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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性맹수에 노출된 아이들] 범인 절반 거주지역서 범행

    [性맹수에 노출된 아이들] 범인 절반 거주지역서 범행

    20대 성범죄자 A씨는 지난 2009년 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는 게임방에서 초등학생 남자 어린이를 추행했다.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A씨가 살고 있는 곳에서 1㎞ 안에 있는 초등학교는 두곳. A씨의 범행 장소에서부터 두 초등학교까지의 거리는 각각 480여·380여m에 불과하다. 40대 성범죄자 B씨는 2008년 거주지 인근 공원에서 10살 여자 어린이를 윽박질러 성추행했다.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한 B씨는 여전히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 현재 B씨의 범행 장소에서부터 390~810m 이내에는 초등학교 여섯곳이 운집해 있다. 모두 걸어서 10분 정도면 충분한 거리다. 서울신문이 서울지역에서 초등학교 인근 1㎞ 안에 살고 있는 아동성범죄자 22명의 거주지와 범행장소를 분석한 결과 절반인 11명이 거주지와 같은 행정동(동네)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판결문 분석을 통해 파악한 11명의 범행 장소 반경 1㎞ 이내에는 초등학교 27곳이 있었다. 범행장소 한곳당 초등학교 2.5곳이 있는 셈이다. 반경 1㎞ 이내에 초등학교가 없는 경우는 없었고, 학교 정문 앞에서 범행을 저지른 범죄자도 있었다. 전자지도를 이용해 범죄 발생 장소와 인근 초등학교 입구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 평균 거리는 621m였다. 범행 장소에서 도보로 5분 내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는 셈이다. 이는 상당수 아동성범죄자들이 범행장소로 거주지 인근, 초등학교 근처를 택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대부분 아동성범죄자가 학교나 놀이터, 공원 등 어린이들이 자주 찾는 시설 인근에서 어린이들을 유인해 성추행하는 수법을 쓴다. 서울 지역 아동성범죄자 22명 가운데 길거리에서 어린이를 추행한 범죄자는 17명이다. 음식이나 금품 등으로 어린이들의 환심을 사서 외진 곳으로 유인하는 수법이 가장 많이 쓰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는 아이들에 대해 왜곡된 가치관을 갖고 있고,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는 데 매우 익숙하다.”면서 “다른 범죄자들과 달리 잘못을 했다는 거부감과 죄책감을 덜 느끼는 편이라 재범률도 매우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금은 신상정보 공개만 하고 책임은 보호자가 지라는 식인데, 초등학교 열곳 가운데 한곳 인근에 거주하는 범죄자들을 계속 관리한다면 재범 가능성은 확연히 낮아질 것”이라면서 “정보공개는 제한적으로 할 수밖에 없더라도 사법기관, 특히 경찰 등이 지속적으로 방문해 확인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오이석기자 wisepen@seoul.co.kr
  • [性맹수에 노출된 아이들] 우리아이 어떻게 지키나

    [性맹수에 노출된 아이들] 우리아이 어떻게 지키나

    스위스에서는 지난 2004년 아동 성폭행범에게 예외 없이 종신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는 2005년 4월 어린이 성폭행 전과자에게 살해된 아홉살 소녀의 이름을 딴 ‘제시카 런스퍼드법’에 따라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하한 형기를 징역 25년으로 높이고, 출소 뒤에도 평생 전자팔찌를 채워 집중 감시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적지 않은 숫자의 아동 성범죄자들이 집행유예형으로 풀려난다. 실제로 이웃집에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들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 1차적인 예방 책임은 주민 스스로에게 있다.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는 지난 8일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 주최로 열린 ‘아동 성폭력 없는 그날까지’ 간담회에서 아동성범죄 예방을 위한 제언을 내놨다. 아동센터는 우선 우리나라의 예방정책이 ‘모르는 가해자’에 대한 방어와 안전망 구축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70%에 이르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아동센터는 또 아동성범죄의 가장 큰 선행요인으로 불건전한 가족의 문제를 꼽았다. 학교 폭력이나 아동 방임, 신체·정서적 학대 등이 성폭력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아동센터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성폭력 예방교육에 대한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한데, 인권 보호나 강화에 대한 정신교육 및 치료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의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사이트(www.sexoffender.go.kr)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성범죄자 신상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수시로 업데이트되고, 공개기간이 끝난 성범죄자의 신상은 예고 없이 삭제된다. 학교 관계자나 미성년자 보호자 등은 주기적으로 사이트를 확인해 주변에 사는 성범죄자의 신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강경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주문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등급을 나누고 이에 따라 정보 공개 수위를 조정한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공개한다는 것 자체만 정해져 있는데, 범행의 고위험성·재범 가능성·가족과의 동거 여부 등 세부적인 기준을 정해서 신상정보 공개 제도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아이를 24시간 따라다닐 수 없는 만큼 정보만 공개하는 것은 다소 미흡한 시스템”이라면서 “경찰에게 성범죄자들을 사후적으로 관리할 권한을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어린이에 대한 성범죄는 ‘솔 머더’(soul murder·정신적 살인자)로 인생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는 범죄”라면서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한다면 화학적 거세 등을 넘어선 훨씬 더 강경한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초등학교나 어린이집 등에서 일정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만 살도록 거주지를 제한하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지혜·오이석기자 wisepen@seoul.co.kr
  • 자기주도 학습 심리학 강의

    자기주도 학습이 각광받으면서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구로구는 이런 부모들의 희망을 반영해 ‘자기주도적인 아이 만들기 부모심리학’ 강의를 마련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날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구청 강당에서 매주 수·금요일 진행하는 ‘맹모 뛰어넘기 학부모교실’ 프로그램에 넣었다. 초·중학생 자녀를 둔 주민이면 선착순 120명까지 들을 수 있다. 서강대 평생교육원 김미라 교수가 강의를 맡았다. 한국심리학습연구소 소장인 김 교수는 EBS ‘60분 부모’에 고정 출연, 아이들을 위한 공부법과 지도법을 소개해 학부모들에게도 친숙하다. 김 교수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 ▲부모로서 나는 누구인가 ▲상담자로서 부모 ▲자기주도적인 아이에 대해 강의한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열린세상] 외상 후 스트레스가 아닌 성장이 돼야/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열린세상] 외상 후 스트레스가 아닌 성장이 돼야/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자연재해와 같은 예기치 않은 엄청난 사건을 겪게 되면 그 피해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경제적 피해, 물리적 자원 고갈은 물론이고 정신적·심리적 피해와 고통도 크다. 인간이 자연재해나 전쟁, 테러, 화재, 신체적 폭행과 사고 부상 등 신체적인 손상 및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인 장애의 영향은 극단적인 경우 평생 지속될 수도 있다. 일본 역사상 최악의 피해로 기록될 재난을 맞은 일본인의 국민성 또한 변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심리적·정신적 장애를 심리학자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라고 부른다. 늘 불안해하고 주위를 경계하며, 잠을 좀처럼 이루지 못하고 당시 상황에 대한 환각증세가 수반될 뿐 아니라, 비현실적 판단과 대상이 불분명한 분노, 막연한 피해의식이 나타나는 장애이다. 경우에 따라 해리증세나 공황발작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런데 1000명 이상이 사망했던 엘살바도르 대지진 피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스케스의 연구에 의하면 피난민의 절반 이상이 사건 이후 흔히 생각하는 외상후 장애가 아니라 도리어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를 경험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1~3%밖에 안 된다는 연구도 있다. 종합해 보면 외상(trauma)을 경험했다고 모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게 아닐 수 있다. 최근에는 긍정 심리학적 관점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외상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이후 회복될 뿐 아니라 도리어 이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을 경험한다는 견해가 제기되었다. 리처드 테데시와 로렌스 칼훈이 제안한 ‘외상 후 성장’(PTG·Post Traumatic Growth)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상반되는 개념이다. 외상 후 무조건 부적응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 대처 과정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긍정적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성장은 당사자들이 이전까지 해왔던 적응이나 심리적 기능을 뛰어넘는 발달을 의미한다. 사별, 에이즈 감염, 교통사고 등 부정적인 외상 경험에서 외상 후 성장이 보고된다.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 인간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개인이 외상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면의 강점과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고 이로 인해 앞으로의 다양한 상황에 대해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외상 경험 이후 피해 당사자를 살펴보면 타인에 대한 친밀감, 신뢰, 연민, 동정, 도움행동이 증가한다. 자신의 상처를 인식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기도 하면서 긍정적인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외상 경험 이후 개인들은 인생 목표의 우선순위가 바뀌었고, 자신의 삶과 주변 사람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증가하기도 한다. 또한 돈이나 외적 성취보다 친밀한 관계를 인생에서 더 중요시하는 삶의 우선 순위에서의 변화가 보였다. 그리고 일상 경험으로부터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다양한 대상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며, 종교나 영적 세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고통과 스트레스가 긍정적인 변화의 자원이라는 생각은 몇천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 고대 히브리와 그리스의 철학, 초기 기독교·힌두교·불교 등의 종교, 그리고 문학에서도 인간이 경험하는 고통의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하고 이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들이 말하는 외상 후 성장이란 외상 사건이 부정적인 심리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기존 관점을 무조건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외상을 경험하고 대처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음을 뜻한다 세계 역사상 최악의 피해 중 하나로 기록될 고통을 이웃나라 일본이 겪고 있다. 그들이 겪을 심리적 상처에 대해 심리학자로서 우려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참을성과 인내심 강한 국민성이 놀라운 자제력을 보여줘 전 세계가 놀라고 있다. 그들이 겪고 있는 이 트라우마가 결코 비극이 아니라 도리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될 수 있길 마음 깊이 기도하고 싶다.
  • 러시아에 다시 뜨는 ‘인간 별’ 가가린

