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심사평
    2026-06-10
    검색기록 지우기
  • 인간
    2026-06-10
    검색기록 지우기
  • 인 배출
    2026-06-10
    검색기록 지우기
  • 정국
    2026-06-10
    검색기록 지우기
  • 타이밍
    2026-06-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789
  • 민간건보 논란 왜? 지급심사 강화등 합의점 못찾아

    민간보험 시판이 허용돼 출시까지 앞두고 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 9일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민간의료보험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서도 민간보험을 둘러싼 찬반의견이 분분했다. 출시에 앞서 합의점을 도출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오영수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은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이 63.1%로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고, 현재 300만 가구가 건강보험료를 체납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을 보완할 수 있는 민간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과잉진료 등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보험금 지급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심사평가기구의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진현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은 “민간보험은 주로 상급병실, 고급진료 등 보충적 의료서비스를 보장하기 때문에 빈곤층의 접근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간보험이 전체 국민의료비를 증가시키지만, 공보험의 재정부담을 감소시키지는 못해 비효율적”이라고 반대했다. 김종열 대한생명 상무는 “저소득층이 민간보험에서 배제된다는 부분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김 상무는 “출시될 민간보험은 한 달 보험료가 6000원에서 1만 8000원 수준으로 가계에 큰 부담을 미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민간보험이 의료서비스의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말했다. 이평수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는 “민간보험을 공보험의 보충보험으로서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민간보험의 보장률을 어느 선까지 인정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보험업계에서 측정한 70%의 보장률은 너무 높은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또 정부 역할이 분명하게 정립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계현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재 재정경제부, 금감원, 보건복지부에서 민간보험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의견으로 정책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정부가 뚜렷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공보험과 민간보험 모두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공보험은 물론 민간보험과 관련된 정부부처의 합의점을 찾고 주무부처의 역할도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전국 병원 항생제 처방률…아산병원 ‘최저’ 춘천성심 ‘최고’

    전국 병원 항생제 처방률…아산병원 ‘최저’ 춘천성심 ‘최고’

    항생제를 많이 처방한 전국 의료기관의 명단이 공개됐다. 보건복지부는 1차로 전국 병·의원의 2005년 3분기의 급성상기도감염(목감기, 인후염 등) 항생제 처방률을 9일 공개했다.2002∼2004년 급성상기도감염 질환에 항생제를 많이 처방한 상위 4%와 하위 4%에 해당하는 요양기관 명단도 함께 공개했다. ☞ 2005년 3분기 전국 병·의원 항생제 처방률 현황 바로가기 ☞ 보건복지부 뉴스페이지(mohw.news.go.kr)·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 참여연대의 소송에 따른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다. 2002∼2004년 중 처방률이 높은 기관 4%의 의료기관 종별 평균 항생제 처방률은 의원 95.34∼96.72%, 병원 83.73∼87.19%, 종합병원 79.47∼82.88%, 종합전문병원 68.61∼78.51% 등이었다. 이는 처방률이 낮은 4%의 평균 처방률보다 최고 92.93%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지난해 3분기의 기관별 항생제 처방률을 보면 종합전문병원(대학병원) 중에서는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원광대 부속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연세대 원주기독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길병원, 인제대 백병원, 영남대병원, 경상대병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등이 79.92∼57.08%의 비교적 높은 처방률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이대 목동병원, 삼성서울병원, 인하대부속병원, 전남대병원, 한강성심병원,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전북대병원 등은 18.55∼38.44%로 낮아 대조를 이웠다. 종합병원은 철원 길병원, 제성병원, 창원 동하한마음병원, 홍천아산병원, 대전한국병원, 부산 대동병원, 영광종합병원, 의정부 신천병원, 화성중앙병원, 원광대 산본병원 등의 처방률이 71.97∼81.94%로 높았다. 한성병원, 우리들병원, 일신기독병원, 충주의료원, 서울보훈병원, 부민병원, 국립암센터, 부산보훈병원, 영남병원, 대전보훈병원 등은 4.81∼20.98%로 낮았다. 병원 중에서는 서울 한마음병원, 김포 나리병원, 청주 소아병원, 목포 그린병원, 부산자모병원, 파주 광탄병원, 보라매성모병원 등이 85.64∼90.85%의 높은 처방률을 보였다. 의원 중 일반의는 대전 성수병원, 울산의원, 인천 베드로의원 등이, 내과는 영등포 연세내과의원, 고양 푸른내과의원, 수원 연세하버드내과의원이, 소아과에서는 부천 연세소아과의원, 마산 이병환 소아과의원, 제주 임소아과의원, 부산 정한영 소아과의원 등이 96.68∼99.12%의 높은 처방률을 보였다. 또 이비인후과에서는 부산 김동원이비인후과의원, 성남 이상호이비인후과의원, 대전 마리아이비인후과 등이, 가정의학과에서는 고양 한사랑가정의학과의원, 포항 김익가정의학과의원, 인천 조태민가정의학과의원 등의 처방률도 94.83∼99.25%이나 됐다.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외국의 항생제 처방률은 미국 43%, 네덜란드 16%, 말레이시아 26%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크게 낮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인사]

    ■ 서울신문 (독자서비스국)△독자지원부장 김학성△수도권2〃 심우섭△지방〃 정치록 ■ 외교통상부 ◇과장급 △의전장실 주한공관담당관 宋金永△다자통상국 통상전략과장 金京漢△지역통상국 구주통상〃 金英俊△자유무역협정국 자유무역협정정책〃 尹聖德△〃 자유무역협정서비스교섭〃 兪明希 ■ 산림청 ◇서기관 전보△청장 비서관 李明秀△정책홍보팀장 尹炳炫 ■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과장 金士源△궁능관리〃 金宗洙△고도보존〃 崔柄善△한국전통문화학교 총무〃 李相傑 ■ 서울시 ◇행정직 4급(승진예정자 포함)△언론담당관 김인철△마케팅담당관 윤영철△가족보육담당관 이비오△조사담당관 김강렬△정보화기획담당관 유대식△기획담당관 장석명△조직담당관 안준호△예산담당관 한문철△법무담당관 박문규△혁신분권담당관 김홍국△심사평가담당관 한수동△재정분석담당관 박기용△일제강점피해진상규명업무추진반장 김용백△시민협력과장 강건봉△승용차요일제추진반장 황보연△재무과장 채병석△사회과장 장경환△노인복지과장 장기형△장애인복지과장 최영남△위생과장 황인봉△건강도시추진반장 김영술△산업지원과장 임옥기△고용대책과장 김태두△DMC담당관 서성만△관광과장 이무령△청계천관광지원반장 이충열△주차계획담당관 김용근△교통지도단속반장 장재욱△버스지원반장 진용황△가로환경개선추진반장 최일화△주택기획과장 강종필△방재기획과장 백무경△시의회사무처 의정담당관 남원준△시의회사무처 공보실장 정헌재△공무원교육원 교육운영과장 홍기은△상수도사업본부 총무부장 김창식△성북수도사업소장 유상호△건설안전본부 총무부장 한건기△데이터센터소장 김진곤△한강시민공원사업소 운영부장 정화섭△문화재과장 조인동◇기술직 4급(승진예정자 포함)△건설안전본부 설비부장 한상태△지하철건설본부 설비부장 김성중△뉴타운사업본부 사업2반장 김병하△뉴타운사업본부 사업3반장 윤석우△기술심사담당관 유길상 △도로계획과장 김호식△건설안전본부 시설관리1부장 천석현△건설안전본부 시설관리2부장 정진호△건설안전본부 교량관리부장 채주훈△동부도로관리사업소장 조성현△남부도로관리사업소장 강민수△지하철건설본부 건설부장 강형우△신청사증축추진반장 겸임 박철규△교통운영담당관 김준기 ■ 대한법률구조공단 ◇전보 △서울중앙지부 고객지원부장 金璟中△본부 총무부 운영총괄팀장 禹濟浩△서울중앙지부 구조부 송무1〃 朴春基△서울북부지부 사무과장 金曉元△서울서부지부 〃 李王根△의정부지부 〃 洪性年△인천지부 부천출장소 〃 金龍植◇승진△본부 감사실장 金賢淑△청주지부 사무과장 田好榮△울산지부 〃 鄭柄廈 ■ 세계일보 △주필 金局洙 ■ 수협 은행 △신용사업 상임이사 姜明錫 ■ 한화 증권 ◇전무 △법인영업본부장 겸 자산운용본부장 李玉成 ◇상무△지점영업본부장 金福起△IB영업〃 方鍾元△기획 담당임원 겸 RM담당임원 金成鎰△경영지원 〃 李元奎△지점영업본부 지점영업지원 〃 朴容煜△지점영업본부 강북지역 〃 琴世鐘△지점영업본부 강남지역 〃 鄭鉉寀△지점영업본부 중서부지역 〃 林振奎△지점영업본부 영남지역 〃 李起南 ◇부장△영업부 具勝鎬 ◇지점장△중앙지점 全連夏△대치〃 朴秀景△강남프라자〃 崔秉廈△부산〃 金希洙△명동〃 朴奏泰△르네상스〃 沈政煜 ◇소장△상하이사무소 崔榮眞 ◇팀장△마케팅팀 겸 Wrap운용팀 鄭基旺△ECM(Equity Capital Market)팀 李周賢△DCM(Debt Capital Market)팀 張甲德△채권영업팀 林燦益△법인주식팀 裵鍾辰△법인금융팀 韓永守△금융공학팀 金 槿△주식운용팀 姜薰植△채권전략팀 崔碩元△온라인시스템팀 朱英健△변화추진팀 權熙栢△컴플라이언스팀 金鍊鎬△고객서비스팀 黃聖徹△신용분석팀 韓淳重△경영관리팀 金善喆△재무관리팀 鄭明鎬△법무팀 朴鍾撤△결제사무팀 金興基△리스크관리팀 金寬淳 ■ 조선일보 △부산취재본부 본부장 배명철△〃 부장(창원주재) 강인범△호남〃 본부장 정웅기△〃 부장(전주주재) 김창곤△충청〃 본부장 임도혁△〃 부장(청주주재) 유태종△인천〃 본부장 김낭기△경기남부〃 〃 김창우△경기북부〃 부장(고양주재) 오경환△대구〃 〃(대구〃) 박원수△강원취재본부 〃(춘천〃) 이혁재
  • [인사]

    ■ 국무조정실 ◇과장급 전보 △총괄심의관실(혁신팀) 鄭顯溶△행정정보공유추진단 崔榮振△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준비기획단 文泰善◇서기관 승진△총괄심의관실 劉喜鍾△조사〃 姜東沂△심사평가제도〃 朴載華△산업〃 林圭鎬 ■ 법무부 ◇이사관 승진 △감사관 張炳驩■ 문화관광부 △교육훈련파견 부이사관 崔鍾學 姜奉錫 金成一△장관비서관 金暎洙△감사관실 감사담당관 李漢照△총무과장 楊載完△정책홍보관리실 재정기획관 金城鎬△〃 혁신인사〃 金在元△〃 기획총괄담당관 宋秀根△종무실 종무〃 羅棕珉△문화정책국 문화정책과장 元容起△〃 국제문화협력〃 姜培馨△문화산업국 저작권〃 朴民權△문화미디어국 방송광고〃 沈東燮△〃 출판산업〃 金春燮△체육국 스포츠여가산업〃 朴周煥△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 사업기획팀장 金基鉉△국립국어원 기획관리과장 이장협△국립현대미술관 서기관 金鉉承 金在二△국립국악원 국악진흥과장 金鎭昊■ 보건복지부 △홍보관리관 이영찬△장애인정책관 노길상△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 박병하△장애인정책팀장 김강립■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장 孫熺晩△자연보전국 환경평가과장 朴衍洙■ 청소년위원회 ◇과장급 전보 △행정지원팀장(부이사관) 申鉉斗△혁신인사기획〃(서기관) 丁君植△재정기획〃 金都延△정책홍보〃 曺夏△정책총괄〃(서기관) 南亨基△참여인권〃(〃) 朴金烈△국제교류〃(〃) 任寬植△활동문화〃(〃) 姜碩煥△시설단체〃(〃) 安星珍△복지지원〃(〃) 金錫秉△상담자활〃 廉美蓮△생활환경〃(부이사관) 千相基△청소년성보호〃(서기관) 金捧浩■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1급 승진 △경남지사장 金東大△인천〃 張炳洛△경기북부〃 朴泰福◇1급 전보 △혁신기획홍보실장 蔡廷煥△고용촉진국장 韓台霖△고용지원국장 李相汶△본부근무 金賢佑 權奇成△서울지사장 金槿榮△대전〃 尹義敏△경기〃 鄭大淳△전북〃 裵鎭洪◇2급 직원 지사장 임용△대구지사장 黃寶益△강원〃 沈載達△경남〃 鄭美順◇2급 승진△경영지원국 총무팀장 洪斗杓△고용촉진국 고용지도〃 金哲源△고용지원국 고용환경개선〃 金泳謹△광주지사 고용촉진〃 金東旭△경기북부지사 고용지원〃 南明鎭◇3급이상 전보△대전직업능력개발센터 직업지도처장 朴金俊△대전지사 고용촉진팀장 金光培△혁신기획홍보실 기획예산〃 朴寬湜△〃 홍보협력〃 李啓千△경영지원국 조직인사〃 金兌陽△고용촉진국 고용총괄〃 任容槿△전남직업능력개발센터 직업지도처장 崔奎鎔△대구〃 〃 金昌圭△서울지사 고용지원팀장 金世鉉△인천지사 고용촉진〃 崔淳範△경기북부지사 고용촉진〃 安秀承△충북지사 고용촉진〃 張京姬△전북지사 고용지원〃 安萬祐△전북지사 고용촉진〃 梁宗周△강원지사 고용촉진〃 魚鎬善△제주지사장 梁秉永△일산직업능력개발센터 직업지도처장 羅聖珍△서울남부지사 고용지원팀장 朴秉日△대구지사 고용지원〃 李相澤△경기지사 고용촉진〃 金大煥◇교사직 처장급 보직임용 △고용촉진국 능력개발팀장 金鉉△일산직업능력개발센터 능력개발처장 崔弘植△부산〃 〃 梁海哲△대전〃 〃 申玖燮△전남〃 〃 鄭在圭△대구〃 〃 權晟澤■ 주택관리공단 ◇승진 △재무정보단장 이기환△인천지사장 이건춘△충북지사장 김동빈△인사팀장 김황종△재무팀장 손희권△시설관리단 남치기△감사단 김용섭△서울지사 이용선△외인지사 이정규 ◇전보△감사단장 배영근△기획혁신단장 김륜호△인력관리단장 강내경△주거복지단장 이광희△시설관리단장 김영인△공사사업단장 김동석△강원지사장 김진호△대구경북지사장 정연성△경남지사장 이상길△사업개발단장(직대)김동기△감사단 위정욱△경영혁신팀장 선종국△기획운영팀장 허태승△홍보팀장 현혜수△총무팀장 강경모△정보기획팀장 황인모△임대관리팀장 조정목△주택관리팀장 강흥원△주거복지팀장 김창범△설비팀장 김영기△건축팀장 박경준△비서팀장 이혜일△대외협력팀장 전재문△법규팀장 김만성■ 국방홍보원 (경영전략실) △경영전략실장 구기홍△전략홍보팀장 안병오△수익사업〃 임필호△심의〃 박연구△매체연구〃 정순훈(관리부)△혁신기획팀장 문상동△총무〃(관리부장 직무대리) 조병철(신문부)△신문부장 이정호△운영팀장 정의순△편집〃 김덕봉△취재〃 정남철△출판〃 김응섭△제작〃 김종관(방송부)△방송부장 이중희△운영팀장 강금례△TV편성〃 오명환△국방뉴스〃 강진기△TV제작〃 장성국△영상제작〃 박승룡△라디오〃 박성덕△방송기술〃 박병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NDSL사업단장 崔虎南■KOTRA ◇전보 △아카데미 수석연구위원 閔 堅 朴憲一△CS경영팀장 李漢哲△통상전략팀장 洪淳用△총무팀장 金鍾燮△아카데미 연구위원 金明求 崔鎔泰△충북무역관장 李炯道△주력산업유치팀장 吳應天△㈜한국국제전시장 파견 金健榮 崔其炯△해외투자종합지원센터장 申南湜△컨설팅팀장 盧仁鎬△감사실 검사역 李泰植△기획조정실 경영혁신부장 金鍾春△고객지원팀장 金銀星△해외조사팀장 金善花△아카데미 연수운영팀장 姜英守△투자홍보팀장 崔長城△보고타 무역관장 都義官△호찌민〃 李成薰△이스탄불〃 朴殷雨△키예프〃 金彰植△상파울루〃 朴東亨△양곤〃 吳宰昊△오사카〃 金一△취리히〃 金相默△암만〃 權重憲△멜버른〃 朴鳳錫△리스본〃 李成洙△중동·아프리카지역본부 부본부장 金炯旭△자그레브 무역관장 柳寅弘△첸나이〃 都承煥△트리폴리〃 宋先根△텔아비브〃 李定純△베이루트〃 片普鉉△샤먼〃 白仁其△무스카트〃 許珍原■ SK㈜ ◇승진 △전무 金龍欽 崔官燮 朴永德△상무 李完在 李性潤 李舜泰 李東殷 金正植 鄭在鎬 鄭鎭祐 劉君鍾 申東賢 崔南奎 曺慶穆 閔完圭 金吉湧 白吉鉉 李誠民 成宰德■ SK네트웍스 △전무 이금복△상무 라진권 변흥기 박성수 도중섭 김유연 김동원 이택■ 신영증권 (상무) △해외사업부 담당 한우진(이사)△리서치센터장 조용준
  • 경인민방 새 사업자 선정 보류

