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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까지 일반식품 20% HACCP 적용

    오는 2014년까지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인 HACCP 적용을 받는 일반식품 비율이 기존 5.2%에서 20%까지 크게 확대된다. 식품사범 처벌강화를 위해 범죄수익 환수 조치도 추진된다. 정부는 16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2차 식품안전관리기본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2009년 수립된 1차 계획은 올 연말 종료되며, 후속인 새 계획은 향후 3년간 식품안전기본법에 따라 범정부 차원의 식품안전관리 계획으로 운용된다. 2차 계획은 식품산업 규모 확대에 따라 빈번해진 식품 안전사고와 식품안전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2014년까지 HACCP 적용 일반 식품 비율을 20%까지 확대하는 한편 축산물에 대한 HACCP 적용률도 현재 75%에서 85%까지 높인다. HACCP 적용을 받기 어려운 영세업체의 식품에 대해서는 우수위생관리기준(GHP) 적용을 의무화한다. 또 원산지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식품 DNA검사를 확대한다. 지금은 쌀과 쇠고기 등 농산물 2종, 갈치 등 해산물 2종에만 이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위해식품을 계산대에서 자동으로 걸러낼 수 있는 위해식품 자동차단시스템 적용 확대와 식품사범 처벌 강화를 위한 범죄수익 환수 조치 등도 추진된다. 어린이 식품안전을 위해 어린이 식생활 안전지수도 조사·공표하기로 했다. 현재는 초·중·고 인근 200m 내에서 콜라·햄버거·피자 등 고열량 저영양 식품을 판매하지 않을 경우 지정되는 식품안전 우수판매업소 대상에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새로 포함되도록 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아산복지재단 독거노인 성금 10억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16일 서울 마포구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에서 독거노인에게 필요한 쌀과 김치, 연탄 등 월동필수품과 주거환경개선, 치료비 지원을 위한 후원금 10억원을 전달했다.
  • 해수욕장 뒤짚어 놓은 임자 없는 옷 한벌

    해수욕장 뒤짚어 놓은 임자 없는 옷 한벌

     말복을 앞둔 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많은 사람이 더위를 피해 물가로 모여들고 있으며 갑자기 모여든 인파 때문에 물가에서는 갖가지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인천(仁川) 송도(松島)에 마련된 여름경찰서를 찾아 바다와 피서 인파가 빚어낸 각종 신고와 얘깃거리를 모아 보면-. 제1화=배표 사러 노숙(露宿)하다 감기 걸려 바캉스 망친 4아가씨  A=정말 찌는 듯이 더운 날씨입니다.  D=어쨌든 예년에 없던 더위예요. 하인천(下仁川)에 있는 연안부두여객 터미널에 잠깐 들러봤는데 섬으로 가려는 피서객이 어찌나 많은지?  B=배표를 못 사서 노숙(露宿)까지 한다면서요?  C=옛날에 쌀배급 탈 때 하던 식이군요.  D=김(金)모양 최(崔)모양 등 어느 직장에 근무하는 아가씨들 4명이 덕적도로 가기 위해 내려 왔는데 배표를 못 샀어요. 여관에 가서 자고 아침에 나오면 그동안에 배표가 다 팔려 버릴까봐 4명이 모두 그 자리에서 밤을 새우고 다음 날 아침에 배표를 사기는 샀는데, 뜬눈으로 밤을 새운 데다 바닷바람에 그만 감기가 들어버렸다는군요. 4명이 일제히 콜록콜록 하면서 기진맥진, 결국 배표를 다시 무르고 서울로 되돌아갔나봐요. 제2화=숲속에서 잠자다가 익사자로 몰린 취객(醉客)  B=다음은 송도(松島)해수욕장 얘기나 해볼까요. 이곳 유원지의 총면적은 11만4천평이고 그 중 수영장의 넓이는 2만1천평이에요. 그 넓은 터에 모여드는 피서객은 보통 2만여명쯤 되지요.  E=올해는 훨씬 더 많았어요. 아마 매일 3만명씩은 들어왔을 거예요.  B=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모여들다 보면 정작 익사자가 생겨도 그 당장은 확인할 길이 없어요. 저녁 8시 수영금지 시간이 되고, 탈의장에 맡긴 옷이 남아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봐야만 알 수가 있단 말입니다.  지난 달 29일이었을 거예요. 탈의장 검사 결과 임자 없는 옷 한벌이 발견됐어요.  주민등록증을 보니 서울에 사는 30살의 박(朴)모라는 청년이더군요. 올해 들어 처음 생긴 사고라 우리 여름경찰관 20명은 전원 긴장해서 익사체 찾기 작업을 벌였지요.  E=해수욕장 자체 구조원 15명도 합세해서 대대적인 작업을 벌였답니다.  B=하여튼 해수욕장 밑바닥을 싹 훑었어요. 그런데 걸리느니 그저 깡통이나 걸레조각 뿐이지 영 사람의 시체가 나타나지를 않더군요, 송도해수욕장 주인을 불러서 물을 모두 빼달라고 지시했지요.  A=물을 한번 뺐다가 다시 새 물을 넣으려면 경비가 50만원 가량 든대요.  B=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죽은 사람의 시체는 찾아놓고 봐야 할 게 아닙니까. 그 때가 아마 밤 11시쯤 됐을 거예요. 주인도 할 수 없이 물을 빼려고 하는데, 어두운 숲 속에서 어떤 사람이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오지 않겠어요? 누구냐고 물었더니 서울에서 놀러온 박(朴) 아무개라고 하더군요.  E=술을 마시고 숲속에서 한잠 자다가 오는 것이라나.  B=반갑기도 하지만 어찌나 약이 오르는지,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어요.  제3화=고교생 혼성 캠핑 단속한 경찰관에 바락바락 대든 남학생  A=8월1일부터 남녀 혼성 캠프를 철저히 단속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그런 일이 별로 없읍(습)니다만 7월까지만 해도 사실 눈꼴사나운 일들이 종종 있었어요.  E=나이든 어른들보다 20대 젊은층에 그런 일은 더 많을 것 같더군요.  A=그게 아마 지난 달 20일 전후였을 거예요. 조그마한 텐트에 남녀 고등학생 8명이 함께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모두 이리로 데려 왔지요.  B=고등학교 2학년생들이라는 데 여학생들은 모두 어린애들 같더군요.  A=신원을 알아보니 인천(仁川) 시내 모 고등학교와 모 여자고교 학생들임이 분명하더군요.  어째서 남학생과 여학생이 같은 텐트에서 자려고 했느냐고 물었더니, 글쎄「그런 걸 뭣 때문에 묻느냐」「우리가 무슨 죄가 있다고 끌어 왔느냐」면서 바락바락 대들지 않겠어요.  B=법대로 처리하자면 모조리 경범죄 대상이니까 충분히 구류 처분까지 시킬 수 있지요.  A=그러나 역시 학생이라 그럴 수도 없고 할 수없이 학교에 연락해서 훈육담담 선생님을 나오게 했지요. 경찰로서는 처벌하지 않고 일단 학교에 넘겨 줄테니 학교측 재량으로 처리하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이튿날 그 학생의 부모가 떼를 지어서 이리로 왔어요.  B=뭘 따질 게 있어서 저렇게 몰려 나오나 하고 저는 은근히 떨었어요.  A=그런데 그 학부모들 정말 고맙더군요. 자기 자식들이 탈선하기 일보 직전에 구출해 줘서 고맙다는 거예요.  제4화=5시간 보호한 미아(迷兒) 찾아온 어머니가 어린애 볼기를 “철썩”  C=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으레 보호자를 잃어버리는 미아가 생겨서 말썽을 부리곤 하지요.  D=이곳에서도 보통 하루에 20명꼴로 미아가 생긴답니다. 물론 나중에는 부모들이 모두 찾아갔읍(습)니다만-.  C=2,3일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서울 말을 쓰는 다섯살짜리가 엉엉 울고 있기에 마아보호소에 데려다 두고 곧 방송을 했지요.  꼬마의 이름은 물론 생긴 모습, 수영복 빛깔까지 몇번 되풀이 방송하면서 찾아가라고 했단 말입니다. 방송을 10분에 한번씩 하니까 아마 수십번을 했을 거예요.  점심때 데려 왔는데 6시가 넘어서야 겨우 어떤 아주머니가 나타나더니「너 왜 여기 와 있니」하면서 큰 소리로 야단치지 않겠어요. 5시간이 넘도록 부모를 찾았다고 야단치지 말랬더니 막무가내 였어요. 우리더러 고맙다는 인사는 고사하고 꼬마의 엉덩이만 철썩철썩 때리면서 끌고가는데 정말 보기 민망하더군요.  <정리 이의재(李義宰)·이용희(李容熙) 기자> [선데이서울 73년 8월12일 제6권 32호 통권 제252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씨줄날줄] 신(新) 라면전쟁/곽태헌 논설위원

