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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Y캐슬’ 욕하면서 자녀 잡는 당신…부모가 변해야 교육도 바꿀 수 있다

    ‘SKY캐슬’ 욕하면서 자녀 잡는 당신…부모가 변해야 교육도 바꿀 수 있다

    “‘저렇게까지 서울대에 가고 싶을까’라며 욕하고 시작했다가 마지막엔 사교육에 올인해 시험지까지 빼돌리고도 서울대에 가고 싶다고 울부짖는 한서진(염정아 분)과 강예서(김혜윤 분)를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섬뜩했어요.” 평범했다고 생각하는 서울 강북의 한 가정에서 자란 김모(34·여)씨는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보며 오로지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했던 고교 시절이 떠올랐다고 했다. 김씨는 드라마 속의 예서처럼은 아니지만 학원도 가고 과외도 받으며 ‘인서울’ 대학 진학에 성공해 졸업 후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는 예서의 모습에서 왜 남들을 이기고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공부만 했던 자신이 겹쳐 보였다고 회상했다.새달 1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스카이캐슬’은 우리나라 교육과 사교육, 입시 문제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시청자들은 학원도 다니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전교 상위권에 든 우주(찬희 분)와 혜나(김보라 분)보다 예서에게 더 공감했다. ‘학교 수업과 교과서만 공부해 서울대에 합격했어요’라는 말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일인지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교육계 전문가들은 ‘스카이캐슬’을 통해 제기된 우리 사회와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개선과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당사자인 학생들과 학부모가 현 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적극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스카이캐슬’에서는 혜나가 친구들의 수행평가를 대신 해 주고 돈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명백한 부정행위다. 예서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 분) 선생이 학교 시험지를 빼돌려 1등을 하는 장면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숙명여고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성적 조작과 비리가 일상처럼 묘사되자 부정의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중심의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교육부가 대입 제도 개편과 함께 정시를 일부 확대하기로 결정한 뒤 수그러들었던 ‘학종 폐지, 정시 확대’가 다시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은 “‘스카이캐슬’을 보고 욕하면서도 입시 컨설팅 문의는 더 늘었다는 사실은 현실이 ‘스카이캐슬’보다 더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면서 “학생부종합 전형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종 폐지론자들은 ‘스카이캐슬’이 사교육과 학교 성적 비리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문대에 가려는 현실을 꼬집었다며 정시를 늘려야 한다고 한다. 수능 중심의 정시가 확대된다면 드라마와 같은 비리가 끼어들 여지가 줄어든다는 논리다. 이기정 미양고 교사는 “학종은 학교 내 친구들끼리 경쟁하도록 부추겨 ‘스카이캐슬’에서 보여 준 다양한 폐해들이 현실에서도 나타날 것”이라면서 “학종은 점차 줄이고 정시나 논술 등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반면 일부에 해당하는 비리로 학종이 매도돼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전대원 위례한빛고 교사는 “제자 중에 전체적인 성적은 높지 않았지만 심리학 분야에 높은 관심과 재능을 보여 서울 주요 대학의 해당 학과에 들어간 사례도 있었다”면서 “학종이 없었다면 그 제자는 재능을 살리지 못한 채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가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도 “학종에서 부정을 저지르는 행위가 전체의 몇 %나 되겠느냐”면서 “학종은 학생 개개인의 재능과 희망 진로를 잡아 줄 수 있는 현재로선 유일한 전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카이캐슬’이 보여 준 근본 문제가 ‘줄세우기식 입시 제도’라는 부분에선 대부분의 의견이 일치했다.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스카이캐슬’에서 보여 주는 현실이 진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 사교육업계 사람들”이라면서 “현실의 일부를 소재로 차용, 과장해 보여 주는 드라마를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드라마 속 학부모들의 욕망 구조를 들여다보면 우리 교육의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면서 “아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을 부모가 떠먹여 주려는 잘못된 교육관이 결국은 아이를 몰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공동대표의 지적은 드라마 속에서 대학병원 교수이자 예서 아빠인 강준상(정준호 분)을 통해 드러난다. 준상은 드라마에서 어머니 윤여사(정애리 분)를 향해 “저를 나이 쉰이 되도록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놈으로 만들었다”며 절규했다. 10대 마마보이 입에서나 나올 법한 이 대사는 이 드라마의 지향점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나이 쉰이 되도록 인성을 갖추지 못한 강준상이나 품위를 지키다가도 불리하면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까 보다”라고 육두문자를 서슴지 않는 한서진에게 공감을 보냈다. 서울대 입학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다른 인물들을 이상하다 여기며 상식적인 행동을 보인 이수임(이태란 분) 가족이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됐다.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우리 사회의 교육에 대한 인식이 인성 개발 등 교육의 바른길이라는 ‘공적 영역’과 내 아이는 명문대에 보내 성공시켜야 한다는 욕망이 투영된 ‘사적 영역’이 혼재돼 있다”면서 “시청자들은 공적 영역에서 이수임에게 공감은 하지만 한국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 인식에 따라 한서진에게 공감을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 교사는 “우리 사회에서는 전교 1등이 잘못을 저지르면 주변에서 바로 ‘애 좋은 대학 안 보낼 거냐’는 압력이 들어온다”면서 “사회 전체가 이미 좋은 대학이 목표가 된 현실에서 학교가 인성을 가르친다고 아이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배 교수는 “인성 교육은 학교와 학생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학부모가 집에서 아이를 가르치고, 사회가 그 가르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줘야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 사회가 함께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카이캐슬’ 주인공들의 목표는 명문대 입학이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에 대학의 모습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민 명예특임교수는 대학이 바뀌어야 교육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학은 스스로 대입 구조를 만들고 학생들이 그 틀을 향해 달려가도록 만들었다”면서 “교육의 변화를 가져오려면 대학들 스스로가 대입 과정의 잘못된 점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교육의 변화는 대학 스스로 새로운 사회에 대한 철학을 고민하고 큰 담론을 통해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카이캐슬’에서 공부 못하는 아들을 둔 진진희(오나라 분)는 아들 수한(이유진 분)이 함께 자고 싶다고 침실로 찾아오자 품에 안고 함께 잠든다. 진희는 “예서 엄마가 롤모델이었지만 대학을 위해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을까”라고 생각하다가도 “수한이가 고3이 돼도 내가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걱정한다. 윤 교수는 “결국 ‘스카이캐슬’에서 공부하라 잔소리는 하지만 아이의 말을 가장 잘 들어주는 진희가 작가가 말하는 우리 교육이 갈 길이 아닌가 한다”면서 “그럼에도 아들의 고3을 걱정하는 모습은 현실의 한계점을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고3들이 쉬는 시간에는 웃고 장난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과거의 우리와 다르지 않다”면서 “이 아이들에게 입시 지옥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해서는 교육 당국만이 아닌 교사와 학부모, 학교와 사회가 모두 함께 입시 제도 개선에 대해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람·윤리 빠진 관료들 현실 인식… 공감 없는 탁상공론 탓 ‘망언’

