘 낭자에 얽힌 유명한 설화가 전해진다. 선묘는 국비 유학생으로 당나라에 머물던 의상 대사를 흠모해 의상 대사가 공부를 마치고 배편으로 신라에 돌아올 때 용으로 변해 무사히 험한 풍랑을 헤쳐 나오도록 도왔고, 부석사를 창건할 때도 큰 도움을 주었다는 인물. 용으로 변해 의상을 보호하며 신라까지 날아온 선묘는 의상 대사가 절을 지을 때 이 지역에 있던 500명의 도적 무리가 절 창건을 방해하자 커다란 바위를 들어올려 물리쳤다고 한다. 무량수전 왼편 뒤쪽에는 당시 선묘가 들어올려 도적 무리를 제어했다는,‘浮石(부석)’이라 새겨진 바위가 있다. 절의 이름을 부석사로 정한 것도 이같은 사연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부석사와 관련된 의상대사와 선묘의 이야기는 설화로 회자되지만 삼국사기 등 사료에도 적지 않게 등장한다. 무량수전 뒤편, 의상대사의 상과 일대기를 담은 벽화를 봉안한 조사당 오른쪽 벽면에 선묘 상이 걸려 있다. 1916년 일제가 무량수전을 해체 수리할 때 무량수전 기단부 아래에서 기다랗고 꾸불꾸불하게 이어진 용 모양의 돌덩이가 발견되어 이 설화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음이 입증되기도 했다. 당시 무량수전에 봉안된 소조 아미타여래좌상 바로 아래에 용의 머리 부분이 있었고 꼬리 부분은 무량수전 앞의 석등에서 발견되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이후 이 돌덩이가 바로 설화와 사료의 내용을 따라 의도적으로 만든 석룡(石龍)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용의 허리 부분이 이어지지 않고 중간이 끊겨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조선의 기를 끊기 위해 저질렀거나, 혹은 일제강점기에 잘라내어 가운데 부분을 가져갔다는 등의 추측이 무성하다. 아무튼 선묘 용의 꼬리 부분이 묻혔다는 석등을 100번 돌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소문을 따라 석등 둘레를 도는 신도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 대기업 문화예술지원 불균형

