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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FTA자문위 평가 보고서 공개] 노동·자동차·쇠고기협상 ‘불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문을 공개한 데 이어 미국 업계들의 반응을 담은 자문위원회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자문위 보고서는 FTA에 포함된 각 산업별로 27개가 USTR에 제출됐다. 보고서는 대체로 한·미 FTA가 양국의 통상을 증진시켜 상호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노동과 자동차, 농업 등의 분야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자문위의 보고서는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지만 정책 결정의 참고가 된다고 워싱턴의 고위 통상 소식통이 26일(현지시간) 설명했다. 추가협상 내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 분야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 결과가 나왔다. 강성노조 지도자로 구성된 미 노동자문위원회(LAC)는 “한·미 FTA가 한·미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고 미국에서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부시 대통령이 FTA 협정문에 서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검토 결과를 USTR에 제출했다. LAC는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노동 탄압’을 부각시키려는 듯 올해 1월 현재 노동운동과 관련해서 투옥된 한국 노동자 61명의 명단까지 첨부했다. 의회에도 비준동의 거부를 권고했다. 반면, 주요기업 경영인들로 구성된 통상정책협상자문위원회(ACTPN)는 의회가 신통상정책에 따라 새로운 노동 의무를 부과하려고 하지만 “그런 노력이 한·미 FTA를 과도하게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환경분야도 ACTPN은 기본적으로 한·미 FTA의 합의문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농업무역정책자문위(APAC)는 한국 쇠고기 시장의 완전 개방과 수입 절차 개선 등을 촉구했다.APAC는 한국이 쇠고기 수입 절차에 있어 국제과학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상호 동등한 현지 가공공장 조사와 수입 증명 및 미 농무부 검증프로그램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또 쌀이 이번 협정에서 제외된 데 대해 실망을 표명했다. 산업무역자문위원회(ITAC)는 한·미 FTA가 양국의 자동차 산업에 도움이 되겠지만 한국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에서 GM대우 브랜드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GM보다 한국 내 판매기반이 취약한 포드의 불만이 큰 것으로 ITAC 보고서에 나타났다. 포드는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 관세 철폐를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한국의 시장개방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노골적으로 불평했다. 한편 미 의회와 정부가 합의한 신통상정책에 따라 한·미 FTA 합의문은 노동, 환경 조항 등을 손질하기 위한 추가 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고위 통상소식통은 한·미 양국의 FTA 추가협상이 6월 이후에나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6월20일로 예정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한·미 FTA 공청회가 미 정부측의 정책결정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dawn@seoul.co.kr
  • 29일 서울서 남북 장관급회담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이 29일 3박4일 일정으로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은 지난 17일 역사적인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이후 열리는 것이어서 정부로서는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정부가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대북 쌀 지원을, 북핵 ‘2·13합의’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보한 점이 이번 회담의 걸림돌로 작용,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쌀 지원 유보 방침을 문제삼아 남한측이 미국의 대북 강경책에 동조하고 있다며 공세를 펼 것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송금 지연 문제가 조만간 풀려 2·13합의가 이행되면 쌀 지원은 즉각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북한에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이 쌀 문제를 내세워 회담 자체를 무산시킬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지난 25일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참석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안도하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쌀 차관과 장관급회담은 별개”라면서 “쌀 지원에 합의해 차관계약서까지 교환한 지금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쌀 지원이 유보됐던 지난해 장관급회담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북측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가 1만 5000명을 돌파하면서 버스와 자전거로는 출퇴근이 어려워 출퇴근용 열차 운행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럴 경우 3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1단계 합의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관계를 핵문제와 연계해 쌀 지원을 유보한 우리측의 방침에 강력 반발할 경우, 이번 회담은 지난해 장관급회담과 마찬가지로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사설] 北, 미사일 쏘면서 쌀 달라고 하나

    북한이 어제 수발의 미사일을 동해를 향해 발사했다.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하지만 민감한 시점을 감안할 때 삼가야할 도발이었다. 북한은 6자회담 ‘2·13 합의’를 100일이 넘도록 실천하지 않음으로써 북핵 문제를 다시 꼬이게 하고 있었다. 북핵 합의를 빨리 이행하지 않고 또다른 시비를 걸어온 셈이다.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손해를 보는 쪽은 자신임을 북한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풀리지 않는데는 미국의 책임도 있다. 그렇더라도 북한이 융통성있게 나온다면 BDA가 해결됨은 물론 6자회담에서 약속된 대북 지원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BDA에 목숨을 건 듯 하면서 북핵 합의 이행을 늦추자 핵포기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국제사회에 팽배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2·13 합의’ 이행에 진전이 있으리라 예상하고 이달말쯤 대북 쌀지원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핵 해결에 진전이 없자 쌀지원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북측은 쌀지원을 북핵과 연계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지만 우리 국내여론과 미국 등 우방국과의 관계를 볼 때 ‘2·13 합의’ 이행 없이는 대규모 대북 지원은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강행, 한반도를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몰아 넣었다. 이제 겨우 평화의 기운이 싹트고 있었는데 또 미사일을 발사하다니, 평양 당국의 비합리성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더이상의 도발은 파국이라는 점을 깨닫고 당장 북핵 합의를 이행하기 바란다.
  • [비하인드 뉴스] 美쇠고기 검역 수입업체 ‘꼼수’ 못말려

    ●美 현지서 `X-레이´ 3번 검사후 수출 3년 5개월만에 시중에 유통된 미국산 쇠고기가 검역과정에서 지난해와 달리 ‘뼛조각’이 발견되지 않는 이유가 수출업체측의 발빠른 ‘사전 정지 작업’ 때문이라는 후문. 한 육류수입업체는 “수출 직전 미국 현지에서 물량 전체를 ‘X-레이’에 3번이나 통과시켜 미세한 뼛조각들을 모두 걸러냈다.”면서 “기계 성능도 한국 것보다 한 수 위라 농림부가 뼛조각을 발견하려 애를 써봤자 헛심만 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림부 관계자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되면 ‘박스 부분 반송’이 아닌 ‘전체 물량 반송’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입기 때문에 수출업체들이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2t남짓 소량으로 5차례 이상 나눠 수출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남북철도 개통은 1회성 행사? 지난 17일 남북 철도의 시범운행 이후 단계적인 철도 개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선 ‘1회성 행사’로 그칠 것이라는 지적. 당시 개성을 다녀온 정부 관계자는 25일 “북측의 관심은 철도 운행보다 우리가 지원을 약속한 경공업 물자와 쌀 등에만 쏠린 것 같다.”고 말했다. 개성에서 열린 환영 행사만 해도 과거 장관급 회의에 비해 훨씬 소규모였고 주민들의 접근도 철저히 차단했다는 것. 특히 시범운행에 대한 북한의 보도가 거의 통제된 것을 감안하면 최근 기본적인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마지못해 우리측 요구를 수용했을 뿐이라는 분석.●생보사 공익기금, 관심 NO! 앞으로 20년에 걸쳐 조성될 생보사 공익기금 1조 5000억원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이 많아 생보사들이 마뜩찮다는 반응. 지난 4월 조성안이 발표된 뒤 돈은 아직 한푼도 모아지지 않았는데 생명보험협회에는 기금 사용에 대한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고. 청와대 김용익 사회정책수석은 지난 22일 저소득층의 자활을 위한 사회투자재단 재원으로 생보사 공익기금이나 상장차익 등을 기부 형태로 받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생보협회가 마련중인 공익기금은 저소득층과 빈곤층을 위한 보험, 자살방지 활동, 생명건강연구소 등 보험업계의 신뢰를 높이는 데 쓰기로 돼 있다. 보험업계는 공익기금이 궁극적으로는 계약자 돈인데도 공짜돈이라 생각하는 시선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기자실 통폐합에 공적 금융기관들 ‘어찌하오리까’ 정부가 기자실을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하자 증권거래소 등 공적인 성격의 금융기관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는 모습. 다만 금융감독원의 기자실 운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금감원이 기자실 운영에 변화를 줄 경우 ‘따라하기’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새롭게 기자실을 만들거나 기존 기자실을 확대하려던 공기업들도 계획을 연기하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영역 확대를 위해 기자실 신설이 급선무이지만 일단 내년 이후로 계획을 미뤘다.”면서 “기자실 통폐합 역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지급결제권 논쟁에서 은행들이 진 것은 당연? 결제리스크를 감독하는 한국은행이 초기에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을 막아보기 위해 관련 국회의원 등과 접촉해본 결과, 증권사가 은행을 이긴 것이 너무나 당연하더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시중 거대 은행의 영업 형태 등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들이 많고, 또 은행들은 최근 3∼4년간 수십조원대의 이윤을 내다 보니 주변의 평가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게다가 우리·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증권사를 계열화하고 있다 보니 반대 강도가 약했다는 것.경제부
  • 전북쌀 러시아로 수출된다

