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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온 내 삶의 흔적을 돌아본다, 절터에서

    지나온 내 삶의 흔적을 돌아본다, 절터에서

    여행지로서의 강원 원주는 사실 ‘캐릭터’가 불분명하다. 강원권 교통의 요지라거나, 산업도시라고 하기엔 뭔가 1% 부족한 느낌이다. 강원도청 소재지, 혹은 군사도시 사이 어디쯤으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 여행과는 거리가 먼 특징들이다. 그래서 둘러봤다. 원주엔 무엇이 있을까. 알려지지 않았을지언정 없지는 않을 터.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찾아 시내 구경부터 나선다. 원주는 한지의 고향이다. 예부터 그랬다. 조선시대 ‘세종실록지리지’에 닥나무가 원주의 특산물 중 하나로 기록돼 있다. 알다시피 닥나무는 한지의 주재료다. 닥나무 ‘저’(楮) 자를 행정명으로 쓴 지역도 있다. 현재 호저면은 1914년 이전엔 ‘저전동면’이라 불렸다. 지금도 호저면과 부론면, 흥업면 등에서 닥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원주엔 무려 15개 이상의 한지 공장이 전통을 잇고 있었다. 한지의 대량 소비처였던 법천사와 거돈사, 흥법사 등 대가람들이 부론면에 몰려 있었고, 강원 관찰사가 상주했던 강원감영 등 관청들도 멀지 않은 곳에 밀집돼 있었다. 한지 마을과 인쇄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주 한지테마파크는 사라져 가는 우리의 옛 한지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한지문화 전용공간으로 조성됐는데 다양한 전시, 체험, 교육 등의 이벤트가 열린다. ●중앙시장서 허기 달래고 미륵산 풍광에 흠뻑 재래시장을 좋아하는 이에겐 중앙시장이 제격이다. 1970년 준공돼 얼추 5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여느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쇠락의 길을 걷다 최근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변신을 꾀하면서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시장 안엔 문화예술 시설과 맛집 등이 얽혀 있다. 2층은 골목미술관이다. 각종 적치물이 쌓인 버려진 공간이었는데, 최근 말끔하게 정비해 다양한 전시회를 여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1층은 고기골목, 만두골목 등 이른바 ‘먹자 골목’이다.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비교적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미륵산(689m)은 덜 발품 팔고도 장쾌한 풍광과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충북 충주와 경계를 이룬 산으로, 제법 웅장한 기암과 노송이 어우러져 있다. 경천묘를 들머리 삼아 두 시간이면 넉넉히 다녀올 수 있다. 주봉 암벽엔 미륵불이 새겨져 있다. 큼직한 얼굴과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 투박하고 토속적인 표현양식 등으로 볼 때 고려 전기에 조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들머리와 날머리 구실을 하는 경천묘는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일반인과 달리 왕의 위패엔 4번 절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마시길. 원주 여정의 핵심은 옛 절터다. 원주에 남은 주요 폐사지는 거돈사지, 흥법사지, 법천사지 등 세 곳이다. 하나같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탑, 탑비 등을 품고 있어 우리 석조미술문화의 저력을 잘 보여 주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모두 남한강을 끼고 있어 찾아가는 데 어려움은 없다. 한데 돌아보는 순서는 고민이 좀 필요하다. 사람마다 폐사지에 두는 의미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목익상 원주시 문화관광해설사는 흥법사터, 거돈사터, 법천사터 순으로 돌아보라 했다. 절터에 남은 탑비의 조성 연대순으로 돌아야 탑비의 변천과정 등 역사를 알 수 있다는 뜻에서다. 흥법사터는 신라시대 절터다. 원래 1만평에 이르는 대찰이었다고 하나, 지금은 절터 대부분이 농가와 논밭으로 변했다. 남은 문화재는 흥법사터 삼층석탑(보물 제464호), 진공대사 탑비 귀부와 이수(제463호) 정도다. ●옛 절터엔 석조미술문화의 저력 오롯이 거돈사터는 이른바 ‘폐허의 미’가 가장 빼어나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신라 후기인 9세기께 조성된 뒤 고려를 거쳐 조선 전기까지 명맥이 이어졌던 대가람이었으나, 지금은 너른 터와 석탑만 남아 당시 모습을 일러 주고 있다. 거돈은 ‘큰 깨우침을 얻다’는 뜻이다. 가람의 규모와 깨우침의 깊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많은 이들이 거돈사를 찾아 깨달음을 구했던 건 분명해 보인다. 폐사지에 들면 삼층석탑(보물 제750호)이 눈길을 잡아끈다. 아담한 체구의 통일신라시대 석탑이다. 유홍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탑이 있음으로 해서 거돈사터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차분하게 만들어 주며 폐사지의 쓸쓸한 분위기를 차라리 애잔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다.”(‘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8권) 석탑 오른쪽은 느티나무다. 수령 700년에 이른 노거수로, 몸 둘레가 7.2m에 이를 만큼 거대하다. 석탑과 나무 위로 세월이 더께로 쌓였다. 지치고 쇠락해 보여도 둘이 어우러지며 선사하는 풍경의 무게만큼은 더없이 무겁고 깊다. 삼층석탑 바로 뒤는 금당터다. 그 중앙에는 큼직한 철불이 앉았을 석조 대좌가 거대한 돌덩이처럼 덩그러니 남아 있다. 절터 동남쪽 끝자락엔 원공국사 승묘탑비(보물 78호)가 서 있다. 고려 현종 16년(1025)에 세워진 것으로 돌거북 받침대(귀부)와 용머리 지붕돌(이수)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탑비의 필획은 힘차고 아름다워 고려시대 비 중 서체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법천사지는 발굴조사 작업이 한창이다. 지광국사 현묘탑(국보 101호)과 탑비(국보 59호)로 이름난 절터로, 두 작품 모두 고려 불교미술의 대표 걸작으로 꼽힌다. 특히 정교하고 화려한 조각이 새겨진 탑비는 나라 안에서도 가장 크고 아름다운 비석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제 흥원창터를 말할 차례다. 흥원창은 내륙의 쌀과 각종 물산들을 한양으로 실어 나르던 뱃길 위에 세운 창고다. 지금은 유적지이자 지명으로도 쓰인다. 조선시대 흥원창의 규모는 실로 대단했던 모양이다. 창고 앞 나루터에 정박하는 세곡 운반선이 20여척이 넘었다고 한다. 이처럼 수많은 배들이 오갔던 뱃길이 바로 삼도하(三道河)다. 충북 충주와 경기 여주, 그리고 강원 원주 등 세 도시가 만나는 접경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어디 마을뿐이랴. 물길도 합쳐진다. 충주 목계나루에서 흘러온 남한강과 원주를 관통해 온 섬강이 흥원창터 앞에서 몸을 섞은 뒤 여주로 흘러간다. 급히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흐르던 물길은 청미천을 받아 안은 다음 또 한번 몸을 뒤틀어 북쪽으로 급선회한다. 이른바 세물머리다. 그 자태가 유장하면서도 더없이 도도하다. 굽이쳐 흐르는 세 강줄기를 여유 있게 내려다보고 있는 자산의 풍채도 일품이다. 강변에서 만나는 철새들의 자태는 겨울 여행의 별미다. 흔히 ‘백조’라 불리는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 무리가 남한강 지류를 따라 유영하고, 청둥오리 등은 무시로 군무를 펼친다. 말똥가리 등 맹금류와도 어렵지 않게 조우할 수 있다. 흥원창 일대는 해넘이 명소로 꼽힌다. 낮은 산자락을 넘어가는 해가 일렁이는 물결을 붉게 물들인다. 큰 강 합쳐지는 곳이 낙조로 물드는 장면, 그야말로 장관에 장관을 더한 풍경이다. 그 강물에 올해의 시름 실어 보내는 것도 좋겠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맛집: 원주 중앙시장 안에 맛집들이 많다. 특히 소고기 집들이 많은데, 주말이나 연말연시 등엔 예약조차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그 가운데 푸른초원(742-7438)은 푸짐한 한우숯불구이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 집이다. 한우모둠 1인분이 2만 5000원이다. 이 집의 별미는 된장찌개다. 거무튀튀한 빛깔의 토속 된장으로 끓여 내는데, 짜지 않으면서도 된장 특유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 장터추어탕(735-2025)은 원주식 추어탕으로 이름난 집. 걸죽한 국물이 일품이다. 문막에 있다. 산정집(742-8556)은 ‘말이고기’로 이름난 집. 한우를 얇게 썰어 미나리, 쪽파 등과 함께 말아 만든다. →가는 길: 폐사지를 먼저 둘러보겠다면 영동고속도로 여주 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낫다. 이어 37번 국도를 타고 점동사거리까지 간 뒤 좌회전, 84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단암삼거리에서 부론면사무소 방면으로 좌회전해 가면 된다. 미륵산은 영동고속도로 문막 나들목으로 나가 42번 국도(여주 방향), 49번 지방도, 404번 지방도 순으로 갈아탄 뒤 유현3거리에서 운교리 방향으로 우회전해 곧장 가면 된다. 한지테마파크(734-4739)는 원주 시내 한지공원길에 있다. →잘 곳: 가족 단위로 간다면 오크밸리 리조트(1588-7676)가 제격이다. 특급호텔로는 호텔 인터불고 원주(769-8114)가 있다. 원주 유일의 특급호텔로 원주역사박물관 옆에 있다. 글 사진 원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쿠팡맨들 소외이웃 생필품 ‘로켓배송’

