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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허술한 제도가 부추긴 노인요양시설의 도덕적 해이

    노인요양시설 지원금이 줄줄 새고 있다. 치매·중풍 등 노인성질환을 앓는 노인들을 위한 사설 복지시설인 노인요양시설은 시설 운영비와 인건비 명목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운영비의 80%를 지원받는다. 복지를 위한 정부 지원금인 셈이다. 하지만 경기도가 어제 밝힌 도내 28개 시·군의 노인요양시설 216곳에 대한 회계 관리 실태에 따르면 지원금은 운영자들의 쌈짓돈에 불과했다. 지원금이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나 한심할 지경이다. 비단 경기도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남양주시의 한 요양원은 시설 운영비를 대표자 개인 계좌로 이체해 카드 결제 대금으로 2억 9000여만원을 사용했다. 고양시의 한 요양원 대표는 골프장 이용료로 지원금을 사용했고, 성남시의 한 요양원 대표는 벤츠 승용차 구입비로 1억 4000여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시의 한 요양원은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허위 등록해 급여 1억 2000여만원을 부당 지급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노인요양시설 지원금은 시설 운영자들을 위한 자금이었다. 심지어 호텔, 나이트클럽 이용료 등 요양시설 대표자의 개인 용도로 사용된 금액만 8억 6000여원에 달했다. 사회복지사업법은 노인요양시설에서 발생한 회계 부정에 대해 두 차례에 걸친 개선 명령만 규정하고 있다. 영업 정지나 형사 고발 등 행정·사법적 처벌은 개선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요양원 대표들은 마음만 먹으면 지원금을 마구잡이로 사용해도 얼마든지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제도상 이 같은 허점이 요양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지 예산의 누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적정한 방법으로 복지 예산을 사용하다 적발돼 환수된 금액은 지난해 771억 4000여만원이나 된다. 올해는 5월까지 231억원이 환수 조치됐다. 환수되지 못한 채 실제 누수되는 복지 예산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정부는 치매환자국가책임제를 위해 지난달 추경 예산으로 2000억원을 확보해 치매안심센터, 치매안심병원,국립요양병원 등을 전국에 설치하기로 했다. 그에 앞서 전국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운영 실태부터 조사해야 한다.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려면 철저한 관리·감독과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복지 예산이나 지원금 등이 부당하게 사용되는 것을 예방하고, 비위 관련자는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다.
  • ‘대학 쌈짓돈’된 전형료… 9월 수시부터 강제 인하

    ‘대학 쌈짓돈’된 전형료… 9월 수시부터 강제 인하

    작년 204개 대학 1516억 수입…교직원 수당·홍보비 등으로 지출대입 전형료를 내리지 않은 대학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겠다고 한 교육부의 계획에 대해 대학가는 ‘사실상 강제 인하 명령’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한 해 500억원 규모의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 지표로 전형료 인하율을 포함시켜 거의 모든 4년제 대학이 오는 9월 수시모집부터 전형료를 적게나마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전형료 인하를 위한 칼을 꺼내 든 배경에는 “합리적이지 않은 전형료를 올 입시부터 바로잡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있다. 그동안 대학들이 전형료를 주먹구구식으로 산정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았다. 대학들이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교육부의 ‘전형료 투명성 제고 추진계획’에 담긴 통계치를 보면 지난해 204개 4년제 대학이 거둬들인 전형료 수입은 모두 1516억 3000여만원이었다. 대입 지원자 수는 307만명(중복 지원 포함)으로, 1인당 평균 4만 9437원을 전형료로 받은 셈이다. 특히 지원자가 많아질수록 전형료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1만명 이하 수험생이 지원한 대학 98곳의 1인당 전형료는 3만 3289원이었던 반면 3만명 이상 지원한 25곳의 전형료는 5만 8128원이었다. 특히 이 25개 대학이 걷은 전형료 총수입은 745억 9000여만원에 이르렀다. 전형별로는 실기가 6만 9033원, 논술이 6만 3690원, 학생부 종합이 4만 5285원, 학생부 교과가 3만 5212원, 수능이 3만 4095원 순이었다. 이렇게 걷은 전형료는 대학별로 다르게 사용됐다. 교육부령인 ‘대학 입학전형 관련 수입지출의 항목 및 산정에 관한 규칙’에는 전형료 사용처를 수당, 홍보비, 인쇄비 등 12개 항목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를 얼마나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전형료 가운데 교직원 수당이 평균 33.7%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데 204개교 중 74개교가 평균 비중을 넘겼다. 대입설명회와 대입박람회 등 대학 홍보비가 17.5%로 뒤를 이었다. 전형료 수입을 보조인력의 월급여 형태로 지급하거나 과다하게 해외 입학설명회에서 집행한 사례, 입시전형과 무관한 자료 인쇄 등에 쓴 경우도 있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23일 “대학이 대입 전형 종합지원시스템으로 연도별 대입전형 시행계획, 모집요강, 전형료 등을 관리하지만 대학이 제출한 대부분 자료와 불일치했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불만이 가득한 모습이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대통령과 교육부가 나선 이상 국공립대는 물론 사립대도 따라야 하지 않겠나”라면서도 “대입 제도 변화가 너무 급격한 감이 있다”고 했다. 지방의 한 국립대 입학본부장은 “지방의 대다수 대학은 대입 진행 과정에 적자가 생겨 재학생 등록금을 충당하는데 전형료가 적은 대학에도 낮추라 하니 난감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박능후 “연기금 공공부문 투자 검토할 때”

