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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파리 잡는것보다 쉬워”…美전투기 격추 영상 등장

    북한이 지대공 미사일로 미군의 전투기를 가상으로 격추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16일 북한 매체에 등장했다. 북한 대남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의 UCC(손수 제작물) 코너에는 이날 노농적위군 김철별 대원 이름으로 된 ‘우리의 경고 똑똑히 새겨들으라’라는 제목의 2분 14초 분량의 영상이 실렸다. 영상에는 하늘을 나는 전투기가 하얀색 ‘+’자 모양의 조준경 안에 잡히는 모습이 나온다. 곧이어 지대공 미사일이 전투기를 격추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비슷한 장면은 한 번 더 반복됐다. 파괴된 미군 구형 전투기가 지상에서 불타고 성조기가 불길에 휩싸이는 흑백 기록영상도 이어졌다. 전투기 격추 모습과 함께 화면 하단에는 “네 무리(미군)쯤은 담벽에 붙은 쉬파리 한마리 파리채로 때려잡는 것보다 더 쉬운 것으로 생각해. 자숙하고 자숙하라는 우리의 경고를 똑똑히 새겨들으라”라는 자막도 입혔다. 자막에는 “그렇지 않을 때 태평양 푸른 물이 미제와 그 추종군의 더러운 피로 물들여지리. 영웅적 조선인민군이 창조하는 21세기 전승기적 인류의 찬탄 속에 솟구쳐오르리라”라는 위협성 언급도 포함됐다. 자막은 또 “지난 세기 조선전쟁 때에도 무적을 자랑하던 미제의 공중비적들을 1만2천224대나 저 세상으로 보낸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진 우리 조선인민군”이라며 “지금 너희들이 분주스레 아메리카의 하늘을 썰어대며 제아무리 찧고 까불며 소란을 피워도 우리는 눈썹 하나 까닥 안 해”라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5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핵 도발을 감행하면 죽는다”고 경고한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발언에 대해 “미국이 우리에게 덤벼드는 그 순간 백악관부터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배낭 하나 둘러메고 꼬닥꼬닥 올레길… 제주 가을을 걷는다

    배낭 하나 둘러메고 꼬닥꼬닥 올레길… 제주 가을을 걷는다

    가을 제주는 말 그대로 천고마비다. 제주의 푸른 초원을 뛰노는 말은 살찌고 파란 하늘은 자꾸 높아만 간다. 들판에 감귤 익어 가는 소리도 달콤하다. 가을바람에 살랑거리는 억새는 제주의 오름(기생 화산)이며 들판을 금빛으로 수놓는다. 제주가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계절이 가을이다. 바쁜 일상에서 탈출해 자신을 힐링을 하고 싶다면 제주의 가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제주 올레 걷기 축제 제주의 가을 콘텐츠는 단연코 올레길 걷기다. 배낭 하나 둘러메고 꼬닥꼬닥 올레길만 걸어도 행복한데 더 특별하게 걷기 여행을 할 수 있는 올레 축제가 열린다. 제주 올레 걷기축제는 제주의 대표 가을 축제다. 하루 한 코스씩 올레길을 걸으며 공연, 먹거리 등을 즐길 수 있다. ‘걷기’에 ‘문화’라는 색깔을 더한 이동형 축제다. 2010년 1코스에서 시작해 매년 2~5개 코스에서 축제를 벌여 왔다. 지난해 드디어 제주도 한 바퀴를 축제로 완주했다. 올해는 축제가 시작된 1코스에서 다시 시작하는 해. ‘다시, 이 길에서’라는 주제로 오는 21, 22일 이틀간 제주 올레 1코스와 2코스에서 펼쳐진다. 올해 제주 올레 걷기축제는 처음으로 ‘역올레’로 진행된다. 코스 시작점에서 종점 방향으로 걷던 것과 달리 종점에서 시작점으로 역방향으로 걷는다. 역방향 올레걷기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첫날인 21일에는 1코스 광치기 해변에서 시작해 시흥초등학교까지 15㎞ 길을 걷고, 둘째 날인 22일에는 2코스 온평포구에서 시작해 광치기 해변까지 14.5㎞를 걷는다. 걷다가 뒤돌아봐야만 만날 수 있던 풍광을 마주하며 걸을 수 있어 올레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개막식은 21일 시작점인 광치기 해변에서 열린다. 축제가 펼쳐지는 제주 올레 1코스는 제주 올레에서 가장 먼저 열렸다. 오름과 바다가 이어지는 ‘오름·바당 올레’로, 말미오름과 알오름에 오르면 성산 일출봉과 우도, 조각보를 펼쳐놓은 듯한 들판과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검은 돌담을 두른 밭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 들판의 모습은 색색의 천을 곱게 기워 붙인 한 장의 조각보처럼 아름답다. 성산 일출봉의 아름다운 자태와 광치기 해변의 물빛은 가히 환상적이다. 2코스는 물빛 고운 바닷길부터 잔잔한 저수지를 낀 들길, 호젓한 산길까지 색다른 매력의 길들이 이어진다. 대수산봉 정상에 서면 시흥부터 광치기 해변까지 아름다운 제주 동부의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제주 ‘삼성신화’에 나오는 고·양·부 삼신인이 벽랑국에서 찾아온 세 공주를 맞이했다는 온평리 바닷가와 그들이 혼인식을 치렀다는 혼인지도 만날 수 있다. 축제 기간 올레길에서는 꾸밈없는 제주 자연을 무대로 다양한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제주살이를 시작한 지 딱 10년째를 맞는 가수 장필순, 포크그룹 여행스케치, 성악가 서정학 등이 올레길이 지나는 초등학교, 바닷가 오름 등을 무대로 멋진 공연을 펼친다. 제주에 머물며 음악 작업을 하는 퓨전 대중음악팀 거지훈과 노노들, 퓨전 국악팀 리노앤마주, 재즈밴드 신동수 재즈유닛, 인디밴드 남기다밴드, 여성 난타팀 두드림 퓨전 난타, 어쿠스틱 싱어송라이터 루스미니킨 등도 공연에 나선다. 올레길 주민들도 전국에서 모여든 올레꾼을 맞이한다. 제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성산에서 성산고등학교 관악부가 축제 출발을 알리고, 성산읍주민자치센터 한마음 민요 동아리가 제주 전통 방식의 ‘멜후리기’를 시연한다. 옛 제주 사람들이 먼 바다에서 그물로 멸치떼를 후린 후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해안가로 그물을 끌어당기는 작업을 하며 부른 어업노동요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먹거리도 풍성하다. 종달리 부녀회, 시흥리 부녀회, 고성리 부녀회 등 올레길 마을 아주망(아줌마)이 솜씨를 발휘한다. 종달 바당(바다)에서 채취한 싱싱한 소라와 조개를 다져 넣고 가마솥에서 오랜 시간 정성으로 끓인 종달바당죽, 걷고 난 후 필수인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늙은호박전과 오징어초무침 등이 마련된다. 한치 몸통을 썩썩 썰어 신선한 채소와 함께 쓱쓱 비비고, 칼슘의 왕 톳을 고명으로 올려 영양까지 한가득 담긴 톳톳한 한치비빔밥 등을 맛볼 수 있다. 가장 제주다운 축제인 올레 걷기축제에는 해마다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중국, 캐나다, 미국 등에서 1만명의 올레꾼이 참여한다. 공식 참가자에게는 트레킹 타월, 배지 등과 선크림, 물병 등 풍성한 선물을 준다. ●세계로 가는 제주 올레 제주 올레는 몽골 울란바토르시관광청과 상호 협력을 맺고 내년 하반기 2개 코스 오픈을 목적으로 길을 찾고 내고 있다. 몽골이 가진 자연, 문화, 사람 등을 압축해서 경험해볼 수 있는 코스로 개발 예정이다. 각 코스는 10㎞ 전후 길이가 될 예정으로 테를지국립공원 내 코스, 울란바토르시 코스 2개로 제주 올레의 노하우를 이용해 울란바토르시관광청과 울란바토르관광협회에서 트레일을 탐색 중이다. 앞서 제주 올레는 일본에 규슈 올레를 수출했다. 규슈관광추진기구가 운영하는 도보여행길인 규슈 올레는 ‘제주 올레’ 브랜드가 2012년 2월 수출해 조성됐다. 제주 올레 ‘자매의 길’이라 불리는 규슈 올레는, 올레라는 이름 이외에도 간세, 화살표, 리본 등 제주 올레의 길 표식을 같게 사용한다. 다만 제주 올레는 리본과 화살표에 제주의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감귤을 상징하는 주황색을 사용하는 반면, 규슈 올레는 제주 올레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일본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다홍색을 사용해 차별성을 뒀다. 2012년 2월 첫 코스를 개장한 규슈 올레는 규슈 7개 현 전역에 총 17개 코스(총길이 198.3㎞)가 운영되고 있다. 온천을 중심으로 한 규슈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던 이전의 규슈 여행 형태를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3년 6개월 동안 규슈 올레를 찾은 사람들은 총 16만 2490명, 한국인이 약 64%인 10만 110명, 일본인이 36%인 5만 8380명를 차지했다. 안은주 제주 올레 사무국장은 “내년에 개장 예정인 몽골 올레를 통해 더 많은 해외 여행자들에게 제주를 알리고 오리지널 올레가 있는 제주로의 유입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바다가 그린 달빛’ 붉은 달이 뜨는 섬 인천 옹진 자월도