    쿠팡맨들 소외이웃 생필품 ‘로켓배송’

    소셜커머스 쿠팡의 배송직원인 쿠팡맨이 연말을 맞아 소외이웃을 위해 자발적인 나눔활동에 나섰다. 24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맨 봉사단은 지난 22일 경기 남양주 지역 봉사단체와 함께 기초생활수급자와 독거노인 등에게 연탄과 쌀, 생수를 후원하고 직접 배달했다. 앞서 지난 7일 봉사단은 부산 사하구 사하사랑채 노인복지관에서 담근 김장김치 125상자를 근처 저소득층 가정에 바로 가져다주는 ‘로켓배송’도 실시했다. 쿠팡 제공
  • [기고] 농업 생명공학기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

    [기고] 농업 생명공학기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

    지난 11월 4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원탁토론회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한 우리나라 농업 발전 방안’이 서울 강남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다.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자 단체인 한림원이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창조농업 혁신의 근간은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지구온난화로 급격히 떨어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고소득 농업경영을 달성하는 것인데, 우리의 현실은 일부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불안감으로 기술 혁신을 이룰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생명공학에 의한 신품종 개발을 국가 중점 연구개발 사업으로 채택해 이미 충분한 국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로써 다국적 종자 기업들의 독점적 시장 진입을 막고 자체 개발한 유전자변형(GM) 작물 재배로 농업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생명공학 연구개발을 위한 수준 높은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 30여년의 연구 성과로 다수의 생명공학 신품종을 개발해 놓고 있으나 막상 실용화는 하지 못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인체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레스베라트롤을 다량 함유한 쌀 신품종을 개발해 상용화하려고 한다는 발표를 하자 일부 극렬 유전자변형농산물(GMO) 반대운동 시민단체가 농친청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여 연구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GMO에 대한 연구와 안전성 평가기술은 크게 발전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28개국 1억 8000만㏊(세계 전체 경작지의 12%)에서 GM 신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와 콩의 90% 이상이 GM 작물이다. 미국 국민들은 이것을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고 지난 20년간 먹었다. 재래 품종과 전혀 차이가 없는 실질적 동등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현대인의 식생활에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생명공학 작물들을 못 먹을 것이라고 우기고 반대 시위를 하는 비과학적 행동 때문에 우리나라 농업 혁신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 기후변화로 가뭄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고 해수면이 높아져 염분 피해를 받는 농경지가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가뭄저항성, 염분저항성 신품종을 이용해야 하는데 오히려 근거 없는 GM 반대운동을 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분들이 과학기술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신기술의 개발은 항상 이득과 위험을 동반한다. 과학 연구는 이득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전기가 발명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감전 사고로 사망했고, 그래서 프랑켄슈타인 소설도 나왔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전기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현대 문명사회를 만든 것이다. GMO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우려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의 사용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전기의 사용을 반대하는 것과 같다. 그보다는 계속적인 연구개발로 위험을 최소화해 인류가 당면한 식량 위기를 타개하는 도구로 만들어야 한다.
  • ‘섬진강 수몰민’들의 恨… 50년 숙원 사업 또 좌절

    ‘섬진강 수몰민’들의 恨… 50년 숙원 사업 또 좌절

    섬진댐 수몰민의 한 맺힌 사업인 ‘옥정호 제2 순환도로’ 개설 사업이 내년에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50년 숙원 사업이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탓이다. 23일 전북 임실군에 따르면 지난 5월 운암면 일대 주민들은 ‘옥정호 제2 순환도로’를 개설해 달라고 국민권익위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 사업이 임실군의 50년 숙원 사업이 된 사연은 1965년으로 섬진댐 건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주곡인 쌀이 부족했던 당시 정부는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려고 저수량 4억 2000만t의 섬진강다목적댐을 건설했다. 일제 강점기인 1940년 댐 건설계획을 수립했고, 정부가 수립된 1948년에 착공해 17년 만인 1965년 박정희 정부에서 완공했다. ●섬진댐 건설로 임실군민 2000가구 수몰 국책사업인 섬진댐 건설로 농업은 좋아졌으나, 임실군민은 큰 상처를 입었다. 댐 건설로 임실군민 2000가구 1만 5000여명이 수몰돼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등져야 했다. 무엇보다 일제강점기에 수몰지역에 대한 보상과 이주비가 헐값이었던 탓에 생계가 막막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래서 수몰민들의 생계를 지원하려고 부안군에 계화간척지를 조성하고 댐 주변에는 이설도로를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계화간척지는 1977년 말에야 준공됐다. 1965년 댐이 들어선 뒤 생계가 막막한 수몰민들은 간척지 농지분배권을 쌀과 보리로 바꾸거나 전매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수몰민들은 경기도 시화간척지로 흘러들어 가 가까스로 자리를 잡았지만, 시화공단이 조성돼 또 안산시로 이주했다. 지난해 4월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의 ‘세월호 참사’ 때 호남이 고향인 희생자가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남은 주민들도 삶은 팍팍했다. 주민들은 50년 전 정부가 섬진댐을 건설하면서 순환도로를 미완성 상태로 남겨둬 교통 단절로 댐 주변지역이 고립됐고 그 탓에 지역경제가 낙후됐다고 주장했다. 옥정호 순환도로는 북측 제1 순환도로는 개설됐지만 남측 제2 순환도로는 24㎞ 가운데 16㎞가 아직도 미완성이다. 운암면 일대 7개 마을 258가구 510명의 주민은 면 소재지에 가려면 20~30㎞를 우회해야 한다. 시간적·경제적 낭비가 지난 50년간 누적치로 26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섬진댐 일대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임실군 전체 면적의 40%는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개발제한 피해액도 음식·숙박업 188억원, 관광객 감소 187억원 등 400여억원에 이른단다. 임실군은 기회 있을 때마다 중앙부처와 전북도를 방문해 제2순환도로 개설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묵살됐다.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도 717호인 제2 순환도로를 국비로 개설할 수는 없다고 큰소리다. 전북도는 재정이 열악해 총사업비가 480억원인 옥정호 제2 순환도로 개설 사업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제1 순환도로처럼 관광산업에도 효과” 설득 임실군은 섬진댐 건설이 국책사업이었던 만큼 ‘옥정호 제2 순환도로’ 완공은 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또 옥정호 제1 순환도로는 ‘대한민국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인 만큼 제2 순환도로가 건설되면 관광산업 육성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당위성을 내세워 설득한다. 올해 임실군은 이 사업의 실시설계 용역비로 18억원을 국가예산에 반영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구했다. 그것이 시작이기 때문이다. 비난의 대상이던 ‘쪽지 예산’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회 예산심의에서 전액 삭감됐다. 섬진강 수몰민인 전북 임실군민의 마음은 50년째 문드러지고 있다. 임실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충남 3개 쌀 ‘전국 고품질 브랜드 쌀 대회’ 수상

    충남 3개 쌀 ‘전국 고품질 브랜드 쌀 대회’ 수상

    충남에서 생산되는 3개 브랜드 쌀이 국내 최고 권위의 쌀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23일 충남도에 따르면 이날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전국 12대 고품질 브랜드 쌀 평� � 시상식에서 보령시 ‘만세보령쌀’이 금상, 서천군 ‘서래야쌀’과 아산시 ‘아산맑은쌀’이 각각 동상을 받았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주관하는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13회째인 올해 전국 40여개 브랜드 쌀이 출품돼 경쟁을 벌였다. 수상한 브랜드 쌀은 정부 지원사업 등 혜택이 있고, 내년까지 2년 연속 선정되면 농식품부 로부터 ‘러브미(Love米)’로 인정돼 이 인증 마크를 2년간 포장지에 사용할 수 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모든 것 앗아 간 양아들의 방화…잿더미서 새로 얻은 두 아들