    박능후 “연기금 공공부문 투자 검토할 때”

    “공적 자금의 사회적 역할 강화… 담뱃값 인하는 정책 신뢰 훼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17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 “국민연금의 공공부문 투자는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라며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확대 의지를 밝혔다.박 후보자는 “국민연금기금은 공적 연기금으로서 이제 공공과 사회적 역할 강화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기금운용위원회 협의를 거쳐 투자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지난 6일 “공공임대주택이나 국공립 보육시설 등에 대한 투자 등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기금의 공공투자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국민의 ‘쌈짓돈’인 국민연금기금을 수익률이 낮거나 적자가 우려되는 공공부문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보육, 임대주택 등의 공공부문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로 출산율과 고용률 제고 효과와 함께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수익률이 높다,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공공부문 투자 방식에 대해서는 “정부가 국공채를 발행하면 이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직접 투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 설명했다. 박 후보자는 담뱃값 인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담뱃값을 다시 내리는 것은 금연정책 후퇴이며 정책신뢰를 훼손하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복지 강화를 위해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박 후보자는 “우리나라 조세 부담률은 1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5.1%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향후 OECD 국가 수준의 복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고소득자 등에 대한 증세도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길섶에서] 여름의 맛/황수정 논설위원

    등짝만 한 파초 잎에 빗방울 듣는 소리가 좋다. 또닥또닥 떨어지는 낮은 소리는 단정하고, 꺾일 듯 우둑우둑 장대비를 받아 내는 높은 소리는 도도하다. 여름을 건너는 품위로는 세상의 이파리들 중에서 ‘갑’이 아닐까 한다. 양푼만 한 호박잎도 여름비를 맞는다. 울타리 아래 납작 엎드려 빗발에 튀는 흙탕물까지 뒤집어쓴다. 곧이곧대로만 보자면 ‘을’은커녕 ‘졸’이다. 우비 두른 할머니가 육교 발치에서 호박잎을 판다. 못 보던 좌판, 고무 대야에 넘실대는 호박잎은 한눈에도 산지 직송. 아침저녁 장차게 뻗는 호박잎을 쌈짓돈 만들 욕심에 솎아 왔을 게다. 손톱에 푸른 물이 들도록 껍질을 벗겨서는 서른 장 곱게 묶어 천원. 멈춰서는 발길이 뜻밖에도 많다. 호박잎의 쓰임새를 알고 그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추억의 교집합으로 단단히 묶어 영혼을 쓸어 주는 것은 시간이 흘러도 힘이 세다. 집집마다 오늘 저녁 밥상에는 파릇이 쪄 낸 호박쌈에 강된장이 짜글짜글 끓어오르겠지. 내 손에도 호박잎 두 묶음. 우리 집 화단의 귀족 파초가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는 것. 그리운 맛, 여름의 맛.
  • [머니테크] 금리 오를 때 쌈짓돈 불리기…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 노려라

    [머니테크] 금리 오를 때 쌈짓돈 불리기…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 노려라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공무원들은 금리 인상기라고 해서 자산을 예금에만 묻어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는 것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지금이 좀 더 과감한 투자에 도전하기 적절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특히 비과세 혜택 마감 시한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해외 주식형 펀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올해 가입 한해서만 ‘비과세’… 계좌 터놔야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는 해외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의 매매이익과 평가이익, 환차익에 대한 세금을 10년간 면제해주는 상품이다. 가입 자격 제한 없이 3000만원까지 투자 가능하다. 올해 말까지 가입한 투자자에 한해서만 비과세 혜택이 제공되므로 지금 당장 여유자금이 없어도 전용 계좌는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오르면서 투자금도 증가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의 지난달 말 기준 판매 잔고는 1조 5175억원, 계좌 수는 36만 8398개로 집계됐다. 금투협 관계자는 “세제혜택 시한인 연말을 앞두고 관심이 증가해 판매 잔고와 계좌 수가 모두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2.08%로 높은 편이다. 신흥아시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14.68%에 달했다. 시중은행 PB들은 아직 덜 오른 투자처로 선진국 중에서는 유럽, 신흥국 중에서는 중국을 추천했다. 윤석민 신한 PWM 해운대센터장은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직장인들이 쌈짓돈으로 투자하기 적절한 상품”이라면서 “리스크를 줄이려면 선진 시장을, 좀 더 과감한 투자를 원한다면 중국과 베트남 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주식시장은 이번에 중국 A주(본토에 상장된 내국인 전용 주식)가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되면서 하반기 전망이 밝다. # “세계적으로 금리 상승… 수익률 10% 기대” 홍승훈 KB국민은행 잠실롯데PB센터 팀장은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주식 상승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기로 12월이 유력하고 비과세 혜택 시한도 맞물려 지금부터 연말까지가 해외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기 가장 좋을 때”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유럽 시장은 지금 투자해도 올 연말까지 10% 정도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예금 금리보다는 훨씬 높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때는 해당 국가의 정치·경제적 변수를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돈 봉투 만찬’ 이영렬, 한달 만에 검사장서 피고인으로 전락