    “갑시다.” 유리 가가린이 거친 목소리로 이렇게 외치자 카자흐스탄의 우주기지에서 그를 태운 소련제 로켓은 하늘 높이 치솟았고, 그는 우주를 다녀온 첫번째 인간이 됐다. 유난히 화창했던 1961년 4월 12일 오전 9시 6분 인류의 역사는 이렇게 새로운 장을 열었다. 목수의 아들로 당시 27살의 청년이었던 가가린은 108분의 우주 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낙하산으로 귀환했다. ●러시아인 35% 롤 모델로 뽑아 가가린이 우주를 난 지 50주년을 코앞에 둔 요즘 러시아에는 ‘가가린 열풍’이 불고 있다고 러시아의 ‘로시스카야 가제타’ 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가가린 비행 50주년을 맞아 이 러시아 신문(영어판)을 특별히 미국 가정에 배달했기 때문에, 소련과의 우주경쟁에서 초반에 밀렸던 미국인들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50년 전을 회고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신문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러시아인의 35%가 가가린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슈퍼스타가 즐비한 요즘에도 그는 여전히 우상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소련이 배출한 우주인 중 한 명인 알렉세이 레오노프는 “가가린은 인류가 우주에 파견한 첫번째 특사이자 인간 별(star)”이라고 했다. 이어 “어떤 심리학자나 정치인도 가가린의 우주비행이 세상에 끼친 영향을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그의 비행은 무기경쟁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인류가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경쟁이었다.”고 했다. ●러 정부 ‘新우주경쟁’ 촉매 기대 러시아 정부는 가가린의 비행 50주년을 맞아 들썩이고 있는 민심을 우주경쟁에서의 옛 영화(榮華)를 되찾는 계기로 삼고싶은 눈치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우주는 우리의 최우선 관심대상”이라고 이미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러시아의 연간 우주사업 예산은 30억 달러로 미국의 190억 달러에 한참 못미친다. 하지만 러시아는 최근 ‘오일 머니’를 앞세워 투자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경제위기로 우주예산을 삭감했다. 가가린은 1968년 두번째 우주비행을 위해 훈련비행을 하던 중 사고로 숨졌고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레닌 묘 근처에 묻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대재앙 후 일본을 말한다] “日, 이전 경제대국과 다른모습 될 것”

    [대재앙 후 일본을 말한다] “日, 이전 경제대국과 다른모습 될 것”

    정신과 의사이자 문필가로 일본 사회의 집단적 정신상태에 대해 진단, 처방해 온 가야마 리카 릿쿄대 교수는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한동안 불황에 빠지고 국제사회의 신용도 낮아지겠지만 본래의 속도를 찾는다면 재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야마 교수는 일본의 부흥에 대해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전 같은 경제대국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월간지 문예춘추 4월호에서 일본을 ‘우울병에 걸린 나라’라고 표현했다. 이런 표현은 동일본 대지진 전이었는데, 어떤 뜻에서 그렇게 본 것인가. -장기간 지속된 불황, 그리고 지금까지 ‘일본인의 특성’이라고 여겨져 온 ‘고학력’, ‘타인에 대한 배려’ 같은 것들을 일본인들이 하나둘 버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마음을 의지할 곳이 없어지고 그런 가운데 경쟁이나 성장만을 강요당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모든 사람이 마음의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울증에 걸린 일본’에 대한 처방전은 무엇이었는가. -먼저 우울증 상태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더욱더 매진하고 분투하는 게 아니라 역으로 아예 여유를 갖고, 인생의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사회를 쉬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쉰다면 더욱더 국제사회에서 뒤처진다.”는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런 상태로 쉴 새 없이 달리기만 한다면 모든 사람과 조직이 다 타버리는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회 자체가 파탄날 위험성이 있다. →우울증에 걸려 있는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번의 대재해는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우리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 필요하지 않은 것을 싫든 좋든 다시 되돌아 보고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대지진 이전보다 더 큰 불황에 빠질 수 있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국제적인 신용도 저하할지 모른다. →대재해 이후 일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생각하는가. -대지진으로 ‘우리들이 갖고 있는 본래의 속도, 페이스’를 생각하고 찾아낼 수만 있다면 시간은 걸릴지 모르지만 일본은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 고도성장기에 일본이 달성한 ‘경제대국’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어제 재해지역인 센다이를 돌아보고 왔는데, 어떻게 느꼈나. -재해지역에서 피난민들의 정신적 구호를 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들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현장을 둘러봤는데 쓰나미의 피해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 사람들이 참담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생활을 새롭게 일으켜 세우려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이번 같은 대재해를 겪으면 인간은 어떤 정신 상태에 놓이게 되는지.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하는 망연자실한 상태가 한동안 계속된다. 슬픔이나 의기소침이 나타나는 것은 그 뒤이다. 너무나도 막대한 피해에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라고 받아들이거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정신적 방위본능 혹은 기제가 작동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참담한 경험을 어떻게 헤치고 이겨내야 하나. -우선은 마음의 치유보다는 내 몸의 안전과 안심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마음을 이재민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누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그것을 이재민들에게 계속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도쿄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우울증에 걸린 나라’는 문예춘추 4월호에 실린 가야마 리카 교수의 칼럼 제목이다. 가야마 교수는 무엇이든 비관적이고 후회, 향수 등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 그리고 ‘타인의 행동’을 피해망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우울증이 개인 차원이 아닌 일본이란 국가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경우 타인에 해당하는 것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다. 우울증에 걸린 일본은 이집트에서 일어난 반정부 민주화 시위 등에도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울증에 대해 개인이라면 “먼저 일을 2개월 정도 쉬라.”는 처방전을 낸다. 그것이 국가일 경우 “일본도 국민 모두가 수개월의 요양기간을 갖고 외교도 중단시키는 ‘쇄국’을 하자.”는 제언을 한다. 그래서 “국내의 신뢰관계를 되찾은 뒤 다시 한번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야마 리카 교수는 1960년 홋카이도 출생. 도쿄 의과대학 출신으로 학생 시절부터 잡지 등에 기고를 했다. 정신과 의사로서의 임상 경험을 살려 사회, 문화 비평을 하고 있다. 현대인의 ‘마음의 병’에 대해 관심이 깊다. 최근에 출판한 ‘살고 있는 것만으로 좋습니다’ 등 100권 이상의 저서를 갖고 있을 정도로 왕성한 문필활동을 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일본 젊은이들이 보여 준 응원 모습에 대해 “편협한 소(小) 내셔널리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현재 릿쿄대학 현대심리학부 교수.
  • 오디션 이끄는 멘토의 힘

