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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두얼굴 여인의‘고해성사’

    극단 은행나무가 공연중인 ‘유리의 성’은 모리스 웨스트의 소설 ‘용서’를 각색한 2인 심리극이다.천사와 악마의 양면을 지닌 의문의 여인 마그다가 정신의학자 칼 융을 찾아와 과거를 고백하는 과정이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원작은 칼 융의 자서전에 기록된 상담일지를 근거로 했다. “한 부인이 나를 찾아왔다.그녀는 이름을 밝히길 거부했다.그녀가 나에게털어놓은 이야기는 차라리 고해성사였다.”칼 융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연극은 근친살해,폭력적인 성(性)유희,동물학대등 마그다가 앓고 있는 정신장애의 형태와 원인을 두 사람간의 기묘한 유대속에서 하나씩 풀어낸다.탤런트 허윤정과 유태웅이 각각 마그다와 칼 융으로 등장한다.4월23일까지,대학로 은행나무극장.(02)3672-6051. 이순녀기자 coral@
  • [리뷰] 강남역 네거리

    지난 1일 대학로 강강술래소극장에서 막올린 ‘강남역 네거리’는 실험성이도드라진 작품이다.극 내용으론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심리극이지만 기존 사이코드라마와는 다르다.또 극중 메탈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임에도 본격 뮤지컬과는 거리가 멀다.올초 연극 음악 무용계의 젊은 학자들이 모여 만든 예술학회 ‘집현전’은 자신들의 첫 작품에 ‘메탈심리극’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극은 배우들이 라이브로 연주하는 금속성의 메탈음악으로 시작된다.오피스텔,룸살롱,학원 등이 뒤섞인 강남역 네거리에 다양한 인간군상이 모여든다.유아 성도착증에 빠진 교수,자학증 호스티스,약물중독 기타리스트,뒷골목 소매치기 여고생 등은 범법행위로 구속되지만 모두 정신병자로 판정받아 석달간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의사는 역할극과 최면요법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이들을 치유하려 하나 결국 자신도 정신병자가 되고 만다. 물질적 풍요의 공간인 강남역,그 휘황한 네온사인아래 불나방처럼 모여든 4명의 ‘비정상적’인물들은 항변한다.‘정상인과 정신병자의 구분은 무엇이며,어쩌면 정상인이라 주장하는 당신들 모두가 정신병자가 아닌가’라고. 그러나 이러한 도발적인 메시지는 극중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지 않고 물위의기름처럼 겉돈다.구태의연한 인물들의 캐릭터,반전없는 밋밋한 극 전개는 관객들에게 ‘나는 과연 정상인인가’고 자문하게 하는 대신 지루함을 느끼게한다.수시로 연주되는 강한 비트의 메탈음악이 주는 효과 역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경험없는 배우들이 1년간 연습했다는데,이들의 노력이 엿보이긴 하지만 서툰 연주가 극의 흐름을 방해한 측면도 없지 않다.관객들이 아마추어의 장기자랑을 보려고 극장에 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검은 천과 흰색 띠로 처리한 독특한 무대 등 돋보이는 점도 있지만 ‘강남역네거리’는 새로운 형식만 있을뿐 새로운 내용은 없는,‘평범한 실험극’에그치고 말았다.30일까지.(02)3431-4140. 이순녀기자
  • 케이블TV 새달 새모습 단장

