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심리전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100억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아세안(ASEAN)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공공일자리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정상회담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998
  • ‘시리아 비무장지대’ 설치 추진

    시리아 민간인 희생자가 2만 5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서방국가들이 시리아에 비무장지대를 설치하는 방안에 착수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28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 전역에 반군에 “무기를 내놓거나 죽음을 택하라.”고 압박하는 전단지 수천장을 헬기로 살포하며 심리전을 폈다. 27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국제사회 파트너들과 터키가 제안한 비무장지대 설치 계획에 착수했으며, 그 어느 때보다 시리아에 대한 공식적인 개입 단계에 가까이 접근했다.”고 밝혔다. 터키가 제안하는 비무장지대는 민간인들의 피난처가 될 뿐 아니라 양국의 국경지대를 따라 활동하는 시리아 반군을 위한 은신처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비무장지대의 치안을 누가 맡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터키나 아랍 국가들이 치안 유지를 통솔하는 방안이 유력하고, 서방국가의 병력은 배치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국제사회의 시리아 내 비무장지대 설치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는 급속도로 유입되는 시리아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910㎞에 걸쳐 있는 터키 국경지대에 등록된 시리아 난민만 8만명에 이른다. 최근 터키 정부는 10만명 이상은 수용할 수 없다며 시리아 북부 지역에 민간인을 보호할 안전지대를 마련할 것을 제안해 왔다. 최근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간의 교전으로 이달에만 4000여명이 숨지는 등 민간인 피해가 악화되면서 국제사회가 더 강경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30일 시리아 사태를 논의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각료 회의를 주관할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난민 숫자가 급증하면 비행금지구역(NFZ) 설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올랑드 대통령이 촉구한 시리아 야권 주도의 과도정부 구성에 대해 미국은 시기상조라며 입장 차를 보였다. 올랑드 대통령은 반군에 과도정부를 구성하라고 주문하며, 과도정부가 출범하는 즉시 합법성을 인정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국제사회 지도자로서는 처음이다. 하지만 미국은 “분열된 야권에 임시정부를 구성하라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야권단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 압델바셋 세이다 위원장은 과도정부 발표를 위해 진지하게 준비, 자문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한편 이란이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과 수백명의 정예병 및 민병대원들을 시리아에 파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전자발찌 대상자 9명 잠적…관리 허점 또 드러나

    앞으로 미성년자도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서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된다. 범죄 예방을 위해 성범죄자의 얼굴은 최근 찍은 사진을 담도록 했으며, 신상정보 공개 대상 범죄는 카메라 촬영, 공공장소에서의 추행,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까지로 확대된다. 현재 15년 상한인 성범죄자 치료감호 기간은 완치될 때까지로 늘어나게 된다. 법무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치료감호법 개정안을 다음 달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가로 3.5㎝, 세로 4.5㎝로 규정된 성범죄자의 얼굴사진 규격은 식별이 쉽도록 더 키우고 새로 찍은 사진은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공개한다. 기존의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사진은 대상자가 임의로 촬영해 얼굴식별이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미성년자도 인터넷에서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성인 인증절차를 폐지할 예정이다. 이 밖에 성범죄자 주소를 지번까지 공개하고,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를 제도 최초 시행일인 지난해 4월 16일 이전에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까지 소급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성폭력 사범 치료도 강화한다. 국내 유일의 공주 치료감호소가 오는 2014년 포화상태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제2감호소 신축을 추진한다. 성범죄자는 판결 전 반드시 심리전문가 등의 검사를 받게 된다. 하지만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 관리는 여전히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부착 명령이 내려진 성범죄자 가운데 이미 출소해 소재가 불분명한 9명의 신원을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지명수배를 요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성범죄 전력이 2회 이상이며, 형을 마치고 출소한 상태에서 전자발찌 부착 소급적용 대상자로 분류돼 보호관찰관이 찾아갔지만 판결문에 나온 주소에 있지 않아 소재를 찾을 수 없는 등 1∼3개월 연락이 닿지 않은 경우였다. 법무부는 지명수배를 통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성들이 많이 거주하는 다세대주택·원룸 지역이나 터미널·지하철 등 다중이용 시설에 대해 정밀 방범 진단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묻지 마 범죄는 현장에서 반드시 검거할 수 있도록 하고, 112 종합상황실을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로 만들기로 했다. 이와 함께 테이저건(전기총) 등 경찰 장구 사용을 활성화하고 경찰관 피습 등 극한 상황에 대한 대응 태세도 점검한다. 범죄자에 대한 프로파일링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서울 주요 지역을 경비하는 경찰관에게는 가스총을 지급하기로 했다. 경비와 무관하게 주변에서 강력범죄 발생 시 112신고에 따른 경찰투입 이전이라도 즉각 투입해 범인을 제압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경비 경찰관에게는 3단봉과 호루라기 장비만 지급됐다. 가스총 구매에 필요한 예산은 1억 8000여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홍인기기자kimje@seoul.co.kr
  • “北, 단기간 내 핵·미사일 실험 준비”

    북한이 단기간 내에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외통·통일 당정간담회에서 국방부가 제출한 보고서에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방부 보고서에는 북한이 단시일 내에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며 “그러나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당장 북한에 핵실험 징후가 있다는 언급을 따로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국방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이 남측에 대해 강한 대결 국면을 유지해 가면서 대선 개입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이례적으로 파격적인 행보를 해 나가고 있다.”면서 “지난 5월 말 이후 73일 만에 처음으로 군부대를 다시 방문하는 등의 행보를 통해 체제 단속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북한이 12년 만에 경기 북부에 선전 전단을 대거 살포하고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등 대선을 앞두고 대남 심리전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지난달 21~25일 파주 지역에서 발견된 1만 6000여장의 대남 전단이 무단 방북한 노수희씨 구속의 부당성과 6·15 공동선언 이행 등을 주장하는 등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이날 “북한의 변화는 시대적 상황으로 보아 불가피해 보이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몇 가지 징후들로 인해 실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이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다큐멘터리 3일(KBS2 일요일 밤 10시 55분) 런던올림픽 열기가 한창인 지금, 또 다른 올림픽을 위해 긴장 속에 훈련하는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이 있다. 이들에게 장애는 걸림돌이 아니라, 새 삶을 시작하게 한 출발점이었다. 더 치열하게, 더 간절하게 삶에 꿈을 채우는 사람들. 가슴에 태극기를 새기며, 런던을 향해 달리는 장애인올림픽 국가대표와 72시간을 함께한다. ●한국재발견(KBS1 토요일 오전 11시) 강원도 정선으로 가는 기차의 종착역인 아우라지는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조양강이 되는 합류지점이다. 이 강은 한민족의 젖줄인 한강의 대표 원류 중 하나이자, 강원도의 목재를 실어 나르는 뗏목의 출발지점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한과 애환을 담은 구슬픈 정선 아리랑 가락이 흐르는 골 깊은 고장, 정선으로 떠나본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귀남(유준상)과 윤희(김남주)는 아이를 잃은 슬픔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한다. 재용(이희준)의 고백에 가까이 오지 말아 달라고 했던 이숙(조윤희)은 그동안 재용의 행동들이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해 준 것임을 깨닫게 된다. 한편, 윤희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자 귀남은 무언가를 준비한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일요일 오전 10시 40분) 첫 번째 이야기,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한 여자에게 날아온 한 통의 편지는 그녀의 인생을 통째로 뒤흔들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의 한 수도원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성수가 있다. 그런데 이 생명수가 나오는 곳은 다름 아닌 관이었는데…. ●런닝맨(SBS 일요일 오후 6시 20분) 싱그러운 제주도 바닷가에서 아름다운 배우 한지민과 함께한다. 그녀와 함께 이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프로포즈가 시작된다. 특명 ‘진짜 사랑을 찾아라.’ 오직 그 여자만을 위한 그 남자의 비밀작전. 가혹한 러브미션의 시작과 동시에 한지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와 둘 사이를 방해하는 가짜 사랑들의 교묘한 심리전이 펼쳐진다.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경선 50대 정책토크(OBS 일요일 오후 1시 55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 참여자 임태희, 박근혜, 김태호, 김문수, 안상수 후보와 50대 선거인단 100명이 한자리에 모여 은퇴대책, 복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개그맨 김샘이 진행을 맡으며 웃음치료사 김순옥,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윤석명, 그리고 이중모씨가 패널로 출연한다. ●동물일기(EBS 일요일 오전 10시 10분) 상도네 가족은 다섯 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이들은 답답한 도심에서 벗어나 동물들에게 자유롭게 뛰어놀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캠핑을 시작한 애견캠퍼다. 프로그램에서는 안방보다 텐트가 더 편하다는 상도네 아홉 가족이 보여주는 애견 캠핑의 1박 2일을 함께한다.
  • ‘9·11 문신’ 백인, 美시크교 사원 총기난사

