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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진기/박만호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진기/박만호

    (무대) 원룸 아파트 아래 위층,301호와 401호 (등장인물) 남:소리감별사 여:빨간 구두의 여인 의뢰인1:50대 초반 의뢰인2:30대 중반 의뢰인3:30대 초반 할머니:꿈속의 환영 딸:중학생 (소리에 대해) 소리는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연기한다. 극의 흐름을 이끌고 가는 극적 요소로 기능하는 것이다. 이 소리를 측정하는 청진기는 ‘호른’의 유려한 곡선 음관을 부착한 특별한 도구이다. ●제1장 어둠 속에서 “영호야- 영호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원룸 아파트 아래 위층인 301호와 401호가 서서히 드러난다. 스탠드만 침침하게 켜져 있는 아래층 301호는 실내가구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 위층 401호는 아직 어둠 속에 싸여있다. “우웅 우웅-”하는 진동음이 들리자,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나 귀마개를 벗고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남자.“새로운 메시지가 없습니다.”라는 안내음이 들린다. 이어 아파트의 여러 생활소음들이 와글와글 들려온다. 다시 귀마개를 하고 눕는 남자. 이때 다급한 뾰족구두 소리. 쫓기듯 달려와 위층 401호로 올라간다. 문을 닫고 구두를 벗고 룸으로 들어서는 여자. 외투를 벗고 침대 위로 무너지듯 쓰러진다. 아래층 침대에 누웠던 남자가 슬며시 몸을 일으킨다. 플래시를 켜서 천장을 비춰본다. 위층 여인의 숨소리가 평정을 되찾는다.“끼리리리-”하며 냉장고 가동 소음이 시작된다. 냉장고를 비추는 플래시. 새벽 4시를 알리는 괘종시계 소리와 함께 암전된다. 무대 밝아지면, 아래층 301호의 실내가 드러난다. 침대와 평범한 실내가구들. 구석 쓰레기통에는 호른 나팔과 야구방망이가 처박혀 있다. 탁자에서 남자에게 소리 감별을 받고 있는 의뢰인들. 호른을 닮은 청진기로 손목시계들을 검진하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소리:(손목시계) “째각 째각 째각 째각-” 남자:이게 불량입니다. 태엽이 긁히는 소리가 나는군요. 의뢰인1:계측기로는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남자:0.5데시벨의 소음이군요. 계측기는 보통 플러스 마이너스 1데시벨의 오차를 가지고 있지요. 다음 분. 의뢰인2:(믹서기 3개를 탁자에 놓고) 동방가전에서 출시한 신제품입니다. 모델별 소음의 차이를 알고 싶습니다. 소비자에게 주는 청각적 영향 말이죠.(뚜껑을 살피는 남자에게) 저... 뚜껑이 아니라 작동시의 소음만 분석해 주시면. 남자:모든 소리를 다 분석해야죠. 의뢰인2:우리가 필요한 건. 남자:다시 말하지만, 소리는 복합적입니다. 의뢰인1:감별사님을 믿고 따르세요. 남자:G-1800, Q-300, A-7, 이 세가지 모델의 소리 중에서 A-7이 가장 우수합니다. 의뢰인2:그럴리가요.A-7이 가장 구형인데. 남자:신제품이 G-1800이죠? 이건 실패작입니다.110데시벨의 고주파 파동 현상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고객만족도가 어찌 될까요? 다음 분이오. 의뢰인3:역시 탁월한 분석이십니다.(포도주 2병을 내밀며) 적포도주와 백포도주입니다. 소리:(뾰족구두) “또각 또각 또각 또각-” (포도주 병을 살펴보다가, 뾰족구두 소리에 눈길을 돌리는 남자. 초인종 소리. 남자가 청진기를 벗고 문을 연다. 복숭아 접시를 들고 들어오는 이층 여자) 여자:안녕하세요? 저는…. 남자:위층 401호 분이시죠? 여자:어머나, 어떻게 아셨죠? 남자:(여인의 빨간색 뾰족구두를 보며) 내 추측이 맞았군요. 빨간색일 거라 생각했죠. 어젯밤에 구두 소리를 들었어요. 여자:어머나, 새벽 4시가 넘어 들어왔는데. 남자:새벽엔 더 잘 들리죠. 여자:한데 색깔까지 어떻게 아셨나요? 남자:검은색 구두였다면 소리가 더 낮게 깔리거든요. 낡은 가죽이라 세월의 나이가 느껴지던데요.15년 된 캥거루 가죽입니다! 여자:호호호- 점쟁이신가봐! 어제 이사왔어요. 인사도 드릴 겸 복숭아 좀 드시라고요.(남자에게 복숭아 접시를 건네며) 어머나, 손님들이 많이 계시군요. 남자:제 의뢰인들입니다. 여자:무얼 의뢰 받으시는데요? 남자:소리요. 의뢰인1:제품의 소리를 감별해 주시는 거죠. 의뢰인2:그 느낌까지요. 의뢰인3:감별사님은 기계보다 정확하시죠. 여자:우리 아파트에 대단한 명인이 살고 계시는군요. 저…이것도 감별이 되나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소리가 잘 안 들리거든요. 남자:(휴대전화를 검진하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소리가 작게 설정된 거 외엔.(진동음을 조정하고) 들어보세요. 소리:(휴대전화 진동음) “우웅 우웅 우웅…” 남자:커졌죠? (휴대전화를 여자에게 주며) 이웃사촌이니 감별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여자:아유, 고마워요. 남자:소리를 놓치면 후회가 크답니다. 여자:맞아요. 일년 전에 정말 중요한 연락을 놓친 적이 있어요. 샤워 중이었거든요. 제 인생이 걸린 중요한 기회였는데….30분 늦게 연락하는 바람에 바이 바이! 근데 감별사님은 소리를 어떻게 분석하시나요? 남자:기억되어 있는 소리들 때문에 분석이 되는 겁니다. 여자:이 세상 소리를 전부 기억하고 계세요? 남자:한 번 들으면. 의뢰인2:스리쿠션 때린 당구공처럼요? 의뢰인3:구구 팔십일 구구단처럼요? 여자: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처럼? 남자:망각이 안돼요. 모두:오!…. (다시 포도주 병을 검진하는 남자. 가만히 주시하는 사람들) 소리:(포도주) “출렁 출렁 출렁 출렁-” 남자:아르마냑 17년산이군요. 의뢰인3:네! 맞습니다. 남자:색깔도 소리를 냅니다. 적포도주는 백포도주보다 0.3데시벨 정도 고음을 지닙니다. 잔에 따를 때, 잔을 부딪칠 때, 적포도주는 유혹의 소리를 발산하지요. 좋은 술은 좋은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우와!…. 의뢰인2:선생님. 그 차이를 일반인도 인식할 수 있나요? 남자:그들도 분명 듣습니다. 말로는 표현하진 않지만, 마켓에서 돈으로 표현하죠. 의뢰인들:(박수치며)니즈는 욕망이다! 여자:전 들을 수 없거든요! 색깔이 소리를 낸다고요? 그런 황당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죠? 왜들 무조건 믿는다고만 하시죠? 남자:이걸 쓰고 한번 들어보세요. (여자에게 청진기를 건네는 남자) 여자:이건 호른의 음관이잖아요! 남자:제가 특별히 제작한 청진기입니다. 여자:(쓰레기통에 처박힌 호른의 나팔부분을 발견하고) 저기서 떼어내 만드셨나요? 남자:네. 난 새로운 악기가 필요하거든요. 여자:이 청진기가 악기라고요? 남자:그럼요. 혼자만 들을 수 있는 악기죠. 여자:혼자만 듣는 게 어떻게 악기가 되죠? (청진기를 던지며) 이건 장난감에 불과해요. 남자:진정하세요. 이 세상은 소리로 가득차 있습니다. 소리를 외면하지 마세요. 제발…. 이리 오셔서 들어보세요. 호른 소리를 음미할 수 있어야 진정한 호른 주자가 될 수 있듯이, 이 청진기는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듣게 해 줍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수많은 소리로 가득 차 있는가를 가르쳐 주는 거죠.(청진기를 여자에게 씌워주고 백포도주를 흔든다.) 들리나요? 눈을 감고 들어 보세요. 소리:(백포도주) “출렁 출렁 출렁 출렁-” 여자:들려요. 남자:이번엔 적포도주입니다. 소리:(적포도주) “출렁 출렁 출렁 출렁-” 남자:안단테 칸타빌레로 사라지는 아련한 고음의 잔상이 왼쪽 귓전을 스치죠? 여자:(청진기를 벗으며) 들려요…. 하지만 차이는 모르겠어요. 의뢰인1:허허허- 소리 감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의뢰인2:그래서 우린 의뢰를 하러 오고요. 의뢰인3:기계보다 정확하시니까요. 여자:흥, 정말로 듣지 못하는 소리가 하나도 없어요? 남자:듣지 못하는 소리라…. 있죠. 잠들었을 때. 여자:밤에도 안 자고 전부 듣는다면서요. 새벽 4시에 제 구두소리도 듣고. 남자:낮에 자나보죠? 여자:농담하세요? 어째 좋은 이웃이 되기는 힘들 것 같군요. (휭하니 나가버리는 여자. 의뢰인들도 일어선다.) 의뢰인1:허허허. 성질도 급하시네. 오늘도 좋은 감별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뢰인2,3:최상의 분석이었어요.(박수치며) 엑설런트! (모두 나가면 하품하는 남자. 위층 402호로 들어서는 여자. 소리를 읊조린다.) 여자:“우리 아기 예쁜 배, 할미 손은 약손, 쓱쓱 만져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우리 아기 동그란 배, 할미 손은 약손. 궁글궁글 쓸어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남자, 위층의 소리를 의식하며 침대 밑에서 박스 하나를 꺼낸다. 박스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꺼내 물끄러미 바라보는 남자. 스케이트 신발의 줄을 풀렀다가 다시 매더니 하품하며 드러눕는다. 조명 분위기가 바뀐다.) (탁자 위에서 남자의 휴대전화가 진동한다. 코를 고는 남자. 이어 부르는 소리) 소리:“우웅 우웅 우웅- 영호야. 영호야-” 남자:(몸을 뒤채며) 순이니…. 인라인 스케이트 사놨다. 어여 신어봐….(부스스 얼굴을 들고) 엥! 내가 자고 있었나. 순이니? 순이 왔니? 날 저물었는데 얘는 뭐하고 안 들어오나. 어휴, 말을 말아야지. 세상 좋아졌다. 맨땅에서 스케이트를 다 타고.(보호장구와 헬멧을 착용해보며) 돈 쓰게 만드는 기술도 가지가지여. 앉아서 이런 거만 연구하는 놈들 천지니. 어뗘. 순이야. 아빠도 멋져 보이냐? 아빠도 소싯적에 얼음지치기 한가닥 했다. 외날 썰매 모르지? 우선 중심을 잘 잡고…. 긴 꼬챙이 하나를 다리 사이로 넣고 얼음을 팍팍 찍으면서 달리는 거여. 대가미 방죽에선 아빠가 일등했다. 니 이렇게 차려입고 씽씽 달리면 동네 남학생들이 줄줄 따르것다. 순이야, 얼른 들어온나. 인제 호른을 필요로 하는 나이트클럽은 없다. 그러니 아빠는 내일이면 배 타러 가야헌다. 한동안 못 보니까 얼른 와. (시계를 흘낏 보다) 아니 근데 이누무 지지배가 아직도 들어올 생각을 안 하고 어딜 싸돌아 다니는 거여. 내 이년을….(휴대전화 메시지를 발견하고) 얼래, 이게 뭐여.“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그려 근데.“아빠. 로데오광장 빨리….” 20분전에 온 거네. 로데오 광장? 하하- 요것이 눈치 하난 빨라요. 거기서 스케이트 타고 싶다 이거지? 다른 애들처럼. 오냐. 아빠가 가마. 근데 얘가 스케이트 사논 걸 어떻게 알았지? 돈 없다고 등짝을 후려패서 학교 보내 놨더니…. 하여튼 귀신이여 귀신. (박스를 옆구리에 끼고 달려 나가는 남자. 그 열린 문으로 여자가 은밀하게 들어와, 가구들 뒤에 무엇인가를 붙여 놓는다. 감별사의 청진기를 보고 자기 심장에 대본다.) 소리:(심장박동) “쿵 쿵 쿵 쿵-” (남자가 돌아오는 기척. 얼른 복숭아 가져왔던 접시를 드는 여자. 남자가 힘없이 들어선다.) 여자:어머! 오셨네요. 문이 열려 있기에 접시를 가져가려고요. 아깐 제가 너무 흥분했었나 봐요. 어디 산책 다녀오세요? 남자:근처 로데오 광장에 갔었습니다.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더군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도 즐거워지거든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지요. 웬 처녀가 글쎄 나한테 “아빠”라고 부르는 겁니다. 여자:어머나, 그래서요. 남자:후후후. 당황스러워 혼났습니다. 여자:그 아가씨 아빠가 감별사님과 비슷한가 보죠. 남자:하긴…. 그 아가씨도 우리 딸애와 비슷하긴 했어요. 여자:따님이 있으세요? 남자:……. 여자:참, 그거 잘 타세요? 스케이트요. 남자:내 스케이트가 아닙니다. 여자:누구한테 선물하시려나 보죠? 남자:……. 여자:호호- 말씀하기 싫으신가 봐요.(문으로 가며) 그럼 또 뵙겠습니다. 남자:일년 전, 휴대전화 소리 때문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죠? 소리는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금방 사라지거든요. 여자:감별사님. 좋은 이웃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여자 나가면, 남자는 박스를 옆에 낀 채 홀로 서성인다. 조명 분위기 다시 바뀐다.) 남자:어휴! 몇 분 차이로 이게 뭐여. 속 터져. 쬐금만 더 기다리지 않고선.(박스를 놓고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하며) 이누무 기지배는 대체 어딜 간 거여. 소리:“삐- 삐- 새 메시지는 없습니다.” 남자:아! 눈부시다. 눈부셔. 왜 이리 눈이 부시지? 불을 끌 수도 없고. 순이야, 어여 연락 좀 해라. 아빠 이러다가 죽는다잉. 일주일째 이러고 잠 한숨 못 잤다.(침대에 드러누우며) 이러다 아빠 죽겠다. 순이야. 순이야…. 소리:(진동소음) “우웅 우웅 우웅 우웅-” 남자:(벌떡 일어나 휴대전화 확인하며) 아니잖아. 어디지? 아래층 201호여! 죽겠네.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뛰어가는 남자. 문을 다급히 두드리는 소리) 남자(E):여보세요,201호 아저씨! 전화 왔어요- 얼른 휴대전화 좀 받아 봐요. 201호(E):돌겠네! 안 받으려던 건데. 알았다니까- (휴대전화 진동소리 겨우 멈춘다. 다시 들어오는 남자) 남자:싸가지 없는 놈. 끝까지 안 받네. 매너들 없어. 소리:(TV 끝나는 소리)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치이-” 남자:302호 미친놈. 오늘도 저 모양이야. 꺼라. 제발 좀 꺼라. 바로 옆방에서 이러면 어떡하냐.(앞쪽 베란다로 나와서) 302호- 텔레비전 좀 끄쇼. 시끄러워 살 수가 있나. 이웃들(E):조용히 좀 해요. 남자:302호, 조용히 하라잖아요∼ 이웃들(E):301호, 당신이 조용히 해∼ 당신 때문에 못자. 아저씨 날마다 이게 뭐예요. 남자:이런 우라질. 귓구멍이 거꾸로 뚫렸나. 나는 니들 때문에 못자- 아! 눈이 터질 것 같네. 그래도 안 끈다 이거지. 니기미! 대한사람 살아야 길이 보전도 된다. (야구방망이 들고 나가는 남자.302호 문 부서지는 소리. 비명소리. 순찰차 사이렌 소리) (위층 401호 여자는 나지막이 뭔가를 읊조린다.) 여자:“쓱쓱 만져 주면…뭐든지 다 낫는다…궁글궁글 쓸어 주면…뭐든지 다 낫는다….” 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암전. ●제2장 무대 밝아지면, 아래층 301호 침대에 우울하게 앉아있는 남자. 얼굴에 수건을 두르고 귀마개를 하고 있다. 말씨가 점차로 사투리 운율로 변해간다. 남자:백두산이 다 닳기 전에, 대한사람 살고 보자는데 웬 말들이 많은 겨.(수건을 풀며) 돌아와 보니 문은 닫혀있고 불은 꺼져 컴컴하고…. 아무도 없는 거여. 그냥 빈집이여. 빈집.(귀마개를 벗으며) 기껏해야 한 삼일이면 됐지. 왜 삼일이 열흘 되고 달포 되고 한달 되느냔 말이여. 왜 삼일이 석달 되고 석삼년 되느냔 말이지. 이상타. 참말 이상한 일이다. 어무이는 금가락지 끼워주면 훨훨 날아간다 허지, 딸년은 스케이트 있어야 씽씽 달려간다 하지. 아! 나도 편지 한 장 달랑 써 놓고 부산으로 가서 외항선 탔다 했지? 석달 열흘만 꾹 참고 다녀오자. 어무이도 없지. 딸자식도 없지. 여편네도 없지∼ 허참, 귀신이 곡할 노릇인 거여, 시방 이것이. 태평양 넘어 동지나해 건너 알류산 열도 거쳐 부산항에 도착, 광복동 시장에서 딸년 인라인스케이트하고 어무이 서돈짜리 금가락지 서둘러 해가지고 와보이, 종적이 묘연한 것이여. 여편네 줄려고 야들야들한 속곳 둘둘 말아 끼고 왔는디, 입을 사람이 없는 거여. 세상 참 얄궂네. 인생 허망타. 어무이도 없지, 딸자식도 없지. 여편네도 없지∼ 소리:(진동음)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얼른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남자.“새로운 메시지가 없습니다.”라는 안내음. 실망하는 남자. 이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 남자가 문을 여니 의뢰인들이 의뢰품들을 들고 들어온다.) 의뢰인들:좋은 아침입니다. 의뢰인1:(전자레인지를 탁자에 놓고) 부품 교체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남자:(청진기로 검진하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흠…흠… 소리:(전자레인지) “위이이잉-” 남자 : 모터가 낡았으니 교체하세요. 다음. 의뢰인2:(책들을 놓으며) 신나라출판사의 기획 시리즈 견본품인데요. 남자:(책장 넘기며) 책도 소리를 가집니다. 종이 지질에 따라서 소리는 천차만별입니다. 소리:(종이) “펄렁 펄렁… 팔랑 팔랑… 풀렁 풀렁…” 남자:이건 모조지, 이건 아트지, 이건 하드보드에 코팅까지. 아트지는 반짝 반짝! 모조지는 서글 서글! 3데시벨의 편차가 있네요.(표지를 보며) “세계의 미스터리”라…. 이 제목에는 모조지보단 아트지가 어울립니다. 미스터리는 반짝반짝해야죠. (여자가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와 몰래 엿본다.) 의뢰인3:(돌멩이 2개를 놓으며) 심산인테리어에서 의뢰한 겁니다. 남자:(돌을 살피며) 흥미 있는 소재이군요. 돌의 소리는 가장 심원한 소리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재질이니까요. 돌의 소리는 음악의 근본입니다. 돌로 만든 악기인 편경의 소리는 국악의 표준 음정이죠.(돌을 부딪쳐 본다.) 오만년의 역사를 간직한 소리입니다. 소리:(돌) “딱 딱 딱 딱-” 의뢰인들:정말 탁견이십니다. 남자:저 전자레인지는 전에도 감별해 드린 건데요. 저를 시험하시나요? 의뢰인1:예? 오해십니다. 남자:칠일 전에도 해드렸고, 한 달 전에도 했습니다. 의뢰인1:청진기가 착오를 일으킬 수도 있지 않습니까? 남자:기계든 인간이든 자기만의 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리는 살아있는 생명체죠. 청진기는 거짓을 모릅니다. 여자:(앞으로 나서며) 감별사님의 판단을 믿지 못하시나요? 의뢰인1:음…. 출고담당 직원의 미스인가 봅니다. 확인해 보죠. 여자:(모두 자신을 쳐다보자) 어머나! 안녕하세요. 호호호- 문이 열려있지 뭐예요. 의뢰인1:소리 감별은 회사의 일급 기밀입니다. 여자:한심한 출고담당 재교육도 중요하죠. 의뢰인1:(전자레인지 들고 나가며) 성질도 급하시고 변덕도 심하시군요. 흠, 흠. 여자:오늘의 분석은 어땠나요? 의뢰인2:출판사가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의뢰인2,3도 나간다. 남자가 문을 잠그더니, 얼른 여자를 데리고 구석으로 간다.) 남자:혹시 이 아파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 못하셨나요? 여자:글쎄요? 남자:이사 온 뒤로 다른 주민들 보신 적 있나요? 여자:네… 봤죠. 남자:이상하지 않던가요? 여자:네. 남자:언제부터인가 이 아파트 주민들이 잠만 자고 있어요. 모든 활동이 중지된 겁니다.201호는 휴대전화를 안 받는 버릇이 있고,302호는 지가 무슨 애국시민이라고 날마다 애국가를 시청하더니 모두 조용해 진 겁니다. 여자:에이, 고급 아파트는 원래 조용하잖아요. 남자:(눈치를 보더니 말소리를 죽이며) 나는 저 의뢰인들을 믿지 않습니다. 여자:(놀라며) 네? 무슨 말씀이세요? 남자:뭔가 수상쩍은 음모가 있어요. 의뢰 물품이 변하지 않고 있어요. 여자:날마다 똑같아요? 남자:일주일 주기로 반복되고 있어요. 예전엔 한달 주기였죠.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나는 새로운 소리를 원합니다. 여자:좋아하는 음악은 자꾸 듣기도 하잖아요. 가령 호른 연주는 어때요? 남자:모차르트 호른협주곡 3번 2악장 로만자… 호른은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날마다 다릅니다.