    대기업 문화예술지원 불균형

    기업들의 문화예술지원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장르별 편중 현상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메세나협의회(회장 박영주)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문화예술지원 현황을 조사해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298개 기업이 1800억원을 지원했다. 이는 전년보다 5.3% 늘어난 수치로 2003년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문화예술지원금의 대부분을 출연재단을 통해 집행했다. 전체 지원액 중 문화재단 출연금은 922억원이었고, 개별 기업의 지원액은 878억원이었다. 문화재단으로는 삼성문화재단이, 개별기업으로는 현대중공업이 1위를 차지했다. 협의회는 순위만 공개하고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장르별 지원액은 극심한 쏠림 현상을 보였다. 미술관 건립 및 운영, 소장품 매입 등 미술 분야에만 802억원이 몰렸다. 이어 문화시설 등 인프라에 368억원, 서양음악에 301억원이 지원됐다. 반면 연극(50억원), 무용(49억원), 국악(24억원) 등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기업이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보다는 미술품 투자 등에 더 관심이 많은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영주 회장은 “장르 불균형 현상을 줄이기 위해 중소 기업과 소규모 예술단체의 짝짓기(매칭)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면서 “문화예술 지원금에 대한 세액 감면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Book & Life] 가치있는 책과 돈벌이 되는 책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출판업은 지적이고 정치적인 전문직종으로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출판업은 단순한 제조업과 달리 문화적으로 사회에 공헌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그렇기에 출판인들은 늘 출간할 가치가 있는 책을 내는 일과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적 필요 사이에서 고민한다.가치있는 책과 돈벌이가 되는 책이 물론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분명한 것은 진정한 출판인이라면 적어도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인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직업적 고뇌의 목소리조차 점점 잦아들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시장논리가 문화의 생산과 보급을 지배하면서 오로지 돈을 버는 일이 출판의 궁극적인 관심사가 된 것이다.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성적표가 이를 잘 말해준다.‘돈’을 다루는 경제경영서 중에서도 이른바 자기계발서들이 베스트셀러 수위를 차지해 출판의 주류로 떠올랐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올 상반기 종합베스트셀러 50위 안에 경제경영서는 15종, 소설은 13종이 올라 베스트셀러 숫자에서 처음으로 경제경영서가 소설을 앞질렀다. 외국 소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소설 쪽은 소설가 공지영의 독무대다. 공지영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등 두 편의 장편을 한꺼번에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비결이 무엇일까. 출판시장을 휘젓는 ‘공지영 파워’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작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 시대와 맞닿아 있는 작가 개인의 상처를 작품으로 훌륭하게 승화시키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가적 역량과 별개로 출판사 측의 ‘올인’전략 또한 큰 몫을 한다. 출간 초기의 ‘블로그 마케팅’에서 지상 광고까지 책 띄우기는 기본. 작가에게 원고 독촉을 하지 않는 세심한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이를테면 ‘심기 경호’를 하는 셈이다. 인기 작가에 매달리는 것은 출판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랜덤하우스 편집장으로 세계 출판계를 이끈 ‘북 비즈니스’의 저자 제이슨 엡스타인은 1986년부터 1996년까지 베스트셀러 소설 100종 가운데 63종이 톰 클랜시, 존 그리샴, 스티븐 킹, 딘 R 쿤츠, 마이클 크라이튼, 대니얼 스틸 등 여섯 작가의 작품에 집중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출판이 자선행위가 아닌 이상 이윤창출을 도외시할 순 없다. 하지만 일반의 기대수준이란 게 있다.‘문화사업으로서의 출판’의 금도를 지켜야 한다. 인기작가에 대한 지나친 쏠림현상은 마땅히 경계돼야 한다. 기자는 최근 5년간 공들여 쓴 소설이 단지 내용이 무겁다는 이유로 대형 출판사로부터 단박 퇴짜를 맞은 어느 중견 작가의 이야기를 접하고 출판인의 사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한 원로 출판인은 기자를 만날 때마다 항상 “나는 대한민국 문화대학의 총장”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한다. 그는 출판인으로서 ‘명예로운 짐’을 기꺼이 지는 편이다. 날로 가벼워져만 가는 이 시대, 그 같은 지사형의 출판인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한나라표심 이틀만에 ‘親朴견제’

    4선의 김형오 의원이 13일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119표 가운데 67표를 얻어 50표에 그친 김무성 의원을 제치고 임기 1년의 원내대표로 뽑혔다. 신임 정책위의장에는 김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나선 전재희 의원이 선출됐다. 여성 의원이 정책위 의장이 된 것은 여야를 통틀어 처음이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1년 6개월 뒤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온 몸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는 ‘친박((親朴·친박근혜) 체제’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틀전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단 5명 가운데 강재섭 대표를 포함한 4명이 친박 계열로 분류된다. 이에 대한 ‘쏠림 방지 표심’이 상대적으로 친박 성향이 덜한 김 원내대표에게 몰렸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후보 토론회에서 “원내대표 선거마저 대리전을 치러선 안된다.”며 김무성 의원과 각을 세웠다. 러닝 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로 전재희 의원을 선택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전 의원은 비주류 성향의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으로 이 전 시장 측근 및 소장파 의원들의 지원을 받았다는 해석이다. 당초 우세를 점치던 김무성 의원은 대표적 ‘친박 인사’라는 이유로 ‘전대 역풍’을 만나 분패한 셈이다. 김 의원은 러닝메이트로 나선 이경재 의원과 공동 명의로 “당의 균형을 위해 심사숙고한 의원 동지들의 선택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고 낙선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결과에 따른 후유증이 말끔히 씻어진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신임 원내대표도 김무성 의원보다는 덜하지만 친박 성향으로 분류된다. 지역구가 부산인데다 박 전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지냈다. 따라서 강 대표나 김 원내대표는 공정 이미지를 확보하는 게 과제다. 김 원내대표는 합리적 성품에 논리적이라는 평을 듣는 언론인 출신 4선 의원이다. 부인 지인경씨와 2녀.▲부산(59) ▲서울대 외교학과 ▲동아일보기자 ▲신한국당 기조위원장 ▲국회 과기정위원장 ▲인재영입위원장 ▲14∼17대 의원.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여성 최초의 행정고시 합격자로 공직계에서 여성관련 다양한 기록을 세운 자수성가형 재선 의원. 남편 김형률씨와 1남 1녀.▲경북 영천(57) ▲영남대 법정대 ▲노동부 국장 ▲경기 광명시장 ▲16,17대 의원 ▲제3정조위원장 ▲정책위 부의장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사설] 강재섭 대표 민생우선 다짐 주목한다