    국내 시장에만 꽁꽁 묶여 가격조절의 한계에 부딪힌 한국산 쌀이 드디어 수출길에 오른다. 25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북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군산시 임피면 제희 미곡종합처리장(대표 한건희)이 러시아 등으로 쌀을 수출하기 위해 농림부의 추천 절차를 밟고 있다. 농림부는 이달 12일 쌀 수출금지 정책을 해제했다. 러시아에 전북쌀 수출 문호가 트인 것은 중국산 쌀 수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농림부의 추천서가 발급될 경우 빠르면 6월28일과 30일 러시아와 타이완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제희는 러시아와는 이미 쌀 수출계약을 마쳤고 타이완, 필리핀,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4개 국가와도 구두계약을 끝냈다. 5개국에 수출될 물량은 멥쌀 1460t과 찹쌀 40t 등 1500t으로 수출 금액은 37억 3000만원이다. 수출 가격은 80㎏ 1가마에 20만원 수준으로 물류비가 포함됐기 때문에 국내보다 약간 높은 편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러시아가 농약함유량과 밀수 등의 문제로 중국산 쌀에 대해 수입을 전면 금지해 한국쌀이 수출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면서 “아직은 제도 정착이 안돼 수출 참여 업체수는 적지만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쌀수출 억제 정책을 고수해 오다 1994년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허가제에서 추천제로 변경했지만 대외 무역협상 등을 이유로 단 한차례도 수출 추천을 해준 적이 없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대북 쌀지원 미루기로

    정부는 6자회담 2·13합의 이행이 지연됨에 따라 이달 말 시작하려 했던 대북 쌀 차관을 2·13합의 이행의 진전이 있을 때까지 미루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북 쌀 지원이 연기되면서 2·13합의 이행 및 29일부터 열리는 제21차 남북 장관급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24일 대북 쌀 40만t의 제공 시기와 관련,“지난달 22일 제13차 남북경협추진위원회에서 밝힌 입장에 따라 2·13합의 이행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이로써 정부는 이번주 중 진행하려 했던 쌀 구매 및 용선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5월 말로 결정했던 첫 선박의 출항 시기도 지킬 수 없게 됐다. 한편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최근 남조선 반통일 세력들이 북남 철도 연결구간 열차 시험운행에 대해 찬물을 끼얹는 악담을 마구 줴치고(지껄이고) 있다.”며 “북남 협력사업을 핵문제와 연관시키고 누구의 개혁·개방까지 들먹이면서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하는 것은 통일 지향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고 도전”이라고 규탄했다. 북측의 이같은 반응은 남북관계와 2·13합의 이행 등 북핵문제의 ‘속도조절론’에 반발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中 안후이성을 가다] (중) 산학협동 단지 탈바꿈하는 ‘안후이’

    [中 안후이성을 가다] (중) 산학협동 단지 탈바꿈하는 ‘안후이’

