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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국토기행] (65) 전남 해남군

    [新국토기행] (65) 전남 해남군

    대한민국 최남단에 있는 해남은 ‘한반도의 땅끝’이란 브랜드 이미지로 유명하다.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반도 형태로 동서 간 44.2㎞, 남북 간 54.8㎞, 1013.3㎢ 면적의 전남에서 가장 넓은 지역이다. 특히 면적의 34.5%인 349.5㎢의 광활한 농경지는 전국 최대 규모로 청정 땅끝 바다와 함께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명품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전국 12대 고품질 브랜드쌀에 최다 선정된 대표 명품 쌀 ‘한눈에 반한 쌀’을 비롯해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해남배추, 전국 최초 수산물 유기인증을 획득한 해남김, 지리적 표시제로 품질을 인정받는 전복 등 농수산물은 풍요로운 해남을 대표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땅끝마을, 신비스러운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문화유산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보석 같은 관광지들이 산재해 있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합계 출산율 전국 최고를 기록하면서 최근에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언론까지 비결을 취재하러 오고 있다. 땅끝이란 심리적 거리감이 있지만 교통망이 발달하면서 호남고속철(KTX)을 이용하면 넉넉잡아 3시간 안에 서울에서 닿을 수 있다. 당일로도 오감만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 볼거리 한반도의 남쪽 끄트머리이자 대륙의 시작인 땅끝마을은 한 해 8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아 망망대해 바다에 맞서 또 다른 희망을 담아 간다. 땅끝 바다가 마주 보이는 사자봉 정상에 선 전망대를 통해 아련한 서해의 섬과 오가는 고깃배, 노을 물드는 바다 등 그림 같은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높이 400여m의 사자봉까지는 바다의 경치를 감상하며 천천히 올라갈 수 있는 모노레일이 운행되고 있어 땅끝의 또 다른 명물이 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46만 2000㎡(약 14만평)에 이르는 매실농원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선 1만 4000여 그루의 매실나무에서 일제히 희고 붉은 꽃을 피워 낸다. 홍매화, 백매화, 청매화 등 각양각색의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은 영화 ‘너는 내 운명’, ‘연애소설’ 등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땅끝 주변에는 고운 모래로 이뤄진 유명 해수욕장이 곳곳에 있고 체험어장, 해양자연사박물관 등도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다. 송호리 해수욕장 인근에는 땅끝오토캠핑리조트가 조성돼 있다. 캐러밴 10대, 오토캠핑장, 야영장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땅끝에서 북평, 북일면을 잇는 해변도로도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졌다. 한자리에서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두륜산 대흥사 일원은 연간 70여만명이 찾는 해남의 대표 관광 명소로 전남도가 최근 발표한 ‘전남 으뜸경관 10선’에 선정됐다. 두륜산 중턱에 자리잡은 대흥사는 백제시대 창건돼 서산대사의 법맥을 이은 13대 종사와 13대 강사를 배출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1000개의 옥불이 모셔진 천불전과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었던 서산대사의 유품이 보관된 표충사, 조선 차의 중흥기를 만들어 낸 초의선사의 일지암 등 발길 닿는 곳마다 찬란한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대흥사까지 오르는 십리 숲길 또한 각양각색의 난대림이 터널을 이루고 있고 계곡과 물이 어우러져 구곡구유의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또한 1.6㎞ 거리의 국내 최장 두륜산 케이블카를 타고 고계봉에 오르면 새순이 돋아나는 두륜산의 봄과 멀리 다도해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은 제주도 한라산까지 볼 수 있다. 해남읍 연동리에는 국문학의 비조라 일컬어지는 조선시대의 시인인 고산 윤선도의 종가가 있다. 고산 윤선도 고택은 우리나라에서도 대표적인 종택이자 전통 고가로 잘 알려져 있다. 500년 된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녹우당’으로 불리는 사랑채와 한때 아흔아홉 칸에 달했던 수백년 된 고택 곳곳은 그 자체로 오랜 역사와 전통의 고즈넉한 멋을 풍기고 있다. 고산 윤선도 전시관에서는 국보 240호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과 고산의 어부사시사 등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지녔던 윤씨가 인물들의 가보들을 둘러볼 수 있다. 고산 문학의 배경이 된 금쇄동과 수정동이 있어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자연 속에서 은둔하며 살아갔던 고산의 심경을 느낄 수 있는 장소들이 산재해 있다. 2007년 개관한 우항리 공룡박물관은 400여점의 공룡 관련 화석과 희귀전시물들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공룡박물관이다. 아시아 최초로 전시되는 알로사우루스 진품화석, 높이 21m에 이르는 조바리아, 공중에 재현된 우항리 익룡 등 45점의 공룡 전신화석 등이 갖춰져 있다. 각종 전시물의 거대한 위용은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의 세계에 도착한 듯한 착각을 들게 하기 충분하다. 박물관은 시대별 공룡실, 중생대 재현실, 해양파충류실, 익룡실, 새의 출현실, 거대 공룡실 등 전시실과 공룡 관련 영상을 상영하는 영상실, 어린이 공룡교실 등이 있다. 공룡박물관과 연결된 황산면 우항리는 천연기념물 394호로 세계 최대의 익룡 발자국 등 희귀한 공룡유적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 일대의 해안가를 따라 5㎞에 이르는 공룡 화석지는 공룡 발자국 등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살아 있는 생물 교과서다. 이곳은 세계 최대 익룡 발자국(25~30㎝)과 세계에서 유일하게 익룡·공룡·새 발자국 화석이 함께 발견된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새 발자국 화석 등 화려한 수식어를 몰고 다니는 세계적인 화석지로 알려졌다. 야외공원에도 실물 크기 공룡들과 놀이시설이 넓게 조성돼 가족단위 관광객과 어린이 체험학습 장소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문내면의 우수영 앞바다는 거센 물살로 인해 조류의 흐름이 우는 소리처럼 들린다고 해 ‘울돌목’이라고 부른다. 울돌목에서 1597년 음력 9월 16일 이순신이 이끌던 조선 수군은 단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격파해 세계 해전사에 유례없는 대전승으로 기록되고 있는 명량대첩을 이끌었다. 이순신 장군이 강조했던 ‘필사즉생 필생즉사’(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다) 전투 장소다. 이를 기념해 조성된 우수영 기념공원에는 명량대첩비와 임진왜란 당시 사용했던 각종 전술 장비들을 보여 주는 전시관 등이 마련돼 있어 소중한 역사체험의 현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근에는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충무사도 있다. 명량대첩 시기를 즈음해 매년 가을 명량대첩제가 개최된다. 해상전투 재현, 조선시대 문화 체험 등의 행사가 열려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우수영은 임진왜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호 우수영 강강술래가 전해 내려오는 고장이기도 하다. 해남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먹거리 한국 대표 하얀 명품쌀… 해풍이 키운 초록 배추… 국민 간식 노란 고구마 <명품쌀> 해남 옥천농협의 ‘한눈에 반한 쌀’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소비자가 뽑은 전국 고품질 브랜드 쌀에 선정됐다. 13년 연속 전남 10대 고품질 브랜드쌀로 선정된 우리나라 대표 명품 쌀이다. 재배 초기부터 고품질 생산과 품종 혼입 방지를 통한 엄격한 유통관리로 2005년에는 전국 최초 러브미 인증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영국·독일 등 유럽에 수출을 개시했고 올해는 중국 쌀 수출 가공공장으로 선정되는 등 외국에서도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배추> 해남은 전국 최대 배추 주산지로 겨울배추 기준으로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다. 해남배추는 중부지역의 작기가 짧은 배추에 비해 70~90일을 충분히 키워 내 쉽게 무르지 않고 황토땅에서 해풍을 맞고 자라 미네랄이 풍부하다. 특유의 단맛도 가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절임배추로 김장 문화가 확산되면서 해남산 절임배추의 인기도 상종가를 보이고 있다. <고구마> 노오란 속살에 달짝지근한 맛으로 늦은 저녁 시간 출출할 때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 간식거리로 그만인 게 바로 고구마다. 고구마의 명성을 지켜 온 지역인 만큼 웰빙 자연식으로 영양도 듬뿍 담겨 있다. 해남고구마는 전국 생산량의 12%, 전남 생산량의 52%가량을 차지한다. 생육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은 물론 전국 최초 조직배양 무병묘 육성 등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은 해남고구마를 전국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잡게 했다. 해남고구마는 2008년 지리적 표시 42호로 등록됐다. <김> 청정한 땅끝바다에서 나는 김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담은 바다의 선물이다. 전국 최대 물김 생산지인 해남군은 지난해 8만 9000t의 물김을 생산해 사상 최고액인 660억원의 전체 위판액을 기록했다. 특히 전통 지주식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는 황산면 지주식 김은 2014년산 김이 전국 최초로 친환경 유기수산물 인증을 받은 데 이어 2015년산 김도 인증을 획득하면서 고품질 해남 수산물의 위치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토종닭> 해남읍에서 삼산면으로 넘어가는 돌고개를 중심으로 토종닭과 오리 요리 전문점이 단지를 이루고 있다. 이곳은 육회에서부터 불고기, 백숙, 닭죽까지 토종닭을 이용한 코스 요리로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또한 음식점마다 한방전복탕, 닭날개구이, 묵은지 삼계탕, 소금구이 등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해 선보이는 해남의 대표 먹거리촌이다. 해남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쌀 연구 달인’의 초보 농사꾼 도전기

    ‘쌀 연구 달인’의 초보 농사꾼 도전기

    고향 양양서 미니사과 나무 심기 시작 “영세농과 함께 농업정책 해법 찾을 것” “평생 종사한 농학자 신분을 떠나 이제 여생은 진짜 농사꾼으로 살 작정입니다.” 30년 가까이 국내 농업과 농촌문제 연구에 헌신해 온 윤석원(64) 중앙대 명예교수가 고향으로 귀농했다. 지난 2월 명예퇴임한 윤 교수는 곧바로 고향인 강원 양양으로 내려와 농사 준비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양양 현남면과 멀지 않은 강현면 강선리에 1800여㎡의 땅을 마련해 최근 부인 박미숙(61)씨와 함께 미니사과(알프스오토메) 나무 심기를 시작했다. 일반 농사보다 노동력이 적게 들고 친환경으로 과일을 재배할 수 있다는 판단에 미니사과 나무 200그루를 심기로 했다. 윤 교수는 “도시에서 노후를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평생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 농민을 연구해 온 학자로서 은퇴 후에는 꼭 농촌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늘 해 왔다”고 말했다. 인생 전반부를 강단에서 보냈다면 후반부는 농촌에 뛰어들어 농민들과 함께 어려움에 대해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보자는 열망도 한몫했다. 아직 경기 광주에 집을 두고 강의와 농사일을 병행하지만 내년에는 과수원 옆에 아담한 집을 짓고 정착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양양군에서 5차례의 귀농교육을 받았고 7명으로 구성된 작목반에도 가입했다. 윤 교수는 “그동안 주장하고 지적해 온 농업 정책과 농촌문제 등은 올해 초 집필한 ‘쌀은 주권이다’라는 칼럼집으로 대부분 정리했지만 농민 중에 억대의 고소득을 올리는 전업농은 극히 일부이고 대다수는 영세농인 만큼 이들을 아우르는 농업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윤 교수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각종 매체에 기고한 칼럼 중 쌀과 관련한 부분만 따로 떼어내 엮은 칼럼집으로 쌀시장 개방의 문제점과 농업정책의 문제점 등을 지적한 내용을 담았다. 윤 교수는 중도 성향의 농업경제학자로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 농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해 왔다. 중앙대 산업과학대 학장, 한국농업정책학회회장,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또 대통령 직속 농업·농촌대책위원회 제1분과위원장, 총리 직속 정부정책평가위원회 위원도 지냈다. 2005년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양양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식음료 특집] 국순당 백세주, 설갱미로 만든 부드러운 한류酒

    [식음료 특집] 국순당 백세주, 설갱미로 만든 부드러운 한류酒

    국순당의 ‘백세주’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 선정한 ‘우수문화상품’에 유일하게 지정된 술이다. 백세주는 우리나라 주류 시장에 전통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 제품으로, 외국 관광객에게 선보일 우리 술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1992년 개발됐다. 국순당 측은 “우리나라에는 조선 시대까지 600여 가지가 넘는 술이 있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거의 사라졌다”면서 “백세주가 우수문화상품으로 선정된 이면에는 우리의 음주 문화를 되살리자는 취지가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백세주는 국내 최초 양조 전용쌀로 개발된 ‘설갱미’를 원료로, 국순당의 특허 기술인 ‘생쌀발효법’으로 빚는다. 설갱미는 단백질 함량이 적어 맛이 부드럽고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고 미세한 구멍이 많아 잘 부서져 양조 가공성이 뛰어난 쌀로, 국순당은 농가와 약속 재배를 통해 설갱미를 공급받고 있다. 백세주엔 또 100% 국산 원료인 구기자, 오미자, 인삼, 황기 등의 한약재가 들어간다. 주류업계 최초로 제품에 열량 및 영양성분표시제를 도입한 백세주는 고기류, 보양식 등 대부분의 한식류에 잘 어울린다. 미국, 일본, 중국 등 3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필리핀의 순결 팔라완Palawan

