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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리·경제의 융합’ 비주류 경제학 선구자… ‘넛지’ 승리의 저주‘ 저자로 대중적 인기

    ‘심리·경제의 융합’ 비주류 경제학 선구자… ‘넛지’ 승리의 저주‘ 저자로 대중적 인기

    ‘넛지’의 공동 저자로 유명한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72)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제49회 경제학상 수상자를 탈러 교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개인의 의사결정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과 심리학적 분석을 연결하는 데 이바지했다”면서 “그의 경험적 발견과 이론적 통찰력이 경제 연구와 정책 분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행동경제학을 확장시키는 데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제한적 합리성과 사회적 기호, 자기통제 결여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인간적 특질이 시장의 성과뿐만 아니라 개인적 결정에 어떻게 조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줬다고 설명했다.  독일계 미국인으로 뉴저지에서 태어난 탈러 교수는 제한적 합리성에 기반한 경제학 분야인 행동경제학을 체계화한 학자다. 특히 인지적 제약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행동금융학 창시자로 손꼽힌다. 로체스터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코넬대와 MIT 경영대학원 등을 거쳐 1995년부터 시카고대 보스경영대학원에 재직하고 있다. ‘승자의 저주’ ‘넛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등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그는 대학원 시절부터 주류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 인간’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경제학 이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1977~1978년 스탠퍼드대에서 일할 당시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 아모스 트버스키 교수와 학문적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행동경제학이 태동됐다. 카너먼 교수는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그 공을 탈러 교수에게 돌리기도 했다.  탈러 교수는 1987~1990년 학술지 ‘경제학 전망’에서 ‘이상 현상들’이란 제목으로 기존 주류경제학 이론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들을 연재하는 특집을 게재하면서 행동경제학을 주류 반열에 올려놓는 데 이바지했다.  특히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2008년 출간한 ‘넛지’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행동경제학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을 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등에게도 큰 영향을 줬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를 표현하는 ‘넛지’는 공공정책에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 탈러 교수는 ‘이콘’(호모 이코노미쿠스를 줄인 말)과 현실 속에 존재하는 허점투성이 ‘인간’을 대비시키며 주류경제학에서 당연시하는 ‘합리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인간’이라는 가설을 비판했다.  탈러 교수는 공정성에 대한 이론과 실험으로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공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때문에 기업이 수요가 많은 시기에도 비용이 오르지 않는 한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원리를 설명했다. 탈러 교수는 동료들과 함께 ‘독재자 게임’을 고안했는데, 이는 세계 각지에서 공정성에 대한 여러 집단의 태도를 측정하는 연구에 많이 활용됐다. ‘함께 행하는 동반자 모델’을 통해 사람들이 새해 다짐을 잘 지키지 못하는 점에 대한 연구에도 족적을 남겼다.  탈러 교수는 수상자 발표 직후 노벨위와의 통화에서 “기쁘다”면서 “경제 행위자가 사람이고, 경제 모델은 이를 포함해야 한다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상금을 어떻게 쓸 것인가란 물음에 “재미있는 질문”이라며 “가능한 한 불합리하게 쓰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노벨경제학상은 다른 노벨상과는 달리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다. 정식 명칭도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이다. 다만 다른 노벨상과 마찬가지로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른 원칙에 의거해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선정해 시상한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마이클 리 “美서 태어나 인종차별 많이 겪어…소수자의 외로움 잘 이해합니다”

    마이클 리 “美서 태어나 인종차별 많이 겪어…소수자의 외로움 잘 이해합니다”

    뮤지컬 ‘헤드윅’(11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은 동독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트랜스젠더 록가수 헤드윅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로 유명세를 떨친 이 작품은 1998년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의 한 소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20년 가까이 흘렀다. 2005년 한국으로 건너온 헤드윅은 미국보다 국내에서 더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헤드윅’은 꿈의 배역… 아예 생각도 못 했어요 보통 4~5명의 남자 배우가 번갈아 연기하는 각양각색의 헤드윅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작품의 매력. 올해는 좀더 특별한 헤드윅이 등장했다. 한국 공연 최초로 영어로 노래하고 말하는 헤드윅이다. 미국에서 한국을 방문한 헤드윅이 대학로의 낯선 공연장을 찾아 한국 관객과 만난다는 설정의 원어 무대를 책임지는 이는 재미교포 배우 마이클 리(44)다. 처음으로 맡게 된 헤드윅은 그에게 “꿈의 배역”이었다. 약 3년 전부터 원어 공연의 주인공으로 마이클 리를 점찍었다는 제작사 쇼노트의 임양혁 이사는 “뮤지컬 ‘헤드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는 한정판 공연”이라고 말했다. 오리지널 버전과 흡사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이번 공연은 마이클 리에게도 의미가 깊다. 단지 친숙한 영어로 무대에 오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성전환 수술에 실패하고 사랑하는 첫 남편과 연인으로부터 버림받은 헤드윅의 외로움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는 건 그 역시 소수자로서 삶의 장벽 앞에 많이 서 봤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들이 평소 얼마나 차별을 받는지 잘 모르지만 저는 미국에서 태어난 동양인으로 인종 차별을 많이 겪었어요. 헤드윅의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을 상대적으로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좀 다른데 어떻게 해야 세상을 편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계속 했어요. 헤드윅도 속으로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요.” 영화로 처음 만난 헤드윅은 그에게 꿈같은 존재였다. 미국 무대에서 동양인 배우를 써줄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꿈만 꾸다가 실은 꿈에서도 안 될 것 같아서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한국에서 활동하던 중 3년 전 조승우씨가 출연한 헤드윅을 보고 다시 꿈꾸게 됐죠. 그런 무대에서, 게다가 영어로 공연을 한다니 정말 영광이죠.” 원어 무대는 대사 전달에 대한 부담은 적지만 작품 자체가 커다란 도전이다. “2시간 동안 거의 혼자 공연을 이끌어야 하는 원맨쇼잖아요. 게다가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의 반쪽을 찾는 심오한 주제를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작품이죠. 관객 반응이 걱정됐는데 한국 관객이 워낙 헤드윅에 대한 애정이 커서 인지 언어와 상관없이 제 공연을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1995년부터 미국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2006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 크리스 역으로 한국 관객과 처음 눈을 맞췄다. 2013년 가족(아내와 아들 둘)을 모두 데리고 아예 한국에 정착했다. “2013년 제가 출연했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반응이 좋았어요. 그때 아내가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해 줬죠. 사실 한국어 연기는 겁도 나고 어려웠지만, 그만큼 많이 배웠어요. 2년 뒤 뮤지컬 ‘앨리전스’ 출연을 위해 다시 브로드웨이에 갔을 때 그곳 선후배, 동료보다 제 무대 경험이 훨씬 많은 걸 보고 한국에서 제가 얼마나 크게 성장했는지 깨달았어요.”●시나리오 쓰고 작사·작곡… 연출도 하고파요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의대 진학 준비를 하다가 배우의 길로 접어든 그는 꾸준히 시나리오 작업과 작사, 작곡을 해 왔다. 그래서인지 그는 배우 이외에도 또 다른 도전을 꿈꾸고 있었다. “요즘에는 연출을 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어릴 때는 오로지 제가 맡은 배역만 생각했죠. 요즘은 연습실에 가면 ‘어떻게 하면 이 작품의 스토리를 잘 보여 주고 등장인물들의 매력을 잘 보여 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해요. 제가 직접 쓰고 연출하는 뮤지컬 무대에 동료 배우들이 서 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꿈만 같아요. 다른 배우들의 꿈을 키워 주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은데 잘은 모르지만 이런 걸 아빠 마음이라고 하나요? 하하하.”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괴물’이 된 소년들…소년법 개정·폐지가 해결책일까