    경기·인천지역 새 민영 지상파 사업자 선정이 무산됐다. 방송위원회는 2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 사업자 선정 심사위원회의 심사평가 결과 5개 신청 사업자 모두 허가추천에 필요한 기준점수(1000점 만점 중 650점)에 미달, 허가추천 대상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송위는 또 “가능 한 빠른 시일 안에 사업자 선정을 다시 추진하겠으며, 이와 관련하여 구체적 일정과 탈락업체들의 재 응모 가능 여부, 심사기준 등을 조속히 마련하여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위가 발표한 심사결과에 따르면 CBS와 ㈜태경산업 등이 참여한 굿TV가 640.65점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하림의 경인열린방송(640.05점), 한국단자와 서울문화사 등의 나라방송(634.39점), 휴맥스의 TVK(610.22점), 영안모자의 KIBS(580.09점)가 뒤를 이었다. 한편 이날 발표가 시작되면서 발표장에선 “사업자 선정이 무슨 연습이냐.”며 응모 사업자 중 일부가 강한 반발을 보이는 등 선정 무산을 둘러싸고 적잖은 후유증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뇌혈관질환 성별·나이 안가린다

    뇌혈관질환 성별·나이 안가린다

    겨울철 고령의 남성에게서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만 인식돼 왔던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이 최근 들어 계절이나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를 ‘뇌건강의 해’로 선포한 대한뇌혈관외과학회(회장 허승곤)는 최근 그동안의 관련 자료와 임상 경험을 근거로 이같은 요지의 ‘뇌혈관질환의 6가지 새로운 경향’을 제시했다. ●여성 뇌혈관질환자 급증 학회가 최근 전국 8개 대학병원에서 ‘뇌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1996명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61.9%로 남성환자를 크게 웃돌았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이 꽈리처럼 부푸는 대표적인 뇌혈관질환 중 하나다. 그런가 하면 통계청 자료에서도 2003년 현재 45세 여성이 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17.84%로, 암의 15.52%보다 높아 전체 여성 사망확률 1위에 올랐다. 이런 결과는 45세 남성이 암으로 사망할 확률 28.39%, 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 15.26%와는 대조적인 것이다. ●젊어지는 환자들 발병 연령층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뇌동맥류 환자의 경우 40∼60세의 중장년층이 54.7%,60세 이상이 32.6%였으며 39세 이하의 젊은 층 환자도 12.7%나 됐다. 환자들의 평균 발병연령은 한창 일할 때인 53세로 나타났다. 특히 뇌혈관 기형 등이 원인인 뇌출혈은 10∼30대에 주로 발병해 젊은 사람들도 뇌혈관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확인시켰다. ●서구형 뇌경색 증가 과거 우리나라에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서구형 식생활의 영향 탓에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인 뇌경색의 비율이 전체 뇌졸중의 70∼80%로 크게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학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2000∼2005년의 뇌혈관질환 요양급여비를 분석한 결과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으로 지출된 요양 급여는 2000년 2121억원에서 2005년 4000억원으로 5년 새 2배나 증가했다. 특히 뇌경색 청구 건수는 2000년 6만3606건이던 것이 2004년 12만290건으로 늘었으며, 뇌출혈보다 4배나 많았다. ●계절파괴형 뇌졸중, 무증상 뇌경색 뇌혈관질환은 보통 11∼2월에 주로 발생한다고 알고 있지만 최근에는 연중 지속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에 따라 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 등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은 연중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또 뇌졸중 입원 환자의 약 11%는 발병 전에 ‘무증상 뇌경색’을 경험한 환자들이다. 이런 점을 감안, 뇌졸중의 발병과 재발을 막고 증상개선을 돕기 위한 예방적 차원의 외과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재발방지책 지금까지 뇌혈관질환에 대한 외과적 치료는 주로 뇌졸중 발병 후 치료 목적으로 적용됐으나 최근에는 조기검진을 통해 뇌출혈, 뇌경색 등이 발병하기 전에 ‘뇌동맥류 결찰술’,‘뇌혈관 문합술’ 등 적극적인 외과 치료를 적용하는 추세이다. 학회 허승곤 회장은 “뇌혈관질환은 전국에서 5분에 1명씩 환자가 발생하고,15분에 1명씩 사망할 정도로 유병률과 치사율이 높다.”며 “특히 사망률 1위 질환인 뇌졸중은 후유증이 심각한 만큼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난자제공자 20% 과배란증후군

    난자제공자 20% 과배란증후군

    황우석 교수팀이 연구에 사용한 난자를 얻는 과정에서 제공 여성에게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는가 하면 한 여성으로부터는 무려 4번이나 난자를 채취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조한익 부위원장은 13일 서울 서초동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간담회를 가진 뒤 “이렇게 난자를 채취한 결과 난자 제공자의 15∼20%가 과배란증후군으로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그러나 생명윤리법이 시행된 지난해 이후에는 난자 채취과정에 별다른 위법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줄기세포는 없었다] 강성근교수가 조작 주도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10일 46쪽 분량의 최종보고서를 통해 황 교수팀의 논문조작 실태와 실제 기술수준에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을 공개했다.●섀튼교수가 논문 실제 집필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논문 데이터 정리와 조작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인물이 연구 책임자인 황 교수가 아니라 강성근 교수였음을 시사하는 정황이 공개됐다는 점이다.조사위는 강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작성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권대기 배아줄기세포연구팀장, 김선종 연구원 등에게 여러 차례 데이터 조작과 관련된 일을 시킨 것으로 판단했다. 미 피츠버그대 섀튼 교수는 강 교수로부터 데이터를 전달받아 실제 집필과 심사평에 대한 응답을 맡았으며, 논문 공저자로 올라가는 것은 사양했으나 사이언스 편집진 인터뷰를 주선하는 등 2004년 논문 게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1번 줄기세포, 연습과정에서 만들어져 처녀생식의 산물로 추정되는 1번 줄기세포는 연습 과정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본 실험에 쓰기 어려운 미성숙 난자를 그냥 버리기 아까워 미숙련 연구원이 핵치환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1번 줄기세포라는 것. 조사위는 미숙련 연구원이 핵이식을 시도하다 핵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았고 1차 극체(난자 형성 과정에서 생겨나 방출됐다가 소멸되는 조그만 세포)가 유입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2004년 논문, 네이처 게재 거부 조사위는 2004년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이 원래 네이처에 제출됐다가 ‘게재 불가’ 판정을 받았던 사실도 공개했다. 이 논문의 초고는 2003년 5월 당시 서울대 대학원생인 류영준 연구원(제2저자)이 작성했고 이후 강 교수가 이를 완성해 네이처에 제출했으나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저널에 실을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이후 ‘세계적 거물’로 성장한 황 교수에 대해 네이처가 연구윤리 등과 관련,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것은 최초 제출 시도 당시의 이러한 정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사설] 항생제 1위 오명 벗어날 때다

    항생제를 필요 이상으로 처방한 요양기관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그제 판결은 ‘항생제 오·남용 세계 1위’의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건복지부와 각급 의료단체가 반발하고 아직 상급심이 남아 있지만 명단 공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항생제 오·남용은 긴 설명이 필요없는 심각한 문제다.2000년 의약분업을 실시할 때도 항생제 오·남용 방지가 주요한 논거 중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의료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동네 의원의 지난해 1·4분기 감기 항생제 처방률이 무려 59.2%에 달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결과는 우리를 아연케 한다. 또 대학병원은 45.1%, 종합병원은 49.9%였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16%, 말레이시아는 26%라고 하니 그야말로 세계 최고수준의 ‘항생제 공화국’이다. 이제 복지부와 의료기관 등은 의료인의 진료방법 선택 재량권보다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한다는 이번 판결을 받아들여 객관적인 평가지표 마련에 가일층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질병별로 분류하고 각급 병원별로 환자수 등을 감안해 의료기관도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항생제 처방률 공개는 곧 의료대란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말도 의료단체 주변에선 나오는 모양이다. 이들의 반발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복지부는 이들을 잘 다독여 의료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의료계의 우려대로 항생제 처방률의 높고 낮음이 절대적인 병·의원 평가잣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예컨대 암치료의 경우 다른 질병보다 항생제가 많이 소요되는 게 의료계 현실이어서다. 아울러 무조건 항생제부터 찾는 환자들의 의식과 행태도 차제에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 “항생제 과다처방 병원 공개”

    항생제를 필요 이상으로 처방한 병원 등 요양기관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권순일)는 5일 참여연대가 항생제 처방률 상·하위 의료기관 명단 등을 공개하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비공개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보공개 대상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1∼2004년 지역별·요양기관 종류별·의원급 표시과목별로 급성상기도감염(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사용률을 평가한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 1등급(상위 4%)과 9등급(하위 4%)에 해당되는 요양기관 수와 명단, 항생제 사용 지표다. 항생제를 오남용했거나 적정하게 처방한 병원 등의 명단이 공개되면 소비자들이 특정 의료기관을 기피할 수 있어 병원업계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는 의료인의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아니므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없고, 요양기관의 기능·기술 또는 진단·치료방법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경영·영업상 비밀도 아니므로 공개 거부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재판부는 또 “설사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요양기관이 보호받을 이익이 있다 해도 공개 여부는 국민의 알 권리와 진료선택권이라는 공익과 비교해 결정해야 한다.”면서 “의료행위는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또는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해 충분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1년부터 약제사용 오남용 방지를 위해 항생제·주사제·약품비 등 3개 항목 사용률을 전국 병원별로 평가하고 등급을 매겨 온 점에 주목, 지난해 4월 평가결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이에 대해 복지부는 5월 전체·요양기관별·의원급 표시과목별 항생제 사용지표와 지역별 항생제 사용지표는 공개했지만 항생제 처방률 상·하위 요양기관 명단 등은 공개를 거부했다. 비공개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기각되자 참여연대는 지난해 6월 ‘정보비공개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판결에 대해 “국내 항생제 사용률은 2004년 기준 27.4%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치인 22.7%보다 높다.”면서 “항생제 남용 기관에 불이익을 주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을 억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복지부 “객관적 지표 없어 공개 불가능”

    서울행정법원이 항생제를 과다 사용한 병원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보건복지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복지부는 우선 판결문을 정확하게 분석해 대응책을 논의한다는 방침이지만, 법원의 판결을 인정한다고 해도 당장 항생제 과다 처방 병원의 명단을 공개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5일 “항생제 처방률을 조사한 자료가 있기는 하지만 이 처방률은 절대적인 처방량을 나타낸 것이지 오·남용을 조사한 결과가 아니다.”면서 “공개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객관적인 평가지표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의 환자 수와 환자 상태 등을 고려한 평가지표가 마련돼야 의료기관의 항생제 오·남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의료기관의 반발도 복지부로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이 관계자는 “의료기관도 인정할 만한 적정기준을 마련하는 데는 적어도 2년 이상이 소요된다.”면서 병원의 명단 공개가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항생제 처방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오·남용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1·4분기 전국 병·의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감기 처방이 많은 의원의 항생제 처방률이 59.2%에 이르렀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이 크게 의심되는 경우에만 사용해야 하는데도 바이러스성 감기 치료 등에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대학병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45.1%, 종합병원은 49.9%, 병원은 49.7%로 의원보다는 처방률이 낮았지만 네덜란드(16%), 말레이시아(26%) 등 외국에 비하면 두배 이상 높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처방하게 되면 내성률을 증가시켜 단순한 감염증 치료에도 더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고 치료비도 증가하게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폐렴균에 대한 우리나라 페니실린 내성률은 71.5%에 이른다. 투약된 항생제의 70% 이상이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것으로, 내성률이 0∼5.5%에 불과한 외국에 비하면 심각한 상황이다.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튀는 작품보다 정통작법에 점수

    튀는 작품보다 정통작법에 점수

    올해도 어김없이 각 일간지의 신춘문예를 통과한 새내기 작가들이 새해 첫 지면을 장식했다. 문학의 안녕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와중에서도 시어 하나에 날밤을 새우고, 문장 한 줄에 목을 매는 문학 지망생들이 늘었다는 사실을 반기는 이들은 비단 문학인들만이 아닐 터. 그러나 양적인 증가가 질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설을 중심으로 서울신문을 포함한 중앙 일간지 7곳의 올해 신춘문예 경향과 이색 당선자를 살펴본다. ●양은 증가, 질은 글쎄 신문사마다 응모작 편수는 전년에 비해 소폭 늘거나 비슷했다. 하지만 응모작들의 전반적인 수준에는 고개를 갸웃하는 심사위원들이 적지 않았다.‘들려주는 이야기가 시원찮고 주제에 대한 성찰이 깊지 못하며 설명이 묘사를 앞도’(동아일보 심사평)하는 걸 우려했고,‘어디서부터 소설 장르의 자유분방함이 소설적 방만함으로 변질되었을까’(조선일보 심사평)에 의구심을 표했다. 또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룬 응모작들이 많은 것과 관련,‘제재를 거의 엇비슷하게 극빈 혹은 비정상적인 삶에서 취해온 것은 오늘의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설적 영감의 고갈을 가리키는 것인지 가늠하기가 아리송하다.’(서울신문 심사평)고 꼬집었다. 문학 출판사 관계자들이 보는 당선작들의 경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학과지성사 김수영 주간은 “소재 측면에서 신춘문예의 일반적 타성 혹은 관성을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화점(한국일보 ‘카리스마스탭’), 마사지숍(경향신문 ‘베드’), 집단 노숙(서울신문 ‘열세 살’) 등 새로운 소설적 공간의 출현은 진취적인 현상”이라고 평했다. 창비의 김정혜 팀장은 “자신의 문체를 위해 고심한 흔적보다 훈련으로 능숙해진 문장들이 두드러진다. 최근 문예지 수록자들이 소재, 문체, 분위기면에서 다양한 데 비하면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매우 고전적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문학동네 염현숙 편집장은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보다는 꼼꼼한 취재와 다양한 삶의 체험이 녹아든 작품들이 대부분”이라면서 “그동안 젊은 작가들의 전복적인 상상력이나 자유분방함에 주목해 오던 문단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심사위원들이 오히려 전통적인 소설 작법에 점수를 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늦깎이 작가의 힘 올 신춘문예 최고령자는 조선일보 소설 당선자인 박찬순(60)씨.TV외화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인 그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조선족 옌볜 청년의 좌절을 그린 ‘가리봉 양꼬치’로 5전6기 끝에 소설가의 꿈을 이뤘다.50대로는 본지 시조 부문에 당선된 한분옥(55)씨가 있다. 40대 당선자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본지 시 당선자 최호일(48)씨를 비롯해 동아일보 시조 당선자 김종훈(46)씨, 문화일보 소설 당선자 이민우(45)씨, 경향신문 시 당선자 양해기(41)씨 등 상당수가 40대다. 올해 신춘문예 최연소 당선자는 세계일보 소설 당선자 이준희(25)씨다. ●다관왕 속출 신춘문예 3관왕이 나왔다. 한국일보 소설 당선자인 김애현씨가 올해 강원일보와 전북일보에도 동시 당선됐다. 지금까지 3관왕에 올랐던 이는 시인 이근배씨가 유일하다.1961년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 3곳에서 시 부문 3관왕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강유정씨가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문학평론에 당선되고, 동아일보 영화평론에 가작으로 입선해 화제가 됐다. 올해 본지 소설 당선자인 김이설(31)씨와 세계일보 시 당선자인 이윤설(36)씨는 각각 대전일보와 조선일보에도 당선돼 2관왕을 차지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2006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심사평