    ‘바다가 그린 달빛’ 붉은 달이 뜨는 섬 인천 옹진 자월도

    그 섬엔 붉은 달이 뜬다고 했다. 인천 옹진군의 작디작은 섬, 자월도(紫月島) 이야기다. 생경한 얘기에 귀는 쫑긋해지고, 눈은 반짝인다. 이 섬에 무슨 사연이 있길래 붉은 달이 뜬다는 걸까. 물빛이 참 곱다. 남해 바다에서 종종 만나는 연둣빛 바다다. 인천대교, 송도신도시 등 멀고 먼 뭍의 풍경들이 이 바다 위에 곱게 내려앉았다. 사실 물빛이 고운 건 당연하다. 자월도 주변엔 이작도, 승봉도, 사승봉도 등 모래로 이름난 섬들이 둘러쳐져 있다. 이 섬들은 서해의 여느 해안과 달리 물이 빠지면 거대한 모래톱이 드러난다. 주민들은 이를 ‘풀등’이라 부른다. 자월도도 비슷하다. 날물 때면 모래톱과 갯벌이 비슷한 비율로 구성된 해변이 드러난다. 풀등의 비중이 이작도 등에 견줘 다소 작을 뿐이다. 바닥이 모래인 해변은 물색이 곱기 마련이다. 그래서 연둣빛 물빛인 것이다. 썰물이 되면 모래톱이 드러난다. 바닷물이 빗질한 모래들이 밀가루 반죽처럼 곱다. 주민들은 바닷물이 빠지면갯벌에 들어가 갯것들을 캔다. 조간대 뻘밭으로 조금만 들어가도 바지락 등이 지천이다. 모래 해변엔 어린아이 새끼손톱만 한 모래 구슬들이 여기저기 모여 있다. 엽낭게 등 작은 게들이 모래에서 유기물 등을 걸러낸 뒤 작은 구슬처럼 둘둘 말아 제 집 밖에 쌓아 놓은 것이다. 이처럼 소박한 풍경들을 기웃대며 사부작사부작 걷는 맛이 각별하다. 자월도는 인천항에서 35㎞ 안팎 떨어졌다. 주변의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승봉도 등 4개의 유인도와 9개의 무인도를 아우르는 인천 옹진 자월면의 중심 섬이다. 해안선 둘레는 20.4㎞ 정도. 고려 말 공민왕의 후손들이 조선 태조의 탄압을 피해 이 섬에 정착했다고 전해진다. 장판처럼 잔잔한 바닷길을 ‘새우깡 갈매기’와 더불어 1시간 30분가량 달렸을까. 자월도 달바위 선착장이 객을 반긴다. 선착장 앞엔 작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여기에 자월도란 이름에 얽힌 유래가 적혀 있다. 내용은 이렇다. 조선 인조 때, 관가에 근무하던 이 하나가 귀양을 왔다. 타지에서의 첫 번째 밤. 그는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을 보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자 달이 붉어지며 바람이 일고 폭풍우가 몰아쳤다. 그는 하늘도 자신의 억울함을 알아준다며 섬의 이름을 달이 붉어졌다는 뜻의 자월도라 지었다는 것이다. 달바위 선착장 초입에 세워진 어부 내외상에도 슬픈 이야기가 전해 온다. 옛날 한 어부가 고기잡이를 나가 며칠째 돌아오지 않았다. 사흘째 되던 날, 어부의 아내는 혹시 남편이 돌아올까 싶어 달바위 포구까지 마중을 나왔다. 그런데 아내가 포구에서 마주한 건 대형 지네가 죽은 사람의 몸에 촉수를 꽂고 있는 모습이었다. 놀란 아내가 순간적으로 기절했다 깨어 보니 죽은 이는 바로 자신의 남편이었다. 어부의 아내는 통곡하다 달바위에서 몸을 던져 남편의 뒤를 따르고 만다. 꽤나 그로테스크한 이야기 얼개다. 실제 사람 크기만 한 지네가 있었을 리는 없고 해안가의 ‘청소부’ 갯강구들이 남편 몸에 떼지어 달라붙은 모습이 아내의 눈에 마치 괴물 지네처럼 보였지 싶다. 달바위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섬 구경에 나선다. 모퉁이 하나 돌면 장골해변이다. 선착장과 가까운 데다 백사장이 1㎞ 가까이 펼쳐져 있어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이다. 장골해변과 독바위 사이에도 곱디고운 모래톱이 펼쳐져 있다. 자월도는 유난히 바위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 독바위는 장골해변과 큰 마을 사이 해안에 있는 바위섬을 일컫는다. 사리 때 물이 휘어 도는 모양이 독과 같아 그리 부른다고 한다. 바위섬 끝에 홀로 떨어져 있는 바위의 모양새가 독을 닮았다는 이도 있다. 선착장 이름도 달바위다. 몇몇 주민들에 따르면 지금의 선착장 자리에 있었던 둥근 바위를 달을 닮았다는 뜻에서 달바위라 불렀다는 것이다. 장골해수욕장을 지나면 큰말해수욕장, 볕남금 해변, 사슴개 마을 등이 차례로 나선다. 곳곳에 예쁜 이정표가 있어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사슴개 마을을 지나 고개를 넘으면 진모래 해변과 묵통도 등대가 저 멀리 보인다. 여기서 맞는 풍경도 꽤 장쾌하다. 국사봉은 해발 166m로 낮지만 섬 안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면사무소 옆길을 따라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서면 사방을 굽어볼 수 있다. 하늬깨 해변도 모래가 곱다. 달바위 선착장에서 오른쪽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나온다. 하늬깨 해변 너머는 목섬이다. 철제 데크가 목섬과 하늬깨를 연결하고 있다. 자월도는 캠핑 여행지로 이름난 섬이다. 장골, 큰말, 하늬깨 등 어디에 캠핑 사이트를 구축해도 아름다운 해넘이와 마주할 수 있다. 아쉽게도 텐트에 누워 해돋이 장면을 볼 수는 없다. 섬 동쪽이 급경사 지대여서 캠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섬은 달의 시간이 지배하는 곳이다. 썰물과 밀물에 따라 주민들의 삶이 바뀌고, 어부들은 어둠이 흩뿌려둔 달과 별을 보고 집을 찾아간다. 그러니 한 줄기 달빛이라도 있거들랑 밤길 걸어 섬을 살펴볼 일이다. 혹시 붉은 달이 떠 발 앞을 비춰 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고백하자면, 이날 붉은 달은 볼 수 없었다. 구름이 달빛을 가릴 정도로 두꺼웠기 때문이다.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 해서 오래 가슴에 담아 둘 것도 없다. 너른 바다를 앞마당 삼고 철썩대는 파도 소리 들으며 잠드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 말이다. 글 사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가는 길:대부해운(www.daebuhw.com)이 인천연안여객터미널과 안산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등 두 곳에서 카페리를 운항하고 있다. 평일은 한 차례, 주말과 공휴일엔 두 차례 왕복 운항한다. 자월도, 이작도, 덕적도 등을 찍고 다시 자월도를 거쳐 인천항으로 회항하는 식이다. 사람은 주말에만 다소 붐비는 편이지만 문제는 차를 싣고 갈 경우다. 배가 작기 때문에 평일에도 북적댄다. 게다가 무조건 선착순이어서 머뭇대다가는 차를 싣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꼼짝없이 대부도까지 이동해야 한다. 대부도는 배가 좀더 커서 평일의 경우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다. 나올 때는 자월도에 6대가 할당된다. 꼭 인천항으로 와야 한다면 서둘러 승선권을 끊고 달바위 선착장에 차를 주차시켜 두는 게 좋다. 물론 앞 경유지에서 차를 덜 채웠을 경우엔 6대 이상 싣기도 한다. 자월도까지 1시간 20~30분 소요된다. 고려고속페리(www.kefship.com)도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항한다. 경유지가 다소 다를 뿐 운항 방법은 비슷하다. 다만 차는 실을 수 없다. 자월도까지 50분 소요. →잘 곳 : 캠핑은 장골해수욕장이 가장 낫다. 달바위 선착장과 가까운 데다 개수대,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갖춰졌고 매점과 식당도 가깝다. 다만 밤에는 주점을 겸한 식당 등에서 다소 소음이 발생할 수도 있다. 큰말 해수욕장도 무난한 편. 섬 북쪽의 진모래해수욕장은 사유지와 얽혀 있는 데다 산자락을 타고 오르내려야 해 불편하다. 섬 동쪽은 급경사지대여서 캠핑이 어렵다. 이른 아침 눈 뜨면 해돋이가 펼쳐지는 모습은 그저 상상일 뿐, 현실에선 마주하기 어렵다. 해넘이는 좋다. 장골, 큰말 등 어디에 사이트를 구축해도 서정적인 해넘이와 마주할 수 있다. 민박집은 섬 전체에 고루 분포돼 있다. 일반 숙박업소는 없다.
  • [길섶에서] 안주/박홍기 논설위원

    얼마 전 대학가 먹자골목을 찾았을 때 일이다. 동료들이 한잔하는 데 뒤늦게 합류했다. 식당과 주점이 즐비한 골목은 젊은이들로 붐볐다. 부딪치지 않게 신경써서 걸어야 할 판이었다. 주점에 들어서자 동료들이 손을 들어 반겨 맞았다. 이미 불그스레했다. 피조개 구이를 시켰다. 술잔을 주고받던 중 안주가 나왔다. 피조개와 치즈를 버무렸는지 먹음직스러웠다. 술을 들이켠 뒤 안주에 젓가락을 댔다.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집히는 조개가 없어서다. 종업원에게 “피조개 구이가 맞냐”고 묻자 곧바로 “네”라는 답이 돌아왔다. 확인을 요구하자 잘게 썰어진 조개를 몇 개 골라냈다. 주인이 오더니 “계산에서 빼드리겠습니다”라고 하더니 안주를 가져갔다. 미안하다는 사과도 없이. 당황한 쪽은 주점이 아니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황 끝이다. “그래서 아저씨.” 주점 사건을 들은 젊은 후배의 반응이다. “그런 사람에겐 그런 식으로 대하지 않지요, 휴대전화 카메라는 어디에 쓰세요.” 먼저 사진을 찍은 뒤 따지다 해결이 안 되면 SNS에 올려 버린단다. 신뢰를 깬 쪽이 주점이니 딱히 할 말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쿨하다. 이런 것도 세대 차이일까.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와사비 테러 논란 “日 오사카 초밥집, 韓 여행객 고통스러워하자 비웃어”

    와사비 테러 논란 “日 오사카 초밥집, 韓 여행객 고통스러워하자 비웃어”

    일본 오사카(大阪)의 유명 초밥(스시)집이 외국인 손님에게 고추냉이(와사비)를 많이 넣은 초밥을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음식점은 특히 한국인 여행객이 주문할 시 고추냉이를 많이 넣은 초밥을 내놨다는 주장이 퍼져 ‘혐한 논란’까지 일고 있다. 3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일본 식품업체 H사가 운영하는 오사카의 초밥집 체인이 외국인 손님에게 고추냉이를 많이 넣어서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이 초밥집이 일본어를 못하는 한국인 여행객이 주문하면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고추냉이를 많이 넣은 초밥을 내놓는다는 주장을 담을 글을 일본 관련 사이트 등에 올렸다. 또 종업원이 한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고추냉이 때문에 손님이 고통스러워하면 이를 비웃기도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런 내용의 글은 고추냉이가 듬뿍 들어간 생선 초밥 사진 등과 함께 ‘와사비 테러’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상에서 급속히 퍼졌다. ‘혐한’(嫌韓) 식당이라는 평가도 함께 나왔다. 논란이 확산하자 H사는 2일 홈페이지에 해명의 글을 올려 논란 진화에 나섰다. 이 업체는 “인터넷 곳곳에서 소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해외에서 오신 손님이 가리(생강을 얇게 썰어 초에 절인 것)나 고추냉이의 양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아주 많이 했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 서비스로 제공한 것이지만 고추냉이에 익숙하지 않은 손님에게 결과적으로 불쾌감을 드리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이어 “종업원에 의한 민족 차별적인 발언에 관해서는 그런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더 많은 손님이 만족하도록 사원 교육을 한층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한국인으로 보이는 외국인 손님이 가게에 왔을 때 초밥과 별도로 고추냉이를 요구한 것이 과거에 있었기 때문에 초밥을 만드는 직원이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 통상보다 많은 고추냉이를 넣었다”는 업체 측의 설명을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모델 박둘선의 영화 음식 이야기] 하정우 ‘먹방’의 주인공 탕수육

    [모델 박둘선의 영화 음식 이야기] 하정우 ‘먹방’의 주인공 탕수육

    영화배우 하정우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먹방’(먹는 방송)이 빠지지 않는다. 그의 먹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관객을 허기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하정우의 먹방이 화제가 된 영화 중 하나가 ‘범죄와의 전쟁’이다. 교도소에 면회 온 최익현(최민식 분) 앞에서 크림빵을 먹는 모습이나, 중국집에서 혼자 앉아 탕수육과 양장피를 먹는 모습이 하정우 먹방 목록에 꼭 꼽힌다. 중국집에 가면 시키는 요리의 첫 순위를 차지하는 탕수육을 집에서도 만들어 보자. 탕수육에는 야채가 빠지지 않는다. 당근은 껍질을 벗기지 않고 육각형 또는 오각형으로 만들어 꽃 모양으로 만들었다. ●아삭한 당근 위해 데치지 않고 물에 담가 둬요 서울요리학원의 김홍준 강사는 당근을 데치지 않고 최대한 얇게 썰어 물에 담가 두는 방법을 택했다. 아삭한 식감을 더 강조하기 위해서다. 물에 담가 두는 까닭은 수분이 사라지면서 모양이 오그라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양파는 하나씩 뜯어서 사선으로 잘라 두고 오이는 껍질의 색감을 살리기 위해 깨끗이 씻어 한 입 크기로 잘랐다. 야채 준비가 끝난 뒤에 고기를 썰었다. 김 강사는 집에서는 도마를 하나만 쓰는 경우가 많으니까 고기의 냄새와 기름이 배이지 않기 위해서는 고기를 맨 나중에 손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기를 채 썰 때는 고기 결을 따라 썰어야 모양이 잘 유지된다. 고기의 잡내는 소금과 후추, 생강즙을 넣어 버무려서 잡았다. 가정에서 고기를 쓸 때 냉동 상태의 고기를 잘라 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고기를 썰 때는 냉동 상태가 편하지만 간은 해동이 다 끝난 뒤 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래야 간이 제대로 배일 수 있다. 튀김 옷을 만들 때 전분은 감자 전분과 옥수수 전분을 2대1의 비율로 섞었다. 감자 전분은 쫀득한 찹쌀의 느낌을, 옥수수 전분은 바삭한 느낌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물과 식용유를 약간 넣고 반죽은 크림 상태로 만들었다. 모델 박둘선씨는 “크림 상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종종 헷갈린다”고 털어놨다. ●소스 끓일 땐 밑바닥 타지 않게 저어줘야 해요 이제 탕수육 소스를 만들어야 한다. 집에서 만드는 소스는 음식점에서 만드는 소스보다 설탕을 적게 넣었다. 간장을 넣는 이유는 탕수육 소스의 색깔을 내기 위해서다. 소스를 끓일 때는 밑바닥이 타는 것을 막기 위해 가끔씩 저어줘야 한다. 식초는 기호에 따라 양을 조절해서 시큼한 맛을 조절하면 된다. 고기는 세 번가량 튀긴다. 처음 튀길 때보다 두 번째 튀길 때 온도가 더 높아야 더 바삭한 튀김이 된다. 두 번 튀긴 탕수육을 먹어보니 돼지고기 비린내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중국집에서 고기를 세 번 튀기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튀길 때는 중간중간 체를 사용해 공기가 맺히거나 엉키는 것을 풀어준다. ●야채는 끓이지 않고 그대로 먹으면 더 바삭해요 마지막으로 소스와 고기의 만남이다. 탕수육 소스에 튀긴 고기를 넣고 강한 불에서 치대도 되고 튀긴 고기에 소스를 뿌려 먹어도 된다. 탕수육 소스에 튀긴 고기를 넣고 치대는 경우를 골랐다면, 소스가 끓을 때 감자 전분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농도를 조절해준다. 박씨는 두 가지 방식이 아니라 소스에 찍어 먹는 방법을 선택했다. “탕수육 고기의 바삭한 맛이 좋아서”다. 아삭하고 바삭한 식감을 좋아한다면 야채를 소스에 넣고 끓이지 않고 그대로 먹어도 별미다. 정리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얇게 썬 울주 한우 석쇠에 구워… 숯향 어우러진 ‘언양의 맛’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얇게 썬 울주 한우 석쇠에 구워… 숯향 어우러진 ‘언양의 맛’