    필리핀의 순결 팔라완Palawan

    팔라완은 필리핀 최고의 청정지역, 최후의 미개척지로 불린다. 희귀한 멸종위기 동물들과 전 세계에 존재하는 산호종의 75%가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다. 필리핀의 또 다른 선물 어두운 저녁, 팔라완의 푸에르토 프린세사Puerto Princesa 공항에 내렸다. 밤이라곤 해도 명색이 공항인데 너무 깜깜하다. 공항을 나서니 바로 시골길이다. 사람도 별도 보이지 않았다. 푸에르토 프린세사를 ‘숲의 도시’라고 부른다더니 공항은 ‘숲속의 공항’ 같다. 필리핀 서쪽 끝에 위치한 팔라완은 접힌 우산처럼 가늘고 긴 섬이다. 면적은 제주도의 7배. 동서 길이는 40km에 불과하지만 남북 길이는 600km에 달한다. 마닐라에서 팔라완의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10분 거리다. 시간은 얼마 안 걸리는데 제 시간에 가기란 쉽지 않다. 필리핀에서 국내선 연착은 늘 있는 일, 아예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속 편하다. 배를 타고 팔라완으로 갈 수도 있다. 마닐라에서 ‘슈퍼 페리’라는 배를 타면 27시간 정도 걸린다. ‘슈퍼’ 페리가 꽤나 느리다. 필리핀 하면 많은 이들이 보라카이부터 떠올린다. 팔라완은 해운대 같은 보라카이에 싫증난 여행자들을 위한 필리핀의 또 다른 선물이다. 필리핀 최고의 청정지역, 최후의 미개척지로 불린다. 팔라완의 1,780개 섬 중 관광객이 접근할 수 있는 섬은 24개에 불과하다. 고유한 자연생태를 지키려는 필리핀 정부의 의지다. 팔라완은 필리핀에서 전기 트라이시클을 운행하는 유일한 도시이기도 하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초록바다거북, 바다코끼리, 고래상어 같은 희귀하고 이국적인 멸종위기종을 볼 수 있다. 7,000여 개의 섬을 가진 필리핀에서도 이런 동물을 볼 수 있는 곳은 팔라완밖에 없다. 팔라완의 산호지대에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산호종의 75%가 서식한다. 지구 전체 바다에서 산호초가 차지하는 면적은 0.1%에 불과한데 바다생물의 25%가 산호초에 의지해 살아간다고 한다. 그만큼 산호초는 바다 생태계에서 중요하다. 2015년 6월 E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하나뿐인 지구>는 팔라완을 찾아 팔라완의 종 다양성을 확인했다. <하나뿐인 지구>는 이렇게 말한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종 다양성 집중 지역은 지구 표면의 단 2.3%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팔라완은 육지와 바다 생태계를 모두 볼 수 있는 자연의 보고다.” 문화도 다양하다. 팔라완 주민들이 쓰는 방언은 52개에 달한다. 주민 중 단 28%만이 필리핀 공용언어인 타갈로그어를 사용한다. 다른 도시와 달리 치안도 좋다. 팔라완의 범죄발생률은 필리핀에서 가장 낮다. 땅 속의 강을 따라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 199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Puerto Princesa Subterranean River National Park은 팔라완 최고의 볼거리로 꼽힌다. 이름 그대로 땅 속을 흐르는 지하강이 이곳의 하이라이트다. 지하강 전체 길이 8.2km 중 1.5km 구간이 일반인에게 개방되는데, 배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하루 입장객은 1,200명으로 제한한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시내에서 지하강 국립공원행 배를 타는 사방 비치Sabang Beach 선착장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한가로운 도로를 달리며 울창한 석회암으로 이뤄진 산간을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났다. 선착장에서 필리핀 재래식 보트인 ‘방카’를 타고 20분, 국립공원 입구에서 다시 작은 배를 갈아타고 지하강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거대한 석회암 산이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입구로 들어가자 이내 칠흑 같은 어둠이 앞을 가렸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서 다양한 형상의 석회암 석순과 종유석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세계, 암석세계다. 가이드는 이리저리 랜턴을 비추며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 보세요. 예수님이 있습니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종유석을 바라보니 정말 예수의 모습이다. “성모 마리아도 있습니다. 아, 저기에는 샤론 스톤도 있네요. 고개를 돌려 보세요. 공룡도 있고, 썩은 가지도 있고, 거대한 땅콩도 있네요.” 저마다의 상상에 따라 지하강은 무수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 막막한 어둠 속 지하 세계에도 생명이 살아간다. 박쥐들이다. 동굴 천장에 수많은 박쥐가 매달려 있고, 때로는 머리 위를 스치듯 손살같이 날아간다. 동굴뱀도 있다. 지하강의 유일한 파충류이자 박쥐의 천적이다. 육지의 강물이 바다와 합쳐지는 지점과 가까워질수록 다양한 생명이 등장한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은 몇해 전 제주도와 함께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에선 상업적 캠페인이란 이유로 의견이 분분했지만, 팔라완 사람들은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현지인들은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이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베트남과 라오스 국경의 퐁 나케방 국립공원과 멕시코 등에 더 긴 지하강이 있다. 시간이 찬찬히 흐를 때 맹그로브 숲 리버크루즈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북부도로Puerto Princesa North Road를 타고 15km 정도 달리면 산카를로스강이 나온다. 산카를로스강은 혼다베이로 흘러들어 가는데, 바로 이 구간에서 맹그로브 숲 리버크루즈가 이뤄진다. 어찌 보면 그저 강을 따라 배를 타는 것뿐이었는데, 맹그로브 숲 리버크루즈를 경험하는 동안 나는 팔라완 여행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간을 가졌다. 우리 일행이 탄 배를 제외하면 그 숲에는 어떤 인공적인 것도 없고, 승객의 말소리 외에는 어떤 소음도 없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맹그로브 숲은 풍요롭고 단정했다. 하루하루 도시에서 일희일비하며 사는 사람들과는 다른, 변하지 않는 자연의 영속성을 느낄 수 있었다. 영국의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는 “사람들은 뚜렷한 관점이 없기 때문에 거리나 저녁 식탁에서 이야기되는 것들에 귀를 곤두세우며 불행해진다. 이를 치료할 수 있는 건 새, 냇물, 수선화, 양 같은 자연뿐”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말한 자연에 팔라완의 맹그로브 숲을 추가하고 싶다. 맹그로브 나무는 큰 이파리로 소금기를 걸러내기 때문에 바닷가에서도 잘 자란다. 맹그로브 숲은 새들에게 둥지를 틀 자리를 제공하고, 초식동물에겐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인간에게도 중요하다. 갯벌에 빽빽이 들어선 맹그로브는 태풍과 파도를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환경 파괴로 인해 지난 40년 동안 세계 맹그로브 숲의 30~50%가 황폐해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앞서 팔라완을 필리핀 최고의 청정지역이라고 말했지만 이곳 생태계라고 인간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팔라완 지역 전체가 ‘동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음에도 불법적인 벌채와 낚시, 공해, 오염 등으로 인한 문제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팔라완의 맹그로브 숲은 필리핀 생태환경의 바로미터다. 별빛, 달빛 그리고 반딧불 빛 이와익강 반딧불 투어 때로는 어둠과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말해 주고, 사진으로 남길 수 없는 순간이 마음에 더 깊이 남는다. 이번 여행에선 이와익강IWahig River의 반딧불 투어가 그랬다. 캄캄한 밤, 반딧불이를 찾아 맹그로브 나무가 빼곡한 강 위를 노를 저으며 나아갔다. 반딧불이는 배 아래에 노란색 빛을 발광하는 기관을 갖고 있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건 오로지 짝을 찾기 위해서다. 흥미로운 건 반딧불이가 내는 빛이 전혀 뜨겁지 않다는 것. 오히려 차가운 편에 가깝다. 차가운 빛으로 짝을 유혹하는 셈이다. 강을 타며 내려가던 중 어느 순간 어둠 속에서 명멸하는 반딧불 빛이 보였다. 한두 마리가 아닌 수백 마리가 맹그로브 나무에 매달려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가이드는 마치 반딧불이들과 신호를 주고받듯 랜턴 불빛을 비추었다. 나도 스마트폰으로 빛을 보내니 반딧불이들이 기다렸다는 듯 박자를 맞춰 빛을 내 줬다. 그러고 보니 잠깐이나마 짝을 찾으려는 녀석들의 노력을 헛되게 만들었단 생각이 들어 좀 미안했다. 반딧불이를 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내게 팔라완의 반딧불은 별빛, 달빛보다 밝게 느껴졌다. 내가 그 시간을 단순한 반딧불 투어가 아닌, ‘반딧불 별빛 달빛 투어’라고 칭하고 싶은 이유다. 혼다베이의 무인도를 찾아 혼다베이 호핑투어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30분이면 호핑투어의 출발지인 ‘혼다베이’에 도착한다. 아름다운 해변과 산호초로 둘러싸인 혼다베이 주변에는 크고 작은 무인도가 100여 개에 달한다. 혼다베이의 호핑투어는 동남아의 다른 지역에서 하는 호핑투어와는 좀 다르다. 배를 타고 바다 위 포인트를 옮겨 다니는 대신, 서너 개 무인도를 순회하면서 스노클링과 수영을 즐기는 방식이다. 섬마다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취향에 맞게 가고 싶은 섬을 정하면 좋다. 방카를 타고 첫 번째 목적지인 카우리섬Cowrie Island을 찾아갔다. 무인도라고 해 정말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관광객을 상대하는 작은 매점 등이 있다. 두 번째 목적지는 바다 위의 스노클링 포인트다. 여기서 본격적으로 스노클링을 즐긴다. 세 번째 목적지는 아름다운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판단섬Pandan Island이다. 그 밖에 스네이크섬Snake Island도 스노클링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팔라완 섬 주변의 해협은 아주 깊어서 대형 선박이 섬과 섬 사이를 오갈 수 있을 정도다. 해변 근처에서 수영을 할 땐 수심이 낮아 보여도 조금만 더 바다쪽으로 나가면 바로 절벽이라고 한다. 팔라완 북부인 엘 니도 해양보존구역에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할 수 있는 이유다. 팔라완 주도 반나절 여행법 푸에르토 프린세사 시티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인구 53만명이 거주하는 팔라완의 주도다. 2010년까지만 해도 팔라완에서 ATM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은 푸에르토 프린세사밖에 없었다고 한다. 작은 도시이지만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고 트라이시클이 많은 탓인지 간혹 교통체증도 있다. 최근엔 대형쇼핑몰 ‘로빈슨’이 푸에르토 프린세사의 메인 스트리트인 리잘 거리Rizal Ave.에 문을 열기도 했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시내에도 반나절 정도 둘러볼 곳들이 있다. 1924년 미국인들이 세웠다는 이와익 교도소Iwahig Prison and Penal Colony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교도소의 모습과 완전히 다르다. 죄의 경중에 따라 다른 티셔츠를 입은 범죄자들이 수감되어 있지만, 교도소라기보다 대농장 같은 분위기다. 수감자 대부분은 가족과 함께 쌀이나 채소를 재배하면서 지낸다. 다른 일반 교도소에 비해 갱생률이 높다고 한다. 내가 그곳을 찾았을 때도 수감자들이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며 손님들을 맞이했다. 팔라완 야생동물 구조·보존센터Palawan Wildlife Rescue and Conservation Center에서는 희귀종인 바다악어를 보고 악어의 생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과거 악어사육장이었던 곳을 야생동물 보존센터로 바꾸었다. 악어뿐 아니라 섬의 다양한 동물들도 보호한다. 이곳에서 악어를 구경할 때는 악어 탱크 안쪽으로 손을 넣어선 안 된다. 어린 악어들이 점프를 해 손을 물 수도 있다.베이커스 힐Baker’s Hill에서는 정원을 거닐며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을 보고, 전망대에서 혼다베이와 팔라완 들판을 내려다볼 수 있다. 입구의 베이커리에선 갓 구운 팔라완 스타일 빵을 맛볼 수도 있다. ▶travel info PALAWAN Airline필리핀항공은 취항 이래 75년째 동안 국제선 무사고를 자랑한다. 인천에서 오전 8시10분 출발, 마닐라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오전 11시25분 도착한다. 팔라완행 국내선 비행기는 제3터미널에서 출발한다. 모든 한국 운항 노선에는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한다. 2014년 금호건설은 GS건설과 함께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 확장 공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2017년 공사가 마무리되면 현재 한 해 30만명을 수용하는 공항에서 200만명 수용 가능한 국제공항으로 새롭게 오픈한다. CLIMATE온난하고 햇빛이 좋지만 6월 말부터 8월까지는 비가 자주 내린다. 필리핀의 여름인 3월부터 6월 초까지는 쾌적한 날씨가 이어져 섬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다. SAFETY종종 뉴스에 등장하는 필리핀 소식은 유쾌하지 않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마닐라의 치안에 대해선 말이 많다. 나 역시 필리핀 치안에 대한 의심이 많았다. 필리핀을 떠올리면 무작정 권총을 든 택시강도가 떠올랐을 정도로 선입견이 깊었다. 하지만 며칠간 직접 경험해 본 마닐라의 치안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다만 유흥지는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스마트폰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면 우버Uber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지 교민들도 우버 택시를 한 번 타보니 일반 택시는 이용하지 못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안전하고 친절하다. PUBLIC TRANSPORT트라이시클Tricycle은 오토바이의 한쪽 면을 개조해 승객이 탈 좌석과 짐을 실을 짐칸을 만든 것이다. 얼핏 보면 오토바이 위에 미니봉고의 절반을 씌어 놓은 것 같다. 미군이 남기고 간 지프를 개조해 만든 지프니와 더불어 팔라완의 양대 대중교통 수단이다. 시내에서 기본요금은 8페소. 에디터 고서령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취재협조 필리핀항공 www.philippineair.co.kr, 클럽코리아 02 774 3842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당신의 상식은 틀렸다…‘의외로’ 피하는게 좋은 음식들

