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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오늘만 같지 않기를 - 조현주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오늘만 같지 않기를 - 조현주

    >>등장인물 노대복 69세, 마을버스기사 양옥화 67세, 노대복의 아내 노운수 45세, 노대복·양옥화의 아들, 택시기사 노만석 22세, 노운수의 아들, 퀵서비스맨 때어느 가을 토요일 저녁 장소한눈에도 오래되고 허름해 보이는 집의 거실이다. 거실 벽은 얇은 나무합판으로 둘러쳐져 있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거나 나무합판이 삐져나온 곳이 보인다. 가구나 테이블, 가전제품, 주방의 싱크대 등에도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대 뒤쪽은 주방이다. 싱크대와 냉장고 등이 있고, 냉장고 앞에 식탁으로 사용하는 원목 탁자가 있다. 주방 오른쪽으로는 미닫이문이 있고, 이 문을 나가 좁고 긴 복도를 따라가면 현관문이 나온다(객석에서 현관문은 보이지 않는다). 미닫이문 오른쪽 벽에는 커다란 전신 거울이 걸려 있고, 그 바로 옆은 노만석의 방이다. 주방 왼쪽으로는 뒷마당으로 바로 연결되는, 스테인리스로 된 문이 있다. 뒷마당에는 양옥화가 가꾸는 텃밭이 있다. 파나 고추 같은 것들을 키운다. 바로 옆에 방문이 있고(노운수의 방), 그 옆에 또 하나의 문이 있다. 이곳은 욕실 겸 화장실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또 하나의 방문이 있다(노대복, 양옥화의 방). 방문이 마치 이 집 인테리어의 전부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외의 특별한 건 보이지 않는다. 흔한 액자조차 벽에 걸려 있지 않다. 무대 앞쪽에는 온 가족이 앉을 수 있는 패브릭 소파가 객석을 향해 디귿자로 배치되어 있고 담요 같은 것들이 걸쳐져 있다. 왼쪽 소파에는 마른 빨랫감들이 아무렇게 놓여 있다. 가운데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꽃병이 있다. 테이블은 나무의 밑동을 잘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 역시 오래돼 보인다. 무대 밝아지면 대복, 방문을 열고 등장한다. 주방을 어슬렁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다. 잠시 후 뭘 찾는지를 잊어버린 사람처럼 가만히 서서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기억이 났는지 서랍장을 뒤져 손톱깎이를 찾아 소파 쪽으로 온다. 소파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는다. 자신의 발을 불만스러운 듯 이리저리 살피는 대복. 한참을 들여다보다 깎기 시작한다. 통증이 있는지 간간이 허리를 펴고 심호흡을 한다. 동작을 반복하다 신경질이 나는지 손톱깎이를 옆 소파에 던져 버린다. 대복 빌어먹을! 발가락을 뽑아내든가 해야지. 소파에 드러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손톱깎이를 찾는다. 다시 발톱을 깎기 시작하는 대복. 곧바로 미닫이문이 열리고 휘파람을 불며 운수 등장한다. 무스로 정돈한 올백 머리, 알이 큰 선글라스를 쓰고, 동선운수라고 쓰인 택시회사의 제복을 입고 있다. 거울을 보며 한껏 폼을 잡는 운수. 그런 모습을 한심한 듯 쳐다보는 대복. 잠시 후 둘의 눈이 마주친다. 과장되게 인사를 건네는 운수. 운수 그간 옥체 건강하셨습니까? 대복 누구? 운수 저는 그러니까, 아들입니다. 대복 그런 이름은 내 머릿속엔 없는데. 여긴 어떻게? 분명 문을 걸어 잠갔는데. 운수 수척해 보이십니다, 아버님. 들어가서 쉬시지요. (혼잣말처럼, 하지만 대복에게도 들릴 정도로 크게) 큰일이야, 빨리 기억이 돌아와야 할 텐데. 대복 뽑아낼 게 있는데 뽑아낼 수가 없네요. 어째야 합니까, 하나님. 운수 하나님은 바쁘셔서 그런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습니다. 대복 쑤욱, 하고 뽑혀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운수 세상에 있는 건 다 있을 만한 이유가 있어섭니다. 마음에 평안을 찾으시지요. 대복 실수를 하셨습니다. 아주 큰 실수를 하셨어요, 하나님. (발톱에 통증을 느끼는지 인상을 찡그린다) 운수 병원엘 가세요. 왜 가만히 두고 병을 키워요? 대복 내 병을 키우는 건 네놈이다, 이 망할 자식아. 운수 또, 또 그러신다. 혈압도 높은 양반이. 대복 어디 가서 뭘 했기에 이제야 기어들어오는 거냐? 운수 뭘 하긴요, 일했죠. 대복 네놈이 야간조인 건 너만 모르고 우리 가족이 다 알아. 운수 일 끝나고 피곤해서 그냥 회사 근처에서 잤습니다. 대복 걸어서 이십 분이면 오는 너의 회사 말이냐? 운수 밤새 운전만 하면 다리가 부어요. 천근만근입니다. 대복 그래, 알지 알아. 나도 사십 년을 운전만 해서 발톱이 이 모양이지. 보이냐? (발을 들어 운수 쪽으로 내민다) 얼빠진 놈. 대체 언제 정신을 차리려고. 운수 그만하세요. 저도 낼모레면 오십이에요. 대복 아유,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겨우 칠십밖에 처먹지 않아서. 운수 먹을 만큼 먹었다는 거죠. 대복 어디서 같잖게 나이 타령이야? 운수 조심하세요. 곧 터집니다, 제 인생에 잭팟이. 뒷일, 감당할 수 있으시겠어요? 대복 감당 못해도 좋으니 제발 좀 터져다오 그놈의 잭팟. 운수 두고 보세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는다) 대복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다 발톱을 깎기 시작한다) 어디 이름 모를 강에 가서 돌 껴안고 뛰어들든가 해야지. 운수 (소파에 앉으며) 그 의사 새끼 그거 돌팔이였나봐요. 수술한 지 얼마 됐다고 또 그래요? 대복 내성발톱이란 게 원래 그렇다. 운수 원래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 대복 내 자식도 내 맘처럼 안 되는데, 뭔들 되겠냐? 운수 이 자식새끼는 자나깨나 아버님, 어머님 생각뿐입니다. 대복 자나깨나 노름 생각뿐이겠지. 운수 노름이라뇨. 친, 목, 도, 모. 남들이 오해하겠어요. 대복 그래. 하룻밤에 몇 백만 원이 오가는 친목도모. 운수 전 아니에요. 그런 돈도 없고. 대복 얼마나 다행이냐, 네놈이 개털인 게. 운수 총알만 있으면. (대복의 험악한 얼굴을 보고) 농담이에요, 농담. 대복 네 엄마 한 번 더 쓰러지면 네 귓구멍에 총알을 박아주마. 운수 말씀 한번 살벌하십니다. 대복 이 집의 절반이 아직도 은행 거라는 것도 잊지 않았겠지, 응? 내가 평생을 일해 장만한 이 집 말이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51-23번지! 운수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느낌이 와요. 운의 바람이 저한테 불어오고 있다고요. 대복 여기 죄 많은 노름꾼 하나가 정신 못 차리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회개할 수 있게 정수리에 번개라도 내리쳐 주세요. 운수 요즘엔 말이죠, 상대가 어떤 패를 들었는지가 보여요. 대복 세 치 혀로 거짓을 일삼는 죄인입니다. 지옥의 문을 잠깐 열었다 닫아주실 순 없으신가요? 그 틈으로 살짝 밀어 넣고 싶습니다만. 운수 진짜라고요. 앉아서 딱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저놈이 지금 땡을 쥐고 있구나, 삼팔따라지를 쥐고 구라를 치고 있구나, 하는 게 보입니다. 대복 그거 정말 놀라운 일이구나. 어찌나 놀라운지 전혀 믿기지가 않아. 운수 열에 여덟은 정확하게 맞힙니다. 이제야 빛을 보는 겁니다, 그간의 세월 동안 쌓인 경험과 그리고. 대복 돈과 빚이. 운수 네, 그렇죠. 정말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터집니다, 빰빠라밤~. 대복 내 속이나 터지게 하지 마라. (사이) 그런데. 운수 네, 존경하는 아버님. 대복 상대 패가 보이는데 왜 돈을 못 따는 거냐? 운수 중요한 지적이십니다. 대복 이유가 뭐냐? 운수 제 패가 그놈들 패보다 낮아서죠. 대복 아! 그렇구나. 그렇지, 그래. 그걸 몰랐네. 내가 몰랐어. (사이) 어떤 패를 들었는지는 보이는데, 그 패를 이길 수 없는 개패만 들어온다 이거지. 그렇지? 운수 환장할 일이죠. 한 끗으로 밟히고 족보로 밟히고 땡으로도 밟히고. 대복 그러니까, 재수가 없는 놈이구나 너는. 운수 기다리세요. 아스팔트는 깔렸습니다.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대복 노름꾼에 거짓말쟁이에 재수까지 없는 아이입니다. 하나님 곁에 자리가 남아 있나요? 운수 정말, 미치겠다니까요. 대복 정신 빠진 놈. 발톱을 정리하고 대복이 뒷마당으로 나가자 운수는 피곤한지 소파에 깊이 몸을 묻는다. 잠시 후 안방 문을 열고 옥화 등장. 손에 쥔 기저귀를 주방 쪽에 있는 휴지통에 버린 후 소파 쪽으로 와 잠든 운수를 본다. 옆 소파에 걸쳐진 담요를 들어 운수의 몸에 덮어주는 옥화. 뒷마당에서 들어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대복, 가만히 서 있다가 안방으로 들어간다. 옥화, 소파에 앉아 이불을 개기 시작한다. 운수 (깜짝 놀라 일어나며 잠꼬대한다) 야 이 개새끼야, 이 씨벌놈아. 내 돈이야. (허공의 한 점을 응시하며 씩씩댄다. 뜨악해하는 옥화와 눈이 마주치자 태연한 척한다) 언제 나오셨어요? 옥화 미칠 거면 저 산골 오지 같은 데 가서 미쳐다오. 내가 못 찾아갈 곳에. 운수 며칠 만에 본 아들이 조금은 반갑지 않으세요? 옥화 그럴 리가. 전~혀 반갑지가 않단다. 운수 마음에도 없는 말 하십니다 또. 옥화 네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운수 별일 없었어요? 옥화 없었다. 운수 정말요? 옥화 어제도 없었고 오늘도 없었고, 내일도 없을 거다. 하긴, 그런 게 너한테 뭐 중요하겠니. 한 달에 반을 밖에서 자는 애가. 운수 저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옥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날 도와주는 거다. 운수 그럴까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청하게 손가락만 빨고 집안에 처박혀 있을까요? (사이) 빌어먹을. (일어난다) 옥화 혹시, 여자 생겼냐? 운수 무슨 소리에요? 옥화 정희 엄마가 봤다더라, 네가 어제 젊은 여자랑 시장 입구 족발집에 있는 걸. 운수 (다시 자리에 앉는다) 아, 그분. 평생을 남 얘기로 입을 털어오신 분이죠. 옥화 그래도 없는 얘긴 안 턴다. 누군데? 운수 아무 사이 아니에요. 옥화 말해봐. 어떤 사람인데? 운수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옥화 너 갔다 온 거 알아? 운수 나 참. 그냥 아는 다방 여자애예요. 옥화 다방? 운수 (실망한 듯 보이는 옥화를 보며) 대체 뭘 생각했던 거예요? 아직도 저한테 무슨 기대 같은 걸 갖고 계세요? 옥화 그런 거 없다. (사이) 좀 제대로 된 여잘 만나면 세상이 무너지냐? 운수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옥화 알아서 하기는. 알아서 해서 이 모양 이 꼴이지. 운수 어머니! 불편한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아기 울음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온다. 