    새 채널 허용 등 케이블 산업의 확대재편을 가져올 문화관광부의 케이블 종합정책 발표를 앞두고 기존 케이블 TV업체들이 고지선점을 위한 전략마련에부심중이다. 인수합병,방송시간 연장 등 하드웨어 재정비는 물론,9월 가을 개편철을 앞두고 프로그램 새 단장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건설·교통·관광레저전문 리빙TV(채널 28)는 새달 6일부터 방송시간을 기존대비 4시간 연장,오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22시간 방송에 돌입한다.아울러 ‘세계의 강’(월,화 오후1시),‘세계의 무속’(월),‘세계의 건축’(화),‘아름다운 정원’(금·이상 오전 11시30분) 등 외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집중 신설한다. 경영난에 시달려온 다솜방송은 지난 20일 화의인가를 받은 것을 계기로 채널명을 ‘의료+건강 26’(채널 26)으로 바꿔 다음 달 6일 재개국한다.이에 따라 종일방송으로의 확대와 함께 기존 70% 정도였던 의료·건강프로 비율을 100%로 끌어 올리는 대대적 편성수술에 들어간다.‘메디컬 베스트-완전 치료에 도전한다’(월),‘치료심리극’(화 이상 오전 8시30분 등),‘여성과 건강’(오전 11시 등),‘엄마사랑 아가사랑’(오전 9시30분 이상 월∼토) 등이신설된다. 영화전문채널 OCN과 바둑채널을 흡수,기존 만화채널 투니버스와 함께 최초의 다중공급업자가 된 동양그룹 역시 10월 개국을 목표로 대폭적인 투자와 프로그램 개선작업을 예고하고 있다.OCN(채널 22)은 9월 한달간‘아이 러브 트러블’(8일),‘생과부위자료청구소송’(11일),‘트레인스포팅’(27일) 등의화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손정숙기자 jssohn@
  • IMF 한파… 98공연계도 ‘구조조정’

    ◎음악­정상급 교향악단 취소·국내 연주인들로 위안/여극­무대규모 축소·재공연 늘리고 뮤지컬은 줄여/무용­기업협찬 대폭 줄어 개인발표·해외공연 침체 긴축과 내핍,고통분담으로 상징되는 국제통화기금(IMF) 시대의 원년 98년을 맞은 공연예술계의 표정은 우울하다.온 국민을 짓누르는 IMF한파는 특히 공연계에 혹독한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그나마 가물에 콩나듯 하던 기업체의 협찬은 자취를 감추었고 일반인들도 가계지출중 문화비 축소를 우선대상으로 꼽고 있다.총국가예산중 문화예산을 1%까지 늘리겠다던 새 정부의 공약도 유보로 흐르는 분위기다. 새해 벽두 공연예술계는 이같은 가혹해진 환경을 견뎌내기 위한 방법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며 따라서 올한해 무대 풍속도는 예년과는 판이한 모습을 띨 전망이다. 일급 아티스트·단체 연주회의 지불통화가 달러 일색인 음악계의 올해 시계는 흐리다 못해 컴컴하다.두배로 뛴 달러값에 정상급 교향악단 연주회가 취소 러시를 이뤘다.공백을 솔리스트들이 채우지만 경제상황에 따라 역시 대거 이탈이 가능하다.이 틈에 실력파 국내 음악인들의 무대가 넓어졌다는게 그나마 위안이다. 올해 내한하는 교향악단은 영국 로열리버풀필,독일 뮌헨오페라,러시아내셔널,모스크바 필,중국 상해 심포니 등.예년에 비해 수도 준 데다가 그나마 정상급이라곤 찾기 어렵다.피츠버그,클리블랜드,뉴욕필 등은 협상 난항끝에 거의 무산쪽으로 가닥잡혀가고 있다. 솔리스트쪽은 그나마 나은 편.공연기획사 크레디아의 ‘피아노거장 시리즈’ 일환으로 머레이 페라이어·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에브게니 키신 등의 연주회가 잡혀있고,기획사 음연도 부닌·코바세비치·발렌티나 리시차·라자베르만·콘스탄틴 리프시츠 등 차세대 건반의 실력파들을 불러들일 계획.또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첼리스트 오프라 하노이·소프라노 바바라 보니·바리톤 흐보로스토프스키·메조소프라노 제니퍼 라모어·콘트랄로(성악의 알토보다 저음) 나탈리 스튀츠망도 내한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다.하지만 기획사조차 공연의 절대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실정이다.‘포스트 IMF’ 상황에서 페라이어·아쉬케나지 등을 비롯, 많은 이들이 개런티 재협상중이고 환율이더 오르거나 떨어지지 않으면 수포로 돌아갈 공연은 그보다 더 많다. 학구파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를 비롯,피아니스트 백혜선·미아 정,바이올리니스트 쥴리엣 강·김영욱·정경화씨 등 한국 연주자들의 뜻깊은 무대로 그나마 마음을 달래야할 것 같다. 연극계는 우려가 크지만 한편으론 기대감도 없지 않다.