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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력범죄 피해 가족들 “청와대 국민청원부터 생각났어요”

    강력범죄 피해 가족들 “청와대 국민청원부터 생각났어요”

    심신미약 감형을 반대하는 ‘강서PC방 살인 사건’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9일 11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강력범죄의 피해자 가족들이 연이어 국민청원을 올리며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청원이 여론을 모으는 강력한 기제라는 사실을 전 국민이 확인하게 되면서 피해자의 가족이나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청원게시판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9일 새벽 서대문구 한 아파트의 경비원은 술에 취한 아파트 주민에게 폭행을 당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피해자의 아들 최모씨는 지난 2일 ‘술 취한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이유 없이 폭행당한 73세 경비원, 저희 아버지가 회복 불가능한 뇌사 상태입니다’라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최씨는 지난 5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고가 난 직후부터 국민청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직후 청원에 올릴 초안을 썼다. 그리고 언론에서 보도했고, 수정을 거쳐 게시물을 올렸다. 범인이 낮은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는 “가해자가 훨씬 더 보호받는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며 “여론이 커지면 경찰도 형량이 낮은 죄목으로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2일 발생한 ‘강서구 등촌동 아파트 살인사건’도 비슷하다. 피해자의 딸은 사건 다음날인 23일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입니다’라는 청원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글쓴이는 “아버지가 6개월이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그는) 심신미약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의 사형을 청원한 게시물에 현재 18만여명의 시민들이 동의했다. 지난달 12일 금천구의 자취방에서 교제하던 남자친구 A씨와의 말다툼 끝에 B씨가 숨졌다. B씨의 어머니는 같은 달 18일 청원게시판에 ‘심신미약 피의자에 의해 죽게 된 우리 딸 억울하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려 15만 8000여명이 동의했다.사회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주요 커뮤니티는 국민청원이 퍼질 수 있는 장소가 됐다. 지난달 24일 밤 발생한 ‘춘천 예비신부 살인사건’의 어머니는 31일 청원게시판에 ‘제발 도와주세요. 너무나 사랑하는 23살 예쁜 딸이 잔인한 두 번의 살인행위로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라고 올렸다. 이후 예비신부가 다녔던 K대 총학생회 등은 SNS에서 청원을 공유했다. ‘강서 PC방 살인사건’의 국민청원도 피해자의 담당의가 개인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리면서 폭발적으로 청원 동의가 늘었다. 피해 가족과 지인들이 청와대 청원게시판뿐만 아니라 직접 주요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이라는 ‘통로’를 통해 해소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피해자의 가족들이 갖는 억울함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며 “지금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이라는 ‘통로’가 생긴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피해자의 가족 등은 공권력에 대해 불신이 크다”며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통해 몇만 명의 시민들에게 알리고, 직접 해결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등이 여론에 떠밀리듯 수사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객관적인 증거수집 등으로 일관적인 수사가 돼야 하는데 여론재판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우려가 든다”며 “국민이 불신을 해소되도록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내 아이, 어떻게 키우지?’…양천구, 오는 16일 부모멘토 조선미 교수 특강 개최

    ‘내 아이, 어떻게 키우지?’…양천구, 오는 16일 부모멘토 조선미 교수 특강 개최

    서울 양천구는 오는 16일 오전 10시, 양천문화회관 1층 해바라기홀에서 EBS 육아?교육?가족 정보 프로그램 ‘부모 60분’의 부모 멘토 조선미 교수를 초청, 명사특강을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조 교수는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라는 주제로 올바른 부모 행동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특강 참가 희망 주민들은 구청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참고, 신청하면 된다. 수강료는 무료이며, 230명 선착순 모집한다. 조 교수는 현재 아주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임상심리학회 전문가 수련위원회 위원장, 강남성모병원 정신과 임상심리 전문가 등을 역임했다. ‘고마워, 내 아이가 되어줘서’, ‘성장하는 십대를 지혜롭게 품어주는 엄마의 품격’,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등 자녀 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책을 펴냈다. 구 관계자는 “양천 혁신교육지구 학부모 사업 일환으로 명사특강을 마련, 교육?문화예술?사회경제 등 각계각층 명사를 초청해 학부모들에게 자녀 교육과 관련, 도움이 될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며 “이번 특강을 통해 올바른 부모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열린세상] 최고의 학습 방법은 반복해서 떠올리기/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열린세상] 최고의 학습 방법은 반복해서 떠올리기/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수능 시험이 6일 남았다. 오래 기억하는 좋은 공부 방법이 따로 있을까.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교재나 노트에서 중요한 대목을 형광펜으로 칠한 뒤 반복해 읽는 것이다. 한편 교육학에서는 ‘개념 매핑’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본다. 말풍선에 세부 사항과 아이디어를 손으로 써 넣고 이 풍선들을 조직적으로 연결하는 도표를 그리는 학습법을 말한다.하지만 다른 모든 방법을 뛰어넘는 학습법의 왕자가 있다. 기억한 것을 그저 떠올려 보는 것이다. 20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요령이 지금도 진리라는 말이다. “어떤 것을 반복해서 떠올리면 그 기억이 강화된다.” 머릿속에 떠올리기와 같은 ‘회상연습’의 효과는 근래 인지과학자들에 의해 분명하게 확인됐다. 2008년 2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기념비적 연구가 발표됐다. 미국 퍼듀대학 심리학과 제프리 카피크 교수팀의 논문이다. 그의 팀은 40명의 학생에게 스와힐리어 단어 40개를 배우게 한 뒤 1주일 후에 평가했다. 그 결과 단어를 공부하고 시험 치르기를 반복한 집단의 성적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80점을 받았다. 이에 비해 그냥 공부만 한 집단은 평균 36점을 기록했다. 시험 없이 공부만 반복하는 방법은 시간이 지난 뒤의 기억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후속 연구 결과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내용이라도 반복해 떠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2009년 11월 ‘실험심리학 저널: 일반’,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카피크 교수팀은 대학생 150명에게 스와힐리어 단어를 공부하게 만들고 1주일 뒤에 평가를 했다. 공부 방법은 연구팀이 지시하거나 각자 선택하게 했다. 평가 결과 모든 단어를 빼놓지 않고 셀프 시험을 치면서 공부한 집단의 성적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에서 맞힌 단어를 그다음 시험에서 제외한 그룹은 그만큼 성적이 좋지 못했다. 연구팀은 “아는 내용이라도 두세 차례 더 떠올리면 장기 기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회상연습은 ‘개념 매핑’보다 우월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의 연구팀이 2011년 1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이에 따르면 자료를 읽고 시험을 거듭 치른 학생은 다른 두 방법으로 공부한 학생에 비해 50% 더 많은 지식을 갖는 것으로 1주일 후 평가에서 드러났다. 연구팀은 200명의 학생에게 특정 과학적 주제에 관한 글을 몇 문단 읽게 했다. 주제는 소화기 계통의 작동 방식이나 척추동물 근육 조직의 유형 등이었다. 첫 실험에서 학생들은 네 집단으로 나뉘었다. 처음 두 집단은 5분간, 혹은 5분씩 네 차례 교재를 읽기만 했다. 세 번째 집단은 교재를 펴놓고 지식을 도표로 그리는 개념 매핑을 했다. 마지막 집단은 ‘회상연습’ 시험을 치렀다.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10분에 걸쳐 자유형 에세이를 썼다. 이어 문단을 다시 읽고 또 시험을 치렀다. 1주일 후 네 집단 모두 평가 시험을 치렀다. 사실을 떠올리고 이를 기반으로 논리적 결론을 도출하는 문제를 풀었다. 두 번째 실험에선 회상연습과 개념 매핑 중 한 가지 방법으로만 공부를 하게 만들었다. 초기 단계에서는 개념 도표를 만든 학생들이 세부 사항을 더 잘 묘사했다. 하지만 1주일 후 평가를 하자 회상 시험을 치른 집단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심지어 단답형이 아니라 개념을 지도화(매핑)하는 시험에서조차 더 높은 성적을 보였다. 인지과학자와 교육전문가들은 이 결과가 충격적이라고 말한다. “많은 교육자들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개념 매핑과 대비했을 때 회상 시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당시 NYT가 보도한 버지니아대학 심리학과의 대니얼 윌링엄 교수의 평가다. 또 다른 연구에서 초중고생이나 의과대학원생, 인지 재활훈련을 받는 신경질환자 모두에게 ‘기억한 내용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시험으로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각기 다른 모든 상황에서 가장 우수한 결과를 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듀크대학의 앤드루 버틀러 교수가 2011년 1월 ‘인지과학의 동향’에 발표한 리뷰 논문의 평가다. 회상연습이 좋다는 것은 알았으니 실천해 보자. ‘지금까지 읽은 칼럼은 무슨 내용이었을까?’
  • 울산대 박혜원 교수, 한국아동학회 제22대 회장 선출