    현대식 라면은 일본에서 처음 개발됐다. 신용조합 이사였던 안도 모모호쿠가 1956년 술집에서 생선튀김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2년 뒤 닛신식품에서 라면이 처음 나왔다. 당시의 라면은 면에 양념이 가미돼 쉽게 변질되는 단점이 있었다. 묘조식품은 세계 최초로 분말 형태의 수프를 갖춘 라면을 개발했다. 삼양식품은 묘조식품과 제휴해 1963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라면을 선보였다. ‘귀한’ 쌀밥이 최고로 인식되던 시절 라면은 인기가 있을 리 없었다. 삼양식품은 라면 판촉을 위해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지만 반응은 별로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밀가루를 원조해 주면서 쌀이 부족했던 정부가 밀가루 소비를 권장하자 라면도 서서히 인기를 끌게 됐다. 국물에 친숙했던 소비자의 입맛도 라면이 인기를 얻게 된 요인이었다. 후발주자였던 농심은 안성탕면과 짜파게티, 신(辛)라면 등 히트작을 잇따라 내놓으며 1986년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뒤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1989년 검찰이 무리하게 발표한 우지(牛脂) 파동까지 겹쳐 한때 벼랑 끝 위기로 몰리기도 했다. 1997년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우지 파동에 따른 상처는 너무나 깊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라면은 34억개가 넘는다. 세계 6위의 라면시장이다. 금액으로는 1조 9000억원 정도. 1인당 소비량은 70개로 세계 1위다. 농심의 점유율은 70% 안팎으로 절대적이었다.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가 나머지를 놓고 싸우는 상황이다. 신라면의 점유율만 20%가 넘을 정도다. 농심이 장악한 라면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8월 출시한 꼬꼬면이 새바람을 몰고 왔다. 8월에는 900만개가 팔렸고 지난달에는 1750만개나 팔려 나갔다. 없어서 못팔 정도라고 한다. 빨간 국물 일색이던 라면시장에 흰색 국물 라면의 반란이다. 꼬꼬면보다 1주일 먼저 나온, 역시 흰색 국물인 삼양식품의 나가사끼짬뽕의 인기도 상한가다. 여기에 오뚜기까지 흰색 국물에 칼칼한 맛을 내는 기스면을 그제 내놓았다. 흰색 국물 라면의 인기로 시장점유율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9월 국내 라면시장에서 농심의 점유율은 65% 정도로 소폭이지만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흰색 국물 라면의 인기는 안주하면 뒤처지게 되고, 고정관념은 깨뜨려야 한다는 평범한 교훈을 확인시키는 사례로 꼽힐 만하다. 라면시장이든 다른 제품이든 경쟁이 치열할수록 소비자는 즐겁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전북 무상급식 내년 중학생까지

    전북도가 내년부터 무상급식을 중학생까지 전면 확대하고 모든 영유아와 아동들이 무상으로 접종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를 펼친다. 도는 최근 도내 14개 시·군, 도교육청 등과 ‘초·중교 무상급식과 영유아·아동 무상 접종’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도내 중학생으로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이 확대된다. 또 도시 지역 고등학교는 학부모 소득과 관계없이 급식비 50%를 지원하는 반값 급식을 시작한다. 쌀과 부식 등 급식 재료는 모두 전북산 친환경 농산물로 공급된다. 배추, 무 등 일부 농산물은 친환경 인증품 생산량이 적어 내년 하반기부터 제공된다. 1051억원 규모의 급식재원은 도와 시·군이 각각 25%씩, 50%는 도교육청이 부담한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전남 내년 F1 운영비 150억

    전남도는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운영비 150억원 등을 포함한 5조 3503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10일 도의회에 제출했다. 올해보다 2.2%(1159억원) 늘었다. 일반회계는 1477억원이 늘어난 4조 6590억원, 특별회계는 318억원이 감소한 6913억원이다. 전남도는 내년도 예산 편성의 기본 방향을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살리기, 서민생활 안정 대책으로 정하고 여기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분야별 투자 규모는 ▲친환경농업 육성 및 농림해양수산 분야 1조 1065억원 ▲도민 복지 증진 분야 1조 839억원 ▲일반 공공행정 분야 8005억원 ▲사회간접자본 확충 분야 7968억원 ▲보건환경 분야 4345억원 ▲관광문화체육예술 분야 3209억원 ▲미래산업육성 분야 1159억원 등이다. 주요 사업으로는 F1대회조직위원회 출연금 150억원,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 168억원, 성장촉진지역개발사업 544억원, 쌀문화테마공원 조성 247억원, 논소득기반 다양화사업 250억원, 숲 가꾸기 사업 516억원, 농어업 에너지 이용 효율화사업 152억원 등이다. 특히 도내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1년 앞당겨 시행하기 위한 소요 예산 190억원도 반영됐다. 배용태 전남도 행정부지사는 “경상경비 예산 절감 차원에서 업무 추진비를 전년 대비 10% 삭감했다.”며 “지역 현안 사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 중앙부처 등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무안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충청 “8000억원대 유기농 시장 잡아라”

    충청 “8000억원대 유기농 시장 잡아라”

