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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얼음장 밑에서도 시냇물은 흐른다/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얼음장 밑에서도 시냇물은 흐른다/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얼음장 밑에서도 시냇물은 흐른다. 1940년대 시대가 광풍으로 치달을 때 그는 매일 도서관에서 100년 이상 단위의 역사를 더듬었다. 특정 생필품의 가격 변동을 100년 단위의 그래프로 그려보기도 했다. 지중해 시대가 몰락하고 대서양 시대가 어떻게 열렸는가를 연구하기도 했다. 혁명과 반혁명의 역사가 서로 충돌하면서 모든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광기가 삼켜 버리고 있을 때 그를 버티게 해준 것은 일상생활을 둘러싼 물질문명이 장기지속적인 심층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사건은 그저 포말에 불과한 것으로 보았다. 인간의 삶에 심층의 장기지속 구조, 그 위에 중기적인 흐름, 맨 위에 표면의 거품과 같은 정치적 사건이 있다고 했다. 근대 사학의 한 지평을 연 아날 학파의 창시자 페르낭 브로델이 바로 그이다. 1990년대 초에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지에 현지 조사를 간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철의 장막 저편의 사회가 궁금했다. 콜호즈라는 이름의 집단 농장 체제였지만 텃밭도 있고, 마을 학교, 마을 단위의 교육, 마을 단위의 품앗이 등이 조직적으로 짜여 있었다. 특히 한인들은 소비에트 사회 속에서도 본관과 성씨를 따져 친·인척의 계보를 정하고 출산 후에 미역국을 끓여 먹고 같이 초상을 치르는 풍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김치가 약간 변형되었지만 유지되고 있었다. 자녀 교육열도 다른 소수민족에 비해 유난했다. 1917년부터 1991년까지 약 70여년간 소비에트 국가 사회주의라는 틀 안에서 위로부터의 개혁과 변화를 주도당했지만 그들은 오랫동안의 일상생활 양식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치 체제의 변화 속에서도 사람들의 의식과 풍습 그리고 문화는 한층 장기지속적인 틀을 유지한다는 브로델의 지적이 옳다는 것이 확인됐다. ‘더 많은 민주화’를 실행하는 지방자치단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5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주민이 결정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 놓았다. 홈페이지만 들어가면 서울시의 모든 의사 결정 과정을 시민이 다 알 수 있게 공개해 놓았다. 정책결정 과정의 시시비비에 대한 판단과 평가를 시민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정책의 갈등 현장에 직접 가서 노·사·민·정이 함께 타협안을 마련하는 토의의 장을 열어주기도 한다. 심의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시민 참여를 넘어 시민주권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쓰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가 활자에서 생명체가 되고 있다. 경제 민주화 논리가 지난번 대선 때 경쟁적으로 등장한 것도 헌법 조문이 근거가 되었다. 선언적으로 존재했던 헌법이 일상생활 차원으로 내려오고 보통 사람들도 이제는 대통령이 취임식 때의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선서를 단순히 ‘의례’의 일부가 아니라 통치의 준거로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공화국의 나이가 65세가 돼가면서 이제는 조금씩 관행이 바뀌고 있다. 선거에 의해 정권 교체도 이루어졌다. 헌법재판소,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등 민주주의를 좀 더 원활하게 작동시키는 다수의 제도도 민주화를 거치면서 만들어졌다. 투명성과 공공 서비스의 효율성이 일상용어가 됐다. 관존민비라는 오랜 전통을 깨고 공무원이 공공 서비스의 전달자로 변화하고 있다. 정권 교체에 많은 기대를 건다. 그렇지만 기대 만큼 많은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에 쉽게 실망도 한다. 사회의 민주화에는 무임승차가 없다. 요즘처럼 교사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시대에 자신이 취업한 학교의 부정 입학에 문제를 제기하여 실직당한 젊은 여교사, 자녀가 불이익을 당할 줄 알면서도 학교 행정의 문제를 제기하는 용감한 학부모 등 2013년 투명사회상을 수상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과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 안의 작은 영웅들이 싹터 자라고 있다는 생각에 힘을 얻기도 한다. 일상생활 세계에서 비민주적인 일에 대해 보통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게 되면 민주화가 생활문화 차원으로 내려가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장기 지속적인 틀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바람에 아니 흔들리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되는 것이다.
  • 문화재 6752건 보존실태 점검

    최근 불거진 문화재 보존관리 부실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지정문화재 전반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선다. 점검 대상은 낡고 훼손될 우려가 높은 건조물 문화재를 중심으로 국가지정문화재 1447건과 시·도지정문화재 5305건을 합쳐 모두 6752건이다. 4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존 관리의 문제점을 심층 분석·진단해 정기 모니터링 등에 중점을 두는 사전 예방·관리 시스템을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점검안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는 내년 2월까지, 시·도지정문화재는 내년 4월까지 육안검사 외에 추가 정밀조사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사찰이나 문중 서원 등 47곳의 동산문화재도 유물이 다량 보관됐다는 이유로 점검 대상에 포함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130명 규모의 ‘중요문화재 특별점검단’을 운영할 방침이다. 단장은 박언곤 홍익대 명예교수가 맡으며, 15명 안팎의 ‘점검평가위원회’와 ‘전문가 그룹’도 꾸려진다. 시·도지정문화재의 경우에는 시·도문화재위원이나 전문위원 등 지역 전문가가 참여하는 점검단을 따로 운영한다. 현장 점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무총리실(조정), 안전행정부(지자체·소방방재 관련)와의 협업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점검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 보수·정비 등 후속 조치와 관련 법령 제·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팔만대장경 경판 일부 훼손 심각

    팔만대장경 경판 일부 훼손 심각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경남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경판(국보 제32호)과 이를 보관하는 판전(국보 제52호)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대한불교조계종과 해인사 등에 따르면 1236년 완성된 팔만대장경 경판의 일부가 좀이 슬고, 표면 균열과 비틀림·굽음 현상이 생기는 등 훼손이 심화되고 있다. 톱을 사용해 글자를 훼손한 경판이 있는가 하면 벌레가 먹거나 곰팡이가 슨 경판도 발견됐다. 이 중 경판이 하나뿐인 반야심경의 경우 경전을 인쇄하는 인경(印經) 작업 과정에서 글자가 깨지고 마모되는 등의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팔만대장경 경판은 고려, 조선시대에 여러 번 인쇄에 사용됐는데 공식적으로 마지막 인쇄는 1965년 이뤄졌다. 경판은 산벚나무와 자작나무 등을 벌채해 3~4년의 제작과정을 거쳐 만들었다. 덕분에 760여년의 세월동안 원형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상은 달랐다. 제작 당시부터 질이 안 좋은 나무를 사용하거나, 일제강점기 왜못(기계못)을 사용해 수리하면서 나무에 충격을 줬던 사실도 밝혀졌다. 아울러 팔만대장경 경판을 보관하는 4채의 판전 외벽 기둥도 지반 침하, 건물 전체의 뒤틀림 등으로 모진 풍파를 겪고 있다. 한편 문화재청과 해인사는 지난해 8월부터 6개월간 심층 조사를 벌여 1962년 국보 지정 당시보다 108판이 많은 8만 1366판의 경판을 확인했다. 다음 달 이를 공개하고 팔만대장경에 포함시킬지 여부도 발표할 예정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국가 유산으로, 빈민가 희망으로… 문화를 바꾸는 세계의 도서관들