    |허페이(合肥·중국 안후이성) 이지운특파원|‘휘상(徽商) 정신을 드높여 안후이를 일으키자….’지난 18일 안후이(安徽)성 성도 허페이(合肥)시의 국제전람관. 이른 아침부터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세번째로 열리는 ‘세계 휘상대회’. 안후이성은 선조들의 옛 명성으로라도 지역 발전을 이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안후이성은 이번 대회에서 자본 유치 등을 위해 안후이성 출신 화교 등 해외에서 2000여명의 손님을 끌어들였다.‘휘상’의 고향을 선전하기 위해 외교부와 함께 베이징에 주재하고 있는 외신 기자 취재 프로그램까지 고안해 냈다. 과연 안후이성은 ‘굴기(起·일어섬)’에 얼마만큼의 속도를 내고 있는가. 산시(山西)·허난(河南)·후베이(湖北)·후난(湖南)·안후이·장시(江西)성 등 낙후된 중부 6개성을 지원, 경제건설을 유도하는 ‘중부굴기(中部起)가 시작된 지 몇 해. 안후이성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안후이성의 성도 허페이시로 가는 길. 기자단의 버스가 허페이시 톨게이트를 들어선 지 얼마 안돼 옆자리의 한 중국기자가 “역시 많이 낙후됐군….”이라고 혼잣말로 중얼댄다.“지방의 많은 도시를 다녀봤지만, 낙후된 중부 지방 도시 가운데서도 뒤떨어진다.”는 얘기다. 확실히 그랬다. 허페이는 성의 성도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타워 크레인’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만 해도 이미 몇해전부터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진행중이다. 지난해 찾았을 때 도심 복판 곳곳에 공사가 한창이었다. 안후이성은 여전히 ‘농업대성(農業大省)’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 줬다.5월 중순 고속도로 주변으로 이미 유채꽃 재배를 끝내고 나락들이 쌓인 밭들은 이 곳이 화중(華中)의 중요한 농업지대로 2모작이 가능한 곳임을 새삼 일깨워 줬다. 인구의 90%가 농업에 종사하며, 남부 양쯔강 남쪽의 평야에서는 쌀·보리 2모작이 이뤄지고 있다. 북부 화이허(淮河)강 유역에서는 밀·참깨·수수·옥수수 등 밭작물과 쌀을 교대로 심는다. 안후이성의 실상은 ‘호적인구 6593만명에 상주인구 6110만명’이라는 수치 속에 1차적으로 잘 드러난다. 산술적으로도 500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타지로 나가 ‘농민공(農民工)’ 노릇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광저우 등 인근의 잘 사는 성은 상주인구가 호적 인구를 크게 웃돈다. 왕진산(王金山) 안후이성 성장도 “안후이성의 노동 인력은 1040만명이지만, 성(省) 밖에 600만명이 있다.”고 말했다. 안후이성은 근처 창장(長江) 삼각주와 주장(珠江) 삼각주의 주된 인력 공급 기지다. 안후이성도 이를 장려하는 편이다. 농민공들이 고향으로 부쳐 오는 수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성 정부는 ‘양광(陽光)행동’ ‘우로(雨露)계획’ ‘춘풍(春風)행동’ 등 농민공에 대한 기술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안후이성의 굴기는 요원한 일인가. 안후이성에도 ‘비장의 카드’는 있다. 바로 인재(人才)다. 인공태양을 만들고 있는 물질과학연구원 등 중국 과학을 대표하는 중국과학원 5개 산하 연구소가 성도(省都) 허페이에 있다. 중국 과학기술대학 등 안후이 성에는 91개의 대학이 있다. 특히 기술 관련 대학들이 몰려 있는 점이 산학 협동의 최대 장점이다. 국가 브랜드라 할 수 있는 치루이(奇瑞) 자동차가 허페이에 자리한 것도 이런 이점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과학원과 중국과학기술대학의 전면적인 협력 추진은, 기업 유인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학기술대학은 현재 중국과학원 산하 수학 및 시스템 과학연구원, 상하이(上海) 생명과학 연구원, 중국과학원 난징(南京)분원 및 상하이분원 등 13개 연구기관과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인재 육성, 과학 연구 등 분야서 전면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안후이성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에 대한 시금석으로 간주될 여지가 많다. 왕진산 성장은 “안후이에는 200여개의 성급 이상 과학연구소가 있으며 과학에 종사하는 연구인력은 무려 114만명”이라면서 “허페이는 실험도시이며, 이런 것들이 안후이성을 일으키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j@seoul.co.kr 용어클릭 ●중부굴기(中部起) 산시(山西)·허난(河南)·후베이(湖北)·후난(湖南)·안후이·장시(江西)성 등 낙후된 중부 6개성의 경제건설을 유도하는 프로젝트.‘서부대개발’이나 ‘동북진흥’과 같은 추동력을 갖추지 못해 정치적 목적에 의해 선정된 개발 공정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러나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이 실질적인 책임을 맡고 있고, 지도층의 관심이 높아지는 데 힘입어 점점 구체적인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 대륙 문명의 중심 ‘안후이’ |허페이 이지운특파원|현 시점에서 안후이성을 대표하는 것을 꼽는다면 ‘후진타오(胡錦濤)와 치루이(奇瑞)’를 꼽을 수 있겠다. 후진타오는 두말 할 것 없이 중국 국가서열 1위의 지도자다. 치루이는 안휘성의 ‘명함’인 동시에 ‘국가 브랜드’이다. 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안후이성은 더욱 뛰어난 ‘산물’이 많다. 우선 안후이성은 철학의 산지(産地)이다. 노장(老莊) 사상의 노자(老子)와 장자(莊子)가, 주자학의 주희(朱熹)가 이 곳 출신이다. 나아가 역사의 고장이다.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관중(管仲), 명의(名醫) 화타(華), 삼국지의 조조(曹操)의 고향이다.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朱元璋), 명대 중국의 대수학가 청다웨이(程大位)도 여기서 태어났다. 청말의 정치가 리훙장(李鴻章)이나 근대의 대문호이자 사상가인 후스(胡適)와 천두슈(陳獨秀), 중국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양전닝(楊振寧)도 안후이에서 태어났다. 현재로도 후진타오 주석 외에 국가서열 2위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도 안후이성이 고향이며 서열 5위 쩡칭훙(曾慶紅)도 안후이성 출생으로 돼있다. 차세대 선두주자 리커창(李克强)도 여기 사람이다. 또 하나는 휘상(徽商)이다. 전성기에는 “휘상이 없으면 장사가 되지 않는다(無徽不成商)이라 할 정도로 그 위세를 자랑했다. 후진타오의 증조부 후수밍(胡樹銘)도 상하이에 진출한 ‘휘방(徽幇)’ 상인의 한 명이다. 중국인이 동경하는 황산(黃山)도 있다.‘5악(岳)을 보고 돌아왔으면 더이상 산을 볼 필요가 없고, 황산을 보았으면 다른 5악을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안후이성 사람들로 하여금 무한한 자부심을 갖도록 만든다. 이같은 과거의 명성에 후진타오와 치루이를 더한 안후이성은, 지금 ‘낙후’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하고 있다. jj@seoul.co.kr ■ 왕진산 안후이 성장 “화이난에 한국공업원 운영…협력 확대 기대” |허페이 이지운특파원|왕진산(王金山) 안후이 성장은 “안후이성은 중국 국내 용어로 하면 ‘미발달 지구’이지만, 일정한 지위와 영향력을 지닌 성”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는데 안후이성은 인재 배출의 고향”이라면서 “역대로 정치·경제·문화·과학기술에 탁월한 인물이 배출됐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안후이성 지시(績溪)현 출신인데 특별한 혜택은 없나? -후 주석은 당 전체의 총서기이고 국가 전체의 주석이다. 성마다 모두 똑같은 태도로 대해야 할 것이고, 안후이성도 하나의 성으로서 똑같은 정책을 받고 있다. ▶안후이성의 GDP는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다. 원인은 무엇인가. -객관적으로 얘기하자면 우선 역사적 원인이 있다. 연해는 대개방됐고 서부는 대개발됐으며, 동북노후공업기지는 크게 진흥됐지만, 중부에 대한 특혜정책은 뒤늦게 설립됐다. 그리고 논과 산이 많은 자연적인 원인도 있고, 우리의 역량 부족도 분명한 이유다. ▶한국 기업 진출은? -한국과의 협력관계는 현재 비교적 기초 단계다. 진전이 빠르지 않다. 투자금액이 3억달러 남짓이다. 화이난(淮南)에 한국공업원이 있다. 협력을 더 빨리 해서 좋은 성적을 올리길 바라고 있다. ▶치루이자동차의 지명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배경은 뭘로 보나. 특별한 지원이 있나? -치루이 자동차는 안후이성의 아름답고 밝은 ‘명함’이다. 치루이 발전의 주요 원동력은 인재다. 허페이공업대학의 자동차학과 출신은 치루이뿐 아니라 전체 자동차 업계에 포진, 자동차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성으로서도 중국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jj@seoul.co.kr
  • 北지원 쌀 이달말 북송 힘들 듯

    대북 쌀 차관 수송 시기가 애초 남북이 합의한 5월 말을 지키지 못하고 다음달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23일 “아직 식량차관 제공을 위한 쌀 구매나 용선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라며 “관련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할 때 5월 말에 쌀을 실은 첫 선박이 출항하기가 물리적으로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자금 송금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2·13합의의 이행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 때문에 정부가 첫 물량을 보낼지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5월 말 쌀을 실은 첫 배가 떠나지 못할 경우 29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가능한 절차의 경우 미리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22일 ‘남북 식량차관 제공합의서’를 발효시킨 데 이어 25일께 한국수출입은행과 조선무역은행 사이의 식량 차관 계약을 문본교환 형식을 통해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이라크 ‘마약수출국 아프간’ 전철 밟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남부 도시 디와니아는 유프라테스강을 지척에 둔 천혜의 자연 조건덕에 쌀 생산지로 이름난 곳이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 농민들이 쌀 대신 양귀비를 재배하는 현장이 목격되면서 이라크가 ‘마약 수출국’의 오명을 안은 아프가니스탄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라크에서의 양귀비 재배가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나 이라크 정부가 거의 손을 쓸 수 없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염려된다고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디와니아는 누리 알 말리키 정부와 경쟁 관계인 시아파 군대가 통제하고 있는 지역이다. 마약 밀매업자들은 오래전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산한 헤로인의 중간 운송로로 이라크를 활용해 왔다. 이라크를 거친 헤로인은 이란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지역의 시장으로 팔려 나갔다. 이같은 불법 거래에 사담 후세인의 비밀 경호단이 깊숙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양귀비가 재배된 적은 없었다. 때문에 최근의 변화는 이라크 남부 지역에서 충돌 양상이 가열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중요한 단서다.디와니아를 비롯해 바스라, 나시리야, 쿠트 등 시아파가 장악한 남부 도시들에서는 근래 들어 폭력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미주의 시아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메흐디 민병대와 최대 시아파 정당인 바드르 여단이 자원 확보와 통제권 쟁취를 놓고 세력다툼을 벌이면서 혼란이 심화되는 상태다. 아프가니스탄은 2001년 탈레반 붕괴 직후 혼란한 정세를 틈타 범죄 조직과 마약 생산자, 밀매업자들이 기승을 부렸다. 이라크의 현재 상황도 비슷하다. 바스라와 인근 남부 지역을 통제하는 영국군의 영향력은 느슨한 상태고, 이마저 곧 끝나게 된다. 이라크 정부가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통제권을 넘겨 받게 되면 내분은 더 심각해질 우려가 크다. 디와니아의 농민들이 아편을 재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프가니스탄의 전례를 따라 돈을 벌 수 있다고 확신하는 범죄조직들 때문이다. 이들이 쌀보다 아편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한 배고픈 이라크 농민들은 쌀을 포기하고 양귀비에 손을 댈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Local] 쌀 42포대 무료급식소 전달