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운수 저거 아직도 안 갖다 버렸어요? 옥화 말 좀 예쁘게 해라. 저거라니. 운수 만석인 어디 갔어요? 옥화 씻는다. 운수 이 자식은 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옥화 이따 데려다주기로 했다더라. 운수 그래요? 옥화 정말 우리가 키우면 안 되겠냐? 운수 누구요? 옥화 우리! 운수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마세요. 옥화 만석인 절대 안 된다는데, 네가 얘기 좀 잘 해봐. 운수 나도 싫어요. 그리고 그게 그럴 수가 없어요. 대복 (목소리) 여보, 이리 좀 들어와 봐. 옥화, 뭔가 더 이야기를 하려다 말고 방으로 들어간다. 방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소파에 기대서 거실을 둘러보는 운수. 욕실 문이 열리고, 바지와 러닝만 입은 만석이 머리를 털며 등장. 운수 여, 아들. (모른 체하는 만석을 향해) 인사 좀 하지. 만석 오셨어요. 운수 그래. (방으로 곧장 들어가려는 만석을 멈춰 세우며) 아들아. 이리 좀 앉아봐라. 만석 바쁩니다. 운수 나도 바빠. 딱 일 분만 얘기하자. 만석 (앉으며) 왜요? 운수 (무심하게) 너, 뭐하는 놈이야? 만석 뭐가요? 운수 (주방 쪽에 있는 종이상자를 가리키며) 저거 말이야. 만석 저게 뭐예요? 운수 저거 말이야, 저거. 벌써 며칠째야? 열흘 정도 되지 않았냐? 만석 (알아차리고) 일주일밖에 안 됐어요. 운수 밖에는 뭐가 밖에야? 그 일주일 새에 저 방 안에 뭐가 채워졌는지 모르냐? 젖병에 딸랑이에 인형에. 그것만으로도 한 살림이다. 만석 오늘 데리고 갈 겁니다. 담당자 만나기로 했어요. 운수 그런 건 바로바로 처리했어야지. 만석 제가 알아서 합니다. 운수 아니지, 아니지. 이건 우리의 문제라고. 네가 저걸 이 집 안에 들여놓았던 순간부터 말이야, 우리 가족은 모두 공범이 된 거라고. 만석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담당공무원과도 이미 다 얘기가 됐거든요. 운수 공무원? 이 자식 순진하게. 걔네들이 뒤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누가 알아? 다짐을 받아 놔야지 서면으로다. 만석 믿을 만한 사람들이에요. 애 있는 동안 매일 찾아와서 체크하고. 운수 (말 자르며) 확실하게 하란 말이다. (사이) 여자는? 연락은 됐고? 만석 아뇨. 전화기가 계속 꺼져 있어요. 운수 처음 몇 번은 받았잖아. 만석 받았죠. 운수 뭐라고 그랬댔지? 그 남자 애가 확실하니까 잘 키우든, 아님 고아원에 버리든 알아서 하라고? 만석 그랬죠. 운수 망통 같은 년. 애가 무슨 쓰레기야? (사이) 남자는? 만석 여전히 연락 두절. 출입국 기록을 보면 필리핀 쪽으로 간 것 같다던데. 운수 하긴 나라도 웬 여자가 네 애 낳았으니까 네가 알아서 키워 했으면 외국으로 떴을 거다. 만석 경찰이 조사하고 있으니까 곧 해결되겠죠. 운수 뭐, 하든 말든. 아무튼 요즘 젊은 것들은 이해를 못 하겠어. 대체 어떤 강심장이면 애를 박스에 담아서 퀵으로 보낼 수 있나? 대단해, 대단해. 졸라게 놀라워. 안 그러냐? 만석 전 별로. 어렸을 때부터 하도 놀라운 일을 많이 겪어서. 본인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운수 넌 누굴 닮아서 그렇게 비아냥이 수준급이냐? (말이 없는 만석을 향해) 됐고. 정말 네 애 아니지? 마지막 기회다. 지금 말하면 다 용서해주마. 만석 대체 몇 번을.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요? 운수 근데 너도 생각을 해봐. 퀵으로 물건을 받았어. 물건을 받았는데 수취인이 없어. 수취인도 없고 돈도 착불이라 못 받고. 다시 연락을 하니까 전화기가 꺼져 있어. 하는 수 없이 집으로 가져왔는데, 짜잔. 램프의 요정처럼 아이가 튀어나왔네? 너라면 이게 이해가 가냐? 만석 이해가 안 가면 이해를 하지 마세요. 어차피 관심도 없잖아요. 운수 네가 이 애빌 가다마사, 띄엄띄엄 보는, 아주 건방진 경향이 있는데. 만석 (말 자르며) 됐어요. 내 애 아니고, 오늘 데려다줄 거고, 그걸로 끝입니다. 그러니 더는 아무 말 마세요. 운수 (곰곰이 생각하다) 그런데 말이야. 이런 경우엔, 뭔가 보상금 같은 거 안 주냐? 일주일을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했는데. 만석 안 줍니다. 버려진 애 돌봐주고 무슨 돈을 바래요? 양심도 없어요? 운수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양심이 무슨 소용이라고. 그러다 손가락 빨고 사는 거야. 손해만 보다 빚더미에 올라앉는 거고. 만석 우리 집도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죠. 누구 덕분에. 운수 (기분 나빠하지 않고 반색하며) 그러니까, 뭔가 탈출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들아. 그런 의미에서, 총알 좀 있냐? 이번에야말로 빚에서 좀 벗어나보게. 만석 (어이없어하며) 없어요. 운수 갚는다, 갚아. 이번에 한꺼번에 갚는다. 얼마지 이제까지 빌린 게? 한 백만 원 되냐? 만석 이백십팔만 사천오백 원이요! 운수 거짓말하지 말고. 만석 이자 빼고 원금만! 운수 그렇게 많았냐? 사천오백원은 뭐야? 대복 지난주에 가져간 담뱃값이요. 운수 아, 그래, 백 원짜리랑 십 원짜리 말이지. 집 앞 편의점 알바애가 실실 쪼개더라. 십 원이 남네요, 하면서. 그 뒤로 내가 거길 못 가요. 만석 능력 없으면 끊으세요. 운수 담배까지 못 피우면 이 엿 같은 세상을 어떻게 견디겠냐? 만석 그래서, 얼마요? 운수, 비굴하게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인다. 만석,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만석 여기요. 운수 (지폐를 보며) 뭐냐 이게? 만석 담배 네 갑은 살 수 있을 겁니다. 운수 (손가락 두 개를 힘차게 펴며) 이 두 개를 말한 거지, (손가락을 굽혀서 내보이며) 이 두 개가 아니라. 만석 없어요. 운수 그러지 말고. 이번 주말 지나면 바로 준다니까, 진짜로. 만석 없습니다. (사이) 다음주 할머니 병원 가는 거 알고 있죠? 운수 벌써 한 달이 지났냐? 만석 이번엔 몇 십만 원이라도 좀 내세요. 할아버지도 나도 이제 돈 나올 데가 없어요. 목구멍까지 찼다고요. 운수 알았어, 알았어. (혼잣말처럼) 그러니까 내가 신약으로 하자니까. 만석 할머니가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운수 네 할머니이기 전에 내 엄마야. 어디서 돼먹지 않은 소리야? 만석 똑바로 하시라고요, 그러니까.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이게 다예요. 운수 필요 없어, 새끼야. 보자 보자 하니까 지 애비를 허수아비 짚단으로 알아. 싸가지 없는 새끼.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다시 나와 지폐를 챙기고 욕실로 향한다) 두고 봐,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네놈 얼굴에 뿌려줄 테니까. 만석 이백이십오만 사천오백 원입니다. 운수, 가만히 노려보다 욕실로 들어가 문을 세차게 닫는다. 멍하니 지갑을 들여다보는 만석. 한숨을 쉬다 옆에 놓여 있는 빨랫감을 발견하고 정리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 빈 분유통을 들고 나오는 옥화. 분유통을 싱크대에 넣은 후 소파로 와 앉는다. 옥화 저녁은 어떡할래? 만석 바로 나가봐야 해요. 옥화 뭐가 급하다고 밥도 걸러. 찌개 끓여 놓은 거 데우면 되니까 한술 뜨고 가. 만석 담당 직원이 곧 전화할 거예요. 준비하고 있다 바로 나가야 해요. 옥화 그 사람은 주말에도 일한다니? 만석 그 사람도 빨리 마무리하고 싶겠죠. 옥화 여기 있는다고 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뭘 그리 야박하게. 전화해서 월요일에 데리러 오라 그래라. 만석 이미 끝난 일이에요. 더이상은 안 돼요. 아까 얘기드렸잖아요. 옥화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야. 애를 데려가면 재울 데는 있대? 분유는 탈 줄 알고? 이제야 겨우 적응 좀 했는데, 또 이렇게 다른 데로 보내면 애가 놀라. 월요일에 오라 그래. 만석 그 사람들은 그게 직업이에요. 버려진 애들 보살피는 거. 옥화 버려지다니. 만석 빨리 가야 적응을 하죠. 여기서 계속 살 수 없잖아요? 옥화 왜 못 살아? 그냥 살면 되지. 아버지가 아무 얘기 안 하던? 만석 (얼버무리며) 별말 없었는데요. 옥화 하여튼 도움이 안 돼요. (사이) 한 번 더 생각해봐라. 만석 뭘요? 옥화 우리가 키우는 거 말이다. 만석 (단호하게) 그건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옥화 네가 말한 그 절차라는 것만 해결하면 키울 수 있는 거잖냐. 만석 그냥 들은 걸 얘기한 거예요. 저도 잘 몰라요. 사실 알고 싶지도 않고요. 옥화 그 애 얼굴을 봐서 알잖니? 큰 눈망울, 둥근 콧잔등에 숱도 무성하고. 사랑받으며 크면 이쁘게 자랄 거야. 천벌받아, 그런 애 버리면. 만석 천벌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어요. 애가 어떻게 되든 말든 버리고 도망간 사람들이죠. 옥화 이 할미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싶다. 만석 자식을 버리는 게 이해가 가요 할머닌? 그래요? 옥화 (당황하며) 그건 아니다만. 그래도 이게 다 인연 아니겠나 싶고. 만석 여긴 그냥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에요. 길어지면 불행한 인연이 될 뿐이죠. 옥화 애 생각을 해봐라. 어디 멀리 외국에 보내져서 소젖 짜고 양털이나 벗겨내게 할 셈이냐? 만석 누가 그래요? 옥화 나도 귀가 있고 눈이 있어. 티비에서 다 봤다. 만석 팔려 가는 게 아니에요, 입양이죠. 외국 가서 더 잘 먹고 좋은 교육받고 더 사랑받고 클 거예요. 그리고 아무려면 어때요. 내 아이도 아닌데. 옥화 우리 손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인정머리가 없어졌을까. 민달팽이 집이 없다고, 불쌍하다고 울던 우리 착한 손자는 어디 갔을까. 응? (사이, 달래듯) 그러지 말자. 어디 보내지 말고 우리가 키우자. 만석 우리 형편을 좀 생각하세요. 옥화 입 하나 는다고 당장 내일 굶어 죽는다니? 제 먹을 건 타고나는 거야. 만석 다 있는 사람들 이야기에요. 옥화 네가 그렇게 나오면 나도 다 생각이 있다. 만석 무슨 생각이요? 옥화 그 절차라는 거, 내가 하면 되지. 만석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옥화 왜 말이 안 돼? 만석 할머니는 안 돼요. 옥화 내가 왜 안 돼? 만석 암 환자가 무슨 애를 키워요? 옥화 (당황하며) 그게 무슨. 암 환잔 애를 못 키운다니? 만석 입양도 못 할 거예요. 옥화 이 집에 나 혼자뿐이냐? 너도 있고, 운수도 있고, 네 할아버지도 있고. 만석 전 빼주세요. 도와 드리지 않을 거니까. 옥화 그래, 그럼 넌 빠지고. 나랑 네 애비랑, 아니 네 할아버지랑 키우지 뭐. 만석 맘대로 하세요. 근데 애는 오늘 데리고 갈 거예요. 그렇게 하기로 했고요. 얘긴 끝났습니다. 옥화 안 된다. 그렇게 안 둘 거야, 이 할미가. 만석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하셔야 해요. (방으로 향한다) 옥화 (혼잣말처럼) 커갈수록 지 애비를 닮아가는 건지. 