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의 정강ㆍ정책구도(“대통합” 신당정국:10 끝)
◎「통일지향ㆍ정치안정」을 두 축으로/남북교류 적극 추진,변혁에 능동대처/「국민정당」 겨냥,보혁의 2분구도 지양
「민주자유당」(가칭)의 노선을 제시하는 정강ㆍ정책부문에서 관심의대상은 통일이다.
15인 통합추진위가 2일 전체회의에서 심의한 강령 시안은 통일문제와 관련,「남북교류와 협력을 촉진시켜 통일기반 조성에 앞장선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같은 통일부분에 대한 신당의 강령은 민정당의 그것보다 훨씬 통일 지향적이다. 민정당 강령은 통일에 대해 「민족사적 정통성에 입각해 민족화합을 바탕으로 평화적 방법에 의한 조국의 자주통일 실현」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책에서도 민정당은 제22항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신당의 통일에 대한 정강ㆍ정책은 말하자면 민정당이 「대화촉진」이었던 데 비해 「교류 촉진」으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총선결과로 만들어진 4당정국을 깨고 거대 신당을 출범시킬 때는 절박하고 명확한 이유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자민당이탄생했을 때는 혁신세력이 급성장,보수세력끼리 합쳐서 혁신세력에 대항해야 할 목적과 명분이 있었다. 87년 민주당이 신민당을 깨고 새로운 당을 결성했을 때는 「독재세력」에 대항하기 위한 「일사불란한 당지도체제」를 명분으로 사용했다. 또 지난 81년 민정당의 출범 당시는 장기 1인집권의 종식과 정의로운 사회건설이 창당명분으로 내세워졌었다.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민주ㆍ김종필공화당총재는 지난달 22일 청와대회담이 끝난 뒤 공동선언을 발표,『통일조국의 앞날을 내다보며 민족통합에 대비하는 정치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신당 창당과 관련해 발표된 문건ㆍ발언 등은 모두 민자당 창당의 명분을 정치안정과 통일지향의 두가지 축안에서 이해시키려 하고 있음이 발견된다. 특히 정치안정이 통일지향을 위한 종속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음은 신당이 내세우고 지향할 바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할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통일을 제외한 나머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여타부분에서 신당의 정강정책은 민정당이나 민주ㆍ공화당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분야에 대해 신당의 강령은 「선진정치문화정착」을 내세우고 있고 경제분야는 「자유시장 경제원리확립과 복지및 균형추구」로 표시되고 있다. 또 교육은 「개혁과 기회확대」,문화는 「민족문화창달」을 표방한다는데 3당관계자들간에 의견이 압축된 상태다.
이같은 신당의 정강과 정책을 놓고 보면 새로 탄생할 민자당은 이념면에서 기존의 정당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개혁이란 단어를 여러군데서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안정」과 「조화」를 비슷한 비중으로 배치해 개혁과 안정을 동열에 놓고 있다.
민자당이 표방하고 있는 정치노선은 따라서 개혁이나 보수 어느곳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로 볼 수 있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가치체계를 수호해야할 이념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기존의 정당들과 다르지 않다.
노대통령과 양김총재는 지난 22일의 공동선언에서 신당의 성격을 「모든 온건중도민주세력이 다같이 참여하는 국민정당」이라고 못박았다. 이후 김민주총재는 이를 보다 세분화해 『극우와 극좌세력을 배제하고 도덕적으로 건전한 보수주의자와 중도자유주의자,온건진보세력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남재희 민정당중앙위의장은 신당의 노선과 관련,『민주당 김총재의 설명이 잘 정리됐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공동선언이나 김민주총재의 발언 등은 신당 창당을 통한 정계개편이 보혁구도로의 개편이 아님을 분명히 한 셈이다. 노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지난달 있었던 연두기자회견에서 『보혁으로 개편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신당이 보혁개편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중도연합」을 표방하고 있는 것은 대체로 두 세가지의 배경을 가진 것으로 보여진다. 첫째는 혁신세력의 존재가 실제로 위협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로 자신들의 입지를 스스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다. 두번째는 동구권의 변혁에서 나타나듯이 자유민주주의자체가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도만으로도 개혁지향을 하고 있다는데 따른 판단이 아닌가 여겨진다.
김공화총재는 줄곧 보혁구도로의 개편을 이야기해왔고 청와대공동선언이후에도 「보수연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김공화총재의 「보수연합」은 신당의 성격을 그런 방향으로 끌고가기 위한 목적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입지강화에 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즉 자신이 보수세력의 유일한 대변자임을 강조함으로써 정치권에서의 지분을 강화하자는데 뜻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5ㆍ16세력인 김공화총재가 「민주」를 이야기하는 것은 공허해 보일 수 있다. 그럴바에는 유권자의 10%가 될지 그 이하가 될지 알 수 없는 혁신성향그룹을 도외시하고 확실하게 보수를 표방해 실익을 갖는다는 논리라 할 수 있다.
신당의 창당명분이자 최우선가치로 두고 있는 정치안정과 통일지향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남북대화관계자나 여권인사들은 남북대화부진의 가장 큰 이유를 한국의 정치불안에서 찾아 왔었다. 『북한으로 하여금 한국에서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게 해야만 남북관계의 진정한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박준규 전남북국회회담수석대표)는 것이고 북한이그같은 기대를 버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정치가 불안해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는 한국의 정치안정이 우선돼야 하고 그같은 정치안정의 담보장치로서 거대여당의 출범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민자당은 출범 그 자체로서 산술적이나마 정치안정을 이룩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같은 정치안정을 바탕으로 민자당은 남북관계에 대해 폭넓은 관계개선조치를 취해 나갈 것으로 여겨진다. 5월의 창당대회를 전후해 남북관계에 대한 획기적인 조치를 단행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민자당의 노선은 굳이 말하자면 「통일지향」으로 이해되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