    대구가톨릭대가 종교를 뛰어넘은 이웃사랑을 펼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는 23일 총동창회 총회에서 모은 20㎏들이 쌀 42포대를 무료급식소 ‘자비의 집’에 전달했다. 대구 중구 남산동에 있는 이 무료급식소는 보현사가 운영하고 있다. 주변 무료 급식소가 문을 닫으면서 하루 500여명의 노숙자와 노인들이 몰려와 쌀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대구가톨릭대 총동창회는 총회를 앞두고 전국의 회원들에게 보낸 초청장에서 “화환 대신 이웃돕기용 쌀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지난해 총동창회 때 1000만원에 이르는 화환이 들어온 것을 보고 올해는 화환 대신 쌀을 받아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고자 내린 결정이다.
  • 2·13합의 초기조치 지연속 北에 쌀 5000t 지원 준비 논란

    북핵 6자회담 2·13합의를 채택한 지 24일로 100일이 되지만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송금문제에 막혀 비핵화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5월 말 북측에 쌀 차관 제공을 목표로 실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22일 “남북 식량차관 제공 합의서가 이날부터 발효됨에 따라 이달 말 쌀 차관 40만t의 1차 선적분을 보내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선박 1대가 확보되는 대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 쌀을 보내려면 쌀 구매 및 선박 계약 등이 이번주 중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통일부측의 설명이다. 통일부측은 1차로 지원될 쌀 분량과 선박 계약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달 중 쌀 5000t 정도가 북측으로 보내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측은 합의서가 체결된 지난 경협위에서 기조발언 등을 통해 “2·13합의 초기조치 이행 여부에 따라 제공시기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북측에 수차례 통보한 바 있다. 따라서 초기조치가 이행되지 않아도 5월 말 통일부가 쌀 차관을 제공한다면 스스로 ‘구두 계약’을 위반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미경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피보다 더 진한 가족의 정 나눠요”

    후원자 400명과 결연대상자 400명이 참가해 1대1로 결연증서를 교환하는 ‘서초 한가족 맺기 만남의 날’ 행사가 23일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린다. 22일 서초구에 따르면 한가족맺기 행사는 저소득층을 위한 말벗 도우미부터 청소와 학습도우미, 법률상담, 생일상 차려주기, 주치의 활동까지 복지대상자가 필요로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정해 1대1로 맞춤 후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의 후원이 일회성이고 대부분 현금지원에 치우쳐 있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시작했다. 김덕룡·이해훈 국회의원, 박재갑 전 국립암센터 원장, 가수 김세환·김창완, 탤런트 남일우·김용림부부, 코미디언 남보원, 고승덕 변호사 등 각계 인사와 기관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불과 5개월도 되지 않아 3억원 상당의 쌀, 생필품 등 현물과 현금지원은 물론 빨래·설거지, 말벗 도우미, 장애인 활동보조 등 1만 7000회가 넘는 생활도우미 활동이 진행됐다. 23일 행사에서는 최근 개발한 ‘저소득 맞춤형 생활지원설계사’ 전산시스템의 시연회도 갖는다. 박성중 구청장은 “어려운 이웃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파악한 뒤 이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금전적 지원이 아니더라도 퇴근 후 짬을 내 어려운 이웃을 돕는 후원가정이 많은 아름다운 서초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20) 심하전역과 인조반정 Ⅱ

