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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록삼의 시시콜콜] WTO 1심 패소, ‘짜고 친 고스톱’(?)

    [박록삼의 시시콜콜] WTO 1심 패소, ‘짜고 친 고스톱’(?)

    12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에서 타전된 ‘역전 승소’ 소식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다. WTO 위생·식물위생(SPS) 협정 분쟁에서 1심 판정을 뒤집은 사례가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던 대다수 시민들은 사실상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이 불가피하다고 체념하고 있던 차였다. 그간 크고작은 외교적 실수를 노출시켰던 문재인 정부에서 모처럼 전한 ‘외교 쾌거’라는 찬사도 쏟아졌다. 외교적 쾌거 뒤 다시 부각된 과거 정부 민낯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에 이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전세계에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는 여러 ‘괴담’으로 떠돌았다. 세 마리가 붙어서 한 몸에 있는 개구리, 눈세포가 부풀어 오른 아기 고양이, 귀 없는 토끼, 얼굴 형체를 알 수 없는 소, 기괴한 모양으로 붙어서 자라는 토마토와 해바라기 등 후쿠시마 주변의 기형적 동식물 사진이 시중에 떠돌면서 괴담은 현실 속 공포가 됐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국내의 공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농수산물은 물론, 화장품, 분유, 기저귀, 장난감, 과자 등까지 일본산이라면 아예 기피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하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처는 달랐다. ‘방사능 괴담’을 잠재우기 바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괴담 유포자를 처벌하겠다”고 하는가하면, 전문가를 앞세워 방송 등 언론을 통해 “편서풍 덕분에 우리는 피해 없다”고 장담하기만 했다. 또 방사능 영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발견된 방사능 측정치도 기준치 이하의 미량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 덕인지 방사능 오염의 찜찜함이야 가실 수 없겠지만 일본산에 대한 집단적 기피 현상은 사그러들었다. 예컨대 생태의 97%가 일본산임에도 전날 숙취에 시달린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로 생태탕이 여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데서도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는 사고 발생 후 2년이 지난 2013년 9월 9일에서야 후쿠시마현 및 8개현의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는 특별조치를 시행했다. 사고 이후 방사능 유출이 없다는 일본 정부의 말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고, 여전히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해서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는 뒤늦은 고백으로 집단 공포가 다시 일면서다. 수입 금지하자마자 “곧 해제, 법적 근거 부족” 운운한 외교부 하지만 일본은 집요했고 한국 정부는 무력했다. 또 의아하기 짝이 없는 입장만 연신 반복했다. 특별조치를 시행한 지 보름 남짓만인 2013년 9월 26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일본 기시다 외무상에게 “방사능 오염수 문제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염려가 한국에 확산되어 수산물 매출이 감소한 점과 관련해 어쩔 수 없이 취한 예방적이고 잠정적인 조치며 국민의 불안이 해소되면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15년 1월에는 외교부 당국자가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므로 부담되는 사항을 빨리 털자는 게 외교부의 입장”이라면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는 법적 근거가 약한 조치이기 때문에 해제하는 방향으로 한일간 의견을 좁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에서 발끈했지만, 행동이 아닌 그냥 말에 불과했으므로 비판의 흐름이 지속적으로 조성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는 향후 ‘뭔가‘를 진행하기 위한 일종의 분위기 확인용 발언이었다. 소극적 불성실 대응으로 패소 자처한 한국 정부 그해 5월 일본 정부는 한국의 후쿠시마 등 수산물 수입 금지 조처가 부당하므로 “조기 철폐를 요구한다”며 한국 정부를 WTO에 제소했다. 한국 정부 대응은 소극적이거나 불성실했다. 일본이 제소하기 한 해 전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방사능 누출 위험과 관련해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위원회’를 만들어 보고서를 작성하려 했지만, 두 차례의 현지조사에서 수산물 샘플 7건 가량을 채취하는 데 그쳤다. 당초 조사 예정이었던 후쿠시마 해저토와 심층수에 대한 조사는 일본의 요청대로 제외시켰다. 또 2015년 이후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위원회 활동을 아예 중단시켰다. WTO 1심 패소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해 2월 WTO는 1심 판결에서 “한국 정부가 왜 후쿠시마 수산물 위험보고서 작성 최종 절차를 중단했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해 ‘안전 위험성 지속적 재평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판결 근거로 사용됐다. 1심 판결의 핵심 패소 원인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먹거리 안전에 대해서는 지극히 소극적이었지만, 일본과는 꽤 호흡이 잘 맞았다. 과거 정부의 소극적이고 불성실한 태도는 ‘수입금지를 해제해주기 위해 일본과 짜고 친 고스톱 아니냐’는 음모론적 비판이 나오는 주된 배경이다. 의문스러웠던 소극적 대응을 해명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며 역사의 기록에 또 하나의 적폐가 더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수입 농수산물 방사능 검출 여부 철저한 관리감독 필요 어쨌든 다행스럽게 후쿠시마산 생태, 고등어가 우리 밥상 위에 오를 것이라는 걱정은 당분간 접어둘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방사능 기준치 이하면 일본산 농수산물이 제한 없이 유통, 판매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지역명 표기 없는 일본산 수산물은 계속 들어오고 있으며, 원산지 허위 표기에 대한 우려 또한 여전히 남아 있다. 더욱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미량의 방사능이라도 검출된다면 유통, 판매를 금지하는 적극적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국가에 있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더 앞서는 가치는 없다. 박록삼 논설위원 youngtan@seoul.co.kr
  • 만성 인력난 보건의료기관 숨통 트일까...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5년마다 수립

    만성 인력난 보건의료기관 숨통 트일까...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5년마다 수립

    앞으로 정부는 보건의료인력 양성과 근무환경 개선 방안을 담아 5년마다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5일 이런 내용의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도지사는 이 법에 근거해 마련될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에 따라 매년 시행계획을 세우고 그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 보건의료기관의 만성적인 인력난과 근로자 처우개선 방안이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5년마다 시행하는 보건의료실태조사도 3년마다 해야 한다. 보건의료실태조사는 보건의료인력 양성과 공급, 활동 현황과 근무환경을 조사하는 것인데, 조사 주기가 길고 조사 범위가 방대해 보건의료인력의 실태와 특성을 심층적으로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법에 따라 보건의료기관장은 인권침해 대응지침을 마련해 준수해야 하며, 복지부 장관은 병원 내 인권침해 피해자를 상대로 상담 및 지원 업무를 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보건의료기관장은 적정 노동시간 확보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연구를 토대로 종합계획에 근거한 중·장기적인 보건의료인력 관리체계를 마련하겠다”며 “보건의료기관 종사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기반이 조성돼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김학의 출국금지 조회 법무관 검찰 수사

    김학의 출국금지 조회 법무관 검찰 수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해본 법무부 소속 공익법무관 2명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법무부는 내부 강제조사에 한계가 있어 대검찰청에 자료를 송부해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5일 밝혔다.  법무부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정보를 조회한 공익법무관의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받아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내용, 통화내역 등을 심층 분석했지만 김 전 차관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이는 어떠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출국금지 정보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점을 확인하지 못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강제적 방법에 의한 조사를 진행할 수 없는 등 사실관계를 밝히는데 한계가 있었고, 여전히 출국규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강제 수사가 진행되게 했다”고 밝혔다.  공익법무관에 대한 수사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성범죄 의혹, 수사외압 의혹 등과 함께 담당할 전망이다.  앞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소속 법무관 2명이 지난달 22일 밤 김 전 차관이 긴급 출국금지 조치되기 전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 접속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법무부는 그간 감찰을 진행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금천구 아이돌보미 학대’에 여가부 긴급 전수조사…경찰 수사 중