    [2006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심사평

    응모된 작품을 읽으면서 두가지 아쉬움을 느꼈다. 첫째, 기승전결 이야기의 골격은 제대로 갖췄으나 동화로서의 의미창출에까지 이른 작품은 드물었다는 것. 이것은 작품을 빚는 기본기(伎)는 익혔으나 동화문학의 본질을 터득한 응모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뜻이다. 둘째, 소재나 기법면에서 현실 생활의 단면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이 많았다는 것. 이것은 창작문학으로서 작가의 상상력이 발현된 작품을 찾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동화가 한 편의 문학작품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줄거리도 중요하고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이 가미되어 동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기성, 순수성, 그리고 가슴 따뜻한 정감이 살아나야 하는데 그 점을 놓친 응모작이 많아 안타까웠다. 최종심까지 남아 논의가 된 작품은 다음 3편이었다. 박경희의 ‘한송이, 꽃이 되다!’. 사춘기 소녀의 초경(初經) 체험을 그린 이 작품은 소재가 신선하고 심리묘사도 뛰어났지만 뚜렷한 줄거리 구조를 갖추지 못해 전반적으로 산만성을 면하기 어려웠다. 김정숙의 ‘12월에 핀 민들레꽃’. 화단에서 천대받던 민들레가 아파트 경비원의 눈에 띄어 한겨울에 꽃을 피운다는 이 이야기는 짜임새도 안정되어 있고, 늦둥이 아기의 탄생과 민들레의 개화를 결부시킨 결말처리에서 작가의 숨은 재치도 엿볼 수 있었으나 과거에 이미 이런 소재와 유형의 동화가 많이 나왔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최지운의 ‘아빠의 워드프로세서 3급 자격증’. 컴맹인 아빠가 직장에서 겪는 애로를 어린 딸의 눈을 통해 그린 이 작품은 소재 자체는 평범하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의 문제를 동화로 포착해 냈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컴퓨터 세대인 딸과 만년필 세대인 아빠 사이의 미소로운 갈등이 뒷부분에서 반전되는 묘미도 이 작가의 역량을 짐작케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러한 미덕이 타 작품을 압도해 별 이견 없이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조대현 김용택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거든 -‘부넝숴(不能說)’ 중에서 ●편집자주:원고의 각주는 편의상 모두 본문 안에 삽입했습니다. 1. 형식에서 정서로, 혹은 인식에서 믿음으로 김연수는 똑똑하고 성실한 작가다. 이것은 물론 그의 작품이 증명해 주는 바다. 이미 첫 장편 ‘7번 국도’의 하이퍼텍스트적 글쓰기에서 그것이 예고되었고,‘굳빠이, 이상’에서는 그의 ‘좌뇌’가 승한 글쓰기가 과도하다 싶을 만치 절정을 이뤘으며, 최근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는 논픽션적 자료의 편집으로 픽션을 제작하는 방식의 글쓰기(이에 대해서는 김연수 심진경 류보선의 좌담 ‘작가-되기, 혹은 사라진 매개자 찾기’, 문학동네 2005년 가을호 참고)가 일가를 이뤘다고 할 만하다. 새로운 소재와 생생한 묘사라는 ‘발로 쓰는’ 글쓰기가 유행하는 가운데, 김연수는 그 나름 ‘읽고 쓰는’ 글쓰기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다고나 할까? 예컨대,‘공야장 도서관 음모 사건’의 보르헤스식 모티프에서 ‘연애인 것을 깨닫자마자’에 나오는 경성제대 이어철 박사의 ‘냉수를 마셔라’라는 자료에 이르기까지, 또 휘트먼의 시에서 한시에 이르기까지 그의 레퍼런스는 실로 화려하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비록 대중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읽을 만하다. 읽을 만하다는 것은 그 자료적 풍부함과 형식적 공들임이 해석의 욕망을 자극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김영하나 백민석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라는 소재적 새로움을 문단에 던져줄 때, 김연수는 “이런 식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라는 형식적 새로움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는 자칭 “현학적인 문학근본주의자”인 것이다. 더불어 김연수는 시대적 상처와 유관한 작가다. 첫 단편집 ‘스무 살’의 ‘구국의 꽃, 성승경’에서 투신하는 학생 운동가라든지,‘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첫사랑’에서 수배자의 고백이라든지,‘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의 배경이 되는 광주항쟁과 지역감정의 문제라든지, 이처럼 80년대적 상황과 사회적 투쟁의 상처는 89학번 김연수에 의해 소설 안으로 계속해서 호출된다.“세대의식과 소설가적 자의식을 맞세우며 자신의 소설적 지평을 지속적으로 갱신했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물론 김연수가 등단했던 1990년도는 집단의식보다는 ‘나’가 문단의 화두였다. 한편에서는 윤대녕, 신경숙이 ‘나’를 돌아보며 내면으로 침잠할 때, 다른 한편에서는 김영하가 그 ‘나’를 파괴하겠다며 나르시스트의 ‘거울’을 부수고 있었고, 백민석의 주인공들이 엽기적인 행각을 서슴지 않았으며, 여러 문화적 코드들이 혼종된 작품들도 마구 쏟아져 나왔다. 억눌렸(렀)던 개인의 욕망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고, 왜곡된 방식으로 사회의 모순된 구조가 드러났으며, 그 와중에 대사회적인 투쟁이나 고민은 이미 유행지난 옷가지처럼 옷장 깊숙이 처박힌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김연수의 주인공들은, 학생운동의 과잉진압으로 죽은 ‘성승경’의 동생 ‘승진’이 죽은 누나의 원피스를 입고 유령처럼 밤거리를 헤매듯, 그 유행지난 옷가지들을 자꾸 꺼내서 입어본다. 그는 자칭 “80년대에 가까운 작가”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옷은 역시 유행에 걸맞지 않는 터라, 더불어 이 부채의식이라 할 만한 것에 짓눌려 있기에 작가의 상상력의 궤적이 너무나 크고 그의 지적 발랄함이 너무나 경쾌한지라 “김연수에게 문학적 글쓰기는, 자신의 진실을 고통스럽게 토로하는 것보다는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쪽에 훨씬 더 가까이 있다.”(서영채,‘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문학동네 2002년봄,p328)라는 지적이 폭넓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김연수 식 예의 그 경쾌한 글쓰기는 ‘사랑이라니, 선영아’라는 재치있는 연애소설에서 그 빛을 발하고, 결국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 편집자, 주석가, 번역가로서의 그의 재구성 능력이 우연과 필연, 진실과 거짓에 관한 통찰까지 얻음으로써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이렇게 본다면 김연수에게 80년대적 상황 혹은 세대 감각,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다소 우울한 정서의 문제는 작가가 초지일관하고 있는 형식적 구성력에의 관심, 또 그에 값하는 작가의 능력에 의해 묻혀 버리게 된다. 따라서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징후적으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들과 그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고독과 비애의 정서는 “이 소설만큼은 연필로 쓰기로 결심했다.”라는 작가의 고백과 함께, 김연수의 작품 목록에서 특이한 것으로서만 간주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집의 독특함 혹은 이질성에 대한 평가는 뒤이어 나온 ‘유령작가’의 형식적 강렬함에서 더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장편 연재를 시작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문학동네,2005년 겨울호)에서 김연수는 다시 80년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끌고 오면서 전후 한국 현대사를 거론하고, 그러면서 인간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그렇다면 김연수는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이쯤 되면, 김연수의 ‘변전’(김형중),‘기획력’(심진경), 혹은 ‘문턱 넘기’(김연수)는 여전히 한쪽에는 세대의식, 한쪽에는 작가의식을 놓고 그 양극 사이를 진동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수 소설에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것은 무엇일까? 이 글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김연수는 애초에 인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작가라는 것이다. 그가 유지해 왔고 벌써 정점에 도달한 듯 보이는 포스트모던적 글쓰기나 불가지론적인 사고에는 세계에 대한 냉철한 인식의 차원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 그의 세계인식이 “그러므로 진실은 없다.”는 냉소나 허무주의가 되지 않고,“진실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인간에 대한 끝없는 관심 때문일 텐데, 그것은 어떤 ‘정서’의 집약을 통해 스며 나오기도 하고,‘의지’ 혹은 ‘믿음’으로 실천되기도 한다.“아프지 말아라, 너무 아파하지 말아라”(‘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194.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1:페이지수)라는 식의 위로와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기로 했다”(‘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창작과 비평사,2005,p.28.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2:페이지수)라는 의지 같은 것들이 김연수를 해체적 허무주의자라는 평가로부터 지켜낸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그 한복판에 항상 ‘언어’에 대한 고민이 놓인다는 점이다. 소설집의 제목에 ‘작가’라는 말을 대놓고 쓸 만큼, 또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목록이 다수에 해당할 만큼 그에게 언어의 운용은 중요하다. 김연수 소설의 인물들이 흔히 무엇을 쓰거나 말하거나 읽고 있다는 사실도 그 증거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언어 수행 행위를 바탕으로 해서, 김연수만의 진정성과 고민의 내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으로 이 글은 쓰여진다. 그의 형식적 기발함과 재치와 성실성에 묻혀 버린 김연수의 진정성은 무엇이고, 그가 멈추지 않는 질문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는 그 질문을 지금껏 어떻게, 어디까지 해결했나? 2. 기억으로 말할 수 없는 것, 말로 기억할 수 없는 것-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작가가 그렇듯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말하거나 쓴다. 김병익이 지적했듯,‘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작품들은 이제 무엇에 대해 쓰기 시작하겠다는 말을 먼저 밝히는 것으로 서두를 뗀다.(김병익,‘(해설)말해질 수 없는 삶을 위하여’, 위의 책)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는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한 채 혼잣말을 계속하고, 그의 이혼한 아내는 꿈꾼 것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부넝숴’와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의 화자는 아예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편 ‘거짓된 마음의 역사’는 일방적인 편지 형식이며,‘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세상과 단절된 채, 여자 친구의 자살 원인을 알기 위해 ‘소설’을 쓴다. 유서에 자신에 대한 단 한 줄의 언급도 남겨 놓지 않은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었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기는 한 것일까라는 처절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는 ‘너’의 흔적을 그리고 ‘우리’의 흔적을 더듬는다. 문제는,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혼잣말이며,“사랑한다고 해서 한 인간의 꿈 속까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며, 편지에는 답장이 없다는 것이며, 소설 속의 인과관계 안에서는 어떤 진실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의 언어는 장애를 지니고 있다. 말은 할수록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처럼 단어 몇 개로밖에 소통할 수 없는 말하기가 더 단호하고 정확하게 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계속해서 말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허무한 일인가. 그래도, 여하튼, 침묵은 비겁하다. 그래서 인물들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또 말하고 쓴다. 전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도 그랬다. 그렇지만 그들은 타인과 소통할 수 없음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아니 그 점에 대해서는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왜일까? ‘첫사랑’의 ‘나’는 수배중이다. 자수할 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첫사랑 ‘정인’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다. 그 편지 내용이란 건 거창할 게 없다.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역설적으로 아주 사소한 기억들이 떠올려지듯 ‘나’는 어린 시절의 몇 가지 사건을 떠올리고 그에 대해 고해성사를 해나간다. 자신의 관심이 무시당하자 정인의 뺨을 때린 일, 혜지누나에게 화풀이하듯 “남의 잔에 술이나 따르는 더러운 년이 일식은 무슨 일식”(1:114)이냐며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일 등을 얘기한다. 그런 고백의 사이사이에 “판문점 도끼만행사건”,“데프콘 발동”,“직선제 개헌”과 같은 정치적 사건들을 무심히 끼워 넣는다. 그런데 그 편지는 단지 자신의 지난날을 정리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망쳐버리는 동물은 사람뿐이야.”(1:114)라는 뒤늦은 뉘우침을 고백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남겨야만 한다는 초조한 마음”(1:98)에 사로잡혀 편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며, 따라서 특별히 그 대상이 ‘정인’이어야 할 것도 없다는 점이다.‘정인’의 주소는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되었고, 정인에 대한 기억도 따라서 우연히 떠올려 졌을뿐이다. 결국 고백을 들어줘야 할 그 ‘누군가’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는 지난날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스스로를 용서하고 위로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뿐이다.“너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을”(1:105) 연구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이제 “나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이 바로 자기 안에 머물기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까닭 없는 슬픔과 한없는 기쁨과 막연한 불안감이 하늘을 떠도는 먼지 알갱이처럼 내 안에서 서로 섞여서 하나의 거대한 원으로 바뀌는 동안, 조금씩 둥근 원이 태양 속으로 밀려들기 시작했지. 눈물 방울처럼 검은 유리판에 새겨진 그 아름다운 노란빛. 언젠가 보았던 너의, 또 혜지누나의 눈물 맺힌 눈동자처럼 한쪽 부분부터 흔들리는 그 둥근 빛. 그러나 결코 부서지거나 망가지지 않을 그 소중한 동그라미. 무한히 수축됐다가 다시 온 우주로 퍼져나가는 그 노란 물결.(1:118) 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를 둥근 노란빛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이미지는 이 작품에서 특히 일식을 보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아버지를 따라 나간 시위에서 처음 본 ‘펄럭거리는 노란빛’, 어린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그 노란빛,‘나’는 그게 꿈이었고,‘사랑’이었다고 정의 내리고 이제 일식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 그렇지만 검은 유리판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태양에 의해 완벽하게 가려진 그 노란빛은 꿈도 사랑도 아니다. 어쩌면 꿈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실재(real)를 가리고 있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예쁘던 반딧불이 실은 끔찍한 벌레에 다름 아니었듯 말이다. 이렇게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서 사랑하고 내 안에서 꿈꾸고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에서 ‘게이코’는 어떤가. 이 작품에서도 편지는 중요한 모티프다.‘태식’과 ‘김씨’가 크리스마스 날 케이크 판 돈을 갖고 사라진 게이코를 찾으러 가는 데는, 게이코가 받았던 펜팔 편지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게이코의 아버지는 월남 가서 실종됐고, 엄마는 자살을 했고, 따라서 그녀는 ‘천애고아’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엄마’라는 단어 대신 ‘모친’이라는 단어를 쓰는,“하루에 열 마디 이상을 하지 않고”,“말한다고 해도 더듬기 일쑤”(1:29)인 ‘게이코/경자’는 ‘서유진’이라는 이름으로 ‘수잔’에게 펜팔 편지를 쓴다. 답장도 받았고 게이코는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와 서로 소통하는 듯 보이지만, 그 답장은 ‘게이코/경자’에게 온 것이 아니며,‘게이코’가 만들어낸 또 다른 나인 ‘유진’에게 온 것일 뿐이다. 그런데 그녀가 편지에 털어놓는 이야기란,“펜팔 가이드”의 예문대로, 자신은 다니지 않는 학교 얘기, 자신은 가본 적 없는 캠핑 얘기일 뿐이다. 학교와 캠핑, 날씨에 대한 안부를 묻는 것 등이 ‘게이코’ 또래가 누려야 할 삶의 전형이어야 하는 것이다. 말더듬이 게이코는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수잔’에게 일지라도 자신이 그런 삶과는 거리가 먼 빵집에서 일하는 말더듬이 고아라는 것을 이야기할 리 없다. 아니 어쩌면 언어의 장벽 때문에 자기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잔’을 대화 상대로 택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가 말을 더듬는다는 것도 말하기 싫다는 무의식적인 의지의 표명일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게이코’는 왜 편지를 쓸까. 그 편지 역시 ‘첫사랑’의 편지처럼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받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녀는 빵집에서 여전히 빵처럼 둥근 그 노란 빛 아래서 편지를 쓰면서, 그렇게 자기를 원하는 방식대로 꾸며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그런 식으로라면 그녀가 빵집 창문에 다 못 쓰고 간 ‘New Year‘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편지를 쓰지만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물러 있듯, 게이코의 행방의 단서가 되었던 편지는 당연하게도, 그녀가 간 곳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처럼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에게 쓰는 행위는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려는 행위이며, 결국 상처를 견디는 방식이다. 그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가 될 만한 것들을 차단한다. 단지 각자의 기억을 더듬고 각자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이처럼 그들의 쓰기/말하기/읽기는 자기 충족적이다. ‘리기다소나무숲에 갔다가’의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끊임없이 ‘만담’을 하는 것도 ‘나’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치유의 과정에 가깝다. 카페 여자와 딴 살림을 차렸다가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자살 소동으로 시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삼촌은 내 “인간 연구”의 대상이다. 나는 왜 “인간 연구”에 골몰할까? 대학 1학년 때 분신 장면을 목격한 나는 “죽을 게 뻔한 길인 줄 알면서 걸어갈 수밖에 없는 심정”(1:151)이 무엇일까 라는 숭고한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질문은 삼촌에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여하튼 삼촌에게 “물망초 여자 진짜로 사랑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즉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애초에 삼촌으로부터 나올 수 없다. 삼촌 역시 ‘나’에게 답하고 있다는 자의식 없이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그들 사이에는 질문과 답의 형식이 있기는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없다. 삼촌은 넋두리를 늘어놓듯 자신의 로맨스를 말하기 시작하고, 도라꾸 아저씨는 옆에서 “하이고, 조카 듣는데 창피하지도 않나? 뭔 사설이 그래 기나?” 라는 식의 추임새를 넣어 준다. 가히 ‘만담’ 수준이지만, 혼잣말에 가깝다. 이 ‘만담’ 속에서 나는 삼촌을 이해했고, 삼촌은 공감을 얻었을까? 이해는 앎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앎이 이해와 치유의 첫 걸음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해받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일까? 삼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그 길은 가지 않은 길이고, 여전히 삼촌은 ‘리기다소나무 숲’ 안에서만, 혹은 자신 안에서만, 지난 날 부르던 로버트 프로스트의 ‘더 로드 낫 테이큰’을 읊조리는 수밖에 없는 것을.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만담’을 하는 동안,‘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의 ‘봉우’는 그야말로 시답지 않은 ‘농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국낙서문학회 지역지부에서 ‘나대로’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봉우에게 삶이란 ‘만반의 준비는? 5천. 평생동지는? 12월 22일’ 따위의 말장난으로만 파악할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방위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주간지의 독자페이지에 이런저런 낙서를 지어서 투고하는 일에 열을 올리면서 봉우에게 삶은 더더욱 우스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봉우가 만든 최고의 낙서는 바로 ‘인생이란? 픽션에 불과하다’였다. 어두운 산길을 걸어가는 자신의 망상이 빚어낸 허상과 직면하니 그야말로 인생은 픽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1:192) 뱃 속에서 죽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절에 들어가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만드는 ‘예정’은 “시답지 않은 주간지에 아무 짝에나 소용없는 낙서 따위나 투고하는”(1:197) 봉우에게 세상을 모르는 ‘멍청이’,‘어릿광대’라고 소리친다. 봉우는 그야말로 상처와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나대로’ 그 상처를 외면하고 살았던 것이며, 그 외면의 방식이 바로 ‘낙서질’이었던 것이다.“아기가 죽으면서 봉우의 마음속에서도 뭔가가 죽어나갔고” “그 자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지만”(1:198) 봉우는 낙서질을 통해 아픔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하는 일이 상책일 수는 없다. 예기치 못하는 순간 자기를 보호하던 그 ‘노란 빛’은 꺼져버릴 수도 있고,‘리기다소나무 숲’에서 넋두리만 늘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봉우 역시 “자기만은 어두운 산길에 혼자 버려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산에서 길을 잃고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한다면 봉우의 그 두려움은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괘 감정으로서의 불안(불안과 증상에 대한 논의는,S. 프로이트,‘억압, 증상, 그리고 불안’,‘정신병리학의 문제들´, 열린책들,2003)에 다름 아닐 텐데, 그 불안은 ‘나대로’의 낙서라는 증상을 극복하고 상처와 맞설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예정이 자기 안의 ‘노란빛’을 밖으로 드높이 내걸 듯, 혹은 게이코가 빵집을 나와 어디론가 첫걸음을 내딛듯 말이다. 그렇게 했을 때 “노란 꽃잎 가장자리가 흐려지면서 노란색과 초록색과 진회색이 서로 경계도 없이 뒤엉켜”(1:181) 버리듯,“꼭꼭 막아둔 마음의 가장자리도 그렇게 풀리게” 된다. 이제 자기 밖으로 나와 그렇게 풀린 ‘노란빛’은 ‘첫사랑’에서와 달리,‘사랑’도 될 수 있고,‘꿈’도 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다. 최소한 그럴 가능성은 있다. 이처럼 증상과의 타협에서, 증상에의 만족에서 나오는 첫걸음이 도달해야 하는 것은 결국에 “병에 걸리는 원인을 제거하는 일”(1:229)이며, 이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책”이다. 그 원인을 밝히는 일이 어떤 위험을 동반하든 그 알 수 없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는 일이 필요하고, 그것이 비로소 윤리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의 상처, 그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도출된다. 상처는 분명 어떤 ‘좌절’에서 기인할 텐데, 일단 우리는 각각의 서사 속에 끼워져 있는 시대적 배경들을 통해 그 상처가 밖으로부터 투사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한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은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이며, 이 작품은 일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물론 여기에서도 쓰기와 말하기에 값하는 ‘읽기’를 통한 상처치유의 행위가 지속된다. 전라도 출신 아버지가 시대에 무기력했던 자신을 용서하고 그 시대 자체를 용서하는 방식은 바로 ‘신문 스크랩’이다. 그리고 ‘내’가 그 초라한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아버지의 그 신문 스크랩 ‘읽기’이다. 오렌지빛 가로등 불빛에 기대 나는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천천히, 붙여 놓은 기사를 읽었다.(중략)다 읽은 뒤에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글자와 글자 사이, 문단과 문단 사이, 생각과 생각 사이를 읽었다. 아무리 읽어도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 여름 내내 도서관 한쪽에 앉아서 도대체 무엇을 읽었던 것일까? 