    오디션 이끄는 멘토의 힘

    오디션 열기와 더불어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른 존재가 ‘멘토’다. 오디션 현장에서 멘티(조언을 받는 도전자)와 멘토(조언을 해주는 심사위원) 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멘토라는 단어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이다. 트로이 전쟁에 출전하기 위해 고향 이타카섬을 떠난 오디세우스 대신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돌봐 준 친구 이름이 바로 멘토르이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경험 없는 사람에게 오랜 기간에 걸쳐 조언과 도움을 베풀어 주는 유경험자 또는 선배라는 뜻이다. 최근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멘토의 역할이 부각되는 한편, 급변하는 사회에서 정신적인 스승을 갈망하는 대중의 심리가 어우러져 멘토 바람이 불고 있다. 멘토는 성향에 따라 독설가형과 포용형으로 나뉜다. 독설가형의 원조는 지난해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합창단편’의 지휘자로 출연했던 박칼린이 꼽힌다. 눈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쓴소리를 늘어놓는 그의 카리스마는 ‘박칼린 리더십’이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위탄) 심사위원 방시혁(작곡가 겸 프로듀서)과 케이블 프로그램 ‘슈퍼스타K’(슈스케) 심사위원 이승철(가수)도 대표적인 독설가형 멘토다. 도전자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거침 없는 언변으로 유명하다. 방시혁은 “‘위탄’ 도전자들은 기획사 연습생들과 달리 여기가 마지막이고, 떨어지면 돌아갈 길이 없기 때문에 독설을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런가 하면 록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전형적인 포용형 멘토다. ‘위탄’에서 활동 중인 그는 도전자들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 주면서도 따뜻하게 품어안는다. ‘슈스케’ 심사위원 윤종신(가수 겸 작곡가)도 심사할 때는 따끔한 충고를 던지지만 결과가 나온 뒤에는 탈락자들을 진심으로 끌어안는 인간적인 면모로 반향을 일으켰다. 박칼린을 비롯해 영화배우 송윤아, 영화감독 장진 등도 조만간 오디션 프로그램의 멘토로 등장할 예정이어서 이들의 스타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 오디션 프로에서도 멘토가 등장했지만 유난히 우리 사회에서 멘토가 각광받는 까닭은 ‘군사부일체’(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라는 동양적인 개념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사회적으로 믿고 따를만한 스승 부재(不在)로 인한 대리만족 여파라는 분석도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혼란스럽고 불확실할수록 멘토의 존재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면서 “독설가형과 포용형 멘토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도움이 되는지는 좀 더 연구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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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시 지방계약직 모집 지방계약직 다급, 라급 각 1명. 다급은 도시디자인 분야, 라급은 시정홍보기획 분야. 도시디자인 분야는 공공디자인·건축디자인·시각디자인과 석사 이상 학위 취득자 또는 학사 학위 취득 후 4년 이상 경력자 등. 시정홍보 분야는 언론·신문방송학과 등 학사학위 취득자 등. 응시원서는 구미시 홈페이지(gumi.go.kr) 및 나라일터(gojobs.mopas.go.kr)에서 내려받아 31일까지 우편(경북 구미 송정동 50번지 시청 총무과 인사담당) 또는 방문 제출. 총무과 (054)450-6083.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국회 예산정책처 인턴 11명 채용 예산정책분석 지원인턴 11명. 예산분석·경제분석·사업평가 관련 자료수집 및 관리. 29세 이하로 대학 졸업자. 공공 연구소 및 민간 연구소 경험자, 관련 분야 자격증 소지자 우대. 응시원서는 나라일터에서 내려받아 31일까지 방문(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정관 4층 406호) 제출. 우편 제출 불가. 총무팀 (02)788-4611. ●부산교대 정규직 행정원 특채 기성회직(정규직) 행정원 1명. 홈페이지 개발 및 유지보수 업무. 18세 이상으로 4년제 대학 컴퓨터(정보통신) 관련 학과 졸업자 또는 2년제 대학 졸업 후 2년 이상 경력자로, 주민등록 주소지가 부산 또는 경남인 자. 응시원서는 대학 홈페이지(www.bnue.ac.kr) 및 나라일터에서 내려받아 30일까지 방문(부산 연제구 교대로 24 부산교대 본부 1층 총무과) 제출. 우편 제출 불가. 사무처 (051)500-7143. ●법원행정처 일반계약직 채용 일반계약직(연봉등급 7호) 3명. 조사업무담당으로 2년간 부산가정법원 근무 예정. 근무 실적에 따라 조사관(조사 주사보)으로 특별채용 가능. 20세 이상으로 심리학·사회학·교육학·사회복지학 관련 석사학위 이상 취득자 등. 응시원서는 대법원 시험정보사이트(http://exam.scourt.go.kr) 및 나라일터에서 내려받아 30일까지 우편(서울 서초구 서초로 219 대법원 동관 3층 335호) 또는 방문 제출. 인사운영심의담당실 (02)3480-1769.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일반직·계약직 공채 일반직 5급 4명, 전문계약직 1명, 일반계약직 1명. 일반직(경영기획·연구·IT), 전문계약직(건설사업 관리), 일반계약직(정보화시스템 관리지원) 관련 상세 지원 기준은 홈페이지(www.klid.or.kr) 참고. 응시원서는 개발원 홈페이지 및 나라일터에서 내려받아 28일까지 우편(서울 종로구 관철동 10-2 삼일빌딩 18층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운영지원과 인사담당자) 또는 방문 제출. 운영지원과 (02)3279-0834, 0836.
  • 연구팀 “여자는 예쁠수록 데이트 비용 안낸다”

    연구팀 “여자는 예쁠수록 데이트 비용 안낸다”

    남녀의 만남에서 누가 계산서를 잡는가는 민감한 문제다. 최근 데이트 비용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여성은 예쁠수록, 남성은 잘생길수록 데이트 비용을 잘 내려고 하지 않는다고 영국 연구진이 주장했다. 영국 세인트 앤드류 대학의 사회학 연구진은 최근 “첫 데이트에 나서는 매력적인 여성과 남성은 데이트 비용에 대해서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내용의 결과를 저널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에서 발표했다. 연구진은 외모와 데이트비용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고자 남녀 4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남녀가 저녁 식사를 하며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 뒤 계산을 누가 할지를 물은 것. ▲다 낸다▲더치페이 한다▲한 푼도 안 낸다 등 3개의 보기가 있었다. 흥미롭게도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일수록 “돈을 낸다.”고 대답한 비율이 적었다. 잘생긴 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지만, 남성들은 “상대방이 예쁠 경우 데이트비용을 기꺼이 내겠다.”는 의향을 밝혀 대조를 이뤘다. 연구를 진행한 마이클 스타래트 박사는 “아름다운 여성들이 돈을 잘 내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건, 상대방에게 그만큼 기쁨을 줬기 때문에 얻어먹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또 “남자들이 돈을 다 낼 경우 ‘두 번째를 데이트를 기대한다.’는 뜻이지만 여성들이 모든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거나 더치페이를 요구할 때는 ‘오늘 이후로 만나지 말자.’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연구를 지도한 데이비드 밀러 교수는 “인간관계에는 ‘기쁨을 줬다면 여기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약속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http://twitter.com/newsluv) 
  • “드라마 ‘싸인’으로 관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희선 원장에게 듣는다

