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심리학
    2026-02-13
    검색기록 지우기
  • 감면
    2026-02-13
    검색기록 지우기
  • 재고
    2026-02-13
    검색기록 지우기
  • 빅스비
    2026-02-13
    검색기록 지우기
  • 공정
    2026-02-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026
  • 모차르트 자장가 들려주니 우리 아이 통증이 사라졌네[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모차르트 자장가 들려주니 우리 아이 통증이 사라졌네[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모차르트 효과’나 ‘바로크 효과’가 유행했습니다. 모차르트 음악이나 바로크 음악을 들으면 뇌 활동이 활발해져 학습능률과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클래식 음악 열풍이 불기도 했지요. 클래식 음악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지만 모차르트 효과나 바로크 효과처럼 지능이나 성적 향상에 정말 도움을 주는지 여전히 논란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신의학자와 심리학자들이 다른 차원에서 ‘모차르트 효과’를 찾아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는 미국 뉴욕 링컨 의학·정신보건 연구센터, 토머스 제퍼슨대 의대, 서던캘리포니아대 의대, UCLA 아동병원, 이스트캐롤라이나대 의대, 아이컨 의대, 플로리다 사우스웨스트 가족보건연구센터 소속 연구자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소아학 연구’ 8월 29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차르트의 자장가가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2019년 4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뉴욕에서 황달, 페닐케톤뇨증(PKU) 같은 질환을 갖고 태어나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는 영아 100명을 무작위로 선정했습니다. 연구팀은 영아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습니다. 영아들은 혈관 찾기가 쉽지 않아 일반적으로 발뒤꿈치에서 채혈합니다. 연구팀은 한 그룹은 채혈하기 전후 20분 동안, 총 40분 동안 모차르트의 자장가를 들려줬고 다른 집단에는 음악을 들려주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주삿바늘을 찌르기 전, 찌를 때, 찌른 후 영아의 통증 수준을 평가했습니다. 말 못 하는 영아이기 때문에 표정, 우는 정도와 지속시간, 호흡 패턴, 팔다리 움직임, 각성 정도로 통증 수준을 측정했습니다. 또 연구팀은 측정의 정확성을 위해 아이에게 젖꼭지나 장난감 등을 제공하지 않고 20~25도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조용하며 약간 어두운 방에서 실험해 다른 감각이 통증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발뒤꿈치를 찌르기 전에는 통증 점수 중앙값이 두 그룹 모두 7점 만점에 0점으로 확인됐습니다. 발뒤꿈치를 찌르는 동안에는 자장가를 듣고 있는 영아의 통증 점수는 4점, 채혈 후 1분 뒤부터는 0점으로 다시 떨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자장가를 듣지 않은 영아는 채혈 중 통증 점수는 7점, 채혈 후 1분 경과 시 5.5점, 2분이 지난 뒤에도 2점으로 나타났습니다. 모차르트 음악이 통증을 못 느끼게 해 줬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연구를 이끈 새미나탄 안발라간 토머스 제퍼슨대 의대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모차르트 음악이 가벼운 시술을 받는 영유아의 통증 완화에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흔히 알려진 모차르트 효과까지는 아니더라도 클래식 음악이 심신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은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습니다. 짜증 나고 스트레스가 많다면 이번 기회에 클래식과 친구가 되는 것은 어떨까요.
  • “흉기난동범보다 혜빈이를 기억해 주세요”

    “흉기난동범보다 혜빈이를 기억해 주세요”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으로 두 번째 사망한 피해자 김혜빈(20)씨 유족이 고인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가해자 최원종이 아닌 피해자를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수원시 아주대 장례식장을 찾은 김씨 친구들도 “혜빈이가 얼마나 밝고 좋은 사람이었는지 사람들 기억 속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29일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은 유족 동의를 얻어 전날 숨진 김씨의 사진과 실명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이 의원은 김씨가 과거 소셜미디어(SNS)에 쓴 ‘고비가 있을 때마다 좋은 어른들이 있어 준 것이 감사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는 글을 인용하며 애도했다. 김씨의 유족은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다 준 외동딸이었다”며 “밝고 장난기가 많았고 착실하고 책임감도 강했다”고 김씨를 그리워했다. 사고 당시 김씨는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귀가하던 길이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한 김씨의 친구들은 상상도 못 한 참변에 말을 이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씨의 친구는 “처음 소식을 듣고 흉기에 다친 피해자일 거로 생각했는데 차에 치여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을 거라곤 상상 못 했다”며 “그 이후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아 쾌유를 빌었는데 결국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황망했다”고 말했다. 가해자의 서사 대신 피해자를 기억해 달라고 호소한 사례는 서현역 사건으로 먼저 숨진 이희남씨의 유족도 마찬가지였다. 이씨 유족 측은 지난 12일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주목받는 현실을 납득할 수 없다’면서 고인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이 원하는 바가 현 형사사법제도 안에서 잊혀 왔던 것 같다”며 “가해자는 재판 과정에서 반성문이나 탄원서로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반면 피해자는 경찰 수사 외에는 이야기할 기회가 없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주목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날 최원종을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최원종이 망상을 현실로 착각하고 폭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분석하면서도 그가 심신미약 상태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고 봤다.
  • 이수정 교수, 신림동·서현역 흉기 난동에 “코로나19와 밀접 연관”

    이수정 교수, 신림동·서현역 흉기 난동에 “코로나19와 밀접 연관”

    최근 20~30대 남성들에 의한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데에는 코로나19가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28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경기 성남 서현역 등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이 코로나19와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주 밀접히 상관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장기간 비대면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사회화되는 과정들이 결핍된다”며 “여러 가지로 참고 있다가 대면 사회가 되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것들이 다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이런 예견이 됐었다며 “외국의 경우에도 테러가 늘어날 거란 이야기와 일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흉기 난동 사건들이 코로나19 이후 상황적 특성과 맞물려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사건이 없지는 않아 보이지만 지금 은평구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영천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면 사실은 그전에도 일어났던 부류의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저녁 시간대에 술 한잔을 걸치는 와중에 충돌 끝에 흉기 난동이 일어나고, 이런 일들은 사실 예전부터 많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주점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런 사건에다가 최근 젊은 세대들의 살인 예고 글이 함께 여러 가지 불안을 조성하다 보니 지금 범죄에 대한 공포가 과거보다 좀 심화하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 복합문화 게임축제 ‘GXG 2023’ 9월 8일~9일 판교역 광장서

    복합문화 게임축제 ‘GXG 2023’ 9월 8일~9일 판교역 광장서

    경기 성남시는 내달 8일~9일 판교역 광장과 판교테크원,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GXG 2023(Game Culture X Generation 2023)을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시승격 50주년을 맞아 성남산업진흥원, 게임문화재단, 한국게임산업협회 공동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GXG 2023은 ’게임, 문화로 즐기다!‘라는 모토로 게임전시 행사를 넘어 음악, 스토리, 아트, 디자인, 인문학, 상상력 등 게임의 다양한 요소에 초점을 맞춘 복합문화축제로 진행된다. 행사가 진행되는 판교역 광장에는 개막식과 플리마켓, 보드게임 체험, 페이스페인팅 등 부대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특설무대와 부스가 운영된다. 바로 옆 판교테크원과 카카오 판교아지트에는 다양한 주제의 컨퍼런스와 네트워킹, 전시프로그램 등이 열릴 예정이다. 양일간 진행되는 행사에서는 ▲개막식(창작뮤지컬, 개막 축하공연, 게임기업 직장인 밴드 공연) ▲컨퍼런스(게임, 문화, 예술 분야 연사 16명과의 만남) ▲전시(라이브 드로잉, 게임사 사회공헌과 인디게임 전시 및 체험존) ▲무대 프로그램(게임 OST 오케스트라, 자선 경매 이벤트) 등 게임업계 종사자는 물론 일반 시민도 쉽게 게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구성됐다 특히 개막식 축하공연은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가 출연하고,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김경일, 크리에이터 나선욱, 배우 권혁수, 일러스트레이터 흑요석 등이 컨퍼런스 연사로 나서는 등 다채로운 볼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신상진 시장은 “게임산업의 메카, 성남시에서 열리는 GXG 2023은 다양한 게임문화 콘텐츠를 통해 게임에 대한 인식개선과 공감대 형성으로 게임문화 진흥과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며, 앞으로 더 다양한 콘텐츠를 담을 수 있도록 이번 첫 행사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감시에 연간 5억 썼다…매달 120만원 생활비도 지원[전국부 사건창고]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감시에 연간 5억 썼다…매달 120만원 생활비도 지원[전국부 사건창고]