누구를 용서했던 것일까? 파도와 파도 사이, 바람과 바람 사이, 달빛과 달빛 사이 이런저런 생각이 오갔다.(1:65∼66) 주목할 점은 이 작품에서만큼은 읽기의 방식이 자족적이고 자위적인 행위에 그치지 않고 소통을 위한 매개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아버지는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문 채로 그 상처를 짓누르고 있지만, 그 ‘신문 스크랩’은 ‘나’로 하여금 초라한 자신의 아버지에게 다가가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아버지의 신문 스크랩을 아무리 읽어도 그 아버지의 마음에 가 닿을 수는 없지만 여하튼 나는 “고작 딸이 집을 나갔다고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할 듯하고,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게 생기고, 전화를 하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전적으로 회상에 의존한 작품은 ‘뉴욕제과점’이라는 자전소설 밖에 없다고 작가가 밝혔듯, 우리는 이 소설집을 단순히 회상 형식을 통해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추억의 보고서’ 또는 ‘반성의 기록’(정선태,‘(해설)빵집 불빛에 기대 연필로 그린 기억의 풍경화’,‘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295)으로 읽을 수 없다. 그 속에는 분명,‘언어’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통찰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언어’의 불가능성, 즉 언어 자체로는 어떤 진실에도 가 닿을 수 없고, 소통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해묵은 해체적 사고를 재확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가라타니 고진에 따르면, 언어와 비극은 반복될 수 없는 일회성의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즉 구조로 회수될 수 없는 다수성과 사건성이라는 점에서 서로 관련된다. 비극적 인식이란 바로 그러한 언어 안에 놓인 인간 조건을 발견하는 일이며, 이처럼 다시는 반복할 수 없다는 언어에 의한 고통은 인간이 결코 ‘아이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마르크스의 비유로 확인된다.(가라타니 고진,‘언어와 비극’, 조영일 역, 도서출판b,2004,pp65∼86)그런데 고진은 ‘아이’가 단지 비유가 아니며, 아이는 이미 어른 이상으로 인생을 알고 있는 존재, 어떤 순수한 비애와 부조리감을 깨닫고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런 논의에 기댄다면,‘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전편을 감도는 슬픔과 비애의 정서는 충만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혹은 잃어버린 기억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반복될 수 없는 ‘기억’, 반복될 수 없는 ‘언어’적 조건과 관련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수는 “기억이나 회상을 기본적으로 불신”하며 “글쓰는 순간만의 진실”(김연수 외 좌담, 앞의 글,p.81)을 믿는다고 말했다. 애초에 우리가 ‘기억’해 낼 것은 없고 ‘언어’로 표현해야 할 것도 없고, 믿을 수 있는 것은 순간 순간의 진실일 뿐이라는 말인 듯싶다. 그 일회적인 언어에 의존하여 쓰고 말하고 읽음으로써 자신의 상처 안에 거주하는 방식으로는 상처가 완벽히 치유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작가는 말해주고 있다. 이는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2:61)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세계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3.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넘어서는 몇 가지 방식-‘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최근작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소설에서 화자인 ‘나’의 할아버지는 죽기 전 두 개의 글을 쓰고, 하나의 글만 남겨둔다. 남겨둔 글은 “世上萬事 一場春夢 돌아보매 無常ㅎ구나”로 시작되는 203행의 대서사시로서,“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태평양전쟁, 한국전쟁,4·19,5·16 등 한국 현대사의 최중심지를 관통해온” 한 남자의 생애를 담은 것이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그 한 남자의 생애는 또래의 다른 남자의 생애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서사시는 한 인간의 내밀한 역사를 다룬 것이라기보다는 시대의 역사를 다룬 시라고 봄이 정확하다. 할아버지는 그 역사를 증명하는 ‘한 남자’일 뿐인 것이다.“할아버지의 또 다른 글은 누구도 읽어보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죽기 전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불태우면서 그 다른 글 역시 태워버렸다. 그 글에는 서사시에서 볼 수 없는 다른 것이 들어 있을 테고, 그것은 인간의 가장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일 테니 다른 사람은 엿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4·4조의 정형적인 형식처럼 그 서사시가 어떤 일관되고 형식적인 구조에 속하는 추상화된 개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면, 불태워진 할아버지의 그 비망록은 여전히 ‘언어’로서도 ‘기억’으로서도 도달할 수 없는 개개인의 진실을 의미한다.“한 개인의 진실이란 깊은 밤, 잠자리에 누워 아무도 몰래 끼적이는 비망록에나 겨우 씌어질 뿐이고”,“서로 살을 비비며 살아가는 부부라고 하더라도 옆에 누운 사람의 비망록을 들여다보지는 못하는 것이니” 할아버지의 그 두 글 사이의 거리는 엄연한 것이고,‘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인과관계의 구조로 엮어진 ‘그’의 소설이 현실(reality)과도, 실재(the real)와도 멀어진 거리와 같다. 실재와 구성화된 그것 사이의 거리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지도에서 비워진 행로로 상징된다. 일년 전 이혼한 아내와 우연히 재회한 ‘나’는 아내를 따라 인사동 거리를 걷는다. 아니 함께 걸었다기보다는 아내를 따라 걸었던 것인데, 그 ‘길’은 한 개인의 진실로 들어가기 위한 끝없는 여정을 뜻한다. 꿈 얘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애초에 그런 소통의 의지를 지니고 있었지만, 꿈따위는 잠에서 깬 다음 바로 잊어버리는 사람이었던 ‘나’는 그런 아내의 의지조차도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다. 깨달음은 언제나 사후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라, 그는 이제 그 아내의 진실, 아니 그녀와 자신의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지적도를 사고 그날을 행로를 그려 본다. 하지만 기억의 행로는 언제나 불완전한 것이고, 지형도가 아닌 ‘지적도’일지라도 그것은 실재의 ‘유사물(le semblant)’일 뿐이므로, 그 유사물 속에서는 모방된 진실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바디우(Alain Badiou)에 따르면 진리는 언제나 특수한 상황의 진리(S. 지젝,‘진리의 정치, 혹은 성 바울의 독자로서의 알랭 바디우’,「까다로운 주체」,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5,pp.208∼218)이다. 하나로 이어진 선 안에서는 그 다양한 상황의 진리들은 모두 지워져 있을 수밖에 없다. 서로 연결될 수 없음에도 그어지는 그 많은 선들은 다 무슨 의미일까? 역사의 인과관계가, 혹은 지나간 일들의 진실이 도중에 사소하고 우연적이고 꾸불꾸불한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단숨에 긋는, 그런 선과 같은 것이라면, 우리가 그날 걸어간 복잡하고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는 무엇일까?(2:19) 따라서 ‘나’의 생각이 미치는 지점은 모든 삶의 행로는 우연이고, 그 안에서 진리는 발견될 수 없고, 나의 불행도 그저 불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삶의 우연성을 인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를 따져 묻는다. 그리고는, 결국엔,“오랜 시간이 흐르고 하면 지금의 우연한 일들도 모두 필연이 된다”(2:28)는 정답을 얻어낸다.“우리가 만난 것도, 헤어진 것도, 그날 길 잃은 아이들처럼 골목길을 한 없이 걸어다녔던 일들도 필연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거대한 ‘농담’일 수는 있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우연을 필연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나’는 윤리적 행위의 첫 발을 내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디우는 ‘사건에의 충실성’이라는 말로 윤리를 설명한다.(A 바디우,‘윤리학-악에 대한 의식에 관한 에세이’, 이종영 역, 동문선,2001)그가 정의하는 ‘사건’이란 인식 범위 밖에서 발생하며,‘공식적’ 상황이 ‘억압’했던 것을 가시적이게 만드는, 언제나 어떤 특수한 상황의 진리이다. 따라서 사건에의 충실성이란 사건의 견지에서 ‘인식’의 영역을 횡단하고, 그 속으로 개입하고, 사건의 기호를 찾는 지속적 노력을 가리킨다.(이하 한 단락의 내용은 S. 지젝의 앞의 글을 참조하여 정리한 것임) 지젝의 해석에 따르면, 이러한 바디우의 논의는 “범역적 우연성이라는 조건 속에서 (보편적) 진리의 소생”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실재 사물과의 모든 열정적 조우가 환영일 뿐이라는 해체주의적 사고와 대립된다. 요컨대, 후근대적 해체주의자들이 비관주의의 한계 내에 머물러 있을 때, 바디우는 “기적은 실로 일어난다.”는 전적으로 정당한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원성과 불멸성에 대한 이와 같은 바디우의 추구는 물론 개별적인 상황, 다양성의 상황의 전제로 하는 열린 개념이다. 다소 길게 인용된 바디우의 논의를 따라,‘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결국 내가 삶의 모든 길은 우연이고 진실은 알 수 없다는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고 “결코 질문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한번 버텨보기로 했으니까.”라고 말하는 것을 ‘진리’를 위한 행위이고,‘사건에의 충실성’을 담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자기 안에 머무는 회피나, 삶은 우연에 불과하다는 회의에 빠지지 않고 한 개인의 진실, 혹은 삶의 진실에 가 닿으려는 ‘행위(act)’를 시작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태도는 분명, 자기 안의 둥근 노란빛에 의지하여 자폐적으로 말하고, 쓰고, 읽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속 인물들의 태도와는 차별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그’가 쓴 소설의 첫 문장이 “패배는 내 안에서 온다. 여기에 패배는 없다.”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들은 패배주의자가 아니라, 고투하고 있는 인물들임에 분명하다. 그 고투의 방식을 몇 가지 단계로 분류해 보자. 첫 번째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와 같이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끝없이 질문하고 소통에의 의지를 표명하는 방식이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 세영과 네즈미가 지도를 보고 찾아간 길이 잘못 된 길이었지만, 세영이 “돌아갈 수 없어, 네즈미. 우린 계속 가야 해”라고 말하는 것도 이 첫 번째 방식 안에서 설명된다. 잘못 들어선 길이 “공로가 아니라 사유지”라는 것도 상징적이다. 구조화되지 않은 상황의 진리, 혹은 개개인의 사적인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두 번째는 ‘말’이 아닌 ‘몸’으로 다가가는 방식이다.‘부넝숴’를 한번 보자. 지평리 전투에 투입되었던 중공군 ‘나’는 들판을 가득 메운 매화꽃잎들처럼 지평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전사자들 틈에서 한 조선인 여성 구호원에게 구조된다. 그들을 실어 나르던 트럭이 전복되고 그 둘은 외딴 농가에 고립된다. 날짜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먹을 것도 없고, 죽음을 지척에 둔 상황에서 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이 한 일은 두 가지이다. 몸을 섞거나 시를 읊거나.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 그때의 일은. 살아 있다는 건 그토록 부끄럽고도 황홀하고도, 무엇보다도 아픈 일이더군. 아프다는게. 소리를 지를 수 있다는 게.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게 그 순간만큼 기뻤던 적이 없었어. 그래서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도 계속하라고 채근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우리는 쉬지 않고 몸을 섞었어. 죽음이 지척이었으니까.(2:71) 그들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죽음과도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 몸을 섞는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고통 속의 향유(jouissance)’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만하고 그 향유의 끝장을 보는 ‘죽음충동’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그들은 그렇게 “몇 번이나 해가 뜨고 저물었는지, 몇 번이나 달이 둥글어졌다가 다시 여위어졌는지”(2:75)도 모른 채, 수색대가 왔다가 그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돌아가는 것을 “죽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식만 살아서 지켜보고 있는지”(2:75)도 모른 채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든다. 결국 ‘그녀’는 죽고 ‘‘나’는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나’는 이제 점쟁이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라캉이 ‘죽음 충동’과 관련하여 ‘두 죽음 사이의 영역’(위의 책,pp.251~265)이라고 말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라캉에 따르면 그곳은 상징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 사이의 영역으로서 존재의 질서 너머에 있는 유령적 환영의 영역이다. 그곳은 ‘죽음 너머의 삶’이 갑작스레 출현한 장소이고, 상징화되지 않는 ‘불가분의 잔여’이기 때문에 기괴하고 공포스럽다. 예컨대, 그 형상은 운명을 이행한 이후의 오이디푸스, 즉 ‘과도하게 인간적’이고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자, 어떤 인간적 법칙들이나 고려 사항에도 묶여지지 않는 존재에서 찾을 수 있다.‘그녀’의 피를 1000그램이나 수혈받고 죽음의 경계를 넘은 ‘나’는 이 ‘산죽은-파괴불가능한’ 유령적 대상과도 같다. 운명을 보아버린 ‘나’는 이제,“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세상에서 믿기 어려운 얘기”(2:77) 속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산죽은’ 존재인 것이다. 이와 같은 두 번째 방식, 온몸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이 성공적이라면 그 순간 상징적 질서로 편입되는 어떠한 ‘언어’도 소용 없게 된다. 그렇다고 그 방식이 성공했는가. 그 둘이 함께 ‘몸’을 통해 ‘유사-죽음’을 경험했더라도, 여하튼 현재 ‘그녀’와 ‘나’ 사이에는 역설적으로 ‘죽음’이라는 경계가 놓여 있지 않는가? 여기서 굳이 라캉의 ‘성관계는 없다’는 공식을 끌어올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로 취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타인의 행위를 아예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다. 설령 그게 죽음일지라도. 그것은 소통에의 ‘의지’를 드디어 ‘실천’으로 관철하는 일이며, 반복될 수 없는 ‘언어’의 한계,‘기억’의 한계,‘몸’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의 세영이 5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했던 남편에게 자신이 절대로 이해 못하는 다른 삶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이해하는, 아니 극복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식이냐 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배신하는 사람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언니의 동거남,‘네즈미’와 섹스를 하는 방식이다. 네즈미에게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드는” 세영의 방식이 “무모한 열정”으로 보이지만, 세영의 그 무모한 열정은 끝장까지 간다. 자동차 사고로 남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2시간 동안 울기만 했던 세영, 그렇게 다른 삶이 있었던 남편의 죽음을 방조했던, 아니 어떤 행동(action)도 하지 않음으로써 적극적으로 행위(act)했던 세영은 결국 ‘자살’한다.(정신분석은 행동과 행위를 분리한다. 행위는 그것의 담지자(행위자)를 근본적으로 변형시키다는 점에서 행동과 다르다. 행위 이후에 나는 ‘전과 동일하지 않다’. 행위 속에서 주체는 무화되고 뒤어이 다시 태어난다는 점에서, 라캉은 ‘자살’을 모든 (‘성공적’) 행위의 전형으로 파악한다. 알렌카 주판치치,‘실재의 윤리’,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4,p.133∼134) 세영의 방식이 극단적이고 무모하다면,‘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어떠한가. 이 작품에는 소통 불가능성과 그 불가능을 넘어서는 시도와 그 결론이 모두 담겨 있다. 그것은 “사랑의 모든 국면을 다 경험”함으로써,“심지어 죽음까지”도 경험함으로써만 가능한 결론이다. 여자 친구가 마지막으로 읽은 ‘왕오천축국전’을 읽고 나서도,‘소설’ 쓰기를 통해서도 애인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첫째, 그녀와 자신의 삶에,“어떤 진실도, 상상도, 이해도 없는”(2:151) 가장 합당한 주석을 달며, 그저 “짐작을 하며”,“그 사이를 원래 그대로 틈으로 남겨두고 살아가는 일”(2:143)이거나, 둘째,“지도에서 비워진” 그 곳으로 직접 가보는 일이다.‘그’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그것이 “서로를 속이는 것도, 속는 것도 없는” “인간에게 누구나 있는 어두운 구멍”(2:43)을 들여다보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이 ‘아직 가지 않은 길’이고,‘의지’의 방식을 택한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가 ‘결국 가야하는 길’이고,‘부넝숴’의 ‘나’가 ‘덜/더 가버린 길’이다. 당연히,‘그’가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향해 가는 것은, 이처럼 ‘몸’으로도 ‘언어’로도 이해 불가능한 그녀를 이해하는, 아니 자신의 진실을 이해하는 마지막 방법이다. 그는 자신과 함께 걸어가는 검은 그림자의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껄껄거린다. 여기인가? 아니, 저기. 조금 더. 어디? 저기. 바로 저기.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바로 저기. 문장이 끝나는 곳에서 나타나는 모든 꿈들의 케른,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할 바가 없는 수정의 니르바나, 이로써 모든 여행이 끝나는 세계의 끝.(2:154) 그곳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많다. 현실과 꿈이 뒤섞인 공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공간, 어떤 논리도 거부하는 공간, 죽음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공간 등등. 그러나 어떤 말도 소용없을지 모른다. 그곳은 가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실재’와 대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현실의 힘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용기’이다. 그 길을 가는 ‘그’에게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노트를 사면 항상 옮겨 적던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용기다. 아주 기이하고도 독특하고 불가해한 것들을 마주할 용기”(2:111)라는 릴케의 문장이 떠올랐을 것이다. 용기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진실에 도달하고자 하는 자에게 그 용기를 갖는 일은 의무이다. 낭가파르바트 등반은 원정대장이 역설한 바대로 “분명히 의의가 아니라 임무”(2:117)인 것이다.“그 꿈이 제아무리 압도적이라고 해도 원정대는 그곳을 ‘정복’해야만 한다.” 불가능한 것을 자신의 ‘의무’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오로지 ‘의무’ 때문에 ‘행위’한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윤리적 주체(‘의무’와 윤리적 행위의 관계에 대해서는, 위의 책,5장 참고)이다. 4. 진실은 어디에,“대뇌와 성기 사이”(김연수,‘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문학동네 2005년 겨울,p.158)그 어디쯤 ‘유령작가’라는 말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김연수는 그 의미가 ‘대필작가’ 쯤이 된다고 말했고, 대부분의 논자들은 그 안에서 작가적 자의식을 찾아냈다.‘유령’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어보면 어떨까? 이 글을 마무리 하면서 우리는 김연수의 최근 두 소설집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죽음을 넘어선 그 어떤 영역을 살펴보고 ‘유령’이 되어버린 작가가,‘아직’ 언어와 기억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아이’에 머물고 있는 상처받은 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고 말이다.“아프면 그 아픔을 고스란히 다 느끼라고. 아픈데도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죽기 싫어서다. 그래서 눈물은 조롱거리가 되고 아픔은 비난받고 두려움은 무시되며 믿음은 당연하다고 여긴다.”(2:117). 우울은 도덕적 쇠약함이며, 죄라고 라캉이 말했던가?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가 위와 같은 말에 의지하여 낭가파르바트로 갔듯이 우리도 각자가 넘어야 할 산 하나쯤은 마음 속에 있을 것이고, 그 산을 넘기 위한 ‘용기’를 지녀야 한다. 그것의 우리의 ‘의무’이다. 그렇지만 ‘죽음’이 윤리적 행위의 전형이라며, 그 죽음을 통해서만 우리는 타자의 진실, 나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현실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김연수는 이런 질문을 던져준다. 현실에서 이해는 필연적으로 오해가 되고, 살 부비는 부부 사이에서조차 서로의 마음 속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해결은 한 가지다. 그 “대뇌와 성기 사이” 그 어디쯤에 있을 ‘마음’으로 진실을 그저 믿는 것이다. 김연수의 세계인식과 작가의식은 이제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결국 “모든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말이다(위의 책,p.121)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제 어떻게 들려줄지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의 장편 연재가 기대된다. <끝> ■ 당선소감 “조금은 자신 갖고 내목소리 낼수 있을것” 글쓰기는 나에게 공포다. 학교에서 몇 개월째 학부생들의 리포트 상담을 하고 있지만 난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글쓰기에 관하여 조언을 해 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항상 회의적이다. 여전히 나는 무엇을 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안절부절 못하고, 하얀 모니터 앞에서 머릿속까지 하얗게 비워지곤 하는 걸…. 그렇지만 여하튼 읽는 일은 행복하고, 쓰는 일은 나에게 작은 희열을 맛보게 해준다. 그래서 그 일들을 멈출 수가 없다. 혼자 품고 있던 그 공포와 행복 사이에 용기를 채워 준 이번 당선이 정말 기적 같다. 여전히 막막하고 두렵지만, 이제 조금은 자신을 갖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온전히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턱없이 부족한 글이라 몹시 부끄럽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만으로도 더없이 많은 것을 일깨워 주시는 신범순 지도교수님과 국문과의 모든 은사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꽃비 내리는 자하연을 몇 번이고 함께 맞이했던 1동의 동료, 선·후배들의 자극에도 빚진 바 크다. 함께 공부하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다. 그리고 나이 서른을 앞에 두고서도 여전히 철없고 무심한 자식을 믿어 주시는 부모님과 가족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어렸을 적부터, 성실히 읽고 쓰는 일을 너무도 당연한 일상으로 여기게끔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좋은 글로 보답하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약력 ▲1977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글쓰는 순간이 진실’ 작가의 본질 파헤쳐” 응모작 총 20편은 작가론이 대부분이었고, 김현론을 비롯한 문학사적인 쟁점을 다룬 게 3편 있었다. 작가론 중에는 시인·소설론이 거의 반반씩이었다. 아마 최근 신춘문예 평론의 주류가 작가론으로 정착된 느낌이다. 특히 전후문학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4·19세대 작가론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오늘의 작가론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시선을 끈 글은 ‘말하기와 글쓰기의 행복한 공간-김현론’(김윤정),‘몸의 형이상학, 모성적 관능과 타자없는 육체 사이-김선우론’(함돈균),‘속도에 저항하는 시의 모험-김기택론’(강영준)‘‘틈’을 바라보는 시선-배수아 소설을 중심으로’(김나영),‘고독의 의무, 소설의 의무-윤성희 소설집 ‘거기, 당신?’론’(이은주),‘‘유령’작가의 진실-김연수의 최근작을 중심으로’(조연정) 등이었다. 김현론은 정직한 글쓰기의 자세를 보여준 진솔한 비평적 자세가 돋보였으나 개인적인 체험에 너무 함몰된 점이 아쉬웠다. 김선우론은 인문학적인 거시적 시각으로 시인에 접근하면서 미세한 현대적 환상과 성담론을 분석한 점이 돋보였으나 일반론적인 해설위주에 그쳐서 아쉬웠다. 김기택론은 성실한 독법이긴 하나 해설론에 그친 한계가 있었다. 배수아론은 라캉의 틈 이론을 중심으로 작품을 분석하려 했으나 결론이 너무 조급해 보였다. 최종적으로 윤성희론과 김연수론은 우위를 다툴 정도였다. 윤성희론은 반 루카치적인 소설론을 전개한 점이 시선을 끌었지만 문장력이 치밀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김연수론은 탈구조주의적인 이론의 틀에 너무 얽매인 느낌이 있으나 기억이나 회상을 불신하고 글쓰기의 순간만이 진실이라는 이 작가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헤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김윤식 임헌영
  •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시조 당선작] 국립중앙박물관/한분옥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시조 당선작] 국립중앙박물관/한분옥