    ‘금천구 아이돌보미 학대’에 여가부 긴급 전수조사…경찰 수사 중

    여성가족부가 최근 서울 금천구에서 발생한 아이돌보미의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가정에 대한 긴급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2일 밝혔다. 여가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여가부 장관은 해당 가족과 국민들에게 큰 우려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면서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를 확인해 엄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아동학대 전수조사 등 예방 대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먼저 아이돌보미를 이용하는 모든 가정을 대상으로 모바일 긴급점검을 하고, 아동 학대 의심이 있는 가정에 대해서는 심층 방문상담을 한다. 아이돌봄서비스 홈페이지(idolbom.go.kr)에 신고창구를 개설해 오는 8일부터 온라인 아동 학대 신고를 받을 예정이다. 신고된 사건에 대한 조치 등은 아동보호 전문기관 등과 협력해 조치할 계획이다. 또한 전체 아이돌보미에 대한 아동 학대 예방 교육을 이달부터 실시한다. 아이돌보미 양성 교육에서도 아동 학대 관련 교육을 늘리고 채용절차 및 결격사유, 자격정지 기준 등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아이돌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올해 안에 도입해 이용자의 실시간 만족도를 조사할 계획이다. 여가부는 “아동 학대가 재발하지 않고 부모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현장 전문가와 함께 전담인력(TF)을 구성해 아동 학대 예방 및 대응 계획을 포함한 구체적인 개선계획을 이달 중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문제가 된 50대 아이돌보미 김모씨를 생후 14개월 영아를 학대한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김씨는 서울 금천구 거주 맞벌이 부부가 맡긴 14개월 된 영아를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침대에서 아이를 발로 차고, 강하게 잡아채는 등의 학대를 한 혐의도 있다. 이 사건은 피해 아동 부모가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피해 내용을 CCTV 영상과 함께 올리면서 공분을 자아냈다. 이 청원글은 2일 오후 9시 현재 청원 동의자가 14만 7400여명을 넘어섰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2017년 포항지진·제천화재 피해자, 10명 중 3명은 극단적 선택 생각

    2017년 포항지진·제천화재 피해자, 10명 중 3명은 극단적 선택 생각

    2017년 연달아 발생한 참사였던 경북 포항 강진(11월 15일)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12월 21일)의 피해자 중 20~30%는 고통 속에 극단적 선택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지원소위원회는 국가미래발전정책연구원과 함께 29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국내 중대재난 피해지원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열었다. 국가미래발전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15일∼12월 20일 포항지진 피해자 40명과 제천화재 피해자 30명을 대상으로 경제·신체적 변화와 심리적 피해,구호 지원에 관해 설문·심층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대응과정이 얼마나 변했는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대상자 중 포항지진 피해자 82.5%는 지진 이후 불안 증세를 새롭게 겪었다. 불면증과 우울 증상을 겪는다는 이들도 각각 55%와 42.5% 수준이었다. 제천화재 피해자의 경우 사고를 겪으면서 73%가 불면증을 새로 앓았다. 이들은 우울(53.3%)과 불안(50%)도 호소했다. 정신·심리적으로 피폐해지면서 포항지진 피해자 47.5%, 제천화재 피해자 31%가 수면제를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지진 이후 슬픔이나 절망감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0%에 달했다. 자살 생각을 해봤다는 응답은 16.1%,실제 자살을 시도해봤다는 응답은 10%로 나타났다. 제천화재 피해자 중 76.7%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낄 정도로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에 관한 응답률은 각각 36.7%, 6.7%였다. 이들 사고의 피해자들은 정신은 물론 신체적으로도 건강이 악화했다. 포항지진 이후 건강상태 변화를 묻는 말에 ‘나빠졌다’는 응답이 42.5%,‘매우 나빠졌다’는 응답이 37.5%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제천화재 피해자도 ‘나빠졌다’가 43.3%,‘매우 나빠졌다’가 13.3%였다. 두 사고 피해자 모두 ‘좋아졌다’나 ‘매우 좋아졌다’는 응답은 없었다. 포항지진 피해자의 67.5%,제천화재 피해자의 83.3%가 참사 이후 새로운 질환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새 질환의 종류(중복 포함)는 소화기계(위염·위궤양·소화불량),신경계(만성두통) 등 10여종에 이른다. 재난 이후 가장 많이 앓는 질환은 만성두통(포항지진 피해자 32.5%·제천화재 피해자 33.3%),소화기계 질환(포항지진 피해자 20%·제천화재 피해자 33.3%)인 것으로 집계됐다. 생활 기반이 무너지면서 가계의 경제 상황도 나빠졌다. 가구 총자산의 경우 포항지진 피해자는 34.1%, 제천화재 피해자는 39.2%가 줄었다고 답했다. 반면 가구 지출액은 포항지진 피해자 28.1%, 제천화재 피해자 37.9%가 늘었다. 이들은 필요한 지원인데도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포항지진 피해자는 생활안정지원(54.3%),조세·보험료·통신비지원(42.5%),일상생활지원(41.7%) 순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천화재 피해자의 필요한 지원으로 구호 및 복구 정보 제공(33.3%),생활안정지원(24.1%),일상생활지원(24.1%)으로 답했다. 연구 책임자인 박희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심층면접 결과,포항지진 피해자들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정부에서 제대로 지원을 못 받는다고 답했다”며 “제천화재 피해자들은 지역주의적 정서는 없지만,세월호 때와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포괄임금제 개선 미적대는 고용부

    포괄임금제 개선 미적대는 고용부

    현장에선 날짜 못 박지 않아 “못믿겠다” “탄력근로는 서두르고 포괄임금 늦추나” 일부 기업은 자체적으로 개편 나서기도 전문가 “국회 입법으로 명확한 해결을”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포괄임금제 개선 가이드라인’ 발표가 당초 약속보다 1년 가까이 늦어지면서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고용노동부가 탄력근로제 도입에는 적극적이면서 포괄임금제 개선에는 미적대고 있어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를 보다 못한 일부 기업들이 정부 발표에 앞서 자체적으로 포괄임금제 개편에 나서고 있다. 25일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해 6월 포괄임금제 오·남용 지도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같은 해 8월로 한 차례 연기한 뒤 지금껏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포괄임금제 개선 가이드라인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최종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 뿐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상반기까지 노사 의견을 수렴해 발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장에선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포괄임금은 초과근로시간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업종에서 연장·야간근로 수당을 노사 합의 등을 통해 일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근로시간 측정이 불가능한 업종에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제도다. 하지만 근로시간 측정이 크게 어렵지 않은 사무직에서도 무분별하게 도입됐다. 특히 업무상 야근이 잦은 정보통신(IT) 업계에선 포괄임금제 도입을 관행으로 여겼다. 이 때문에 노동자가 연장근로를 아무리 오래 해도 기업은 정해진 수당만 지급하면 돼 ‘공짜 야근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최근 고용부가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사업장 30곳을 선정해 집단심층면접(FGI)을 실시한 결과 실제 일한 연장근로시간보다 임금을 덜 준 기업이 5곳(16.7%)이었다. 상당수 업체에서 포괄임금제가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도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질적 조사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겁을 내고 오해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면서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발표를 하지 않을 이유는 아닌 만큼 조만간 반드시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은 “해당 조사가 사실이라고 해도 공짜 노동을 강제하는 사업장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사안이 심각하다”며 “정부가 탄력근로제는 그렇게 밀어붙이면서 포괄임금제 규제 시행을 늦추려고 하는 데엔 뭔가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포괄임금제 발표를 미룬 것은 사용자단체에서 “포괄임금제 폐지에 참고할 모델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해서다. 하지만 정부가 이리저리 눈치만 보고 발표 시한을 기한 없이 늦추자 일부 기업들은 정부안 없이 노사 합의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를 시작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포괄임금제를 없앴다. 최근 스마일게이트, 넥슨, 넷마블 등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포괄임금제 폐지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포괄임금제 폐지로 일부 사업장에서 노동자 임금이 감소해 노사 간 이견이 불거졌다. 위메프 등은 기존 포괄임금을 기본급에 포함시켜 급여 감소를 막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다른 사업장에선 “기본급을 올리면 퇴직금을 비롯해 각종 수당이 모두 오르게 돼 경영에 부담이 크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결국 개별사업장 사례들은 법원으로 가게 될텐데 재판에서 정부 지침은 기존 판례를 앞설 수 없다”면서 “이런 갈등을 완전하게 해결하려면 입법 절차를 통해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정부 “최저임금 인상으로 도소매·음식숙박업 고용 감소” 첫 인정

