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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책꽂이]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피우진 지음, 삼인 펴냄) 여군 헬기 조종사 출신으로 최근 국가보훈처장에 임명된 피우진 중령이 1978년 여군 훈련소 중대장을 시작으로 지난 30여년간 군에서 겪은 도전과 투쟁의 역사를 담았다. 248쪽. 1만 3000원. 김서형의 빅히스토리 Fe연대기(김서형 지음, 동아시아 펴냄) 우주와 지구, 인류의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철’을 중심으로 빅뱅 이후 138억년의 역사를 추적하고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본다. 316쪽. 1만 5000원. 놀이하는 인간의 철학(정낙림 지음, 책세상 펴냄) 놀이를 탐구한 최초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에서 현대의 최첨단 디지털 예술까지 놀이와 함께 상상하고 창조하는 인간의 놀이 본능을 탐구한다. 432쪽. 2만 2000원. 날씨 이야기(브리타 테큰트럽 글·그림, 이명아 옮김, 북뱅크 펴냄) 지난해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 아름다운 색채로 날씨의 종류에 따른 대기의 특성을 짚어 낸 시화집 같은 그림책이다. 160쪽. 1만 5000원. WHEN 시간의 심리학(마이클 브레우스 지음, 이경식 옮김, 세종서적 펴냄) 세계적인 수면 전문가이자 임상심리의사인 저자는 일, 돈, 생각, 관계, 건강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에 따라 일과를 조금 수정하는 것만으로도 더 행복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536쪽. 2만원. 조르바의 인생수업(장석주 지음, 한빛비즈 펴냄) 매순간 자유를 추구하다 끝내 자유를 향해 떠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속 주인공 조르바의 입을 빌려 미래만 바라보다 현재를 놓치는 이들에게 자유로운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296쪽. 1만 8500원.
  • 기억속의 사실은 모두 실제 겪은 것일까

    기억속의 사실은 모두 실제 겪은 것일까

    몹쓸 기억력/줄리아 쇼 지음/이영아 옮김/현암사/352쪽/1만 4000원기억 상실을 소재로 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기억은 우리의 가장 소중한 소유물이다. 기억은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정의해 주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판단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은 완전하지 않으며 종종 물건을 깜빡 잊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오류를 일으킨다. 법정 심리학자이자 기억 연구가인 줄리아 쇼 영국 런던사우스뱅크대 범죄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자기 자신마저 속이는 거짓 기억의 실체는 물론 기억 작용의 원리와 오류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밝힌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억력은 얼마나 취약할까. 저자는 1995년 미국 웨스턴워싱턴대에서 실시했던 아이러 하이머의 ‘화채 그릇 쏟기’ 실험을 예로 든다. 실험 참여자들에게 실제 어린 시절의 이야기 속에 “당신이 다섯 살 때 결혼 피로연에서 테이블에 놓인 화채 그릇을 신부의 부모에게 몽땅 쏟은 적이 있다”는 가짜 기억을 슬쩍 끼워 넣었더니 참여자의 25%가 자신이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답했다. 이는 누군가에게 암시받은 정보를 자신의 과거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비범한 기억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있다.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고 과거의 일을 정확하게 기억해 내는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이나 과거 끔찍했던 사건이 이미지와 생각으로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망각의 축복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잘 기억하는 법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저자는 적절한 수면은 기억을 잘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리를 내어 말하면 더 잘 기억할 수 있다는 믿음은 언어 정보로 옮기는 과정에서 원래의 정보를 고치거나 잃어버리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우리는 3년이 지나지 않은 일은 실제보다 더 멀게, 3년이 넘은 일은 더 가깝게 느끼기도 한다. 중요한 사건들은 오래되더라도 쉽고 자세히 떠오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의 뇌는 때로 아주 감정적이거나 외상적인 사건조차 잘못 기억할 수 있다. 이처럼 진짜 같은 거짓 기억이 생겨날 수 있음을 인정할 때 부당한 판단의 덫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결함을 이해하면 과거에 너무 집착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현실에 보다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폭주는 내 돈 들인 비싼 취미” 3040 직장인의 무서운 일탈

    “폭주는 내 돈 들인 비싼 취미” 3040 직장인의 무서운 일탈

    경쟁사회 승부욕·과시욕에 범죄 인식없이 스릴만 추구경찰의 대대적인 집중단속에도 불구하고 ‘도로의 폭탄’으로 불리는 폭주족들이 도무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0대, 20대가 중심이던 예전과 달리 최근엔 30대 이상의 직장인들이 폭주 대열의 선봉에 섰다. 전문가들은 직장의 과도한 스트레스에다 경쟁사회에서 체화된 승부욕과 과시욕, 위험이나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강렬한 경험을 추구하려는 잘못된 심리가 이들의 폭주를 재촉하는 ‘엔진’이라고 해석했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2월 7일부터 5월 14일까지 폭주족들을 단속, 모두 15건을 적발하고 287명을 검거했다. 지난해 집중단속(4월 15일∼7월 14일)에서 7건·152명이 검거된 것을 감안하면 검거 건수는 2배 이상으로, 검거자는 88.8% 증가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서울∼춘천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에서 시속 300㎞로 달린 폭주 동호회 회원 17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페라리 458, 페라리 캘리포니아, 포드 머스탱 등을 몰았다. 앞서 15일에는 분당∼수서 간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고가의 오토바이를 타던 동호회 회원 2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 폭주족은 사라지고 최근에는 의사, 기업인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값비싼 외제차로 폭주하는 상황”이라며 “지속적으로 집중단속을 하지만 ‘내 차(오토바이)로 내가 즐기는데 왜 불법이냐’는 인식이 워낙 강해 근절이 힘들다”고 말했다. 도로교통법 제150조 제1호(공동위험행위)에 따르면 폭주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경찰은 주도자나 주요 가담자의 차량을 압수하는 강수까지 동원했지만 폭주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의사나 법조인, 연예인 등과 같이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일탈을 통해 일종의 스릴을 느끼는 ‘센세이셔널 시킹’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불법 도박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경쟁 사회의 압박감을 잘못된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의미다. 한 경찰은 “속도보다 자기과시를 위해 폭주를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며 “폭주를 위해 단기간만 수입 명차를 빌리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합법적인 서킷에서 레이싱을 즐길 수 있지만 폭주족들은 불법 도로 레이싱을 고집한다. 폭주를 경험했다는 한 직장인은 “100만~200만원이면 1박 2일로 서킷을 이용할 수 있으나 정작 봐주는 사람이 없지 않으냐”며 “스피드를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라 내 차와 운전실력을 뽐내면서 만족감을 얻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폭주족들이 폭주 자체를 범죄가 아닌 값비싼 취미생활 정도로 여긴다는 점이다. 폭주 중에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보험금을 받기 위해 일반 운행 사고인 것으로 위장하는 보험사기도 발생한다. 경찰의 단속마저 신경 쓰지 않는 경향도 있다. 한 폭주족은 “경찰에 잡혀 언론에 나는 폭주건은 빙산의 일각이고, 요령껏 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적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폭주 범죄 근절을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폭주가 타인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력한 단속과 함께 폭주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안전교육, 심리 치료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씨줄날줄] 악수의 정치학/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악수의 정치학/최광숙 논설위원

