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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나보다 맛있냐

    너, 나보다 맛있냐

    ●생물 반응기로 10g 이상 닭고기 생산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적으로 축산업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14.5%에 이른다는 분석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식용을 위해 사육되는 가축들이 직접 내뿜는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같은 온실가스도 있겠지만 가축을 먹이기 위한 사료용 작물 재배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나온다. 또 가축들을 도축해 냉동 저장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온실가스 발생량까지 생각한다면 맛있는 고기 한입에 희생되는 환경 비용은 적지 않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육류 생산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실험실 고기다. 실험실 고기는 크게 대체육과 배양육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체육은 콩고기처럼 비동물성 재료인 콩, 버섯 등을 이용해 모양과 식감을 고기와 비슷하게 만든 것이고, 배양육은 소나 돼지, 닭 등 동물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든 인공 고기다. 실험실 고기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지만 여전히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진짜 고기와 식감과 맛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도쿄대 정보과학기술대학원 기계정보학과 연구팀은 통고기의 식감을 살린 한입 크기의 닭고기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생명공학 동향’(Trends in Biotechnology) 4월 17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동물의 순환계를 모방한 생물반응기(바이오리액터)를 만들어 동물 세포에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10g 이상의 닭고기를 배양할 수 있었다. 생물반응기는 생물체에서 추출한 유기물이나 생화학적으로 활성화된 물질의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공학적으로 설계된 장치다. 배양육뿐만 아니라 인공 피부를 넓고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개별 세포가 유지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잘 분포된 인공 혈관계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통합된 순환계가 없는 조직은 일반적으로 두께가 1㎜ 이상 커지지 못한다. 그래서 배양육 연구에서도 밀도 높은 세포로 이뤄진 1㎝ 규모의 조직을 생산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혈관의 영양소 전달 능력을 모방한 반투과성 관류형 중공섬유를 사용해 미세혈관을 대체했다. 중공섬유는 섬유 가운데 기공을 가진 섬유로 가정용 정수 필터나 신부전 환자를 위한 투석기에서 흔히 사용하는 재료다. 연구팀은 1125개의 미세 중공섬유를 배열해 혈관을 대체함으로써 닭고기 섬유아세포로 두께 1㎝ 이상인 닭고기 배양육 10g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인체 장기·피부 등으로 확대 적용 기회 그렇지만 이번 연구 역시 남은 과제들이 있다. 더 큰 고깃덩어리를 만들기 위해 고기 세포에 산소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와 배양육을 키운 뒤 중공섬유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거할 것인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적혈구를 모방하는 인공 산소 운반체를 사용하고 식용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중공섬유를 만드는 방법을 추가 연구 중이다. 연구를 이끈 다케우치 쇼지 도쿄대 교수는 “배양육은 전통적 육류에 대한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번 기술은 세포 분포, 정렬, 수축성 등을 변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식품 산업 이외에 자연 근육 조직의 특성을 더 잘 모방한 인체 장기 제작을 비롯해 재생의학, 인간의 피부와 비슷한 표면을 가진 바이오하이브리드 로보틱스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친구들이 뜯어말린 피카소의 작품, 뉴욕의 보물이 되리니 [으른들의 미술사]

    친구들이 뜯어말린 피카소의 작품, 뉴욕의 보물이 되리니 [으른들의 미술사]