    60년 전통의 언양 한우불고기가 가을 행락객의 입맛을 유혹한다. 2016년 언양 한우불고기축제는 한우 먹을거리 마당을 비롯해 한우 판매장, 공연, 전시·체험 등 먹을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로 진행된다. 올해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축제 하루 전날인 30일 행사장 인근 영남알프스에서 개막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29일 울주군과 언양한우불고기축제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울주군 언양읍 언양공영주차장 일대에서 ‘2016년 언양 한우불고기축제’가 열린다. 특히 올해 축제는 국내에서 처음 개최하는 국제산악영화제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와 함께 열려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울산의 서쪽에 위치한 언양읍은 울산으로 들어오는 관문이다. 2010년 11월 KTX역사 개통 이후 교통의 요충지로 부상하면서 개발되고 있다. 언양은 수려한 산악경관을 가진 일명 ‘영남알프스’를 품고 있어 해마다 수백만명의 행락객이 찾고 있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언양 한우불고기도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언양 한우불고기는 일명 ‘육수 불고기’로 불리는 일반 양념 불고기와 달리 양념을 조금만 사용해 고기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린 게 특징이다. 언양 특산물인 소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한 뒤 석쇠에 구워 먹는다. 일반 양념 불고기와 달리 양념 맛이 작은 반면, 특유의 육질과 고소함이 느껴진다. 얇게 썰어 양념한 고기는 불판에 굽지 않고 석쇠에 바로 굽는다. 이런 점으로 보면 얇게 저며 잔칼질로 자근자근 연하게 다진 뒤 양념에 재워 굽는 너비아니에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언양 한우불고기는 칼로 저미는 대신 얇게 썬 뒤 최소의 양념만을 사용해 고기 자체의 맛을 살린다. 그러려면 질 좋은 고기를 사용해야 한다. 언양은 예부터 한우로 유명한 곳이다.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상류의 깨끗한 물이 있고 풍부하고 드넓은 초지가 많아 소를 키우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이런 영향으로 언양에는 큰 우시장이 생겨났고 도축장과 푸줏간도 들어섰다. 언양 한우불고기가 유명해진 것은 1960년대부터다. 1960년대 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했던 근로자들이 언양의 고기 맛을 알리면서 전국적으로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한우불고기가 유명해지자 고깃집이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속속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 언양읍 불고기특구(불고기단지)에는 30~40개의 전문 음식점이 있다. 2006년에는 재정경제부로부터 전국 첫 한우불고기 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언양 불고기에 사용되는 한우는 독특하다. 보통 송아지 1~3마리를 낳은 3~4년생 암소 고기를 사용한다. 도축한 지 24시간 된 싱싱한 고기를 사용해야 제맛을 낼 수 있다. 또 양념 맛에 고기 맛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에 생고기나 소금구이로 내놓는다. 여기에 고기를 굽는 동안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일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할 백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양념한 고기가 타지 않도록 석쇠로 살짝 굽는다. 생고기에 소금만 뿌려 먹기도 한다. 언양 특산품인 미나리를 곁들이면 좋다. 축제 첫날 ‘언양의 달인을 찾아라’ 시간에는 한우 OX 퀴즈가 열린다.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천도재, 개막 축하 테이프 자르기도 있다. 축제 시작을 알리는 풍물패 길놀이, 7080 통기타 콘서트, 언양 한우 깜짝 경매, 불꽃 쇼도 볼 수 있다. 초대가수 공연, 퓨전 타악, 전자클래식 연주, 비보이 그룹 등과 우리 국악이 만나는 역동적인 무대 공연도 선보인다. 이튿날에는 지역 트로트 한마당에 이어 비주얼 레이디와 코튼 아이, 초대가수가 출연하는 한우 콘서트 축하공연이 있다. 마지막 날에는 불고기 힘장사에서 주부들의 열띤 힘자랑, 언양 불고기 가요제 등이 마련된다. 이와 함께 행사장에서는 언양 한우불고기 할인판매, 청정 농수산물 직판매 행사, 울주군 관광홍보 사진관 등도 운영된다. 부대행사로는 꽃그림 페이스 페인팅, 한우캐릭터 퍼포먼스, 체험행사로 스탬프 랠리, 추억의 솜사탕과 아트풍선 증정, 가을 시화전 등이 준비된다. 울주군은 행사 기간 내내 12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천막을 설치해 시민과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에게 맛 좋은 1등급 한우불고기를 공급한다. 이곳에서는 시중보다 싼 가격에 한우 암소와 석쇠 불고기를 맛볼 수 있다. 축제 메인 행사는 언양 한우불고기 및 울주군 관광명소 홍보관 운영과 축하공연, 가요제, 콘서트, 언양 한우불고기 할인 판매, 청정 농수산물 직판매 등으로 구성했다. 석궁·나무 총·목검 만들기, 어항·유리향초·한자부채 만들기, 캐릭터 손거울·나노블록 만들기, 원목 하모니카·오카리나 만들기, 에코 가방·휴대전화 가방 만들기, 축제 디퓨즈 팔찌·미아방지 팔찌 만들기, 보석함·돌고래·물고기 도자기 만들기, 신비한 타투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마련했다. 축제를 찾는 행락객들에게 1등급 한우의 맛과 이벤트 행사 재미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축제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언양 한우불고기축제에는 전국에서 손님이 모이기 때문에 1등급 한우 암소를 내놓는다”면서 “이를 위해 언양 한우불고기 특구에 명품 암소를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 다른 지역 축제와 차별화했다”고 밝혔다. 울주군은 울주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인 ‘언양 불고기’의 지리적 표시제 특허 상표 등록도 출원했다. 울주군은 명품 한우의 맛과 우수성을 알리려고 1999년부터 매년 10월 언양과 봉계 지역으로 나눠 한우불고기축제를 개최하던 중 2010년부터 1개의 축제로 통합해 언양과 봉계에서 격년제로 열고 있다. 언양 한우불고기축제를 찾는 방문객은 해마다 10만~20만명에 이르고 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노숙자에게 자기 밥 건넨 8세 소녀… ‘희망의 도미노’ 시작

    노숙자에게 자기 밥 건넨 8세 소녀… ‘희망의 도미노’ 시작

    여덟 살 꼬마 엘라 스코트는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한 식당에서 아빠 에디 스코트와 함께 막 밥을 먹으려던 참이었다. 접시 위에 담긴 스테이크와 감자구이는 먹음직스러웠다. 지난 15일 유튜브에 올라와 누리꾼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영상은 이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엘라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아빠에게 "갖다 줘도 돼요?"라고 물은 뒤 접시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아마 이미 뭔가 한참 대화를 나눴으리라. 아빠 에디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딸의 걸음 뒤를 쫓는 화면에서 사랑스러움과 자랑스러움이 한껏 묻어난다. 엘라는 식당 밖 벤치의 노숙자에게 뭔가 말을 붙인 뒤 접시와 포크, 나이프까지 건네준다. 에디는 "제 딸이지요. 사랑스러워요."라고 혼잣말을 보탠다. 그리고 엘라는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오고 "잘했다. 저 아저씨는 오늘 운수좋은 날이라고 생각할 거야"라고 칭찬해주자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창 밖 노숙자는 벤치에서 고기를 잘게 썰어 느릿느릿 먹으며 배고픔을 달랬다. 21일 이 소식을 전한 투데이뉴스는 "엘라는 아빠에게 '아저씨가 배고파 보여 도와줘야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8세 소녀가 보여준 작지만 훈훈한 선행의 몸짓은 또다른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고, 헤어진 남매를 만나게까지 했다. 이 영상은 아빠 에디가 페이스북에 올린 뒤 무려 4400만 회에 걸쳐 조회됐다. 영상을 올린 이튿날 에디는 한 여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바로 그 식당 밖 노숙자의 누이동생 로쟌느 살코프스키였다. 노숙자 오빠는 데이비드 살코프스키(62)로 6개월 전 필라델피아에서 온 뒤 헤어졌고, 참전군인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0분 가까이 전화기 너머에서 흐느끼며 말하다가 괜찮아 보이더라는 설명에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작은 소녀의 착한 마음이 헤어짐의 아픔을 겪던 남매를 만나게 하는 기적으로 이어져 더욱 큰 울림을 낳았다.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모델 박둘선의 영화 음식 이야기] 팬 위서 춤춘 감자·양파…‘스페인 파전’ 낳았네

    [모델 박둘선의 영화 음식 이야기] 팬 위서 춤춘 감자·양파…‘스페인 파전’ 낳았네

    요리를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었을 법한 줄리아 차일드. 37세의 늦은 나이에 외교관 남편의 근무지인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뒤 파리의 무료한 생활을 이겨내기 위해 요리학원을 다녔다.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프랑스 요리의 달인이 되는 법’(1961년)이란 요리책을 내고 TV에 출연해 요리 강습을 한다. 미국인의 요리와 식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 그녀가 쓴 요리책을 40여년이 지난 뒤 블로거 줄리 파월이 1년 동안 따라하고 이 과정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면서 유명 인사가 된다. 이 두 개의 실화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그린 영화가 ‘줄리&줄리아’다. 요리에 관한 영화답게 많은 요리가 나오지만 가장 먼저 나오는 영화가 스페인식 오믈렛인 토르티아다. 영화 속 요리연구가 줄리아(메릴 스트리프)가 프라이팬에서 요리를 뒤집다가 실패하지만 오븐에 떨어진 내용물을 천연덕스럽게 프라이팬에 다시 집어넣는 모습이 인상적인 요리다. 감자, 시금치, 양파 등 야채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파전과 가깝다. 감자와 계란이 주종을 이룬다는 점에서 감자 오믈렛이라고도 불린다. 스페인에서 전채요리로 즐겨 먹는다. 감자는 썬 뒤 물에 담가두거나 건져 둬서 물기를 묻혔다. 그래야 감자가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자를 프라이팬에서 볶기 때문에 가급적 얇게 썰었다. 국산 감자는 다른 나라 감자들보다 전분이 많은 편이다. 서울요리학원의 이정원 강사는 가정에서 감자볶음을 할 때 전분이 많기 때문에 물에 살짝 헹궈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토르티아를 만들 때 감자를 겹쳐 넣으면 뭉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시금치는 한 주먹만큼 준비해 뒀다. 얼핏 보면 많은 것 같지만 열을 가하면 숨이 죽어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깬 계란은 풀어도 되고 안 풀어도 된다. 생크림의 용량이 헷갈린다면 어른 수저로 한 수저 정도가 적당하다. 몸에 좋은 올리브유가 대중화되면서 요리에 쓰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올리브유의 최상급인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는 발화점이 낮기 때문에 튀김용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엑스트라버진을 튀김용으로 쓰면 몸에 안 좋은 유해물질이 나올 수 있다. 요리용으로는 퓨어올리브유가 오히려 적당하다. 볶음 요리를 할 때 간은 조금씩 나눠서 하는 것이 좋다. 토르티아의 경우 감자를 볶을 때 간을 조금 하고, 계란을 풀 때 조금 하는 식이다. 어느 정도 볶아지면 다시 간을 하는 방식이다. 그래야 간이 골고루 밴다. 볶던 감자가 투명해지고 시금치가 숨이 죽었을 때 풀어둔 계란을 넣는다. 기름을 살짝 두르고 계란 프라이를 하듯이 불을 조절한다. 계란 비린내는 후추로 잡을 수 있다. 뒤집기를 할 때 크기가 비슷한 프라이팬을 써도 되지만 프라이팬 크기에 맞는 접시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접시로 프라이팬을 덮고 프라이팬에 있던 토르티아를 접시로 옮기면 된다. 프라이팬에 다시 옮길 때는 그대로 밀어내듯이 프라이팬에 담으면 된다. 팬케이크 몇 장을 겹쳐 먹듯이 토르티아를 두 장 정도 겹쳐 먹기도 한다. 파전 먹을 때 간장에 찍어 먹듯이 소스에 찍어 먹어도 별미다. 와인식초와 레몬주스 등으로 만든 렌치소스, 사워크림 또는 케첩 등 본인이 즐겨 먹는 소스를 선택하면 된다. 소스를 발라 샌드위치에 얹어서 먹기도 한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운전 틈틈이 스트레칭 고기는 굽기보다 찌기