(청진기 곡선음관을 어루만지며) 호른을 통해서 들어야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 하지만 누가 날마다 같은 구름을 보고 싶겠소. 누가 날마다 같은 바람을 맞고 싶겠소. 출고담당 직원의 미스라고 둘러대지만 실수가 아닙니다. 치밀하게 반복되는 순환시스템이죠. 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이 세상이 죽어가는 것처럼. 저들이 소리를 뺐어가는 겁니다. 아…. 이러다가는 당신의 잠꼬대마저 뺐어갈지도 몰라요. 여자:어젯밤에 제가 잠꼬대했나요? 남자:(흉내 낸다.) “쓱쓱 만져 주면… 궁글궁글 쓸어 주면…” 여자:어머, 어머! 저를 너무 속속들이 아시네. 호호호- 내 정신 좀 봐. 가야겠어요. 남자:어젯밤에 당신의 잠꼬대 소리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아세요? 제발 가지 마세요. 여자:네? 남자:잠꼬대 소린 정말 너무 오랜만에 들어 봤어요. 지금 이 아파트에서 당신만이 유일하게 살아있는 사람이에요. 지금 가버린다면 당신도 잃어버릴 것만 같아요. 여기 계세요. 여긴 안전하니까. 여자:(남자를 경계하며)감별사님은 소리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남자:사실은 소리가 무서워요. 여자:왜요? 남자:너무 진실하니까. (이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고조되는 온갖 소리들. 서로 뒤섞여 아비규환의 아우성처럼 난무한다.) 소리:“찌르르르… 출렁출렁… 저벅저벅… 쿵쾅쿵쾅… 우웅우웅… 영호야∼영호야∼” 여자:이게 뭐야? 어디서 들리는 소리지? 남자:(귀를 막으며) 아! 아! 저리가. 듣기 싫어. 씨끄러. 듣기 싫어. 아아악- (남자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한다. 나가려 하지만 열리지 않는 문. 야구방망이로 치고 머리로 들이받으며 발광하다가 쓰러진다. 여자는 놀라서 남자를 부둥켜안는다. 소리들이 그친다.) 여자:여보… 여보! (병원 가운을 입은 의뢰인들이 나타난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자를 침대에 뉘고 벨트로 사지를 결박한다. 남자를 청진기로 진단하는 의뢰인1) 여자:아… 어떻게 된 거죠. 무서워요. 무슨 소리였죠? 그이는 괜찮은가요? 의뢰인2:안심하세요. 본 특병동의 소리치료 시스템입니다. 일종의 충격요법이죠. 의뢰인1:상태가 좋지 않아.2단계 프로그램도 실패야. 발작 증세가 멎지를 않네.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내일 수술 일정 잡도록 해. 의뢰인3:근데 보호자께서 동의서에 아직 서명을…. 의뢰인1:그깟 동의서 하나를 여태 못 받아? (여자에게) 똑바로 들으세요. 내일도 서명하지 않으면 조치를 취할 겁니다.(의뢰인2에게) 자네 수련의가 왜 그 모양이야. 그럴 거면 딴 병원으로 가. 내가 이젠 환자한테 훈계까지 받아야 돼? 내가 저를 시험한다고? 미친놈이 입만 살아서. 한데… 어떻게 알았지? 의뢰인2:환자는 지각능력이 있는 게 확실합니다. 자신에게 의미있는 것에만 몰두하는 주의력 증가 기제가 너무 왕성해서 그렇습니다. 환자의 소리 분석은 정상입니다. 의뢰인1:믹서기 회사에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했잖아. 의뢰인2:그건 생산부장의 말이고요. 오늘 아침에 마케팅팀장과 통화했는데 좋은 지적이라고 반기더군요.2차 분석도 의뢰하겠답니다. 일시적인 “해리성 황홀경”입니다. 의뢰인1:속단하지 말라고 했지? 자네의 진단은 정서적인 판단이 앞서고 있어. 의뢰인2:“뇌손상에 의한 퇴행성 기억장애”란 과장님의 진단은 측두엽의 손상만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거 아닙니까? (쓰레기통에서 부서진 호른 나팔을 꺼내서 안고 있던 여자가 나선다.) 여자:선생님, 우리 그이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의뢰인1:미치겠네 정말. 아까 발작하는 거 못 봤어요? 가족도 몰라보잖아요. 여자:예전에 연주하던 곡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 냈단 말이에요. 의뢰인1:단편적인 기억 정도는 모든 환자들이 다 가지고 있어요.(부적뭉치를 던지며) 이게 뭡니까? 이런 식으로 맘대로 행동하면 퇴거조치시킬 겁니다. 여자:이 부적에 어떤 힘이 있다고 믿으세요? 미신에 불과하다면서요? 의뢰인1:그게 아니고…. 의사의 치료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 아닙니까. 협조요. 협조! 여자:협조했잖아요. 가구며 소지품들 가져다가 집안처럼 꾸며놓고… 순이더러 로데오 광장에서 아빠를 기다리라고 해서 그렇게 했잖아요. 근데 별 이상도 없는 이가 왜 딸을 몰라보나요? 왜 아내도 몰라보나요? 그저 지쳐서 그런 걸 거예요. 집에 가서 잘 요양하면… 고요한 호숫가를 찾아서 호른도 불면서 푹 쉬면 나아질 거예요. 의뢰인1:흥, 호른 분다고 치료가 되면 병원이 뭐하러 있어요! 도대체 의사를 뭘로 보는 거요? 기물을 파손하고 상해를 입힌 환자는 완치되기 전엔 퇴원할 수 없습니다. 내일까지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세요.(의뢰인3에게) 진정제 5밀리그램…. 아니 7밀리그램 준비하고, 면회는 금지시켜. (의뢰인1,3 나간다. 흐느끼며 부적을 줍는 여자. 창문으로 복도에서 담배 피우는 의뢰인1이 보인다.) 여자:흑흑흑…. 날더러 어떡하라고요. 기다려라. 기다려라…. 벌써 세 달이 됐어요. 의뢰인2:왜 그토록 소리에 집착하는지 그 압제의 요인을 찾아야 하는데…. 기억 과잉이 문제입니다. 뇌의 측두엽에 너무 많은 소리의 기억들이 축적되어서, 컴퓨터가 다운되듯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주치의께선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지 않으면 발작이 계속된다고 보십니다. 삭제키를 눌러야 리소스 부족에서 해방되니까요. 여자:그러면 과거의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면서요. 의뢰인2:대신 새 기억은 지킬 수 있습니다. 여자:그토록 찾던 딸이 눈앞에 나타나도 못 알아보는데, 앞으론 영원히 그렇게 되겠죠? 이 빨간 구두요… 15년 된 캥거루가죽 맞아요. 저이가 나이트밴드 아르바이트 뛰어서 첫 월급으로 사준 우리 결혼 선물이죠. 이거 신고 난생 처음 비행기 타고 제주도로 신혼여행 갔어요. 이 호른은 방직공장 월급 일년을 꼬박 모아서 제가 사준 거예요.(호른을 쓰다듬는 여자. 창가에서 귀 기울이는 의뢰인1) 서귀포 밤바다는 그날 따라 왜 그렇게 고요했는지, 저이가 부는 호른 소리가 수평선 끝까지 울려 퍼졌어요.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3번 2악장 알레그로. 그게 저이가 아는 유일한 연주곡이죠. 순이를 낳게 되어서 사범대학을 그만뒀으니… 이 모든 걸 다 잊어버리겠죠? 의뢰인2:아마 그렇게 되겠죠. 여자:그렇게 되면, 우린 이 세상 안 산 거나 같네요. 시골 고등학교 밴드부 남학생이 부는 호른 소리에 바람나 쫓아다니다가…. 외아들 사범학교 나와 선상님이 평생소원이던 홀어머니 가슴에 못질하고, 남자 앞길 망쳤다고 원망들은 촌년이… 저승 가서 어머니까지 못 알아보는 산송장 만들어 놨다는 소린 죽어두 들을 순 없네유. 차라리 청진기 쓰고 세상의 소리에 미쳐서 사는 게 나아요. 저인 소리를 사랑했으니까. 저이 어머니도 소리를 벗삼아 사셨으니 하늘나라에선 서로 알아보겠지요. 의뢰인2:사모님…. 여자:선생님도 저이가 미쳤다고 보세요? 의뢰인2:의사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하나 있지요. 알 수 없습니다…. (의뢰인3이 주사기 가지고 들어온다. 의뢰인2가 여자를 부축해 나간다. 의뢰인3이 주사할 준비를 하는데, 창문에서 지켜보던 의뢰인1이 들어와서 부서진 호른을 들어본다.) 의뢰인1:아까 몇 밀리그램이라 했지? (쳐다보는 의뢰인3) 3밀리그램만 투여해. 의뢰인3:3밀리요? 네…. (주사기 용량을 조절해서 남자의 팔에 주사 놓고 나가는 의뢰인3) 의뢰인1:길영호씨. 지금 혼자서 호숫가를 거닐고 있소? (입으로 모차르트 호른협주곡 3번을 불며 빠져든다.) 빠밤 빠바바밤 바밤바 빠바밤- 빠밤 빠바바밤 바밤바 빠바밤- (이층 401호로 힘없이 들어서는 여자. 부적 뭉치를 탁자에 놓다가 세어본다.) 여자:하나, 둘, 셋, 넷…. 분명 다섯장을 붙였는데. 한 장이 살아있어! (암전) (무대 밝아지면, 병실 분위기가 나는 아래층 301호. 환자복이 입혀진 남자가 침대 벨트에 묶여있고, 의뢰인2를 따라 여자와 딸이 들어선다.) 의뢰인2:휴, 제가 미친 거 같네요. 주치의가 회진오시기 전에 끝내셔야 합니다. 여자:고맙습니다. 순이야, 어서. 딸:아빠! 제가 왔어요. 어째 잠만 자는 거야. 흑흑흑…. 아빠 일어나세요. 눈떠- 아빠- 여자:여보! 순이가 돌아왔어요. 이제 일어나세요. 다 잘되었어요. 저도 직장 잡아 돈벌이해요. 지난 일은 잊고, 정신 좀 차리세요. (여자와 딸이 벨트를 풀고, 사력을 다해 남자를 일으켜 세운다. 아무리 흔들어도 눈을 뜨지 못하고 무너져 태아처럼 웅크리는 남자) 딸:흑흑흑…. 엄만 대체 무얼 한 거야! 아빠가 저리 되도록. 여자:엄만 안 해본 거 없다. 귀신 쫓는다는 복숭아도 들이고, 부적도 붙여보고, 약손으로 아픈 데 쓸어주시던 할머니 소리도 해보고…. 너는 뭘 하고 있었어. 이년아, 니 아빠 이리된 것 다 너 때문이다. 나가버릴 거면 그냥 나가지 메시지는 왜 남겨! 딸:난 그냥…. 아빠가 기다릴 것 같아서…. 여자:그걸 아는 년이 세 달이나 안 들어와! 니 메시지 못 들었다고, 또 올지도 모르니까 지켜봐야 한다고, 휴대전화에서 눈도 못 떼고 일주일을 뜬눈으로 지새우셨다. 그러다 결국 쓰러지신 겨. 산송장 되신 겨. 집으로 가요, 여보. (남자의 환자복 윗도리를 벗기고 몸을 쓸어주며 사복으로 갈아입히는 여자와 딸. 자연스럽게 할머니의 소리를 하게 된다.) 여자:“우리 아기 예쁜 배, 할미 손은 약손, 쓱쓱 만져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할머니:“우리 아기 동그란 배, 할미 손은 약손. 궁글궁글 쓸어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소리를 받아 부르는 할머니의 환영. 문으로 들어와 부엌에서 요리를 한다.) 할머니:어여 일어나거라. 영호야. 된장찌개에 밥 말아먹고 어여 핵교 가야지. 온나 온나. 어여…(미소 짓는 남자) 우리 외동이, 온나 온나. 딸:엄마! 아빠가 웃어. 여자:어디? 정말! 여보, 어디 좋은 곳 유람이라두 하는 게유? 할머니:아유, 찌린내. 요 녀석 바짝 섰네. 쯧쯧쯧. 이부자리는 한강이구. 늦게까지 숙제하더니 곤했던 게여. 그려 됐다. 옷 갈아입자. 아부지 모르시게 저리 치워놨다. 인나렴. (여자와 딸이 남자의 아랫도리도 사복으로 갈아입힌다. 할머니는 싱크대로 가서 도마를 꺼내 칼자루 끝동으로 마늘을 다진다.) 소리:(마늘 다지는) “쫑 쫑 쫑 쫑-” 여자:여보,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눈을 떠요. 딸:아빠. 눈 떠. 제가 잘못했어요. 흑흑흑. 아빠. 제발! 남자:불…. 불이여…. 딸:뭔 불이 나? 남자:집에 불났다. 어쪄 어무이. 할머니:간밤에 어매가 호롱불 꺼놨다. 걱정 말그라, 불 안 났으니. 밥 다됐다. 소리:(찌개 끓는) “보글 보글 보글 보글….” (마침내 힘없이 눈 뜨는 남자) 할머니:됐다. 눈 떴다! 딸:아빠! 여자:여보! 할머니:어매는 좀 쉴란다. (이젠 할머니가 기력이 다한 듯 눕는다. 중얼거리며 그 옆으로 다시 무너지는 남자) 남자:왜 이리 자꾸 졸리지. 어무이 괜찮으셔유? 주무시는가베. 순이야, 엄마는 일 나갔니? 밥은 먹었니? 그래 아빠 잠깐 눈 좀 붙였다 일어날 테니 뭔 일 있으면 깨우렴. 아주 잠깐이다…. 아빠가 일어나서 떡볶이 해줄게. 설탕도 넣고 달달하게…. (모로 쓰러진 남자 어느새 코를 곤다. 할머니가 부스스 일어나 아들과 손녀를 보더니 천천히 문으로 걸어 나가며 아들을 부른다.) 할머니:애비야…. 영호야! 영호야….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남자) 남자:어무이! 딸:아빠. 꿈에 할머니 봤어? 남자:순이야. 혹시 할머니가 뭐라 하셨니? 딸:언제요? 남자:돌아가시기 전에. 딸:(할머니 목소리로) “애비야…. 영호야! 영호야….” 남자:그래… 맞았어. 어무이가 날 부르는 소리였어.(딸을 안으며) 순이야. 할머니가 아빠를 불러주셨구나. 아빠는 할머니가 한마디도 안 하고 그냥 가신 줄 알았다. 여보, 어무이가 나를 불러 주셨대. 날 용서하신 거여. 여자:여보, 흑흑흑…. 딸:내가 아빠를 얼마나 깨웠는 줄 알어? 남자:기특한 것. 아빠가 잘못했다. 어무이, 지가 죽일 놈입니다. 여자:아니에요. 지가 죽일 년이에요. 남자:어무이 손은 약손이여. 암…. 그렇구 말구. 딸:할머니 손이 약손? 남자:니 여섯 살 때, 맹장염을 앓았단다. 할머니가 밤새 순이 배를 문질러 주셨대. 할머니 약손으로. 니가 잠이 들어서 새벽이 됐는데, 아빠가 나이트 일 마치고 와보니 이미 혼수상태인 거라. 그래 아빠가 들쳐 업고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은 거여. 딸:애게, 약손이면 맹장도 고쳐야지. 남자:아픈 걸 잊게 해주셨잖니. 그러니 약손이지. 이렇게 배를 쓸어주시면서…. (약손 소리를 함께 부르는 가족. 할머니가 밖에서 창문을 열고 함께 부른다.) 가족:“우리 아기 예쁜 배, 엄마 손은 약손, 쓱쓱 만져 주면 뭐든지 다 낫는다.” 할머니:“우리 아기 동그란 배” 가족:“엄마 손은 약손” 할머니:“궁글 궁글 쓸어 주면…” (노래하다가 침울하게 그치는 할머니) 할머니:인자 이 손 약발도 다 떨어졌는가부다. 이 손으로 아범 뺐어가려던 저승사자들 다 쫓아 버렸는데 이젠 안 되는가부다. 내 다시는 약손 안 할란다. 남자:어무이, 이참에 그 달랑무 소리도 그만 두세요. 동네 애들이 벌써 순이를 놀린대요. 할머니:내 그리하마…. 달랑무 소리두 안 할란다. (창문을 닫는 할머니. 의뢰인1이 방으로 들어선다. 긴장하는 의뢰인2) 의뢰인2:선생님, 환자가 깨어났습니다. 어제 2단계 프로그램의 효과인 것 같습니다. 옷은 환자가 갈아입고 싶다고 해서…. 의뢰인1:음…. 잘했구만. 길영호씨. 이제 환청이 들리지 않습니까? 남자:네, 사라졌습니다. 의뢰인님. 의뢰인1:허허허…. 잊으세요. 불필요한 소리들을. 불필요한 기억들을. (의뢰인3이 호른 케이스를 하나 들고 들어온다.) 의뢰인3:지금 도착했습니다. 의뢰인1:(케이스를 남자에게 주며) 퇴원하게 되면 이게 필요하실 겁니다. 여자:호른이잖아요? 의뢰인1:제가 30년간 가지고 있던 겁니다. 주인을 잘못 만나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었죠. 한적한 호숫가를 찾게 되거든 연락 한번 주세요.(나가며) 한번 들으러 가고 싶군요. 의뢰인2:선생님! 의뢰인1:자네가 “알 수 없습니다.” 하는 순간, 나도 알 수 없어 졌다네. 의사는 신이 아니지 않은가. 남자:선생님. 신은 이 수많은 세상의 소리를 어찌 다 들을까요. 의뢰인1:허허허- 다 듣다간 신도 입원해야지요. (마주보고 씩 웃는 그들. 의뢰인들 나간다.) 남자:어머니더러 달랑무 못 파시게 한 그것이 내내 걸리는 거여. 바깥출입도 안 하시구 말수도 적어지더니 그냥 가신 거여. 여자:제 잘못이에요. 동네 푼수들 말만 듣고…. 남자:어무이는 소리 힘으로 사신 겨. 그게 어무이 약손이여. (문이 열린 채다. 그 문으로 겨울바람이 불어온다. 어머니가 다시 들어와 서성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뭔가 바람에 날려 쿵- 엎어지는 소리) 할머니:영호니? 영호야- 야가 삼일씩이나 어딜 간 거여. 저게 누구여. 영호지. 어여 어여 온나. 세상에! 야가 못 먹어서 눈이 십리는 들어갔네. 집 놔두구 어딜 갔다 이제 오는 겨. 들어가 밥 묵자. 엄매가 된장국 끓여놨다.(흰 고무신을 주며) 봐라. 흰 고무신 사놨다. 따습지? 어여 신어봐. (흰 고무신을 받아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가, 가슴에 끌어안고 웅크리는 남자) 소리:(소년) 흰 고무신 때 타면 어쩐대유. 소리:(할머니) 영호야 자니? 엄매는 그깟 금가락지 없어도 된다. 영호만 있으면 된다. 소리:(소년) 어무이. 흰 고무신… 내 눈 내리면 신을란다. 소리:(눈 밟는) “뽀작 뽀작 뽀작 뽀작” 할머니:멋지다. 헌헌장부 났다. 남자:남학생들이 줄줄 따르것다잉. 손이 얼은 것 좀 봐. 요리로 들어와. 어여. (어느새 인라인 스케이트 신고 헬멧 쓰고 서있는 딸. 아빠 엄마 있는 침대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간다. 문가에서 고개 끄덕이던 할머니, 달랑무 팔러 가신다.) 할머니:달랑무∼ 있어. 푸성귀나∼ 달랑무∼ 있어. 무대 서서히 어두워지며 암전. ■ 희곡 당선소감 게으른 며느리에게 시켜야 할 일은 두부 만드는 일이랍니다. 느긋하게 일해야 맛있는 두부가 만들어진다죠. 군대 지휘관도 게으른 사람이 좋답니다. 게으른 천재여야지 괜히 아랫사람 생고생 시키지 않는다는 건데…. 요건 사실 게으른 아랫사람들의 소망이죠. 부지런한 천재 즉 이순신 같은 양반 만났다간 그저 죽었구나 하고 뛰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는 없지요. 안 뛰면 바로 곤장 맞지요. 난중일기 쬐금 보니까, 임진왜란 발발 전에 이 어른 매일 하는 일이 순찰 나가서 하급지휘관 곤장 치는 게 주업무이시더군요.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다 하셨으니 백전백승의 신화를 창조하셨던 게죠. 선친께서 제 원래 이름자에 늦을 만(晩)자 하나를 넣어주신 덕택에 이렇게 느즈막히 입문하게 되었나 봅니다. 작은 상 하나를 펴놓으시고 늘 만년필로 원고지에 글을 쓰셨던 아버님께서는 교단 은퇴 후에 스스로 책 몇 권을 출간하셨죠. 그러곤 집안잔치가 있으면 친구 분들께 그 책을 선물하던 낙으로 사셨습니다. 평생 글을 쓰시던 열정은 정말 프로작가 못지않으셨지요. 이제부턴 저도 작심하고 자세 가다듬어 열심히 쓰겠습니다. 작은 상 앞이 아니라 PC 앞이 되겠네요. 축하해주는 벗님들, 사랑하는 영두와 영소, 그리고 가족들. 더불어 삶의 위안과 기쁨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서. 아울러 미흡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약력 1959년 충북 제천 출생 중앙대 교육대학원 무용 석사과정 ■ 심사평 세상이 어수선한 탓인지 응모작들 중에서도 투신자살, 노숙자, 입시부정, 로또복권 등 세상살이의 고달픔을 담은 작품들이 유난히 많았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그리고 각종 드라마 매체에 많이 노출된 탓인지 대화체의 이야기 구사에는 능숙해졌으나 막상 연극이라는 무대예술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작품은 드물었다. 최종적으로 심사자들의 손에 남은 희곡들은 박만호의 ‘청진기’, 김성제의 ‘바다로 가는 성북행’, 그리고 류세균의 ‘달 속의 그늘’이었다. 공사판의 살인사건을 그린 ‘달 속의 그늘’은 밑바닥 인생들의 성격설정이나 대사구사에 능숙했으나 극 구성이 너무 평이하고 결말 부분을 배영감의 감상적인 인생고백으로 가져간 점이 지적되었다. 지하철 승강장을 배경으로 해서 사회적으로, 성적으로 상처받고 억압된 두 모자의 아픈 일상을 포착해낸 ‘바다로 가는 성북행’은 살아있는 독특한 정서가 심사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남편에게 맞고 사는 식당 파출부인 엄마와, 성전환 수술을 위해 일본으로 돈벌러 가는 여성적 아들의 아픔을 과장되지 않은 일상적 대사 속에 담아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극적 상황과 행동을 충분히 연극적으로 객관화시키지 못했고 극이 아직 작가의 주관적인 관점 안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있다. 현대생활을 지배하는 각종 소음과 어린 날에 듣던 정겨운 소리들을 대비시킨 ‘청진기’는 ‘소리’를 극적으로 전경화시킨다는 아이디어나, 신경증환자인 남편을 아내가 의료진과 공모해서 연극적으로 치유한다는 설정 등이 충분히 연극적이며 대사나 극 전개 기법도 상당히 감각적이었다. 그러나 ‘문명의 비인간성/어린 시절의 순수함’이라는 대비가 도식적이며, 극전개의 생략과 비약이 과도한 점에서 어느 기성작가를 연상시킨다는 점이 다소 걸렸다. 결국 각각 장단점을 갖춘 ‘청진기’와 ‘바다‘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다가 그 나름의 완성도와 무대적 상상력을 높이 사 ‘청진기’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김철리(연출가)·김방옥(평론가)
  • 블레어 英총리 심장수술 받아