    ‘괴물’이 된 소년들…소년법 개정·폐지가 해결책일까

    시작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지난달 온몸이 피칠갑인 채로 무릎 꿇은 소녀의 모습이 공개됐다. 이 사진으로 부산에서 여중생 4명이 또래를 1시간 넘게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곧이어 유사한 사건들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충남 아산에선 여중생들이 동급생을 모텔에 감금하고 무차별 폭행했다. 강릉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해변과 자취방을 오가며 피해자를 집단 폭행했다. 그뿐만 아니다. 사건이 공론화된 후에도 가해자들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 소년법의 목적은 처벌 아닌 교화 올해 3월 발생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범인 역시 10대들이었다. 이 사건은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일으켰다. 지난달 22일 범인 김모(17)양과 박모(18)양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주범 김양은 8세 여자아이를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살인을 공모한 박양은 무기징역에 처했다. 김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형량을 받은 이유는 만 17세로 소년법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소년법은 처벌 목적보다는 교화를 위해 제정됐다. 그렇기에 현행 소년법은 19세 미만 소년의 경우 성인과 달리 처벌을 감경해주는 조항이 있다. 소년법 제59조에 의하면 사형 또는 무기형에 준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15년형 이상 선고할 수 없다. 또한 살인과 강간, 특수강도 등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도 범행 당시 18세 미만이었다면 법정 최고형을 20년으로 제한한다. 특히 만 10~14세 ‘촉법소년’은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분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이에 한 시민은 지난달 청와대 홈페이지에 소년법 폐지를 청원했다. 청소년이라도 중죄를 지었다면 성인과 같은 수준으로 엄벌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다. 40만여 명에 이르는 시민이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소년범죄가 그 잔혹성으로 시민들의 공분을 샀고, 악화된 여론이 청원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법 개정보다는 예방과 교화에 더 초점을 맞춰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 아이들이 죄의 무게를 깨닫도록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년법상의 미온적 처벌이 더욱 끔찍한 사건을 불러일으킨다”면서 소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소년들이 죄를 지어도 경미한 처벌을 받거나 훈방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겪는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자신이 지은 죄의 무게를 깨닫지 못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 그 예다. 피해자가 한차례 폭행당한 직후 경찰에 고소하자 가해자들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2차 폭행을 감행했다.표 의원은 “검사의 조건부 기소유예가 남용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봤다. 소년법 제49조에 따라 검사는 피의자가 적절한 선도·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경미한 처벌을 지켜보면서 누구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무력감을 가지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해자들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무거운 처벌을 받지 않을 거란 인식이 존재하므로 이러한 부조리를 해소하는 게 먼저”라고 표 의원은 덧붙였다. 일본은 지난 2000년 형사 책임 연령을 기존 16세에서 14세로 낮췄다. 또한, 16세 이상 청소년이 살인을 저지를 경우 형사재판에 넘길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미국 역시 18세 미만은 소년법 적용을 받지만, 강간과 살인 등 강력범죄는 예외다. 대신 교화와 갱생을 돕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소년범죄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표 의원 역시 “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실효성 있는 교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교도소는 학교가 아니다 아이들의 범죄 동기는 어른과 다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소년범죄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환경적 결핍’과 ‘나쁜 자극’이다.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가 음란물이나 폭력적 콘텐츠를 자주 접할수록 범죄에 빠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소년원 아이들 대부분 결손가정이란 점을 주목하면서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 범인들은 드물게 유복한 집안이었지만, 이들도 부모들이 평소 관심을 기울였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교도소는 학교가 아니기에 갱생이 불가능하다”면서 소년법을 개정·폐지하는 것은 반대했다. 다만 “적절한 교육을 통해 조기에 교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가해자들은 사건 당시 이미 보호관찰 대상이었다. 이 교수는 “그 아이들이 제대로 보호관찰을 받아 반성하고 갱생할 수 있었다면 2차 폭행이 일어났겠냐”고 반문했다. 이어서 담당 인력이 부족한 보호관찰 시스템의 문제를 먼저 보완할 것을 제안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계적 추세로도 소년범은 성인범과 다르게 취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 협약을 따르고 있다. 미국은 미성년자에게도 사형 선고가 가능했으나 2005년 연방대법원이 이를 위헌이라고 선언하면서 금지됐다. 금 의원은 “미성년자에게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우려면 투표권을 비롯한 다른 영역에서도 동등한 권리를 줘야 한다”면서 형평성 문제도 거론했다. ● 손가락질 거두고 함께 고민할 때 천종호 부산가정지법 부장판사는 “소년법 논란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지만, 실상 소년법 개정으로 학교 밖 폭력을 해결할 순 없다”는 맹점을 들었다. 그보다는 “학교 밖 폭력이 가정의 해체, 공동체 붕괴 같은 ‘관계의 문제’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얻지 못하는 위안을 또래 집단에서 대신 얻는다. 그러나 비행 청소년들이 모인 또래 집단에 들어가 더욱 심각한 일탈에 빠져들 뿐이다.창원지방법원은 2010년 창원시 진해구에 ‘청소년회복센터’를 만들었다. 일종의 사법형 그룹홈이다. 법정에서 보호처분 받은 아이들을 돌보며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하는 곳이다. 민간이 운영하고 법원이 운영비를 지원한다. 사법형 그룹홈은 ‘회복적 사법’의 일환이다. 회복적 사법은 처벌과 격리보다 치유와 회복에 더 중점을 두는 법이다. 청소년회복센터에서 소년범들을 맡아 교육한 후로 창원지법 관할 소년범 재범률은 전국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천 판사는 “우리 사회는 나쁜 아이들을 향해 손가락질만 했지, 그 아이들을 바로 세우는 방법은 고민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2011년 대구에서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때도 학교폭력을 해결하고자 엄벌주의에 입각한 방안들을 쏟아냈다. 2017년에 이른 지금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토록 끔찍한 일을 저지르기까지 어른들의 책임은 정말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전 국정원 직원 “노무현 코알라 합성사진에 심리학자 동원”

