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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리사시험 ‘이공계만 응시자격’ 제한 완화”

    “변리사시험 ‘이공계만 응시자격’ 제한 완화”

    특허청이 2018년부터 변리사시험을 이공계 대학 졸업자나 이공계 과목 중 일정 학점 이상을 딴 사람만 볼 수 있게 하려던 방침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큰 방향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은 계속 추진하지만, 인문계열 출신자들에게는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된다는 여론의 반발을 고려해 변리사법 개정안을 손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영민 특허청장은 지난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험 낭인 양산 및 이공계 자격증에 인문사회계열 응시자가 몰리는 현상을 줄이고 변리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며 “(그러나) 변리사 응시자격을 제한하려는 개정안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6개에 달하는 선택과목 축소 및 난이도 조정, 일정 자격을 갖춘 경력자에 대해 선택과목을 면제해 주는 방안 등에 대한 추가 검토 필요성도 내놨다. 변호사에게 자동 부여하던 변리사 자격 폐지에 대해서는 강경하다. 기득권은 인정하지만 전문성 강화를 위해 신규 변리사 개업을 원하는 변호사가 일정 자격을 갖추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된 심사·심판 10년 경력의 특허공무원에게 변리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다”라면서 “심사·심판 10년 이상 경력은 쉽지 않기에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변리사 자격 자동 부여를 부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심사·심판 경력 5년 이상의 특허공무원에게 1차 시험 면제, 2차 시험 과목 절반(2개)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김 청장은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위원회와 공청회 등을 거친 뒤 정부안을 확정해 내년쯤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전문가들이 변리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자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1977년 개청 이후 36년 만에 특허심사조직도 전면 개편한다. 김 청장은 “단일 기술분야별로 이뤄진 심사조직을 산업·제품별로 재배치하는 조직개편을 이르면 9월 시행할 예정”이라면서 “기계금속건설·화학생명공학·전기전자·정보통신 등 전통 산업 기반의 심사조직(4국·34과)이 특허심사기획국과 특허심사 1~3국으로 재편된다”고 밝혔다. 조직개편의 핵심은 심사국 간 보이지 않는, 직렬 간 벽을 허무는 것이다.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는 포석도 담겨 있다. 융·복합 기술이 출원되는 부서에는 기계·전기·화학심사관이 골고루 배치돼 협업심사가 이뤄진다. 이를 위해 7만여개에 달하는 특허분류체계(IPC)에 대한 조정도 마쳤다. 산업재산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산업재산보호협력국도 신설된다. 김 청장은 “유연한 조직으로 재편해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면 간부들의 전문성도 높아지고 인재 발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지식재산은 창조경제의 ‘엔진’으로 비유된다. 지난 25일 발표한 지식재산 기반 창조경제 실현전략은 ‘강한 엔진’ 창출에 맞춰져 있다. 중심에는 특허청의 존립 근거인 심사체계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고품질 지재권(스타 특허) 창출과 포지티브 심사 전환은 ‘발상의 전환’이다. 스타 특허는 출원-심사-등록 과정에 특허청이 참여해 강하고 품질이 우수한 지재권을 창출하겠다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세계 4위, 양적생산성은 1위지만 기술무역수지 적자는 오히려 확대되는 ‘풍요속 빈곤’을 겪고 있다. 심사관이 수요자 입장에서 출원인과 소통을 확대해 명세서의 보정 방향을 알려주고 출원인의 단순 실수를 구제하는 포지티브 심사에 나선다. 53.4%에 달하는 특허 무효율을 낮추고 특허침해 손해배상액을 현실화해 특허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건전한 지식재산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필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김 청장은 “특허권은 개인에게 독점적, 배타적 권리를 주기 때문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심사가 중시되면서 특허 거절 쪽에 무게가 실렸다”면서 “소극적 심사는 특허권의 활용이 중요한 창조경제에서는 맞지 않는다”며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사기간 단축과 심사품질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도 밝혔다. 발명자의 신속한 사업화 지원을 위해 현재 13.3개월인 특허심사 처리기간을 2015년까지 10개월로 단축하고 8.3개월인 상표와 디자인은 2017년까지 각각 3개월, 5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사람(심사관)과 돈(예산)이 뒷받침되면 쉬운 일이지만 반대의 경우 심사기간은 늘어나고 품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심사관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면서 자체적으로 심사관을 육성하는 자구 노력에 나섰다. 김 청장은 “특허법 시행령에 심사는 사무관 이상이 수행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지만 5급 증원은 쉽지 않다”면서 “6급 주무관을 심사관 보조 요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김영민 특허청장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함창고와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55세. 1981년 행시에 합격(25회)한 뒤 상공부 기획예산담당관과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 지식경제부 통상협력정책관 등을 거쳤다. 2012년 4월 특허청 차장에 발탁된 뒤 지난 3월 청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 ‘經熱政’의 양국관계 ‘經熱政熱’로…미래 협력의 기틀 마련