    ‘돈 봉투 만찬’ 이영렬, 한달 만에 검사장서 피고인으로 전락

    ‘돈 봉투 만찬’에 연루된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사건이 불거진 지 한달여 만에 피고인 신세로 전락했다. 이영렬 전 지검장과 안태근(51·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면직’이 확정됐다. 면직은 검사징계법상 해임에 이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로, 이들은 앞으로 2년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 검찰은 이 전 지검장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무부는 16일 오전 검사징계위원회를 열고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을 면직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또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는 징계 결정과 동시에 이 전 지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 지시를 내린 뒤 한 달 만에 나온 결과다. ‘돈 봉투 만찬’은 4월 21일 이 전 지검장 등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 7명이 안 전 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검사 3명과 저녁 식사를 하며 벌어진 사건이다. 이 자리에서 안 전 국장은 특별수사본부 검사 6명에게 70만∼100만원이 든 봉투를,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원이 든 봉투를 각각 건넸다. 이는 모두 수사를 위해 배정된 특수활동비에서 나왔다. 문제가 불거지자 당사자들은 수사비 보전 및 격려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으나 강한 비판 여론에 직면했고, 결국 청와대의 전격 감찰 지시로 이어졌다. 대검 감찰본부의 기소에 따라 검찰 특수본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을 이끄는 등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영렬 전 지검장은 한 달 만에 피고인 신세로 전락했다. 이영렬 전 지검장이 돈 봉투 교부 행위가 뇌물·횡령죄가 아닌지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외사부(강지식 부장검사)와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동시에 수사하고 있다. ‘우병우 사단’ 의혹을 샀던 안 전 국장 등을 퇴출하고, 검사들의 ‘쌈짓돈’으로 전용됐던 체계를 파고들며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재확인시켜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삼성합병 찬성 압력’ 문형표·홍완선 1심서 징역 2년 6개월 선고

    ‘삼성합병 찬성 압력’ 문형표·홍완선 1심서 징역 2년 6개월 선고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법원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홍완선(61) 전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도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홍 본부장은 이날 선고로 법정 구속됐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조의연)는 8일 두 사람의 선고 공판을 열고 위와 같이 선고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문 전 장관은 2015년 6월 말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당시 경제수석)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는 박근혜(65·구속기소)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된 후 벌어진 일을 보면, 2015년 7월 25일 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독대를 했다. 그로부터 2개월 후쯤엔 최순실(61·구속기소)씨 측에 삼성의 돈이 건네졌다는 것이 특검팀의 수사 결과 내용이다. 이 일이 있은 뒤로 문 전 장관은 2015년 8월 복지부 장관직에서 물러나 4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 국민연금 이사장에 취임했다.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에 찬성하도록 해서 공단에 1000억원대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원칙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당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가 아닌 내부 투자위원회를 통해 찬성 결정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홍 전 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투자위원들에게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하고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조작해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22일 결심 공판에서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하며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국민 쌈짓돈으로 대기업 총수 일가에 이익을 준, 국정농단에 조력한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재용(49·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핵심 작업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삼성합병을 돕는 대가로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21)씨 승마 훈련을 지원하는 등 뇌물을 건넸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현실과 괴리된 김영란법 개정 검토를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났다. 아직 시행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소비 위축 등을 이유로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어제 국민권익위원회의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영란법 개선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맑고 깨끗한 사회라는 가치를 포기할 수 없지만 과도하게 피해를 보는 분야가 생기면 안 된다”면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법 개정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법 시행 후 과도한 선물·접대 문화에서 다소 벗어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렇다고 민원과 청탁이 일시에 사라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김영란법을 조롱하는 편법이 난무한다. 접대 골프장에서는 현금이 오고 가고, 3만원이 넘는 식사비도 3만원만 카드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낸다고 한다. 더욱 큰 문제는 내수 위축이다. 정부가 금요일 조기 퇴근, 여행주간 확대 실시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김영란법으로 발목 잡힌 내수 심리 위축이 갑자기 좋아질 리 만무다. 법의 취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실적인 개정안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김영란법이 만들어진 것은 공직사회의 부패·비리 척결을 위해서다. 그럼 공직사회의 제도적 부패부터 손대는 것이 옳다. 국정원, 청와대, 국회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 8000여억원이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다. 영수증도 없이 쓸 수 있다 보니 사적 유용과 나눠 먹기 관행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됐다. 목적과 달리 쓴 것이니 ‘세금 도둑’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큰 도둑은 잡지 않고 3만·5만·10만원(식사·선물·경조사)의 규정을 어기는 작은 부패를 잡는 데만 열을 올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근 애플이 개발자 대회에 세계 각국의 기자들을 초청했지만 한국 기자들만 제외됐다고 한다. 항공기 등 교통편이나 숙박 등을 제공하다 보니 김영란법 저촉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공직자도 아닌 기자들을 김영란법 대상에 넣다 보니 생긴 해프닝이다. 이처럼 김영란법은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여러 혼선을 초래하고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권익위는 오는 9월 김영란법의 경제적 영향 분석에 대한 연구용역이 나오는 것을 보고 법 개정을 결정하겠다고 한다.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잘못된 법은 하루라도 빨리 손보는 것이 마땅하다.
  • [사설] 타 기관들도 특수활동비 줄이고 내역 공개하라