    전 국정원 직원 “노무현 코알라 합성사진에 심리학자 동원”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이미지 훼손을 위해 심리학자를 동원해 ‘코알라 합성사진’을 만들어 배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전 국정원 심리전단 관계자는 28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심리학 이론에 따른 3단계 전략에 따라 이미지 덧칠 공작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모욕을 주는 3단계 방법이라는 심리학 이론을 응용했다. 1단계 ‘권위 훼손하기’ 2단계 ‘주위에 있는 사람이 떠나가게 만들기’ 마지막 3단계 ‘고립시키기’였다. ‘문성근-김여진 합성사진’은 처음에는 품질이 너무 좋으니까 전문가 티 나니까 날티나게 하라고 지시를 하더라. 일베를 통해 다 배포했다”고 말했다.또 “합성 사진을 어떻게 하면 더 모욕적으로 할 수 있는지 엄청나게 자문하는 교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더 촌스럽게 보이고 더 모욕적인 느낌일 것 같냐?’고 회의했다”면서 “당시 자문 교수에 ‘심리학 배워서 왜 그런 거 하시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심리학자는 ‘심리와 관련해 자문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문은 아니고 옛날에 (국정원) 전 직원들 특강을 한번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심리학자의 해명에 전 심리전단 관계자는 “얼굴 보고 대면하자고 하라, 내가 거짓말 할 이유가 뭐가 있는가”라며 “북한이나 적한테 할 행동을 국민한테 하는 게 너무 화가 많이 난다”면서 노 전 대통령 영정사진과 코알라 사진을 합성한 것도 심리학자가 자문한 것이라고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공작과 관련해서는 사적 네트워크를 활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사적으로 접근해서 ‘저 사람 쓰면 안돼’ 이러면서 부탁하고 그런 게 바로 ‘사적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또 “갑자기 발령 날 거라고 승진할 거라고 얘기해놓고 ‘한번 얼굴 보자. 밥이나 한번 먹자’ 불러내서 그때 얘기하는 것이다, 제안을 밀어넣고 ‘이렇게 해라’고 했다”며 “거부하면 승진 안 되고 계속 물 먹는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日 ‘후라리만’ “칼퇴근해도 집에 안 가요”

    日 ‘후라리만’ “칼퇴근해도 집에 안 가요”

    #일본 도쿄의 물류회사에서 일하는 결혼 2년차 하세가와 쓰요시(36). 일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일하는 방식 개혁’으로 인해 오후 10시였던 퇴근시간이 1년 전부터 오후 6시로 대폭 당겨졌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가 저녁밥을 해놓고 기다리지만 그는 퇴근하고 곧장 집에 가지 않는다. 공원에서 책을 읽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매일 집 근처 야구연습장에서 300엔(약 3000원)을 주고 스윙 연습을 하는 게 제일 큰 낙이다. 그는 퇴근 후 두 시간이 지나서야 귀가한다.●30% 여유 활용할 줄 몰라 방황 일본에서 퇴근 후 곧바로 집에 가지 않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NHK는 지난 19일 아침 프로그램 ‘오하요 닛폰’을 통해 이런 남성들을 ‘후라리만’이라고 명명했다. ‘후라리만’은 ‘비틀비틀하다’라는 단어에 직장인을 뜻하는 ‘샐러리맨’을 붙인 단어로, 메지로대 명예교수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시부야 쇼조가 2007년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당시는 일본의 베이비부머인 단카이세대가 일제히 정년퇴직을 맞은 시기로, 그동안 일에 치여 가정을 뒤돌아보지 않았던 남성들이 집에서 갈 곳을 잃고 비틀비틀대던 모습을 빗대 만든 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줄어든 노동시간 대신 생긴 여유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곧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전자제품점, 게임장 등 이곳저곳을 기웃대는 직장인을 일컫는 말로 바뀌었다. ●“남성상의 변화로 괴리감 느껴” ‘후라리만’이 생긴 원인은 무엇일까. NHK는 ‘일하는 방식 개혁’으로 퇴근이 빨라진 직장인들이 여유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취재팀이 도쿄의 직장인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퇴근시간이 빨라졌다고 답한 사람은 100명 중 절반인 50명이었다. 이 중 ‘일이 빨리 끝나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 딴 곳으로 빠진다’고 대답한 사람은 28명으로, 전체의 약 30%에 달했다. ‘일하는 방식 개혁’이란 아베 정권이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사업으로,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고 재택근무를 장려하는 등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중시하는 일련의 정책을 말한다. ●“책임감 없어” “혼자의 시간 필요” ‘후라리만’을 두고 일본 누리꾼 사이에서는 비판과 공감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책임감이 없다’, ‘전업주부도 곁길로 빠지고 싶다’ 등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편으로 ‘혼자서 리셋하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곧바로 집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잘 안다’ 등등 공감하는 의견도 있었다. 시부야 교수는 NHK에 “남성들이 가정에서의 역할을 찾으려 해도 맞벌이의 증가에 따라 (가정과 직장 양쪽에서) 존재감을 늘리는 여성에게 상대할 수 없어 ‘후라리만’이 된다”면서 “‘억척스럽게 일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지금까지의 남성상과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중시하는) 새로운 남성상 간의 괴리가 직장인들을 방황하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개구리소년 사건 유골 발견 15주기…‘개구리소년 사건’이란

    개구리소년 사건 유골 발견 15주기…‘개구리소년 사건’이란

    ‘개구리소년 사건’ 유골 발견 15주기 추모제사가 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와룡산 유골 발견 현장에서 열렸다.유가족 측은 이날 추모제에서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촉구했다. 유가족들과 시민의 모임 등은 이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미흡했고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경찰이 곡괭이와 삽으로 아이들의 유골 발굴 현장을 훼손했다. 유골 4구를 파헤쳐 놓았고 유골 1구만 감식반이 와서 조사했다”며 “유골 발견 이틀 만에 사인을 저체온증에 의한 자연사로 추정했지만 결국 경북대 법의학팀은 검사 40여일 후에 타살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엔 전미찾모 나주봉 회장과 고(故) 우철원군의 아버지 우종우(70)씨가 개구리 소년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대구 성서경찰서에 아이들 실종 후 2년, 시신 발견 후 1년 동안의 수사관련 자료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개구리소년 사건’은 1991년 3월 26일.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서 지역에 살던 5명의 국민학생들이 인근 와룡산에 올라갔다 실종된 사건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 중 가장 유명한 어린이 실종 사건이다. 정식사건명은 “대구 성서초등학생 실종사건”이었으나, 2002년 시신들이 발견되면서 “대구 성서초등학생 살인 암매장 사건”이 되었다. 수사는 별다른 성과 없이 영구미제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2011년 ‘그것이 알고 싶다’는 범죄심리학자의 말을 통해 ‘아무리 상대가 어린아이라도 5명이나 되면, 범죄자의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위축되는 면이 생긴다’는 분석과 범인이 1명이었다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산에 오르거나, 일시적으로 한두 명이 떨어져서 놀던 차에 아이들 중 일부를 먼저 발견하였고, 순차적으로 살해하였을 가능성도 제시하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긴 추석 맞는 혼휴족… ‘쉼표’ 찍거나 ‘한숨’짓거나