    ‘經熱政’의 양국관계 ‘經熱政熱’로…미래 협력의 기틀 마련

    박근혜 대통령의 3박 4일간의 중국 국빈 방문은 기존 한·중 관계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은 박근혜 정부 5년을 넘어 새로운 20년을 향한 양국 간 중장기 협력의 틀을 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대통령이 이번 방중 슬로건을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라는 뜻의 ‘심신지려’(心信之旅)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국적 차원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내실화’라는 목표에 한층 다가서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수사적 선언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의 세부 이행계획(액션플랜)이 담긴 부속서까지 채택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대화 체제를 신설하는 등 고위급 안보대화 정례화에 합의한 것도 큰 성과다. 그동안 중국이 이처럼 최고위급 외교·안보 대화채널을 구축한 나라는 사실상 미국이 유일했다. 그만큼 한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국제적 책임을 강조하는 중국의 신형 대국외교와 일방적으로 북한을 감싸지 않겠다는 대북정책 변화 등이 한·중 간 안보협력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경제 분야의 교류는 활발했지만 정치·안보 분야는 냉랭했던 ‘경열정랭’(經熱政)의 한·중 관계가 ‘경열정열’(經熱政熱)로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 박 대통령의 핵심 대북 정책 기조가 국제적 공인을 받았다는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을 비롯해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까지 중국의 정치서열 1∼3위인 핵심 인사를 모두 만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확보했다. 미국에 이어 중국의 지지를 확보한 것은 향후 박 대통령이 자신감을 갖고 대북정책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측면이 강하다. 다만 공동선언에 애초 우리 정부의 목표였던 ‘북핵 불용’이란 표현 대신 중국 측이 강조한 ‘한반도 비핵화’를 수용했다. 북한을 코너에 몰지 않겠다는 중국의 대북 정책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중 간의 온도 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신뢰 강화도 주목할 만하다. 한·중 관계 업그레이드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실제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을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로 지칭하며 국빈만찬은 물론 이례적인 특별오찬까지 마련하는 등 박 대통령과 7시간 30분가량 자리를 함께하는 ‘파격적 예우’를 아끼지 않았다. 관행과 달리 일본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하는 등 ‘중국 중시’ 외교에 나선 박 대통령에 대한 화답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진전 노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나 통상, 금융 등 경제 분야에서 구체적 협력 방안을 마련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특히 양국은 한·중 인문교류 공동위원회를 신설하고 중국 어선의 서해상 불법 조업 및 동북공정 문제 해결을 위한 ‘틀’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베이징·시안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사설] 한·중관계, 더 넓게 더 깊게 내실 기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동안 전에 없는 환대를 받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물론 일반 국민도 박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따뜻하게 맞이했다. 유구한 동북아시아 역사에서도 흔치 않은 여성 통치자라는 희소성과 박 대통령의 개인적 인생역정이 관심을 불러일으킨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그들로서도 이제 한국을 긴밀하게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주요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첨예한 현안이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시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결코 작지 않은 성과다. ‘북한 비핵화’라는 문구를 공동성명에 명기하는 데 이르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지적도 있지만, 중국이 북한 문제에 진전된 자세를 보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정상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논의의 진전을 위해 보다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도 앞으로 협상을 구체화하는 데 적잖은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경제적 사안에 가려 있지만, ‘한·중 인문 교류 공동위원회’를 만들어 유대를 강화키로 한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과거 인문학 교류가 대륙에서 한반도로 일방적으로 흘렀다면, 이제는 쌍방향 교류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경제 영역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임을 확인한 이상 두 나라는 한·중 ‘인문공동체’로서 문화교류 확대의 구체적 결실을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한·중이 새로운 동북아 중심시대를 펼치고자 협력하는 마당에도 일본이 여전히 그릇된 과거사 인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일본은 동북아 중심시대를 다시 맞기 위한 두 나라의 노력에 동참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할 중심국가이다. 하지만 우경화한 역사인식에 휘둘리는 국내 정치 논리에 함몰돼 국제적 시야를 스스로 좁히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국제정세의 지형을 면밀히 살펴 불필요한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정상회담이 끝나면 할 일은 더욱 많아진다. 이번 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통해 대국적 차원에서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라는 목표에 한층 근접했다고 본다. 기존 우호 관계를 실질적 협력 관계로 격상시켜야 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는 국제관계는 기대하기 어렵다. 양국이 힘을 합쳐 공동의 이익을 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의 한·중관계는 내용적으로 더욱 넓고 깊어져야 할 것이다. 두 나라의 미래를 밝히고 국제사회에도 기여하는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발돋움하기 바란다.
  • ‘부처 협업’ 긍정 평가… ‘조용한 대응’ 비판도

    ‘부처 협업’ 긍정 평가… ‘조용한 대응’ 비판도

    “앞으로 5년이 우리 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분수령’입니다. 지금 하루, 한 시간이 너무나 중요합니다.”(지난 3월 22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30일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1963년 박정희 대통령 때 처음 만들어졌던 경제부총리 제도는 김대중 정부 시절 외환위기 비상사태로 잠시 중단됐던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유지되다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됐다. 박근혜 정부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겸직 형태로 경제부총리를 재도입했고 현 부총리를 임명했다. 기재부는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의 위상을 5년 만에 되찾았다. 박근혜 정부의 3대 키워드 중 하나가 ‘경제부흥’인 만큼 현 부총리 경제팀의 100일은 다양한 정책 발표로 채워졌다. 지난 4월 1일 부동산 대책(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 발표를 필두로 17조 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안, 투자활성화 방안, 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 방안,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 등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임기 5년간 수행할 공약 재원의 마련 방안과 추진일정을 담은 ‘공약가계부’도 수립됐다.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 2차 투자활성화 방안 등도 곧 발표된다. 특유의 조용한 리더십 때문에 현 부총리 취임 초기 일각에서 보였던 우려는 그간 많이 사그라졌다. 차분한 행보 속에 부처 간 벽을 허물고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착실하게 그려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부총리는 15년 만에 부활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지금까지 40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각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협업’과 ‘정책 조합’(폴리시 믹스)이 강조됐다. ‘지나친 장밋빛 전망을 바탕으로 한 밀어내기식 정책’이란 비판을 자주 받았던 이명박 정부 시절 기재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노력도 곳곳에서 보였다. 지난 3월 28일 경제전망을 내면서 올해 성장률을 당초의 4.0%에서 2.3%로 대폭 현실화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는 정책 나열에 급급하다 보니 설익은 정책을 미리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경기 부진을 인정하면서 차근차근 제시한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것이 현 경제팀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 부총리의 지나칠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한 대응이 시장에 던지는 정부 메시지의 힘과 권위를 약화시켰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속도조절’, ‘공약 후퇴’ 등 비판이 일었지만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으로 현 부총리는 지금까지보다 더 큰 난제와 맞닥뜨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8%에 그치는 등 8분기 연속 0%대 저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외적으로 미국의 양적완화(시중에 돈을 푸는 경기 부양책) 축소, 중국의 통화 긴축 움직임 등 거대한 불확실성이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사설] 정상회담 회의록 사전유출설도 규명해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정국이 혼탁을 더해 가고 있다. ‘칠거지악’이니 ‘계사오적’이니 하는 갖가지 비방을 연일 쏟아내며 상대를 흠집내는 데 여념이 없다. 저마다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하고 있으나 이를 다 거둬내 보면 결국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공세의 성격이 짙다. 남북관계 악화 가능성과 함께 회의록 공개로 우려되던 정치 파행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회의록 공개의 발단이 된 국정원 국정조사 논란은 엊그제 여야 합의로 가닥을 잡았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여부를 둘러싸고 의혹을 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도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로 이미 공개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이제 여야 두 정파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몫이다. 여야가 NLL 포기 발언이니 아니니 드잡이하며 여론을 제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려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일이다. 회의록 공방을 접고 속히 민생 법안 처리와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에 진력하는 것이 정국을 정상화하는 길일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라도 민주당에 의해 제기된 회의록 사전 유출 의혹만큼은 명확히 가려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대선 때 유세에서 회의록을 봤다고 언급했으며, 현 주중대사인 권영세 전 새누리당 선거대책위 종합상황실장은 사석에서 회의록의 내용을 언급하며 ‘집권하면 회의록을 까겠다’고 말했다고 회의록 사전 유출설을 제기했다. 민주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다. 민주당이 제기한 정황의 구체성 등을 감안할 때 당사자들의 부인만으로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본다. 민주당이 김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 만큼 조속히 사법절차를 진행해 사전 유출 의혹의 진상을 소상하게 가려내는 일이 필요하다. 북한은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대화 상대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난하며 최대한 향후 남북 간 대화에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지금의 공방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여야는 따져 보기 바란다. 사법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검찰 수사에 맡기고 여야는 정국을 정상화해야 한다.
  • [朴대통령 訪中] 시 주석 ‘한·중관계 발전’ 의미 서예작품 선물