    울산대 박혜원 교수, 한국아동학회 제22대 회장 선출

    박혜원(61) 울산대 생활과학부 아동가정복지학 교수가 ‘한국아동학회 제2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8일 울산대에 따르면 박 교수는 지난 3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한국아동학회 총회에서 제2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1년이다. 1979년 창립된 한국아동학회는 회원 수만 3000여명에 이른다. 한국아동학회의 국문학술지인 ‘아동학회지’는 2017년 한국연구재단 우수학술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 회장은 미국 메사추세츠대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울산대 교수로 재직하며 인지발달중재학회 회장과 발달심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박현갑의 틈새보기]양진호와 리선권 발언 되짚어 보기

    [박현갑의 틈새보기]양진호와 리선권 발언 되짚어 보기

    사람의 말과 행동은 인격의 표현이자 그 사회 문화의 그림자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행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냉면’ 발언의 진위를 놓고 화제다.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나올 수 있는지 짚어본다. 기자는 직·간접적인 취재를 통해 리 위원장이 상대방이 듣기에 따라서는 모욕적으로 들리는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양진호 회장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 높아 국내 웹하드 업계의 쌍두마차격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전직 직원을 회사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의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어지는 등 사회적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한 청원인은 “아직도 돈과 명예를 조금 가졌다고 폭행을 일삼는 세상이 개탄스럽다”면서 “전 직원의 인권을 유린하고 모욕에 폭행까지 한 양진호 회장을 철저히 수사해 달라”며 촉구했다.양 회장의 폭행 갑질은 지난달 30일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해당 폭행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2분 47초 분량의 영상을 보면 양 회장은 위디스크 전직 개발자 A씨를 폭행한다. A씨가 위디스크 고객게시판에 양진호 회장 이름으로 조롱성 댓글을 달았다는게 이유였다. 양 회장은 2015년 4월 8일 경기도 분당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A씨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고 무릎을 꿇리게 하는가 하면, 뺨과 뒤통수를 손으로 때린다. 그런데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다. 해당 영상은 양 회장이 직접 촬영을 지시해 기록한 영상이어서 더욱 큰 충격을 낳았다. 양 회장의 사이코패스적 행태도 분노를 일으키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는 직원들의 행태도 납득하기 어렵다. 왜 그럴까? 한국폴리텍대학의 배재홍 심리학 박사는 2일 양 회장의 행동에 대해 “검사를 해봐야겠지만 불안장애 애착같다. 어릴 때 인격장애도 있었던 것같다”고 말한다. 어릴 때 부적절한 애착 형성으로 정서 및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사회적으로 부를 축적하면서 강한 지배욕구에 대한 애착을 비이성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양 회장 본인이 문제의 폭행영상을 촬영하도록 시켰다는 점은 자신의 눈밖에 나는 직원은 확실히 혼낼 수 있음을 다른 직원들에게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침묵은 ‘방관자 효과’ 때문 A씨 폭행당시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방관자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위기에 처한 사람을 본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각자가 느끼는 책임감이 적어져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방관하게 되는 현상이다. 1964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 살해사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해 3월 13일 새벽 미국 뉴욕 퀸스 지역 주택가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강간범에게 살해됐다. 35분간이나 계속된 강간 및 살인 현장을 자기 집 창가에서 지켜본 사람은 모두 38명이었으나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제노비스를 도와주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타인을 도와주려는 것은 선하고 이로운 행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신고하면 경찰에 조사받으러 나가야 하는 등 여러가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양 회장 폭행당시 직원들도 생존을 위해 방관자로 남는 것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의로운 사람을 키워내는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방북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말을 했는지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여러가지 정황을 보면 리 위원장이 함께 점심을 먹었던 우리 기업 총수들에게 대북 경협 진척이 부진한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무례하게 비칠 발언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만약 리 위원장이 그같은 무례한 발언을 했다면 2가지 측면에서 사정을 추정해볼 수 있다. 충성심의 발로? 우선 김정은 국방위원장에 대한 충성에서 나왔을 수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리 위원장 발언에 대해 “아주 안 좋은 행동”이라고 비판하면서 “조평통위원장이 지금 착각을 하는지 아니면 승진을 하기위해서 충성을 맹세하는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하면 일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3권이 분리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공산당 일당체제인 북한에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눈에 드느냐 안드냐는 생존의 문제인 만큼 이같은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리 위원장은 지난달 5일 평양 남북고위급 회담에서도 퉁명스럽고 공격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우리측 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시각보다 2~3분 늦게 회담장에 나타났는데 기다리던 리 위원장 등 북측 참석자들에게 “시계가 고장났다”며 농담성 해명을 하자, “내가 시계를 당장 가서 좋은 걸 좀 사야 되겠어, 자동차라는 게 자기 운전수를 닮는 것처럼 시계도 관념이 없으면 주인을 닮아서 저렇게 떨어진단 말이에요”라고 공격적으로 말한다. 말하자면 자신은 김정은 위원장을 닮아 철두철미하게 처신하고 있음을 은연 중 드러낸 것이다. 의도된 간보기 발언일 수도 전략적으로 계산된 발언일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50% 후반에서 60%를 오가는 상황에서 남측의 경제대표들이 북측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 알아보려고 의도적으로 공격적 발언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남측 동향을 꿰뚫고 있을 조평통위원장이지만 집권초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남측의 경제계 인사들이 대북투자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려고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배 박사는 이와 관련,“자본주의 실상을 모를 리 없는데 경제계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권력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려 했을 수 있다”면서 “본인의 권력을 과시하는 것일 수 도 있고, 전략적 포석으로도 보인다”고 했다. 어느 쪽이든 군 출신인 리 위원장의 공격적인 발언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고체제의 차이를 보여준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결정은 당이 하며, 경제계 인사들은 당의 지배 아래 있다고 인식한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인들인데...”라는 이언주 의원 발언과 대조적 3권 분립이 보장되고 정치권력보다 경제권력이 더 장수하는 한국사회의 인식은 이 사건에 대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리 위원장 발언에 대해 정부차원의 사과를 촉구하면서 “나라 경제가 위기인데 바쁜 분들 억지로 동원해서 이런 얘기나 듣게 하나”면서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인들인데 북한 정권이 어찌 감히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투자해 달라고 싹싹 빌어도 북한 같은 폐쇄국가에 투자할 리가 만무한데 무슨 배짱으로 이러는지”라고 꼬집었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28) SK그룹 형제 경영진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28) SK그룹 형제 경영진