    블레어 英총리 심장수술 받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집권 노동당은 30일 실시된 영국 북동부 하틀풀에서의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반면 보수당은 4위로 처지는 수모를 당했다.이날 보궐선거 결과는 내년 5월로 예정된 영국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잣대로 많은 관심을 끌었었다.이날 결과에서 보듯 노동당은 지금 라이벌 보수당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낭보와 함께 노동당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도 날아들었다.블레어 총리가 심장박동 이상으로 재입원한다는 발표가 그것.영국의 스카이 TV는 1일 블레어 총리가 지난달 30일 입원 직후 2시30분에 걸쳐 심장수술을 성공리에 받은 뒤 회복 중이라고 보도했다.총리 대변인과 병원측은 보도내용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블레어 총리가 심장박동 이상이 심각한 건 아니라고 밝혔지만, 지난해 10월 처음 심장박동 이상으로 입원한 뒤 병원 신세는 이번이 세번째로 건강 문제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또 내년 5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자신이 세번째 임기를 시작한다면 임기 말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다만 네번째 임기 도전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블레어가 세번째 총리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현재로서는 내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그러나 지난해 3월 이라크전 발발 이후 지속적인 신뢰도 하락으로 심적 고통을 받고 있는 블레어 총리는 최근 부쩍 수척한 모습을 보이면서 젊고 활기찬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잃고 있다.이미 올해 초 조기사임설이 나돌았으며, 블레어와 셰리 여사가 런던에 새 집을 구입했다는 사실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그의 승리가 점쳐지는 것도 그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전통적 라이벌 보수당이 약화된데 따른 것이다.때문에 그가 3기 연속 집권에 성공하더라도 곧 레임덕 현상에 빠져 임기를 마치기 전 중도사퇴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높다.노동당에서 블레어 총리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지지자들이 블레어를 중도사퇴하게 만들 것이란 관측이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청소년 커피·콜라 ‘벌컥’ 나이들면 골다공증 고생!