    “조두순(71)이요? 요즘은 백발에 꽁지머리를 하고 흰 수염을 길게 길렀습니다. 출소 때 모습과 달라요.” 서울신문이 지난 21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와동 조씨의 주거지 앞에서 만난 한 청원경찰은 “조두순이 좀처럼 밖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지금 모습을 보면 주민들이 봐도 몰라볼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씨는 가끔 외출할 때도 출소 당시처럼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려 얼굴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날 동네는 조용했다. 경찰과 시청이 각각 설치한 초소의 청원경찰 외에는 거리에 사람들이 뜸했다. 출소할 때 주민과 취재진, 유튜버 등이 뒤엉켜 난리법석을 피웠던 것과 딴판이다. 조씨의 존재를 심각하게 의식하는 주민도 많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길에서 만난 70대 주민 A씨는 “1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조두순을 본 적이 없다”면서 “같은 동네에 살고 있지만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50대 주민 B씨는 “처음에는 조두순이 온다고 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려할 일은 아직 없었다”며 “초소가 두 군데나 생겨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웃었다. 30대 직장인 C씨도 “안산에 오래 살았지만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걱정될 뿐 범죄 불안감을 못 느끼고 산다”고 말했다. 조두순, 꽁지머리 흰수염 길러동네는 조용, 딸 있는 부모 불안 여전 조씨는 매주 수요일 성폭력 재범 방지 교육을 받는 날 외에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요일 오전에 법무부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차량으로 조씨를 태워 갔다가 교육 후 귀가시킨다는 것이다. 조씨가 다른 목적으로 외출을 하려고 해도 이 센터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조두순이 이 마을에 온 이후 별다른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인근 봉황산 산책로도 많은 주민들이 새벽이든, 밤이든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초·중생 딸을 둔 40대 여성은 “경찰과 시청이 초소까지 만들어 조두순을 관리하지만 순식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마냥 마음이 놓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씨가 아동 성범죄자임을 의식하는 듯했다. 조씨는 사이코패스 진단 지수가 29점으로 연쇄살인범 강호순보다 2점 더 높게 나왔다.조씨는 2008년 12월 11일 아침 안산시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등교하던 초등학교 1학년 여아(당시 8세)를 교회 화장실로 납치해 목 졸라 기절시킨 뒤 성폭행해 신체를 영구적 장애로 만든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모두 끝낸 2020년 12월 12일 자유의 몸이 돼 이 동네로 왔다. 조씨는 인근 선부동으로 이사하려다 건물주가 조씨의 정체를 알고 계약을 포기한 데다 그 지역 주민들이 극렬 반대해 무산됐다. 조씨의 부인은 “남편이 회사원”이라고 건물주를 속이고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 2년 임대차 계약을 했었다. 계약 파기 후 조씨 부인은 건물주한테 위약금 1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조씨 부부는 오래 전 현재 집의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지만 이사가 어려워 그냥 눌러사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소의 한 청원경찰은 “부인이 두 달 정도 집을 비웠다가 1주일 전에 돌아왔는데 조씨가 라면을 좋아하는지 라면을 많이 끓여 먹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조씨가 2027년 12월 11일까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하는 상태에서도 재범 방지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적잖게 든다는 점이다. 출소 후 2년간 10억원 이상 투입경찰·유단자 초소, CCTV, 비상벨감옥 안 재소자 수용경비의 16배 26일 서울신문의 취재 등을 종합하면 조씨를 감시·관리하는데 안산준법지원센터, 안산시, 안산상록경찰서 등 무려 3곳이 인력과 시설을 투입하고 있다. 우선 거주지 진입로 골목 양쪽 입구에 경찰 초소와 안산시 청원경찰 초소 등 초소 2개가 있다. 24시간 보초 선다. 경찰은 조씨 출소 직후 거주지인 빌라 단지 일대를 ‘여성안심구역’으로 설정하고 조씨 집 앞에 초소를 설치했다. 경찰관 두 명이 1개 조로 24시간 근무를 한다. 시는 경찰초소 건너 조씨 집 진입로 입구에 초소를 따로 설치했다. 이곳은 무술 유단자 청원경찰 8명이 2~3명씩 조를 짜 24시간 감시한다. 범죄예방 시설도 대폭 확충됐다. 조씨 주거지 골목과 산책로 등 10곳에 폐쇄회로(CC)TV 21대를 추가 설치했다. 모두 112곳에서 207대를 운용 중이다. 범죄 발생 시 알리게 한 비상벨도 12개 설치했다. 지난 2월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이 법무부와 안산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출소 이후 조씨 감시·관리비로 들어간 예산은 총 10억 6506만 6000원이다. 연간 5억원 안팎으로, 조두순 전담 감시원의 인건비와 시설·물품비 등이 포함됐다. 교도소 재소자 한 사람의 인건비, 시설개선비, 피복비, 의료비, 밥값 등 연간 수용경비 3000여만원의 16배가 넘는다. 9급 초임 공무원 16명의 연봉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그렇지만 현행법상 청원경찰 인건비, CCTV 설치비 등을 청구할 수 없고, 조씨에게 그럴 만한 재산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결국 흉악범 한 사람을 감시·관리하기 위해 매년 거액의 세금이 투입되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다른 시군으로 이주하면 감시·관리 업무를 그곳에 넘기겠지만 여기에 사는 한 전자발찌 부착 기간 이후에도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기초생활수급 연금 120만원으로 생활 조씨의 출소를 앞두고 국민은 불안해했다. ‘출소 후 복수하려고 운동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석방을 막아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와 60만명 이상이 동의했지만 방법은 없었다. 범행이 발생했을 때도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감형됐다.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취 감경’과 피해 초등생의 혈흔이 묻은 양말·신발이 조씨 집 옷장에서 나온 것으로 볼 때 판단능력을 상실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조씨에게 성폭행 등 전과가 적잖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조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형량이 무겁다’고 항소 및 상고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1심 판결을 내린 판사는 한 언론에서 “국민 정서에 못 미친 점은 반성하지만 수사 단계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돼 재판부로서는 방법이 없었다”며 “그래도 조씨의 형량은 당시 일반적 판례보다 2~3배 무겁다”고 했다. 당시 법은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무조건 감형해야 했지만 지금은 성폭행 범죄의 경우 제외할 수 있다고 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또 조두순 사건 이후 ‘주취 감경’을 양형의 감경요소에서 제외하도록 했다.흉악 범죄가 급증합니다.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그만큼 병들어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직시하고 아우성치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습니다. 사건이 단순 소비되지 않고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과 더 안전한 사회 구축에 힘이 되길 희망합니다.‘치료 목적 보호수용제’ 도입 필요 만 65세가 넘은 조씨는 만성질환에다 흉악범이란 신분 노출로 인한 취업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기초연금 30만원 등 매달 120만원 정도의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전자발찌 부착 7년간 성폭력 방지 프로그램 이수와 함께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외출 금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음주 금지, 교육시설 출입 금지, 피해자 200m 이내 접근 금지 등 5개 명령을 준수해야 하지만 재범 위험이 큰 범죄자에게 보다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두순은 아주 예외적으로 지원받는 상황이지만 모든 출소자들을 조두순처럼 관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아동을 상대로 상습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형기가 끝나도 사회로 방면하지 않고 재범 위험이 사라졌다는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특정 시설에 수용해서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처럼 ‘치료 목적의 보호수용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 오세훈 “외국인 도우미, 맞벌이 경력단절 즉각 도울 것…저출생에 만능키 없어”