    충북 충주시 신니면에 위치한 장안농장(대표 류근모). 220여명이 일하는 이곳은 국내 상추와 쌈채소의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이름이 농장이지 중견기업에 가깝다. 전국의 120여개 협력농장이 함께 생산하고, 직접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 회원이 1만여명에 달한다. 연간 매출액은 100억원. 상추와 쌈을 팔아 이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은 쌀 1000억원, 육류 5000억원 매출에 비견될 정도로 엄청난 일이다. 이처럼 장안농장이 초일류 농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1998년부터 일찌감치 농약과 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 유기농을 시작했기 때문. 시장조사와 치밀한 분석을 통해 건강한 먹거리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류 대표의 판단이 적중한 것이다. 류 대표는 “유기농 식탁을 구현하는 게 장안농장의 목표”라면서 “앞으로 유기농을 하지 않고는 농사를 지어 먹고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기농 식품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해마다 10~20% 성장하면서 올해 거래규모가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세가 이어져 2020년 거래규모는 전체 농식품 거래액의 8%에 해당되는 1조 8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소수의 농민이 실천하던 유기농이 농업을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처럼 농업환경이 급변하면서 지자체들이 유기농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충북도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국비 1900억원, 지방비 1000억원, 민간자본 5100억원 등 총 8100억원을 들어 유기농산물 생산과 가공 유통, 체험관광이 어우러진 유기농특구와 유기농특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도는 이를 통해 제천시는 유기농 한약 생산단지로, 보은군은 유기농 과일 생산단지로, 진천군과 충주시는 유기농 쌀 생산단지로, 괴산군은 유기농 푸드밸리로 발전시키는 등 지역별로 특화된 유기농 단지를 조성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충남도는 앞으로 4년간 유기농채소 전문단지 조성 등 친환경고품질 농업분야에 1조 2036억원을 투입키로 했고, 경북도는 유기농산물 생산인증 면적을 2015년까지 현재의 6배인 3만 3000㏊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2014년 9월에 30일간 진행될 예정인 세계유기농엑스포 유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계유기농업학회가 한국 개최를 결정한 이 행사를 유치하게 될 지자체는 개최지가 대표적인 웰빙선도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 지역에서 생산된 유기농산물의 인지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경기, 충남, 대구, 충북 등 4개 지자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낙현 충북도 친환경농업팀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유기농식품 시장을 선점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지자체들이 엑스포 유치에 적극 나서는 것”이라면서 “유기농은 농업인 소득창출, 환경보호, 소비자안전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물만 먹어도 살 찐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별로 먹는 것도 없는데 자꾸 살이 찐다고 스스로 믿는 경우일 텐데, 사실은 그런 사람들이 물만 먹는 건 절대 아닙니다.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란 없지요. 잘 살펴보면 살이 찌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다 있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되지요. 인정을 하든 그러지 않든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거나, 많이 먹지는 않지만 몸 속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우리가 섭취한 지방은 유리지방산으로 바뀌어 혈액을 타고 몸 곳곳을 떠돌아다닙니다. 운동할 때 가장 먼저 사용되는 이 유리지방산이 연소되어 활동에너지를 만들게 됩니다. 문제는 이게 다 소모되지 못하고 중성지방으로 바뀌어 세포 속에 들어앉는 경우입니다. 지금, 당신의 출렁이는 뱃살을 한움큼 쥐어 보세요. 부드럽게 잡히는 살이 대부분 중성지방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반갑잖은 중성지방이 세포에 터를 잡을까요. 간단합니다. 인체는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잉여 지방을 끌어다 저장하려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많이 쌓아 문제가 되는 거지요. 이처럼 지방이 쌓이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포도당입니다. 중성지방은 유리지방산에서만 생성되는 게 아니고, 글리세롤이라는 물질에서도 생성되는데, 이 물질의 원료가 포도당이지요. 포도당은 우리의 주식인 쌀·밀가루 등 곡물류로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2차 산물입니다. 그렇다고 보면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말은 안 해야 합니다. 그럴 리가 없으니까요. 요새 회자되는 “살 안 찌려면 밥 적게 먹으라.”는 말도 이런 점에서 근거가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밥을 안 먹는다면 인체는 뭔가 대체식품을 찾아 부족한 열량을 충당하려고 합니다. 안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또 살아남으려면 당연히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까. 안 먹기보다 알맞게 먹으면서 운동이든 일이든 에너지를 태울 활동을 하면 됩니다. 그것이 살 안 찌거나, 찐 살을 빼는 유일한 길입니다. 다른 왕도는 없습니다. jeshim@seoul.co.kr
  • 내년 전남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내년부터 전남지역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친환경 무상급식이 이뤄진다. 무상급식이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까지 전면 확대된 것은 16개 시·도 가운데 전남이 처음이다. 전남도는 2013년부터 실시하기로 했던 도내 동지역의 초·중학교에 대한 무상급식을 1년 앞당겨 내년부터 전격 시행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그동안 농어촌지역 초·중학교를 대상으로만 이뤄져 왔으며 도시지역 학생들은 무상 혜택을 받지 못했다. 무상급식의 재원은 도비 25%, 시·군비 25%, 도교육청 50%로 각각 부담하기로 했다. 전남도가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키로 한 것은 ‘학생의 건강이 곧 신성장동력’이므로 학생들이 좋은 품성을 갖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함으로써 지역의 성장을 견인할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서다.또 전국 무농약 친환경농산물 인증 면적의 51%를 차지하며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부상한 전남의 친환경 농산물이 경쟁력을 갖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도 보탬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남은 2007년부터 전국 최초로 도내 보육시설과 유치원, 초·중·고 전체에 대해 학교급식 친환경농산물 공급을 하고 있다. 현재 전남의 친환경 쌀은 서울·경기지역 학교급식 대상 1305개교의 30%인 389개교에 공급되고 있으며 644교에는 399억원어치의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전남도의 이번 조치로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 현재 학교와 학생은 농어촌 625개교 8만 2000명에서 내년에는 도시지역을 포함해 774개교 18만 8000명으로 늘어난다.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예산도 올해 433억원에서 984억원으로 급증한다. 도비와 시·군비는 108억원에서 246억원으로, 교육청 예산은 216억원에서 492억원으로 증가한다. 도의회는 최근 임시회에서 초·중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추가 예산이 많이 필요하지만 무상급식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인 만큼 예산을 확보해 학부모들의 부담이 줄어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무안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올 최고 생막걸리 ‘참동이 허브잎술’

    올 최고 생막걸리 ‘참동이 허브잎술’

    올해 최고의 막걸리로 생막걸리 중에선 운봉주조의 ‘참동이 허브잎술’이, 살균막걸리 중에선 조선양조의 ‘솔청정 막걸리’가 뽑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 ‘2011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를 통해 8개 부문별 최고의 술을 선정한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이번 품평회는 서울신문이 주관하고 농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주최했다. 올해 최고의 술 중 당연 관심을 끈 부문은 막걸리였다. 앞으로 10월 넷째 주 목요일이 ‘막걸리의 날’로 선포된 이후 처음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막걸리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 때문이다. 막걸리의 날은 프랑스에서 재배한 햇포도를 11월 셋째 주 목요일까지 출시하지 않도록 했다가 이날을 기점으로 일제히 내놓아 판매를 촉진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왔다. 앞으로 매년 이날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 2만여 곳에서 올해 수확한 쌀로 빚은 막걸리가 첫선을 보이게 된다. 한편 약주 부문에선 배상면주가의 ‘민들레대포’, 과실주 부문에선 무주칠연양조의 ‘붉은 진주’, 증류식소주 부문에선 대산영농조합법인의 ‘고소리술’, 일반증류주 부문에선 두레양조의 ‘두레앙’, 리큐어 부문에선 전주이강주의 ‘전주이강주’, 기타주류 부문에선 제주와이너리의 ‘제주감귤주’가 각각 최고의 술로 뽑혔다. 이번 품평회는 16개 시·도 예심을 통과한 115개 제품을 대상으로 농식품부가 위촉한 술 전문가 및 소믈리에 등 35명의 심사를 통해 이뤄졌다. 지난해까지 심사용 술 시료를 출품업체에서 제출받아 심사했으나 올해부터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주최 측에서 시중 제품을 직접 구입해 심사했다. 대상에는 농식품부 장관 상장과 함께 3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이외 최우수상 등 입상 제품에 대해서는 언론 홍보와 함께 홍보 책자를 제작해 국내외 유통업체 및 바이어 등에게 적극 홍보하고 국내외 박람회·전시회 등 판촉행사 참가를 지원한다. 정부는 각종 행사에서도 수상한 주류를 사용, 명품주로 육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태국 물폭탄 글로벌 경제 영향…국제 쌀·하드디스크 가격 ‘껑충’