    1979년 중국의 덩샤오핑 당 중앙군사위 주석이 첫 방미 길에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을 만났다. 닉슨이 단신인 덩샤오핑을 내려다보며 악수를 하는 데 반해 덩샤오핑은 닉슨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것은 ‘작은 거인’ 덩샤오핑의 자존심이었다.악수는 말 없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몸짓으로 보내는 비언어적 행동들이 오히려 진실한 의중을 표현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제프리 베티 영국 맨체스터대학 심리과학 교수는 눈맞춤, 손을 쥐는 힘과 시간, 손 온도, 서 있는 위치와 자세 등 ‘악수의 다섯 가지 공식’이 적절해야 상대방에게 존경과 신뢰를 준다고 했다. 매우 강하고 긴 악수를 하는 ‘모르몬(교) 악수’처럼 문화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악수는 ‘정치의 영역’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특한 악수법이 대표적이다. 그는 상대방의 손을 세게 쥐고, 거칠게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거나 가끔 아래위나 앞뒤로 흔들 때도 있다. 거의 상대 팔을 뜯어 낼 심산이다. 먼저 손을 놓는 경우도 드물다. 그런 그가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당했다. 최근 두 나라 간 정상회담에서 마크롱이 트럼프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크게 흔들었다. 트럼프가 손을 놓으려는데도 다시 한번 움켜쥐는 바람에 트럼프의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변했다. 마크롱은 “순수한 악수가 아니었다. 작은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한 것”이라며 ‘고의성’을 인정했다. 트럼프가 앞서 아베 일본 총리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악수할 때 오랫동안 손을 꽉 잡고 놔주지 않은 것을 본 마크롱이 역공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첫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악수를 거절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1980년대 미국에서 지배력과 우월성을 입증하려면 어떻게 악수를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책이 유행했다. 아마도 트럼프는 이런 유의 책에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하지만 미국 최고의 비언어 행동 전문가인 조 나바로와 마빈 칼러스는 ‘행동의 심리학’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악수는 부정적인 느낌만 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도 괴상망측한 트럼프의 악수를 “짐승이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하면서 상대를 그 안으로 끌어들이는 노골적인 권력 게임”, “미국 제일주의를 보여 주는 겁주는 전략”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한편으로 트럼프는 악수를 싫어하고, 손 세정제를 사용하는 세균 혐오자라는 루머도 나돈다.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의 악수에 세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 이상윤 “출연 배우끼리 밤샘토론… 반듯한 이미지 내려놨죠”

    이상윤 “출연 배우끼리 밤샘토론… 반듯한 이미지 내려놨죠”

    “드라마 초반에는 사방이 적이라 외로웠어요(웃음). 돌아가면서 동준을 때리는 것 같고 어머니(원미경)와 찍을 때만 숨통이 좀 틔었죠. 동준은 그 흔한 친구도 한 명 없더라구요.”남자 배우들이 한번쯤 도전하고 싶어 한다는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 ‘귓속말’을 마친 이상윤(36)의 얼굴은 상당히 홀가분해 보였다. 이 작품에서 그는 처음에는 신념에 어긋나는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결국 법비(법을 악용하는 무리)에 맞서 정의를 구현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판사 이동준 역할을 맡아 박 작가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거듭났다. 지난 29일 서울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상윤은 “이동준이 어쩔 수 없는 족쇄가 있어서 뻗어나가는 힘이 부족했지만 극에서 제 역할을 정확히 찾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 작가님의 대본은 이야기 힘이 강하고 속도감이 있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한순간에 흐름을 놓칠 수 있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장면에서도 얻을 정보가 많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을 염두에 두고 연기를 했죠. 내용적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가 꼬여 있어서 배우들이 헷갈리면 안 되기 때문에 밤샘 토론을 많이 했어요. (이)보영 누나는 제가 새벽 3시만 되면 말이 많아진다고 놀렸죠.” 그는 “감정적인 흐름이나 상황에 덧붙여진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속도가 빨라 초반에는 잘 쫓아가지 못했다”고 부족함을 털어놨다. 하지만 마지막 회 시청률은 20%를 넘기며 드라마는 성공적으로 종영했다. 심리학 교수 출신 천재 사기꾼을 연기했던 장르물 tvN 드라마 ‘라이어 게임’(2014) 이후 반듯한 모범생 같은 이미지를 벗는 데도 성과를 거뒀다. “‘라이어 게임’을 통해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번 연기도 할 수 있었어요. 특정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연기의 외연을 넓히고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연기 호평을 받았던 전작 KBS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을 떠올리며 “연기가 깊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정작 스스로는 내적인 고갈과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면서 “앞으로 다른 작품도 많이 보고 연기에 대해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2007년 데뷔해 어느새 10년을 맞은 그는 서울대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떼고 자신만의 연기 항로를 따라 꾸준히 정진하고 있다. “상대방과 연기 호흡이 잘 맞고 나도 모르게 그 인물에 동화된 감정을 느낄 때 희열을 느껴요. 언젠가는 주인공이 아닌 조연을 할 날도 오겠지만 10년 뒤에도 꾸준히 대중의 부름을 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눈 맞추고 감정표현 더하고… 딸과 있으면 달라지는 아빠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눈 맞추고 감정표현 더하고… 딸과 있으면 달라지는 아빠