    “드라마 ‘싸인’으로 관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희선 원장에게 듣는다

    2006년 겨울 서울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 한 법의학자가 능숙하게 40대 남성 시신의 두피를 벗겨냈다.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뇌에 흐르는 피. 자위를 하다 그대로 굳어버린 시신의 사인(死因)은 뇌출혈이었다. 부검대 아래쪽에는 허름한 싱크대와 각종 부검 도구, 장기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 놓여 있었다. 유리벽 경계조차 없는 협소한 공간 속에서 유가족은 시신 머리맡에서 부검을 지켜봤다.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 드라마 ‘싸인’에서 본 넓고 때깔 좋은 부검실은 5년 전 수습기자 당시 머릿속에 새겨진 기억과는 너무 달랐다. 드라마가 옳은지, 기자의 기억이 옳은지를 확인하고 싶어 지난 21일 국과수 법의학동 부검실을 다시 찾았다. 외양은 약간 달랐지만 더 이상 칙칙하고, 어둡고, 썩은 내장 냄새 때문에 속이 메스꺼웠던 열악한 공간이 아니었다. 검시관들의 건강을 위한 환기시설은 물론 참관실, 유족대기실, 면접실 등이 깔끔하게 분리돼 있었고, 폐쇄회로(CC)TV를 통해 외부에서 부검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에이즈 환자 등 부패와 전염 우려가 높은 시신 부검을 위해 완전 격리된 특수부검실도 갖췄다.  국과수를 전면 리모델링한 정희선(56) 원장을 만났다. 국과수 최초의 여성 소장이다. 지난해 10월 국과수가 ‘원’(院)으로 승격하면서 초대 원장이 됐다. 임기(3년) 만료를 4개월여 앞둔 그는 사회를 뜨겁게 달군 장자연 필체 진위 논란, 만삭 의사 부인 살해 의혹 등을 감정한 국과수 사령탑으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 원장은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자연 필체와 관련, “명백히 장자연씨의 필체가 아니다.”라고 확신했다. 그는 감정 결과에 대한 외압, 국과수 내부의 권력 암투 및 증거 조작에 대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증거 조작은 시스템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과수는 25일 개원 56돌을 맞는다.   ●장자연 필체 가짜 판명 순간 “재검토하라”  SBS가 장자연씨의 ‘친필’ 확인 감정서를 공개한 뒤 필적 감정 의뢰가 들어왔는데, 어땠나.  -필체가 맞다고 했지만 증거물이 오면 처음부터 다시 실험을 시작하는 게 원칙이다. 편견이나 선입관을 가져선 안 된다. 앞선 감정 내용들에 대해선 개의치 않는다. 증거물 양도 많고 주변에서 관심도 많아 고생했다.  지금 생각해도 명백히 가짜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있는 그대로 본다. 특징점들이 달랐고, 이는 아주 정확하다.  가짜로 판명 난 순간 기분은.  -‘친필이 아니다.’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그래도 다시 한번 검토하라고 했다. 난 우리 직원들을 100% 신뢰한다. 능력 있는 직원들이 반복해서 얻은 결과로 나왔다면 틀림없다고 믿는다. 가짜라고는 안 했다. 내가 봤을 때 특징점들이 달랐다. 직원들이 한 것에 공감하지만 또 검토하라고 그랬다.  SBS가 받은 필체 감정서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그게(SBS 기자가 가져간 편지) 사본이었다. 사본을 가지고 감정하면 무리가 있기에 사본 감정은 안 한다. 원본은 눌러쓴 표시가 있지만 사본은 없다. 사본은 글씨 특징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원본을 갖고 실험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포인트는 ‘사본’이었다.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 베테랑 직원 4~5명이 같이 실험하면서 동료들 간 의견을 거쳐 나왔다.  사건과 연관된 언론사, 정부 등의 입장이 부담되지 않았나.  -전혀 상관없다. 우리는 증거물이 들어오면 과학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기관이다. 누가 관여됐는지 상관 없다. 나도 직원들한테 전혀 얘기 안 한다. 오래 근무했지만 그런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듣지도 않을 것이다. 감정서에 내 이름을 쓰고 법정에 가서 증언을 한다. 다른 사람이 (결과를 바꿔달라고) 말한다해서 바꾸겠나. 자기가 증언하고 자기가 책임지는데 그런 일은 생길 수가 없다. 밖에서 누가 뭐라해도 상관 없는 체제로 돼 있다.  ‘왕첸첸(전모 씨)’의 필체인지에 대해 발표하지 않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 건 정자로 쓴 것과 필기로 쓴 것에 대해 맞춤법적으로 틀린 요인들이 몇 개가 나왔다. 그건 매우 중요하다. 발표 전까지 충분히 논의하고 자체 리뷰를 여러 번 한 것이기에 확신이 있다.  국과수 결과로 경찰은 재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한 여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이대로 묻히게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인 여성 입장에서 묻는다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원장으로서는 그런 것보다 감정이 정확해야 한다. 다음 일은 수사하는 분이 해야 할 일이다. 업무가 다르며 나눠지는 게 원칙이다.  재수사는 필요 없다고 보나.  -국과수는 증거물이 들어왔을 때 과학의 힘으로 진실을 밝혀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최선이다. 재수사 여부는 수사하는 분들이 할 얘기다.   ●최면 걸어 진범 잡아  만삭의 의사 부인 죽음이 타살이라고 확신한 근거는.  -그냥 뒤로 넘어질 때와 누군가에 의해 목 졸려 질식사했을 때 부검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용의자인 남편이 범행을 부인하는데 부검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나.  -어렵다. 증거를 법정에 제출하면 그 다음부터는 판사가 결정한다. 우리는 요청에 의해 감정을 하지 먼저 하지 않는다.  범죄 심리를 이용하기도 하나.  -상당히 중요하다. 그 남편도 여기서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했다. 정말 거짓말을 했을 것 같은 부분을 물어봐야 하기에 질문 요령,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국과수는 프로파일러, 거짓말 탐지기, 법 최면도 활용한다. 법 최면은 심리학의 한 분야다. 2003년 오토바이를 친 뺑소니 차량의 끝 번호 하나를 어렴풋이 기억하는 목격자를 데려다가 최면을 걸었는데 번호를 다 기억해내 진범을 잡았다. 사람들은 대개 차종은 기억하지만 번호판은 잘 기억하지 못 한다. 개인 차이가 있지만 최면에 걸리는 사람은 무의식중에 봤던 걸 다 기억해낸다.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다.   ●해적의 멜빵, 석 선장 쏜 용의자를 찾다  지난 2월 오만에서 해적에 납치된 삼호 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 몸에서 나온 탄환 한발이 해군 것이어서 당혹스러웠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 해군의 총탄이란 사실에 부담이 있었다. 다행히도 총알 한쪽이 편평하게 눌린 자국이 있었다. 이는 직접 쏜 게 아니라 어디 부딪쳤다가 유탄으로 들어갔다는 증거다.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다.  해적의 거짓말을 밝혀낸 결정적 증거는.  -지난 설 때 여기는 비상이었다. 전날 의뢰를 받은 직원은 쉬지도 못하고 오만으로 갔다. 가장 범인이 유력했던 해적은 ‘나는 총을 한번도 안 쐈다.’고 말했다. 탄환이 발사된 총기를 조사하던 직원은 배 안에서 총기를 어깨에 멜 때 쓰는 멜빵을 발견, 유전자 검사를 했다. 땀이나 손의 지문이 충분히 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 해적과 동일한 유전자가 나왔다.  드라마 ‘싸인’, 국과수에서도 인기가 많았나.  -처음부터 대여섯편 정도 봤다. 직원들도, 나도 많이 불편했다. 특히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은 과학하는 사람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우리와 같지 않은 모습을 극화하니까. 다만 전체적으로 연구원의 인지도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국과수를 알리는 기회가 돼 긍정적이었고 고맙게 생각한다.  (일부 대사를 읽어준 뒤) 기억에 남는 명대사가 있나.  -‘과학적인 진실만을 추구한다.’는 대사도 좋지만 그보다도 ‘우리가 마지막이다.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마지막.’이란 구절이다. 이곳은 그분들이 이 생에서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다. 그분들이 뭔가 마지막까지 몸으로 얘기하려는 걸 들어줘야 한다. 만약 안 들어주면 그분들은 그냥 이 세상을 (억울하게) 떠나게 되는거다. 우리에게는 그게 제일 중요하다. 부검은 숭고하다. 극중 원장으로 나오는 전광렬씨가 자신의 친구가 열악한 근무 조건 때문에 숨지자 다시는 그런 조건을 만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 부분도 있다. 내가 직원들에게 그렇게 하고 있는지 정말 반성하게 됐다. 극중에서 원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문제였지만 순수하게 국과수와 직원을 사랑하는 마음은 감동이었다.  드라마처럼 자살, 타살에 대한 판단이 즉각 서나.  -질식사도 판단이 어려울 때가 많고, 추락사처럼 자신이 뛰어내린 것과 밀어서 뛰어내린 것들은 금방 판단이 안 된다.  드라마와 현실의 국과수 모습 중 닮은 점은.  -집념이다. 끝까지 진실을 찾아내려는 마음은 우리 직원들과 똑같다. 감정하는 과정은 별 차이가 없었다.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점은.  -아주 큰 차이점은 증거물을 싹 바꾸는 것. 극중 고다경(김아중)이 증거물을 가지고 나간다. 그러나 현실에서 경찰로부터 넘겨진 증거물은 바코드가 다 붙고 어디로 가는지 표시가 난다. 증거물을 빼낸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증거물 중 일부가 사라지면 실험을 할 수 없다. CCTV가 다 깔려 있다. 증거 조작은 시스템으로 막아야 한다.  법의학자들끼리 부검 결과가 다를 땐 어떻게 하나.  -완전히 다른 경우는 거의 없다. 팩트는 하나다. 사실을 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 계속 전체 토의를 해 팩트에 가장 가까운 답을 내린다.  외압으로 유전자 검사나 부검 시 방해가 될 때가 있나.  -그런 건 받지도 않고, 없다. 외부에 있는 분들이 전혀 감정 얘기를 안 한다.  내부 권력 암투는 존재하나.  -나보고 암투를 거쳐 원장이 됐냐고 누가 묻던데 전혀 아니다. 연구원에 오래 있던 분들 중에 지원해서 뽑는다.  원장과 직원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수평 관계다. 한달 이상 고민하고, 위험한 화재 현장에 뛰어가는 건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거다. 그런 직원들을 참 존경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일주일에 한번씩 편지를 써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현실 속 국과수는 어떤 곳인가.  -굉장히 고립돼 있다. 바깥 세상과 연결되는 게 아니라 한 케이스를 갖고 씨름하는 곳이다. 그래서 다른 분들보다 융통성이 없다고들 한다. 가족적이긴 하지만 사교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매우 우수한 직원들이 있다. 국과수의 힘은 인재다. 항상 음지에서 수사를 지원하면서 죄가 있는 사람, 죄가 없는 사람을 판정해주는 기관이다.  직원이 가장 갖춰야할 덕목은.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주변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자기가 맡은 케이스에 정말 정성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거기에는 항상 피해자가 있고 다른 사람들이 연결돼있다. 하나뿐인 과학의 진실은 밝히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험과 지식, 열정을 갖고 해야 한다.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사건 등 대형재해가 났을 때 유가족을 대할 때 배려의 마음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어떤 성격의 소유자가 국과수에 적합한가.  -이 일은 꼼꼼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모기 눈물만큼 적은 양의 유전자를 분석하려면 꼼꼼해야 한다. 일이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드라마 주인공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처럼 일하는 직원도 있나.  -많다. 그분보다 더 낫다. 일에 대한 열정, 집념은 질 사람이 한명도 없다.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았다. 2008년 부임이래 2년 9개월간 목표는 이룬 것 같나.  -원으로 승격한 건 큰 자부심이다. 올해는 5월 아시아국과수학회를 우리나라에서 유치해 아시아를 선도하려 한다. 9월에는 세계학회(2014년 예정)를 유치하고자 한다. 세계 속의 국과수로 가자는 목표로 기초를 만들고 있다.  최근 다른 나라와 연대해 일한 적 있나.  -있다. 뉴질랜드 지진 참사 때 법의학, 법치의학자들이 가서 한·중·일 시신들에 대해 유전자 구분을 하고 왔다. 불에 타도 이는 남는데 이 치료 방법이 국가마다 다르다.  3년간 수장을 맡으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제일 어렵고 안 되는 게 예산 작업이다. 과학수사는 장비와의 싸움이다. 얼마나 좋은 장비를 가지고 실험하느냐에 따라 시간도 줄이고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예산 대부분이 장비비용인데 지금 장비는 옛날 것들이 많아 첨단 장비로 바꿔야 한다. 여기 이사온 지 25~30년이다. 건물도 옛날식으로 지어 환기도 안 된다. 에이즈·결핵 환자 시신 등에 대한 부검은 사실 위험 부담율이 매우 크다. 일주일에 2000건씩 들어오는 증거물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50명의 인력이 감당하는 것도 무리다.  국과수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  -분야가 넓고 다양하다. 현재 국과수에는 극중 탤런트 박신양씨가 맡았던 부검하는 법의학자 23명. 유전자 분석팀 50명. 범죄심리·거짓말탐지 분야 10명. 문서감정과 CCTV 등의 흐려진 영상을 잘 보이게 해 범인을 잡는 영상분석팀이 있다. 이곳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범인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등을 자체 개발해 특화도 많이 했다. 약독물 부검, 마약·화학·화재·교통사고·목소리 분석가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   ●“내 딸도 이곳에서 일했으면”  남은 과제는.  -연구원의 감정결과를 전부 객관화하는 작업이다. 우리의 결과가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도 인정받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국내 법의학 수준을 평가한다면.  -굉장히 높다. 인도네시아 지진 해일 때 숨진 자국민(18명)을 모두 찾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뉴질랜드 등에 강연도 간다.  부검에 대한 유가족의 인식을 바꾸려면.  -유교사상 때문에 아직도 싫어하는 분들이 많다. 미래에 영상 부검, 컴퓨터 단층 촬영(CT) 같은 걸 활용하면 도움을 줄 수 있다.  정 원장에게 국과수란 어떤 존재인가.  -국과수와 나는 아주 가깝다. 연구원이 1955년 설립됐는데 내가 1955년생이다. 대학 때 연구원에서 나온 강의를 듣고 여기로 오게 됐다. 하루 일의 90%가 이곳 일이다. 남편(유영찬 전 국과수 소장)도 여기서 만났고, 내 딸(고2·유학중)도 여기서 일했으면 좋겠다. 너무 매력적이고 지금도 일이 참 재미있다.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이곳은 매력적인 직장이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정희선 원장은 ▲출생 1955년 6월 6일 충북 충주 ▲가족 남편 유영찬 전 국과수 소장, 딸 1 ▲학력 충주여고-숙명여대 약학과 및 동대학원 석·박사,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박사 ▲입사 1978년 국과수 이화학과 근무 ▲이력 국과수 초대 원장(2010년 10월), 국과수 최초 여성 소장(2008년 7월), 국과수 법과학부 부장, 국과수 마약분석과 과장, 국과수 약독물 과장 ▲수상 비추미여성대상 별리상, 몽골정부 전문가 훈장, 옛 과학기술부 선정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서울신문 선정 마약퇴치 대상 등 국과수에 들어가려면] “탐구정신 중요… 올부터 학력제한 폐지” 드라마 ‘싸인’의 영향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희선 국과수 원장은 지난 21일 국과수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탐구정신”이라면서 “그냥 보지 않고 왜 이럴까, 아까 것과 어떤 게 달라졌을까 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끈기와 집념이 있어야 한다.”면서 “한 케이스를 맡으면 끝까지 찾아낸다는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과수에는 극중 탤런트 박신양씨가 맡았던 법의학자 외에도 유전자 분석, 범죄심리·거짓말탐지 분야, 문서감정팀과 CCTV 등의 흐려진 영상을 잘 보이게 해 범인을 잡는 영상분석팀이 있다. 영상분석팀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범인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등을 자체 개발해 특화도 많이 시켰다고 정 원장은 전했다. 약·독물 부검, 마약·화학·화재·교통사고·목소리 분석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국과수 채용은 행정안전부에서 일괄 배치하는 공채(5·7·9급)를 제외하면 모두 특별채용이다. 인터넷 홈페이지(www.nisi.go.kr) 등을 통해 수시로 뽑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특채에는 석사 이상만 지원할 수 있었으나 행안부 방침에 따라 학력제한이 폐지되면서 올해는 지원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소요정원은 26명이다. 자연과학 기술분야(이과)에 근무하면서 관련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부검을 담당하는 법의학자는 10년차급 의사들을 뽑으며 행안부에서 공무원 4~5급(의무사무관)을 일괄 채용한다. 약·독극물·마약을 분석하는 보건연구사, 화학 분석을 담당하는 공업연구사, 유전자 DNA를 분석하는 공중보건연구사 등도 있다. 연구사는 통상 석사 이상, 연구관은 박사 이상이 지원했다. 연구사와 연구관은 공무원 6~7급에 해당한다. 특채는 필기시험 없이 1차 서류심사, 2차 면접으로 이뤄진다. 국과수 인사채용 관계자는 “5월 초 공무원 채용박람회를 하는데 행안부 인사방침이 확정되면 곧바로 채용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화학 분야는 올해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과수는 업무강도 대비 처우가 열악하다는 이유로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려왔다. 현재 부검을 담당하는 법의학자의 경우 정원 23명 중 4명이 결원 상태다. 하지만 정 원장은 방송 이후 올라간 국과수의 위상을 실감하며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 고등학생이 정식으로 국과수에 민원을 보내 어떻게 해야 국과수에 들어갈 수 있는지 물었다.”면서 “어린 학생들이 미래의 직업으로 이곳을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하려고 한다는 건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법의학자 자리도 지원자가 생겨 조만간 채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의학자의 연봉은 6000만~7000만원 정도다. 33년간 국과수를 지켜온 정 원장은 “미지의 물질을 찾는 기쁨이 사건의 해결로 이어지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만으로 국과수는 선택된 자부심을 느낄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악마의 칩에 빠진 新도박족] 흔들리는 ‘死십대’… 붕괴되는 가정