    국립중앙박물관/한분옥 투명한 유리 집에 한 여인이 살고 있다 천년이 흘러간 뒤 다시 천년 반석에 놓여 꽃 같은 싱싱한 웃음,늘 그 자리에 바치고 세속 모든 언어들이 여기와 갈앉는다 풍경도 울지 않는 채,감도는 작은 고요 해묵은 청동의 녹이 봄빛 파랗게 물들이고 가까이 다가서면 이웃집 아낙도 같은 어쩌면 옷깃 한번 스치고 간,머언 인연 같은 아니야,나를 어루신 우리 어머니 손길 같은 실선 따라 흘러내린 빛나는 고운 눈썹 떨쳐낸 유혹하며 숨겨진 예감하며 살 에는 바람 소리도 춥지 만은 않구나 ■ 당선 소감 “시조는 내 숙명의 사막…비단길 열릴때까지 계속 걸을 것” 태화강 푸른 대숲 위로 달이 뜹니다. 천년 신라, 처용의 달입니다. 덩그렁 한 아름 달이 집 뜰에 내려와 춤사위가 시작됩니다. 상처 입은 을유년 액운 다 물러가고 오로지 풋풋하고 싱싱한 기운만이 깃들어 병술년 새아침이 밝아 오는 천신무(天神舞)를 추어댑니다. 진양조로 시작된 천신무는 어느덧 현란한 자진모리로 치닿습니다. 이렇듯 이 땅에 머무는 모든 이에게 새해는 정말 저마다의 희망과 꿈이 활짝활짝 피어나길 손을 모읍니다. 시조는 나에게 있어 두려움의 대상이자 꼭 걸어가야만 했던 사막임에 분명합니다. 이 막막한 사막이 비단길로 열릴 때까지 앞서간 분들의 정신세계를 흩트려 놓거나 가볍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고독과 사색의 늪에 깊이 빠지는 것만이 우리가락 전통 시문학의 맥을 이어갈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가져 봅니다. 늦은 시작의 선상에 서서 출발의 신호가 내려지기까지는 많이도 초조하긴 했지만,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말하고 싶습니다. 부족함 앞에 큰 선물인 용기를 심어 주신 선생님, 좋은 인연 맺어주신 서울신문사에 고통 뒤에 다가선 세상이 이리도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 한분옥 약력 ▲1951년 경남 김해 출생 ▲부산교대 및 동 대학원 졸, 울산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예술계 신인상 수필 당선 ▲제7회 가람 이병기 추모 시조공모전 장원 ▲울산중앙초등학교 교사 ■ 심사평 “손길 닿는듯 감각적 시어 돋보여” 응모된 작품들은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해가 거듭될수록 시조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그만큼 깊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번 작품들은 다양한 소재를 시조의 형식으로 형상화하는 역량들이 크게 눈에 띄었다. 시조가 갖는 형식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감각과 리듬으로 참신한 내용을 담아내어 현대적 기능으로서의 기법을 구사해 낸 점이 돋보였다. 당선작 한분옥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문화의 중추적 사물을 대상으로 설득력 있게 파고 들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진술한 전개가 아니라 손길에 닿는 감각적 표현으로 시선을 끈 수작이다. 이밖에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김종학의 ‘늦가을, 남천강에서’, 조성문의 ‘다도해 무화과’, 한마루의 ‘자음과 모음(문자 메시지)’, 정행년의 ‘월포리 단상’ 등으로 이들 네 사람의 작품은 모두 시조의 기본 형식에 충실하면서도 각자 나름대로 개성있고 고른 수준을 보여준 작품들이다. 김종학의 ‘늦가을, 남천강에서’는 언어의 조탁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작품으로 당선작과 마지막까지 겨뤘으나 아깝게 밀려났다. 조성문의 ‘다도해 무화과’는 안정감을 주는 대신 평이한 표현으로 참신성이 결여돼 보였다. 한마루의 ‘자음과 모음(문자 메시지)’은 현대적 소재를 무리없이 전개한 작품이다. 다만, 생경한 시어로 작품을 가볍게 만든 점이 아쉬웠다. 정행년의 ‘월포리 단상’은 동일한 작품을 타사에도 응모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근배 한분순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블랙홀/김미정 등장인물 광식 정애 남자 가인 등을 들고 있는 아이 인철 그 밖의 배우들 각 에피소드들의 시간적 배경은 같다. 에피소드 1 전체 무대는 1,2층의 구조로 되어 있다.2층은 오랜 병원생활을 했음을 짐작하게 해 주는 병실의 내부가 있다. 병실에는 환자용 침대와 보호자용 침대가 있고 침대를 바라보며 유리창이 있다. 유리창 밖으로는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양끝으로는 줄을 연결해서 빨래를 걸어 놓았다. 한쪽에는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고 그것은 병원 비상계단의 모습이다. 침대 옆에는 인공호흡기와 심장모니터기가 놓여져 있다.1층은 어느 산동네를 연상케 하는 배경들이 있고 계단의 정반대쪽에는 지하철 입구의 표시가 그려져 있다. 계단의 앞쪽으로는 벤치가 있고 그 벤치 옆에는 어느 노숙자가 놓고 간 듯한 신문지들과 소주병들이 나뒹군다. 멀리서 들리는 소리, 얼핏 들으면 기차소리와도 같은 규칙적인 소리.2층의 무대가 조금 밝아지면서 기차소리는 심장 모니터기의 소리로 바뀐다.2층의 무대가 완전히 밝아지면 모니터의 소리는 잦아들고 보호자용 침대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광식의 모습이 보인다. 유리창 밖에는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리창을 닦는다. 유리창을 닦다가 소주를 꺼내어 마신다. 광식의 앞에는 먹던 중이었던 김치그릇과 밑반찬 그릇들 그리고 밥그릇이 있다. 나머지 두 침대는 비어있다. 광식:(입맛을 다시며)거 참 맛있겠네. 저 양반 저거 세상을 아는 양반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소주 한 병 사오는 건데.(혼잣말로)거 혼자만 잡숫지 말고 나눠 먹읍시다.(먹던 밥을 계속 먹는다.) 남자가 유리창을 두드리더니 소주병을 내민다. 광식:한 잔 주시게요?아이고 그럼 나야 고맙지요. 유리창 남자가 소주를 따르는 시늉을 한다. 광식이 술잔을 받는 시늉을 한다. 광식:(마시는 시늉)원샷! 캬! 안주는? 안주도 줘야지. 남자가 씩 웃는다. 광식:사람 참 싱겁소. 남자도 하!웃는 모양. 그러고는 유리창을 닦는다. 광식:하, 취한다.(침대의 이불을 젖히니 아이가 반듯이 누워 있다. 광식이 아이의 몸을 옆으로 돌려서 등을 문지른다)우리 딸입니다. 예쁘죠?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이 예수님 귀 빠진 날이래요. 뭐 대단한 양반인지는 몰라도 병원 전체가 들썩들썩 합니다. 우리 병실 환자들은 모두 외출을 나갑디다. 세상을 구원하신 독생자 그리스님인지 놈인지 덕분에 오랜만에 조용하고 좋수.(등을 문지르다가 손을 동그랗게 하고 두드린다.)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둘이요, 두부장수 두부를 판다고 달달달, 셋이요, 새 각시가 빨래를 한다고 달달달. 광식이 부르는 노래의 반주와 함께 빨간 등을 든 여자아이가 등장해서 1층의 무대를 돌아다닌다. 아이가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아이:(가만히 서서)아빠!일곱은 뭐라고 그랬죠? 남자가 뭔가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유리창을 두드린다. 광식이 쳐다본다. 남자가 손가락 일곱 개를 유리창에다 댄다. 광식:일곱이요. 일본 놈이 순찰을 돈다고 달달달! 아이:아!(아이가 다시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를 돌아다니다가 퇴장한다.) 광식:(아이의 등에 베개를 대주고 이불을 덮어주면서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우리가 언제 한 번 본 적이 있죠?(유리창에 입김을 불어서 글씨를 쓴다.‘나 몰라요?’큰 소리로 입 모양이 보이게)초등학교 어디? 난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공주에서 살다가 중학교 올라가면서 서울로 이사 왔는데…. 고향이 공주?아닌가?아무튼 형씨 인상 한 번 좋수다. 어쩌다 이런 일…. 뭐 오해는 마슈. 위험하니까. 이런 일 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잘 될 거요. 인상 보면 알지.(아이를 쳐다보며)우리 애는 십 년째 이러고 누워 있어요.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거든.(사이)원무과에서는 석 달에 한 번씩 청구서가 나옵니다. 일년 만에 집 날리고 벌써 팔 년 짼데 뭐가 남았겠습니까?지금은 월세 낼 돈도 없어서 병원에서 살아요. 뭐 그런 얘기를 밥 먹으면서 하냐고 그러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게 현실인걸. 만날 울고 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그냥 하루하루 간신히 넘기는 거죠. 하루의 끝은 웃으면서 보내려고 해요.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죠.(한숨을 쉬며)그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울화가 치밀어요.(조금 작은 소리로)이건 형씨한테만 하는 말인데요. 처음에는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맙더니 딱 일년이 지나니까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길어야 삼년이겠지. 웃기죠?딱 일년 만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우리 마누라가 알면 난리 날 겁니다. 긴병에 효자 없죠?맞습니다. 부모라면 벌써 포기했을 겁니다. 자식이니까 붙들고 있는 겁니다.(큰소리로)진짜 나 몰라요?(한참의 사이 후 고개를 숙인다. 어깨를 들썩인다. 다시 한참의 사이를 두고 고개를 든다.)제길, 소주 한잔에 취했네. 다 잘 될 거요.(사이)그거 하면 하루 얼마나 줍 니까? 남자가 유리창에다 손가락을 대고는 여섯, 다섯, 넷, 셋, 둘, 하나를 세더니 칼을 꺼내어서 줄을 끊는다. 순식간에 남자가 사라진다. 광식:어?(광식은 잠시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주머니에서 전화를 찾는다.)씨!지가 왜 죽어. 죽을 놈이 누군데.(한참 만에 전화를 찾는다. 떨리는 목소리로)저 여기 13층인데요.(사이)네?병원(사이)한영병원요. 사람이 떨어졌어요.(사이)아니 안이 아니고 밖인데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누구냐면…유리창을 닦는 사람인데…. 인상이 좋고…. 어디서 많이 본 것도 같고…. 저 위 동네에 사는…. 헉!(갑자기 입을 막는다. 전화를 놓친다.) 광식이 정신없이 병실을 빠져나가 비상계단으로 내려간다. 머리를 벽에다 반복해서 박는다. 무언가 모를 괴로움에 몸부림을 친다. 그러다가 미친 듯이 웃는다. 한참 만에 다시 병실로 돌아온다. 아이를 바라보고 유리창 밖을 바라본다. 두 손바닥을 유리창에다 댄다. 이제부터는 모든 행동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아이의 호흡기 전원을 끈다. 호흡기 소리가 점점 잦아들다가 멈춘다. 침대 위 아이의 몸이 위로 한 번 뛰었다가 털썩 내려앉는다. 심장모니터의 박동소리가 완전히 멈춘다. 광식의 몸이 털썩 밑으로 내려간다.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광식의 손바닥 자국이 드러난다. 소리:2005년 12월25일 서울의 모 병원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생명을 유지하던 15세 김모 양의 아버지가 아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김모 씨는 병원 소각장에서 아이의 신발을 태우다가 붙들렸습니다. 김모 양은 지난 1998년 교통사고를 당해 그 이후로 계속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서 살아왔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아이의 목숨마저 끊어버리게 된 김모 씨는 현재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씨의 다른 가족으로는 아이의 어머니 최모 씨와 8세의 아들이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아내 최모 씨에 의해 경찰에 신고 되었다고 합니다. 같은 날 김모 양의 병실 밖에서는 병원의 유리창을 닦는 강모 씨의 추락사가 있었습니다. 강모 씨의 주머니에는 마시다 만 소주병이 있었고 리프트의 한 쪽에는 분골함으로 보이는 상 자에 하얀 재가 반쯤 들어 있었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층 들뜬 분 위기의 한 쪽에는 이런 어두운…. 암전 에피소드 2 빗소리와 함께 무대가 밝아진다.2층 무대의 소품들은 여전하다. 정애가 지하철 입구를 통해 밀고 다니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등장하고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그냥 그 자리에 선다.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어서 닦는다. 남자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정애가 있는 곳으로 온다. 정애:(남자를 힐끗 보더니)크리스마스에 눈이 안 오고 비가 오네요. 남자가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도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남자를 바라보며)묘한 기분이 들어요. 남자:…. 정애:(천천히 고개를 돌리며)나 좀 봐 주책이야. 남자가 담배를 피운다. 정애:(가방에서 칫솔을 꺼낸다. 혼잣말로 연습한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공부하시느라 살림하시느라 일하시느라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으십니까. 오늘 제가 가지고 나온 물건은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수 있는 건강 칫솔입니다. 이 건강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 인준을 받은 칫솔모를 사용한 칫솔로서 여러분의 이와 잇몸의 구석구석까지 들어가서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줄 것입니다. 몇 달이 지나도 칫솔모가 상하지 않아 칫솔을 자주 바꾸실 필요가 없습니다.(남자를 쳐다보며)한영병원 1002호에 입원해 있는 가인이를 아시죠? 제 딸이에요. 남자:(그제서야 고개를 돌려서 정애를 본다) 정애:그동안 잘 지냈어요? 남자:…. 정애:당신, 많이 늙었네요. 남자:…. 정애:먹고 살만 하시면 칫솔 두 개만 사주세요.5천원이에요. 이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를 인정받았어요. 그게 뭔지 아시죠? 남자가 주머니에서 5천원을 꺼내서 정애에게 준다. 정애가 남자에게 칫솔을 준다. 정애:우리 가인이는 저 혼자 이빨도 못 닦아요. 그래서 칫솔도 필요 없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무대 가운데로 간다. 뒤돌아서 정애를 바라본다. 남자:봉천동 산27번지에 사는 소영이는 어제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며칠 전에 돌에 깔려서 죽었거든요. 그 아이도 이제 칫솔은 필요없을 겁니다. 정애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남자:가인이는 오래오래 살길 바랍니다. 정애가 남자에게 달려들어 옷을 잡고 흔든다. 남자와 정애의 몸싸움. 슬프고도 정열적인 음악이 흐른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이 춤을 추는 것 같다.2층 병실로 검은 옷을 입은 조폭이 등장한다. 쇠방망이를 들었다. 조폭:으메 씨벌, 병실 한 번 좋구마잉, 으메 씨벌, 돈 빌려준 놈은 지 엄니 병원비도 없어서 집구석에서 다 돌아가시게 생겼는디 돈 빌려간 놈은 지 자식을 번듯하니 이런 큰 병원에다 모셔두고 있어 잉?니들이 사람이여?개, 돼지만도 못한 것들 아녀 이것!씨발!(방망이를 한 번 내리친다) 정애:병원비가 없어서 사채를 썼어. 갚은 이자만으로도 원금을 까고도 남는데 이 새끼들이 이자가 한달만 밀려도 병실로 찾아오네. 아이의 아빠가 작업복을 입고 1층으로 등장한다. 같은 복장의 배우들이 방망이를 들었다. 광식:이 집은 재개발 지역 내에 있습니다. 나 난 이, 이렇게까지 하긴 싫어요. 어서 어서들 나가세요. 안, 안 그러면 가만 두지 않겠어. 어, 어서 나가!셋을 셀 거야. 하나!둘!씨발 나가요!셋!(방망이를 치켜든다.) 배우들이 같이 치켜든다. 남자:봉천동 산 27번지 재개발 지역.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 조폭:울 엄니도 몇 년째 똥오줌 받아내고 있다니까. 니 자식만 자식이고 울 엄니는 늙었응께 고만 돌아가시라 이거여 뭐여!잔말 말고 돈 내놔!안 그러면 자식이고 뭐고 없응께. 인철이가 피에로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남자와 정애는 본격적으로 춤을 춘다. 광식:인철아!이 자식 여기 있었구나. 나 좀 살려주라!이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난 못 하겠다. 내가 그 돈은 꼭 갚을게. 인철아. 나 좀 놔 주라. 내 이 손으로 우리 엄니같은 노인네 허리를 치고 머리를 잡고 집에다 불을 지르고 그랬다. 야!인철아!나 좀 ! 인철:아직 먹고 살 만한가 보구나, 니가. 알아서 해. 광식:야, 우리가 불알친구 아니냐. 이 자식아. 인철: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생각해. 자식을 생각하라고. 광식:인철아. 나 이제 이 짓 못하겠다. 나 좀 봐주라. 인철:야 이 자식아. 일할 사람은 많아. 너 당장 돈 갚을 수 있어? 광식:내가 벌어서 갚을게. 인철:오다가 떨어져서 말이야. 니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나도 곤란해져. 이쪽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지는 알지? 광식:그래도 난, 난 못해. 인철:이 자식아. 그럼 돈을 가져와. 광식:으으으으으! 인철:쉽게 생각해. 아이의 호흡기 소리가 거칠어진다. 음악이 고조되면서 2층 병실의 조폭과 1층의 광식과 다른 배우들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정애와 남자가 무대를 빙글빙글 돈다. 배우들의 모습은 마치 무협영화의 한 장면 같다. 정애:있는데 안 주는 것 아닌데. 