    美 동부 미술관<10>: 열혈 팬의 안목, MoMA의 자산이 되다 스페인 출신의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열아홉 살에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에 정착했다. 그러나 가난한 청년에게 파리 물가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는 누추한 몽마르트 언덕에 거처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아비뇽의 아가씨들’(Les Demoiselles d’Avignon)을 그렸다. 대충 그린 듯 보이지만 피카소는 이 작품을 여러 점 습작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습작 과정 중 두 명의 남성은 왼편 끝과 중앙에 앉은 모습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인물은 7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이렇게 여러 번 수정을 거쳐 작품을 준비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피카소는 이 작품을 완성하고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그러나 친구들의 반응은 피카소의 예상과 달리 부정적이었다. 누군가는 이 작품을 혐오스럽다고 했다. 뒷골목의 그림, 걱정과 우려를 부르다‘혐오’라는 감정을 떠올린 것은 이 작품이 매춘부들의 본거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아비뇽 거리를 그렸기 때문이다. 매춘 거리를 그린 탓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등장인물들이 매춘부였고, 오른편 두 여성은 까만 가면을 쓴 데다 여성들의 자세가 도발적이라 친구들은 이 작품 전시까지 만류했다. 이런 반응에 오기가 생긴 피카소는 좀 더 파격적인 제목을 붙이려 했으나 친구들이 말려 포기했다. 결국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피카소의 스튜디오에서 묻혀 있던 작품은 9년 만에 빛을 보고 세상을 뒤흔들었다.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피카소는 어떻게든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이 작품에는 그런 도발과, 실험과, 새로운 것에 대한 추진력이 담겨 있다. 이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산산조각이 난 유리 파편 같은 인체, 아름다운 이상형에 대한 반감, 형태와 표현의 포기, 입방체 모양이 전부를 이루었다. 앙리 마티스(1869~1954)는 이런 작품을 입방체 모양으로 구성되었다 하여 큐비즘이라 이름 붙였다 피카소가 처음 시작한 이 미술은 작가들에게도 생소하고 낯설었다. 그러나 피카소가 세상을 그린 방식을 응원하는 이가 있었다. 바로 피카소의 열혈 팬이자 애호가인 알프레드 바(1902~1981)였다. 단 한 명의 열혈 팬…그의 시선은 옳았다1929년에 개관한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10년 후 현재의 위치인 미드타운에 새 미술관을 개관했다. 새 미술관을 개관할 때 가장 공을 들인 작품은 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이다. MoMA의 초대 관장인 바는 “이 작품은 현대 미술의 이정표가 될 획기적인 작품”이라고 강조하면서 이사회를 설득했다. 피카소를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라고 추앙한 그의 설득에 이사회도 동의로 돌아섰지만 문제는 자금이었다. 현대미술관의 선택은 에드가 드가(1834~1917)의 작품을 내어주고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전시되자 악평이 쏟아졌다. 잔뜩 기대하고 온 관객들은 너무 무성의하고 낯선 ‘아비뇽 아가씨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작품에서 뭘 보라는 것인가’, ‘휘갈겨 쓴 낙서에 수천 달러를 지불한 건가’, ‘작품 구매 과정에 의혹이 있다’며 혹평이 이어졌다. 수십 년이 지난 현재 MoMA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이 꼽힌다. 팔지도 않겠지만, 일단 작품가는 12억 달러, 한화로는 약 1조 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1930년대 관객과 평단에서 원성을 감수한 바의 안목이 결국 인정받은 것이다. 피카소는 이 작품으로 큐비즘을 창시했으며 20세기 현대 미술 최고의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 열혈 팬인 바의 예측은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 “한국도 핵실험하고, 폭발사고로 은폐하자”…핵무장론자 ‘황당 발상’ 파장