협찬 고갈과 관객의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이미 불황의 긴 터널을 거쳐온 만큼 버텨낼 힘을 어느 정도 축적했다는 자신감에서다. 일부에선 좋은 무대와 그렇지 않은 무대가 가려져 연극계 전반이 정화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는 ‘IMF시대 활용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내핍으로 인한 무대변화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형 무대공연에 주력해온 삼성영상사업단의 경우 전체 공연규모를 20% 축소하는 한편 해외단체 초청공연은 아예 중단하기로 했다.특히 창작무대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재공연을 늘리고 뮤지컬도 규모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대비 예산을20%나 줄인 국립극장 역시 재공연 위주로 연간 스케줄을 잡고 있으며 그동안 활발했던 연출·안무가 등 해외 스태프 초청도 일체 중단하기로 했다. 이처럼 올해 연극계는 무대규모의 축소와 재공연이 붐을 이루는 가운데 악극이나 소극장뮤지컬 등 대중성이 강한 무대가 활기를 띨 전망이며 순수연극도 실험극이나 심리극보다는 가벼운 터치의 리얼리즘 연극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무용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지난해는 세계연극제와 광주비엔날레 등 굵직한 행사를 통해 많은 해외작품을 접하고 러시아와 미국 등의 대규모 발레단을 초청하는 등 활발한 국제교류를 이뤘지만 올해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형편이다.특히 기업들의 협찬줄이 끊김으로써 개인 발표무대와 해외공연은 현저한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다만 규모를 갖춘 단체들은 상대적으로 활동의 여지를 갖추고 있지만 시련의 시기라는 점에서는 조금도 나을게 없다.
  • 실험극장 대표지낸 고 김동훈씨 1주기/에쿠우스등 명작시리즈 공연

    ◎19일부터 서울두레서… 5월중순엔 「신의 아그네스」/관람료 기금으로 조성… 고인기린 연극상 제정키로 지난 60∼70년대 소극장 연극운동의 산실이었던 실험극장이 왕년의 인기작 「에쿠우스」를 시작으로 「불후의 명작시리즈」를 공연한다. 「명작시리즈」 1편이 될 피터 셰퍼 원작의 「에쿠우스」는 오는 19일부터 4월20일까지 대학로 문화예술관 서울두레에서 공연될 예정이며 오는 5월중순부터는 작품성이나 관객동원면에서 또하나의 연극계 화제작으로 꼽히는 「신의 아그네스」를 공연한다.이어 실험극장의 인기공연작 「피가로의 결혼」「햄릿」「그린 줄리아」「사의 찬미」 가운데서 다음 작품을 선정한다. 실험극장의 이같은 기획은 지난 73년부터 지난해 3월21일 세상을 뜨기 전까지 23년간 실험극장의 대표를 지냈던 고 김동훈씨의 1주기를 맞아 실험극장 단원들이 생전에 그가 아꼈던 작품들을 선정해 공연키로 한 것.아울러 「명작시리즈」의 관람료는 기금으로 조성,「김동훈 연극상」을 제정할 계획이다. 시리즈의 첫편 「에쿠우스」는 지난 75년 실험극장이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 전용극장을 마련한 뒤 기념작으로 초연,4개월동안 1만5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70년대의 대표작이다.정신과 의사 다이사트가 말 여섯마리의 눈을 찌른 소년 알런을 치료하면서 말을 신으로 모시고 그 아래서 본능을 마음대로 펴보였던 알런을 통해 평범하고 안정적인 일상에 대해 회의를 갖는다는 내용의 심리극이다. 지난 90년에도 「에쿠우스」를 연출했던 김아라씨가 다시 연출을 맡아 알런의 「행동」보다 다이사트의 「성격」에 촛점을 맞출 계획이다.그동안 강태기(75년),송승환(80년),최재성(85년),최민식·조재현(90년) 등 청춘스타를 탄생시킨 알런역은 탤런트 정유석과 연극배우 지춘성이 번갈아 연기한다.정신과 의사 다이사트역에 정동환·조명남(더블 캐스팅),질역에 이혜근 등이 출연한다. 또 이번 공연에서는 「에쿠우스」를 공연한 이래 처음으로 한회마다 40파운드(6만원상당)의 저작권료를 지불한다.