만석, 옥화의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서 있다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간다. 옥화, 멍하니 앉아 있다. 잠시 후 대복 안방에서 나온다. 검정색 양복을 입고 있다. 욕실 문을 열고 깜짝 놀라는 대복. 대복 아이고 깜짝이야. 뭔 짓이냐, 이 망할 자식아! 운수 (목소리만) 뭐가요? 대복 왜 그러고 섰냐고? 운수 (목소리만) 하루에 삼사 분씩 이렇게 물구나무를 서줘야 뇌경색에 안 걸린답니다. 대복 옷이나 처입고 해라. 운수 (목소리만) 아버지, 여긴 욕실이라고요.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는 대복. 주방으로 가 대충 손을 닦고 거실 쪽으로 나와 소파에 앉는다. 대복 애새끼가 갈수록 이상해져. (사이, 혼자 웃으며) 아, 고놈, 참 여자애라서 그런지 애교가 장난이 아니네. 눈웃음치는 게 어찌나 이쁜지. 안 그래? (옥화가 반응이 없자) 뭐해? 옥화 응? 왜요 왜? 대복 어따 정신을 팔고 있어? 옥화 뭐라고 했어요? 대복 밥 먹자고. 옥화 아, 그래요, 그래야죠. 대복 (일어서는 옥화를 말리며) 이 사람이 나사가 빠졌나. 있어 그냥. 저녁은 무슨. 연씨네 상갓집 가기로 했잖아. 옥화 어디요? 아, 그랬죠, 상갓집. 대복 약 때문에 그래? (문득 생각난 듯) 아, 애는 만석이가 보나? 옥화 (힘없이) 조금 있다 데려다주기로 했대요. 대복 (실망한 듯,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래. 오늘? 뭔 사람들이 주말에도 일을 하나. 옥화 만석일 잘못 키웠나 봐요. 대복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옥화 엄마 없는 손자새끼, 기 안 죽이고 번듯하게 키우려고 어르고 달래고 오냐오냐 키웠더니 어른 되더니 인정머리도 없고, 고집불통에, 저밖에 모르고. 대복 헛소리하지 마. 만석이만 한 놈이 요즘 세상에 어디 있다고. 내가 살면서 유일한 자랑거리가 있으면 만석이 놈이 내 손자라는 거야. 옥화 나도 그런 줄 알았죠. 대복 맘고생을 하면서 커서 그런지 어린놈이 어둔 구석이 있긴 하지만. 옥화 친구도 하나 없는 거 아니겠죠? 대복 헛소리 지껄일 거면 가서 옷이나 챙겨 입고 나와. 옥화 정말 우리가 키우면 안 될까요? 대복 누굴? 옥화 저 애요. 대복 어허, 이 사람. 물이나 줘. 옥화 왜요? 불가능한 일도 아니잖아요. 대복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무책임한 일이지. 옥화 (물을 가지러 가며) 풍족하게 키우진 못해도 부족하게 안 키우면 되잖아요. 딴 집에 가서 어떻게 클지 누가 알아요.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데. 대복 당신이 신경쓸 일 아니야 그건. 옥화 그럼 난 뭘 할까요? 왜요? 당신도 암 환자가 뭔 소릴 하나 싶은 거예요? 대복 이 사람, 할 게 왜 없어? 옥화 뭐요? 대복 (무심하게) 잘 보내줘야지. 둘 다 잠시 말이 없다. 잠시 후 물을 떠서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옥화. 대복, 마신다. 대복 (곧바로 잔을 내려놓으며) 찬물 없어? 옥화 따뜻한 거 드세요. 대복 사십 년 동안 내가 따뜻하게 마시는 거 봤어? 옥화 배 아프다면서요. 대복 그런 적 없는데. 옥화 지난밤에도 배 붙잡고 끙끙댄 거 다 알아요. 대복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안 돼. 살던 대로 살아야지. 옥화 살던 대로 살아서 이 모양 이 꼴이잖아요. 대복 우리 꼴이 어때서? 이만하면 잘살았지. (냉장고 냉동칸에서 얼음을 꺼내 컵에 담아 휘젓는다) 옥화 거기 찬장 위에 좀 봐요. 대복 왜? 옥화 만석이가 무슨 비타민인가 사왔다고 하루에 하나씩 먹으라고 했어요. 대복 (찬장을 뒤적여 약통을 꺼내 읽는다) 아쿠알렌? 이게 뭔데? 옥화 몰라요, 몸에 좋대요. 대복 당신이나 먹어. 옥화 드세요. 대복 아, 안 먹어. 내가 평생 약이란 걸 먹고 살았던가. 당신이나 꼬박꼬박 챙겨 먹어, 까먹지 말고. (약통을 다시 찬장에 넣는다) 옥화 난 다른 약 못 먹어요. 의사가 그랬어요, 치료하는 동안 다른 약은 먹지도 말라고. 대복 (찬장 문을 닫으며) 아, 몰라. 그럼 낫고 나서 먹든가. (그냥 물만 마신다) 옥화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척이라도 좀 해봐요. 따뜻한 물도 싫다, 약도 싫다, 그놈의 고집은. 대복 칠십 년을 이렇게 살았어. (소파 테이블로 잔을 가져온다) 옥화 앞으로 반백년은 더 살 텐데, 지금부터라도 건강 챙겨야죠. 대복 시답지 않은 소리. 오늘내일하는데 새삼스럽게 뭔 건강 타령이야. 요즘엔 아주 귀가 따가워, 하도 몸 여기저기가 곡소리를 내서. 운전도 그만해야 할까봐.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하는지 모르겠어. 이젠 내가 겁이 나. 차 몰고 가다 승객들 얼굴을 보면 이 사람들, 다 내 저승길에 데려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 요즘엔 정말이지 제발 곱게만 죽었으면 하는 게. (시무룩해하는 옥화를 보며) 괜찮겠어? 상갓집엔 나 혼자 가도 돼. 옥화 아니에요, 같이 가요. 연씨네가 남도 아니고. 대복 인생 참 허무하지. 그 양반이 그렇게 갈 줄 누가 알았어? 옥화 그러게요. 그렇게 시간 아깝다고, 바쁘게 살아야 한다더니 정말 바쁘게 가버렸네요. 대복 그러니까, 뭐든 적당히 하며 살아야 해. (사이) 몸은 어때? 옥화 그냥 그래요. 대복 그냥 그렇다고? 옥화 그냥 그렇다고요. 대복 그냥 그런 게 어떻다는 거야?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옥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아요. 대복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다) 그러니까 그게 뭔 말이야? 옥화 아휴, 그냥 그런 줄 알아요. 대복 (멋쩍은 듯 주변을 둘러본다) 사람이, 자꾸, 화가 늘어. 옥화 피곤해요. 좀 누워 있다 나올게요. 대복 전기장판 켜놨어. 옥화 벌써 무슨 전기장판을 켜요, 돈 아깝게. 대복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자면서 오들오들 떠는 거 보기 싫어. 이불도 깔아놨으니까 가서 누워 있어. 옥화 (문득 생각난 듯) 애들 밥을 차려줘야 하는데. 대복 내가 차려줄 테니까 들어가. 옥화 당신이 무슨. 대복 어허, 들어가. 나도 다 할 줄 알아. 옥화 (머뭇거리다) 그럼, 좀만 누울게요. 대복 들어가, 들어가. 옥화 방으로 들어가고 홀로 남은 대복. 천천히 거울 앞으로 걸어간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넥타이를 꺼내 매기 시작한다. 하지만 잘되지 않는지 번번이 실패한다. 욕실 문을 나와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운수. 대복이 포기하고 소파로 걸어 나오자 헛기침을 하며 소파로 다가오는 운수. 욕실로 들어갈 때와 똑같은 모습이다. 운수 아, 개운하다. 대복 (시계를 보고, 운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제대로 씻기나 한 거냐? 운수 진정한 신사는 항상 한결같아야 합니다. 대복 네가 한결같이 얼간이긴 하지. 운수 또 그러신다. 하나뿐인 아들이 얼간이면 퍽도 좋으시겠네요. 대복 이럴 줄 알았다면 줄줄이 낳을 걸 그랬지. 운수 그러시지 그랬어요? 대복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그랬다. 네놈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울 것 같아서. 운수 찢어지게 가난한 건 아니었잖아요, 우리가? 대복 (놀란 얼굴로) 네놈 태어났을 때 우리 전 재산이 얼마였는 줄 아냐? 수중에 칠만 원이 있었다, 칠만 원! 자장면 한 그릇에 삼십 원이었는데, 그걸 못 사먹었다, 돈이 아까워서. 운수 귀에 인이 박이겠어요 그 얘긴. 대복 부탁이니 제발 그 쓸모없는 귀에 좀 박아 놔라. 어디 구멍이라도 뚫린 거냐? 왜 맨날 듣고 흘려, 흘리긴? 운수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사이) 어머닌요? 대복 방에 누워 있다. 운수 밥 먹고 바로 일하러 가야 하는데. 어머니! 대복 네가 차려 먹어라. 운수 왜요? 대복 내 마누라가 네놈 종이냐? 앞으론 네가 차려 먹어. 운수 나 참, 계속하실 거예요? 그만하시죠. 대복 밥솥 안에 밥 있고, 냄비 안에 찌개 있다. 그 손 노름할 때만 쓰지 말고 이젠 네 엄마 좀 도와라. 운수 아니, 밥을 나만 먹어요? 숟가락 하나만 얹자는데, 그것도 못마땅하세요 이젠? 대복 (넥타이를 살피면서) 네 엄마랑 난 초상집 갈 거다. 운수 무슨 초상집을 하루건너 하루씩 가요? 대복 난들 아냐? 줄줄이 하나님 품으로 가는 걸 내가 무슨 수로 막아? 운수 또, 또 흥분하신다. 대복 봐라. 네 애비 꼴을 봐. 나도 곧 간다. 차에 치여 가고, 산책하다 심장마비 걸려 가고, 자다 가고, 내 친구들 다 그렇게 갔어. 나도 멀지 않았다. 운수 아버진 오래 사실 겁니다. 걱정 마세요. 대복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물어보자. 운수 묻지 마세요. 대복 너, 나 가고 네 엄마 가면 뭐하고 살래? 그냥 지금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동네 노름판이나 기웃거리면서 주인 없는 강아지마냥 떠돌면서 살고 싶냐? 운수 퍽도 좋겠습니다. 대복 정신 좀 차려라. 네 나이가 벌써 오십이야. 운수 오십이 뭐 어때서요? 대복 뭔가 대단한 건 못 해냈어도 대단한 척은 해야 할 나이 아니냐. 내가 딱 네 나이 때 이 집을 샀다. 빚 하나 없이. 너도 기억하지? 운수 당연히 기억하죠. 제가 그때 결혼했잖아요. 대복 (당황하며) 그랬냐? 운수 말 나온 김에 저도 하나 물어볼까요?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대복 (말 자르며) 묻지 마라. 운수 그 여잘 왜 그렇게 싫어하셨어요? 대복 그런 적 없다. 운수 나이가 너무 많아서? 근본도 알 수 없는 고아여서? 술집에서 니나노 하던 여자라서? 셋 중에 골라보세요. 아니면, 주관식으로 하셔도 되고요. (대답 없는 대복을 향해 채근하듯) 네, 네? 대복 이상한 아이였다. 음침하고 말도 없고 늘 남의 눈치만 살피고. 병 걸린 사람처럼. 운수 멀쩡할 리가 있습니까? 평생을 비바람 속에서 살아가보세요. 누구라도 이상해집니다. 하지만 절 사랑해줬습니다. 저도 사랑했고요. 대복 나는 네가 더 나은 사람을 만나길 바랬다. 운수 거짓말 마세요. 아버진 그냥 그 여자가 싫었던 겁니다. 아님, 제가 싫었던 건가요? 대복 그 시절 우리 대 부모들은 다 그랬다. 어떤 부모라도 그랬을 거야. 우린 옛날 사람이다. 운수 심지어 만석일 낳고 나서도 변하지 않으셨죠. 아버지도! 어머니도! 대복 그 애가 도망간 게 우리 탓이라는 거냐? 운수 (어이없어하며) 그럼, 누구 잘못일까요? 두 분 말고 그 여잘 싫어한 사람이 또 있었나요? 대복 그만하자. 이십 년도 지난 얘기. 운수 그러죠. 그러니까 쓸데없는 얘기하지 마세요, 아버지도. 대복 (분노하며) 쓸데없는 얘기? 그래서? 앞으로도 그렇게 개차반처럼, 한량처럼, 동네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받으면서 살겠다고? 운수 제 인생입니다.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 써요. 대복 신경써라 써. 이 지옥불에 빠질 자식아. 이 동네에서 사십 년을 살았어. 모두가 우릴 안단 말이다. 운수 아버지를 아는 거죠. 어머니를 아는 거고. 대복 너는 뭐 어디서 날아 들어왔냐? 네가 우리 집안 골칫덩이인 것도 다 알아. 