    [朴대통령 訪中] 시 주석 ‘한·중관계 발전’ 의미 서예작품 선물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방문 이틀째인 28일 수행 경제사절단과의 조찬을 시작으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펑리위안(彭麗媛) 여사 부부와의 오찬에 이어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만찬 등 총 8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한·중 경제 협력을 강조하며 ‘비즈니스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25분까지 시 주석, 펑 여사와 특별 오찬을 함께 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전날 단독·확대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까지 합해 모두 7시간 30분을 함께하며 한·중 정상 간 우의를 과시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시 주석으로부터 ‘한·중 관계의 발전’을 의미하는 시구(詩句)가 담긴 서예 작품을 선물 받았다. 시 주석의 선물은 중국 당나라 때 시인인 왕지환(王之渙·688∼742)의 한시 ‘관작루에 올라’(登觀雀樓) 두 구절이 쓰인 서예 작품과 법랑 화병 수공예품 한점으로 양국 간 인문 교류 확대를 염두에 둔 듯했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찻잔 세트와 주칠함(朱漆函)을 선물했다. 박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 현장에 기념 표지석을 설치하는 문제와 과거사 관련 정부의 정부기록보존소 열람 관련 협조를 요청했고, 시 주석은 유관기관에 이를 잘 검토하도록 지시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리 총리와의 면담에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내실화를 착실하게 이행해 양국 국민의 이익은 물론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도 더욱 이바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연중 적절한 시기에 개최하기 위해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리 총리와의 면담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리 총리는 ‘미스터 리 스타일’이라고 굉장히 국내외적으로 호평을 받은 것으로 들었다”면서 “오늘 뵙자마자 왜 호평을 받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덕담을 건넸다. ‘미스터 리 스타일’은 유머와 위트를 섞은 솔직한 언행과 거침없는 행보 등 전임자들과는 다른 리 총리의 모습 때문에 붙은 표현이다. 이에 리 총리는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를 격상시키기 위해 새로운 원동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또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만나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권고해 달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국가올림픽체육중심체육관에서 열린 한류 팝스타들의 K팝 공연장을 ‘깜짝’ 방문, 소녀시대와 2PM, 슈퍼주니어 등 한국의 K팝 스타들과 중국의 팝그룹 즐샹리흐어 등을 만나 격려한 뒤 40여분간 공연을 관람했다. 베이징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中정부, 유동성 경색 예의주시… 곧 금융시장 안정조치 취할 것”

    “中정부, 유동성 경색 예의주시… 곧 금융시장 안정조치 취할 것”

    지난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의 비율)을 점검하기 위해 각 은행 담당자들을 소집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자금 담당자들도 여기에 참석해 예대율 준수를 채근받았다. 중국 금융당국이 공상, 농업, 중국, 건설 등 자국 4대 은행에 비해 ‘구멍가게’ 수준인 외국계 은행에 대해서까지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회의에서 당국 관계자는 “대출 총량을 (규정보다도 5% 포인트 낮은) 예금의 70% 이내로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내 은행 관계자는 “작은 것 하나까지 자금 흐름을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보였다”면서 “그만큼 중국 당국이 유동성 경색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의 금융 불안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신문은 26일 중국 법인에 나가 활동하고 있는 국내 은행 주재원들을 통해 현지의 금융시장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이들은 대체로 “시장이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당국의 조치에 따라 조만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라고 말할 수준이냐, 단순한 ‘충격’ 수준이냐의 차이일 뿐 중국 금융시장 불안은 이미 현실화돼 있다. 국내 A은행 상하이 지점 관계자는 “시보(SHIBOR·상하이 은행 간 금리) 금리가 현재 6~7%대로 안정을 찾았지만 은행 간 거래는 거의 끊겼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현지 은행 어디든 지점에 말만 하면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었지만 며칠 전 ‘본점에서 허가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1년 만기 자금 대출을 거절당했다”면서 “대형 은행들이 외국계 은행이나 중소형 은행과의 돈거래를 끊고 빌려줬던 돈도 회수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허현수 기업은행 중국법인 개인금융부장도 “중국 단오절 연휴(5월 10~12일)가 끝난 후 단기금리 지표인 시보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면서 “지난주 시보 금리가 13%대로 치솟자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은행들이 돈을 비축하기 위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는 “제1금융권은 15%, 제2금융권은 20%까지 웃돈을 얹어 줘도 거래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김경수 외환은행 중국유한공사 부행장도 “지난주 19~21일에는 시보 1일물 금리가 최대 25%까지 올라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향후 금융 시장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시진핑 정부가 출범하면서 개혁과 성장을 위해 금융시장을 규제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 부행장은 “중국 금융시장이 불안한 것은 정부가 돈줄을 옥죄면서 생긴 일”이라면서 “은행들이 자금 운용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정부의 신호”라고 판단했다. 유재봉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은행장도 “가을에 발표될 신경제정책을 준비하기 위한 경고성 메시지”라고 판단했다. 백광호 국민은행 중국법인 부법인장은 “현지 경제연구소들이 주관하는 토론회에서 만나는 중국 전문가들도 전망이 엇갈린다”면서 “중국 경제가 무너질 리 없다는 희망적인 의견과 그동안 장밋빛 환상에 가려 있던 실체가 드러났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朴대통령 중국 안착…방중 일정 시작

