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표시 1년… 국산 농산물 값어치 올라갔다
쇠고기 500g의 국내산과 수입산 간 소비자가격 차이는 지난해 5월 2만 3315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5월에는 2만 7942원으로 20% 정도 더 벌어졌다.
국산 쇠고기는 1년 새 2만 9469원에서 3만 4109원으로 4640원이 오른 반면, 수입산은 6154원에서 6167원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시행 1년이 지나면서 수입 농산물에 대한 신토불이(身土不二) 우리 농산물의 우위가 더욱 확연해졌다. 음식점들이 ‘수입 밥상’을 기피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식재료를 국산으로 바꾸지 않을 수 없었던 게 결정적인 이유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산물품질관리원은 8일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의 1년 간 시행 성과를 종합해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8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국민들의 광우병 우려를 감안해 쇠고기와 쌀에 대해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했고 12월22일부터는 돼지고기, 닭고기, 배추김치로 이를 확대했다.
원산지 표시제는 무엇보다도 국산 농산물의 판로 확대와 이를 통한 농가소득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쌀값의 격차는 쇠고기보다 더 많이 벌어졌다. 지난해 5월에는 20㎏에 국산 4만 205원, 수입산 3만 3500원으로 6705원의 차이가 났지만 올 5월에는 각각 4만 358원과 3만 600원으로 거의 1만원 가까운 격차로 커졌다.
지난해 말 원산지 표시 대상에 포함된 지 반년 남짓 된 돼지고기, 닭고기, 배추김치도 국산과 수입산 간에 상당한 가격차가 났을 것으로 농식품부는 추정했다.
수입산을 찾는 손님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수입량도 감소했다. 배추김치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에 8만 5896t이 수입됐지만 올 상반기에는 3분의1인 2만 8634t만 들어 왔다. 이는 지난 4~5월을 전후로 배추값이 연초의 3배 이상으로 뛰는 주된 이유가 됐다. 닭고기 수입량도 같은 기간 3만 4288t에서 2만 2471t으로 34.5% 줄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도 1.9%와 1.5%씩 수입이 감소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산지 표시제 외에 환율 상승도 수입량 감소에 영향을 주었겠지만 쇠고기의 경우 미국산 수입이 재개됐는 데도 반입량이 줄었다는 점에서 원산지 표시제의 위력이 당초 예상보다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와 이후 확산된 외국산 축산물에 대한 불신이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 파문 이후 외국산 돼지고기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외면이 확산됐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 1년 간 전국 65만개 음식점을 대상으로 지도·단속을 한 결과 허위표시 1240곳, 원산지 미표시 548곳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허위표시의 경우 쇠고기가 842건으로 가장 많았고 돼지·닭·김치 388건, 쌀 10건 등이었다.
원산지 표시 위반에 대한 제재는 앞으로 더욱 강화된다. 오는 11월9일부터는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음식점은 상호와 주소가 농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