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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이 만난사람] 막걸리에 인문학 옷을 입히는 막걸리학교 허시명 교장

    [김문이 만난사람] 막걸리에 인문학 옷을 입히는 막걸리학교 허시명 교장

    술을 마시며 수업을 한다고? 그렇다. 대개 수업이라고 하면 엄격한 분위기가 연상되겠지만 술을 마셔 가며 토론을 벌이고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는 파격이 벌어진다. 더러 취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걸 행동으로 나타내는 사람은 없다. 만약 술주정이라도 한다면 당장 퇴교를 당한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있는 막걸리학교에서는 술을 마시되 술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수업하는 곳이다. 전국에서 빚어지고 있는 다양한 막걸리를 맛보면서 맛의 차이와 근원을 가늠하고 느끼게 해 주는 학교이다.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 전통막걸리와 개량막걸리, 감미료 막걸리와 무감미료 막걸리 등과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막걸리와 함께 살아왔던 날들, 그리고 살아갈 날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술을 빚었던 우리 민족의 애환을 되새긴다. 지난 15일 오전 막걸리학교에서 허시명(52) 교장을 만났다. 허 교장은 여행작가이자 술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술의 여행’, ‘막걸리 넌 누구냐’, ‘풍경 있는 우리술 기행’ 등 막걸리 관련 저술만 7권을 펴내 이 방면에서 유명인이 됐다. 특히 5년 전에는 막걸리학교를 설립, 우리의 전통 막걸리에 인문학의 옷을 입히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매월 ‘힐링 술기행’ 또한 활발히 펼치고 있다. 막걸리학교 입구에는 ‘우리술 교육훈련기관’(농림수산식품부 선정)이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고 문을 열고 강의실 안으로 들어서자 ‘술의 인문학원’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한쪽 벽면에는 전국에서 생산되는 막걸리 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상표가 전부 다른 것들이어서 우리나라 막걸리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허 교장에게 막걸리 종류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전국적으로 양조장이 850곳이 되고 이름을 달리한 막걸리는 2000여개 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도시와 시골의 막걸리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시골 막걸리는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약간 무거운 농주가 많고 도시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가볍고 경쾌한 막걸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는 대표적으로 ‘청향막걸리’가 있는데 알코올 도수가 12%로 우리보다 2배가량 높다고 한다. 이어 막걸리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을 물었다. 먼저 알코올 도수는 왜 6도일까. “현재 주세법상으로 탁주는 알코올 도수가 3% 이상이면 됩니다. 시중에 나오는 제품 가운데 알코올 도수가 16%인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6~8%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알코올 도수의 변화가 조금씩 있었지만 통상적으로 쌀과 누룩으로 술을 빚으면 알코올 도수가 14~16%로 생성됩니다. 맑은 청주는 떠내고 술지게미에 물을 부어 가며 거르면 알코올 도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게 바로 알코올 도수가 6~8%인 막걸리가 되는 것이지요.” 탁주와 막걸리는 어떻게 다를까. 한 가지 일화를 들려주면서 설명한다. 2009년 여름 막걸리 바람이 한창일 때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을 대표하는 양조장 사장들을 청와대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막걸리가 맞습니까, 탁주가 맞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막걸리가 맞다”는 의견이 나왔고 대통령은 “그럼 앞으로 막걸리라고 부르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허 교장은 “막걸리와 탁주는 어느 게 옳고 그른 게 아니고 똑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다른 술을 지칭한다”고 말한다. 우선 탁주(濁酒)는 한자어이고 막걸리는 순우리말이라는 점이 다르다. 뜻 그대로 풀면 탁주는 탁한 술이고 막걸리는 막 걸러낸 술이라는 것이다. 그는 “막걸리의 ‘막’에는 ‘방금’이라는 뜻도 있고 ‘함부로’, ‘거칠게’라는 뜻도 있는데 대체로 후자의 의미로 쓰인다”면서 “막걸리라는 표현이 술 빚기의 마지막 단계인 여과의 특징을 형상화한 말이라면 탁주는 술의 맑고 흐린 정도를 보고 판단한 용어”라고 설명한다. 또한 동동주에 대해서는 “탁주와 약주, 소주처럼 법적인 자기 영역이 있는 것이 아니다. 동동주는 쌀알이 동동 뜬 상태의 청주(약주)를 의미한다. 술지게미도 거르지 않고 쌀알만 동동 뜬 상태의 동동주를 빚기 위해서는 거친 누룩을 하룻밤 물에 담가 두었다가 그 물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막걸리라는 말은 언제부터 나왔을까. 옛문헌에서 탁주나 막걸리의 유래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한다. 다만 탁주와 관련된 오래된 문건을 뒤적여볼 수밖에 없는데 1123년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방문했던 서긍이 쓴 ‘고려도경’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고 한다. ‘고려 사람들은 술을 즐긴다. 그러나 서민들은 양온서에서 빚은 좋은 술을 얻기 어려워 맛이 박하고 빛깔이 진한 것을 마신다.’ 이 글로 보아 고려 서민들은 ‘탁한 술’을 마셨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허 교장은 말한다. 술이 없이는 시를 지을 수 없을 만큼 술을 좋아했던 이규보는 막걸리와 관련해 백주시(白酒詩)를 남겼으며 조선 초기 청백리의 대명사로 알려진 맹사성은 ‘강호사시사’에서 ‘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탁료(濁?) 계변(溪邊)에 금린어(錦鱗魚) 안주 삼고~’라고 읊었다. 탁료는 막걸리이고 금린어는 맛잉어를 뜻한다. 대체로 20세기 이전에는 주로 요(醪), 앙(醠), 탁료, 탁주 등 한자로 표기돼 왔으며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막걸리의 한글 표기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춘향전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에 ‘콩나물 깍때기 목걸리 한 사발 나왔구나~’ 하는 대목에서 막걸리를 뜻하는 ‘목걸리’(전라도나 경상도 발성)를 엿볼 수 있다고 허 교장은 말한다. 화제를 바꿔 막걸리학교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막걸리는 최고의 인간 접착제입니다. 그것을 실감하는 곳이 막걸리학교이지요. 양조장을 운영하시는 분, 금융업계 종사자, 교직자, 음식업 관련 종사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으려는 퇴직 준비자 등 그동안 700여명이 저의 학교를 거쳐 갔지요. 재일동포, 재미동포, 한국계 독일인 등 해외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고 있습니다. 술을 빚고 토론하는 인간적인 교류의 장입니다. 전국에서 공수해 온 5~6종의 막걸리를 시음하면서 맛과 인문학을 얘기하는 것이 막걸리 수업의 핵심이지요.” 술도 다니고, 사람도 다니는 학교이자 특별한 문화공간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한국에서 가장 멋지게 술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이고 한국 술들이 어떤 문화의 옷을 입고 있는지, 또 어떤 문화의 옷을 입어야 하는지 함께 시음하고 가늠하는 공간이라고 거듭 역설한다. 월1회 막걸리 문화콘서트도 진행되는데 그림과 막걸리, 트로트와 막걸리, 군인과 막걸리, 대금연주와 막걸리 등 다양한 주제로 펼쳐진다. 요즘 막걸리의 인기가 주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동안 막걸리 수출 물량의 90% 가까이를 일본으로 수출했는데 최근 일본 내 한국 막걸리 소비가 줄어들어 수출물량 또한 감소하고 있다”면서 “단순한 생산 위주에서 벗어나 이제는 막걸리에 대한 인식과 문화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막걸리 인기가 시들었다기보다는 지난 4년 동안 수출 확대 등 많은 국민적 관심을 가졌던 막걸리에 대한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막걸리를 통해 한국 전통문화를 재인식한 것이 아니라 유행상품 목록 하나가 추가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막걸리 업체끼리 저가 경쟁을 벌여 막걸리의 가치를 향상시키지 못한 것도 되짚어봐야 하고 제값 또는 더 좋은 가격으로 팔기 위해서는 한국 막걸리업체들 간의 수출 연대전략이 팔요합니다. 또한 김치와 ‘기무치’의 경쟁구도가 막걸리와 ‘마코리’ 사이에서 재현되지 않게 하려면 막걸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본 양조장들이 무감미료 막걸리를 만들어 내면서 감미료 막걸리의 약점을 지적하는 것 또한 경쟁의 시작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무감미료 막걸리가 국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만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어떤 게 좋은 막걸리인지 물었더니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게 좋은 술이며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아야 좋은 재료의 맛도 볼 수 있다”고 대답한다. 술은 생활의 일부, 그렇다면 어떻게 마시는 것이 좋을까. 다음은 그가 전국 방방곡곡 천리를 돌고 얻은 ‘주당천리 10계명’이다. 주는 대로 마시지 말고 골라 마시자, 주신을 섬겨라, 약주로 효도하라, 한국 와인의 족보를 찾아라, 감미료 술을 마시지 말라, 숙취를 무릅쓰고 기발한 술을 찾아라, 100일 동안 숙성시킨 백일주를 마셔라, 자기만의 주안상을 차려라, 술이 떡이 되지 말고 술이 덕이 되게 하라 등이다. 폭염이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기다려지는 계절에 한번쯤 음미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선임기자 km@seoul.co.kr ●허시명은 1961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에서 국문학, 중앙대 대학원에서 민속학을 전공했다. 일본주류총합연구소에서 청주 제조자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1989년부터 4년 동안 ‘샘이 깊은 물’ 기자로 근무했다. 이후 여행작가로 나서 전국을 돌며 전통주 기행을 했다. 문화부 전통가양주실태조사사업 책임연구원(2005년), 농림수산식품부 전통주 품평회 심사위원(2009~2012년), 사단법인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2009~2012년),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강사(2004~2010년), 삼성세리CEO와 옥답CEO ‘주유천하’ 동영상 강좌(2011~2013년) 등을 거쳤다. 현재 막걸리학교 교장으로 있으면서 여행작가와 술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막걸리학교는 우리술교육훈련기관(2012년, 농림수산식품부), 창조관광기업(2012년, 한국관광공사)으로 지정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술의 여행’, ‘막걸리 넌 누구냐’, ‘풍경 있는 우리술 기행’, ‘비주, 숨겨진 우리술을 찾아서’, ‘조선문인기행’, 일본어판 ‘막걸리의 정체’ 등이 있다.
  • [오승호의 시시콜콜] 농어촌특별세 10년 더 연장… 무관심이 문제다

    [오승호의 시시콜콜] 농어촌특별세 10년 더 연장… 무관심이 문제다

    1993년 12월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이 타결되면서 우리나라의 쌀 시장이 개방되자 나라는 시끌벅적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대선 후보 시절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것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협상단 총괄대표단장을 맡았던 당시 허신행 농림부장관은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질됐다. 농심 달래기 차원이었을 것이다. UR 협상은 농업과 농어촌 부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계기가 됐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때 각각 42조원, 45조원의 투융자 사업이 계획됐다. 실제로 집행된 투융자는 97조원 중 62조원가량이라고 한다. 참여정부 때인 2003년 11월에는 ‘농업부문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119조원의 예산(투융자)을 투입하기로 한다. 국민 1인당 부담액이 200만원을 웃도는 규모다. 1994년에는 농어촌특별세가 신설됐다. 농어업 경쟁력 강화와 농어촌 산업기반시설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세다. 당초 2004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2003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앞두고 2014년 6월로 10년간 연장했다. 농특세는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레저세, 증권거래세 납부 의무자 등에게 부가세 방식으로 부과된다. 농특세 세수는 2010년 3조 9019억원, 2011년 4조 8948억원, 2012년 3조 8513억원 등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6월 종료 예정이던 농특세 유효 기간을 오는 2024년 6월까지 10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농특세법 개정안을 지난 9일 입법예고했다. FTA 확대에 맞춰 농림어업의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서라고 한다. 현재 진행 중인 한·중 FTA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생각도 든다. 문제는 무관심이다. 농특세를 10년, 20년 연장하건 말건 관심 밖인 것 같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세(稅)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쌀 재협상으로 내년까지 10년간 관세화 유예를 연장했다. 2014년 안에 언제라도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UR 협상이 타결된 이후 20년 동안 농어촌 구조 개선 등에 투입된 돈은 천문학적이다. 지난해 2인 이상 도시임금근로자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5391만원인 반면 농가는 3103만원으로 격차는 2288만원이나 된다. 1994년에는 농가 소득이 8만원 차이로 앞섰다. 그 이후부터는 역전돼 격차마저 커지고 있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다. 세금이 농어촌 발전과 농업 경쟁력을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할 때다. 논설위원 osh@seoul.co.kr
  • [커버스토리-대중문화 시장 주무르는 ‘스마트 팬덤’] 꽃 대신 쌀화환 기부… ‘팬질’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진화하다