조폭:그려? 갚을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아줌니 아직 탱탱하구마잉. 남자:일곱 살 난 딸이 집 마당으로 뛰어들다가 돌에 깔려 죽었네. 정애:그럴게요, 그럴게요, 제가 가서 일해 드릴게요. 빚만큼 일해 드릴게요. 제발 가주세요. 조폭:오메, 이렇게 쉬운 길이 있었는데 괜히 힘써 부렀네. 현란한 조명이 무대 전체를 채우고 이어서 공사장의 먼지 같은 희뿌연 연기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무대에 탬버린 소리가 울린다. 연기가 걷힌다. 화려한 옷을 입은 정애가 탬버린을 치고 있다. 정애는 노래를 부른다.2층의 유리창 밖으로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골함에서 하얀 재를 허공에 뿌린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에피소드 3 웨딩마치 흐르면서 무대가 밝아지면 2층의 무대에는 하얀 천이 내려와져 있다. 무대의 곳곳에는 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단들이 있고 단위에 사람들이 둘씩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광식과 정애다. 첫번째 단 광식:오늘은 입질이 영 시원찮네. 정애:아이 재미없어. 광식:그러게 왜 따라왔어. 정애:집에 있어도 재미없어. 광식:그러셔?가인이는? 정애:아까부터 곯아 떨어졌어. 텐트 치고 잔다고 좋아하더니. 당신은 낚시가 그렇게 좋아? 광식:그러엄. 정애:우리보다도? 광식:그러엄. 정애:치, 그럼 왜 결혼했냐? 평생 혼자 낚시나 하고 살지. 광식:니가 결혼해 달라고 하도 쫓아 다녀서 할 수 없이 했다. 정애:뭐야?내가 언제? 광식:물고기 머리냐? 정애:하이구 그러셔?그래서, 그래서 후회해? 광식:글쎄에. 정애:이이가 정말.(광식을 꼬집는다.) 광식:아야!조용히해. 물고기들 다 도망간다. 정애:똑바로 말하란 말야.(또 꼬집는다.) 광식:아야. 왜 이래 마누라. 똑바로 말하면 잡아먹으려고? 정애:뭐야? 광식:하하하. 두번째 단 정애:방송국에서 우리 가인이를 찍어간대. 광식:그래?방송국에서 어떻게 알고? 정애:간호사들이 편지를 써 줬대. 광식:정말? 세번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정애: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광식:가끔씩 눈을 맞추고 울기도 합니다. 정애:가인아. 어서 일어나서 엄마랑 밖에 나가 놀아야지. 광식:(얼굴을 찌그러트리고 입을 크게 벌려서 운다.) 정애:그럴 땐 우리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요. 그럼 가인이가 곧 일어날 것 같아요. 광식:(정애의 등을 두드린다.)두 시간에 한 번씩 체위를 바꿔주고 등을 이렇게 두드려 줘야 합니다. 정애:가래도 뽑아줘야 하고요. 낮에는 어머니가 와 계시고 밤에는 우리가 교대로 하죠. 낮에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정애와 광식의 역할을 바꾸어 정애가 광식의 등을 두드린다. 광식:가장 필요한 거는 역시…. 정애:(얼른)아이의 병원비를 석 달에 한 번씩 계산해야 해요. 셋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세번째 단 정애:밑 빠진 독에 물붓기지. 벌써 통장이 바닥났어. 광식:인수가 걱정이야. 정애:왜? 광식:장모님이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 정애:그래서? 광식:데리고 가서 자장면을 사줬는데, 아이가 이상했어. 정애:이상해? 광식:자장면을 먹다가도 눈을 깜빡하고 얘기도 잘 하지 않고 그저 눈만 깜빡거렸어. 정애:하도 오랜만에 보니까 낯설어서 그랬겠지. 광식:그게 아니야. 정애:그럼,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광식:장모님이 그러는데 신경증 증세가 있대. 정애:뭐? 광식:우리가 잘 돌봐주지 못해서 그래.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가인이가 그렇게 되고…. 아무리 장모님이 신경 써 줘도. 정애:그래서 엄마가 잘 못 돌봐서 그런단 거야? 광식:이 사람이!누가 그렇대? 정애:그럼 뭐야, 그럼 뭐냐고. 광식:으이구, 왜 억질 부려. 내가 뭐라고 했다고. 정애:몰라. 정말 미치겠다. 다른 배우들이 세번째 단을 쳐다본다. 네번째 단 광식:당신 저녁마다 어디를 나가는 거야. 정애:내가 말했잖아. 친구 식당일 도와준다고. 광식:당신 정말! 정애:어서 밥이나 먹어. 광식:…. 정애:유리창 닦는 아저씨가 죽었어. 광식:뭐? 정애:집이 재개발돼서 다 부숴지고 식구들이 다 뿔뿔이 흩어지고 그랬대. 광식:그래서, 죽었어? 정애:줄을 끊었어. 광식:다, 당신이 봤어? 정애:아니, 들었어. 깡패들이 와서 집을 다 부쉈대. 참 기분이 묘해. 그 아저씬 우리 가인이가 바깥세상을 잘 볼 수 있게 유리창을 깨끗하게 잘 닦아줬는데. 광식:…. 정애:불쌍하다. 그치?그런 거 보면 우리만 힘든 것도 아냐. 가인이는 이렇게 살아 있잖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도……. 광식: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그게 어울리는 말이니? 정애:왜 이래?오늘?짜증이 컨셉트야? 광식:힘들겠다. 자기는. 정애:새삼스럽게 왜 이래. 광식:밤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 정애:뭐? 광식:…. 정애:어, 어떻게 알았어? 광식:더럽다. 정애:누가? 광식:내가. 정애: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당신이 사채만 안 썼어도. 광식:당신이 다른 남자들 앞에서 웃고 있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쏠려. 정애:그럼 가서 일억만 벌어와. 광식:제길! 정애:당신이 신체 포기각서도 썼다며. 콩팥하나 떼어줬는데 이번에는 뭘 주려고?눈?간?심장?그럼 우리 가인이는?당신이 죽으면 가인이도 죽어. 광식:개새끼들한테 돈을 빌리는 게 아니었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정애:허풍 떨지 마. 광식:뭐? 정애:어렵지 않아. 그냥 노래만 불러. 광식:거기가 그런 데냐?노래만 부르는 데냐고. 정애:정 못 믿겠으면 따라와서 보면 되잖아. 광식:꿈에도 생각 못했어. 당신이…. 정애:아까 어머니가 호박죽 끓여 오셨던데 먹을래? 광식:…. 정애:총각김치도 있어. 광식:개새끼. 정애:애 듣는 데서 왜 자꾸 욕을 하고 그래. 광식:듣긴 누가 듣는다고 그래. 병신이! 정애:(광식의 뺨을 친다.) 광식:인생이 억울하다. 정애:…. 광식:…. 정애:가인이가 다 들어. 세 단의 배우들이 일어나서 계단으로 올라가서 하얀 천을 내린다. 침대위의 아이가 호흡기를 단 채 침대에 앉아있다. 빨래가 매달려 있는 줄 사이에는 등이 여러 개 걸려 있다. 등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정애의 얼굴 몽환적이 된다. 무대에는 등의 불빛만이 있다. 정애:이상하지. 유리창 아저씨가 우리 병실 앞에서 하얀 재를 뿌리는 꿈을 꿨어. 그게 우리 가인이가 죽어서 태운 재 같아서 가슴이 저려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당신 얼굴이랑 똑같이 생긴 거야. 광식:그 사람. 자기 아이가, 무너지는 집에 깔려서 죽었어. 정애:어떻게 알아? 광식:나도 꿈을 꿨어. 둘이서 장난삼아 주거니 받거니 소주 한 잔 하는데 그 사람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 거야. 초등학교 동창인가 중학교 동창인가 물어보려는 참에 줄을 끊더라. 그러고 나니까 생각이 나는 거야. 죽은 그 아이를 많이 닮았더라. 내가 그 사람을 닮고 죽은 아이가 가인이를 닮고 ……. 정애:꿈을 꾸는 것 같다가 일어나보면 꿈이랑 별 차이가 없는 현실이 돌아와. 광식:내가 거기 있었어. 아이가 죽을 때 내가 거기 있었어. 죄책감 때문에 미칠 것 같다. 배우들이 등 앞에 서있다. 하나의 등에 하나의 광식과 정애. 두 사람이 조금 더 몽환적인 상태가 된다. 정애:지금도 꿈을 꾸는 것 같아. 광식:꿈에서 보면 우리의 머리맡에 등이 하나씩 걸려 있어. 정애:예쁘다. 광식:등이 하나씩 꺼져. 정애:슬프다. 배우들이 등을 차례로 끈다. 광식:가인이 머리위의 등은 아직 켜져 있어. 정애:다행이다. 광식:(두 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나는 꺼진 내 등을 부여잡고 울어. 당신 등을 부여잡고 울어.(울음을 터트린다.) 정애:부모란 게 그런 거야. 자식이란 게 그런 거야. 광식:저기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 많이 희미해진 등들이 있네. 정애:그건 누구의 등일까? 광식:인수. 정애:저게 우리 인수 등이야?어머, 정말 빨갛고 작은 등이네. 광식:그 아이, 그 아이 아빠. 정애:어쩜, 저렇게 예쁜 등을 가진 아이였어. 광식:(손을 원을 그리며 돌린다.)나는 가인이의 등을 꺼. 정애:어?그럼 안돼. 광식:천천히, 조금씩 심지를 줄여. 미안해. 정말 미안해. 배우가 가인이의 등을 끈다. 앉아있던 아이의 눈이 무섭게 커진다. 호흡을 거칠게 쉰다. 그러다 점점 잦아든다. 앉은 채로 숨을 멈춘다. 정애가 광식의 목을 조른다. 남아 있는 등들이 무대를 비춘다. 숨을 멈춘 가인의 눈이 등불처럼 떠져 있다. 암전. 에피소드 4 1층 무대의 한곳에 햇빛처럼 조명이 드리우고 광식이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광식의 그림자가 무대 전체에 비추어지면서 광식의 외로움이 극대화된다. 정애가 계단을 통해 내려와서 무대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간다. 소복을 입고 있다. 광식의 그림자에 정애의 모습이 겹친다. 정애:(허공에 손을 대본다.)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뭐라고 그러지? 광식:메리 크리스마스. 정애:치,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냐? 광식:알면서 왜 물어봐? 정애:어서 일어나서 이리로 와. 집에 가야지. 광식:왜 이래? 당신이 이쪽으로 와야 해. 병원으로 가는 길은 이쪽이야. 정애가 광식의 쪽으로 걸어오다가 멈춘다. 정애가 당황해하며 멈춰 서서 양쪽을 바라본다. 정애:어디로 가지?가인이가 죽었는데. 광식:(놀라며)무슨 소리야?가인이가 죽어? 정애:균에 감염이 돼서 열이 40도까지 올라갔어. 누가 때리지 않았어도 온몸에 멍이 들고 입과 항문으로 피가 줄줄 나왔어. 당신이 없는 동안에 가인이가 죽었어. 지금 가면 볼 수 있어. 광식:(가슴을 쥐어짜며)아! 정애:죽는 건 너무 순간이라 처음엔 나도 믿을 수가 없었어. 집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옷을 입히고 당신을 기다렸어. 오늘쯤 당신이 병원으로 올까봐 이리로 왔어. 광식:우리한테 집이 있었나? 정애:가인이를 보내려고 집을 구했어. 며칠동안만이라도 있을 수 있었어. 오늘 나가야 해. 주인이 죽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걸 보고는 당장 나가라고 그러는데 며칠만 봐달라고 빌었어. 광식:난 꿈을 꾸는 것 같아. 정애:다른 병실 아이도 죽었어. 아이 아빠가 호흡기를 껐어. 뉴스에도 나왔어. 그 아이 아버지는 잡혀 갔어. 나도 꿈을 꾸는 것 같아. 아니 잘 모르겠어. 지난 8년이 꿈인지, 아니면 지금이 꿈인지. 광식이 운다. 그림자가 흐느낀다. 정애의 몸에 겹쳐져서 두 사람의 흐느낌이 된다. 광식:장례비는? 정애:아이 옷하고, 염할 것 하고, 화장터 가서 화장할 것 하고 집세 내고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무대 위를 비추는 조명이 시간이 흘러감을 알게 해준다. 그림자가 점점 작아진다. 광식: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정애:차내에 계시는 승객 여러분, 여기를 잠시 봐 주십시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은 한달만 써도 칫솔모가 쉽게 닳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로는 치석까지 제거되지 않습니다. 광식:둘이요, 두부장수. 정애:여기 새로운 칫솔이 나왔습니다. 몇 달을 써도 칫솔모가 손상되지 않는 칫솔입니다. 이를 닦으면 부드러운 칫솔모가 이의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가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줍니다. 광식:낙원으로 갔니? 정애:이를 닦는 동안 여러분을 낙원으로 데리고 가줄 칫솔이 두개에 오천원입니다. 광식:정말 하루저녁이 꿈같다. 아이들이 죽고 어른들은 자살하고 마치 블랙홀에 빠진 것 같아. 정애:하얀 옷을 입어서 니 모습이 성모 마리아처럼 성스럽고 숨소리는 너무나 고요해서 세상의 모든 소음을 덮어주었어. 엄마는 꿈을 꾼다. 니가 등불을 들고 나타나 아빠를 위로해주고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선하게 해주는 꿈을……. 죽은 이들이 등불을 들고 등장한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들었다. 환하게 웃고 있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 당선소감 “수술후 벅찬 소식… ‘이런게 인생이구나’ 느껴” 갑자기 배에 기형종이 생겨 수술을 받게 되었고 수술 직후 당선 소식을 들었다. 통증과 전신마취 후의 몽롱함 속에서 들은 가슴 벅찬 소식이었다.‘이런 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대전여민회’라는 여성운동단체의 연극 소모임 ‘돼지꿈’에서 활동을 해 왔다.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여성 문제를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을 하면서 ‘연극’이라는 것이 사람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주고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최고의 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호사로서 막연히 연극에 대한 동경만 가지고 있던 나를 연극판으로 이끌어주고 몇 년을 한결같이 믿어준 대전여민회의 언니와 동생들 그리고 진연 언니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와 같이 몇 년을 울고 웃으며 연극을 했던 모든 돼지꿈 단원들과도 술 한 잔 하면서 기쁨을 나누고 싶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단 몇 평의 무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김상열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부모님, 대전대의 모든 교수님들과, 같이 스터디했던 동료들, 그밖에 작품을 열심히 읽어주고 평을 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아 주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개인이나 가족의 병이 아닌 사회의 병으로 인식해 같이 치료할 날을 바라며 당선 소감을 마친다. 김미정 ●약력 1971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졸업, 대전대 문예창작대학원 수료 대전여민회 문회위원장(연극모임 ‘돼지꿈’ 연출 및 극작 활동) ■ 심사평 “꿈·현실 넘나들며 존재의 불가사의 부각 돋보여” 신춘문예에도 유행은 있는가 보다. 올해 응모작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심사를 하면서 그 작품이 그 작품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말로 하면 개성 있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말이다. 자의식과 관념이 과잉되어 작가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작품들, 고통의 아우성만 보여주고 고통의 근원을 성찰하지 않으려는 엄살과 감상(感傷)덩어리의 작품들, 무뇌아적 형식실험에 진부한 소재를 안이하게 결합한 작품들, 존재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보이려는 도살의 욕망은 보이나 존재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나 깨달음은 보이지 않는 작품들 등. 개성이나 독창성의 기준을 떠나 극작의 기본기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별하려고도 해보았으나 단편희곡이 지녀야 할 덕목을 지닌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소한 소재를 의미심장하게 구성해내는 능력, 압축적이면서 오랜 울림을 줄 수 있는 내공, 존재의 심연을 깊고 섬세하게 응시하는 통찰력을 지닌 신인을 만날 수 없었다. 정말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 독창성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신인을 기대했다. 그 이유는 대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이 등단과 함께 사라져가는 경우가 너무나 허다하기 때문이다. 등단은 시작일 뿐이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끝을 내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미정의 작품과 박재원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다. 박재원의 희곡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서라운드(surround), 다시 말해 삶의 조건에 대한 성찰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러나 형식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삶의 조건에 대한 중심인물의 대응이 자폐적이라는 지적 또한 면할 수 없었다. 김미정의 ‘블랙홀’은 공간, 인물, 사건의 혼재와 병치, 꿈과 현실의 넘나듦을 통해 존재의 불가사의한 면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연극 공간의 활용과 극적 이미지의 연결이 돋보였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와중에도 코믹함을 잃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철리 김태웅
  •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시조 당선작] 아쿠아리우스/최호일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시조 당선작] 아쿠아리우스/최호일