    당신의 상식은 틀렸다…‘의외로’ 피하는게 좋은 음식들

    건강 상식은 인터넷과 잡지, 신문, 방송 등을 통해 매일처럼 쏟아진다. 많은 이들이 흔히 접하는 음식들의 위험성과 필요성에 대해 전문가 못지 않은 상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상식에는 늘 빈틈이 있는 법. 일반 상식보다 더 몸에 해로운 음식들도 분명히 존재한다.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이 현지 영양 전문가 헬렌 본드의 조언을 인용, ‘의외로’ 몸에 좋지 않은 몇 가지 음식들에 대해 경고해 관심을 끈다. ▲스무디스무디는 영양소가 풍부하며 음용이 편리한 건강음료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일일 권장 칼로리를 고려한다면 스무디는 위험한 음식이 될 수 있다. 스무디에 들어가는 과일의 당분 때문이다.본드는 “의심의 여지없이 스무디는 여타 당분 높은 탄산음료보다는 나은 선택이다”면서도 “그러나 전반적인 건강상 이익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회의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매장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스무디 제품에는 전지유(whole milk) 요거트, 시럽, 설탕, 등 추가 식재료가 들어있어 열량이 너무 높다”고 설명한다. 이어 “또한 스무디에 들어가는 과일 및 야채는 과즙형태인데 과즙을 만들면 원재료의 영양소가 파괴될 뿐만 아니라 포만감의 지속시간 또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흰 빵, 흰 쌀밥흰 빵이나 흰 쌀밥을 만드는 밀과 쌀은 도정 과정에서 겨와 씨눈을 제거해 비타민 E 등의 다양한 영양소가 최대 75% 정도 줄어들게 된다. 더 나아가 이렇게 도정된 곡물은 글리세믹 지수(GI)가 높아진다. GI가 높은 음식은 흡수속도가 빨라 혈당수치를 빠르게 상승시킨다. 본드는 “순수한 포도당의 GI는 100이며, GI가 55 미만인 식품을 저혈당 식품으로 취급한다”며 “그런데 흰 쌀밥의 GI는 98이며 콘플레이크는 84, 흰 빵은 70에 달한다”고 설명한다.이러한 곡물 섭취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통곡물을 섭취하면 된다. 본드는 “이러한 곡물은 혈류에 흡수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혈당이나 에너지 수치가 완만하게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팝콘특별한 첨가물 없이 평범하게 튀겨낸 팝콘은 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본드는 “팝콘은 통곡물로 만들어지는 음식이며 저지방 음식”이라며 “하지만 팝콘에 다른 첨가물을 넣기 시작하면 그 때는 얘기가 다르다”고 말한다. 이어 “버터나 설탕을 잔뜩 묻힌 팝콘은 열량이 매우 높아진다”며 “따라서 팝콘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화이트 초콜릿굳이 초콜릿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화이트 초콜릿 보다는 일반 초콜릿을 먹는 편이 영양학적으로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이 본드의 조언이다. 화이트 초콜릿에는 코코아 성분이 전혀 들어있지 않아, 코코아가 주는 건강상의 이익을 전혀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코코아에는 일부 과일 및 야채에서 발견되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가 함유돼있다. 이 물질은 항암 및 해독 작용을 하며 세포가 가해지는 손상을 막아준다. 반면 화이트 초콜릿의 경우 코코아가 아닌 코코아 버터로 만들어지며, 설탕과 유고형분이 많아 지방 및 당분 함량과 칼로리가 높다. 일반 초콜릿과 다크초콜릿은 코코아가 많고 설탕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화이트초콜릿은 피하는 것이 월등히 좋은 선택이라고 본드는 전했다. 사진=Pixabay(퍼블릭 도메인)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씨줄날줄] 이세돌의 돌(乭)과 둘(乧), 톨(㐋), 할(乤)/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이세돌의 돌(乭)과 둘(乧), 톨(㐋), 할(乤)/서동철 논설위원

    인공지능(AI) 알파바둑(AlphaGo)에 첫판을 내주기는 했지만 이세돌(李世乭)은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세상의 돌’이라는 뜻이니 바둑으로 세상을 평정할 조건을 벌써부터 갖추어 놓은 것이다. 돌(乭) 자는 우리가 만든 한자(漢字)다. 돌 석(石)이 의미를 담고 있는 요소라면, 새 을(乙)은 리을(ㄹ) 받침의 음가를 이룬다. 중국 언론은 돌의 의미를 취해 ‘이세석’(李世石), 일본 언론은 음을 취해 ‘이세도루’라 표기하고 있다. 이두, 향찰, 구결에서 보듯 우리는 일찍부터 한자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썼다. 돌(乭) 같은 고유 한자도 이미 ‘삼국유사’에서부터 나타난다. 한자가 유입된 초기에는 순우리말 사람 이름이나 땅 이름을 표기하기가 더욱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도 다산 정약용(1762∼1836)과 오주 이규경(1788∼1863)이 각각 ‘아언각비‘와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적지 않게 다루었다. 학계에 따르면 이렇게 만들어진 고유 한자는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중국에는 없는 사람 이름과 땅, 동물, 식물, 관직, 생활도구 등의 이름이 많다. 지금도 사람 이름으로 심심치 않게 쓰는 글자가 이세돌의 ‘돌’ 자다. 과거 돌은 역시 고유한자인 쇠(釗) 자와 짝을 이루어 돌쇠라는 우리말 이름을 표기하는 데 쓰였다. 돌과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고유 한자가 갈(乫), 걸(乬), 둘(乧), 톨(㐋), 할(乤) 등이다. 한자와 한글을 혼합해 새로운 글자를 만든 것도 있다. 임꺽정을 표기할 때 쓰는 걱(巪) 자가 그렇고, 놈(㖈), 둑(㪲), 둔(䜳), 둥(㪳), 억(㫇) 자가 그렇다. 한자에 쌀 미(米) 자가 있지만, 쌀(㐘)이라는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 쓴 것도 흥미롭다. 조선 제9대 임금 성종이 보위에 오르기 전 잘산군(乽山君)이었는지, 자을산군(者乙山君)이었는지 종종 논란이 일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은 일관되게 자을산군이라고 표기했지만,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잘산군에 봉해졌다’는 표현이 있다. 잘산군이라고 부르되 공식 표기는 자을산군이라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돌고래 국(䱡), 족제비 광(㹰), 망둥어 망(䰶), 가자미 첩(鯜), 민어 회(鮰), 대구 화(夻) 자 등 동물과 어류를 이르는 글자도 적지 않게 만들어 썼다. 중국에는 없거나 흔치 않아 글자가 없거나 있어도 용례를 찾기 어려운 글자였을 것이다. 알파바둑 열풍이 일본말 ‘고’(碁·기)가 국제어로 완전히 자리를 굳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부수가 돌 석(石)인 이 글자는 돌을 사용하는 이 게임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보여 준다. 게다가 일본은 현대적인 바둑의 룰을 정착시킨 것도 사실이다. 반면 한자의 바둑을 가리키는 나무 목(木) 변의 기(棋)자는 상대적으로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 낡은 글자다. 한국에는 순우리말 ‘바둑’이 있다. 이번 기회에 바둑이라는 한국말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쉽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이기권 “새달 임단협 전까지 노동법 통과돼야”

    이기권 “새달 임단협 전까지 노동법 통과돼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정부·재계 합동 간담회에서 “4월 본격적으로 임단협 교섭을 하기 전에 법 제도를 확정해야 불확실성 지속으로 고용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조속한 노동개혁 법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이 장관은 간담회에서 “그동안 수많은 호소를 했던 일자리 주무장관으로서 벽을 보고 호소를 하는 것 같아 이제는 자괴감마저 든다”며 “무엇보다도 우리 부모 세대들이 제때 할 일을 못 해 아들·딸들의 마지막 남은 실낱같은 희망마저 잃어버리게 하고 있어 고개를 들기 미안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10% 기득권 논리, 정치적 계산 때문에 법안 처리를 뒤로 미루는 것은 나머지 90%의 국민을 외면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노동개혁은 투자 확대의 필수적 전제 조건”이라며 “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개시설을 보강해야 하는데 수로를 고치지 않으면서 생산량만 높이자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임시국회에서도, 1월 임시국회에서도 (노동개혁 법안이) 처리되지 않았고 2월 임시국회도 2~3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고용률 70%가 넘는 선진국은 파견에 관한 규제가 거의 없다. 19대 국회에서 노동 관련 법들이 통과될 수 있도록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은 “보통 일자리는 양보다는 질이라고 하지만 지금처럼 국내외적으로 수요가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일자리의 질보다는 양”이라며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서비스법 처리를 촉구했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도 “국민과 기업 등 경제계가 느끼는 위기감과 경제 법안에 대한 국회의 관심이 온도 차가 크다”며 관련 법 처리를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新국토기행] 충북 진천군