    긴 추석 맞는 혼휴족… ‘쉼표’ 찍거나 ‘한숨’짓거나

    템플스테이·다이어트 등 돌입고단한 삶 속 ‘개인 행복’ 찾아 신입사원·알바생 등 휴일 근무 숙박비 너무 비싸 여행 포기도전례 없이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나홀로 휴가를 즐기는 20~30대 ‘혼휴족’이 대거 속출할 조짐이다. 휴일이 워낙 길다 보니 가족과 평균적으로 보내는 시간을 제외해도 남는 시간이 넉넉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혼휴족들은 이번 연휴를 고단한 삶 속 ‘작은 쉼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직장인 박모(24)씨는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스마트폰을 끊고 나홀로 ‘템플스테이’ 체험에 나설 계획이다. 박씨는 “숨막히는 직장 생활 속에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해 신청했다”면서 “자연 속에서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지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서모(31)씨는 부모님이 홍콩 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혼휴족 대열에 합류했다. 서씨는 “평소 보지 못했던 영화도 보고 만화책도 읽으면서 휴일을 의미 있게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35)씨는 “평소 잦은 회식으로 과식을 많이 해 살이 뒤룩뒤룩 쪘는데 일이 많아 다이어트를 할 틈이 없었다”면서 “이번에 마음 단단히 먹고 다이어트에 돌입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25일 “혼휴족은 개인의 행복을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한 사람들”이라면서 “단순히 ‘멍때리기’만 하더라도 거기서 기쁨과 행복을 찾게 된다면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 심리 상태도 건강해진다”고 진단했다. ‘나홀로 명절족’은 빅데이터를 통해 실제로도 확인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가 2015년부터 올해까지 8월 1일부터 9월 18일 사이 추석 연관어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다이어트’가 처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선물’은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지만 언급량은 큰 폭으로 줄었다. ‘고향’은 2015년 2위에서 지난해 3위로, 올해에는 5위까지 하락했다. 다음소프트 측은 “추석을 혼자 보내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가족 중심 위주였던 명절 계획이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쪽으로 변해 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혼휴족들의 표정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취업준비생과 아르바이트생 그리고 연휴 동안 출근하는 신입사원에게는 긴 연휴가 고통의 연속이다. 항공사 예약 발권센터에서 일하는 신모(26)씨에게는 휴일이 대목이다. 신씨는 “직업에 대한 원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어렵게 구한 직장인 만큼 휴일 근무도 체념하기로 했다”며 한숨지었다. 편의점 알바생 김모(29)씨는 “야간 수당을 더 올려줄 테니 나와 달라”는 점장의 간청을 수락하고 연휴 동안 ‘야간조’로 일하기로 했다. 김씨는 “당초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로 했었는데 숙박비가 비싸 포기했다”면서 “돈 안 쓰고 더 버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임용고시생 강모(25)씨는 “연휴 동안 도서관이 모두 문을 닫기 때문에 카페에서 혼자 공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장모(26)씨는 “부모님으로부터 폭풍 잔소리를 들을까 봐 연휴 내내 입사지원서 작성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끈기 부족한 아이, 부모 탓이라네요

    美 연구진 “돌 지나서부터 배워” 많은 부모들은 자녀 성적이 떨어지면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끈기가 없다”고 위안을 삼곤 한다. 학습 전문가들도 고학년으로 갈수록 머리보다 끈기가 성적을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아이들의 인내심은 부모의 행동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뇌인지과학과 연구진은 아이들이 돌을 막 지난 시기부터 부모를 보고 인내심을 배운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최근 뇌인지과학과 심리학 분야에서는 끈기가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지능지수보다 미래의 성공 가능성을 더 잘 예측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언제부터 인내심을 인식하고 어떻게 배우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연구팀은 생후 13~15개월의 유아 26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경첩과 걸쇠로 닫힌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를 열고 고무 개구리를 빼내는 과정을 여러 차례 보여준 뒤 아이들이 직접 해보도록 했다. 우선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2분이란 시간 동안 여러 번의 시도를 통해 어렵게 고무 개구리를 빼내는 것을 보여줬다. 다른 그룹의 유아들에게는 10초 내에 간단하게 빼내거나 몇 번 시도하다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결과 오랜 시간에 걸려 성공하는 모습을 본 그룹의 유아들은 고무 개구리를 빼낼 때까지 시도를 했지만 다른 그룹의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경첩과 걸쇠를 몇 번 만져보다가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머리는 좋은데 끈기가 없다?’...아이 탓 아닌 부모 탓

    ‘머리는 좋은데 끈기가 없다?’...아이 탓 아닌 부모 탓

     많은 부모들은 자녀 성적이 떨어지면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끈기가 없다”고 위안을 삼곤 한다. 학습 전문가들도 고학년으로 갈수록 머리보다 끈기가 성적을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아이들의 인내심은 부모의 행동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뇌인지과학과 연구진은 아이들이 돌을 막 지난 시기부터 부모를 보고 인내심을 배운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최근 뇌인지과학과 심리학 분야에서는 끈기가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지능지수보다 미래의 성공 가능성을 더 잘 예측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언제부터 인내심을 인식하고 어떻게 배우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연구팀은 생후 13~15개월의 유아 26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경첩과 걸쇠로 닫힌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를 열고 고무 개구리를 빼내는 과정을 여러 차례 보여준 뒤 아이들이 직접 해보도록 했다. 우선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2분이란 시간 동안 여러 번의 시도를 통해 어렵게 고무 개구리를 빼내는 것을 보여줬다. 다른 그룹의 유아들에게는 10초 내에 간단하게 빼내거나 몇 번 시도하다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결과 오랜 시간에 걸려 성공하는 모습을 본 그룹의 유아들은 고무 개구리를 빼낼 때까지 시도를 했지만 다른 그룹의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경첩과 걸쇠를 몇 번 만져보다가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를 이끈 로라 슐츠 교수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근면과 끈기의 가치를 일깨워주려면 단순히 말이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부모가) 실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면서 “실험에서 나타난 것처럼 어른들의 영향이 지속되는지에 대해서는 장기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인인 이유나(사진)씨도 참여해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뇌인지과학과 학부생인 이씨는 MIT 치어리딩팀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살인 사건에 대한 여러가지 기억, 진실은