    운전 틈틈이 스트레칭 고기는 굽기보다 찌기

    추석 명절 기간 장시간 운전은 몸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또 맛있는 음식은 과식을 불러 다이어트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명절을 지내는 동안 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11일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들었다. Q. 명절 기간 운전이 부담된다면. A.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추석 명절을 보내다 보면 무릎과 허리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장시간 운전 때문이다. 이때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앉아 있으면 누워 있을 때보다 2~3배의 하중이 허리에 몰린다. 또 어깨나 허리, 무릎, 발목 근육만 자극하다 보면 과도한 사용으로 피로가 유발된다. 따라서 출발 전 의자의 각도를 110도 정도로 몸에 맞춰 조절하고 엉덩이와 등을 바짝 붙여 앉는 것이 좋다.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이나 키가 작은 사람은 허리에 쿠션을 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두 시간마다 운전자를 교대하면서 허리와 어깨 돌리기, 무릎 굽혔다 펴기 등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근육과 관절 긴장을 풀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약간 배고픈 듯 식사하고 운전 중 조금씩 간식을 먹으면 졸음을 예방하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Q. 체중이 늘지 않게 하려면. A. 다이어트를 의식해 식사량을 지나치게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식사량을 크게 줄이면 보상심리로 간식으로 배를 채우게 되고, 포만감은 없고 칼로리는 높아 오히려 체중이 늘어나게 된다. 추석 음식 중 열량이 많은 음식이 떡과 전 같은 기름진 음식이다. 한끼 열량은 450~550㎉인데 간식인 약과나 유과도 열량이 각각 170㎉, 120㎉인 고열량식이고 편하게 마시는 식혜나 맥주도 열량이 100㎉나 된다. 그래서 야채는 한 번 데쳐서 조리하고 기름 대신 물로 볶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물을 사용해 볶는 것이 좋다. 튀김용 재료는 가급적 큼직하게 썰어 포만감을 느끼도록 하고 팬을 뜨겁게 달군 뒤 기름을 둘러 사용해 기름 흡수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갈비 같은 고기는 단순히 굽기보다 오븐을 이용하거나 찜을 하면 된다. 식혜나 수정과에 설탕을 많이 넣기보다 기본 재료에 충실한 맛을 즐기는 것이 좋다. Q. 관절염을 예방하려면. A. 구부리거나 쭈그려 앉아 일하는 여성들에게는 퇴행성 관절염이 흔하다. 무거운 물건은 남성이 운반하도록 해 무릎에 과도한 하중이 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관절 통증을 줄이려면 관절 주위 근육이 튼튼해야 한다. 근육이 튼튼하면 관절이 안정되고 염증이 생길 위험이 낮아진다. 따라서 살코기, 생선, 달걀, 콩 등 양질의 단백질을 끼니마다 적정량 섭취하는 것이 좋다. 관절과 허리 디스크 부위는 수분과 함께 영양이 공급되기 때문에 하루 1.5ℓ 정도로 충분히 수분을 섭취해 줘야 한다. 적절한 체중 관리는 기본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정육점에서 사먹은 떡갈비가…“악취 진동”

    정육점에서 사먹은 떡갈비가…“악취 진동”

    악취가 진동할 정도로 부패한 고기로 떡갈비를 만들어 판매한 정육업자가 검찰에 붙잡혔다.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8일 축산물 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정육업자 박모(34) 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운영하는 충북 음성군 금왕읍 모 마트 내 정육점에서 부패한 고기로 떡갈비 20㎏을 제조해 이중 1㎏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자신의 형이 운영하다 폐업한 정육점에서 상한 고기 1.35t을 가져와 떡갈비 제조를 목적으로 보관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씨는 상한 고기를 잘게 썰어 건조한 뒤 향이 강한 양념을 첨가해 냄새를 제거하는 수법으로 떡갈비를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떡갈비 재료로 쓰이는 고기는 악취가 진동할 정도로 부패가 심해 적발 직후 폐기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박 씨는 정육점 직원의 제보로 경찰에 적발되자 “상한 고기를 폐축산물 수거업자에게 넘기려고 일시 보관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의 보강 수사로 범행이 드러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영탁의 시식남녀] 여수, 한강, 와이키키브라더스

    [김영탁의 시식남녀] 여수, 한강, 와이키키브라더스

    여수에 대한 세 가지 기억 여수에 대한 개별적인 기억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한강의 소설 '여수의 사랑', 그리고 지금은 휴간된 문예지 '정신과표현'의 고(故) 송명진 시인이다. 모두 외롭고 쓸쓸하고 고단하며 아련하다. 모든 게 마지막이며 새롭게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여수는 운명적으로 세 가지를 감싼다. 남성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다가 세월에 떠밀리며 유랑 밴드로 전전한다. 영화는 제 삶에서조차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세상과 운명에 내몰린 이들을 덤덤히 그렸다. 마지막 장면은 여수의 밤무대에서 심수봉의 노래 '사랑밖에 난 몰라'로 마무리된다. 그 울림은 처연하고 애달프다. 삶도, 사랑도, 희망도 쉽게 끝낼 것들이 아님을 아련히 짐작케 한다. 소설 '여수의 사랑'은 우리가 모두 버리고 싶은, 까마득하게 잊었던 생의 치욕들을 까집어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그 기억은 고통이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상처를 안을 수밖에 없는, 삶의 궤적이란 뼈아픈 과정이다. 고통스럽고 아픈 과정의 진실이, 다시 시작하고 살아갈 동력을 작동하게 한다. 이 소설은 지리멸렬한, 끝없는 절망, 좌절감 같은 바닥정서로 보면,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통한다. 그리고 황폐한 세상의 바닥에서 부재를 그리워하며 숨 쉬고 살아 있다는 것을 각성한다. 쓸쓸하고 외롭고 고단한 운명 속에서 죽음과 삶에 대한 교차는 생에 대한 강렬한 내구성을 키워낸다. “오동도에 가봤어요? 오동도의 동백나무들은 언제나 껍질 위로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은, 아프지만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이 여수의 사랑이다. 송명진 시인은 '정신과표현'의 발행인 겸 주간으로 활동하다가 2010년 1월 8일 영면했다. 그는 전남 광양에서 출생했으나 청년기를 여수에서 보냈을 뿐만 아니라, 일찍이 여수 문화예술을 위하여 크나큰 일을 일구어냈다. '정신과표현'이 창간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그와 같이 일했다. 그가 유명을 달리하고 나서 시인들의 정성으로 첫 시집이자 유고시집인 '착한 미소'(황금알)가 나왔다. 그는 서울에 살면서도 애증이 점철된 여수를 늘 그리워했다. “언제 여수에 내려가 산비탈에 흙으로 집을 지어 살까?”하며 매양 여수로 내려가는 꿈을 꿨다. 그는 여수를 다녀오면 활기에 넘쳤고 옥돔, 조기, 가자미 등속을 가져와 우리는 솥에 쪄서 먹었다. 언제나 자신을 숨기고 낮춘 겸손의 미덕과 장인정신이 투철했던 송명진 시인은 이제 영겁의 시간 동안 여수 앞바다 파도소리를 듣고 있을 테다. 오동도 시누대, 그리고 돌산 '자네,/ 문득 세상살이 힘들 때가 있지/ 세상에 덜렁 혼자뿐이라고/ 아니다 아니다 이게 아니라고/ 막다른 골목에서 고개를 흔들 때/ 마음의 짐일랑 그대로 팽개치고/ 빈 몸 그대로 여수로 오시게/ 먼 길 달려온 자네에게/ 늘 넉넉하게 일렁이는 바다가/ 바람을 닮은 섬들이/ 흔들리는 것은 결코 중심은 아니라고/ 흔들리는 것은 잠시일 뿐이라고/ 넌지시 귀띔해 줄 걸세/ 때로는 사는 것이 얼마나 가벼운 거냐며/ 생미역 한 줄기 풀어/ 엉기고 맺힌 생을 해장시켜 줄 걸세/ 자네, 외로움이 얼마나 심했느냐고/ 겨울 이기고 돌아온 동백꽃 웃음이/ 옷깃을 풀고 와락 안겨들 걸세'(신병은 '여수 가는 길' 전문) 여수에 왔으니 오동도를 건너뛸 수는 없다. 마침 석양의 황금빛 구름이 들어올 무렵이다. 순천 사람 양해열 시인의 안내로 오동도로 들어가게 되었다. 바닷가 해안 바위를 깔고 앉아 할머니가 파는 멍게와 해삼이 눈에 들어온다. 오동잎처럼 보이는 오동도. 언제인지 모를 옛날에는 오동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섰기에 오동도라 불렀지만, 시누대가 지천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여기를 병참기지로 삼아 시누대로 화살을 만들었다. 잔뜩 매서워진 찬바람을 품안에 들이면 동백 또한 이곳에 흐드러질 것이다. 문득 동백 범벅에 드러누워 뒹굴고픈 충동이 들지만, 이는 겨울의 몫이다. 가끔 바람이 지나가며 시누대를 쓰다듬었다. 오동도는 순식간에 번쩍이며 서쪽에서 몰려오는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듯했다. 아직 석양의 구름들이 긴 행렬을 이루며 황금빛 옷을 벗고 바다로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십년만에 찾아온 여수는 익은 듯하나 새로운 풍경이나 다름없었다. '설마 설마/ 혼자 깊어지다/ 뚝/ 뚝/ 저를 놓아버리는 단음절 첫말이/ 이렇게 뜨거운데/ 설마 설마/ 그게 한순간일라구'(신병은 '동백꽃 풍경' 중) 동백은 보는 이에 따라 희로애락이 다채롭지만, 신병은 시인의 '동백꽃 풍경'은 처연한 아픔이 동반한다. 동백꽃의 부재를 시로 달래볼 뿐이다. 해풍에 실려 오는 풍만한 처녀 가슴 같은 바람에 해삼과 멍게를 먹으며 소주 한잔 마시는 걸로 서운함을 달랬고, 그렇게 여수의 밤이 조금씩 깊어갔다. . 주인의 예쁜 딸 이름을 걸고 하는 '은하횟집'은 가정집을 개조하여 정감이 나는 횟집이었다. 주로 자연산을 쓰는데 그날그날 배로 잡아온 고기를 뼈째로 썰어주는 단골들만 오는 소박한 식당이다. 박해미, 채의정 시인이 합류했다. 자연산 광어, 돔, 우럭 등속을 뼈째로 썬, 맛깔스럽게 차려진 한 상이 나왔다. 주요리 옆으로 멍게와 전복이 예쁘게 치장을 하고 식욕을 당겼다. 특이한 건 뚝배기에 쌈장을 먹음직스럽게 담았는데 갖은 고명이 들어 있었다. 깨소금과 청양고추, 잘게 썬 대파 등이다. 회와 어울림이 여수 바깥에서 구경하기 힘든 맛이다. 여수까지 왔거들랑 순천만을 빼기에는 서운함이 크다. 일단 시 한 편. '널을 타고 이승을 건너가는 여인들/ 넓은 갯벌 수평선 위를 기고 있다/ 꼬막은 어금니를 꽉 깨무는 버릇이 있어/ 술병처럼 목을 늘인 흑두루미식당,/ 짭쪼롬한 내 손톱 밑이 시리다'(남푸름 '순천만 꼬막정식') 꼬막 채취할 때 한쪽 무릎을 널빤지에 대고 뻘밭에 미끄러지는 모습을 ‘널을 타고 이승을 건너간’ 빼어난 묘사는 리얼한 현장을 초월하여 신비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몸과 뻘이 하나로 육화되어 감각을 건드리며 밀려오는 밀도는 시리면서 꽉 찬다. 여수는 사랑과 삶, 그리고 영겁으로 회귀하는 삶의 연속성을 가르쳐준다. 따뜻한 남풍이 머뭇거리는 나그네의 등을 연신 떠민다. 글·사진 김영탁 시인 tibet21@naver.com
  • [모델 박둘선의 영화 음식 이야기] 상처 입은 영혼 위한 ‘붉은 위로’ 한 가닥