  • 연극 「사랑의 힘으로」 오늘부터 새달 23일가지

    ◎소외된 직장남성의 의식세계 묘사 카프카의 원작 「변신」을 이윤택이 재구성한 연극 「사랑의 힘으로」가 공연된다.17일부터 2월23일까지 대학로 북촌창우극장. 제작을 맡은 우리극연구소 연희단거리패가 남성연극임을 표방하고 나선 이 연극은 대중사회속에서 자기소외로 괴로워하는 젊은 세대,특히 남성 직장인의 의식세계를 심리극 형식에 담았다. 전업작가를 꿈꾸는 K는 홀어머니의 기대와 불구의 여동생을 대학에 보내야 하는 의무감 때문에 신문사를 다니고 있다.이상과 현실의 갈등에 시달리던 K는 결국 정신병에 걸리고 어느날 발작해 쓰러진다.하지만 그의 고통과는 무관하게 세상은 그에게 의무만을 강요하는데….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가 죽음으로 결말을 맺는데 비해 「사랑의 힘으로」의 K는 순결한 여인과 사랑을 나눔으로써 세상과 화해하게 된다. 지난해 연희단거리패 10주년 기념공연 「햄릿」에서 주연을 맡은 김경익이 연출과 출연을 겸한다.763­1268.
  • 외설시비 「미란다」 새이름으로 무대에

    ◎이용우 각색 「어떤고백」,바탕골소극장서/두남녀의 심리적 갈등표현 강조 한때 「미란다」라는 제목으로 국내 연극무대에 올려져 여배우의 과다노출로 외설시비를 불러 일으켰던 영국 극작가 존 파울즈의 소설 「콜렉터」가 또다시 무대에 올랐다. 지난 4일부터 대학로 바탕골소극장(766­2072)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어떤 고백」(이용우 각색·연출)이 그것. 「미란다」가 원작에서 성적요소만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면 「어떤 고백」은 등장인물의 섬세한 감정변화를 바탕으로 치밀한 심리극적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이문열 원작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연출자 이용우씨는 『원작소설의 60년대 영국사회를 90년대 현대사회로 옮겨다 놓고 원작에 있는 납치사건을 기본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설정한 등장인물들의 성격갈등을 통해 작품 본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연출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어릴 때 입은 얼굴화상으로 심한 열등감속에 살아가는 클랙이 어느날 우연히 만나 짝사랑하게 된 아름다운 미술대학 여대생 미란다를 납치한뒤 갇힌 공간속에서 두 인물이 빚어내는 갈등구조가 계속된다. 비좁은 공간에 갇힌채 극도의 공포감에 시달리던 미란다는 자신을 극진히 보살피는 클랙에 대해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꼭 한달만 함께 지내면 집으로 보내주겠다는 클랙의 말을 믿고 「새장속의 새」같은 생활에 적응해 가던 미란다는 약속시간 전날밤 클랙의 청혼을 단호히 거절함으로써 또다시 기약없는 고통에 빠진다.마침내 미란다는 순결을 바쳐서라도 탈출하겠다는 결심으로 클랙을 유혹하지만 거절당하자 결국 심한 좌절감과 함께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된다. 등장인물이 두명뿐이지만 클랙 역을 맡은 이찬우·조원희와 미란다 역의 허윤정·추귀정 등 나름대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배우들이 출연,팽팽한 연기대결을 펼치고 있다.〈김재순 기자〉