    김현철 “취업 안 되면 외국 가라”에 분노 전문가 “실수 아닌 일그러진 관료 세계관…상대 들으면 어떨지 고려하는 자세 없어” ‘정부 잘하는데 개인 탓’ 靑분위기 지적도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국내서 취업 안 되면 외국 가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끝에 29일 사퇴했다. 발언 하루 만에 전격 경질했을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민심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김 보좌관의 발언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하세요’라는 말로 프랑스 국민의 분노를 부른 것으로 알려진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국민의 화를 돋운 건 김 보좌관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도 ‘국내에서 취업이 어려우면 중동으로 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렇게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위정자들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닌 대한민국 관료사회와 지도층의 일그러진 세계관이 노출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우선 공감능력 부족이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 한 것일 수 있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 어떨 것이냐, 즉 공감의 준비가 부족했다”며 “자기 입장에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어떤 비유와 어휘를 써야 할지, 상대방이 들으면 실제로 어떨지를 고려하는 치밀함이 없었다”고 했다. 특히 서민들의 삶과 어려움을 체감하지 못하고 머리로만 이해하는 데서 오는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는 “실제 삶 자체가 그런 공감의 자세가 돼야 자연스럽게 국민 입장에서 말을 할 수 있는데 만약 삶의 자세가 그렇지 않다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공리(功利)주의적 세계관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아세안 시장이 세계 자본시장에서 갖는 의미를 분석한 발언인데 과학적 패러다임만 있고 인간이 빠져 있는 것”이라며 “과학적, 경제학적 분석을 그대로 인간에게 적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인식론적 괴리로 관료, 사회 상층부, 전문가들 특유의 맹점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탁상공론이라 부르는 것들이 대부분 현실의 인간관계나 윤리를 간과한 채 분석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는 돌출된 발언이 아니라 개발론적 환상을 버리지 못한 대부분의 한국 관료들의 세계관”이라며 “국민을 인구관리적, 인구분배적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직장이 많은 곳으로 가라거나 가임지도를 만드는 등 중앙집중식 통제 관점의 문제점이 노출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급속도로 고도화되는 한국사회의 다양성을 과연 한국 관료사회가 흡수할 수 있느냐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닥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정부는 잘하고 있는데 개인들의 문제가 있다고 보는 현 정부의 인식론도 투영됐다”며 “지금 청와대는 50·60대, 자영업자, 20대에게 국가의 책임을 전가한다”고 했다. 표현 방식이 세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기회가 많은 그곳은 어떻겠느냐는 추천의 형식이 됐어야 하는데 당신은 여기에서 기회가 없다고 딱 잘라 말하니 섭섭해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열린세상] 대학에서 ‘꿀강의’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박주용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학에서 ‘꿀강의’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박주용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대학생들이 누리는 이상한 특권 중 하나는 공부로부터의 해방이다. 중ㆍ고등학교에 비해 수업은 물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적다. 1909년부터 24년간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한 애벗 로웰은 “새내기들은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입학하는데, 졸업생들은 거의 아무것도 가지고 나가지 않기 때문”에 대학이 지식의 전당이라고 풍자했다. 미국의 대학생 중 상당수는 지금도 그리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 2018년 미국 대학생 학습 참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7%의 대학생이 주당 15시간 이하로 공부한다. 한국의 대학생들도 고시나 취업 준비생을 제외하면 미국 대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국이나 미국 대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학점이 나오는 ‘꿀강의’가 많기 때문이다. 수업에 빠지지 않고 시험 때만 반짝 공부하면 학점이 잘 나오는 강의 말이다. 예습은 물론 복습을 거의 할 필요가 없는 이런 수업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상한’ 선배로부터 ‘눈치 빠른’ 후배들에게 높은 ‘당도’로 추천된다. 현재 이루어지는 유일한 수업 효과성에 대한 평가인 강의 평가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한다. 강의 종료 후 수강생들로부터 수집되는 강의 평가 결과에 대한 여러 실증적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 결과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강의의 효과성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예를 들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강의보다 편하게 해 주는 강의를 학생들이 더 좋게 평가한다. 지적 능력 배양에는 실패와 훈련이라는 고통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능력 배양을 위해 생각을 하게 하고 과제 부담이 높은 수업을 진행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강을 철회하거나 아니면 강의 평가 점수를 박하게 준다. 그리고 이런 평가 점수는 바로 교수의 교육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반영된다. 따라서 교수가 웬만큼 확신이 없으면 이런 수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꿀강의’가 좋은 강의를 밀어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꿀강의’를 없앨 수 있을까. 필자의 제안은 권장 공부 시간을 정하게 하는 동시에 이에 맞게 수업이 진행됐는지를 강의 평가를 통해 확인하게 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학 전체, 단과 대학, 혹은 학과 차원에서, 예를 들어 교양 과목의 경우 주당 수업 시간의 한 배, 전공 과목의 경우 주당 수업 시간의 한 배 반을 추가로 공부하도록 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 교수에 따라 천차만별인 수업 부담이 어느 정도 균등해질 수 있다. 권장 시간을 정할 때 당사자인 대학생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그들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논의의 편의상 위에서 제안한 것처럼 교양 수업은 수업 시간의 한 배로, 전공 수업은 1.5배로 정해졌다고 하자. 현재 학생들은 주당 3시간 수업을 6과목 정도 듣는다. 편의상 이 중 4과목은 전공, 2과목은 교양을 듣는 학생을 가정해 보자. 이 학생은 주당 수업 18시간 외에 전공 4과목을 위해 각각 4.5시간 총 18시간, 교양 2과목을 위해 3시간씩 총 6시간을 공부해야 한다. 결국 주당 총 42시간을 공부해야 하는데, 하루에 수업을 포함해 8시간 정도 공부하고 저녁과 주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다. 물론 원할 경우 그 시간에 공부해도 된다. 이 정도가 적절한지 아니면 늘리거나 줄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실행한 다음 보완해 갈 수도 있다. 교수는 권장 공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고, 완수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지금도 매주 이렇게 하는 교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점검에 시간이 많이 들어 그 수는 매우 적다. 다행히도 과제 완수 여부는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업에서 권장 시간이 준수됐는지를 묻는 문항을 강의 평가에 포함시켜야 한다. 과제가 너무 많거나 적은 수업의 평가 점수가 낮아지게 하고, 필요할 경우 다른 문항보다 이 문항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교수도 평가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상의 제안은 단지 ‘꿀강의’를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학 수업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학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말은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해당된다.
  • [책꽂이]

    [책꽂이]

    진화한 마음(전중환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의 ‘이기적’이라는 은유는 이기적 인간을 지칭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돼 왔다. 이처럼 진화심리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매력적인 도구로 주목받은 한편으로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설명하는 데 동원돼 오해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진화심리학이라는 신생 학문과 함께 성장한 저자가 진화심리학은 우리에게 어떤 쓸모가 있는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본격적으로 풀어놓는다. 432쪽. 2만 1000원.키스(김정현 지음, 황금물고기 펴냄) 300만부 기록을 세운 소설 ‘아버지’의 작가가 펴낸 새 장편소설. ‘진주귀고리 소녀’처럼 빛나고 싶은 꿈을 가진 여자 ‘수명’과 이를 묵묵히 지켜보며 지원하는 남자 ‘명수’의 삶을 그렸다. 꿈을 좇아 큐레이터가 된 수명은 화랑 대표와 부동산개발업자의 농간에 10억원대 미술작품 위작사건에 휘말리고 이에 명수가 수명 몰래 개발업자에게 찾아가 폭력을 휘두르며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친다. 402쪽. 1만 5000원.마오쩌둥 1·2(필립 쇼트 지음, 양현수 옮김, 교양인 펴냄) 마르크스주의를 중국 당대 상황에 맞춰 변화시킨 이론가이자 유격전과 기동전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군사 전략가, 권력을 잡은 뒤엔 진시황의 계승자임을 자임한 절대 권력자, 마오쩌둥.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마오쩌둥 최측근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오늘날의 중국을 만든 마오쩌둥을 그렸다. 672쪽, 684쪽. 각 2만 9000원.어느 아이누 이야기(오가와 류키치 지음, 박상연 옮김, 모시는사람들 펴냄) 일본 소수민족의 하나인 아이누족 여성을 어머니로, 일제강점기 징용 한국인 남성을 아버지로 둔 저자의 회고록. 일본 내에서 아이누의 권리와 인간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이중의 굴레를 헤쳐나온 일생을 되짚었다. 280쪽. 1만 5000원.보통 사람들의 전쟁(앤드루 양 지음, 장용원 옮김, 흐름출판 펴냄)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 미래일자리보고서에서 “2020년, 5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신규기업 창업과 운영을 돕는 비영리기업 ‘벤처 포 아메리카’의 창업자인 저자가 기술 혁명과 노동 시장의 변화를 추적하며 ‘보통 사람들’의 대처법을 설파한다. 368쪽. 1만 6000원.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7·8(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민음사 펴냄) 20세기 최고 소설로 꼽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편 ‘소돔과 고모라’가 시리즈 7·8로 나뉘어 출간됐다. 소돔과 고모라는 성경에 언급된 성적으로 타락한 두 도시에서 가져온 이름으로, 작품 속 화자 마르셀은 다양한 계기와 상황을 통해 동성애에 대한 주제를 이끌어 나간다. 448쪽, 540쪽. 각 1만 5000원, 1만 6000원.
  •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 “시상식 엔딩 무대는 우리 오빠들 거”… 방탄·엑소 ‘팬덤 전쟁’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 “시상식 엔딩 무대는 우리 오빠들 거”… 방탄·엑소 ‘팬덤 전쟁’