    [모델 박둘선의 영화 음식 이야기] 상처 입은 영혼 위한 ‘붉은 위로’ 한 가닥

    영화 ‘사랑의 레시피’(원제 No Reservation)에서 엄마를 교통사고로 잃은 10대 소녀 조이의 입맛을 사로잡은 요리는 포모도로 스파게티였다. 자신을 기르게 된 유명한 요리사 이모 케이트(캐서린 제타 존스)의 고급스러운 요리를 거부하던 조이는 이모 밑에서 일하는 요리사 닉(아론 애크하트)이 무심한 척 만들어 툭 건네준 이 스파게티를 먹고 그 음식점 주방의 ‘가족’이 된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주방에 와 일을 거들기도 하고 닉을 주말에 집으로 초대해 함께 요리를 하는 등 조이의 존재로 케이트와 닉은 가정을 이룬다. 뻔한 이야기 구도이지만, 상대에 대한 생각과 애정이 담긴 요리가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다는 현실의 평범한 진리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음식 영화라 눈에 띄는 요리가 많이 나오지만 오랫동안 머리에 남는 요리가 스파게티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거다. 포모도로 스파게티는 파스타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파스타다. 양파와 토마토소스 두 가지로 맛을 낸다. 양파를 잘게 썰면서 한 번쯤은 눈이 매워 고생한 기억들이 있다. 서울요리학원의 박용규 강사는 양파를 덜 맵게 써는 요령을 알려줬다. 양파를 보면 겉면에 얇은 실선이 있다. 이 실선을 따라 칼집을 먼저 낸 뒤 양파를 다지듯이 썰어내면 눈이 별로 맵지 않았다. 토마토소스는 시중에서 파는 소스 제품을 쓰는 것이 편하긴 하다. 하지만 좀 더 맛있게 스파게티를 만드는 방법은 토마토홀이나 토마토페이스트를 쓰는 것이다. 토마토홀은 토마토를 통째로 삶아 껍질만 벗긴 채 토마토 주스에 넣어둔 것이다. 토마토페이스트는 잘 익은 토마토에서 껍질, 씨 등을 없앤 과육이나 액즙을 졸여 만든 토마토 퓨레를 농축한 것이다. 완숙 토마토가 있다면 토마토를 살짝 데쳐 함께 쓰면 씹는 감이 더욱 살아난다. 박 강사는 토마토홀에 양파와 마늘을 넣는 방식을 택했다. 완숙 토마토와 방울토마토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준비해뒀다. 토마토소스를 만들 때 닭 육수를 써서 맛을 더 깊게 할 수도 있다. 이 때 드라이한 적포도주를 조금 넣어 잡냄새를 잡아준다. 시중에는 조리용 적포도주가 팩으로 나와 있다. 박 강사는 단 포도주만 아니면 괜찮다고 답했다. 닭 육수가 없다면 스파게티 삶은 물(면수)을 써도 된다. 박 강사는 냉장고에 보관할 경우 소스를 다소 싱겁게 해두라고 조언했다. 냉장고에서 간이 조금 바뀌기 때문이다. 스파게티를 삶는 시간은 포장지에 나와 있는 대로 하는 것이 좋다. 간혹 ‘알단테’라는 표시가 있는데 이 경우는 씹었을 때 가운데에 심이 느껴진다. 외국에서는 가끔 이렇게도 요리를 하나 국내에선 덜 익은 파스타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한다. 물에 소금을 조금 넣어 끓인 뒤 스파게티를 넣고 가끔 저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면이 냄비 바닥에 들러붙어 타는 경우가 생긴다. 면을 건져내서 올리브유를 코팅하듯이 입혀준다. 한번에 먹을 양만큼씩 말아서 냉장고에 3일 정도 보관할 수 있다. 스파게티는 얼마나 많이 빨리 치대느냐가 중요하다. 박 강사는 치대는 중간중간 쉬곤 했다. 저으면 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다시 재료가 끓으면 다시 치대는 방식으로 프라이팬에서 3분 정도 볶았다. 마지막으로 그릇에 담기. 박 강사는 뜨거운 음식은 따뜻한 그릇에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리가 된 스파게티를 담고 올리브유 중에서도 엑스트라 버진 몇 방울과 파마산 치즈, 바질을 얹었다. 맛난 향기가 강하게 올라왔다. 재료를 볶아서 맛과 향 내기, 소스 치대기에 이어 스파게티의 3번째 단계인 맛과 향 더하기가 끝났다. 고개를 들지 않고 뚝딱 먹어버릴 원조 스파게티 한 그릇이 완성됐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복면가왕 손헌수 “무플의 사나이..댓글 보며 밤새고 싶다” 호소

    복면가왕 손헌수 “무플의 사나이..댓글 보며 밤새고 싶다” 호소

    ‘복면가왕’에 출연한 개그맨 손헌수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싶다고 털어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4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 복면가왕’에서는 38대 가왕에 도전하는 복면가수 8명의 1라운드 듀엣 대결이 전파를 탔다. 이날 ‘스파르타 석봉 어머니’와 ‘오늘밤엔 어둠이 무서워요 석봉이’는 모두 한복을 입은 채 떡을 썰고 글을 쓰는 퍼포먼스를 해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노이즈의 ‘상상 속의 너’를 각자의 스타일로 소화했다. 이날 대결의 승리는 ‘석봉이’에게 돌아갔다. 복면을 벗은 ‘석봉 어머니’의 정체는 복면가왕 패널 김구라의 추측대로 개그맨 손헌수였다. 복면을 벗은 손헌수는 “‘복면가왕’을 볼 때마다 ‘편견을 깨고 싶어 나왔다는 분들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복면가왕 MC 김성주가 무슨 의미냐고 묻자 손헌수는 “사람들은 저에 대한 편견이 없다. 다들 절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혹시 저 군대 두 번 다녀온 거 아세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과오까지 들먹였다. 손헌수는 “방송활동을 17년 하며 허무개그로 한때 방송계를 평정하기도 했다”며 “이후 헛바람이 들어 연기를 하다 바닥을 쳤다” 고 말했다. 이어 “군대 두 번 다녀왔다고 전역하고 방송에서도 대놓고 말했는데도 아무도 모른다. 댓글도 하나도 없었다. 욕이라도 해줬으면 좋을텐데 없었다. 무플의 사나이다”라고 토로했다. 손헌수는 시청자를 향해 “‘복면가왕’ 핫 한 프로그램 아니냐. 오늘 내 모습 보고 시원하게 다 얘기해 주셨으면 좋겠다. 댓글 보면서 밤을 새고 싶다. 부탁드린다”고 호소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MBC ‘복면가왕’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김영탁의 시식남녀] 시인은 속초 물소리 속으로 들어갔다

    [김영탁의 시식남녀] 시인은 속초 물소리 속으로 들어갔다

    물소리를 아시는지. 설악에서 발원하여 산과 계곡을 타고 논밭을 적시며 냇가를 이루다가 속초 앞바다까지 흐르는 물이 내는 소리. 그 소리엔 고 이성선 시인의 음성이 흘러내리는 듯하다. '구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산길을 걸으며/ 내 앞에 가시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들의 꽃 피고 나비가 날아가는 사이에서/ 당신 옷깃의 향기를 맡았습니다// 당신 목소리는 거기 계셨습니다/ 산안개가 나무를 밟고 계곡을 밟고 나를 밟아/ 가이없는 그 발길로 내 가슴을 스칠 때/당신의 시는 이끼처럼/ 내 눈동자를 닦았습니다// 오래된 기와지붕에 닿은 하늘빛처럼/ 우물 속에 깃들인 깊은 소리처럼/ 저녁 들을 밟고 내려오는 산그림자의 무량한 몸빛/ 당신 앞에 나의 시간은 신비였습니다// 돌담 샘물에 떨어진 배꽃의 얼굴을 보셨습니까/ 새벽 산에서 옷을 벗는 새벽빛을 보셨습니까/ 당신은 나의 길을 이렇게 오십니다// 산사로 향한 따뜻한 길처럼/ 하늘에 새 날려 보내고 서 있는 나무처럼/ 내 앞에 당신은 그렇게 계십니다'(이성선의 '당신이 나를 스칠 때') 강원도를 향해 가는 두 시간 남짓으로 짧아진 그 길 위에서 왜 문득 이성선 시인이 떠올랐을까. 늘 말이 없던, 서늘한 물 안에 따뜻함을 가졌던 시인. ‘물소리시낭송회’에서 만났던 게 족히 20년은 되었을 터. 그때 그에게 느낀 건 물의 이미지였다. 잡아도 잡히지 않는 그의 손이 그랬고 말이 그랬고 음성이 그랬다. 그렇게 흐르는 물과 늘 함께했던 은자(隱者) 최명길 시인의 온화한 미소가 떠오른다. 고 이성선 시인이 세상을 뜨고 난 이후 속초의 산과 물을 지키는 이였다. 그 역시 이성선 시인의 뒤를 따라 2014년 5월 백두대간 심연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설악산에 걸린 흰 구름 조각/ 그가 내게 보낸 편지인가/ 내용은 날아가 지워지고/ 지워지다 한 줄만 남아 청봉에 걸려 있다'('구름편지') 고 최명길 시인과 시를 생각하면 은자와 미륵이라는 이미지가 겹쳐진다. 생전에 숨어있곤 하는 그를 찾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연락이 되다가 한동안 연락이 두절되기 일쑤다. 미륵 같은 그의 미소를 생각하면 그냥 기다리는 게 상책일지 모를 일이다. 그러다 바람에 실린 물소리를 타고 문득 나타나 평화로운 미소를 말없이 건넬 것 같은 부질없는 생각이 든다. 20분 가량 늦게 도착한 버스가 속초 동명동 터미널에 멈추니 최근에 시집 '바람의 독서'(황금알)를 펴낸 채재순 시인과 부군인 최재도 극작가가 마중을 나왔다. 이곳은 무슨 몬스터인지, 괴물인지를 사냥하겠다며 전국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명소가 됐다지만 새삼스러운 일이다. 속초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그 자체로 시(詩)와 식(食)의 명소다. 곤드레밥상을 한상 앞에 앉으니 이미 건강해진 기분이다.척박하고 부족한 농토에 산이 많은 데서 난 감자와 산나물이 시대를 돌고 돌아 이제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 밥상을 압도하는 무쇠돌솥의 곤드레밥은 묵직하고 튼실한 강원도의 힘이다. 슴슴한 간장을 넣어 비빈다. 비빈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고, 나물 반찬을 입맛대로 젓가락으로 당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채재순 시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식량이 모자라 늘려 먹던 시절에는 곤드레 나물을 많이 넣고, 쌀을 조금 넣어 죽이나 밥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허기를 기신기신 때워야 했던 곤드레밥이 이제 어엿한 건강식이 됐으니 세상의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텃밭에서 금방 따온 나물이나 채소로 만들어낸 음식들은 마음을 살찌우는 밥상을 만들어낸다. 이 집에서 곤드레 밥상을 앞에 놓고 축하할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종종 이야기와 정에 취해 있곤 한다. '산 중 솔바람과 구름이 안으로 들어오네/ 곤드레 꺾어 한 아름 안기던 친구의 얼굴 아른거리고/ 그윽한 이야기와 정에 취해 빙그레 웃음이 이는 오후/ 눈동자엔 산나리 피어나고, 마음 가득 퍼지는 산내음'(채재순 '곤드레밥') 솔바람과 구름까지 끌어당겨 비벼 내놓았으니 참 맛나겠다. 거기에 곤드레를 보내온 친구까지 끌어온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청정무구한 밥이 이루어진다. 낙산사 양양에서는 뭐든지 주면 먹어라 양양으로 가는 길목 해맞이 공원에 들려서 황금찬 시인의 '설악의 아침'시비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요즘 노 시인은 자주 고향 속초를 찾는다고 했다. 몇 년 전에 아들 황도제 시인이 세상을 뜨고 난 후, 수유리 마을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났다. 조금 야윈 듯한, 쓸쓸한 모습이 눈에 밟혀왔다. 황도제 시인이 세상을 뜨기 전 공간시낭송에서 함께 시낭송을 하고 뒤풀이 때 소주 한잔 하면서 시집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가 세상을 뜨고 난 이틀 후에 그의 '겨울새가 물어온 시 한 편'시집이 도착했다. '별이 묻어나는 이슬과의 이별/ 가을은 겨울을 예감하였다./ 시를 모르는 짐승/ 두려움에 떨었다.// 그런데/ 눈이 내렸다./ 겨울새가 물어온 시 한 편/ 꽃보다 아름다운 눈/ 희고 고운 서정시였다' 2009년 1월이었다. 설악 소공원을 소요할 때는 어둑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해맞이 공원에 오고 나니 아직 해 떨어지려면 한참 남았다. 일행은 낙산사와 홍련암을 향하여 차를 몰았다. 낙산사는 신라 화엄종의 종조인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동해의 명산인 오봉산에 창건한 사찰이다. 낙산사라는 사찰명은 관음보살이 상주하는 보타낙가산補陀洛迦山에서 유래한 것이다. 대표적인 관음도량으로서 우리 민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간직된 사찰로 인정되어 2009년 사적 제495호로 지정되었다. 홍련암 및 의상대 주변 해안 일대가 독특하고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보유하고 있어 2007년 명승 제27호로 지정되었다. 창건 이래 여러 차례 걸쳐 화재와 전쟁 등으로 파괴와 중건이 계속되었다. 858년 범일국사의 중창 이후 몽골군 침입,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파괴된 것을 그때마다 재건하였다. 특히 2005년 4월 5일 양양지방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보물 제479호였던 낙산사 동종이 녹아내리고, 원통보전을 비롯한 많은 전각이 소실되었다. 불길에 재만 남은 흔적 위에 불심은 불처럼 일어나 낙산사는 다시 새살이 돋아나고 있다. 양양 뚜거리탕과 은어 낙산사 문을 나서자 벌써 밤기운이 몰아왔다. 수미산을 떠나 환속한 세속의 밤은 반짝이는 전기 불빛이 현실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었다. 양양에서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기다리고 있는 시인들과 음식 때문일 것이다. 양양 '강촌식당'에 도착했다. 시인들의 단골집이었다. 잠깐 헤어졌다가 미리 와서 기다린 노금희 시인이 반갑다. 이곳 양양에서 태어난 노 시인은 이곳에서 직장생활 하며, 결혼해 살면서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오면 통과의례같이 한 번씩 먹는 음식이 뚜거리탕이라고 한다. 뚜거리, 뚝저구, 꾹저구 등 동해안의 마을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른 이 민물어종은 돌과 모래의 색깔과 비슷한 보호색을 가지고 있는 어종이다. 작지만 아귀를 닮은 입만 커서 못 생겼지만 맛이 좋다고 한다. 양양에서는 뚜거리라 하는데 보드랍게 갈아 만들거나, 혹은 통째로, 또 툭툭 썰어서 끓인다. 여기에 고추장과 막장(해풍에 익은 구수한 강원도 토속장)을 적절히 맞춰 섞어서 끓인 후 수제비를 넣거나 부추, 파를 밀가루에 살짝 버무려 함께 한소끔 끓여내는 음식이다. 자주 접하는 추어탕이나, 섭국(홍합국), 뚜거리탕 모두 장맛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음식이니 집집마다 손맛을 가늠케 하는 음식이다. 최명길 시인이 생전에 무거운 입을 열어 칭찬했던 뚜거리탕을 한 숟가락 떠서 먹어 보니 아득한 느낌이다. 70년대 배고팠던 가난한 냄새가 난다. 도시로 나간 자식들이 오면 정성 어린 손길로 해주는 어머니 음식이다. 청정무구한 뚜거리와 쫀득한 수제비의 감촉에 더해 토속장이 배어 있는 질감은 눈이 감길 정도다. 주인공인 뚜거리와 찬조 출현하는 파와 부추 등속이 적절하다. 과장이 되겠지만 여기서 석 달 정도 살면서 뚜거리탕만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 은어는 섬진강에서도 많이 살지만, 양양 남대천으로 회귀해 올라온다.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와 물살 빠른 하구에 서식하는 일년생 회귀 어족이 은어다. 은어는 맑은 물에 서식하며 돌의 이끼를 먹고 자란다. 은어는 회, 구이, 튀김, 조림, 탕 등 여러 가지 요리법이 있다. 단백질이 풍부한 은어, 자연산만 쓰는 이곳 양양 남대천의 은어 요리는 귀한 재료임에 비해 비교적 값이 싸다. 제철이 아니면 회를 먹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잡은 후 급속냉동을 시킨다고 하니 회를 제외한 어느 요리도 사철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뚜거리탕을 먹고 나니 은어 튀김이 들어왔다. 은어 튀김은 입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빙설이 녹듯 사라졌다. 비린내나 기름 냄새는 흔적도 없고 수박향이 은은하다. 너무 빨리 입속에서 사라지는 은어는 투명한 몸 때문일까. 양양의 은어 튀김은 만년빙설이다. 어려서부터 남대천을 끼고 살아온 양양 남자들의 은어낚시와 뚜거리 잡는 일은 인이 박힌 추억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 어린아이가 오십이 넘어 늙고 늙어서도 남대천을 서성거린다고 한다. 봄이면 민물 벚굴과 재첩을 채취하고, 황어와 은어, 가을에 연어까지 고향을 찾아 남대천으로 돌아온다. 양양의 시인들은 여름이면 멱을 감고 율구(해당화 열매)로 간식을 대신하고, 남대천에서 은어와 뚜거리, 지금은 사라진 칠성장어와 함께 놀았다고 한다. '남대천 유유히 흐르다 멈칫,/ 사람들 품에 흘러들었다/ 뚝배기의 붉은 기운, 어머니의 품'(노금희, '뚜거리탕') 뚜거리탕을 감싼 뚝배기는 어머니 품이 되었다. 넉넉하고 따뜻하다. 간밤 허기진 배를 달래는 때늦은 아침, 혹은 이른 점심. 식사가 시작되기 전 반지르르한 감자전이 식탁에 놓였다. 양은술잔의 구기자 막걸리가 식욕을 당긴다. 다들 허기진 뒤라 조용한 가운데 먹는 데 열중이다. 식탐일까 마는 그래도 배고픈 건 어쩔 수 없다. 황태구이가 상위로 올라오자 구기자 술이 더 당긴다. 고성의 김진희 최문석 최광호 백형태 황연옥 시인 등이 자리에 합류했다. 산채비비빔밥이 들어왔다. 강원도 산나물이 오늘 여기 다 모여서 우리 몸과 함께하게 되었다. 정갈하고 담백한 비빔밥을 모두 다 비운 식객들은 배를 두드리고 있다. 그래도 구기자 막걸리는 잘 들어간다. 속초는 포켓몬인지, 무슨 괴물인지 아니라도 속초는 이리 맛있다. 글·사진 김영탁 시인 tibet21@naver.com
  • [모델 박둘선의 영화 음식 이야기] ‘배틀쉽’의 부리토