    “한국도 핵실험하고, 폭발사고로 은폐하자”…핵무장론자 ‘황당 발상’ 파장

    미국의 확장 억제(핵우산) 신뢰성에 의문을 드러내며 줄곧 한국의 독자적·자체적 핵무장을 주장해온 국내 학자가 “핵실험을 하더라도 폭발사고로 은폐할 수 있다”라는 무리한 주장을 펼쳐 논란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세종연구소가 16일 ‘한국 핵무장 담론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2025년 제1차 세종특별정책포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정 센터장은 “일부 전문가는 ‘한국이 설사 핵탄두를 제조해도 이를 검증할 핵실험 장소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수도권 외 지역은 지방소멸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어 핵실험 장소를 구하기가 불가능하지는 않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길주군 풍계리의 만탑산에 핵실험장을 만든 것처럼 한국도 전방 지역의 산에 핵실험용 갱도를 만들어 저위력 핵무기로 핵실험을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라고 제시했다. 이어 “그리고 핵실험으로 인해 소규모 인공지진이 발생하면 전방 지역의 지하 폭탄저장시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함으로써 핵실험 사실을 은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내놨다. “북한처럼” 한국도 전방에 핵실험장을 만들고, 거기서 핵실험을 진행하다 발생하는 인공지진은 사고로 은폐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핵실험 인공지진, 지진파 형태로 판별 가능”“거짓 해명, 한국 국제적 위상에 맞지 않아” 하지만 정 센터장의 주장과 달리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북동쪽으로 200㎞ 이상 떨어져 있다. 또한 ▲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은 자연지진과 달라 지진파 형태로 구별이 가능하며, 핵무기의 폭발력은 저위력이라 해도 일반 재래식 폭탄과 비교가 안 된다. 자연지진은 지각을 수직으로 흔드는 S파 진폭이 더 크거나 비슷하고, 복잡한 파형이 기록된다. 반면 인공지진은 지각을 수평으로 흔드는 P파 진폭이 두드러지며 파형도 단순해 판별이 쉽다. 또 핵무기와 달리 TNT 폭약으로는 규모 3.0 이상의 인공지진은 만들어낼 수 없다. 아무리 사고로 위장해도 자연지진인지 인공지진인지, 핵실험에 따른 것인지 폭탄에 의한 것인지 판별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정 센터장의 “사고 은폐” 주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 더구나 ▲군사적 필요에 따라 핵실험을 할 수는 있다 쳐도, 거짓으로 해명하면 된다는 발상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나온다. 익명의 정치외교학자는 서울신문에 “핵무장 필요성 및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쟁을 떠나, 일단 공공성과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으로 평가한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센터장이 속한 세종연구소는 한국을 대표하는 통일·외교·안보 싱크탱크다. 민간연구기관이기는 하나 외교부 소관이며, 일정한 공적 역할을 하는 연구소다. 정 센터장의 이날 발언에 대한 비판은 핵무장론자 사이에서도 나왔다. 핵무장에 찬성하는 한 전문가는 연합뉴스에 “전방에서 핵실험을 했을 때 누출될 방사능과 그에 따른 우리 군의 피해, 그리고 북한의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인가. 황당한 이야기”라며 납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정 센터장은 “과거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폭발성 화학물질인 TNT(트라이나이트로톨루엔)로 폭파해 놓고 핵실험으로 위장했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둘은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하던 중 나온 얘기”라며 “핵실험을 할 경우에 논의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고안해 보자는 취지였다”라고 해명했다.
  • 임광현 경기도의원, 직업계고 학생 취업역량 강화에 앞장서

    임광현 경기도의원, 직업계고 학생 취업역량 강화에 앞장서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임광현 의원(국민의힘, 가평)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교육청 직업교육 활성화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15일 제38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됐다. 최근 직업계고등학교는 학령인구 감소와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의 발전에 따라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기 취업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되었으나 2023년 졸업자 취업률을 살펴보면 23.7%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2024년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도 무려 50여 곳이 넘는다. 이에 본 조례안은 직업계고등학교의 위기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합하는 전문 기술인으로서의 취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발의되었다. 본 조례안은 ▲인공지능, 반도체 등 신기술 분야 직업능력 함양 지원에 관한 사항 ▲산업현장 맞춤형 실험 실습 환경 구축 지원에 관한 사항 ▲지역직업교육협의회 역할 강화 등을 규정하고 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임광현 의원은 “어떤 학교를 다니든지 학생들이 각자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저마다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첨단 산업 현장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심화 교육과 지원을 통해 직업계고 학생들이 안정적인 진로를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도봉 예술 청년 꿈만 챙기세요, 장비는 도봉구가 챙길게요