운수 그렇게 부끄러우시면 나가 드릴까요? 대복 안 되지, 안 돼. 그럴 수야 없지. 나가서 또 무슨 사골 치려고. 수작 부릴 생각 마라. 운수 아, 그렇죠. 이 집이 아직까지 반은 아버지 거죠? 대복 (정색하며) 더는 안 된다. 한 번 더 사고 치면 그땐 정말 너랑 나랑 갈라서는 거다. 운수 갈라서는 게 그리 낯선 경험이 아니라서. 대복 돈은 어떡할 거냐? 운수 무슨 돈이요? (황당해하는 대복을 향해) 갚을 테니 기다리세요. 대복 원금은 바라지도 않으니 은행이자라도 내놔라. 운수 갚습니다, 원금까지 다. 십 원짜리 하나 빼놓지 않을 테니까 두고 보세요. 대복 말했다. 이자. 운수 알았다고요. 갚는다고요. 이때 방문이 열리고 만석이 거실로 나온다. 외출복 차림이다. 운수 여, 아들아. 아버지 밥 좀 차려다오. 주방으로 향하는 만석. 밥을 차리려 하는 줄 알고 득의만만해하며 대복을 향해 웃음 짓는 운수. 만석이 박스를 살펴보고 소파 쪽으로 가져오자 실망한다. 운수 아드님? 제 말 귓구멍에 들리셨어요? 만석 차려 드세요. 바로 나가봐야 돼요. 운수 뭐 어려운 일이라고. 밥 푸고 찌개 데우고 반찬 꺼내놓으면 되지. 만석 그렇게 하시면 되겠네요. 운수 캬아, 아버지. 보셨죠. 제 아들이 저렇게 자기 소신이 있고 싸가지가 없습니다. 대복 차려 먹어라 네가. 만석아, 이리 와서 이것 좀 봐라. 운수 아버지, 우리 집안에 언제부터 예의범절이란 단어가 사라진 거죠? 대복 넥타이를 못 매겠어. 만석, 대복 목에 건 채로 넥타이를 매보다가 안 되자 벗겨내 거울 앞으로 가져가 자기 목에 걸고 매듭을 맨다. 운수 하긴. 원래 대단한 집안은 아니죠 저희가. 족보도 없고. 대복 상놈의 집안이라서 미안하구나. 운수 상놈까지는 아니고. 농민이나 소작농, 그 정도 아니었을까요 우리 조상님들은. 대복 내 십이대손 할아버지께선 정오품 정량 별좌 교리셨다. 네놈의 십삼대손 할아버지 말이다. 운수 처음 듣는 얘기네요. 대복 그럴 리가. 삼십 원짜리 자장면 얘기 다음으로 많이 해줬을 텐데. 만석 (넥타이를 대복의 목에 걸어주며) 잠깐 봐요. (정리를 해준다) 됐어요. 운수 아들아, 너는 이 얘기 들어봤냐? 우리 조상 중에 정오품 정, 뭐, 아무튼, 그런 분이 계셨다는데. 만석 근데 이거 너무 낡았어요. 대복 괜찮다. 아직 쓸 만해. 운수 아주 개가 짖는구나, 개가 짖어. 내 말은 다 씹어 드셔들. 만석 이거밖에 없어요? 여기 실밥도 다 터지고. 다른 거 하세요. 대복 괜찮다니까. 운수 손자분 말 들으세요. 온 동네가 영감님을 아신다면서요. 만석 제 거 있는데 가져올게요. 대복 (만류하며) 됐다. 상갓집에 요란하게 하고 가는 거 아냐. 이 정도가 딱 좋아. 만석 할머니랑 같이 가세요? 대복 그래. 저녁 같이 챙겨 먹어라. 만석 저도 바로 나가봐야 해요. 운수 차리고 가라. 네 아버진 배고프다. 대복 밥은 먹어야지. 운수 그래, 밥은 먹어야지. 만석 약속 있어요. 대복 그러냐? 제대로 된 거 먹고 다녀라. 운수 난 약속 없다. 밥 차려줘라. 만석 할머닌요? 대복 방에. 슬슬 깨워야겠다. 만석 제가 들어갈게요. 애도 데리고 나와야 하고. 운수 찌개 데우고 들어가라. 밥 퍼놓고 데리고 나와. 반찬도 꺼내고. 만석 그만 징징대세요. 운수 뭐, 징징? 오냐오냐하니까 이 새끼가 정말. 만석 이젠 제발 철 좀 드시죠. 운수 아유, 그래요. 철이 일찍 들어서 몸이 무거우시겠어요 우리 아드님은. 만석 가족은 안중에도 없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생을 하든 말든 그냥 아버지 편한 대로 살면 그만이죠? 운수 핏대 세우지 마라. 한 대 치겠다 그러다? 만석 할머니 치료비도 그렇고. 할아버지 발톱 수술 못 하는 거 돈 없어서인 거 알고나 있어요? 대출이자가 한 달에 얼만지나 알고 있냐고? 운수 다 아니까 침 튀기지 마라. 만석 아시면 아는 만큼 내놓으세요. 운수 퍽이나 많이 내놓나 보지? 오토바이 그거 타서 얼마나 버냐? 백? 이백? 만석 다른 사람한테 손 안 벌릴 정도는 버니까 걱정 마세요. 운수 아주 그거 돈 조금 빌려줬다고. 만석 모범을 좀 보이시라고요. 운수 왜? 내가 못 미덥냐? 너도 네 엄마처럼 도망갈래? 대복 (엄하게) 그 입 다물어라. 네 귀방맹이 날릴 힘은 나도 아직 있으니까. 운수 좋아요! 한번 해볼까요, 오늘? 삼대가 진하게 한번 엉켜볼까요? 만석 그만하죠. 운수 왜? 막상 하려니까 쫄려? 어이, 아들, 와 봐. 와보라고. 운수, 자리에서 일어나는 만석을 따라가며 뒤통수를 톡톡 친다. 그러다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뒤통수를 때리자 만석이 되돌아서 운수의 양손을 잡아챈다. 바닥에 떨어지는 지폐. 곧바로 만석의 멱살을 쥐는 운수. 운수의 팔목을 강하게 쥐는 만석. 대복, 테이블에 있는 컵을 그들을 향해 던진다. 대복 나가라. 내 집에서 당장 나가. 네놈들 둘 다 나가서 영원히 돌아오지 마. 적막이 흐르고, 잠시 후 옥화가 방문을 열고 등장한다. 차분한 옷차림, 손에 바구니를 들고 있다. 바구니 안엔 아이가 잠들어 있다. 운수와 만석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무심히 지나치는 옥화. 테이블 위에 바구니를 올려놓고 소파에 앉는다. 대복을 보고 이마를 찌푸리는 옥화. 옥화 아, 또 왜 그 넥타이를 했어요. 버렸어도 벌써 버렸어야 할 걸. 대복 이 사람 버리긴 왜 버려 이걸. 옥화 멀쩡한 넥타이를 두고 왜 자꾸 그것만. 대복 다 자기 몸에 맞는 게 있는 거야. 난 이게 편해. 옥화 그놈의 고집은. 이때, 전화벨이 울리고 만석 통화한다. 통화가 끝난 후 옥화에게 다가오는 만석. 옥화의 눈치를 보다가 바구니에 손을 뻗는 만석. 옥화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라. 만석 가야 해요, 할머니. 옥화 알았어. 안 보내겠다는 게 아니야. 여기, 이것만 좀 하고. (바구니를 정리한다) 대복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거기, 거기. 바람 안 들어가게 잘 좀 욱여넣어 봐. 옥화 알겠어요, 있어 봐요. 대복 한 번 더 포대기에 싸야 하지 않겠어? 옥화 그럴까요? 바람이 차니까 아무래도. 만석 그 사람이 집 앞까지 차 가지고 오기로 했어요.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 대복 그렇다는데? 옥화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 (계속한다) 운수 (상자를 발로 툭 차며) 야, 이것도 같이 가져가. 여기다 담아왔으니 여기에 담아가야지. 옥화 저 상잔 두고 가라. 저기에 또 이 애를 가둘 수는 없어. 그럴 순 없어. 만석 알겠어요 할머니. 그렇게 할게요. 대복 어이쿠. 깼는데? 여보, 깼어. 옥화 (바구니 안을 보며) 간다고 또 인사한다고 깬 거야, 기특하게? 그런 거야? 대복 우루루루루, 까꿍. 웃는다 웃어. 고놈 참. 옥화 한 번 더 해봐요. 대복 그럴까? 우루루루루, 까꿍! 옥화 (만석을 향해) 아가, 방에 파란색 가방 하나 있어. 그거 좀 갖고 나와. 대복 뭔데? 옥화 애한테 필요한 것 좀 쌌어요. 대복 딸랑이도 넣지 그랬어. 그거 좋아하던데. 옥화 넣었어요. 대복 잘했네. 운수 (빈정거리듯) 참, 재미나게 사십니다, 두 분. 알콩달콩, 보기 좋네요. 대복 아직도 안 나갔냐? 운수 나가야지요. 이 집에 제가 있을 곳이 없는데. 대복 밖엔 있고? 운수 글쎄요. 정말 이제부터라도 찾아볼까요? (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는다. 가방을 가지고 나오는 만석과 눈이 마주치지만 서로 외면한다) 돈도 생겼겠다. 옥화 밥 한 숟갈 뜨고 가. 너 좋아하는 꽃게찌개 끓여놨어. 잠시 침묵. 운수 됐어요. 약속 있어요. 옥화 그럼 냉장고에 넣어 놓을 테니까 낼 아침에 들어와서 먹어. 운수 그냥 드세요. 얼마 된다고 그걸 남겨요. 갔다 올게요. (나간다) 옥화 (밖에서 들리게 큰소리로) 냉장고에 넣어 놓는다. 알았지? 알았지? 대복 (가방을 들고 서 있는 만석에게) 왜 그러고 섰어? 앉아. 만석 집 앞에 와 있대요. 대복 벌써? 만석 네. 옥화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잘살아라. 사는 게 제 맘처럼 되는 것도 아니니까 부모 원망 말고 운명이려니, 팔자려니, 누구 탓할 것도 없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세월 가고 세월 가면 언제 이만큼 왔나 싶을 테니 하루하루 즐겁게 웃으면서 살아. 네 세상도 한세상, 내 세상도 한세상, 결국 한세상 사는 거니, 그러니까 너는 멀리멀리, (떨리는 목소리) 발길 닿는 데까지 멀리 가렴. 대복 (꽃병에서 꽃을 꺼내 바구니 옆에 감는다) 꽃바구니 타고. 옥화 그래, 꽃바구니 타고. 어디, 하루하루가 오늘만 같겠니? 대복 그래. 오늘만 같을라고. 전화벨이 울리지만 받지 않는 만석. 그런 만석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옥화. 천천히 바구니를 내어준다. 만석 갔다 올게요. 늦을지도 몰라요. 먼저 주무세요. 대복 그래. 얘기 잘하고 와. 만석 네. 저 가요, 할머니. 반응 없는 옥화. 대복 손짓으로 만석을 보낸다. 만석 밖으로 나간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에 다가가 밖으로 나가는 만석을 지켜보는 대복. 잠시 후 자리로 돌아온다. 그사이 옥화 역시 일어서 서성이다가 가운데 소파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대복 그 옆에 앉아 정면을 응시한다. 대복 갔네. 옥화 갔네요. 대복 그래. (사이) 어떡할까? 우리도 가야지? 옥화 가야죠. 대복 안 가면 안 되겠지? 옥화 안 되겠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씨잖아요. 대복 그래. 가야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씨니까. 옥화 네. 대복 그럼 갈까? 옥화 그래요, 가요. 대복 그래. 가자구. 옥화 가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두 사람. 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암전.
  • ‘레아 공주’ 떠난 다음날… 하늘 따라간 엄마 레이놀즈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 등에 출연한 미국의 유명 배우 데비 레이놀즈가 28일(현지시간) 84세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딸인 배우 캐리 피셔가 세상을 등진 지 하루 만이다. 미국 연예매체 TMZ는 고인이 이날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쓰러진 뒤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치료를 받다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TMZ는 레이놀즈가 아들 토드 피셔와 딸의 장례 절차를 논의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토드 피셔는 “어머니는 캐리가 그리워 늘 함께 있고 싶다고 말씀하신 뒤 얼마 되지 않아 쓰러지셨다. 그게 어머니의 유언이 됐다”고 전했다. 레이놀즈의 딸이자 ‘스타워즈’ 레아 공주 역의 배우 캐리 피셔는 심장마비 치료를 받다 하루 전인 27일 60세의 나이로 숨졌다. 1932년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태어난 레이놀즈는 16세에 캘리포니아 미인대회에서 수상한 뒤 할리우드 스튜디오 MGM에 발탁돼 영화계에 입문했다. 19세 때인 1952년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로 명성을 얻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별나라로 떠난 스타워즈 ‘레아 공주님’