    국가 유산으로, 빈민가 희망으로… 문화를 바꾸는 세계의 도서관들

    인문학 열풍이 한창인 가운데 상상력과 창의력의 원천인 국내외 유명 도서관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송된다. EBS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 기획으로 19~21일 밤 11시 15분 3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길 위의 인문학’을 방송한다고 18일 밝혔다. 프로그램은 도서관이 인문학 확산과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며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뉴욕공공도서관, 프랑스의 자존심이자 도미니크 페로의 설계로 유명한 국립 미테랑 도서관,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지난 9월 미래형 도서관으로 문을 열어 화제가 된 영국 버밍햄 공공도서관 등을 소개한다. 세계 유수의 도서관뿐만 아니라 작지만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역할로 책임을 다하고 있는 국내의 크고 작은 지역 도서관들의 노력도 집중 조명한다. 1부 ‘도서관과 나, 때때로 당신’은 시민을 위한 국내외 도서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살펴본다. 도서관을 사람의 생애주기 또는 생로병사에 비유하여 바라본 도서관의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전국의 도서관에서 실시하는 북 스타트 운동을 통해 어린이-청소년-장년기-노년기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길 위의 도서관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스토리 구성에 맞춰 소개한다. 이와 함께 충북 제천의 기적의 도서관과 뉴욕 공공도서관의 사례를 살펴보고,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 조사 통계를 통해 청소년들의 독서량을 분석한다. 2부 ‘도서관, 세상에 말 걸다’는 국내외 유명 도서관의 역사와 성공적인 운영 방법을 알아본다. 기부금으로 설립된 미국 공공도서관들, 춘천 김유정 도서관의 ‘길 위의 인문학 프로젝트’, 미래를 위한 첨단 도서관인 영국 버밍햄 도서관, 순천 기적의 도서관을 찾아 바람직한 운영 방식과 역할을 모색한다. 3부 ‘우리 동네 도서관, 참 좋다’는 지역 공동체와 함께 발전하는 도서관의 주요 사례를 소개한다. 규모와 관계없이 도서관의 발전에 따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빈민가를 바꾼 영국의 패컴 공공도서관, 역사 탐방에 도움을 주는 김해 도서관, 주민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관악구 하난곡의 작은 도서관을 소개한다. 방송인 황인용, 허윤희, 영화배우 이정진이 각각 1~3부의 진행을 맡을 예정이다. EBS 관계자는 “국내외 도서관의 다양한 문화적 노력을 조명하고, 인문학의 발전과 도서관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공공의제 더욱 심층적으로 보도해야/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옴부즈맨 칼럼] 공공의제 더욱 심층적으로 보도해야/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서울신문의 미래는 무엇일까. 11월 6일자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는 정확성과 공정성, 공공성, 수익성을 꼽았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지역성일 것이다. 현재 11개의 전국일간신문 가운데 서울신문처럼 다양한 지역정보를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신문은 없다. 19세기 말 한양에서 발행된 신문 가운데 전국적으로 외세에 대항하여 싸웠던 의병들의 활동과 서민들의 일상을 가장 많이 보도한 신문이 대한매일신보이었듯, 그 후신인 서울신문은 전통을 잘 이어가고 있다. 신문 환경이 디지털 기술의 등장과 발전으로 크게 변했다. 인간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원하기만 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정보를 나눌 수 있다. 또한 시민이 생산하여 제공하는 소셜뉴스가 등장하여 지역 맛집부터 정치행사, 공공정책홍보, 학술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소소한 정보가 빠짐없이 무료로 공유된다. 하지만 뉴스 가치를 정확하고 공정하게 판단하여 지속적으로 관찰할 신문은 여전히 필요하다. 서울신문은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매주 월요일 전국면을 통한 지역 이슈 찾기이다. 지난 4일에는 ‘영남 알프스’라고 불리는 울산 신불산의 로프웨이(케이블카) 개발 사업이 소개됐다. 13년 전부터 추진된 신불산 개발 사업은 민간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서 최근에야 개발하고 있다. 울산시는 신불산을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여 국내 최고의 산악관광지를 만들 계획이다. 11월 11일자에서는 경북 경산시의 하양공설시장이 200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트형 시장으로 현대화했지만, 장기간에 걸친 공사와 새로운 경쟁 상가의 등장으로 침체 상태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경산시는 2015년까지 20억원을 투입하여 시장활성화 대책을 세우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 두 보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정확하고 기계적으로 공정한 보도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공공정책에 대한 분석은 부족했다.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신불산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여 시장경제에 개입하는 공영개발의 문제점을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했어야 한다. 단지 정확하고 중립적인 것만으로는 소셜뉴스나 보도자료를 재인용하는 기존 관행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11월 11일자 ‘2013년 김치품평회’와 11월 12일자 ‘100개 지역브랜드 대상 2차 국민의식조사 결과’ 분석기사는 정확한 사실과 공정성, 공공 사안에 대한 심층성을 겸비했다. 김치의 경쟁력이 지역별 다양성에 있고, 이러한 다양성은 다른 지역과의 차이를 부각시킴으로써 지역의 대표적 브랜드로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분석적으로 잘 보여주었다. 월요일자 전국면과 기획면의 차이를 살펴보면 기획면에 있고 전국면에는 없는 것을 찾을 수 있다. 기획면 기사는 하나의 주제가 한 개 면을 차지하고 여기에 다양한 그래픽과 컬러사진으로 지면을 돋보이게 한다. 서울신문은 매일같이 지역면을 발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면이 굳이 주간지역면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기획면처럼 대표적인 지역이슈를 하나 찾아서 더 심층적으로 보도하여 특화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글로벌 시대에도 서울신문의 미래는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 [공기업 탐방-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입사조건은

    [공기업 탐방-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입사조건은

    공원공단의 신입사원 선발은 ‘자연 가치를 극대화하는 인재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력·성별 구별 없이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신규채용은 청년, 지방인재, 이공계, 장애인 등 사회적 형평성도 고려된다. 매년 공개채용을 통해 일반직 4개 직종(공원행정, 레인저, 자원조사, 공원기술)의 인력을 뽑는다. 절차는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면접, 신체검사 순이다. 서류전형에서는 지원분야 자격증, 어학성적, 자원봉사 실적을 평가한다. 필기는 일반상식, 한국사, 논술 등 세 과목이다.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별도의 인성검사도 실시한다. 최종적으로 전문성과 문제해결 능력, 발전 가능성 평가를 위해 지원분야 부서장과 실무진을 중심으로 꾸려진 면접관의 심층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공원공단 직원은 전국 28개 국립공원 사무소와 연구원, 기술원, 연수원 등에 배치된다. 대부분 근무지가 산간 오지여서 과거에는 이직률도 높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찾아가는 캠퍼스 리크루팅, 근무 예정지별 채용, 신규직원 5단계 교육 등을 통해 이직률이 크게 낮아졌다. 한편 취업 취약계층 배려와 학력 인플레 억제, 직업교육 정상화를 위해 매년 채용 인원의 20% 이상은 고졸자로 선발한다. 고졸자 채용은 성적 위주의 획일적 채용에서 벗어나 지성·인성·감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일반직 8급으로 4년이 지나면 대졸자와 동등한 6급에 진급하게 된다. 또한 국립공원에 관심 있는 청년 구직자에게 직장체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청년 인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29세 이하 구직자는 누구나 지원 가능하며 5~8개월 동안 청년인턴 과정을 수료하면 정규직 채용에서 가산점이 주어진다. 홍보실 관계자는 “공원공단은 자연을 사랑하는 열정과 전문성을 가진 인재라면 누구에게나 문호가 열려 있다”면서 “앞으로는 세계의 중요한 이슈가 된 생물다양성 증진에 관심 있는 인재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주 61시간 일하고 月100만원 지시·감시에 휴식은 말뿐…왜 참냐고? 일자리 뺏길까봐