    [병자호란 다시 읽기] (20) 심하전역과 인조반정 Ⅱ

    후금을 치는데 동참하라는 명의 요구가 날아들었을 무렵, 광해군은 정치적으로 고비를 맞고 있었다. 외교적 감각이 탁월했던 광해군이지만, 내정(內政)에서는 적지 않은 난맥상을 드러냈다.‘어머니를 폐하고 동생을 죽인(廢母殺弟) 패륜아’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것이 대표적이다. ‘폐모’는 ‘살제’로부터 시작되었다. 양자 모두 ‘왕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광해군의 노심초사와 강박관념에서 비롯되었다. 1613년(광해군 5) 계축옥사(癸丑獄事)가 일어나 논란 끝에 이복 동생인 영창대군(永昌大君)이 살해되었다. 영창대군의 생모 인목대비(仁穆大妃)는 광해군에게 극단적인 원한을 품게 되었고, 이이첨(李爾瞻) 등 광해군의 측근들은 인목대비마저 폐위시켜 후환을 없애자고 부추겼다. 하지만 모후(母后)를 폐위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었다.‘폐모 논의’를 둘러싼 내우(內憂)가 한창일 때, 후금 정벌에 동참하라는 명의 요구는 외환(外患) 그 자체였다. ●대동법 시행·창덕궁 수리 등 국가재건 앞서 광해군이 이룩한 치적(治績) 가운데는 볼 만한 것이 적지 않다. 그는 자기 시대의 역사적 과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안으로 임진왜란이 남긴 상처를 극복하고, 밖으로 명청교체(明淸交替)가 몰고 올 파장에 대비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광해군은, 그 같은 과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정치판이 안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위 직후 광해군은 당파(黨派) 사이의 대립을 조정하는데 힘썼다. 비록 이이첨, 정인홍(鄭仁弘), 유희분(柳希奮) 등 북인(北人)들이 자신의 즉위 과정에서 일등공신이었지만 광해군은 그들만을 편애하지 않았다. 이원익(李元翼), 이항복, 이덕형 등 선조 이래의 중신들을 우대하여 그들의 경륜을 활용하려 했다. 이원익은 1608년 경기도에서 대동법(大同法)을 실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왕실이나 관청에서 필요한 공물(貢物)을 백성들에게서 현물 대신 쌀로 받아들이는 조처였다. 자기 고장에서 나지 않는 공물을 현물로 납입하라고 강요할 경우, 필연적으로 청부업자들이 중간에서 설치게 된다. 백성들은 결국 방납인(防納人)으로 불리는 청부업자에게 비싼 값을 치르고 물품을 구입하여 관청에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 백성들의 경제적 부담은 치솟고, 방납인들만 떼돈을 벌게 되어 있는 구조였다. 자연히 방납인 중에는 상인뿐 아니라 사대부와 왕실의 인척 등 온갖 모리배들이 섞여 있었다. 쌀은 백성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청부업자들이 농간을 부리기가 쉽지 않았다. 대동법의 실시는 경기도 백성들에게는 ‘복음’이었지만 방납인들에게는 기득권을 흔드는 ‘비보(悲報)’였다. 방납인들의 반발과 아우성을 일축하고 대동법을 밀어붙인 것만으로도 광해군은 ‘현군’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광해군은 왜란 중에 불타버린 창덕궁을 수리하고, 종묘(宗廟)를 중건하고, 사고(史庫)를 비롯한 여러 관청 건물들을 다시 세웠다. 이 같은 외형적인 재건 작업뿐 아니라 전란으로 피폐해진 백성들의 심신을 다독이고, 무너진 사회질서를 다시 세우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허준(許浚)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반포하고 ‘동국신속삼강행실도(東國新續三綱行實圖)’와 같은 윤리 서적을 간행한 것이 대표적인 것이었다. ●폐모살제 멍에로 내정에 난맥상 광해군은 분명 임진왜란 이후 국가 재건과 외교에서 상당한 치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늘 정치적으로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첩자(妾子)이자 차자(次子)라는 이유로 왕세자 책봉이 지연되고, 부왕 선조로부터 견제받았던 ‘전력’은 즉위 이후 자신의 왕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집착으로 표출되었다. 더욱이 역모 사건은 심심치 않게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당파 사이의 갈등과 대결은 재연되었다. 특히 선조의 적자(嫡子)인 영창대군의 존재는 광해군은 물론, 광해군 즉위에 앞장섰던 이이첨 등 대북파(大北派)에는 잠재적으로 왕위를 위협하는 요소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1613년 4월, 문경새재에서 은상(銀商)을 살해한 혐의로 국문(鞫問)을 받던 서얼 박응서(朴應犀)는 ‘엄청난 내용’을 실토했다.“은상에게서 빼앗은 자금으로 역도들을 모아 대궐을 습격하여 인목대비에게 옥새를 바친 뒤 영창대군을 국왕으로 추대하려 했고, 역모의 우두머리는 인목대비의 아버지 김제남(金悌男)”이라는 것이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북파의 정적이었던 남인(南人)과 서인(西人)들은 대부분 유배되거나 조정에서 쫓겨났다. 이것이 바로 계축옥사였다. 김제남은 사약을 마시고 죽었고, 여덟 살에 불과한 영창대군도 유배된 직후 살해되었다. 광해군은 영창대군을 죽이라는 요구를 받아들이는데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를 지켜 주지 못했다. 인목대비가 광해군에게 처절한 원한을 품은 것은 당연했다. ‘광해군일기’에는 박응서를 매수하고, 영창대군을 살해하는데 이이첨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계축옥사는, 우유부단하고 심약했던 광해군이 ‘왕권 강화’에 골몰하다가 빚어진 비극이기도 했다. 이이첨 등은 이윽고 인목대비마저 ‘역모 관련자’로 몰아 처벌하려 했다. 대북파는 ‘인목대비와 광해군의 모자(母子) 관계는 끊어졌기 때문에 따로 거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논란 끝에 인목대비는 결국 서궁(西宮-오늘날 덕수궁)에 유폐되었다. 하지만 광해군에 대한 충(忠)을 강조한 대북파의 ‘폐모’ 시도는 재야 사림들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그것은 효(孝)를 무시한 ‘금수(禽獸)의 행위’라고 매도되었다.1618년 1월, 이이첨 등은 들끓는 비판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정청(庭請)이란 것을 벌였다. 조정의 모든 신료들을 동원하여 ‘국왕에게 불충한’ 인목대비를 폐위시키라고 광해군에게 요청하는 절차였다. 광해군은 ‘폐모 논의’가 인륜에 관련된 사안이라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이첨 일파를 제대로 통제하지도 못했다. 인목대비가 유폐된 상태에서 ‘폐모 논의’는 결말을 보지 못했고, 그 와중에 명의 파병 요구가 날아들었던 것이다. ●무리한 토목공사에 민심은 등 돌려 왕권 강화에 대한 광해군의 집착은 토목공사에 몰두하는 형태로도 표출되었다. 그는 1611년 창덕궁을 중건했지만 연달아 다른 궁궐들을 짓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신문로에 경덕궁(慶德宮, 뒤에 경희궁으로 개명)을 지었고, 정원군(定遠君, 광해군의 이복동생이자 仁祖의 아버지)의 사저가 있던 인왕산 부근에 ‘왕기가 서렸다.’는 말을 듣고 인경궁(仁慶宮)을 지었다. 단종과 연산군이 쫓겨났던 장소인 창덕궁을 꺼림칙하게 여겼던 광해군은 궁궐이 완성된 뒤 이 궁궐, 저 궁궐을 옮겨다니는 행태를 보였다. 그럴듯한 궁궐을 지었을 뿐만 아니라 원구단(圓丘壇)을 짓고 하늘에 교제(郊祭)까지 지내려 했다. 그것은 중국의 천자(天子)만이 할 수 있다는 제천의식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궁궐들을 짓고, 교제까지 지내려 했지만 토목공사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었다. 인경궁과 경덕궁은 경복궁이나 창덕궁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장대한 궁궐이었다. 당연히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민간에 전가되었다. 증세(增稅)에도 불구하고 재원이 부족하자 은이나 목재, 석재 등을 바치는 사람들에게 관직까지 팔았다. 부족한 재원을 긁어모으기 위해 조도사(調度使)란 직책을 지닌 관원들을 전국에 파견했다. ●삐딱한 여론… 외교발목 잡아 백성들로부터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세금 부담뿐 아니라 목재 등을 운반하는데 사역되는 백성들의 반발도 컸다. 계축옥사를 통해 쫓겨났던 남인이나 서인 출신의 신료들은 ‘말세의 조짐’이라고 비아냥거렸다.‘폐모살제’ 때문에 얻게 된 ‘패륜’의 멍에 위에 ‘민생을 망쳤다.’는 비판까지 더해졌다. 광해군이 명의 파병 요구를 거부하려 했던 데에는 궁궐 건설을 비롯한 토목공사가 방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자리잡고 있었다. 이미 토목공사 재원을 마련하는 문제로 민심이 술렁이고 있는 형편에 파병 비용까지 더해질 경우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외교와 내정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아무리 빛나고 탁월한 외교라도 내정에 발목이 잡히면 그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폐모 논의’와 토목공사 때문에 삐딱해진 여론의 시선이 광해군의 외교를 좋게 봐줄 리 없었다. 내정의 난맥상은 결국 광해군 외교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서울광장] 베세토에서 살아가기/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베세토에서 살아가기/황성기 논설위원

    요한달 사이 베이징과 도쿄를 다녀왔다. 베이징에서는 택시를 지하철 타듯, 도쿄에서는 커피를 물처럼 들이켠 기억이 새삼스럽다. 서울이라면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할 일들이다. 올림픽을 1년여 남겨둔 베이징 택시는 싸고 편했다. 베이징에 사는 친구가 바가지에 조심하라고 일러준 귀띔은 벌써 옛 정보였다. 기본요금 10위안(1210원·1위안 121원)에 주행거리도 싸서 베이징 수도공항에서 30㎞쯤 떨어진 목적지까지 고속도로 통행료 10위안을 얹어 50위안에 갈 수 있었다. 도쿄에서는 도토루라는 일본산 브랜드 커피점에서 마신 180엔(1380원·100엔 767원)짜리 아이스커피가 인상적이다. 도쿄 특파원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커피값이 똑같다. 한동안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일본이니 당연하지만, 도쿄에서 여행을 하거나 사는 사람에게는 고마운 가게가 아닐 수 없다. 도토루는 한 잔에 300엔 하던 1980년대 시절 150엔이라는 반값으로 소비자들을 파고든 가격파괴의 대명사였다. 이왕 한 걸음에 베이징과 도쿄의 서민들이 찾는 슈퍼마켓에도 들러 주부들이 장을 볼 만한 식재료 값을 알아봤다. 시금치 한단, 돼지고기 1근, 소고기 300g, 계란 10개들이, 쌀 5㎏, 우유 1ℓ들이, 수박 1통이 기준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값이 들쑥날쑥한 터라 중급 정도를 골랐다. 베이징에서는 130위안(1만 5730원), 도쿄에서는 6002엔(4만 6035원)이 들었다. 서울에선 이렇게 장을 보려면 얼마나 들까. 대형할인점인 L마트에서 골라 보니 6만 2580원이 든다. 베이징은 워낙 농축산물이 싼 도시라 그렇다 치자. 그렇지만 서울, 도쿄만을 견줘볼 때 서울이 시금치만 약간 쌌을 뿐 나머지 품목은 조금씩 더 비쌌다. 한번 장을 볼 때 서울이 베이징보다 4배, 도쿄보다는 1.3배 더 돈을 써야 한다면 이처럼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국적 기업 스타벅스에서 가장 싼 ‘오늘의 커피’는 베이징 18위안(2178원), 도쿄 280엔(2147원)인 반면 서울은 2500원이다. 원화 강세 탓에 생기는 가격차를 인정한다 쳐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커피를 베이징, 도쿄보다 300원씩 더 주고 마신다면 누구나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돈 1만원이면 4명이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싼 물가의 베이징, 갖가지 볼거리·먹을거리로 여행자의 욕구를 다양하게 충족시켜 주는 도쿄같은 매력이 과연 서울에 있는가. 동아시아 3개국 수도 중 의·식·주를 막론하고 고비용 때문에 살아가기 고단하고 등 휘게 하는 도시가 서울이 아닌가. 10만원짜리 지폐가 내후년이면 나온다지만 고액권 한장으로도 장바구니를 채우지 못할 것이 뻔하다. 질 높은 삶이란 다른 게 아니다. 소득을 늘리고 분배도 중요하지만 장바구니를 가득 채워주는 일도 국가의 주요 임무다. 소비자나 생산자, 나라가 물가에 낀 거품을 빼겠다고 달려들어야 한다. 탈출하고 싶은 고물가 도시 서울에서 하루의 피로를 달래주던 소주 값마저 4.9% 올랐다니 이래저래 화가 치민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제주 600평 논농사 전국농사 좌지우지