    정부 “최저임금 인상으로 도소매·음식숙박업 고용 감소” 첫 인정

    정부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도소매·음식숙박업 등에서 고용이 줄었다는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장관들의 발언은 있었지만 정부의 실증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사업장별 최저임금 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용부는 “최근 경기가 하강 국면에 있고 시장 포화로 소규모 업체의 영업이 악화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간 도소매, 음식숙박, 공단 내 중소 제조업 등 3개 업종에 대해 고용부가 집단심층면접(FGI) 방식으로 조사한 것이다. 고용부는 다음달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조사 결과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최저임금 인상 악영향으로 임시·일용직 계약을 종료한 업체가 많았다. 고용부는 “도소매업에서 고용 감소는 생산성 향상이 어렵거나 가격 결정력이 약한 곳에서 일어났다”면서 “본사와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 최저임금 인상이 곧바로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고용부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거나 품질 경쟁력이 있는 곳은 고용이 유지됐다”면서 “음식숙박업은 지역 내에서만 경쟁이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쉬웠고 근로시간 조정도 용이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단 내 중소 제조업에선 최저임금 인상에도 고용을 유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숙련된 노동자가 필요하다 보니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해서 곧바로 해고에 나서지는 않았다. 대신 근로시간을 줄이는 사례가 많았다. 고용부는 “공단 내 중소 제조업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동화·기계화 추진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해 경영개선 노력을 보이는 기업도 있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속연수나 숙련도에 따른 임금 차이가 축소되는 경향도 보였다”고 분석했다. 고용부는 “FGI와 인터뷰는 질적 조사이다 보니 실태 파악 대상 수가 적어 일반화하기가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반영되지만,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근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도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사설]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숨기려 한 재벌의 기업윤리

    1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피해자 10명 중 7명이 만성적 울분 상태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성인 피해자의 자살 시도는 일반인보다 4.5배나 높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판정받은 4127가구(5253명) 중 무작위로 추출한 100가구를 두 달간 직접 방문해 신체·정신·사회경제·심리적 피해를 심층 조사한 결과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 4월 폐질환 등을 의심한 임산부들의 입원 증가를 계기로 역학조사에 나선 정부가 가습기 분무액에 포함된 살균제가 사망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확인된 피해자만 6246명이며 이 가운데 1375명이 숨졌다. 관련 제품은 당시 모두 판매 중단된 상태이나 피해자들의 고통은 8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6000여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드러났으나 가해 기업에 대한 법적 제재는 더디기만 하다. 형사처벌 확정은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 대표에게 내린 징역 6년형이 유일하다.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낸 애경산업은 제품에 사용된 원료물질(CMIT·MIT)의 유해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처벌받지 않다가 검찰 재수사로 지난달 27일 관련 임직원들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다. 애경과 옥시 제품에 사용된 원료를 만든 SK케미칼 사장은 2016년 국정조사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실험 자료는 유실됐다고 주장했으나, 최근 압수수색 과정에서 숨기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심리적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정의 실종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사법 당국은 살균제의 유해성을 은폐한 비윤리적 기업 행태에 철퇴를 내려야 할 것이다. 피해자 사과 요청에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모르쇠로 일관한 관련 기업들은 피해구제 분담금 납부뿐만 아니라 통합치료지원센터 건립 지원 등 피해자 돕기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
  • 가습기 피해자 67% ‘만성적 울분’

    가습기 피해자 67% ‘만성적 울분’

    10명 중 3명 ‘중증도 이상 심각한 울분’ 성인 피해자 자살 시도 일반인의 4.5배 100가구 기준 피해액 최대 540억 추산역대 최악의 환경물질 사고인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3명 중 2명이 ‘만성적 울분’ 상태였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중증도 이상의 심각한 울분’ 상태를 보였다. 또 성인 피해자의 자살 시도가 일반인보다 4.5배 높은 것으로 나왔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조위)는 14일 서울 중구 특조위 사무실에서 이런 내용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습기 참사’ 이후 피해가구를 직접 방문해 심층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특조위 의뢰를 받은 한국역학회가 지난해 10월 2일∼12월 20일 피해자로 신청해 판정받은 4127가구(5253명) 중 무작위로 추출한 100가구를 방문해 신체·정신·사회경제·심리적 피해를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그동안 알려진 신체적 피해뿐 아니라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가 나타났다. 성인 피해자의 66.6%가 지속되는 만성적 울분 상태를 보였고, 이 중 절반(전체 33.3%)은 ‘외상후 울분장애’(PTED 2.5 이상) 진단 가능성이 있는 중증도 이상의 심각한 울분 상태로 분류됐다. 중증도 이상 울분 비율은 일반인의 2.3배나 됐다. 피해자의 울분은 ‘부당함’, ‘고통스러움’, ‘내가 아니라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사회적 울분이었다. 살균제 노출 이후 새로 생긴 성인 피해자의 정신 건강 문제는 우울과 의욕 저하(57.5%), 죄책감과 자책(55.1%), 불안과 긴장(54.3%) 순이었다. 이로 인한 자살 생각(27.6%)과 자살 시도(11.0%) 등이 일반인과 비교해 각각 1.5배, 4.5배 높았다. 아동·청소년의 건강 관련 삶의 질 분석에서 살균제에 노출된 아동·청소년 20.5%는 신체 건강 영역에서 전체 평균의 하위 5퍼센타일(100 가운데 아래서 다섯 번째) 미만에 속했다. 경제적 피해 비용도 상당했다. 피해 100가구 기준으로 125억 8000만~539억 8400만원으로 추산됐다. 한국역학회 김동현(한림대 의대 사회의학 교수) 연구책임자는 “살균제 피해자들이 건강뿐 아니라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자살 시도가 11%에 달하는 것은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부킹닷컴 “한국인 여행객 5명 중 4명, 직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

    부킹닷컴 “한국인 여행객 5명 중 4명, 직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

    온라인 숙소 예약업체 부킹닷컴 조사에서 한국인 여행객 5명 중 4명은 ‘직장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킹닷컴은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이 선호하는 여행 트렌드’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부킹닷컴이 한국인 1805명을 포함한 전 세계 31개국 5만 300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진행한 설문조사 답변을 심층 분석한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객의 49%(이하 복수응답)는 ‘숙소를 예약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 ‘숙박 후기’를 꼽았다. 이어 ‘숙소까지 이동하는 교통수단’(37%), ‘숙소 사진’(35%)이 순으로 응답했다. 한국인 응답자들은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나라의 여행객답게 숙소 예약 시 ‘온라인 사이트나 앱’(79%)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숙박시설 선호도’에 대한 질문에는 28%가 ‘모텔’이라고 답해 글로벌 응답자(11%)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한국보다 모텔 선호도가 높은 국가는 뉴질랜드(39%)뿐이었다. ‘2019년 떠나고 싶은 여행 유행’ 질문에는 ‘시티투어’와 ‘관광지투어’가 46%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해변 바캉스’(44%)와 ‘미식투어’(41%)가 뒤를 이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여행을 떠나는 이유’였다. ‘바쁜 직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와 ‘내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위해’라고 답한 응답자가 각 8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새로운 음식 경험하기’(62%)가 2위에 올라 ‘먹방’과 ‘쿡방’의 최근 인기를 반영했다. ‘여행지 선택 기준’에 있어서는 ‘치안이 잘 돼 있는 여행지’(79%)를 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현지 먹거리’와 ‘뛰어난 자연경관’도 76%로 응답자가 많았다. ‘여행 중 가장 걱정하는 것’으로는 ‘낮은 가성비’(41%), ‘위험하게 느껴지는 환경’(35%), ‘여행 중 뭘 할지 몰라 중요한 경험을 놓치는 일’(32%) 순으로 답변했다. 이날 부킹닷컴이 국내에서 처음 연 기자간담회에는 제이미 더 실바 아시아·태평양 지역 홍보 총괄과 임진형 부킹닷컴 동북아시아 총괄대표 등이 참석했다. 제이미 더 실바 홍보 총괄은 “한국 고객의 수요를 빠르게 인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인 여행객이 여행에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현지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996년 네덜란드에서 소규모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부킹닷컴은 현재 전 세계 70개국 200개 이상의 오피스에 1만 8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부킹닷컴에 따르면 자사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통해 매일 150만박 이상의 예약이 이뤄진다. 글·사진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부족한 호스피스 병상…아쉬운 임종, 결국은 시스템·인력 문제