    [新국토기행] 충북 진천군

    충북의 중심에 있는 진천은 예부터 비옥한 토지에 풍수해가 없고 인심까지 후덕해 살기 좋은 고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생거진천’(生居鎭川·살아서는 진천)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그 명성이 이어져 지금은 농업과 공업이 함께 발전하는 내륙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곡창지대에서 생산하는 쌀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 1100여곳의 기업이 입주해 충북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2013년에는 진천읍 읍내리 일대 55만 8000여㎡를 국제 교육문화특구로 지정받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인구는 7만 3000여명. 충북 혁신도시가 있어 지속적인 인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기상관측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국가기상위성센터, 국가대표 종합훈련원 등도 자리잡고 있다. 진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볼거리 ●고려부터 지금껏 선조의 지혜 빛난 농다리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 세금천에 축조한 농다리(충북도 유형문화재 28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다. 전체 길이 93.6m, 폭 3.6m, 교각 1.2m다. 교각과 교각 사이는 0.8m 정도다. 다듬지 않은 크기가 다른 돌만을 적절히 배합해 서로 맞물리게 했다. 석회 등으로 속을 채우지 않고 자연석만을 그대로 쌓았지만 천년을 버틸 만큼 견고하다. 선조들은 거센 물살의 충격을 분산시키기 위해 교각을 일직선으로 배치하고 않고 지네처럼 약간 구부러지게 세웠다. 교각이 받는 물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한 교각 역할을 하는 기둥들이 타원형이라 소용돌이가 생기는 것을 막는다. 장마에는 물을 거스르지 않고 다리 위로 넘쳐 흐르게 했다.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다. 농다리는 1900년대 초 발간한 지리서인 ‘조선환여승람’에 등장한다. 이 책에는 음양의 기운을 고루 갖춘 돌을 이용해 고려 때 축조했다고 적혀 있다, ‘농다리’라는 이름은 다리의 특수성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성갑(60) 농다리전시관장은 “농다리의 ‘농’(籠) 자가 대바구니를 의미하는 ‘농’자”라며 “다리를 구성하는 돌들이 대바구니처럼 얽히고설켜 붙여진 이름”이라고 말했다. 연간 4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용이 한반도 끼고 승천하는 모습 닮은 초평호 바다가 없는 충북에서 물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총저수량 1387만t, 유역 면적은 133㎢다. 나지막한 구릉성 산지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초평호 안에는 수초와 작은 섬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잉어, 가물치, 붕어, 뱀장어 등이 많이 서식한다. 이 때문에 낚시터로 유명하다. 초평호는 볼거리도 풍성하다. 두타산 형제봉에서 내려다본 초평호 인근 형상은 한반도 모양을 닮았다. 한반도와 유사한 지형이 전국에 여러 곳 있지만 가장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용이 한반도를 끼고 승천하는 모습으로 보여 성공의 기운을 얻는 땅으로도 불린다. 초평호를 따라 조성한 둘레길인 ‘초롱길’은 진천군을 대표하는 산책길이다. 농다리로부터 초평호를 따라 1㎞의 친환경 나무데크길과 1.7㎞의 트레킹길로 꾸몄다. 금빛 물결 출렁이는 초평호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올레길이 부럽지 않다. 초평호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하늘다리도 있다.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는 묘미는 한번 즐겨 볼 만하다. ●천주교 순교자들의 본향 배티성지 백곡면 양백리에 있는 배티성지는 대한민국 최초의 천주교 신학교인 조선교구신학교 터가 있는 곳으로, 천주교 박해기의 교우촌이자 순교자들의 본향이다. 2011년 3월 충북도 기념물 150호로 지정했다. 배티는 배나무고개라는 뜻이다. 동네 어귀에 배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명소화 사업을 추진해 한국천주교회의 첫 번째 신학생이자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 기념관과 순교박해박물관이 들어섰다. 최양업 신부의 일대기와 그가 스승에게 쓴 서한문, 천주교 신자들을 고문했던 도구 등을 보며 믿음으로 고난을 이겨냈던 천주교 신자들의 처절했던 삶을 느낄 수 있다. 최양업 신부 선종 150주년 기념 대성당도 지었다.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으로 숨어들기 시작한 것은 1801년 신유박해 이후로 알려졌다. 신자들이 배티를 택한 것은 예부터 사람이 살지 않았던 오지인 데다 충청도와 경기도 접경에 있어 숨어 살기에 적당해서다. 이후 박해가 계속되면서 신자 수가 점점 늘어나 1830년대에는 천주교 신자들이 거주하는 교우촌이 형성됐다. 1850년에는 성 다블뤼 신부가 조선대목구 신학교를 설립한 뒤 배티교우촌에 있는 초가집을 매입해 학교 건물로 사용했다. 1853년에는 최양업 신부가 이 초가집에 살면서 전국 5개 지역에 흩어져 있는 교우촌을 순방하며 신학생들을 지도했다. 병인박해(1866년) 이후 배티 일대 신자촌은 순교자를 내고 와해됐지만 1870년부터 다시 신앙이 싹텄다. 1890년에는 이곳에 교리학교가 세워졌다. ●김유신 장군 탯줄 보관한 태실까지 오롯이 진천은 삼국통일의 주역인 김유신 장군의 고향이다. 김유신 장군은 595년 진천읍 상계리 계양마을에서 태어나 15세에 화랑이 됐다. 삼국이 통일하는 데 가장 큰 업적을 남긴 명장으로 673년 숨을 거뒀다. 그의 고향답게 진천은 김유신 관련 유적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6곳에 달한다. 진천읍 문진로에 있는 길상사(충북도 기념물 제1호)는 김유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통일신라 때 사당을 건립해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냈다. 사당은 유실과 철폐 등을 거쳐 1926년 현재의 자리에 세워졌고 1976년 정화사업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4계절 전경이 일품이다, 특히 봄이면 벚꽃이 장관이다. 인근에는 김유신 장군의 탄생지이자 그의 탯줄을 보관한 태실이 있다. 태실은 자연석으로 둥글게 기단을 쌓고 봉토를 마련했다. 태령산 꼭대기를 따라 돌담을 산성처럼 쌓았다. 현존하는 태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구조형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유신 장군의 아버지인 김서현 장군이 축조한 만노산성도 만날 수 있다. 만노는 진천의 옛 이름이다. 진천에서 가장 높은 만뢰산 정상에 있는 만노산성에서 김서현 장군이 백제군을 방어했고, 김유신 장군은 만뢰산전투에서 백제군과 싸워 승리했다. 산성 형태는 정상부를 둘러싼 태뫼식이며 계곡의 능선을 따라 성벽을 축성했다. ●한국의 범종 한자리에서 보는 종박물관 진천은 국내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조사된 석장리 고대 철 생산 유적지와 고대 제철로가 발견된 곳이다. 철과 깊은 인연이 있는 진천에 국내 유일의 종박물관이 건립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박물관은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한국 종의 예술적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고자 2005년 9월 개관했다. 전시공간은 3곳으로 나뉜다. 상설 전시실은 한국 범종의 역사, 종 제작 방법, 종의 과학적 기술 등을 보여 준다. 종소리를 직접 들을 수도 있다. 세계의 종 전시실에서는 유럽에서 아프리카까지 다양한 나라에서 실제 생활에 쓰이는 종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공예, 현대미술 등을 전시한다. 전시실 밖에는 타종 체험장이 있다. 축소 제작한 성덕대왕 신종과 생거진천 군민의 종을 타종해 볼 수 있다. 개관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연간 4만여명이 다녀간다. 원보현(45) 종박물관 학예사는 “한국의 다양한 범종을 한자리에서 보고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종박물관 설립에 가장 많이 기여한 인물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112호인 원광식(74) 주철장이다. 그는 자신이 수집하고 제작한 범종 150여점을 기증했다. 원 주철장은 그동안 국내 최대 범종인 세계평화의 종을 비롯해 총 7000여개에 달하는 국내외 주요 사찰 및 지자체 범종을 제작했다. >> 먹거리 ●붕어요리와 시래기 ‘환상의 짝꿍’ 중부권 최대의 낚시터로 알려진 초평호는 붕어, 잉어, 가물치, 뱀장어 등이 많이 서식해 전국의 낚시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이러한 지리적 여건으로 주변에는 민물고기 요리를 취급하는 음식점들이 많다. 그 가운데 ‘붕어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붕어마을’ 음식촌이 조성돼 인기 향토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11개 업소가 붕어요리 전문업소로 성업 중이다. 가장 사랑받는 요리는 붕어찜과 붕어조림이다. 커다란 참붕어에 칼집을 내고 갖은 양념을 넣어 찌는 붕어찜과 양념을 끼얹어 가며 윤기가 나도록 졸여 내는 붕어조림은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붕어살을 다 발라 먹은 후 양념에 볶아 먹는 밥도 일품이다. 시래기는 진천 붕어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붕어 음식은 비린내를 잡는 게 관건인데, 초평 붕어마을은 시래기로 비린 맛을 극복했다. 시래기 붕어찜은 2005년부터 진천군 향토 음식으로 주목받아 충북도 향토음식경연대회에서 연속 대상을 차지했다. 붕어요리는 몸에도 좋다. 붕어가 불포화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해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초평 붕어마을에서 붕어찜을 먹으며 두타산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과 자연과 잘 조화된 호반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붕어찜은 1인분에 1만 3000원이다. 초평면 붕어마을 광장에서는 해마다 10월에 붕어찜 축제가 열린다. 하루만 진행하는 축제이지만 3000여명이 몰려든다. 붕어찜 요리 시연, 무료 시식회, 맨손으로 민물고기 잡기 대회, 노래자랑 등이 펼쳐진다. 김민기 군 위생팀장은 “진천 붕어마을은 대물림업소들이 많고 시래기와 무가 충분히 들어가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며 “붕어찜 축제 기간에는 평소의 절반 가격에 붕어찜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황근지 붕어마을 번영회장은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과 경기, 대전 지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붕어찜 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전국에서 초평이 유일하다”고 자랑했다.
  • [현장 블로그] 동사무소 동네 사업까지 연예인 홍보대사?

    정부 부처의 홍보대사로 연예인이 선임됐다는 뉴스 많이 보셨죠? 요즘에는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도 연예인 홍보대사를 선임하는 게 당연해졌습니다. 일선 경찰서는 물론이고 동사무소도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선임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예인 홍보대사가 난립하면서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서울 은평구 갈현2동은 ‘우리마을 기부천사’라는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 1월 탤런트 전원주를 홍보대사로 위촉했습니다. 쌀, 라면 등 생필품을 기부하면 주민센터의 항아리와 뒤주에 넣어두고 저소득층이 가져가는 정책이니 알뜰한 이미지인 전원주는 딱 맞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작은 동네 사업까지 연예인 홍보대사를 선임해야 하느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이기 때문이죠. 경찰에도 수많은 연예인이 홍보대사를 맡고 있습니다. 경찰청 학교폭력 홍보대사는 가수 아이유입니다. 서울지방경찰청 명예경찰은 탤런트 고아라입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달 28일에 걸그룹 ‘아는동생’과 마술사 심상범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는데요. 이 경찰서의 학교폭력 홍보대사는 탤런트 최일화입니다. ●“정책 홍보보다 스타 신뢰도만 높아져” 대부분의 연예인 홍보대사는 무료로 활동합니다. 그 지역에 살거나 고향인 경우가 많죠. 하지만 연예인 홍보대사가 너무 많아지자 헷갈릴 뿐 정책은 눈에 안 들어온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취재 중에 만난 김모(42)씨는 자신이 사는 경기 의정부시의 홍보대사가 ‘백세인생’이라는 노래로 뜬 가수 이애란인데 전북 무주경찰서의 홍보대사를 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경찰청이 추진 중인 ‘안매켜소 운동’(안전띠 매기·주간 전조등과 방향지시등 켜기·교통소통 확보)의 홍보대사는 일선 경찰서까지 10명이 넘습니다. 넘치는 연예인 홍보대사를 두고 한 홍보 전문가는 “섹시한 모델이 청바지를 선전할 때 소비자는 청바지 브랜드보다 모델을 더 인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연예인의 주목도로 정책이 홍보되기보다 공공활동에 참여하는 연예인의 신뢰도만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실제 일부 정부기관에서는 ‘높은 분’(?)이 친한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정하라고 민원을 넣곤 하신다네요. ●“시민 주목도가 달라져… 고육지책” 공무원들은 연예인 홍보를 ‘고육지책’이라고 하소연합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기관 평가’에서 홍보 점수에 대한 배점을 높였다는 겁니다. 한 공무원은 “연예인 홍보대사를 선임해야 기사가 한 줄이라도 실린다”며 “각종 홍보 캠페인이나 행사를 할 때 시민의 주목도도 분명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정부 독자 대북제재] 北주민 “중·러마저… 이번엔 다를 것” 불안감

    [정부 독자 대북제재] 北주민 “중·러마저… 이번엔 다를 것” 불안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한 두려움이 북한 내부에서 확산되면서 불안감을 표시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대북전문 매체 데일리NK는 평안남도 소식통을 인용해 “유엔 대조선(대북) 제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는 소식이 손전화(휴대전화)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휴대전화 가입자만 300만명에 이르는 등 주민들의 주요 통신 수단이 되고 있다. 이 소식통은 “주민들은 예전 유엔 제재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면서 몹시 불안해하고 있다”며 “조(북)·중 친선관문인 신의주에서 광물 수출이 막혔다는 소식과 나진과 회령을 비롯한 모든 국경세관이 봉쇄될 것이란 소문이 순식간에 퍼지기 시작했다”고 내부 소식을 전했다. 그는 특히 “이웃으로 믿어 왔던 중국과 러시아까지 이번 제재에 동참했다는 점과 세부적인 제재 항목까지 전해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주민과 군인들 속에서 ‘‘고난의 행군’ 때는 중국의 도움으로 견뎌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중국 단둥 세관 등을 통해 북한으로 넘어가던 물자 트럭이 크게 줄면서 북한 내부는 ‘물자 부족 현상’을 겪게 됐고, 장마당 상인들은 이에 따라 식량과 생필품 등을 사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북한 신의주 장마당에서 지난해 말 1㎏당 3800원에 거래되던 쌀이 이달 들어선 5000원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7] 좋은 식습관이 정말 암을 예방해줄까