    청소년 커피·콜라 ‘벌컥’ 나이들면 골다공증 고생!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카페인 과잉섭취 상황이 심각하다.더위 등 계절적인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상당수 청소년들의 경우 계절적 특성과는 무관하게 일상적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어 관리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습관적으로 섭취하는 카페인이 성장장애는 물론 학습장애,신경과민,불면증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실태 최근들어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더위에 지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즐기는 식품마다 탄산 및 카페인이 넘치고 있다.종류도 아이스크림과 냉커피,커피우유,드링크,청량음료 등 셀 수도 없다. 특히 심각한 것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카페인 섭취 기준이 따로 마련되지 않아 아무런 제한없이 카페인을 섭취할 수 있다는 점.카페인 불감증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분당지역의 패스트푸드점과 패밀리레스토랑을 이용하는 청소년 170명을 대상으로 커피 및 카페인을 함유한 탄산음료의 섭취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하루 3캔(잔) 이상 마신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전체의 37%인 63명에 달했다.또 55% 95명은 2∼3일에 1∼2캔,8% 14명은 1주일에 1∼2캔 정도를 마신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더위를 식히거나 식사 혹은 무료할 때마다 커피 자판기나 패스트푸드점,패밀리레스토랑 등에서 중독성이 강한 카페인 음료를 제한없이 구입,섭취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청소년들은 언제,어디에서든 카페인 음료를 사서 마실 수 있으며,자동판매기를 이용해서도 누구나 이런 종류의 음료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전문의들은 “카페인의 위해성에 대한 교육부족,청소년 앞에서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즐겨마시는 어른들의 무관심한 행동이 청소년들의 성장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며 우려했다. ●부작용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여 각성제 역할을 하는 물질로,청소년들이 이를 과다 섭취할 경우 안절부절 못하고,신경질적이 되며,흥분하는 일이 잦아진다.또 잠을 못 이루는 등 청소년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섭취된 카페인은 소장에서 빠르게 흡수돼 심장박동과 기초대사율을 증가시키고,위산 분비를 촉진하며,신장의 이뇨작용을 활발히 해 소변량을 늘이기도 한다.또 혈관을 수축 혹은 팽창시키는 변화도 알아야 할 점이다. 카페인 함량은 음료마다 달라 일반적으로 인스턴트 커피 1잔(170㎖)에는 65∼100㎎,원두커피 1잔에는 24∼39㎎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으며,콜라 1캔(250㎖)에는 30∼40㎎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중독 및 증상 전문의들은 성장기 어린이의 경우 1일 카페인 섭취량이 100㎎을 넘을 때,청소년은 200㎎ 이상일 때 카페인 중독의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카페인의 급성 중독 증상은 식욕부진 불안 메스꺼움 구토 및 정신착란 등이며,이런 중독은 불안 불면 탐닉 또는 중독 및 금단증상 등 비정상적 신체 행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또 중독이 만성화되면 신경과민 근육경련 불면증 및 심계항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 외에도 카페인이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결적적으로 해로운 것은 성장의 필수요소인 칼슘과 철분을 다량 체외로 배출시키기 때문.카페인의 섭취가 많을 경우 소변으로 다량의 칼슘이 빠져 나가 뼈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청소년 골다공증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대책 중요한 기호품으로 우리 생활에 자리잡은 카페인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따라서 과다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나 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카페인 섭취량을 서서히 줄이거나 다른 건강음료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특히 자판기 커피는 하루 2잔,인스턴트 커피는 하루 3잔,콜라는 3캔 이상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한다.카페인 섭취를 중단하거나 감량할 경우 초기에는 강한 섭취 욕구가 생기나 4∼10일 정도 지나면 이런 욕구가 점차 사라진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과 황희 교수는 “지금까지 제한없이 카페인을 섭취해 온 청소년들이 하루 아침에 이를 끊기가 어렵다.”며 “과다섭취에 따른 부작용이나 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지나친 카페인 섭취의 위험성을 알리고 가정에서는 가능한 카페인 음료를 먹지 않도록 해 섭취량을 조금씩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도움말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소아과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클레스틸 오스트리아대통령 별세