    강재섭 대표를 필두로 한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어제 들어섰다. 당헌에 따라 차기 대선후보들이 배제됐지만 대선과 총선이 들어 있는 향후 2년간 제1야당을 이끌어갈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5·31지방선거 압승과 50%를 넘나드는 국민들의 지지에 보답해야 할 책무 또한 크다.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대선까지 향후 정국은 몹시 혼란스러울 것이다. 각당 내부의 대권경쟁과 정당간 합종연횡 등에 정치권이 매몰되면서 국민 생활과 밀접한 민생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임기 후반에 접어든 정부의 힘만으론 국정을 원만히 이끌어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야당의 협조가 그만큼 절대적이다. 집권세력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도 야당 몫이겠으나 나라와 민생의 안정을 위해 적극 협력하는 것도 야당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강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사학법 재개정과 민생현안을 연계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옳은 자세다. 우리는 강 대표의 다짐이 한나라당 구성원 전체의 다짐이 돼야 한다고 본다. 소속의원 전원의 대국민 약속이 필요하다. 갓 출범한 4기 지방자치의 왜곡된 구조에도 눈을 돌리기 바란다.5·31선거의 표 쏠림으로 많은 광역·기초단체가 한나라당 독과점체제가 돼 버렸다. 이래서는 온전한 지방자치가 어렵다. 소속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전횡을 막을 방안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시민들로 구성된 의정감시단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각종 여론조사는 지방선거 압승이 정부·여당의 실정에 따른 어부지리임을 말해준다. 선거 후 보여준 구태의연한 행태를 털지 못하는 한 민심의 칼끝이 자신들을 향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한나라全大 당대표선출 ‘1인2표의 마술’ 선뵈나

    ‘두번째 표를 잡아라.’ 한나라당이 오는 11일 전당대회(전대)에서 치를 당 대표 선거는 1인 2표제다. 따라서 8명의 후보 모두 고정표 확대에 주력하면서 두번째 표심 잡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 표심 읽기가 쉽지 않아 저마다 ‘묘수풀이’를 해야 하는 게 또다른 고민거리다. ‘메이저 리그’로 분류되는 이재오·강재섭 후보의 경우 당 대표가 되려면 2번째 표심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특정 후보와 ‘연대’를 부정하지만 물밑에서는 부족한 ‘2%’를 메우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돌풍이 예상되는 권영세·전여옥 후보의 경우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똑같은 1표이기에 두번째 표만 전략적으로 잘 모아도 당 대표 고지에 오를 이변도 연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한 당직자는 “두번째 표가 분산되면 양강 구도가 고착되고 반대로 쏠림 현상을 보이면 이변이 발생할 것”이라며 “그 주인공은 권·전 후보 중 한 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강창희 후보측이 충청권 고정표를 바탕으로 인천·수도권에서 강세를 예상하는 것도 이 두번째 표의 위력에 대한 기대에 바탕한다. 특히 1표는 대의원들이 속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입김’이나 ‘읍소’가 통하겠지만 두번째 표는 지연·학연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사될 가능성이 높아 두번째 표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경제 부총리 靑 정책실장 기획처 장관 EPB 출신이 장악