    암을 두려운 질병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줄곳 회자되는 금언이 바로 ‘좋은 식습관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음식을 찾아 나서고, 좋은 식습관을 체화하기 위해 고민들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생겨난 새로운 풍조를 반영해 ‘힐링 푸드(Healing Food)’나 ‘웰빙 푸드(Well-being Food)’ 같은 개념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헷갈리는 일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암은 타고난 기질, 즉 유전적인 소인이 문제라는 인식입니다. 많은 저명 학자들이 유전학적·분자생물학적 근거와 함께 이런 논지를 폈습니다. 이런 논리를 의학계에서는 정설로 인정합니다. 암은 발현 통로가 어디든 유전적인 소인이 유력한 발병 원인이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의료계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암 관련 자료나 정보에는 어김없이 ‘가족력’이라는 게 거론됩니다. 간단하게 말해 ‘당신의 가족 중에 누군가가 특정 암을 앓은 전력이 있다면, 당연히 당신도 그 암의 위험군에 포함된다’는 논리입니다. 이런 환자들은 진단 과정에서부터 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혈통을 따라 유전적 소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찰·관리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의료 소비자들은 이 대목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좋은 식습관이 암을 예방해 준다고 해서 좋다는 것만 골라 먹었는데, 헛물만 켠 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좀 막연하지만 “좋은 식습관이 유전적 소인까지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줄 꺼야”라고 믿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혼란을 일소할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이 글은 대한암예방학회(회장 김나영)의 결정과 권고를 근거로 쓴 것임을 밝힙니다. 또, 광범위한 암을 모두 다룰 수 없어 음식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대장암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참고로, 대한암예방학회는 1996년에 설립된 전문 학회로, 암 예방과 관련된 기초 및 임상과 관련된 연구자들이 모인 공신력 있는 단체입니다. ‘암 예방을 통해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미션(Mission)만 봐도 이 학회의 정체성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식습관이다” 에둘러 갈 것 없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도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0년 미국 하버드 의대는 자체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70% 이상의 대장암이 식습관 및 생활습관을 개선함으로써 예방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버드 의대는 이어 2009년에 ‘대장암 예방 모델연구 결과, 생활습관이 좋지 않은 여성은 생활습관이 좋은 여성에 비해 대장암에 노출될 위험성이 4배 이상 높았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장암 발병군에서 70%나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연구 결과입니다. 미국 대장암 환자 10명 중 7명은 환자 자신의 가족력과 상관없이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꿈으로써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나머지 3명이 유전성에 따른 불가피한 발병이었음을 인정(물론 연구 결과에 이런 내용이 포함되었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한다 하더라도 대장암 예방에 있어 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늠하게 하는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나 미국은 전 세계를 통틀어 대장암으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나라이며, 대장암 연구 분야에서도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임상 실적으로 가진 나라입니다. 우리가 대장암을 말할 때 위험요인으로 자주 거론하는 ‘서구식 식생활’이란 바로 미국인의 일반적인 식생활을 의미합니다. 즉, 과다한 붉은 살코기 섭취, 패스트푸드 등 인스턴트 음식에 대한 높은 의존도, 권고 기준치를 훨씬 넘어선 당분 및 나트륨 섭취와 지나친 흰 밀가루 사용 등이 여기에 해당되지요.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해 암 연구 및 진단·치료를 위한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한 나라이기도 합니다.미국에서 수행된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기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식습관은 그렇다 하더라도 생활습관을 바꿔서 사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할 사람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생활습관의 개선이 자신이 살아온 삶 자체를 개조하는 그런 큰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먹는 음식(섭취한 총열량)에 비해 크게 부족한 운동량을 늘리라거나 식사나 수면 패턴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라는 정도이니까요. 미국 등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에서 좋은 식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출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나친 상업주의의 폐해일 수도 있고, 일단 몸에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식품은 하나 같이 너무 비싸니까요.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라서가 아니라 엄두가 안 나서 뻔히 보이는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하는 일도 많습니다. 좋은 식습관의 기본인 ‘좋은 음식’을 두고 더러는 “돈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호사”라고 시덥잖게 받아들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배추나 시금치, 토마토만 해도 그렇습니다. 생산자는 생산 원가도 못 받는다고 아우성인데, 소비자들은 비싸서 못 먹겠다고 볼멘 소리들입니다. 이유는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유통 마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이거 돈 좀 되겠다 싶으면 유통업체들이 과점을 한 뒤 비싼 이문을 붙여 시장에 푸는 것이지요. 그래서 ‘직구’라는 방식이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은 규모가 유통 혁명으로 이어질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 유통 단계도 줄이고, 지나친 유통 마진도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여기에도 ‘자유’나 ‘자본주의’의 논리가 개입되는 모양입니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은 흔히 ‘자유’를 ‘내 맘대로’라고 해석하고, ‘자본주의’를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으로 아니까요. 하지만 틈새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유통마진이 쏙 빠진 ‘꽤나 좋은 식재료’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주거지에서 가까운 둔촌동 재래시장이나 성남 모란시장, 양평 재래장 등을 자주 갑니다. 요새는 대형 마트에 밀려 갈수록 규모가 줄고, 그래서 거래되는 품목도 제한적이지만 철 바뀔 때마다 당기는 체철 식재료는 싸게 구할 수 있습니다. 또 대형 마트라도 다 같지는 않습니다. 거기도 들여다 보면 ‘번개 세일’ 등 틈새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도리없는 일입니다. 당장은 좋은 음식을 위해 좀 더 많은 수고를 할애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장암을 이기는 좋은 식생활이란 대한암예방학회의 권고에 따르면 ‘대장암을 이길 수 있는 식생활’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과식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식 자체가 대장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는 없지만, 과식이 비만을 초래해 대장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과식을 경계하라는 뜻이지요. 다음은, 밥의 문제입니다. 밥은 한국인의 주식이지만, 최근에는 이런 전통 주식 패턴이 빠르게 해체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빵과 패스트푸드 등 밀가루 제품이 밥의 자리를 대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밥이나 빵을 먹을 때는 최소한의 경계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주식 원료는 고탄수화물식이어서 자칫 혈당의 변화를 초래하기 쉽고, 이런 혈당 문제는 당뇨병으로 이어져 비단 대장암 뿐만 아니라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니까요. 따라서 밥이나 빵을 먹을 때는 백미 대신 현미나 잡곡을 먹는 게 좋습니다. 현미밥이나 통밀빵을 먹는 방식인데, 이런 음식은 식감이 떨어지지만, 확실히 탄수화물 섭취량은 줄여 주고,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려줍니다. 이런 섭생을 ‘당지수가 낮은 탄수화물 섭취’라고 합니다. 당지수란, 탄수화물을 섭취한 뒤 체내에 흡수되는 속도를 감안해서 당질의 질을 비교할 수 있도록 수치화한 것입니다. 당지수가 높은 식품을 섭취하면 체내에서 혈당 수치를 빠르게 올려 2차적으로 대장암 발병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채소와 해조류, 버섯류를 자주 먹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짜지 않게 조리한 야채를 자주 먹으면 양질의 식이섬유와 비타민, 칼슘을 비롯한 무기염류 섭취량이 늘어나 장 건강은 물론 인체 대사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과일도 대표적인 권장 식품이므로 매일 적정량을 먹어줘야 합니다. 단, 과일은 생과일 상태로 먹는 것이 좋으며, 한 번에, 한 가지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짚고 갈 것은, 채소와 과일의 경우 대장암과의 연관성이 최종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인식은 대장암 예방에 나쁠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질환에서 이런 식료품이 보이는 유효성을 감안할 때 과일과 채소가 유익하다고 판단할 근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바람직한 섭생을 말할 때마다 강조하지만, 가능한 쇠고기·돼지고기와 햄·베이컨·소세지 등 육가공식품의 섭취량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신 닭고기와 생선·두부 등을 먹으면 육류 섭취 제한에 따른 단백질 부족분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습니다. 육가공식품의 문제는 붉은 살코기를 많이 먹는다는 생각조차 없이 많이 섭취하게 하기도 하지만, 가공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나트륨이 들어갈 뿐 아니라 착색제와 보존제, 합성 향료 등 많은 첨가물이 들어가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최근 소세지 등 육가공식품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가 전 세계 육가공 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만, 그 발표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붉은 살코기를 아주 안 먹고 살 수는 없는데, 적당한 양을 먹더라도 먹는 방법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고기를 구워서 먹을 때 가능하다면 숯불로 굽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 타지 않게 조리해 먹어야 합니다. 아시겠지만 단백질을 비롯한 육류는 고온에서 탈 때 발암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땅콩이나 호두, 잣 등 견과류를 매일 조금씩 먹어주면 좋습니다. 견과류에는 불포화지방산, 섬유소, 각종 미네랄 등 영양소가 풍부해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견과류도 과다하게 섭취하면 고지혈증이 심해지고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사실, 지금과 같은 영양학이 정립되기 전에도 견과류는 좋은 식품으로 꼽혔습니다. 특정 영양 성분을 생각했던 건 아니고, 껍질이 딱딱한 과실류는 땅의 정기를 한껏 품어서 먹으면 기를 축적할 수 있다고 믿었던 까닭이지요. 어느 새 대장암 위험국가가 된 한국 우리 나라에서 대장암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많았던 위암이 감소 추세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2010년 전국 암 발생률을 보면 남성 암의 경우 위암에 이어 대장암이 2위에 올라 있습니다. 여성 암도 갑상선암과 유방암에 이어 3위에 오를만큼 빈발합니다. 이런 대장암의 위험인자로는 고지방·고열량식과 육류가 꼽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서양식이 대장에 좋은 섭생이 아니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반면, 한식은 고섬유식이어서 대장암의 발생 빈도를 낮춰주는데, 문제는 갈수록 한식의 식탁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수많은 건강상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알게, 모르게 서구형 식단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 나라에서 대장암 발생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현상이 식생활의 서구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시겠지만, 대장암은 대표적인 서구형 암이었습니다. 불과 30∼40년 전만 하더라도 임상 사례가 많지 않아서 우리 나라에서는 대장암 연구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희귀했는데,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3대 암에 들어있으니, 그동안 우리의 먹거리와 섭생이 어떻게 바뀌었는 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장암은 무엇을 먹느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물론 유전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앞에서 거론한 식생활과 대장암의 밀접한 관련성을 이로써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개최된 대한암예방학회에서 이정은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영양학 측면에서의 대장암 예방을 주제로 한 연구를 통해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교수는 대장암 발생율을 높이는 확정적인 요인으로는 붉은 살코기와 가공육, 복부비만과 남성의 음주를 들었고, 가능성이 높은 요인으로는 여성의 음주를 꼽았습니다. 반대로 대장암의 발생율을 낮추는데 유효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식품으로는 마늘과 우유, 칼슘을 명시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 분석에서도 앞서 거론한 문제는 거듭 확인이 됩니다. 밥이든, 빵이든 다 탄수화물의 주요 공급원이지만, 이 두 가지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 필요한 반찬류에는 채소류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빵과 함께 먹는 식품은 주로 치즈, 버터 등 유제품이나 단 맛이 강한 잼류이지요. 같은 탄수화물 창고이면서도 밥과 빵을 달리 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건강 상의 관점에서는 빵보다 밥이 우위에 있다는 뜻입니다. 확실히 빵류는 밥보다 간편하게 식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적당하게 가미해 입맛을 돋우기에도 좋습니다. 빵의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더 편하고 싶고, 입맛 당기는 대로 음식을 취하려는 현대인의 취향이나 욕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이 현상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 나라에서 치솟고 있는 대장암 발생율이 당장 떨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그들이 우려하는 식생활의 문제가 단기간에 개선될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먹고 싶은 것만 먹어서는 곤란합니다. 먹어줘야 되는 것을 먹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냐고요?” 만약 누군가가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야”라고 반문한다면, 정답은 이미 수도 없이 나와있다고 설명할 도리 밖에 없습니다. 개개인의 실천의 문제일 뿐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앞서 서구형 식단이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이를 서양 사람들이 먹는 모든 음식이 문제라고 인식해서는 곤란합니다. 거기에도 틀림없이 건강한 식단이라는 게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걸 즐겨 먹습니다. 그 쪽의 문제는 이런 각성이 일어나기 전의 식단을 말하는데, 그런 식단은 채소류에 비해 기형적으로 육류가 많고, 짤 뿐더러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의존도가 상상 이상으로 높습니다. 이런 식단의 문제를 간파한 뒤 서구인들이 주목한 것이 바로 지중해 식단(Mediterranean diet)입니다. 붉은 살코기의 양을 최대한 줄인 대신 싱싱한 해산물과 야채, 과일, 발효식품과 올리브유가 어우러진 식단인데, 이런 추이를 반영해 개선·개량한 식단이 ‘DASH(Dietary Approaches Stop Hypertension diet)’입니다. 또 미국 정부에서도 따로 ‘미국 건강식사 지표(Healthy Eating Index)’라는 걸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데, 핵심 내용은 육류 섭취량의 제한 및 저지방 육류 섭취 권장, 나트륨 섭취량의 저감, 채소와 과일 섭취량 확대, 패스트푸드와 지나친 당류 섭취 제한 등입니다. 당연히 국내에서도 수 없이 많은 웰빙 식단이 만들어 졌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개가 상업적 이해와 관련이 있어 선뜻 취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좋은 식단을 만드는 수고를 감내하자는 것입니다. 좋은 음식이 대장암을 예방한다는 사실, 비단 대장암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암을 예방하는데 있어 좋은 식단의 순기능이 확인된 마당에 이를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 좋은 식단이 꼭 비싼 비용을 치르는 것도 아닙니다. 육류 섭취를 제한하는 것만 해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붉은 살코기를 어떤 식품으로 대체해도 상대적으로 경제적입니다. 또 야채나 과일도 비싼 것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과의 때깔이 좋다고 맛까지 좋은 것은 아닙니다. 품질 등급을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영양 분석이 아니라 겉모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불량식품만 아니라면, 그래서 모든 식품을 백화점에서만 구입해야 한다는 편견을 갖지만 않는다면 쌀과 밀가루의 구입 비용을 적절히 줄이는 대신 이를 유효성이 검증된 다른 식품 구입에 사용하게 되는만큼 식단을 바꾼다고 당장 가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요. 암은 무섭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예방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니 일상적으로 암의 공포감에만 주목해 스스로 위축되고 주눅 들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예방책을 수용해 건강을 얻으려는 의지와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강조하는 결론을 다시 한번 짚습니다. ‘좋은 음식을 바로 먹는 좋은 식습관은 암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대장암이 그렇지만, 다른 암에도 두루 적용되는 중요한 원칙입니다. jeshim@seoul.co.kr
  • [시니어 재교육 돕는 세심 행정] ‘집밥 老선생’