    지난 7월부터 시작된 태국 대홍수의 여파가 세계 경제에 ‘쓰나미급’으로 밀려오고 있다. 세계 최대의 쌀 생산국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하드디스크의 30%를 공급하고 있는 태국이 물폭탄을 맞으면서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는 글로벌 경제는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내 PC 가격 상승… 생산차질 현재 태국 정부는 연간 쌀 생산량의 25%가량에 해당하는 600만t이 유실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예상치보다 50% 이상 늘어난 것이다. 태국이 전 세계 쌀 생산량의 30%를 수출하는 세계 1위의 생산국이라는 점에서 국제 쌀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지난 7월 출범한 현 태국 정부가 시장 가격보다 약 50% 높은 가격 수준으로 곡물을 매입하기로 결정해 국제 쌀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번 홍수가 라오스,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다른 주요 쌀 생산국에도 피해를 줬다는 점과 미국의 쌀 수출 규모가 텍사스 등 남부 지역 가뭄으로 14%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하면 쌀 가격 상승은 최소한 수개월 더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쌀뿐만이 아니다. 태국은 세계 2위의 설탕 수출국이라 글로벌 영향이 불가피하다. 설탕 선물가격은 7, 8월과 비교하면 많이 안정됐지만 지난 5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30~40% 높은 수준이다. 쌀과 설탕 가격 상승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의 식품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안심할 수 없다. 당장 피해를 입고 있는 국내 산업은 전자 부문이다. 전 세계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의 30%를 공급하는 태국 공장들이 물에 잠기면서 최근 세계 시장에서 하드디스크 가격이 최근 30% 안팎 뛰었다. 이는 결국 PC 가격 상승은 물론 생산 자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사장은 지난 28일 “태국 홍수로 하드디스크 공급이 안 되면 PC 생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내년 1분기까지 D램 수요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자동차·제당업계는 반사이익 또 스마트폰 부품 공장 역시 태국에 상당수 몰려 있어 문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는 PC용 HDD를 중심으로 태국 홍수에 따른 부품 공급 부족 현상이 내년 4분기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번 홍수로 국내 자동차, 제당 업계는 남몰래 웃을 수 있는 상황이다. 태국에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공장이 다수 몰려 있기 때문이다. 또 CJ제일제당의 경우에도 경쟁사인 일본 아지노모토의 태국 공장이 물에 잠겨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일 기회를 잡았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침수모면’ 방콕, 전염병·생필품과 전쟁