    [커버스토리-대중문화 시장 주무르는 ‘스마트 팬덤’] 꽃 대신 쌀화환 기부… ‘팬질’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진화하다

    ‘오빠 바라기’는 노( NO)! 스타를 받쳐 주고 끌어 준다’ ‘구식 팬덤’과 ‘신식 팬덤’을 구분하는 바로미터 하나. 과거의 팬들은 스타들에게 비싸고 독특한 선물을 안기며 ‘날 한 번만 쳐다봐 달라’고 아우성쳤다. 그러나 요즘 팬들은 스타의 주변인을 먼저 챙긴다. 자신들이 손수 준비한 먹거리로 스타를 받쳐 주느라 고생하는 스태프들을 격려한다. 팬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타의 이미지 관리에 물심양면 팔소매를 걷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KBS 수목 드라마 ‘칼과 꽃’ 촬영장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은 배우 엄태웅의 팬들이 보내온 전복갈비탕과 화채 디저트로 몸보신을 제대로 했다. 팬들은 푹푹 찌는 무더위를 감안해 휴대용 손선풍기까지 준비하는 세심함까지 보였다. 인기 배우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의 관계자는 “기획사가 스태프들을 접대하기도 하지만 스태프들은 팬들의 접대를 훨씬 더 반긴다”면서 “촬영 현장에서 배우가 기죽지 말라는 의미도 있다”고 귀띔했다. 스마트해진 팬들은 스타의 홍보담당자를 자처한다. 드라마나 영화의 제작발표회, 뮤지컬의 기자간담회 등이 열리면 취재진의 손에는 팬들이 준비한 종이가방이나 상자가 하나씩 들려 있다. 쿠키나 빵, 음료 등 간단한 간식거리와 함께 “좋은 기사 부탁드려요”라는 애교 섞인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좋아하는 배우의 새 드라마가 시작되면 직접 홍보에 뛰어들기도 한다. 배우 이준기의 팬들은 MBC 새 수목드라마 ‘트윅스’의 첫 방송을 앞두고 지하철 역사 내부와 스크린 도어와 버스에 대형 포스터 광고를 붙였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자랑할 일이 생겼을 때 기자들에게 직접 제보 메일을 보내는 팬들도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 팬들은 스타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조언을 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20대 이상으로 전문적 지식과 정보력을 갖춘 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일부 팬들은 배우의 극중 역할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조언이나 선물을 해 주기도 한다. 최근 첫 방송을 탄 KBS 월화 드라마 ‘굿 닥터’의 주인공 주원도 그런 배려를 받았다. 의료계에 몸담은 팬들이 그가 맡은 의사 배역에 도움이 되도록 청진기 사용 요령 등을 직접 훈련(?)시켜 줬다. 스타들의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 시작된 선행은 스마트 팬덤의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대 중반 시작된 팬들의 기부는 스타의 이름으로 복지시설이나 단체에 모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꽃 대신 쌀을 전시하고 행사가 끝난 뒤 이를 기부하는 아이템이 인기 있다. 기부 물품도 기저귀, 계란, 연탄 등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6월 2PM의 공연 때는 팬들이 무려 28t이나 되는 쌀을 기부해 단일 행사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스타의 이름을 딴 숲을 조성하거나 개발도상국에 우물이나 화장실을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7월 2NE1의 월드투어를 기념하기 위해 팬들은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 망고나무 1300여 그루를 심은 ‘2NE1 숲’을 조성했다. 목적은 아프리카 숲을 조성해 사막화를 막는 동시에 망고로 식량난을 해결해 주기 위해서였다. 소녀시대 팬들도 식수 개선을 위해 캄보디아에 소녀시대 멤버 이름이 새겨진 우물 9개를 만들었고, 가수 로이킴은 팬들이 만들어 준 ‘로이킴숲’에서 새 앨범을 녹음했다. 지난 3~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신화의 콘서트에서는 팬들이 보낸 쌀, 연탄, 라면 등 각종 기부 선물이 공연장 입구를 빼곡히 에워쌌다. 이날 ‘쌀 화환’ 이벤트 작업에 참여한 한 팬은 “화환은 스타에게 축하와 응원의 뜻을 보여 주고, 대외적으로도 좋은 이미지를 선물하는 능동적 활동이다. 좋은 일에 쓰이기 때문에 팬들의 참여율이 높아 자연스럽게 기부문화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팬이라고 해서 마냥 ‘스타 좋고 나 좋은’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스타와 연예기획사에 쓴소리를 하기도 한다. 스타의 작품 선택이나 콘셉트, 홍보 활동 등 기획사에서 추진하는 일에 팬들의 지적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2PM, 원더걸스 등이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크리에이티브, 홍보, 마케팅, 의상 등 전방위에 걸쳐 팬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이에 따라 최근 팬과의 온·오프라인 만남 등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연예기획사 홍보담당자는 “방송이 나가고 나면 어떤 눈빛, 어떤 장면이 좋았으며 어떤 대사가 아쉬웠는지 등 방송 모니터링 내용이 팬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올라온다”면서 “방송에 입고 나온 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타일리스트를 바꾸라는 지적이 빗발친다”고 말했다. 이처럼 팬들은 더이상 연예기획사가 만들어 낸 상품을 순순히 소비하는 ‘착한 소비자’가 아니다. 이제는 스타와 업계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유명 가수가 소속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팬들은 확실히 주도면밀해졌다”면서 “고맙기도 하지만 가끔은 부담스러울 번도 있다. 팬들의 목소리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스마트 팬덤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1990년대 후반까지의 팬클럽은 기획사가 직접 조직하고 관리했으나 인터넷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팬들은 자신들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자체적으로 팬클럽을 만들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단 하나의 ‘공식 팬클럽’ 중심에서 자생적이고 점조직화된 ‘모임’의 개념으로 변화한 것. 이곳에 모인 팬들은 자체적으로 질서와 규칙을 만들고 소통하면서 머리를 맞댄다. 이런 변화에는 대중문화를 향유하며 ‘팬질’에 나서는 이들의 연령층이 다양해진 배경이 한몫한다. 지금의 40~50대는 조용필과 나훈아 등을 응원한 ‘오빠부대’의 원조였으며, 20~30대는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신승훈을 비롯해 H.O.T, 신화 등 1세대 아이돌로 촉발된 팬덤의 조직화와 거대화를 경험했다.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는 대상은 바뀌거나 늘어날 수 있지만 이들의 활동 경험과 노하우는 그대로 축적돼 인터넷과 SNS를 통해 더 어린 팬들에게 전수된다. 한 아이돌 그룹의 팬인 윤모(25·여)씨는 “새 앨범이 발표되면 10대들은 부지런히 음원 스트리밍을 하고 음악 방송에 찾아가 응원하며, 20~30대는 다양한 응원 이벤트를 준비하고, 40대는 음반을 다량 구매해 지인들에게 선물한다”면서 “20~30대는 1세대 아이돌 때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40~50대는 인맥과 재력으로 뒷받침해 주지만 행동력만큼은 10대가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포털 사이트의 팬카페나 팬사이트, 디씨인사이드 등에서는 팬들이 무수히 글과 댓글을 올리며 활동에 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행에 옮긴다. 디씨인사이드에서 활동하며 드라마의 팬 상영회, 책자 제작 등의 행사에 참여했던 정모(27·여)씨는 “활발히 활동했거나 유명하지 않은 팬이라도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다면 나서서 ‘총대’를 멘다”면서 “디자인, 글솜씨, 아이디어, 현장 봉사 등 저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내놓고 참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팬들이 모여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고 귀띔했다. SNS는 걷잡을 수조차 없는 정보 전파를 가능하게 한다. 스타들의 소식, 팬클럽의 이벤트 공지, 심지어 다른 팬덤과의 분란과 갈등까지 SNS를 통해 무서운 속도로 퍼져 나간다. 10대에서 50대까지 걸친 광범위한 팬들이 인터넷과 SNS로 결집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팬덤의 사회적인 영향력이 가장 극대화된 사례가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의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시정명령이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동방신기에서 독립해 결성된 JYJ가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등 제재를 받자 한 팬사이트의 주도로 팬 연합이 결성돼 구명 운동이 시작됐다. 팬들은 JYJ의 활동을 보장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기획해 지하철과 버스에 광고를 게재했고, 이들은 팬 연합의 이름으로 공정위에 SM엔터테인먼트의 외압을 고발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세계 각국의 팬들이 가세해 18만명이 넘는 팬들이 탄원서를 제출했고, 결국 지난달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아 냈다. JYJ의 소속사인 시제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팬들의 폭이 전 연령대로 확대되고 해외 팬들과 실시간 정보를 교류하는 제반 여건이 갖춰지면서 팬덤 조직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면서 “전 세계 팬들이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류하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돼 스타의 모든 일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극과 극](4)라면과 울고 웃은 50년…‘신라면’ 아성 뒤 비운의 ‘쌀탕면’ 아시나요