    청와대가 ‘눈먼 돈’, ‘깜깜이 예산’ 등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를 줄이기로 했다. 먼저 올해 청와대 비서실 특수활동비와 특정 업무 경비로 책정된 161억원 중 5월까지 사용하지 않은 127억원의 42%에 해당하는 53억원을 절감하기로 결정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31% 삭감한 111억여원을 요구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에서 열린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반적인 특수활동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특수활동비로 지급했던 대통령 가족의 식비를 대통령 월급에서 처리토록 했다. 진작에 해야 했을 일이다. 대통령이 솔선수범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특수활동비의 정비에 나선 만큼 국회·검찰·경찰 등 다른 기관들도 동참해야 한다. 지난해 18개 부처에서 사용한 특수활동비 총액은 8869억 9600만원이다. 특수활동비의 규정은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에 소요되는 경비’다. 영수증 제출 의무가 없어 지출 내역을 알 수 없는 탓에 애당초 투명성 문제를 안고 있었다. ‘눈먼 돈’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고 실제 헛말이 아님도 수시로 입증됐다. 최근 물의를 빚은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사이에 오간 ‘돈봉투’의 출처 역시 특수활동비로 알려졌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2008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매월 특수활동비의 일부를 생활비로 사용하는가 하면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특정 업무 경비를 금융상품에 투자, 재산 증식에 이용해 지탄을 받았다. 금일봉, 회식비, 여행비 등으로 쓰인 사례도 적잖게 적발됐다. 개인 돈인 양 썼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해당 부처 및 기관의 힘에 밀려 번번이 실패했다. 오히려 특수활동비가 늘었다. 특수활동비의 개선은 공직사회의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과 같다. 국민 혈세를 권력기관에서 특수활동이라는 명분으로 ‘쌈짓돈’ 쓰듯 하는 행태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어서다. 특수활동비가 권위주의 정부의 산물, 적폐로 인식되는 판에 전면적인 손질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국익과 공익 등 업무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폐지해야 한다. 꼭 필요한 예산이라면 업무추진비 등 검증 가능한 지출 항목에 편입시켜 양성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축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국회도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할 때다.
  • 바른정당 “靑 특수활동비 축소 환영…국회·행정부 전체로 이어져야”

    바른정당 “靑 특수활동비 축소 환영…국회·행정부 전체로 이어져야”

     바른정당은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비서실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축소하고 내년 예산도 대폭 줄이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청와대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회의 특수활동비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은 26일 논평을 통해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로 규정하고 있지만 영수증 처리가 생략되고 사용내역이 공개되지 않다보니 역대 정권마다 도덕적 해이를 낳고 개인 쌈짓돈 마냥 사용하다 적발된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검찰 등에서 국가 안보와 수사를 위해 사용되는 특수활동비는 제외하더라도 국회와 기타 행정기관에서 사용하는 특수활동비는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오 대변인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들이 국민의 혈세를 아무런 통제장치 없이 사용하는 것도 문제이고, 투명한 정부운영에 득이 될 게 하나 없다”면서 “바른정당은 올해 예산 심사에서부터 국회와 행정부처의 특수활동비 삭감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수활동비 사용이 불가피한 기관이더라도 적정 사용 여부를 감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특검 ‘삼성물산 합병 찬성 압력’ 문형표에게 징역 7년 구형

    특검 ‘삼성물산 합병 찬성 압력’ 문형표에게 징역 7년 구형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문형표(61·구속)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재용(49·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핵심 작업이었다.특검팀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조의연) 심리로 열린 문 전 장관의 결심 공판에서 문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국민 쌈짓돈으로 대기업 총수 일가에 이익을 준, 국정농단에 조력한 아주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복지부 장관, 즉 (국민연금공단의) 상급자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법과 상식상으로 부합하는데도 불구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다시는 이런 범행이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중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전 장관은 2015년 6월 말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된 후 벌어진 일을 보면, 2015년 7월 25일 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독대를 했다. 그로부터 2개월 후쯤엔 최순실(61·구속기소)씨 측에 삼성의 돈이 건네졌다는 것이 특검팀의 수사 결과 내용이다. 이 일이 있은 뒤로 문 전 장관은 2015년 8월 복지부 장관직에서 물러나 4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 국민연금 이사장에 취임했다. 문 전 장관은 또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또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에 찬성하도록 해서 공단에 1000억원대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게도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이 합병이 이뤄지면 공단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합병에 찬성했다”면서 “그 결과 공단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는데도 범행 전반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당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가 아닌 내부 투자위원회를 통해 찬성 결정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홍 전 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투자위원들에게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하고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조작해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씨줄날줄] ‘묻지 마’ 특수활동비/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묻지 마’ 특수활동비/최광숙 논설위원