    별나라로 떠난 스타워즈 ‘레아 공주님’

    1977년 출연… 최근에도 열연 영화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 역을 맡았던 배우 캐리 피셔가 심장마비 치료 중 6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셔는 지난 23일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중 기내에서 심장마비를 호소해 귀국과 동시에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다가 닷새 만에 숨졌다. 피셔의 대변인은 이날 오전 8시 55분 피셔가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딸 빌리 루드는 “우리 가족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기도에 감사드린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가수 에디 피셔와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의 여주인공 데비 레이놀즈 사이에서 태어난 피셔는 1975년 영화 ‘샴푸’를 통해 할리우드에 데뷔했다. 그녀는 조디 포스터 등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1977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4-새로운 희망’에서 레아 공주 역을 따내면서 인기를 얻었다. 피셔는 유명 포크록 듀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멤버인 폴 사이먼과 1983년 결혼했으나 이듬해 이혼했다. 1970년대 후반 약물 중독을 겪은 피셔는 1987년 자신의 경험을 담은 자전적 소설 ‘포스트카즈 프롬 디 에지’를 발표해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피셔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등의 영화와 인기 TV 시리즈 ‘섹스앤더시티’, ‘빅뱅이론’에도 출연했다. 지난해 개봉한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에서도 해리슨 포드와 함께 특별출연했다. 내년 12월 개봉 예정인 ‘스타워즈 에피소드8’의 촬영도 마쳤다. 국내에서 28일 개봉하는 ‘로그 원:스타워즈 스토리’에도 컴퓨터그래픽(CG)처리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루커스 감독은 “피셔는 ‘스타워즈’에서 우리의 영원한 레아 공주였다”면서 “그녀의 가족, 지인 그리고 팬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애도했다. 포드도 “그녀는 특별했고 용감한 인생을 살았다”고 회상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스타워즈 레아 공주 캐리 피셔, 심장마비 사망 ‘할리우드 스타 애도’