    주 61시간 일하고 月100만원 지시·감시에 휴식은 말뿐…왜 참냐고? 일자리 뺏길까봐

    4년째 서울 광진구의 한 중학교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김기수(67·가명)씨는 1년 내 단 하루의 휴일도 없다. 김씨는 학생들이 하교한 오후 4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30분까지 밤샘 근무하며 학교를 지킨다. 하루 16시간씩 일하고 받는 월급은 90만원이다. 현행법상 김씨 같은 경비직 근로자는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상 휴일 수당과 휴식 시간 등을 보장받지 못한다. 하지만 두 평(약 6.6㎡) 남짓한 경비실에서 폐쇄회로(CC) TV를 지켜보는 일 이외에 학교 곳곳을 순찰하고 청소하거나 늦은 밤 운동장을 배회하는 아이들도 단속해야 하는 까닭에 아침이면 녹초가 된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감시·단속직 근로자의 인권과 근로 조건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단속직 근로자는 학교·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 업무를 주로 보는 직군과 냉·난방 기사 등 단속(斷續·대기 시간이 긴 업종)적 직군의 근로자를 합친 개념이다. 서울신문이 30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진성준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감시·단속직 노인 근로자의 인권 상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95.4%가 비정규직이었다. 또 위탁·파견 업체와 계약한 근로자가 82.4%로, 학교와 입주자 대표회의 등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16.6%)보다 훨씬 많았다. 간접 고용이 일반화됐다는 의미로, 학교와 입주자들이 근로자 처우 등의 문제를 파견 업체에 떠넘기는 구조인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3일부터 2주간 전국 감시·단속직 근로자 874명(55세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와 심층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다. 국내 감시·단속직 노인 근로자는 12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파견 근로가 흔하다 보니 아파트 경비원 등은 이중 삼중의 지시 구조 탓에 각종 잡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A아파트 경비원은 “관리소장이 책임지고 지시를 내리면 좋은데 동대표와 감사, 총무, 부녀회장 등이 모두 지시하는 통에 업무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아파트 경비원이 잡초를 뽑거나 청소하고 택배를 받는 일은 근로계약상 본업이 아니지만 주민이 요구하면 추가 수당 없이 감당해야 한다. 감시·단속직 노인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평균 61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을 크게 넘어섰다. 업무 시간이 다른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는 기존의 인식과 판이한 현실이다. 특히 경비 업무는 한번 근무할 때 18~20시간을 일하는 탓에 피로도가 훨씬 높다. 또 이들 가운데 89.7%가 100만~150만원의 임금을 받아 대부분 최저임금(2013년 기준 시간급 4860원·월 101만 5740원) 수준의 급여를 받았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 100만원 미만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4.7%였다. ‘포괄 임금제’(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구분 없이 뭉뚱그려 받는 형태)로 급여를 받는 근로자도 39.6%나 됐다. 주말에 일해도 정당한 추가 임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들에게는 하루 평균 3~4시간의 휴식 시간이 명목상 제공되지만 ‘과중한 업무 탓에 충분히 쉴 수 없다’(48.0%)거나 ‘관리자의 눈치가 보여 쉴 수 없다’(23.7%)는 응답이 많았다. ‘휴식 시간이 아예 없다’는 응답도 7.8%나 됐다. 이처럼 노동 현실이 열악한데도 정부는 이 직군을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데 머뭇거린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추가 수당 등을 모두 보장해 일자리의 질이 높아지면 젊은 구직자가 몰려 노인들이 되레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2015년부터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2012년 한 차례 유보한 적이 있어 재차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경영계는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비용 증가를 우려한 기업이 무인 경비시스템을 도입해 현재 근로자를 대량 해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대표는 “경비직 등은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아니어서 근로 조건을 개선해도 청년 구직자가 몰릴 가능성이 낮다”면서 “경비업 등에 종사하는 노인 중 생계난을 겪는 사람이 많은 만큼 반드시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꿈의 5급’ 면접만 남았다… 선배들이 알려주는 합격 필살기

    ‘꿈의 5급’ 면접만 남았다… 선배들이 알려주는 합격 필살기

    지난 17일 국가직 5급 행정직 공무원 제2차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이 공개됐다. 일반행정(전국) 143명, 재경 87명을 비롯해 총 321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5급 행정직 공무원 선발 예정 인원은 262명이다. 1.2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자가 되려면 이제 면접시험을 통과하는 일만 남았다. 면접시험은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다음 달 8~9일 이틀에 걸쳐 실시된다. 면접 준비에 매진할 수험생들을 위해 지난해 임용된 이종원(왼쪽·31·일반행정직·안전행정부), 김미진(오른쪽·26·여·재경직·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부터 면접 경험을 들어봤다. 이 사무관은 4번의 도전 끝에 5급 행정직 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이 사무관은 “공부하는 동안 합격에 대한 확신보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때가 훨씬 많았다”면서 “시험에서 계속 떨어질 때마다 공무원이 되기엔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고 묵묵하게 전진하다 보니 어느덧 기나긴 수험생활이 끝났다”고 말했다. 5급 공무원 면접시험은 ‘토의 면접’과 ‘역량 면접’(개인 발표와 개별 면접으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토의 면접은 면접자 6~7명이 한 조가 돼서 90분 동안 제시된 토의 주제를 놓고 각자의 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사무관이 시험을 봤던 당시 출제된 주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거 운동과 정치 활동’이었다. 그는 나름의 논리를 바탕으로 SNS를 이용한 정치 참여에 긍정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이미 SNS가 거대한 사회적 흐름의 하나가 됐다고 전제한 뒤 SNS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을 뿐더러 통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후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점이 정치적 무관심에 있다고 분석했고, 가치갈등 해결보다는 이익 분배로 전락해버린 정치 현실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SNS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공적 영역으로 들어오고, 이것이 성숙한 형태로 제도화된다면 정치를 향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의견을 매듭지었습니다.” 토의 면접은 단순히 면접자들이 찬반 논리를 경쟁하는 자리가 아니다. 면접자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주어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상대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일은 필수다. 이 사무관은 “SNS를 통한 정치 참여를 무분별하게 허용할 경우 오히려 정치에 대한 반감만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한 주장 역시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한 뒤에 재반론을 폈다”고 전했다. 토의 면접 후 진행된 개별 면접에서 이 사무관은 “살아가면서 매우 힘들었던 경험을 묻는 질문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뻔한 대답을 하기에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가식적이거나 거창한 대답을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고시 공부 기간이 길어지면서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공무원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라며 괴로워했던 일을 진솔하게 말했다. 그랬더니 면접위원들이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관은 집단에서 갈등을 겪었던 경험을 묻는 개별 면접 질문이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예상 질문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수월하게 대답을 했지만, 면접위원이 다른 경험은 없느냐고 추가로 물었을 때 잠시 말문이 막혔다”면서 “면접을 준비할 때 집단 안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사례, 갈등을 겪은 뒤 이를 해결한 사례 등 되도록 다양한 경험을 많이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 사무관은 개인 발표 시간에 아찔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외국인 밀집지역의 슬럼화에 대한 주거환경개선 대책’이라는 주제가 주어졌는데,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발표했던 것이다. “주어진 문제를 잘못 읽고 문제가 요구하는 시각과 정반대 시각에서 답을 했어요. 면접위원 한 분이 이를 지적했을 때 너무 당황해서 식은땀이 날 정도였어요. 하지만 생각을 다시 정리할 시간을 청한 후 다시 답변을 했어요. 처음 가진 생각이 잘못됐다고 해서 당황하거나 그 논리를 계속 관철하려 하기보다는 잘못을 빠르게 시인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개별 면접은 사전조사서를 중심으로 인성 및 업무 역량을 평가하는 자리다. 면접위원은 면접자가 작성한 사전조사서를 보고 심층 질문을 한다. 때문에 사전조사서는 잘 써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김 사무관은 “지금까지 해왔던 봉사 활동이나 동아리, 친목회 등 사회 활동에서 느꼈던 경험을 공직 가치와 연결시켜 생각하는 연습을 많이 하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남은 기간 동안 신문을 매일 읽으면서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 예상 문제를 만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국감 하이라이트] 野 “곳간 비었는데 부총리 뭐하나”·현오석 “재정 건전성 지킬 것”