    [모델 박둘선의 영화 음식 이야기] ‘배틀쉽’의 부리토

    2012년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배틀쉽’은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인에 맞서 싸우는 미 해군의 활약상을 그린 공상과학 영화다. 그런데 우습게도 영화의 시작과 끝은 부리토다. 영화는 남자 주인공 앨릭스 하퍼(데일러 키치)가 마지막 주문이 끝난 식당에서 치킨 부리토를 주문하다 거절당하는 서맨사 셰인(브루클린 데커)에게 반해 문 닫은 편의점의 천장을 뚫고 들어가 치킨 부리토를 가져오는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하퍼가 경찰의 추격을 받으면서도 부리토를 여자에게 전해 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도대체 부리토가 뭐길래’라는 의문을 남긴다. 그 이후 부리토는 영화 속에 언급되지 않는다. 다시 부리토가 나오는 장면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하퍼가 셰인의 아버지이자 본인의 상사인 셰인 제독(리엄 니슨)에게 딸과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하는 장면에서다. 하퍼의 요청을 셰인 제독은 한마디로 거절하고 이에 당황하는 하퍼에게 한 말이 “치킨 부리토 먹으면서 이야기하자”는 것이었다. 사실상의 승낙이었던 셈이다. 연인을 탄생시킨 부리토는 우리나라에 김밥이 있다면 이탈리아에 부리토가 있는 것처럼 서민적인 음식이다. 이 부리토가 유럽 이민자들을 따라 멕시코, 페루, 칠레 등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 남미에서도 사랑을 받았다.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 않고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면서도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불고기를 넣으면 불고기 부리토, 닭고기를 넣으면 치킨 부리토가 된다. 김밥처럼 밥 외에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다양한 부리토를 만들 수 있다. 부리토에는 밥이 들어간다. 서울요리학원의 이정원 강사는 냄비밥을 선택했다. 보통 부리토는 쌀을 볶아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밥의 식감이 한국인의 입맛에는 덜 익은 듯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쌀도 우리 쌀이 아닌 미국산 칼로스를 골랐다. 고들고들한 밥을 짓기에는 두께가 얇은 쌀이 좋단다. 이 경우 쌀과 물의 비율이 1대0.8로 바뀐다. 일반 쌀은 쌀과 물의 비율이 1대1이다. 30분 정도 물에 담가 놓았던 쌀을 냄비에 넣고 끓기 시작하면 중간중간 저어 줬다. 다 된 밥을 먹어 보니 솥밥보다는 물기가 적으면서도 안은 부드럽고 쫄깃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양념은 가급적 밥이 뜨거울 때 해야 간이 빨리 밴다. 또 식으면 밥이 끈적끈적해지면서 양념하기가 어렵다. 양념된 밥은 뚜껑을 열어 둬 뜨거운 기운을 말려 준다. 그러면 더 고들고들해진다. 불고기는 미리 간을 해 숙성시켰다. 이 강사는 양념된 불고기를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이틀 이상 두지 말라고 조언했다. 간을 해 둔 상태라 시간이 지나면 음식이 짜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부리토에 넣는 불고기는 한입 베어먹었을 때 쉽게 뜯어질 수 있도록 부드럽게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시중에서 파는 소스를 이용해도 되고 간장, 탄산수, 고기를 부드럽게 해 줄 과일즙 하나 정도로 간을 해도 된다. 부리토에 들어가는 양파와 양배추 등을 준비한 뒤 치즈도 토르티야에 알맞은 크기로 썰어 둔다. 토르티야는 조리 직전 전자레인지에 넣어 10초 정도 돌려 준다. 토르티야가 부드러워져야 부리토를 말 때 찢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강사는 통조림에 담긴 스위트콘도 꺼내서 한 차례 물에 씻었다. 통조림 안에 고인 물에 있었기 때문에 한 번 정도 씻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이유에서다. 이 강사는 불고기를 즐기려면 약간 매운맛의 카레 소스, 야채를 많이 넣었다면 요구르트 맛의 랜치 소스를 추천했다. 부리토를 말 때 김밥처럼 속을 알차게 채우고 꽉꽉 눌러 줘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을 가득 채우는 식감이 생긴다. 프라이팬에 약한 불에서 구워 주면 된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이종석 한효주, 모든 것 되돌린 이별 ‘더블유(W)’ 리셋 “충격 엔딩”

    이종석 한효주, 모든 것 되돌린 이별 ‘더블유(W)’ 리셋 “충격 엔딩”

    ‘더블유(W)’ 이종석 한효주가 달달했던 ‘웹툰 W’ 속편의 끝을 선택했다. 이종석 한효주는 그동안 함께 했던 모든 일이 꿈이라는 설정값을 만들기로 했고 처음 만났던 옥상에서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했다. 17일 방송된 MBC 수목미니시리즈 ‘더블유(W)’(송재정 극본/ 정대윤 연출/ 초록뱀미디어 제작) 8회에서는 강철(이종석 분)이 오연주(한효주 분)와 이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18일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W’ 8회는 수도권 기준 15.0%로 7회 연속 동 시간대 1위를 기록했고, 분당 최고 시청률은 18.6%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날 방송에서 강철은 ‘웹툰 W’ 속 진범이 나타나 오연주를 죽이겠다고 선언하자 패닉에 빠졌다. 오연주를 지키기 위해 서둘러 경호원을 배치시킨 강철은 ‘진범은 있다’는 새로운 가설을 세웠다. 또한 웹툰 작가이자 창조주인 오성무(김의성 분)가 실체를 부여하지 않았기에 진범의 실체가 없고, 스토리에 따라 어떤 맥락도 필요 없이 나타나 살인할 수 있다고 추리했다. 강철은 오연주에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는가 하면, 오연주가 이마에 총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을 상상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웹툰 세상에서 불사신이라고 믿고 있는 오연주는 강철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강철은 “변수가 없는 원칙은 없어요. 실체도 없는 범인이 나타날 줄 누가 알았냐”며 초조해했다. 오연주는 강철에게 호텔에만 있는 것이 답답하다고 했고, 강철은 오연주를 위해 라면을 끓여주겠다고 나섰다. 서툰 강철의 모습에 오연주는 자신이 하겠다고 했고 파를 썰다가 손을 베었다. 강철은 오연주의 피에 당황하며 “피 한 방울 안 나야 정상인데 왜 피가 나죠? 당신도 총에 맞으면 죽는다는 거잖아. 지금”이라며 충격을 받은 것. 강철의 마음에 동요가 생기자 오연주가 사라졌다. 현실세계로 온 오연주는 전화를 받았고, 이어 진범의 목소리와 함께 “너 돌아왔어? 너 오성무 딸이지? 네가 오연주지? 강철하고 결혼한 여자”라는 글자가 허공에 나타났다. 오연주는 잠을 자고 있던 박수봉(이시언 분)을 깨워 차를 타고 도망쳤다. 두 사람 앞에 나타난 진범은 총을 쐈고 오연주는 총알이 날아오는 순간 웹툰 세계로 귀환했다. 다시 재회한 오연주와 강철은 점점 몸이 사라지고 있는 윤소희(정유진 분)를 만나러 갔다. 강철은 오연주를 통해 진범이 현실 세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기에 더해 등장인물의 목적이 없어지면 소멸되고, 목적이 확실해지면 등장인물로 고정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강철은 오연주와의 결혼은 위장결혼이며 “난 평생 네가 필요하다”는 말로 윤소희의 소멸을 막았다. 이 모든 일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한 오연주는 눈물을 흘리며 “내가 바라던 속편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라고 자책했다. 강철은 오연주를 처음 만났던 옥상으로 데려갔다. 오연주에게 USB를 건넨 강철은 “다시 여길 떠나게 되면 그림 하나만 그려줘요”라며 “내가 꿈에서 깨는 장면. 두 달 전에 우리가 처음 만난 그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모두 꿈으로 만들어줘요”라고 부탁했다. 소멸되어 가는 친구들을 그냥 둘 수도 없고, 오연주의 죽음도 볼 수 없는 강철은 오연주를 ‘인생의 키’라고 생각하기 전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한 것. 계속해서 강철은 오연주에게 “살려내줘서 고마운데 이제 알겠다. 주어진 숙명대로 살아야 되는 거였어. 잡을 수 없는 진범을 찾아 다니는 게 제 존재의 이유면 그렇게 해야죠”라며 “오연주 씨 지금 나는 잊어요. 나는 만화 속 인물입니다. 앞으로 내가 보고 싶으면 서점가서 책으로 보면 돼요. 알았죠? 잘 지내요”라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이후 강철은 눈물을 흘리며 병원에서 깨어났다. 오연주와 그 동안의 일도 모두 잊어버린 강철은 “무슨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라고 했고, 강철의 자살과 함께 현실 세계로 돌아온 오연주는 자신이 그린 강철의 그림을 보며 눈물을 쏟았다. 이처럼 모든 것이 ‘꿈’이라는 설정값을 통해 ‘인생의 키’ 오연주를 잊어버린 만화 속 주인공 강철과 현실세계로 돌아온 오연주의 이별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가운데 오연주와 강철이 재회하는 모습이 예고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새로운 설정 값이 등장하며 예상치 못한 전개를 이어가고 있는 ‘더블유’가 또 어떤 맥락 있는 전개로 충격을 선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더블유’는 현실세계의 초짜 여의사 오연주가 우연히 인기절정 ‘웹툰W’에 빨려 들어가 주인공 강철을 만나면서 이로 인해 스펙터클한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색다른 긴장감을 선사할 로맨틱 서스펜스 멜로드라마다. 매주 수,목요일 밤 10시 방송. 사진= ‘더블유’ 방송화면 캡처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막국수, 향토 음식에서 국민메뉴로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막국수, 향토 음식에서 국민메뉴로