    |빈 AFP 연합|오스트리아의 토마스 클레스틸 대통령이 지병으로 퇴임 이틀 전인 6일 밤 진료를 받던 빈종합병원에서 서거했다.71세. 고인은 12년간의 대통령 임기 만료(8일) 사흘 전인 5일 자택에서 퇴임기자회견 중 심장박동 정지로 응급처치를 받은 뒤,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위독한 상태였다. 고인은 1996년 9월에도 부정형 폐렴증세로 빈종합병원에 입원했고 같은해 폐에 물이 차는 폐색전(肺塞栓)을 앓는 등 몇차례나 질병으로 장기입원했다. 1932년 11월4일 빈에서 태어난 고인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57년 빈경제대학에서 경제·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외교관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그는 로스앤젤레스 영사,유엔대사,주미대사,OECD 주재 대표 등을 차례로 역임하며 명성을 쌓았고 66년부터 3년간은 요제프 클라우스 총리의 비서를 지내기도 했다.87년 정치에 입문,92년 보수여당인 인민당의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6년 임기의 대통령에 뽑혔고 98년 재선됐다. 대통령 시절 그는 전임자이자 전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쿠르트 발트하임 대통령의 나치 경력으로 실추된 오스트리아의 대외적인 신뢰를 회복하는데 기여했으며 오스트리아의 EU 가입을 성사시켰다.˝
  • 재택 건강관리 日 올가을 도입

    |도쿄 이춘규특파원|”백색 가전은 지고,첨단건강 진단 장치와 시스템이 뜬다.’ 일본의 각 가정에서 ‘재택건강관리서비스’가 올 가을 도입된다.혈당계·체중계·생활리듬계·심장박동계·혈압계 등으로 건강치를 측정,무선인터넷으로 데이터센터로 보내면 센터에서 가입자의 건강을 분석해 통보,병을 조기발견·치료하는 방식이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6일 히다치제작소·마쓰시타전기산업·샤프·시티즌·미쓰비시엔지니어링 등 10개 일본내 건강기기 관련 회사들이 제휴해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재택건강관리서비스를 올 가을 오사카와 삿포로 지역에서 시범실시 후 2006년부터 본격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사업은 냉장고나 세탁기 등 이른바 ‘백색가전’ 사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진단한 관련업체들이 새로운 수요창출을 위해 착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일본 경제산업성도 “사업성이 있어 보인다.”며 정부 차원의 예산지원 등을 할 예정이다. 신문에 따르면 10개사와 제휴해 탄생할 건강관리서비스센터는 올 가을 오사카·홋카이도 지역의 100개 가정을 대상으로 가입자들의 건강관련 수치를 간편하게 측정,관련 수치를 무선인터넷으로 송신받아 데이터센터에서 분석,내용을 가입자에게 통보해 주는 조기건강경보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혈당은 혈액을 채취하지 않고 광센서를 이용해 측정하고,공기건강매트를 이용해 취침중에도 심장박동·호흡 수치를 체크한다. 또 가입자가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정확·간편하게 혈압을 측정하는 장치도 활용된다.건강측정화장실에서는 요중 염분이나 당 수치를 측정하는 장치도 이용된다. taein@seoul.co.kr˝
  • 9일개봉영화 바람의 전설

    세상에 즐거운 일이라곤 없어뵈는 무기력한 젊은 사내가 있다.어린 아들을 옆에 끼고 생계를 위해 구슬을 꿰는 아내,월셋집쯤으로 보이는 세간살이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어깨가 축 처진 남자에게 어느날 문득 그야말로 바람처럼 생의 반전이 찾아온다.카바레의 ‘제비족’들이나 밝히는 천박한 유희쯤으로 경멸했던 ‘춤’이다.그런데 그 춤이 남자의 심장박동까지 바꿔놓는다.스텝을 밟을 때마다 회생불능으로 늘어졌던 삶의 혈관이 마술처럼 팽창해간다. 9일 개봉하는 영화 ‘바람의 전설’(제작 필름매니아)은 한국 최초의 본격 춤영화다.드라마의 분위기를 바꾸는 ‘수단’으로 춤이 동원되는 게 아니라 아예 ‘목적’이 됐다.춤이라는 아주 사소한 생활의 윤활유가 육중한 인생의 바퀴를 돌릴 수도 있다는 삶의 아이러니를 독특한 화법으로 설명한다. 한 눈에도 고상한 제비족 같은 풍식(이성재)이 경찰서장의 부인을 농락했다는 혐의로 여형사 연화(박솔미)의 미행수사를 받는다.신분을 속이고 풍식에게 접근한 연화는 수사를 위해 그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다 점점 풍식의 드라마틱한 춤세계에 빠져들고 만다. 이렇게 얼개는 간단하다.영화는,연화에게 들려주는 풍식의 과거사를 스크린에 재연하는 방식으로 거의 대부분을 할애한다.무기력증에 빠져 있던 풍식이 ‘제비족’인 동창생 만수(김수로)를 만나면서 우연히 춤을 알게 되고,그 묘미에 전율을 느껴 전국 방방곡곡의 춤선생들을 쫓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사교댄스를 배워가는 과정이 속도감있게 펼쳐진다.풍식의 방랑일지는 그대로 ‘사교댄스의 전시장’이 된다.자이브,룸바,차차차,퀵스텝,파소도블레,탱고,왈츠….풍식의 인생유전 갈피갈피에 등장하는 온갖 종류의 댄스들이 경쾌하고 현란한 감각으로 스크린에 춤바람을 일으킨다. 연화의 불우한 가족사,가정을 팽개쳐가며 춤에 미쳐 산 풍식의 과거사 등 실제 드라마의 톤은 그리 밝지 않다.그럼에도 마치 코믹드라마를 보는 듯 착각에 빠져드는 건 신나는 리듬을 타고 쉼없이 이어지는 춤의 시각효과 덕분인 듯하다.풍식에게 희망이 된 춤의 의미를 이해한 연화가,파렴치 제비족으로 내몰린 풍식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지막 설정 등에서는 찡한 감동마저 느껴진다. 댄스영화의 일반적인 허점은 드라마와 춤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는 사실이다.현란한 춤동작에 가려 드라마가 실종되거나,지나치게 드라마가 강조되는 통에 시각적 볼거리를 놓치기 십상이다.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두마리 토끼를 무난히 잡은 듯하다.대역을 쓰지 않은 배우들의 춤솜씨,‘분위기 메이커’ 김수로의 귀에 착착 감기는 코믹 애드리브 등이 자칫 심심할 뻔한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에 향신료가 됐다. ‘주유소 습격사건’‘신라의 달밤’‘광복절 특사’ 등 히트 시나리오 작가로 통하는 박정우의 감독 데뷔작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세르방 슈라이버 박사 ‘치유하기’ 40만부 팔려