    “엑소는 소속사를 통해서 엔딩한 것 아닌가요? 올해는 방탄소년단이 진짜 ‘열일’했는데….”‘아미’(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이름)인 이모(15)양에게 연말 공중파 시상식 엔딩은 아쉬움이 됐다. ‘내 가수’인 방탄소년단(BTS)이 서지 못한 무대란 생각 때문이다. 내심 방탄소년단이 상대적으로 작은 소속사(빅히트엔터테인먼트)여서 그런 게 아닌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엔딩 무대를 차지한 그룹 엑소(EXO)의 팬인 ‘엑소엘’(엑소의 팬클럽 이름) 한모(17)양은 ‘소속사빨’이란 일각의 억측이 억울하다. 한양은 “엑소는 김건모 다음으로 백 만장의 앨범을 판 ‘밀리언셀러’”라며 “방탄이 올해 활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엑소 역시 연차도 높고 앨범 ‘부심’(자부심의 요즘말)도 있으니 엔딩할 만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엑소의 소속사인 SM 측은 “엔딩 무대 등 프로그램 구성은 주최 측에서 정하는 것일 뿐 우리가 말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팬들 사이 설전은 이어졌다. ●1990년대도 H.O.T. vs 젝스키스 팬덤 치열 아이돌 팬들에게 지난 연말 시상식은 ‘뜨거운 감자’였다. 무대 엔딩을 누가 차지하느냐부터 누가 몇 곡을, 몇 분이나 부르느냐 등이 전부 관심의 대상이 됐다. ‘내 가수가 제일 잘났다’는 ‘팬심’(Fan心)은 상대 가수에 대한 경쟁심으로, 더 나아가서는 자존심을 건 팬들의 싸움으로 치달았다. 과도한 팬덤 대전은 결국 불공정 경쟁으로 번졌다. 올 초 열린 ‘2019 골든디스크 어워즈’ 인기상 투표에선 해킹을 통한 일부 팬들의 부정투표 행위가 드러났다. 해당 페이지 관리자인 LG유플러스는 “일부 부정 행위자들이 ID를 무한 생성해 아이돌 그룹 A에 168표, 그룹 B에 18만 4332표를 부정 투표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팬덤 충돌 방지를 위해 두 그룹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미 트위터상에는 A와 B그룹이 기정사실화돼 있다. 이에 대해 방탄소년단의 팬인 왕모(15)양은 “B그룹이 엑소라고 생각한다”면서 “부정투표 방법 자체가 엑소 팬덤에서 나왔고 트위터상에서 부정투표를 직접 했다는 팬들도 꽤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투표수가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도 부정한 행위에 대해선 팬으로서 사과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두 팬덤은 한때 ‘#부정투표한_엑소엘_해명해’, ‘#엑소엘_수고했어’ 등의 단어를 주고받으며 해시태그(#)를 이용해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팬덤 대전’은 ‘요즘 것들’만의 일은 아니다. 과거 아이돌 양대 산맥으로 불리던 H.O.T.와 젝스키스 역시 과도한 팬덤 경쟁으로 여러 번 도마에 올랐다. 팬들 사이 패싸움은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그룹의 무대가 끝나면 팬들이 우르르 나가버리거나 무대를 등지며 뒤로 도는 등 온몸으로 라이벌 그룹의 무대를 거부했다. 가수들만큼이나 팬덤 사이 기싸움도 치열했던 탓이다. 클럽 H.O.T.(H.O.T. 팬클럽 이름) 소속이었다는 강모(36)씨는 이 시절에 대해 “우리의 ‘오빠’는 하나여야 하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었다”면서 “요즘 친구들은 다른 그룹 나와도 노래를 따라 불러주고 환호하던데 그땐 그런 것도 없었다. 젝키가 노래할 때 H.O.T. 팬이 따라하면 배신자이자 변절자였다”고 돌이켰다. H.O.T. 팬인 배유진(32)씨 역시 “‘웅장한 타이틀곡에 발랄한 후속곡’과 같은 콘셉트 등이 항상 겹쳐서 자연스레 라이벌 의식이 있었다”면서 “당시엔 ‘일단 이기고 보자’는 심리로 내 ‘오빠들’에게 애정을 쏟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여년이 지나 재결합을 한 두 그룹의 팬덤은 최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콘서트를 열면서 또다시 신경전을 벌였다. 얼마 전 젝스키스 팬이 됐다는 윤정민(20)씨는 “팬들끼리 현장 충돌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인터넷상에서 일부 팬들이 콘서트를 비교한다거나 두 그룹이 재결합한 계기가 된 MBC ‘무한도전’에서 무대 분량은 얼마나 됐는지, 응원봉은 지급해 줬는지 등을 두고 비교하는 말이 오갔다”고 설명했다. 양상만 다를 뿐 여전히 라이벌 팬덤끼리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과도한 팬덤 경쟁은 같은 팬덤 내에서도 눈총을 받는다. 이 때문에 팬들의 커뮤니티에는 ‘상대 가수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등 불필요하게 언급하지는 말자’는 자정의 목소리가 자주 나온다. 일부 팬들이 타 팬덤에 공격적인 행동을 할 경우에는 대신 사과하는 글을 올리는 팬들도 있다. 팬들의 행동이 곧 해당 그룹의 이미지를 결정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을 통해 상대 가수에 대한 과도한 경쟁심이 표출될 때는 팬들 사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엑소 팬인 최모(15)양은 “어떤 팬들은 공개방송에서 무대에 올라온 상대 가수에게 직접적으로 말이나 손짓으로 욕을 한다”며 “일부 팬들이 ‘내 가수 자리를 다른 그룹이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팬들 때문에 순수한 마음으로 ‘내 가수’를 좋아할 뿐인 팬들까지 욕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는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도 넘은 팬덤은 오히려 毒 ‘상대 가수를 무조건 이기자’는 식의 과도한 투표 열기도 때로는 순수한 ‘팬질’에 부담이 된다. 방탄소년단의 팬인 성모(28)씨 역시 “시상식 시즌이 되면 ‘어떤 그룹과 몇 표 차이니까 빨리 계정 돌려라’(여러 아이디를 돌려가면서 투표하라는 뜻)라는 투표 독려 메시지가 올라온다”면서 “가족들 계정도 모자라 주변 친구들한테도 부탁하라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면 같은 팬이라도 질려서 커뮤니티 들어가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해도 계속되는 치열한 라이벌 팬덤 문화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경쟁에 익숙한 사회여서 그렇다”면서 “꼭 상대방을 깔아뭉개야만 내가 더 잘한 것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생각하다 보니 ‘팬심’에서도 이런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는 여러 방법들이 과도해지면 라이벌 그룹에 대한 비난을 표현하는 것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서 “애정 표현에 있어서 과열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 시상식에서 불거진 ‘불공정 엔딩 논란’이 단순히 왜곡된 팬심 때문이 아닌 방송사나 소속사 등의 미흡한 대처로 인한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쇼나 예능 쪽에선 대형 기획사의 입김이 세다는 얘기가 워낙 많아 이번에도 역시 불공정 엔딩 논란이 있었던 것”이라며 “여러 오해의 시각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가수들 역시 다른 가수가 대상을 받을 때 함께 참석하고 축하해 주는 모습을 보여 주는 노력을 한다면 올바른 팬 문화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서울광장] ‘캐슬’의 독서, 개천의 책/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캐슬’의 독서, 개천의 책/황수정 논설위원

    “(극중에서) 강남의 반포 아파트 한 채 값이라니 입시 코디 비용이 대체 얼마라는 거죠?” “20억~30억원쯤 아닐까요?” “그러면 제 힘으로 설대(서울대) 의대 갔으면 30억 벌었네요.” 엄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가는 대화 내용이다. 인기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텔레비전 앞의 학부모들을 대쪽 가르듯 쪼갰다. 아들딸에게 입시 코디네이터를 붙여 줄 수 있는 부모와 못 해주는 부모. 학생들도 둘로 쪼개 놨다. 다만 몇십만원짜리라도 입시 코디를 받고 있거나, 코디라면 ‘패션 코디’인 줄로만 알고 있었거나. 드라마는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입시 환경의 양극화를 극단적으로 보여 주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작두 타듯 넘어 다닌다. 열심히 시청률을 올려 주는 속내들은 까뒤집어 보자면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불편’해서다. 장담컨대 이런 거다. 있는 대로 빈정 상해서 빈속에다 소주, 불닭발 안주까지 털어 넣고는 식은땀을 흘리는 상황. 머리를 떠나지 않는 드라마 속 불편한 진실은 캐슬의 독서 모임이다. 기득권 집단인 캐슬 입주자 가족들의 폐쇄된 책 읽기 모임은 교육 불평등의 공고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암시했다. 초등생부터 고교생까지 실력과 재력을 갖춘 부모를 대동한 독서 모임은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놓고 토론한다. 극중의 말마따나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칼 구스타프 융이 6년을 연구하고도 난해하다는 책”이다. 로스쿨 교수인 입주민 아빠는 학교생활기록부 독서록 기재용의 도서 목록을 직접 짜서 주도한다. 생각 없이 읽었든 말았든 캐슬 아이들의 학생부에는 책 제목이 반짝거릴 것이고, 수시 전형의 입학사정관 앞에서는 독서 내공을 유감없이 뽐낼 것이다. 블랙 코미디 같은 이야기는 결코 웃기는 소리가 아니다. 입시의 열쇠인 ‘기획 독서’가 역량 있는 부모들의 전폭적 지지로 난공불락의 성벽을 쌓는 어마무시한 이야기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은 캐슬 바깥 세상에도 소소하지만 다양한 층위로 펼쳐져 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독서를 책 읽는 일로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은 더는 없기 때문이다. 진로를 최대한 일찍 설정해 놓고 그에 걸맞은 독서 지도를 누가 더 치밀하게 꾸몄느냐가 핵심. 입시의 독서는 기술과 요령과 전략의 영역인지 오래다. 그러니 부모든 사설학원이든 ‘독서 코디’가 되어 따라붙어 줘야 입시 경쟁력은 확보된다. 의도가 순수할 수 없는 책 읽기 부모 모임이 주위에 적지 않다. 난해하고 방대한 책을 골라 내용을 요약하고 독후감까지 대신 쓰는 작업이 무엇을 위해서인지 서로 묻지 않는다. 그렇게 제조된 독서 목록을 학교에서 묻거나 따지는 낭패스러운 일은 더더욱 없다. 얼마 전 서울 시내 유명 대학 안의 대형 서점을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원로 작가 윤흥길이 생애 마지막일 대하장편 소설을 냈다고 온통 떠들썩할 때였다. 그 큰 서가 어디에도 체면치레할 책 한 권이 없었다. “찾지 않으니 갖다 놓지 않는다”는 지당한 말을 차라리 듣지나 말 것을, 두고두고 후회한다. 책 읽기의 기술만이 앙상하게 득세하는 교육환경에서는 독서 토양은 편협하고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보다시피 진로와 엮어 자기소개서에 한 줄 써 먹지도 못하는 문학은 백해무익한 독서 영역으로 나가떨어져 있다. 성찰과 사유를 요구하는 인문·사회 과학서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서점 한복판은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기획한 새털 같은 베스트셀러들이 온통 점령했다. 고교 내신 2등급은 받아야 들어가는 명문대의 서점 풍경이 지금 그렇다. 순수소설 한 권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데, 국어 시험에 ‘화작’(화법과 작문)을 달달 외워 풀어야 하는 사정은 아무래도 코미디다. 기획 독서의 초라한 말로를 언제까지 모른 척해야 할지 암담한 일이다. 학종 전형이 대세인 현재의 입시제도에서는 어쩌면 더 참담해질 일만 남았는지도 모른다. 부모의 능력과 내신 성적이 뒷받침되는 아이들에게는 요령껏 권수만 채우는 ‘속임수 독서’가 변함없이 정답일 것이다. 이도 저도 안 되는 아이들은 애당초 힘들게 독서를 할 명분이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캐슬 안에서도 캐슬 밖에서도 따지고 보면 승자는 없다. 지성이 추락하는 반지성주의의 전조를 보고 있는 것인지, 퇴행을 빤히 보면서도 뭐가 뭔지 모르는 집단 무지의 상황은 아닌지.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 문제다. 미래가 없는 것을 대가로 삼아야 하는 일은 끔찍하다. 그것이 무엇이었든. sjh@seoul.co.kr
  • [박상현의 디지털 미디어] 스마트 스피커, 그녀의 목소리