    최신원 회장, 오너일가의 맏형으로 ‘형제경영’의 구심점최재원 수석부회장, 최고 엘리트지만 ‘험지경영’도 불사최창원 부회장, 화학·백신 글로벌사업 선도...‘야구광’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이념 아래 형제 경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종건 SK그룹 창업주는 1953년 전쟁으로 폐허가 된 경기도 수원시 평동에서 선경직물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다. 1973년에는 서울 워커힐호텔을 인수해 일약 재벌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최종건 창업주는 폐암으로 눈을 감으면서 경영권을 동생 최종현 선대회장(당시 선경직물 부사장)에 맡겼다. 최종건 창업주가 20년간 SK의 섬유를 책임졌다면, 25년간 SK를 이끈 최종현 선대회장은 ‘석유’를 개척하고 ‘이동통신’의 길을 터놓았다. 1998년 선대회장이 별세하자 창업주의 장남인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등 다섯 사촌은 한 자리에 모여 경영권을 최종현 선대회장의 장남 최태원 회장에게 넘기기로 합의했다. 사촌 간 경영이다 보니 종종 계열분리설이 제기되지만 창업주의 차남인 최신원(66) SK네트웍스 회장은 그때마다 “SK는 하나의 뿌리에 비롯됐고 최종건·종현 형제간 책임경영이라는 훌륭한 전통이 후대에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며 일축하곤 한다. 실제로 최신원 회장은 오너일가의 맏형으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배문고와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선경합섬(현 SK케미칼)에 입사한 뒤 해외 사업에 주력하다 1998년 SK유통(현 SK네트웍스) 부회장으로 취임해 식품 및 컴퓨터 유통 위주였던 SK유통에 정보통신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발굴, 육성했다. 2000년 SKC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SKC에도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2001년 화학사업을 시작하고, 2005년 미디어사업, 2007년 디스플레이 사업을 차례로 분할해 체질을 개선했다. 2016년 3월 SK네트웍스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최신원 회장은 ‘모빌리티’와 ‘홈케어’를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원으로 육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AJ렌터카를 인수, 모빌리티 사업 성장을 가속화시켰다. 최신원 회장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경영자로도 유명하다. 최 회장은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창립멤버로 현재 총대표를 맡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2008년 창립 당시 6명에서 시작해 현재 약 2000명의 회원을 보유한 세계 두 번째 규모의 고액기부자 모임으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최 회장이 기부한 금액은 개인 최고 수준인 40억원에 달한다. 최 회장은 ‘영원한 해병’을 자처하는 해병대 예찬론자다. 1973년 해병대 258기로 입대해 경기 김포시 2사단에서 복무했다.최 회장은 백종성 전 제일원양 대표인 백해영씨와 결혼했다가 이혼했다. 최 회장의 외아들 최성환(37) SK㈜ 상무는 최용우 신조무역 회장 자녀 최유진씨와 결혼했다. 최 상무는 중국 푸단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LBS)에서 MBA(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해병대(1031기)를 제대했다. 맏딸 최유진(40)씨는 디자인 전공으로 미국 유학중에 만난 구 데니스(한국명 구본철) 에이앤티에스 대표와 혼인했다. 구씨는 LG가와 먼 친척뻘이 된다고 알려졌다. 최신원 회장의 차녀 최영진(38)씨는 장기제 전 동부하이텍 부회장의 아들 장용진씨와 결혼했다.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55) SK그룹 수석부회장은 탁월한 글로벌 감각은 물론 탄탄한 기획력과 재무분석 능력으로 SK그룹의 신성장동력을 찾아왔다. 최 수석부회장은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당시 자금조달 부분을 주도했다. SK E&S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며 차이나 가스 홀딩스를 통해 진출한 중국 도시가스 사업은 SK의 투자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최 수석부회장의 대표적인 경영 일화는 ‘험지(險地) 경영’으로 요약된다. SK그룹은 지난 2007년 쿠르드 자치지역의 유전개발 참여에 대한 제재조치로 2008년 이라크 지역내 석유개발 입찰자격을 박탈당했고 원유 금수 조치를 당했다. 당시 이라크는 분쟁지역이라 출장보험도 가입이 안될 만큼 위험한 지역이었지만 최 수석부회장은 제재조치 해결을 위해 2009년 12월 직접 방탄복을 입고 이라크 정유공장을 찾았다. 최 수석부회장의 노력으로 원유 수입량은 오히려 이전보다 늘었다. 최 수석부회장은 신일고와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한 뒤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재료공학 석사학위, 하바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아 웬만한 전문경영인의 스펙을 뛰어넘는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다. SK그룹의 계열사 출자금을 국외에서 불법적으로 쓴 혐의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아 2019년까지 SK그룹의 주요 관계사에서 등기이사를 맡을 수 없다. 최 수석부회장은 채서영(54) 서강대 교수와 결혼했다. 채씨는 여의도고 영어교사였던 채희경씨의 장녀다. 자녀는 2남 1녀.최신원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54)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 및 가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SK와이번즈 구단주, SK경영경제연구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최 부회장은 폴리에스터 등 섬유 중심이던 SK케미칼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개선해 SK케미칼을 코폴리에스터, 바이오에너지 등의 고부가 화학소재와 프리미엄 백신 중심의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발전시켰다. 지난 7월 백신 사업을 분할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2011년 최 부회장의 취임 이래, SK가스의 변신도 눈부시다. SK가스는 LPG 유통회사에서 벗어나 화학, 발전 등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여 글로벌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최 부회장은 여의도고와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대 MBA를 취득했다. 최 부회장은 변호사 집안의 최유경(51)씨와 혼인, 1남 1녀를 두고 있다. 결혼식 전날 한국시리즈를 보러 야구장에 가고 결혼식이 끝난 후에도 야구를 보러 갔을 정도로 ‘야구광’이다. 최종건 창업주의 장남인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은 2000년 지병으로 별세했다. 부인 김채헌(64)씨는 김이건 전 조달청장의 딸이며 1남 3녀를 두고 있다, 장녀 서희(41)씨는 미국 변호사로 활동중이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여행 갈까, 스마트폰 살까…소비를 통한 행복감도 계층차이 있다