    |파리 함혜리특파원|우울증이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 프랑스에서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 정신과 질환을 극복하는 대체의학적 심리 치료법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다비드 세르방 슈라이버(42)박사가 자신의 저서 ‘치유하기(Guerir)’에서 소개해 유명해진 이 심리치료법은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인간의 감정과 직결돼 있는 ‘감정 뇌(간뇌)’를 물리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이다.대뇌가 사고와 언어,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반면 대뇌와 소뇌의 사이에 위치한 ‘감정 뇌’는 심리상태,심장박동,혈압,식욕,성욕,수면을 조절하기 때문에 이 뇌를 직접 자극하거나 조절하면 심리 상태가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이론을 근거로 하고 있다. ‘치유하기’는 파리의과대학(파리5대학)을 나와 미국 카네기멜런대학에서 인지신경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세르방 슈라이버 박사가 수년간의 임상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쓴 책.프랑스에서만 40만권이 판매돼 비소설부문 최고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관심은 폭발적이다.이 책에 소개된 ‘EMDR’요법이 정신분석가들 사이에 새롭게 각광받고 있으며 감정 뇌의 활동에 직접 관련된다는 보조식품 ‘오메가3’는 약국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세르방 슈라이버 박사가 제안하는 스트레스와 우울증 치료법은 7가지.일부는 정신분석가나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스스로 책을 보면서 따라 할 수 있다. (1)안정적인 심장박동의 유지=심장은 4만개의 신경조직으로 되어 있으며 감정 뇌와 직접 연결돼 있다.명상과 깊은 호흡을 통해 심장박동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면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2)EMDR(안구운동을 통한 과민반응 없애기와 재가동)요법=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으면 마음 속에 깊은 상처가 남는다.시간이 흐르면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만 감정 뇌의 어딘가에는 흉터가 남아 우울증과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메트로놈 등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물건을 이용해 안구를 좌우로 움직이도록 함으로써 시신경에 연결된 감정 뇌를 자극,이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3)빛의 에너지=감정 뇌는 다양한 생체리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특히 태양 빛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겨울철에 부드러운 빛의 램프를 이용해 새벽 빛(여명)을 인공적으로 밝혀주면 도움이 된다. 이 방법은 겨울의 우울증 치료에 특히 효과적이다. (4)침술을 이용한 기(氣)조절=동양의 침술도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손등의 일정 부위에 침을 놓아 감정 뇌의 중요한 부분을 자극한다. (5)‘오메가3’ 섭취=생선의 지방에 들어있는 지방산 ‘오메가3’는 감정 뇌를 적극적으로 작동하게 한다.원래 심장질환을 치료하는 보조식품으로 개발된 것이지만 ‘오메가3’를 섭취하면 감정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사고를 긍정적으로 바꿔줄 수 있다. (6)운동=일주일에 3차례 이상 20분씩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와 불안,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7)감성적인 관계=사랑은 감정 뇌에 영양분이나 마찬가지다.배우자나 자녀,동료,애인,친구와 감성적인 대화를 자주하거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봉사하고 하다 못해 개나 고양이에게 애정을 쏟으면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 세계최대 삼성 PDP · 똑똑한 LG 프로젝션TV…첨단가전 美서 불꽃경연

    가로길이가 성인남자(1m76.6㎝)만한 PDP TV,TV화면을 보며 리모컨 하나로 모든 AV제품을 조절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TV시청 도중 놓친 장면을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는 똑똑한 TV…. 세계 최대의 가전쇼인 2004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8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전세계 2000여개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시장 선점 비장의 카드 꺼내 삼성·LG·대우 등 국내 가전업체들도 나날이 치열해져가는 디지털 가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저마다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크기인 80인치 PDP TV와 통합리모컨 하나로 TV화면을 통해 홈시어터,셋톱박스,DVD플레이어 등 모든 AV제품의 조절이 가능한 홈 네트워킹 ‘애니넷(Anynet)’을 선보인다. MP3 플레이어도 기존의 음악감상 기능에 동영상 재생,팔에 차면 심장박동수 및 칼로리 소비량까지 계산해주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CDMA-2000과 W-CDMA를 동시에 지원하는 듀얼모드 폰은 VOD(주문형 비디오),MOD(주문형 음악)는 물론 화상통화까지 가능하다.무전기처럼 가까이 있는 여러 명과 동시에 통화할 수 있는 휴대전화도 나왔다. 지난 99년 구자홍 회장 이후 4년 만에 김쌍수 부회장이 직접 CE쇼를 진두지휘하는 LG전자도 500여종의 첨단 제품으로 중무장했다. TV에 하드디스크를 탑재한 60인치 PVR LCD 프로젝션TV는 TV시청 중에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중요한 장면을 놓쳤더라도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면부터 볼 수 있는 ‘타임 시프트’ 기능과 최대 300배속의 비디오 탐색기능,주요 장면만을 골라 볼 수 있는 기능 등을 갖췄다. 76인치 PDP TV,55인치 LCD TV 등도 눈길을 끈다. ●국내업체 CEO 총출동 한편 이번 CE쇼에는 이례적으로 LG전자 김쌍수 부회장과 우남균 사장(디지털 디스플레이&미디어 사업본부장) 백우현 사장(CTO),삼성전자 이기태 사장(정보통신 총괄)과 이상완 사장(LCD사업부장)최지성 부사장(디지털미디어 총괄),대우일렉트로닉스 김충훈 사장 등이 총출동,소니·파나소닉·필립스 등 유수 가전업체와 치열한 홍보전을 벌인다. 류길상기자 ukelvin@
  • 7일간 7대륙 7연속 마라톤 대기록 눈앞에 둔 英 탐험가/ 뉴욕마라톤만 남긴 라눌프 핀즈 경

    7개 대륙에서 7일간 매일 한차례씩 마라톤 풀코스 완주라는 놀라운 기록에 도전한 영국의 탐험가 라눌프 핀즈(사진·59)경이 1일 카이로에서 6번째 마라톤 완주에 성공했다.2일 뉴욕에서의 마지막 마라톤을 남겨놓고 있지만 자신의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둔 셈이다. 핀즈경은 지난 6월 심장마비 증세를 보여 두 차례나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자선기금 모금을 위해 7연속 마라톤에 도전하겠다는 그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달 27일 목숨을 건 마라톤에 도전했다.칠레 산티아고에서 첫번째 마라톤을 완주한 핀즈경의 도전 행로는 포클랜드군도(28일),시드니(29일),싱가포르(30일),런던(31일),카이로(1일)로 이어졌다. 의사이자 그의 건강 위험을 걱정하는 오랜 탐험 동료 마이크 스투라우드(49)가 그의 흉부에 심장박동 모니터를 부착토록 했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기충격장치를 갖고 내내 그의 곁을 지켰지만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핀즈경과 스트라우드는 카이로에서의 마라톤을 마치자마자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직행했다.뉴욕에서의 마지막 마라톤만 남겨놓고 있는 핀즈경은 지난달 29일 싱가포르에서 4번째 마라톤을 앞두고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은 채 마지막 코스까지 갈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말한 바 있지만 주위에서는 열대지방의 고온에서 달려야 하는 싱가포르가 가장 큰 고비였다며 도전 성공을 점치고 있다.1969년 이후 크고 작은 30여건의 탐험을 성공시킨 핀즈경은 1993년 스트라우드와 함께 97일 동안 230㎏에 이르는 썰매를 끌고 도보로 남극을 횡단하는 최초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기네스북은 이같은 핀즈경에 대해 “살아 있는 탐험가 가운데 가장 위대한 탐험가”라고 적고 있다. 핀즈경의 이번 ‘7×7×7 도전’ 탐험에서 얻어지는 수익금은 모두 그가 뛴 7개 나라의 자선단체 및 영국심장재단에 기부된다. 유세진기자 yujin@
  • MRI 건보적용 또 연기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심장박동기 삽입수술 등 10개 진료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10개 항목은 심장 이상 환자에 대해 실시하는 심방전기도검사와 심방전기도기록·조율 조작,이식형제세동기 삽입술,만성간염 환자에 대한 bDNA 유전자신호증폭법에 의한 HBV-DNA 정량검사,혈우병 환자에 대한 항Xa 미분확헤파린검사 등이다.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감마선을 이용해 뇌종양을 치료하는 감마나이프 수술도 보험을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초 내년부터 보험대상에 넣기로 했던 초음파영상촬영,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4개 항목은 보험에 넣으면 건보재정이 1조 9000억원이나 드는 점을 감안해 오는 2006년 말까지 계속 비보험항목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양전자단층촬영(PET),중성자선치료 등 48개 항목에 대해선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김성수기자 sskim@
  • 119구급 ‘빨간불’ 켜졌다/전문인력·장비 부족… 차량도 42%가 노후

    119 구급차량에 반드시 갖춰야 할 인력과 장비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또 119 구급차량의 절반가량이 교체대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구급 인력·장비 태부족 25일 행정자치부가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과 민주당 전갑길 의원 등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19 구급대원 4702명 가운데 응급구조사 자격증 소지자는 52.3%인 2461명이었다. 1136대의 구급차량 가운데 1명이 탑승하는 구급차가 12.9%인 147대에 이르고 있다.운전자 이외의 탑승자가 없다는 얘기다.또 2인 이상 탑승 차량 가운데 797대(70.1%)는 운전자 외에 1명만 추가 탑승이 가능했다. 하지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구급차 등의 운용자는 응급환자의 이송을 위해 구급차에 응급구조사 또는 의사·간호사 1인 이상이 포함된 2인 이상의 인원이 항상 탑승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119 구급차량의 적재장비 확보현황도 세균감염방지용 기구 등 4개 항목만이 100% 확보율을 기록했을 뿐,나머지 8개 항목은 법정기준에 미달했다.특히 8개 미달 항목 중 응급의약품의 확보율은 48.7%,심장박동 회복을 위한 장비 확보율은 28%에 불과했다. ●소방차량의 절반 교체대상 전국 소방서의 구급차와 물탱크차,펌프차,고가차 등 5969대의 소방차량 가운데 42.1%인 2875대가 사용 연한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현행 ‘관용차량 관리규정’에 따르면 지자체에서 운행하는 특수용 차량의 경우 최초 등록일로부터 6년이 지났거나 주행거리가 12만㎞ 이상인 차량은 교체할 수 있다. 지역별 교체대상 차량비율은 광주가 112대 가운데 65.2%인 73대로 가장 높았으며 ▲경남 60.4% ▲대전 59.3% ▲전북 58.8% ▲경북 57.1% ▲대구 56.1% ▲인천 56.0% 등의 순이다. 장세훈기자 shjang@
  • 1주일새 체중7% 감소 꿈의 비만치료제 개발/美·스웨덴硏 동물실험

    일주일 만에 자기 체중의 7%까지 줄일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될 전망이다.스웨덴의 카로린스카 연구소와 미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은 갑상선 호르몬과 유사한 약을 개발,이를 원숭이에게 투여하자 일주일 만에 체중이 7%까지 줄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KB-141이라 불리는 이 약은 갑상선 호르몬의 일부 기능만을 따왔다.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이 보다 많은 칼로리를 쓰도록 촉진하지만 심장박동을 증가시키는 위험을 갖고 있다. KB-141은 칼로리를 소비하는 신진대사 기능은 강화하면서 심장박동은 증가시키지 않는다. 연구진들은 미 국립과학아카데미회보에 결과를 발표하면서 원숭이에게 이 약을 실험한 결과 일주일에 최고 7%까지 체중이 줄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졌지만 심장박동에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비만치료에 획기적인 약을 개발하기 위해 갑상선 호르몬의 두 기능을 분리할 수 있는 약의 개발을 원해왔다.지금까지는 최근까지 개발된 방법은 비만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 변형을 다루는 유전자 치료법과 공복감을 줄이는 약이 전부였다.영국 갑상선 협회 회장인 존 라자루스 교수는“매우 획기적인 발전”이라면서도“장기적 관점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성을 드러냈다. 특히 신약이 갑상선 호르몬을 많이 섭취할 경우의 또 다른 부작용인 뼈 감소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경하기자 lark3@
  • 하프타임 / 이봉주 모발이식 수술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사진·33·삼성전자)가 최근 모발이식 수술을 받았다.이봉주는 지난 9일 뒷머리쪽 모근 2004개를 머리카락이 빠진 앞머리 부분에 옮겨 심었다.병원측은 보통 이식수술을 받는 환자들의 심장박동이 1분에 70∼85회에서 90∼110회로 빨라지는데,이봉주는 수술시간 내내 52회를 나타내 마라토너다운 ‘철심장’을 과시했다고 전했다.이봉주는 “지난 런던마라톤대회에서의 아쉬움도 달래고 이미지 변신도 하고 싶어 수술을 받았다.”면서 “아내와 아들,팬들에게 젊어진 모습을 보여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 부시 ‘재선 대장정’ 시동 / 체니, 러닝메이트 제안 수락 26일 대선캠프구성 발표예정