    막국수는 메밀이 많이 나는 강원도의 향토 음식이다. 원래는 메밀가루를 반죽하여 칼국수처럼 얇게 밀고 칼로 썰어 면을 만들어서 끓는 물에 삶은 후 식힌 다음 김치 국물에 말아 먹거나 매운 양념장에 비벼 먹었던 음식이다. 지금은 메밀가루에 밀가루나 전분 등을 섞어서 반죽한 후에 기계 국수틀에서 눌러 뽑아 사리를 만들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더 쫄깃한 면발을 즐길 수 있다. 면 위에 양념을 더하고 지역 특성에 따라 김치, 오이, 삶은 계란, 가자미, 명태, 닭고기, 김, 깨 등 다양한 고명을 얹는다. 국물은 동치미 국물 또는 소뼈, 멸치 등으로 고아낸 육수를 사용하거나 섞어 쓰기도 한다. 그대로 먹으면 비빔막국수, 육수를 부으면 물막국수가 된다. 막국수를 주 메뉴로 하면서 면을 만드는 국수틀이 있으면 대체로 기본에 충실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집이다. 그래도 굳이 더 맛을 따진다면 이름난 집들이 있다. 막국수 하면 춘천 막국수가 떠오를 정도로 막국수의 역사는 강원도 일대에서 시작되었다. ‘샘밭 막국수’는 춘천의 3대 막국수집으로 꼽히는 막국수계 원조 명가 중 하나로 3대가 46년째 이어 오고 있다. 메밀을 많이 쓰고 전분이 아닌 곡식을 섞어 메밀향이 좋다. 여기에 열무김치를 곁들이면 시원하게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사골을 우려내어 동치미 국물과 섞은 육수가 일품으로, 그 맛을 못 잊어 그쪽으로 갈 일이 있을 때는 조금 돌더라도 들렀던 집이다. 멀리서 오는 단골손님이라고 해서 기념으로 막국수 대접을 선물 받은 적도 있다. 서울에도 진출해서 서초동에 지인이 경영하는 ‘샘밭 막국수’가 등장했다. 춘천 막국수집의 할머니가 재료를 갖고 직접 다니면서 맛을 지도했다고 한다. 을지로4가역 좁은 골목 안쪽에 또 다른 막국수 명가 ‘춘천산골막국수’가 자리잡고 있다. 1952년 춘천에서 개업해서 서울로 이사 왔다. 전분을 섞어 면을 쫄깃하게 뽑아 낸다. 메밀 함량을 더 높이고 싶어도 식감을 즐기는 손님들이 꺼려해 예전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고명으로 얹어 주는 매콤한 닭무침은 막국수와 궁합이 잘 맞는다. 큰 주전자에 주는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으면 제격이다. 막국수 외에도 미리 주문해야 하는 토종닭을 비롯해 감자전, 닭무침 등 메뉴가 다양해 싸고 맛있게 손님 접대를 할 수 있다. 단, 저녁때는 엄청 왁자지껄한 분위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서울 통인동 서촌에 ‘잘빠진메밀’이라는 자그마한 지하 막국수집이 등장해서 마니아들을 즐겁게 한다. 메밀, 물, 소금만 써서 젊은 주인(민성훈)이 직접 반죽하는 100% 메밀면을 쓴다. 메밀은 제분한 지 2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육수는 메밀, 채소, 사골을 각각 끓여 깊은 맛을 낸다. 비법은 강원도 양양의 유명한 막국수집에서 사장이 직접 배워 왔다고 한다. 이제 내공 있는 막국수집들이 동네마다 생겨나고 있다. 막국수의 고유한 풍미를 보여 주고 있는 서민 식당들이 전국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막국수는 강원도 향토 음식에서 한국인이 즐겨 찾는 대표 음식의 하나가 됐다.
  • [新국토기행] 천년 역사 품은 ‘호남의 한양’… 나주, 古都의 낭만 흐른다

    [新국토기행] 천년 역사 품은 ‘호남의 한양’… 나주, 古都의 낭만 흐른다

    전남 나주시는 우리나라 4대 강의 하나인 영산강이 시가지를 관통하고, 광주 산업권의 근교로 목포, 함평, 무안, 영암, 강진, 해남군 등 10개 시·군의 관문인 교통의 중심지다. 국난을 극복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선열이 많이 배출됐다. 임진왜란 의병장 김천일 선생과 조선의 석학 신숙주의 태생지로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진원지로 유명하다. 고려의 건국에도 토대 역할을 했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의 부인은 나주 출신 오씨가문의 딸로 그가 낳은 아들은 2대왕 혜종이다. 왕건은 나주 오씨 세력과 손을 잡고부터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나주는 전국 12개 주요도시에 목이 생길 때 나주목이 돼 구한말까지 1000여년 동안 큰 도시의 지위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도 ‘천년목사 고을’로 불린다. 전라도 명칭이 ‘전주’와 ‘나주’의 머리글자를 따서 유래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의 향기와 자연의 감동이 살아 숨 쉬는 ‘호남의 천년고도’로 알려졌다. 나주는 영산강 고대문화의 중심지로 풍요한 맛과 멋, 여유를 주는 고장이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도시의 지세가 한양과 비슷하다고 적었던 나주는 당시 한양 구경하기가 힘든 전라도 백성들에게 ‘나주읍성에 가면 한양 갔다 온 것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작은 서울’로 불렸다. 이 같은 역사문화도시인 나주는 금천·산포면 일대에 한국전력공사 등 14개 공공기관이 들어선 ‘빛가람 혁신도시’가 건설돼 호남권 중심도시로 재도약한다. 서울 용산역에서 나주역까지 KTX로 1시간 30분 정도 걸려 수도권 등지 관광객들이 역사의 흔적을 느끼기 위해 가족 단위로 부담 없이 찾아온다. >>볼거리 ●영산강 추억 실은 ‘황포돛배’ 황포돛배는 바닷물이 영산강 물길을 따라 오르내리던 시절 과거 영산강 물길을 이용해 쌀, 소금, 미역, 홍어 등 생필품을 실어 나르던 황토로 물들인 돛을 단 배를 말한다. 영산강 황포돛배는 육로교통이 발달한 데다 1976년 상류에 댐이 들어서고 영산강 하굿둑이 만들어지자 1977년 마지막 배가 떠난 후 자취를 감췄다. 2008년 30여년 만에 웅장하고 위엄 있는 옛 모습 그대로 부활한 황포돛배는 추억을 싣고 영산강을 오르내린다. 영산강변을 따라 자연경관을 보면서 물살을 가르는 황포돛배 체험은 자연이 주는 큰 선물이다. 옛 목선을 그대로 재현한 빛가람 1호와 2호, 한옥 지붕이 멋스러운 나주호, 발굴된 고려시대 배 조각을 복원해 놓은 왕건호, 빠르게 물살을 가르는 영산강호까지 황포돛배 투어가 풍성하다. 영산강 비단 물결을 따라 유람하는 황포돛배투어는 나주 여행의 백미다. 영산강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돛배를 타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의 해설사가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풀어놓고 미끄러지듯 배는 강을 거슬러 오르며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좋은 일 생기는 한옥 체험 ‘목사내아’ 나주목은 전남도를 관할하는 중심고을이었다. 전라도 최고의 곡창지대인 나주 일대를 관장하는 나주목사 자리는 조정의 정3품 당상관이 맡던 고위직이었다. 10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목사가 한양에서 나주로 내려왔다. 고려와 조선시대 때 나주목사로 내려온 중앙관리가 살던 살림집이 나주목사내아다. 문화재로 지정됐지만 사람이 살지 않으면서 훼손되자 한옥체험 공간으로 리모델링해서 ‘금학헌’으로 이름 지었고 명소로 자리잡았다. 목사내아는 정적인 문화재에서 관광객이 직접 숙박을 통해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바뀌었다. 특히 나주목사 중에서 존경을 받았던 유석증 목사와 김성일 목사의 이름을 딴 특별한 방을 마련했는데 이곳에서 숙박을 한 뒤에는 좋은 일들이 생겨서 소원을 이루는 명당으로도 유명하다. ●체험부터 전시까지 ‘천연 염색박물관’ 나주는 예로부터 비단 직조 기술과 쪽 염색이 발달한 곳으로 오늘날에도 샛골나이와 염색장이라는 인간문화재가 활동하는 천연염색 문화의 중심지다. 영산강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리적 환경 덕에 쪽과 뽕나무를 재배하기에 좋았던 게 큰 이유다.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살려 건립한 천연염색 문화관은 다양한 전시와 교육, 염색 체험을 통해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계승 발전하고자 노력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천연염색 문화를 알 수 있는 장소다. 200명이 동시에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체험관과 세미나실, 연구실 등을 갖췄다. 어린이 등 가족 단위 체험을 위한 상설 체험장을 운영, 천연염색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된다. 천연염색 상품을 전시, 판매하는 공방도 있다. ●고대왕국 반남고분군·복암리 고분군 반남고분군은 나주시 반남군 자미산(98m)을 중심으로 낮은 구릉지에 산재해 있다. 신촌리 8호분, 덕산리 14호분, 대안리 12호분 등 총 34호분으로 이뤄졌다. 이곳에는 대형 옹관고분 수십 기가 분포한다. 대형 옹관고분이란 지상에 분구를 쌓고 분구 속에 시신을 안치한 커다란 옹(항아리)을 매장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고구려의 적석총, 백제의 석실분, 신라의 적석목곽분, 가야의 석곽묘 등과 구별되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회의 독특한 고분 양식이다. 대형 옹관고분은 기원전 3세기부터 6세기까지 4세기 동안 영산강 유역에서 크게 유행했다. 3세기쯤에는 옹관 절반을 지하에 묻는 반지하식이었으나 4세기 중반부터는 지상식으로 발전하며 이때에는 분구의 규모가 훨씬 대형화돼 그 규모가 40~50m에 이른다. 또 1996년 인근에서 발견된 총 4기의 복암리 고분군도 신비함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복암리 고분군 중 제일 큰 3호분은 도굴을 당하지 않아 금동신발, 은제장식, 환두대도 등의 유물이 나왔다. 40여기의 다양한 묘가 한 봉분 안에 촘촘히 조성돼 일명 아파트 고분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반남면 고분로에 세워진 국립나주박물관은 신촌리 9호분 금동관을 비롯해 출토된 유물 1500여점을 전시한다. ●드라마 ‘주몽’의 감동 영상테마파크 나주시 공산면 일대 14만㎡의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나주 영상테마파크는 35억원을 투입해 특화한 영상촬영지다. 드라마 ‘주몽’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은 옛 고구려의 모습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입구에 들어서면 그동안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 및 영화에 출연했던 송일국, 한혜진, 전광렬, 이계인, 진희경, 최정원, 정진영, 김정화, 오윤아 등 주연배우의 핸드 프린팅과 출연 사진을 배너로 표현한 ‘스타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테마파크 안에 들어가 고구려궁 맞은편에 있는 성루에 올라서면 S자로 굽이치는 영산강과 넓게 펼쳐진 다야뜰을 볼 수 있어 막혀 있는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청량감을 맛볼 수 있다. 2005년 건립 후 1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 초가집으로 조성됐던 저잣거리를 너와 형태로 개조해 천연염색, 죽물, 소목, 한과, 한지, 비누, 점토공예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공방으로 조성했다. 세트장 입구에는 ‘삼족오의 비상’ 조형물과 광장이 조성됐고, 망루와 누각·성문 주변도 고증을 거쳐 복원했다. 실내 스튜디오 한쪽에는 밀레, 고흐, 뭉크, 마티스, 클림트, 신윤복, 김홍도 등 국내외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그대로 실사(實寫)한 그림을 내건 명화미술관이 있다. 규모가 방대해 테마파크를 제대로 돌아보려면 1시간 정도 걸린다. 나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먹거리 ●맑고 담백한 국물 ‘나주곰탕’ 소뼈를 고아 낸 물에 소고기, 양지와 내장을 썰어 넣은 뒤 다시 푹 고아서 낸 국물로, 맑고 담백한 맛으로 유명하다. 윤기가 자르르한 나주쌀밥을 넣어 먹는 나주곰탕은 이제는 전 국민의 영양식으로 자리잡았다. 곰탕은 어디나 있지만 나주곰탕은 다른 지역에서 넘볼 수 없는 독특한 맛으로 유명하다. 흔히 곰탕 하면 우윳빛 뽀얀 국물을 떠올리지만 나주곰탕은 국물이 말갛다. 색깔부터 다르다. 소뼈를 우려내는 일반 곰탕과 달리 소뼈를 적게 넣고 양지나 사태 등 좋은 고기를 삶아 육수를 내 맛이 짜지 않고 개운하다. 소고기는 단백질과 양질의 지방이 풍부하며 소뼈에서 우러난 풍부한 칼슘이 성장기 아이들과 여자들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나주곰탕은 고기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무, 파, 마늘 등을 많이 넣기 때문에 비타민과 무기질도 충분한 영양식이 된다. 나주답사1번지인 금성관 인근에 곰탕거리가 조성돼 있다. 하얀집, 노안곰탕, 남평할매곰탕, 제일곰탕 등 전통 있는 음식점이 많이 있다. ●임금님 진상품 ‘나주배’ 나주는 배로 유명한 고장이다. 예로부터 임금께 올리는 진상품이었다는 기록(1454년 세종실록지리지)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우수성을 오래전부터 인정받았다. 2400여 농가가 매년 6만여t을 생산해 1200억원의 수익을 올린다. 영산강 유역 양질의 토양과 연평균 기온 14도 내외 최적의 기후조건, 오랜 경험으로 축적된 기술로 재배해 향이 좋고 당도가 높다. 연하고 부드러우며 과즙이 많고 색깔이 고운 게 특징이다. 전국에서 배 수확이 가장 빨라 추석 제수용품으로 나주배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출하된다. 이때 전국으로 유통되는 배의 대부분이 나주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들의 입맛도 잡으면서 미국, 대만, 베트남 등지로 수출된다. 지난해 미국에 1530t이 팔렸다. ●세상만사 좋을시구 ‘영산포 홍어’ 영산포는 홍어의 고장이다. 영산포 선창가 일대에는 홍어 전문점 30여곳이 성업 중이다. 톡 쏘는 홍어에 잘 삶은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를 곁들이면 유명한 홍어삼합이 된다. 여기에 막걸리 한잔이면 ‘세상만사 좋을시구’가 절로 나온다. 과거에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가 영산강을 따라 올라오는 일주일간 자연 발효되면서 독특한 맛의 홍어가 됐다. 지금은 웰빙식품으로도 많이 알려진 전라도 대표 음식이다. 홍어는 홍어회와 홍어무침, 홍어찜, 홍어탕 그리고 나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홍어애보릿국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참으로 이것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 버리는 맛의 혁명이다.” 소설가 황석영이 홍어를 처음 먹어본 후 토해낸 말이다. ●미꾸라지 먹고 자란 ‘구진포 장어’ 영산포를 지나 다시면 회진마을로 가는 길목에 구진포가 있다. 구진포는 영산강 뱃길이 끊기기 전까지 사람들과 물건을 실어 나르던 나루터였다. 구진포 장어는 구진포가 번성하던 시절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포구 주변에서 잘 잡히면서 유명해졌다. 특히 구진포 장어는 미꾸라지를 먹고 자라 맛이 뛰어나고 건강에도 좋다. 장어는 민물에서 살지만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나가고 부화한 장어들이 민물로 들어온다. 포구는 기능을 잃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옛맛이 그리워 구진포 장어집을 찾는다. 1940년대부터 들어선 장어 음식점들로 장어구이촌이 형성, 지금도 구진포 도로변에는 고소한 냄새가 끊이지 않는다. 나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내림 손맛’ 팔도 종가 9곳 대표 음식…수백년 세월만큼 깊고 독특