    딸에게 60% 이상 더 집중 아들에겐 경쟁적 단어 쓰고 몸 움직이는 시간 더 많아남성성이 강한 캐릭터로 인기를 끌거나 아이에게 관심 없어 보이던 연예인이 자신의 아이에게 한없이 다정한 모습이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산율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한국에서는 아이를 한 명만 둔 가정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유일한 아이에게 지극정성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딸을 향한 무한 애정을 보이는 아빠들은 ‘딸바보’라고 불리기도 하죠. 실제로 부모, 특히 아버지들은 무의식적으로 아들보다 딸에게 정성을 쏟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아들보다 딸과 더 많이 놀아주고 감정교류가 활발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미국 에머리대 의대, 인류학과, 신경과학과와 애리조나대 심리학과 공동연구진이 만 1~2세 아이를 둔 아빠 69명을 대상으로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을 모니터링한 결과입니다. 이 연구는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행동 신경과학’ 최신호에 실렸습니다. 실험에 참가한 아빠들의 나이는 21세부터 55세까지 다양했으며 남자아이 아빠는 35명, 여자아이 아빠는 34명으로 연구팀은 가계 경제, 주당 업무시간 등 사회적 환경이 비슷한 사람으로 골랐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아빠와 아이가 48시간 동안 한 공간에서 함께 지내도록 하면서 집중 관찰을 했습니다. 그 결과 딸과 있는 아빠들이 아들과 함께한 아빠들보다 60% 이상 더 아이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눈을 마주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딸바보 아빠’라는 현상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고나 할까요. 연구자들은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실험관찰 틀을 벗어난 일상에서는 어떤지 궁금했나 봅니다. 이 아빠들 허리띠 안에 소형 디지털 녹음기를 설치해 1주일 동안 착용하도록 하고 녹음기에 담긴 모든 소리를 분석한 것이죠. 분석 결과 ‘딸바보 아빠’들은 놀이 시간 대부분 노래를 부르거나 소꿉장난을 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이야기한 반면 아들과 있는 아빠들은 대화보다는 공놀이같이 몸을 움직여 노는 데 시간을 더 보냈습니다. 놀이하는 동안 사용한 단어들도 남녀 간 차이를 보였습니다. ‘딸 아빠’들은 눈물, 외로움, 외침, 뺨, 얼굴, 뽀뽀 등 감정과 정(靜)적인 단어를 많이 썼습니다. 반면 ‘아들 아빠’들은 차다, 던지다, 자랑스럽다, 대단하다, 승리, 최고 같은 동(動)적이고 경쟁적인 단어를 주로 사용했답니다. 제임스 릴링 에머리대 신경과학과 교수는 “여자아이들이 공감 능력이 높은 반면 남자아이들은 타인과의 관계를 경쟁 관계로 보는 이유는 어려서 부모들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와 놀이습관 때문”이라며 “유아기에 아빠의 육아 참여가 아이들이 성장한 다음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 준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논문을 읽다 보니 얼마 전 아들과 한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여섯 살짜리 아들에게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 연주 배워 볼래”라고 물었더니 “피아노나 바이올린은 누나가 하는 것이고 남자는 축구나 태권도를 배워야 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왜 이런 구분을 지었을까’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연구자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저도 모르게 사용했던 단어와 말들이 성차별적 인식을 심어 준 것일까요. 이런 연구 결과들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육아는 정말 어려워!” edmondy@seoul.co.kr
  •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담임교사 돌보기→ 특수교사 지원→심리학자·의사 관찰… 낙오학생 없다”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담임교사 돌보기→ 특수교사 지원→심리학자·의사 관찰… 낙오학생 없다”

    “이제 전통적인 교사와 학생의 역할이 바뀌고 있습니다. 교사는 단순한 지식전달자가 아닌 학생들이 좀더 활동적으로 배울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무엇을 배우냐가 아니라 어떻게 배우냐가 중요해질 겁니다.”아넬리 라우티아이넨(58) 핀란드 국가교육청 혁신센터장은 “지금 지식에 접근하는 건 구글, 위키피디아에서 2초 만에 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핀란드 정부는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교육청에 혁신센터를 신설했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교육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 중이다. 라우티아이넨 센터장은 “수업에서의 정보기술(IT) 기기 활용뿐 아니라 교사들의 자기계발도 디지털화 할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있다”고 했다. 포용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라우티아이넨 센터장은 “지속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약자를 포용해야 하고 적어도 교육에서만큼은 모든 아이들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면서 “커리큘럼을 바꾸거나 지금처럼 새 기술을 도입하려 할 때도 평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핀란드는 낙오되는 학생을 3단계로 지원한다. 1차적으로는 담임교사가 돌봐주고 더 도움이 필요하면 특수교사가 지원한다. 특수교사는 학생의 상태를 보고 부모와 상의해 개인별 맞춤 계획을 짠다. 마지막 단계는 특별 지원으로 전문의들이 따라붙는다. 심리학자, 의사 등이 학생을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한다. 이 모든 게 학교 안에서 일어난다. 라우티아이넨 센터장은 “중학 과정을 마치면 절반은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절반은 직업학교(실업계고)에 가는데 직업학교를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취업의 길만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직업학교에서 본인이 재능을 발견하면 대학으로 진학해 박사학위까지 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일반고에서도 직업 전문 교육을 병행해서 받을 수 있다. 이것 역시 배움의 기회를 막지 않는 평등 시스템이다. 헬싱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H G 웰스의 세계사 산책(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김희주·전경훈 옮김, 옥당 펴냄) ‘과학 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작가가 지구의 탄생에서 세계 대전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풀어낸 역사서다. 559쪽. 2만 2000원. 이오덕의 글쓰기 교육 1~3권(이오덕 지음, 양철북 펴냄)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의 글쓰기 교육 선집. 1권 ‘이오덕의 글쓰기’, 2권 ‘글쓰기, 이 좋은 공부’, 3권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로 구성돼 있다. 396~468쪽. 1만 6000~1만 8000원. 산 로렌조의 포도와 위대한 와인의 탄생(에드워드 스타인버그 지음, 박원숙 옮김, 시대의창 펴냄) 이탈리아 와인 명가 가야 와이너리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까지의 이야기와 가야의 최고급 와인 ‘소리 산 로렌조’가 탄생한 과정을 소개한다. 400쪽. 1만 7500원. 도쿄를 만나는 가장 멋진 방법: 책방 탐사(양미석 지음, 남해의봄날 펴냄) 10여년간 서른 번 넘게 일본 도쿄를 찾은 작가가 직접 발로 뛰며 발굴한 매력적인 책방 67곳의 책방지기들과 나눈 책과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356쪽.1만 6000원.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김학진 지음, 갈매나무 펴냄) 심리학과 교수이자 사회신경과학자인 저자가 흔히 선의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졌던 이타적인 행동을 뇌의 생존 전략과 연결지어 설명한다. 280쪽. 1만 6000원. 난세의 중국 전망대(김진곤 지음, 몽키텍스트 펴냄) 주중 한국문화원 원장을 지낸 저자가 현지에서 경험한 다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중국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277쪽. 1만 5000원.
  • 이성에게 점수 따고 싶다면 ‘이것’ 신경써야 (연구)