    모든 것 앗아 간 양아들의 방화…잿더미서 새로 얻은 두 아들

    윤정애(82·서울 도봉구) 할머니의 집 침대 머리맡에는 건장한 남성 두 명과 할머니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놓여 있다. 할머니는 사진만 봐도 마음이 든든해 자기 전에 한 번씩 들여다보곤 한다. 이웃에게도 “내 아들들”이라고 소개한다. 사진 속 주인공인 도봉경찰서 문준석(52) 경위와 김준형(35) 경사는 할머니와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이지만 2013년 3월 사건 담당 경찰과 피해자로 처음 만난 뒤 지금껏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 당시 할머니는 둘째 양아들 박모(당시 54세)씨가 “도박 빚 800만원을 대신 갚아 달라”며 집에 불을 질러 모든 것을 잃었다. 거리에 나앉게 생긴 할머니를 서울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연결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이 문 경위와 김 경사다. 그해 6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양아들 박씨의 보복을 두려워한 할머니가 다른 집으로 이사할 때도 새로 생긴 ‘아들들’이 힘을 썼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변함없는 정성을 할머니에게 쏟고 있다. 겨울이면 집 주변에 쌓인 눈과 얼음을 손수 치워 주고, 적적한 할머니를 위해 함께 찍은 사진을 선물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문 경위 등은 쌀 한 포대를 둘러메고 모처럼 할머니를 찾았다. 문 경위는 버선발로 달려 나오는 할머니를 모시고 “몸 보신 해 드린다”며 메기매운탕집으로 앞장섰다. “내 자식들 밥 한 끼 사 주고 싶다”며 직접 계산을 하겠다고 버티는 할머니 때문에 세 사람 사이에 한바탕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할머니 집에서 과일을 나눠 먹으며 문 경위는 지난달에 태어난 손자 자랑을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김 경사도 같은 달 태어난 둘째 딸 자랑을 이어 갔다. 할머니는 친손주라도 본 듯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나는 죽을 때까지 두 사람한테 전화할 거야”라며 장난 섞인 말을 하는 할머니에게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전화하시라”며 농을 하는 두 형사의 각별한 정은 영락없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글 사진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급식재료 준비는 ‘시장’에서

    동작구가 내년부터 어린이집 100여곳이 인근 4개 전통시장에서 식자재를 구입한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17일에는 구청, 전통시장, 어린이집 연합회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어린이집은 신선한 식자재를 구매하고, 전통시장은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상생 협약’이다. 어린이집은 가까운 전통시장에서 식자재를 구매하고 전통시장 점포들은 어린이집까지 물건을 직접 배달한다. 구는 안전한 식자재 공급하기 위해 위생관리 및 원산지 표시 관리를 하고 시장 측도 품질보증 등 납품기준을 철저히 지키기로 했다. 남성시장, 상도전통시장, 남성역골목시장, 성대전통시장 등 4곳의 27개 점포에서 돼지, 소, 닭고기 등 육류 및 과일·떡 등을 제공한다. 국공립 어린이집 40곳을 비롯해 민간·가정 어린이집 등 총 100여곳이 협약에 참여할 것으로 구는 보고 있다. 앞서 구는 식자재 공동구매와 관련해 지난 10월 지역 내 어린이집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한 어린이집 114곳 중 70%가 참여 의사를 보였다. 지난달 19일에는 전통시장, 어린이집과 함께 간담회를 실시했고, 지난 11일에는 최종설명회를 열어 1차 공동구매 품목을 선정했다. 구매, 배송, 결제 등 세부적인 방안은 앞으로 협의해 결정한다. 구는 쌀, 수산물, 야채 등 대상 품목의 확대를 추진하고, 참여하는 어린이집도 지속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10년간 수출 50억弗 늘고 GDP 1% 추가 성장”

    “10년간 수출 50억弗 늘고 GDP 1% 추가 성장”

    수출 영토의 3분의1에 해당하는 국가와의 무역시장이 활짝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중,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이 20일 동시에 발효됐다고 밝혔다. 3개국과 연내 FTA 발효에 성공했기 때문에 내년 1월 1일 추가로 관세가 인하되는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FTA 발효로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절차가 간소화돼 무역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3개국에 대한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31.5%를 차지한다. 산업부는 “3개국과의 FTA 발효로 10년간 수출은 50억 달러 증가하고 국민총생산(GDP)은 1% 추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5만 5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비자들은 150억 달러의 경제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산업부는 덧붙였다. 특히 중국과의 FTA 발효는 무역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한·중 FTA 발효로 제조업 분야에서 예상되는 1년차 수출 증가액은 13억 5000만 달러(약 1조 59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거나 관세가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한·중 FTA의 1년차 무역증가 효과를 예측한 결과다. 관세자유화가 최종적으로 달성되면 우리 기업들은 관세를 연간 54억 4000만 달러(약 6조 4330억원)를 절감할 수 있다. 한·미 FTA(9억 3000만 달러)의 5.8배, 한·유럽(EU) FTA(13억 8000만 달러)의 3.9배 규모다. 한·중 양국은 최장 20년 이내에 전체 품목의 90% 이상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수입액 기준으로 중국은 대한국 수입액의 85.0%(1417억달러)에 부과되는 관세를 철폐하고, 우리나라는 91.2%(736억 달러)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한·베트남 FTA 발효로 2007년 6월 발효된 한·아세안 FTA에서 결정한 상품과 규범 분야의 개방 폭이 확대됐다. 관세는 최장 15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베트남은 우리나라 수출 물량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한·아세안 FTA 베트남 부문에 포함되지 않은 망고 등 열대과일, 마늘(건조·냉동) 등 499개 품목을 추가로 개방했다. 쌀은 이번 협정에서 제외했다. 베트남은 272개 품목을 추가로 자유화 대상에 포함했다. 자동차 부품, 화장품, 냉장고·세탁기·전기밥솥 등 생활가전, 승용차(3000㏄ 이상) 등이 주요 추가 개방 품목이다. 한·뉴질랜드 FTA가 발효되면 가공식품, 사무용품, 중소형 생활가전 등 국산 소비재의 현지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는 수출 대상국 순위로는 47위지만 국내 업체가 강점을 가진 소비재 시장이 커진다는 점에서 유망 시장으로 꼽힌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국순당의 저도주 막걸리 ‘아이싱’, 1800만캔 돌파

     국순당이 저도주 막걸리 ‘아이싱’의 누적판매 수량이 1800만캔을 돌파했다고 21일 밝혔다.  아이싱은 2012년 8월 출시 이후 40개월 만인 지난 18일 기준으로 1808만 4000캔을 판매했다. 국순당에 따르면 아이싱은 월평균 45만캔이 판매됐다. 판매된 아이싱을 한줄로 이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번 반을 갔다 올 수 있는 분량이다.  아이싱은 쌀을 발효시킨 후 새콤한 자몽과즙을 첨가해 맛과 탄산이 조화를 이뤄 젊은층 입맛을 사로잡았다. 또 최근 저도주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알코올 도수를 4도로 낮춰 기존 막걸리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이싱은 해외에서도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아이싱은 2013년 1월 첫 수출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약 2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또 2013년 벨기에에서 열린 주류품평회에서 별 2개, 2014 브라질 세계식품박람회에서 혁신제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에는 76회 로스엔젤레스 국제와인대회를 비롯한 각종 해외주류품평회에서 8개의 메달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기억잡기’ 관찰하고 상담하라