    살인 사건에 대한 여러가지 기억, 진실은

    거울의 책/E O 키로비치 지음/이윤진 옮김/민음사/484쪽/1만 5000원1987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저녁 미국의 한 저명한 교수가 끔찍하게 살해된다. 용의자는 프린스턴대 영문과를 다니는 한 모범생. 하지만 27년 후 뉴욕의 출판 에이전시에 이 남자가 보낸 한 편의 소설 원고가 도착하면서 사건의 새로운 실마리가 드러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들의 기억은 거짓말처럼 조금씩 다르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과연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진실한 것일까. 루마니아 출신의 작가 E O 키로비치의 심리 스릴러 소설 ‘거울의 책’은 세 남녀의 미묘한 관계와 한 교수의 의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를 꿈꾸는 리처드 플린은 같은 학교 심리학과 대학원생 로라 베인스와 한 숙소에 머물게 되면서 사랑에 빠진다. 로라와 사귀면서 미국 심리학계 스타 조지프 와이더 교수를 알게 된 리처드는 그의 커다란 서재에서 자료를 정리하는 일을 돕게 되며 자연스럽게 그의 집에 드나든다. 그러던 리처드에게 문득 로라와 와이더 교수의 관계가 생각보다 가까워 보였고, 이 의심은 질투로 번진다. 어느 날 리처드와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친 와이더 교수는 며칠 후 자신의 저택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지만 끝내 범인은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리처드가 용의자로 지목된다. 소설은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또 다른 세 사람의 화자를 통해 이 미제 살인 사건을 추적한다. 리처드의 소설을 건네받은 이들은 뉴욕 출판 에이전트 피터 카츠, 카츠의 제안으로 수사를 떠맡게 된 전직 미스터리 잡지 기자 존 켈러, 27년 전 와이더 사건의 담당 형사였던 로이 프리먼이다. 작가는 세 화자가 만난 목격자들이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기억의 방’이 얼마나 다르게 생겼는지 안내한다. 소설은 인간이 기억하는 세계가 얼마나 주관적이고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 좇는다.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개개인의 욕망이며, 사실을 들여다보는 창이 아니라 결국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 작가는 어머니, 형과 함께 어린 시절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이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 그가 영어로 쓴 첫 번째 책이기도 한 이 소설은 작가의 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상상력이 객관적인 현실을 다른 무언가로 바꿔 우리만의 주관적인 현실로 만들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답변이다. 단순히 범죄 사건의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는 것 이상으로 기억이라는 신비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감정까지 통해요… 내 동생은 침팬지

    감정까지 통해요… 내 동생은 침팬지

    침팬지와의 대화/로저 파우츠·스티븐 투켈 밀스 지음/허진 옮김/열린책들/528쪽/2만 5000원저명한 영장류학자이자 동물 권익 운동가인 로저 파우츠의 자전적 에세이다. 무명의 심리학자였던 저자가 열정적인 동물 권익 운동가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스스로 그려 내고 있다. 저자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침팬지의 입장에서 보면 책은 공생하는 존재로서 인간이 가져야 할 도덕적 의무와 생명의 의미를 묻는 생존기라 할 수도 있겠다. 침팬지는 유전자의 98.4%가 인간과 일치한다. 아프리카코끼리와 인도코끼리 사이보다 인간과 침팬지의 사이가 더 가깝다는 뜻이다. 책의 원래 제목인 ‘가장 가까운 종’(next of kin)은 바로 이런 의미다. 인간과 동물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언어 습득 유무다. 여태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는 생물종은 사람뿐이라고 배워 왔다. 그런데 침팬지에게 언어능력이 있다면 어떨까. 세계를 남자와 여자 외의 다른 생물종으로 나눌 수 있게 될까. 저자는 암컷 침팬지 ‘워쇼’를 통해 이 같은 가정을 입증하려 했다. 다만 도구는 음성언어가 아닌 수화로 대신했다. 저자가 확인한 침팬지들의 언어능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감정이 실린 대화까지 오갔으니 저자가 받은 충격이야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다. 하지만 침팬지의 언어 사용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은 이를 파블로프의 개처럼 단순한 반응이라거나 자연 상태의 침팬지가 흔히 보이는 손짓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반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저자는 더욱 엄격한 조건 속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침팬지들이 개별 단어의 학습은 물론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만드는 언어적 확장성과 문장의 의미를 구분할 수 있는 유연성까지 갖고 있다는 걸 증명했다. 과학 실험의 일환이었던 ‘워쇼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저자는 피실험체에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행동과학의 제1계명을 어기게 된다. 실험이 끝난 뒤 ‘여동생’ 워쇼에 대한 사랑을 멈추고 과학을 선택해야 했으나 그러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저자는 ‘인간’이란 단지 ‘존재’의 한 형태일 뿐이란 걸 알게 된다. 인간과 침팬지, 고양이 등이 각각 동등한 위치에서 공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저자는 “진화적 관점에서 침팬지의 심장을 꺼내는 것은 이웃의 심장을 꺼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인간 사촌을 죽이는 것을 윤리가 금지한다면 침팬지 사촌을 죽이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는 윤리적 논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지금, 이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지금, 이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열등감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누군가 잘났다 해도 그보다 더 잘난 사람이 어딘가 분명 있기 마련이다. 열등감은 상대적이다.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의 주인공 47세 브래드(벤 스틸러)는 어땠나.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그는 부와 명예를 거머쥔 대학 동창들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대학 다닐 때는 엇비슷했는데 (실은 내가 제일 낫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들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베스트셀러 저자로 매스컴에 수시로 얼굴을 비친다. 브래드는 배가 아프다. 이들과 비교하면 자기 인생은 대학 졸업 후 줄곧 내리막길이었던 듯싶다. 그의 희망은 하버드대학 진학이 유력한 아들 트로이(오스틴 에이브럼스)뿐이다. 브래드는 한껏 기대에 부푼다. 아들의 하버드대 합격이 자신이 가진 열등감을 단번에 우월감으로 바꿔 놓으리라. 그러나 우리는 안다. 자식이 명문대에 입학한다고 아버지의 열등감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트로이가 하버드대에 들어가든 말든 ‘브래드의 지위’(이 작품의 원제)는 별반 달라질 게 없다. 그럼 그를 괴롭히는 열등감은 어떡해야 할까. 이대로 끙끙대면서 그냥 참아야 하는 것일까. 감독 마이크 화이트는 이런 대안을 제시한다. 브래드가 부러워하는 대학 동창들의 삶이 실제로는 별 볼 일 없고, 그들이 각자의 문제에 부닥쳐 고통스러워한다는 진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브래드는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 이를테면 가족의 소중함 등을 깨닫는다.하지만 이 영화가 제시하는 열등감 극복 방법은 조금 아쉽다. 결국 타인과의 비교―타인의 결점을 확인하는 방식을 통해 나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이와는 다른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대담집을 내기도 한 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가 ‘콤플렉스’라는 저서에 쓴 처방은 이렇다. 열등감 콤플렉스는 예컨대 야구를 잘하지도 못하면서 선발투수가 되지 못해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갖는다. 그것을 해결하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훈련을 열심히 해서 야구를 잘하는 것, 다른 하나는 야구를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제 와 브래드가 대학 동창들처럼 엄청난 부자나 유명 인사가 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그러니까 전자는 제외하자.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후자밖에 없다. 대학 동창들처럼 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해방하는 것과 구속하는 것이 같은 마음의 움직임, 같은 삶의 자세에서 온다”는 인문학자 김우창의 통찰에 따르면 이것은 체념이되 절망은 아니다. 애초에 그렇게 하나의 잣대로 서로를 비교할 이유도 없다. 돈이나 명성, 학력 따위는 지위의 필수 요소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버드대생 아나냐(샤지 라자)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는 브래드야말로 대단한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를 이렇게 여기는 사람이 세상에 그녀만은 아닐 것이다. 21일 개봉. 12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아무도 그들의 죽음을 모른다”…급증하는 청년 고독사