    이성에게 점수 따고 싶다면 ‘이것’ 신경써야 (연구)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어필하고 싶다면 외모를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에 조금 더 신경쓰는 것이 좋겠다. 영국 서섹스대학과 폴란드 브로츠와프대학 공동 연구진이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서 발표된 논문을 재검토 해 외모와 목소리, 향기 등 이성에게 성적 매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향기와 목소리는 눈으로 보는 외모 만큼이나 첫인상과 매력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적 관계를 맺고 서로 매력을 느끼는 데에 있어 향기와 목소리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 예컨대 여성의 경우 낮고 굵은 남자다운 목소리를 가진 남성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었고, 특히 만난 횟수가 많지 않은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반면 남성의 경우 낮은 톤보다 높은 톤의 목소리를 가진 여성에게 끌리는 경우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목소리를 통해 비교적 정확하게 상대방의 성격이나 감정 상태, 체격 등을 추론하고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기 역시 마찬가지로, 냄새가 타인의 성격을 추론할 수 있는 단서가 되며 사람들은 이를 통해 직관적으로 자신과 잘 어울릴만한 사람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났을 때 상대방에게서 맡을 수 있는 향기를 통해 건강이나 개인적 성향 등을 직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최근 들어 얼굴의 생김새나 몸매 등 외적인 요소가 매력도에 미치는 영향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친구와 회사 동료 사이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나 이성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때 향기나 목소리 등도 무시할 수 없는 큰 요소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심리학 프론티어저널’(Journal Frontiers in Psych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중앙대 심리서비스대학원, 4개 전공분야 2017년도 후반기 석사 신입생 모집

    중앙대 심리서비스대학원, 4개 전공분야 2017년도 후반기 석사 신입생 모집

    중앙대학교 심리서비스대학원이 다양한 분야에서 요구되는 심리관련 프로그램 및 서비스 제공을 주도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2017학년도 후반기 신입생 모집을 오는 5월 28일까지 진행한다고 19일 밝혔다. 심리서비스대학원은 심리학 석사 야간과정으로 임상심리학 전공, 상담심리학 전공, 안전·리더십·코칭심리학 전공, 범죄 및 법정심리학 전공 등 총 4개 전공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재학연한은 총 5학기, 2년 6개월이다. 임상심리학 전공은 정신병리, 심리평가, 심리치료 등 체계적인 커리큘럼에 기반하여 심리적 불편감 및 부적응 문제를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임상 현장에서 치료적 개입을 하기 위한 임상심리사 양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상담심리학 전공은 개인, 집단, 가족 대상의 상담 이론과 기법에 대한 교육과정을 제공하여 전문적 조력자에게 필요한 지식 및 기술, 태도를 갖추도록 도움을 준다. 개인 및 가족 상담 관련 학회자격증 취득이 용이하도록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다. 안전·리더십·코칭심리학 전공은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안전과 리더십, 코칭과 관련한 다양한 심리학 이론 및 접근법을 교육하여, 조직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핵심리더십을 가진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범죄 및 법정심리학 전공은 법적인 문제를 심리학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이론을 연구하면서경찰·검찰 수사과정과 법정 공판과정에서 이를 실제로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이번 모집에는 학사학위취득(예정)자, 법령에 의하여 이와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라면 학사과정 출신학과 및 전공과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다. 원서 접수는 5월 28일 자정까지며 온라인 접수만 가능하다. 입학 원서 및 관련 서류 제출은 5월 29일 오후 6시까지다. 면접 전형은 6월 10일, 합격자 발표는 6월 16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내가 죽거든 양지바른 우주에…” 우주장례 시대 열렸다

    “내가 죽거든 양지바른 우주에…” 우주장례 시대 열렸다

    이제는 화장한 유골을 땅이나 강이 아닌 우주에 뿌리는 시대에 접어든 것 같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엘리시움 스페이스 측은 조만간 유골을 우주로 보내는 장례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지바른 무덤이 아닌 지구 궤도를 돌게 될 특별한 장례서비스의 이름은 '메모리얼 스페이스플라이트'(memorial spaceflight). 지구 밖으로 눈을 돌린 ‘우주장’(宇宙葬) 방식은 이렇다. 전직 미 항공우주국(NASA) 직원과 장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엘리시움은 우주장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작은 인공위성을 만들었다. 이 위성에 실리는 것이 바로 수백여 명의 유골이 담긴 캡슐이다. 이를 우주로 보낼 로켓에 싣기 위해 엘리시움 측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개발사 스페이스X와 손을 잡았다. 엘리시움 CEO 토마스 시베이트는 "우리의 장의 위성은 2년 간 평화롭게 지구 궤도를 돌게 될 것"이라면서 "이후 우주선은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면서 별똥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족들과 고인의 친구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현재 위성의 위치를 파악하며 추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회사 측은 이미 100명의 예약자를 받은 상태로 최저 가격은 예상보다는 싼 2490달러(약 280만원)다.   한편 최초의 우주 장례는 지난 1997년에 있었다. 민간 우주항공사 오비털 사이언스(Orbital Sciences)의 처녀 비행 때 페가수스 로켓에 실린 캡슐에 24명의 유골이 지구 궤도에 올려진 바 있다. 그 면면을 보면, ‘스타 트랙’의 제작자 진 로든버리,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티모시 리어리, 물리학자로서 우주탐사에 참여했던 제러드 오닐 등등이다. 이 캡슐은 2002년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재가 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윤전추·기치료 아줌마 ‘박근혜 거울방’ 출입…전문가가 본 심리상태