    [달콤한 사이언스]여행 갈까, 스마트폰 살까…소비를 통한 행복감도 계층차이 있다

    독일 사회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현대 사회 인간 존재의 문제를 소유양식과 존재양식으로 구별해 분석한 뒤 ‘소유냐 존재냐’(Haben Oder Sein)라는 책으로 펴냈다. 인간 존재 양식의 철학적 고찰 뿐만 아니라 상품의 소비양식도 소유와 존재로 나뉠 수 있다. 바로 공연관람이나 여행 같은 무형상품을 구매(존재)하거나 옷이나 전자기기 같은 유형상품을 구매(소유)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사람들이 소유보다 경험을 소비하는 것이 행복감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 같은 기존 연구결과는 사회계층간 소득격차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반박하는 분석결과를 내놔 주목받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경영학부 이채호 교수는 소비를 통해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은 재산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심리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심리과학’ 최신호에 실렸다. 특히 이번 논문은 심리과학에 실린 논문 중 사회적으로 가장 논의가 많이 된 논문 상위 1%에 올랐다. 연구팀은 2000~2012년 발표된 소비행복 관련 23개 연구결과를 메타분석했다. 그 다음 미국 성인남녀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구매한 유무형 상품을 각각 떠올리게 한 뒤 어떤 것이 더 큰 행복을 줬는지 비교하게 하고 스스로 느끼는 사회계층을 평가하도록 했다. 또 상품 구매로 인한 행복감과 객관적인 사회계층을 비교분석했다. 연구팀은 추가로 자신의 월 소득이 지금보다 50% 증가했다고 가정하고 유무형 상품을 구매했다고 할 때 어떤 쪽에 더 행복감을 느끼는지 평가하도록 했다.그 결과 개인의 사회적 계층을 주관적 인식이나 객관적 지표에서 스스로 상위 계층이라고 생각하거나 상위계층인 사람일수록 여행이나 공연관람 처럼 경험과 추억을 구매하는 경험소비에 행복감을 크게 느끼고 스스로 하위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실제 물건을 구매하는 소유소비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 증가를 예상한 응답자들은 경험소비 행복이 더 클 것이라고 답한 반면 월 소득 감소를 상상하는 경우는 두 소비간 행복감이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학비가 비싸고 상위계층 출신 비율이 높은 미국내 사립대 재학생들은 경험소비의 행복우위가 크게 나타났지만 학비가 상대적으로 싸고 다양한 계층이 골고루 분포된 주립대 등 공립대 재학생에게서는 소유소비에 대한 행복우위가 좀 더 강하게 나타난 메타분석의 결과와도 일치했다. 이채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경험이나 소유 모두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만큼 개인 상황에 맞는 소비 추구가 행복 총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기업의 판매 전략이나 국가복지정책까지 다양한 사회계층 행복감을 함께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활용해야 하는지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한달 수입 1달러 미만…‘생계형 성매매’ 나선 베네수엘라 여성들

    한달 수입 1달러 미만…‘생계형 성매매’ 나선 베네수엘라 여성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콜롬비아로 건너가 반 강제적인 성매매에 종사하는 베네수엘라 여성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25일 보도했다.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의 여성 다수는 자신의 아이들이나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가족들을 위해 콜롬비아로 건너가 성 산업에 종사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여성뿐만 아니라 교사, 경찰, 기자 등 전문직에 종사했던 여성들까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방법으로 성매매를 선택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 뒤에는 극심한 우울과 질병이 잇따랐다. 심리학자인 존 자이메스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 성매매를 하는 베네수엘라 여성들은 극심한 불안과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및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현지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세 아이의 엄마 파트리시아(30)는 콜롬비아 볼리바르의 도시 칼라마르에 있는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와 함께 일하는 베네수엘라 여성들은 어림잡아 60명에 이른다. 그녀가 일하는 칼라마르 지역은 콜롬비아에서도 마약밀매 등 강력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곳으로, 파트리시아는 이곳에서 일하던 중 고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역시 같은 지역에서 일하는 26세의 또 다른 여성은 과거 베네수엘라에서 역사와 지리교사로 일했지만, 생계를 위해 성매매 업소에 취업했다. 그녀가 한 달에 버는 돈은 31만 2000볼리바르, 미화로 1달러가 채 되지 않는 돈이다. 졸리라는 이름의 35세 여성은 AFP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절대 매춘을 의도했던 것이 아니다. 생계 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면서 “2016년까지 신문사에서 일했지만 신문을 찍어낼 종이가 없어서 회사가 망했다. 이후 이 길에 들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여성들은 일시적으로 베네수엘라를 떠난 탓에 공식적인 이민 서류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이 때문에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 IMF가 지난 9일 펴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올 연말까지 137만 퍼센트, 내년에는 1000만 퍼센트까지 치솟을 걸로 전망했다. 내년 전망치인 1000만 퍼센트는, 현대 경제사에서 비슷한 사례도 찾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진화론은 인간을 하찮게 만들지 않는다

    진화론은 인간을 하찮게 만들지 않는다

    1859년 출간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초판에서는 ‘진화’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 당시 자신의 이론에 대한 반발을 우려한 다윈은 ‘진화’ 대신 ‘변형된 자손’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수차례 개정판을 내면서 진화론을 ‘진화’시켰고, 인류가 생명을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다윈이 살았던 당시만큼은 아니겠지만, 진화론에 대한 반감은 현재도 여전히 남아 있다. 사실 전자현미경으로 본 인간의 세포는 다른 포유류의 세포와 다를 바 없다. 우리가 결국 원숭이의 후손이거나, 동물과 같은 조상을 갖고 있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주장할 근거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진화론에 대한 거부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추적하고,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는 진화학 연구의 오해들을 소개하고 바로잡는다. 예컨대 일각에서는 남녀의 성역할, 심지어 성폭력 등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생물학적 욕구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는 진화가 남긴 잔해가 아닌 현대사회의 문화적 구성물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한다. 그 배경조차 의심되는 잘못된 연구들이 사실인 것처럼 진화심리학 등의 탈을 쓰고 대중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분명 다윈이 말한 얼기설기 얽혀 있는 강둑의 일부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그 강둑을 초월할 수 있는 생명체이기도 하다.”(50쪽) 저자는 책에서 진화론이 결코 인간을 우연이 만든 하찮은 존재로 격하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의식하게 된 우주”라며 “그 의식이 생겨나는 자리, 우주의 자기인식이 일어나는 중심부는 다름 아닌 인간의 뇌”라고 말한다. 인류가 진화한 것이 과학적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최초로 인간이라는 생명 형태가 자신의 행동에 따르는 결과를 이해하고 현재의 방향이 맞는지도 판단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가톨릭 신자이자 생물학 교수인 저자는 인문주의적 방식으로 진화론을 고민해 왔다. 진화론은 ‘아담의 죽음’이 아닌 ‘아담의 승리’라고 믿고 있기에 ‘신을 믿는 진화학자’라는 그의 정체성도 결코 모순이 아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열린세상] 먼저 생각하게 하고 절제하며 가르치기/박주용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열린세상] 먼저 생각하게 하고 절제하며 가르치기/박주용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배우고 또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지식은 대개 앞선 사람들의 생각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예를 들어 1부터 1000까지의 합을 구하는 방법은 독일의 수학자인 가우스가 발견했고, 미분 개념은 뉴턴이 생각해 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을 그냥 가르치는 대신 먼저 한번 시도하게 한 다음 가르치면 더 잘 배운다. 숫자의 합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 구해 보라고 하거나, 미분 개념도 관련된 최소한의 배경 지식을 제공하고 뉴턴이 해결하려 한 문제를 풀어 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우스가 발견한 방법, 즉 1, 2, 3 … 1000을 쓰고 그 아래에 1000, 999 … 1을 쓴 다음 같은 칸의 두 수를 더하면 모두 1001이 된다는 것을 아마 찾아내지 못하고, 뉴턴의 문제도 못 풀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바로 그 실패 덕분에 가우스의 방법과 뉴턴의 미분 방법의 아름다움과 위력을 맛볼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 취리히공대의 마누 카푸어 교수가 오랫동안 수행해 온 ‘생산적 실패’ 연구는 이를 잘 보여 준다. 그는 학생들에게 현재의 지식이나 경험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제시하고 풀게 하는데, 학생들이 실패나 좌절을 겪다가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 비로소 교사가 도움을 주도록 했다. 이 방법으로 가르친 집단이 통상적으로 교사가 먼저 가르치고 문제를 풀게 한 집단은 물론 문제를 푸는 동안 학생들이 요청할 때마다 교사가 도움을 준 집단보다 나중에 본 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 결과는 친절하지 않게 가르치는 것이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학습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통념과 다르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풀이 방법을 가르치는 대신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은 학생들이 하도록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다가 마지막 순간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이 그 문제와 충분히 긴 시간 동안 씨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적어도 수업 시간에 가르치는 양을 지금보다 줄여야 하고 가르치는 시점도 지금보다는 늦춰야 한다. 배우기 전에 먼저 생각하도록 하면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는 활동을 촉진한다. 버클리대학의 보나위츠 교수는 2011년 유치원생에게 처음 보는 복잡한 장치를 장난감으로 제시했다. 특정한 위치의 스위치를 누르면 음악이 나오고, 또 다른 원통을 당기면 불빛이 들어오는 것과 같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여러 기능이 숨겨져 있는 장치였다. 이 장난감을 보여 주며 한 집단에는 교사가 그 장치의 여러 기능 중 하나를 소개한 다음 가지고 놀게 했고, 다른 집단에는 교사의 시연 없이 그냥 가지고 놀게 했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만 남겨 둔 상태에서 그 장치를 가지고 노는 장면을 비디오로 녹화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배운 아이들은 배운 기능을 몇 번 시도해 본 다음 그 장치를 가지고 놀지 않았다. 따라서 이 아이들은 그 장치에 숨겨진 다른 기능을 잘 찾아내지 못했다. 이에 반해 그냥 놀게 한 아이들은 배운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긴 시간 동안 가지고 놀면서 숨겨진 여러 기능을 찾아냈다. 이 결과는 가르쳐 주면 그대로 따라 하고 거기서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스스로 탐색하게 하면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요컨대 가르쳐 주면 빨리 배우기는 하지만, 그 대신 가르쳐 주지 않은 잠재해 있는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는 활동이 줄어든다. 이상의 연구가 우리 교육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지금처럼 무조건 많이 가르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그 대신 학생들의 사고가 선행하거나 활발하게 수반되도록 하면서 절제하며 가르쳐야 한다. 즉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다가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의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런 가르침과 더불어 고차적인 사고력을 평가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 학생들의 지식과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인 끈기도 강화할 수 있다. 특정 주제에 대해 오랫동안 깊고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 내는 만큼 다음 세대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 위기일발 자율주행차 AI는 누구를 살릴까