    ‘EPB(옛 경제기획원) 전성시대’가 열렸다. 3일 개각에서 신임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 기획예산처 장관 내정자 모두 EPB 출신으로 짜여졌다. 론스타 매각을 둘러싼 의혹과 현대자동차 불법 로비 사건 등으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모피아(옛 재무부)’와 대조를 이룬다. 최근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에서 총리실 국무조정실장으로 발탁된 김영주 실장도 EPB 출신이다. 이처럼 EPB 출신들의 약진은 최근 들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청와대에만 변양균 정책실장 내정자를 비롯해 윤대희 경제정책수석, 김대기 경제정책비서관, 정문수 경제보좌관, 노대래 국민경제비서관 등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모두 EPB 출신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쏠림 현상도 우려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도 EPB 장·차관 구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권 경제부총리 내정자와 함께 호흡을 맞출 박병원 차관(17회)도 EPB 출신이다. 김대중 정권시절 경제부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전윤철 감사원장은 공정거래위원장과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EPB 출신이다. 얼마전 사무처장에서 승진한 공정거래위원회 강대형 부위원장은 옛 경제기획원 북방경제과장 출신이다. EPB 출신들의 약진은 경제부처에 국한돼 있지 않다. 범 경제부처나 사회부처에도 속속 입성하고 있다. 지난 3월 개각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발탁된 노준형 장관 역시 옛 경제기획원 투자기관 1과장을 지내다 정통부로 옮겼다. 변재진 보건복지부 차관도 승진하기 전까지 기획예산처 재정전략실장을 지냈다. 복지부에는 변 차관 말고도 김용현 전 기획처 사회재정기획단장이 저출산·고령화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EPB가 뜨는 이유는 뭘까. 초임 사무관시절부터 나라 살림 기획업무를 맡으면서 거시적인 안목과 미시적인 시각을 균형있게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하기관이 없고, 옛 재무부와 같이 금융 등 민간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없어 상대적으로 각종 비리 사건과 거리가 있었던 것도 EPB 출신들이 전성기를 맞은 이유로 분석하기도 한다. 국장급 이상 공무원들의 인재풀을 구성하는 고위공무원단 실시로 EPB 출신 인사들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사설] 새 출발 지자체 정당 입김 뿌리쳐야

    자치행정을 이끌게 될 광역 및 기초단체장들의 임기가 오늘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토요일이어서 단체장들은 3일 취임식을 갖고 업무에 들어간다. 이들을 견제, 감시할 광역 및 기초의회는 서울이 12일 개원식을 갖는 등 이달초·중순 첫 출발을 한다.1995년부터 시작된 민선단체장은 4기, 이보다 4년 먼저 출범한 민선의회는 5기에 해당한다. 5·31 지방선거의 특징은 지방행정의 정당정치 예속과 한나라당 쏠림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기초의회까지 정당공천이 확대됐고 유권자들도 자질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했기 때문이다. 광역단체장 16명 가운데 12명이,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155명이 한나라당이다. 광역의원은 75.5%, 기초의원은 68.5%가 한나라당 소속이다. 이에 따라 충남과 전북을 제외하면 복수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을 정도이다. 당연히 특정정당의 독주에 따른 집행부 감시, 견제 기능 약화가 우려된다. 유급제 도입으로 처우가 개선된 만큼 이에 걸맞은 의정활동으로 주민들에게 보답해야 한다. 또 단체장들은 더욱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보게 됐다. 국회의원의 공약이나 사업이행에 매달려 주민들로부터 국회의원의 시녀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02∼2006년의 3기 민선단체장 가운데 선거법이나 비리 등으로 기소된 단체장은 전체의 3분의1에 가까운 78명에 이르렀다. 단체장들이 자치행정을 펴면서 이권에 개입해 구속되거나 중도하차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이제 10년이 넘어 걸음마 단계를 벗어났다. 한발 진화된 지방행정을 주문해도 시원치 않은데 비리엄단 등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출발선에 선 단체장들의 각오와 다짐이 임기 종료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사설] 서울시 투자기관이 한나라당 것인가