    윤전추·기치료 아줌마 ‘박근혜 거울방’ 출입…전문가가 본 심리상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와대 관저 안 거실을 거울방으로 꾸민 것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실무진이 관저를 손보려고 들어갔는데 거울이 사방에 붙어있어서 깜짝 놀랐다. 지금은 거울을 떼고 벽지로 마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내실로 가는 문을 차단해, 문을 열면 복도가 나오게 했다. ‘거울방’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청와대 요리연구가, 윤전추 행정관, 기치료 할머니 뿐이었다고 김막업 전 청와대 요리연구가는 증언했다.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은 “관저 주방에서 문만 열면 그냥 대통령 내실이다. MB 때는 들어가면 이발소도 있고 영부인 미용실도 있고 그랬는데 이번 정부는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심리적인 분석도 눈길을 끈다. JTBC ‘사건반장’에 출연한 샤론정신건강연구소 박상희 소장은 “심리학에서 거울은 중요하다. 현대인의 대표적 심리상태가 나르시시스틱이다. 헛헛한 마음을 자기에 대한 관심으로 푼다. 나르시스 신화에서도 자신이 너무 아름다워서 물에 빠져 죽는다. 거울도 자기중심 세상이다. 심리학자들은 열등감 자기 확신 부족에서 나온다고 한다. 너무 심리학적으로 과도하게 푸는 것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백성문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른 사람들과 접촉 안하고 혼자 밥 먹고 운동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폐쇄적 성격, 불통의 이미지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브런치] ‘멍때리기’가 뇌를 자유롭게 하리라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브런치] ‘멍때리기’가 뇌를 자유롭게 하리라

    꿈은 꾸라고 있는 법이다.철없던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신부나 수녀, 목사, 승려 같은 성직자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해 봤다. 철이 한참 든 뒤인 대학 졸업 무렵이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때는 대기업 서너곳 중 하나를 골라서 취업했다는 좋은 시절은 흘러간 옛 이야기가 돼 버린 1990년대 말 IMF 구제금융 시기였다. 타락한 세속적 인간이 거룩한 성직을 더럽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금세 마음을 고쳐 먹었지만 말이다. 막연한 미련 때문이었을까. 휴가 때면 가끔 산사를 찾기도 했다. 하나의 화두를 들고 잡념을 끊는 참선에도 참여했지만 내내 졸거나 끊임없는 잡생각으로 주지 스님의 죽비가 계속 어깨 위로 떨어졌다. 승려가 됐더라면 어깨가 남아나지 않을 뻔했다. 정신 차리라고 죽비로 많이 맞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사를 다녀오면 머릿속이 개운한 느낌이었다. 최근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이런 참선이나 ‘멍때리기’ ‘명상’으로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도록 ‘디폴트 모드’로 만들어 주는 것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디지털 경제미디어 ‘쿼츠’ 지난 8일자에도 미국 스탠퍼드대 자비·이타심 연구교육센터 에마 세페라 과학분과장이 쓴 ‘창의성에 가장 큰 걸림돌은 지나치게 바쁜 것’이라는 분석 기사가 실렸다. 열심히 일하는데도 창의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뇌가 휴식 없이 필요 이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대 뇌과학과 연구진이 ‘심리학 연감’에 발표한 논문이나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실험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쉼 없이 일에 몰두할 때가 아닌 공상에 잠기거나 딴짓을 하는 등 뇌가 여유를 가질 때 나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학사에서도 ‘여유’가 놀라운 발명이나 발견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목욕을 하다가 부력의 개념을 발견하고 옷도 입지 않은 채 ‘유레카’라고 외치며 거리를 뛰어다녔다는 얘기나 19세기 유기화학자 프리드리히 케쿨레가 꿈속에서 벤젠 고리 구조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20세기 전자기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니콜라 테슬라도 1881년 연구를 잠시 쉬고 여행을 갔다가 교류 전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인터넷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때문에 현대인들은 정보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밥 먹으러 가는 것, 옷 사는 것 같은 일상의 사소한 문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결정장애’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지나친 정보 과잉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다. 그렇지만 요즘 흔히 얘기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반짝거리는 창의력이 있어야 한다. 이럴 때 ‘멍때리기’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 것이다.
  • 보드카 과음한 뒤 목숨 잃을뻔 한 13세 소년

    보드카 과음한 뒤 목숨 잃을뻔 한 13세 소년

    영국의 13세 소년이 보드카를 다량 마신 뒤 목숨을 잃을 뻔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서머셋주에 사는 체이스 오웬(13)의 엄마는 최근 교내에서 보드카를 마신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아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오웬의 엄마에 따르면, 오웬은 며칠 전 학교 친구들이 콜라병에 담아 온 보드카를 나눠 마신 뒤 집 앞마당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곧장 병원으로 옮겨진 오웬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법적 음주 허용치의 2.5배에 달하는 상태였다. 조사에 따르면 오웬은 쓰러지기 전 3일 동안 매일 친구들과 보드카를 마셨고, 정신을 잃고 쓰러진 당일에는 지나치게 많은 양을 마셨다가 결국 변을 당했다. 의사들은 오웬이 뇌졸중이나 뇌수막염과 같은 후유증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웬의 엄마는 사회적네트워크서비스(SNS)에 병원에 누워있는 오웬의 사진을 올리고 “아들이 학교 친구들과 잘 지내보고 싶은 마음에 억지로 보드카를 마셨다가 이렇게 됐다”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또래 집단에게 받는 ‘동료의 압력’(peer pressure) 때문에 아들이 죽을 뻔했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이 받는 ‘동료의 압력’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기 위해 사진을 공개했다는 오웬의 엄마는 “우리는 자녀들에게 또래 집단에 들어가 어울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누구에게도 압력을 행사할 수 없으며, 반드시 학교에서 인기있는 친구들하고만 친할 필요 없이 스스로 좋은 친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주장대로 오웬이 실제 친구들과의 관계에 압박을 느끼고 원치 않은 술을 과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동료의 압력’으로 인한 다양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한다. 심리학적 용어인 ‘동료의 압박’ 혹은 ‘또래의 압박’은 자신이 원하는 것 보다는 타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피고, 타인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았을 때 소외될 것 같은 두려움에 시달리는 것을 뜻한다. 특히 유독 친구와의 관계를 중요시 하는 청소년의 경우 ‘동료의 압박’으로 인해 함께 비행에 빠져드는 등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조지선의 스타심리학] 연예인의 착한 중독