    朴대통령 중국 안착…방중 일정 시작

    중국 국빈방문 길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현지시간)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국제공항에 안착, 본격적인 방중 일정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중국 측의 영접을 받은 뒤 곧바로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로 이동해 여장을 풀고 이어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의 단독 정상회담 및 확대 정상회담을 위한 막바지 점검에 들어갔다. 서우두 공항에는 한국 측에서 권영세 주중대사와 황찬식 재중한인회장, 장원기 주중한국상회장, 이훈복 민주평통 베이징지역협의회장 등이, 중국 측에서는 류전민 외교부 부부장, 장신썬 주한대사가 각각 나와 박 대통령을 영접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우두 공항에서 숙소인 댜오위타이로 이동할 때 중국산 관용차인 ‘홍치’(紅旗)를 탑승했다. 박 대통령을 태운 승용차 뿐 아니라 수행단과 취재진의 차량이 공항을 떠나 숙소로 가는 30여분 동안 중국 경찰은 줄곧 이동 도로를 통제하는 경호를 펼쳤다. 박 대통령은 공식환영식에 이은 회담을 마친 뒤 조약 서명식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북한의 비핵화와 올해로 수교 21주년을 맞는 전략적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골자로 한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이 베푸는 국빈만찬에 참석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방중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한중 정상회담 이후 대일 외교를 준비하자/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열린세상] 한중 정상회담 이후 대일 외교를 준비하자/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한·중관계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남북 당국회담 무산과 북한의 북·미 고위급회담 제의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중 정상회담의 중요성은 한층 커졌다. 박 대통령이 미국, 일본 순이던 역대 대통령들의 해외 순방 관행을 깨고 일본에 앞서 중국을 먼저 방문하는 파격을 택한 것은 그만큼 한반도 정세 안정에 중국의 역할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현실적으로 중국이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만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 확대 등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중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후에 남아 있는 외교적 과제는 일본과의 관계이다. 현재 한·일관계가 경색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아베 총리의 ‘침략’ 발언 이후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의 망언이 이어지면서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역사퇴행적인 국가’로 굳어졌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분노를 넘어서 무시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반면 일본은 일본 나름대로 이웃 국가 한국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노골화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관련 발언, 3·11(후쿠시마 원전 사고) 2주기 기념식에 중국과 한국만이 불참한 것, 그리고 미국에서 역사문제를 지적한 것 등으로 일본의 감정은 그 어느 때보다 격화되어 있다. 한·일 양국이 서로를 불신하면서 오해하는 상황은 역사적으로도 흔히 있었다. 현재 한·일관계가 심각한 이유는 이전과는 달리 한·일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실한 데 있다. 실제로 한·일 양국 정부는 일본 문제(또는 반대로 한국 문제)만 나오면 ‘골치 아프다’는 생각에서인지 피하려고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말로는 중요한 국가라고 하면서도 실제적으로 한·일관계를 개선하려고 하지 않는다. 국민 여론이 두렵고, 용기를 내어 상대방과 타협을 하려고 해도 상대방이 언제 이를 뒤집을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일 양국 정부는 상대방이 계기를 만들어 줄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심정일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국익을 위해 균형 잡힌 대일외교가 필요하다. 한국이 바라는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은 이제 더욱더 힘들어진 상황에서 일본이 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우물 앞에서 슝늉을 찾는 꼴’이다. 우선, 한·일 간에는 전략적인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난 4월 일본 정치가들의 야스쿠니 참배 이후 정부 간 대화는 사실상 멈췄다. 현재의 변화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일 양국은 북한문제, 동북아 질서에 대한 전략 대화를 통해 서로의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일본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도록 일본에 국제적인 여론을 전달해야 하며, 이는 양국의 전략적인 이익이 맞아떨어질 때 더욱더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 과거사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해결의 자세가 필요하다. 역사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과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단칼에 해결하려는 조바심을 버리고 미래를 설계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특히 한·일 간에는 2015년(한·일 수교 50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2015년이 한·일 악몽의 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일이 지혜를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이다. 셋째, 한국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도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아시아의 패러독스를 해결하기 위해 비전통적인 안보에서 전통적인 안보로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어느 국가도 반대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동북아는 지각 변동이 일어나면서 서로의 국익을 우선하겠다는 각축장이 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여 새로운 동북아를 만들고자 할 때 중국에 기울어지는 동북아 질서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이 점에서 한·일 양국은 전략적인 이익이 일치할 수밖에 없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문제를 관리하고, 동북아 질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제 일본과의 관계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 달라진 남북관계 영향?… 북한학과 지고 군사학과 뜬다

    사립대 북한학과를 졸업한 직장인 조모(28)씨는 현재 없어진 모교 학과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조씨가 대학에 입학한 2004년에는 남북 간 화해와 교류 활성화의 분위기 속에 전도유망한 전공이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지금은 학과가 폐지됐다. 조씨는 “동기 40명 가운데 전공을 살려 정부 기관이나 대북사업에 진출한 사람은 10명도 안 된다”고 했다.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4년제 대학의 북한·안보 관련 전공에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각 대학이 1990년대 후반 탈냉전 분위기를 타고 설립한 북한학과의 입지가 갈수록 줄고, 군장교 양성이 목적인 군사학과가 우후죽순 신설되고 있다. 남북 관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는 평가지만, 대학들이 장기적인 안목 없이 시류에 편승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북한학과는 통일에 대비하고 남북 교류협력의 실무 인력과 전문가를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1994년 동국대를 시작으로 6개 대학에 설립됐다. 하지만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현재는 동국대와 고려대(세종캠퍼스) 두 곳만 남았다. 반면 군사학과(해병대 군사학과 포함)는 2003년 이후 대전대를 비롯해 전국 12개 대학에 신설됐고, 사이버국방학과 등 유사학과까지 합하면 21개 대학에 들어섰다. 특히 이 가운데 건양대 등 7개 대학의 군사학과는 2011년 이후 신설됐다. 충남대는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한다. 입학 정원을 비교하면 대학 두 곳의 북한학과를 합쳐도 학년당 40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군사학과는 12개 대학에 모두 510명 수준이다. 대학들의 군사학과 개설 열기는 남북 관계가 악화되고 장기 불황에 따른 안정된 취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군사학과는 군에서 등록금을 지원받고 재학생들이 학군사관(ROTC)이나 학사장교를 통해 장교로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졸업생 취업률(소위 임관)도 90% 이상이다. 전역 장교들이 교수로 재취업할 수 있기 때문에 군 당국도 이를 적극 뒷받침한다. 박효선 청주대 군사학과 교수는 25일 “남북 관계가 긴장될수록 군에 가고자 하는 열기가 늘어나고 경기가 호황일 때는 장기 복무자가 줄어든다”며 “군사학과는 장교 임용을 통해 취업난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들의 이 같은 행보가 당장의 취업률과 현실에만 매달리는 단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병영 국가도 아닌데 대학들이 안보강화 기조에 편승하고 있다”면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실무인력 양성에만 쏠린다는 점에서 학문의 본질을 망각했다”고 비판했다. 군사학과 내부적으로도 마구잡이 학과 신설과 방만한 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박 교수는 “장교의 자질을 갖춘 자원은 한정됐는데 무턱대고 정원을 늘리면 부실화가 우려된다”면서 “학생들이 소위 임관 평가에서 탈락해 졸업하고도 장교가 되지 못하면 갈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수신료 인상 추진… 야당 측 “26일 이사회 보이콧”

    수신료 인상 추진… 야당 측 “26일 이사회 보이콧”