    “아무도 그들의 죽음을 모른다”…급증하는 청년 고독사

    쓸쓸하게 방치된 죽음, 고독사.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년층에게 종종 벌어진다. 하지만 이제는 20~30대 청년들 사이에서도 고독사가 늘고 있다. 지난달 31일 부산 연제구의 한 원룸에서 29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두 달째 연락이 닿지 않자 아버지가 집을 찾았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사망원인을 밝히기조차 어려웠다. 그는 취업이 오랫동안 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집에선 경제적 지원을 끊은 상태였다. ● 마지막까지 아무도 없었다 지난 5월 대구 수성구에서는 36세 여성이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됐다. 빌라에 악취가 퍼지자 집주인이 강제로 문을 열었다. 가족과는 10년간 연락하지 않았다. 찾아줄 지인도, 직장 동료도 없었다.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됐던 셈이다. 지난해 9월 서울 서대문구에서도 29세 여성이 홀로 죽음을 맞았다. 그녀는 취업을 위해 고향 경남에서 올라왔다. 살던 원룸은 8개월째 월세가 밀렸다. 벼랑 끝에 몰린 청년들 곁엔 마지막까지 아무도 없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수는 1232명으로 집계됐다. 무연고 사망자는 유가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다. 사람들과 교류 없이 혼자 지내다 사망 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를 말하는 고독사와는 차이가 있다. 서울시복지재단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13년 서울시 고독사 사례는 모두 162건이다. 고독사가 확실한 경우만 포함됐다. 고독사로 추정하는 사례까지 포함하면 2343명에 이른다. 이 중 20대가 102명, 30대는 226명이다.청년 고독사가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는 1인 가구 증가 때문이다. 통계청 추산에 의하면 2016년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27.8%로 드러났다. 이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위급한 상황일 때 돌봐줄 사람이 가까운 곳에 없다. 특히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사회초년생인 20~30대의 경우엔 경제적으로도 취약하기 마련이다. 최근 일어난 20~30대 고독사 대부분이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취업준비생이었던 사실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 90년대 일본처럼…‘무연사회’의 극단적 결과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9.4%로 1999년 10.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은 22.5%다. 혼자 살아남기도 버거운 각자도생 시대에 타인과 공존하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많은 청년이 결혼과 출산은 물론 최소한의 인간관계조차 포기하며 살아간다. 직장인 임유진(가명·25)씨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을 못 한 친구들은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들 힘든 상황인 걸 아니까 서운하더라도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단절된 관계는 ‘불확실한 미래’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결혼은 다음 세대를 재생산하기 위한 제도인데 노동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현 세태에서 청년들이 미래를 계획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기적 경기침체와 1인 가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사람들 간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사회를 ‘무연사회’라고 한다. 1990년대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무연사회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결과가 바로 고독사다.이는 비단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사회 전반적으로 공동체 의식이 낮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6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조사를 보면 한국은 네트워크의 질을 측정하는 ‘공동체’ 부문에서 최하위국가 멕시코(38위) 바로 앞인 37위를 기록해 최하위권에 속했다. 또한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도와줄 사람이 있다”고 답한 한국인은 75.8%로 OECD 평균인 88%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보였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만큼 타인과의 연대의식은 더욱 느슨해졌다. 유럽은 사회 관계망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콜렉티브 하우스(공동체 주택)’를 고안했다.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여러 세대가 한 곳에 모여 사는 형태다. 20세기 초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퍼졌다. 1인 가구가 보편화한 일본에는 ‘셰어하우스’가 있다. 방은 각자 따로 쓰되 거실과 부엌, 욕실처럼 공동 공간은 함께 사용하는 식이다. 치솟는 집값을 절약하는 동시에 혼자 남겨지는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 ● 새로운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노력 한국은 각 지자체 중심으로 1인 가구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고독사가 연달아 발생했던 부산시는 ‘1인 가구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통해 주민 네트워크를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 금천구는 1인 가구가 건강을 챙기는 데 소홀하기 쉽다는 점을 주목했다. 혼자 사는 청년들을 위한 간편한 조리법을 보급하는 등 ‘혼밥족 맞춤형 건강관리 종합대책’을 시행 중이다. 변화하는 가족 형태에 따라 새로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다.단절된 관계뿐만 아니라 경제적 고립 역시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임스 퍼거슨 스탠퍼드대 인류학과 교수는 “불안정한 노동이 확산하고 가족이 해체하는 오늘날, ‘경제적 고아’들을 어떻게 끌어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국가가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1인 가구의 자립을 돕자는 취지다. 실제로 핀란드에선 올해부터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 중이다. 장기 실업자를 무작위로 선정해 560유로(약 73만원)씩 매달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1인 가구와 청년에 대한 정책이 지자체별로 수립·진행되면서 지역적 편차가 큰 편이다. 대학 졸업을 유예하고 2년째 취업 준비 중인 이지연(25)씨는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걸 느낀다”면서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심리상담센터는 서너 달 대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착안해 고시생과 취업준비생이 몰려있는 서울 관악구에서는 ‘고시촌 마음건강지킴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김영란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청년 고독사를 개인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근본적 원인으로 꼽히는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고독사는 말 그대로 고독한 죽음이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이 지나도록 아무도 그들의 죽음을 모른다. 끝없이 경쟁을 강요하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에서 청년들이 과연 누구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을까.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구하기 쉽고 싼 신종 쏟아지면서 직장인·주부들까지 빠져”

    “유학파 상류층 자녀 죄의식 약해엄한 처벌… 조기적발 체계 절실” 전문가들은 최근 마약 범죄가 늘고 있는 것을 ‘불안한 사회 구조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적 안정성이 약화되면서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 구조가 됐다”면서 “고통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고자 마약에 손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마약 수요가 특정 직업군에서 직장인, 주부 등 일반인으로 도심에서 시골로 다변화하고 있다”면서 “구하기 쉽고 저렴하고 ‘약효’가 좋은 신종 마약들이 많이 나오면서 마약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또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처럼 사회 고위층 자녀나 연예인들이 일반인보다 마약의 유혹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식 교수는 “마약을 허용하거나 관대하게 여기는 외국에서 마약을 접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마약에 대한 범죄 의식 수준이 낮다”면서 “상류층 자녀들일수록 외국 유학 경험이 많기 때문에 종종 마약을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교수는 “고위층 자녀는 소위 ‘잘나가는’ 부모의 기대를 채워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면서“연예인들이 인기에 대한 압박과 행동의 제약을 극복하지 못하고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듯이, 상류층 자녀도 그들와 유사한 압박을 받아 마약에 손을 대는 빈도가 높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마약에 대한 엄격한 단속, 통제와 함께 예방 교육과 홍보를 통해 마약 사범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엔에서 인정한 마약 청정국이지만 마약 범죄가 1년에 1만건이 넘어가면 심각한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단속되면 엄하게 처벌하는 정책을 유지하되 마약 소지를 조기에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태용 우석대 약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연극을 통해 마약이 나쁘다는 인식을 함양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토론을 통해 마약의 위험성을 스스로 깨닫게 한다”면서 “학교에서 마약 예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윤호 교수는 “수사당국은 오래전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왔지만 오히려 마약 범죄는 오히려 늘고 있다”면서 “마약 공급을 차단하는 것보다 교육과 재활을 통해 마약 수요를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조지선의 스타심리학] 연예인의 나르시시즘