    [시니어 재교육 돕는 세심 행정] ‘집밥 老선생’

    “쌀은 왜 3번 이상 씻으라는 거예요? 한 번만 씻으면 안 되나?” “고기 핏물은 어떻게 빼는 겁니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양천구 목동보건지소엔 분홍색 앞치마를 두른 은발의 할아버지들이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82세 노인, 손자에게 음식을 해주고 싶다는 71세 노인, 아내가 세상을 먼저 떠난 뒤 허전함을 채우려 용기를 낸 65세 노인. 이곳에 모인 20여명은 제각각 사연을 품었지만, 나만의 요리를 만든다는 열정은 매한가지다. 양천구가 준비한 ‘행복한 인생 2막, 시니어 영양교실’은 65세 이상 남성 노인들만 참여할 수 있는 요리 수업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주방이 익숙지 않은 남성, 특히 어르신들이 스스로 건강한 식생활을 하도록 돕고자 마련했다. 지난해 처음 진행한 수업에서 큰 호응을 얻어 이번 2기 수업도 추진했다. 영양교실 2기에선 1기보다 두 배 늘어난 총 8번의 수업이 진행된다. 4번은 너무 짧아 아쉽다는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메뉴도 더 다양해졌다. 콩가루 냉이된장국, 쑥국, 돌나물 사과무침 등 제철 재료를 활용한 건강식은 기본이다. 찜닭, 버섯 불고기전골, 오징어 콩나물볶음 등 한상차림에 손색 없는 요리도 배운다. 재료의 영양소 등에 대해 배우는 식생활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 김수영 구청장은 3일 “건강을 챙길 뿐 아니라 친구를 사귀며 마음의 위로를 받는 분들도 많다”면서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들을 위한 이유식 교실과 요리 경연대회 등도 열어 건강하고 즐거운 노년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혼밥의 힘… 쌀 소비 줄어도 가공밥 잘 팔린다

    혼밥의 힘… 쌀 소비 줄어도 가공밥 잘 팔린다

    쌀 소비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햇반 등 가공밥 판매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가정식 대체식품 산업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 집계 기준 국내 가공밥 판매량은 2011년 2만 9261t에서 2014년 4만 1087t으로 40.4%나 늘었다. 가공밥이 보통 한 개에 200g인 점을 고려하면 1년간 약 2억개가 팔린 셈이다. 특히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늘면서 이 기간 잡곡 가공밥 판매량의 연평균 증가율은 63.3%로 전체 가공밥(12%)과 흰밥(9.4%)을 크게 앞질렀다. 반면 같은 기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1.2㎏에서 65.1㎏로 8.6%가 줄었다. 연간 쌀 소비량은 1985년(128.1㎏)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1인당 쌀 소비량이 62.9㎏까지 떨어졌다. 빠르고 간편한 식사를 선호하는 1인 가구 증가, 주 5일 근무에 따른 야외 활동 증가, 전반적인 가정 식생활 간소화 등이 가공밥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원인으로 꼽힌다. 2014년 기준 4033억원 규모 가정 간편식 소매시장에서 가공밥은 판매액 비중이 약 절반(48.8%·1969억원)을 차지해 가장 많이 팔렸다. 이어 국·탕·찌개류(9.4%), 죽류(8.9%), 카레류(8.2%), 수프류(7.6%) 순이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마포 어르신들 빅뱅처럼 한 끼

    마포 어르신들 빅뱅처럼 한 끼

    빅뱅, 2NE1 등 세계적인 스타를 키운 대형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에는 맛있기로 소문난 ‘구내식당’이 있다. 이 구내식당이 서울 마포구 노인들을 위해 합정동 YG엔터 건물을 빠져나왔다. 구는 YG엔터와 함께 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YG밥차 봉사활동’을 가졌다고 2일 밝혔다. 지역사회 공헌활동의 하나로 진행된 YG밥차는 복지관 노인 120명과 방과후 교실 아동 20명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배식봉사를 했다. YG엔터 측은 “YG밥차 활동은 2014년부터 시작한 것으로 올해는 회사가 있는 마포구에서 하기로 하고 첫 활동으로 성산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고 밝혔다. 봉사에는 YG엔터와 무주YG재단 임직원 13명, 고려대 응원단 봉사단 5명이 참여했다. 구와 YG엔터는 또 사내 기부문화 프로그램인 ‘YG 위드 캠페인’을 올해부터 지역사회와 나누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23일 ‘응원 드리미(米) 사업’으로 YG엔터 소속 연예인의 팬들이 스타의 이름으로 구에 쌀 화환을 기부했다. 남자 아이돌 그룹 아이콘(iKON) 콘서트의 쌀 화환 6730㎏, 그룹 위너(WINNER)의 멤버인 남태현 팬들에게 받은 쌀 화환 810㎏, 모델이자 탤런트인 남주혁 팬들이 준 쌀 화환 960㎏ 등 총 8500㎏(1900만원 상당)이다. 이 쌀을 마포 지역 저소득 아동·청소년가정 425가구에 전달했다. 박홍섭 구청장은 “케이팝으로 한류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YG엔터와 뜻깊은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함께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新국토기행] 경기 이천시

    [新국토기행] 경기 이천시

    대한민국 가운데 있는 경기 이천시는 쌀과 도자기의 고장이다. 동서 길이 27㎞, 남북 길이 36㎞. 남북으로 긴 표주박형을 이룬다. 광주산맥의 연장인 낮은 구릉이 이천시 전역에 산재해 있다. 구릉 사이를 남한강의 지류인 복하천·송곡천·청미천 등이 흘러 유역에 소규모 충적 평야가 발달했다. 토질이 비옥하고 수리시설이 잘 돼 있어 논농사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천 쌀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양질의 흙은 좋은 쌀뿐 아니라 도자기를 생산하는 근원이기도 하다. 전국의 도공들이 몰려들면서 전국 최대 규모의 도예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2010년 7월에는 국내 최초로 공예 및 민속 예술분야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됐다. 도자기를 빚는 예술인들이 많이 살고, 도자 산업 전반에 대한 인프라가 잘 구성돼 있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천은 이외에도 산수유마을과 부래미마을 등 볼거리·먹거리·체험거리 등이 풍부하고 온천여행까지 곁들일 수 있어 수도권 웰빙 가족 여행지로 손색없다. >> 볼거리 ●4월 29일부터 서른 번째 도자기 축제 설봉공원은 이천 문화의 중심지로, 이천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설봉산 자락에 170만㎡ 규모로 조성했다. 해마다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이천도자기축제와 이천쌀문화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도자기 축제는 올해로 ‘서른 돌’을 맞는 국내 최고의 도자기 축제이다. 올해는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22일까지 열린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축제 영상물을 제작해 홍보관에서 상영하고, 1950년대부터 2009년까지 제작한 대표 도자기 작품을 연대별로 전시할 예정이다. 이천쌀문화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016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축제 가운데 최우수 축제로 선정했다.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널찍한 설봉호수가 손님을 반긴다. 설봉호는 10만㎡의 면적에 둘레가 1.05㎞에 달해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가벼운 운동과 나들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80m의 고사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쏘아 올리면 그 주위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펼쳐진다. ●장우성 화백 예술혼 품은 시립월전미술관 설봉호수 인근에 있는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빼어난 디자인으로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2007년 개관한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근현대 한국화단의 산 역사로 전통의 맥을 이어 온 월전 장우성 화백의 대표작품과 화백이 평생 수집했던 국내외 고미술품 1532점을 중심으로 월전의 예술혼을 조명하고 있다. 미술관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학예실, 강좌실, 휴게실 등을 갖추고 있다. 1912년 여주에서 태어난 장 화백은 8살 때 이당(以堂) 김은호 문하로 한국화에 입문한 후 평생을 한국화에 헌신한 근대 한국화의 산 증인이며 문인화의 격조를 현대적으로 변용시켜 새로운 한국화의 경지를 개척해 온 한국화의 원로로 평가받고 있다. 월전미술관을 지나 산을 조금 오르면 신라의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영월암이 나온다. 보물 제822호로 지정된 영월암 마애여래입상은 고려 중기 작품으로 추정되고 이천시 향토유적 제3호로 지정된 석조광배 및 연화좌대는 통일신라 말이나 고려 초기작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자비엔날레 ‘심장’ 이천세라피아 설봉공원 안에 있는 이천세라피아는 세계도자비엔날레의 중심지이다. 이곳을 비롯한 여주, 광주 등지에서는 2년마다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가 열린다. 지난해에는 74개국에서 참가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이천세라피아에서는 세계 유명 도예인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공간과 마치 영화 촬영장 같은 미니 공원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세라피아 인근 이천도자전시판매장에서는 도예 작업을 하는 작가 200여명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국내 도자 전시장으로 최대 규모인 이곳에는 관상용 작품도자기와 멋진 다기 제품, 생활도자기와 각종 도자 인테리어 제품 등 수천여점이 관람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전시장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는 도자기를 굽는 전통가마가 설치돼 있는데 실제로 이천의 도예가들이 이 가마에서 도자기를 굽는다. 도자기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가마에 장작을 넣으면서 불을 때는 과정을 관람객들이 직접 볼 수도 있다. ●도예마을 300여곳·가마 40개 전국 최대 이천은 한국 전통 도자문화의 맥을 이어 가는 중심지이다. 지금은 값싼 중국 도자기가 수입되면서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도자기를 볼 수 있다. 이천시 사음동과 신둔면 수광리 일대에 300여개의 도예마을이 밀집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이다. 전통가마도 40개가 넘는다. 이곳에는 40여개의 도자기 전시장과 함께 체험장도 곳곳에 있어 온 가족이 도자기 빚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도자문화의 전성기인 조선시대에는 인근 광주, 여주에 비해 세력이 약했지만 1950년대 이후 교통이 좋은 이곳으로 도공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도자 메카로 부상했다. 도로변에 성업 중인 가게에서는 도자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산수유 군락지에 관광객 年 20만명 찾아 백사면 도립리 경사리 송말리 일대에는 전국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산수유 군락지(16만 5000㎡)가 있다. 3월 말~4월 초에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다. 마침 이때 이천산수유축제가 열려 해마다 20만명의 관광객들이 산수유 꽃을 감상하기 위해 몰려든다. 축제가 열리는 원적산 기슭 산수유마을은 100년 이상 산수유 고목 1만 7000여 그루에서 피어난 노란 산수유 꽃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이곳에 있는 반룡송(蟠龍松)도 유명하다. 하늘에 오르기 전에 땅에 서리고 있는 용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다. 천연기념물 제381호로 지정됐다. 신라 말기의 승려 도선(道詵)이 이곳에서 장차 난세를 구할 큰 인물이 태어날 것을 예언하며 심은 소나무 중 하나로 전해진다. ●농촌체험, 부래미마을에서 제대로 율면 부래미마을은 시골의 옛 모습과 전통이 남아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주민 대부분이 쌀을 비롯해 배, 복숭아, 고추 농사를 지어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다. 해마다 수많은 도시민이 농촌체험을 위해 방문하는 농촌체험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인절미를 전통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인절미 만들기 체험과 귤 따기 체험, 짚풀 공예 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 600여년전부터 힐링 명소 ‘이천 온천’ 나른한 몸에 휴식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바로 온천을 찾으면 된다. 이천온천은 600여년 전 세종대왕 때부터 온천배미라고 불리어 온 곳으로 나트륨 함량이 많아 각종 피부질환, 피부미용, 신경통, 부인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모가면에 있는 테르메덴과 시내권에 있는 미란다 스파플러스가 온천과 놀이를 겸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테르메덴은 숲으로 둘러싸인 산림욕장과 실내 바데풀, 야외 온천풀 등 대규모 바데풀을 갖춘 온천 리조트로 물놀이와 수치료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미란다 스파플러스는 원스톱 온천테마파크로 찜질방, 사우나, 노천탕 등 다양한 온천시설과 유수풀, 파도풀, 튜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놀이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먹거리 이천서만 볼 수 있는 ‘게걸무’… 최대 군락 ‘산수유’ ●조선시대 임금님 밥상 책임졌던 이천쌀 이천은 쌀 고장답게 쌀밥도 유명하다. 중부고속도로 서이천 나들목에서 3번 국도변 신둔면에 들어서면 임금님 진상미로 유명한 이천쌀 전문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이천쌀은 조선조 성종 때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했던 것으로 기록됐다. 또 조선시대 농서 행포에는 “이천에서 생산한 쌀이 좋다”고 기록돼 있다. 비결은 맛과 최고 품질이다. 이천쌀은 ‘추정’ 품종으로 아밀로스(19% 이하), 단백질(6% 이하) 등이 이상적으로 포함돼 있고 특히 옥타코사놀이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이천(利川)은 지명에 나와 있듯 물이 많은 고장으로 분지형이어서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오염원이 없고 일조시간과 일조량이 많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동숙기에는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커서 완전미 비율이 9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천쌀은 무기성분이 풍부한 지하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타 지역의 쌀보다 칼륨,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등 함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호원 복숭아, 차세대 특산물로 육성 이천은 복숭아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천을 비롯해 용인, 여주 등 경기 동부지역에서 재배하는 ‘장호원 황도’는 당도가 높고, 빛깔이 고운 데다 저장기간까지 긴 품종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다. 이천시는 황도를 비롯한 천중도, 미맥 등 품종의 복숭아 8000여t을 생산하는 등 지역 특산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1997년부터 매년 9월 복숭아 축제를 열고 있다. 복숭아 열량은 쌀, 보리 등의 20%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당분, 유기산, 비타민, 섬유소, 무기물 등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된 종합영양제로 꼽힌다. ●159개 산수유 농가에서 2만 3000㎏ 생산 백사면 5개 마을 159개 농가에서 2만 3000㎏의 산수유 열매를 생산하고 있다. 층층나무과의 낙엽교목인 산수유나무의 열매는 타원형의 핵과(核果)로서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8~10월에 붉게 익는다. 육질은 술과 차, 한약 재료로 사용한다. 코르닌·모로니사이드·로가닌·탄닌·사포닌 등의 배당체와 포도주산·사과산·주석산 등의 유기산이 함유돼 있고 비타민 A와 다량의 당도 포함돼 있다. 특히 산수유의 가장 큰 약리작용으로는 허약한 콩팥의 생리기능 강화와 정력증강 효과가 꼽힌다. 이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산수유 불갈비 양념소스를 비롯해 산수유 차, 산수유 허브고추장 등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매운 맛 토종 무 ‘게걸무’ 피부미용 효과 게걸무는 목화밭이나 콩밭 사이에서 재배해 온 토종 무로 이천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다. 매운맛이 강하고, 껍질이 두꺼우며 육질이 단단한 게 특징이다. 일반 무나 순무에 비해 수분 함량은 낮은 반면, 단백질, 지방, 회분, 섬유소 함량이 높아 암, 황달, 치질,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름철에 입맛이 없을 때 입맛을 돋워 준다. 소금에 절여 땅에 묻었다가 겨울이 지난 후에 먹을 수 있는데 맛이 그만이다. 이천의 ‘돌댕이석촌골’에 가면 게걸무를 이용해 만든 걸무시래기밥을 맛볼 수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그래픽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인판티노 “러시아·카타르 월드컵 예정대로”