    [극과 극](4)라면과 울고 웃은 50년…‘신라면’ 아성 뒤 비운의 ‘쌀탕면’ 아시나요

    라면이 우리나라에 소개된지 꼭 50년이다. 1963년 9월 15일 삼양라면이 처음 출시됐다. 중량은100g, 가격은 10원이었다. 1961년 설립된 삼약식품이 2년만에 내놓은 첫 작품이다.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은 최근 “국민을 위해 애국하는 마음으로 라면을 생산했다”고 말했다. 전 회장에게 ‘라면은 기아(飢餓)로부터 탈출, 식량자급문제 해결 수단’이었다. “당시 남대문시장을 지나다 시민들의 미군들의 음식찌꺼기로 만든 5원짜리 ‘꿀꿀이죽’을 사먹기 위해 줄을 선 광경을 보고, 과거 일본에 갔을 때 라면을 시식했던 기억을 떠올렸다”는 게 전 회장의 회고담이다. 이후 일본 묘조(明星)라면의 오쿠이(奧井) 사장을 끈질기게 설득, 시설과 기술을 이전받았다. 한국 1인당 年69개,세계1위 라면소비국  라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시큰둥, 자체였다. 곡식 위주의 생활을 하던 국민들에게 라면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제품이었던 까닭에서다. 게다가 담백한 국물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식량 문제를 고심하던 박정희 대통령이 삼양라면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 사람은 맵고 짠 것을 좋아하니 고춧가루가 좀 더 들어갔으면 좋겠군”이라며 박 대통령은 제조 단가 탓에 사용하지 못하던 고춧가루 자금을 지원해주었다.(책:사물의 민낯) 일본식 라면과 다른 맵고 짠 맛으로 대표되는 한국식 라면이 탄생한 것이다. 라면은 적극적인 자사 홍보와 함께 정부의 혼분식 장려 정책에 힘입어 출시된지 1년쯤 지나자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타났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라면 붐’의 시작이다. 라면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인스턴트 식품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에 본부를 둔 세계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즉석라면 판매량은 1014억 2000만개이다. 1997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 1000억개를 돌파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된 라면은 무려 35억 2000만개다.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베트남, 인도, 미국에 이어 7번째로 라면을 많이 먹었다. 하지만 1인당 라면 소비량은 우리나라가 69개로 1위다. 중국 32.6개, 일본 42.6개에 비해 월등히 앞섰다. 쌀이 부족했던 시기 대체식품으로 개발했던 국산 라면이 반세기만에 국민의 기호식품, 제2의 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삼양, 농심, 한국야쿠르트, 오뚜기 등 주요 라면업계의 지난해 매출액은 무려 1조 98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2조 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물론 삼양라면이 첫 선을 보인 지 50년 동안 모든 라면이 국민들의 호응을 받은 것은 아니다. 제대로 소비자들의 손길을 받지도 못한 채 자취를 감춘 ‘비운의 라면’이 적잖다. [1968년 개발된 동명식품의 ‘풍년라면’ CF. 당시 라면은 기호식품이 아닌 배곯는 대다수 국민들의 훌륭한 먹거리였다. 1960년대부터 수많은 라면이 개발됐고 상당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자료=유튜브] 농심 야심작 ‘쌀탕면’, 최단명 불명예 국내에서 ‘최단명 라면’은 농심에서 나왔다. 농심은 1990년 2월 야심차게 쌀을 30% 함유한 ‘쌀탕면’을 내놓았다. 1989년 12월 삼양식품이 전격적으로 쌀라면을 출시, 초반에는 공급이 달릴 큰 인기를 끌던 쌀라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한국야쿠르트도 농심보다 약 한 달 전 쌀라면을 선보였던 터였다. 이른바 ‘쌀라면 전쟁’은 1989년 11월 사회적인 논란이 된 ‘우지(牛脂)파동’에서 촉발됐다. 삼양식품은 직격탄을 맞았다. 우지, 즉 공업용 쇠고기 기름으로 라면을 튀겼다는 것이다. 삼양식품은 우지파동 속에 ‘절대강자’의 위상 유지를 위해 대안으로 쌀라면을 신제품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때 마침 쌀 소비량이 급격하게 감소, 쌀 소비 촉진도 쌀라면 전쟁을 부추기는데 한 몫했다. 농심은 ‘쌀탕면’의 흥행을 위해 최초로 ‘진공믹서공법’이라는 신 제조기술까지 도입, 면발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또 기름에 튀기지 않은 ‘무지방 건면’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가격 역시 기존 쌀라면보다 30원 비싼 330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쌀라면에 대한 시장의 호응은 오래가지 못했다. 특히 ‘밀가루 라면’에 익숙해져버린 소비자들의 입맛을 돌리기에 역부족이었다. 쌀은 밀보다 비싸 가격경쟁력도 떨어졌다. 결국 뒤늦게 ‘쌀라면 전쟁’에 뛰어든 농심은 6개월 만에 ‘쌀탕면’ 생산을 중단했다. 쌀탕면은 농심 홈페이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라진 것이다. 쌀라면은 현재 삼양식품 등이 건강식으로 생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84년 설립된 청보식품의 주력 ‘영라면’ CF.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던 이주일씨를 홍보모델로 내세워 ‘곱배기’라면과 함께 출시 4개월 만에 라면시장 점유율 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출시 2년 만에 결국 단종됐다. 자료=유튜브] 이주일 내세운 ‘영라면’도 불운 청보식품의 ‘영라면’과 ‘곱배기라면’도 생명이 짧았다. 1984년 식품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청보식품은 이듬해 ‘영라면’과 ‘곱배기라면’으로 라면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던 고(故) 이주일씨를 모델로 발탁, 출시 4개월만에 시장 점유율 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청보식품 측은 이주일씨를 여러 차례 찾아가 “도와달라”고 읍소한 끝에 홍보모델 수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과는 다르지만 당시 라면 광고 모델은 대체로 인기 코미디언이 맡았다. 코믹하고 소탈한 서민 타겟의 광고가 대세를 이뤘기 때문이다. 1975년 ‘농심라면’의 광고 모델 구봉서, 곽규석씨가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멘트로 히트를 친 것이 대표적인 예다. 1986년 코미디언 이홍렬과 이경규의 ‘짜짜로니’ 광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맛’이다. 곱배기라면은 이름 그대로 면의 양이 다른 라면보다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들로부터 “맛이 싱겁다”, “스프 양이 부족한 것 같다”, “특별한 장점이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이후 1987년 경영난을 겪다 부도가 난 청보그룹의 식품사업 대부분은 오뚜기로 흡수되면서 두 라면은 2년만에 단종됐다. 라면업계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파격적인 맛을 내거나 새로운 기능을 곁들였지만 적잖게 쓴맛을 봤다.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카레라면(삼양·1971년 출시), 머그면(농심·1993년), 쇼킹면(팔도·1997년), 채식면(오뚜기·1998년), 케찹라면(팔도·1998년), 매운콩라면(빙그레·1998년), 랍스타맛 왕라면(한국야쿠르트·2000년) 등이 그것이다. 쇼킹면은 TV 광고에서 입에서 나온 뜨거운 열기 때문에 천장 스프링쿨러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방 전체가 물바다가 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자신있는 분만 드십시오’라는 다소 과장된 멘트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소비자들의 오랜 선택을 받지 못했다. “자신있는 분만 드십시오” 쇼킹면의 도발 최근 들어 출시된 제품 가운데 2011년 4월 농심의 ‘신라면블랙’은 쌀탕면보다 더 빠른 출시 5개월만에 잠정 생산 중단돼 ‘최단명 라면’이라는 새로운 오명을 쓸 뻔했으나 용기면인 ‘신라면 블랙컵’으로 부활한 동시에 봉지면을 재출시, 미국·일본·중국 등 해외 수출로 판로를 개척했다. ‘신라면블랙’은 ‘신라면’보다 두배나 비싼 1600원을 소비자가격으로 정하고,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겼다”는 광고 카피를 통해 프리미엄 라면 이미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출시 직후부터 “기존 제품을 개선한 ‘리뉴얼제품’에 불과한데 가격을 너무 많이 인상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끝에 출시 5개월만인 8월 30일 전격적으로 국내 봉지면 생산·판매를 중지했다. 농심은 지난해 봉지면 ‘신라면 블랙’을 국내에서 다시 내놓은 한편 월드스타 싸이를 용기면 ‘신라면블랙컵’ 홍보모델로 등장시키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 더 통한 신라면 블랙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소비자들이 선택한 라면 맛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말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맛은 얼큰한 ‘매운 맛’이다. 장기적으로 성공한 라면을 단번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농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장기 히트한 신라면 같은 대부분의 주력 라면은 출시 이후부터 맛의 변화가 전혀 없다. 맛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전통적인 매운 맛이 아닌 실험적인 시도는 거의 실패로 돌아갔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라면 맛이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의미다. [빙그레가 1998년 개발한 ‘매운콩라면’ CF. 100% 콩기름을 사용해 라면시장에 ‘건강’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한 때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빙그레가 2003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라면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결국 퇴출됐다. 자료=유튜브] 라면요리대회에서 우승경력이 있는 라면매니아 이창헌(42·국방부 계룡대 조리원사)씨는 “과거에 새로운 시도가 많았지만 소수를 위한 시장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맛에 어필하지 못하고 사라진 라면이 많다”면서 “각 회사마다 라면을 연구해서 새롭게 출시해도 대다수 소비자의 입맛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시장성이 떨어져 중도에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라면’, 단일품목 27년연속 1위 아성 반대로 우리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라면은 농심의 ‘신라면’ 이다. 1986년 10월 첫 출시돼 지난해까지 총 220억 봉지를 판매했다. 농심은 지금까지 판매한 신라면을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100바퀴 돌 수 있고 에베레스트산을 22만 7924회 왕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어떤 라면도 따라올 수 없는 실로 어마어마한 판매량이다. 단일 품목으로 현재까지 27년 연속 1위를 차지해 ‘라면계의 아성’으로 불린다. 한때 ‘하얀라면 돌풍’으로 점유율을 위협받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지금까지 이르렀다. 해외에서는 80여개국에 수출돼 효자수출상품으로 불린다. 농심은 국산 라면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2009년부터 ‘한국의 빅맥지수’로 불리는 신라면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신라면 지수는 신라면이 판매되고 있는 주요 10개 지역의 신라면 1봉지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한 것이다. 신라면 매출액은 국내외 판매를 합쳐 연간 8000억원에 달한다. 농심 전체 매출 2조원의 3분의 1에 가까운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최근에는 농심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인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의 약진에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신라면 만한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면매니아 이창헌씨는 “하얀 국물 라면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있었지만 역시 빨간 국물이라는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신라면은 주식은 물론 해장용으로도 많이 사용하는 빨간 국물 라면의 대표주자 격인 라면”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앞으로는 염도를 줄이고 건강을 생각하는 프리미엄 라면이 앞으로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염도가 낮아지면 특유의 맛이 변할 위험도 있지만 규제가 강화되고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조금이라도 염도를 낮춘 건강 라면 개발에 모든 연구자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태국, 넘치는 쌀 대방출에 국제 쌀 공급 과잉 심각”

    아시아 지역 쌀 생산국 정부들의 농가 지원 정책이 전 세계의 쌀 공급 과잉 상태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태국·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쌀 최대 생산국 정부들이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해 쌀이 과잉 생산되고 있다”며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거나 축소해 농민들이 쌀 대신 다른 곡물도 재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의 국제곡물이사회(IGC)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쌀 비축량은 지난해보다 2% 늘어난 1억 900만t으로 9년 만에 최대 규모다. 필리핀, 나이지리아 등 쌀 수입국들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태국, 인도, 파키스탄 등 아시아의 대표적인 쌀 수출국들은 수확량을 줄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태국이 1700만t에 달하는 쌀 재고분 가운데 35만t가량을 수출했고, 추가로 25만t을 더 팔려고 하기 때문에 전 세계 쌀 공급 과잉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2011년 총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 자국 농가가 생산한 쌀을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들이는 지원책을 펴왔다. 정부의 개입으로 올라간 쌀의 가격은 세계 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려 재고량은 더욱 늘어났다. 이에 따라 태국 정부는 남는 쌀을 저장하기 위해 폐쇄된 옛 공항 시설을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고가로 쌀을 매입하는 보조금 정책에 대해 WSJ는 “쌀의 소매가를 인위적으로 올려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3년 이상 쌀을 저장하기 위해 화학물질 브롬화메틸을 보존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먹거리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인도의 한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태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에 기아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데 쌀이 썩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일종의 범죄”라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서울시마을버스조합 쌀 1억 기부

    서울시마을버스조합 쌀 1억 기부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 1억원 상당의 쌀을 서울시에 기부했다. 서울시는 29일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과 함께 ‘사랑의 쌀 기부 전달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공기복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황용규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장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기부를 위해 그동안 마을버스조합이 사회 환원과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기 위해 적립하고 있는 마을버스발전운영기금 가운데 1억원이 사용됐다. 지난해 2월부터 운송 수입금의 1%가 기금으로 적립되고 있다. 서울시가 전달받는 사랑의 쌀 20㎏ 2000포는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서울푸드뱅크)를 통해 저소득 가정에 전달된다. 박 시장은 “이번 마을버스조합의 사랑의 쌀 전달을 계기로 자발적인 나눔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 이사장은 “마을버스가 대중교통의 사각지대를 오가며 시민의 발이 돼 주고 있듯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 생활에 작으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쌀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日 아베의 장기집권 TPP 협상에 달렸다

    日 아베의 장기집권 TPP 협상에 달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볼 첫 시험대가 마련됐다. 바로 25일까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열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다.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자유무역을 추구하면서도 자국 농업을 보호하려는 ‘두 마리 토끼’를 아베 총리가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5일부터 진행된 이번 TPP 18차 회의에 일본은 23일 오후부터 정식 참가했다. 일본 협상단 100여명은 24일 ‘일본 세션’을 갖고 자국의 입장을 각국에 알리는 한편 시장접근 및 투자, 환경, 지적재산권 분야 등 6개 분야의 협상에 곧바로 착수했다. 태평양을 둘러싼 국가에서 물건과 서비스를 교환할 때 관세나 규제를 최대한 없애는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TPP는 현재 연내 타결을 목표로 12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TPP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아베노믹스 때문이다. 세 번째 화살이자 가장 중요한 성장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본 경제의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한 데, 이 TPP를 통해 세계적 추세인 경제 개방화에 발맞추겠다는 의도다. 일본 내각부는 TPP 참가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0.5%(약 3조엔·33조 4000억원)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TPP의 최대 피해자가 일본의 농업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베 정권은 참의원(상원) 선거 때부터 “5대 주요 농산품인 쌀, 보리, 소·돼지고기, 유제품, 설탕 원료는 반드시 보호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방 농민들은 각지에서 시위를 벌이며 동요하고 있다. 특히 농·수·축산업의 비중이 큰 홋카이도현에서 반대 목소리가 크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22일 홋카이도 기타미시에서는 TPP를 반대하는 ‘오호츠크 총궐기 집회’가 열렸다. 관내 농·어업 조합장과 지역구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보공개와 토론이 없는 협상은 무효”라며 정부에 즉시 협상 탈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자민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은 지역 농민이기 때문에 자민당 내에서도 지방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선거 때 가고시마 현에서 당선된 오쓰지 히데히사 의원은 “국가가 1차 산업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에 TPP는 계속 반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기고] 21세기 원조와 새마을정신/김재수 aT사장