    [박상현의 디지털 미디어] 스마트 스피커, 그녀의 목소리

    우리는 매일의 일상에서 녹음된 목소리의 안내를 받는다. 엘리베이터가 문이 닫힌다고 말해 주고, 에스컬레이터가 “걷거나 뛰어서는 안 되며”,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고 사용법을 설명해 준다. 지하철 승강장 스피커는 어떤 열차가 들어오는지 알려 주고, 열차와 승강장의 간격이 넓다고 경고한다. 버스 안의 스피커는 다음 정차할 정류장을 알려 주고, 현금인출기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게 주의하라고 말해 준다. 그런데 이렇게 녹음된 목소리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부 ‘여성’의 목소리다. 더 흥미로운 건 공공장소에서 단순 반복적으로 나오는 녹음된 안내 방송은 거의 예외 없이 여성의 목소리인 반면 살아 있는 담당자가 직접 개입할 때, 특히 지시나 명령을 내릴 때는 대개 남성의 목소리라는 점이다. 지하철에서 포교 활동을 하거나 물건을 파는 사람에게 다음 역에서 내리라고 경고하는 목소리는 남성의 목소리고, 지금은 자주 들을 수 없는 민방위훈련이나 재난 대비 훈련방송의 목소리도 남성의 목소리다. 이런 불균형이 나타나게 된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남성이 결정권을 쥔 사회에서 여성은 “여성 특유의 자상함”을 강조하는 (대개는 낮은 직책의) 안내원 역할을 배정받았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서비스 목소리=여성의 목소리’라는 등식이 굳어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의 기원이 아니라,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다. 우리가 이제까지 갖고 있던 편견과 불균형은 계속 유지될까, 아니면 바뀔까? 아쉽게도 여성은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도 여전히 “자상한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 계속하는 듯하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에서 만드는 스마트 스피커에 기본 장착된 여성의 목소리다. 그런데 그 목소리의 자상함은 나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보여 주는 친절함이 아니다.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태도가 눈에 띄게 강조된 태도다. 가령 그 스피커는 명령을 수행할 수 없을 때 몹시 미안한 투로 “안타깝지만, 제가 할 수 없는 일이에요”라고 말한다.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장님을 애교로 달래며 거절하는 여성의 목소리다. 몇 달째 사용하고 있지만, 그런 톤이 그 스피커가 가진 기본 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미국에서 제작된 음성비서 서비스의 목소리는 여성인 경우에도 순종적인 톤이 묻어나지 않는다. 알고 보니 제작한 기업에서 의도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고 한다. 21세기의 미국인들 중에는 순종적인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의 목소리라도 당당하게 말하는 캐릭터를 선택했다고 한다. 친절하지만 순종적이지 않고, 그러면서도 대화하고 싶어지는 목소리를 어떻게 찾아냈을까? 구글은 그 목소리에 실제 인물 같은 배경 스토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콜로라도에서 자란 여성이다. 굳이 콜로라도로 정한 이유는 그 주 사람들의 말에는 지역적 특성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그 여성의 어머니는 도서관의 연구직 사서, 아버지는 대학의 물리학과 교수이며, 어린 시절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TV 퀴즈쇼에 출전해서 상금으로 1만 달러를 받은 경험이 있다. 자라서는 중서부에 위치한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후, 인기 심야 토크쇼 진행자의 비서로 일한 적이 있으며, 취미로 카약을 즐긴다. 그렇게 정해진 캐릭터에 직원 하나가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카약을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따로 있냐는 거였다. 그러자 책임자는 이렇게 되물었다. “방금 오디션을 한 여성이 카약을 할 만큼 에너지가 넘쳤나요?” 아닌 것 같다고 하자 “네, 그런 식으로 골라내면 됩니다.” 과연 그 정도로 철저할 필요가 있을까?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화 상대의 말에서 내용만 듣지 않는다. 감정과 태도 등 다양한 비언어적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습득하고 거기에 반응한다. 스마트 스피커 속 음성비서의 목소리는 단순히 정보만을 전달하는 기계음이 아니다. 거기에는 그 서비스를 만든 사회가 가진 가치관과 편견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고, 서비스의 이용자는 그 가치관과 편견을 학습한다. 전형적인 여성 감정노동자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스마트 스피커가 걱정스러운 이유다.
  • 무결점 건반 깐깐한 거장 한국에 온다

    무결점 건반 깐깐한 거장 한국에 온다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2)이 오는 3월 16년 만의 내한 독주회를 갖는다.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는 3월 22~2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지메르만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19일은 대구 수성아트피아, 26일은 지난해 개관한 아트센터 인천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그의 대표 레퍼토리인 쇼팽 ‘스케르초’ 등이 포함된다. 지메르만은 18세였던 1975년 모국 폴란드에서 열린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정상급 연주자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당시 최연소 쇼팽 콩쿠르 우승자이며 폴란드 출신으로는 20년 만의 우승이었다. 이후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최근 슈베르트 후기 소나타에 이르기까지 발매한 많은 음반이 호평을 받았다. 지메르만은 전 세계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 자신의 피아노를 직접 실어 나르고, 연주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공연을 취소해 버리는 등 완벽주의적이고 예민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2013년 독일 공연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녹화하는 관객을 발견하고, 이에 항의하며 퇴장했다가 다시 연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완벽한 연주를 위해 음악뿐만 아니라 최신 음향 기술과 악기 제작, 심리학, 컴퓨터공학 등을 공부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메르만은 쇼팽, 슈베르트 등 낭만주의 레퍼토리의 최고 연주자이지만, 현대곡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2003년 이후 첫 내한이었던 지난해 10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에서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번스타인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를 들려준 바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완벽주의’ 피아니스트 지메르만, 16년만의 내한 독주회

    ‘완벽주의’ 피아니스트 지메르만, 16년만의 내한 독주회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2·사진)이 오는 3월 16년만의 내한 독주회를 갖는다.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는 3월 22~2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지메르만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19일은 대구 수성아트피아, 26일은 지난해 개관한 아트센터 인천에서도 리사이틀을 연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그의 대표 레퍼토리인 쇼팽 ‘스케르초’ 등이 포함된다. 지메르만은 18세였던 1975년 모국 폴란드에서 열린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정상급 연주자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당시 최연소 쇼팽 콩쿠르 우승자이며 폴란드 출신으로는 20년만의 우승이었다. 이후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최근 슈베르트 후기 소나타에 이르기까지 발매한 많은 음반이 호평을 받았다. 지메르만은 전세계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 자신의 피아노를 직접 실어 나르고, 연주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공연을 취소해버리는 등 완벽주의적이고 예민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2013년 독일 공연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녹화하는 관객을 발견하고 이에 항의하며 퇴장했다가 다시 연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완벽한 연주를 위해 음악뿐만 아니라 최신 음향 기술과 악기 제작, 심리학, 컴퓨터 공학 등을 공부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메르만은 쇼팽, 슈베르트 등 낭만주의 레퍼토리의 최고 연주자이지만, 현대곡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2003년 이후 첫 내한이었던 지난해 10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에서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번스타인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를 들려준 바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우유 대신 두유·아몬드·귀리·코코넛 우유 먹으면 이런 장점도