    ‘내림 손맛’ 팔도 종가 9곳 대표 음식…수백년 세월만큼 깊고 독특

    청백리의 맛… 파주 황희 종가 미쌈영의정의 얼… 안동 풍산류씨 상어피편 종가(宗家)는 한 가문의 맏이로만 이어온 큰집이다. 우리나라 종가 대부분은 조선 중기 이후 생겨나 400년 가까이 유지돼 왔다. 선비들은 곡식이 풍부하거나 경치 좋은 곳을 거처로 삼았다. 경기도는 토지가 메마르고 백성이 가난해 반촌이 형성되지 못했다. 강원도는 땅이 넓고 비옥한 강릉과 춘천, 산과 물이 아름다운 횡성을 중심으로 종가가 자리잡았다. 삼남지방(충청·경상·전라)은 경제적 여건이 좋아 가세를 보존하기 적합한 곳이었다. 김영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연구관은 “종가가 번창한 경상도는 일가가 흩어지지 않고 모여 살아 오랫동안 계승될 수 있었다”면서 “전라도에선 기대승, 고경명, 윤선도와 같은 인재가 배출됐고 풍속이 서울과 비슷한 충청에는 회덕 송씨와 온양 이씨 등이 터를 잡았다”고 말했다. 종부는 1년에 30번도 넘게 치르는 제사 준비와 손님 접대에 일생을 바쳤다. 드나드는 나그네(손님)를 박대하지 않고 좋은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종가의 넉넉한 인심이었다. 제사상과 손님상에는 종부에서 종부로 이어진 고유의 음식이 빠지지 않았다. 집 주변과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 재료로 만든 것이 대부분. 팔도 종가 가운데 독특한 맛과 전통을 이어온 9곳의 대표음식을 소개한다. ●파주 장수 황씨 황희 종가의 기품 있는 ‘미쌈’ ‘미쌈’은 경기 파주에 자리잡은 장수 황씨 황희 종가의 전통 음식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 황희는 청백리의 표상이다. 1449년 벼슬에서 물러날 때까지 19년간 영의정을 지냈다. 미쌈은 제사에 올리는 전의 일종이다. 마른 해삼을 불려 부재료를 채워넣고 지져낸다. 미는 해삼을 뜻하는 순 한글 ‘뮈’가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황희 종가에서는 해삼 대신 달걀지단을 직사각형으로 부쳐 고기와 두부를 섞은 소를 올린 뒤 감싸 익히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지나면서 고급 식재료인 해삼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추측된다. 달걀로도 충분히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고양 한산 이씨 인재공파 ‘아욱국·배무침’ 경기 고양의 한산 이씨 인재공파 종가는 아욱국과 배무침을 아침상에 올린다. 아욱은 장 운동을 원활하게 해 변비를 다스려 준다. 한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글 공부를 하는 선비의 아침으로 제격이다. 배 과수원을 하는 이 댁은 갓 따온 싱싱한 배를 적당한 굵기로 채 썰고 오이와 미나리를 더한 뒤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낸다. 단맛을 내는 양념으로 설탕 대신 배를 고아 만든 배청을 쓴다. 음식에 깊은 단맛을 더하고 속을 편하게 해준다. 그 덕인지 한산 이씨는 대학자를 여럿 배출했다. 인재공 이종학은 고려 말 석학 목은 이색의 둘째 아들이다. 열네살 때 과거에 합격한 수재로 아버지와 함께 고려왕조에 충절을 지켰다. ●강릉 창녕 조씨 명숙공 종가 ‘옥수수 범벅’ 영계길경탕은 강원 강릉의 창녕 조씨 명숙공 종가에서 일꾼들 몸보신을 위해 내던 음식이다. 최영간 종부는 “‘질 먹는 날’인 7월 한여름이 되면 봄부터 논밭에서 허리 한 번 못 펴고 일한 질꾼들, 지친 몸 다스리라고 아낌없이 상을 차렸다”며 갓 시집 온 1960년대 기억을 떠올렸다. ‘질’은 30명 단위의 일꾼 집단을 이르는 말이다. 영계길경탕이 일꾼들의 복달임 음식인 셈이다. 봄에 알을 깐 병아리는 초여름이 되면 영계가 된다. 이를 잡아 제철 맞은 도라지(길경)와 인삼, 대추와 함께 넣어 끓이고 강원도 특산품인 감자와 호박을 넣는다. 수제비도 넣는다. 강원도 땅에서 자란 옥수수를 디딜방아에 살짝 찧고 키질해서 껍질을 벗긴 다음 강낭콩과 팥을 넣고 삶아 소금과 꿀로 간하면 여름 간식으로 좋은 옥수수범벅이 완성된다. ●안동 풍산 류씨 대종택 ‘메뚜기 볶음’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안동 하회마을은 배가 닿는 고장이라 다양한 식재료가 공급됐다. 이곳에 자리한 반촌 음식이 화려하고 풍성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중 풍산 류씨 대종택의 상어피편은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상어껍질을 살과 비늘을 제거해 손질한 뒤 껍질만 오래 조린 다음 반 정도 식히고 홍고추와 풋고추를 넣어 굳힌다. 가지런히 썰어 초간장, 실고추와 마늘채를 곁들여 먹는다.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메뚜기볶음은 서민뿐 아니라 반가에서도 즐겨 먹던 마른 반찬이었다. ●대전 은진 송씨 동춘당 송준길 종가 ‘육개장’ 대전 은진 송씨 동춘당 송준길 종가는 생일상에 미역국을 올리지 않는다. 여름에는 육개장을, 겨울에는 소고깃국을 낸다. 삼복에 먹는 육개장은 몸을 보하는 음식이다. “칼칼한 육개장 국물을 먹고 땀을 흘리고 나면 더위에 지친 몸이 개운해진다”는 게 김정순 종부의 말이다. 고사리 대신 마늘과 부추를 듬뿍 넣어 푹 끓이는 것이 이 댁 육개장의 비결이다. 마늘과 부추를 오래 끓이면 육개장 특유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준다. 이 종가에는 1800년대 중엽부터 ‘주식시의’라는 한글 조리서가 전해 내려온다. 조선 후기 양반가의 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이다. 외상문채는 이 조리서에 나오는 음식이다. 오이를 끓는 물에 데쳐 무치는 숙채다. 보통은 날로 무쳐 먹는 오이를 익히는 이유에 대해 김영 연구관은 “이가 부실한 노인들이 부담 없이 씹을 수 있도록 무르게 조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수원 백씨 백낙중 종가 ‘한채·맛나지’ 전북 전주 수원 백씨 백낙중 종가의 대표 음식은 한채와 맛나지이다. 한채는 늦가을 무와 석류가 나오는 시기에 해먹는 김치다. 채 썬 무를 소금간 해서 버무려 놓고 배, 생강, 밤, 쪽파를 넣어 무친 뒤 마지막에 석류를 올려 새콤한 맛과 붉은 색감을 더한다. 귀한 석류를 넣은 고급 음식이다. 맛나지는 얇게 저민 소고기를 살짝 말린 다음 장으로 조려서 두고두고 먹는 음식이다. 종가의 오래 묵은 간장이 맛의 비결이다. 양조간장으로 만든 현대식 장조림과 달리 묵직하고 깊은 맛이 느껴진다. ●거창 초계 정씨 정온 종가 ‘수란챗국·돔장’ 조선시대 관리가 경남 거창으로 발령 나면 울고 왔다가 울고 갔다고 한다. 올 때는 워낙 오지라 오기 싫어 울고, 떠날 땐 산수가 그렇게 좋아 떠나기 싫었다는 얘기다. 거창에 터를 잡은 초계 정씨 문간공 정온 종가를 지키는 최희 종부는 경주 최부잣집 맏딸이었다. 친정에서 배운 화려한 음식 솜씨는 시댁에 대대로 전해진 전통 조리법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수란챗국은 잣과 식초, 소금을 넣고 갈아 만든 잣 국물에 수란, 삶은 문어, 데친 미나리 등을 얹은 보양식이다. 돔장은 도미대가리를 뚝배기에 넣고 칼칼한 양념장을 넣어 자작하게 졸여 만든다. 바닥에 들러붙지 않고 돔뼈가 잘 무르도록 메주콩을 한 줌 넣는 것이 종부의 비법이다. ●담양 장흥 고씨 고인후 종가 ‘죽순 전·나물’ 임진왜란 때 3대가 의병을 일으켜 왜적과 싸운 전남 담양 장흥 고씨 종가는 호남을 대표하는 애국지사 가문이다. 학봉 고인후 종가는 담양 특산품인 죽순 음식을 제사에 올린다. 봄에 올라오는 대나무 새순을 따서 죽순전과 나물을 만든다. 죽순의 겉껍질을 벗기고 끓는 쌀뜨물에 삶으면 떫은맛이 없어진다. 손질한 죽순은 연한 설탕물에 담가 변색을 방지한다. 죽순나물은 들기름을 두르고 볶다가 진한 들깨즙과 멸치육수를 넣어 한소끔 끓여낸다. ●해남 윤씨 윤선도 종가 ‘유자정과·비자강정’ 전남 해남은 유자가 많이 나는 지역이다. 해남 윤씨 고산 윤선도 종가는 제사상에 유자정과를 올린다. 편으로 썬 유자에 조청, 설탕을 넣고 졸인 뒤 식혀 설탕 옷을 입힌 음식이다. 종가를 감싼 500년 된 비자나무 숲도 훌륭한 식재료가 된다. 수확한 비자를 항아리에 삭혔다가 비자강정을 만들어 1년 내내 제사상과 다과상에 올린다. 씹을수록 비자열매 특유의 맑은 향이 입안에 퍼진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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