    ‘9·11 문신’ 백인, 美시크교 사원 총기난사

    평온하던 미국의 일요일 아침이 대형 총기 난사 사건으로 얼룩졌다. 5일(현지시간) 오전 10시 30분쯤 위스콘신주 밀워키 교외 오크크리크에 있는 시크교 사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 범인을 포함해 7명이 숨지고 경찰관 1명을 포함해 3명이 다쳤다. 미 국방부는 6일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에 대해 웨이드 마이클 페이지(40)라고 확인했으며 그는 과거 심리전 전문가로 복무했던 퇴역 군인이라고 밝혔다. 이 용의자는 1992년 4월부터 1998년 10월까지 복무했으며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포트브래그에서 군 생활을 마감했다고 전해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팔에 ‘9·11테러 문신’을 한 범인은 시크교 사원 안 주방으로 들어가 점심 식사를 위해 음식을 조리하던 여성들을 향해 총을 쐈으며 이어 예배당에 난입해 예배를 준비하던 사원 원장 사트완트 칼레카 등에게 총을 발사했다.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향해 총을 발사했고 이로 인해 경찰관 1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자신은 다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즉사했다. 사원 안에서 칼레카 원장 등 4구의 시신이, 사원 밖에서 범인을 포함해 3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범인이 사용한 반자동 소총을 현장에서 수거했다. 1997년 문을 연 이 사원에는 400여명의 신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밤 사원 근처 중산층 동네에 있는 범인의 집을 수색했으나,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알카에다 등에 의한 외부 테러가 아니라 ‘국내 테러’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9·11 테러 직후에도 터번을 두르고 수염을 기르는 시크 교도를 무슬림으로 오인해 백인들이 이들에 대해 ‘증오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1500년쯤 인도 북부에서 태동한 유일신 종교인 시크교는 전 세계에 2500만명의 신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에는 50만명의 신자가 있다. 백악관은 콜로라도 총기 난사 사건에 이어 또다시 대형 총기 참사가 발생하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매우 큰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 달도 안 돼 두 차례나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애도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일각에서 요구하는 총기 규제에 대한 입장은 지난번 콜로라도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밝히지 않았다. 총기 규제 반대 여론이 더 많아 대선에 불리할 것이란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北 전자정찰국 최근 2년 GPS교란 주도”

    “北 전자정찰국 최근 2년 GPS교란 주도”

    최근 2년간 남쪽에서 발생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행위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전자정찰국 소행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동훈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7일 국군기무사령부가 서울 동작구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개최한 ‘제10회 국방정보보호 콘퍼런스’에서 발표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가 국내외 언론과 논문을 인용해 종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GPS 교란 작전은 북한 전자정찰국 사이버전지도국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10년 8월과 지난해 3월, 올해 4~5월 GPS 교란 전파를 남쪽으로 발사했다. 이 교수는 “북한은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사이버전에 대비해 왔으며 러시아, 미국에 이은 세계 3위권의 사이버전 강국”이라며 “전자전과 서비스 거부 공격, 해킹, 심리전 등 다양한 유형의 공격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북한의 사이버전 역량 강화는 1980년대 이후 전통적 재래식 전력이 취약함을 인식하고 이에 비용 대비 효율이 높고 공격자를 식별하기 어려운 비대칭전력으로 사이버전력을 활용하고자 한 데서 비롯된다. 군 당국은 북한이 제어 시스템에 악성코드를 심는 해킹 외에도 디도스 공격, GPS 교란, 전자기폭탄(EMP) 등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배득식 기무사령관은 “북한은 전략적으로 육성한 전문 해커를 활용해 물리적으로 분리된 우리 군의 정보망에까지 침투해 군사 기밀 절취와 국방 정보 시스템의 무능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전자정찰국 사이버전지도국(121국)은 컴퓨터망에 침입해 비밀 자료를 해킹하고 바이러스를 유포하는 사이버전 전담 부대로 3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끄는 국방위원회의 직할 엘리트 부대로 우수 이공계 인력들이 주축이 된 조직이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559년전 터키를 캐는 이 남자 김형오