    지난 한해 도박범으로 검거된 3만 8898명 가운데 40대가 36.0%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는 25.1%로 두 번째였다. 우리 사회의 중심축인 중장년층이 전체 도박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조기 퇴직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과 일상의 권태로 자극과 요행을 찾고, 사회생활에서 누적된 스트레스와 직장·가정 내 갈등 등이 두드러지는 연령층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중간 보직의 계약직 확대 등 일자리 확충과 국가 차원의 도박 근절 시스템 지원이 갖춰지지 않으면 이 같은 추세가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18일 경찰청의 ‘도박범죄 검거 현황’에 따르면 2010년 도박범으로 검거된 3만 8898명 중 40, 50대는 61.1%로 집계됐다. 이어 30대 8452명(21.7%), 20대 3567명(9.2%), 60대 2278명(5.9%) 등의 순이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문제는 가장들이 도박에 빠지면서 가정이 붕괴되고 이것이 청소년 비행, 소년 범죄로 이어져 물결처럼 사회적 문제로 번진다는 것”이라면서 “기업의 경력직 활용 정책과 상담 등을 통해 유혹에 빠지는 중장년층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최두희기자 white@seoul.co.kr
  • [악마의 칩에 빠진 新도박족] 도박 예방·치료위한 전문가 제언

    [악마의 칩에 빠진 新도박족] 도박 예방·치료위한 전문가 제언

    ‘도박 중독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 치료 대책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사행산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전문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사감위의 권한과 예산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사감위 초대위원이었던 이인혜 강원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감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직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라면서 “직원들이 대부분 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처 파견 직원이라 1년만 일하고 자기 부처로 돌아가는데, 그 1년 동안 얼마나 전문성을 키울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현재 사감위는 마치 문화부의 하위부서처럼 돼 버렸다.”면서 “사행산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감위를 만들었으면 권한과 예산을 좀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박중독 예방·치유센터에 대한 정부 차원의 투자 확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센터 운영에 해마다 18억~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센터 1곳당 한 해 5억~6억원의 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3곳을 유지하기도 벅찬 수준이다. 게다가 사행산업체도 해마다 정부와 비슷한 규모로 비용을 부담하는데 그치고 있다. 현행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따르면 중독예방·치유센터 설립에 필요한 비용은 정부와 사행산업사업자가 반반씩 부담하도록 돼 있다. 김교헌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국 3곳에 불과한 중독예방·치유센터를 각 시·도 및 지역마다 설립해 도박중독에 노출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행산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상담소의 경우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요식행위에 그치는 상담이 많아 도박중독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선 도박중독은 질병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신체적 변화를 동반하는 질병인 만큼 단순 상담이 아닌 약물요법 등 치료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샘이나·최두희기자 sam@seoul.co.kr
  • 트라우마에 빠진 동심… 지진·화재놀이로 악몽과 ‘사투’

    “지진이다. 도망쳐!” 땅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애써 놀란 표정을 지으며 혼비백산한다. 나무 아래, 바위 뒤로 숨었던 아이들은 잠시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터벅터벅 걸어 다시 모여든다. 일본 현지언론들이 18일 전한 도호쿠 지역 대피소의 풍경이다. 언론은 대지진이 강타한 이곳에서 ‘집단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상태에 빠진 아이들이 ‘지진놀이’, ‘화재놀이’ 등 강진 당시 상황을 재연하며 스스로 상처를 꿰매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이러한 상황극은 ‘놀이’라기보다는 ‘사투’에 가깝다. 극한의 공포를 맛본 어린이들이 놀이로 상황을 포장해 긴장과 불안을 풀어내려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김정운 명지대 교수(심리학)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두려웠던 실제를 가상으로 전환해 상황의 진지함을 희석하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자연재해나 전쟁 등 두려움의 대상을 놀이의 소재로 삼는 건 흔한 현상이다. 어릴수록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적 성향이 강하게 남아있는 까닭이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소아정신과)는 “회오리 피해가 잦은 미국 미시시피 지역 아이들이 ‘토네이도 놀이’를 하기도 한다.”면서 “의사소통에 서툰 아이들은 놀이로 곧잘 감정을 표현하곤 한다.”고 말했다. 누구도 자신의 어깨를 토닥여줄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피소의 어린이 10만여명 가운데 특히 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아이들이 많아 2차 충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트라우마에 대상상실(사랑하는 사람을 잃게되는 현상)이 겹치면 아이들의 심리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커먼 파도에 아끼던 장난감과 애완견은 물론 가족까지 빼앗겨 버린 아이들은 대피소에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구토와 고열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또 피해지역 밖의 아이들도 대지진 이후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일이 잦다. 도쿄와 오사카 등에 사는 부모들은 “지진 이후 아이가 잠을 자던 중 오줌을 싸거나 불안해 한다.”는 글을 수없이 올리고 있다. 일본의 한 발달심리학 전문가는 주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수시로 지진을 경험하는 탓에 브라운관을 통해 본 대지진 장면을 남의 일로 여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방사능 유출 우려가 커지는데 부모들은 오히려 구체적인 설명을 꺼려 막연한 공포를 느끼는 청소년들도 급증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방사능 유출과 추위, 식량난 등 당장 급한 문제해결에만 몰두한 채 상처받은 아이들의 심리치료 대책을 전혀 세우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면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재앙적 심리상태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채 시간이 흐르면 이들은 ‘재앙적 경험’ 때문이 아니라 ‘성격상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주위로부터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아동 성폭행의 경우처럼 심리적 상처를 받은 뒤 2차 피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치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국과수 “장자연 편지 가짜”… 전씨 자작극 결론