    [조지선의 스타심리학] 연예인의 나르시시즘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란 용어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청년 나르키소스로부터 왔다. 익숙한 이 신화의 방점은 자기와 사랑에 빠진 자아도취가 아니라 불가능한 사랑에 대한 집착이 부른 파괴적 결말이다. 샘물에 비친 사랑스러운 자기를 안으려 할 때마다 그 모습은 흩어졌고 ‘가졌으나 가질 수 없는 고통’에 그는 죽어갔다.“쟤는 암만 봐도 나르야.” 심리학하는 사람들끼리 나르시시스트를 ‘나르’라고 부른다. 사실, 나르 성향은 인간의 보편적 특성이다. 심리학자 세디키데스의 연구에 의하면 정상적 수준의 자기애는 아주 바람직하다. 더 행복하고 덜 외롭고 불안한데, 높은 자존감 덕분이다. 양 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문제다. 연예인의 ‘자뻑’(공주병, 왕자병 증상) 사례를 접할 때면 이 질문을 한다. 나르는 연예인 병일까? 자기들이 예수보다 더 유명하다고 말한 비틀스의 존 레넌. “나는 신이다”라고 외치고 다니다가 돌연 대선 출마를 선언한 래퍼 카니예 웨스트. 나타나 준 것만도 영광으로 알라는 듯, 보통 5시간씩 지각한 메릴린 먼로. 카메라만 꺼지면 신경질을 부리는 앨릭 볼드윈. 이 사례들엔 나르의 전형적 특징들이 녹아 있다. 과장된 자기 중요성, 특권의식, 착취적 대인관계, 공감능력의 결여다. 연예인의 나르 성향. 심증만 있었는데 경영학자 영과 정신과 의사 핀스키가 물증을 제공했다. 무려 연예인 200명에게 자기애적 성격검사를 실시한 거다. 미국 토크쇼 ‘러브라인’에 출연한 스타들을 설득했는데 30년간 이 쇼를 진행한 핀스키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매니저가 없을 때 질문지를 내밀지 않았을까. 연예인의 나르 점수는 일반인보다 17% 높았다. 인상적인 점은 두 가지. 첫째, 나르 성향이 가장 센 부류는 재능과 상관없이 유명해진 리얼리티쇼 스타였다. 빈 수레의 요란함이 등장하는 대목이다. 둘째, 스타로 오래 살면 나르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애당초 나르가 연예인이 되는 것일까? 결과는 후자였다. 성공과 찬사에 목마른 나르의 특성을 감안하면 말이 된다. 다만 다른 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둘 다일 가능성이 크다. 원한다고 다 연예인이 되는 건 아니다. 나르의 초기 매력은 기획사가 열광하는 연예인의 스타성과 정확히 겹친다. 심리학자 백의 연구가 밝힌 흥미로운 반전은 나르의 특성들 가운데 가장 고약한 특권의식과 착취성향이 그를 매력 덩어리로 포장하는 일등 공신이라는 것. 자신감 넘치는 행동 탓이다. 첫 만남에서 나르가 발산하는 능력과 매력의 카리스마는 여러 연구가 확인한 바다. 그런데 매력은 거기까지. 나르의 최대 약점은 장기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이다. 중증 나르에게 타인은 자신에게 만족과 찬사를 제공하는 존재일 뿐, 용도를 다하면 폐기 처분 대상이다. 나르를 격하게 뿜어대는 두 톱스타의 결혼이 해로로 이어진다면 진짜 고맙고 대견한 해피엔딩이다. 배우자로 폼 나는 상대지만 그의 감정과 욕구에 대해 무심하다. 표면적 관계의 성공 경험. 줄을 서는 가짜 친구들. 안정적인 신뢰관계를 방해하고 찬사 중독을 부추기는 독소 조건이 이렇게 완성된다. 중증 나르의 끝이 명백한 불행인 이유는 저 잘난 맛에 살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끝나기 때문이다. 누그러진 인기, 처진 모습을 마주한 나르 스타에서 자기만 사랑하다 소멸한 나르키소스의 슬픔이 보인다. “내가 제일 잘나가.” 요샛말로 이런 스웨그가 있어야 스타다. 그러나 과한 자기애는 파괴적이다. ‘오랫동안 스타로 머무는 연예인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기자, 피디들에게 물은 적이 있다. 이 대답이 인상 깊었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예의가 있는 연예인.” 좋은 시절, 창고에 저장해 둔 곡식으로 기근을 날 수 있듯 주변 사람들의 마음 창고에 겹겹이 쌓아 놓은 사랑이 있어야 진짜 스타가 된다. 바람같이 오고 감을 반복하는 인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 정신질환 범죄 ‘시한폭탄’…치료 못 받으면 범죄율 3배

    정신질환 범죄 ‘시한폭탄’…치료 못 받으면 범죄율 3배

    살인 등 4대범죄 작년 31% 늘어 치료감호소 전국에 공주 한 곳뿐 환자들 낙인찍힐까 치료 꺼려최근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살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우울증’은 우리 사회가 파편화돼 갈수록 확산 속도도 빨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심각성을 더한다. ‘정신질환 범죄’가 개인과 가정 차원의 문제에서 벗어나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 나가야 할 문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엄마(44)가 딸(11)과 아들(7)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손목을 자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 10일 경기 남양주에서도 엄마(42)가 딸(6)과 아들(4)을 살해하고 자해하는 똑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두 엄마 모두 우울증 환자였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정신질환 범죄자 수는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살인·강도·절도·폭력 등 4대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는 2014년 3733명에서 지난해 4889명으로 31.0%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3568명(월평균 446명)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5000명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정신질환 범죄가 심각한 이유는 가족을 비롯해 가까운 사람이 범행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그 범행이 극단적이거나 엽기적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재범률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경찰청의 ‘2016 범죄통계’에 따르면 정신장애 범죄자는 초범(14.7%)보다 9범 이상(17.1%)의 비중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치료받지 않은 조현병은 범죄율을 최대 3배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학계에 보고돼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치료 시설은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계성 인천참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가 갈 수 있는 치료감호소는 공주치료감호소 한 곳뿐”이라면서 “시설이 과밀화돼 있고 정신과 진료 의사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퇴원 후 꾸준히 약을 복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안전망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국에는 240여개의 정신건강증진센터가 건립돼 있지만 기관당 전문 인력이 평균 8명 정도에 불과해 1명당 70~80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실정이다. 또 센터에서 하는 일차적인 상담 결과가 병원의 치료까지 연계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나 환자 가족들이 ‘정신병자’ 혹은 ‘잠재적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게 두려워 치료를 꺼리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5월 30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으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강제 입원 절차가 강화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고위험군 환자에 대해서는 영미권 국가들처럼 강제 입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세상 좋아져도… 난 왜 불행할까