    [김문이 만난사람] 559년전 터키를 캐는 이 남자 김형오

    역사를 알면 인생의 재미가 열 배는 더 있다. 교훈이 있고 아픔이 있고 느낌이 있다. 산다는 것은 과거가 있고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우러져야 한 인생의 스토리를 얘기할 수 있다. 여기에서 문제 하나. 콘스탄티노플을 아는가. 대다수는 얼추 알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왜? 그속에 진정 무엇인가가 담겨져 있을까. 역사책에는 비잔틴의 최후 도시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비잔틴은 동서양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져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 중요한 역사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스티븐 런치먼이 지은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의 서문을 잠깐 들여다본다. ‘역사가들이 좀 더 단순했던 시절, 그들은 1453년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을 중세가 끝나는 특징적인 사건으로 여겼다. 하지만 오늘날 끝없이 흘러가는 역사의 흐름을 가로막을 장벽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중세가 근세로 바뀌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탐험가들이 해상로를 개척하여 세계 경제를 바꾸어 놓게 한 것은 비잔티움의 쇠망과 오스만튀르크족의 승리였다. 비잔티움 학문이 르네상스에서 그 나름대로의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에궁, 뭐든지 설명이 길면 감동이 없는 법이다. 이쯤에서 감칠맛을 그만두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 그가 쓴 ‘길 위에서 쓴 희망편지’의 첫 페이지를 열면 이런 대목이 눈길을 끈다. ‘1947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 대학원 졸업 후 첫 사회생활을 기자로 시작했다. 국무총리실, 대통령 정무비서관으로 공직을 수행했다. 1992년 14대 국회부터 국회의원 직분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09년 3월에 발간된 책이니 과거형이다. 이젠 국회의원이 아니다. 기자 출신이고 수필문학가로 등단한 문인이라는 게 오히려 낫겠다. 국회의장과 국회의원이란 옷을 벗어던지고 나서 어떤 생활을 할까 궁금하다. 알고 봤더니 역사를 캐고 있다. 그것도 동서양을 아우르는 콘스탄티노플의 정복사에 대해 열심히 삽질하고 있다. 김 전 국회의장을 지난 4일 오후 서울신문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늘 넥타이를 맨, 꽉 낀 정장 차림의 모습만 보다가 가벼운 옷차림의 그를 보니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정치인이라는 냄새를 빡빡 씻었다고나 할까. 악수를 하면서 그는 “국회의원을 그만두니까 넥타이를 안 매게 됩디다. 아주 편해요.”라고 한다. 또 이어진다. “요새는 신문도 잘 안 보게 되고 정치 뉴스도 안 보고 참 좋다.”며 웃는다. 그를 만난 이유는 19대 국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홀연히 터키로 출국한 것 때문이다. 왜 불출마 선언을 했으며 터키는 또 왜 갔는지 등이다. 요즘 터키에 흠뻑 빠져 있다. 그것도 이스탄불, 다시 말해 콘스탄티노플의 역사다. 2009년 1월 국회의장 신분으로 터키를 방문했다. 우연히 군사 박물관에 잠시 들렀을 때 놀라운 충격을 받은 뒤 콘스탄티노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저를 전율시킨 것은 오스만튀르크의 술탄 메흐메트 2세가 함대를 이끌고 갈라타 언덕을 넘어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술탄 메흐메트 2세는 해상으로 (콘스탄티노플이 쳐 놓은)쇠사슬을 돌파하지 못하자 배들을 산으로 끌고 천혜의 요새인 성곽으로 진입합니다. 이런 사실을 접하면서 저는 비잔틴의 몰락과 오스만튀르크의 부상 등에 대해 역사적 지식이 부족했던 점을 부끄러워하게 됐고 이후 터키를 다섯 차례 다녀오면서 그 깊이에 매료됐습니다.” 지난 4월 16일 출국했다. 2일 귀국하기까지 47일간 터키에 머물렀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터키 최고의 명문 국립대학 보아지치대학교 방문교수로 초빙돼 이 대학 도서관과 연구실에서 지냈다. 오래전부터 구상해 온 과제를 매듭짓기 위해서였다. 무슨 과제? 그것은 콘스탄티노플의 역사를 캐는 작업이다. 그는 여기에서 화해와 공존을 상징하는 의미로 ‘이스탄불’과 ‘콘스탄티노플’을 합성해 ‘이스탄티노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터키에서 머무는 동안 대외 활동, 그러니까 강연이라고 해두지요. 그 대학에서 한국정치의 60년 역사를 강의했습니다. 아주 재미있어하더군요. 처음에는 30분을 약속했지만 나중에 질의응답까지 포함해 1시간 40분가량 됐습니다. 북한 갔던 일, 미국 스탠퍼드에서 강의했던 일 등 동아시아를 비롯한 한국의 정치역사를 얘기했습니다. 반응이 그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그가 열심히 캐는 콘스탄티노플의 역사는 어느정도일까. 현장 방문 수차례, 자료수집 완료, 초고 정리 끝이란다. 올 가을쯤에는 반드시 팩트 위주의 두꺼운 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말 그대로 개봉박두. 현재 이와 관련된 책은 스티븐 런치먼의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과 시오노 나나미의 ‘콘스탄티노플 함락’ 등이 있다. 전자가 팩트에 비중을 둔 책이라면 후자는 소설 형식을 빌렸다. “1453년 비잔틴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 그 정복전쟁은 지상전, 지하전, 해전, 공중전, 심리전, 첩보전, 외교전 등 모든 전략과 전술이 총동원된 전쟁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세계사의 물결이 확 바뀌었지요. 오스만튀르크가 그쪽을 장악하자 유럽에서는 대항해 시대를 열어야만 했고 콜럼버스의 항로, 아프리카 희망봉의 항로를 개척하게 됩니다.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출간된 저작물에 한 권을 보태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오스만의 술탄 메흐메트 2세,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인간성과 리더십에 초점을 두려 합니다.” 특히 그는 오스만튀르크가 고구려와 흉노, 그리고 우랄 알타이어 계통이라는 뿌리를 함께 깔면서 세계사에 큰 획을 그은 업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동서양 역사에서 관심을 덜 받고 있는지도 밝힐 예정이다. 그에게 술탄 메흐메트 2세가 터키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물었더니 “우리의 세종대왕과 이순신을 합친 인물로 추앙받는다.”고 했다. 아울러 “14살에 왕이 됐다가 왕좌에서 내려와 19살에 다시 왕이 돼 21살에 철옹성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 사실이 매우 흥미진진하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그 젊은 왕이 아버지의 아버지도 못 이룬 업적을 해냈다는 점은 참으로 역사적인 것이라고 역설한다. “오스만튀르크로 인해 유럽은 200여년 동안 길을 잃어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콘스탄티노플은 실크로드의 지점이자 종점이었지요. 그래서 유럽이 항해시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설적으로 오스만튀르크는 그걸 모르고 있다가 다시 서양한테 당하게 됩니다. 이를 거울 삼아 우리는 글로벌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또 눈앞의 이익을 위해 아등바등 싸우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책을 쓰게 된 동기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면서 질문하고 싶었던 ‘불출마 선언’의 이유를 말한다. “내 나이 65살입니다. 60살이 지나면서 한 달이 다릅니다. 100페이지 되는 책을 읽고 돌아서면 금방 50페이지밖에 생각이 안 나고, 일주일이 지나면 10페이지로 줄어듭니다. 지난해 8월쯤인가 그래요. 국회의장까지 한 제가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면 제 이력에 무슨 보탬이 될 것인가를 생각했지요. 그러면서 제가 쓰고 싶은 글, 국회의원을 더 하면 영원히 못 쓸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원은 안 하겠다고 다짐했지요. 또한 4월 6일부터 5월 29일까지, 술탄 메흐메트 2세하고 콘스탄티누스 11세가 대치하는 기간이었습니다. 5월 29일이 비잔틴 최후의 날이지요. 하여 모든 생각을 접고 터키로 갔던 것입니다.” 다시 비잔틴 최후를 얘기한다. 당시 60여일 동안 벌였던 전투에는 세계 전투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첨단 무기들이 총동원됐다는 것이다. 배를 끌고 언덕을 넘은 것도 그렇지만 헝가리인이 구상한 최대의 대포 등 흥미롭게 들여다볼 대목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그는 “술탄 메흐메트 2세와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인간적 캐릭터에 대한 연구는 별로 없다.”면서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집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흥망성쇠의 역사를 보면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을 것은 어떤 것인지도 담을 것이란다. “저는 다시 종군기자가 된 셈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559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가는 기분입니다. 콘스탄티노플의 마지막 날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절로 뜁니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느냐고 물었더니 “제가 새누리당 당원이니까 새누리당에서 되겠지요.”라고 답했다. 대선 주자들에 대한 약평을 부탁했더니 “생각 안 해 봤다. 지도자는 뭐든지 겸손하고 당당함의 덕목과 타이밍이 있어야 국민들이 따르지 않겠느냐.”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울러 19대 국회에 대한 바람을 물었더니 “폭력이 없어야 한다. 막말도 폭력의 빌미가 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he is… 1947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부산 영도에서 자랐다. 1966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1971년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왔다. 1976년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75년 동아일보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1982년 대통령 비서실을 거쳐 1992년 14대 국회의원 당선되면서 이후 15, 16,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99년 수필가로 등단했으며 한나라당 부산시지부위원장(2000), 한나라당 17대 총선 선거대책본부장(2004), 한나라당 사무총장(2004), 한나라당 원내대표(2006), 대한민국 국회의장(2008)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돌담집 파도소리’,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 등 다수가 있다.
  • “군사정부 진정성 아직은 못 믿어… 더 지켜봐야”

    “군사정부 진정성 아직은 못 믿어… 더 지켜봐야”

    틴 멍 터 ‘주미 버마 불자 연합회’ 부회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연합회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군사정부의 진정성을 아직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테인 세인 미얀마 정부가 민주화 요구에 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진정성이 있는 걸까, 아니면 서방 요구에 응하는 척하는 걸까. -테인 세인 대통령은 괜찮은 사람이다. 아웅산 수치 여사와도 좋은 관계이고 이전부터도 야당과 대화하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실권이 없고 진짜 권력은 배후에 앉은 군부 1인자 탄 셰 장군한테 있다. 탄 셰는 머리가 좋은 데다 심리전 장교 출신인 만큼 상황을 섣불리 낙관해서는 안 되고 일단 더 지켜봐야 한다. 이런 시각을 미국 의회에도 전달했다. →미얀마 군사정부가 왜 민주화 조치에 나서게 됐을까.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중국의힘이 날로 커지면서 버마 정부로서는 안보에 위기감을 갖게 됐고 그것을 미국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다. 미국과 손을 잡음으로써 미·중 간 세력 균형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 제재에 따른 경제난 때문에 변한 게 아니라는 얘기인가. -버마는 미국 등 일부 서방국으로부터만 제재를 받았을 뿐 태국, 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는 꾸준히 교역을 해왔다. 따라서 경제난은 결정적 이유가 아니다. →2015년 미얀마 총선은 어떻게 전망하나.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진다면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둘 것이다. →그렇다면 3년 뒤에는 완전한 민주화가 가능해지는 건가. -쉬운 문제는 아니다. 군사정부가 만든 헌법 조항에는 크게 2가지 독소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버마 의회 전체 의석 658개 가운데 25%는 군인들에게 무조건 할당하고 나머지 75%에 대해서만 선거를 하도록 돼 있다. 둘째,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군사정부는 정권을 내놓지 않아도 된다. →헌법을 고칠 수는 없나. -개헌을 위해서는 첫째, 의원들 중 75%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둘째, 국민투표에서 75%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따라서 2015년 선거에서 수치 여사의 야당연합이 압승을 거둬 75%의 의석을 얻고 국민투표를 실시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선거 관리의 공정성일 것 같은데.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유엔 등 국제기구에 공정 선거 관리 감시단 파견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버마 군사정부는 반대하고 있다. →희망이 보이는 듯하면서도 앞길이 순탄치는 않은 것 같다. -버마가 하루아침에 민주화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자유를 향한 열망은 들불처럼 타오를 것이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수치 여사가 대통령이 될까. -그렇다. 그녀는 국부인 아웅산 장군의 딸인 데다 민주화를 위해 많은 희생을 해서 국민들이 존경하고 있다. →1983년 아웅산 국립묘지 폭탄 테러 사건 이후 29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미얀마를 방문한 사실을 아나. -그렇다. 아웅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미국에 있는 버마 교포들이 북한 정권에 분노했다. 특히 아웅산 국립묘지는 버마의 독립영웅이자 국부인 아웅산 장군을 모신 곳인데, 그렇게 성스러운 곳에 북한이 테러를 저지른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과 미얀마 간 관계 복원을 어떻게 생각하나. -경제적으로 양측에 모두 이익이 되기 때문에 버마 군사정부가 적극적일 것이다. 한국 영화를 버마 국민뿐 아니라 군부도 아주 좋아해서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것일 수도 있다(웃음). 스프링필드(메릴랜드)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기고] ‘북한발 사이버테러’ 선제 대응이 답/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원장