    태국 홍수가 최대 고비로 여겨져온 지난 주말의 만조를 넘기면서 방콕 도심 침수 위기는 모면했다. 하지만 외곽의 침수 사태는 지속되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31일 “만조가 지나면서 방콕의 배수 시스템을 통한 물 빼기 작업에 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추가적인 물 유입이 없다면 배수로 인해 방콕이 침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아유타야주의 수위가 안정 상태를 보여 향후 1~2주 안에 수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침수 위기를 모면하면서 안정은 되찾아 가고 있지만 장기간 홍수 피해로 인한 생필품 부족과 전염병 확산 등이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아직 대규모 전염병 징후는 발견되고 있지 않지만 창궐 위험이 크다고 보고 위생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잉락 총리에게는 무엇보다 성난 민심을 달래는 일이 시급한 과제다. 방콕 외곽 주민들은 방콕을 보호하기 위해 농민과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외곽 지역으로 물길을 돌려 피해를 키웠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방콕 외곽과 북부 지역 일부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총기로 공무원 등을 위협하며 홍수 방지벽에서 물러나게 한 뒤 둑을 고의로 무너뜨리는 사건도 수차례 발생하는 등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지난 7월 조기 총선에서 농민과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태국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오른 잉락 총리가 이번 사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태국 정국은 또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번 대홍수로 인해 전국 77개주 가운데 28개주가 침수피해를 입어 381명이 숨지고 2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특히 아유타야주와 빠툼타니주 등의 7개 공단에서 1만여개의 제조공장이 침수돼 문을 닫거나 조업을 중단했고 66만명이 직장을 잃었다. 농업 분야 피해도 심각하다. 침수된 쌀 경작지가 최대 250만㏊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최대 쌀 수출국인 태국의 쌀값 급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국 정부는 복구와 치수 사업에 9000억밧(32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WHO&WHAT] 장원급제지사 - 조선 최고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WHO&WHAT] 장원급제지사 - 조선 최고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비행기도 잠시 쉬어 간다.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주변 친지들까지 신경이 곤두선다. 전국의 교회와 사찰에는 하루 종일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왜 아들딸이 시험을 보는데, 그 엄마가 백일기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매년 늦가을이면 어김없이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하는 입시철이 돌아왔다. 아무리 그래서는 안 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어도 여전히 한국에서 입시는 곧 교육의 목표이자 모든 것이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학원가와 수많은 경시대회, 각종 콩쿠르가 순수하게 학문이나 재능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수십년간 교육정책의 수장이 되는 사람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시장, 도지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과연 얼마나 나아졌을까. 나아지고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 과연 나아지는 게 어떤 것이란 말인가.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도대체 언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조선시대는 좀 다르지 않았겠느냐는 기대를 안고, 자식을 위해 조선 최고의 시험 전문가를 찾아간 남산골 김씨 부인의 뒤를 따라가 봤다. 미리 밝혀 두지만 오늘은 역사의 결과물이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가 마을의 자랑이라고 했다. 김씨 부인은 그게 마냥 좋았다. 옆집 누구네 아들은 기생집에 드나든다고 하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공부에만 관심을 쏟는 아들이 대견했다. 어렸을 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만 읽는 아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벌써 스무 살이다. 책을 백날 읽어 봐야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자나 깨나 서책만 붙들고 있다. 장가를 보내려 해도 초시(初試)라도 붙은 양반과 그렇지 않은 양반은 자리부터 달라지는데 말이다. 김씨 부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은 과거를 보고 관직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 이제 한번 과장(科場)에 나서 가문의 이름을 떨쳐야 할 때가 아니냐.” 아들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학문의 목적이 어찌 개인의 출사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전 아직까지 나라의 그릇이 될 정도로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한숨이 늘어 가는 김씨 부인에게 어느 날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앞집 박씨 부인이 좋은 수가 있다며 찾아왔다. 각종 서적의 필사본을 파는 아랫마을 책방 주인이 바뀌었는데, 과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장안 제일의 전문가란다. 10대에 초시에 붙었는데, 돈 버는 일이 좋아서 관직 대신 이 길로 나섰다는 것이다. 박씨 부인이 말한다. “지난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판서댁 자제도 한사코 과거가 이르다며 만류하다가 이 사람을 만난 후 불과 반나절 만에 마음을 바꿔 과장에 나갔다니까요. 일단 한번 만나나 봐요. 상담하는 건 돈도 안 받는다던데. 그 댁 아들도 초시는 붙어야 한숨 돌릴 것 아니에요.” 그냥 만나 보기만 해도 된다는데 손해 볼 것 없는 일 아닌가. 다음 날 김씨 부인의 발걸음이 책방으로 향한 것은 당연한 일. 입구에서 ‘이생’을 찾으면 된다고 했는데···. 안내를 받고 서가 사이에 앉자 잠시 후 책장 너머로 한 남성이 나타나 돌아앉아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생 마주 뵙고 말씀을 드려야겠지만 제 처지가 밖으로 대놓고 얼굴을 드러낼 만하지 못합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나라에서 금하는 것들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어서요. 김씨 괜찮습니다. 저야 그냥 몇 가지 여쭤 보려고 찾아온 걸요. 제 아들이 올해 스물인데 책만 읽고 과장에 나가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과거를 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녀자인지라 과거의 힘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이생 유학을 하다 보면 욕심 없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요. 수신제가에 만족하는 사람도 많고요. 분명한 건 과거에 급제하면, 그것도 장원을 하면 본인과 가문의 격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요. (조선시대 전체의) 경쟁률로 따지면 744번 열린 문과시험에서 급제자는 1만 4620명 정도입니다. 많은 것 같지만 자격시험에 불과한 초시인 생원시와 진사시 합격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죠. 정기 시험인 식년시는 500여년 동안 고작 163회에 불과하고 시험마다 전국 각지에서 2000~3000명씩 몰려들어요. 그중 장원급제자는 1명. 조선 전체를 통틀어도 연간 장원급제자는 1.4명에 불과하지요. 안정적으로 관직이 보장되는 대과 합격자까지 넓힌다고 해도 회당 고작 33명뿐입니다. 김씨 (한숨을 내쉬며) 걷기도 전부터 책을 읽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최소한 33명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얘기군요. 순수하게 학문이 전부도 아니겠죠? 이생 흠. 명문세가는 대를 물리려면 문과에 급제하는 것이 필수니까, 기를 쓰고 덤벼듭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선생을 모셔 영재교육도 받으니까 진사나 생원이 차린 서당에서 수학한 선비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지요. 부인할 수 없는 건 입신양명하려면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김씨 그런데 선생께서 유명해지신 건 과거를 보는 요령을 알려 주시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요. 정말 선생께 배우면 과거에 급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가요. 이생 허허. 물론 공부도 안 한 사람을 그냥 합격시켜 주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절대’가 아니라 ‘거의’인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드리죠. 확실한 것은 요령 없는 시험은 없다는 겁니다. 사실 저와 동문수학한 사람들 중에는 시험관도 있고, 시험장을 감시하는 입문관도 있고, 답안을 고쳐 줄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씨 답안을 고쳐요?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나라님께서 지켜보는 시험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이생 그러니까 제가 먹고사는 것 아닙니까. 찾고자 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연히 위험한 길이니 비용이 들지요. 초시를 예로 들어 볼까요. 초시는 과장 사수(寫手), 거벽(巨壁), 선접꾼 이렇게 세 가지만 있으면 거의 완벽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김씨 시험을 보러 가는데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이생 요즘 어머니답지 않게 이쪽으로는 전혀 걸음도 안 하신 분이 분명하군요. 혹시 글씨가 예뻐야 모든 게 예뻐 보인다는 말 아시나요. 과장 사수는 악필들이 주로 쓰는데, 응시자를 대신해 글씨를 써주는 사람입니다. 가장 많고 가장 저렴하죠. 그 다음이 거벽인데 이건 과거 문제를 풀어 주고, 시문도 지어 주는 사람이지요.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책을 펼쳐 놓고 몰래 베끼는 게 더 나아요. 어차피 사람도 많은 데다 시험관들이 별로 감독도 안 하거든요. 선접꾼은 말 그대로 주먹을 사는 겁니다. 과장에 햇볕이 내리쬐거나 하면 시험 보는 데 방해가 되잖아요. 과장에 몇 군데 나무 그늘 같은 명당이 있는데, 공부만 하던 선비들이 뛰기는 힘드니까 선접꾼을 사서 미리 자리를 잡아 놓는 것이 유리하죠. 더 확실한 건 시험장 서리를 매수하는 건데 요새는 서체로 응시자를 알 수 없도록 서리들이 답안을 베껴서 그걸로 채점하거든요. 그때 서리가 답안을 고치면 되죠. 김씨 나라에서 금하는 일을 참 많이들 하나 보군요. 비용도 많이 들겠어요. 이생 투자 없이 얻어지는 결과물이 어디 있습니까. 진사나 생원만 돼도 호칭이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 보세요. 운이 좋아서 지방수령 자리라도 하나 받으면 집 한 채 값이 아깝겠어요. 김씨 그런 편법이나 부정행위 말고 진짜 요령도 있나요. 예를 들어 시권(試券·답안지)은 언제 내는 것이 좋다니 하는 것들요. 이생 상담받으러 오셔서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시는군요. 뭐 제 직감상 또 오실 것 같아서 몇 가지 더 말씀드리죠. 시권은 빨리 낼수록 유리합니다. 어차피 같은 문제를 푸는데, 먼저 푸는 사람이 잘한다는 인상을 줄뿐더러 채점도 하다 보면 지치거든요. 특히 사서삼경의 암기와 해석을 쓰는 생원시 같은 경우에는 일단 한번 작성하면 고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들 하잖습니까. 아. 가끔 이름을 빼먹는 사람도 있는데, 꼭 시권에 조상 이름과 자기 이름을 써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우스워 보이지만 매년 수십 명이 이것 때문에 떨어져요. 마지막으로 종이, 종이가 중요합니다. 시험지를 각자 사가야 하는데, 이왕이면 두껍고 질 좋은 종이를 사야 합니다. 시험관들 마음이라는 것이 좋은 종이를 보면 좋은 가문으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김씨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학문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 못하는 짓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걸 아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과장 근처에도 안 가려고 할 텐데요. 이생 과연 그럴까요. 아드님은 분명 이 길을 따라 과거를 보든가 아니면 이 같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를 보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될 겁니다. 낭충지추. 이런 부정과 편법이 판치는 과장에서도 탁월한 인재는 분명히 드러나게 돼 있거든요. 절 믿으세요. 제가 조선 제일의 시험 전문가로 불리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의 출세길, 장원급제(정구선·팬덤북스) -조선 양반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글항아리) -조선과거실록(지두환·동연)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백승종·푸른역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정은궐·파란미디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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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김정일, 돼지고기 가격 ‘1㎏당 3000원’이라고 하자…