    [국감 하이라이트] 野 “곳간 비었는데 부총리 뭐하나”·현오석 “재정 건전성 지킬 것”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실시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공약 가계부’,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국정 과제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하반기에 들어서도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우선 2013~2017년 5년간 총 1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공약 가계부를 실천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공약 가계부의 경우 내년도 예산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지금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인데 공약 가계부로 늘어날 재정 수요를 감당할 방법은 없고 결국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률 70% 목표도 현실적으로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을 봤을 때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강국)에 이은 공약 사기가 또 나왔다고 생각했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고용률이 0.7% 올랐다는 점에서 앞으로 아르바이트 등 질이 나쁜 고용만 늘어날 것”이라고 비난했다. 여당 의원들도 현 부총리의 경제 정책 수장으로서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등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지적했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6% 수준이고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가 국가 부채의 50%를 넘어서며 나라 곳간에 적신호가 켜졌다”면서 “어디에서도 현 부총리의 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서병수 의원도 “압축 성장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경제적 전환기를 모색하는 시점에서 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경제부총리가 기대만큼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재부가 예산을 집행한 이후 철저한 사후 관리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대규모 재정 사업의 경우 예산 편성 전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하지만 예산 집행 이후에 실시하는 자율평가, 심층평가 등의 결과가 안 좋아도 다음 해 예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광림 의원은 “연말 경제전망 수정치 발표 시기를 12월 초로 앞당겨 세입 예산 심의에 반영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세입 경정 등 추경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밝혔다. 현 부총리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재정 건전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경기가 나쁠 때는 재정을 투입해 경기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을 늘려 소득을 창출하고 공약 이행 재원도 증세보다는 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확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대학강의 평가, 시간강사의 고충만이 전부는 아니다/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옴부즈맨 칼럼] 대학강의 평가, 시간강사의 고충만이 전부는 아니다/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대학 교육 서비스의 공급자인 교수의 강의에 대해 이루어지는 평가 및 의사 전달은 수요자인 학생의 당연한 권리다. 대학 강의 평가 제도는 근본적으로 수업의 질 향상과 함께 교수의 학습 시스템이 정체 상태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이다.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교수들에게 강의 내용의 재검토를 요구함으로써 수업의 질 개선을 가져온다’는 것을 기본 취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불편함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도입됐다. 그런 의미에서 10월 3일자 서울신문에 보도된 ‘강의평가의 덫…수업 질보다 학생 눈치보는 강사들’이라는 부제의 기획 기사는 대학 강의 평가의 긍정적 취지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고 교수 측이 부담해야 하는 부작용에 ‘무리하게’ 무게를 두지 않았나 싶다. 이 기사는 시간 강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발표나 과제물을 내주려 해도 취업 준비해야 한다고 학생들이 싫어한다”거나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학생 3명을 혼냈더니 전체 학생 중 3명만 최하위 점을 주더라” 등 직접적인 인용문으로 시간강사들의 고충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물론 현재의 대학 강의 평가 제도가 기말고사 기간 이후 성적 열람을 위한 필수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신중한 평가가 드물어 그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 강의 평가의 효율성 문제는 ‘강의 평가가 인기 평가로 변질되어 시간강사들이 울먹이고 있다’라는 식의 감정적 대응보다는 평가 방식의 개선 방안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필요로 한다. ‘수업의 질 향상’, 즉 교수 측이 아닌 학생 측의 편의를 기점으로 대학 강의 평가가 제도화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기사 마지막 부분에 간단히 제시된 검토 방안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덧붙여졌거나 이외의 개선 방안이 추가되었다면 훨씬 설득력 있는 기사가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이 귀찮아서 생각 없이 번호를 통일하여 제출하는 객관식 문항 대신 무기명 에세이 형식의 평가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지적은 앞서 나열된 시간강사들의 고충들에 비해 매우 생산적인 논의의 장을 제공한다는 느낌을 준다. 현재 호응을 얻고 있는 기타 개선 방안으로는 강의 평가 시기를 현행 학기말 1회에서 중간 평가와 기말 평가로 나누어 학기말 정리에 평가할 겨를이 없는 학생들에게 차분하게 평가에 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납득하기 어려운 평가 결과가 나왔을 경우 해당 교수나 강사가 정당하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등이 있다. 서울신문의 관련 기사는 ‘천편일률 설문조사 개선해야’를 작은 제목으로 뽑음으로써 개선 방안 논의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수업 질보다 학생 눈치 보는 강사들’이라는 부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 교육 서비스 수요자인 학생들의 입장보다는 평가 대상인 교수들의 입장에 치우쳐 비판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교수 강의 평가 제도는 국내 대학들의 질적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슈가 될 소지가 높은 만큼,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해결 방안에 초점을 둔 기사가 작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13억 큰손의 쇼핑… ‘백’을 엿보다