    스타워즈 레아 공주 캐리 피셔, 심장마비 사망 ‘할리우드 스타 애도’

    스타워즈 레아 공주 캐리 피셔 사망소식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애도했다. 27일(이하 현지시각) 해리슨 포드는 성명서를 통해 “캐리는 독창적인 존재였다”며 “재밌는 사람이었고 두려움이 없었다. 캐리는 용감하게 살았다. 우리 모두 그녀를 그리워 할 것이다”고 애도를 전했다. 해리슨 포드와 캐리 피셔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클로이 모레츠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캐리 피셔가 평화롭게 잠들기를. 당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Rest In Peace Carrie fisher. You will never be forgotten)”는 글을 게재했다. 이와 더불어 조지 루카스, 마크 해밀, 크리스 에반스 등 할리우드 영화인들 역시 캐리 피셔의 사망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했다. 캐리 피셔는 지난 23일 런던발 로스앤젤레스행 항공기에서 심장 마비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27일 끝내 사망했다. 캐리 피셔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레아 공주로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포토] ‘스타워즈’ 레아 공주역 캐리 피셔, 심장마비로 사망… ‘포스가 함께하길’

    [포토] ‘스타워즈’ 레아 공주역 캐리 피셔, 심장마비로 사망… ‘포스가 함께하길’

    영화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배우 캐리 피셔가 27일(현지시간) 6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피셔는 심장마비 증세를 보여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료를 받던 중 닷새 만에 숨을 거뒀다.사진은 2015년 1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화 ‘스타워즈:깨어난 포스’ 시사회에서의 모습.AFP 연합뉴스
  • [포토] ‘스타워즈’ 레아 공주역 피셔 심장마비 사망

    [포토] ‘스타워즈’ 레아 공주역 피셔 심장마비 사망

    SF 영화의 레전드 ‘스타워즈’에서 레아 공주 역을 맡아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미국 할리우드 배우 캐리 피셔가 심장마비 증세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료를 받던 중 27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향년 60세. 사진=AP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당신의 피는 알고 있다… 15년 내 심장마비가 찾아올지를

    [핵잼 사이언스] 당신의 피는 알고 있다… 15년 내 심장마비가 찾아올지를

    심장마비는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본인도, 주변 사람도 허둥대다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다. 하지만 이젠 피만 뽑아 검사하면 미래에 심장마비가 발병할지를 알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에든버러대학 등 연구진이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최대 15년 뒤까지 심장마비 발병 여부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단 30분 만에 결과가 나오는 이 간편한 검사 방법의 개발로 이제 의료진은 심장마비 위험이 큰 환자를 식별해 약물을 처방하거나 생활습관을 고치도록 권고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다. 매년 영국에서 발생하는 심장마비 사례는 약 18만 8000건이며 이로 인해 사망하는 사례는 약 7만건이다. 그런데 대부분 사례는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특히 음주, 흡연, 식이요법, 운동 등 생활습관 요인이 약 85%의 사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자기 몸에 심장마비와 관련한 이상 징후가 나타날 때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장근육 손상 땐 단백질 ‘트로포닌’ 혈류로 나와 심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심장 근육이 손상되면 ‘트로포닌’이라는 단백질이 혈류로 나온다. 이를 통해 이미 병원에서는 혈액검사로 트로포닌 수치를 측정해 심장 손상 여부를 진단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연구는 트로포닌 검사를 통해 누군가가 실제로 심장마비를 일으키기 전 조기 손상 징후를 진단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 검사 방법은 콜레스테롤을 줄여 주는 약물 ‘스타틴’을 처방을 받아야 할 사람들을 정확히 찾아냄으로써 주요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실제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만 심장질환 병력이 없는 중년 남성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트로포닌 수치에 따른 1~15년 뒤 심장마비 발생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여기서 트로포닌 수치가 높게 나왔던 사람들은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이 2.3배 더 크다는 것을 연구진은 발견할 수 있었다. ●‘스타틴’으로 트로포닌 수치·마비 위험 낮춰 연구진은 스타틴 약을 먹으면 트로포닌 수치를 신속하게 떨어뜨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트로포닌 수치가 25%까지 감소한 사람들은 심장마비 위험 역시 5배 낮아졌다. 이번 연구를 이끈 니컬러스 밀스 에든버러대 교수는 “관상동맥 심장 질환 위험 환자들을 관리하는 방식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트로포닌 검사로 의사들은 건강한 일반인 중에서 자신도 모른 채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개개인을 밝힐 수 있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예방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 심장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피만 뽑아 검사하면 ‘미래 심장마비’ 예측 가능(연구)

    피만 뽑아 검사하면 ‘미래 심장마비’ 예측 가능(연구)

    이젠 피만 뽑아 검사하면 심장마비 발병 여부를 아는 시대가 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9일(현지시간) 영국 에든버러대학 등의 연구진이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최대 15년 뒤까지 심장마비 발병 여부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단 30분 만에 결과가 나오는 이 검사 방법의 개발로 이제 의료진은 심장마비 위험이 큰 환자를 식별해 약물을 처방하거나 생활습관을 고치도록 권고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다. 매년 영국에서 발생하는 심장마비 사례는 약 18만 8000건이며 이로 인해 사망하는 사례는 약 7만 건이다. 그런데 대부분 사례는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특히 음주, 흡연, 식이요법, 운동 등 생활습관 요인이 약 85%의 사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자기 몸에 심장마비와 관련한 이상 징후가 나타날 때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심장 근육이 손상되면 ‘트로포닌’이라는 단백질이 혈류로 나온다. 이를 통해 이미 병원에서는 혈액검사로 트로포닌 수치를 측정해 심장 손상 여부를 진단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연구는 트로포닌 검사를 통해 누군가가 실제로 심장마비를 일으키기 전의 조기 손상 징후를 진단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 검사 방법은 콜레스테롤을 줄여주는 약물 ‘스타틴’을 처방을 받아야 할 사람들을 정확히 찾아냄으로써 주요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를 통해 스타틴이 환자의 몸에 얼마나 제대로 작용하는지 평가할 수 있으며, 만일 이 약물이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의사들이 다른 치료법을 찾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실제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만 심장질환 병력이 없는 중년 남성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트로포닌 수치에 따른 1~15년 뒤 심장마비 발생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여기서 트로포닌 수치가 높게 나왔던 사람들은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이 2.3배 더 크다는 것을 연구진은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결과는 심장질환 치료제로서의 스타틴 사용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연구진은 스타틴 약을 먹으면 현저한 결과로 트로포닌 수치를 신속하게 떨어뜨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트로포닌 수치가 25%까지 감소한 사람들은 심장마비 위험이 5배 낮았다. 또 이번 검사는 약물을 사용해도 트로포닌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다른 유형의 스타틴이나 완전히 다른 유형의 콜레스테롤 감소 약물로 대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니콜라스 밀스 에든버러대 교수는 “이 결과는 대단히 흥미로우며 관상동맥 심장 질환 위험 환자들을 관리하는 방식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트로포닌 검사로 의사들은 건강한 일반인 중에서 자신도 모른 채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개개인을 밝힐 수 있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예방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중년 남성만을 대상으로 해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추가 연구에서도 결과가 같으면 이번 검사 방법은 신속하게 상용화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 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부고] ‘이태원 살인 사건’ 홍기선 감독 별세

    [부고] ‘이태원 살인 사건’ 홍기선 감독 별세

    1980년대 영화운동단체 장산곶매, 서울영상집단 출신으로 사회성 짙은 작품을 만들어 오던 홍기선 감독이 지난 15일 세상을 떠났다. 59세. 최근 7년 만의 신작인 ‘일급기밀’ 촬영을 끝낸 홍 감독은 이날 서울 서초구 우면동 자택에서 갑자기 숨졌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알려졌다. 고인은 1989년 광주민주화 운동을 조명한 ‘오! 꿈의 나라’의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을 맡았다. 고인은 3년 뒤 새우잡이 배 선원들을 통해 한국 사회를 이야기한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로 감독 데뷔를 했다. 이후에도 실제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이태원 살인 사건’(2009) 등 사회적 소재를 다룬 작품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정희씨와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8일. (02)2258-5940.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심폐소생술로 강아지 살려낸 소방관

    심폐소생술로 강아지 살려낸 소방관

    루마니아의 한 소방관이 연기에 질식한 강아지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냈다. 12일(현지시간) 온라인 매체 매셔블에 따르면, 지난 9일 루마니아 아르제슈주의 주도 피테슈티의 한 아파트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51세의 남성이 중상을 입고, 그의 반려견이 연기에 질식했다. 남성은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강아지는 응급조치를 시행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질식사할 상태였다. 그때 한 소방관이 강아지의 흉부를 압박하고는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소방관의 심폐소생술 덕에 강아지는 곧 의식을 되찾았다. 소방관은 강아지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워주고 경직된 몸을 마사지해주었다. 이 모습은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영상으로 담겼고 페이스북에 공개되며 화제를 모으는 상황. 한편 수의학 전문가들은 심폐소생술로 동물을 살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한다. 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심장마비에 걸린 사람이 심폐소생술로 살아날 확률은 20%인 데 반해 개나 고양이가 살아날 확률은 6%에 불과하다. 사진·영상=Costi Tudor/페이스북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빛과 그림자 품은 여성들, 격동의 한 해 만들다

    빛과 그림자 품은 여성들, 격동의 한 해 만들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20명을 2016년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신문은 “올해는 세계무대에서 활약한 여성들의 해였다”며 “격동의 한 해를 만든 여성 정치인, 기업가, 예술가, 운동가 등을 조명해 이들의 성취를 기념하고 실패를 기록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올해의 여성 명단의 처음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 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로 취임한 테리사 메이가 차지했다. FT는 메이 총리의 듬직한 스타일이 대중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혼란스러운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박 대통령과 탄핵된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도 올해의 여성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자국에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했지만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정치적으로 몰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FT는 박 대통령에 대해 “철의 대통령이 최근 몇 달 사이 혼란과 추문 속에서 꼭두각시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이 되기를 꿈꿨지만 대선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한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도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됐다. FT는 “클린턴이 자신의 여성성보다는 주류적 특성을 더 부각시킴으로써 몰락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클린턴의 패배를 이끌어 낸 켈리엔 콘웨이 현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선임고문도 올해의 여성으로 꼽혔다. 이 밖에도 올림픽 체조 금메달 4관왕에 오른 미국 흑인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의 류칭 사장, 디올의 사상 첫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애플에 천문학적 세금 추징을 결정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미국 팝가수 비욘세 등도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됐다. FT는 아울러 올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1주일 전 피살된 조 콕스 영국 노동당 의원, 심장마비로 별세한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도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하며 그들의 삶을 회고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골 넣고 세리머니까지 했는데…경기 중 숨진 축구선수

    골 넣고 세리머니까지 했는데…경기 중 숨진 축구선수

    골을 넣고 세리머니까지 선보였던 탄자니아의 한 축구선수가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숨졌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아프리카 탄자니아 므완자 프로축구팀 음바오 FC에서 공격수로 활약하던 이스마일 음리쇼 칼판(19)은 최근 와두이 FC와의 경기에서 전반 29분 골을 기록했다. 무승부 상황에서 골을 넣은 기쁨에 이스마일은 동료 선수들과 굼벵이 댄스 세리머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30분 뒤 상대팀 선수의 태클에 넘어진 이스마일은 일어나지 못했다. 이스마일은 응급처치 후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탄자니아축구연맹은 “우리는 이스마일 선수의 사망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현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영상=jojo/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최고 연기’ 배우에 쏟아진 박수…알고보니 심장마비