    아쿠아리우스/최호일 나는 물 한 그릇 속에서 태어났다 은하가 지나가는 길목에 정한수 떠있는 밤 물병자리의 가장 목마른 별 하나가 잠깐 망설이다 반짝 뛰어 들었다 물은 수시로 하늘과 내통한다는 사실을 편지를 쓸 줄 모르는 어머니는 알았던 것이다 달마다 피워 올리던 꽃을 앙 다물고 그이는 양수 속에서 나를 키웠다 그 기억 때문에 목마른 사랑이 자주 찾아 왔다 지금도 물 한 그릇을 보면 비우고 싶고 물병 같이 긴 목을 보면 매달리고 싶고 웅덩이가 있으면 달려가 고이고 싶다 어디 없을까 목마른 별 빛 물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멎을 때까지 아주 물병이 되어 누군가를 적셔주고 싶다 아니,트로이의 미소년 가니메데에게 눈물 섞인 술 한잔 얻어 마시고 취한 만큼 내 안의 고요를 엎지르고 싶다 한밤중의 갈증에 외로움을 더듬거려 냉장고 문을 열면,그리웠다는 듯 반짝 켜지는 물병자리 별 하나 ※물병자리 별. 그리스 신화에는 제우스에게 납치 당해 신들에게 술을 따르는 트로이의 왕자 가니메데의 이야기가 있다. ■ 당선 소감 “옆집 아줌마에게 말걸듯…그렇게 詩 써내려 갈 것” 십년 전쯤, 생업을 등지고 시에 빠져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무성 영화처럼 돌아간다. 세상은 온통 잿빛이었고 나는 살짝 맛이 가 있었다. 과도한 의욕이, 편견과 오만이, 그리고 화려한 궁핍이 내 유일한 의상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보이거나 천재였다.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먼저 지쳐있었다. 어림도 없을 줄 알았던 당선소식을 듣고는, 아이들은 상금의 용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아내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방에 가서 운다. 나는 실없는 장난 전화를 받은 것처럼 담담했다. 가소롭다. 나도, 아내도, 아이들도…. 누군가 말했다. 시인은 돈을 멀리해야 하고, 살이 쪄서도 안 되며, 오로지 고독과 이슬만 먹고 살아야 한다는 심한(?)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시인의 양식은 과연 고독과 이슬일까? 하지만 나는 어느덧 돈의 단맛을 아주 잘 알고 있을 정도로 영악해져 있다. 그러나 등이 따뜻해져 갈수록 마음은 여전히 춥거나 허기를 느낀다. 그리하여 시여!시인이여!절벽까지 나를 안내해 다오. 출구가 도대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작심을 하고 쓴 시는 모조리 밀려나고, 옆집 아줌마에게 얘기하듯 쓴 시가 당선이 되어 적지 않게 놀랐다. 힘을 뺐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는 앞집 아줌마에게 얘기하듯 시를 써 봐야겠다. 아무튼, 내가 어쩌자고 이곳으로 다시 기어들어 왔는지 통 모르겠다. 아버지에게 약주나 한잔 부어 드리러 산에 가야겠다. 격려해 준 어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홍일표 시인, 날시 동인, 글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님들, 지금은 눈에 덮여 있을 추동공원의 벤치에게 참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 최호일 약력 ▲1958년 충남 한산 출생 ▲잡지 프리랜서 ▲날시 동인 ■ 심사평 “우물처럼 웅숭깊은 신화적 시선” 예심을 거쳐 온 적지 않은 작품들을 숙독하면서, 올해의 응모작들이 시적 다양성이나 인식의 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해 선자(選者)들은 안타까웠다. 말을 지나치게 낭비하고 있으면서도 사로잡힌 시가 안 보이니! 뿌리 없는 상상력과 모호한 주제들, 시답지 않은 시시덕거림의 중언부언들, 리듬을 사상(捨象)시킨 산문의 줄글체 등이 어지럽게 부조되어 왔다. 스스로 감동하지 못하는 시상(詩想)을 펼쳐 독자에게 다가선들 그 반응은 불문가지이리라. 마치 알맹이가 빠져나가버린 말의 빈 포대자루를 한참이나 들고 서있었다는 느낌이다. 그 와중에서도 임수련씨와 최호일씨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라 할까. 임수련씨의 작품에서 오래 묵힌 신뢰 같은 것을 맛본다.‘악어왕국’에서 보여주듯이 진술과 묘사를 교직시키는 적확한 비유가 삶에 스며드는 풍자와 제대로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발상의 동력을 내쳐 지탱해내는 인내를 잃었을 때,‘달리는 자전거의 실루엣’처럼 처음의 긴장이 어느새 허물어져버리는 시편으로 나타난다. 최호일씨의 경우, 응모 작품 전체에서 균질감이 살펴진다. 그만큼 습작의 강도가 굳셌음을 읽어내게 한다. 상상에 젖어든 시어의 활달한 운용도 그의 시편들을 오롯이 한 편씩의 완결된 서정으로 구축하는데 일조했으리라. 그 중에서도 ‘아쿠아리우스’는 태생의 별자리를 짚어 삶의 근원적인 갈증을 풀어내는 신화적 시선이 우물처럼 웅숭깊게 다가온다. 이 작품이 당선작으로 뽑힌 것은 직선도 곡선도 아닌 시의 얼개를 어느 정도 아우를 줄 아는 솜씨가 평가된 것이다. 당선을 축하하며, 더욱 정진하길 당부한다. 정현종 김명인
  • 연초 내각 누가 거론되나