    부족한 호스피스 병상…아쉬운 임종, 결국은 시스템·인력 문제

    지난해 2월 4일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으로 임종을 앞둔 환자가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가 열렸다. 하지만 정작 연명 의료를 중단한 환자들의 평안한 임종을 돕는 호스피스 기관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호스피스는 말기 상태에서 극심한 통증을 겪는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배제하는 대신에 통증 완화에 집중하면서 정신적·영적 돌봄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우리나라는 1963년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이 강원 강릉 갈바리의원에서 임종자들의 간호를 시작한 게 시초다. 아시아권에서는 가장 먼저 시작됐지만 전문기관 및 인력 부족, 홍보 부족 등으로 활성화는 더디기만 하다. 11일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입원형)의 수는 전국 84개, 병상수는 1341개다. 한 해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수가 7만~8만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이용자수가 조금씩 증가해 2017년에는 암 사망자의 22%가 호스피스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되지만, 미국(52.0%)이나 캐나다(40.8%), 영국(46.6%), 대만(39.0%) 등과 비교하면 열악한 수준이다. 특히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호스피스 병상이 부족해 대기자가 줄을 서거나 입원 기간이 2~3주가 지나면 퇴원을 권고받는 일도 적지 않다. 아픈 환자들도 하다 하다 안 될 때 마지막으로 호스피스를 찾는 경향이 뚜렷했다. 2017년 호스피스 이용 환자들은 사망하기 평균 한 달 전(30.3일)에 호스피스에 처음 등록했다. 그나마도 이용자 4명 중 1명(23.4%)은 호스피스를 일주일도 채 이용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임종이 임박해서야 호스피스를 찾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환자들이 삶을 잘 마무리하려면 적어도 6개월 전부터 호스피스가 연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조기에 호스피스를 통한 완화의료가 제공되면 오히려 생존 기간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호스피스 이용자가 대부분 암환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정부는 2017년 8월부터 암 이외에도 만성폐쇄성폐질환, 만성간경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까지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그해 연말까지 이용자 중 암 환자가 아닌 경우는 16명에 그쳤다. 서울신문이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와 함께 지난 1~2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 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3%가 호스피스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동시에 ▲끝까지 의학기술에 의지하려는 환자나 가족의 태도(36.5%) ▲호스피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28.4%) ▲대상자 및 시기 판단의 어려움(25.7%) ▲호스피스 기관 및 인력 부족(23.0%) 등이 호스피스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왕진 제도를 부활시킨 가정형 호스피스 등 다양한 시스템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16년 3월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가정형 호스피스는 환자들이 친숙한 공간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전모(52·여)씨는 암의 일종인 가성점액종으로 투병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국립암센터 가정형 호스피스를 이용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의사나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방문해 전씨의 증상을 살피고 24시 전화상담도 받는다. 전씨의 남편 최모(57)씨는 “의료진이 주기적으로 집으로 와서 살펴봐 주니까 너무 좋다”면서 “주변에서 돈을 얼마나 내야 하느냐고 묻길래 7000원(1회·암환자 본인부담 5% 적용) 정도라고 하면 다들 놀란다”고 말했다. 윤미진 국립암센터 가정전문간호사는 “의료진 입장에서도 환자와 보호자가 편안하게 느끼는 환경에서 환자의 질환뿐만 아니라 심리 상태와 인간적인 부분들을 공유하고 보다 전인적인 완화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가정형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전국 33곳에 불과하다. 사망 전 가정형 호스피스를 이용한 사람들의 이용 횟수도 1회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2017년 기준 83%)이었다. 가정형 호스피스가 닿지 않는 지역이 많은 데다 환자를 돌볼 가족이 없는 경우 입원형 호스피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송인규 중앙호스피스센터 선임연구원은 “질환 초기에는 기존의 병원에서 완화의료를 제공하고, 환자가 말기에 접어들면 가정형·입원형 호스피스가 집중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으로 호스피스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컨트롤타워 부재·공공의료 미비… 사회적 재난 키웠다