    [기고] 21세기 원조와 새마을정신/김재수 aT사장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축출됐다.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진보를 주창했으나 정부의 밀가루 생산·공급 정책이 실패해 주식인 빵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것이 민심이 떠난 근본 원인이다. 이집트 사태를 보면서 우리나라 농업과 주식인 쌀을 생각해 본다. 쌀 생산기반 투자, 연구개발 강화, 기술혁신 등 피땀 어린 노력으로 안정적 생산 기반은 구축됐다. 웬만한 재해에도 끄떡없을 정도의 쌀 생산 능력은 유지되고 있으나 마냥 안심해서는 안 된다. 기상 이변이 수시로 일어나고 곡물시장에서 가격 파동도 잦으며, 개방이 전방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숙명적인 보릿고개의 어려움을 1970년대 통일벼 개발로 극복했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이룩한 식량자급은 많은 개발도상국으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에서 “한국도 해냈는데 아프리카 국가들이 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한국을 아프리카 국가들의 식량생산 ‘성공 롤모델’로 제시했다. 생산, 가공, 연구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농업에 대한 러브콜이 줄을 잇는다. 우리의 농업기술은 물론 새마을운동의 근면, 자조, 협동 정신을 배우고자 한다. 지난달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중국 상하이에서 ‘2013 한국식품전’을 개최했다. 3만여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중국인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농식품을 다시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정부도 농업인도 걱정이 많다. 가격이나 생산량 면에서 중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우리 농업이지만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농산물을 가공하거나 고급 식품으로 만들어 중국 식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눈을 세계로 돌리면 우리 농업의 갈 길이 보인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경제가 꿈틀대고 있고 농업 발전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미국 자선재단인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록펠러 재단은 2006년 아프리카녹색혁명동맹(AGRA)을 만들어 아프리카의 빈곤 타파를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원조자금이 부패한 관료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가서는 안 되며, 담비사 모요 박사가 주장한 것처럼 일방적으로 퍼붓는 ‘죽은 원조’가 돼서도 안 된다. 이제는 ‘퍼주기’ 식의 지원 방식에서 탈피해 ‘21세기형 새로운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이 베트남, 캄보디아 등 세계 15개 국가에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센터를 설치해 많은 성과를 냈다. 1960년대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평화봉사단을 통해 가난한 나라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우리도 기술지원과 공동연구, 인재육성으로 상호 협력하는 ‘윈윈 모델’이 필요하다. 세계 농업연구상, 세계 농업지도자상 등을 제정해 개발도상국의 농업 발전을 독려해야 한다. 다시 제2의 녹색혁명을 이룩해야 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제2의 새마을운동’ 정신이 필요하다.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의 국격은 선도적인 농업 지원을 통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 [시론] 달라진 막걸리의 지형도/허시명 막걸리학교장

    [시론] 달라진 막걸리의 지형도/허시명 막걸리학교장

    최근 막걸리의 수출량이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막걸리 생산량이 줄었고, 막걸리 인기도 떨어졌다는 기사들을 요즘 자주 본다. 몇 해 치솟던 막걸리의 인기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만 걸까? 2009~2012년까지 한국 사회에서 막걸리는 생동감 있는 아이콘이었다. 김치·비빔밥과 더불어 한류음식의 표상이 되고, 사양 산업으로 치부되던 분야에 젊은 인력이 돌아오고, 수출량이 늘어나 일본에서까지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들이 생겨났다. 막걸리를 통해 한국민들은 전통 알코올 음료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됐다. 88올림픽 이후 개방화와 수입자유화 물결 속에 맥주에 속절없이 밀렸던 막걸리가 존재감을 회복하게 된 것이다. 이 달콤한 시기를 거치면서 막걸리의 위상과 지형도가 많이 달라졌다. 서울의 느린마을양조장, 전주의 시, 부산의 청춘주가처럼 대도시에 미니양조장이 생겨났다. 함평의 자희향, 홍천의 만강에비친달, 강릉의 방풍막걸리처럼 술 빚기를 좋아하는 가정주부나 변호사, 시인이 작은 양조장을 차려 즐겁게 수제 막걸리를 만들게 되었다. 태인막걸리와 철원초가막걸리처럼 무감미료 막걸리도 생겨났다. 야구장에서도 맛볼 수 있는 맥주타입의 캔막걸리로 가평 우리술의 미쓰리와 국순당의 아이싱이 등장했다. 당진 신평양조장, 단양 대강양조장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어 관광과 양조산업을 접목시키고 있다. 막걸리양조업자들이 주축이 된 막걸리협회와 우리술협동조합이 결성되었다. 막걸리가 수출품으로 당당히 거론되는 것도 달라진 막걸리의 위상이다. 동네 양조장에서 주전자로 받아 마시던 막걸리가 백화점과 호텔에 들어가고, 외국인들이 찾는 한국문화의 상징이 됐다. 수출은 막걸리의 다각화에 기여해 살균 막걸리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생막걸리의 유통기간을 늘리는 시도로 이어졌다. 세련된 디자인의 병막걸리가 등장하고, 한 병에 1만원 안팎 하는 프리미엄 막걸리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막걸리와 전통술이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막걸리 바람이 우리 술의 자부심으로 확대되지 못한 채, 오히려 전통 약주와 전통 소주의 존재감이 옅어졌다. 막걸리를 통해 한국 전통문화를 재인식한 게 아니라, 유행상품 목록 하나만 추가된 느낌이다. 한류 열풍을 타고 막걸리 수출의 90%가 일본에 집중된 것은 특기할 만하다. 이는 막걸리가 일본 시장을 전초기지로 삼아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검해 보는 기회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막걸리는 일본시장에서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막걸리는 일본에서 새로운 주류 품목으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 업체들끼리 저가 경쟁을 벌여 막걸리의 가치를 향상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제값 또는 더 좋은 가격으로 팔기 위해서는 한국 막걸리업체들 간의 수출 연대 전략이 필요하다. 막걸리를 빚는 일본 양조장이 등장하면서, 이들이 일본 내 막걸리의 흐름을 주도하려 하고 있다. 조만간 막걸리의 정체성을 놓고 한·일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김치와 기무치의 경쟁구도가 막걸리와 마코리 사이에서 재현되지 않게 하려면, 막걸리 정체성을 확립하는 표준화와 규격화 작업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아스파탐 등의 감미료가 들어간 술은 고급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 양조장들은 무감미료 막걸리를 만들어 내면서 감미료 막걸리의 약점을 지적해댄다. 무감미료 막걸리가 국내 막걸리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여 한국 막걸리 경쟁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상품이든 인간이든 성장만 할 수는 없다. 막걸리는 쌀문명권의 저알코올탄산음료로서 액체밥이라 할 정도로 쌀의 영양가를 잘 간직한 기호음료다. 알코올의 소비량은 한 사회의 스트레스양과 비례하지만, 막걸리 소비량은 한 사회가 흘린 땀의 양과 비례한다. 막걸리를 통해 수출증대만이 아니라, 한국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장치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은 막걸리 수출 감소를 우려하기보다, 막걸리 문화의 왜소함을 우려해야 할 때다.
  • 제2 벤처붐 선도할 대학생들 작품, 그리고 성공CEO 4인의 ‘신의 한수’

    제2 벤처붐 선도할 대학생들 작품, 그리고 성공CEO 4인의 ‘신의 한수’

    창업을 권하는 시대다. 2000년을 전후해 불었던 ‘벤처붐’을 기대하며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각종 지원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4~5일 부산 벡스코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과학기술연차대회 중 ‘대학생 과학기술동아리 창업워크숍’ 현장 역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북돋우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33개 이공계 대학 동아리에서 150여명이 참석했다. 워크숍에서 동아리들은 창업을 위해 고안한 제품을 소개했고, 멘토로 나선 창업 선배들은 좌충우돌했던 자신의 창업기를 소개했다. 김준현 숭실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학생은 “실제 창업에서 공학적 접근보다 시장중심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제2의 벤처붐’을 선도할 학생들이 내놓은 작품과 이에 대한 멘토링 과정을 소개한다. 이날 멘토로는 유인택 서울시 뮤지컬단 단장, 김영휴 씨크릿우먼 대표, 임중연 동국대 교수, 김남기 케이디텍 대표 등 4명이 나섰다. 폭발 위험 대비… 배터리팩 별도 생산을 ●경상대 Apluses의 ‘배터리가 내장된 기능성 가방’ 제품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면서 배터리 충전 수요가 커졌다는 데 착안한 제품이다. 이동 중 배터리 충전을 위해 가방 안에 충전팩인 ‘백패커’를 탑재한 가방을 개발했다. 콘센트로 미리 충전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디지털 기기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게 한 가방이다. 18~30세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남성층을 대상으로 단순한 디자인의 백팩을 생산할 계획이다. 4가지 색깔로 디자인하되 블랙은 조림사업, 레드는 백혈병 환우 지원, 블루는 교내 폐쇄회로(CC)TV 설치, 그린은 유기견 보호 등 기부사업과 연계해 ‘착한 소비’를 유도해낸다. 멘토들은 배터리 충전에 대한 문제의식은 후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술적인 실현 가능성과 마케팅 측면에서 개선점을 지적했다. 임중연 교수는 “배터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려스러운 것은 열에 약한 충전기를 백팩에 장착해 뜨거운 곳에 두게 되면 폭발할 위험이 있으니 안전을 담보할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휴 대표는 “소비자에게 직접 팔 상품 뿐 아니라 기업 대 기업(B2B) 제품 가능성을 생각하며 창업을 시도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차라리 배터리팩을 만들어 각자 가방마다 달 수 있게 파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남기 대표는 “이 아이디어를 가장 탐낼 곳은 가방 회사”라면서 “관련 특허를 획득해 가방 제조사와 협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인 사용도 고려… 특허부터 서둘러야 ●동국대 BrainStorming의 ‘레저용 장애인 자전거’ 제품은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비장애인 비만율이 34.7%인데 비해 장애인 비만율은 39.5%로 높다. 운동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조정편에서 연습장비인 ‘로잉머신’을 보고 힌트를 얻어 장애인 운동을 도울 수 있는 손으로 작동시키는 자전거를 발명해 국제발명전에서 은상을 받았다.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이 자전거를 장애인들에게 보급하고 싶다. 멘토들은 시장을 ‘장애인용’으로 제한시키지 말고, 여러 계층으로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보건복지부 등 정부연계 지원사업에 관심을 가질 것도 당부했다. 유인택 단장은 “60만~70만원대 고가 제품인데 비해 이 제품을 쓸 사람들은 장애인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수요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김남기 대표는 “중증 장애인이 이 제품을 살 때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지 타진해보는 게 좋겠다”면서 “장애인뿐 아니라 실버세대가 활용할 수 있게 제품의 사용범위를 넓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임중연 교수는 “아이디어가 좋지만 쉽게 베낄 수 있는 기술이라면 특허를 내는 게 좋다”며 장애인 자전거에 대한 지식재산권 확보를 주문했다. 임 교수는 “장애인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국제특허를 내서 큰 시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제특허는 각국의 특허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특허 출원비용뿐 아니라 특허 유지·관리 비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구매패턴의 면밀한 분석이 우선 ●숭실대 U&I의 ‘편의성을 개선한 여행용 캐리어’ 제품은 해외여행에 주로 쓰는 여행용 캐리어의 불편함을 개선한 제품이다. 최근 항공사별로 수하물 규제가 까다롭게 바뀌며 규정 무게를 넘겨 추가되는 비용을 내기 싫어 공항에서 일부 물품을 버리는 일도 있다. 짐을 쌀 때 짐 무게를 미리 알았다면 피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캐리어 손잡이에 무게 측정 장치를 달았다. 마찬가지로 캐리어 분실 사고에 대비해 위치파악시스템(GPS)를 부착했다. 이 밖에 끄는 가방인 캐리어에서 매는 가방인 백팩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탈부착 장치를 다는 등 여행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발견된 캐리어의 여러 문제점을 개선했다. 멘토들은 기존 제품의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의 본질적인 속성과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을 더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휴 대표는 “고객들은 이 가방이 어떤 기능이 있는지보다 이 가방을 갖고 싶은지를 먼저 스스로에게 직관적으로 물어본 뒤 구매를 결정한다”면서 “디자인과 독창적인 기능이 합쳐졌을 때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인택 단장은 “기술 기반 마케팅을 위해서는 아주 기발한 제품이란 인식을 줘야 한다”면서 “대학생다운 참신함이나 기존 제품을 개선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생각의 한계를 깨트려 혁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아이디어를 기존 가방회사에 제안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부산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후덥지근한 여름, 건강 담은 ‘유자막걸리’가 온다