    위기일발 자율주행차 AI는 누구를 살릴까

    #트롤리 전차가 시속 100㎞의 속도로 궤도를 달리고 있다. 궤도 앞쪽에는 5명의 인부가 귀마개를 하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전차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황. 전차를 멈추는 것이 최선이지만 브레이크가 고장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로를 바꿀 수 있는 레버는 작동시킬 수 있다. 문제는 바뀌는 선로에도 1명의 작업자가 있다. 선로를 바꾸지 않으면 5명이 죽게 되고 바꾸면 1명이 죽는다. 과연 어떤 선택이 윤리적으로 타당한 것일까.미국 하버드대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강의 ‘정의’(Justice) 첫 수업에 나오는 유명한 ‘트롤리 사고 실험’이다. 실제상황을 가정한 이 사고 실험은 다양하게 변형돼 윤리 문제를 생각케 한다. 예를 들어 5명은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고 1명이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형태이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운전자 없이 인공지능(AI)이 운전하는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했을 때 ‘트롤리 딜레마’는 단순한 철학적, 윤리적 사고 실험이 아닌 현실 문제가 된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과학자들과 윤리학자, 철학자들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과 데이터·시스템·사회연구소,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프랑스 툴루즈1대학 경제학부 공동연구팀은 ‘도덕기계’(Moral Machine)로 이름 붙인 대규모 온라인 조사 플랫폼을 이용해 233개 국가 및 도시에 사는 수백만명을 대상으로 트롤리 딜레마를 조사해 분석한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24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계 과학자 리처드 김 MIT 미디어랩 연구원이 1저자로 참여했다. 도덕기계는 영어, 아랍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한국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10개 국어로 번역돼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약 3961만개의 윤리적 선택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했다. 자율주행차나 AI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의 조사 연구다. 연구팀은 편도 2차로를 지나는 자율주행차가 횡단보도를 코 앞에 두고 브레이크 고장으로 멈출 수 없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때 곧장 직진을 하면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핸들을 꺾어 옆 차로로 가면 콘크리트 장벽에 충돌해 탑승자가 죽게 된다. 연구팀은 탑승자와 보행자의 성별과 숫자, 애완동물 동승 등 조건을 변화시켜 13가지 시나리오를 만든 뒤 상황에 따른 응답자들의 선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우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는 아기, 소녀, 소년, 임산부, 남성 의사, 여성 의사, 여성 운동선수, 여성 CEO, 남성 운동선수, 남성 CEO 순으로 조사됐다. 또 크게 보호할 필요가 없는 대상으로는 고양이, 범죄자, 개, 여성 노인, 남성 노인, 노숙자, 몸집이 큰 남자가 꼽혔다. 특성별로 보면 차량 탑승자보다는 보행자, 남성보다는 여성, 어른보다는 아이,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보다 높은 사람, 교통신호를 준수하는 사람, 노인보다는 어린이, 애완동물보다는 사람, 사람 수가 적은 쪽보다 많은 쪽이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응답자의 거주지역과 국가별로 서구권(Western), 동양권(Eastern), 오세아니아 및 남미권(Southern) 3개 범주로 구분해 선택 경향을 파악하기도 했다. 서구권에서는 사람의 숫자가 많은 쪽, 어린아이이거나 몸집이 작은 사람들을 구하는 방향을 선호했지만 동양권에서는 사람 숫자와 관계 없이 보행자와 교통규칙을 지키고 있는 쪽이 더 안전해야 한다는 선택을 했다. 남미권에서는 여성과 어린아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더 안전하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 프랑소와 보네퐁 툴루즈1대학 교수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갑자기 맞닥뜨릴 수 있는 현실은 개발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예측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다”라며 “윤리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허용하기 전 제조사와 정부, 학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범용적 기준이 아닌 지역별, 문화적 맞춤형 도덕 AI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탑승자보다 보행자, 노인보다 아이 택했다