    컨트롤타워 부재·공공의료 미비… 사회적 재난 키웠다

    확진자 186명, 사망자 39명. 2015년 느닷없이 닥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한국 사회를 아비규환에 빠뜨렸다.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던 이들은 구멍난 방역체계 속에서 메르스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살을 맞대고 살아온 가족들은 음압병실과 두꺼운 방진복에 가로막혀 손도 잡아보지 못한 채 작별을 고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했던 정부가 우왕좌왕하면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메르스 감염자와 가족, 이들을 돌보는 의료진까지 ‘바이러스’ 취급을 받으며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정부는 그해 9월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높여 위상을 강화하는 한편 감염병에 대해 24시간 감시를 하는 ‘긴급상황실’ 설립, 질병관리본부 방역관을 팀장으로 하는 ‘즉각대응팀’ 출동 등의 초기 즉각 대응체계 구축, 음압격리병상 확대와 권역별 감염병 전문치료병원 지정과 같은 전문치료체계 구축 등이 골자다. 역학조사관 확충과 역량 강화, 응급실에서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응급실 개편, 국민의 불신을 최소화하기 위한 위기관리 소통 강화 등도 포함됐다.2018년 9월 국내에 다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지만 3년 전의 실수는 반복되지 않았다. 공항 검역 단계에서 의심환자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한계로 남았지만, 의심환자가 입국 직후 병원으로 향했고 보건당국의 방역체계가 즉시 가동돼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내년 1월부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감염병 대응 이원화가 이뤄진다. 위험도가 큰 신종 및 변종 감염병은 질병관리본부가 대응하고,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감염병은 지자체가 현장 대응하며 질병관리본부는 지원한다. 전국 시군구의 보건소에 감염병 전담팀이 설치되는 등 지자체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제2의 메르스 사태’는 없었지만 언제, 어디에서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이 닥쳐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서울신문은 감염병 분야 전문가인 김병권 동아대 기업재난관리학과 교수와 김도형 미국 텍사스대 공공정책학과 교수의 자문을 통해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되돌아봤다.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응체계 변화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짚어봤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피해가 커졌던 이유는. 김병권 교수 국가의 방역체계 자체가 부실했다. 초기 대응부터 늦었다.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한 2015년 5월 20일은 첫 번째 환자의 증상이 발현된 지 열흘 가까이 지나 여러 병원을 거치며 2차 감염자가 발생한 뒤였다. 초기 역학조사에 따른 격리와 방역 조치도 실패했다. 초기 격리 대상이 된 밀접접촉자의 범위는 당시 대응지침에 제시된 ‘2m 이내 1시간 이상’이었지만 이 기준에서 벗어난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평택성모병원에서는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있지 않았던 환자들에게도 메르스가 전파됐다. 일부 밀접접촉자는 격리되지 않고 출국했다 외국에서 격리되기도 했다. 14번째 환자는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밀집된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 2차 감염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김도형 교수 메르스와 신종플루 등 2015년 당시 국외에서 유행하고 있던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이고 선제적인 준비가 부족했다. 이러한 예방적 차원의 대비 부족은 첫 환자 발생 이후 총체적인 부실을 야기했다. 초기 역학조사와 검역, 격리 대상 및 범위의 선정에서 안일하고 비전문적으로 대응했으며 지휘체계와 정보전달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의심 및 확진 환자에 대한 공공의료적 지원도 미비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음압병원과 격리병상 등이 부족해 의심환자의 이송과 격리가 지연됐고 질병의 빠른 확산을 막지 못했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환자 및 접촉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사회적 불안이 극대화한 것은 한국 사회의 대형병원 선호 문화, 간병 및 병문안 문화, 정부 및 전문가에 대한 신뢰 부족 등 사회문화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컨트롤타워로서 정부의 역할은 어땠나. 김병권 교수 컨트롤타워가 계속 바뀌면서 혼선이 초래됐다. 5월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세워진 뒤 28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로 확대 개편됐고 5일 뒤 본부장이 차관에서 장관으로 격상됐다. 그러나 이후 민관합동대책반, 민관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 대통령 지시로 세워진 즉각대응팀,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 범정부 대책회의 등이 연이어 꾸려졌다. 메르스 대응 수준에 따라 조직이 확대·개편됐지만 컨트롤타워가 복잡하고 지휘·권한 체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투입된 정부 관계자들의 경험 부족도 드러났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 간에 정보 공유와 업무 협조도 순조롭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역학조사 결과 공유와 접촉자 관리 등의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것도 감염자를 양산한 원인 중 하나다. 김도형 교수 메르스 확산을 신속하게 방어해야 할 정부 당국은 컨트롤타워의 부재와 책임 공방, 비능률적인 보고체계 등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물론 청와대와 국민안전처,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두고 불필요한 공방이 난무했다. 첫 확진 환자가 나온 게 5월 20일이었는데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즉각대응팀이 꾸려진 게 6월 8일임을 감안하면 2주 이상을 허비한 것이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의 정보 공개 등 정책 소통의 기회도 놓쳐 국민들에게 불신의 빌미를 제공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괴담이 급속도로 유포되면서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초래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변화한 감염병 대응체계에 대한 평가는. 김도형 교수 정부가 내놓은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 방안은 방대하고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어 그 자체로는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을 확대하고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응급실 대응체계 개선 등의 노력은 2018년 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했을 때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던 기반이 됐다. 김병권 교수 음압병실 등 감염병 치료시설 확충은 감염병 관리에서 매우 기초적인 시설이다. 그러나 의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병원에서 모두 갖추어 운영하기에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공 분야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감염병 대응 이원화에 맞춰 감염병 대응 및 지원 분야 관련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각 지자체 인력을 중심으로 수행된다면 질병관리본부 자체의 자율성과 전문성 강화로 보기 어렵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감염병 대응체계 이원화는 현재의 중앙집권적 시스템 아래에서 지자체가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운영함에 있어 예산 등의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에 한 지자체 단독으로 감염병에 대응한다는 것도 무리가 될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상호 협력이 보다 원활히 이뤄지도록 역할과 인력의 재배치가 필요하다. -국외의 감염병 대응체계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는가. 김도형 교수 2014년 에볼라, 2016년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해외 유입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해온 미국을 참고할 만하다. 미국에서는 2014년 라이베리아에서 입국한 첫 번째 에볼라 환자가 사망하면서 2015년 우리나라의 메르스 사태 당시처럼 우려와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CDC)의 에볼라대응팀(CERTs), 시설평가지원팀(FAST) 등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부여받은 강한 권한과 막대한 예산 및 전문성을 기반으로 대응해 추가 확산 없이 사태를 마무리했다.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당시 오바마 정부는 18억달러를 CDC에 투입해 감염병 차단을 위한 검역체계 개선과 국제공조 강화 등을 지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질병관리본부를 독립적인 인사와 재정권을 쥔 질병관리청으로 개편하고 보건복지부에서 보건 영역을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논의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여전히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김병권 교수 미국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A형 간염,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감염 등의 경험을 통해 사전 대비의 필요성을 깨닫고 ‘공중보건위기대응준비모델’을 구축했다. 이후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를 경험하면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방정부 차원의 대응 표준화를 위해 ‘공중보건위기대비역량’이 필요함을 제시했다. 사전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역사회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앙정부 중심의 대응체계를 운영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측면의 접근방식을 보여 준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신종 감염병 재난을 막기 위해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김도형 교수 감염병 대응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비전 수립과 예산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역학조사관과 공공병원, 음압격리실 등 공공의료 분야 시설 및 인력 확충도 절실하다. 특히 공공의료 부문이 서구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전(全) 정부 차원의 장기적·체계적인 감염병 대응계획과 재정 확보 노력이 위원회 등 책임있는 상설 기구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유입·확산될지 모를 신종 감염병의 유행을 막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김병권 교수 감염병은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되고 재난 상황으로 판단해 대응해야 한다. 풍수해와 같은 자연재난에 대한 대비는 대응 조직이 방대하게 구성돼 있다. 정부의 감염병 대응이 보건의 측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질병관리본부가 재난관리의 측면에서 감염병에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은 미래에 점차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공중보건 위기 분석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방안, 일상적 감염병 관리와 공중보건 위기 시 급증하는 방역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한 방안 등이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감염병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놓칠 수 있는 환자의 인권과 보호자의 심리에 대한 배려도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환자에 대한 지원과 가족의 심리 상담 지원을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난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진다.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정부의 몫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김형준의 정치비평] 20대는 왜 지지를 철회하고 있나

    [김형준의 정치비평] 20대는 왜 지지를 철회하고 있나

    현 정부 핵심 지지층이었던 20대의 문재인 정부 지지율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리얼미터와 TBS가 실시한 여론조사(2월 25~27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50.1%였다. 그런데 20대에서 긍정 평가가 42.0%로 취임 후 거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부정 평가(50.6%)는 긍정 평가보다 8.6% 포인트 높았다. 동일기관에서 2018년 지방선거 직후 실시한 조사(6월 18~20일)에서 20대의 대통령 긍정 평가는 78.9%, 부정 평가는 14.0%였다. 8개월 만에 20대 대통령 지지율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0대 지지율 하락 이유로 “20대가 전 정부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한술 더 떠 민주당 수석 대변인인 홍익표 의원은 ‘지난 보수 정권에서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줬기 때문에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황당한 궤변으로 ‘20대 비하 발언’을 한 민주당 두 의원에게 묻는다. 20대가 박근혜 탄핵과 최순실 국정농단을 처벌하라는 촛불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압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에 대해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20대가 교육을 잘못 받아 사리분별을 제대로 못해 부화뇌동하며 맹목적으로 참여하고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인가.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지상파 방송 3사는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들을 상대로 “‘국정 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와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두 주장 중 어느 것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20대의 전자에 동의하는 비율은 64.7%인 반면 후자는 17.8%에 불과했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전자(47.3%)와 후자(42.5%) 간의 비율이 비슷했다. 홍 수석 대변인의 주장대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라면 60대 이상과 비슷한 성향을 보여야 하지 않는가. 심층 분석 결과는 전혀 달랐다. 20대의 경우 보수 14.9%, 중도 43.3%, 진보 32.4%로 나타났다. 진보가 보수의 2배 이상이었다. 반면 60대에서는 보수 39.0%, 중도 34.1%, 진보 18.7%였다. 지난 2017년 대선 직후 실시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도 20대 10명 중 9명 이상(92.1%)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전국 평균(74.3%)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반면 60대 이상에서 그 비율은 47.9%에 불과했다. 만약 20대가 지난 보수 정권에서 남북한의 대결 의식과 반북 이데올로기 강화 교육 때문에 가장 보수적이 되었다면 20대와 60대 간의 이런 정치 성향과 태도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 이후 20대는 가장 능동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실시한 2018년 지방선거 연령별 투표율 분석에 따르면 20대 투표율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48.4%에서 52.0%로 3.6%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60대 투표율은 1.9% 포인트 하락한 72.5%였다. 20대가 보수화되었다면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 이후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 확대를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최근 20대에서는 “내가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정치 효능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20대의 표심은 어떤 이념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얼마나 부합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홍 수석 대변인은 하버드대학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가 저술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20대 보수화 발언’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정작 민주주의를 지키는 핵심 요인으로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지적한다. 정부 여당은 유독 촛불 민주주의를 강조하지만, 과연 자신들과 다른 집단의 의견을 인정하는 관용을 베풀고 주어진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최근 20대가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는 진짜 이유는 고용절벽 때문만은 아니다. 20대는 현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하지 않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김경수 재판 불복, 법관 탄핵 추진, 정부의 ‘보안접속’(https) 차단 등의 조치가 헌법 가치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무지하고 오만하면 반드시 응징한다.
  • 애 엄마 싫다는 상사… 임신 계획 매번 묻는 면접관