    국과수 “장자연 편지 가짜”… 전씨 자작극 결론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자연 편지’ 진위 논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에 따라 친필이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장씨와 연관 없는 한 장기수가 벌인 자작극으로 판단, 재수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연예계의 비리 의혹들이 분명히 규명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전씨는 ‘망상장애’ 문제수” 국과수는 16일 감정결과 발표를 통해 “장씨의 친필이라고 주장되던 편지 원본은 장씨의 필적과 상이하고, 편지 원본의 필적과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모(31·가명 왕첸첸)씨로부터 압수한 적색의 필적은 동일 필적으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적색 필적의 문건은 경찰이 전씨 감방에서 압수한 전씨의 아내와 아내 친구 명의로 된 문건 10장이다. 국과수는 편지 원본을 전씨가 쓴 것인지에 대해서는 글씨체가 달라 대조 자료로 부적합다면서도, 두 필적 간에 일부 반복적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기재하는 습성 등이 공통적으로 관찰된다며 편지의 조작 사실을 내비쳤다. 경기지방경찰청도 장씨의 편지가 전씨의 위작이라는 증거들을 공개했다. 경찰은 “전씨가 시나리오를 쓰는 등 글솜씨가 뛰어났고 글씨체가 여러개 있었다는 동료 재소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문건이 조작된 것으로 판명난 만큼 문건이 담고 있는 내용의 사실관계 등은 수사할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씨에게서 장씨 관련 스크랩이 30여장 발견됐고 면회 온 지인과 교도관에게 장씨 관련 기사 검색을 요청한 사실 등으로 미뤄 스크랩 기사 등을 통해 장씨 관련 사실을 습득한 뒤 언론에 공개된 장씨의 자필 문건을 보고 필적을 연습해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범죄 전문가들은 전씨가 장기간 독방을 쓴 ‘망상장애’ 문제수로서, 자기의 공상을 실제의 일처럼 말하면서 자신은 그것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정신병적인 증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백 않는한 편지 경위 의혹 여전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죽은 사람의 원혼을 풀어줘야 한다는 사명을 띤 것으로 착각할 수 있고, 200쪽이 넘는 편지를 쓰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들의 주목을 받을 때 쾌감을 느끼고 심리적인 만족감을 갖는 성격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전과 10범의 전씨는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1999년 2월 구속돼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만기출소했으나 3개월 만에 같은 죄를 저질러 현재까지 다시 복역 중이다. 2006년 8월부터 정신장애 증세 등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전씨가 자작극임을 자백하지 않는 한 편지의 실제 작성자와 경위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전씨 외에 제3자 개입 의혹도 있는 만큼 이 부분도 해소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장자연 자살사건과 관련한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여론이 잠재돼 있었고 이번에 장씨 편지로 여론이 다시 일며 파문을 일으킨 것”이라며 “아직 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앞서 장씨의 진짜 자필 문건에서 언급된 사회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술시중과 성접대 등에 대한 수사가 사건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경찰 수사의 한계를 다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싸우다가 구조 돕는 矜恤之心(긍휼지심) 그 유전자의 정체는

    강진과 쓰나미가 할퀴고 간 일본 열도에서 세계는 또 한번 위대한 인류애를 발휘하고 있다. 미국 등 일본의 ‘친구’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와 러시아, 중국 등 한치의 땅과 국익을 두고 일본과 사사건건 드잡이하던 경쟁국조차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또 서로의 국격을 두고 험담하기 바빴던 네티즌들 역시 한마음으로 일본이 다시 일어서길 간절히 응원한다. 이기심과 이타심, 그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는 인류는 모순의 동물이기에 때때로 아름답다. 인류는 왜 고통받는 타인을 돕는가. 학자들은 인간의 긍휼지심에는 복잡한 유전·심리적 신비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인간의 이타심을 설명할 때 ‘혈연선택 가설’과 ‘반복·호혜성 가설’을 곧잘 활용한다. 혈연 선택 가설은 윌리엄 해밀턴이 1963년 제기한 이론으로 피붙이를 도와야 결국 자신의 유전자가 번성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 간 희생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인류의 선행은 종족 보존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도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인간의 이타적 행동을 ‘유전자를 번식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에 따른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인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낯선 일본인들을 돕고자 주머닛돈을 기꺼이 꺼내 놓는 것은 ‘인류’라는 종의 보존을 위한 일종의 전략일 수 있다는 풀이다. 반복·호혜성 가설도 혈연 선택 가설과 맥을 같이한다. 세상사라는 ‘게임’ 속에서 인간은 언제든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내가 먼저 선의를 베풀어야 위기 때 타인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인간에게 이타심은 동물적 본능과 같다.”면서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인류는 생존을 위해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고 이 교훈이 인간 심리에 새겨져 발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타적 인간의 출현’을 쓴 최정규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본 열도를 돕는 데 혈연 선택 가설 등을 활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반박한다. 측은지심을 ‘전략적 이기심’이라고만 보기에는 인간의 심연이 너무 깊다는 설명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사람들이 (성범죄 피해 아동인) 나영이를 보며 느끼는 동정심이나 자연재해 앞에 무기력하게 넘어진 일본인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 같다.”면서 “훗날의 도움을 위해 보험 차원에서 선행을 베푼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 본연의 동정심이 이타심의 근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69개국·5개기구 지원 나선다

    사상 최악의 지진 및 쓰나미 피해로 국가적인 대재난 상태에 빠진 일본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호주, 뉴질랜드,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전문구조팀이 속속 일본에 도착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남미 할 것 없이 세계 전역에서 어려움에 처한 일본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13일 오전 9시 현재 69개국과 5개 국제기구에서 지원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방부는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9만 7000t급)이 이날 오후 일본 근해에 도착한 데 이어 순양함 챈슬러빌과 구축함 프레빌, 매켐벨, 커티스 윌버 등 군함 6척을 일본으로 급파했다고 밝혔다.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은 당초 이달 중 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지진 구호활동에 긴급 투입됐다. 도쿄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기지에 배치된 항모 조지 워싱턴함도 지진 피해 해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의 항모들은 재난지역 주변 해역에 정박한 채 일본 자위대 헬리콥터의 재급유와 재난지역으로의 자위대원 수송을 지원하게 된다. 미 국무부 산하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에서 파견한 144명의 인명수색구조팀도 13일 일본 북부 미사와에 도착했다. 유엔도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소속 재난 전문가 9명을 일본으로 급파했다고 밝혔다. 영국은 12일(현지시간)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63명으로 구성된 인명수색구조팀을 수색견 2마리 및 의료지원팀과 함께 파견하기로 했다. 이 밖에 구조에 필요한 대형 중장비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영국은 일본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핵 전문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조경험이 많은 스위스도 25명의 구조 및 의료진과 수색견 9마리를 일본에 지원했다. 러시아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지시로 항공병원을 비롯한 비행기 6대와 200명의 구조대원, 심리학자, 의료진을 대기시킨 채 일본의 파견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의료진 15명과 수색견 6마리를 일본에 지원했고, 싱가포르 민방위군도 5명으로 이뤄진 도시 수색구호팀을 수색견 5마리와 함께 일본으로 급파했다. 태국은 24명의 구호팀과 구호견 6마리를 13일 지진 현장에 보냈다. 일본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의사 등 35명의 의료팀을 일본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멕시코는 20명의 전문 구호팀과 3명의 빌딩 구조 전문가, 수색견 10마리를 일본으로 보낸 데 이어 2차 구호팀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와 페루, 파나마도 지원에 나섰다. 구호물자와 기금도 전 세계에서 답지하고 있다. 중국 홍십자회는 일본 구호활동을 위해 100만 위안(약 15만 달러)을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중·일 우호협회 등 친선 단체 2곳도 10만 위안을 기부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10만 달러를 구호기금으로 기탁했다. 재난구조팀을 파견한 태국은 1억 8400여만원의 구호금과 함께 구호물자를 3∼4일 내에 일본으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피지와 나이지리아 정부도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아이들 살해한 이유라도 아는 게 마지막 소원”

    “아이들 살해한 이유라도 아는 게 마지막 소원”