    [기고] ‘북한발 사이버테러’ 선제 대응이 답/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원장

    지난 4월 23일 북한은 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 소조 이름으로 남한의 정권과 보수언론 등을 3~4분 내에 초토화하는 특별행동을 자행하겠다고 위협했다. 많은 안보전문가는 북한이 쓸 위협수단으로 대남심리전, 주요인사 및 기관에 대한 테러, 기습적 무력도발, 전자기파(EMP) 폭탄 투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사이버테러 등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미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10일 이상 GPS 교란 공격을 자행해 서해 5도 지역을 운항하는 선박 및 한·미·중·일 항공기 650여대의 안전운항을 위협하는 등 일련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특정 대상에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사이버테러를 가장 가능성이 큰 도발수단 중 하나로 전망하고 있다. 사이버테러는 실제 공격주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책임과 벌칙을 부과할 국제법이나 국제기구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북한에는 더없는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2010년 7월 ‘스턱스넷’이라는 악성코드는 독일 지멘스의 특정 제어시스템을 감염시켜 이란 원자력발전시스템 오작동 등 전 세계적으로 큰 피해를 준 바 있다. 북한이 ‘스턱스넷’과 같은 사이버무기로 국내 주요기반시설을 마비시키고 나서 혼란을 틈타 본격적인 군사공격을 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전쟁을 수행한다면 국내 주요 기반시설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혼란을 일으켜 국가의 존립기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러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노력도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전력·가스·교통·금융 등 주요기반시설의 제어망을 외부와 분리·운영하는 한편, 정부합동 점검반이 주요기반시설을 포함한 국가 핵심전산망의 보안취약점을 지속적으로 점검·보완하는 등 예방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국가 사이버안전센터 내에 있는 ‘국가 사이버위협 합동 대응팀’에는 민·관·군 전문가가 근무하며 국가전산망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공격 징후라도 발견되면 이를 신속히 차단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사이버테러에 의해 국가 기반시설 운영이 마비되는 최악의 피해가 발생할 확률은 희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해 지금까지 우리의 대응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돌아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 사이버테러에 대비해 정부는 위협탐지·정보분석·사고대응·정보공유 역량을 계속 강화해야 하며 사이버공격자에게 강력한 책임과 벌칙을 부여하는 등 국가 간 무한출혈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도 긴밀하게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이버위기관리법, 좀비 PC방지법 등 효과적인 사이버보안 활동과 정보공유를 가능케 할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어 19대 국회에서는 이러한 관련법들이 통과될 수 있도록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국이 다양한 수준의 사이버위협 시나리오를 개발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민·관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협력하도록 관련 법제와 표준들을 정비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는 이유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 軍 “국제 테러집단이나 하는 언동”

    軍 “국제 테러집단이나 하는 언동”

    북한 군부가 23일 ‘혁명무력의 특별행동’ 개시를 선언하는 등 도발을 시사, 우리 군 당국이 군사 대비태세 점검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이날 오후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북한의 발표는 국제테러집단이나 하는 언동”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연합군은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다양한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도발 시에는 철저히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 때처럼 보이지 않는 도발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무력도발이 방사포에 의한 포격 도발이나 우리 함정에 대한 미사일 공격, 또는 사이버테러 형태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함형필 박사는 “실질적 도발 의지를 가진 것인지 수사적인 위협으로 대남 심리전을 노린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도발한다면 비무장지대(DMZ)나 서해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의 국지적 공격, 정부 기관이나 보수언론에 대한 사이버 테러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3~4분이라는 시점을 명시한 것으로 보면 전방에서의 방사포 사격이나 우리 군함을 향한 지대함미사일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발에 대비한 군 당국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성일환 공군참모총장은 경기도 오산시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임무 수행 중인 한·미 공군장병들을 격려했다. 성 총장은 이날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중앙방공통제소(MCRC) 등을 순시하며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했다. 한편 경찰은 북한이 ‘특별행동’을 거론한 방송사와 일부 신문사에 대해 특별 경계근무에 들어갔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5시부터 KBS·MBC·YTN 등 방송사와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 등 신문사 주변에 경찰 병력 35~70명씩 281명을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사들로부터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자체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종훈·김진아기자 artg@seoul.co.kr
  • 코레일 ‘기관사 휴먼에러 연구委’ 첫 설립

    코레일이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기관사 휴먼에러(인적오류) 연구위원회’를 설립했다. 기관사의 건강 증진과 업무 집중력을 향상시켜 열차 안전 운행 및 신뢰를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마련한 대책이다. 철도 113년 역사에서 기관사 인적오류 관련 위원회가 별도로 구성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위원회 설립은 최근 KTX와 누리호 등 잇따른 정차역 통과 장애로 고객 불편 및 불안감이 증폭된 것이 계기가 됐다. 정창영 코레일 사장이 동대구역을 통과한 기장을 면담하고, KTX 기장실에 탑승하면서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신택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인간공학과 정신건강의학전문의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또 위원회 활동 지원을 위해 나민찬 코레일 안전실장을 단장으로 노사 대표와 교통경영 박사, 심리전문가 등이 참여한 지원단도 꾸렸다. 위원회는 오는 9월까지 6개월간 기관의 휴먼에러를 다각적 시각에서 분석한 뒤 치유방안을 마련하고 업무에 접목하는 맞춤형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기장이나 기관사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할 경우 대체승무를 시행하고는 있으나, 안전운행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 사장은 “정차역 무단 통과나 후진 등의 사고를 막연히 기강해이로 치부해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면서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인적 오류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김수현 “내 외모도, 연기 점수도 C+”