    애 엄마 싫다는 상사… 임신 계획 매번 묻는 면접관

    “둘째 낳고 복직해야 하는데 보스(관리자)가 ‘난 애 엄마 싫다. (대체인력인) 미스와 계속 일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자리가 날 때까지 6개월 기다렸다가 복직했죠.”(중소기업 여성 노동자)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매년 수십조원의 예산을 쏟아붓지만 출산율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면에는 산업현장에 여전한 ‘엄마 노동자’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기혼 여성들은 일상적 차별을 호소한다. 중소기업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임신과 출산·육아휴직 과정에서 직장 내 불이익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실태는 서울신문이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임신·출산·육아휴직 차별 실태조사 보고서’에 담겼다. 연구진은 지난해 9~10월 중소 사업장(상시근로자 100인 이하) 30~44세 노동자 중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800명(여성 480명·남성 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68.6%는 ‘출산휴가나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 때 차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회사나 동료들이 최대 3개월인 출산휴가 때문에 생기는 업무공백,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출산 여성을 마뜩잖게 본다는 얘기다. 또 아이 1명당 1년까지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을 활용해본 남녀 노동자는 19.9%뿐이었다. 쓰지 못한 이유로는 ‘육아휴직 제도가 없거나 있어도 신청할 분위기가 아니어서’라는 응답이 37.0%로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 고용주나 상사 등은 임신·출산 여성에게 직·간접적으로 퇴사 압박을 하거나 채용 면접 때 불이익을 주는 등 차별했다. 연구진의 심층면접에 응한 한 여성 노동자는 “출산휴가 후 복직하려는 친구에게 상사가 ‘출산휴가를 쓰지 않고 퇴사하면 실업급여를 받게 해주겠다. 그 금액이 출산휴가 때 받는 급여보다 크다’면서 종용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여성 노동자는 “결혼하고 애 갖기 전에 면접을 10번 넘게 봤는데 갈 때마다 임신 계획을 물어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국회에서 별정직으로 일하는 한 여성은 “국회 화장실에 ‘의원님이 저 임신했다고 그만두라고 해요’라는 글이 붙어 있다”고 전했다. 한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대체인력 뽑는 게 눈치 보여 여직원끼리 자발적으로 임신 순서를 정한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별을 겪어도 대다수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유는 ‘문제 삼아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0.8%), ‘문제 제기 후 안 좋은 소문, 비난, 따돌림 당할까봐’(22.4%), ‘인사고과, 승진 등 직장생활에서 불이익 우려’(21.8%) 등 때문이었다. 한 여성 노동자는 육아휴직 후 “잘 놀다 왔느냐. 나는 출산 후 바로 돌아왔는데 세상 좋다”는 식으로 눈치를 주는 상사나 동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출산·육아휴직 제도가 있음에도 직장 내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중소기업 노동자들 사이에 퍼져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면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 내에 정책 권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北 장마당 세대, 제재로 굶어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

    “北 장마당 세대, 제재로 굶어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

    평양·남포 등 북한 도시 8090세대 인식 분석“김정은, 믿음직한 지도자 인식…공포정치 옹호”“내부 변화 불가능…대북제재 중간계층에 타격”북한의 평양, 남포, 회령 등 대도시에 사는 청년층인 이른바 ‘장마당 세대’는 핵무기를 자긍심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지만 한편으로 대북 제제로 굶어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장마당 세대는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2012년 20·30대가 된 북한 사회 주역으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극심한 가뭄과 추위, 기아로 어려움을 겪은 세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일사회보장연구센터가 26일 오후 3시 개최하는 ‘2019년 제2차 보사연 통일사회보장세미나’에서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의 아이들-평양에 사는 8090세대의 의식과 생활’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김 소장은 평양과 남포, 회령, 청진 등 대도시에 거주하다 탈북한 20~30대 탈북 청년 10명(남녀 각각 5명)의 심층 면접 조사를 통해 지난해 북한 청년들의 삶의 모습을 재구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에서 자란 장마당 세대 청년들은 “핵무기는 자랑이고 자긍심”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그들에게 핵무기는 북한을 미국의 위협에서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인식은 성별이나 학력의 높고 낮음과 상관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은행거래가 차단되고 근로자 외국파견이 봉쇄되면서 평양에서는 ‘굶어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대북제재는 부유한 계층이나 가난한 계층보다는 소액의 투자금을 갖고 시장에 투자했던 중간계층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고 보고서에서 전했다. 보고서는 또 “경제봉쇄로 인한 북한주민의 이탈과 불만을 막기 위해 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조직에서 이탈해 살고 있기 때문에 교양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이런 생각은 평양과 지방은 물론이거니와 남녀노소 모두에게서 나타났다”며 “특히 아버지인 김정일과의 차별화된 정치행보는 매우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일화 정치 또는 미담 정치는 북한 주민들로부터 따뜻하고 포용적이고 믿음직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장마당 세대들은 고모부 장성택 처형과 이복형 김정남 살해 등 김정은 위원장의 공포정치에 대해 “‘권력층을 대상으로 한 것일 뿐 북한주민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며 김정은의 권력을 위협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행동이었다’고 옹호했다”고 전했다. 김 소장은 보고서에서 “북한의 대주민상호 감시 시스템은 외부세계에서는 비정상으로 보일 수는 있으나 북한주민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의 생활이라는 점에서 정상적이며 완벽하다는 것”이라며 “이런 완벽한 감시시스템으로 북한은 무너질 수 없다는 것”이라고 공고한 북한체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따라서 북한사회 내부에서의 변화는 불가능하며, 오직 유일하게 가능한 방법은 김정은 위원장에 의해서만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북한 사회에서 만연한 ‘뇌물’에 대해 주민들은 이를 일종의 ‘세금’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뇌물을 받는 자나 주는 자 모두 북한체제의 특성과 취약성에서 야기된 불가피한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국가 권력이 부풀린 서훈등급…사상·이념 족쇄 풀고 재평가를”

    “국가 권력이 부풀린 서훈등급…사상·이념 족쇄 풀고 재평가를”