    인판티노 “러시아·카타르 월드컵 예정대로”

    잔니 인판티노(46·이탈리아-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신임 회장이 2018년 러시아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달 27일 3년 10개월 임기의 FIFA 회장에 당선된 인판티노는 사흘 뒤인 1일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 첫 출근해 회장으로서 집무를 시작하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와 카타르는 2010년 12월에 월드컵 개최지로 결정됐지만 논란이 계속됐고 스위스 검찰이 개최지 선정 비리를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FIFA 집행위원회는 카타르의 무더위를 고려해 2022년 월드컵을 겨울에 열기로 했다. 이는 인판티노 회장과 선거에서 경쟁했던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바레인)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이끄는 태스크포스팀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인판티노 회장은 또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이 지원할 것으로 전망되는 2026년 월드컵 개최지에 대해 “5월 총회 전 선정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선거 기간 약속했던 대로 각별한 취임 첫날을 보냈다. 25분씩 전·후반으로 나눠 치러진 FIFA 직원들의 취임 축하 축구 경기에 선수로 나서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루이스 피구, 파비오 칸나바로 등 자신의 나이대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인판티노 회장은 녹색 축구화에 등번호 9번이 박힌 청색 유니폼을 입고 주장 완장을 차고 뛰었다. 팀을 구분하기 위한 진한 핑크빛 조끼(빕)에는 ‘FIFA’가 새겨져 있었다. 특히 킥오프 전에 선거에서 자신에게 압도적인 표 차로 패한 살만 회장으로부터 환대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3시간 정도 떨어진 니옹으로 이동해 자신이 사무총장으로 일했던 유럽축구연맹(UEFA) 본부에서 직원들에게 고별사를 하고 다시 FIFA 본부로 돌아와 직원들에게 연설했다. 한편 선거 기간 “유럽인이 FIFA 사무총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왜 아프리카인이 안 되겠는가”라고 밝혔던 인판티노 회장은 비유럽 출신 사무총장 인선에 곧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부고] ‘벼농사 연구의 대가’ 김재식 前 전남지사

    [부고] ‘벼농사 연구의 대가’ 김재식 前 전남지사

    1992년 낙향해 전남 장성에서 벼농사 연구에 헌신한 김재식 전 전남도지사가 1일 별세했다. 93세. 고인은 제16대 전남도지사(1969∼73년)와 제10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1992년 낙향해 일본에서 들여온 우수한 벼 종자를 연구하며 직접 농사를 지었다. 그는 당시 신품종 벼를 개발하고 농협 공동재배를 통해 일반 쌀보다 절반 이상 높은 가격에 출하하는 등 쌀농사의 첨병으로 말년을 보냈다. 2000년대부터 친환경 벼농사를 주창하기도 했다. 전국 최우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해남의 ‘한눈에 반한 쌀’과 장성의 ‘자운영쌀’, 함평의 ‘나비쌀’ 등이 모두 김 전 지사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는 2001년 장성에 쌀 농사의 공부방으로 알려진 ‘쌀의 집’을 열었다. 생명을지키는농업의집 대표, 노농식품 회장을 역임하고 자신의 호를 딴 ‘노농(農) 공부방’을 열어 농민들에게 선진 쌀 농사기법을 전수하는 전도사 역할을 했다. 고인은 생전에 자신의 시신을 전남대병원에 의학용으로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족으로는 아들 기훈, 철씨가 있다. 빈소는 광주 전남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3일 오전이다. (062)220-5110.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6] 닭서리의 건강학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6] 닭서리의 건강학