    내년 재선 고지를 향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의 장정이 사실상 시작됐다.체니 부통령은 지난 8일 댈러스 모닝 뉴스와의 회견에서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혀 지금의 티켓으로 차기선거에 임할 것임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이라크전 승리로 공화당이 2004년 대선후보로 부시·체니의 정·부통령후보를 내세울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고돼 왔다.10여명의 대선후보가 혼전중인 민주당과 달리 훨씬 앞선 공화당은 전몰장병기념일(5월26일)직후 대선캠프 구성을 발표할 예정이다. ●체니,건강 우려 일축 체니 부통령은 그동안 건강상의 문제와 미국 석유업체 핼리버튼사와의 관계로 낙마설에 시달리곤 했다.체니는 비록 부통령 재직시는 아니지만 4차례 심장마비를 겪었다.부통령 재직시에는 심장박동 이상으로 3차례 병원에 입원,수술을 받았다.현재 의사의 24시간 정밀관찰을 받고 있다. 또 체니는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로 2000년까지 5년간 재임해 왔다.핼리버튼은 지난 해에는 회계부정,최근에는 이라크와 거래설과 이라크 남부 유정진화작업권 수주 등으로 미 언론의 집중공격을 받아왔다. 이런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체니 부통령은 미 행정부내에서 대외정책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의 입지는 이라크전 승리로 더욱 탄탄해졌다.부시 또한 종종 체니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밝혀왔다. ●이라크전 승리로 체니 입지 강화돼 체니 부통령은 임기 내내 대통령직에 대한 야심이 없다는 점을 밝혀왔다.앨 고어 전 부통령이 대통령에 도전하면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일정 거리를 두고 그의 정책 일부를 비판하기도 했던 것을 본 부시에게 체니의 이같은 입장도 점수를 후하게 주는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USA투데이가 분석했다. 그러나 체니가 최적의 선택인가에는 이견이 없지 않다.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92년 재선 당시 댄 퀘일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그러나 선거기간 내내 퀘일 부통령의 잇따른 실언과 자질론이 불거지며 재선 실패를 가져온 한 요인이 됐다. 전경하기자 lark3@
  • 스트레스 풀어주는 악기 드럼

    인간의 심장박동과 닮은 면이 있고 잠재된 폭력적 심성을 근사한 리듬감으로 승화시킨다는 악기. 아주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이 정도면 무슨 악기인지 감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힌트 하나 더.마지막을 장식하는 울림은 보는 이의 흥겨움을 극에 이르도록 한다.드럼이 정답이다. 다른 악기 소리에 묻히기 일쑤지만 듣는 이에게 오랜 여운을 남기는 드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았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한 아파트.조용한 복도 어딘가에서 ‘두둥두둥 쿵쿵딱∼’ 북치는 소리가 들려온다.드럼동호회의 원조격인 ‘방배동 드럼동호회’ 회원들이 열심히 리듬을 익히는 소리다.모임이 시작된 곳이 방배동에 있는 지하주택이었기에 이렇게 이름지어졌단다.서초동으로 도망간(?) 사연은 뻔하다.시끄러운 드럼소리에 주민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아 방배동에서 역삼동으로,또 다른 곳으로,이곳저곳 전전하다가 지금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지난 95년 만들어진 뒤 1000여명이 동호회를 거쳐갔지만 현재 정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회원은 30여명. 창립자이자 강사로 드럼 연주 경력 17년째인 신동훈(35·엔뮤직 대표)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그는 “인기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드럼을 치는 장면이 방영된 즈음 여성회원이 부쩍 늘어 동호회 연령층이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해졌다.”고 전했다.한 50대 주부는 지하에 1000만원짜리 드럼을 장만해 놓고 드럼을 배우겠다며 남편과 함께 찾아왔다고 전해준다. 이날 연습에 참가한 사람들은 29살 동갑내기 여성 직장인 2명과 30대 중소기업 이사와 부장,대학생 등 총 5명.“드럼을 두드리는 연주자는 힘이 넘치는 젊은 남자여야 할 것 같은데 여자도 둘이나 있네….” 입문한 지 일주일 됐다는 최경숙(29·리드도시건축)씨가 이런 고정관념을 깨준다.“중학교때부터 록이나 메탈음악을 좋아했어요.당연히 기타,드럼 등 악기에 관심이 많았죠.회사생활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드럼을 선택하게 됐습니다.근데 왜 드럼이 남성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재림(29·삼성카드)씨도 거든다.“회사에서 연습하러 간다면 뭐 배우냐고 물어봐요.‘너처럼얌전한 애가 드럼을?’이라면서 놀라죠.하지만 드럼은 남성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음악,박자의 기본일 뿐입니다.” 넥타이부대인 ㈜마이미코리아의 이승화(39) 이사와 서성열(38) 부장은 사내에서 그룹사운드를 조직해 볼 요량으로 6개월 전 드럼동호회의 문을 두드렸다. “드럼은 정말 좋은 악기입니다.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고.전자드럼을 하나 장만해 11살,6살 딸내미한테 아빠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이 이사) “중학교 때 기타를 배웠어요.박자감을 익히려 드럼을 배우지만 쉽지 않네요.같이 연주를 하다가 이사님한테 혼이 났었죠.”(서 부장) 다양한 목적으로 동호회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이들이 하는 말은 한결같다.“쌓인 스트레스를 풀어내고 내 인생을 즐기고 싶다.”는 것.비록 프로 드러머의 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두개의 스틱을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며 나름대로 열정을 쏟아내는 이들의 연습 장면이 아름답게 보였다. 글 최여경기자 kid@ 사진 한준규기자 hihi@ ◆나도 한번 배워볼까 ●어디에서 배우지 최근 들어 드럼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이 많이 생겼다.또 악단에서 활동하는 드러머에게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길도 넓어졌다. 개인지도와 학원의 경우 수강료는 10만원대.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지만 정해진 시간대에 가야 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직장인들에게는 부담이 된다.방배동 드럼동호회의 경우 5만∼7만원의 수강료를 내고 8번 수업을 받는다.시간 나는 대로 아무 때나 배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동호회에 가입하고 싶거나 각종 드럼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인터넷을 서핑해 보자.방배동 드럼동호회(cafe.daum.net/bangbaedrum),드러머(www.drummer.co.kr),드럼보이(www.drumboy.co.kr),크리스천드러머 공동체(cdc.swim.org),드럼매니아넷(www.drummania.net) 등이 대표적이다. ●어떻게 연습하지 보통 사람들은 오른손이나 왼손,한쪽손만 집중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주로 사용하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기 마련.양손에 골고루 힘을 배분하기 위해서는 스틱을 잡고 지루할 정도로 균형있게 두드리는 연습만 해야 한다. 처음 드럼을 배울 때는 마땅히 연습할 곳이 없어 두꺼운 책을 펴놓고 ‘청승맞게’ 두드리는 사람도 많다.또 음악만 나오면 다리를 떨거나 드럼 연주를 하듯 허공에서 팔을 흔들기도 해 주변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두려워하지 말자.개인차가 있지만 이렇게 한달 정도 연습하면 간단한 박자는 맞출 수 있고,3개월이면 쉬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취미로 밴드를 결성할 정도가 되려면 6개월을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나만의 악기를 갖고 어디서나 연습할 수 있으면 더할 수 없이 좋지만 드럼의 경우 소리가 특히 커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아쉽다.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것도 문제.전자드럼,디지털드럼은 헤드셋을 이용해 소음이 없고,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아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드럼은 값이 비싼 편이다.300만원짜리부터 1000만원이 넘는 것들도 있다.디지털드럼은 30만∼50만원으로 싼 편.전자드럼은 100만∼300만원이다. 최여경기자
  • 아픈 곳 없는데 갑자기 ‘풀썩’/2.30대 일시 기절땐 ‘신경성 실신’

    평소 건강하던 30대 후반의 K씨는 며칠전 아침 화장실에서 갑자기 실신하는 변을 당했다.전날 밤 회식자리에서 과음한 후 자고 일어나 소변을 보다가갑자기 쓰러진 것이다.곧 회복돼 병원을 찾아 받은 검사의 결과는 신경성 실신의 하나인 배뇨성 실신. 뇌혈관이나 심혈관 이상 등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일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사람이 가끔 있다.이러한 실신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몸 전체에 퍼져 있는 소동맥이 어떤 이유에 의해 확장하면서 심장으로 돌아와 순환하는 혈액량이 줄어들기 때문. 이런 경우 자율신경이 즉각 반응해 심장박동 수가 증가하면서 혈액량을 늘려주어야 하는데,자율신경에 일시적 이상이 오면 뇌혈류가 부족해 기절하는것이다.이러한 실신을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부른다. 이 질환은 특별한 병을 앓은 적이 없는 젊은층에 주로 발생하고,비교적 가벼운 경과를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공포나 분노 등 격한 감정상태일 때,사람이 붐비거나 더운 방·차량에서,음주를 했거나 피로하고 허기질 때 잘나타난다. K씨의 경우 소변을 많이 참았다가 배뇨하는 순간 일시적으로 자율신경계 균형이 무너지며 실신한 것이다.이같은 실신은,실신을 일으키는 특별한 상황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그러나 상황을 피하기 어렵거나 예측불가능할 경우 베타교감신경차단제나 항우울제 등 약물을 쓰기도 한다. 특별한 질환 없이 실신을 일으키는 또다른 원인은 기립성 저혈압이다.누워있다가 일어날 때 혈액이 중력에 의해 다리에 몰려 뇌혈류가 부족해지면서나타나는 증상. 이럴 때는 자리에서 일어날 때 천천히 몸을 일으킴으로써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허벅지나 허리까지 오는 탄력스타킹을 신거나,음식을 좀 짜게 먹어도 도움이 된다. 을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는 “중년과 노년층이 실신하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에 의한 것일 수 있으므로 그 원인을 추적해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다만 젊은 층의 경우 실신했다가 금방 정신을 차리면 신경성 또는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의료진을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 [건강칼럼] 폭탄주와 건강