    1993년 2월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청와대 집무실을 둘러보다 한쪽 모퉁이에 별도로 만든 작은 방 안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것도 없는 방에 천장까지 높은 큰 금고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YS는 그 자리에서 “금고를 떼어내라”고 지시했다. 초대형 금고여서 해체하는 데만 며칠이 걸렸다. 해체한 금고의 부품은 창문으로 내보내 기중기에 실어 날라야 했다. (김영삼 대통령 회고록)그 금고는 과거 청와대에서 얼마나 많은 돈이 오고 갔는지 알게 해 주는 웃지 못할 풍경이었다. 우리나라 ‘검은돈’ 정치의 상징이 금고인 셈이다. 꼬리표가 없는 현금 뭉치들이 통치자금, 비자금, 특수활동비 등 갖가지 이름으로 금고로 향했다. 대통령의 집무실뿐만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장, 정무수석 방에도 크고 작은 금고가 있었다. 오래전 검찰총장실을 방문했던 한 인사는 특수활동비로 추정되는 돈이 든 금고를 기억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검찰의 ‘돈 봉투 만찬’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면서 돈의 출처인 ‘특수활동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이 요구되는 정보활동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일반적인 업무추진비와 달리 영수증을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권력의 쌈짓돈’으로 쓰일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국회 운영위원장, 신계륜 전 새정치연합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던 시절 특수활동비의 일부를 생활비와 자녀 유학비로 각각 사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3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때 월 4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개인통장에 넣어 사용한 것이 드러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했다. 노무현 정부의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특수활동비 12억 5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올해 정부의 특수활동비는 8982억여원에 이른다. 국가정보원이 이 중 절반인 4947억원, 국방부 1814억원, 경찰청 1301억원, 법무부 288억원, 청와대 265억원 등이다. 특수활동비는 매년 증가 추세다. 엄청난 예산을 쓰는 만큼 안보도 튼튼해지고 국민 살림살이도 나아져야 하는데 실상은 정반대다. 이번 돈 봉투 만찬에서 보았듯 특수활동비가 목적과 달리 ‘깜깜이 예산’으로 전락하고 있다. 국민 혈세가 어디 쓰이는지 국민의 알 권리와 예산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이제는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다만 안보 관련 분야에 대해서만은 제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최광숙 논설위원
  • [서울광장] 케이뱅크를 더 놀게 해주자/안미현 부국장 겸 금융부장