    北김정일, 돼지고기 가격 ‘1㎏당 3000원’이라고 하자…

     최근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활발해져 물가가 상승하고 주민 간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31일 북한과 중국 간 무역으로 인해 일부 주민이 외화를 벌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북한 당국의 공공연한 묵인하에 개인 기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경제 불황으로 배급물자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자 중국에서 수입품이 들어오거나 군이나 기업에서 부정으로 유출된 물품이 돌고 있다.  신문이 최근 입수한 북한 검찰 당국의 내부 문서에는 개인 사업가를 격렬하게 비난하는 글들이 담겨 있다. 이 사업가는 2005년 정부 허가를 받지 않고 농장 노동자를 그만둔 뒤 금 채취장의 경영자로 변신했다. 북한 당국은 그가 중국에 거주하는 친척 등에게서 자금을 얻어 군에 상납한 뒤 금 채취장을 운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북한과 중국의 국경 지대에서는 “광물자원을 추출하는 기계를 살 수 있는 돈을 투자해 주었으면 한다.”는 광고문이 자주 목격된다.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주민 간의 빈부격차도 심해지고 있다. 일반 노동자의 월급은 평균 2000원 선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쌀 가격은 ㎏당 2000원이 넘는다. 지난 9월 8일 조선중앙TV가 방송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영상점 시찰 장면에 ‘1㎏당 3000원’이라는 돼지고기 가격표가 비쳐 주민들의 불만을 샀다는 후문이다. 주민 반응에 당황한 당국은 김 위원장이 상점 주인에게 “물품 가격이 비싸다. 더 내려야 한다.”며 질책했다는 뉴스를 한달 뒤에 내보냈다.  신문은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 체제에서 시장을 어디까지 관리할 수 있는지를 시험받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WHO&WHAT] 조선 최고의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WHO&WHAT] 조선 최고의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비행기도 잠시 쉬어 간다.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주변 친지들까지 신경이 곤두선다. 전국의 교회와 사찰에는 하루 종일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왜 아들딸이 시험을 보는데, 그 엄마가 백일기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매년 늦가을이면 어김없이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하는 입시철이 돌아왔다.  아무리 그래서는 안 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어도 여전히 한국에서 입시는 곧 교육의 목표이자 모든 것이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학원가와 수많은 경시대회, 각종 콩쿠르가 순수하게 학문이나 재능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수십년간 교육정책의 수장이 되는 사람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시장, 도지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과연 얼마나 나아졌을까. 나아지고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 과연 나아지는 게 어떤 것이란 말인가.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도대체 언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조선시대는 좀 다르지 않았겠느냐는 기대를 안고, 자식을 위해 조선 최고의 시험 전문가를 찾아간 남산골 김씨 부인의 뒤를 따라가 봤다. 미리 밝혀 두지만 오늘은 역사의 결과물이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가 마을의 자랑이라고 했다. 김씨 부인은 그게 마냥 좋았다. 옆집 누구네 아들은 기생집에 드나든다고 하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공부에만 관심을 쏟는 아들이 대견했다. 어렸을 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만 읽는 아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벌써 스무 살이다. 책을 백날 읽어 봐야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자나 깨나 서책만 붙들고 있다. 장가를 보내려 해도 초시(初試)라도 붙은 양반과 그렇지 않은 양반은 자리부터 달라지는데 말이다.  김씨 부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은 과거를 보고 관직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 이제 한번 과장(科場)에 나서 가문의 이름을 떨쳐야 할 때가 아니냐.” 아들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학문의 목적이 어찌 개인의 출사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전 아직까지 나라의 그릇이 될 정도로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한숨이 늘어 가는 김씨 부인에게 어느 날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앞집 박씨 부인이 좋은 수가 있다며 찾아왔다. 각종 서적의 필사본을 파는 아랫마을 책방 주인이 바뀌었는데, 과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장안 제일의 전문가란다. 10대에 초시에 붙었는데, 돈 버는 일이 좋아서 관직 대신 이 길로 나섰다는 것이다. 박씨 부인이 말한다. “지난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판서댁 자제도 한사코 과거가 이르다며 만류하다가 이 사람을 만난 후 불과 반나절 만에 마음을 바꿔 과장에 나갔다니까요. 일단 한번 만나나 봐요. 상담하는 건 돈도 안 받는다던데. 그 댁 아들도 초시는 붙어야 한숨 돌릴 것 아니에요.”  그냥 만나 보기만 해도 된다는데 손해 볼 것 없는 일 아닌가. 다음 날 김씨 부인의 발걸음이 책방으로 향한 것은 당연한 일. 입구에서 ‘이생’을 찾으면 된다고 했는데···. 안내를 받고 서가 사이에 앉자 잠시 후 책장 너머로 한 남성이 나타나 돌아앉아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생 마주 뵙고 말씀을 드려야겠지만 제 처지가 밖으로 대놓고 얼굴을 드러낼 만하지 못합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나라에서 금하는 것들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어서요.  김씨 괜찮습니다. 저야 그냥 몇 가지 여쭤 보려고 찾아온 걸요. 제 아들이 올해 스물인데 책만 읽고 과장에 나가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과거를 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녀자인지라 과거의 힘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이생 유학을 하다 보면 욕심 없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요. 수신제가에 만족하는 사람도 많고요. 분명한 건 과거에 급제하면, 그것도 장원을 하면 본인과 가문의 격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요. (조선시대 전체의) 경쟁률로 따지면 744번 열린 문과시험에서 급제자는 1만 4620명 정도입니다. 많은 것 같지만 자격시험에 불과한 초시인 생원시와 진사시 합격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죠. 정기 시험인 식년시는 500여년 동안 고작 163회에 불과하고 시험마다 전국 각지에서 2000~3000명씩 몰려들어요. 그중 장원급제자는 1명. 조선 전체를 통틀어도 연간 장원급제자는 1.4명에 불과하지요. 안정적으로 관직이 보장되는 대과 합격자까지 넓힌다고 해도 회당 고작 33명뿐입니다.  김씨 (한숨을 내쉬며) 걷기도 전부터 책을 읽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최소한 33명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얘기군요. 순수하게 학문이 전부도 아니겠죠?  이생 흠. 명문세가는 대를 물리려면 문과에 급제하는 것이 필수니까, 기를 쓰고 덤벼듭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선생을 모셔 영재교육도 받으니까 진사나 생원이 차린 서당에서 수학한 선비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지요. 부인할 수 없는 건 입신양명하려면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김씨 그런데 선생께서 유명해지신 건 과거를 보는 요령을 알려 주시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요. 정말 선생께 배우면 과거에 급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가요.  이생 허허. 물론 공부도 안 한 사람을 그냥 합격시켜 주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절대’가 아니라 ‘거의’인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드리죠. 확실한 것은 요령 없는 시험은 없다는 겁니다. 사실 저와 동문수학한 사람들 중에는 시험관도 있고, 시험장을 감시하는 입문관도 있고, 답안을 고쳐 줄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씨 답안을 고쳐요?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나라님께서 지켜보는 시험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이생 그러니까 제가 먹고사는 것 아닙니까. 찾고자 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연히 위험한 길이니 비용이 들지요. 초시를 예로 들어 볼까요. 초시는 과장 사수(寫手), 거벽(巨壁), 선접꾼 이렇게 세 가지만 있으면 거의 완벽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김씨 시험을 보러 가는데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이생 요즘 어머니답지 않게 이쪽으로는 전혀 걸음도 안 하신 분이 분명하군요. 혹시 글씨가 예뻐야 모든 게 예뻐 보인다는 말 아시나요. 과장 사수는 악필들이 주로 쓰는데, 응시자를 대신해 글씨를 써주는 사람입니다. 가장 많고 가장 저렴하죠. 그 다음이 거벽인데 이건 과거 문제를 풀어 주고, 시문도 지어 주는 사람이지요.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책을 펼쳐 놓고 몰래 베끼는 게 더 나아요. 어차피 사람도 많은 데다 시험관들이 별로 감독도 안 하거든요. 선접꾼은 말 그대로 주먹을 사는 겁니다. 과장에 햇볕이 내리쬐거나 하면 시험 보는 데 방해가 되잖아요. 과장에 몇 군데 나무 그늘 같은 명당이 있는데, 공부만 하던 선비들이 뛰기는 힘드니까 선접꾼을 사서 미리 자리를 잡아 놓는 것이 유리하죠. 더 확실한 건 시험장 서리를 매수하는 건데 요새는 서체로 응시자를 알 수 없도록 서리들이 답안을 베껴서 그걸로 채점하거든요. 그때 서리가 답안을 고치면 되죠.  김씨 나라에서 금하는 일을 참 많이들 하나 보군요. 비용도 많이 들겠어요.  이생 투자 없이 얻어지는 결과물이 어디 있습니까. 진사나 생원만 돼도 호칭이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 보세요. 운이 좋아서 지방수령 자리라도 하나 받으면 집 한 채 값이 아깝겠어요.  김씨 그런 편법이나 부정행위 말고 진짜 요령도 있나요. 예를 들어 시권(試券·답안지)은 언제 내는 것이 좋다니 하는 것들요.  이생 상담받으러 오셔서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시는군요. 뭐 제 직감상 또 오실 것 같아서 몇 가지 더 말씀드리죠. 시권은 빨리 낼수록 유리합니다. 어차피 같은 문제를 푸는데, 먼저 푸는 사람이 잘한다는 인상을 줄뿐더러 채점도 하다 보면 지치거든요. 특히 사서삼경의 암기와 해석을 쓰는 생원시 같은 경우에는 일단 한번 작성하면 고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들 하잖습니까. 아. 가끔 이름을 빼먹는 사람도 있는데, 꼭 시권에 조상 이름과 자기 이름을 써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우스워 보이지만 매년 수십 명이 이것 때문에 떨어져요. 마지막으로 종이, 종이가 중요합니다. 시험지를 각자 사가야 하는데, 이왕이면 두껍고 질 좋은 종이를 사야 합니다. 시험관들 마음이라는 것이 좋은 종이를 보면 좋은 가문으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김씨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학문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 못하는 짓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걸 아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과장 근처에도 안 가려고 할 텐데요.  이생 과연 그럴까요. 아드님은 분명 이 길을 따라 과거를 보든가 아니면 이 같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를 보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될 겁니다. 낭충지추. 이런 부정과 편법이 판치는 과장에서도 탁월한 인재는 분명히 드러나게 돼 있거든요. 절 믿으세요. 제가 조선 제일의 시험 전문가로 불리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의 출세길, 장원급제(정구선·팬덤북스)  -조선 양반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글항아리)  -조선과거실록(지두환·동연)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백승종·푸른역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정은궐·파란미디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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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릴수록 행복해진 ‘귀농 검사’