    지금이야 그런 짓(?)을 했다가는 당장에 절도 혐의로 잡혀가겠지만, 옛날에 닭서리는 겨울을 나는 일종의 ‘동과의례(冬過儀禮)’였습니다. 비록 지금처럼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생활공동체로서의 이해와 결속이 단단했고, 인심이 순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또 지금처럼 기업형으로 닭을 기르는 양계가 아니라 일용할 고기를 얻고, 달걀을 얻기 위해 집집마다 닭을 길렀던 까닭에 거기에서 얻는 이득도 과외의 소득이라 여겼습니다. 지금이야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지천에 널린 게 달걀이지만 예전에는 달걀이 제법 근사한 선물로 취급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집마당에서 암수탉이 어우러져 낳는 유정란은 요즘의 그것보다 크고 맛도 좋았는데, 이걸 열 개씩 모아 지푸라기로 엮은 것을 한 줄로 쳤습니다. 그걸 장터에 가져가 돈을 바꾸기도 했고, 만만한 곳에는 선사품으로 전하기도 한 것이지요.  달걀로 소통했던 사회 달걀이 무슨 선물이 되느냐고 여길 사람도 있겠지만, 제조업이 낙후해 물산이랄 것도 없었던 60∼70년대에는 달걀 한 줄이면 탄원서를 대신 작성해 준 읍내 행정서사나 면서기에게는 뇌물이라는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뭔가 대가를 치렀다는 생각이 드는 답례품이었고, 부잡한 아이들 학교로 불러모아 가르치시는 고마운 선생님에게 드리는 스승의 날 선물도 달걀 한 줄이었습니다. ‘달걀 두 줄이면 쌀이 한 말’이라는 당시의 통념이 이걸 입증합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딸아이 혼례 후 시댁으로 보내는 신부의 이바지에도 석작에 차곡차곡 쌓아 넣은 달걀과 닭을 통째로 곱게 삶은 닭이 빠지지 않았는데, 석작에 들어가는 달걀이 좋이 쉰 개는 되었던 터라 혹여 깨어질까봐 집검불을 치대 부드럽게 만들어서 달걀을 하나 하나 싸 넣던 이웃 어르신의 자상한 모습이 선하게 떠오릅니다. 이미 세상에 안 계신 분이지만.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필자가 살던 마을에서 학교까지는 비포장 신작로를 따라 10리 길이었습니다. 6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길을 밟아 학교를 다녔는데, 시골 국민학교 전교생이 물경 1000명을 헤아렸고, 우리 마을에도 1∼6학년 학생이 어림잡아 40∼50명은 되었을 것입니다. 날 좋을 때면 끼리끼리 까불면서 오가는 길이 그다지 멀지 않았는데,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그 길을 오가기가 정말 곤욕이었습니다. 황당한 얘기지만, 그 때는 우산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거든요. 비가 내리면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학교 앞 우체국이며 방앗간 추녀 밑에서 우두망찰하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는데, 쾌재를 부를 횡재는 마침 지나가는 버스가 그 많은 아이들을 태워주는 일이었습니다. 하루에 고작 예닐곱 번 오가는 시골 버스 기사의 선심이 어린 아이들의 동심에 온기가 된 것이지요. 운전 기사는 마을 앞에 차를 세워 애들을 모두 내려주었는데, 그 때는 한바탕 소란이 입니다. 애들이 저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내리니까요. 마을 사람들은 얼굴에 마마 자국이 있는 그 기사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마을 이장이 하루는 동네 사람들 뜻을 모아 마을앞 정류장에서 그 기사가 모는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표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때 이장이 건넨 것도 달걀 한 줄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달걀은 요즘과 확실히 달랐고, 그런 달걀을 생산하는 것이 닭이었으니, 그게 ‘한 마리’라고 찍어서 쉽게 주문해 먹은 요즘의 치킨과는 다를 수밖에 없지 않았겠습니까. 생산성을 처음 가르쳐 준 닭 그리고 달걀 다른 가축과 달리 닭은 키우고 번식시키는 일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달걀을 열댓개 모았다가 알 낳는 둥지에 깔아놓으면 암탉이 알아서 그걸 품어 병아리가 깨곤 했지요. 이른 봄에 그렇게 알을 깔아두면 날이 풀리는 봄날 쯤 마당을 노란 병아리들이 누비고 다녔는데,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하는 동요만 불러봐도 그런 풍경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그런 닭을 키우고, 달걀을 모으는 일은 애들 몫이었습니다. 아침에 닭장 문을 열어 닭들을 풀어놓고, 때맞춰 모이를 주고, 해거름에 다시 닭장으로 불러들이는 일이야 시골 애들은 누구나 하는 일이었지요. 한낮에 암탉이 닭장에서 홰를 치고 나서면 달걀을 낳았다는 것도 애들이 다 아는 일입니다. 막 낳은 달걀을 거머쥐면 느껴지던 따뜻한 온기도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달걀을 모으고, 모은 달걀이 다시 돈이 되고, 인사치레가 되고, 병아리가 되는 이 기막힌 생산성의 선순환과 상생의 가치를 시골 아이들은 걸음마를 떼면서부터 체득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닭은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존재였다는 뜻입니다. 지나칠 수 없는 사실은, 그런 닭이 또한 훌륭한 육류 공급원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닭고기는 쇠고기, 돼지고기 등 이른바 ‘붉은 살코기’와는 다른 ‘흰 살코기’, 즉 육류 중에서는 효용 대비 부작용이 가장 적은 고기로 꼽힙니다. 단백질의 경우 일반적으로 닭고기(가슴살)에는 23.0g이, 쇠고기 우둔살에는 22.3g, 쇠고기 안심에는 21.0g, 돼지고기 안심에는 14.1g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방은 닭고기 1.2g, 쇠고기 우둔 4.6g, 안심 7.1g, 돼지고기 13.2g 정도입니다. 얼른 봐도 닭고기가 사람에게 유용한 단백질 함량은 가장 많고, 지방 함량은 가장 적은 양질의 육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왜 싼 닭이 비싼 쇠고기, 돼지고기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은 지를 이해하셨을 것입니다.  고기 맛을 잊어버린 사람들의 ‘동과의례’ 그 닭이 ‘서리’라는 ‘동과의례’의 중심이었던 이유도 금방 납득이 되지 않습니까. 봄부터 가을까지 애, 어른 없이 농삿일에 내몰리느라 힘들게 지내고 맞는 겨울은 ‘농한기’였습니다. 농촌에서는 제법 한가한 철이라는 뜻이지요. 겨울 농한기가 되면 치르는 관행적인 습속이 있습니다. 눈 덮인 산골짜기를 훑는 토끼몰이나 마을 사람들이 추렴해 돼지를 잡는 일이 그런 일인데, 여기에 닭서리가 빠지지 않습니다. 돼지는 심심파적으로 삼기엔 너무 크고, 토끼몰이야 재수가 좋아야 한 마리 잡히는 것이니 그 중 확실한 것이 닭서리일 밖에요. 그렇다고 산적질 하듯 아무 집이나 난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네오 내오 없이 다 삼이웃인데 낯뜨거운 짓을 할 수는 없지요. 서리 대상을 꼽을 때 가장 맞춤한 방법은 또래 동무를 꼬드겨 그 집 닭을 서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도 까닭이 있습니다. 유순한 농경민족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떼지어 출몰하는 화적과 외침에 의한 전쟁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낮은 토담을 높여 성벽을 쌓는 건 정서에 부합하지 않고, 누군가가 밤새워 불침번을 설 수도 없으니 집집마다 똥개를 키워 밤낮 없이 집을 지키는 파수로 삼았습니다. 아시겠지만, 그 똥개가 볼품은 없어도 주인 섬기는 충성심 하나만은 대단합니다. 밤중에 이웃에 마실 한번 가려 해도 왈왈대는 똥개 때문에 주인이 몇 번씩 달래야 진정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니 개 무서운 줄 모르고 닭서리하겠다고 대들었다가는 십중팔구 낭패를 겪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그러나 그 집 아들이 서리꾼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제 주인이 한 걸음 먼저 들어가 똥개를 달래고, 그 틈에 한 놈이 닭장 속으로 기어들어가 닭 한 마리 낚아채 나오기란 식은 죽 먹기지요. 그렇다고 물색없이 덤벙거리다가는 산통 깨기 쉽습니다. 닭이 의외로 겁이 많아 조심해야 합니다. 한겨울 찬 손으로 거머쥐려다가 닭이 놀라 푸드덕거리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그러니 미리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따뜻하게 덥혀둬야 합니다. 닭을 거머쥘 때도 마치 그림자처럼 다가가 양손으로 목덜미와 날개죽지를 잽싸게 싸잡아 횃대에서 들어내립니다. 이 순간에 버벅대다간 다른 닭들이 놀라 순식간에 야단법석이 벌어지기 때문이지요. 날개죽지와 목덜미를 한 손에 거머쥐면 끝입니다. 손에 들린 닭이야 발버등을 쳐봐야 소리가 날 일도 없고, 목덜미가 잡혀 옴짝달싹 못하니까요. 남은 일은 미리 점 찍어둔 골짜기로 줄행랑을 놓는 일입니다.  잡식의 운명 ‘육탐’ 이제 호궤할 일만 남았습니다. 사람들 이목이 미치지 않는 골짜기로 들어가 꽝꽝 언 소나무 가지를 툭툭 꺾어모아 불을 지핀 뒤 불땀이 달아오를 때 잉걸불 속에 닭을 묻어두고 히히낙락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닭털이 불길에 오그라붙어서 불길 속에 그렇게 던져둬도 살이 타는 법이 없습니다. 속살이 먹을만 하게 익었겠다 싶을 때 꺼내 부지깽이로 툭툭 터럭만 털어내면 먹음직스럽게 익은 뽀얀 속살이 이내 드러나니까요. 남들 눈길 피해 서리 하는 떠꺼머리들이 손 날랜 숙수가 아니니 솜씨 부릴 일도 없습니다. 죽죽 찢어낸 살집을 깨소금에 찍어 나눠 먹은 뒤 입 씻고 돌아서면 그만입니다. 다음 날, 친구 집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밤에 족제비가 들었는지 살오른 씨암탉이 종적도 없다”면서 어른들이 입맛을 다시면 친구 녀석은 “족제비 그걸 가만 둬서는 안 되겠다”고 넉살 좋게 맞장구를 쳤을 것입니다. 잘 사네, 못 사네 해도 농투산이들이 겪는 가장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는 육류 섭취량이 절대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뼈 빠지게 일을 하지만 힘의 원천인 지방과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살집이 쪼르그라들 수 밖에 없고, 그러니 그럴 나이가 아닌 데도 주름이 자글자글 겉늙어보였습니다. 농사 짓고 산다고 맛있는 걸 분별 못할 리는 없습니다. 그들도 쇠고기, 돼지고기가 먹고 싶지만, 읍내 푸줏간까지 나가 통 크게 쌈지를 열 엄두가 안 나니 그냥 고봉밥에 김치로 주린 배를 채우고 맙니다. 그런 사람들이 겨울 농한기에 동네 사랑에 모여 노닥거리다가 입 맞춰서 닭 한 마리 서리하는 일은 흔했고, 설령 닭을 잃어버렸다 해도 그걸 크게 문제 삼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살 오른 암탉 한마리 해치우고 나면 얼굴에 기름이 오릅니다. 아침까지도 뱃골이 든든한 게 ‘이래서 고기, 고기 하는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이야 조석으로 고기 먹는 게 일상이라 ‘못 먹어서 얼굴에 버짐 필’ 일도 없고, ‘고기 맛 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 소증 걸린 지 오래’라는 푸념을 뱉을 일도 없지만, 예전에는 항용 하는 말이 ‘이밥에 고기’였습니다. 쌀밥에 고기 한번 실컷 먹는 게 또한 일상의 바람이기도 해서 명절 앞두고 부침개 지져낸다고 번철에 올린 돼지기름 닳아서 풍기는 냄새만 맡아도 회가 동하곤 했습니다.  섭생의 균형을 위한 원초적 일탈 ‘닭서리’ 그 시절엔 고기를 통해 얻는 모든 영양소가 결핍 상태이니 누구라도 고기에 ‘껄떡신’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육류 섭취를 제한하라는 둥, 동물성 지방을 줄여야 한다는 둥 그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말들을 하지만, 너무 잘 먹어서 문제가 된 ‘식탁 혁명’이 완성된 것도 실은 20∼30년 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명색 잡식의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 줄창 곡류와 채소류만 먹다가 가끔 고기를 탐한다고 이상할 것은 없는 일입니다. 가장 좋은 섭생은 음식을 균형 있게 먹는 것입니다. 좋다고 줄창 고기만 먹을 일도 아니고, 싫다고 아예 채소류를 외면하고 살 일도 아닙니다. 이 균형이 깨어지면 당장이야 표가 나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고장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의 몸이지요. 요즘 흔히 듣는 ‘잘 먹고 잘 살아서 생긴 병’이 꽤나 됩니다. 비만이 그렇고,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그렇고, 당뇨도 많은 경우 췌장 혹사가 원인입니다. 이런 질환에 노출된 사람들 중에 상당수는 바로 그 섭생 균형이 깨져 있음은 보지 않아도 아는 일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먹고 싶은 것’을 먹지만, 여기에 ‘먹어줘야 하는 것’을 더해야 건강한 식생활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지요. 이제는 추억으로 남아있는 닭서리도 살펴보면 ‘균형 있는 섭생’을 향한 원초적인 욕구의 발현이었고, 거기에서 비롯된 우리 식의 일탈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욕구가 사회적 관점에서 권장할 미덕은 아닐지라도 관용의 틀 안에서 ‘그럴 수도 있는 일’로 통용되었고, 그런 섭생의 균형 추구가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돼 ‘끈질긴 생명력’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jeshim@seoul.co.kr
  • 21억… 따뜻한 관악

    “나도 도움을 받고 있어 이렇게라도 다른 사람을 돕고 싶네요.” 관악구 청림동 주민센터를 방문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노인이 수줍게 1만원을 한 장 꺼냈다. 어려운 사정을 아는 직원이 만류했지만 “이렇게라도 고마움을 갚고 싶다”고 말했다. 신사동 주민센터에서는 남매가 저금통을 내밀었다. 남매는 2년 전부터 용돈의 5%를 모았다. 저금통에 돈을 넣는 다섯 손가락으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 5%로 정했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이어진 관악구의 ‘2016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사업에 21억 900만원이 모였다. 2010년 12억원, 13년 17억원, 14년 18억원, 15년 20억원에 이은 역대 최대 모금액이다. 사업에는 또 기업, 단체, 개인 기부자 등 6850여명이 참여해 성금을 비롯해 김치, 쌀, 라면, 연탄 등 다양한 물품을 기부했다. 구는 저소득가구, 장애인, 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 2만 1274명에게 후원을 통해 사랑과 온기를 전달했다. 유종필 구청장은 “한마음으로 정성을 모아 주신 주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구는 주거 중심 지역이지만 봉사단체가 471개에 이를 정도로 나눔과 기부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길섶에서] 갯고랑/박홍기 논설위원

    시골 고향 마을 뒤편에 꽤 넓은 갯고랑이 있었다. 놀이터였다. 밀물과 썰물에 맞춰 노는 방식이 달랐다. 바닷물이 차면 망둥어 낚시를 했다. 대나무에다 납을 녹여 만든 추와 바늘을 단, 말 그대로 수제 낚싯대였다. 낚싯바늘만 샀다. 바닷물이 빠지면 얕은 곳에 들어가 손으로 돌 틈을 더듬어 고기를 잡거나 미끄럼을 탔다. 갯벌 미끄럼은 끝이 물속인 까닭에 학교 미끄럼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온몸은 개흙 범벅이 됐다. 팔을 넣어 게를 잡는 재미도 쏠쏠했다. 갯고랑은 삶의 터전이었다. 심한 가뭄이 들면 어른들은 갯고랑을 막았다. 가마니에 흙을 넣어 보를 쌓았다.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지 않게 갈랐다. 이웃 동네 어른들까지 나섰다. 어린 눈엔 댐이었다. 가뭄이 가면 보를 무너뜨렸다. 갯고랑이 사라졌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초입을 아예 막아 버렸다.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던 갯고랑은 어디에나 흔한 개천으로 바뀌었다. 갯벌은 논으로 변했다. 동네 어른들은 소금기가 빠지자 농사를 지었다. 10대 때였으니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올해부턴 남아도는 쌀 탓에 갯고랑의 논도 놀린단다. 갯고랑이 지금껏 보전돼 있었으면…. 그리움이 짙어지니 아쉬움도 커진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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