    집권당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광역단체로도 번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농산물유통공사 등 5개 투자기관의 비상임이사 25명 중 15명이 한나라당 출신으로 밝혀졌다. 더욱 가관인 것은 당초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1명만이 한나라당 인사로 기재됐다. 서울시도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얼버무리는 것을 보니 뒤가 켕겼던 모양이다. 서울시가 절반 이상을 출자한 지방 공기업은 지하철 운영, 농수산물 유통 등 공익성이 강한 업무를 맡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약하다. 전문성 있는 인사를 영입, 이를 보완하도록 사외이사제를 뒀다. 서울시는 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기관장이 아니라 비상임이사투자위원회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하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공기업 사외이사는 한나라당 취업창구가 되고 말았다. 사외이사에겐 월 100만원의 수당과 회의 때마다 회의수당이 지급된다. 한나라당은 이런 점을 들어 대권 재수생 정당으로서는 눈감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또 정부여당의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더욱 문제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과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에서 보듯 자기 몸가짐을 바로 해야 한다. 경영효율을 강조하며 투명한 인사를 약속해온 이명박 시장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또 지난 5.31지방선거에선 한나라당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특히 지방공기업은 광역단체는 물론 기초단체에도 있다. 서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지방에선 더 심하지 않겠는가. 한나라당과 이명박시장은 말로만 개혁, 반성을 외치지 말고 실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 방송3사 간판뉴스 흔들

    방송3사 간판뉴스 흔들

    지상파 방송사들의 간판 프로그램인 저녁 종합뉴스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몇년간 시청률과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메인뉴스 하향세는 방송사들이 스트레이트뉴스 비중을 지나치게 높여 차별화된 보도를 내놓지 못하고, 상업성을 좇아 특정이슈에 지나치게 편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윤호진 책임연구원과 김세환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이 최근 2년간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를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를 중심으로 방송메인뉴스의 하향추세 현상과 그 원인 등을 살펴 본다. ●지속적인 시청률, 점유율 하락 2004년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방송3사의 저녁종합뉴스 시청률과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KBS 뉴스9는 시청률이 2004년 6월 19.6%(점유율 30.5%)였으나 2005년 12월 17.7%(점유율 15.5%), 지난 5월 15.5%(점유율 25.6%)로 하락했다.MBC 뉴스데스크는 하락폭이 더욱 심했다. 같은 기간 시청률이 15.1%(점유율 15.6%)→8%(점유율 12.9%)→9.5%(점유율 15.6%)로 떨어졌다.SBS 8뉴스도 9.4%(점유율 16.2%)→10.2%(점유율 18.1%)→8.4%(점유율 15.6%)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년 동안 KBS는 4.1%포인트,MBC는 5.6%포인트,SBS는 1%포인트 시청률이 감소했으며,MBC는 한때 SBS에도 밀리기도 했다. ●심층 분석뉴스가 없다 우리 방송뉴스가 지닌 대표적 특성 중 하나는 스트레이트 보도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스트레이트 보도와 심층보도의 비율이 KBS는 8:2,MBC 9:1을 각각 기록한 반면 영국 BBC는 3:7을 나타냈다는 연구(윤호진 2004)에서 보듯 우리 방송뉴스의 심층뉴스는 매우 취약한 편이다. 이같은 편중현상은 최근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2006년 분석결과를 보면 스트레이트보도 대 심층보도 비율은 KBS만 87.2%:12.8%로 심층보도 비중이 10%를 웃돌았을 뿐,MBC는 95.2%:4.8%,SBS는 98.6%:1.4%로 스트레이트뉴스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월드컵 보도 광풍 우리 언론의 특정 이슈에 대한 편중현상은 이전부터 지적받아 왔지만, 특히 독일 월드컵에 대한 쏠림현상은 심각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두 연구원은 이를 심층적으로 살펴 보기 위해 2002년 한·일 월드컵과 이번 월드컵 개막을 1주일 앞둔 시점에서 3주 동안의 MBC 저녁종합뉴스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02년엔 전체 635건중 월드컵 관련 보도가 126건으로 19.8%를,2006년에는 495건 중 110건으로 22.2%를 차지했다. 한국이 월드컵을 개최했던 때보다 월드컵에 더 치중하는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같은 월드컵 쏠림현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KBS,SBS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국민 관심이 집중되는 이슈가 부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것이 뉴스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지닌 지상파 방송은 정보, 오락 제공과 함께 사회환경 감시, 그리고 국민통합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균형있게 안배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길섶에서] 축구와 정치/김학준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고교 동창들끼리 모처럼 한잔 하는 자리였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다가 화제는 곧 월드컵으로 옮겨졌다. 죄다 한국팀의 선전을 칭찬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썰렁한 소리를 해댔다. 토고전과 프랑스전에서 우리 팀의 운이 따랐다고. 당연히(?) 이 말은 성토 대상으로 떠올랐고,“뭘 안다고 그러느냐.”며 핀잔주는 친구까지 있었다. 축구 얘기가 끝없이 이어지다 술자리 단골 메뉴인 정치 얘기가 등장했다. 안주는 요즘 어딜 가나 그렇듯 노무현 대통령이다. 한 친구가 “노통을 생각하면 골프공조차 안 맞는다.”며 시중에 떠도는 유머인 ‘골프 시리즈’를 얘기하자 모두들 웃었다. 노 대통령을 옹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때 또 아까 그 친구가 나섰다.“대통령이 잘 하는 부분도 없지는 않을 텐데 너무 매도하는 분위기야. 우리는 지나치게 몰리는 근성이 있어.” 이 말 역시 술자리의 왁자함 속에 묻혀버렸지만 여운이 남았다. 대세를 좇아 장단 맞추기는 쉽지만 “이런 점도 있다.”며 반론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특히 축구와 정치 같이 ‘쏠림 현상’이 심각한 분야에서는. 김학준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kimhj@seoul.co.kr
  • ‘부동산대란’ 선제대응 신호탄?