    오세훈 “외국인 도우미, 맞벌이 경력단절 즉각 도울 것…저출생에 만능키 없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외국인 가사·육아 도우미가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고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에 즉각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며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24일 페이스북에 ‘경력 단절과 외국인 도우미의 잠재력’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외국인 도우미 도입 제안은 저출생을 단번에 뒤집을 만한 카드를 찾았으니 써보자는 뜻이 아니었다”라며 “저출생에 만능키는 없다. 국가소멸의 위기 앞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자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부모가 자식을 직접 돌보는 것이 중요한 걸 알면서도 주거비와 교육비가 기형적으로 높아 맞벌이가 필수인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등장이 활력이 될 것이라는 게 오 시장의 주장이다. 그는 “(외국인 도우미를 도입한) 서구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가 해결되고 출생률도 동반 상승한 사례가 있다”라며 “필리핀 등 외국인 도우미의 잠재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필리핀은 국가적으로 가사도우미를 전문 서비스직으로 육성하고 있고, 교육학, 심리학, 회계학 등 학사 이상의 학위가 있는 지원자가 전문기관에서 218시간의 가사, 언어, 의료 훈련 과정을 이수해야 가사도우미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홍콩에서는 전문성을 갖추고 영어에도 능통한 필리핀 여성 도우미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오 시장은 전했다. 외국인 도우미의 저임금 논란에 대해 오 시장은 “비용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 변수”라며 “홍콩처럼 어린이와 가사도우미가 한 방을 사용하면 주거와 통근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서울에 시범 도입될 100여명의 외국인 도우미에 국내 최저임금(시급 9620원)을 적용하기로 했다. 월급으로 따지면 200만원이 약간 넘는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한국 3인 가구 중위소득이 월 443만원인데 굳이 국적을 따지지 않아도 200만원 이상을 가사도우미에 쓸 수 있는 가정은 많지 않다”라며 “홍콩의 필리핀 가사도우미 급여는 73만~91만원, 싱가포르는 51만원, 필리핀 현지에서는 31만원”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도우미에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돈을 주면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공장, 농장 등으로 이탈해 불법 체류자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일정 기간 가사도우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다른 직업으로 옮길 수 있는 비자 취득 기회를 주는 방안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제도, 특히 외국인 유입은 새로운 도전이지만, 그들을 우리 공동체에 잘 받아들여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몫”이라고 짚었다. 오 시장은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시범사업에서 가능한 한 다양한 조건으로 실험해보고 최선의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 [서울광장] 중간이 없는 사회/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중간이 없는 사회/임창용 논설위원

    9월이 코앞인데 좀처럼 더위가 꺾이지 않는다. 예년 같으면 잦아들었을 매미 소리가 새벽부터 우렁차다. 기록적 폭염과 폭우가 교차된 올여름이었다. 봄만 해도 극심한 가뭄으로 모든 걸 말려 죽일 기세더니 한 달 내릴 장맛비를 하루 만에 쏟아부으며 사람들을 질리게 했다. 모자람과 과잉을 반복하는 사람을 우스갯소리로 ‘중간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요즘 날씨가 딱 그렇다. 극단을 오가는 기후는 요즘 우리 사회 모습을 똑 닮기도 했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 선택 이후 망가진 우리 교육 현장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교사가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를 엎드려 있게 했다고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고 2년 넘게 재판에 끌려다니는 게 현실이다. 아이들 다툼에서 자기 아이 편을 들어 주지 않았다고 학부모가 교사에게 밤낮없이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왕의 DNA’를 가졌으니 걸맞게 대우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하는 부모까지 있다. 나 같은 중년 세대가 학교에 다닐 때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중학교 때 어느 선생님은 시험을 볼 때마다 틀린 답안 수만큼 제자의 종아리를 쳤다. 월말고사 점수가 나오는 날엔 각 반에서 ‘매타작’이 벌어졌다. 고등학교 때는 한 친구가 선생님께 말대꾸를 했다가 불려나가 친구들 앞에서 10여분간 뺨을 맞고 발길질을 당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의 폭력은 ‘훈육’으로 포장됐고, 이를 문제 삼는 학부모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민주화’가 핵심 가치로 등장한 이후 이런 분위기는 바뀌었고, 학생들의 인권 의식도 높아졌다. 학생 인권과 교권의 ‘역전현상’이 벌어진 건 각 시도 교육청이 2010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학생인권조례’가 분기점이었다. 조례는 체벌과 폭언 금지부터 복장과 두발 자율화, 소지품 검사 금지,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 강요 금지 등을 명시했고, 학교는 학생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아동학대 관련법과 맞물려 극심한 교권 위축으로 이어졌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통제할 수단을 사실상 잃었다. 지적하고 바로잡으려다간 아동학대로 신고당해 고초를 겪기 일쑤다. 경찰청에 따르면 교원 아동학대 사건은 2018년 220건에서 2022년 547건으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면 일단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고 법적으로 아동학대 피의자가 된다. 아동과의 분리 차원에서 보직 해임이 원칙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인권 의식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과잉의 측면이 크다. 조례 도입 전 이미 ‘폭력 교사’는 거의 사라져 교권과 학생 인권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균형은 깨졌고,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가 두려워 교단을 기피하고 있다.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가 건강하듯 사회는 중간이 튼튼해야 안정된다. 하지만 가뭄이 해갈을 넘어 폭우로 이어진 것처럼 중간을 건너뛰어 극단으로 치닫는 게 교육 현장뿐만은 아니다. ‘조국사태’ 때 정점을 찍었던 진영 대결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나 남북 문제 등으로 바통을 넘겨 여전히 진행중이다. 방류 찬성론자를 무조건 ‘일본 대변인’으로 치부하거나, 남북 대화론자를 ‘반국가세력’으로 단정하는 인식도 비슷한 맥락이다. 타협이 실종된 국회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일수록 모호함을 견디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반면에 성숙하지 못할수록 모호함을 참지 못하고 이분법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다.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기대지 않는 중간의 가치를 강조한 ‘중용’의 정신도 같은 맥락이다. 기후의 극단이 오송 참사를 초래했듯 중간이 약하고 극단이 판치는 사회는 교권 실종 같은 사회적 재난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중간을 되찾아 보다 성숙해졌으면 한다.
  • 금천구, ‘모두가 존중받는 세상’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 개최

    금천구, ‘모두가 존중받는 세상’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 개최

    서울 금천구는 다음 달 6일 금천구청 대강당에서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양성평등주간은 매년 9월 1~7일로,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해 양성평등 실현을 촉진하고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구에서 마련한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에는 7개 시민단체가 참가해 차별언어 바꾸기, 양성평등 퀴즈, 교제 폭력 예방, 성격 탐색 등을 주제로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양성평등 유공자 6명에 대한 시상 이후 범죄심리학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우리 자녀 안전하게 지키기’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한다. 민간 단체인 ‘열린 파도’는 양성평등주간인 9월 1~7일 가산중, 독산초, 독산고 등 3개 학교 주변에서 교제 폭력 예방 캠페인을 진행한다. ‘마젠마’(마을에서 젠더를 마주하다)는 7일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겪은 모녀의 치유 과정을 그린 영화 ‘경아의 딸’ 관람 행사를 연다. 영화 상영 후 김정은 감독이 관객과 대화할 예정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한 만큼 많은 참여와 관심을 바란다”라며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누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 [한미일 정상회의 전문가 인터뷰]美 브루킹스 연구소 앤드류 여 한국석좌 “3국 정상회의 사실상 준동맹, 중국에 ‘제약,불복’ 아니라는 메시지 발신이 중요”