    술문화는 인류문화와 더불어 성장해 왔다.술은 우리에게 이해득실 모두를 주기에 예로부터 술을 예찬하는 정서로부터 술을 금하는 종교에 이르기까지 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여러 가지다. 우리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술을 예찬하는 경향이 짙다.음주량이 호방함,추진력 또는 지도력의 척도가 되는 것처럼 분위기가 형성돼 왔다. 독한 술을 많이 마실수록 위대한(?) 사람으로 간주되며 그렇지 못하면 왕따가 되는 사회풍조를 낳았다. 이같은 어리석은 관행이,독주를 여러 형태와 기교로 배합하여 퍼마시는 폭탄주 의식을 만들어냈다. 몇달 전 50대 초반의 잘 나가는 회사 중역인 L씨가 응급실을 거쳐 입원하였다.그날 아침 회사에 나가 회의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왼쪽 반신이 마비됐기 때문이다.L씨는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로서 약을 먹거나 병원 문턱을 드나든 이가 아니었다. 진찰해 보니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고 빠른 부정맥이 발견되었다.의학적으로는 심방세동이라고 불리는 부정맥이다.심방세동 때문에 심장 속에 피떡이 생겼고 그 피떡이 떨어져나가피의 흐름을 타고 뇌혈관에 박히면서 혈액순환이 안돼 중풍 증세를 일으킨 것이다. L씨는 심장자체에 따로 병이 있는 것은 아니고 과음으로 생긴 심방세동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전날 밤 벌인 폭탄주 파티가 주범이었다. 세간의 많은 이들이 ‘술이 모든 심장병에 좋다.’는 잘못된 의학상식을 믿고 있다. 스스로의 나쁜 음주습관을 심장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당화하는 사람도 많다.심지어 생리적으로 술이 안 받는데도 약을 먹듯이 억지로 술을 시도하는 이조차 있다. 통계적으로 소량의 음주자는 협심증과 같은 관상동맥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비음주자보다 낮다는 보고를 듣고 터무니없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휴일심장증후군이라고 하여 휴일 중 폭음을 한 후 술이 깰 무렵 갑자기 생기는 부정맥,특히 심방세동은 잘 알려진 음주의 피해이다. 또한 과음은 관상동맥에 경련을 일으켜 이형협심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심장근육을 약화시켜 심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L씨는 다행히 치료를 받고 완쾌에 가깝게 회복되었다.L씨는 폭탄주의 희생자였으나 만족스럽게 쾌유된 운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알게 모르게 폭탄주의 피해를 받아 중풍으로 사망에 이르거나 불구가 돼 가족과 사회의 부담으로 남는다. ▶ 이원로 일산백병원 원장
  • [열린세상] 달음박질 치는 사람들

    여덟 살 때 앓은 뇌염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한 최용진 선수(35)가 지난 28일 부산 아 태장애인 경기대회 1500m 달리기에서 금메달을 땄다.최 선수는 말을 더듬고 팔을 잘 못 움직이는 뇌성마비 6급 장애인이다.그는 1999년 이래 장애인 대회마다 이 종목 우승을 놓친 일이 없는 달리기 챔피언이다.7월에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그는 하루 종일 달리고 또 달린다고 한다.달리는 인생이다.돌 캐는 회사에 취직이 되었을 때는 24킬로미터 떨어진 직장을 뛰어서 다녔다.그래서 붙은 별명이 포레스트 검프다.“달리면 답답한 가슴이 확 트일 것 같아서” 뜀박질을 시작했다고 술회한다. 1분 동안 심장박동 38회라는 ‘철의 심장’의 소유자 이봉주 선수는 “마라톤은 초반이 어렵다.고비를 넘기면 탄력이 붙는다.”고 가르친다. 그 초반 고비를 보통 ‘사점(死點)’이라고 한다.근육에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이면서 가슴과 배에 통증이 오는 때다.죽을 듯이 괴롭다.그러나 포기하고 싶은 이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면 홀연성취감 만족감 같은 환희를 맛보면서,두둥실 떠있는 구름 사이를 지나는 비행기처럼 힘 드는 줄 모르게 된다.스포츠 의학 용어로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부르는,일종의 마취현상이다. 보통 달리기 시작해서 30분 쯤,거리로는 7∼8km 부터 이런 일이 나타난다고 한다.고통이 먼저 오고,그것을 견디면,그 뒤에 찾아오는 행복감은 헤로인이나 모르핀을 투여했을 때와 비교된다.기분이 좋아지고,팔이 가볍고,리듬감이 생기고,피로가 사라지고,새로운 힘이 샘솟는 듯한 ‘야릇한 시간’을 경험한다.‘하늘을 나는 듯,꽃밭을 걷는 듯’ 이라고 표현한 사람도 있다.한 번맛들인 사람은 이 짜릿한 맛을 잊을 수 없다.달리기 마니아의 탄생이다. 러너스 하이와 같은 마취,또는 마비,아니면 함몰의 경지는 달리기에만 있는 현상도 아니다.무슨 일이든 몰입하면 그 밖의 모든 일은 아랑곳 하지 않거나 자기 코앞만 보고 가는 반맹(半盲) 상태에 이르는 사람들이 많다.남에 대한 배려는 겨를이 없고,무엇보다 사리 분별이 흐리고 몽롱하다. 선거는 일종의 달리기다.선거에 몸담은 사람들은 달리기의 ‘사점’에서 종종 판단기능에 장애를 일으킨다.고통과 자기도취는 동전의 양면이다.뻔한 사안인데도 인식과 평가에 심각한 마비증세를 보인다. 한 달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향해 달려가는 각 후보 진영은 지금 러너스 하이에 빠진 듯한 양상이다.달리는 관성을 제어 못해 폭주하는 대선 캠프가 있는가 하면 행불행도 분간 못하는 몽매간(夢寐間)의 행보가 있다.유의할 일은 대선 후보들 사이에 불을 뿜어야 할 정책 토론보다 헛소리가 만연한다는 점이다.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 현재의 야당이 앞장서서 국정홍보 예산을 증액시켰다,야당이 대통령실 예산의 증액론을 폈다,각 지역의 건설사업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는 등의 ‘집권을 전제로 한 듯한 선심’행보가 보도되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판단 장애 현상의 하나로 보인다. 북한 핵 문제가 돌출하자 갑자기 ‘전면 재검토’ ‘일시 중단’ 따위 맥락이 닿지 않는 말로 강성 면모를 보이려는 태도나,한 교수가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한 후보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이유들’을 제시하자 ‘증오’ ‘질시와 시기’라는 말로 공론(公論)을 사담화(私談化)하려는 듯이 글 쓴 이를 몰아붙이는 반응을 나타낸 것도 정상은 아니다. 국민은 지금 후보들에 대한 더 충분한 검증의 기회를 바란다.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지지율 등락이 요란하게 보도되고 있지만,그 후보들은 아직 제대로 검증되기 전이다.점퍼 입고 시장거리 누비는 이미지만으로,제기된 의혹들을 깔고 앉은 채,국민에게 표를 나눠 달라는 것은 속임수이기 쉽다.정치권은 자가중독의 ‘야릇한 시간’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정책 차별화의 진지하고 치열한 논의는 없이,감춰진 진실을 명명백백 드러냄 없이,변죽을 맴도는 대선 캠페인만으로 대통령이 탄생될 수는 없다.장애인 뜀박질 금메달리스트의 ‘답답한 가슴을 확 트는’ 단순한 달리기 철학 앞에 모두 부끄러워야한다. 정달영 칼럼니스트 ·명예논설위원 ssisi61@hanmail.net
  • 허일병 추가 피격전 생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韓相範)는 지난 84년 군에서 의문사한 허원근(許元根) 일병이 술에 취한 부사관 노모씨가 쏜 총에 맞아 의식을 잃었으며 이후 자살로 조작하기 위해 2발의 총격이 추가로 가해졌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10일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이와 관련,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는 이날 진상 규명을 위한 본격 조사활동에 들어갔다. 규명위는 “허 일병은 84년 4월2일 강원도 화천 7사단 3중대본부 내에서 벌어진 술자리에서 부사관이 오발한 총에 맞았고,이후 생존한 상태에서 총 2발을 추가로 맞아 숨졌다.”면서 “중대장 등이 이를 자살로 은폐·조작했다.”고 밝혔다. 규명위는 재미 법의학자 노용면 교수에게 감정을 의뢰한 결과 “왼쪽 가슴과 머리 총상 부위에 출혈이 있는 점으로 미뤄 허 일병이 두번째와 세번째 총격을 받을 때까지 심장박동이 어느 정도 있었으며,첫번째 총알을 맞은 뒤 7∼8시간 동안 살아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공개했다.규명위는 “외국에서도 1발의 총상을 입고도 수시간 동안 생존했던 사례가 다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누가 어떤 이유로 2발을 더 쏘았는지와 상급부대의 어느 선까지 사건 조작에 개입했는지,당초 7사단 헌병대의 수사 결과가 상부의 조작지시에 의한 것인지 등은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규명위 관계자는 “추가 총격자에 대한 참고인들의 진술은 확보했지만 이들이 직접 현장을 목격한 것이 아닌 데다 지목된 사람도 완강히 부인해 조사가 벽에 부딪혔다.”면서 “특별법 개정으로 조사기간이 연장되고 권한이 강화된다면 다시 조사해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허 일병의 아버지 허영춘씨는 “은폐 과정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점은 유감이지만 규명위의 조사기간이 짧고 권한이 제한돼 있어 불가피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준 국방장관은 이날 정수성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육군 중장)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진실 규명이 중요하며 진실을 캐내야만 국민의 불신과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다.”며 의문사진상규명위의 조사 내용도 존중할 것을 지시했다. 이세영 오석영기자sylee@
  • 새영화/ ‘일단 뛰어’

    ‘일단 뛰어’(10일 개봉)는 충무로가 모처럼 건져올린미끈한 코믹액션물이다.이 작품으로 장편 데뷔하는 조의석 감독은 올해 스물여섯. 남들이 사회 첫발을 디딜까말까 할 나이에 그는 벌써 ‘작품’을 만들어냈다.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그 세대 특유의 아이디어들을 엮어서. 주인공들인 고3 세 친구는 6년전 임순례감독이 ‘세친구’에서 보여줬던 아이들과는 색조부터 판이하다.미국에서총맞고 심장박동이 10분쯤 멈췄다가 살아났다는 터무니없는 무용담을 늘어놓고 다니는 성환(송승헌)은 갱단을 기웃거리다 돌아온 조기유학 실패자다.우섭(권상우)은 또 어떤가.가진거라곤 주먹뿐이요,수업시간엔 뚝뚝 침흘리며 조는 게 일이다.이모,고모라 부르는 여인네들에게서 화대나 받아 챙겨 슬렁슬렁 십대를 보내려는 그는 보태고 뺄 것 없는 생양아치 그대로다. 여기다 대면 진원(김영준)은 양반.6미리 카메라 필름이나 찍으며 록과 영화에 묻혀 살고픈 소박한 아이다.하지만어느날 삼총사 앞에 우리 돈으로 21억원쯤 든 미화 돈가방이 뚝 떨어지면서 드라마전개는 확 달라진다. 일확천금에 눈이 벌개진 사고뭉치 친구들 챙기랴,진드기처럼 달려드는 김형사(이범수) 추격 따돌리랴 진원은 어느하루 속편할 날이 없다. 입에는 욕설이 주렁주렁 달렸고,교실안보다는 바깥이 더제집같은 아이들.어찌보면 영락없는 사회 낙오자들인데도정작 당사자들은 천하태평이다.누가 뭐라건,하물며 형사가 수갑을 채운대도 희희낙락하는 낙천성,요즘 10대들의 세대적 특성을 그 연배에 가장 가까운 감독은 실감나게 묘사한다. 하늘에서 돈가방이 뚝 떨어지는 얘기는 사실 쌔고 쌨다.여기에 싱싱함을 불어넣는 건 감독의 젊음이다. 스크린에 뜨는 문자메시지,전자오락 화면들,이런저런 만화적 상상력들이 겉도는 느낌없이 깔끔하게 버무려지는 건바로 자기 세대 스타일,가장 잘 아는 얘기에 감독이 뛰어들었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세대차일까, 내러티브(서사) 가 아직 가볍다는 느낌이다. 세 친구가 형사의 추격에 흩어진 뒤 뚱땡이 킬러,팬티스타킹 도둑까지 이리저리 얽혀드는 후반부는 다소 지루하다.마침표를 확실히 찍어주지 않는 엔딩은 자칫 과잉낙천주의로 비친다. 손정숙기자 jss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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