  • 흥행 우선주의 배격/연극계 실험극 바람

    ◎소극장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관점 95… 상황과 형식전」/상업성 위주의 연극풍토에 경종/부조리극 「하녀들」·잔혹극 「미친…」 공연/재미와는 거리… 사회문제 조명 사상 유례없는 불황 속에서 볼거리 위주의 상업성 연극만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아예 처음부터 상업적 흥행과는 담을 쌓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연극축제가 마련돼 눈길을 끌고 있다. 4,5월 두달 동안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관점95­상황과 형식전」은 실험극 공연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치상실의 시대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본다는 의도에서 기획된 무대. 특히 이번 축제는 가난했지만 감동과 충격이 있었던 지난 시절의 긴장과 비판의식을 회복하자는 의미에서 「다시 가난한 연극으로 시작하자」를 모토로 내세웠을 만큼 흥행 우선주의의 연극풍토에 대한 자성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연극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참가작은 우리극연구소(대표 이윤택)의 부조리 희극 「하녀들」(5∼23일)과 잔혹극 「미친 동물의 역사」(28일∼5월14일),볼재연기원(대표 박찬빈)의 사회심리극 「죽이고 또 죽이고」(5월17∼30일)등 3편.오락적 재미와는 거리가 멀지만 진지하고 나름대로 문제성이 있는 작품들이다. 「하녀들」(연출 이성렬)은 도둑작가로 유명한 장 주네가 감옥에서 쓴 두번째 희곡.크리스틴과 레아 파팽이라는 자매가 7년간 하녀로 일하던 집의 여주인과 그 딸을 살해한 뒤 자기들 방에서 동성애를 즐기다 발각된 「파팽자매 사건」실화에서 힌트를 얻어 쓴 작품이다. 여주인이 외출하고 없는 방에서 여주인놀이를 하며 현실과 놀이 사이를 오가는 하녀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쓰레기같은 인생에서 화려한 외출을 시도하는 소외당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친 동물의 역사」(윤대성 극본·이윤택 연출)는 70년대 공연금지처분을 받았던 화제작.86년 부산 가마골 소극장 연희단거리패 창단공연 때 유태인 시인 파올첼란의 시 「죽음의 푸가」를 삽입시켜 「죽음의 푸가」라는 제목으로 처음 일반공연됐다. 90년대 중반의 「미친 동물…」은 개인주의자인 한 화가가 정체모를 사람들에 의해 도시외곽의 버려진 건물 지하실에 갇히면서 시작된다.화가 외에도 명예퇴직당한 교장선생,섹스스캔들을 일으킨 탤런트,청렴결백증에 걸린 교통순경 등이 버려져 모두 미친 동물로 매도된다.연출가 이윤택씨는 세속적인 도시의 삶에 안주하는 소시민들의 자아비판을 통해 이 시대에 대한 자기반성을 그려 나간다. 「죽이고 또 죽이고」(박찬빈 연출)는 소포클레스 원작의 그리스비극 「엘렉트라」를 정세희씨가 재구성한 것.사회제도와 인간관계의 이면에 가려진 인간의 심리와 충동들을 드러내면서 현대사회의 문제를 조명한다. 소극장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는 지난해 이윤택,김아라,황동근,류근혜,채승훈,이병훈,박찬빈씨 등 40대 젊은 연출가들이 힘을 모아 마련한 공간.개관기념으로 제1회 실험극 축제가 열렸었다.