    ‘기억잡기’ 관찰하고 상담하라

    10년째 치매에 걸린 친정어머니를 부양하는 A씨는 하루하루 전쟁을 치른다. 식사를 차렸는데도 밥을 안 주고 굶겨 죽이려 한다며 욕을 하기 일쑤고, 방문요양보호사에게는 ‘쌀을 훔쳐갔다, 반지를 훔쳐갔다’고 소리를 지른다. 밤이면 치매 증상이 더 심해져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심지어 칼을 들고 와서는 돈을 내놓으라고 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A씨의 언니와 동생은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라고 하지만, A씨는 그럴 수 없다. 이렇게 하루하루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B씨는 6년 전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가 자꾸 운전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고민이다. 운전을 하다 크고 작은 사고가 여러 차례 났는데도 아버지는 운전을 만류하는 가족에게 되레 화를 낸다. 더는 운전을 못 하게 하려고 차 열쇠도 숨겨 보고 차를 다른 곳으로 옮겨도 봤지만 당장 차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라고 호통을 치는 바람에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A씨와 B씨의 사례는 치매상담전화센터(1899-9988)에 걸려온 실제 상담 내용이다. 2013년 치매상담전화센터가 개통되고 나서 지난해 12월까지 1만 7763건의 상담 사례가 접수됐다. 그만큼 치매 환자를 부양하는 가족의 고통이 크다. 치매상담전화센터는 A씨에게 “이런 증상은 많은 치매 환자들이 보이는 증상으로, 특히 의심과 도둑이라는 망상, 공격적 행동, 잠을 안 자는 모습 등은 약물치료로 나아질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 주치의와 먼저 상담해 보길 권했다. 또 “혼자서 어머니를 모시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고 주위에 도움받을 곳을 찾아보아야 한다”며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극한의 상황에서 혼자 어머니를 모시면 감정이 더 나빠질 수 있으니 가족들과 부양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운전을 고집하는 아버지 때문에 고민인 B씨에게는 “차가 고장 나서 수리를 보냈다거나 다른 사람이 잠깐 차를 빌려갔다는 등 적당한 이유를 둘러대 운전을 못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다만 “운전을 못 하게 하면 우울해질 수 있으니 아버지를 조수석에 태우고 바람을 쐬러 다니시라”고 조언했다. 더는 운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운전면허 해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운전면허 해지는 내가 직접 해야 하지만 사전에 수시 적성검사장과 상의해 검사장에서 바로 불합격 통보를 받은 뒤 환자 스스로 열쇠와 차를 반납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C씨는 남편이 잠자는 도중 비명을 지르면서 자신의 얼굴을 때리고는 정작 기억을 못 하는데 치매인 것 같다며 상담을 요청해 왔다. 잠든 상태에서 소리를 지르고 팔을 휘두르거나 다리로 차는 등 심한 움직임을 보이는 증상은 ‘렘수면 행동 장애’다. 증상은 다양한데 아무 원인 없이 나타나는 특발성도 있고, 다른 질환이나 약물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치매상담전화센터는 “렘수면 행동 장애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매가 온다고 할 수는 없다”며 “다만 파킨슨병이나 치매의 전조증상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진료를 받기 전에 최근 수면의 변화, 병력과 생활습관, 복용하는 약물, 손 떨림이나 걸음걸이 이상증상 등 신체적 변화, 인지기능 변화 등을 모두 기록했다가 상담하면 도움이 된다. 경도인지장애 증상을 보이는 50대 후반 D씨는 기억력이 자꾸 떨어지는데 치매는 아닌지 너무 두렵다며 상담 전화를 걸어왔다. 집에서 두뇌 활동에 좋다는 책만 몇 권 읽으며 지냈지만 최근에는 단어가 잘 떠오르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번지점프’, ‘역류성 식도염’ 같은 단어는 한참을 생각해야 기억이 나고 아침에 반찬을 뭘 먹었는지도 한참 생각해야 하며 신문을 읽고도 내용이 바로 기억나지 않는다. 치매 전 단계라 불리는 경도인지장애는 아직 치매라고 볼 수는 없으나 치매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는 있다. 운동, 식사, 독서, 절주, 금연, 건강검진 등을 실천하면 치매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와 운동이다. 신문이나 책을 열심히 읽고 문화·취미 생활을 하는 게 좋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이필운 경기 안양시장, 생명 흐르는 하천·인문학 꽃핀 거리…‘제2의 부흥’ 이끈다

    [자치단체장 25시] 이필운 경기 안양시장, 생명 흐르는 하천·인문학 꽃핀 거리…‘제2의 부흥’ 이끈다

    행정가에서 정치인으로 무난하게 자리매김한 이필운 경기 안양시장은 ‘진짜 시장’이란 애칭을 갖고 있다. 그는 안양 토박이로 안양초교를 나온 후 서울 양정 중·고를 거쳐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21회)로 공직에 입문해 여주군수, 청와대 민정비서실, 경기도 지역경제국장, 안양시 부시장 등 요직을 지낸 정통관료 출신이다. 직업 공무원 생활 30년에 2차례 민선 시장 경력 4년을 더하면 무려 34년을 공복으로 지내 온 셈이다. 안양시민들이 그를 ‘진짜 시장’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전국 최초로 민·관이 참여하는 ‘공직비리척결위원회’와 ‘건전재정위원회’를 운영하게 된 것도 공직사회의 원칙을 세우고 재정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오랜 행정경험에서 비롯됐다. 소통시정으로 대변되는 ‘진심토크’와 ‘열린시장실’ 등은 주민 눈높이 행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8시 30분쯤 시청 집무실에 도착한 이 시장은 책상에 앉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그동안 밀렸던 전자결재를 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 부친상을 치르느라 며칠간 출근하지 못했다. 이 시장은 조문객들로부터 조의금이나 화환을 받지 않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단체장 정도면 수억 원의 조의금이 들어왔을 텐데 넉넉지 않은 형편에 많은 조문객을 받느라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우리의 장례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고위 공직자나 사회 지도층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진짜 시장다운 면모는 직원들로부터 대면 결재를 받는 소통의 시간에 빛을 발했다. 평촌도시첨단산업단지 내 추진 중인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공간배치를 보고받으면서 “고용 절벽 상황에 직면한 대학생과 청년층이 도전정신을 키우고 창업에 성공할 수 있는 사업 공간으로 운영해 줄 것”을 강조하는 등 크고 작은 업무 지시를 내렸다. 또 근린생활시설에는 이곳을 이용하는 청년층이 토론하며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북카페’도 만들 것을 주문했다. 사실 인문학 도시 조성은 내년을 ‘제2의 안양 부흥’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이 시장의 포부 중 하나이다. 이 시장은 “인문학 도시 안양을 조성해 정체된 도시에 새로운 혼을 불어넣겠다. 관련 조례를 제정해 체계적인 지원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본격적인 시민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10시에는 안양동 늘푸른 경로당 관계자와 경로당에 쌀 등 각종 물품을 지원해 주는 독지가가 집무실을 찾았다. 이 시장은 이들을 격려하며 “안양시는 향토 기업인이 자신의 공장부지를 공원부지로 기부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11월 3일을 ‘기부의 날’로 정해 뜻깊은 행사를 갖고 있다. 여러분의 작은 선행이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 시장은 이어 남부아동일시보호소 자원봉사자 후원자 감사의 날, 시새마을부녀회 사랑·나눔 이웃돕기 일일찻집, 지역자활센터 사업성과보고회, 안양지역 세무대리인연합회 송년모임 등 시내 곳곳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한 음식점에서 30여분 만에 점심을 마친 이 시장은 오후 1시 20분쯤 안양천 지류인 학의천 자전거도로·산책로 확장 공사 현장을 찾았다. 안양천은 기적의 현장이다. 공해에 찌든 죽음의 하천을 민·관이 힘을 모아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생태 하천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시는 ‘제2의 안양천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살아난 안양천에 더 큰 생명력을 불어넣어 시민 모두의 힐링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최근 노선 재정비 공사가 끝난 학의천 자전거도로 현장을 둘러보며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곳은 없는지 꼼꼼히 챙겨 달라”고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그는 “제2의 안양천 살리기 사업은 수질 보전과 생태기능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시민이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휴식할 수 있는 편익시설을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시청에 들어온 이 시장은 인재육성재단 장학기부금 전달식 등 2건의 행사를 끝낸 후 자신을 찾아온 안양 교도소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 대표단을 맞았다. 안양교도소 이전 문제는 지역의 핫이슈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국유재산 효율화 및 지역활성화 차원에서 의왕시 외곽에 ‘경기법무타운’을 조성해 안양교도소와 서울구치소 등 교정시설을 한곳으로 모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는 법무타운 예정지 일부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교도소 이전 대신 재건축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간담회에서 지역 대표주민들은 “1963년에 건립된 안양교도소가 안양과 의왕의 중심에 위치해 지역 발전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의왕 주민의 70%가 찬성하고 이 문제 때문에 의왕시장이 주민소환 위기를 맞기도 했다”며 법무부를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의왕 주민과 힘을 합쳐 교도소 이전을 추진할 때가 됐다”며 안양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이 시장은 “30% 주민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교도소 이전을 포기하는 것은 지역 발전을 원하는 대다수 주민의 염원을 외면하는 것”이라면서 “교도소 이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한편 법무타운 유치를 원하는 의왕 지역 주민들과 연대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며 시의 입장을 정리했다. 이 시장은 이날 하루에만 모두 15건의 공식 일정을 소화해냈다. 취임 후 줄곧 이 같은 살인적인 일정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그의 열정에 수행 직원들은 혀를 차기 일쑤다. 늘 시간에 쫓겨 여유 있는 식사 시간을 가져본 적이 몇 번 없다고 했다. 이 시장은 “지역이 그리 넓지 않아 별 무리 없이 일 처리를 하고 있다”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장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얘기를 들어줘야 한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동정] 김종덕장관, 육대연작가, 이동필장관