    [서울광장] 케이뱅크를 더 놀게 해주자/안미현 부국장 겸 금융부장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과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 동기다. 인터넷 전문은행이라는 신(新)시장에서 친구끼리 격돌한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예정대로 오는 6월 출범한다면 말이다. 케이뱅크는 이달 초 문을 열어 기대 이상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항간에서는 카카오뱅크를 ‘더 센 놈’으로 표현한다. 아무래도 카카오톡 가입자가 4000만명이나 되니 케이뱅크보다 위력이 더 세지 않을까 하는 추론이다. 카카오뱅크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금융인 출신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출발해 한국투자금융에서 직접 자산 운용을 맡기도 했다. 케이뱅크의 심 행장은 대학 졸업 뒤 KT에서 죽 잔뼈가 굵었다. 이 대표는 금융자본, 심 행장은 산업자본 출신인 셈이다. 금융업의 판을 깨겠다며 등장한 인터넷 전문은행이지만 그래도 은행인지라 정통 금융인 출신이 승자가 될지, 아니면 ‘신상’(신상품)인지라 새로운 시선의 기업인 출신이 이길지, 35년 지기(知己)의 대결도 흥미롭다. 그런데 이 흥미진진한 관전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다. 이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KT와 카카오는 진검승부를 펼칠 수 없다. 각각이 속한 은행에서 대주주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제휴 시중은행들이 대주주다. 이런 구조가 계속되면 케이뱅크 대주주인 우리은행은 자기자신과 싸워야 한다. 스스로에게 예리한 검을 겨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 당국이 기대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메기 효과’는 지속되기 어렵다. 국회의원들이 금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것은 재벌그룹의 원죄 때문이다. 재벌들이 금융 계열사 돈을 쌈짓돈처럼 썼던 흑역사가 아직 생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빗장만 치고 있을 것인가. 그사이 감독 당국의 실력도 늘었고 사회적 감시도 매서워진 만큼 일단 풀어 주고 관리감독을 강화할 일이다. 그래도 영 못 미더우면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서만이라도 규제를 풀자는데도 국회가 요지부동인 것은 ‘그릇 깰지 무서우니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들어 태도 변화를 보이는 의원들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서도 여전히 ‘아니 된다’이다. 국회를 움직이려면 케이뱅크와 곧 나올 카카오뱅크가 더 잘해야 한다. 이자 장사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해 온, 그러면서도 오랜 세월 소비자들의 ‘갑’으로 군림했던 기존 은행들을 더 바짝 긴장시켜야 정치권에서도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들의 적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주거래 은행이라기보다는 ‘세컨드 은행’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직은 구비하고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부족하다. 우리보다 앞서 발달한 미국, 일본 등의 인터넷은행이 여전히 시장점유율 2~3%에 머물고 있는 점을 들어 시중은행들은 짐짓 태연한 태도다. 하지만 그 뒤에 감춘 긴장감이 느껴진다. 케이뱅크 출현 이후 어떻게 하면 은행 앱을 좀더 편리하게 만들지, 어떻게 하면 수수료를 한 푼이라도 더 낮출 수 있을지 고심하는 은행원들을 보면 즐겁다. 카카오뱅크는 또 어떤 파격과 서비스로 도도한 은행들을 당황시키고 우리를 만족시킬지 설렌다. 한 카드사 최고경영자는 “금융사 1~2곳이 망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지금의 금융환경이 얼마나 심각한지 정치권이 자각할 것”이라며. 그는 역대 수장 가운데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처럼 규제완화를 외치는 사람이 없지만 애석하게도 역대 정권 가운데 지금이 가장 규제가 강하다고 잘라 말했다. 의회권력이 너무 세니 번번이 국회 벽에 가로막힌다는 것이다. ‘안 되는 것’만 정해 놓은 채 마음껏 놀게 해줘도 판이 제대로 깔릴까 말까인데 ‘되는 것’만, 그것도 깨알처럼 일일이 나열하는 환경에서 금융이 어떻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느냐고 그는 반문했다. 며칠 뒤 가려질 청와대 주인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hyun@seoul.co.kr
  • 경리가 수억원 빼돌리고 1800개 단지 감사도 부실…아파트 관리비는 ‘쌈짓돈’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된 아파트 관리비 외부회계감사 보고서를 심리한 결과 절반 이상의 회계법인이 부실감사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한국공인회계사회 등과 공동으로 실시한 아파트 관리비 비리 점검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점검 결과 300가구 이상 외부회계감사 의무 대상 3349개 단지의 53.7%에 이르는 1800개 단지에서 회계법인의 부실감사가 적발됐다. 유형별로 공사계약 검토 소홀 35.9%, 장기수선충당금 부과 검토 소홀 28.0%, 감사업무 미참여 16.2%, 감사조서 미작성 2.8% 등이다. 회계사 A씨는 보조 회계사 5명과 6개월 동안 192개 단지를 감사했는데, 이 중 88.5%인 170개 단지에서 부실감사를 했다. 특히 1개 단지를 감사하는 데 불과 0.66일밖에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수박 겉핥기식’ 감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A씨의 일부 업무에 대해 6개월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101일 동안 115개 아파트 단지를 감사한 회계사 B씨의 경우 115곳 모두에서 부실감사가 적발됐다. B씨는 1개 단지 감사에 평균 0.8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감사에 참여하지 않은 회계사가 감사보고서에 날인하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인천 서구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승강기 등 대규모 수선에 대비해 장기수선충당금을 46억원 적립해야 하는데도 7억원만 적립한 사실이 적발됐다. 경기 수원시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 운동시설 위탁관리 업체가 3개월 동안 회비 1300만원을 횡령했다. 정부는 감사를 실시한 회계법인, 감사반 등 감사단체 15개에 대해 주의 또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지방자치단체가 비리 의심 아파트 816개 단지를 점검한 결과에서도 713개 단지(87.4%)에서 3435건의 비위 사례가 적발됐다. 예산·회계분야 1627건(47.4%), 공사·용역분야 892건(26.0%) 등이다.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경리직원이 관리사무소의 각종 경비 청구서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아파트 관리비 2억 7000만원을 횡령해 빚 갚는 데 썼다가 걸리기도 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살이] 남산 통행료의 진실