    KBS가 26일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33년째 2500원으로 동결된 수신료의 인상을 추진한다. 야당 측 이사들이 경영진의 일방적인 인상안 제출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KBS는 지난 19일 이사회 사무국에 수신료를 4300원이나 4800원으로 올리는 두 가지 인상안을 제출하고, 대다수 이사들에게 인상안에 대해 설명했다. 2011년 제출한 인상안(3500원)에 비해 액수가 대폭 늘어난 대신 2000억여원의 광고비를 삭감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인상안은 이사회 이사 11명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 의결하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된다. 방통위가 60일 안에 검토를 마치면 올 9월 정기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여야가 본격적으로 논의 과정을 거친다. KBS 내부에선 수신료 인상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수신료 인상 의지를 수차례 공언해 온 데다 KBS의 재정 상태 악화로 그 어느 때보다 수신료 인상이 절박한 상황이다. KBS는 지난해 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또 디지털방송 전환 차입금 3000억원을 떠안은 상태다. 인력 및 제작비의 압박을 받으면서 콘텐츠는 경쟁 방송사에 밀리고 있다. 길환영 KBS 사장은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해 지난해 11월 취임과 동시에 올 하반기쯤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KBS 관계자는 “전체 수입 중 수신료의 비중이 37%에 불과해 공영방송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뜨거울 전망이다. 이사회의 야당 측 이사 4명은 “KBS가 성급하게 인상을 추진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야당 측 조준상 이사는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을 정식으로 논의한 적도 없는데 경영진이 인상안을 제출한 것은 월권”이라며 “26일 이사회에 야당 측 이사들은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인상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야당이 반대할 경우 통과는 불투명하다. 2007년과 2011년에도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여야의 지루한 공방 속에 해를 넘겨 각각 17대, 18대 국회의 회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만만찮다. 1986년에는 ‘KBS 시청료 거부 범국민운동본부’, 2006년에는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가 대대적인 수신료 거부 운동을 벌였다. 현재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도 KBS가 지난 대선에서 여당에 유리한 쪽으로 편파 방송을 했다며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원 인천가톨릭대 교수는 “공영방송 수신을 위해 케이블이나 위성 혹은 IPTV 사업자에게 수신료의 5~6배를 지불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수신료 2500원은 결코 비싼 금액은 아니다”면서도 “공영방송이 시대 가치를 담은 새로운 정체성과 역할을 제시하지 못하면 굳게 닫힌 수신료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한국사 교육이 위기인 이유/박찬구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한국사 교육이 위기인 이유/박찬구 사회부장

    역사는 한 시대 구성원이 공유하는 집단적인 기억이며, 기록이다. 역사의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일지는 사관(史觀)의 문제라 하더라도, 역사적인 팩트의 영역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역사적 사건을 가리키는 용어도 마찬가지다. 조선 효종이 북쪽(청나라)을 정벌하려던 구상을 우리는 ‘북벌정책’이라 배웠고, 그렇게 부른다. 남쪽에 있는 조선이 북쪽을 정벌한다 해서 ‘남벌(남쪽이 정벌하는) 정책’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6·25전쟁의 성격을 규정하는 ‘남침’도 같은 이치다. 현재 통용되는 교과서는 물론 역사 참고서나 서적은 북쪽이 남쪽을 침략했다는 의미로 ‘남침’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6·25전쟁을 설명할 때 ‘남침’은, 적어도 현재의 교과과정에서 한국사를 제대로 배웠다면 이래저래 토를 달 수 없는 객관적인 역사 용어인 셈이다. 북한이 침략했다고 해서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말하는 구성원이 있다면 한국사를 얘기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불통과 장애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서울신문이 최근 6·25전쟁이 ‘남침’이냐 ‘북침’이냐를 두고 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대다수 청소년이 6·25전쟁은 북한이 저지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일부 조사 결과를 감안한다면, 이들이 ‘북침’을 ‘북한의 침략’으로 잘못 알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한 시대에 통용되는 언어란, 그 시대 구성원이 약속하고 합의한 집단 인식의 결과물이다. 그 언어를 익히지 않거나 등한시한다면 같은 구성원들 사이에 인식의 괴리가 발생하고 대화가 막힐 수밖에 없다. 한 민족이 공유한 역사적인 용어에서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같은 역사적 팩트를 두고 기성세대는 ‘남침’이라 부르고, 자라나는 세대는 ‘북침’이라 한다면, 그만한 난센스도 없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려는 외국인의 눈에 한국사 용어의 단절과 혼란이 어떻게 비칠까. 한국사 교육이 위기라는 문제의식은 기본적으로 여기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대 간 역사 용어의 혼란 못지않게 동시대 구성원의 역사 읽기에 장애가 되는 것은 정치와 권력의 역사 개입이라 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이 사료적으로 의미가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실록 곳곳에 ‘사신은 논한다’(史臣曰)라는 부분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국왕의 언행을 있는 그대로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대목에서는 사관이 직접 국왕이나 고관 대신을 비판하는 내용을 붙이고 있다. 한 예로 선조실록 57권, 27년(1594년) 11월 8일 세번째 기사를 보면 왜구의 재침에 대비해 명나라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비변사의 건의에 선조가 “아뢴 대로 하라”고 답한 대목에서, 사신은 “자력을 보강해 복수할 계획”을 세우지 않고 “명나라 군사가 와서 구해주길 바랄 뿐”이니 “매우 부끄러워할 일”이라고 개탄하고 있다. 최고 권력인 국왕마저도 사신의 붓 끝을 어찌할 수 없었다. 당대의 정치세력이 역사 서술에 감 놔라 배 놔라 했다면, 조선왕조실록의 우수성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역사의 서술과 해석은 5년마다 바뀌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좌우될 일이 아니다. 당장의 혼선과 어지러움을 감수하고라도 동시대 집단 지성에 역사를 맡기는 것이 역사를 올바르게 살리고 후대에 역사의 교훈을 남기는 길이라 하겠다. ckpark@seoul.co.kr
  • 朴대통령 “공공기관도 국민 신뢰 못 받으면 없는 게 낫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공공기관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 정도가 아니라 차라리 없는 게 나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밝혀 대대적인 공공기관 개혁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다음 달 초 발표 예정인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과 관련, “이런 차원에서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은 지금 국민들의 큰 관심사인 공공기관의 재정건전성 문제와 방만한 경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공공기관도 정보공개를 확대해 나가면서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 방향으로 5년 내내 지속할 방안을 만들고, 계속 점검·보완해 가면서 이것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개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국민행복 시대를 열기 위해 과거에 오랫동안 누적돼 온 잘못된 관행들을 국민 입장에서 바로잡는 것인데, 예를 들어 국민안전 관련 각종 비리 척결 등이 이런 차원”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보조금 부정 수급은 단순히 도덕적 해이를 넘어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정말 필요한 분들에게 돌아갈 몫을 가로채는 범죄 행위라고 할 수 있다”면서 “강력한 의지로 부정 수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중국 방문과 관련,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양국 공조를 더욱 내실화하고, 북한의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한·중 간의 협력과 공조를 다져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한·중, 北비핵화 공조·FTA·문화교류가 이슈