    “아이들을 살해한 이유만이라도 알고 싶습니다.” 대구 개구리 실종 소년들의 부모 중 한 사람인 우종우(63)씨는 6일 달서구 성서동 와룡산 인근 집에서 “그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다. 1991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오는 26일이 실종된 지 만 20년이 된다. 다섯 명의 소년들은 도롱뇽을 잡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11년 만에 집 인근 와룡산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공소시효는 2006년에 이미 만료됐다. 이 사건을 다룬 영화 ‘아이들’이 지난달 17일 개봉 이후 2주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화제를 낳고 있다. 우씨는 실종 소년 부모들과 함께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봤다면서 “한 장면, 한 장면이 아들 철원이를 떠올리게 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대부분이 사실과 똑같이 묘사됐다.”면서 “특히 종식이 아버지가 범인으로 누명을 쓰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1996년 1월 모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가 “실종 소년들이 가족에 의해 생매장을 당했다.”며 종식군의 아버지 김철규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아버지 김씨를 꼼짝 못하게 한 뒤 중장비를 동원, 종식이 집 화장실과 보일러실, 마당 등을 모조리 파헤치는 소동을 빚었다. “처음엔 그 교수의 주장이 얼토당토않아서 부모들은 땅 파는 것을 반대했죠. 그러나 그 교수가 너무 확신에 차 계속 요구하는 바람에 그럼 그렇게 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 교수는 시체가 나오지 않자 급히 도망가다가 부모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누명을 썼던 김(당시 49세)씨는 2001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우씨는 “종식이 아버지는 술 한 잔도 못 마시는데, 결국 화병으로 죽은 것”이라면서 “범인으로 몰린 이후 눈물을 펑펑 쏟으며 땅이 꺼져라 한숨 쉬는 일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종식이 어머니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 “생각만 해도 온몸이 떨리는데 어떻게 영화를 보겠느냐.”고 거절했다는 것이다. 우씨는 “영화를 계기로 아동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기 전 제작사 측에서 동의를 구했을 때 흔쾌히 승낙했다고 한다. 우씨는 영화를 본 뒤 다른 부모들과 함께 전국미아찾기운동본부를 찾아 아동범죄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애가 타는 부모 심정은 변한 게 없는데 범인을 처벌하는 법은 이미 시효가 끝났다. 아동범죄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조사법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경찰에만 아동범죄 수사를 맡길 수 없으니 한 사건에만 매달릴 수 있는 탐정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법안은 아직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는 요즘도 영규(당시 11세)군의 아버지 김현도(66)씨, 찬인(10세)군의 아버지 박건서(59)씨 등과 형제처럼 늘 함께 다닌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몸이 불편한 김현도씨를 대신해 그의 트럭을 운전해 주고 집안일도 도와주고 있다. 우씨는 “만약 범인이 영화를 본다면 왜 죽였는지를 꼭 말해주길 바란다. 직접 나타나기 힘들면 경찰서에 이유를 적은 메모라도 보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씨줄날줄] 젖동냥/이춘규 논설위원

    “송나라 황주 도화동에 심학규라는 봉사가 곽씨 부인과 살았다. 부부는 소생이 없어 지성으로 불공을 드린 끝에 딸 심청을 낳았다. 곽씨 부인은 산후 조리를 잘못하여 청을 낳은 지 7일 만에 죽고 만다. 심학규는 젖동냥에 나선다. ‘여보시오. 이 자식 젖 좀 먹여주오. 어미 없는 어린 것이 불쌍하지 않소. 댁의 귀한 아기에게 먹이고 남은 젖 좀 먹여주오’ 하면 빨래를 하다가도 먹여준다. 심청은 잔병 없이 성장하여 효행이 근동까지도 자자했다….” 한국의 대표 고전소설 심청전의 일부다. 고려~조선시대가 시대배경으로 추정된다. 그 시절 엄마 없는 젖먹이 아이는 젖동냥이 아니면 키울 수 없었다. 현대처럼 싸고 대중화된 분유·우유도 없고, 모유를 대체해서 먹일 가축 젖도 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60년대 전후 농촌에서는 산후 후유증으로 엄마를 잃은 아이를 젖동냥으로 키운 사례가 적지 않았다. 농사일로 산모가 바쁘거나, 산모가 젖이 적어도 젖동냥은 스스럼없이 이루어졌다. 근래 들어서는 분유 등의 구입이 쉬워져 젖동냥을 하지 않고도 엄마 없는 아이를 키울 수 있다. 1980년대 초반까지 분유회사가 주최하는 우량아 선발대회가 열렸다. 분유가 권장되고, 모유는 한동안 외면받기까지 했다. 상당수 여성들은 미용을 이유로 분유로 아이를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모유가 영양학적, 심리학적으로 좋다면서 권장된다. 그러나 현실은 모유 수유가 어렵다. 직장생활 하느라 분유로 대신하는 여성이 많다. 모유 먹이기가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모유 아이스크림까지 등장했다. 영국 런던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는 지난달 25일 모유로 만든 아이스크림 ‘베이비가가’를 판매해 논란을 일으켰다. 회사 측은 건강한 산모 15명의 모유이고, 저온멸균처리해 건강에도 좋다며 홍보전을 폈다. 하지만 간염을 포함한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해당 시의회의 결정으로 사흘 만에 판매가 잠정 중단됐다. 최근 수년간 국내에서는 젖동냥이 화제다. 산모들의 각종 인터넷 카페에는 ‘모유 구함’ ‘모유 판매(나누기)’ 등의 글이 오른다. 모유를 구하는 대부분의 여성은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이다. 직장에서 모유를 짤 여건이 안 돼 수유를 중단했거나, 제때 모유를 먹이지 못해 모유량이 줄어서다. 모유를 구해도 먹이기는 쉽지 않다. 아이 양육이 이렇게 힘들어서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젖동냥하는 산모가 없도록 양육환경 정비가 시급하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카다피, 망상이냐 전략이냐

    “나의 모든 국민은 나를 사랑한다.” 국민을 상대로 희대의 살육전을 불사하고 있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지난달 28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놓은 말이다. 수많은 국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해 놓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국민’과 ‘사랑’을 입에 올리는 이 독재자를 보며 세계는 다시 한번 경악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완전히 망상적인(delusional) 얘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국민을 학살하면서 외신을 향해 웃으며 얘기하는 모습은 카다피가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웅변한다.”고 지적했다. 카다피의 망상적 발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도 향했다. 오바마를 “좋은 사람”이라고 하고는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다피의 이런 이상 언행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성공한 사람들 중 일부에서 나타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자신에 대한 과장된 평가를 바탕으로 특권의식 아래 타인에게 착취적인 행동을 하는 병이다. 카다피의 경우 40년 넘게 독재하면서 생긴 자신에 대한 확신이 망상적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애적 성향의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확실히 믿는다.”면서 “아마도 카다피는 국민의 50%가 죽어 나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분석도 있다. 카다피의 언행은 결코 망상이 아니라 고도의 계산에서 나온 생존전략이라는 것이다.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표창원 교수는 “미국이 자신의 자산을 동결하고 군사작전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카다피가 탈출구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범죄를 부인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방송과 인터뷰를 갖거나 오바마는 좋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는 것도 막다른 골목에서 미국에 타협을 타진하려는 충동적 제스처라는 것이다. 표 교수는 “카다피는 팬암기 폭파사건을 저지르는 등 서방에 맞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야 한다는 것을 학습했고, 이를 지금 자기 국민들에게 적용하고 있다.”고 그의 학살 심리를 분석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서울 유대근기자 carlos@seoul.co.kr
  • “‘미녀와 야수’커플, 실패확률 높다”

    “‘미녀와 야수’커플, 실패확률 높다”

    아름다운 여성을 아내로 맞는 건 거의 모든 남성들의 로망이 아닐까. 하지만 ‘미녀와 야수’ 커플의 결과는 기대와는 반대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외모가 자신에 비해 훨씬 뛰어난 여성 배우자를 맞을수록 둘의 관계가 실패로 끝날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체스터 대학과 리버풀 대학의 공동 연구진은 “자신의 외모에 비해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한 부부는 실패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남자의 외모가 여성보다 월등할 경우에는 반대의 경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영국의 남녀 커플 100쌍 이상을 심층적으로 관찰했다. 여기에는 결혼한 지 몇 달된 신혼부부와 수십 년이 된 중년부부 등 다양하게 포함됐다. 연구진은 이들의 외모를 객관적 기준에 따라서 평가해 매력지수를 점수로 매겨 분석했다. 연구 결과 흥미로운 현상이 드러났다. 동등한 매력지수를 가진 커플들에 비해서, 남성보다 여성의 외모점수가 현격히 높은 일명 ‘미녀와 야수’ 커플의 경우 결혼생활이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잦은 것. 로브 버리스 박사는 “외모가 뛰어난 여성들은 이성에 대한 자신감이 뛰어나고,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관계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통제하려는 경향을 보여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이유를 분석했다. 또한 다른 남성들의 유혹이 비교적 더 잦고, 남성들의 질투심도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남성의 외모가 여성보다 훨씬 뛰어난 경우, 관계가 평탄하게 유지되는 현상을 보이는 등 뚜렷하게 대조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한편 이 같은 내용은 학술지 ‘성격과 사회심리학 회보(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에 실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http://twitter.com/newsl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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