    연초 내각 누가 거론되나

    내년 초 개각이 예고되면서 물밑 움직임이 한창이다. 열린우리당의 대권주자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말쯤 당 복귀가 확실시되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 5월31일 시·도지사 선거에 나설 장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차적인 개각설도 나돌고 있어 아직 ‘밑그림’이 완성된 단계는 아니다. 각 부처의 움직임 및 표정을 짚어본다. ●통일·안보 분야 통일부장관 후보군으로는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미국 체류)과 열린우리당 임채정·배기선 의원 등이 거론된다. 추 전 의원은 그동안 하마평이 몇 차례 있었다. 지난해 가을엔 정 통일장관이 추천하고 김한길 의원이 미국까지 찾아가 환경부 장관직을 제안했지만 고사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통일부장관은 추 전 의원에게도 탐나는 자리임에 틀림하다. 그는 미국에 머물면서 북핵과 관련, 몇 차례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는 등 ‘끈’을 유지해 오기도 했다. 다만 ‘탄핵 원죄’는 여전히 큰 걸림돌이다. 임채정 의원은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맡고 있고 최근 ‘남북관계발전법’을 주도적으로 발의해 국회통과에 앞장선 것이 강점이다.‘동교동계’로 분류되는 배기선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북을 추진하는 상황이어서 힘을 받고 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의장을 맡고 있다. 윤광웅 국방부장관도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훈련소 인분사건’ ‘민통선 철책 절단사건’ ‘GP 총기난사사건’ ‘노충국씨 관련 파문’ 등 크고 작은 내상(?)을 입었다. 그러나 반기문 외교부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이 워낙 두터워 유임이 예상된다. ●사회분야 경기도지사 출마 가능성이 높은 김진표 교육부총리 후임으론 설동근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장과 김우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거론된다. 설 위원장은 2기 혁신위를 맡아 참여정부의 하반기 교육개혁의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 부산시장 후보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 실장 역시 교육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 이미경 의원과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김 복지장관 후임으로는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유 의원이 이해찬 총리의 중동 순방길에 동행하면서부터 입각 가능성이 점쳐졌다. 유 의원 측도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51% 대 49% 정도인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 의원 측은 지난해 국민연금법 개정안 발의를 주도할 만큼 국민연금 제도와 고령화사회에 따른 복지정책에 대해 해박하다는 점을 은근히 내세우고 있다. 김홍신 전 의원과 이성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또한 단골로 물망에 오른다. 김 전 의원은 15·16대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으로 활동했으며, 시민단체에 의해 우수의원으로 선정됐었다. 정통 관료 가운데는 복지부 차관을 각각 지낸 이경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과 신언항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재용 환경부 장관은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린다. 대구시장 출마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지만 이 장관측의 기류는 다르다. 최근엔 “당 쪽에서 ‘편하게 하라.’는 언질이 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럼에도 ‘압박감’은 가시지 않은 것 같다. 이 장관은 이번주 초 시민단체 대표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뀌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이라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바뀔 경우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과 이상수 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노동부 차관을 지낸 박길상 산업안전공단 이사장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수석은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당이 어려울 때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대구에서 출마,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오영교 행자부 장관은 충남도지사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변에서도 “경쟁력이 높은데 징발당할 가능성이 높지 않으냐.”며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장관은 “현재 맡고 있는 정부혁신에 주력하겠다.”는 말로 갈음하고 있다. 문화부도 유임 전망이 높은 편이다. 외부에선 이미경 의원 등 입각설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동채 장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선거 출마에 관심이 없다.”고 천명해 왔는데, 지금도 입장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경제분야 교체 대상으로는 농림·건교·해양·산자부 장관 등이 꼽히고 있다. 농림·건교는 다분히 ‘문책성’이란 풀이가 지배적이다. 다만 이희범 산자부장관은 “청와대에서 최고 평점을 받았다.”는 설이 돌면서 교육·과학 부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경제부총리 후보군은 아직 본격 거론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물망에 오른다. 관가에선 “(변 장관이)경제부총리나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사퇴할 경우 후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한국은행 총재직에 거론되고 있다. 추병직 건교부장관은 최근 불거진 오포아파트 비리사건과 관련, 한현규 경기개발원장에게 5000만원을 빌린 것이 알려지면서 조기 퇴출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최근 이런 우려는 불식됐다. 하지만 ‘징발’ 혹은 ‘퇴출’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참여정부 최장수를 기록 중인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의 입장은 단호하다. 최근 개각과 관련한 견해를 팬클럽인 ‘진대제 장관을 사랑하는 모임’(http://itdjc.cyworld.com)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공직에 온 이후로 10∼15년 뒤 국민의 먹을거리 산업을 만드는 것 외에 (다른 것은)생각해본 적도, 생각해볼 겨를도 없었다.”고 적었다. 부처종합·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부고]

    ●황우택(특허청 심사평가팀 과장)진환(사업)용환(대진아트와이어 이사)용태(사이버문화 대표)씨 모친상 4일 대전 평화원 장례식장, 발인 6일 오전 8시30분 (042)250-9513●정수홍(피케이엘 사장)씨 부친상 5일 대구 파티마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30분 (053)956-4445 ●이제철(조은느낌여행사 부장)씨 부친상 민병학(전 GS건설 임원)허열(한국수력원자력 부장)박종웅(서울시청 팀장)조은성(삼양화학)씨 빙부상 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6일 오전 8시30분 (02)3010-2294 ●신원기(르노삼성자동차 제조본부장)원용(전 서울은행 지점장)원구(재미 사업)원곤(삼성전기)씨 부친상 5일 부산의료원, 발인 7일 오전 5시 (051)607-2659●허승호(대원강업 사장)윤호(콘티테크대원 부사장)씨 모친상 이정수(사업)씨 빙모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2)3010-2293●김경남(자영업)상선(장흥경찰서)준택(LG화학 베이징지사)상봉(남도일보 제2사회부 차장)씨 부친상 4일 전남 장흥우리병원, 발인 7일 오전 10시 (061)863-7032●안치성(관세청 전 조사감시국장)치운(교사)치인(경기 고양시 공무원)치신(미국 거주)씨 모친상 김세열(육군 대령)조기형(이지미디어 대표)씨 빙모상 5일 서울 강남성모병원, 발인 7일 오전 6시 (02)590-2561●마기대(자영업)기두(〃)기인(현대모비스 상무)기선(넥스콘파라미터 대표)씨 부친상 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2)3010-2291●이충웅(전 이화산업 공장장)씨 별세 세영(연세대 국제대학원 직원)승미(아드반테스트코리아 관리부 사원)수영(SK케미칼 〃)씨 부친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 (02)3010-2237●천건(전 전주 해성고·성심여고 교장)씨 별세 훈(경기기계공고 교사)범(사업)준(고려대 의대 교수)씨 부친상 이현선(군산여상 교사)박상희(중앙인사위원회 과장)씨 시부상 이원구(전북대 교수)조대현(호원대 〃)씨 빙부상 5일 전북대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10-5390-5127●전영우(전 수원대 인문대학장)씨 부친상 인하(MBC글로벌사업본부 차장)씨 조부상 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7일 오전 9시 (02)3410-6916
  • [서울현대도예공모전] 대상에 전소영씨 ‘빛-어둠’

    [서울현대도예공모전] 대상에 전소영씨 ‘빛-어둠’

    서울신문과 스포츠서울이 주최한 제25회 ‘서울 현대도예공모전’에서 전소영(33)씨가 작품 ‘빛-어둠’으로 대상을 받았다. 우수상은 ‘숲에 이는 바람’을 출품한 최중열(46)씨와 ‘Eden in 0.3L’의 이정헌(30)씨가 공동 수상했다. 서울 현대도예공모전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옥조 이화여대 도예과교수)는 25일 올해 모두 152명이 출품해 이가운데 대상 1명, 우수상 2명, 특선 5명, 입선 45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경조 심사위원은 “도예공모전으로 국내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현대 도자의 다양한 기법과 예술성을 확인받는 자리여서 젊은 작가들에게 본격적인 도예작가로서의 등용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입상작은 12월13∼18일 프레스센터 1층 서울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시상식은 12월13일 서울갤러리에서 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제25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 입상자 명단 ●특선 권현진 홍승철 한상현 박중원 이주희 ●입선 채효연 이정자 이경주 김하윤 조미현 여병묵 민들례 장형진 송지은 김인식 이규혁 신기철 김보겸 김여옥 윤경혜 박정근 손지민 권숙희 김민정 조은영 김유일 이혜순 양정훈 차동기 권소옥 정혜주 이정희 황연화 김성자 윤성원 최지민 성미로 차영미 박정원 전대숙 류석진 손은정 윤인경 이난희 전지현 박선신 백경민 안세현 이영란 이수복 ■ 심사평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전국의 우수한 도자 예술가를 발굴·후원하고 수상 작품의 전시를 통해 현대 도자예술의 경향을 분석할 수 있는 뜻깊은 행사다. 특히 새로운 감각의 창의적인 작품을 부각, 한국 현대도자에 창조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모전을 심사할 때 작가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작품의 완성도, 새로운 재료의 발굴 및 사용, 재료 사용에 대한 새로운 시각 등을 중요하게 취급한다. 또 독창적인 표현의 아이디어와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적절한 재료의 선택, 재료 자체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높아야 하며, 재료를 다루는 방법에 있어 기술적인 완성도를 보여야 한다. 올해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이러한 심사기준에 부합되는 작품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현대 한국 도자의 현상 속에서 존재하는 조형, 전통, 디자인 부분 가운데 어떤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애정을 가지고 작품들을 골랐다. 도예작품은 어떠한 경우에도 흙으로서의 순수하고, 본질적이며, 내재적인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명제를 달고 한마음으로 고민없이 짧은 시간에 입상 결정을 이루어냈다. 대상 작품인 전소영의 ‘빛-어둠’은 흙의 양감을 풍부하게 빚어낸 우수한 작품이다. 표면의 장식기법인 유약처리와 질감의 조화가 좋았고, 색의 에너지도 대비적으로 표현해냈다. 우수상 최중열의 ‘숲에 이는 바람’은 공간에서 흙의 가능성을 끝없이 전개해 나가는 설치작업으로 점토표현 기술능력을 높이 평가받았고, 이정헌의 ‘Eden in 0.3L’은 회화적으로 전개되는 화면을 흙을 통해 입체적으로 조형화해 우수상으로 선정됐다. 특선작품 중 박중원의 ‘분청모란항아리’는 전통적인 분청상감 및 항아리의 제작능력이 돋보였고, 권현진의 ‘dreaming-shine’은 실제 조명의 기능 외에도 현대도자에서 제품도자 영역의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상현의 ‘면의 변주곡’은 점토 조형의 입체적 표현능력이 기술적으로 우수했고, 홍승철의 ‘내안의 또 다른 나’는 조소작품에 전개한 회화의 소묘능력이 높게 평가됐다. 이주희의 ‘wave’는 평면적인 흐름을 곡선과 직선의 유기적인 교차를 보이는 산업도자를 통해 잘 표현하였다. 그동안 많은 도예가를 배출, 한국 도예계의 큰 역할을 해온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내년부터 대상, 우수상, 특선 작가들의 초대전까지 기획해 수상작가들의 향후 작품활동에 확실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옥조 이화여대 도예과 교수 노경조 국민대 조형대학장 ■ “생명의 탄생·소멸 이미지 표현” 대상 전소영씨 “권위있는 공모전이라 특선쯤 기대했을 뿐 대상은 꿈도 못꾸었어요. 가족들도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믿지 않아요.” 대상 수상자인 전소영(33)씨는 “이번 수상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차분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미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서 입선 2회, 특선 1회의 수상 경력을 가진 그는 “작가들이라면 누구나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의 수상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 ‘빛­어둠’은 빛과 어둠이라는 자연현상을 생명의 탄생과 소멸의 이미지로 표현,“현대 도예의 조형미를 잘 살렸다.”는 평가와 함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의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1250도의 높은 온도에서 작품을 구워내는 고화도 유약과 1000도의 저화도 유약을 접목시킨 뒤 그 위에 문양을 새겨넣는 박지기법을 사용했다. 먼저 고화도 흑유로 구워냄에 따라 작품 바탕 색채는 검은색을 띠며 이는 ‘어둠’을 상징한 것. 그 위에 다시 노랑, 주황, 빨강 등 고채도 색상의 저화도 유약을 발라 색채를 입혀 ‘빛’을 표현했다. “빛과 어둠은 상반되지만 늘 같이 존재하잖아요. 어둠을 바탕으로 빛이 더욱 드러나도록 해 색채과 질감의 이미지를 대비시켰어요.” 그의 이번 작품은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매일 경기도 광주 작업실로 출근하면서 한달 반 정도 작업한 결실이다. 이 과정에서 남편인 최건 조선관요박물관장의 도움이 컸다며 전씨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해 “이번 수상으로 더욱 큰 책임감을 갖게 된 만큼 보다 다양한 작품세계를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덩어리 위주의 오브제를 주로 하는 작품 스타일은 그대로 견지하면서 “저화도 유약이 주는 색감에 대해 더 연구해 다양한 색감과 질감의 차이를 보이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상자 등에게 주어진 내년 초대전에 대해서는 “작가들의 역량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어떤 작품을 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흙을 엿가락처럼 뽑아내 기법상 불가능한것 이뤄” 우수상 최중열씨 “예술가는 나이와 관계없이 쉬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해야 합니다. 공모전에도 계속 응모, 자기 연마를 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수상을 받은 최중열(46)씨는 수상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지금까지 모두 7번째 서울 현대도예공모전에 도전한 그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상을 받기 위해 출품하는 것이 아닌데, 나이 들어 공모전에 작품을 내면 우습게 생각하는 도예계의 풍토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의 수상작 ‘숲속에 이는 바람’은 흙을 엿가락처럼 뽑아 대나무처럼 10개를 묶는 방식으로 3개의 기둥을 만든 뒤 하단과 상단을 숲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대나무의 마디는 인간의 군상이고 숲은 세상입니다. 기둥은 군중을 의미하고요. 개인들이 모여져 군중의 힘으로 모진 세파의 세상을 이겨나가는 것을 담았습니다.” 그는 “도자기법상 불가능한 것을 이뤄냈다.”며 자신의 작품에 긍지를 내보였다. 경기도 광주에서 부인과 함께 토원이라는 개인공방을 운영하는 그의 부인 장연자씨도 도예작가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대상 받을 때까지 도전” 우수상 이정헌씨 우수상 수상자 이정헌(30)씨는 말없는 조용한 성품이지만 “내심 특선 이상은 기대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을 정도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작품 ‘Eden in 0.3L’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현실 속에서도, 종교의 참뜻을 잊어버린 신앙자들이 거대한 빌딩에 예수를 매달고 살찌우게 하는 희화적 모습을 흙으로 잘 빚어냈다. 사람들이 꿈꾸는 유토피아인 에덴이 약육강식의 논리와 종교적 갈등 등으로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우리 현실을 꼬집고 있다. 지난 22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서 입선한데 이어 이번에 우수상까지 받았지만 “대상을 받을 때까지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