    [한미일 정상회의 전문가 인터뷰]美 브루킹스 연구소 앤드류 여 한국석좌 “3국 정상회의 사실상 준동맹, 중국에 ‘제약,불복’ 아니라는 메시지 발신이 중요”

    “한미일 3국 정상성명에 (군사동맹을 의미하는) ‘조약’이란 단어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동맹이라고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안보 측면의 3자 전략 파트너십, 준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20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줌 인터뷰에서 지난 18일 열린 사상 첫 한미일 3국 정상회의의 의미를 이렇게 부여하며 “향후 한미일 3국의 대중국 메시지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상성명과 캠프 데이비드 원칙 어디에도 중국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물론 3국은 중국에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3국이 이 지역 번영, 평화를 꾀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으며 필수적으로 중국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미일 3국의 목표가 중국을 제약, 불복시키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략 지정학적 경쟁 구도에서, 특히 경제 안보, 기술 도전 측면에서 한미일 3국과 중국 간에 지역 질서에 대한 관점이 다르고 중국과의 경쟁에 직면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심지어 중국을 패배시키는 게 아니라 중국도 한미일과 같은 규칙에 의해 함께 플레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편 그는 “향후 이런 방식으로 3자 협력을 촉진할 수 한미일 지도자들의 조합을 또 얻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도 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한미일 3국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3국 간 연례 회의가 정례화됐다는 점, 그리고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더 많은 안정과 안보를 제공하게 된 게 중요하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등 중국이 반발하는 표현들이 포함됐다. =중국이 이번 회의를 ‘작은 나토’라고 비판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미일 3국이 이 지역 번영, 평화를 꾀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으며, 필수적으로 중국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이것이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강조하지 않은 이유다. -결국 미국의 의도는 중국의 위협 극복이 아닐까, 중국은 미국이 주장하는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비판한다. =경제 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의도는) 중국의 진보와 성장을 늦추는 것이라고 본다. 누구의 룰이냐가 매우 중요하다. 미중 사이에 더 깊은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 수십년간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처럼, 중국 위안화에 대한 인공적인 평가 절하 등에 대한 불만이 제기돼 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앞선 정부의 무역 전쟁 노선을 이어오고 있다. 한일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무역, 투자는 20년 전 세계 경제가 움직이던 방식과 동일하게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도 명백해졌다. 한일 누구도 중국과의 연대를 완전히 끊기를 원하지 않는다. 미국과 미 기업조차 원치 않는다. 미국이 새로운 종류의 원칙 강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과도기인지 모르겠으나 다른 나라들이 함께 가길 원하든 원하지 않든 미국은 이를 강화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신냉전 구조가 강화될까. =권위주의 대 민주주의 등 정치, 이념 체제 간 경계가 강화되고 있다는데 동의한다. 중러가 앞서 동중국해, 동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 등이 이런 신냉전 구조 심화를 시사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런 신냉전구조를 과대 평가하거나 강조할 필요는 없다. 비확산, 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여전히 많은 외교와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3국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은 위기 상황에서 3국 간 신속 협의를 명문화했지만, 자세한 내용이 없다. =비상사태, 컨틴전시(contingency) 상황이라면 한반도의 북핵·재래식 공격과 대만 해협, 남중국해 문제 등 세 가지를 상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안보 외 또 다른 차원의 재난이 있다. 예컨대 쓰나미 이후 원자로 멜트다운(노심용융)이나 국가적 자연재해, 팬데믹 등이다.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태 때도 미 해군이 출동했는데 더 신속하게 동원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예컨대 한일이 의료 공급, 수송 지원 등을 이 지역에서 할 수 있다. -정상성명과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서 ‘아세안 파트너, 태평양 도서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언급했다. 3국 협의체의 활동범위를 확장시키겠다는 의지로 들린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니셔티브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이 3국 정상회의를 북한, 동북아를 넘어 이 지역들로까지 확장을 원했고 한일 역시 그럴 의지가 있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태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피벗 국가’(글로벌 중추 국가)가 되려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 않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외교정책 재편을 해 왔고 특히 한일 양국은 미국과 동북아 지역을 넘어 협력하기를 원한다. 이는 단지 대중 경쟁 차원이 아니라 이들 지역에서 3자 협력을 유용하기 만들자는 것이다. 동남아와 태평양 제도 개도국들의 인프라, 금융 개발을 돕고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한미일 세 나라 모두 능력과 지식을 갖고 있고 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번 회의가 이 지역에서 한미일 3국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히는데 정말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도발 위협은 계속되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중러의 반대로 북한 규탄 결의안이 발목잡힌 상황이다. 이런 교착상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유엔 안보리는 (기능적으로) 실패한 공간이기 때문에 한미일이 북한의 국방과 억지력에 초점을 맞추면서 각자 독자적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왔다. 설사 북한이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해도 이를 시도하거나 다시 엮을 장치가 현재 없다. 현재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주로 언급하고, 포로수용자, 납북자 문제와도 연관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논의를 촉진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교착 국면을 타개할 쉬운 해답은 없다. 유엔의 실패이기 때문에 한미일이 서로 의지해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경제 분야 성과를 평가한다면. =미국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한다면 전기차 배터리 같은 상품들은 일본, 한국에 더 의존해야 한다. 한일이 미국과 협력하는 동기가 당연히 있다. 3자가 계속해서 경제안보 대화를 이어가고, 서로 (공급망) 경보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세계다. 공급망, 지역경제 질서 등 모든 것이 중국에 의존적이었는데, 중국으로부터 벗어나기로 한 이상 한국, 일본, 그리고 심지어 베트남, 인도, 태국 같은 다른 투자처를 찾는 미국도 많은 경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국가가 다른 나라들을 완전히 지배하거나 약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건강한 대화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적 의사 결정과 정책을 상호 간에 조율하는 것이다. 규칙에 기반한 질서 측면에서 보자면 어쩌면 미국이 때때로 가장 큰 위반자일 수도 있다. -한일 관계는 진전됐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은 한국민들 사이에 여전히 우려가 높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상황을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는 국내 정치 이상의 문제다. 그러나 한국의 감시관들도 참여해서 한국이 (문제를) 제기하는 방류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을 허용할 것이다. 해법은 IAEA가 과학적 지침을 따르고 일본이 투명하게 하는 한, 한국 역시 이 과정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프로필 -1978년 미국 뉴욕 출생 -노스웨스턴대 심리학·국제학 -코넬대 정치학 박사 -미 국가북한위원회(NCNK) 위원 -안보연구저널(Security Studies) 편집위원 -미 가톨릭대 정치학과 교수
  • ‘범죄 위험’ 중증 정신질환자, 법원이 강제입원 검토