    [동정] 김종덕장관, 육대연작가, 이동필장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9∼20일 중국 칭다오시에서 개최되는 제7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앞으로 3년 동안 3국 간의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질적인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2015-2017 칭다오 액션플랜’을 제정·통과시킬 예정이다. ●육대연 작가의 ‘유라시아의 얼굴’ 사진전이 오는 21일부터 내년 3월18일까지 부산시청 1층 국제교류전시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유라시아의 관문으로서 부산의 역할과 가능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부산의 도시브랜드 창출을 위해 기획됐다. 육대연 작가는 2013년 8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유라시아를 횡단하면서 16개 나라 130여개 도시를 돌아보며 유라시아 사람들의 모습과 일상을 담았다. 전체 4000여장의 사진 가운데 유라시아의 고유한 문화와 문명, 오랜 역사와 다양한 삶의 방식을 느낄 수 있는 작품 50여 점을 전시한다. 육 작가는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24세의 젊은 역사학도로, 유라시아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8일 전북 군산시 제희미곡종합처리장에서 열린 수출용 쌀 재배단지(대호간척지) 생산 쌀의 호주와 뉴질랜드로의 수출식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수출용 쌀 재배단지가 우리 쌀 수출의 성공 모델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단독]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 도시살이 40년 빚더미… 장남 잃고 집 잃은 남편, 삶을 놓았다

    [단독]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 도시살이 40년 빚더미… 장남 잃고 집 잃은 남편, 삶을 놓았다

    “보통 때는 밥 먹으라고 부르면 방에서 바로 나오는데 그날은 아무 대답도 없잖아. 무심결에 방문을 열어 봤는데, 너무 놀라서 ‘미쳤어, 미쳤어’ 하고 소리만 질렀지….” 반년이상 흘렀지만 김지남(75·가명) 할머니는 그날의 기억이 또렷하다. 지난 4월 말 1층 쌀가게를 지키던 할머니가 점심을 챙겨 주려고 2층으로 올라왔을 때 남편 조삼용(77·가명) 할아버지는 문고리에 스스로 목을 매 숨져 있었다. 할머니는 “점심 때 잡숫고 싶은 거 있느냐”는 일상적인 질문에 “더 먹고 싶은 거 없어. 실컷 먹었잖아”라고 말한 남편의 자조 섞인 대답이 부부의 마지막 대화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지난 10여년 사이 부부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할아버지가 숨진 날은 40여년간 살던 2층집이 경매로 넘어간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내외가 평생 연탄, 쌀, 기름 장사를 해 이룬 집이었다. 그러나 제때 갚지 못한 빚이 순식간에 가족의 보금자리를 삼켜 버렸다. 젊었을 때 경기도에서 서울 ○○동으로 이사 온 내외는 쌀 장사로 기대 이상의 돈을 벌었다. 30대에는 5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부동산 업자의 말만 듣고 무리해서 빚을 내 건물을 지은 게 화근이었다. 그 후 지금의 2층짜리 집은 노부부의 전 재산이었다. “막내아들 사업에 보태려고 5000만원을 꺼내 썼는데 결국 그 돈 때문에 2층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줄은 몰랐지. 아들과 난 있는 재산을 처분해서라도 빚을 갚자고 했는데, 남편이 안 된다고 난리를 치는 거야. 그렇게 고집을 부리더니 결국 (집이) 넘어가고 말았지.” 살림집 아래엔 노부부가 반평생 운영해 온 쌀집이 있었지만 도통 벌이가 되질 않았다. 할머니는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세놓고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편히 살자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완강히 거부했다. 쌀집 수익만으로는 살 수 없게 되자 결국 할머니는 폐지를 주우러 거리로 나서야만 했다. “동네 사람들이 가끔 쌀을 팔아 주고 폐지가 생기면 우리 집 마당에 던져 줘서 겨우 입에 풀칠했지. 요즘 세상에 쌀집이 되겠어. 다들 마트에서 사다 먹잖아. 차라리 직장을 다녔으면 연금이나 퇴직금이 나올 텐데 우리 같은 장사꾼은 말년이 참 불쌍해.” 도시 노인들 중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답한 비율이 시골 노인은 33.6%였지만 도시 노인은 42.0%로 더 높았다. “경제적인 이유로 부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응답 비율도 도시 노인(26.2%)이 시골 노인(11.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넉넉하지는 않아도 자급자족이 가능한 농촌에 비해 도시 노인들은 의식주라는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더 어렵다”면서 “특히 최근 전세나 월세가 오르면서 거주 비용은 도시 노인의 대표적인 고민거리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자기 집이 있던 중장년층이 자녀를 출가시키며 60대에는 전세로 갔다가 70대엔 다시 월세로, 결국에는 고시텔로 흘러가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이러한 추세는 도시 노인의 계층 하락과 궤를 함께한다”고 말했다. 급속도로 나빠진 건강 역시 조 할아버지를 옭아맸다. 2003년 약수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당뇨, 고혈압 등이 차례로 늙은 몸에 찾아왔다. 옆을 지키던 할머니도 지쳐 갔다. “병원 가서 진료 한번 받으면 200만원이 우습게 나와. 돈이 들어도 고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해 보겠지만 유명하다는 종합병원을 다 다녀봐도 그냥 늙어서 그런 거니 어쩔 수가 없다는 거야. 치매기가 도는 건지, 얼마 전부턴 내가 매일 똥 기저귀를 빨아야 했어.” 노부부에겐 꺼내 놓기 싫은 가족사가 있다. “그 양반이 떠난 날은 사실 10년 전 첫째 아들이 저세상으로 간 날이야.” 할머니는 어렵게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 할아버지에게 첫째 아들은 늘 아픈 손가락이었다. 2005년 4월 갑작스러운 사고로 그런 아들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장례를 마치고 나서부터 할아버지는 술과 담배에 의지했다. 결국 할아버지는 자신이 떠날 날짜를 아들이 하늘로 간 바로 그날로 고른 것이었을까.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지내던 여동생의 죽음도 큰 상처였다. 10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할아버지는 어릴 적 큰아버지댁에 양자로 보내졌다. 외롭게 자랄 수밖에 없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았는지 바로 밑 여동생은 늘 살갑고 각별하게 오빠를 대했다. 하지만 그런 여동생마저 3년 전 갑작스러운 폐렴으로 사망했다. 복지부 조사 속엔 우리 시대를 사는 노인들의 외로움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조사 대상 노인 중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나 이웃 또는 친인척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절반에 달했다. 그나마도 평균 1.6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노인들이 ‘경제 빈곤’ 상태에 들어가면 사회적인 관계에서도 철저히 배제되는 극도의 ‘관계 빈곤’에 빠지게 된다”면서 “아직 이웃 간의 정이 남아 있는 시골 노인은 지역사회에라도 기댈 수 있지만 도시 노인은 그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유영규 팀장 whoami@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경제 브리핑]