    제주 600평 논농사 전국농사 좌지우지

    “화산섬 제주는 벼농사의 불모지다.”“물 빠짐이 너무 좋아 벼농사를 짓기에는 부적합한 곳이 제주다.” 21일 제주시 한경읍 두모리 제주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이같은 속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마다 애지중지 600평 규모의 벼농사를 짓고 있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각종 벼 병충해를 미리 관찰하고 이를 신속하게 육지에 전파,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하는 벼농사 병충해 예찰답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쌀 풍년 농사 여부가 벼농사 불모지인 제주의 작은 논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곳은 중국에서 한반도로 저기압이 통과할 때 상승 기류와 함께 날아오는 멸구류(흰등멸구, 벼멸구 등)와 혹명나방 등을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처음 관찰된 멸구류는 3∼7일이 경과하면 육지까지 확산, 피해를 주게 된다. 벼 멸구가 관찰되면 농업기술센터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전국으로 벼멸구 발생 관찰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한다. 최근 모내기를 실시한 이곳에는 9월까지 유아등(빛으로 나방을 불러들여 잡는 기구), 공중포충망(바람에 의해 날아오는 멸구·나방을 잡는 기구), 황색수반(애멸구 포집 기구) 등 다양한 병충해 조사장비를 설치, 병충해 발생상황을 수시로 관찰하게 된다. 이곳에서 발생한 병충해 발생정보 등은 농촌진흥청 인터넷 사이트에 실시간 게재하는 한편 농업 관련 유관기관 등에 신속히 전파한다. 제주농업기술센터 이상순 소장은 “이곳은 우리나라 쌀 재배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며 “제주에는 벼농사가 거의 없지만 전국의 쌀 재배농가가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에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300여 농가가 260㏊에 벼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HAPPY KOREA] 충북 보은군 서원권역

    [HAPPY KOREA] 충북 보은군 서원권역

    랜드마크(landmark·표지물)는 특정 지역을 대표할 수 있고, 눈에 띄기 쉬운 목표물을 일컫는다. 서울의 남산타워나 여의도 63빌딩, 삼성동 무역센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랜드마크는 외지인들을 위한 요긴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랜드마크가 반드시 도시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농촌에서도 해당 지역을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광의의 랜드마크는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요소다. ■ 500만원 덧간장 화제 ‘선병국 고가’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권역에는 지난해 1ℓ에 500만원에 팔린 덧간장을 보존해 화제가 된 99칸짜리 ‘선병국 고가’(古家·중요민속자료 제134호)가 있다. 건물이 지어질 당시인 조선시대 말기까지만 해도 임금의 친형제나 왕자·공주의 경우 50칸,2품 이상은 40칸,3품 이하는 30칸, 일반 백성들은 10칸을 각각 넘는 집을 지을 수 없도록 제한을 받았다. 1칸은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을 의미한다. 예컨대 마루를 중심으로 양쪽에 방이 하나씩 놓이면 3칸이다. 선병국 고가는 99칸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는 114칸으로 지어졌다. 즉 건립 당시에는 정부 규제를 어긴 ‘불법 건축물’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근 서원계곡과 더불어 연간 7만∼8만명의 발길을 이끄는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 집 맏며느리인 김정옥(55·여)씨는 “덧간장은 새 간장을 담글 때 묵은 간장을 섞는 방식으로 350여년간 명맥을 유지해 온 것이라, 양이 많지 않다.”면서 “덧간장을 팔아 이윤을 남기겠다는 생각 보다는 뿌리 깊은 지역 문화를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선병국 고가는 16년째 고시생을 위한 공부방으로 활용되면서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곳을 거쳐간 고시생만 3000∼4000명에 이르고, 지금도 고시생 30여명이 이곳에서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다만 6·25 전쟁을 거치면서 일부 건물이 소실돼 사랑채·안채·사당채 등 지금은 70칸도 남아 있지 않다. 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건물과 담장 곳곳에 생채기와 같은 흔적을 볼 수 있다. 건물 주변에 조성된 울창한 소나무숲도 상당 부분 원형이 훼손된 상태다. 선진규(54)씨는 “현상 유지도 힘들 정도로 관리가 벅찬 것이 사실”이라면서 “마을의 공동 자산으로 인식하고 관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보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보은 ‘랜드마크’ 대추 “적어도 달걀 크기만한 대추가 나와야 과일로서 대접받을 겁니다.” 영광 굴비, 나주 배, 대구 사과 등의 이미지는 하루 아침에 쌓아올린 것이 아니다. 이같은 대표 브랜드는 곧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와 다름없다. 1611년 허균이 편찬한 ‘도문대작’은 ‘대추는 보은 지방이 제일’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보은 대추는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진상품이기도 했다. 보은은 일조량이 많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 대추 생산에 알맞은 지역이다. 이곳 대추는 귤이나 사과, 배 등 다른 과일보다 당도가 높다. 명함에 ‘대추 군수’라고 새겨넣은 이향래 보은군수는 “대추의 쓰임새가 제수용품이나 한약재 원료 등으로 제한돼 있는데다, 건조시키면 가격도 떨어진다.”면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과일 개념으로 접근, 생대추를 브랜드화하면 다른 과일보다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군수는 “‘달걀 크기의 대추’를 상품화하고, 게르마늄 성분 등이 포함된 기능성 대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같은 명성을 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재배 면적이 200㏊에 불과해 경북 경산시의 700㏊에도 훨씬 못 미친다. 생산량 측면에서도 다른 지역에 밀리고 있다. 서원권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쌀 이외에 특산품이나 별다른 소득 작목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동안 대추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었다. 대추 재배 면적도 채 1㏊가 되지 않고, 주민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한 편이다. 이에 따라 보은군은 대추 재배 면적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1000㏊ 이상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방문객들을 위해 대추나무 가로수길 등 ‘볼거리’도 조성할 방침이다. 또 올해부터는 대추 축제도 열 계획이다. 이 군수는 “대추를 막상 재배해 보면 쉽지 않다고 하지만, 상품성 있는 과일을 생산하려면 그만큼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무작정 심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경쟁력도 없다.”고 덧붙였다. 보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뿌린만큼 거둔다 농촌이 정체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소득 구조를 통해 ‘뿌린 만큼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할 수 있다.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권역은 서원리·장내리·하개리·봉비리를 포괄하는 지역으로,350여 가구 8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고령자·은퇴자 등을 제외한 경제 활동 가구의 평균 소득은 연간 1860만원 정도다. 이 중 전통적인 벼·밭농사에 종사하는 160여가구는 평균 소득이 연간 1000만원 정도다. 게다가 생산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공식품도 내세울 게 없다. 반면 ‘황토 사과’ 등으로 특화한 과수농가 14가구는 평균 4500만원,‘조랑우랑’이라는 브랜드로 판매되는 한우 등 축산 농가 20가구는 평균 6000만원의 소득을 각각 올리고 있다. 고시원·식당 등 농업 이외의 자영업에 종사하거나, 직장을 다니고 있는 비농가 31가구의 평균 소득은 2350만원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다른 변수를 무시할 수 없지만, 주민간 소득 격차는 특화 작물을 개발하거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농촌 경제 활성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친환경 생태마을로 충청도는 양반 고장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권역은 동학혁명 당시 처음으로 민중 집회가 열렸으며,‘과부도 시집 보내야 한다.’는 취지의 상소문을 올렸을 정도로 이른바 ‘깨어 있는’ 마을이다. 속리산·서원계곡과 같은 빼어난 경관자원은 물론, 우체국·보건소·쇼핑센터·문화센터 등 기본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내년에 개통되는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속리산IC가 5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향상된다. 구연견 외속리면장은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이 추진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토지 보상을 받은 주민 가운데 15가구가 이곳으로 이주를 했거나,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국립공원 지역으로 개발에 제약이 많은 만큼 귀농자, 은퇴자 등에 적합한 친환경 생태마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속리산에서 발원해 마을을 가로지르는 삼가천을 정비하는 데 58억원, 콘크리트 구조물인 용수로를 자연형 수로로 복원하는 데 3억원 등 향후 3년 동안 200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상래(53)씨는 “보은의 특산품인 대추를 활용한 주말농장과 가로수길 등도 조성할 예정”이라면서 “마을 안에 위치한 군 부대 이전 문제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보은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봄볕…꽃길… 1만여 하나되어 달렸다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봄볕…꽃길… 1만여 하나되어 달렸다