    ‘최고 연기’ 배우에 쏟아진 박수…알고보니 심장마비

    체첸공화국의 한 40대 남성이 공연 무대 위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뉴욕포스트 등 해외 언론이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남부 자치공화국인 체첸에서 배우로 활동했던 48세의 쿠사이노프는 현지에서 열린 한 공연 무대에 올라 정해진 안무에 맞춰 춤 동작을 선보였다. 그가 춘 춤은 레즈긴 족의 전통춤인 레즈긴카(Lezginka)로, 팔과 발을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한 쌍이 춤을 추기도 하고 남자 혼자 출 수도 있으며 종종 독수리를 흉내내거나 검무를 추기도 한다. 당시 쿠사이노프는 체첸 전통 복장을 입고 레즈긴카를 추고 있었고, 춤을 추며 무대 왼쪽에서 여성 댄서를 지나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때 갑자기 다리를 휘청하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졌는데, 무대에는 현장에 있던 가수의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관객들은 그의 동작이 안무의 일환이라고 여기고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하지만 곁에 서 있던 동료 배우는 쿠사이노프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관객들에게 박수를 멈추라고 소리쳤다. 무대 뒤에 있던 동료배우들도 달려 나와 그의 상태를 살폈지만 그는 이미 숨진 후였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충격적인 장면은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무대를 촬영하던 관객이 우연히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쿠사이노프는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자 배우, 댄서로 활동했으며, 평소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관객들 환호와 박수 속 무대서 사망한 댄서

    관객들 환호와 박수 속 무대서 사망한 댄서

    러시아 체첸공화국서 춤을 추던 댄서가 무대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5일(현지시간) 영국 미러는 최근 러시아 체첸공화국 우루스마르탄에서 레징카(lezginka)를 추던 48세 남성 댄서가 무대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관객 스마트폰에 의해 촬영된 영상에는 ‘어머니의 날’ 콘서트에서 체첸 민요를 부르는 여성 가수 리자 아흐마토바(Liza Akhmatova)와 춤을 추며 무대 가운데로 이동하는 알 쿠사이노프(R Khusainov)의 모습이 보인다. 갑자기 쿠사이노프의 스텝이 꼬이면서 바닥에 큰 대자로 드러눕는다. 그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여가수가 노래를 부르며 그에게 다가가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녀가 노래를 멈추고 누워있는 쿠사이노프에게 그만 일어나라고 얘기하자 관객들은 웃음과 박수로 환호한다.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콘서트 스태프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그의 상태를 확인한다. 곧이어 긴급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코사이노프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어린이 댄스 교사로 일했던 쿠사이노프는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레징카’ 는 카프카스 지역의 민속 무용으로 남성 무용수가 칼을 휘두르거나 독수리 날갯짓을 흉내 내며 추는 춤이다. 체첸과 카자크 지역에서 많이 행해지고 있다. 사진·영상= New Come youtube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저염·저열량 ‘대시 다이어트’ 아시나요

    [메디컬 인사이드] 저염·저열량 ‘대시 다이어트’ 아시나요

    ‘생선·잡곡·채소·견과류 등 식단 추천소금 섭취 줄여 심장·혈관 기능 보전하루 1만보 이상 걷는 등 운동 필요금연·절주하고 식사 거르지 말아야 저(低)탄수화물·고(高)지방식’ 열풍이 불면서 건강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탄수화물·고지방식은 단기간에 살을 빼는 데 효과적일지 모르겠지만 오랜 기간 유지하기 쉽지 않고,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낮출 때 생기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시도하다 두통과 피로, 심한 피부발진, 요요현상을 호소하는 분도 있습니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비만학회, 한국영양학회 등 전문가 단체가 한목소리로 이 다이어트법을 반대한 이유는 건강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육류 위주의 식단으로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은 ‘황제다이어트’ 창시자 엣킨스 박사도 2003년 심장마비로 사망한 전례가 있습니다. 사망 당시 그의 나이는 72세로, 몸무게가 116㎏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건강도 지키고 요요현상 부담 없이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식이요법은 없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대시(DASH) 다이어트’에 주목합니다. 건국대병원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대시 다이어트에 맞는 저열량 도시락을 일부 직원에게 점심으로 제공하고 효과를 측정했다고 합니다.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23 이상인 직원 40명을 프로그램에 참여시켰습니다. 일반적인 비만 기준은 BMI 25 이상입니다. A군 20명은 저열량식만 제공하고 B군 20명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칭찬과 함께 의견을 나누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집에서도 비슷한 식단을 유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식사일기’를 쓰도록 하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열량식 실천방안을 교육했습니다. ●요요현상 없이 전원 체중감량 3개월 뒤 A군은 평균 2.2㎏, B군은 4.4㎏을 감량했습니다. 가장 많은 체중을 감량한 직원은 12㎏을 줄였습니다. 단기간에 많은 체중을 감량하는 데 목적을 두는 분들이 보면 대단한 성과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사실은 40명 중에서 요요현상이 생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유정아 건국대병원 영양팀장은 4일 “한 달에 2㎏을 감량하면 보통 건강한 다이어트로 보는데, 다소 지치는 과정이긴 했지만 끝까지 한 명도 요요현상을 겪지 않은 점에서 다이어트 유지율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커뮤니티를 구성해 칭찬을 하고 서로의 의지를 북돋는 방법이 좀더 효과적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무엇을 먹었을까. 대시 다이어트는 사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개발한 식이요법이 아닙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영양학자들과 만든 대시(DASH)라는 단어에는 ‘고혈압을 막는 식이요법’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식이섬유와 과일, 저지방 유제품, 단백질이 많고 지방질이 적은 생선과 닭을 많이 섭취하는 대신 소금과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당류 섭취를 줄이는 것이 골자입니다. 체중감량 효과가 많이 알려져 최근에는 일반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에 맞춰 보면 곡류는 잡곡밥으로 매끼 3분의2 또는 1공기 정도 먹고 포만감을 높이기 위해 나물이나 생채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건국대병원은 강황가루를 첨가한 현미밥, 잡곡밥 등을 제공했습니다. 국이나 찌개는 건더기 위주로 먹고 유제품은 저지방이거나 무지방이면서 설탕이 들어 있지 않은 우유와 요구르트, 치즈 섭취를 권장합니다. 우유와 요구르트는 1컵 정도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붉은 살코기 식품과 햄 등 고지방 육류는 가급적 줄이는 대신 껍질을 제거한 닭고기와 생선류를 적당히 먹는 것이 좋습니다. 소금이 첨가되지 않은 땅콩, 호두, 잣, 해바라기씨도 제공합니다. 반대로 마요네즈나 버터, 설탕, 단 음료수, 사탕, 젤리 등은 가급적 적게 먹어야 합니다. 건국대병원은 대시 다이어트에 기초해 2000㎉를 하루 제공 열량 최대치로 보고 키와 몸무게, 성별에 따라 조절했습니다. 평균 제공 열량은 1600~1800㎉였습니다. 일반적인 한국인 권장 열량인 남성 2500㎉, 여성 2000㎉보다 다소 낮은 수준입니다. ●소금을 줄여야 하는 까닭은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은 나트륨으로 이뤄진 ‘소금’입니다. 대시 다이어트 기준에 따르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2.3g 이하로 줄여야 하고 고혈압 환자는 1.5g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4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절반 정도로 소금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김성권(서울K내과 원장) 서울대 명예교수는 “짜게 먹으면 나트륨 농도를 맞추기 위해 물을 많이 들이켜게 되는데, 요즘에는 물을 먹지 않고 당류가 많이 들어 있는 음료를 마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비만이 생길 위험이 높은 데다 혈압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피자나 닭 튀김에는 많은 나트륨이 들어가는데 기름진 음식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짠 맛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무의식적으로 탄산음료에 손을 대는데 이것은 다시 비만이라는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높아진 혈압은 심장의 기능을 떨어뜨립니다. 관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것을 상상해 보면 됩니다. 힘차게 혈액을 뿜어야 하는데 혈압이 높으니 심장근육이 강하게 움직여야 하고 더 빨리 지치게 됩니다. 신장도 혈압이 높아지면 서서히 망가집니다. 김 교수는 “고혈압이 있으면 20년 뒤 심장을 못 쓰게 되고 30년 뒤에는 신장을 못 쓰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에는 혈압이 높지 않은 환자도 소금을 섭취하면 혈관에 문제가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의 한 연구에서 뇌졸중 환자를 10년 관찰해 보니 혈압이 높지 않아도 소금을 많이 먹으면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소금이 혈관세포를 위축시키기 때문인데 최근 일부 연구에서는 과도한 소금 섭취가 면역체계에 문제를 일으켜 아토피 피부염 같은 면역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시 다이어트에서 빼먹지 말아야 할 부분이 또 있습니다. 바로 ‘운동’입니다. 금연과 절주도 필수입니다. 유 팀장은 “사실 운동과 병행하지 않고 먹는 것만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가급적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하루 1만보 이상을 걷도록 권했다”고 했습니다. 특정 음식만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가만히 앉아서 체중이 줄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아예 먹지 않고 굶는 것도 요요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어느 입술이 내 입술에 키스했는지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어느 입술이 내 입술에 키스했는지