    13억 큰손의 쇼핑… ‘백’을 엿보다

    [트렌드 차이나] 김난도·전미영·김서영 지음/오우아/388쪽/1만 6000원 일본인 관광객으로 넘쳐나던 서울 명동은 어느새 중국인 관광객의 천국으로 변했다. 백화점과 면세점의 큰손도 이제 일본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중국은 연평균 10%의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세계의 생산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려면 중국 소비자를 먼저 사로잡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2007년 명품 소비자의 소비 동기를 분석한 ‘럭셔리 코리아’를 시작으로 매년 한국의 소비 흐름과 소비자 특성을 연구한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해온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이번엔 13억 5000만 중국인들의 소비 DNA와 트렌드를 집중 분석했다. ‘트렌드 차이나’는 김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트분석센터의 전미영 수석연구원, 김서영 책임연구원이 중국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의 의뢰를 받아 3년간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기업들의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한 전문 연구서의 성격을 띠지만 중국의 변화된 사회상과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에게도 충분히 흥미로운 안내서 역할을 한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출간된 이 책은 중국의 소비자가 무엇에 열광하고, 어떻게 소비를 하며, 앞으로 소비시장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등 크게 세 가지 분야를 다룬다. 책은 먼저 중국 소비자를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소득 수준과 소비에서 자기 만족감과 타인의 시선 중 어느 쪽에 더 좌우되는지를 따지는 자기·타인 지향성의 두 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VIP형 소비자 ▲자기만족형 소비자 ▲트렌디형 소비자 ▲실속형 소비자 ▲열망형 소비자 ▲검약형 소비자로 구분한다. 소비자학을 전공한 중국인 전문가와 한국인 석·박사들이 짝을 이뤄 심층면접과 가정방문을 통한 관찰조사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체계화한 각각의 소비자 유형 분석은 매우 현실적이다. 가령 VIP형 소비자 유형은 34세 기혼 여성 변호사인 리샹(李湘)의 라이프 스타일을 통해 손에 잡힐 듯 자세하게 제시된다. 최상위 소득계층인 그녀는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고, 남편과 따로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으며, 유기농 제품을 즐겨 구입한다. 해외 브랜드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고, 일상에서 묻어나오는 자연스러운 과시를 선호하는 등 생활 자체의 프리미엄을 추구한다. 자기만족형 소비자는 유행이나 브랜드보다는 자기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트렌디형 소비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실속형 소비자는 합리적 구매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열망형 소비자는 만사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더 많이 갖지 못한 현실에 슬퍼하는 특징을 보인다. 검약형 소비자는 절약하는 삶 자체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이기 때문에 삶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것이 특징이다. 책은 이 같은 소비자 유형의 특징에 따른 기업들의 맞춤형 전략을 자세히 소개한다. 저자들은 이와 함께 중국인의 남다른 소비 DNA를 7가지로 요약한다.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삶, 체면을 중시하면서도 실속을 차리는 문화, 저신뢰 사회가 야기한 소비자들의 불신, 집단의식 속의 개인주의, 중국식 가족소비, 중국 전통과 글로벌 기준의 공존 등을 중국 소비자의 소비행태에 녹아 있는 공통의 성향으로 꼽았다. 또한 중국 소비시장의 최신 3대 트렌드로 삶의 질 향상과 니치(틈새)시장의 주류화, 중국식 신실용주의의 대두를 제시했다. 중국 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이지만 동시에 무모한 도전의 늪이 될 수도 있다. 실패의 이면에는 잘못된 고정관념과 안이한 전제가 있다. 중국은 하나의 시장이라는 ‘단일 시장의 신화’, 같은 연령과 성별이라면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는 ‘보편가치의 신화’, 유행은 반드시 번져 나간다고 보는 ‘트리클다운의 신화’가 그것이다. 또한 현재의 중국은 과거의 한국이라는 ‘후진 시장의 신화’, 중국인은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여기는 ‘프리미엄의 신화’, 그리고 한류 열풍이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로 이어진다는 ‘한류의 신화’ 등이 기업의 실패를 이끄는 대표적인 오해라고 책은 지적했다. 꼭 기업이 아니라도 곰곰이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KBS1 밤 10시 50분) 배우 조연우가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땅, 에티오피아의 다나킬 소금 사막으로 향했다. 한여름에는 최대 60도, 밤에도 3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다나킬의 더위는 가히 살인적이다. 현지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조차도 수차례 쓰러질 정도. 그럼에도 조연우는 이 불볕더위 속에서 소금을 채취하는 중노동에 투입되었다고 하는데…. ■비밀(KBS2 밤 10시) 경찰과 도훈으로부터 조사를 받게 된 유정. 끝까지 자신이 운전했다고 말하며 도훈이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밝혀주리라 기대한다. 한편 민혁은 남은 생을 유정에게 복수하며 살 것을 다짐한다. 한편 유정의 부친 우철은 유정이 조사를 받는 사이 치매 증상이 더 심해진다. 하지만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기도 전에 유정은 강제 구인을 당하고 만다.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MBC 밤 10시) 한평생을 바쳐 자식들을 키웠건만 누구 하나 보살펴주지 않아 버려진 햇빛 노인정 멤버 송노인의 폐암수술을 앞두고 노인정이 술렁인다. 김구봉 일당은 도미한 자식들에게는 기별조차 어려운 송노인의 딱한 사정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언젠가는 치르게 될 장례식을 미리 치러 그 조의금으로 수술비를 마련해보자고 작당한다. ■꾸러기 탐구생활(SBS 오후 4시 30분) 찜질방에서 발견한 의문의 소금으로 이를 닦을 수 있다고 하는데…. 소금 양치가 어떤 효력이 있으며, 올바른 양치 방법은 어떤 것인지 배워본다. 한편 드넓은 초원에 사는 몽골 원주민의 시력은 4.0이 넘는다는 이야기는 과연 사실일까. 몽골 사람을 직접 만나 정말 시력이 좋은지 확인해보고 건강한 눈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본다. ■세계의 눈(EBS 밤 11시 15분) 식물은 동물과는 달리 차분하고 온순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아름다운 생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식물은 이동하지 않을 뿐이지 지상과 지하에서 온몸으로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햇빛과 양분을 얻기 위해 더 멀리 팔을 뻗고 필요할 땐 천적과 손을 잡기도 한다. 꽃을 피우는 식물의 우아한 모습은 피상적인 면에 불과한데…. ■리얼 대탐험(OBS 밤 9시 50분) 애니멀 슈퍼파워들의 놀라운 생존능력이 소개된다. 어떤 동물은 위장을 하고, 어떤 동물은 자신의 기관을 재생한다. 최고의 생존능력을 지닌 도마뱀, 전기뱀장어, 문어를 조명한다. 이들이 어떻게 사냥하고 살아가는지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모형으로 심층 분석했다. 바닷속 생명체들의 힘이 놀랍다.
  • 바다의 죽음, 죽음의 바다