    ‘범죄 위험’ 중증 정신질환자, 법원이 강제입원 검토

    美·獨처럼 사법입원제 도입 추진2025년 정신건강 검진 주기 단축조현병 등도 검진 질환군에 포함사회적 편견 야기·실효성 우려도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처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사법입원제’를 도입하고 정신건강 검진 주기를 단축하는 등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신질환자의 보호·관리를 가족에게만 맡기지 않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실효성이 떨어지고 인권 침해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17일 발표한 ‘묻지마 범죄 관리·감독 대책’을 보면 법무부는 법관의 결정으로 중증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하게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2025년부터 정신건강 검진 주기를 단축하고 조현병 등도 검진 질환군에 포함하기로 했다. 정신질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행정입원이나 외래치료 지원 제도도 내실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신질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도 확충하기로 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판사가 판단하는 사법입원제는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관 인원은 3124명인 데 견줘 사법입원제가 안착한 독일은 2만명에 달한다. 판사 한 명이 맡는 업무가 과중해진다면 제도 취지와 달리 서류 심사로 대체하거나 형식적 대면 심사만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신질환이 심각한데도 가족이 돌보지 않는 경우 입원이 필요할 수 있지만 범죄의 가능성을 강제 입원의 기준으로 삼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를 저지른 중증 정신질환자를 사흘간 응급 입원시킨 뒤 행정입원을 하려고 해도 권한을 가진 지자체장은 선출직이어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면서 “사법입원이 도입되면 행정입원의 공백을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자가 중증으로 가지 않도록 치료를 돕는 지원 체계가 이번 대책만으로는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 등에 대한 대책은 미비해 보인다”면서 “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젊은층이 심리상담소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이 내놓은 불심검문 강화 방안은 묻지마 범죄를 막을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면책 규정만 확대한다면 인권 침해 같은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무고한 시민 피해 줄인다…정부 “사회적 외톨이·정신질환자 관리 강화”

    무고한 시민 피해 줄인다…정부 “사회적 외톨이·정신질환자 관리 강화”

    묻지마 범죄 관리·감독 강화미·독처럼 사법입원제 도입 추진2025년 정신건강 검진 주기 단축조현병 등도 검진 질환군에 포함사회적 편견 야기·실효성 우려도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처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사법입원제’를 도입하고 정신건강 검진 주기를 단축하는 등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신질환자의 보호·관리를 가족에게만 맡기지 않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실효성이 떨어지고 인권 침해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17일 발표한 ‘묻지마 범죄 관리·감독 대책’을 보면 법무부는 법관의 결정으로 중증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하게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2025년부터 정신건강 검진 주기를 단축하고 조현병 등도 검진 질환군에 포함하기로 했다. 정신질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행정입원이나 외래치료 지원 제도도 내실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신질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도 확충하기로 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판사가 판단하는 사법입원제는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사법 기관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고려해 판단한다면 진단을 내리는 의사나 보호자인 가족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관 인원은 3124명인 데 견줘 사법입원제가 안착한 독일은 2만명에 달한다. 판사 한 명이 맡는 업무가 과중해진다면 제도 취지와 달리 서류 심사로 대체하거나 형식적 대면 심사만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다.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신질환이 심각한데도 가족이 돌보지 않는 경우 입원이 필요할 수 있지만 범죄의 가능성을 강제 입원의 기준으로 삼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사회적 돌봄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인데 과거 제안을 땜질식으로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정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일으킬 확률은 크게 높지 않은데도 사회적 편견을 초래하고 흉악 범죄를 줄이지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를 저지른 중증 정신질환자를 사흘간 응급 입원시킨 뒤 행정입원을 하려고 해도 권한을 가진 지자체장은 선출직이어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면서 “사법입원이 도입되면 행정입원의 공백을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자가 중증으로 가지 않도록 치료를 돕는 지원 체계가 이번 대책만으로는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 등에 대한 대책은 미비해 보인다”면서 “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젊은층이 심리상담소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이 내놓은 불심검문 강화 방안은 묻지마 범죄를 막을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불심검문을 강화한다고 해도 범죄 예방 효과는 크지 않을 것 같다”면서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면책 규정만 확대한다면 인권 침해 같은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마감 후] 줄탁동시의 꿈/김소라 경제부 기자

    [마감 후] 줄탁동시의 꿈/김소라 경제부 기자

    알 속의 병아리가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알을 톡톡 쪼기 시작한다. 이 소리를 들은 어미닭은 밖에서 부리로 알을 쪼아 준다. 둘의 줄탁(啐啄)이 이어지며 병아리는 마침내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온다. 중국 송나라 시대 불서(佛書)인 ‘벽암록’에 등장한 ‘줄탁동시’(啐啄同時)는 교육계에서 학생의 자기주도적인 노력과 교사의 조력이 상호작용해 학생이 성장한다는 철학을 담은 성어로 자리잡았다. 사범대학에 진학하면서 처음 참가한 공식 행사인 ‘새터’(새내기 새로 배움터)의 슬로건이 이 ‘줄탁동시’였다. 처음으로 부모님의 품을 떠난 스무 살 대학 새내기는 이렇게 병아리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 내는 ‘어미닭’이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대학 생활 4년은 부담감과 설렘이 공존하던 시간이었다. 전공 과목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는 물론 그 지식을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교수학습법, 교재 연구, 예비교사로서 갖춰야 할 교육철학, 교육심리학, 교실 수업을 간접 체험하는 참관수업….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난들 당당하게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마주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나를 따라다녔지만, 누군가의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기대를 품었다. 그러던 내가 주저앉은 건 대학 4학년 1학기 교생실습에서였다. 밤을 꼬박 새우며 수업 지도안을 짜고 몇 번의 리허설을 한 뒤 수업에 임하면 학과 선배인 선생님에게 “준비가 전혀 안 됐다”며 혼나는 게 일상이었다. 교생 선생님도 선생님이라며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에게 내가 전달해 줄 수 있는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교단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실습 마지막 날 한 여학생이 눈물을 글썽이며 편지를 건넸다. 어서 끝나기만을 바랐던 한 달이라는 시간이 그 학생에게는 교생 선생님과 정을 쌓아 갔던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편지를 받아들고 학생을 안아 주며 미안한 눈물을 삼켰다. 나는 교사라는 일을 할 ‘그릇’이 되지 않음을, 교단에 서는 데 나는 너무나 부족한 사람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교사의 길을 포기했지만, 몇몇 선후배와 동기들은 꿈을 기어이 이뤄 냈다. 학업은 물론 학과 학생회, 동아리, 교육봉사 등에 매사 열정적으로 임했던 그들은 바늘구멍보다도 좁은 중등임용시험의 경쟁률을 뚫어 냈다. 교단에 선 이들은 낮에는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갈고닦고 있다. 줄탁동시라는 가슴 벅찬 꿈을 품고 교단에 섰던 선생님들이 아픔을 호소하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현직 교사인 지인들이 여럿 있고 교육 분야를 3년간 취재한 경험이 있는 나에게 교사들이 겪는 민원 폭탄과 이로 인한 고충은 익숙한 이야기였다. 교사가 견디다 못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이야기도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모바일 메신저에 친구로 등록된 선생님들의 프로필 사진이 모두 검정 리본 그림으로 바뀐 지 한 달이 지났다. 수업 자료를 스크랩하고 학생들과의 일상과 추억을 메모하던 선생님들의 SNS가 슬픔과 분노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묵묵히 교단에서 버텨 왔던 선생님들은 더이상 참을 수 없어 폭염을 뚫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선생님들이 키워 나갔던 줄탁동시라는 아름다운 철학이 무너지고 있다.
  • BBC 여기자 의문 “커밍아웃 전에 넷플릭스는 어떻게 날 알아봤을까?”

    BBC 여기자 의문 “커밍아웃 전에 넷플릭스는 어떻게 날 알아봤을까?”