    탑승자보다 보행자, 노인보다 아이 택했다

    역대 최대 233개 국가 수백만명 대상 3961만개 ‘윤리적 선택’ 빅데이터 분석 #트롤리 전차가 시속 100㎞의 속도로 궤도를 달리고 있다. 궤도 앞쪽에는 5명의 인부가 귀마개를 하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전차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황. 전차를 멈추는 것이 최선이지만 브레이크가 고장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로를 바꿀 수 있는 레버는 작동시킬 수 있다. 문제는 바뀌는 선로에도 1명의 작업자가 있다. 선로를 바꾸지 않으면 5명이 죽게 되고 바꾸면 1명이 죽는다. 과연 어떤 선택이 윤리적으로 타당한 것일까.미국 하버드대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강의 ‘정의’(Justice) 첫 수업에 나오는 유명한 ‘트롤리 사고 실험’이다. 실제상황을 가정한 이 사고 실험은 다양하게 변형돼 윤리 문제를 생각케 한다. 예를 들어 5명은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고 1명이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형태이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운전자 없이 인공지능(AI)이 운전하는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했을 때 ‘트롤리 딜레마’는 단순한 철학적, 윤리적 사고 실험이 아닌 현실 문제가 된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과학자들과 윤리학자, 철학자들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과 데이터·시스템·사회연구소,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프랑스 툴루즈1대학 경제학부 공동연구팀은 ‘도덕기계’(Moral Machine)로 이름 붙인 대규모 온라인 조사 플랫폼을 이용해 233개 국가 및 도시에 사는 수백만명을 대상으로 트롤리 딜레마를 조사해 분석한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24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계 과학자 리처드 김 MIT 미디어랩 연구원이 1저자로 참여했다. 도덕기계는 영어, 아랍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한국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10개 국어로 번역돼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약 3961만개의 윤리적 선택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했다. 자율주행차나 AI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의 조사 연구다. 연구팀은 편도 2차로를 지나는 자율주행차가 횡단보도를 코 앞에 두고 브레이크 고장으로 멈출 수 없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때 곧장 직진을 하면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핸들을 꺾어 옆 차로로 가면 콘크리트 장벽에 충돌해 탑승자가 죽게 된다. 연구팀은 탑승자와 보행자의 성별과 숫자, 애완동물 동승 등 조건을 변화시켜 13가지 시나리오를 만든 뒤 상황에 따른 응답자들의 선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우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는 아기, 소년, 소녀, 임산부, 남성 의사, 여성 의사, 여성 운동선수, 여성 CEO, 남성 운동선수, 남성 CEO 순으로 조사됐다. 또 크게 보호할 필요가 없는 대상으로는 고양이, 범죄자, 개, 여성 노인, 남성 노인, 노숙자, 몸집이 큰 남자가 꼽혔다. 특성별로 보면 차량 탑승자보다는 보행자, 남성보다는 여성, 어른보다는 아이,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보다 높은 사람, 교통신호를 준수하는 사람, 노인보다는 어린이, 애완동물보다는 사람, 사람 수가 적은 쪽보다 많은 쪽이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응답자의 거주지역과 국가별로 서구권(Western), 동양권(Eastern), 오세아니아 및 남미권(Southern) 3개 범주로 구분해 선택 경향을 파악하기도 했다. 서구권에서는 사람의 숫자가 많은 쪽, 어린아이이거나 몸집이 작은 사람들을 구하는 방향을 선호했지만 동양권에서는 사람 숫자와 관계 없이 보행자와 교통규칙을 지키고 있는 쪽이 더 안전해야 한다는 선택을 했다. 남미권에서는 여성과 어린아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더 안전하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 프랑소와 보네퐁 툴루즈1대학 교수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갑자기 맞닥뜨릴 수 있는 현실은 개발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예측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다”라며 “윤리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허용하기 전 제조사와 정부, 학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범용적 기준이 아닌 지역별, 문화적 맞춤형 도덕 AI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잔혹 범죄자가 약자 행세… 국민 정의감이 폭발했다”

    “잔혹 범죄자가 약자 행세… 국민 정의감이 폭발했다”

    “국민의 정의감이 공적으로 분출됐다고 생각합니다.”경찰대 교수이자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표창원(52) 의원은 24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의 심신미약 감형 논란에 대해 “약자가 아니면서 약자인 척하며 감형을 받는 것은 평등하지도,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04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사건 관련, 심신미약 감형에 반대하는 데 찬성했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나. -누구든지 PC방이라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흉기를 든 범죄자의 무자비한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사회적 관심을 높여 줬다. 경찰이 출동한 상태에서도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누가 나를 지켜줄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이 첨가됐다. →피의자의 심신미약 감형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데.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 피의자도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소년 강력범죄와 관련해서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또 하나는 음주 감경 문제까지 연이어 나오다 보니까 국민 입장에선 범죄에 대해 평등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는 거다.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고도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과 치료 전력 등을 내세워 감형을 받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게 국민들의 공감대이면서 전체적인 법감정이다. →심신미약 감형 제도 자체의 문제인지. -영국에서 19세기 수상에 대한 총격 범인이 자신의 정신병을 주장해 심신 상실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당시 영국 국민이 분노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만들어진 규칙이 ‘맥노튼 룰’이다. 우리는 형법상 10조에 있는 책임성에 대한 조각사유를 규정한 것 외에 구체적인 심신미약 규정 마련 노력을 안 해왔다. 그러다 보니 오직 판단할 수 있는 건 판례밖에 없다. 매번 판사들의 ‘케이스 바이 케이스’에 해당되는 결정을 다른 상황과 다른 시대 변화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상태는 옳지 않다. 국회에서도 반성하고 형법 10조를 가다듬을 필요성이 있다. 법원에서도 양형 기준이나 내부 규칙을, 법무부에서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심신미약이나 정신과적 질환과 범죄의 관계에 대한 규정 완비가 필요하다. →경찰의 초동 대처에는 문제가 없었나. -현재의 법과 규정하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다만 현장에서 경찰관이 그 형제의 행동, 태도 등에서 위험성, 공격성 등을 발견했다면 거기에 대해서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적절했느냐는 문제는 야기될 수 있다. 향후 입법 정책적으로는 영국의 반사회적 행동규제법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장 출동 경찰관이 신고 등을 통해서 위험성이 야기되는 시비, 다툼 혹은 경미한 폭력행위 등 공격성의 표현을 인식했을 경우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경찰의 강제 조치가 가능한 입법이다. →피의자의 동생도 공범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는데. -일반적인 국민들의 의혹은 상당히 근거가 있어 보이고 합리적이다. 왜냐하면 사건 처음 발단 과정부터 동생은 함께 있었다. 다른 반대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형이 흉기를 가져오는 동안 동생이 망을 보며 피의자가 다른 데로 가지 않도록 지키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또 현장에서 동생이 피의자를 붙잡는 모습이 영상에 보인다. 흉기에 의한 피습을 당한 사람을 붙잡는 것을 말리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게 사실 이해하기 어렵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커지는데. -1980년대 이후 범죄심리학계와 정신의학계의 연구 결과는 정신과적 질환이 강력 범죄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 증거는 없다는 거다. 정신과적 질환이 위험하다는 것은 사회적 편견에 불과하다. 만약 위험하다면 먼저 조치를 취하지 못한 사회적 책임 문제로 귀결된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광장으로 나온 도서관… 책에도 단풍 물들겠네

    광장으로 나온 도서관… 책에도 단풍 물들겠네

    4000여권 서가·북캠핑 등 마련 25일 국립중앙박물관선 포럼도독서하기 좋은 계절, 서울 도심에 ‘책의 맛’을 음미하기 좋은 자리가 잇따라 마련돼 독자들을 유혹한다. 오는 26~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라이프러리’(Lifrary) 4차 행사가 열린다. 라이프러리는 ‘삶’(Life)과 ‘도서관’(Library)의 합성어로 ‘2018 책의 해’를 맞아 야외 공간에 서가를 꾸며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책을 만나게 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지난 8월 부산에서 시작돼 제주, 서울숲을 거쳐 광화문에서 마무리된다. 이번 행사에는 책 4000여권이 비치된 대형 이동식 서가가 마련되고, 아이들의 독서 놀이공간 ‘북 그라운드’, 텐트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북 캠핑’, 방송인 오상진·김소영 부부의 ‘셀러브리티의 책장’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북 토크 콘서트에는 26일 박상미 더공간 마음학교 대표, 노명우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27일에는 임경선 작가, 정재찬 한양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천문학자 이명현씨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펼친다. 재즈 콘서트에서는 클래식 공연팀 ‘더 스트링 앙상블’과 재즈밴드 ‘판도라’가 독서와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주고, 오픈 스튜디오에서는 공개 팟캐스트 방송이 진행된다.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는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책 생태계 비전 포럼’ 8차 행사가 열린다. 포럼 주제는 ‘읽기의 과학, 왜 책인가’. 레이먼드 마 캐나다 요크대 교수의 ‘독서는 공감 능력을 어떻게 향상시키는가’, 마거릿 머가 오스트레일리아 에디스코완대 교수의 ‘읽기를 격려하기 위한 부모의 역할’, 사카이 구니요시 일본 도쿄대 교수의 ‘뇌를 만드는 독서, 왜 종이책이 필요한가’,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의 ‘독서와 진화, 왜 읽어야 하는가’ 등이 발표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우울증은 칼을 쥐여 주지 않았다”… 심신미약 악용 ‘악마’에 공분