    ‘부동산대란’ 선제대응 신호탄?

    금융감독원이 부동산가격 하락이 금융시장에 미칠 부작용에 대비해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직접 제한하는 창구지도에 나섰다. 투기지역의 아파트 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40%로 하향 조정하고(8·31대책),6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40% 이하로 적용(3·30대책)하는 등 잇따른 조치에도 주택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증액한도 제한이라는 무기를 꺼냈다. 그러나 은행들은 “기존의 규제를 철저히 지키며 정상영업을 하고 있는데, 증액 한도까지 정해주는 것은 너무 심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한도를 소진한 일부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어 불편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항의하고 나설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 ●은행별로 별도지침 내려보내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 등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나 대형 시중은행들에 개별적으로 신규대출 한도 제한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경쟁을 주도한 은행들에는 상환된 범위 내에서만 신규대출을 허용해 대출 증가를 완전히 억제시키고, 다른 은행들에는 월 평균 증가액의 50∼60%만큼만 대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A은행 관계자는 “이미 한도가 초과돼 지점에서 신규 대출을 부득이하게 해줘야 할 경우 본점의 유선 승인을 받으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면서 “일부 은행만 한도를 제한하면 다른 은행이나 제2금융권으로의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도 “이번 조치는 정식 공문이 아니라 구두로 이뤄지는 창구 지도 성격”이라면서 “현재 영업점장들에게 대출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본점의 승인을 거쳐 대출이 나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C은행은 “금감원이 최근 전체적인 대출은 늘지 않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방 대출 규모를 줄이라는 구두 지시를 내려보내 신규 대출 접수를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은 “은행들의 경쟁 심화에 대응해 리스크 관리를 철저하게 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적이 있으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CD금리 폭등…대출 이자에 고스란히 반영 한편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급등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91일물 CD금리는 최근 3거래일간 0.09%포인트나 급등했다.CD금리는 지난 16일 전일 대비 0.03%포인트 오른 이후 19일 0.04%포인트,20일에 0.02%포인트 상승하면서 연 4.50%로 올라섰다. 이는 2003년 5월 7일에 4.51%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CD금리 상승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더욱이 시중은행이 반기 결산을 앞두고 유동성 비율을 맞추기 위해 CD 발행을 늘리는 추세이고, 하반기 콜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어 CD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박승안 PB팀장은 “일반고객의 90% 이상이 저금리 함정에 빠져 대출상환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금리상승 정책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가시화하면 일반인들 사이에서 유동성 문제가 떠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팀장은 특히 “금리 상승기에는 수익률보다 리스크 관리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면서 “금리 상승기에는 대출을 갚는 게 상책이고,2∼3년 안에 상환할 계획이라면 변동금리를 고수할 수 있으나, 장기대출일 경우 고정금리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시의원 당선자 한나라 ‘일색’