    후덥지근한 여름, 건강 담은 ‘유자막걸리’가 온다

    경남 남해는 예로부터 유명한 ‘유자’ 특산지였다. 유자는 밀감과 비슷하지만 껍질이 더 두껍고 단단하며 오렌지 등의 감귤류와 마찬가지로 ‘비타민C’가 풍부하다. 술과 함께 담그면 향과 맛이 그윽해 ‘남해 유자주’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지역 토속주가 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더 큰 도전이 시작됐다. 남해 향토기업 ‘초록보물섬’에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유자막걸리’가 바로 그것이다. 류은화(52) 초록보물섬 대표는 9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막걸리 예찬론’을 펼쳤다. 류 대표는 “주류를 즐기는 이들이 5000년 역사의 지혜를 멀리하고 건강을 해치는 것을 보면 아쉽다”면서 “최근의 막걸리 열풍은 유행이 아닌 우리 선조의 지혜”라고 표현했다. 또 “밀과 보리를 즐겨 먹는 서양과 달리 우리는 쌀 문화가 발달해 우리 쌀로 만든 막걸리가 가장 몸에 좋다”면서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전통주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최근 막걸리와 유자를 결합한 ‘행복담은 유자막걸리’를 개발했다. 병을 개봉하자마자 은은하게 퍼지는 유자향은 막걸리를 즐기는 이들의 입에서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한다. 탄산이 없어 목 넘김이 부드럽다. 달작지근한 유자맛과 막걸리 향이 한참 동안 입안을 감돈다. 물론 병을 아무리 흔들어도 술이 넘치는 일도 없다. 남녀노소, 외국인도 즐길 수 있도록 한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막걸리를 마신 뒤 나타나는 특유의 심한 입냄새 또한 없다. 고급 차(茶)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향미가 일품이다. 또 다른 장점은 보관기간이다. 특이하게도 상온에서도 약 한 달간 보관 가능하다. 저온 살균 공법으로 제조해 강점으로 부각되는 초록보물섬만의 기술이다. 냉장 보관할 경우 일 년 동안 변질 없이 은은한 맛을 유지한다. ’보물섬’으로 불리는 남해의 3대 자랑인 유자·치자·비자는 모두 한방에서도 사용하는 좋은 약재인데 이 가운데 ‘유자’는 비타민C 함량이 레몬의 3배나 된다. 비타민 B복합체와 비타민A의 모체인 ‘카로틴’, 모세혈관 보호에 좋은 ‘헤스페리딘’ 성분과 감기 예방에 기여하는 비타민C가 100g당 105㎎(사과의 25배)이나 들어 있다. 비타민C는 혈관에 쌓인 유해(활성)산소를 없애 동맥경화·혈관 노화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껍질에 있는 헤스페리딘, 혈압을 안정시키고 모세혈관을 강하게 하는 성분이 함유돼 있어 뇌졸중·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술을 즐기는 동시에 건강도 생각하는 류 대표의 철학이 이 막걸리에 녹아있다. 류 대표는 유자 외에도 흑마늘, 마늘을 함유한 ‘행복담은 막걸리’ 시리즈를 최고의 프리미엄 막걸리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게르마늄 효모로 만든 행복담은 막걸리 시리즈는 게르마늄, 식이섬유, 식물성 유산균이 넉넉하기 때문에 건강은 물론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다고 류 대표는 강조했다. 류 대표는 “부드러워 안주가 없어도 목넘김이 좋은데다 칼로리도 상대적으로 낮아 다이어트에 좋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1989년 국가에서 남해 민속 유자주 제조업체로 지정 받아 그동안 유자주 원조 업체라는 점이 지금도 자랑스럽다”면서 “프리미엄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포장과 디자인을 개선해 ‘막걸리는 싸구려’라는 소비자의 인식을 깨고 국내외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막걸리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격은 행복담은 유자막걸리 1500원, 행복담은 흑마늘막걸리 2000원. 문의 초록보물섬 남해 본사(055-863-4433), 초록보물섬 부산 본사(051-997-5283).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④한강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④한강

    >>청계천:거꾸로 흐르는 역수(逆水)가 서울 풍수의 핵심 서울은 하천의 도시다. 서울 바닥에는 35개의 하천이 흐른다. 큰 하천은 강(江)이요, 작은 하천은 내(川)다. 한강이 모든 하천의 본류이자 유일한 강이며 나머지 청계천, 중랑천, 홍제천, 불광천, 양재천, 안양천, 탄천, 고덕천, 성내천 등이 한강의 지류인 하천이다. 하천의 발원지는 대부분 북한산, 도봉산, 남산, 관악산이다. 2000년 이전에는 한강을 제외한 34개 하천의 31%가 복개돼 생명을 잃었다. 2005년 10월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19개 하천 복원 계획이 세워져 지금까지 15개의 하천이 되살아났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도 절반가량의 하천이 청계고가를 뜯어내고 복개도로의 배 속을 갈랐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누워 있다. 빛과 바람이 끊기면서 광합성 활동이 정지된 지하 세계에 남아 있다. 정도전의 북악주산설(北岳主山說)에 의한 한양 풍수의 핵심은 북악을 주산으로 목멱산(남산)이 내명당(內明堂)을 이루는 혈(穴) 자리에 경복궁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도읍 중심부에 개천(청계천)이 흐르고 외명당(外明堂)을 이루는 목멱산과 관악산 사이에 한강이 흐르도록 설계했다. 청계천을 내수(內水), 한강을 외수(外水)라고 불렀다. 서울을 관통하는 두 개의 하천, 한강과 청계천은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본류인 한강은 태백에서 발원해 황해로 흘러가지만 지류인 청계천은 역으로 북악에서 발원해 사대문 중심부를 흐르고서 중랑천을 거쳐 한강으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청계천을 역수(逆水)라고 한다. 풍수에서 ‘세상만사는 순(順)해야 하나 지리(地理)는 역(逆)해야 한다’는 이치 그대로다. 풍수에 따르면 거꾸로 흐르는 청계천의 역기(逆氣)가 사대문 안을 조선 도읍터로 600년 세월을 버티게 한 ‘힘’이라고 풀이한다. >>한강의 섬과 나루:여의도 등 10여개 크고 작은 섬들 물길 따라… 뚝섬, 잠실(잠실도), 여의도, 난지도가 대표적 하중도(河中島)였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300년 전 강원도를 여행하고 나서 “홍수가 나서 산이 무너지면 한강으로 흘러들어 한강의 깊이가 점점 얕아진다”라고 기록했다. 한강을 따라 흘러들어 온 모래와 흙은 자연 제방과 삼각주 섬을 형성했다. 한강변 지명에 섬 도(島)와 나루 진(津) 자가 많이 들어 있는 이유다. 눈에 보이는 밤섬, 노들섬, 선유도를 하중도의 전부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불과 60년 전만 해도 한강에는 뚝섬, 잠실도, 여의도, 난지도 같은 큰 섬을 비롯해 석도, 부리도, 저자도, 선유도 같은 크고 작은 10여개의 섬들이 그림처럼 떠 있었다. 광나루(광진)부터 뚝섬, 이촌, 노량진, 양화진(합정)까지 은빛 백사장으로 이어져 강(江)수욕을 즐기던 자연 휴양지였다. 뽕나무가 숲을 이룬 잠실은 대대적인 매립공사가 이뤄진 1971년 이전에는 강북 쪽에 근접해 있었다. 지금은 내륙의 인공호가 돼 버린 석촌호수는 한강의 물줄기가 이곳으로 흘렀던 유일한 증거로 남았다. 난지도는 이름처럼 꽃섬이었지만 쓰레기매립장으로 둔갑했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동호대교 아래 저자도는 정선의 그림에 등장하는 경승지였으며 얼음을 채빙하는 벌빙꾼이 살았다. ‘신선이 노닌다’는 선유도는 정수장이 되었다가 공원으로 돌아왔다. 1968년 한강제방과 여의도를 짓는 골재 채취로 파괴된 밤섬은 자연의 치유력으로 기적처럼 되살아나 철새도래지가 됐다. 지금은 서강대교를 머리에 이고 있다. 조선시대 한양은 전국의 재물이 모이는 수운(水運)의 중심지였다. 한강 중 한양을 감싸고 흐르는 강을 경강(京江)이라고 불렀는데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걸쳐 경강상인들이 용산과 마포 그리고 서강 나루를 주름잡았다. 두모포(두무개)와 뚝섬은 땔나무의 집산지였다. 송파나루에는 쌀과 지방 특산품 등이 몰렸다. 고려시대 한강은 사평도(沙平渡) 또는 사리진(沙里津)이라고 불릴 정도로 모래 천지였다. 광나루, 뚝섬, 난지도 등이 퇴적 사면이며 백사장이었다. 한강 나루를 이루는 이촌은 사평리(沙坪里)라고도 불렸고 광나루 둔치는 서울의 마지막 강수욕장이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선거 구호가 난무했던 1959년 대통령 선거 유세장에 20만 인파가 구름 떼처럼 몰린 곳이 한강백사장이었다. 한강제방이 축조되기 전 경원선(지금의 용산~성북 간 전철) 철길 바로 옆 지금의 동부이촌동에서 흑석동까지가 바로 그곳이다. 이때 강물은 흑석동~노량진 언덕에 붙어 가늘게 흐르고 있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10만, 15만명의 인파가 강수욕을 즐겼다. 겨울이면 천연 얼음 스케이트장이 제공됐다. 60년 전 한강 풍경이다. >>3차례 한강 개발:개발독재시대의 비극 3차례의 한강 개발 사업은 한강의 쓰임새와 풍광을 바꿨다. 지도를 다시 그려야 했다. 강변은 콘크리트 호안과 도로가 됐으며 강수욕을 즐기던 모래밭은 매립용 모래로 쓰였다. 한강은 ‘강물’이 주가 아니라 ‘강변’이 주가 되는 이상한 강이 됐다. 손이나 발을 담글 수 없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변했다. 일차적인 원인은 홍수와의 전쟁 때문이었다. 한강 상류에 댐이 없고, 제방이 없던 시절 물난리는 최악의 재앙이었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용산, 뚝섬, 광진, 여의도, 잠실, 압구정동, 신사동, 반포, 잠원이 잠겼다. 이때 몽촌토성과 암사동 유적지가 발견됐다. 한강은 자원이 아닌 극복의 대상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한강철교 폭파에서 보았듯이 군사정권은 한강을 피란 시간 확보 대책용으로 여겼다. 1967년 김현옥 서울시장이 급조한 ‘한강 개발 3개년 계획’에 따라 강변을 메워 제방을 쌓았고, 제방 위에 강변도로가 건설되고, 여의도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윤중제가 건설되고, 잠실이 내륙이 됐다. 택지 개발과 도로 건설을 목적으로 한강을 파괴한 것이다. 서울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대비용으로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진행된 ‘한강종합개발계획’에 따라 2개의 수중보(잠실보와 신곡보)와 올림픽대로, 한강둔치공원이 들어섰다. 두 번의 공사를 거친 이후 한강은 본모습을 잃었다. 풍광은 사라졌다. 혹자는 ‘빠질까 봐 겁나는 강’ ‘거대한 콘크리트 호수’라고 깎아내린다. 개발독재시대의 즉흥적인 개발이 빚은 비극이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는 2001년 펴낸 ‘한강의 어제와 오늘’에서 1982년 착공한 한강종합개발사업을 “말끔하게 정리된 한강의 모습이 보기에 좋을지 모르나 자연미의 상실과 함께 한강 본래의 생태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고 말았다.…한강종합개발사업은 한강 자연 하천의 모습을 앗아갔으며 생명 서식지 교란으로 한강 생태계를 크게 바꾸어 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서울 도심 속에서 한강 생태계가 갖는 기능과 역할은 경제 가치로는 평가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라고 기록해 놓았다. 2007년 오세훈 시장이 내건 ‘한강 르네상스’도 구호만 요란했을 뿐 저수 제방 탈피, 호안 콘크리트 철거라는 한강 복원의 핵심에는 손이 미치지 않았다. ‘유람선과 요트가 떠다니는 한강’이라는 서구식 만화경에 매달려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다. >>한강 복원:도시고속도로 울타리를 걷어내자 동서로 뻗은 두 개의 도시고속도로가 거대한 철책선처럼 한강을 남과 북으로 갈라놓고 있다. 강은 도시와 유리된 채 따로 흐른다. 서울은 남과 북으로 인위적으로 절단됐으며 서울 사람은 강북 사람, 강남 사람으로 나뉘었다. 양쪽은 다리로만 통행한다. 자전거길과 산책길이 부분적으로 열렸지만 강북 사람은 강북 쪽으로, 강남 사람은 강남 쪽에서 다닐 뿐이다. ‘한강의 남북 절단’에서 ‘한반도의 분단’이 떠올려진다. 환경학자들은 두 도로를 일반도로로 바꿔서 건널목과 신호등을 놓아 사람들이 자유롭게 건너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스전용차선을 놓거나 전차를 놓는 방법도 제시됐다. 한강은 사람들을 위해 심장(잠실)과 내장(여의도)을 아파트 택지로 내놓았다. 두 개의 보(洑)가 목젖과 다리를 각각 누르고 있고, 29개의 한강 다리가 포박하고, 고층 아파트 숲이 태양과 바람을 가로막고 있다. 양팔과 두 발은 올림픽대로와 강변도로가 돼 꼼짝달싹 못하지만 묵묵히 흐를 뿐이다. 이제 한강을 풀어줘야 한다. 한강은 대한민국과 서울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지난해 서울 시민 1000명에게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니 37%가 한강을 꼽았다고 한다. 남산타워(35%)와 경복궁(25%)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에게도 ‘한강의 기적’은 한국과 한국의 경제성장을 대표한다. 우리는 60년 전 아름다운 섬과 백사장이 있었던 시절의 한강을 잠시 잊고 있다. 다리 위에서, 배 위에서, 자전거 위에서,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강이 아니라 손발을 담글 수 있는 강이 필요하다. 사람이 자유롭게 다가갈 수 있는 진정한 한강 복원이 이뤄져야 서울 소통, 한민족 통합도 가능하다. 서울이 세계 최고의 관광 휴양 도시로 발돋움하는 건 덤이다. 파괴된 밤섬이 20년 만에 기적처럼 스스로 살아난 것이 그 예언이다. joo@seoul.co.kr
  • [하반기 달라지는 것들] 11월부터 교통카드 한장으로 전국 버스·지하철·KTX·통행료 ‘OK’