    우유 대신 두유·아몬드·귀리·코코넛 우유 먹으면 이런 장점도

    최근 우유 대용품으로 비건(Vegan·순수 채식주의자) 밀크가 인기다. 콩으로 만든 두유는 오래전부터 우유의 대용품으로 먹어왔지만 아몬드나 캐슈넛 등 다른 견과류로 만든 넛 밀크나 곡물인 귀리(오트)로 만든 우유, 코코넛으로 만든 우유도 관심을 끌고 있다.비건 밀크를 먹는 이들은 다양하다. 유당(젖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증상인 ‘유당불내증’을 겪는 사람에서부터 공장형 축산업에 반대하거나 채식주의를 이유로 우유를 안 먹는 사람 등이 있다. 중요한 건 우유 대신 비건 밀크를 섭취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연구 결과 한 잔의 우유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온실가스는 비건 밀크를 만드는 데 드는 온실가스의 3배나 된다고 BBC가 전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통한 식품의 환경 영향 감소’(Poore and Nemecek·2018) 논문에 따르면 매일 한 잔의 우유를 만들려면 1년에 650㎡의 땅이 필요한데 이는 테니스 코트를 두 개 합친 것과 비슷하다. 같은 양의 귀리 우유를 생산할 때보다 10배나 더 필요하다. 비건 밀크 안에서도 차이가 있다. 아몬드 우유는 두유나 귀리 우유보다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한 잔의 아몬드 우유를 만들려면 74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이건 평소 우리가 한 번 샤워할 때 쓰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 쌀 우유 한 잔에 드는 물의 양도 54리터로 꽤 많은 물이 들어간다. 물론 아몬드 우유와 쌀 우유 모두 보통 우유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물보단 적은 물이 사용된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아몬드 우유가 가장 적고 귀리 우유, 두유, 쌀 우유 순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는 지구복사에너지 일부를 흡수한 뒤 다시 지표면으로 보내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기체를 말한다. 그러나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은 지구온난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조셉 푸어 옥스포드대 박사는 “인간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4분의 1은 식품을 생산하는 데서 온다”고 설명했다. 애드리안 카밀레리 호주 시드니 과학기술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식품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에 대해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우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라며 “우유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30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새영화] ‘완벽한 그녀의 비밀’ 예고편 공개

    [새영화] ‘완벽한 그녀의 비밀’ 예고편 공개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영화 ‘완벽한 그녀의 비밀’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완벽한 그녀의 비밀’은 부족할 것 없이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여대생 ‘예신’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공개된 예고편은 예신과 그의 남자친구 미아오의 행복한 일상으로 시작한다. 부족할 것 없이 완벽했던 예신의 삶은, 폭우로 인해 정원에서 죽은 지 3년 된 시체 2구가 발견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이후 예신은 병원장인 아빠, 자신이 존경하는 심리학자인 앨리스 박사, 심지어 남자친구 미아오에게 미심쩍은 점들을 하나, 둘 발견한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충분히 범인으로 의심될 수 있는 상황에 예신은 홀로 진실을 찾기 시작한다. “숨겨진 진실을 찾아라!”라는 카피에 이어 예신의 눈 속에 수많은 순간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모습은 이후 드러날 진실을 궁금케 한다. 영화는 오는 1월 10일 개봉 예정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95분. 영상부 seoultv@seoul.co.kr
  •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 학생들 너도나도 ‘김밥말이 롱패딩’… 부모들엔 새 ‘등골 브레이커’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 학생들 너도나도 ‘김밥말이 롱패딩’… 부모들엔 새 ‘등골 브레이커’

    겨울의 한복판으로 접어들면서 청소년들 사이에 ‘롱패딩’이 유행하고 있다. 거리에 무리지어 다니는 청소년들을 보면 하나같이 롱패딩을 걸쳤다. 그 모습이 마치 ‘김밥’을 연상케 해 ‘김밥말이’라는 별명도 생겨났다. 가격대는 브랜드에 따라 20만원 선에서 10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유명 브랜드의 비싼 롱패딩을 입을수록 친구들에게 많은 부러움을 산다. 이 때문에 또래 사이에서는 누가 더 비싼 롱패딩을 입었는지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빠듯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기를 세워주려고 롱패딩을 사줘야 하는 부모의 허리는 휠 수밖에 없다. 과거 ‘떡볶이’ 단추 모양의 코트와 ‘노스페이스’ 패딩에 이어 요즘에는 롱패딩이 ‘등골 브레이커’(부모의 허리를 휘게 하는 고가 제품)의 대를 이어오는 것이다.“너 오늘 엄마 잠바(점퍼) 입었니?” 고교생 김모(17)양은 날씨가 추워질 때쯤 예전에 입던 점퍼를 꺼내 입고 나갔다가 친구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친구가 농담처럼 한 말은 김양의 가슴에 비수로 꽂혔다. 주변을 살펴보니 친구들은 죄다 ‘롱패딩’을 입고 있었다. 자신이 유행에 뒤처져 있음을 알게 된 김양은 부모를 졸라 50만원대 롱패딩을 사 입었다.●동급생 패딩 빼앗아 3년간 입고 다니기도 청소년 사이에 롱패딩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학부모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고교생 자녀를 둔 이모(50)씨는 “내 눈엔 롱패딩이 침낭을 입고 다니는 것으로 보이고, 50만~60만원씩 하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다른 코트는 어떠냐고 했는데도 아이가 한사코 롱패딩만 고집했다”면서 “반에서 자기만 롱패딩이 없다고 해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을까 봐 사줬다”고 말했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의 공현 활동가는 “롱패딩을 비롯해 고가의 외투를 입는 것이 유독 청소년 사이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 불평등 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이 입는 패딩이 고가다 보니 학교폭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중학생이 추락사한 사건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서 빼앗은 패딩 점퍼를 입고 법원에 출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남의 한 고교 교사는 “몇 해 전 ‘일진’ 학생이 동급생 패딩을 빼앗아 3년 내내 입고 다닌 게 뒤늦게 알려져서 퇴학당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노스페이스 패딩’이 한창 유행하던 2012년에는 부산의 중학교 3학년생 5명이 친구들에게 폭행을 가해 120만원 상당의 패딩 네 벌을 빼앗아 입고 다니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겨울철에 중·고교생 사이에서 패딩이 학생 간 ‘계급화’를 가져오면서 패딩을 뺏기 위한 다툼이 일어난다”면서 “가해자는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성취물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청소년들은 롱패딩을 입는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다. 롱패딩을 입고 다니는 청소년 10명에게 “왜 롱패딩을 입었느냐”고 묻자 “따뜻하기 때문에”, “남들이 다 입고 다니니까”라는 대답이 ‘이구동성’이었다. 고교생 서형록(18)군은 “롱패딩이 유행인 것도 있지만 내가 가진 옷 중에 제일 따뜻하다”면서 “교복은 아무리 동복이어도 얇은데, 롱패딩은 발목을 빼고는 다 덮을 수 있어 따뜻하다. 자리에 앉으면 방석도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복을 입는 청소년들에게 롱패딩은 일종의 ‘생존템’(생존용 아이템)이었다. 사복을 입을 때에는 스웨터나 니트를 껴입을 수 있지만 교복은 보온성이 떨어져 체온을 유지하려면 롱패딩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교칙으로 교복 위 카디건이나 후드 등을 착용하지 못하게 하는 학교가 많다는 점도 롱패딩 착용을 확산시킨 요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학생 김모(15)양은 “등교할 때 교복 치마를 입으면 다리가 얼어버릴 것 같은데, 그렇다고 체육복을 입고 등교했다간 교문 복장 검사에 걸린다”면서 “교복 치마 속에 체육복을 입고 바지 끝을 걷고 나서 롱패딩을 입으면 체육복을 입은 것이 가려져 복장 검사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학생들이 입는 롱패딩의 색깔은 십중팔구 검은색 혹은 남색 등 어두운 계열이다. 흰색, 분홍색, 줄무늬, 체크무늬를 입는 학생은 극소수다. 롱패딩 착용을 통해 친구들 사이에서 튀려고 하기보다 비슷한 색깔을 입으며 소속감을 느끼려는 청소년이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0대들이 주로 찾는 롱패딩 브랜드는 리복, 뉴발란스, 푸마 등 캐주얼 브랜드다. 아이더, 스파이더, 콜롬비아 등 아웃도어 브랜드는 실용성을 따지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독특한 디자인을 찾는 학생들은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나 널디에 눈길을 돌린다고 한다.●롱패딩 판매량 전년보다 30~40% 늘어 롱패딩은 농구 선수를 비롯해 벤치 신세를 지는 운동선수들이 주로 입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벤치 파카’라고 불렸다. 연예인들이 야외 촬영장에서 체온을 유지하려고 입는 옷이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평창 롱패딩’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세 방한복’으로 자리매김했다. 의류업계에 따르면 2017~2018년 겨울철 패딩 판매량의 약 30%인 300만점이 ‘롱패딩’이라고 한다. 지난해 10월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의 패딩 판매량은 전년보다 40% 증가했다. 의류업체 관계자는 “선판매를 제외하고 할인 프로모션 전략을 쓰지 않는 ‘노세일 브랜드’임을 고려하면 이 정도 수준의 판매량 증가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이더의 지난해 롱패딩 판매율도 전년과 비교해 30% 올랐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2019년 롱패딩 유행 코드는 ‘김밥말이’ 스타일”이라면서 “전체적으로 라인이 없고 펑퍼짐해서 이불에 폭 싸인 듯한 느낌을 주는 게 포인트다. 길이는 발목과 정강이까지 덮을 정도로 길어야 하고, 모자도 머리 두 개는 들어갈 정도로 넉넉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더플코트’가 부의 상징이었다. 떡볶이 모양의 토글(단추 장식)이 달려 ‘떡볶이 코트’라고도 불린 이 코트는 당시 부유층 자녀만 주로 입었다. 2000년대에는 ‘골텍스’, ‘윈드스토퍼’ 등 방수·바람막이 점퍼가 큰 인기를 끌었다. 상체만 두툼하게 덮는 오리털 점퍼도 함께 유행했다. 2010년 이후에는 ‘노페’(노스페이스) 열풍이 불었다. 노스페이스 브랜드 자체가 학생들의 ‘교복’ 브랜드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실제 2012년 1월 미국 방송 CNN에는 ‘노스페이스 점퍼가 한국에서 뜻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산악인이나 운동선수를 위한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가 어떻게 한국에서 중·고교생의 ‘교복’이 됐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패딩의 색깔에 따라 학생 사이에선 계급이 형성됐고 ‘빨간색’ 패딩이 최고 계급으로 분류됐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몰카 영상 뿌려진 뒤 시작된 지옥…피해자 10명 중 1명 극단 선택 시도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몰카 영상 뿌려진 뒤 시작된 지옥…피해자 10명 중 1명 극단 선택 시도