    김수현 “내 외모도, 연기 점수도 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로 대한민국 여심을 품은 남자 김수현(24). 그가 데뷔 4년 만에 안방극장에 ‘김수현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 20일 밤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그는 드라마 종영 후 계속된 강행군에도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극 중 훤처럼 호탕한 웃음과 거침없는 언변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자고 나니 스타가 돼 있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나. -솔직히 아직 일상을 즐긴다거나 그럴 시간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사인을 해달라는 지인들이 늘어난 정도다. ‘드림하이’ 때와 달리 이번에는 촬영 현장에 아기를 안고 찾아오신 어머님 팬들이 많이 늘었다. 팬층이 넓어진 것 같아 묘하게 힘이 났다. →‘해품달’로 대한민국 여심을 꽉 잡았는데. -제가 한 게 뭘까 싶다. 감독님과 작품이 워낙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해품달’은 많이 아쉬운 작품이었다. 연기를 하다가 한계에 많이 부딪혔다. →어떤 점이 아쉬웠나. -저는 왕처럼 사람을 부려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정치하는 왕으로서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부족했던 것 같다. 극 중에서 심리전, 기싸움 같은 부분을 연기할 때도 그렇고…. 선배들과 부딪치면서 제가 배우로서 가진 에너지의 크기가 낱낱이 드러났다. 다행히 선배들의 리액션 덕분에 잘 흘러간 것 같다. →누가 가장 기억에 남나. -김응수(윤대형 역) 선배다. 제가 한참 어리고 경험도 없는데, 저를 믿어 주셨다. 그것에 굉장히 많이 의지를 했다. 그리고 정은표(형선 역) 선배도 곁에서 늘 다독여 줬다. →소속사 반대에도 본인이 ‘해품달’ 출연을 고집했는데, 처음부터 대박 느낌이 왔나. -기획안을 먼저 보고 원작을 봤는데, 원작이 너무 재미있었다. 관심을 두고 있다가 시놉시스가 나오고 대본도 나오고 하니까 흥분됐다. 말 그대로 너무 ‘땡겼다’. 훤이라는 캐릭터를 내가 연기한다면 내가 가진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카로운 면부터 부드러운 면까지 모두. →데뷔 후 첫 사극이라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 같다. 가상의 왕인데 참고한 배우나 캐릭터가 있었나. -솔직히 무서웠고, 겁이 났다. 혼자서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는데, 내가 나한테 실망할까 봐 소리를 내는 데까지 시간이 되게 오래 걸렸다. 그런데 여진구(어린 훤 역)가 연기를 굉장히 잘해줬고, 거기서 힘을 많이 받았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한석규(세종 역) 선배의 연기에 한참을 빠져 있었는데 내가 따라할 수준의 연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창천항로‘(조조의 입장에서 본 삼국지)라는 만화책의 조조를 보면서 훤의 캐릭터를 연구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40%까지 치솟았고 ‘국민전하’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하하하하. 사실 수치에 대한 개념이 없기도 했고 실감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스태프 한 분이 “40%면 우리 국민 중 2000만명 정도가 드라마를 본 거야.”라고 설명하니까 느낌이 왔다. 처음에는 20% 정도도 큰 것으로 생각하고 그 정도를 목표로 잡았다. →훤은 잘생기고 영리하고, 고집도 있다. 본인과 닮은 점이 있다면. -닮으려고 노력했는데, 훤처럼 영리하지 않은 것 같다. 저는 그렇게 정치를 해가면서 한 수, 두 수. 세 수까지 앞을 내다보지는 못할 것 같다. →절대 권력자인 왕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훤이 부럽다고 생각된 적은 없었나. -오히려 왕이라서 괴로워 보였다. 물론 모든 것을 가졌지만, 정치도 해야 하고 사랑도 해야 하고 밖에도 못 나가니까 불쌍해 보였다. 하지만 왕 역할이라서 좋은 점은 있었다. 촬영이 주로 겨울에 있었는데, 왕이기 때문에 대부분 따뜻한 세트에서 촬영했다. 그래서 좀 미안했다. 또 연기하면서 무릎을 꿇을 일이 없었다. →상대역인 한가인(연우 역)은 유부녀인데, 몰입하기 어렵지 않았나. -가인 누나가 연기할 때 낯을 많이 가리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처음에는 둘 다 어색해서 말하기 어려웠는데, 함께 고생하면서 자연스럽고 편해졌다. 나중에는 농담도 하게 되고 입맞춤하는 장면 등 민망한 장면도 잘 찍었던 것 같다. →현실에서도 두 번씩이나 같은 여인을 좋아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9명이나 여자친구를 사귀어 봤다고 하던데. -좋은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도…. 그 부분은 해명을 좀 해도 될까. 그때 “나는 여자를 열명 이상 사귀어 봤다.”는 OX 질문을 받았는데, X를 들었다. 그래서 웃길 줄 알고 “그럼 아홉명?”이라고 했던 것인데, 분위기가 그렇게 굳어지는 바람에 나온 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과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 -드라마에 주옥같은 대사가 나오지 않나. “좋소. 중전을 위해 내가 옷고름 한번 풀지.” 그 장면은 그냥 현장감을 살려서 찍었다. 아쉬운 부분은 전체 다. 나중에 공부한 뒤 통으로 전체를 다시 찍고 싶다. →이번 작품에서 소년 같으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동시에 선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 평가가 좋다. 최근에 한 설문 조사에서 ‘가장 섹시한 왕’에 꼽아 주셨는데, 사실 제가 듣고 싶은 말이었다. 그런 점을 잘 보여줄 줄 알았으면 진작에 다 했을 텐데,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방식을 잘 몰라서 못한 것도 많다. →이번 연기에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한참 고민하더니) C+ 정도다. 100점 만점으로 계산하기는 어렵다. 한계에 부딪혔고 좌절했지만, 다행히 잘 마친 것 같아서 준 점수다. 처음에 연기를 시작할 때 배우가 자기 만족을 느끼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기 합리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여기서 만족해 버리면 자기 합리화가 될 것 같다. →소속사 사장이자 선배인 배용준이 어떤 조언을 해줬나. -‘드림하이’ 때 “이제 본격적으로 너를 사랑해 주는 팬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으니까 받기만 해서는 안 되고 감사하고 보답할 줄 알아야 한다.”고 격려해 줬다. ‘해품달’ 때는 매회 전화와 모니터를 해주었다. 한번은 “훤은 나이가 어린 친구인데 영리한 것이 너무 티가 나서 좀 징그러워 보일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해주었다. 그것은 김도훈 PD도 지적하신 부분이었다. →본인이 잘생긴 외모라고 생각하나. -애매하다. 사실 하나하나 꼽으면 자신 없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또 다르다. 그것도 C+로 하겠다(웃음). →혹시 콤플렉스가 있다면. -없는 것 같다. 아, 사실은 끝까지 ‘할마마마’라는 발음이 잘 안됐다(웃음). 어릴 적 사람들과 눈도 잘 못 맞출 정도로 소극적인 성격이었던 김수현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동아리에서 연극을 하면서 성격이 바뀌었다. 그는 “첫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 인사를 마치고 고개를 들었는데, 앞이 안 보이고 박수소리만 들렸다. 그때 희열을 느끼고 연기자로서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김수현. 그의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영화프리뷰] ‘킹메이커’

    [영화프리뷰] ‘킹메이커’

    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계속되는 공천 갈등은 정치인들의 복잡한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킹메이커’도 대선 후보 경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음모와 배신 등을 긴장감 있게 다룬 작품이다. ‘패러것 노스’라는 연극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것은 물론 직접 원작을 각색하는 숨은 실력까지 선보였다. 그와 친분이 두터운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국내에서도 올해가 총선과 대선이 맞물려 있는 ‘선거의 해’인 만큼 시기적으로 눈길이 갈 만한 부분이 꽤 있다. 영화의 배경은 잘생긴 외모와 안정된 가정을 바탕으로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주지사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의 선거 캠프. 캠프의 선거 홍보관 스티븐 마이어스(라이언 고슬링)는 과감한 선거 전략으로 경선의 승기를 잡는 데 큰 공을 세우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그가 선거를 성공으로 이끈 숨은 실력자인 ‘킹메이커’로 이름을 날리자 스티븐의 상사는 그를 견제하고, 상대 후보의 진영에서도 그를 눈여겨보게 된다. 본격적으로 극의 전개가 시작되는 것은 스티븐이 선거 캠프에서 일하는 미모의 여성 인턴 몰리(에번 레이철우드)와 깊은 관계에 빠지면서부터. 늦은 밤 몰리에게 걸려온 모리스 주지사의 전화를 받은 그는 큰 혼란을 겪는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상대 후보 진영의 본부장과 은밀하게 접촉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질 위기에 처하면서 승승장구하던 그의 정치 인생은 발목을 잡힌다. 정치와 선거 전략이 복잡하게 그려지는 초반부는 다소 느슨하고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물들 간의 심리전과 두뇌 싸움이 극대화되는 중반부터 드라마가 살아나며 흡인력을 발휘한다. 특히 각종 스캔들과 폭로전이 난무하는 권력의 이면을 사실적으로 풍자하는 감독 조지 클루니의 연출 내공이 만만치 않다. 이 작품으로 정계 입문설까지 돌았던 조지 클루니는 “나는 이 작품은 정치영화가 아닌 정치 스릴러라고 부르고 싶다.”면서 “선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전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스캔들 부분 등 다소 예측 가능한 결말에 김이 빠지기도 하지만, 라이언 고슬링 등 배우들의 명연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새달 19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1980년 전후 숨가빴던 남북 외교전