    덕수궁 돌담길 긴 줄을 4시간 기다려 길바닥에 차려진 분향소에 고개를 숙였다. 아내와 함께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근처 막걸리집에 들렀다. 그리곤 말했다. “검사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아내는 잠시 침묵하더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그렇게 10년 검사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2009년 7월의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진 지 두 달 뒤였다. 문학동네가 최근 펴낸 ‘검사 그만뒀습니다’는 ‘국민참여재판 1호 검사’ ‘귀농 검사’ 등으로 불리는 오원근(44) 변호사의 이야기다. 그는 “평소 흠모하던 분의 비극에 내가 몸담고 있던 조직의 ‘모욕 수사’가 한몫했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고 사표를 던진 이유를 털어놓았다. 검사를 그만둔 뒤 그는 전북 부안의 변산공동체에 들어가 3주간 농사 일을 했다. 검사를 그만둔 궁극적 이유는 “농사짓는 삶을 살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그는 변호사로 개업한 지금도 “평생 소원은 불교 수행과 완전 귀농”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매일 아침 108배로 하루를 여는 독실한 불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책이 귀농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6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던 국민참여재판에 공판검사로 참여한 이야기, 초임검사 시절 벌금 100만원을 깎아달라는 젊은 구멍가게 주인의 통사정을 “검사가 한번 뱉은 말을 바꾸면 권위가 안 선다.”는 이유로 야멸차게 거절했다가 뒤늦게 ‘정의란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러움’임을 깨닫고 두고두고 후회한 이야기, 아내와 함께 경북 문경의 정토수련원에 100일간 출가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곡물 노점상 어머니를 ‘버린’ 이야기는 코끝이 찡하다. 충북 청원에서 소작 일을 하던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능했다.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는 한겨울 눈발이 날리는 장터에서 쌀이며 콩을 팔아 ‘고시생’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공부하는 책 위로 자꾸만 쪼그리고 앉은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괴로워하던 그는 어느날 무심천 꽃다리(청남교)를 걷다가 불현듯 “그건 어머니의 팔자”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희뿌연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죽 흘러내렸다. 그날 이후 그는 어머니의 잔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들이 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되고 변호사가 된 뒤에도 그 어머니는 노점을 계속 한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고 좋아하는 일만 하려고 해서는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오 변호사는 금강경의 차제걸이(次第乞已)를 인용했다. 부처님이 제자들과 함께 걸식을 할 때 어느 집은 가고 어느 집은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발길 닿는대로 차례로 밥을 구했다는 이야기다. “내 기준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그는 “버릴수록 행복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1만 3000원.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색·향·포장으로 차별화한 ‘감성농업’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색·향·포장으로 차별화한 ‘감성농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시장 개방을 눈앞에 둔 우리 농업이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농산물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게 요구되는 가운데 차별화한 마케팅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한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디자인이 제품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맛과 품질뿐 아니라 색깔, 포장, 향기 등 다양한 디자인의 힘을 활용한 감성농업(感性農業)의 현장을 찾았다. ●누에고치 염색해 만든 성탄 트리장식 전구·시들지 않는 꽃 등 인기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보존화(保存花)는 싱싱함을 3년 넘게 유지할 수 있는 꽃이다. 연구실에 들어서자 향긋한 꽃 냄새와 알싸한 약품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생화를 약품 처리해 꽃잎의 부드러운 질감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어 ‘시들지 않는 마법의 꽃’으로 불린다. 전량 수입에만 의존했던 보존화는 1만원을 넘어 손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꽃이 아니었다. 2006년 보존 약품이 국내에서 개발되고 가격이 4000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수요도 늘고 있다. 도시농업팀 송정섭 과장은 “생화와 다른 이미지와 질감을 갖춘 상품 구성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에고치로 만든 깜찍한 장식 소품이 사양길의 양잠사업에 활력을 주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 곤충잠업연구소는 누에고치를 이용한 전구다발, 장식용 목걸이 등 7건의 디자인 의장 등록을 했다. 김종선 소장은 “누에고치 안에 염색을 방해하는 세라신이라는 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성분을 첨가해 오방색 염색법을 개발했다.”며 “제작 기술을 산업체에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농업박람회(30일까지 전남 나주)에 출품한 누에고치로 만든 성탄절 트리용 장식 전구는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디자인이 농업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컬러 농업’의 영역도 넓어졌다. 먹거리에 색을 입혀 오감을 자극한다. 녹색 쌀, 붉은 감자, 보라색 고구마등 맛과 멋을 갖춰 소비자를 군침 돌게 하는 ‘감성식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곡물 아트·전통떡 밀폐형 포장법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원동력 다양한 컬러 작물을 활용한 ‘곡물 아트’와 ‘논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영역도 생겼다. 쌀과 콩, 보리, 팥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곡물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수원 농진청 식량과학원의 작업현장. 크기와 색깔이 다양한 재료를 모자이크처럼 수놓는 손길이 분주하다. 김선영 연구원은 “지난해 G20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국기를 곡물 종자로 그려서 찬사를 받았다.”고 자랑했다. 논아트는 색깔이 서로 다른 벼를 이용해 논에 다양한 글자와 문양을 표현한 것이다. 보통 5∼6월에 시작되며 작품 감상의 최적 시기는 벼가 무르익는 가을이다. 농진청 기획조정과 김춘송 과장은 “벼가 자라 수확 때까지 지역을 알리는 효과가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포장에 고객의 시선을 자극시키는 디자인 요소를 접목한 사례도 있다. 전남 화순군의 사평기정떡 구경숙 대표는 전남농업기술원의 기술 지원으로 투박한 전통떡 포장의 문제점을 개선해 소비자들의 입맛과 눈길을 사로잡은 포장재를 개발했다. 떡과 포장상자 크기를 소형화하고 밀폐형 낱개 포장지 개발로 상온에서의 유통기간을 늘렸다. 현재 캐나다와 중국에 우리 떡을 수출하는 쾌거를 올리고 있다. 이처럼 우리 농산물을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여는 체계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그의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꿈과 감성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소비자에게 감동과 믿음, 행복을 주는 제품이야말로 우리 농업을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3m 빗물벽’ 방콕 도심 접근… 수만명 피난처서 또 피난