    바다의 죽음, 죽음의 바다

    [텅 빈 바다] 찰스 클로버 지음/이민아 옮김/펜타그램/452쪽/2만원 [플라스틱 바다] 찰스무어·커샌드라 필립스 지음/이지연 옮김/미지북스/470쪽/1만 8000원 위기에 처한 해양 생태계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파헤친 두 권의 책이 나왔다. 기업형 어업이 야기한 수산물 남획으로 멸종 위기종이 속출하고, 플랑크톤보다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먹이사슬을 교란하는 등 턱밑까지 다가온 바다의 재앙에 경고음을 울리는 현장 보고서다. 읽고 나면 식탁에 올라온 참치 캔 한 통과 물병 뚜껑 하나가 얼마나 바다를 위협하는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텅 빈 바다’는 영국의 환경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전 세계 바다에서 벌어지는 수산물 남획의 실태와 이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의 실상을 치밀하게 취재해 낱낱이 고발한 탐사 르포다. 지금까지 해양생태계의 문제는 대부분 산업시설의 독성물질이나 핵폐기물 무단 방출 등 해양오염의 측면에서 다뤄졌을 뿐 남획에 관한 문제의식은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구상부터 출간까지 13년이 걸린 이 책에서 저자는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알고 있던 남획의 폐해를 본격적으로 파헤친다. 저자가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취재한 남획의 실태는 실로 충격적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어항으로 꼽히는 뉴잉글랜드의 글로스터 항구는 한때 그물을 펼치면 갑판 위에 물고기 떼가 파도처럼 쏟아지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어획량 감소 탓에 도시 자체가 몰락했다. 세계에서 어종이 가장 다양하고 풍부한 서아프리카 대륙붕의 어장은 선진국의 약탈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미지의 보고인 심해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몸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을 얻기 위해 번식률이 매우 낮아 멸종 위험이 큰 물고기까지 마구 잡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원인은 인간의 탐욕이다. 대표적인 어업 방식인 트롤 어선들은 대형 그물들을 바다에 던져 주변 물고기를 싹쓸이한다. 현대 첨단기술로 무장한 기업형 어업이 횡행하면서 1950년대 해양에서 살았던 대어의 90%가 사라졌고, 세계의 어획량은 1988년부터 매년 77만t씩 감소해 왔다. 저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양의 40배에 달하는 어류를 포획하고 있다”면서 “이대로 간다면 2048년쯤에는 어류 자원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경제적 이익에만 급급한 트롤 어선과 선주들뿐만 아니라 무능력한 과학자, 정보를 사실대로 공개하지 않고 국민을 우롱하는 정부기관, 선거 때마다 어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가난한 나라에서 자국 어선이 해적질과 다름없는 불법 어업을 저질러도 눈감아 주는 유럽 원양 대국들의 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또한 멸종위기 생선인 철갑상어나 참치 요리를 거리낌 없이 자랑하는 유명 요리사들과 생선을 먹을 줄만 알지 이런 사실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 소비자들도 풍요의 보고이던 바다를 쇠락하게 만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2006년 영국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 책은 루퍼트 머리 감독이 동명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2009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책 말미에 보론으로 실린 그린피스 활동가 박지현씨의 글은 세계적인 원양어업 국가인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남획 실태를 돌아보게 한다. ‘플라스틱 바다’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오염을 다룬 책이다. 비슷한 종류의 책이 이미 여럿 나와 있어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저자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를 최초로 발견해 플라스틱 해양오염 문제를 전 세계적으로 환기시킨 찰스 무어 선장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어 선장은 1997년 북태평양을 항해하던 중 아름다운 수면 아래로 플라스틱 조각이 흩뿌려져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가 발견한 것은 훗날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라고 불리게 될, 한반도의 7배 크기에 달하는 지구상 가장 큰 쓰레기장이었다. 이 발견을 계기로 평범한 시민이던 무어 선장은 해양과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변모한다. 그가 미국 각지의 환경운동가, 학자, 시민들과 함께 공동으로 연구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실상은 충격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 1998년 처음으로 플라스틱 쓰레기양을 계량하기 위해 북태평양 한가운데서 무작위로 표본을 수집, 분석한 결과 플라스틱의 양은 플랑크톤보다 6배나 많았다. 10년 뒤인 2008년 조사에선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급증해 무려 46배에 달했다. 석유 추출물로 만든 플라스틱이 환경과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은 앨버트로스와 바다거북 같은 동물들이 플라스틱을 즐겨 먹고, 바닷속 물고기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면서 해양 먹이사슬을 교란시키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해양 생물과 거의 비슷한 식습관을 가진 극지방의 이누이트족들에게서 화학물질 중독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인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저자는 더 늦기 전에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모두 줄이는 방향으로 경제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통상임금 논란과 삶의 질/강수돌 고려대 경영학 교수

    [열린세상] 통상임금 논란과 삶의 질/강수돌 고려대 경영학 교수

    대법원에서 통상임금 관련 심층 토론이 열렸다. 직접적으로는 갑을오토텍의 임금 및 퇴직금 관련 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판결하려는 시도다. 실은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때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이 “한국GM의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요청함에 따라 핫이슈가 된 건이다. 현재 이 문제로 전국 130여 사업장이 소송 중이다. 기업 측은 이 소송이 총 38조원의 추가 부담(30만개 정도의 일자리 재원)을 지울 수 있다며 비용 부담론을 편다. 반면 노동계는 이미 대법원 판례가 있으며,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 문제를 풀고 노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판례대로 하자고 한다. 논란이 뜨겁다. 원래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으로, 기본급에다 ‘정기적·일률적’ 성격의 수당을 합친 것이다. 현 논란의 핵심은 과연 정기 상여금(보너스)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가다. 연장근로나 야간근로가 많은 한국 현실에 비추어볼 때 이번 대법원 판결의 사회적 파장은 클 것이다. 사실 한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 검증받듯 미국을 방문하는 것도 자존심 상하지만, 그 기회를 틈타 초국적 기업 대표가 일국 대통령에게 ‘민원’을 제기한 것도 기분 나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미 이 문제로 한국 사법부의 법리적 판단이 나왔는데도, 기업 이익 때문에 법마저 바꾸라는 주문 아닌가? 이건 통상적 내정간섭 이상이다. 자본이 국경을 넘어 민주주의나 노동법을 직접 건드리는 행위다. 그렇다면 실제로 한국GM(전 대우자동차)에서는 이것이 어떻게 흘러왔는가. 2002년에 한국GM은 연봉제를 시행하며 1년에 일곱 차례 지급하던 상여금을 인사평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업적연봉’ 형태로 바꾸었다. 이로써 많은 수당들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다. 분노한 노동자 1025명은 2007년 3월 (임금채권 유효가 3년인 점을 감안) 2004년 3월부터 2007년 2월까지의 업적연봉 및 조사연구·조직관리수당, 가족수당 중 본인분, 귀성 휴가비, 개인연금보험료, 직장단체보험료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시간외 근로수당과 연월차수당을 다시 지급하라며 제소했다. 1심 재판부는 “업적연봉은 근로자의 근무성적에 따라 좌우돼 고정 임금이라 할 수 없어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나머지 부분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이에 노사 모두 항소한 상태에서 박 대통령의 방미와 GM 회장의 요구가 있었다. 그 뒤 7월 말 서울고등법원은 “업적연봉도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근무성적과 상관없이 결정되고, 최초 입사자에게도 지급되며, 연초에 정해진 업적연봉은 12개월로 나누어 지급될 뿐 고정돼 있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갑을오토텍 사건 해결을 위한 대법원 토론도 사실상 이 한국GM 건의 연장선이다. 최종 결정엔 사법부의 법리적 판단이 중요하겠지만, 필자가 강조하고픈 것은 노사정 모두 ‘삶의 질’ 차원에서 새로운 사고를 하자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인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걸맞지 않게 세계 최장의 노동을 한다. 여유롭게 식사할 시간이나 자녀들과 대화할 시간,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연극이나 영화를 보거나 좋은 교양 도서 몇 권이라도 볼 시간이 없다. 옆 사람이나 다른 회사를 팔꿈치로 밀쳐야 자기 생존이 보장되는 치열한 경쟁 속에 심신이 지친다. 3년이 가고 5년이 가도 삶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잘하면 잘할수록 “더 잘하라”는 말만 듣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창조’ 경제나 ‘품질’ 경영이 어렵다. “기술이 인문학과 결합해야 가슴 뛰게 하는 제품이 나온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도 결국 인문학을 접할 삶의 여유 문제를 제기한다. 이제 발상을 전환하자. 하루 8시간 이하를 일하고도 생계 걱정 없는 세상, 늘어난 여가를 창의적으로 활용해 삶의 풍요를 느끼는 사회,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이 차별 없이 공동체에 참여하는 미래, 바로 이게 희망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의 통상임금 논란도 단순한 월급봉투의 두께 문제가 아니라 온 사회가 삶의 질 차원에서 도약해야 할 시금석이 아닐까? 잡스 식으로 “나머지 인생을 장시간 노동으로 채우고 싶습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꿔 놓을 혁신을 하고 싶습니까?”
  • [대한민국 지역브랜드 대상] 지역 발전에 역점… 공익성 강조한 객관적 평가