    영국 BBC 기자 엘리 하우스라고 합니다. 오래 남자친구를 만난 적도 있었어요. 늘 스스로를 이성애자로 알고 있었어요. 솔직히 데이트가 제 최우선 관심사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대학 2학년 때 제가 양성애자임을 깨달았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은 몇달 전부터 제 취향을 알아채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무렵 넷플릭스를 즐겨 시청했는데 점점 더 레즈비언 줄거리나 양성애자 캐릭터가 나오는 시리즈를 추천하더라고요. 제 또래나 배경이 비슷하거나 스트리밍 이력이 비슷한 친구들이 추천받은 시리즈와는 사뭇 달랐어요. 그 친구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 시리즈였거든요. ‘You Me Her’란 드라마가 충격적이었는데 결혼해 교외에서 살아가는 부부가 세 번째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얘기였어요. 퀴어 줄거리에다 양성애자 캐릭터들이 많이 나와 “첫 번째 다성 로맨틱(polyromantic) 코미디”라 이름붙여졌지요. 넷플릭스만이 아니었어요. 여러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추천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아챘어요. 음악 공유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여성들을 사랑하는 여성들을 의미하는 “사픽(sapphic)” 단어를 제 취향으로 등재해 놓고 있더군요. 몇 달 뒤 틱톡에서 전 양성애자 크리에이터가 만든 동영상들을 보기 시작했어요. 그로부터 몇 달 뒤 전 제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깨달았어요.이들 테크 플랫폼들은 제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어떤 신호를 읽은 걸까요?넷플릭스에서 장르를 넘나들며 영화와 시리즈를 즐겨 스트리밍하는 전 세계 구독자는 2억 2200만명이나 돼요. 하지만 어떤 구독자도 평균 여섯 장르 정도만 스트리밍한대요. 사람들이 시청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콘텐트를 보여주기 위해 넷플릭스는 효율적인 추천 알고리듬을 이용한대요. ‘You Me Her’는 장르 코드 ‘100010’ 태그가 붙여지거나 “LGBTQ+(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퀴어, 성적 소수자) 스토리”란 태그가 붙여져요. 이런 추천 시스템의 목표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과 콘텐트를 ‘결혼’시키는 거래요. 이 디지털 중매쟁이가 양측으로부터 정보를 빼내 연결해줘요. 노래 장르라든가 영화에서 탐험하던 주제, 드라마 주인공 같은 정보가 태그가 될 수 있는 거예요. 이를 근거로 알고리듬이 누가 이런 것에 가장 빨려들 것 같은지 예측하는 것이랍니다. 넷플릭스 임원이었던 토드 옐린은 ‘Future of StoryTelling’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빅 데이터는 방대한 산”이라며 “정교한 머신 러닝 기술 덕분에 우리는 어떤 태그가 중요한지 알아내려 한다”고 말했어요. 저도 가장 큰 여덟 개의 플랫폼에서 저에 관한 정보들을 모두 내려받았더니 페이스북은 제가 찾아본, 언어 습득 툴과 호텔 순위 사이트 등 다른 웹사이트들을 추적해 봤더군요. ‘위치’란 제목의 폴더에는 저희 집 주소도 올라가 있었어요. 인스타그램은 제가 재미있어 한다고 생각하는 300개 이상 주제를 좌르르 열거하더군요. 개인 특성에 맞춘 광고에 써먹으려 했대요. 넷플릭스도 제가 시청한 모든 예고편과 프로그램, 언제, 어떤 장비로, 자동 플레이됐는지 아니면 스스로 선택했는지까지 자세히 적힌 자료를 보내왔어요.그런데요. 이들 플랫폼 가운데 어떤 것도 제 성적 정체성과 관련해 태그를 붙였다는 증거는 없었어요. 스포티파이는 저희 방송사에 보낸 성명을 통해 “우리의 프라이버시 정책은 이용자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되 성적 지향 같은 것은 포함시키지 않는다. 아울러 우리 알고리듬은 이용자의 청취 선호도에 근거해 성적 지향을 예측하지 않는다”고 밝혔어요. 다른 플랫폼들도 비슷한 정책을 갖고 있어요. 넷플릭스는 제게 “이용자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앱과 상호작용하는지는 연령이나 젠더 같은 인구학적 데이터보다 그들의 취향을 더 잘 알려준다”고 얘기했어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컴퓨터 사회심리학을 전공하는 철학 박사과정생인 그렉 세라피오가르시아는 “누구도 넷플릭스에게 자신이 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플랫폼은 이용자들이 “퀴어 콘텐트”를 좋아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거예요. 어쩌면 제가 어떤 프로그램을 보느냐보다 제가 어떻게 프로그램을 시청하느냐가 훨씬 저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대요. 예를 들어 제가 얼마나 진득하게 시청하느냐, 광고까지 다 보느냐 등 말입니다. 그렉에 따르면 이런 습관은 당사자와 아무 상관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수백만명의 이용자를 취합한 결과라 “정말로 특정한 예측”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지요. 해서 넷플릭스 알고리듬은 과거에 제가 시청했던 것에 근거해서만이 아니라 LGBT+ 스토리라인을 좋아할 것이라고 예측해낼지 모른다는 겁니다. 아울러 언제 제가 클릭했는지, 심지어 내가 어떤 장비를 이용해 언제 시청했는지도 들여다본대요. 제겐 어디까지나 호기심의 영역인데 그렉은 동성애가 불법인 나라들에서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대요. 전 세계 LGBT+ 사람들을 얘기하자면 저는 상충되는 메시지들을 들어요. 한편으로 그들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추천받는 것들을 좋아하고 일종의 자유를 만끽하기도 해요.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걱정거리예요. 안전 때문에 익명으로 남길 원하는 한 게이 남성은 제게 “우리 사생활에 간여하는 것처럼 느껴져요”라면서 “자유롭다면 당신 삶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아름답고 좋은 것이다. 하지만 알고리듬은 정말 나를 조금이라도 두렵게 만든다”고 말했어요. 제 얘기가 더 듣고 싶으시면 오는 15일 오전 2시 32분과 9시 32분(그리니치 표준시)에 BBC 월드서비스의 ‘Did Big Tech know I was gay before I did?’를 청취하시거나 BBC 사운즈 팟캐스트를 다운로드받으세요. 네?
  • “서현역 흉기난동, 신림역 사건과 달라”…남녀노소 무차별 범행

    “서현역 흉기난동, 신림역 사건과 달라”…남녀노소 무차별 범행

    서현역 사건 부상자 14명…중상 12명“젊은 남성 겨냥한 신림역 사건과 달라” 다수의 부상자를 낸 경기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은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과는 다른 유형의 흉기난동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 발생한 서현역 사건은 4명의 사상자가 나왔던 신림역 사건이 발생한 지 13일만이다. 모방범죄로 볼 여지도 있지만 젊은 남성 노린 신림역 사건과 달리 이번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차로 돌진하고 흉기를 휘둘러 사상자를 냈다. 피의자는 피해 망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관련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4일 서현역 사건으로 인한 부상자는 총 14명이고, 중상 12명, 경상 2명이라고 밝혔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자 중 2명은 뇌사 위험이 있는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칼부림으로 인해 복부, 옆구리 등에 부상을 입은 피해자는 8명이고, 나머지 5명은 가해자의 차량 돌진에 따른 교통사고 피해자다. 부상자는 경상으로 미이송된 피해자를 제외하면 남자 5명, 여자 8명이다. 연령별로는 20대 7명, 40대 1명, 50대 1명, 60대 3명, 70대 1명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서현역 사건 가해자는 신림역 사건의 가해자처럼 특정한 또래 남성에 대한 상대적 열등감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면서 “범행수법은 비슷하지만 그 외에는 차이가 있는 범죄”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가해자가 피해망상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질환에 기인한 범죄인지, 반사회적 성격 장애인 사람이 면책하려는 주장인지 따져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모방범죄? 분노범죄?…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에 경고