    어느 입술이 내 입술에 키스했는지(What lips my lips have kissed)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어느 입술이 내 입술에 키스했는지 어디서, 어째서 그랬는지 나는 잊어버렸다 그리고 어느 팔이 아침이 될 때까지 내 머리를 받쳐 주었는지도 그러나 오늘 밤 내리는 비는 문을 두드리고 한숨지으며 내 대답을 기다리는 망령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서 고요한 고통이 솟아오른다 이제 다시는, 한밤중에 소리치며 내게로 돌아올 일 없을,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젊은이들로 하여. 그리하여 겨울 되어 외로운 나무 하나 서 있다 나무는 어떤 새들이 하나씩 사라져 갔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러나 그 가지들이 훨씬 잠잠해졌음을 안다 어떤 연인들이 왔다 갔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내 속에서 얼마동안 노래했던 여름이 이제 더이상 내 속에서 노래하지 않음을 나는 안다. What lips my lips have kissed, and where, and why, I have forgotten, and what arms have lain Under my head till morning; but the rain Is full of ghosts tonight, that tap and sigh Upon the glass and listen for reply, And in my heart there stirs a quiet pain For unremembered lads that not again Will turn to me at midnight with a cry. Thus in winter stands the lonely tree, Nor knows what birds have vanished one by one, Yet knows its boughs more silent than before: I cannot say what loves have come and gone, I only know that summer sang in me A little while, that in me sings no more. - 최승자 번역 * 슬프지만, 감상적이지 않다. 힘이 있다. 아~ 이런 시에 무슨 설명을 덧붙여야 하나. 나뭇가지와 새처럼 구체적이고 쉬운 비유, 더 보태고 뺄 것도 없는 한 줄 한 줄이 우리의 가슴 깊은 곳을 휘젓는다.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1892~1950)라는 이름을 나는 최승자 시인이 번역한 시선집 ‘죽음의 엘레지’를 통해 처음 접했다. 자신의 체험을 보편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서정시인이면서 밀레이는 또한 독을 품은 페미니스트였다. ‘어느 입술이 내 입술에 키스했는지, 어디서 어째서 그랬는지 나는 잊어버렸다’로 시를 시작하는 대담함은 아무나 갖기 힘들다. 1920년대에 여성시인이 감히 자신의 입술을 노래한다? 저 점잔 빼는 빅토리아 여왕시대의 영국에서였다면 밀레이는 주류 문단에서 소외됐을지도 모른다. 남성적인 이름인 ‘빈센트’를 고집할 만큼 자아가 강했던 그녀는 신대륙 미국에서 활동했기에 마음껏 자신의 개성을 발산하지 않았나 싶다. 밀레이는 미국 메인 주에서 간호사인 어머니와 학교선생인 아버지 사이에서, 세 딸 중의 맏딸로 태어났다. 밀레이가 열두 살 적에 부모님이 이혼해 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엄마는 딸들에게 야심만만한 자신감과 독립심을 고취시켰다. 근무지를 따라 이동이 잦았지만 시간만 나면 엄마는 딸들에게 셰익스피어와 밀턴을 읽어 주었다. 1912년, 스무 살의 밀레이는 엄마의 권유로 시 대회에 출전해 ‘르네상스’라는 제목의 시를 써서 4등으로 입상했다. 입상한 작품들이 책으로 묶여 나오자마자 언론이 들끓었다. 누가 보더라도 밀레이의 작품이 가장 뛰어났던 것. 1등을 차지한 아무개도 “밀레이의 ‘르네상스’가 최고의 시”라며 당혹감을 표현했고, 2등을 한 참가자는 자신이 받은 상금 250달러를 밀레이에게 주었다. 밀레이의 ‘4등’이 지역문화계의 스캔들이 되었고, 소문을 듣고 그녀의 낭독회를 찾아온 어느 부유한 부인은 밀레이의 미래를 위해 대학 장학금을 내놓았다. 명문여대인 바사대학을 다니며 밀레이는 당대의 급진적인 여성운동가들과 친하게 지냈다. 대학을 졸업한 해에 첫 시집 ‘르네상스와 다른 시들’을 발간하고, 여성들 사이의 사랑을 그린 희극을 쓰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밀레이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뉴욕의 그리니치빌리지로 이사했다. 좁은 다락방에 살며 생활비를 벌려고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쓰고 보헤미안처럼 살았던 시절을 그녀는 “아주, 아주 가난했지만 아주, 아주 즐거웠다”고 회고했다. 밀레이는 공공연한 양성애자였다. 1923년 서른한 살의 밀레이는 마흔세 살의 노동법 전문 법률가 유진과 결혼했다. 페미니스트였던 유진은 결혼 이후 밀레이를 위해 낭독회 등 문학행사를 주선했다. 그녀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남편 덕분에 밀레이의 대중적 인기는 높아갔다. 밀레이 부부는 26년의 결혼생활 동안 서로에게 자유를 허용하며 두 명의 독신자처럼 행동했다고 한다. 밀레이는 젊은 제자를 애인으로 두었고 남편인 유진도 마찬가지. 둘은 뉴욕의 근교에 농장을 사들여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어 직접 기른 채소를 먹었다. 그들의 행복은 1949년 유진이 암으로 죽으며 끝났다. 남편이 죽은 뒤 혼자 살던 밀레이는 1950년 어느날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소설 ‘테스’의 작가 토머스 하디는 밀레이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는 두 개의 매력이 있다. 고층빌딩 그리고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의 시. 그리하여 겨울 되어 외로운 나무 하나 서 있다. 어떤 새들이 왔다 갔는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발밑에서 부서지는 낙엽을 밟으며, 내 속에서 노래했던 여름을 추억해야 하리.
  • 50세 이전 흡연자들 심장마비 위험 8배

    50세 이전 흡연자들 심장마비 위험 8배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산하는 전 세계 흡연인구는 약 10억명에 이르지만 이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고 있다. 흡연이 폐암을 비롯해 각종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더해 이달 초에는 담배 연기가 유전자를 변형시켜 암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 과학자가 포함된 6개국 국제공동연구진이 흡연이 암 발생의 직접 원인이라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하트’ 30일자에는 50대 흡연자들의 경우 비흡연자들보다 심장관련 질환을 앓을 확률이 8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영국 셰필드대와 사우스요크셔 심장병센터 공동연구진은 2009~2012년 급성심근경색(STEMI)으로 사우스요크셔 심장병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성인 1727명을 분석해 이 중 48.5%가 현재 흡연자였고 27% 가량이 최근까지 담배를 피웠다는 결과를 내놨다. 반면 비흡연자는 전체 4분의1 수준인 24% 정도에 불과했다. 특히 50대 심장질환 발병자 중 87% 가량이 흡연자로 나타났다. 또 흡연자들은 심장병과 함께 말초신경질환을 앓는 비율도 비흡연자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에버 그렉 심장병센터 박사는 “다른 연령대의 흡연자들도 비흡연자들에 비해 심장 관련 질환 발병 확률이 높지만 이번 연구는 특히 50대 흡연자가 심장병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금연교육이 어려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짜에 발행된 ‘미국 예방의학회지’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암센터 연구진이 2004~2005년 건강검진에 참여한 70세 이상 성인 17만 명을 추적조사한 결과 70세 이상 흡연자들은 비흡연자들보다 각종 질병에 의한 사망확률이 3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만삭의 몸으로 길거리 응급환자 살린 간호사

    만삭의 몸으로 길거리 응급환자 살린 간호사

    만삭의 몸으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응급환자를 살린 중국의 한 간호사의 사연이 누리꾼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중국 관영매체 CCTV는 만삭의 간호사가 길거리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남성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노란 옷을 입은 간호사가 만삭의 몸을 이끌고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간호사는 길을 지나던 중 거리 한복판에 쓰러진 남성을 발견하고는 주저 없이 무릎을 꿇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그녀는 임신 7개월로 몸을 가누기 쉽지 않은 상태인데다 무리하면 자칫 뱃속 아기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간호사는 병원에서 근무해온 그간의 경험을 살려 온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남성은 곧 의식을 회복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CCTV News/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뉴질랜드서 규모 7.8 강진…댐 무너져 주민 대피, 곳곳 도로·건물 파손(종합)

    뉴질랜드서 규모 7.8 강진…댐 무너져 주민 대피, 곳곳 도로·건물 파손(종합)

    뉴질랜드 남섬에서 14일 (현지시간) 0시 2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댐이 무너져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고, 도로와 건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최소 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 6.8, 6.2 등 여진이 수백차례 이어지고 있어 피해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뉴질랜드 남섬 말버러 지역당국은 이날 오후 4시 20분쯤 카이코우라 인근 클래런스 강의 댐이 무너져 다량의 물이 저지대로 방류되고 있다며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즉시 고지대로 대피하라고 트위터를 통해 공지했다. 뉴질랜드 언론은 댐 하류에 8∼10채의 민가가 있고 조금 더 상류에도 몇 채가 있으나, 아직까지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0시 2분쯤 남섬 노스캔터베리 지역 핸머스프링스 인근에서 미국지질조사국(USGS) 기준 규모 7.8(뉴질랜드 지진 당국 지오넷(GeoNet)기준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은 지하 23㎞다. 이번 지진 발생지는 2011년 2월 규모 6.3의 강진으로 185명이 목숨을 잃고 큰 재산 피해가 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북동쪽으로 91㎞ 떨어진 지점이다. 북섬 남단의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으로부터는 약 200㎞ 떨어졌다. 동부 해안 지역에는 지진해일(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가 약 4시간 후 경보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여진은 이날 오후 1시 41분쯤 규모 6.8을 비롯해 수백차례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남섬의 해안 관광지인 카이코우라에서 건물 붕괴로 1명이,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주거지역에서 심장마비로 1명이 각각 숨졌다. 지진 소식에 수천명이 높은 지대로 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여러 지역에서 전기가 나가고 통신 서비스도 차질이 빚어졌다. 산사태로 도로가 끊기기도 했다. 수도 웰링턴에서도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 일부가 무너지는 등 뉴질랜드를 구성하는 북섬과 남섬 모두 피해가 발생했다. 한인들의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뉴질랜드 남섬 규모 7.8 강진···2명 사망·수천명 급히 대피

    뉴질랜드 남섬 규모 7.8 강진···2명 사망·수천명 급히 대피

    뉴질랜드 남섬에서의 규모 7.8의 강한 지진으로 최소 2명이 숨지고 도로와 건물 일부가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뉴질랜드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어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규모 7.8의 강진은 14일(현지시간) 오전 0시 2분쯤 남섬 노스캔터베리 지역 핸머스프링스 인근에서 발생했다. 뉴질랜드에서는 규모 7.5라고 밝혔다. 지진이 발생한 지점은 2011년 2월 규모 6.3의 강진으로 185명이 사망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북동쪽으로 약 91㎞ 떨어진 곳이다.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으로부터는 약 200㎞ 떨어져 있다. 진원의 깊이는 10㎞로 얕다. 이번 지진으로 남섬의 해안 관광지인 카이코우라에서 건물 붕괴로 1명이,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주거지역에서 심장마비로 1명이 각각 숨졌다. 지진 소식에 수천명이 높은 지대로 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여러 지역에서 전기가 나가고 통신 서비스도 차질이 빚어졌다. 산사태로 도로가 끊기기도 했다. 수도 웰링턴에서도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 일부가 무너지는 등 뉴질랜드를 구성하는 북섬과 남섬 모두 피해가 발생했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지진 발생 수 시간 뒤 웰링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번 지진은 웰링턴에서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충격적인 일”이라며 도로와 사회기반시설에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인들의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용 주뉴질랜드 대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진이 발생한 핸머스프링스와 카이코우라가 관광지로 한국 여행자들이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도 “현재까지 공관에서 파악한 교민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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