    [하반기 달라지는 것들] 11월부터 교통카드 한장으로 전국 버스·지하철·KTX·통행료 ‘OK’

    1일부터 음식점 수산물 원산지 표시가 확대돼 명태, 고등어, 갈치를 조리해 판매하는 음식점도 원산지를 꼭 표시해야 한다. 9월부터는 전국 우체국에서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보다 요금이 20~30% 싼 알뜰폰에 가입할 수 있다. 11월부터는 선불 교통카드 한 장으로 전국의 버스와 지하철, 고속철도(KTX) 운임은 물론 고속도로 통행료를 낼 수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새로 시행되거나 바뀌는 제도와 법규 등을 소개한다. 편집국 종합 [사법·행정] ■난민법 시행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는 외국인은 유엔의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따라 공항·항만에서 바로 난민신청을 하고 사전심사를 받을 수 있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들은 사회보장, 기초생활보장, 교육 보장, 직업훈련 및 사회적응교육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성년 연령 하향 민법상 성년의 기준이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변경돼 19세 이상은 부모의 동의 없이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유실물 습득기간 단축 유실물 습득 공고 후 6개월간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습득자가 소유권을 얻게 된다. 기존 1년에서 단축했다. ■임신 직후·출산 직전 공무원 하루 2시간 휴식 임신 직후나 출산 직전의 공무원은 하루 2시간씩 휴식이나 병원진료를 위한 모성보호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임신 후 12주 이내, 36주 이상에 해당하는 공무원이 대상이다. ■지방세 촉탁제도 시행 지방세 체납자의 주소지와 재산소재지를 다른 시·군·구에 위탁해 지방세를 대신 받아 달라고 의뢰할 수 있는 지방세 촉탁제도가 시행된다. 납부기한이 2년 이상 지난 500만원 이상(1인 기준) 체납액이다. [외교·국방] ■군내 성범죄자 처벌 강화 군 형법이 개정돼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 삭제로 피해자의 고소 여부에 상관없이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공중 화장실, 목욕장 등 공공장소에서 이성의 신체를 몰래 훔쳐보면 처벌된다. ■공익근무요원 명칭 변경 및 복무 분야 조정 공익근무요원의 명칭을 사회복무요원으로 개정하고 국제협력봉사요원과 예술·체육요원은 기타 보충역으로 분리한다. ■예술·체육요원 중 부정행위자 편입취소 근거 마련 승부조작 사건과 같은 부정행위를 하는 경우 예술·체육요원의 편입이 취소된다. ■한국 운전면허, 뉴질랜드서 시험 없이 교환 가능 한국 운전면허를 가진 우리 국민은 7월부터 뉴질랜드에서 별도 시험 없이도 현지 운전면허증을 교환 발급받아 운전할 수 있게 된다. [교육·문화] ■정부지원 학자금 대출자에 대한 군복무 기간 이자면제 일반상환학자금과 정부보증학자금 등 정부가 지원하는 학자금대출 이용자의 군복무기간 발생 이자가 면제된다. 별도 신청 없이 5월 10일부터 발생하는 이자가 모두 면제된다. ■민간자격 관리 강화 민간자격관리자가 자격기본법을 위반하면 국가가 자격검정 등의 정지 및 등록을 취소할 수 있게 된다. 3~5회 위반 시 6~12개월 동안 자격검정을 정지하고, 6회 위반 시 등록을 취소한다. ■저작권 보호기간 70년으로 연장 저작자 생존기간 및 사후 50년까지 보호되던 저작권자의 권리가 다음 달 1일부터 사후 70년으로 연장된다. 저작인접권자인 가수, 연주자, 배우 등의 실연자나 음반기획사 등 음반제작자의 권리도 8월 1일부터 첫 실연 및 음반 발매를 기준으로 70년까지 20년 연장된다. [노동·환경] ■산업재해 범위 확대 뇌혈관 또는 심장 질환 발병 전 12주 동안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을 넘으면 만성과로로 인해 발병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산업재해 보상 시 적극 반영된다. 또 업무상 질병을 유발하는 유해 요인에 엑스선과 감마선, 비소, 니켈, 카드뮴 등 모두 35종이 추가된다. ■근로시간 면제 한도 확대 조합원 구간 50명 미만과 50~99명 구간을 통합해 조합원 100명 미만 구간에 대해 근로시간 면제한도 2000시간을 부여한다. 전체 조합원 1000명 이상인 전국 분포 사업장에 대해서는 해당 사업장 면제한도의 10~30%를 추가 부여한다. ■비정규직 차별금지 강화 9월 23일부터 비정규 근로자에 대한 임금, 상여금, 성과금 등의 차별 처우가 금지된다. 기간제, 단시간, 파견 근로자가 차별 처우를 받은 경우 차별 처우가 있었던 날부터 6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그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고위험물질 7종, 특별관리물질로 추가 발암성, 생식세포 변이원성, 생식독성 물질 등 근로자에게 중대한 건강 장애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고위험물질 7종이 특별관리물질로 추가된다. 추가된 물질은 1브로모프로판, 2브로모프로판, 에피클로로히드린, 페놀, 트리클로로에틸렌, 납 및 그 무기화합물, 황산 등이다. ■어린이용품 환경 유해인자 사용 제한 9월 28일부터 ‘어린이용품 환경 유해인자 사용제한 등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면서 유해 어린이용품 관리가 강화된다. [교통] ■전국 호환 교통카드 출시 11월부터 전국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선불교통카드가 발행된다. 카드 한 장만 있으면 전국 지하철과 버스뿐 아니라 KTX 등 철도까지 이용할 수 있다. 기존 권역별 환승 할인 혜택은 그대로이지만 추가 할인은 없다. ■음성∼충주 간 고속도로 개통 음성∼충주 구간이 개통된다. 당초 내년 말 개통 예정이었지만 ‘2013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공사 기간을 17개월 단축했다. ■교차로 꼬리물기·끼어들기에 과태료 부과 11월부터 교차로에서 차량으로 꼬리물기나 끼어들기를 하다 무인 카메라에 적발되면 끼어들기 4만원, 꼬리물기는 승합차 6만원, 승용차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산업·금융] ■주택 유상거래 취득세 감면 폐지 오는 12월까지 9억원 이하, 1주택에 대해서만 표준세율을 50% 감면해 취득세율을 2%로 해주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감면 혜택이 없어진다. ■현금영수증 가맹점 의무 가입 대상 확대 10월 1일부터 일반교습학원과 부동산중개업, 장례식장업, 산후조리원 등도 의무가입을 해야 한다. 신용카드 단말기 등에 현금영수증 발급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전자금융사기 예방 서비스 전면 시행 9월 26일부터 은행권역과 비(非)은행권역에서 시범 시행하던 ‘전자금융사기 예방 서비스’가 모든 금융 이용자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중소건설업체 공사 수주 확대 정부공사 발주 시 중소기업 수주 영역에서 대형 기업이 수주하는 것을 제한하고 중소 건설업체의 수주 비중을 80%로 확대한다. 정부공사 입찰시 상위등급 업체의 공동도급 지분도 20%로 제한된다. 7월 조달청에서 공고하는 등급별 경쟁입찰 대상 공사부터다. [정보통신] ■이동통신 가입비 40% 인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8월 중 이동전화 가입비를 40% 인하한다. 현재 SK텔레콤은 3만 9600원, KT는 2만 4000원, LG유플러스는 3만원의 가입비를 각각 받고 있다. ■우체국에서 알뜰폰 가입 9월부터 전국 우체국에서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보다 요금이 20∼30% 싼 ‘알뜰폰’에 가입할 수 있다.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출범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코넥스(KONEX)가 공식 출범한다. 1956년 유가증권 시장, 1996년 코스닥 시장에 이어 17년 만에 세 번째 장내시장이 개장하는 것이다. 21개사가 ‘상장 1호’ 기업 타이틀을 달고 7월 1일 상장된다. ■펀드 슈퍼마켓 도입 다양한 회사의 펀드를 모두 온라인상에 모아 놓고 판매하는 펀드 슈퍼마켓이 이르면 연말 도입된다. 펀드 슈퍼마켓은 온라인 기반이어서 수수료가 싸고 다양한 상품을 한눈에 비교 분석할 수 있다. [농식품·수산] ■농업재해보험 대상품목 확대 농작물 22품목, 임산물 3품목, 가축 15품목으로 지정된 농업재해 보험 전국사업 대상 품목에 풋고추·애호박·국화·장미 등 농작물 4품목이 추가된다. ■쌀 고정 직불금 지급단가 인상 농민의 소득안정을 위해 2013년산 쌀 고정직불금의 단위면적당 지급단가가 농업진흥지역 안은 ㏊당 85만 127원, 농업진흥지역 밖은 68만 102원으로 인상된다. ■공공비축 대상 확대 9월 23일부터 이상기후 등에 따른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쌀뿐 아니라 밀, 콩도 비축 대상 양곡에 포함된다. ■음식점 수산물 원산지 표시 품목 확대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이 6품목에서 9품목으로 늘어난다. 현재 수산물을 조리해 판매하는 음식점의 원산지 표시 의무 항목은 넙치, 조피볼락, 참돔, 미꾸라지, 뱀장어, 낙지 등 6개 품목이나 명태, 고등어, 갈치가 추가된다.
  • 혁신과 투자로 넘버원 포스코

    혁신과 투자로 넘버원 포스코

    “한국인에게 철이란 한 사람이 연간 70㎏씩 소비하는 쌀과 같습니다. 자동차, 조선, 가전, 건설 등 전후 한국경제의 주력 산업을 키우는 데 주식과도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셰라톤 뉴욕타임스스퀘어 호텔에서 ‘벼랑 끝에 선 철강산업’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28회 ‘세계철강성공전략 회의’에 특별강연자로 초청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포스코의 성공담을 전했다. 국제전문 분석기관인 WSD로부터 4년 연속 최고 경쟁력을 지닌 철강사에 선정되도록 포스코를 이끈 최고경영자(CEO)의 강연이 시작되자 세계 철강업계를 대표한 1000여명의 참석자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정 회장은 “포스코는 일본의 전쟁배상금으로 터를 닦은 국영기업이었으나, 1994년 한국의 기업으로는 최초로 뉴욕 증시에 상장됐고, 세계 73곳에 생산기반과 코일센터, 원료투자 지역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포스코의 슬로건은 제철소 정문에 걸린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이라면서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꼽은 포스코의 성공 요인은 탁월한 제품 및 시장의 선택, 우수한 인력 등 조직문화, 선진화된 지배구조, 지속적인 혁신”이라고 밝혔다. 즉 매출의 1~1.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서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이고,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운영하면서 임직원과 지역 주민에 신뢰를 받고 있으며 지난 10년 동안 1600여명의 직원이 해외 연수를 다녀왔을 정도로 인재를 아끼고 있다고 정 회장은 설명했다. 기업 운영에 있어서는 실시간 경영, 파트너사와의 협업, 임직원 소통 등이 중요하다고 했다. 협업사와는 물론 임직원끼리 정보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교환하면서 통합적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세계 철강업계는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으로 30대 철강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2.5%에 불과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자동차용 고강도 강판, 해양구조용 강재, 마그네슘과 리튬 등 대체소재 개발 등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강연에 앞서 WSD는 주요 34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각종 지표를 분석, 순위를 매기는 경쟁력 평가에서 포스코가 1위 철강사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0년 이래 6회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WSD는 생산 규모를 비롯해 수익성, 기술혁신, 가격결정력, 원가절감, 재무건전성, 원료 확보 등 23개 항목을 평가한다. 2위는 러시아의 세베르스탈, 3위는 미국 철강사로 저가의 셰일가스를 사용하는 뉴코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세계 1, 2위 조강생산량을 자랑하는 인도의 아르셀로미탈과 일본의 신일철주금(NSSMC)은 경쟁력에서는 각각 26위, 7위에 그쳤다. 또 조강생산 3, 4위인 중국의 허베이강철과 바오산강철은 발표 대상인 34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7.82%로 세계 경쟁사들보다 2~3배나 높은 편이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부고] 전통주 개척자 배상면 국순당 창업주