    세상 좋아져도… 난 왜 불행할까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안기순 옮김/김영사/320쪽/1만 4800원200년 전에는 전 세계 94%가 극빈자였다. 1980년대는 44%, 현재는 10%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해졌는데도 점점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은 왜일까. 빈곤을 완전 퇴치하고도 남을 만큼 풍족한데 여전히 수백만명이 빈곤에 허덕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과거 사람들이 그토록 꿈꾸던 모든 게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서른 살의 젊은 사상가가 역사학과 경제학, 진화심리학, 사회심리학, 문학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이유를 파고든다. 그러면서 노동시간의 단축, 기본소득, 국경 없는 세상이 머나먼 유토피아가 아닌, 곧 현실이 돼야 할 우리의 상상과 희망이라고 주장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생태학·벤처 등 7개 분야 전문가 ‘경제사령탑’ 김동연 멘토로 활동

    생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철학자, 심리학자, 벤처사업가, 전 노조위원장 등 공통점도 없고 경제와 무관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경제사령탑의 공식 ‘멘토’로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인문, 자연, 벤처 등 7개 분야 전문가로 정책자문위원회를 꾸렸다고 15일 밝혔다.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대 석좌교수,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학계 대표로 뽑혔다. 전자지불업체 이니시스를 창업했던 권도균 창업보육기업 ‘프라이머’ 대표,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의 남경호 아주대 초빙교수, 한국야쿠르트 노조위원장을 지낸 김남수 전 한국전기안전공사 감사도 합류했다. 정책자문위원회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부총리와 만나 격의 없는 토론을 벌이고 경제정책 구상에 영감을 제공하게 된다. 김동연 부총리와 자문위원들은 이날 오후 첫 회의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 부총리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 출신인 안상훈 경제자문관 등과 함께 자문위원 후보를 직접 추천하고 선정하는 등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인문·벤처 전문가가 경제부총리에게 정책 자문을?

    인문·벤처 전문가가 경제부총리에게 정책 자문을?

    생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철학자, 심리학자, 벤처사업가, 전 노조위원장 등 공통점도 없고 경제와 무관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경제사령탑의 공식 ‘멘토’로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인문, 자연, 벤처 등 7개 분야 전문가로 정책자문위원회를 꾸렸다고 15일 밝혔다.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대 석좌교수,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학계 대표로 뽑혔다. 전자지불업체 이니시스를 창업했던 권도균 창업보육기업 ‘프라이머’ 대표,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의 남경호 아주대 초빙교수, 한국야쿠르트 노조위원장을 지낸 김남수 전 한국전기안전공사 감사도 합류했다. 정책자문위원회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부총리와 만나 격의 없는 토론을 벌이고 경제정책 구상에 영감을 제공하게 된다. 김동연 부총리와 자문위원들은 이날 오후 첫 회의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인문학적 소양과 토론문화를 중시하는 김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비경제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그룹 결성을 추진해 왔다. 김 부총리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 출신인 안상훈 경제자문관 등과 함께 자문위원 후보를 직접 추천하고 선정하는 등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인문·경제·사회 융복합 추세에 맞춰 (자문위원들이) 사고와 인식의 틀을 깨는 폭넓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재부는 필요하면 자문위원 수를 지금보다 늘릴 방침이다. 자문위와 경제정책의 연결고리를 찾는 역할은 안 자문관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獨 80% “정치적 중도”… 메르켈 4연임 이끈다

    獨 80% “정치적 중도”… 메르켈 4연임 이끈다

    경제적 자신감·현재 만족도 커 “변화 원하지 않아 메르켈로 충분”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4연임이 거의 확실시된다. 오는 24일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기민당)과 기독사회당(CSU·기사당) 연합이 승리하면 2005년 당선된 메르켈 총리는 2021년까지 총리직을 수행한다. 이는 1982년 서독의 제6대 총리로 통일 이후까지 16년간 재임했던 헬무트 콜 전 총리와 같은 최장 기록이다. 메르켈 총리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0일(현지시간) “독일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도적 색채가 강한 국가”라며 “메르켈 총리로 충분하다”고 전했다. 최근 독일의 싱크탱크 베텔스만재단이 유럽연합(EU) 가입국 1만 755명을 설문한 결과 독일인의 80%가 정치적으로 중도적인 성향을 띤다고 답했다. EU 전체에서 스스로 중도적 성향을 가졌다고 답한 비율은 66%였으며 개별 국가로 놓고 보면 프랑스가 51%, 영국이 67%, 이탈리아가 6%, 스페인이 56%였다. 실제로 메르켈 총리는 정치적 성향에 종속되지 않는 행보로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중도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했다. 그는 보수 우파 기민당의 당수이면서도 상황에 따라 진보정당의 정책을 수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보수적인 기존 기민당 지지자부터 사회민주당(SPD·사민당), 녹색당 등을 지지하는 젊은층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이코노미스트는 메르켈 총리가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게 하고,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지원에 앞장서고, 난민 100만명을 수용하기로 한 데 주목했다. 잡지는 “메르켈 총리는 원전 폐쇄, 그리스 구제금융으로 전통적인 기민당 지지자들로부터 비난받았다. 특히 난민 수용 결정은 가장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결정”이라며 “하지만 그는 끝에 가서 큰 박수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메르켈 총리는 2009년 “전 세계에서 원전이 수없이 건설되고 있는데 우리만 빠져 있을 수 없다”면서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원전 반대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자 “원자력 에너지의 위험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없다”며 원전 종식을 선언했다. 메르켈 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참여를 전제조건으로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지원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또 2015년부터 100만명에 가까운 난민을 받아들였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면서 “특별한 상황이었고, 정치적이고 인도적인 관점에서 평소 주관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유입된 난민을 모두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며 “EU 국가가 난민을 나눠 수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메르켈 총리의 정면 돌파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최근 실시된 시베이와 인사(INSA)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과 기사당 연합의 지지율은 38%로 지난 2월의 32%보다 올랐다. 또 24%의 지지를 얻은 사민당에 크게 앞서고 있다. 독일인들의 중도적 성향은 경제적인 자신감을 바탕으로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미래에 대해 낙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의 급진적인 변화를 원치 않아 자연스럽게 중도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베텔스만재단 설문에 따르면 독일인의 77%는 독일 경제가 향후 2년간 발전하거나 최소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앞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45%, 54%로 지배적이었다. 독일인의 59%는 독일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EU 평균인 36%를 크게 상회하는 답변이었다. 63%는 독일의 민주주의에 만족했다. 독일의 심리학자 슈테판 그룬왈드는 “독일은 광적인 세 지도자(three madme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둘러싸여 있다. 양극화될 여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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