    [조지선의 스타심리학] 연예인의 착한 중독

    가수 션의 끊임없는 선행을 접할 때면 마음이 촉촉하고 말랑해진다. 참 고마워서 작은 선행으로나마 화답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이럴 것 같다. 하지만 살짝 삐딱해 보이는 견해도 없지 않다. 너무 과하지 않나? 이유가 뭘까? 연예인의 기부에 대한 일반적인 폄훼는 좋은 이미지를 위한 홍보 전략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부의 지속성과 규모가 션의 차원에 이르면 이미지 전략설은 힘을 잃는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중독설이다. “남을 돕는 것도 좋지만, 이 정도면 중독 아닌가요? 기부 중독.”험담인지 애정 섞인 염려인지 모를 이 말엔 진실에 더 가까운 통찰이 있다. 션의 지속적인 선행이 가능한 이유는 중독인 듯, 중독 아닌 갈망 때문이다. 약물중독과 션의 기부행위는 그 메커니즘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 바로 도파민 회로(mesolimbic dopamine pathway). 이 회로는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인간의 선한 갈망과 악한 갈망이 뇌의 도파민 체계에서 만난다고 할까. 도박, 게임, 인터넷 중독뿐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 연인을 그리는 마음, 애국의 열망도 이 회로가 백만볼트 불을 켜야 가능하다. “결혼식 날 제게 다가온 행복이 매우 커서 죽는 날까지 매일 만 원 이상 나누며 살기로 했어요.” 션이 자주 한 얘기다. 도박에서 몇 번 재미를 보면 도박용 도파민 회로가 형성되고 이를 반복하면 카지노 옆을 지날 때 회로가 반응하면서 도박을 원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기부를 반복하면 남을 도울 기회를 포착했을 때 도파민 회로가 열렬히 반짝인다. 션에게 주어진 행복한 기부천사의 지위는 개인의 선택과 도파민 회로의 시너지가 만든 작품이다. 한동안 도파민의 별명은 즐거움 전달자였다. 이런 세간의 오해를 바로잡은 심리학자 켄트 베리지에 따르면 도파민은 즐거움과 별 관련이 없다. 보상체계가 도파민이 담당하는 원함(Wanting) 체계와 오피오이드가 담당하는 좋아함(Liking) 체계로 구분된다는 것은 최근에 널리 알려졌다. 전자는 추구하고 바라는 것이고 후자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이다. 쥐의 도파민 회로를 차단하면 음식을 옆에 두고도 원하지 않아 굶어 죽는가 하면 오피오이드 회로가 차단된 쥐는 원해서 먹은 음식을 즐길 줄 모른다. 원함과 좋아함이 일치하는 않는 선택은 안타깝다. 즐기지도 못할 것을 열심히 찾는 꼴이다. 고백건대 ‘좋아함’이 결여된 일을 ‘원함’으로 시간을 낭비할 때가 많다. 아주 가끔씩만 재밌는 정보를 주는 인터넷 덕분에 내 도파민 회로는 클릭질을 부추기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안다. 투자한 시간에 걸맞은 즐거움이 없다는 것을. 게다가 원하는 대상이 흉한 것이라면 더 딱한 상황. 도파민이 약물에 과잉 반응하는 비합리적 ‘원함’의 상태가 약물중독이다. 중독자들의 ‘좋아함’은 사실 그저 그렇다. 선하디 선한 일에서 ‘원함’과 ‘좋아함’의 균형을 찾은 션은 진정한 현자다. “나누는 기쁨이 크다는 것을 알아요.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나눔도 삶의 일부가 되는 미래를 꿈꾸죠.” 나눔을 즐기고 그 결과 더 많은 나눔을 갈망하는 이 선순환에 갈채를 보낸다. 그가 연예인이어서 다행이다. 우리 사회에서 연예인의 착한 중독은 강력한 전염성을 갖는다. 연예뉴스의 대량 소비와 밀도 높은 사회관계망을 보면 당연하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지인의 말에 마음이 뜨거워진 적이 있다. “션 말이야. 그 젊은 친구를 보니 뭐라도 하고 싶더라고. 하루에 백 원씩 일 년을 모았는데 이것도 받아주는 데가 있겠지?” 좋은 일을 하고도 알리지 않은 연예인은 반성하시라. 오른손이 하는 깨알 같은 선행을 왼손뿐 아니라 나라 전체로 퍼트리는 것이 확산적 영향력을 갖은 연예인의 의무다. 누구나 션처럼 무엇엔가 미칠 준비가 된 채 태어난다. 그리고 옳게 미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인터넷 서핑보다 더 귀한 일에 도파민이 반응하도록 일단 쓸데없는 클릭질부터 끊어야겠다.
  • 한 살 딸에게 쌍꺼풀 수술 시키려 한 황당 엄마

    한 살 딸에게 쌍꺼풀 수술 시키려 한 황당 엄마

    자신 뿐 아니라 자녀까지도 예뻐지길 바라는 마음의 부모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중국의 한 주부가 한 살 밖에 되지 않는 딸을 성형외과로 데려가 쌍꺼풀 수술을 해달라고 조른 사실이 알려져 황당함을 주고 있다. 중국 일간지 충칭완바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충칭시에 살고 있는 샤오(30)씨는 갓 한 살 된 딸을 안고 평소 자신이 성형수술 차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병원을 찾았다. 담당의사를 만난 샤오는 대뜸 “딸 아이의 눈에 쌍꺼풀이 없어 예뻐 보이지가 않는다”면서 아직 갓난아기인 딸의 성형수술을 요구했다. 담당의는 “농담하지 말라”며 웃어 넘겼지만 샤오씨의 의지는 완강했다. 그녀는 “장난이 아니다. 수술비는 얼마든지 지불할 것이니, 딸의 눈을 예쁘게 수술시켜 달라”고 졸라대 병원 전체를 당혹케 했다. 샤오씨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딸이 정말 예쁘게 생겼지만, 쌍꺼풀이 없는게 유일한 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 딸이 어렸을 때부터 완벽하게 예쁜 외모를 가지길 원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황당한 사연이 알려지자, 충칭의과대학 심리학과의 메이지샤 교수는 “자녀가 예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 같은 욕심이 과해지면 아이의 육체적·심리적 성장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어 “성형수술은 반드시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며, 특히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의 경우 성장이 모두 끝나야 시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은 중국 내 청소년의 성형수술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대학입학을 앞둔 학생들의 시술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성형수술을 하는 청소년 이하 환자 중 60%는 부모님의 설득과 권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올바른 미적 관념을 지키고 아이들에게 이를 가르치는데 애써야 한다고 권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머리 크면 똑똑하다?