    ‘국내외 브랜드 평가는 일반 기업 제품의 브랜드 파워 조사를 통한 판매전략 수립, 소비자 욕구 파악, 브랜드 홍보 등을 위해 실시하는 게 보통이다. 또 지역 브랜드를 단순히 수치화하고 서열화하기 일쑤다. 반면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은 기존 평가와 달리 지역 브랜드 활성화를 통한 지역발전에 역점을 둔다. 특히 국내 정부기관에 등록된 모든 지역 브랜드를 심층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공정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다. 또 SNI를 통한 객관적 수치 평가와 리서치를 통한 국민인식 조사를 병행함으로써 조사의 정확성을 한층 높였다.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 지수개발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평가의 신뢰성을 강점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정명은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박사는 “평가 분야에 가격, 인식 조사뿐만 아니라 관리 요소도 포함시켰다”며 “가령 지역 축제의 지속성 여부, 살고싶은 마을로서 성장 가능성, 특산물 적합판정 유지 등을 세부적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정 박사는 “지역 자생 경쟁력에 가치를 둠으로써 평가의 공익성과 사회적 책임성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외 브랜드 평가의 경우 피평가 기관에서 참가 신청을 할 때 제출한 서류 평가를 통해 우수 브랜드를 선정하기도 한다. 또 산업계, 문화계, 지역 브랜드 등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부문별 평가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 일부 지역 브랜드는 평가에 포함되지 못하거나 배제되기 일쑤다. 지역과 연계가 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평가 방법도 리서치를 통한 국민인식 조사, 전문가 조사 등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국내 대표적 브랜드 평가로는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하는 ‘국가브랜드경쟁력 지수’, 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는 ‘국가브랜드대상’을 손꼽을 수 있다.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와 삼성경제연구소가 공동 주관하는 ‘국가브랜드지수’, 농식품부의 ‘파워브랜드’, 한국능률협회의 ‘한국산업 브랜드파워’도 포함된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선을 넘지 마시오

    9·12/그레고리 스미스사이먼 지음/권민정 옮김/글항아리/448쪽/1만 9000원 미국 뉴욕 맨해튼의 배터리파크시티는 대표적인 상류층 거주지역이다. 허드슨 강변의 노동계층 항구도시였던 이곳은 1960년대 초 데이비드 록펠러 당시 체이스맨해튼 부회장 등 금융인들과 뉴욕 주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진행된 ‘배터리파크시티 개발 프로젝트’ 덕에 세계 최정상 엘리트들이 거주하고 근무하는 ‘글로벌 시티’로 변모했다. 한편으론 개발 과정에서 처음부터 부유층만이 진입할 수 있도록 경제적 장벽을 높이 쌓고,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주민과 외부인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배타적인 공간 설계로 인해 ‘요새’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배터리파크시티 주민들은 2001년 9·11테러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테러 공격을 당한 세계무역센터는 배터리파크시티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9·12’(원제 September 12)는 전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9·11이 배터리파크시티 주민들의 일상과 심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신진 도시사회학자로 주목받고 있는 그레고리 스미스사이먼 브루클린칼리지 사회학과 조교수가 쓴 이 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 하나는 9·11을 국제정치적인 시각이 아니라 공간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것이다. 테러 이전과 이후 이 도심지의 생활터전이 어떻게 붕괴되고 재건되었는지에 대한 관찰을 통해 9·11을 반추한다. 기존에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엘리트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점도 새롭다. ‘9·11 이후 뉴욕 엘리트들의 도시 재개발 전쟁’이라는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 저자는 배터리파크시티의 상류층 주민들이 재난 이후 지역 재건 과정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이익과 욕망을 지키기 위해 애썼는지를 파헤친다. 책에 따르면 그들만의 ‘성채’ 안에서 자발적 고립을 즐겼던 배터리파크시티 주민들은 유례 없는 재난에 대한 전국적인 추모와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면서도 막상 자신들의 주거 공간이 침해당하는 것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신들과 타인을 구별짓고자 하는 욕망은 혐오시설마저 수용하는 전략적 태도로 표출됐다. 2003년 주민들은 재개발 프로젝트에서 일반적으로 혐오시설로 규정되는 고속도로와 혼잡한 버스 차고지를 유치하려고 애썼다. 이유는 하나였다. 고속도로가 배터리파크시티를 외부인으로부터 차단하는 물리적 장벽이 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지하 터널 설립을 반대하고 고속도로 유지를 고수했다. 추모객을 위한 버스 차고지를 메모리얼 바로 아래에 건설되도록 목소리를 높인 이유도 추모객들의 동선을 한정시켜 자신들의 주거공간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처럼 원치 않는 시설의 영향을 최소화할 장소와 방식만을 인정하고, 그렇게 되도록 개입하는 주민들의 집단 행동을 저자는 ‘딤비(Definitely in My Backyard)’ 현상으로 규정했다. 저자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환경 위험이 아니라 위상을 지키려는 욕망이었다”고 분석한다. 메모리얼을 지을 때도 주민들은 평상시처럼 지하철로 편하게 걸어갈 길을 포함하고 있는지, 시각적으로 불편함은 없는지 등에 먼저 관심을 뒀다. 그들에게 메모리얼은 지나치게 감정을 자극하는 구조물일 뿐이었다. 주민들은 타인의 불편함보다 자신의 심리적 불편함을 먼저 고려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 지역 주민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2002년 1월부터 3년간 현장 조사를 했다. 공식회의와 지역사회 행사에 관찰자로 참여했고, 다양한 주민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배터리파크시티 주민은 빈곤층을 위한 주거 환경 개선, 공공재원에의 기여 등 거대 담론에는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자신들의 공간 이미지에 어긋날 때는 냉정하게 지원 의사를 철회했다. 저자는 주민들이 보인 이러한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는 배터리파크시티 조성 당시 이뤄진 공간적 배타성에서 기인했으며, 이렇게 형성된 주민들의 배타적 태도는 역으로 공간적 고립을 강화하려는 욕망을 부추겼다고 주장한다. 책은 “엘리트 부문만 한정적으로 살찌우도록 의도된 배터리파크시티의 설계는 다음 세대 주민들 사이에서 상호 배타성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성역 없는 부패 감시 보도가 더 많아지길/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옴부즈맨 칼럼] 성역 없는 부패 감시 보도가 더 많아지길/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3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76개국 가운데 45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7위에 등재되었다. 지난 7월 한 달간 신문에 게재된 기사를 보면 국제투명성기구의 조사방식의 모호성과 관계없이 우리나라가 부패한 국가 가운데 하나인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전직 국세청장과 국세청 고위공무원이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세무조사를 무마해 주었고,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던 전직 대통령과 그의 친인척은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서 숨겨놓은 재산이 밝혀지고 있다. 또한 금융감독원 국장이 주가조작 검사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고, 원자력발전소 부품 납품과 관련하여 금품이 오갔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부패 고리를 끊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이 7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국회에서 입법절차만 남았다. 그러나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은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입법예고했던 ‘직무 관련성에 관계없이 모든 금품수수를 형사처벌한다’는 방침에서 많이 후퇴하여 이해관계자가 직접 부정청탁을 하더라도 금품이 오가지 않거나 직무관계성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에 제재하기 어렵다. 그래서 언론의 환경감시는 법 제정과 관련 없이 살아 있어야 한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5월 18, 19일 이틀에 걸쳐서 “성남시장이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인 ‘나눔환경’에 성남시 청소용역 특혜를 줬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복수의 관계자를 취재하고, 탐사를 통해 특혜의혹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보도에 대해 성남시와 성남시장은 손해배상과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냈지만, 지난 4일 패소했다. 설령 성남시가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눔환경에 청소용역을 주었다 하더라도 보도는 정당하다. 통합진보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성남시장 선거과정에서 후보사퇴를 했고, 이후에 통합진보당 관계자가 설립한 청소용역업체가 용역을 맡았다면 ‘특혜’라고 의심받을 만한 충분한 정황이 있다. 그러나 법으로는 이러한 의혹을 처벌할 근거가 모호하다. 성남시와 나눔환경의 ‘특혜의혹’의 경우 절차상 문제가 없었으며, 금품이 오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권력형 특혜’는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대부분 조용히 묻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남시와 나눔환경’ 비판기사와는 사뭇 거리가 먼 기사도 있었다. 서울신문은 7월 22일자에서 골프가 ‘운동·취미보다는 접대·로비수단으로 변질’되어서 공직사회에서 골프를 금지시켰지만, 지난 5년간 공무원 부패는 줄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이유로 실효성 없는 골프 금지령을 해제하여 공무원 골프를 허용하면 ‘매년 1조 9839억원의 경제 파급효과와 5만 4097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한다’는 업계의 주장도 담았다. 그러나 검증할 수 없는 수치를 나열하기보다는 공무원 골프 금지령을 해제하더라도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고 청렴도를 높일 수 있는 대안에 대한 심층기사가 더 절실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2부의 1심판결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판결이었다. 그러나 이제 첫 관문이다. 부패한 권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적자’ 경전철이나 ‘녹차 호수’ 4대강 부실공사와 같이 문제가 있는 곳에 찾아가 탐사하여 의혹을 풀어야 한다. 그래서 서울신문이 진실을 위해 살아 있음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 낙동강 녹조 중·상류 확산… 식수 비상