    [부고] 전통주 개척자 배상면 국순당 창업주

    우리나라 전통주의 시장을 개척한 배상면(裵商冕) 국순당 창업자가 7일 오후 5시 10분 숙환으로 타계했다. 89세. 고인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진 우리 술을 복원하고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우리 술 개발에 평생을 바쳤다. 1924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북대 농예화학과 시절 누룩 연구를 시작한 이래 60년간 전통주 외길을 걸었다. 1952년 대구에 기린 주조장을 경영하며 쌀을 원료로 한 ‘기린소주’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뒀다. 고인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내세울 만한 우리 술이 없다는 현실을 아쉬워하며 본격적인 전통주 제조에 뛰어들었다. 1982년 옛 문헌에서 찾아낸 ‘생쌀발효법에 의한 전통술 제조특허’를 취득하고 이듬해 국순당의 전신인 배한산업을 창립해 1991년 ‘백세주’를 개발, 출시해 기존 주류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전통주 시장을 열었다. 우리 술 연구를 천명으로 삼았던 고인의 가업을 자녀들도 이어받아 장남 중호씨가 ‘국순당’을, 장녀 혜정씨가 ‘배혜정도가’, 차남 영호씨가 ‘배상면주가’ 등을 각각 경영하고 있다. 유족은 부인 한상은씨와 아들 중호·영호, 딸 혜정씨 등 2남 1녀. 빈소는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0일 오전 8시. (02) 3010-2000.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커버스토리-로컬푸드 시대] 소비자 직거래로 로컬푸드매장 채소값 대형마트보다 10~50% 저렴

    [커버스토리-로컬푸드 시대] 소비자 직거래로 로컬푸드매장 채소값 대형마트보다 10~50% 저렴

    ‘농민→산지 수집상→도매시장→공급업체’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다단계 구조의 채소 유통경로와 달리 ‘농민→소비자’라는 단순한 직거래 구조를 거치는 로컬푸드 유통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가격 경쟁력이다. 농가는 농산물을 중간 마진 없이 직접 판매해 제값을 받을 수 있고 소비자는 산지에서 바로 온 싱싱한 농산물을 10~50%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로컬푸드가 도시농업과 함께 도시민들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 대형유통마트와 견줬을 때 로컬푸드 매장의 채소 가격은 과연 얼마나 저렴한 걸까. ‘미스터리쇼퍼’(고객으로 가장해 매장 직원의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사람)가 되어 같은 품목, 같은 양의 채소를 양쪽 매장에서 구입함으로써 가격대와 신선도 등을 비교해 봤다. 31일 오후 3시 경기 김포시의 김포로컬푸드 공동판매장을 찾았다. 한산할 것이란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매장은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돌이 채 안 돼 보이는 어린아이를 업은 초보 주부에서부터 흰머리의 노년 부부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곳곳에서 ‘신선하다’는 품평이 이어졌다. 직원들은 “미나리와 쑥갓 등 모든 녹색 채소는 당일 아침 김포 지역 농가에서 따온 신선한 야채입니다”라며 목청을 한껏 높였다. 실제 비닐 포장에 담긴 채소들은 물기를 머금은 채 신선도를 꽤 뽐냈다. 단골인 듯한 손님 몇 명이 직원에게 “오늘 감자 안 들어왔느냐. 감자가 필요하다”고 재촉했다. 매장 직원은 “감자가 오전에 동났다. 지금 인근 농가에서 감자를 채취해 매장으로 가지고 오는 중”이라며 손님들을 달랬다. 20분 정도 지나 감자 농사를 짓는 이태성(45)씨가 갓 캐 온 감자 세 상자를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정량으로 포장해 내놓았다. 황토가 묻은 감자엔 흙냄새가 물씬 풍겼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서 8개월 된 아들의 이유식 재료를 사기 위해 김포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주부 노수현(34)씨는 유독 꼼꼼하게 감자를 골랐다. 노씨는 “첫 아이라 그런지 좋은 것만 먹이고 싶다. 농산물마다 직거래 농가의 정보가 적혀 있고 값도 대형마트에 비해 싼 데다 무농약 작물이라 믿음이 간다”면서 “2주일에 한 번꼴로 매장을 방문해 먹을거리를 구입한다”며 웃었다. 실제로 로컬푸드매장의 모든 채소 진열대마다 재배지, 농가 대표명, 무농약 인증번호, 생산량 등의 정보가 기재된 인증서 팻말이 놓여 있다. 대형마트 유기농 채소 코너와 김포로컬푸드 공동판매장에서 판매 중인 같은 품종 및 중량의 채소 가격대를 비교해 봤다. 로컬푸드 매장의 채소는 대부분 일반 대형마트의 절반 수준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다. 31일 기준 무농약 시금치 200g은 로컬푸드 매장에서 1300원, E대형마트에선 1980원에 팔렸다. 무농약 미나리 200g은 로컬푸드 매장에서 1500원, E대형마트에선 3450원에 판매된다. 무농약 열무 500g은 로컬푸드 매장에서 750원, E대형마트에선 2680원으로 책정됐다. 신선한 무농약 유기농 채소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로컬푸드 매장의 장점이 알뜰한 주부들에게 입소문을 타는 건 시간 문제로 보였다. 지난해 말 개업한 김포로컬푸드 공동판매장은 평일 300~400명, 휴일에는 평균 1000명의 손님을 맞는다고 한다. 지난 4월에는 1억원, 5월에는 1억 2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채소를 전국에서 공급받는 대형마트와 달리 김포에서만 재배된 농작물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로컬푸드 매장의 채소 공급이 1년 내내 이뤄지는지 의문이 들었다. 최장수 김포로컬푸드 기획실장은 “친환경채소연구회 120개 농가와 계약을 맺어 거래하고 있다”면서 “농가마다 같은 시기 재배 품목이 겹치지 않는 릴레이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어 농작물이 꾸준히 공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까면 깔수록 신통방통한 식품포장의 과학

    [주말 인사이드] 까면 깔수록 신통방통한 식품포장의 과학

    더위가 찾아오면 주부들에겐 음식 관리하는 것도 일이다. 냉장고에 넣어놓는 것을 깜박하거나 국이나 찌개를 보르르 다시 끓여 놓지 않으면 한나절도 못 가 쉰내가 펄펄 난다. 마시다 만 우유는 말할 것도 없다. 이 대목에서 이상한 점이 있다. 마트나 가게 등에서 파는 먹거리는 잘 쉬거나 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몰래 방부제라도 듬뿍 쳐놓은 걸까. 답은 식품 포장 기술에 있다. 식품업계가 포장에 투자하는 비용은 전체 생산비의 4% 정도다. 심지어 콜라나 사이다, 우유 등의 음료 업체는 패키징에만 전체 생산비의 50% 이상을 쏟아붓는다. 맛과 선도를 유지하는 데 있어 식품 포장은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신선한 우유와 주스를 마실 수 있는 것도, 냉장육을 먹을 수 있는 것도, 3분이면 카레밥이 가능한 것도 모두 포장 기술이 발전한 덕이다. 먹는 것을 감싸던 봉지를 넘어 자신의 영역을 무섭게 넓혀 나가는 식품 포장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국내에 즉석밥이 등장한 지 딱 20년이다. 1993년 천일식품에서 내놨던 냉동 볶음밥이 국내 최초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상품이었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밥맛이 문제였다. 냉동 과정을 거치면 쌀에 있는 수분이 날아가기 때문에 밥이 푸석푸석해지기 마련인데 고객은 귀신같이 차이를 짚어냈다. 그 후 3년 뒤인 1996년 CJ제일제당의 햇반이 등장하면서 즉석밥 시장은 획기적인 전기를 맞았다. 일본의 ‘무균 포장’ 기술을 그대로 도입한 것인데 이 기술은 상온에 밥을 놔둘 수 있는 시간을 무려 6개월로 늘렸다. 밥하는 과정이나 재료도 다르지 않다. 무균 포장 기술의 포인트는 즉석밥 안에 일체의 미생물이 들어갈 수 없도록 포장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밥을 짓는 취사부터 포장재에 밥을 넣은 충진, 포장 과정까지 모두 엄격하게 무균시설 안에서만 진행한다. 밥공기 역할을 하는 보관 용기는 산소를 차단하기 위해 3층 구조로, 뚜껑 노릇을 하는 비닐은 4겹으로 만들었다. 평범한 식품 공장과는 달리 반도체 공장 수준의 클린룸 등을 갖춰야 하기에 당시 초기 설비 투자비만 100억원 이상이 들었다. 새 기술은 갓 지은 밥과의 맛 간극을 줄여 놨다. 제품 가격은 1050원(210g 소비자가격 기준). 당시 일반 음식점의 공깃밥 한 그릇 값이 1000원 선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그리 싼 가격이 아니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즉석밥은 지난해 국내에서 1억 3772만 8571개가 팔렸다. 국민 한 사람당 두세개씩 먹은 셈이다. 얼리지 않고 육류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특별한 장치도 있다. ‘가스 치환 포장(MAP: Modified Atmosphere Packaging) 방식’ 이 대표이다. 명절 고급 한우 선물세트 등에는 이 포장법이 이용된다. MAP는 포장 속 공기를 모두 없애고 나서 산소와 이산화탄소, 질소 등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다시 넣는 방식이다. 고기 속에서 호흡하는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시켜 진공포장보다 3일가량 더 선도를 유지해 준다. 덕분에 7일 정도는 부패를 막을 수 있다. 모든 육류는 근육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이 있다. 이 단백질은 산소와 결합하면 며칠간 선홍색을 띤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붉은빛으로 고기의 식감을 높여 주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기는 점점 암적색을 띠게 된다. 과학 시간에 배운 산화 현상이다. MAP 포장은 이런 산화를 막고 세균과 곰팡이의 생육도 억제한다. 제과점의 신선함과 경쟁해야 하는 제빵업계에서도 MAP 방식을 도입한다. 우리나라에선 샤니와 삼립식품 등이 발 빠르게 이 방식을 적용했다. 꿀호떡, 호빵, 백설기 등 쉬 상할 만한 제품에 이 기술을 도입했는데 일부 제품에선 포장 하나 바뀐 덕에 매출이 1.5배나 뛰었다. 맛 이상으로 향이 중요한 식품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커피인데 향을 잃으면 가치의 반을 잃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로스팅 과정을 거친 원두커피는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차츰 감소된다. 공기 중에 노출되면 원두 향이 이산화탄소와 함께 날아가 버리고, 산소와 습기를 만나면 산화되기 마련이다. 결국 볶은 원두 포장은 신선도 유지를 위해 습기나 빛, 공기를 차단하는 게 관건이다. 밸브포장, 진공포장, 질소포장 등이 주로 사용된다. 밸브포장은 커피 포장지에 밸브를 달아 내부의 기체는 외부로 나올 수 있지만 외부의 공기는 내부로 들어갈 수 없게 하는 방식이다. 스타벅스가 쓰는 ‘향 보존 팩’은 원두의 향은 보존하되 원두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가스는 밖으로 배출한다. 커피 포장에서 쓰이는 질소는 과자 포장에도 쓰인다. 과자는 적고 질소만 많다는 뜻에서 최근 ‘질소 과자’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지만 과자 봉지 속 질소는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이 있다. 과자의 부서짐과 산화를 막는 일이다. 봉지에 담긴 과자는 기름에 튀긴 것이 많은데 기름은 공기를 접하면 쉽게 산화 반응을 일으킨다. 그만큼 맛과 색이 쉽게 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비활성기체인 질소는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비교적 오랫동안 고유의 맛을 유지할 수 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보통 과자의 유통기간은 6개월 정도인데 질소 충전을 했을 때 가장 오래 제대로 된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면서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질소 충전이 단순히 양을 부풀려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유불급인 법. 환경부는 “소비자를 현혹할 소지가 있다”며 오는 7월부터 과자 봉지 내 빈 공간이 전체 공간의 35%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우유처럼 상하기 쉬운 제품을 지금처럼 종이 팩에 담아 먹을 수 있는 건 1952년 스웨덴에서 개발된 테트라팩 덕이 크다. 폴리에틸렌수지와 종이, 알루미늄 코팅 등을 교대로 겹쳐 만든 테트라팩은 우유부터 주스, 두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자외선과 산소, 수증기 등의 투과를 막아 천연 음료도 7주~6개월가량 상온 보관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분야의 독점적 지위 덕에 지난해 테트라팩이 전 세계에서 번 돈은 111억 6000만 유로(약 16조 5066억원)다. 늘어난 유통기간만큼 수출입도 늘었다. 음료시장에 다국적 기업이 나타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포장기술 덕이다. 지금은 너무 흔해져 구닥다리처럼 여기지만 통조림과 알루미늄 캔도 산업혁명 이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위대한 발명품이다. 포장에는 첨단 기술도 도입된다. 일부 포장은 스스로 식품의 신선도나 상태를 나타내는 신호등 역할을 하기도 한다. 포장에 붙은 특수 표시부(인디케이터)가 김치 같은 발효 식품의 숙성도를 나타내거나 고기, 야채의 신선도를 보여주는 식이다. 선진국에선 일부가 실용화 중이다. 일례로 유럽에선 유통기간이 지나면 포장지에 붙은 바코드 표시가 자동적으로 사라지도록 한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유통기간이 지난 물건이니 사지도 팔지도 말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허도 투자도 연구도 부족해 매년 해외에 로열티만 무는 게 현실이다. 김재능 연세대 패키징학과 교수는 “식품을 포함한 세계 포장산업 시장은 755조원 규모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4%를 겨우 넘는 수준”이라면서 “선진국의 기술력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정부 지원과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CEO칼럼] 창조경제와 농업/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CEO칼럼] 창조경제와 농업/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지난주 공사의 기업지원단을 이끌고 식초를 생산하는 지방의 중소 식품업체를 방문해 현장상담을 했다. 포도식초, 현미식초, 사과식초 등 수많은 식초 제품과 독특한 제조 노하우에 동행한 식품 전문가들이 매우 놀랐다. 특별한 방식으로 제조된 자연발효 식초는 프랑스에서 주문이 쇄도한다고 한다. 식품 전공자가 아니면서도 35년간을 식초 연구와 제품생산에 매진해 온 70세 넘은 기업가의 열정에도 감탄했다. 그런데 문제는 제품 판매방식이다. 식초에 관한 많은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나 판매는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유통업체 브랜드(PB)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 결과, 실속은 판매망을 확보한 대규모 식품기업이 차지하는 것이다. 중소 식품기업의 생산과 판매전략, 수출시장 개척, 정부 정책 활용 등에 나름대로 전문적 컨설팅을 하였으나 판매 애로를 해결하는 일은 만만치 않음을 인식했다. 식초는 음식을 만드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조미료이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약품·식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중국 고대 의학서에도 식초의 신맛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위와 간을 보양해 주면서 근육을 강화시키며 뼈를 부드럽게 한다고 했다.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다양한 질병 치료에 식초를 사용했고 사과식초를 꿀에 넣어 기침이나 감기치료에 썼다고 한다. 식초는 군인들의 힘을 기르고 활력을 높이는 음료수로도 많이 사용됐다. 로마 군인들이 많이 마신 ‘포스카’(posca)는 식초의 한 형태이다. 우리나라는 신라시대부터 식초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해동역사(海東繹史)에 따르면 고려시대에 음식 조리나 약용으로 다양하게 사용됐다. 최근 식초는 약용, 식용, 건강, 미용 등 180여 가지 용도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특히 다이어트나 건강음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고대 이집트 클레오파트라가 진주를 식초에 녹여 마셨다고 하였는데, 아마 미용에 좋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음료 수출액이 2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상당량이 식초 관련 제품이었다. 역사적으로 우리 농업 분야에는 창조적 아이디어와 기술개발의 성과물이 즐비하다. 과학적인 고농서(古農書), 최초의 강우량 관측기구인 측우기, 우장춘 박사가 만들어낸 씨 없는 수박, 우리 환경에 맞는 배추, 무 종자 등 수없이 많다. 창조농업의 백미는 통일벼 개발이다. 1개의 자포니카 품종과 2개의 인디카 품종을 교배시킨 3원 교배는 과거 시도되지 않던 창조적 육종방법이었다. 통일벼 개발로 쌀 생산이 획기적으로 증대되면서 우리나라는 고질적인 보릿고개에서 해방됐다. 세계 유례 없이 짧은 기간에 식량 자급을 이룩한 우리 농업은 국제적인 성공 사례로 알려진다. 또 양잠 산물을 이용한 화장품, 치약, 비누는 널리 사용되고 있고 조만간 인공 고막이나 인공뼈 개발도 다가온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공수해온 벌침 봉독(蜂毒)으로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한다는 영국 찰스 황태자 부인 카밀라 여사의 이야기도 놀라울 것이 없다. 우리도 이미 봉독으로 젖소 유방염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한류 붐을 타고 한국음식이 건강식, 기능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 한식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접목돼 세계인의 입맛에 맞도록 창조적 변형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생명공학기술(BT) 등 첨단 과학기술이 농업 분야에 응용된 지는 오래 전이다. 이제는 환경기술(ET), 문화기술(CT)도 농업 분야에 활용된다. 농업과 환경, 생태가 융·복합되고 1차, 2차, 3차 산업이 어우러진 6차산업으로 변모된다. 미래 농업 분야는 더 무궁무진하다. 컴퓨터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수직형 빌딩농장, 바닷물로 농사짓는 해수농업, 대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미세조류 등도 조만간 실용화될 것이다. 인구증대, 식량위기, 물부족, 기후변화 등 지구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이제 창조 농업이 필요하다.
  • 15세기 씨족부락 여진, 어떻게 동북아 패권국이 되었나