    1만여 ‘달림이’들이 환상적인 코스와 화창한 봄 날씨를 만끽하며 자연스레 하나가 됐다.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과 한강시민공원 난지·망원지구 일대에서 열린 ‘제6회 서울신문 하프마라톤’에 출전한 1만여명의 마라톤 마니아들은 코스를 완주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최고 기온이 24도로 예상보다 높지 않은 데다 시원한 강바람이 땀방울을 식혀 주었다. ●완주의 즐거움, 우승은 기쁨 두 배 개인 자격으로 5명이 참가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마라톤동호회 회원들은 하프코스와 10㎞ 부문을 석권하는 엄청난 ‘내공’을 과시했다. 남자 하프코스에서 우승한 신호철(41)씨는 “지난해 6위에 그쳐 입상을 못했는데 1등을 해서 너무 기쁘다.”면서 “진행 요원들이 잘해 줘서 편하고 즐겁게 뛰었다.”고 말했다. 풀코스(42.195㎞) 최고기록 2시간37분6초의 아마추어 최고수인 신씨는 “기록이나 완주 횟수에 연연하지 않고 평생 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자 10㎞에서는 신씨의 동료인 여흥구(31)씨가 몸풀듯 가볍게 우승했다. 여자 하프코스에서 우승한 유정미(37)씨는 충남 공주에서 올라온 마라톤 마니아다. 하프코스만 86번째 도전이라는 유씨는 “처음 우승해서 무척 기쁘다. 상품으로 받은 쌀과 서울신문 1년 구독권도 유용할 것 같다.”면서 “5㎞에 출전한 남편이 마라톤에 재미도 느끼고 살도 뺐으면 좋겠다.”며 남편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 ●결승선 프러포즈 눈길 결승선에서 깜짝 프러포즈를 한 커플도 있었다.10㎞ 부문에 출전한 박연철(29·경희의료원 레지던트)씨는 여자친구 박윤정(26·이화여대 대학원)씨가 결승점에 도착한 순간 후배들과 함께 “마라톤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해준 당신! 인생을 끝까지 함께 하고 싶습니다. 윤정아! 오빠랑 결혼하자.”란 플래카드를 펼쳐 주위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박씨가 장미꽃 100송이를 건네며 청혼하자 여자친구는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군대·동호회원끼리 ‘으으’ 회사나 동호회 등 단체 참가자들도 두드러졌다. 단체상을 받은 LG카드는 사내에 마라톤 동아리가 따로 없지만, 홍보팀 주도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LG카드 채권기획팀의 이승철(32)씨는 “동료들과 함께 뛰니까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덩달아 높아진다. 앞으로도 서울신문 마라톤대회에 계속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 권영호(42) 중령 등 장교 10명과 사병 22명도 하프코스를 여유 있게 완주했다. 권 중령은 “내가 워낙 뛰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보다는 부대원들이 함께 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자원자를 받았는데 너무 많아 32명만 추렸다. 부대원들끼리 팀워크도 다지고 좋은 날에 좋은 곳에서 뛰어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마라톤 동호회 ‘달리는 사람들’ 회원 29명도 5㎞,10㎞, 하프코스에 출전해 갈고 닦은 기량을 뽐냈다. ●다문화가정·외국인도 함께 어성태(35)씨와 러시아인 부인 올가(29), 아들 슬라바(9)도 마라톤 축제에 참가했다.10년 전 어씨가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가정을 이룬 이들은 슬라바를 응원하기 위해 월드컵공원을 찾았다. 뜀박질을 좋아하는 슬라바가 하프코스를 고집했지만 어씨가 간신히 말려 5㎞에 출전했다. 슬라바는 “우주 비행사가 꿈이에요. 비행사가 되려면 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 저녁 3㎞씩 뛰었어요.1등 상금으로 엄마랑 쇼핑하고 싶었는데 아쉬워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판교국제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코리 시클리스(32)도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시클리스는 “외국에서 혼자 생활하다 보니 너무 게을러져 좀 더 활기차게 살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다. 강변을 따라 달려 코스도 좋고 날씨도 환상적이어서 참가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활짝 웃었다. ●마라톤은 영원한 내사랑 지난해 대회의 최고령 완주자였던 최근우(84)씨는 올해도 역경(?)을 딛고 10㎞를 완주했다. 레이스 도중 넘어져 팔과 어깨에 찰과상을 입고 무릎은 피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깊게 파였다. 최씨는 “그늘이 져서 돌이 나온 걸 보지 못해 넘어졌다. 힘들었지만 완주해서 기쁘다.”며 웃었다. 키즈러닝 고학년(초등학교 4∼6학년) 부문에서 1등을 한 김규민(11·수원 태장초6)군은 매일 두 시간씩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마라톤 꿈나무’다. 김군은 “달릴 때는 힘들지만 완주하고 나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이봉주 아저씨 같은 마라토너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키즈러닝 저학년(1∼3학년) 부문에서는 장지웅(9·인천 동수초3)군이 우승했다. 장군은 “어제 발목을 삐어서 걱정했는데 우승까지 할 줄 몰랐어요. 커서 도둑 잡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임일영 이경원 한상우기자 argus@seoul.co.kr
  • [열린세상] 한우시장 지킬 수 있다/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열린세상] 한우시장 지킬 수 있다/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독자 중에는 무미일(無米日)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1969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정부는 식당에서 쌀로 만든 음식을 팔지 못하는 날을 지정하였다.‘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라고 끝나던 혼·분식의 노래가 널리 보급되던 그 시절에는 쌀이 귀했고 그 자리를 보리가 채웠다. 국민 1인당 연평균 50㎏ 이상이던 보리쌀 소비량이 지금은 1㎏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보리 재배면적은 줄고 재고는 늘었다. 최근 농가들이 보리를 이용해 한우를 키우는 데 성공하여 희망을 주고 있다. 알곡이 여물기 전에 줄기까지 통째로 벤 ‘총체보리’로 만든 ‘총체보리 사료’는 한우가 소화를 잘 시켜 면역력과 체중증가율도 높다. 아울러 육질이 좋고 높은 값에 팔려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겨울철에 논을 이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유휴 자원을 활용하여 조사료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한우의 부산물을 이용하여 유기농 쌀을 재배하면 환경 부하를 줄이는 자연순환에도 기여한다. 요즘 봄이 되면 자녀들과 함께 보리밭 구경에 나서는 분들이 많은 것까지 감안하면 농촌관광 자원으로도 활용가치가 높다. 전통적으로 한우는 농가의 식구와 같았다. 농민들이 가축시장에서 한우를 고를 때 가장 먼저 얼굴을 본다는 말도 한식구를 맞는 마음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논밭을 갈다가 대학 등록금이 급할 때 가장 든든한 금고로 변신한 한우는 ‘우골탑’(牛骨塔)이 되기도 하였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주요 용도가 일소에서 식용으로 바뀌었고 논밭갈이는 경운기가 대신했다. 시장개방과 함께 한우고기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었지만 의연히 버티고 있다. 한우는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쇠고기 패널에서 패소하여 의무 수입을 시작했고,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2001년 수입물량 제한이 없어져 관세만으로 지켜왔다. 이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미국산 쇠고기에 매겨진 40%의 관세가 15년에 걸쳐 철폐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19만가구의 한우 농가는 다양한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한우고기 시장을 지켜 왔다. 한우 아닌 국내산 쇠고기 또는 수입 쇠고기와의 차별성만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충분히 지킬 수 있다. 한우고기 경쟁력의 원천은 소비자 선택이다.2001년 쇠고기 수입자유화 이후 40%대의 관세만으로 국내외 가격차를 극복하고 사육마릿수를 증가시켜 왔다. 이는 소비자가 한우고기의 품질경쟁력이 국내외 가격차 이상이라고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1등급 이상의 한우 고급육은 시장 차별화를 통한 품질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한우시장의 살 길은 고급 쇠고기 생산비율을 높이고 다른 쇠고기와 차별화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고급육 생산은 정부의 가축 품종개량과 농가의 사육 관리가 동전의 양면처럼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총체보리 사료’와 같은 새로운 시도는 매우 중요하다. 외식 소비 비중이 날로 커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음식점에서의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확대하고 단속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지불의향이 유통 과정 및 한우 사육농가에 정당하게 배분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쇠고기 이력제’가 실시되고 ‘전자 이력서’가 쇠고기마다 부착되면 이러한 문제는 크게 개선될 것이다. 쇠고기 ‘브랜드’ 사업도 자리를 잡아서 소비자들이 믿고 구입하는 브랜드가 많이 생겼다. 광역 브랜드를 정착시켜 농가 참여를 확대하면 공동으로 품질을 관리할 수 있고, 소비자도 더욱 안심하고 쇠고기를 구입함으로써 시장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의 고소득 소비자를 상대로 한 한우고기 수출도 꿈나라 얘기는 아니다. 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 [사설] 철마는 대륙까지 달리고 싶다