    “우울증은 칼을 쥐여 주지 않았다”… 심신미약 악용 ‘악마’에 공분

    피의자 ‘우울증 진단서’ 기름 부은 격 ‘나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더해져 사법 불신 커진 국민들 분노 솟구쳐 전문가 “분노 사회, 흉악범죄 일상화 일선 지구대 범죄자 정보 조회 시급” 정신질환자 매도·낙인도 위험 수위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부풀어 올랐다.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 글에는 동의 수가 무려 100만건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살인범을 향해 전례 없는 분노가 표출되는 데 대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가해자 측이 감형 사유가 되는 심신미약자임을 입증하려고 우울증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한 것이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불신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판사들이 심신미약자에 대해 집행유예를 비롯해 관대하게 형을 선고하다 보니 국민의 분노가 더욱 커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피해자가 잔혹하게 살해된 모습이 피해자를 처음 치료했던 의사 남궁인씨에 의해 공개된 것도 공분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담당의사가 느낀 대로 쓴 글의 파급 효과가 매우 큰 것 같다”면서 “사람들은 그 글을 읽고 가해자에게 고의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가혹하게 공격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청년이 무방비 상태로 잔혹하게 당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통해 참여의식이 높아진 점이 여론을 모으는 데 상호작용을 일으킨 것”이라면서 “의사가 환자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범죄에 대해서는 더 단호해야 한다는 국민의 메시지가 이를 용인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도 언제든지 저렇게 당할 수 있겠다’는 두려움도 분노가 치솟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강남역 살인사건, 강서구 PC방 사건에 시민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장소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라면서 “묻지마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분노사회’로 접어든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극단적인 이기주의 팽배와 다른 사람들에게 여지를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심화되면서 우발적인 흉악 범죄가 일상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가 분노사회로 접어드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타인과 분쟁을 일으킬 수 있거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을 일차적으로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는 지금 내 감정이 상한 것이 즉각 반영되지 않은 점에 화가 났다”면서 “자신을 무시한다고 모멸감을 느끼면서 폭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경찰이 PC방으로 1차 출동했을 때 상해전과를 조회하지 않았다”면서 “일선 지구대에서 범죄자 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해 흉악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울증이나 정신병력이 있는 사람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궁씨도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여 주지 않았다”면서 “심신미약에 대한 논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울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을 잠재적 살인마로 만드는 꼴이다. 그것(칼)은 그 개인의 손이 집어 든 것”이라고 썼다. 시민들의 분노가 피의자가 아닌 정신병과 힘겹게 싸우는 환자 일반으로 번질까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남씨의 우려처럼 “정신병이면 사형이 답이다. 나와서 또 죽인다. 100%다”라는 식으로 정신질환자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분위기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우울증과 범죄의 연관성은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절망감에 빠져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이계성 정신과 전문의도 “우울증 환자는 무기력하고 의욕도 없어서 30번씩 피해자를 찌르기가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의는 성명을 내고 “정신질환은 그 자체가 범죄의 원인이 아니며 범죄를 정당화하는 수단은 더더욱 아닐 것”이라면서 “우울증과 심신미약을 혼동해 마치 감형의 수단처럼 비추어지는 것은 정신질환을 앓는 많은 이들에 대한 또 하나의 낙인이 될 수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작심삼일 다이어트, 당신의 ‘의지박약’ 탓이 아니다 (연구)

    작심삼일 다이어트, 당신의 ‘의지박약’ 탓이 아니다 (연구)

    매번 작심삼일로 끝나는 다이어트에 자신의 ‘의지박약’을 탓했던 사람들이라면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메디컬익스프레스 등 해외 언론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맥길대학 연구진은 최근 연구를 통해 일부 사람들은 욕망, 특히 식욕을 억제하는데 도움을 주는 뇌 부위가 매우 활성화 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성인 남녀 24명을 대상으로 3개월 간 하루 1200칼로리만 섭취하라고 제한하고, 동시에 실험참가자들에게 고칼로리의 음식 사진과 평범한 풍경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들의 뇌를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 (fMRI)로 촬영했다. 그 결과 스스로 식욕을 억제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다이어트를 할 때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식단을 제한하는 등의 행동 및 의지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를 대상으로 측면 전두엽 피질(lateral prefrontal cortex) 및 북부 내측전전두피질(ventral medial prefrontal cortex)을 정밀 분석했다. 측면 전두엽 피질은 자기 제어와, 북부 내측전전두피질은 어떤 행동과 결정에 대한 동기부여 관련된 부위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에게 고칼로리의 음식 사진을 보여줬을 때 일부 참가자들의 측면 전두엽 피질과 북부 내측전전두피질이 매우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1개월 뒤 같은 실험을 했을 때 실험참가자들의 해당 뇌 부위 활성화 정도가 모두 낮아지긴 했지만, 다이어트에 가장 성공한 실험참가자는 그 감소폭이 더 적었다. 이는 해당 뇌 부위의 활성화 효과가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들에 비해 더 오래 지속된 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연구를 이끈 알랭 도허 맥길대학 심리학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사람이 다이어트를 할 때에는 자기조절과 자기제어를 관장하는 뇌 영역에 상당부분 의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번 연구는 자기 제어 능력을 높이는 비만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18일자에 소개됐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저도 보육교사 그만둡니다” 맘카페 두려워 떠나는 그들

    “CCTV 감시에 학대 의심까지 하면서 오해 풀리면 유야무야…자괴감 든다” 어린이집 홈피에 동병상련 글 이어져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아동학대 교사라는 오해를 사 ‘맘카페’에서 신상이 털릴 뿐만 아니라 폐쇄회로(CC)TV로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마냥 아이를 좋아해 보육교사가 된 이들이 자괴감에 빠져 일을 관두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18일 김포의 한 어린이집 홈페이지에는 ‘동병상련’의 마음을 담은 추모글이 잇따랐다. 인터넷 맘카페에서 아동학대 보육교사로 낙인 찍혀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가 일했던 곳이다. 보육교사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우리를 존중해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가해자 취급을 당하다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선생님 안아드려’로 끝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일을 보며 현장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전남의 한 어린이집은 지난 1월 맘카페에 아동학대 제보 글이 올라와 원아 수가 20여명 급감했다. 학부모가 “아이가 다치고 왔는데 선생님이 학대한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6개월 분량의 CCTV까지 확인한 끝에 증거가 발견되지 않자 맘카페에 글을 올려버린 것이다. 해당 어린이집 교사는 “가해자로 의심받은 교사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CCTV도 보육교사들의 인권을 옥죄고 있다. 경기의 한 어린이집에서 4년간 일한 이모(25)씨는 아동학대 의혹을 받아 학부모와 함께 지켜본 CCTV 영상 속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고 깊은 자괴감이 들어 일을 관뒀다. 이씨는 “내가 왜 감시받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학부모의 지나친 의심에 많은 보육교사가 퇴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를 안아주는 모습이 CCTV에서 학대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 스킨십을 자제한다”면서 “아이를 참 좋아했는데 점점 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맘카페의 부작용이 결합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절대 을의 위치에 있는 보육교사들은 부당함을 호소할 곳이 없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자녀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맘카페 회원들이 공격 성향을 띠면 당해낼 수가 없다”고 밝혔다. 서진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2015년 인천 아동학대 사건 이후 어린이집 CCTV가 의무화됐지만, 교사 한 명당 아동의 비율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면서 “아동인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만큼 보육교사들의 노동환경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문화마당] 책하고 놀기/강의모 방송작가