    [노주석의 서울살이] 남산 통행료의 진실

    “남산터널 통행료를 계속 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명색이 서울의 도시 문화를 공부하고, 40년 가까이 남산터널을 오가면서 통행료를 꼬박꼬박 물었지만 의문을 품지 않았다. 전기료를 전기세, 물값을 물세로 여기는 오랜 습속처럼 남산 통행료도 아예 통행세의 일종으로 여긴 탓이리라. 남산터널을 지나면서 동승자가 3명 이상이어서 통행료를 면제받을 때 공돈을 번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영업소가 오히려 정체를 야기하는 것 같아 짜증이 났다. 통행료를 내지 않는 2호 터널이나 강변북로, 한강대교 같은 우회도로를 이용할 때는 남산 1, 3호 터널의 존재감을 잊었다. 솔직히 내가 낸 통행료가 도심교통 혼잡 완화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적이 별로 없다. 통행료가 무서워서 1, 3호 터널을 우회하는 운전자가 몇 명이나 되겠나. 너나없이 내비게이션이 알려 주는 최단거리를 선택할 뿐이다. 전국 유일, 세계에서 몇 없는 희귀 제도는 존속돼야 하나. 혼잡통행료는 혼잡이라는 사회적 비용 발생의 직접 책임자인 운전자에게 물리는 차별적 이용료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3000억원의 혼잡통행료가 징수됐지만 거둔 통행료는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다.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용처를 알려 주지도 않는다. 효과는 있을까? 도심과 강남 쪽 양방향에서 통행료를 징수하는 이 제도는 도심 진입 억제와 혼잡 완화 취지와는 동떨어져 보인다. 차량 통행량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늘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다. 도심을 둘러싼 네 방향 중 남쪽 특정 구간만 차단해 놓고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이 방책일 리 없다. 또 갖가지 명목의 면제 차량이 70%에 이르러 제도의 유지 근거를 의심케 한다. 돈 내는 사람만 바보인 셈이다. 서울시가 시행 20년간 통행료를 올리지 못한 채 속을 끓이는 까닭이다. 서울시민은 1970년과 1978년에 각각 준공된 터널의 건설비를 ‘진짜’ 통행료(100원)로 다 갚았다. 건설비 회수가 끝나자 1996년 혼잡통행료(2000원)로 이름만 바꿔 계속 징수하므로 말로만 수익자 부담 원칙이다. 돈 내려고 기다리고, 막혀서 기다리는 정체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짜증 섞인 불만이 불거진 지 오래다. 시민단체가 움직이고, 서울시의회나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이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는데도 서울시는 꿈쩍 않는다. 서울시는 교통혼잡통행료 징수의 법적 근거인 도시교통촉진법을 펼쳐 보기 바란다. 부과 지역의 지정 목적을 달성하면 그 지정을 해제해야 하고, 부과 지역 거주 주민들에 대해 감면 방안을 수립해야 하며, 부과 징수 때 전자식 징수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이 버젓이 살아 있다. 복지안동(伏地眼動)으로 시간을 보내려 한다면 자칫 이중과세의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 남산터널이 건설된 것은 서울 강남북을 왕래하는 교통 편익 목적이 아니었다. 60~70년대 남북 간 체제안보 경쟁의 산물이자 ‘서울 요새화 계획’의 한 방편이었다. 서울시민 30만명을 긴급 대피시킬 방공시설로 만들어진 것이다. 교통 재원으로 20년을 우려먹었으니 이제 도낏자루를 내려놓을 때도 됐다. 서울시는 통행료 부과의 목적이 달성됐음을 시민들에게 정중하게 알리고, 통행료를 폐지해야 한다. 또한 남산터널을 거쳐 강북~강남을 최단거리로 걸어서 오갈 수 있도록 쾌적한 방진·방음 시설을 갖춘 터널 통행로를 만들 만하다. 특효약은 없다. 대중교통 이용과 걷기를 통해 운전대를 놓게 하는 게 상책이다.
  • 유치원 보조금으로 명품가방 산 원장들

    일부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들이 정부 보조금과 지원금을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친인척 해외여행 경비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노래방과 유흥주점, 또 명품가방을 사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이들이 유용한 금액만 200여억원에 이른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은 9개 광역시·도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95곳을 점검해 위반 사례 609건과 부당 사용 금액 205억원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전국 유치원(8970개)과 어린이집(4만 2517개) 가운데 원아 수가 많거나 한 원장이 여러 개의 시설을 운영하는 곳을 우선 선발해 점검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보면 유치원 54개에서 위반 사항 398건에 부당 사용액 182억원을, 어린이집 37개에서 위반 사항 211건에 부당 사용액 23억원을 적발했다. 부패척결추진단 관계자는 “이 가운데 8곳은 수사 의뢰 또는 고발 조치를 하고, 이들 유치원, 어린이집과 거래한 업체 19곳에 대해 세금 탈루 의심업체로 세무서에 통보했다”며 “국공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보다 사립 유치원이나 민간 어린이집에서 대다수 위법 사례가 적발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A유치원(원아 430명) 원장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두 아들의 대학 등록금과 연기 아카데미 수업료 3900만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했다. 또 노래방 등에서 사용한 원장 개인 명의 카드 대금 3000만원과 원장 개인 차량 할부금 2500만원, 보험료 370만원, 자동차세 300만원, 경조사비 3200만원 등을 유치원 공금으로 썼다. 특히 교직원 선물 명목으로 200만원이 넘는 명품가방과 지갑 등을 구입하는 데 5000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회사 간 불법 거래를 한 유치원도 있었다. B유치원 설립자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유치원 10개를 운영하며 가족회사와 5억 1000여만원을 불법으로 거래했다. 특히 업종과 상관없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첫째 아들이 운영하는 업체는 음식 재료 등을 납품하는 유치원 용품 회사이지만 보수공사 명목으로 1500만원을 줬고, 둘째 아들 회사는 실내건축 회사이지만 영수증도 남기지 않고 1억 2000만원을 지급했다. 유치원 두 곳을 운영하는 딸에게는 영리 목적으로 교육 자문료를 줄 수 없음에도 2300만원을 지급했다. C어린이집은 급식교사에 대한 건강검진을 하지 않다가 적발됐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급식 종사자는 연 1회 이상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D유치원은 유통기한이 4~5개월 지난 음식 재료를 보관하고 있었고, 조리기구가 청결하지 않은 유치원도 적지 않았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카드뉴스] 홧김에 ‘쌈짓돈’으로 해소하는 이 땅의 청춘들