    24일 서울신문 심층 설문조사에 참여한 역사학계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사상과 이념의 족쇄에서 독립운동가들을 풀어 줘야 한다”고 밝혔다 민족주의자, 자유민주주의자,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여부를 떠나 ‘한국의 독립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최우선 기준에 놓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남북 화해 분위기를 반영하고 통일에 대비하고자 우파 독립운동사 위주로 진행됐던 연구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독립 위해 무엇을 했는지 평가해야 역사학계는 김원봉(1898~1958)과 박헌영(1900~1956)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계열 활동가들을 독립운동사에서 복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봉은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스무 살이던 1918년 중국 난징의 진링대학(현 난징대학)에 입학한 뒤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이 조선 같은 약소국을 돕지 않을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깨닫고 무장투쟁가의 삶을 선택했다. 이듬해 ‘의열단’을 창단하고 광복을 맞아 한국에 돌아온 1945년까지 26년간 일제와 끊임없이 맞서 싸웠다. 조선총독과 친일파, 한국인 밀정을 처단하고자 의열투쟁을 진두지휘했고, 1938년 중국 국민당 정부로부터 첫 한인 무장세력으로 인정받은 ‘조선의용대’도 세웠다. 서울신문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취재에 동행한 이원규 작가는 “만약 그가 해방 뒤 ‘친일 경찰’ 노덕술(1899~1968)에게 치욕스런 고문을 당하지 않았다면 북한으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덕술의 고문은) 일부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보다 우위에 섰던 당시 대한민국의 현실을 상징하는 뼈아픈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김원봉은 해방 뒤 북한 정권 수립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서 배제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후대에 만들어진 시각으로 역사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독립운동을 한 사람이라면 그가 어떤 사상을 가졌든지 상관없이 해방을 맞은 1945년까지 무엇을 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학계 “임병직 서훈은 5등급이 적당” 학계에서는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고평가된 인물로 임병직(1893~1976)과 이승만(1875~1965)을 지목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정권을 쥔 이들이 자신과 측근의 공적을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임병직은 이승만이 미국에 머물던 시절 그를 보좌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미위원부 위원을 지냈고 해방 뒤 외무부 장관과 주인도 총영사 등을 맡았다. 박정희(1917~1979)의 5·16 쿠데타를 지지했고, 사후에 건국훈장 대한민국장(1등급)에 추서됐다. 그에 대한 서훈등급을 두고 ‘정치적 처세의 결과물’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홍선표 하나역사연구소장은 “임병직은 이승만의 비서 일을 한 것 말고는 한국 독립에 크게 기여한 게 없다. 학계에서는 ‘5등급 정도가 적당하다’는 평가가 많다”며 “그럼에도 그가 김구, 윤봉길 등과 같은 반열의 유공자가 된 것은 1976년 서훈 심사 당시 (임병직이 지지선언을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 권력에 의해 포상 체계가 흔들린 대표적 사례로 반드시 거론돼야 할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역사학계는 우리 독립운동사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로 김구(1876~1949)와 안창호(1878~1938), 안중근(1879~1910)을 꼽았다. 외국인으로는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1889~1970)와 장제스(1887~1975), 후세 다쓰지(1880∼1953)를 들었다. 스코필드는 영국 태생의 캐나다 감리교 선교사로 1919년 일제의 제암리 학살사건 참상을 전 세계에 타전해 일제의 만행을 알렸다. ‘석호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3·1 운동 민족대표 제34인’으로도 불린다. 후세는 일본의 인권변호사로 박열(1902~1974) 등 항일운동가들을 변론하며 한국의 독립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제대로 된 독립운동사 연구 풍토 마련해야 학계에서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설립 100주년을 맞아 정부가 우리 역사학계의 현실을 보다 냉정하게 진단해 제대로 된 독립운동사 연구 풍토를 만들 수 있게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언론 역시 일회성 100주년 기획들로 끝내지 말고 독립운동사 연구자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홍 소장은 “역사의 성과는 (국가나 언론의) 각종 기념행사나 기획기사들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도 찾지 않던 자료를 어렵게 발굴해 밤새워 연구하는 외로운 학자들에 의해 피어나는 것”이라며 “우리 역사학계 연구 수준은 매우 미약하다. 인문학이 고사 위기인데 역사학계 역시 마찬가지다. 밤낮 없이 연구실에 처박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연구에 몰두하는 이들에게 희망과 열정이 피어오르게 할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문서가 1932년 윤봉길 상하이 훙커우 공원 의거와 한국전쟁 등으로 대부분 소실됐다. 아직도 행방을 모른다. 정부는 (일본이나 북한 등과 교섭해) 이것부터 찾아야 한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도 “독립유공자 포상이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그사이 상당수 자료가 사라져 지금도 연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아직도 3·1운동, 독립운동과 관련해 포상을 못 받은 분들이 다수다. 보훈처 등에서 연구를 지원한다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무질서한 서훈 체계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번 기회에 독립운동가 서훈 체계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한민국 건국훈장은 국가 수립에 뚜렷한 공을 세웠거나 국기(國基)를 다지는 데 공적이 있는 자에게 수여한다. 대한민국장(1등급)과 대통령장(2등급), 독립장(3등급), 애국장(4등급), 애족장(5등급) 등 5단계로 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보훈처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남성 1만 5180명, 여성 357명 등 모두 1만 5537명이다. 김주용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교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가산을 모두 팔아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이회영(1867~1932),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1858~1932) 등이 3등급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이승만은 대통령 재임 중 자신을 1급으로 ‘셀프 서훈’해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독립유공자에 대한 서훈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며 “정부는 독립운동 주동자 가운데 거사를 벌이다가 죽지 않은 이는 알아주지도 않는다. 이건 정말 아니다. 단순 정량 평가가 아닌 정성 평가를 통해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설문응답자 명단 기유정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김삼웅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 김주용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교수,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 김형목 독립기념관 선임연구위원, 노상균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원,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 백옥진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이양희 충남대 충청문화연구소 연구원, 이원규 역사소설가, 장규식 중앙대 사학과 교수, 장석흥 국민대 국사학과 교수,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수석연구위원, 전성현 동아대 사학과 교수, 조한성 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최기영 서강대 사학과 교수,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 홍선표 하나역사연구소장, 익명 요청 2명(가나다순)
  • [단독]“독립운동가 김원봉, 재평가·복권 1순위”

    [단독]“독립운동가 김원봉, 재평가·복권 1순위”

    “이승만 비서 임병직 지나치게 고평가좌파 계열 4명·박헌영도 재평가돼야”독립운동사 연구 우파 편향 지적도친일청산 부재·일관성 없는 서훈 비판역사학계는 가장 먼저 재평가와 복권이 이뤄져야 할 독립운동가로 김원봉(1898~1958)을 꼽았다. 반대로 지나치게 고평가돼 재고가 필요한 인물로는 임병직(1893~1976)을 들었다. 역사학자들은 “우리 독립운동사 연구가 우파에 치우쳐 미진한 점이 많다”며 “정부가 연구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학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신문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4일 역사학계 전문가 25명을 심층 설문조사한 결과 32%(8명)가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재평가가 시급한 인물로 김원봉을 지목했다. 그는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출신으로 한국광복군 부사령관과 군무부장 등을 맡아 민족 해방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어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 전체(4명), 박헌영·이동휘(각 3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좌파계열 활동가들에 대한 복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성현 동아대 사학과 교수는 “김원봉은 경남에서 손꼽히는 인물이지만 북한 정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재조명이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진 남북 관계 등을 감안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할 때가 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설문에 응한 역사전문가 중 36%(9명)는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지나치게 높게 평가된 인물이 임병직이라고 답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으로, 1976년 건국훈장 가운데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에 추서됐다. 2위 이승만(7명·28%), 3위 김구(2명·8%) 순이었다. 김삼웅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임병직은 이승만의 비서였다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공적 없이) 1등급 훈장을 받았다. 과거에는 이승만처럼 스스로에게 최고 훈장을 주는 ‘셀프 서훈’도 만연했다. 이제부터라도 대한민국 서훈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우리 정부의 가장 큰 과오로 ‘제대로 된 독립운동사 연구 틀을 갖추지 못한 점’(32%·8명)을 들었다. 친일 청산 부재와 일관성 없는 서훈(각 6명)도 도마에 올랐다.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와 언론이 역사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새 인물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미 나온 인물에 대한 정확한 연구와 평가가 병행돼야 한다. (요즘 정부와 언론의) 노력이 실제 역할이 적었던 이들을 의도적으로 치켜세우는 식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규식 중앙대 사학과 교수는 “해방 직후 우리 정부가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우리 사회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친일 행적자 대부분이 단죄를 받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시간’이 대신 친일파를 청산해 줬다”고 꼬집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설문응답자 명단 기유정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김삼웅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 김주용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교수,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 김형목 독립기념관 선임연구위원, 노상균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원,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 백옥진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이양희 충남대 충청문화연구소 연구원, 이원규 역사소설가, 장규식 중앙대 사학과 교수, 장석흥 국민대 국사학과 교수,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수석연구위원, 전성현 동아대 사학과 교수, 조한성 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최기영 서강대 사학과 교수,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 홍선표 하나역사연구소장, 익명 요청 2명(가나다순)
  • 외식산업硏 “주휴수당 포함시 최저임금 인상폭 33%“