    미국 코넬대 신경생물학과와 심리학과 공동연구진은 머리가 좋으면 뇌 활동이 활발해 결국 머리가 크다는 속설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영국왕립학회에서 발간하는 ‘영국왕립학회보B-생명과학’ 11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노래하는 새(songbird) 58종을 대상으로 전체적인 뇌의 크기와 30개의 개별 영역의 크기, 신경네트워크의 복잡성 등을 분석했다. 조류의 뇌는 어류에 비해 발달돼 있지만 포유류처럼 복잡하지 않고 각종 뇌 기능에 대해 알려져 있는 부분이 많아서 연구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머리가 더 큰 새들이 입과 부리, 혀를 제어할 수 있는 뇌 영역이 특별히 발달해 있고 신경 네트워크가 복잡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유인원들과 비교해 사람의 머리가 큰 것도 언어와 같은 특정 능력을 통제, 관리할 수 있는 뇌 영역을 강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티모스 드부짓 교수는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생존에 필요한 요건을 생각하고 다른 개체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두뇌가 발달하면서 머리가 커진다는 것은 진화의 당연한 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흙수저들의 마지막 탈출구 공무원…“최소한의 삶 살고 싶어요”

    흙수저들의 마지막 탈출구 공무원…“최소한의 삶 살고 싶어요”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김광균, ‘와사등’ 중에서) “노량진 거리를 걸으면 ‘와사등’이란 시가 생각나요” 강석진씨는 말했다. 이제 스무 살, 만으로는 열아홉이다. 그는 노량진 인근 편의점에서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몇 분을 흘려보내는 것조차 아까워 책을 펼친다. 공무원 수험서다. 그는 원래 뮤지션을 꿈꿨다. 아직 세상에 내보내지 못한 자작곡이 여럿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에 참가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집안 사정 탓에 가수의 꿈은 일찍이 접었다. 그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공시생 대열에 합류한 까닭이다. 가능한 한 빨리 합격해서 경제적으로 자립해야만 한다. ● 노량진의 스톱워치는 쉬는 법이 없다 김유진(25·가명)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노량진으로 왔다. 전공을 살려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했다. 1년쯤 되니 회의감이 들었다. 몸을 많이 쓰는 일이라 힘에 부쳤다. 무엇보다 “40~50대가 되어도 계속할 자신이 없어 그만뒀다”고 말했다. 보건행정직을 지망하면 관련 자격증이 있는 김씨는 가산점이 붙는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지만, 다른 직렬인 교육행정을 준비 중이다. 학교는 퇴근 시간이 일정하고, 방학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젠가 누릴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 문제집 옆에 놓인 스톱워치가 쉼 없이 돌아갔다.1.8%의 성공률.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대학내일20대연구소, 청년유니온과 조사한 결과, 공무원 시험 합격률은 1.8%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1~2명꼴이다. 지원자 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데 비해 임용 인원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합격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는 것이다. 2016년 7·9급 국가공무원 지원자 수는 약 29만 명이었다. 같은 해 신규 대졸자 수 51만여 명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이 중 합격자 수는 5000여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28만여 명은 시험을 포기하거나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극소수만이 살아남는 구조다. ● “나라가 망할 일은 없잖아요” 청년들은 왜 이토록 어려운 시험에 매달리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고용 안정성’ 때문이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자기계발을 하거나 취미를 즐길 시간적 여유가 있다. 3년 차 일반행정직 공무원 이미현씨(32)는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학 졸업 후 온라인마케팅회사에서 4년간 경력을 쌓았다. 일이 제법 익숙해지자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업계 수명은 너무도 짧았다. 선배들은 마흔을 못 넘기고 치킨집을 열었다. 그것은 곧 이씨의 미래였다. 그날이 오기 전에 사표를 내고 노량진으로 발길을 돌렸다.“나라가 망할 일은 없잖아요” 공시생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다. 기업의 존립도, 개인의 생존도 불안한 사회에서 공무원만큼은 나랏밥 먹으니 안전할 거란 뜻이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는 공무원 시험 열풍에 대해 “사회 전반적인 일자리의 질이 낮아져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거니와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40대 중반이면 은퇴하는 게 현실이다. 그에 비해 공직사회는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 교수는 “난민들이 복지제도가 잘 구축된 유럽으로 떠나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나 원하는 사회로 모두가 진입할 수는 없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그만큼 값을 치러야 한다. 이주연(30·가명)씨와 김선욱(27·가명)씨는 연애를 포기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사랑보다 멀고 우정보다 가까운 사이”라고 소개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공부에는 방해가 된다는 것에 둘 다 동의했다. 같은 공무원 학원에 다니고, 쉬는 시간엔 도시락도 함께 먹지만 딱 거기까지 선을 긋는다. 시험이 끝나면 다시 만날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한 사람만 합격하거나 둘 다 불합격할 경우엔 관계가 불편해진다. 인간적인 삶의 모든 조건은 합격 이후로 미뤘다.노량진역 3번 출구 맥도날드는 이른바 공시생들의 ‘성지’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공부하거나 스터디모임을 가진다. 노량진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찾기 힘들다. 주머니 가벼운 수험생에겐 커피 한잔도 사치인 셈이다. 그래서 1000원이면 충분한 패스트푸드점을 찾는다. 고정민(27)씨는 3월에 치렀던 경찰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남은 면접을 대비하기 위해 스터디그룹을 만들었다. 한상준(25)씨와 김근영(27)씨가 모집 글을 보고 맥도날드를 찾았다. “경찰공무원은 대규모 채용이라 그나마 사정이 낫죠” 한고비 넘긴 그들의 얼굴엔 안도감이 돌았다. 그 옆엔 뷔페식 고시식당이 하나 있다. 공시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식당이다. 한 끼 식사에 4500원이다. 다량의 식권을 구매하면 할인된다. 사장 이상규(48)씨는 단골이 합격해서 막걸리 한 병 사 올 때 가장 기쁘다고 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장사를 접어야 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공시생 자체는 늘어도 노량진을 찾는 이들은 점점 줄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준비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고시원비가 평균 월 40만~50만원이다. 과목당 15만~20만원씩 하는 학원비도 부담이다. 요즘은 자구책으로 저렴한 인터넷 강의를 많이 듣는 추세다.● 공정한 경쟁의 마지막 탈출구 청년들은 이 모든 정신적, 경제적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공무원이 되고자 한다. 흙수저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마지막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오찬호씨는 “불공정한 사회 안에서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이라며 “이에 시민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분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점차 ‘안정추구형’으로 변해간다”면서 “과거에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시대이기에 안정적인 직업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시생들에게 원래 공무원이 꿈이었냐고 물으면 대부분 아니라고 답한다. 한때는 저마다의 꿈이 있었다. 다만 꿈꾸는 대로 이룰 수 없기에 세상과 타협할 뿐이다. 오찬호씨는 “공무원 시험만이 희망인 현 세태가 10년 뒤엔 과거 속 추억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광 교수는 “기업문화가 ‘인간 중심’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안정된 일자리에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면 지금의 기현상은 사그라질 것이라고 봤다. 대안을 좇는 청년들을 탓하기보다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먼저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부평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 “해골이 뚝 떨어졌다”