    남북이 1980년 전후로 미국 정찰기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공격, 제3국과의 국교 수립, 서울 올림픽 유치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외교전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비화는 외교통상부가 18일 ‘외교문서 공개 규칙’에 따라 30년이 지난 1981년 자료를 중심으로 공개한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정부는 1981년 주한 미군 정찰기 SR71이 북한 미사일로부터 공격을 받자 미국 정부에 강경한 대응을 촉구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수마일 빗나가 공중 폭발했고,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미 국무부는 항의 성명을 발표하며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이에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부인하며 SR71이 북한 영공을 침범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북·미 간 갈등이 고조됐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미국의 정찰 비행을 비난했고, 일본 정부는 일본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한국 정부는 힘에 의한 대응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미국 측에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북한이 미국 레이건 행정부를 시험하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한-리비아 군사교류, 北에 방해 남북 간 치열한 외교전은 1970년대 중반 한국과 리비아의 국교 수립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은 1975년 비밀리에 한국에 군사 사절단을 보내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이를 알게 된 북한의 반발로 무산됐다. 북한은 한국보다 먼저 1974년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상주 대사관을 설치하는 등 대리비아 외교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남북은 또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을 붙잡기 위해 금수 품목인 군사물자를 미끼로 물밑 공세를 펼쳤다. ●88올림픽, 北 공작원 방해 기도 1981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88서울올림픽 개최 결정 총회 전후로 북한 등 공산권의 유치 방해 활동이 전방위로 이뤄진 정황도 드러났다. 총회 개최 9일 전에 신원 불명의 한국인 2명이 대표단 식당에 잠입, 수상한 행동을 하던 중 제지됐으며 앞서 소련도 “서울 개최 시 사회주의 국가는 참가를 거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희 정권 말기에는 정부가 남한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대북 심리전의 하나로 해외 북한 공관원 초청 사업을 추진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제의를 받아들여 1979년 3차례에 걸쳐 회담이 이뤄졌지만 결국 이행까지 가지는 않았다. 한편 북한이 1977년 처음으로 발해만 연안의 석유 개발을 추진했으나 영국의 실적 없는 ‘유령 회사’와 손잡음으로써 실패했고, 1981년 이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 당시 미국 측의 대이란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한국 민간 기업의 원유 구매가 이뤄지자 이란 측이 한국 대사관 측에 “제재 기간 중 계속 원유를 수입한 쌍용정유에 고마움을 느낀다.”며 좋은 조건의 공급을 약속했던 것도 드러났다. 이와 함께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재단이 김지하 시인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시인상 및 인권 옹호상을 시상하려 해 정부가 이들의 시상식 참석 및 상금 전달 여부를 놓고 고민했으나 결국 불참을 통보하고 상금을 대신 전달했던 것도 밝혀졌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영화리뷰] ‘세이프하우스’ 조직과의 외로운 싸움…‘본시리즈’ 데자뷔 본 듯

    [영화리뷰] ‘세이프하우스’ 조직과의 외로운 싸움…‘본시리즈’ 데자뷔 본 듯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의 미 중앙정보국(CIA) 안전가옥. 한때 CIA 최고의 심리전 전문가로 명성을 날렸지만, 10여년 전 변절한 전설적인 요원 토빈 프로스트(덴젤 워싱턴)가 이송돼 온다. CIA 본부에서는 프로스트의 입을 열려고 신문팀을 급파한다. 하지만 어디에서 정보가 샌 건지 괴한들이 안가에 들이닥친다. 현장 요원을 꿈꿨지만 한적한 안가의 관리인으로 1년을 보낸 매트 웨스턴(라이언 레널즈)은 매뉴얼에 따라 프로스트와 함께 탈출한다. 본부를 믿을 수도, 일급 범죄자인 프로스트에게 의지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웨스턴의 사투가 시작된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세이프하우스’는 액션의 패러다임을 뒤바꿔 놓은 걸작 ‘본 시리즈’를 여러 모로 떠오르게 한다. 최고 요원이었지만 배신자로 낙인찍힌 프로스트는 본 시리즈의 주인공 제이슨 본의 또 다른 모습이다. CIA 수뇌부가 추악한 진실을 감추려고 본을 살인마로 조작했듯 ‘세이프하우스’에서는 프로스트를 악질 정보 장사꾼으로 몰아간다는 설정부터 비슷하다. 거대 조직과 외로운 싸움을 펼치는 본과 프로스트를 돕는 인물들은 하나씩 목숨을 잃는 양상도 마찬가지다. 케이프타운의 고속도로에서 벌어지는 아찔한 자동차 추격신과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근접 격투의 카메라 구도와 움직임 역시 본 시리즈의 데자뷔(첫경험인데도 이미 보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고 느끼게 되는 기시감)처럼 다가온다. 촬영감독 올리버 우드가 ‘본 아이덴티티’(2002), ‘본 슈프리머시’(2004), ‘본 얼티메이텀’(2007)의 그림을 만든 주인공이란 점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스트 프렌드’(2005),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2007), ‘프로포즈’(2009) 등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사랑을 받았던 레널즈는 거대 조직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신참 요원 역을 맡아 강렬한 매력을 풍긴다. 영화 초반에는 대립 구도를 이루지만, 점점 멘티와 멘토의 관계로 바뀌어 가는 덴젤 워싱턴과의 연기 호흡도 인상적이다. 브렌단 글리슨과 베라 파미가, 샘 셰퍼드 등 베테랑 조역들도 극에 힘을 불어넣는다. 8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는 북미에서 지난달 10일 개봉해 1억 달러를 돌파했다. 개봉 첫주에는 채닝 테이텀·레이첼 맥아담스의 ‘서약’에 간발의 차로 밀렸지만, 2주째에 정상 등극을 할 만큼 뒷심을 발휘한 것. 부모나 성인 보호자 없이 17세 이하는 볼 수 없는 R등급임을 생각하면 쏠쏠한 성적표다. 115분이란 제법 긴 상영 시간을 감각적인 영상과 짜임새 있는 서사로 얽어낸 스웨덴 출신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으로선 성공적인 할리우드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명배우 워싱턴에게도 의미 있는 흥행이다. 워싱턴의 주연작이 북미에서 1억 달러 이상 벌어들인 것은 2007년 ‘아메리칸 갱스터’ 이후 5년 만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인도·그루지야서 이스라엘 외교관 대상 폭탄테러

    이스라엘 외교관을 대상으로 한 폭탄 공격이 13일(현지시간) 인도와 그루지야의 수도에서 거의 동시에 발생했다. 이번 공격으로 숨진 사람은 없지만 외교관 부인과 차량 운전사, 행인 등 모두 4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이란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배후로 지목하고 테러 행위를 맹비난했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의 자작극”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인도 수도 뉴델리의 이스라엘 대사관 주변에서 외교관 차량이 폭탄 공격을 받아 외교관 부인 탈 여호수아 코렌(42) 등 4명이 다쳤다. 코렌은 폭탄 파편 제거 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폭탄 공격은 인도의 총리 관저에서 불과 수㎞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비슷한 시간,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에서는 이스라엘 외교관 직원이 외교 차량 밑부분에서 폭발물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은 2008년 시리아 다마스쿠스 폭탄 테러로 헤즈볼라의 최고 지휘관 이마드 무그니예가 암살당한 지 만 4년 하루가 지난 날이었다. 때문에 이스라엘은 각국 대사관에 테러 위험 경고를 내린 터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즉각 “무고한 시민을 공격한 두 건의 테러 배후에는 이란이 있다.”면서 “이란은 세계 최대 테러 수출국”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최근 수개월 동안 이스라엘 국민을 해치기 위해 태국과 아제르바이잔 등에서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에 의한 일련의 공격들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반면 이란의 라민 메흐만파라스트 외교부 대변인은 아랍어 방송에 출연해 “이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등 심리전의 일환으로 이스라엘이 자작극을 벌인 것”이라고 일축했다. 헤즈볼라는 이번 두 건의 폭탄 공격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5년째 해외아동 돕는 ‘특전 여전사’