    하나금융투자 연금펀드 이벤트 하나금융투자는 연말까지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통해 연금펀드에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행복노하우 연금계좌 가입’ 행사를 진행한다. 하나UBS·미래에셋·메리츠·에셋플러스·신영·KTB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연금펀드가 대상이다. 신규가입, 추가입금 또는 타사에서 연금펀드를 이전하면 금액에 따라 1만~5만원 상품권이 지급되며 최대 7만원까지 중복 적용된다. 행사 참여 계좌를 내년 1월 말까지 유지하는 조건이다. 수입쌀 섞어 국내산 100%로 속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수입쌀과 국산쌀을 섞어 떡을 만든 뒤 ‘국내산 100%’로 원산지를 속여 팔던 제조업체 대표 A(39)씨 등 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2008년 1월부터 올 8월까지 수입쌀 180t과 국산쌀을 섞어 떡을 만든 뒤 ‘멥쌀 국내산 100%’ 등으로 표시해 25억 8000만원어치를 팔아 부당이익 7억 3000만원을 챙겼다. 이들은 떡에 쌀의 원형이 남아 있지 않아 감독 기관이나 일반인이 원산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 농산물관리원은 국산쌀과 수입쌀을 섞어도 비율까지 추정할 수 있는 유전자분석법을 동원했다.
  • 北, 손전화 100명당 11명… 가입자 280만명

    北, 손전화 100명당 11명… 가입자 280만명

    ‘손전화’(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북한 주민은 전체 인구의 1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남한의 20분의1, 국가 전체의 명목 GNI는 40분의1에도 못 미쳤다. 15일 통계청이 발간한 ‘2015년 북한의 주요통계지표’에 따르면 북한의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280만명으로 인구 100명당 11.19명꼴이었다. 남한의 10분의1 수준이다. 남한은 100명당 115.54명으로 ‘1인 1 손전화’ 시대다. ●한국은 ‘1인 1 손전화’… 100명당 115명 통계청이 1995년부터 해마다 발간하는 남북한 주요통계에는 올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이동전화 가입자 수 통계표가 새로 추가돼 북한의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처음 수록됐다. 발간물에는 남북한을 비교한 주요 통계와 자연환경, 경제 총량, 남북한 교류 등 14개 부문 131개 통계표가 담겼다. 지난해 기준으로 북한의 인구는 2466만 2000명으로 남한(5042만 4000명)의 절반이 채 안 됐다. 명목 GNI는 34조 2360억원으로 남한(1496조 6000억원)의 44분의1, 1인당 GNI는 139만원으로 남한(2968만원)의 21분의1 수준이었다. 경제성장률은 북한이 1.0%, 남한이 3.3%였다. ●北 무역총액 76억달러… 韓의 144분의1 무역 총액은 격차가 더 컸다. 북한의 무역 총액은 76억 달러로 남한(1조 982억 달러)의 144분의1에 불과했다. 남한은 수출과 수입이 각각 5727억 달러, 5255억 달러였다. 쌀 생산량(215만 6000t)은 남한의 절반 정도, 도로 총연장(2만 6164㎞)은 4분의1 정도에 그쳤다. 발전설비 용량은 725만 3000kW로 남한의 13분의1 수준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티끌’ 병뚜껑 22만개, ‘태산’ 같은 쌀 1t으로

    ‘티끌’ 병뚜껑 22만개, ‘태산’ 같은 쌀 1t으로

    소주병·맥주병 뚜껑이 어려운 이웃의 쌀과 방한용품이 된다. 서울 성동구는 상인과 기업, 지역주민들이 모은 병뚜껑 22만개를 소외계층 돕기에 활용한다고 15일 밝혔다. 구는 오는 18일 오전 사근동 주민센터 앞에서 정원오 구청장, 임태현 한양상인연합회 회장, 이승돈 하이트진로 서울권 본부장, 주민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나눔과 베풂의 쌀 전달식’을 갖는다. 72곳 가게 상인과 시민이 모은 병뚜껑 22만개를 쌀 10kg 100포, 방한용품(라면, 핫팩, 핸드크림 등) 세트 100박스와 맞교환한다. 교환된 쌀과 방한용품은 지역 저소득층 100가구에 현장에서 직접 전달한다. 앞서 구는 지난 4월 하이트진로 및 한양상인연합회와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나눔과 베풂의 쌀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했다. 한양대 인근 업소에서 하이트진로 제품 병뚜껑을 모으면 기업 측이 500개당 쌀 10kg 1포로 교환하는 협약이다.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모은 쌀 1500kg으로 틈새계층 150가구를 지원했다. 이 소식을 듣고 지난 9월에는 영등포구의 김모(45)씨, 지난 10월에는 강북구의 김모(63)씨 등이 거둬들인 병뚜껑을 기부하고 현금기부도 했다. 정원오 구청장은 “성동뿐 아니라 여러 지역 주민들이 병뚜껑을 모아 ‘사랑의 선물’을 했다”면서 “내년에도 나눔의 쌀 프로젝트 사업을 지속 추진해서 쌀 뿐 아니라 다양한 생필품을 추가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기고] 한·중 FTA 타결과 농협의 혁신/김병원 전 남평농협조합장·전 농협무역 사장

    [기고] 한·중 FTA 타결과 농협의 혁신/김병원 전 남평농협조합장·전 농협무역 사장

    정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의 국회 통과에 맞춰 농업 분야 지원 대책을 추가로 내놨다. 하지만 농업계의 불만은 여전히 높다. 농업계의 주된 요구 사항이 빠진 데다 상생기금 1조원 조성도 실질적인 피해를 감안하면 질적·양적으로 적은 규모다. 더구나 피해를 보는 농업인들이 출자해 만든 농협까지 기금을 내라는 것은 옳지 않다. 무역이득공유제의 본질은 FTA의 주된 수혜자가 피해 분야인 농업 부문에 마땅히 보상해야 함을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농업이 기업의 팔을 비튼다’는 식의 왜곡된 여론몰이로 농업계를 염치없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무역이득공유제는 자발적 기금 조성 방식이 아니라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실효성이 있다. 한·중뿐만 아니라 베트남·뉴질랜드와의 FTA 비준 동의안도 이번에 함께 처리됐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의 주식인 쌀 시장은 이미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그런데 올해는 풍년까지 겹쳐 쌀값이 연일 하락하고 있고, 미곡종합처리장(RPC)은 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식량안보와 직결된 쌀 문제는 이제 더이상의 미봉책이 아닌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농업이 어떤 심각한 상황을 맞을지 알 수 없다.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농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지원 자세를 가져야 할 때다. 식량이 무기화됐을 때 후회해 봐야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농업 분야 지원에 대해 ‘퍼주기식’이라고 비판하지만 우리나라의 농업인 직접 지원 예산은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 1083만원, 일본 906만원, 유럽연합(EU)이 545만원 수준인 데 반해 우리는 직불금 등을 다 합쳐도 1인당 205만원에 불과하다. 농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한 축은 농협이 맡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농협의 혁신은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다. 2012년 조직 개편 이후 농협이 ‘판매농협 구현’에 진력해 왔지만 농업인들의 기대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무엇보다 중앙회가 판매·유통 지원 조직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슬림화 및 전문성 강화의 개혁을 해야 한다. 다음은 지역 농협이 판매·유통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농업인들이 안정적인 생활로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더욱 헌신적인 지원 활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 위기만큼 좋은 기회는 없는 법이다. 실사구시적인 차분한 대응이 요구된다. 정부가 FTA 발효에는 열을 올리다가도 끝나고 나면 ‘나 몰라라’ 하는 식의 무책임한 자세로는 밝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한류 열풍을 바탕으로 한국 농식품의 중국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농업인들도 치밀한 전략을 세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개인이든 국가든 끊임없이 문제에 봉착하지만 해결 의지와 방법에 따라 미래의 운명이 갈린다는 점을 명심할 때다.
  • 오리온, 중국에 6번째 생산기지 구축

     오리온은 중국 서북단 신장구의 베이툰시에 감자스낵의 원재료인 플레이크를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해 가동에 나섰다고 15일 밝혔다. 베이툰 공장은 오리온의 중국내 6번째 생산기지다. 준공이 완료되는 2017년에는 연 2만t의 감자 플레이크 생산 능력을 갖춘다고 오리온은 설명했다. 감자 플레이크는 중국 판매량이 많은 오!감자와 예감, 고래밥 등의 원재료다. 오리온은 이 제품 생산에 연 2만 5000t의 플레이크를 쓰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최근 중국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과자 시장이 쌀이나 밀가루를 쓴 제품에서 감자스낵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툰 공장 설립으로 오리온은 감자스낵의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생산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 제과시장의 2위 사업자로서 위상을 굳힐 계획이다. 오리온은 지난 1997년 베이징에 첫 생산기지를 세운 이래 상하이, 광저우, 셴양 등에 5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심리 부검을 통해 본 노인 빈곤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심리 부검을 통해 본 노인 빈곤