    그것이 알고싶다 부평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 “해골이 뚝 떨어졌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13일 방소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부평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에 대해 추적했다. 인천시 부평구 원적산 분지에 위치한 청천 공단은 1980년부터 영세한 공장들이 줄줄이 들어서기 시작했다.공단에서 10년 넘게 보수공사를 해 온 강씨는 2016년 4월 28일 공장건물에 딸린 재래식 화장실 옆에 타설된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서 백골을 발견했다. 강씨는 “시멘트를 확 제끼니까 해골이 뚝 떨어져서 뚜루루 굴러서 이리로 내려왔다. 동물 뼈 인줄 알고 발로 툭 차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온전하게 보관된 사람 한 명의 형체. 경찰은 곧 수사에 착수했고, 현장 감식을 통해 피해자 신원 확인에 우선 주력했다. 백골로 발견된 이는 20대 여성으로, ‘몽골계’로 확인됐지만, 수 천 명의 실종자 DNA 대조작업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장 감식을 통해, 콘크리트 속에서 백골과 함께 발견된 담배갑, 라면스프 봉투 등의 유류품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범행의 시기를 압축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제작진은 1년 전 사건 발생 직후 백골이 발견된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피해자 신원에 관한 주변 탐문을 시작했다. 또한 경찰이 감식을 마친 후, 실제 타설되었던 콘크리트 조각의 일부를 수거할 수 있었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실제 콘크리트가 타설된 시점을 역추적해서, 범행이 발생한 시기를 좁혀보기로 했다. 백골이 발견된 이후, 수개월이 지나면서 공단 내에는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다. 문제의 소문은 범행 장소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몇 해 전 추석 연휴를 보낸 후 돌아오니 외국인 근로자들이 전부 도망쳤다는 이야기부터, 새로 개업한 공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형태의 굿을 수차례나 벌였다는 이야기,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오동나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까지. 이 모든 이야기가 가리키고 있는 곳은 바로 한 장소, 백골이 발견된 공장 1층이었다.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는 “건물에 임대를 해서 들어와 있거나, 이 건물에 있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하는 사람들은 원래 있던 건물에 구조물을 새로 지어서 변형하는 것을 매장방법으로 택하기 굉장히 어렵다”라고 말했다. 프로파일러는 암매장 됐던 장소를 찾아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근지역에 지금 야산이 있거나 매장할 장소가 굉장히 많은데 굳이 그런 여러 가지 준비물이 필요한 걸 가지고 피해자가 은닉하겠다는 의미는 특히 한겨울 같은 경우는 땅을 파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고 살해시기를 겨울로 추정했다. 이어 “범죄자들이 사실 굉장히 범행을 은폐할 때 사고 폭이 넓지 않다. 남들은 많은 동작이 필요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성격이나 직업이 개입된 것이다. 아주 전문적이지 않아도 그런 환경에 노출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시멘트를 만지거나 이와 관련된 혹은 노출 된 직업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직업적 습성을 가장 많이 나타내는 것은 30대 중반 이후 40대 전후반까지 잘 나타난다. 이 경우에는 다양한 도구, 시간, 장소 물색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정도로 준비했다는 것은 지킬 것이 많다는 것이다”면서 피의자는 소심한 성향 특성이 있지만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추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재래식 화장실 옆 ‘백골’, 부평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

    ‘그것이 알고싶다’…재래식 화장실 옆 ‘백골’, 부평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

    13일 밤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부평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을 파헤친다. 인천시 부평구 원적산 분지에 위치한 청천 공단은 1980년부터 영세한 공장들이 줄줄이 들어서기 시작했다.공단에서 10년 넘게 보수공사를 해 온 강씨에게 2016년 4월 28일, ‘그날’은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생생하기만 하다. 이 사건의 최초 신고자인 강시는 SBS 제작진에 “시멘트를 확 제끼니까 해골이 뚝 떨어져서 뚜루루 굴러서 이리로 내려오더라고, 나는 동물 뼈 인줄 알고 발로 툭 차려고 그랬어요”라고 말했다. 보수공사를 하던 공장건물에 딸린 재래식 화장실 옆에 타설된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서 백골이 발견된 것이다. 사람 한 명의 형체가 온전하게 보관돼 있었다. 경찰이 곧 수사에 착수했고, 현장 감식을 통해 피해자 신원 확인에 우선 주력했다. 백골로 발견된 이는 20대 여성으로, ‘몽골계’로 확인됐지만, 수 천 명의 실종자 DNA 대조작업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장 감식을 통해, 콘크리트 속에서 백골과 함께 발견된 담배갑, 라면스프 봉투 등의 유류품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범행의 시기를 압축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제작진은 1년 전 사건 발생 직후 백골이 발견된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피해자 신원에 관한 주변 탐문을 시작했다. 또한 경찰이 감식을 마친 후, 실제 타설되었던 콘크리트 조각의 일부를 수거할 수 있었다. 제작진은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현장에서 확보한 콘크리트 성분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실제 콘크리트가 타설된 시점을 역추적해서, 범행이 발생한 시기를 좁혀보기로 했다. 백골이 발견된 이후, 수개월이 지나면서 공단 내에는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다. 문제의 소문은 범행 장소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몇 해 전 추석 연휴를 보낸 후 돌아오니 외국인 근로자들이 전부 도망쳤다는 이야기부터, 새로 개업한 공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형태의 굿을 수차례나 벌였다는 이야기,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오동나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까지.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가 가리키고 있는 곳은 바로 한 장소, 백골이 발견된 공장 1층이었다.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는 “건물에 임대를 해서 들어와 있거나, 이 건물에 있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하는 사람들은 원래 있던 건물에 구조물을 새로 지어서 변형하는 것을 매장방법으로 택하기 굉장히 어렵죠”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관할 등기소에서 발급받은 ‘폐쇄 등기부등본’을 토대로 해당 건물을 소유했던 건물주들과 실제 건물에서 공장을 운영한 사업자들을 찾아 나섰다. 박스 공장을 운영한 첫 번째 건물주부터, 현재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까지의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나아가 해당 공간에 관한 이들의 기억을 통해 범행이 발생한 시기를 한 번 더 압축해보고자 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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