    오는 27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은 남북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지형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설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인 데다 주요 2개국(G2)으로서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책임 있는 역할에 나설 당사자인 까닭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 이어 일본이 아닌 중국을 방문키로 결정한 것도 중국의 ‘대(對)북한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23일 나흘 앞으로 다가온 중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지난 21일과 주말인 22일에 이어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등을 위한 마무리 준비에 몰두했다. 양국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주요 의제는 비핵화 등 북한 관련 이슈와 경제협력 및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인문 분야 문화 교류 등 세 가지로 예상된다. 양국 간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내실화 방안에 초점을 맞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의 비핵화 등 북한 관련 이슈는 한·미·중 3각 공조 구도와 맞물려 있다. 한·미, 미·중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북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핵심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 측 지지를 이끌어 내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즉 ‘서울 프로세스’는 중국의 동북아 군사·안보 전략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어 공동선언문 명기까지는 어렵다는 관측이 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탈북자 북송문제가 거론될지도 주목된다. 최근 폐막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어젠다로 언급됐지만 북·중 관계의 민감성을 고려해 박 대통령의 ‘언급 차원’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한·중 FTA 등 경제 이슈는 가시적 성과가 기대된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미래 상생발전이라는 목표하에 한·중 FTA를 포함한 상호 교역투자 확대 방안, 정보통신기술(ICT) 등 과학기술과 환경, 금융, 에너지 분야 등에서 협력을 촉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채택하는 등 풍성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인문·문화 분야의 교류·협력 논의 전망도 밝다. 양국 국민들 사이에 형성돼 있는 반중(反中)·반한(反韓) 정서를 문화 교류를 통해 반감시켜야 한다는 양국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3000년 역사의 문화고도 시안(西安)을 방문하고 유적지를 시찰하기로 한 것은 양국 문화교류의 상징적 차원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서울 법인택시기사, 버스기사보다 더 일하고 월수입은 113만원 적어

    서울 법인택시기사, 버스기사보다 더 일하고 월수입은 113만원 적어

    서울 법인택시 기사의 월평균 소득은 187만원으로 지난해 국내 가계 월평균 소득 407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승차거부 등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택시회사보다는 택시기사 임금 현실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교통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서울시는 23일 지난해 말 전체 법인택시 2만 1322대에 장착한 택시정보시스템 자료와 255개 법인택시업체로부터 받은 2011∼2012년도 운행기록장치 자료, 임금 대장 등을 분석한 결과, 서울시내 법인택시 기사의 월평균 소득이 187만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수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법인택시 기사는 매달 26일, 하루 평균 10시간을 일했으며 시간당 1만 4500원의 운송 수입을 올렸다. 월 정액 급여 120만원에 사납금(매일 회사에 내야 하는 돈) 이상 벌어들인 운송수입 67만원을 합해 약 187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하루 7.2시간씩 매달 22일 일해 평균 300만원을 받는 시내버스 운전기사 월소득의 62% 수준에 불과했다. 하루 수입은 사납금을 포함해 14만∼15만원이 12.6%로 가장 많았고 13만∼14만원 12%, 15만∼16만원 11.9%, 16만∼17만원이 11.6% 순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납금 미납액은 정액 급여에서 차감해야 하기 때문에 택시 기사들이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과속과 신호위반, 승차거부 등을 하는 경우가 잦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택시관련 교통사고 건수는 전체 서울시내 교통사고의 23.8%(2011년)를 차지했다. 특히 법인택시 교통사고는 개인택시 교통사고의 5.7배 수준으로 전체 택시 교통사고의 80.9%를 차지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정전협정 60년] 브루스 커밍스 美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말하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60년] 브루스 커밍스 美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말하는 ‘한국전쟁’