    변사사건처리부 한 장에 정리된 노인의 죽음은 냉정하리만큼 간단명료하다. 한 해 노인 35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실에서 오늘도 또 다른 노인의 죽음은 늘 하던 방식대로 기록되고 정리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노인 자살률과 빈곤율이 부끄럽다고 외치지만, 정작 무엇이 노인들을 벼랑 끝에 서게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 해 벼랑 끝에 서게 되는 노인이 3500명이나 되는 현실을 그리고자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은 심리·정신분석 전문가들과 함께 자살자에 대한 ‘심리적 부검’을 시도했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자의 유서나 가족·동료와의 면담 자료 등을 수집해 자살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다.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 전까지 노인이 거쳐 온 삶의 궤적을 좇아 ‘마음속 지도’를 그리기 위함이다. 높은 자살률로 고민이 많던 핀란드는 1980년대에 행했던 한 해 동안의 자살자 전원에 대한 심리부검을 통해 10년 새 자살률을 20% 포인트 넘게 떨어뜨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전국 자살자 가족을 상대로 심리부검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의 실적은 121건으로 많지 않다. 여기에는 죽음 앞에 침묵하는 문화 탓이 크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은 100여명의 노인 자살자 유가족 등을 만났지만 실제 심리부검을 허락한 것은 7가족뿐이었다. 이번 심리부검은 서울신문이 중앙심리부검센터에 의뢰해 한국형 심리부검 체크리스트인 ‘K-PAC 2.0’으로 진행됐으며, 유가족 면접은 임상심리 전문가가 진행하되 서울신문 취재진이 사례를 발굴하고 면접 과정에 모두 참관했다. 국내 언론이 다수의 노인 자살자를 대상으로 전문가 집단과 함께 심리부검을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복지부가 구축하고 있는 국가 심리부검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다.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1858~1917) 사연 없는 주검이 있을까.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사례는 노인을 자살로 이끄는 공통된 키워드를 찾기 위해 중앙심리부검센터와 진행한 총 7건의 심리부검 중 대표적 사례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름이나 주소지 등은 익명으로 처리했다. 두 노인을 자살로 내몬 상황과 심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키워드별로 부산, 충남 등에서 진행한 노인 심리부검 98건에 대한 통계(숫자 표시)와 전문가의 해석(알파벳 표시)을 덧붙였다. ■스스로 세상 버린 두 노인… 그들의 심리를 읽다 [주검1] “안방에서 죽었어. 그라목손(ⓐ) 먹고. 여서 꼬꾸라졌는디…거긴 보기도 싫여.” 2개뿐인 앞니에 박유순(69·가명) 할머니의 발음은 샜지만 악몽 같았던 그날 하루의 기억은 방금 전 일처럼 생생하다. 시부모 봉양으로 시작해 남편과 50년 이상을 함께한 흙담집(①)에서 남편 김희준(81·가명)씨는 지난 4월 중순 제초제(②)를 마시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사달이 난 건 7개월 전이다. 그날 아침 달라진 남편의 행동은 할머니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남의 농사일을 돕다 갈비뼈 골절(③)로 한 달여간 누워만 있던 할아버지(④)는 작심한 듯 성질을 부렸다. 밑도 끝도 없었다. 머리맡에 놓인 과도를 들고는 “문 닫고 나가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우리 아저씨는 원래 나한테 군소리 안 하고 다정한디 그날은 이상혔어. 과일 깎아 먹으려고 놔둔 과도를 들고 눈에 불을 싸지르면서 갑자기 나한테 문 닫고 나가라고 하는 거여. 겁이 나 문 닫고 나와 마당서 나물 두 바가지를 씻고 문 열어 보니 제초제를 마시고 쓰러져 있더라구.” 빗속을 뚫고 시속 100㎞ 이상을 달리는 구급차가 마치 경운기처럼 더디게 느껴졌다. 청주 병원을 거쳐 다시 천안의 대학병원으로 갔지만, 할아버지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불행이 다가온 건 지난 4월이다. 할아버지가 집 뒤 대나무 밭에 갔다 넘어져 갈비뼈 2대가 나갔다. 병원에 갔지만 계속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퇴원하고 며칠 후에 남의 삼밭 일을 도와준다며 경운기를 몰고 언덕배기를 오르는데 경운기가 넘어졌다. 다시 갈비뼈 3대가 나갔다. 의사는 “뼈가 다 붙은 뒤 퇴원하라”고 권했지만 그럴 순 없었다. 보름치 입원비로 내야 하는 90만원도 이미 노부부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었기 때문이다. 퇴원 후 할아버지는 끼니는 물론 화장실 가는 일조차 혼자 해결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늘 곁에 있을 수는 없었다. 당장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할머니는 가끔 나오는 남의 밭일이나 공공근로를 하러갈 수밖에 없었다. 돈이 원수였다. 주변에서는 병간호하는 사람을 붙이든 당분간 요양원에 보내든 하라고 권했지만, 매달 40만원이 드는 게 문제였다. 그렇게 할머니는 미안한 마음으로 할아버지에게 기저귀를 채우고 일을 나갔다. “먹고살려면 계속 일을 나가야 하니까. 찌개 끓여놓고 조기새끼 가시 다 발라놓고 남의 밭에 쑥 뜯으러 갔어. 그러고는 일 다하고 집에 갔더니 온종일 우리 아저씨가 밥(ⓑ)도 못 먹고 누워 있는 거여. 지 혼자 일어나지를 못하니까 밥도 못 먹고 있더라구. 그렇게 밥 좋아하는 양반이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할아버지 밥 떠먹여 주면서 그날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몰라. 그리고 하루 있다가 그렇게 됐어.” 지긋지긋한 가난은 대물림을 받았다. 그나마 젊을 때는 몸뚱이가 재산이었다. 머슴 일부터 남의 농사까지 안 해본 게 없었다. 다들 가난한 때라는 위안을 하며 평생 농사일을 했지만 살림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때는 희망도 있었다. 한 해 농사를 지으면 쌀 7가마니 정도가 나오는 작은 땅도 생겼다. 하지만 그런 꿈도 잠시. 몇 년 전 아들의 빚을 갚느라 전답을 모두 날렸다. 할아버지는 몇 년간 ‘그 땅은 쳐다보기도 싫다’며 애먼 산을 돌아 빙 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그 고단한 삶 속에서 3남매를 키워 출가시킨 것만도 대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년의 삶은 더 곤궁했다. 몇십만원이 전부인 통장 잔고는 늘 한 달을 못 버텼다. 할아버지가 팔순이 넘으면서 바깥 일은 거의 할머니의 몫이었다. 남의 밭에 일을 나가거나 공공근로를 해서 버는 돈은 20만~30만원 정도, 노령연금 등을 합쳐도 손에 쥐는 돈은 늘 50만~60만원(⑤)을 넘지 않았다. 땅 빌리는 데 드는 돈에 전기요금, 난방비, 약값, 식비, 부조금 등을 내면 남는 돈이라곤 몇만원 정도였다. “한 2년 전에 아저씨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 ‘내가 아파서 드러누우면 스스로 죽어야지, 남한테 피해가 가기 전에… 치료비(⑥) 때문에 산 사람도 못 살게 할 순 없잖아’라고…. 그때는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타박했는데 그때부터 그런 생각을 좀 했었나 봐.” 어려서부터 가난한 삶이었지만 할아버지는 점잖고 다정한 남편이었다. 시골 투전판에 낀다든지 바람을 피우는 일도, 그 흔한 주사 한번 부리는 일이 없었다. 덕분에 살아생전 집안에서는 큰소리 한번 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는 유품을 확인하다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수십년을 써 다 낡고 눅눅해진 남편의 지갑 속에 3만원이 찰싹 들러붙어 좀체 나올 줄을 몰랐다. 시어머니가 읽었던 성경책 등에선 몇 년을 모았는지조차 종잡을 수 없는 꼬깃꼬깃한 지폐 109만원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뒤늦게 발견한 할아버지의 쌈짓돈은 농협에 빌린 200만원을 스스로 갚아 보려는 마음인 듯했다. 가난한 부모는 3남매(ⓒ) 중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못 배우고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 남들처럼 좋은 것 못 먹이고 부족하게 가르친 것이 항상 미안했다. “생활비 대주는 애들은 없지만, 명절 때는 와요. 자기들 애들 키우고 밥 먹고 살려면 부모까지 챙길 여유가 있나. 자기 쓸 돈도 없을 거야.” 할머니는 못내 후회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죽으려고 했나. 하도 이불을 걷어차서 3~4개월 전부터 이불을 따로따로 덮었거든. 