    모방범죄? 분노범죄?…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에 경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흉기 난동 범행이 도심 한복판에서 잇달아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3일 모방범죄가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사건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한 뒤 맞춤형 대책을 세우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평일 오후 백화점에 가는 사람들을 피해자로 삼겠다는 분명한 동기가 있는 것으로 보여 신림역 사건과 다르다”며 “온라인상에서 ‘남혐’(남성 혐오), ‘여혐’(여성 혐오) 식으로 논쟁이 붙은 것과 연장선상에서 돌발행위가 일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사건 범인의) 걸음걸이가 약물에 취한 것같이 느껴진다”며 “정신질환이 원인인 무차별 흉기 난동이라면 정신보건 시스템을 좀더 정교하게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고 약물 중독으로 인한 것이라면 마약에 대한 단속과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글로벌화되면서 무차별 살인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외국에서도 배우게 된다”면서 “굳이 모방하려 하지 않아도 인지 틀 속에 범죄 행위를 더 폭넓게 학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인 예고’ 글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곽 교수는 “몇 명을 죽이겠다는 협박글에 자주 노출되면 비틀거리는 사람을 보고 걱정 대신 공포를 느낄 만큼 사회가 각박해진다”면서 “사회 불안감을 조장한 이런 협박범들도 무겁게 처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번 사건은 아직 분노범죄인지 모방범죄인지 단정 짓기 어렵다”면서도 “결론이 어찌 나오든 대한민국이 결코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인식을 또 심어 줬다”고 말했다. 승 연구원은 “외국은 박물관 같은 공공시설에 출입하기 위해 소지품을 검사하는데, 적어도 이 공간 안에선 모두 동등하게 안전하다는 인식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도 형사 정책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묻지마 범행을 쉽게 막을 순 없지만 경찰의 순찰이나 예방 활동을 극대화하고 이 같은 유형의 범죄자에 대해선 확실하고 엄격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잇따른 살인예고 이어 또 지하철역 흉기난동…전문가 “묻지마 모방범죄 차단 시급

    잇따른 살인예고 이어 또 지하철역 흉기난동…전문가 “묻지마 모방범죄 차단 시급

    사건 원인에 따른 맞춤형 대책 시급해“굳이 모방하지 않아도 학습될 우려”“형사 정책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흉기 난동 범행이 도심 한복판에서 잇달아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3일 모방범죄가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사건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한 뒤 맞춤형 대책을 세우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평일 오후 백화점에 가는 사람들을 피해자로 삼겠다는 분명한 동기가 있는 것으로 보여 신림역 사건과 다르다”며 “온라인상에서 ‘남혐’(남성 혐오), ‘여혐’(여성 혐오) 식으로 논쟁이 붙은 것과 연장선상에서 돌발행위가 일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사건 범인의) 걸음걸이가 약물에 취한 것같이 느껴진다”며 “정신질환이 원인인 무차별 흉기 난동이라면 정신보건 시스템을 좀더 정교하게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고 약물 중독으로 인한 것이라면 마약에 대한 단속과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글로벌화되면서 무차별 살인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외국에서도 배우게 된다”면서 “굳이 모방하려 하지 않아도 인지 틀 속에 범죄 행위를 더 폭넓게 학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인 예고’ 글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곽 교수는 “몇 명을 죽이겠다는 협박글에 자주 노출되면 비틀거리는 사람을 보고 걱정 대신 공포를 느낄 만큼 사회가 각박해진다”면서 “사회 불안감을 조장한 이런 협박범들도 무겁게 처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번 사건은 아직 분노범죄인지 모방범죄인지 단정 짓기 어렵다”면서도 “결론이 어찌 나오든 대한민국이 결코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인식을 또 심어 줬다”고 말했다. 승 연구원은 “외국은 박물관 같은 공공시설에 출입하기 위해 소지품을 검사하는데, 적어도 이 공간 안에선 모두 동등하게 안전하다는 인식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도 형사 정책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묻지마 범행을 쉽게 막을 순 없지만 경찰의 순찰이나 예방 활동을 극대화하고 이 같은 유형의 범죄자에 대해선 확실하고 엄격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도시로 떠난 자식 대신 ‘병원 동행’…中 신종 직업, 큰돈 된다?

    도시로 떠난 자식 대신 ‘병원 동행’…中 신종 직업, 큰돈 된다?

    급속한 고령화로 질병을 앓는 노인과 중증환자가 증가한 반면 이들을 돌볼 자녀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동해 노인 간병 문제가 심각해진 중국에서 자녀 대신 병원을 동행해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 화제다. 30일 신민완보 등 중국 매체는 일자리를 찾아 떠난 자녀들의 빈자리를 대신해 노인 간병을 하는 새 직업인 ‘배진사’(陪诊师)의 등장에 주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배진사의 주요 업무는 질환으로 병원 진료가 필요한 노인들과 병원을 동행, 병원 접수부터 이동, 수납까지 대신하는 일종의 의료서비스 동행이다. 배진사로 취업하기 위해 전문적인 의료 지식이나 경력은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은 매우 낮다. 대형 종합 병원의 위치와 수납처, 진료실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만 암기한다면 누구나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셈이다.실제로 지난해 2월부터 상하이 등지에서 배진사로 일해 온 20대 중국 여성 궈쟈후이 씨는 하루 평균 두 명의 노인들과 함께 병원을 동행하는 것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궈 씨는 사전에 고객과 병원 진료일과 시간에 대해 연락을 주고받은 뒤 병원 예약 과정부터 수납까지 확인하며 노인들의 진료를 돕고 있다.  그는 “많은 고객들이 혼자 상하이에 있는 대형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것을 어렵게 생각한다”면서 “노인과 병원을 동행하기 위해 자녀들이 쉽게 휴가를 낼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자녀들이 해외로 유학을 떠나거나 해외에 정착해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빈자리를 배진사들이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노인들과 병원을 찾아 진료 과정을 동행하며 받는 궈 씨의 월급은 월평균 1만 위안(약 180만 원) 수준이다.   중국 창저우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인 장 모 씨 역시 지난해부터 배진사로 일하며 생활비를 마련해오고 있다.  장 씨는 아이들 양육과 동시에 할 수 있는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을 갖고자 배진사라는 일을 시작한 경우다. 그는 “중국 인구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노인들의 주변에는 이들을 돌볼 자녀들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면서 “병원 접수부터 수납까지 전 과정이 키오스크로 돼 있어서 대부분의 노인들은 접수부터 어려워한다. 배진사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진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장 씨가 이 일을 시작했던 지난해 초 첫 달 수입은 약 2000위안(약 36만 원) 남짓이었지만 현재는 1만 8000위안(약 322만 원)~2만 5000위안(약 447만 원)까지 수입이 늘었다. 하루 평균 2~3개의 병원 동행 서비스를 담당, 매달 최소 60~70건의 일을 소화하고 있는 덕분이다.  단 하루 만에 가장 많은 수입을 벌었던 사례는 7건의 병원 동행을 통해 1100위안(약 20만 원)을 손에 쥐었을 때다.  그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낫다”면서 “하지만 이 일의 전문성을 더 갖추기 위해서 일이 끝난 저녁 시간에는 노인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한 심리학 서적을 찾아 읽고, 의료서비스와 관련한 책도 찾아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배진사를 직접 찾아 연결해주는 전문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도 여럿 등장했다.  플랫폼에 접속해 각 지역별로 설정된 배진사를 차고, 병원 동행 서비스 이동 경로의 멀고 가까운 정도 차이와 배진사를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1회 동행마다 200~300위안 선에서 거래된다.  또, 각 배진사마다 서비스 이용 후기가 제공돼 이용자들은 후기를 확인 후 동행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가 무분별하게 등장하면서 이를 악용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의 연령이 고령인 것을 악용해 현장에서 추가 요금을 요구하거나 돈을 먼저 받아 챙긴 뒤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 사례가 다수 목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배진사 직업군에 대해 국가 표준의 근로 자격증 과정을 개설, 직접적인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 부모 조기사망 영향 남자아이 더 크게 받는다 [사이언스 브런치]