    “한국 사람들은 왜 어느 쪽이 전쟁을 일으켰는지에만 관심이 있습니까.” 브루스 커밍스(70) 시카고대학 석좌교수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북한이 한국전쟁의 책임을 놓고 서로를 손가락질하는 비난전을 그만둬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의 부인인 한국인 우정은 박사가 학장으로 있는 버지니아주립대 캠퍼스 내 자택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커밍스 교수는 한국 현대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날짜와 한국인 이름을 자료도 없이 술술 말해 한국전쟁 연구의 최고 권위자임을 실감케 했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남침을 유도했다는 당신의 수정주의 이론에 반해 옛 소련의 기밀문서를 통해 북한의 남침이 확인됐는데. -나는 수정주의자가 아니라 개척자다. 내가 쓴 글은 미국 정부의 1급 비밀 문서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나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침공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 1985년부터 전두환 정권이 그렇게 (조작)한 것이다. 내가 1990년에 쓴 책은 1950년 6월에 전쟁이 시작됐다는 기존의 관념을 허물려는 시도였다. 한국전쟁의 뿌리는 1945년 이후 발생한 일련의 일들에 있다. 미국은 일방적으로 한반도 분단을 결정했고 소련이 나중에 그것을 수용했다. 그것이 한국전쟁의 기반이 됐다.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의 남과 북에 진주했고 남한에서는 이승만이,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권력을 잡았다. 이 때문에 한국전쟁은 근본적으로 내전이다. 나는 북한이 남한을 6월 25일 침공한 것을 알고 있다. 문제는 그 침공이 남한의 자극에 의해 일어났는지 여부다. 1949년 8월 옹진, 개성, 철원 등지에서 남북 간 충돌이 격화됐다. 이승만이 공격을 원할 때 주한 미국대사가 반대했고, 김일성이 공격을 원할 때 주북 소련대사가 반대했다. 양측의 공격 욕구는 이렇게 억제됐다. 그리고 이듬해 봄 스탈린과 마오쩌둥(毛澤東)이 김일성에게 제한적인 대남 공격을 승인한 것이다. →소련 기밀문서 공개에도 불구하고 기존 이론을 수정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기밀문서를 통해 소련의 연관성이 예상보다 깊숙했다는 점이 밝혀진 것을 빼면 나머지는 별로 수정할 필요를 못 느낀다. 나는 내가 했던 일에 대해 여전히 굳은 확신을 갖고 있다. 다만 책을 쓰는 시점에 아직 나오지 않은 문서에 대해서는 예상할 수 없었을 뿐이다. 나는 다른 학자들이 하지 못한 방대한 북한 문서를 연구했다. 나는 지난 20여년간 내가 하지도 않은 말 때문에 공격받았다. 사람들은 내 책을 읽지도 않고 말했다. →한국전쟁을 미국이 일부러 유도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나. -안 했다. 나는 단지 딘 애치슨 당시 국무장관이 탱크와 항공기를 한국에 두기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무기로 이승만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그 결정으로 인해 남한은 북한이 6월 25일 침공했을 때 대처할 무기가 없었다. 애치슨은 한국에 대해 매우 모호한 전략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김일성은 어리석게도 전쟁을 일으키고 말았다. 애치슨이 전쟁을 유도하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그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고 그로 인해 미국은 많은 ‘옵션’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만약 이승만이 공격하면 미국은 지원하지 않는 반면 북한이 공격하면 이승만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애치슨이 남한을 ‘애치슨 라인’에서 제외한 이유는 이승만이 미국을 등에 업고 북한을 공격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남한이 북한을 침공할 가능성도 있었다는 얘기인가. -1949년 5월부터 12월까지 38선 곳곳에서 벌어진 대부분의 싸움을 남한이 먼저 시작했다. 따라서 1950년 6월 25일의 침공은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켰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1949년 8월 주한 미국대사는 워싱턴에 보낸 전문에서 “이승만이 북한군의 옹진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철원을 공격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국전쟁의 본질은 당시 남북한의 지도부가 서로를 죽이려 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소련 모두 뜨거운 감자를 두 손에 쥐고 있는 꼴이었다. 그런데 이승만이 그해 12월부터 한국군에 “38선에서 도발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후 38선 남쪽이 조용해졌다. 남한의 공격을 남침 명분으로 삼으려던 김일성이 1950년 2월 주북 소련대사에게 “왜 남한이 요즘 공격을 안 하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미국이 애치슨 라인에서 남한을 배제한 것은 북한의 침공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인가. -아니다. 1949년 6월 30일 남한에 있던 마지막 미군이 오키나와로 나간 직후 애치슨 장관이 국무부 극동담당 차관에게 ‘만약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면 유엔에 회부한다’는 메모를 건넸다. 한국전 발발 1년 전에 이미 전쟁 가능성을 예측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스탈린이 승인하지 않으면 북한은 남한을 침공할 수 없는데, 스탈린은 침공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소련이 2차 대전의 후유증 때문에 새로운 전쟁에 뛰어들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스탈린이 허락지 않으면 감히 중국도 전쟁에 개입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탈린이 통제하는 획일적인 공산주의가 있다고 잘못 추정한 것이다. →한국전쟁의 특징은 무엇인가. -반(反)식민지 전쟁이라는 점에서 베트남전과 매우 비슷하다.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했던 빨치산 출신 김일성 등은 북한을 접수한 반면 남한에서 김구와 같은 민족주의자들은 밀려났다. 남한에서 미국은 일본 경찰과 장교 출신들을 기용했다. →한국에서는 내전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곳에서 8마일(약 12.8㎞)만 리치먼드 쪽으로 가면 남북전쟁박물관이 있다. 거기에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남군을 침공할 명분을 얻기 위해 남군의 공격을 유도하는 속임수를 썼다’는 내용이 씌어 있다. 남부 사람들은 남북전쟁이 내전이 아니라 주(state)들끼리 벌인 전쟁이라고 한다. 한국인들이 6월 25일에만 초점을 맞추는 한 김일성, 스탈린, 마오쩌둥만 나쁘고 남한은 결백한 게 된다. →한국과 미국도 한국전쟁의 책임이 있다는 얘기인가. -미국의 책임이 크다. 미국은 38선을 그을 때 어떤 나라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쁜 결정이었다. 70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한반도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다. 이승만도 큰 책임이 있다. 그는 일본군에서 복무한 장교를 기용했다. →결국 한국전은 국제적 역학관계 속에서 발생했다고 봐야 하나. -아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한국 내 모순이다. 일제강점기부터 1945~1950년 사이 일련의 사태들이 영향을 줬다. →지난 60년간 정전체제는 잘 운영됐다고 보나. -아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 매우 불행한 일들이 일어났다. 정전체제는 평화협정으로 대체돼야 한다. 중국과 소련은 1990년대 초 남한을 승인했지만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한국전쟁의 교훈은. -미국인으로서 나는 한국전쟁 당시의 트루먼 대통령과 애치슨 국무장관에게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식민지 국가들의 독립 열망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반도에서 김일성의 반(反)식민지 운동에 봉착한 것이다. 1944년 국무부 문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한국인과 진정한 관계가 없는 반면 만주의 빨치산은 일본군에 잘 대적하고 있다”면서 “김일성을 접촉해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이 현실화했다면 한국전은 발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형제를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정전 60년이 흐른 지금도 한국인들은 누가 먼저 전쟁을 일으켰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1997년 북한에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갔을 때 한 북한인이 “누가 한국전쟁을 시작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더라. “많은 원인이 복합작용한 내전”이라고 답했더니 그는 “한민족에 대한 미 제국주의자들의 전쟁”이라고 하더라. 한국전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런 ‘비난 게임’을 멈추고 화해해야 한다. 글 사진 샬러츠빌(버지니아주)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동아시아 전공) 박사 출신이다. 1960년대 후반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온 이래 한국 현대사 연구에 천착했다. 그의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은 반공주의에 치우친 기존 연구의 평면성을 넘어 수정주의적 관점에서 식민지와 냉전, 계급 갈등이라는 전쟁의 구조적 기원을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한국전 연구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고, 1980년대 통일, 반미 운동과 맞물려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전쟁 연구는 커밍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까지 생겼다.
  • 한식 세계화 사업 4년간 ‘헛짓’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한식 세계화 지원 사업’ 예산이 5분의1 이상 부당하게 전용되거나 제대로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2월 말 국회의 요구를 받아 ‘한식세계화 지원 사업 집행실태’를 감사하고 결과 보고서를 21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감사 대상은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한식재단,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이 2009~2012년에 진행한 한식세계화 사업 전반이다. 한식세계화 사업에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총 931억 1700만원이 투입됐다. 이 중 23.9%(222억 7800만원)는 다음 해로 이월하고, 8.7%(81억 1700만원)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 등 실제로 집행한 비용은 68.7% 수준이었다. 관계 부처에서 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예산을 편성한 탓이다. 특히 2011년에 진행한 ‘미국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사업은 예산 50억원을 받아 추진했으나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해 결국 사업을 접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는 공고 기간이 40일로 정해져 있으나 20일만 공고했고, 무리하게 재공고 절차를 거치는 등 허술하게 운영했다. 사업을 철회하면서 잔액 49억 6000만원을 국회에 보고하지 않고 농기평 등의 연구용역비와 콘텐츠개발 사업비로 무단 전용했다. 또 제일기획에 의뢰한 한식 해외 홍보와 관련, 미국 잡지에 브룩 쉴즈가 고추장을 고르는 사진 1장만 아무 설명 없이 실렸는 데도 농식품부는 “쉴즈는 한식을 좋아해 잡채와 비빔밥 재료를 직접 구매했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에게 관련자 주의를 촉구하고, 예산 집행의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는 한편 한식세계화추진단 전체회의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朴대통령 訪中때 천년고도 시안 첫 방문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7일부터 나흘간 진행되는 중국 국빈 방문 기간에 3000년 역사를 지닌 서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을 방문한다. 시안을 찾는 것은 중국 지방정부와의 관계 강화 등을 고려한 지리적 다변화 차원이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중국의 지방도시 가운데 상하이를 네 차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를 각각 한 차례 방문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27일부터 2박 3일의 일정으로 베이징을 국빈 방문하고, 이어 29일부터 지방도시인 시안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안 방문 배경에 대해서는 “3000년의 역사를 가진 문화의 고도(古都)이고 서부 대개발의 거점이며 중국 3대 교육도시의 하나로 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시안 방문 기간 중 산시성 고위 지도자를 접견하고 현지와의 협력방안을 논의하며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 시찰, 교민 간담회, 유적지 시찰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30일 오후 귀국한다. 박 대통령이 시안을 방문하는 것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도 연관이 있다.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1913~2002) 전 부총리의 고향 푸핑(富平)이 지근거리인 데다 시 주석 본인도 문화대혁명 때 하방돼 산시성 옌안(延安)시 량자허(梁家河)에서 7년간 생활하며 정치적 토대를 닦은 곳이다. 박 대통령의 대구만큼이나 시 주석에게는 의미가 깊다. 삼성전자가 서부 내륙 개발에 대비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시안에 총 70억 달러(약 7조 8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점도 고려된 듯하다. 삼성 이외에도 LG와 SK 등 다수의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중국 내부로 보면 시안은 청두, 충칭(重慶)과 함께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서부 대개발 전략의 3대 거점 도시이자 과거부터 실크로드의 기점으로 중국 서부와 동부가 만나는 교통의 요지다. 3개 도시를 연결한 서삼각경제권은 38만㎢에 1억 3000만명의 소비 인구를 갖추고 있다. 시안은 고대 주(周) 문왕 시절부터 진(秦), 한(漢)을 거쳐 당(唐)에 이르기까지 13개 왕조가 도읍지로 삼았고 지난 1000여년간 역사적 고도인 장안(長安)으로 불렸다. 진시왕릉과 병마용갱 등 역사적 유물이 많다. 박 대통령의 시안 방문을 계기로 정부의 국정 기조인 경제부흥과 문화융성 측면에서 한·중 양국 간 경제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문화교류를 촉진시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내실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버냉키 쇼크’ 금융시장 요동] “버냉키, 美경기회복 자신감” “단기적 금융시장 불안은 불가피”