    이번 주말 수몰 위험이 예고된 태국 수도 방콕에서 27일 닷새간의 공휴일을 맞아 대규모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피난민이 급증하자 태국 정부는 칸차나부리, 촌부리 등 전국 8개 주에 최대 2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를 추가로 개설하기로 했다. 태국 국방부는 홍수 피해 구제를 위해 병력 5만명을 투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방콕의 모칫 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도로 일대는 방콕을 빠져나가려는 행렬로 오전부터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국내선 항공편 예약도 빗발쳤다. 피난처가 물에 잠겨 2차, 3차 피난에 나선 사람들은 물론이고, 인근 미얀마에서 온 이주노동자 수천명도 탈출 행렬에 가세했다고 AP가 보도했다. 이들은 후아힌, 푸껫, 파타야 등 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남부 해안가로 몰리고 있다. 26~27일 방콕 내 돈므앙, 방쁠랏, 사이마이, 타위와타나 등 4개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 지시를 내린 수쿰판 빠리밧 방콕 시장은 다른 지역 시민들에게도 만조가 겹치는 이번 주말 홍수 피해가 없는 곳으로 떠나 있을 것을 권고했다. 방콕 북부지역의 침수에 이어 서부지역도 논타부리, 빠툼타니 등에서 대량의 물이 유입되면서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25일 폐쇄된 돈므앙공항은 홍수 방지벽이 잇따라 붕괴돼 공항 주차장 등이 거센 물살에 휩쓸렸다. 현재 3m 높이의 ‘빗물벽’이 방콕 도심을 향해 천천히 접근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30년 평균치보다 25%나 많은 비가 내리면서 침수 피해가 더욱 커졌다. 현재 8000억 밧(약 28조 9700억원)의 투자 가치가 있는 방콕 북부 공장 1만여곳이 침수됐고 66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홍수 피해가 장기화되면서 방콕 시내 상점에는 쌀, 국수, 생수, 기저귀 등 생필품 부족으로 사과문을 내거는 가게가 늘고 있다. 홍수구제작전센터(FROC) 본부장인 쁘라차 쁘롬녹 법무부 장관은 이날 “방콕에 남아 있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식량보관센터도 지을 계획”이라면서 “전력이나 물 수급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콕 도심에서 25㎞ 떨어져 신방콕국제공항으로 불리는 수바르나부미공항도 피난민 수용을 위해 공항 동쪽 주차장을 개방할 계획이다. 여기에 ‘악어 공포’까지 겹쳐 시민들은 이중고에 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인근 악어농장에서 키우던 악어 100여마리가 방콕 북부 지역으로 휩쓸려 내려왔다. 태국 당국은 800여곳의 농장에서 수만 마리의 악어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방, 구두 등 전세계 악어가죽 제품 수요를 대기 위해서다. 대부분 민물 샴악어로 바다 악어보다는 작고 덜 공격적이지만 악어가 공격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당국은 소문을 부인하고 있지만 전기가 흐르는 소몰이 막대를 이용해 악어를 기절시키는 방법 등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방지벽 2.5m 강 수위 2.6m… 주말 ‘방콕 침몰’ 예고

    방지벽 2.5m 강 수위 2.6m… 주말 ‘방콕 침몰’ 예고

    태국 수도인 방콕 도심의 침수 위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홍수 사태로 방콕을 가로지르는 차오프라야강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도심 침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인다. 농경지 침수와 산업시설 파괴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확산되고 있다. 수쿰판 빠리밧 방콕시장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왕궁과 국립 씨리랏 병원, 돈므앙 공항 같은 주요 시설 보호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방콕 포스트가 26일 보도했다. 잉락 친나왓 총리는 전날 밤 기자회견에서 “차오프라야강의 홍수 방지벽이 범람을 지탱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강물이 넘쳐 방콕의 도심과 내부를 관통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잉락 총리는 방콕 전역이 10㎝ 이상, 최대 1.5m 정도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며 방콕 주민에게 범람에 대비토록 긴급 지시했다. 잉락 총리가 도심 침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차오프라야강의 수위는 해발 2.4m에 이르렀으며, 이번 주말을 전후해 2.6m까지 오를 전망이다. 강물의 범람을 막을 홍수 방지벽의 높이는 2.5m에 불과하다. 홍수구제작전센터(FROC)는 86㎞에 이르는 강 주변의 홍수 방지벽에 1000만개의 모래 주머니를 설치했지만 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바닷물의 수위가 전례 없이 10㎝가량 높아져 역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데다 주말을 전후해 만조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27일에는 태국 전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방콕 안쪽으로 유입된 물은 모두 7억t 정도로, 돈므앙과 락시, 삼센 지역 등을 침수시켰다. 여기에 추가로 40억t에 이르는 물이 방콕으로 남하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인 소양강댐의 저수량 29억t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현지 홍수 전문가들에 따르면 방콕이 하루에 바다로 배출할 수 있는 물의 양은 4억t 정도로, 향후 유입량을 감안할 때 물을 완전히 빼내는 데는 3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방콕의 도시 기능도 마비되고 있다. 주변 고속도로가 침수로 잇따라 차단되고 있고, 최대 백화점인 센터럴 플라자 삔까오몰도 문을 닫았다. 논타부리 부두 인근에 위치한 방꽝교도소의 죄수 600명은 다른 곳으로 이송됐고 돈므앙 공항은 활주로 침수로 최소 1주 동안 폐쇄됐다. 저지대의 주유소와 은행, 편의점 등도 문을 닫고 있다. 한국 기업 주재원과 교민, 외국인들이 방콕을 빠져나가는 등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만조가 겹치는 28~31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주민 대피와 침수 대책을 위해 27일부터 5일간을 공휴일로 선포했다. 태국에서는 지난 7월 이후 계속된 홍수로 이날까지 373명이 숨지고, 기업체·농지 침수, 관광산업 손실 등으로 최대 5000억 밧(약 18조 3000억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된다. 쌀 농지 침수로 쌀의 국제 선물가가 급등하고, 태국에 진출한 각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등 대홍수의 여파가 세계 경제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병원비 줄 바에야”…아이 방치한 中트럭 ‘경악’

    생명이 위독한 사람은 서둘러 병원으로 옮기는 게 상식이다. 비싼 치료비가 걱정돼 죽어가는 아이를 방치한 트럭 운전사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중국 전역을 또 들썩이게 했다. 현지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건 최근 쓰촨성 루저우 시에 있는 윤펑이란 작은 마을. 이른 아침, 학교를 가려고 홀로 집을 나선 5세 아이는 제 몸에 수백 배에 달하는 트럭 바퀴에 깔리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트럭 운전사 아오 용(35)은 아이를 친 걸 확인했지만 곧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그는 경찰에 신고해 아이를 쳤다고 말한 뒤 아이를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방치했다. 충격적인 광경에 마을 사람들이 격분하자 운전자는 되려 “얼마를 내면 되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주민 장 시펀은 “트럭이 아이를 치고도 곧바로 차를 세우지 않고 다시 차를 뒤로 뺐다가 앞으로 9m나 갔다. 사고를 당한 아이는 그대로 바퀴에 걸려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운전자의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에는 병원비 대신 차라리 사망보상금을 지불하는 게 더 쌀 것이라는 비정한 돈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뒤늦게 도착해 싸늘한 아들의 시체를 본 어머니는 “돈이 아무리 중요해도 생명을 살리는 게 먼저 아니냐.”며 주저앉아 망연자실해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3일 광둥성 포산에서 승합차에 들이받힌 뒤 시민들의 방관 속에 버려졌다가 8일 만에 결국 죽음을 맞이한 유에유에의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서 더욱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접한 중국의 많은 네티즌들은 “중국이 이룩한 고도의 경제성장이 낳은 물질 만능주의와 타인에 무관심한 이기적인 행태”라고 반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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