    영상 유포 피해자 45.6% “자살 생각” 불법 촬영 49.7% ‘아는 사람’에 당해 10명 중 8명 “영상 찍힌 줄도 몰랐다” 범인 실형 선고율은 고작 11.1% 그쳐 여정연 “대처 가능한 사회 환경 필요”몰래카메라나 비동의 유포 성적 촬영물(속칭 리벤지포르노)이 온라인에 유출된 피해자 절반은 자살을 생각했다. 이 중 20%는 실제로 자해를 했다. 실제 성추행 피해자나 살인 사건 유가족보다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둘 중 하나는 오히려 범인에게 빌며 영상을 지워 달라고 애원했다. 경찰을 찾아가 피해를 신고한 이는 열 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6일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여정연)의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 방안’ 연구보고서 내용이다. 여정연은 지난해 9월 온라인 성폭력을 당한 전국 여성(15~49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일부 기관이 단편적으로 온라인 성폭력 피해자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대규모 실태조사는 처음이다. ▲온라인 성적 괴롭힘(1648명) ▲디지털 성폭력(불법 촬영·유포 협박·실제 유포, 352명) ▲그루밍 성폭력(피해자로부터 호감을 산 뒤 성적 가해를 하는 범죄, 중복응답 106명) 등 모든 온라인 성폭력 피해를 망라해 조사했다. 영상이 유포(재유포 포함)된 피해자 45.6%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중 42.3%는 구체적인 자살 계획까지 세웠고, 19.2%가 실제 자살 시도를 했다. 찍힌 영상이 유포되지 않고 협박만 받은 피해자도 정신적 충격이 컸다. 41.7%가 자살을 머릿속에 그렸고, 이 중 17.5%는 실제로 ‘행동’을 했다. “부모도 잠을 못 자고 번갈아 가며 (피해자) 옆을 지켜요. 창문을 다 잠그고 방범창까지 달죠. 뛰어내릴까 봐….” 비동의 유포 성적 촬영물이 온라인에 퍼진 한 여성의 변호사는 피해자와 가족의 파탄 난 삶을 이렇게 전했다. 설문과 함께 진행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측정 결과는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 줬다. ‘한국판 사건충격척도 개정판’(IES-R-K)을 통한 측정에서 유포 피해자는 평균 53.9점. 유포 협박 피해자는 52.4점으로 집계됐다. 0~88점으로 채점되는 이 검사는 높을수록 심리적 외상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일반인은 17~18점 이상이면 ‘부분 PTSD’, 24~25점 이상은 고위험군인 ‘완전 PTSD’로 진단한다. 직업상 스트레스가 많은 소방공무원이나 군인도 44~45점 이상이면 심각한 위험 수준으로 보고 치료를 받는다. 성추행 피해자나 살인 사건 유가족의 경우 각각 49.1점과 48.4점으로 측정됐다는 연구(김태경 우석대 심리학과 교수) 결과가 있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는 이들보다도 심각한 ‘정신붕괴’ 수준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랑하거나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배신’이 고통을 가중시켰다. 불법 촬영 피해자 49.7%는 ‘아는 사람’에게 당했다. 이 중 50.9%가 이성친구나 연인(옛 연인 포함)이었다. 헤어진 사람보다 곁에 있는 사람이 더 악랄했다. 배우자를 포함해 현재 연인(78.0%)이 범인인 경우가 옛 연인(15.9%)보다 5배 이상 많았다. 10명 중 8명은 영상이 찍힌 줄도 모르고 당했다. 강요나 협박에 의해 찍힌 경우도 14.2%에 달했다. 그럼에도 경찰 신고는 고작 10.8%에 그쳤다. ‘신원 노출에 대한 불안감’(27.3%), ‘경찰에 대한 불신’(23.6%)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하고 범인에게 삭제를 요구(46.9%)하거나 아예 무대응(38.3%)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현실 세계 성폭력 피해자는 지난해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과 함께 양지로 나왔지만,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는 그렇게 음지에서 죄인인 것처럼 얼굴을 가린 채 떨고 있다. 실제 영상이 유포된 피해자는 ‘주변 사람’(40.4%)에게 전해 듣거나 ‘우연히’(14.0%)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범인이 직접 알려 준 경우(10.5%)도 있었다. 카페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27.3%),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21.2%), 웹하드(16.7%) 등에 주로 유포됐다. 불법 촬영 피해자가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는 ‘범인 처벌’(27.2%)이다. 하지만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이다. 여정연이 2017년 서울지역 5개 법원의 디지털 성폭력(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1심 판결문 360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 선고율은 10명 중 한 명인 11.1%에 그쳤다. 그나마도 징역 1년 이하인 경우가 80.8%에 달했다. 벌금형이 54.1%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로 풀어 준 비율도 27.8%나 됐다. 상습범인 경우가 대다수다. 이들의 판결문에 기재된 촬영 횟수는 총 4102회. 한 명당 11.4회씩 찍은 셈이다. ▲허벅지, 치마 속, 가슴 등 신체 일부 3550회 ▲옷 갈아입거나 용변 보는 장면 199회 ▲성관계 모습 177회(사진 117회, 영상 60회) ▲나체 및 샤워 현장 176회 등이다. 디지털 성폭력의 대상과 장소, 패턴 등도 바뀌고 있다. 앞서 한국여성변호사회도 2011년~2016년 4월 판결문 1540건을 분석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집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의 범행 발생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정연의 이번 분석에선 23.9%로 무려 8배나 증가했다. 지하철(54.7%→48.1%) 등 공공장소에서의 불법 촬영은 감소했다. 불특정 다수의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던 디지털 성범죄가 연인이나 지인 등 ‘아는 사람’ 위주로 바뀐 것이다. 단순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데 그치지 않고 온라인 등에 유포한 비율도 4.2%에서 9.7%로 2배 이상 늘었다. 여정연은 “디지털 성폭력은 ‘무제한 복제’라는 특성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피해가 지속된다”면서 “대다수 피해자가 경찰, 지원기관 등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직접 해결하거나 감추려는 대응방식을 보이는데,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임란 칸 총리도 제자, 파키스탄의 영원한 스승 랭글랜즈 저하늘로