    반세기 넘게 끊겼던 남북 철로가 오늘 이어진다. 한반도 허리에서 잘린 혈맥은 민족을 아프게 했고, 남한을 섬나라로 만들었다. 그동안 육로와 항공편으로 남북이 오가긴 했으나 철로 연결이 가지는 상징성에 미치지 못한다.56년만에 이뤄지는 이번 남북 철도운행은 아쉽게도 일회성이다. 그러나 뜨거운 피가 곧 영속적으로 흐를 것임을 믿는다.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은 남북 철도의 정상운영이다. 북행 열차가 경의선은 개성까지, 동해선은 금강산까지 정기운행하도록 북측을 설득해야 한다. 개성공단 소요자재와 생산물자, 그리고 금강산 관광객을 대량으로 실어나른다면 남북한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다. 이용섭 건교부 장관은 이를 위해 남북철도공동운영위원회 설치를 북측에 제안할 방침이라고 했다. 공동운영위를 통해 북측의 노후한 철도시설을 보수한 뒤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하는 대역사를 구체화할 수 있다고 본다. 한반도 철도를 러시아·중국과 연결하기에 앞서 조건이 있다. 북핵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어야 한다. 철도 운행이 시작되면 막대한 현금이 북측에 들어간다.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를 비롯, 미국측 인사들은 남북관계와 6자회담이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평양당국이 핵개발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물론 한국으로서도 대륙과의 철도연결을 적극 추진하기 어렵다. 북한 외무성은 그제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을 옮기는 작업이 진행중이며, 자금송금이 실현되면 2·13 북핵 합의를 이행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북측의 진정성을 믿고 쌀과 경공업 원자재 지원을 위한 남북경협기금 집행을 의결했다. 경협을 넘어, 평화체제가 조기에 구축되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도록 철마는 대륙까지 달려야 한다. 김정일 정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사회단체 보조금은 ‘눈먼 돈’

    한국자유총연맹 서울 송파구지부가 송파구청으로부터 지원받은 사회단체 보조금 일부를 사업비가 아닌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15일 서울신문이 자유총연맹 송파지부가 해당 구청에 제출한 ‘보조금 정산용 영수증’을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개인 용도로 사용한 영수증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보조금 정산용 영수증’ 단독 입수 이 단체가 제출한 2005년 보조금 정산용 영수증에는 쌀과 식대 등을 비롯해 화장품, 햄버거, 피자, 부르마블, 고교 수학참고서, 생리대와 음료수, 영어듣기교재, 고시문제집 등이 첨부돼 있었다. 특히 식대 영수증 310만원이 첨부돼 있어 2005년 지원금(3500만원)의 10% 가까이를 차지했다. 또 특정 농특산물 직판장에서 같은 날 9만원짜리 쌀을 구매한 영수증도 23장(207만원)이나 됐다. 당시 자유총연맹 송파구지부는 나라사랑 국기달기 캠페인, 고교생 통일준비 시민교육,6·25전쟁 음식재현 무료시식회, 꽃길 가꾸기, 고교생 안보강연회, 청소년 안보현장 견학, 국립현충원 참배와 정화활동, 지도위원회 지원, 사무국 운영 등을 명목으로 구청으로부터 3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송파구지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올 2월까지 일했던 신모 사무국장에게 돌렸다. 박정흠 송파구지부장은 “지난해 10월 지부장에 취임하고 나서 보니 회계 처리에 문제가 많았다.”면서 “사무국장이 당시 ‘환경정화나 봉사활동 경비 처리를 하면서 차비나 식대 등으로 쓴 돈에 대한 영수증을 일일이 맞출 수가 없으니까 그렇게 했다.’는 얘길 들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는 “영수증 가운데 햄버거나 피자 등은 봉사자들에게 간식으로 사준 것일 것이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며칠 전에도 아침 일찍 40여명이 거리 청소를 했는데 청소를 끝내고 간식이라도 대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신씨는 사무국장을 그만둔 직후 이민을 떠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송파구 “자유총연맹 보조금 지급 중단할 것” 송파구청이 이 단체에 대한 허술한 감시로 인해 문제가 불거진 만큼 향후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사회단체로부터 보조금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구청이 주민위원회를 구성해 지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자유총연맹의 경우 오랜 역사를 지닌 단체여서 정밀한 사전심사나 영수증 실사 등을 하지 않고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것이 구청측의 설명이다. 자유총연맹 송파구지부는 관변단체에 정액을 지원하는 제도가 2004년 폐지됐지만 정액 지원을 계속 받았다.2004년에는 2003년도의 3115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늘어난 4165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2006년도 보조금은 2005년도보다 100만원 줄어든 3400만원이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향후 자유총연맹 송파지부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예정이며 신 사무국장에 대해서는 횡령죄로 경찰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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