    부모 조기사망 영향 남자아이 더 크게 받는다 [사이언스 브런치]

    맹자는 제나라 선왕이 왕도정치에 대해 질문했을 때 “늙어서 아내가 없거나 지아비가 없는 이, 자식이 없는 사람, 어려서 부모가 없는 사람을 먼저 돌보는 것이 왕도”라고 답했다. 맹자가 말한 ‘환과고독’은 세상에 의지할 데 없는 어려운 사람을 일컫는다. 특히 어려서 부모를 잃는 경우는 정신적 충격과 함께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경제학자, 통계학자, 실험심리학자들이 조실부모가 실제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핀란드 위베스퀼레대, 헬싱키 노동경제연구소, 독일 IZA 노동경제연구소, 아일랜드 더블린대(UCD) 공동 연구팀은 부모의 조기 사망으로 인한 경제적, 의학적 영향은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더 크게 받는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21세 이전에 부모의 사망을 경험하는 것은 남아, 여아 모두 성인이 된 뒤 정신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소득수준은 낮아지고 실업률은 높아지는 경향과 연관돼 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역학 및 지역 보건학’ 7월 26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971~1986년에 태어나 2016년에 최소 30세가 되는 96만 2350명의 핀란드인을 대상으로 21세 이전 부모 사망 여부와 26~30세 정신건강, 취업상태 및 급여 수준을 정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약 15%인 14만 5673명이 31세 이전에 부모를 잃은 경험이 있었고 어머니의 사망을 경험한 사람은 5% 미만이었고 아버지 사망을 경험한 사람은 12%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만 5797명이 21세 이전에 양친 또는 한쪽 부모를 잃었으며 이들은 30세 이후 부모를 잃은 사람들보다 신경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조실부모에 대한 충격이 더 커 남성은 병원에 입원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7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입원 이유는 약물 과다복용이나 고의적 자해로 조사됐다. 부모를 일찍 잃은 여성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병원 입원 가능성은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21세 이전에 부모를 잃은 경우 남녀 모두 학교 교육 기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간 소득도 낮고 26~30세에 실직 기간도 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아버지의 조기 사망은 연간 소득을 평균보다 약 16.5%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으며 정규직 고용 가능성도 6%나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의 경우는 각각 11%, 4%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어린 시절의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부모의 조기 사망은 남녀 청소년에게 모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라며 “남성이 더 큰 영향을 받는 이유에 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권준수의 열린의학] 어린 시절 적절한 좌절은 필요하다/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의 열린의학] 어린 시절 적절한 좌절은 필요하다/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의 젊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사로 임용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지라 충격이 더 크다. 무슨 일 때문에 죽을 만큼 견디기 힘들었을까? 여러 이유들이 언급되고 있으나 직업적 스트레스가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한다. 교사를 대하는 학부모들의 태도,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인해 학생들을 교육하기 힘든 환경은 교사로서 청운의 꿈을 펼쳐 보기도 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요사이 교실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을 제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그 행위를 제지할 경우 오히려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했다고 신고한다니 적절한 제어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지방의 한 초등학교 학생은 칠판에 남을 비방하는 낙서를 쓴 것에 대해 훈계받자 담임교사의 머리채를 잡았다는데, 학교에서는 해당 학생을 다른 반에 배치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그 자체가 교사의 죽음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학생들을 제어할 수 있는 교사의 권한을 축소시켜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아동학대나 수업권 침해로 고소당하는 등의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경험을 하면 대부분의 교사들은 적극적으로 학생 교육에 나서기 어려우며, 심지어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더이상 교단에 서기 어려운 경우까지 종종 발생한다. 자기심리학의 창시자인 하인츠 코후트는 아이들이 적절한 좌절을 경험해야 건강하고 정상적 성격 형성과 자아가 형성된다며 적절한 좌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이 다 충족되고 제공되는 환경은 아이들에게 심한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를 이겨 낼 힘을 길러 주지 못한다. 어릴 때부터 작은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반복 경험하고 적절한 좌절도 경험해야 내력을 키우고, 더 큰 스트레스나 좌절에도 견딜 수 있게 된다. 즉 자신의 욕구 충족이나 충동을 적절히 제어하는 연습이 되지 않으면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어렵다. 이는 뇌 발달적인 측면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사춘기 시기는 뇌피질에 비해 피질 하부위 발달이 과도해 충동이나 욕망을 적절히 제어하기 어렵다. 전두엽 발달이 아직 완전히 완성되기 전이라 외부에서 적절한 억제를 통해 부족한 전두엽 기능을 보완해 줘야 한다. 과도한 욕망이나 충동 표현을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경험해야 그 충동이 줄어든다. 적절한 스트레스 혹은 좌절을 거쳐 형성된 자아는 자신을 적절히 제어하며 사회 구성원들과 조화롭게 살아가게 한다. 통제가 필요할 때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적절한 좌절을 경험해야 할 때 좌절을 느끼지 않는다면 성인이 됐을 때 크고 작은 스트레스나 자극에 적절히 대응하며 살아가는 힘이 생기기 어렵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자신만의 충동이나 욕구에만 만족하면서 살아갈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다.
  • [책꽂이]

    [책꽂이]

    이탈리아로 가는 길(조귀동 지음, 생각의힘) 경제적으로는 부유할지언정 한국의 정치에 대해서는 누구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저자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가 된 한국의 문제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분석한다. 포퓰리즘 정치로 망가진 이탈리아의 행보를 따라가는 한국에 ‘정치 복원’을 해결책으로 내놓는다. 328쪽. 1만 8000원.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제임스 R 해거티 지음, 정유선 옮김, 인플루엔셜) 월스트리트저널에서 7년 동안 800여명의 부고를 쓴 저자가 말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 자신의 부고를 쓰는 법에서부터 삶을 기록하는 일의 중요성, 부고의 짧은 역사, 더 널리 알려졌어야 하는 작은 영웅들의 인생 이야기 등을 소개한다. 396쪽. 1만 8000원.사랑과 상실의 뇌과학(메리 프랜시스 오코너 지음, 이한음 옮김, 학고재) 신경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저자가 상실의 비애 상황에서 뇌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연구했다. 뇌 회로나 신경전달물질, 그리고 행동, 감정은 어떻게 관여하는지 파헤쳤다. 저자는 이를 통해 애도는 뇌가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고 강조한다. 340쪽. 1만 7000원.G3 대한민국(안종범 지음, 렛츠북) 역사적 약자에서 사뭇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짚어 보고, ‘명품 정책’이라 불리는 금융실명제와 부가가치세, 국민건강보험, 기초연금 등을 분석한다. 분열과 갈등을 어떻게 치료하고, 정치 양극화는 어떻게 극복할지 제안한다. 미국과 중국에 버금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K부국론’을 담았다. 200쪽. 1만 7000원.좋은 곳에서 만나요(이유리 지음, 안온북스) 서로 스쳐 지나는 찰나의 만남으로 얽힌 인물들이 자기의 죽음을 목도하며 비로소 진정한 무의 세계에 이른다. 생의 마지막 순간과 관련한 여섯 편의 단편을 엮은 연작 소설집. 갑자기 맞닥뜨린 죽음에서 느끼는 회의와 허망의 끝에서 우리는 다시 희망을 길어 올리게 된다. 296쪽. 1만 6000원.소로와 함께한 산책(벤 섀턱 지음, 임현경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미국의 위대한 사상가, 문학가, 그리고 사색가였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걸었던 길을 따라간 여행기다. 케이프코드 해안을 걷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 여섯 번의 여정에서 저자는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따스한 인간애를 재발견한다. 304쪽. 1만 7000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