    [‘버냉키 쇼크’ 금융시장 요동] “버냉키, 美경기회복 자신감” “단기적 금융시장 불안은 불가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20일 양적완화(채권을 사들여 시장에 돈을 푸는 정책) 축소·중단을 기정사실화했다. 안정적 투자처를 찾아 글로벌 자금이 우리나라 등 신흥시장을 떠나 미국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 확대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의 통화 가치, 주가, 채권 값이 하락하는 등 당분간 금융시장 불안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 우리 수출시장이 넓어지는 등 긍정적인 면도 예상된다. 버냉키 의장의 이번 발언은 예상보다 수위가 높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시장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발언을 하거나 ‘출구전략’에 대한 언급을 피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예상을 깬 발언의 배경으로 버냉키 의장이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민영 LG 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올 초까지만 해도 시퀘스트(재정지출의 자동 삭감) 같은 재정 문제로 미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제 그런 얘기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 소비, 투자가 견실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버냉키 의장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지금까지 그랬듯이 미국 경제 정상화가 세계 경제를 견인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미국 경제 지표가 완만한 회복세라 최악일 때 썼던 양적완화를 고집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월 기준 미국 주택 평균 판매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2% 상승했다. 7년 4개월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1분기 소비도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늘었다. 5월 실업률은 7.6%로 1년 전보다 0.6% 포인트 감소했다.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제시함에 따라 시장의 억측을 줄여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하반기 미국 경제 회복세를 지속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왔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도 “버냉키 의장이 정확한 일정을 제기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변동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는 돈을 확실히 더 풀 것을 예고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고 미국 경기 진작을 확실히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우리 금융시장에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당장 외국인 자금이 덜 들어오거나 빠져나갈 것”이라면서 “원·달러 환율은 크게 오르고 주가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런 불안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국의 실물지표가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면서 “올 연말까지는 변동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환율이 요동칠 텐데 그 변동 폭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주가는 1800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경기 회복이 우리 실물경제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신 부문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우리 경제는 기초 체력, 외환 보유액, 신용등급, 경상수지 등이 월등히 낫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이 커지는 것은 우리에게 기회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된다. 박 실장은 “미국과 함께 중국 경제도 우리 경제에 중요한 변수”라면서 “중국 당국이 무리한 고성장을 경계하는 등 성장세가 기대보다 부진해 미국의 경기 회복에 중국이 영향을 받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오 교수도 “미국이 내년 중반에 양적완화를 중단하는 데 이어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이 시차를 두고 양적완화를 줄이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불안은 내년 내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무상보육 대란 현실화 우려

    영유아보육료와 양육수당 등 이른바 ‘무상보육’ 예산에서 국고보조금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6월 임시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상보육으로 인한 지방재정 부족 사태를 호소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20일 기획재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처리를 유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법사위에 계류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무상보육에 필요한 예산 국고보조율을 서울은 현행 20%에서 40%로, 나머지 지역은 50%에서 70%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 기조에 따라 지난해 말 여야 합의로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 7개월째 계류 중이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실 관계자는 “영유아보육법 논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아직 준비가 부족해 6월 국회 처리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실 관계자도 “정부가 이번 국회에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말고 오는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로 일정을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기재부 복지예산과 관계자는 “무상보육 예산만 국고보조율을 별도로 적용하기보다는 현재 국회 예산·재정개혁특위에서 진행되는 전체적인 국고와 지방비 분담 논의 결과를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기재부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정기국회로 넘어가면 당장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예산이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자체에선 “정부, 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생색은 다 내고 부담은 지방에 떠넘긴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이미 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김문수 경기지사가 전날 공동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6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 줄 것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무상보육 확대에 따라 지난해보다 늘어난 지방비 부담이 전국적으로는 1조 4339억원이며 이 가운데 서울 3711억원, 경기 4455억원, 인천 578억원 등으로 수도권의 부담이 가장 커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해 말 국회에서 예산안을 의결할 때 무상보육을 안정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확정한 지원금 5600억원도 조속히 지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지자체에선 무상보육 자체가 국가 차원의 사업이란 점을 고려해 전액 국비 지원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보육·유아교육 완전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제시하며 관련 예산도 중앙정부 책임으로 명시한 바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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