    외식산업硏 “주휴수당 포함시 최저임금 인상폭 33%“

    법으로 정해진 주휴수당을 주지 않던 업주가 올해부터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주휴시간을 포함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33% 늘어난다는 주장이 20일 나왔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한 근로자에게 올해 최저임금을 적용했을 때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급은 173만 6800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최저임금 8350원에 하루 8시간씩 22일(한 달 내 실제 근무일)을 곱한 값 146만 9600원과 하루 8시간씩 4일(한 달 내 유급 주휴일)에 최저임금을 적용한 26만 7200원을 더한 것이다. 연구원은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의 인건비 부담이 지난해보다 33%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까지 불법으로 주휴수당을 주지 않은 일부 업주에 해당하는 것이다. 아울러 연구원이 외식업주 20명과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 올해 경영상의 최대 애로사항으로 ‘최저임금 인상 및 주휴수당’(85%)이 꼽혔다. ‘고객 감소에 따른 매출 저하’(64%), ‘임대료 상승’(36%) 등이 뒤를 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및 주휴수당과 관련해 어떤 대응을 했는가‘라는 질문에는 인원 감원(30%), 종업원 근로시간 단축(20%), 본인 및 가족 근로시간 확대(20%), 음식 가격 인상(15%), 무인화 기기 도입(고려 포함, 10%), 폐업 고려(5%) 순으로 조사됐다.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주휴수당이나 유급휴가와 관련된 규정이 없으며, 사용자와 근로자 간 교섭에 따라 유급휴가일과 지급액이 달라진다. 연구원은 “최저임금 적용 시 영업 규모와 업종을 감안해 업종별 차등화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외식업을 비롯한 소규모 업체의 경우 지역별 매출 편차가 큰 만큼 지역별 차등화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직원 또는 감독기관 자녀 특혜 채용’ 등 20건 비리 적발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에서 특혜채용이 이뤄졌거나 의혹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는 행정안전부 심층 조사가 마무리돼 채용 비리가 확인되면 관련자를 고발하고 특혜채용 직원을 퇴직시키는 등 강력조치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도는 지난해 12월부터 2달 동안 공공기관 20곳을 대상으로 2014년 1월∼2017년 10월 특혜채용 여부에 대해 특별감사를 했다. 보조기관 2곳과 채용 및 정규직 전환자가 없는 2곳 등은 제외했다. 감사 결과 A기관은 2급 일반직 직원을 공개 채용하면서 임용자격 요건으로 ‘기획·관리 분야 10년 이상 종사자’로 공고하고도 경력이 6년 5개월에 불과한 ㄱ씨를 최종 합격시켰다. A기관의 장은 공개채용 기간 중 ㄱ씨와 관련된 여행사를 통해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도는 A기관 관련자 3명을 징계 요구하고, ㄱ씨 채용 과정 전반에 대한 수사를 경찰 또는 검찰에 의뢰할 방침이다. B기관은 2015년 계약직 직원 채용에서 도청 감독부서 고위공무원 딸 ㄴ씨를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나 현재 행안부에서 심층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C기관은 ㄷ씨 채용 과정에서 인사팀 직원의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 배점 비율을 당초 30%에서 50%로 높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관은 또 5년 이상 보관해야 할 당시 채용 과정 자기소개서 평가·채점자료를 보관하지 않고 있다. 서류전형에서 36등이었던 ㄷ씨는 면접전형에서는 1등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5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D기관은 지난해 신규 직원을 채용하면서 내부 위원들만으로 인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기관 소속 직원의 딸 ㄹ씨를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경력 가산점을 누락, 응시자 중 경력자들이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조사돼 특혜채용 의혹을 받고 있다. 또 E기관은 지난해 5급 일반직 직원을 채용하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합격 가능한 응시자를 탈락시키기도 했다. 도는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특혜채용 및 특혜채용 의혹이 20건이라며 이와 관련해 일단 수사 의뢰 1건을 비롯해 관련자 17명에 대해 징계 조치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도 본청 감사가 마무리되면 도 및 산하기관 채용 비리 특별감사 결과를 모두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인사이드] “중소기업 가라” 54만 취업준비생이 분노하는 이유

    [인사이드] “중소기업 가라” 54만 취업준비생이 분노하는 이유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20년 5.5억취업준비 기간 임금손실 11배 달해노동시장 이중구조 극복 방안 필요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가 큰 현실에서 장기간의 취업준비는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취업준비생은 해마다 늘어 2017년 기준 54만명에 이르지만, 이들의 선택에 대해 타인이 왈가왈부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성을 기준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20년 동안 대기업 직원과의 임금 격차가 5억 5000만원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14일 장인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작성한 ‘청년 취업준비생 증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규모(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는 2013년 45만명에서 2017년 54만명으로 4년 만에 9만명이나 늘었다. 특히 남성 비율이 같은 기간 50.8%에서 55.6%로 크게 늘었다. 2017년 시험 분야별로 공무원 준비생이 40.6%로 가장 많았고 일반기업 20.0%, 미용사·조리사 등 자격증 준비 16.3%, 변리사·공인회계사 등 전문자격증 준비 6.6%, 공사·공단 등 공영기업체 5.7% 등의 순이었다. 취업준비 기간은 시험준비가 남성 평균 18.5개월, 여성 17.6개월로 가장 길었고 자격증 준비도 12.3개월, 12.1개월이나 됐다. 청년들이 최소 1~2년 동안 취업준비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남녀 각각 시험준비를 위해 쓰는 돈은 월 45만 3000원, 41만 7000원이었다. 취업준비 기간에 발생하는 월임금 손실은 4185만원이었다. 노동자가 30~99명인 중소기업에 취업한 20~29세 청년이 취업준비 기간 동안 벌 수 있는 임금이다. 여기에 취업준비에 필요한 비용 838만원을 더하면 취업준비생 단계를 거치면서 발생하는 손실은 5023만원이 된다.반면 노동자 500인 이상 대기업에 취업한 남성 대졸자가 30세부터 49세까지 근무하면 중소기업 노동자보다 5억 5122만원을 더 벌게 된다. 앞서 계산한 취업준비 비용과 손실의 11배에 이르는 수치다. 장 위원은 “즉, 취업준비를 통해 대기업에 취업할 확률이 11분의1, 9.1% 이상이라면 18개월 동안 취업준비생 기간을 감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여성 대졸자의 임금총액 차이는 4억 3332만원으로 남성보다 적지만 여전히 큰 격차인 것으로 분석됐다. 장 위원은 “대기업, 공기업 등의 지난해 채용인원은 5만명 수준이었는데 취업준비생의 규모 54만명은 기대소득의 차이를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년 취업준비생이 많은 것은 양극화된 경제구조와 노동시장 이중구조하에서 기대소득을 극대화하려는 청년들의 합리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청년 개인들과 사회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이런 채용제도가 유지되는 것은 채용제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각 집단, 즉 공공부문과 대기업이 채용제도를 바꿀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며 “과도한 취업준비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나 비용은 각 취업준비생 개인이나 사회 전체로 귀착되고 채용자나 채용 집단은 그런 비용과 무관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히려 더 많은 지원자가 몰릴수록 더 우수한 인력을 뽑을 확률이 커지게 되고 지원기간이 늘어날수록 자신들이 원하는 직업능력을 갖추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채용제도를 각 채용기관이나 채용기업에만 맡겨 놓는다면 사회적 최적 균형이 달성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업준비 장기화의 근본적 원인인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극복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효율적인 직무중심 채용 방식의 개발과 직무중심 인력운용시스템의 정착을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위원은 또 “공무원 채용도 시험제도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다양한 입직 경로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개방형 직위의 비율이 높은 기관의 사례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토대로 채용 공정성의 확보 방안, 채용 후 전문성의 강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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