근데 언젠가 ‘임자, 내 곁에 와서 자’(ⓓ) 이러는 거야. 그래서 ‘더운데 뭘 같이 자’라며 홱 돌아서서 잤지. 그리고는 사흘 뒤에 그렇게 됐어. 그런데 우리 아저씨 돌아가시고 3일장도 못 치렀어. 며칠 지나지도 않아 공공근로 시작했지. 눈물도 안 말랐지만 목구녕이 포도청이니 그래도 나가야지. 일 안 하면 돈 못 받잖우.” [주검2] “아버지는 평생 가난했어요. 그렇지만 한번도 열심히 일하시지 않은 적은 없었죠.” 이명자(44·여·가명)씨는 아버지 이영재(가명)씨의 정확한 기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기억하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더 진실에 가깝다. 매번 외워 보려 하지만 좀처럼 기억에 남지 않는다. 부친의 죽음은 그만큼 잊고 싶은 사건이었다. 아버지는 일흔일곱 되던 2011년 3월(⑦) 고향인 전남 XX군 시골집에서 숨졌다. 사인은 병사(病死). 하지만 가족들은 아버지가 스스로 곡기를 끊어 사망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자살이라고 여긴다. 마흔살 때 한번 자살하려고 했던 전력이 있었고 사촌형(ⓔ)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가족사에 아픔도 겪었던 아버지였다. 딸 이씨는 “아버지가 자살을 시도했을 때 ‘그렇게 돌아가시면 남은 자식들이 평생 손가락질 당한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병사로 위장하려고 굶는 방법을 택하신 것 같다”고 했다. 이씨가 남긴 전 재산은 현금 200만원. 갚지 못한 농협 대출금 수백만원을 생각하면 실제 유산은 빚밖에 없다. 가난은 촌로의 게으름 탓이었을까. 하지만 딸 이씨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늘 부지런한 소작농(⑧)’이었다. 거둬들인 농작물의 절반은 땅주인에게 주고 남은 것의 절반은 자녀 5명에게 골고루 나눠 줬다. 그리고 남은 곡식을 팔아 푼돈을 벌었고 알뜰히 모았다. 선천성 난치병을 앓던 막내아들(ⓕ)이 있었기에 ‘아이가 먹고살 돈은 남기고 가야 한다’는 부채 의식에 더 악착같이 일했고, 또 모았다. 하지만 그 노력은 전 재산 1800만원을 친척에게 사기당해 모두 잃고 막내는 20살의 나이로 세상을 등지면서 허사가 됐다. 아버지 이씨의 황혼녘에 남은 것이라고는 ‘자식을 앞세웠다’는 허망함, 그리고 가난뿐이었다. 노인성 우울증(⑨)이 찾아왔고 76세 되던 해에는 후두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늙은 부정(父情)은 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 아비마저 기대기에는 딸들의 삶이 이미 퍽퍽했다. 빈곤의 대물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아내와 사는 고향집에서 외롭게 앓았다. 뒤늦게 아버지의 투병 사실을 알아챈 딸은 지역 대학병원에 아버지를 모시고 갔지만 의사는 “어차피 돌아가실 분(ⓗ)인데 뭐하러 데려왔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아버지는 음식과 물을 전혀 먹지 않았다. 어머니의 애타는 부탁과 만류에도 곡기를 끊었고 굶은 지 15일 만에 숨을 거뒀다. 빈곤한 노년은 늘 벼랑 끝에 서 있지만 내색할 수 없다. 가족들은 늙은 부모의 자살을 갑작스럽게 받아들이며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인은 오히려 충동적으로 자살하는 사례가 드물며, 모든 연령대 중 자살을 가장 치밀하게 준비하는 세대”라고 말한다. 심리부검에 응했던 딸 이씨도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먹먹하게 말했다. “유품 중 아버지 수첩이 있었는데 가족 생일과 제사만 적혀 있었어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가을걷이(ⓘ)를 해 보내주실 만큼 가족만 위하다가 즐기지도 못하고 사셨는데 도대체 왜….”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유영규 팀장 whoami@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열린세상] 한·중 FTA, 농업에 기회도 된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한·중 FTA, 농업에 기회도 된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 국회 비준을 거쳐 이달 20일 발효된다. 발효와 동시에 중국으로 가는 한국 수출품 958개 품목의 관세가 철폐되고 5779개 품목의 관세는 20일에 1차, 12일 후인 내년 1월 1일에 2차 인하된다. 올해 안에 발효됨에 따라 한국 수출기업이 얻게 된 혜택이다. 물론 한국도 중국 기업에 혜택을 교환해야 하지만 산업계는 한·중 FTA 발효를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양국 정부가 지난 6월 협정문에 서명하고 반년이 지나서야 한국 국회가 비준을 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농업 부문의 불안감 때문이었다. 한·중 FTA에서 농산물은 1611개 품목 가운데 581개(36.1%)가 초민감 품목으로 지정되고 이 가운데 541개(93%)가 양허에서 제외되었다. 그래서 한·중 FTA는 한국이 체결한 다른 FTA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그럼에도 중국 농업이 한국 농업에 주는 장기적 불안감은 크다. 낮은 생산비와 함께 지리적 근접성, 제도의 불투명성, 다양한 기후대 등이 주요 원인이다. 한국과 유사 기후대인 동부 연안 지역에서는 직접 경쟁 품목을, 온난 기후대인 서남부 지역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대체 품목의 공급 가능성을 늘 가지고 있다. 이런 불안감 때문에 국회는 많은 비판을 무릅쓰고 다소 어색해 보이는 1조원 규모의 가칭 ‘농어업 상생협력기금’까지 만들면서 한·중 FTA를 비준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상무부 후원의 한 행사를 다녀오면서 한국 농업이 마냥 불안해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음을 확인했다. 지난달 말 중국 상무부가 후원하고 중국농산물도매시장협회가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 개최한 ‘국제농산물무역전람회’에 초청받아 다녀왔다. 중국 농산물도매시장은 한국과 달리 상무부 관리 조직이면서 연간 거래량이 전체 농산물 소비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농산물 유통에서 중심역할을 한다. 유럽, 동남아시아, 중남미를 아우르는 20개 주요 국가에서 수출상인과 베이징 주재 대사관 관계자를 보내왔다. 흥미로운 것은 행사의 성격이었다. 중국 농산물의 수출을 위한 것이 아니고 반대로 주요 국가들의 대중 수출 시 중국 농산물 도매시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행사였다. 동시에 중국 도매시장 구매자와 주요국 수출업자를 연결해 주는 것도 행사의 일부였다. 대회를 주관하는 도매시장협회장은 중국 농산물도매시장을 농산물 판매 창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중국은 지금 13억명 인구 부양을 위해 농식품의 해외 수출보다는 안정적인 수입망 구축에 노력하고 있었다. 이 점에서 그 어떤 국가보다도 지리적 이점을 가진 한국 농업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는 지금까지 개최 도시를 바꾸어 가면서 열었는데 이번이 벌써 여덟 번째였다. 하지만 한국 수출업자와 대사관 관계자는 보이질 않았다. FTA 발효와 함께 중국 농산물의 한국 상륙을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가능한 기회는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행사에서 만난 몇몇 중국 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한국 농식품의 안전성과 고품질 이미지를 언급하며 중국에서의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다. 한국 정부와 업계의 긴밀한 협력과 외교적 노력으로 최근 우유와 포도를 중국으로 수출했다. 거기에 얼마 전 한국과 중국 정부가 수출 위생 및 검역·검사 조건에 최종합의를 이룬 쌀, 삼계탕, 김치 등도 곧 수출 길이 열릴 것 같다. 이 가운데 포도는 신선 농산물로는 처음으로 검역협상이 타결되어 실제 수출까지 이루어져 그 의미가 크다. 한국 정부는 여기에 힘입어 파프리카, 토마토, 참외, 딸기, 단감, 감귤 등 신선농산물도 검역협상을 요청하였고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중국 농산물도매시장이 가장 많이 취급하는 품목이 신선과일·채소류임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이들 품목의 수출을 위해 한국이 어디서 기회를 잡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가 좀 분명해지는 것 같다. 정부를 비롯한 관계주체가 함께 노력한다면 한·중 FTA는 한국 농업에 ‘위기는 기회’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 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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