    낙동강 녹조 중·상류 확산… 식수 비상

    대구·경북지역 식수원에 비상이 걸렸다. 녹조현상이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의 식수원인 낙동강 중·상류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은 낙동강 강정고령보에 ‘조류 출현 알림’ 단계를 의미하는 조류주의보를 발령했다고 2일 밝혔다. 또 달성보에는 올 들어 두 번째 조류 관심단계를 발령했다. 특히 강정고령보의 경우 남조류 세포 수가 이날 현재 1㎖당 5만 838개가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달 29일 8145개에 비해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또 낙단보와 달성보, 상주보, 칠곡보, 구미보 등 대구·경북 6개 낙동강 보의 남조류 개체 수가 4일 전보다 3~8배 많아졌다. 녹조현상의 주 원인인 남조류는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다. 녹조현상은 취수원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구미·김천·칠곡 주민의 식수원인 구미광역취수장의 취수구 주변에도 녹색띠가 선명하게 보였다. 이곳에는 중하류 녹조현상과 달리 탁한 녹색을 띠고 있다. 대구 달성과 고령을 잇는 옛 고령교 아래의 돌에는 짙은 녹색의 띠가 앉았고 강정고령보 인근 죽곡취수장 아래에도 녹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녹조현상이 낙동강 전역으로 확산돼 낙동강 식수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환경운동연합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돼 있는 대구와 달리 구미나 상주는 독성물질을 걸러낼 정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식수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녹조는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본격화되는 다음 주부터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낙동강 물을 식수원으로 하는 대구와 경북지역 지자체는 취수 위치를 조정하고 정수 처리를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상주취수장은 모래로 걸려진 하천 바닥의 물을 끌어들이고 있고 구미와 대구 취·정수장은 남조류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심 5~6m에 이르는 심층수를 식수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또 상주와 예천은 활성탄과 염소 처리를 강화하고 구미는 입상활성탄 여과지를 이용하는 등 정수 처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천 관계자는 “현재 낙동강에 나타나는 녹조현상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고 수질에도 문제가 없다”며 “만약을 대비해 수질 분석을 주 1회에서 2~3회로 늘리고 감시 활동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韓銀 첫 여성 부총재보

    韓銀 첫 여성 부총재보

    63년 역사의 한국은행에 첫 여성 부총재보가 탄생했다. 임원급인 부총재보는 한은 내부 승진의 정점으로 상징성이 매우 크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석 달째 공석인 부총재보 자리에 허재성(54) 인재개발원장과 서영경(50) 금융시장부장을 15일 임명했다. 허 신임 부총재보는 인재개발원, 커뮤니케이션국 등을 담당하며 서 신임 부총재보는 조사국, 경제통계국 등을 담당한다. 서 부총재보는 2010년 김 총재 취임 이후 줄곧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돼왔다. 2011년 2급으로 승진한 뒤 1년 만에 국제국에서 통화정책 업무를 총괄하는 통화정책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올 1월 1급으로 승진했다. 2급에서 1급으로 승진하는 데 통상 3~5년이 걸리지만 서 부총재보는 2년 만에 마쳤다. 이어 1급 승진 반년 만에 부총재보에 올랐다. 김 총재가 취임 이후 자기 임기 내에 여성 임원을 만들겠다는 발언을 실현한 셈이다. 서 부총재보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사연구 분야에서의 오랜 경력을 살려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심층 있는 분석과 대안 모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경제학과(82학번)를 나왔으며, 1988년에 한은에 입행한 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허 신임 부총재보는 1984년 한은에 들어왔다. 2005년 2급으로 승진한 뒤 5년 만인 2010년 1급이 됐다. 금융결제국 부국장, 기획국 부국장 등을 거쳤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최저임금도 안 주고 수당도 떼먹은 유명 미용 브랜드

    국내 7대 대형 브랜드 미용업체의 절반 이상이 미용 보조원들에게 최저임금(시급 4860원)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주거나 각종 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26일 7대 미용 브랜드 점포 207곳에 대해 최저임금 준수 등 근로조건 이행 감독을 실시한 결과 109곳(52.7%)에서 최저임금 미달 지급 또는 각종 수당 미지급 등의 위법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의 71.0%는 근로계약서조차 제대로 작성·교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노동단체는 이번 감독 결과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형식적인 감독으로 실태는 감독 결과보다 훨씬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은 박승철 헤어스튜디오, 이철 헤어커커, 박준 뷰티랩, 이가자 헤어비스, 준오헤어, 리안헤어, 미랑컬 등이다. 조사 결과 준오헤어를 제외한 6개 브랜드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시급을 지급했고 미랑컬과 박준 뷰티랩을 뺀 5개 브랜드가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업체들이 지급하지 않은 임금 및 수당은 모두 2억 265만원으로 집계됐다.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 서면근로계약 작성·교부 위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등은 7개 브랜드 소속 업체가 모두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앞서 노동부에 미용 보조원들의 근로 실태를 고발한 청년유니온은 이번 감독 결과에 대해 “용두사미에 그친, 현실과는 괴리된 초라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청년유니온이 지난 2월 주요 브랜드 미용실을 포함한 198개 매장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 및 심층 면접을 진행한 결과 평균 2971원의 시급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지혜 위원장은 “원장의 권위에 억눌릴 수밖에 없는 미용 보조원들은 형식적인 근로감독이 들어오더라도 현실을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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