    [문화마당] 책하고 놀기/강의모 방송작가

    가을 햇살이 쨍한 주말 아침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중학생 딸이 직업의 세계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시간을 내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이었다.홍대 입구 예쁜 와플 가게에서 중1 여학생 셋과 인사를 나눴다. 초롱초롱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수첩을 꺼낸 그들은 휴대전화 녹음 버튼부터 눌렀다. 첫 질문은 “왜 방송작가가 되고 싶었는가”였다. “왜?”라는 질문은 늘 어렵다. ‘어렸을 때 책 읽기를 좋아했는데…’까지 얘기하고 말문이 막혔다. 대답을 궁리하다 차라리 되묻기로 했다. “너희들이 아는 방송작가의 세계는 어떤 걸까?”, “방송작가에겐 즐거운 일만 있을까?” 등등. 이야기가 술술 풀려 준비한 질문이 모두 끝났을 때 넌지시 물었다. “혹시 시간 있으면 너희들 인터뷰를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책하고 놀자’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맡고 있는 작가로서, 전직 국어 교사로서 요즘 학생들의 독서가 궁금했다. 먼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셋은 모두 과거형으로 응답했다. “좋아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책 볼래, 스마트폰 볼래’ 하면 주저 없이 스마트폰을 먼저 잡을 거예요.” 그럼 언제까지 좋았던 걸까? 한 친구가 꿈꾸는 표정으로 말했다. “자기 전에 엄마 아빠랑 같이 책 읽을 때요. 음…. 그런데 지금은 부모님도 집에서 각자 전화기만 봐요.” 까르르 폭소가 터졌다. 하나 더 물었다. “요즘도 독후감 숙제가 있는지?” 물론 있다 했다. 다만, 감상을 글로만 쓰는 게 아니라 만화로 그리거나, UCC로 만들어도 된다는 게 달랐다. 이들은 얼마 전 독후감 과제 발표 시간에 셋이 한 팀으로 멋진 영상을 만들어 큰 박수를 받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잘 모르는 내용이긴 했지만, 친구들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을 했는지는 충분히 납득이 됐다. 그들은 또 서로를 칭찬했다. “얘는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어서 이해력이 좋아요.” “너는 자막을 정말 잘 뽑잖아.” “이 친구는 영상편집 기술이 최고예요.” 그야말로 어리고 순수한 우정과 지성의 네트워크다. 독서량이 한 학기에 한 권이면 어떻고, 1년에 한 권이면 어떠랴. 내용을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들은 열심히 토론을 했을 것이고, 스토리를 요약해 각본을 짰을 것이고, 좋은 구절을 찾아 자막을 뽑았을 것이니. 책장 하나하나를 씹고 뜯고 맛본 즐거움을 쉽게 잊진 못할 것이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저명한 뇌과학자가 말했다. “독서는 쾌락이 돼야 평생 독서하는 어른이 된다”고. 어린 친구들과 어른스럽게 악수를 나누고 헤어지며 당부했다. “너희들이 어떤 책을 읽든, 무엇을 공부하든,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지금처럼 늘 즐거움이 우선이 되면 좋겠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잘 노는 사람은 타인의 마음을 잘 헤아려 읽는다. 따라서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 그리고 잘 노는 사람은 가상 상황에 익숙하다. 놀이는 항상 가상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잘 노는 사람은 자신을 돌이켜 보는 데도 매우 능숙하다. 나를 객관화시켜 바라보는 능력은 또 하나의 가상 상황에 나를 세워 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잘 노는 사람이 행복하고 잘살게 돼 있다. 그래서 우린 잘 놀아야 한다. 놀이의 본질은 상상력이기 때문이다.’ 살아오는 동안 내게 가장 큰 결핍은 상상력과 창의력이었다. 노는 법을 배우고 익히지 못했으니 당연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하여 남은 공부로 ‘잘 놀기’를 선택했다. 마침 바다 건너 멀리서 오랜 벗이 찾아왔다. 난 오늘도 신나게 놀러 나간다.
  • “오늘 잠들면 넌 죽는 거야”…‘마라’ 30초 예고편

    “오늘 잠들면 넌 죽는 거야”…‘마라’ 30초 예고편

    미스터리 추적 공포 ‘마라’ 30초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마라’는 ‘의문의 수면중 돌연사’ 사건 조사 중, 잠들면 찾아오는 죽음의 악령 ‘마라’의 존재를 깨닫고 그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인시디어스’ 시리즈, ‘23 아이덴티티’의 스티븐 슈나이더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가위눌림을 경험합니다”라는 대사로 시작한 예고편은 욕조에 있는 케이트(올가 쿠릴렌코)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이후 그녀의 몸이 마비되고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죽음의 악령 ‘마라’가 등장한다. 삶과 뗄 수 없는 ‘수면 시간’에 찾아오는 죽음의 악령 마라와 그 실체를 쫓는 범죄 심리학자 케이트의 추적 과정은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추적 공포를 예고한다. ‘마라’에는 ‘007 퀀텀 오브 솔러스’를 통해 제22대 본드걸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로 주목받은 올가 쿠릴렌코가 주인공 ‘케이트’ 역을 맡았고,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 ‘그것’, ‘컨저링 2’에 출연한 하비에르 보텟이 죽음의 악령 ‘마라’ 역을 맡았다. 10월 18일 개봉한다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생생리포트]미국의 취업시장에서 최고 대우는..석유공학 전공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미국 취업 시장의 문이 좁아지면서 대학에서 인문학 전공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도 청년 취업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지 오래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한지 지 올해로 10년이다. 경기가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 대학에서는 인문학보다 ‘실용학문’의 인기가 훨씬 높다. 이는 안정된 취업과 높은 임금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은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지난해 대학에서 어문학과 철학, 사학 등 인문학을 전공하는 학생 수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전했다. 미 교육부 국립교육과학연구원 통합고등교육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미 대학에서 영어영문학 전공자 수는 40% 급감했다. 정치학(-32%), 교육학(-32%), 인문교양학(-24%), 사회학(-22%) 등의 하락 폭도 컸다. 반면 운동과학(131%), 간호(78%), 보건의료(57%), 컴퓨터공학(50%), 공학(40%) 등 의·공학 계열 선호도가 높아졌다. 과학연구원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는 서서히 회복됐지만 인문학 기피 현상은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문학 기피는 취업과 연봉 등 경제적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대학 초임 연봉랭킹 상위권에 인문학 전공은 없다. 대부분이 공학 계열로 채워졌다. 워싱턴DC 명문 조지타운대 취업센터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연봉이 가장 높은 전공은 석유공학이다. 석유공학 전공자는 취업 후 첫 5년 동안 평균연봉 9만 4600달러(약 1억 800만원), 10년이 지나면 평균 17만 5000달러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임과 중간 관리자급에서 모두 최고 수준이었다. 이는 연봉이 가장 낮은 아동교육학 전공자 초임인 3만 6000달러의 2배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또 석유공학 부문의 일자리 증가율도 연평균 15%를 기록, 다른 전공자보다 취업 문이 넓었다. 이어서 보험수리학과 보험회계학, 원자력공학, 화학공학 등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가장 취업이 어렵고 박봉인 전공은 상담심리학(2만 9000달러)이 차지했으며, 아동교육학(3만 6000달러)과 신학·사회복지학(3만 8000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조지타운대 취업센터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 취업 시장에서는 이공계 우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자신의 전공은 꼭 취업과 연관지을 필요는 없지만, 충분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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