    임란 칸 총리도 제자, 파키스탄의 영원한 스승 랭글랜즈 저하늘로

    파키스탄 국민들이 영원한 스승으로 떠받드는 제프리 랭글랜즈 소령이 10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교사로 일하다 94세 때 은퇴해 파키스탄 제2의 도시 라호르에 있는 에이치슨 칼리지에 딸린 오두막에서 지내던 랭글랜즈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편안히 생을 마감한 채로 제자의 눈에 띄었다고 영국 BBC가 5일 전했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917년 10월 영국 요크셔주에서 쌍둥이 형제 중 한 명으로 태어났지만 이듬해 아버지가 병으로 숨져 어머니와 브리스톨 외가에서 지냈다. 어머니마저 열두살 때 세상을 등져 친척들의 집을 전전했다. 친지들의 도움으로 데본주 킹스 칼리지에 입학할 수 있었고 졸업 뒤 런던 남부 크로이돈의 학교에서 처음 교편을 잡았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자원 입대, 특수부대원으로 1942년 끔찍했던 디에페 습격에 동원됐다. 2년 뒤 인도에 진주하면서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대영제국의 몰락을 목격하고, 1947년 인도에서 분리 독립한 파키스탄 군대에 교관으로 근무하면서 라호르를 처음 찾았다.파키스탄 곳곳을 열차로 돌아봤고, 분리 독립의 와중에 무고한 50만명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과정도 목도했다. 2015년 그는 스탠퍼드 대학의 역사 구술 프로젝트에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조금 더 평화롭게 이뤄낼 수도 있었던 과정이었으며 전쟁을 피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기업인 하룬 라시드의 전언에 따르면 1950년대 초반 군부 통치자인 아유브 칸이 랭글랜즈에게 장래 계획이 뭐냐고 묻자 그는 “병사 이전에 교사였다. 학교로 돌아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답했다. 아유브가 “파키스탄에 교사가 부족하니 직접 가르쳐보라”고 했고, 랭글랜즈는 망설임 없이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렇게 해서 1960년대 에이친스 칼리지가 라호르에 세워졌고 그는 25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 아이들과 함께 북부 산악지대를 돌아다닌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한 미국 대사는 농담으로 각료의 절반이 그의 제자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유명한 제자들로는 한 명의 대통령, 임란칸 현 총리 등 두 명의 총리가 있다. 칸 총리도 옛 스승을 “완고하지만 열정이 넘치며 트레킹을 사랑하며 우리의 아름다운 북쪽을 내 마음에 새겨준” 스승이라고 돌아봤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과 접경을 이루는 북부 와지리스탄 산악지대의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나섰다. 옛 소련의 침공, 9·11 테러, 미국과의 전쟁 등이 있기 훨씬 전이었지만 당시도 무법 천지라 사람들이 말렸다. 하지만 그의 뜻을 꺾지 못했다. 실제로 그는 1988년 피랍됐다. 엿새 뒤 풀려났고 납치범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해 말 더 큰 치트랄 학교를 맡아 아이들을 가르쳤다. 당시 그 지역을 찾은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와 만났다. 처음 80명의 학생으로 시작했지만 94세로 은퇴했을 때 800명으로 불어났다. 그는 일류 대학의 장학금을 받는 남학생 숫자보다 여학생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더 자랑스럽게 여겼다. 페샤와르 대학 심리학과 교수가 된 파랏 타마스는 “내가 입학한 날의 기억이 또렷하다. 낡은 옷과 짝짝이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랭글랜즈 소령님이 날 격려하고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가르쳐주셨다”며 “내가 교수 직을 얻었을 때도 소령님을 위해 사탕을 가져갔다. 스승은 여학생들에게 다시 나눠주며 ‘언젠가 너희들 모두 사탕 하나씩 가져다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 돌아봤다.매일 아침 영국인의 일상을 그대로 지켰다. 포리지(porridge·영국식 오트밀)에 수란(po ached eggs), 차를 두 잔씩 마셨다. 한달에 300달러(약 33만 7000원) 미만만 월급으로 챙기고 나머지는 학교에 기부했다. 에이치슨 칼리지 학생이었던 알리 시브타인 파즐리는 “고귀한 한 사람의 이름만 꼽으라면 난 제프리 랭글랜즈를 꼽겠다”고 했다. 랭글랜즈 자신은 2010년 BBC 인터뷰를 통해 평생을 지켜온 신조 하나가 있었다며 열두살 때 개인적으로 인생의 모토를 “선한 이가 되자, 선한 일을 하자(Be good, Do good)”로 정했고 그걸 좇아 살아왔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금주의 베스트셀러] 혜민 스님 에세이 5주 연속 1위 독주

    [금주의 베스트셀러] 혜민 스님 에세이 5주 연속 1위 독주

    혜민 스님의 에세이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이 5주 연속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르며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교보문고가 4일 발표한 2018년 12월 5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은 ‘트렌드 코리아 2019’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연말연초 선물도서로 사랑받 방탄소년단, 워너원 등 아이돌의 영향력도 눈에 띈다. 어린이 만화 ‘Who? K-pop BTS’가 44계단 상승한 종합 29위에, 워너원의 포토에세이 ‘고마워,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도 종합 50위에 진입했다. 연초를 맞은 영어 공부에 대한 관심도 두드러진다. 토익시험 준비를 위해 해커스 토익 보카, 리딩 등 수험서의 판매가 상승했고, 새롭게 시작된 동명의 tvN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나의 영어 사춘기 100시간’도 53위로 진입했다. 새해 자기계발과 성공을 다짐하며 ‘다산의 마지막 공부’, ‘심리학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등 자기계발 분야의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 교보문고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 1.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혜민 스님·수오서재) 2. 트렌드 코리아 2019(김난도·미래의창) 3. 아가씨와 밤(기욤 뮈소·밝은세상) 4.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 7: 기이한 전망 여관 사건(트롤·아이세움) 5. 꽃을 보듯 너를 본다(양장본·나태주·지혜) 6. 12가지 인생의 법칙(조던 B. 피터슨·메이븐 펴냄) 7.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곰돌이 푸(원작)·알에이치코리아) 8.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100쇄 기념 스페셜 에디션·김수현·마음의숲) 9. 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북플라자) 10. 언어의 온도(100쇄 기념 에디션·이기주·말글터)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합법적으로 자동차 때려부수는 폐차장 인기

    합법적으로 자동차 때려부수는 폐차장 인기

    합법적으로 자동차를 때려부수며 스트레스와 분노를 관리할 수 있는 곳이 등장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BBC는 3일(현지시간) 최근 네덜란드의 한 폐차장 업체가 폐차된 자동차를 사람들이 직접 때려 부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BBC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로도 기록되고 있는 이 영상에서 고객들은 저마다 고글과 방호복을 입고 커다란 해머나 야구 방망이, 또는 골프채를 들고 폐차된 자동차를 때려 부순다.이들 고객은 평소 교통 체증이나 자동차 관련 일 등을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분노를 관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 레이던대학의 심리학자 조애나 팬타지는 “솔직하게 말하면 조금 두렵다”면서 “왜냐하면 이는 다음에 다른 일반 차량을 때려 부수고 싶은 충동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폐차장 카스매시의 최고경영자(CEO) 말린 보슈이젠은 “폐차된 차를 부수는 것은 길거리 등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차를 부수는 범죄 행위를 대신해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은 우리 폐차장에서 합법적으로 차를 때려 부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파괴 테라피’로도 불리는 이 방법은 스트레스와 분노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지만, 모든 사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BBC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올해도 나 혼자 산다] “네가 혼자 사니까 그렇지” 문제아 취급받는 싱글족