    15세기 씨족부락 여진, 어떻게 동북아 패권국이 되었나

    1616년 정월 초하루, 만주족의 국가가 탄생했다. 후금이다. 청 태조 누르하치는 허투알라에서 과거의 한(Han)칭호를 버리고 정식으로 최고 통치자로 칭호를 제정했다. 새 칭호는 ‘하늘이 여러 나라를 기르라 하여 임명하신 영명한 한’이었다. 이 시기 누르하치는 여허여진을 제외하고 자신이 속한 건주여진은 물론, 해서여진, 동해여진을 복속하여 통일국가를 수립했다. 1395년 편찬된 조선의 ‘용비어천가’에는 건주여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동북 1도는 원래 왕업을 일으킨 땅으로서, 위엄을 두려워하고 은덕을 생각한 지 오래돼 야인(野人·여진)의 추장이 멀리서 오고, 일란투먼(移?豆漫)도 모두 복종하여 언제나 활과 칼을 차고 잠저에 들어와서 좌우에서 모셨고’ 여기서 ‘일란투먼’은 여진어로 3만호(萬戶)를 말하는 것으로 송화강 하류역의 세 추장이 이끄는 부였다. 원나라에 여진이 5만호가 살다가 원 말기에 오도리, 후르하, 타온의 3만호만 남았던 그 부다. 용비어천가의 이 대목은 누르하치의 6대조로 조선의 동북지역인 회령(여진:알목하) 지역으로 이주한 오도리 만호의 몽케테무르도 포함한 것이다. 장백산 동남쪽이 만주족의 발원지다. 14세기 중엽 무렵에도 수렵과 어로 활동을 하고, 철기도 생산하지 못해 15세기 후반에 명·조선과의 밀무역을 통해 철 화살촉과 철제 갑옷, 등자 등을 확보했고, 15세기에야 겨우 농사를 시작했던 씨족부락 여진이 어떻게 최고의 문명국가라는 명나라와 조선의 혹독한 견제를 감내하고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재편했을까, 오랑캐라 불리며 무시당하였던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청제국(1644~1912)으로 278년간 패권을 누리고, 역대 최대의 영토를 확보할 수 있었을까? 이런 궁금증은 유소맹(류샤오멍·61) 중국사회과학원 교수가 쓴 ‘여진부락에서 만주국가로’(푸른역사 펴냄)를 읽어보면 풀 수 있다. 한국사람 중에 청 제국이 등장한 배경을 곰곰이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청의 등장을 그저 명이 조선의 임진왜란에 파병한 끝에 국력이 쇠약해진 덕분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극동에 위치했다는 지정학적 이유로 한국이 역사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든지, 강력한 중국(원, 명, 청) 때문에 중원으로 땅을 넓히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여진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자신들의 생각이 옳았는지 점검해볼 수 있겠다. 여진의 혈연조직은 15세기 이전에는 할라(씨족)에서 무쿤(새로운 씨족), 욱순(일족), 보오(가족)의 순서로 확대 발전한다. 이런 일족과 가족의 발전은 사유재산 증가와 가내 노예의 소유와 관련이 있다. 생산력이 발전하고, 생산력 발전을 위한 대외적 약탈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평등이 발생하고 혈연과 지연 중심의 가샨과 같은 부락이 아닌 국가조직으로 발전해나갔던 것이다. 특히 여진의 핵심 세력이었던 건주여진과 해서여진은 다른 혈연의 일족으로 구성된 지역연합체로, 세습제도가 발전하고, 군사적 수장이 출현하고, 부락장의 대외적 역할이 강화되면서 상층부 일족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해서여진과 건주여진이 급속하게 발전한 것은 문명세계인 명과 접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명과의 조공, 호시(互市)참여가 진행된 것이다. 여진은 모피, 잣, 버섯, 꿀, 가축 등을 명나라에 보내고 농기구, 소, 수공업품, 쌀, 소금, 비단, 면포 등을 받아왔다. 명과의 호시는 월 1회에서 나중에는 하루 1회로 급속히 증가했고, 명나라 말기에 호시에 몰리는 인원이 수천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조공은 여진은 명의 답례(회사·回賜)품을 은으로 통일했는데 여진사회로 들어오는 은의 수량이 연간 1만 5000량에 달했다. 명은 조공의 연간 인원을 해서여진은 1000명, 건주여진은 500명으로 제한했는데, 건주여진이 강성해지면서 조공인원이 1500명이 돼 규정의 3배나 됐다. 또 여진은 호시에서 거두는 세금도 은본위로 계산해서 징수해, 가치의 척도를 은으로 통일했다. 즉 화폐로 은이 통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16세기의 이야기다. 시장의 발달은 사유제와 국가발전의 견인차가 됐다. 물질적 욕망이 자극됐지만, 다른 한편 집단의 평등원칙이나 상호협조의 관계망이 무너지면서 부족단위 대신 국가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만주국은 자신들의 근본이었던 혈연과 지연에 기반을 둔 사회관계망을 군사조직(니루·구사), 더 나아가 팔기군 등 재편하면서 더 효율적인 통치와 전쟁수행에 나선다. 17세기로 들어오면 병자호란 등 우리에게 익숙한 사건들이 만주국의 시각으로 다뤄지고 있다. 불과 30~40년 전 자국의 역사도 배우지 않는 한국에서 만주국의 등장과 성장, 몰락을 다룬 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국가의 운명은 다른 국가의 운명과 엮여 있으니, 배우지 않으면 조선이 어떤 나라였는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나를 잘 알기 위해 남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길섶에서] 쑥버무리/최광숙 논설위원

    지난주 서울광장에 농산물 시장이 섰기에 구경을 갔다가 쑥을 발견했다. 오염된 도시 인근에서 자란 쑥보다는 아무래도 공기 좋은 시골에서 자란 쑥이 더 좋을 것 같아 뭘 해먹을지 생각도 않고 덥석 두 봉지나 샀다. 한 봉지로는 한정식 식당에서 맛본 쑥된장국을 끓였다. 나머지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쑥버무리를 해먹기로 했다. 쑥버무리는 이른 봄의 어린 쑥을 잘 씻어서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멥쌀가루와 섞어 쪄낸 떡이다. 향긋한 쑥내음 때문에 봄을 알리는 별미로 꼽힌다. 요즘엔 쑥버무리가 입맛 돋우는 특별한 간식이지만 쌀이 귀하던 시절에는 쑥버무리로 배를 채웠다는 어르신들의 경험담도 가끔 듣는 얘기다. 막상 쑥버무리 만들기에 나섰지만 처음에는 쌀가루를 적게 넣은 데다 너무 오래 쪄 쑥 덩어리처럼 됐다. 쑥이 너무 많아 쌉싸름했지만 먹을 만했다. 두번째 시도 끝에 겨우 쌀가루와 쑥의 적절한 조화를 이뤄 맛있는 쑥버무리가 완성됐다. 먹다 보니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그리워진다. 내가 한 쑥버무리는 왜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쑥버무리 맛이 안 날까.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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