    [카드뉴스] 홧김에 ‘쌈짓돈’으로 해소하는 이 땅의 청춘들

    스트레스로 홧김에 소소하게 돈을 쓰는 청춘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소비 행태가 요즘 직장인들과 청년 사이에서 폭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심지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라는 의미를 담은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은 그 배경을 알아봤습니다. 기획·제작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경제 블로그] 세계잉여금 8조원 추경 여유는 1조 국회 관문 넘을까

    한 해 동안 정부가 쓰고 남은 돈을 뜻하는 ‘세계(歲計)잉여금’이 지난해 8조원을 찍었습니다. 세금이 정부 예상보다 9조 8000억원이나 더 걷힌 게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9년 만의 최대치입니다. 세계잉여금은 쌈짓돈처럼 막 쓸 수 없습니다. 법으로 사용 용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서입니다. 국가재정법 90조를 보면 세계잉여금 활용 1순위는 지방교부세입니다. 그래서 세계잉여금 8조원 가운데 곧바로 올해 세입에 포함되는 1조 9000억원의 특별회계를 뺀 6조 1000억원의 39.51%인 약 2조 4000억원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운영 재원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남은 금액인 3조 7000억원의 30%인 약 1조 1000억원 이상을 공적자금 상환에 써야 합니다. 또 그 나머지의 30%인 약 8000억원 이상을 정부가 발행한 국고채 원금을 갚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법이 정한 대로 나눠 주고 빚을 갚으면 최대 1조 8000억원이 남습니다. 이 돈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적자금과 국가부채 상환 등 관계 규정을 다 감안하더라도 최소 1조원 정도는 추경 자금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며 “국무회의 및 대통령 승인을 거쳐 오는 4월 초부터 이 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난 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당장 추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1분기 상황을 지켜보고 하겠다”고 답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 추경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2분기에는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추경의 마지막 관문인 국회가 개점 휴업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올 초부터 여야 가릴 것 없이 ‘1분기 추경’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만큼 각 당이 대선 레이스와 함께 민생 안정을 위한 노력에도 소홀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국민연금 해외투자 늘려야 고갈 늦춰”

    “국민연금 해외투자 늘려야 고갈 늦춰”

    “공격적 투자로 수익률 높여야… 기금고갈 시점 10년 지연 가능” 해외 주식 비중을 높이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를 10년 늦출 수 있다는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하루빨리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국민들의 쌈짓돈조차 온전히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30일 백혜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팀의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한 국민연금 재정추계 모형 개발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부문별 투자 비중을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는 2058년으로 예측됐다. 2015년 투자 비중은 국내 주식 22.9%, 해외 주식 20.0%, 국내 채권 52.8%, 해외 채권 4.3%다. 이는 2013년 제3차 재정추계 예상 고갈 시점인 2060년보다 2년 빨라진 것이다. 다만 해외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릴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은 2070년으로 10년가량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최근 5년간의 투자 경향을 활용해 2022년까지 6년간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를 해마다 2.75% 포인트 늘리고 국내 채권은 2.925% 포인트씩 줄였다. 국내 주식은 0.15% 포인트, 해외 채권은 0.025% 포인트씩 각각 늘렸다. 그 결과 해외 주식 투자 비중(36.5%)이 국내 채권 투자 비중(35.25%)을 추월했다.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23.8%, 해외 채권은 4.45%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백 위원은 “현재의 자산 배분에서 위험자산 투자 비중 증가와 안전자산 투자 비중 감소, 특히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의 증가는 기금운용수익률을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앞으로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대수명은 지난해 81.8세에서 2060년 88.6세로 무려 7세가 늘어나지만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1.2명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채권과 주식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투자 비중을 변경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5년 662만명에서 2040년 1650만명으로 2.5배 규모로 늘어난다.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하는 노인 인구는 2015년 17.9명에서 2040년 57.2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병헌이 말하는 ‘마스터’ vs ‘내부자들’ 차이점은?

    이병헌이 말하는 ‘마스터’ vs ‘내부자들’ 차이점은?

    배우 이병헌이 희대의 사기꾼 역할로 돌아왔다. 조 단위의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과 사기꾼, 그리고 그의 브레인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마스터’에서 이병헌은 온갖 감언이설로 서민들의 쌈짓돈을 뜯어내고, 뇌물로 권력에 빌붙는 진 회장 역을 맡았다.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8년 만에 맡은 악역이다. 이병헌은 이 작품에서 ‘내부자들’ 속 안상구의 잔영을 걷어내고, 새로운 악역을 선보였다. 그는 13일 가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부자들’ 안상구와 ‘마스터’ 진 회장의 차이점에 대해 “‘내부자들’의 안상구와 ‘마스터’의 진 회장은 모든 면에서 다른 캐릭터죠. 진 회장은 특히 실제 롤모델을 많이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인 캐릭터죠. 굳이 찾는다면 두 인물 모두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고, 살아남아 보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닮았다고 할까요”라고 밝혔다. 이어 “‘내부자들’이 굉장히 독하고, 센 영화라면 ‘마스터’는 템포가 경쾌하고 신나게 진행되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마스터’는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그리고 엄지원, 오달수, 진경까지 최고 배우들의 결합, 그리고 550만 명을 동원한 ‘감시자들’ 조의석 감독의 차기작으로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오는 21일 개봉.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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