  • 미서 16년만에 영구귀국,국내무대 데뷔/연극인 장두이(인터뷰)

    ◎“귀국 첫 무대… 색다른 모습 보일터”/“우리 연극계 발전위해 뭔가 해볼것” 재미연극인 장두이씨(43)가 미국생활 16년만에 영구 귀국,국내무대에 본격 데뷔했다. 지난 78년 미국 록펠러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돼 도미,그동안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활약해온 그가 국내팬들과 만나고 있는 작품은 극단 전망의 2인극 「첼로」. 『이역만리에서 보낸 보헤미안 같은 생활이 나이 사십 고개를 넘으면서 점점 부담스러워지더군요.우리 연극계를 위해 뭔가 해보고 싶다는 것도 좀 거창하긴 하지만 국내정착을 결심하게 된 이유죠』 중년남녀의 인생위기를 그린 「첼로」는 일종의 애정심리극.강렬한 톤의 성격연기와 다소 전위적인 연기감각을 보여온 장씨로서는 이번 멜로극 출연이 큰 부담이 될만도 하다. 『고국에서 갖는 첫 정식무대인만큼 좀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한번쯤 저의 이미지를 바꿀때가 됐다는 생각도 들었고요.하지만 무엇보다 간통을 소재로 삼은 극 내용이 제 정서와는 거리가 있어 심리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귀국 즉시국내활동에 들어간 장씨는 요즘 스스로도 정신을 차릴 수 없을만큼 일을 벌여놓았다.본업인 연극출연 외에 오는 15일 방영될 MBC-TV 광복절특집극 「영화만들기」에서 캐스팅,매니저 역을 맡았는가 하면 내년 8월 개봉예정으로 작업중인 영화 「국화와 칼」에서는 민비를 살해하는 잔혹한 일본 사무라이 역으로 나온다는 것.이밖에 장씨는 박정자씨의 모노드라마 「11월의 늦은 왈츠」의 연출자로 나서며 지난해 서울에서 자작시집 「삶의 노래」를 출간한데 이어 9월중엔 이국생활의 외로움을 담은 두번째 시집「0의 노래」를 낼 예정이다. 『연극 영화 TV드라마 등 장르 구분없이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뛰고싶은 욕심도 있지만 결국 저의 종착역은 연극무대라고 생각합니다.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한편의 연극이라도 더 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국내에서의 배우생활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그는 내년쯤엔 오랜 독신생활을 끝내고 MBC 탤런트 이모양과 결혼도 할 계획이다.연극무대뿐 아니라 인생무대에서도 1백80도 변신을 꾀하고 있는 그에게서 유난히 활기가 넘친다.
  • 광주항쟁 참의미 예술로 조명

    ◎민예총,창작판소리 「5월광주」­심리극 「모란꽃」 공연/5월…/영상·굿등 동원 항쟁 묘사/모란꽃/고문 후유증 치유책 모색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우리고유의 가락으로 풀어낸 임진택씨의 창작판소리 「5월광주」와 광주 5월항쟁을 형상화한 극단 「토박이」의 사회심리극 「모란꽃」이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 대강당무대에 오른다. 광주항쟁 14주년이 되는 18일부터 22일까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사장 염무웅)이 「균형사회를 여는 모임」과 함께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문민정부들어 역사적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광주항쟁의 참의미를 예술적으로 조명하는 첫 시도로서 더욱이 서울의 대표적인 「제도권」문화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한층 주목된다. 임진택씨의 판소리 「5월광주」는 5월18일 계엄포고 확대조치에서부터 공수부대의 과잉진압,시민들의 항쟁,그리고 항쟁지도부의 결성과 마지막 도청사수에 이르기까지 광주항쟁 열흘간을 그린 서사시적인 작품.특히 이번 무대는 어설프게 판소리적인 것을 삽입하거나 변형한 단형의토막판소리가 아닌 하나의 완벽한 구조와 틀거리를 갖춘 정통적인 완창 창작판소리로 꾸민 것이 특징이다.서울음반에 의해 이미 앨범으로도 나와있는 이번 「5월광주」공연은 판소리 외에 각종 자료영상과 양악,굿등이 한데 어우러진 총체적인 무대로 1시간30분동안 이어진다.민족연희굿패 「맘판」과 민중음악권의 신세대 록그룹 「천지인」,현장가요그룹 「노래공장」등 노래운동 단체들이 대거 참여해 임씨의 소리를 받쳐준다. 올해 민족예술상 수상작인 「모란꽃」은 5월항쟁에 참여했다가 암호명「모란꽃」의 여간첩으로 조작돼 고문을 당한 후유증을 앓고있는 여주인공의 고통스런 내면풍경을 그린 심리극.5월의 상흔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고통의 근원을 추적,그 사회적 치유법을 모색하는데 역점을 뒀다. 민예총은 「민족춤제전」과 「다시 서는 봄」에 이어 올들어 세번째로 선보이는 이번 행사를 광주항쟁의 「예술적 명예회복」의 기회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한편 「모란꽃」은 로스앤젤레스,워싱턴DC,뉴욕,샌프란시스코,필라델피아,캐나다 토론토등 미주6개도시에서 5월「아시아태평양 전통의 달」기간중 해외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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