    5년째 해외아동 돕는 ‘특전 여전사’

    1130차례 고공강하 경험을 지닌 베테랑 ‘특전 여전사’가 5년째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 파병 전담부대인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심리전담당관으로 근무 중인 강현서(31·여군부사관 160기) 중사가 주인공. 강 중사는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등 국제사회복지단체를 통해 세계 빈곤국 어린이 7명(지정후원 5명, 불특정 후원 2명)이 꿈과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녀는 넉넉하지 않은 봉급으로 저축은 물론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리면서도 매월 22만원을 떼어내 아이들을 후원한다. 5년 전 군부대를 방문한 국제복지단체의 후원프로그램 소개를 통해 기아와 가난으로 희망을 저버린 아이들을 돕고자 시작한 것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강 중사는 “평소 아끼고 절약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어 감사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면서 “군 생활을 하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한 번도 포기를 생각해 본 적 없듯이 후원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기계발도 열심이다. 응급구조사, 간호조무사, 심폐소생술, 병원 코디네이터 등 의무주특기와 관련된 자격증을 획득했다. 최근엔 서울사이버대학에서 군 상담심리학도 이수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는 지난달 강 중사를 ‘특전용사상’ 수상자로 선정해 시상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당신의 주머니 노리는 보이지 않는 손

    결제하면서 꺼내는 포인트 카드가 할인매장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소비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데 좋은 수단이 된다면, 선뜻 적립할 마음이 생길까. 대체 아이들은 왜 ‘그 브랜드’에 집착하는 것일까. 미국 마케팅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은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웅진지식하우스 펴냄)에서 마케터와 광고회사들이 교묘하게 활용하는 심리전술과 음모를 파헤치면서 소비자가 어떻게 기업들의 먹잇감이 되는지 콕콕 짚어낸다. 포인트 카드부터 보자.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분류·종합하는 과정을 거쳐 물건을 사도록 하는 전략을 세우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기술의 핵심이다. ‘적립금을 유용하게 써야지.’라고 다짐하며 건넨 포인트카드로, 나의 소비 유형이 전송되고 다른 정보와 결합해 다시 소비를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최대 반값까지 떨어지는 소셜커머스 쇼핑도 휘두르기는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적용되는 것은 이른바 ‘게임 이론’. 특정 시간에 사이트에 접속해 구매 미션을 달성하게 만드는 아슬아슬한 게임으로 소비를 촉진한다.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물건이 싸니까 미리 사두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이런 게임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마치 교복처럼 여겨지는 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인기도 이해되는 대목이 있다. 바로 ‘동료압박’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집단행동을 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또래 집단에 편입하기 위해서, 또는 사회에서 배척당하지 않기 위해 타인과 비슷해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옷을 입지 않으면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아이들은 같은 브랜드 점퍼로 무장한다. 브랜드 집착이 유독 10대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자존감’ 때문으로도 해석한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는 10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해줄 도구로 브랜드를 내세운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엄마들이 특정 상품에 열광하는 이유나 기업들이 인간의 공포심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스타 마케팅’에 속아넘어가는 과정 등을 드러내며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알고 지갑을 열게 하는지 적나라하게 밝힌다. 독자들이 던질 법한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질문에, 린드스트롬의 답은 썩 명쾌하지 않다. 다만 저자의 답은 ‘이런 마케팅 술수를 역으로 활용해 친환경 제품으로 환경살리기를 추진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도다. 이 책은 적어도 우리가 무엇을 왜 사는지(또는 사게 되는지), 그 배경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침략루트 열릴라 中, 北 못 버린다

    침략루트 열릴라 中, 北 못 버린다

    “우리는 원자탄과 미사일을 두려워 해선 안 됩니다.(중략) 제국주의자들이 우리에게 전쟁을 걸어 올 경우 우리는 3억 이상의 인명을 희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중략) 전쟁은 어차피 전쟁입니다. 세월은 흐를 것이고, 우리는 다시 예전보다 더 많은 아이를 낳을 것입니다.”(212쪽) 인구 부문이 약간 이상하다고 느끼겠지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주장 같지 않은가? 북한의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발언인가 싶다. 속으로는 겁을 집어먹었을지언정 북한이 미국을 향해 독하게 쏟아내는 ‘벼랑 끝 전술’과 똑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1956년 마오쩌둥이 소련의 흐루쇼프의 자본주의 진영과의 평화공존 정책을 비판하며 쏟아낸 발언이다. 1971년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해 미·중 수교의 첫 장을 연 헨리 키신저가 지난해 5월에 펴낸 ‘중국이야기’(민음사 펴냄)는 청나라의 이홍장을 시작으로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 등의 중국 정치 지도자들 특유의 외교전략을 분석하고 설명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키신저는 21세기 G2로 성장한 중국의 국제관계나 외교정책을 이해하려면, 먼저 ‘분열하면 반드시 통일하고, 통일하면 반드시 분열했던’ 중국의 오래된 제국의 역사와 통치의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이민족과 국경을 맞대고 있었던 중국에 ‘외교’란 풍성한 외교적·경제적 수단을 활용해 적대국이 될 수 있는 나라들을 중국이 감당할 수 있는 관계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외교는 방어가 목적이고, 군사적 공격조차도 상대방에게 심리적으로 타격을 줘 도전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문화혁명 등을 통해 전통사회를 철저히 깨부수려 했지만, 여전히 유교적 틀 안에서 사고하고, 제국이었던 중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오랑캐를 다스리듯 이웃나라와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1956년 마오쩌둥의 발언은 이런 중국적 외교의 특성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그는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강경하게 발언하지만, 막상 군사적 대치 속에서는 미국과 전쟁을 하게 될까 노심초사했다. 마오쩌둥은 이념적 형제인 중국공산당 대신 국민당의 뒤를 봐주며 극동 해안과 만주, 신장 등에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긴 소련에 대해 힘이 다 갖춰지지 않았을 때도 칼을 들이댔다. 그 덕분에 중국은 20년간 인연을 끊었던 미국과 수교를 맺게 된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다스리는 이이제이를 연상케 한다. 또한, 마오쩌뚱은 세계 초강대국이던 소련과 미국을 놓고 심리전도 벌인다. 제갈공명의 ‘공성계’(空城計)의 패와 같은 것이다. 이를테면 마오쩌둥은 1958년 미국에 대항해 타이완의 진먼과 마쭈에 대한 포격을 실시하는데, 이보다 3주 전에 흐루쇼프가 베이징을 방문케 한다. 모스크바가 사전에 타이완에 대한 포격에 동의하는 듯한 인상을 미국에 던져준 것이다. 이때 마오쩌둥은 미국이 실제로 전쟁을 걸어올까 걱정해 미국 선박을 피해 조심조심 포격할 것을 군대에 요청했다. 덩샤오핑도 비슷한 전술을 1978년에 썼다. 덩샤오핑은 1978년 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1979년 베트남 침공을 통보했다. 막상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하자 미국이 이 침공을 허락한 듯한 인상을 주게 돼 다른 강대국이 간섭할 생각을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장쩌민 역시 주권의 제약을 암시할까 봐 중국의 폭력 사용을 공식적으로 포기하지 않았지만, 30여 년 무력 사용을 자제했다. 키신저의 시각에서 보면 마오쩌둥을 비롯해 중국의 지도자들은 레닌보다는 손자병법이나 삼국지, 수호지와 같은 중국의 고전에서 더 많이 외교적 과제나 주도권을 계획한다고 평가했다. 1969년 당시 미국과의 수교전략에도 삼국지를 인용했다고 한다. 키신저의 중국이야기를 통틀어 한국에서 관심을 둘 부분은 한국전쟁이 발발하게 된 과정과 소련 대신 중국이 한국전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원인을 분석한 대목이다. 키신저는 북측의 김일성과 남쪽의 이승만, 두 지도자가 그 나름대로 국가의 명분을 위해 평생을 싸웠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한반도 전체에 대한 리더십을 주장했다고 평가했다. 마오쩌둥은 북한의 남침이 중국이 타이완을 정복해 내전이 종식된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북한의 김일성은 타이완이 중국의 손에 떨어지면 남한에서 자신의 기회를 잃을 것을 간파했다. 그 때문에 맥아더 장군이 1949년 3월 한국을 미국의 방위선 밖으로 내놓고, 1950년 1월 딘 애치슨이 아시아 정책관련 연설에서 이를 확인해주자, 김일성은 중국과 소련에 남침을 허락받고자 집요한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결국, 김일성은 마오쩌둥의 지지를 얻어냈다. 젊은 김일성이 스탈린과 마오쩌둥 머리 끝에서 놀았던 셈이다. 키신저는 중국이 한국전에 참전한 이유를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 작전이 성공하자, 1894년 청일전쟁과 같은 비극적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에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제가 만주 점령과 중국 북부 침공을 감행했던 그곳에 미군이 등장하는 것을 중국이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1894년 일제의 ‘전통적인 중국 침략 루트’를 미국에 용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키신저는 2011년 책을 쓰는 시점에서 북핵을 어젠다로 중국과 미국이 만난다는 것이 아이로니컬하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북핵 프로그램 초기 10년 동안은 북한과 미국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방관했다. 그러나 북핵이 확산돼 일본,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같은 다른 나라에도 핵확산 가능성이 발생하자, 아시아의 전략적 지형을 바꾸어 놓을 가능성 때문에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도 두려워한다. 북한이 무너지면 중국이 60년 전 한국전에 개입해 방지하려고 했던 ‘전통적 침략 루트’가 다시 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595~596쪽) 키신저는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미 대화를 기본으로 한 6자회담으로 복잡해질 수 있는 국제관계를 풀어나갈 것을 제안한다. 키신저가 소개한 중국 지도자들의 외교정책을 지켜보고 있으면, 전략적 사고보다 다양한 사안에 대해 대체로 ‘조용한 외교’로 대응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외교가 능사인지 의문이 생긴다. 2만 5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김명민 “제가 비주얼 배우는 아니잖아요?”