    시의원 당선자 한나라 ‘일색’

    인천시의회는 한나라당 일색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의회가 시를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시의회 ●집행부 정책결정에 입김 거셀 듯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33명의 시의원 정원 가운데 32석(지역구 30석, 비례대표 2석)을 차지했다. 열린우리당은 비례대표 1석만을 겨우 확보했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사가 견제없이 시 집행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의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도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의회 정치의 기본인 견제를 통한 균형이 배제된 채 한나라당 인천시당의 당론이 상당부분 시정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의장 선거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다음달 3일로 예정된 민선 4기 시의회 전반기 원구성을 앞두고 벌써부터 의장 자리를 겨냥한 당선자들의 물밑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의장선거 출마를 직·간접적으로 밝혔거나 다른 당선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후보군은 6명 정도이다. 3선의 신영은·박창규 당선자를 비롯해 재선그룹의 이근학·노경수·이병화·강창규 당선자 등이 의장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3선그룹은 한나라당 인천시당의 ‘다선 우선원칙’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으나 재선그룹측은 당 입김이 배제된 자율적인 선출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선자 가운데 기존 세력구도에서 자유로운 초선 의원(21명)의 표심이 의장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 기초의회 ●쏠림현상 덜해 웬만한 견제·균형 희망적 인천지역 8개 구의회와 2개 군의회 등 기초의회는 한나라당 쏠림 현상이 훨씬 덜하다. 10개 구·군의회 당선자 97명 가운데 열린우리당 소속이 31명으로 한나라당 61명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밖에 민주노동당 2명, 민주당 1명, 무소속 2명 등이다. 이같은 현상은 구·군의회 출마자들은 대개 주민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어서 당만을 보고 찍는 ‘묻지마 투표’가 시의원보다 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중선거구 도입이 쏠림현상을 막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남동구의회는 열린우리당 당선자가 5명으로 한나라당 7명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아 인천에서는 유일하게 여·야 당선자가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전문성·경력 ●기업인·시민단체 출신등 다양 이번 선거를 통해 인천시의회에는 전문가 출신과 젊은 초선 의원들이 대거 진출해 지방의원 유급화 시대에 맞춰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초선 당선자는 전체 정원 33명의 63.6%인 21명이고 39.3%에 달하는 13명은 30·40대의 젊은 당선자다. 이들은 기업인, 교육자, 정당인, 시민단체 출신 등 경력도 매우 다양하다. 계양구 성용기(39) 당선자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기업 경영에 투신한 CEO 출신. 성씨는 “중소기업이 마음놓고 기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생산도시 인천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연세대 건축학 석사 출신인 부평구 최종귀(54) 당선자는 수십년 동안 건설업에 몸담아 실무와 이론을 겸비했다는 평이다. 동구의 허식(47) 당선자는 한나라당 인천시당 교육위원회 수석 부위원장을 역임한 자타가 공인하는 교육 정책통. 최연소 당선자인 계양구 이은석(33)씨는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인 인천지역 교육환경을 낱낱이 분석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일색인 시의회에서 유일하게 열린우리당 당선자인 이명숙(59·비례대표)씨는 인천 YWCA 회장 등을 지낸 여성운동가이다. 한나라당 김소림(46·비례대표) 당선자도 시 여성단체협의회 회장과 노동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사회운동가다. 인천녹색연합 서구회장 출신 윤지상(52) 당선자는 지역 환경보전 운동에 힘써온 인물로 환경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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