    [올해도 나 혼자 산다] “네가 혼자 사니까 그렇지” 문제아 취급받는 싱글족

    1인 가구는 이제 한국 사회에 보편화된 가구 형태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뭐가 부족해 아직 혼자 사느냐’는 시선에 시달리기 일쑤다. 제도와 정책 역시 아직은 1인 가구보단 전통적 형태의 4인 가구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노인, 중·장년, 여성 등 1인 가구를 유형별로 세분화해서 접근해야 함은 물론, ‘혼자’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이들에 대한 포용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여자가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싸돌아 다니는 건 보기 안 좋아.” 교사 신희정(41)씨는 외부 강연을 갔다가 60대 수강생으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다. 생면부지의 사람만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신씨는 학교에서도 동료들에게 비슷한 얘기를 듣는다. 업무상 스트레스 등을 토로하면, “결혼을 하면 나아질 거다”라는 말을 듣는 식이다. 대학원 진학 탓에 결혼 시기를 놓쳐 친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신씨는 혼자라는 이유만으로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신씨는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박사 학위까지 따면서 삶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도는 높아졌는데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면서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나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혼이나 출산보다는 개인의 삶을 더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확산되면서 신씨와 같이 스스로 1인 가구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사회적으로 이들에 대한 시선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신씨 역시 “인식 개선은 시간 싸움인 것 같다”며 “‘혼밥’이 예전엔 이상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고, 이혼에 대한 비난도 과거보다 줄어든 것처럼 나와 같은 선택도 존중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적 인식을 넘어 정책 역시 1인 가구보다는 전통적 가구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과거에 비해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은 다양해졌다. 주거 빈곤에 시달리는 청년 1인 가구를 위해 서울시에서 시도하는 맞춤형 임대주택 ‘청신호’나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프로그램 등이 한 예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 보면 1인 가구가 실질적 혜택을 보는 정책은 많지 않다. 월세나 대출 이자, 공과금 등을 합해 매달 65만원 정도를 지출한다는 직장인 조모(27)씨는 “임대주택이 많으면 좋겠는데 좋은 위치에 있는 물량은 신혼부부 위주여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해당이 잘 안 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1인 가구는 국민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 입주대상자 선정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청약가점제 때문이다. 청약가점제는 동일순위 내에서 경쟁이 있을 경우 점수를 산정해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때 점수 산정 기준이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 및 청약통장 가입기간이다. 평균 가점을 채우려면 무주택 기간은 만점인 15년 이상(32점)이어야 하고 자녀를 적어도 2명(배우자 포함 부양가족 3명, 20점)을 둔 세대주여야 한다. 또 4~5년(6점) 동안 청약통장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심지어 무주택 기간은 30살 이후부터 계산된다. 20~30대 청년 세대가 청약에 당첨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를 향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세밀한 정책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1인 가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다수가 하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여겨지는 우리나라의 집단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과거보다 다양해진 가치관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인 가구를 위한 제도와 정책에 대해서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전문가들은 청년, 노년 등으로 각 세대와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주문했다. 이태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현 정책들이 청년층의 욕구에 정확히 부합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당장 주거 대책이 어렵다면 교통수당을 청년에게 제공하는 등 다른 정책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유식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영국은 지난해 ‘외로움 부서’를 따로 만들어 복지 정책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면서 “그간 정부는 물론 가족들의 돌봄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의 현황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성 1인 가구와 관련된 정책에 있어서는 성인지 감수성 등을 고려해 정책을 개선하고 보다 적극적인 홍보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경혜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인 택배 시스템은 여성들에게 호응도가 높지만 설치 지역이 한정돼 있는 등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서 “과거보다 성인지 감수성이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제도가 부족한 만큼 하루빨리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당선소감] 나 자신이란 터널을 빠져나오는 느낌입니다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당선소감] 나 자신이란 터널을 빠져나오는 느낌입니다

    끝내 이 길이 나를 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물리적으로 쓰지 못할 때가 오지 않는 한 계속 써가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나날들이었습니다.터널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터널 밖으로 이르는 때가 언젠가 당도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는다는 게 때로는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그 길이, 터널이 곧 나 자신이라는 것을, 내가 빠져나가는 것은 터널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됩니다. 아내와 아이가 잠이 들면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닫고 책상에 가서 앉고는 했습니다. 매일 밤 책상에 앉아 기도하는 심정으로 글을 써 가며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밤들 동안 제가 써 내려간 것은 어쩌면 글이 아니라 글을 계속 써 가고 싶다는 마음과 다짐, 그런 절실함 같은 것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상 창 너머로 바쁘게 지나가던 차들의 흔적이 잦아들면 찾아오는 완연한 어둠 앞에 글이라는 희망을 켜 둔 채 말입니다. 희망으로 세상을 밝혀 갈 수 있는 글을 쓰겠습니다. 제게 찾아오는 세상의 목소리들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가능성을 발견해 주신 우찬제, 권여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어떤 소설을 써야 하는지, 또 어떻게 인생과 문학을 대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 주신 박상우 선생님, 감사합니다. 격려와 용기를 주신 소행성B612 문우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더불어 글을 쓸 자리와 인내를 내어 준 유진아, 고마워. 당신 덕분입니다. ■채기성 ▲1977년 서울 출생 ▲가톨릭대 졸업(철학, 심리학 전공) ▲브랜드 전략 컨설턴트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당선소감] 어둠 속 헤매던 글쓰기 숲, 한 줄기 빛 보았다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당선소감] 어둠 속 헤매던 글쓰기 숲, 한 줄기 빛 보았다

    저는 글쓰기 숲에서 자주 길을 잃습니다. 어쩌면 글을 피해 도망 다녔다는 말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껏 어린 시절 아버지 서재에서 대면한 책들에게서 받은 두려움에 붙들려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글은 엄청난 무게로 압박을 하고, 때로는 허허로운 웃음으로 잡아끌기도 합니다. 생각이 방향을 잃으면 주저앉아 가만히 나를 들여다봅니다. 많은 것들이 살아있는 숲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흔히들 삶과 문학은 하나이면서도 다르다고 하지요. 저는 그 차이가 수렁처럼 깊어 서로 함께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막막한 12월 끝에 받은 당선 소식은 어둠 속에서 본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 그대로 앞을 향해 나가도 좋다는 끄덕임이었습니다. 온몸으로 부딪고 살아온 시간 속에서, 더는 도망갈 곳도 없는 저는 늘 부끄럽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제 글에 힘을 보태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더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함께 글을 읽어주고 정성스럽게 합평을 해준 동화세상 학우들과 선생님들,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주신 임철우 교수님, 최수철 교수님, 미학에 맛 들이게 해주신 정선태 교수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문학에 정신 팔려 있는 저를 지켜봐준 가족들과 가차 없는 회초리로 사랑을 주신 돌아가신 아버님과 어머니께, 힘든 세월 잘 견디어준 형제들에게 이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김수은 ▲1953년 전남 강진 출생 ▲서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한신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백석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 졸업 ▲초등학교 교사 정년퇴직 ▲현재 그림에니어그램 전문강사
  • [신년 인터뷰] 석학의 서재 긴 책상엔 쓰임새 다른 PC만 6대… 불온詩 논쟁 김수영 묻자 “우리집서 자던 사람”

    [신년 인터뷰] 석학의 서재 긴 책상엔 쓰임새 다른 PC만 6대… 불온詩 논쟁 김수영 묻자 “우리집서 자던 사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책 ‘남자의 물건’에도 등장하는 이어령 전 장관의 책상은 듣던 대로 길었다. 식당에서 주방 공개를 안 하듯 남들에게 보여 주길 꺼린다는 석학의 책상에는 모니터만 6대다. 서랍 안에 넣어 둔 노트북까지 포함하면 7대. 컴퓨터마다 다른 OS(운영체제)를 쓰고 각기 구동되는 자료들이 달라 버전도 달리해서 쓴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태블릿PC에 펜으로 글자를 쓰고 바로 문서화하는 것을 선호한다. 책상 뒤편으로는 아버지·어머니의 사진이, 서재 바깥으로는 이 전 장관을 ‘지성에서 영성의 세계’로 인도한 딸 고 이민아 목사의 사진이 성경과 함께 놓여 있었다.●50년 만에 김수영 영전에 글 올린 까닭 1968년 고 김수영 시인과 ‘불온시 논쟁’을 벌였던 이 전 장관은 최근 발간된 김 시인 50주기 헌정 산문집에 ‘맨발의 시학’이라는 글을 실었다. 1960년대 당시 이 전 장관은 문인 내면의 치열성을 주장하며, 김 시인은 정치를 포함한 창작의 외부 문제를 제기하며 ‘사상계’와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논쟁했다. 김 시인은 “서랍 속 불온한 작품이 아무 거리낌 없이 발표될 수 있는 사회가 현대 사회이며, 그런 영광된 사회가 머지않아 올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고 했고 이 전 장관은 “불온한 작품이 서랍 속에 있는 한 아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50년 세월이 흘러 김 시인의 영전에 글을 올린 까닭을 물었다. 이 전 장관은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 사람이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가고 그랬던 사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 시인이)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했잖아. 4·19 전에 했어야지. (김 시인은 이승만이 하야를 선언했던 1960년 4월 26일 이른 아침에 이 시를 썼다.) 나는 경기고등학교 선생할 때 잡지 ‘새벽’에 들어가서 임화수 고려대생 습격 사건(4·18) 당시 ‘지성에 방화하라’는 글을 썼던 사람이야. 데모를 해 가지고 학생들 다 죽고 (권력을) 쓰러뜨리고 난 후에 동물원의 사자를 사냥하는 것도 사냥이냐는 거야.” ●“불온? 경찰이 쓸 말을… 詩도 아름다워야 읽혀” ‘불온’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서도 이 전 장관은 할 말이 많았다. “‘불온’이라는 가치는 정보부에서, 경찰에서 쓰는 말이야. 왜 그걸 (그대로) 쓰냐는 거야. 뒤집으면 경찰이 제일 불온하다고 생각하는 게 제일 명작이 되는 거야. 지금 불온이 있어? 윤동주가 무슨 저항시야. 아름다운 시를 썼기 때문에 지금도 읽지. 문학의 저항이라는 거, 대놓고 비판하는 거 그게 오래 못 가. 김수영 시도 우리가 ‘풀잎’을 많이 읽지, ‘…밑씻개’를 많이 읽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단순히 남북군의 문제면 그걸 누가 읽어. 우리가 남군도 아니고 북군도 아닌데. 독재자에게 저항하는 건 모티베이션은 되지만 독재자를 쓰러뜨리는 게 문학의 목적은 아니라는 거지. 독재자는 말이야, 마르고 닳도록 있어.” 돌고 돌아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얘기가 거기 있나 보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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