    김명민 “제가 비주얼 배우는 아니잖아요?”

    연기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외모를 기꺼이 망가뜨리는 배우가 있다. ‘연기 본좌’로 불리는 배우 김명민(40)이다. 새 영화 ‘페이스 메이커’(19일 개봉)에서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달리는 마라토너 주만호 역을 맡은 그는 인공치아를 끼고 노메이컵으로 열연했다. 지난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명민을 만나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인공치아 때문인지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인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주만호는 자신의 외모를 돌보지 않을 것 같았다. 주만호를 보고 애처롭게 달리는 ‘병든 말’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공치아를 끼고 있으면 치아에 압박을 주기 때문에 이가 시리거나 침을 잘 못 삼켜 발음이 어눌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루저’인 주만호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똑똑하고 명확한 발음보다 부족하고 어수룩한 설정이 더 필요했다. →비주얼은 포기한 것 같던데, 화면에 잘 나오고 싶은 욕심은 없었나. -얼마 전 영화를 봤는데 (내 얼굴을) 정말 못 봐주겠더라(웃음). 그런데, 제가 원래 비주얼로 승부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스크린에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연기하면서 영화 속 인물이 아니라 김명민이 보이면 그 인물에게 미안하다. 배우는 어떤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사는 대변인인데, 만일 나의 잘못으로 인해 그 사람의 인생이 별것 아닌 것처럼 비쳐진다면 직무 태만이지 않은가. →이런 철학때문에 ‘연기 본좌’라는 별명이 붙은 것인가. -(‘연기 본좌’라는 말만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미칠 것 같다. 매번 영화 홍보팀에 그 말만은 빼달라고 사정하는데, 꼭 들어간다. 그런 말이 알게 모르게 안티들을 양산한다. 물론 좋은 의미로 말씀해주시는 것은 알지만, 연기로 비교 기사가 나가는 것은 싫다. 연기는 개인의 취향이지 비교 대상은 아닌 것 같다. 특히 가끔 선배님들이 그 별명에 대해 물으시면 너무 민망하고 부담스럽다. →영화는 마라톤에서 우승 후보의 기록 단축을 위해 투입된 페이스 메이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다소 생소한 소재인데,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마라토너는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몸 하나만으로 홀로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극복하면서 완주해야 하는 경기다. 그것이 제가 연기를 해온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선천적으로 오른쪽 다리에 문제를 극복하고 달려야 하는 만호처럼 저도 영화를 찍다가 오토바이에 다리가 깔리는 사고를 당한 뒤로 만성적인 고통에 시달렸다. 주인공과 저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았다. →누군가의 승리를 위해 늘 30㎞ 지점까지 밖에 달릴 수 없었던 만호는 결국 자신만을 위한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게 된다. -좀 진부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저는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좋았다. 사실 이 시대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페이스 메이커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꿈을 포기한 채 열정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이나 항상 무슨 일때문에 코앞에서 좌절을 맛봐야 하는 98%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에게 결승선에서 2%를 넘어설 수 있는 꿈과 희망을 준다는 메시지가 좋았다. →이번에 정말 원 없이 달렸을 것 같다. 마라톤의 매력이 뭔가. -원래 조깅과 등산을 좋아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남산을 달린다. 마라톤을 완주한 비공식 기록도 갖고 있다. 등산을 하면 잡념이 없어지는 반면, 조깅은 생각이 많아진다. 뛰는 동안 죽을 것 같은 사점(死點)을 수도 없이 겪고, 그때마다 인생의 힘들었던 굴곡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그 사점을 극복하면 환희가 몰려오고 안정이 찾아온다. 마라톤이 30대 중반을 넘어야 좋은 기록이 나오고, 60~70대 할아버지들이 완주 경력을 갖고 있는 것도 달리면서 반추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과 마라톤은 닮았다. →배우로서 만호처럼 누군가의 등을 보고 달려야 했던 적은 없나. -연기는 자신과의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와 비교한 적은 없다. 하지만, 무명 시절때 서러웠던 적은 많다. 감독이 내 잘못이 아닌데 나를 혼내거나 톱스타에게 쌓인 것을 나한테 풀 때 인간적으로 오기가 생긴 적도 있었다. 2002년부터 영화 세 편이 연거푸 엎어진 뒤 다 포기하고 해외로 이민을 가려고도 했다. 그때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만났고, 배우로서 30㎞ 이후를 뛸 수 있게 됐다. →엄청난 체중 감량으로 화제가 된 ‘내 사랑 내곁에’에 이어 이번에도 상당히 몸을 혹사시킨 것 같다. 팬서비스 차원에서라도 좀 멋진 모습으로 나올 생각은 없나. -이번에는 매일 촬영하면서 달리다 보니 저절로 살이 빠진 것이다. 팬들을 위해 멋진 역할을 맡겠다는 생각은 없다. 팬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자신이 지지하는 배우가 어디 내놔도 남부끄럽지 않고 제대로 ‘팬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드리는 것이 아닐까. →지난해 설 연휴때도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자신있나. -없다. 영화가 잘 나오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 이후는 제 손을 떠나는 것 같다. 운때도 맞아야 하고…. 흥행은 인간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은. -두뇌싸움과 심리전의 묘미가 있는 스릴러를 좋아하지만, 이유 없는 살인마 연기는 못한다. 아이가 자라나면서 아버지 작품에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어제도 이번 영화를 본 아들이 시종일관 울다가 집에 갔다. 아, 로맨틱 코미디는 꼭 한번 찍어보고 싶다(웃음). 김명민이 인터뷰 도중에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진정성’이었다. 그의 작품 선택 기준은 시나리오의 진정성과 감독이 주는 신뢰감이다. 그는 이 두 가지만 충족된다면 어떤 캐릭터든, 어떤 감독과의 작업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지금도 늘 분수를 잃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남들의 평가 보다 두 단계 내려서 자신을 본다는 김명민. 연기자로서 겸손함과 진정성이 그를 일인자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 아닐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