    도봉 예술 청년 꿈만 챙기세요, 장비는 도봉구가 챙길게요

    참신한 기획 아이디어가 있지만, 음악창작 공간, 음악 장비 등이 부족해 꿈을 펼치지 못하는 청년 창작자들에게 서울 도봉구가 판을 깔아준다. 도봉구는 오는 10월까지 청년 창작자 기획 프로그램 ‘오픈창동 랩(OPCD LAB)’을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공연 등 행사 구상부터 기획, 홍보, 참여자 모집, 실행까지 운영 전반을 청년 창작자가 중심이 돼 진행하는 사업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 창작자는 창작 프로그램, 네트워킹 활동, 앨범 음감회, 공연 등의 프로젝트를 직접 구상하고 진행한다. 도봉구는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돕기 위해 OPCD사업단의 기획·실행 컨설팅과 홍보를 지원하고 이음스튜디오, OPCD바이닐 청음실 등의 공간과 장비를 대여한다. 참여를 원하는 청년 창작자는 OPCD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으로 신청하면 된다. 오는 10월까지 상시 모집한다. 사업이해도·프로젝트 실행가능성·실험성 및 참신함 등을 고려해 참여자를 선정한다. 따로 정해진 모집 인원은 없다. 도봉구는 청년 창작인의 새롭고 참신한 기획 아이디어가 발굴되고, 다양한 실험적‧도전적 예술 활동이 지역 내에서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청년 창작인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주고자 한다. 상상만 하던 본인의 꿈을 오픈창동 랩에서 펼쳐 보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시각·청각 넘나드는 예술 실험…ACC 무장애 전시 열린다

    시각·청각 넘나드는 예술 실험…ACC 무장애 전시 열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문 예술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7일부터 6월 29일까지 광주 ACC 복합전시6관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은 김원영 작가의 에세이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2024)에서 발췌한 문장으로, 몸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ACC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협력하여 기획했으며, ‘무장애(barrier-free)’ 개념을 단순한 편의나 장치가 아닌 하나의 예술 장르로 접근한 점이 특징이다. 전시장에는 시각장애인과 어린이를 위한 촉감 바, 촉감 타일이 설치되어 관람객이 손으로 작품을 느낄 수 있다. 일부 작품은 수어 해설과 음성 설명을 병행한다. 참여 작가는 총 5팀으로 구성된다. 엄정순 작가는 드로잉과 설치 작품 ‘코 없는 코끼리 no.2’를 통해 혐오와 분리, 결핍의 서사를 다룬다. 해미 클레멘세비츠는 시각과 청각의 경계를 탐색한 신작 ‘궤도(토토포노로지 #4)’를 선보인다. 송예슬은 공기와 촉각을 주제로 한 ‘보이지 않는 조각들’과 ‘아슬아슬’을 통해 비시각적 예술 경험을 시도한다. 일본 작가 아야 모모세는 수어를 음성으로 전환한 ‘소셜 댄스’를 공개한다. 김원영, 손나예, 여혜진, 이지양, 하은빈 작가는 공동 작업 ‘안녕히 엉키기’를 통해 다양한 몸과 마음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한 워크숍의 과정을 전시로 확장했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직무대리는 “이번 전시는 장애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문화 접근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색 변화로 감염병 진단”, 호서대 연구팀 ‘차세대 바이러스 감지 센서’ 개발

    “색 변화로 감염병 진단”, 호서대 연구팀 ‘차세대 바이러스 감지 센서’ 개발

    시각적 색 변화만으로 바이러스를 감지할 수 있는 차세대 진단 센서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호서대학교(총장 강일구)는 황영규 교수 연구팀이 나노 구조 기반 바이러스 검출 센서 플랫폼인 ‘나노팟 플라즈모닉 센서’(NPS, Nanopot Plasmonic Sensor)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존 PCR 검사와 항원 진단키트는 바이러스 유전자나 단백질을 인식해 진단하는 방식으로, 분석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황 교수는 유전자나 단백질 아닌 바이러스의 ‘크기’에 주목해 접근을 시도했다. NPS 기술은 100나노미터 이하 크기 바이러스를 직접 포착해 물리적 접촉만으로도 색 변화 유도가 특징이다. 실제 실험에서 인공 바이러스(ALEV)를 포착한 순간 색상 변화가 확인돼 시각적 판별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학계에서는 NPS 기술이 팬데믹 초기 혼란을 줄이고 진단 신속성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리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 교수는 “NPS 기술은 항체 코팅이나 전원 장치 없이 물리적 포착만으로 감지가 가능하다”며 “코로나19 등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는 물론, 새 감염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지역 지능화 혁신 인재 양성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화학공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게재됐다.
  • 국내 최초 사진 특화 ‘서울시립사진미술관’…내달 창동서 문 연다

    국내 최초 사진 특화 ‘서울시립사진미술관’…내달 창동서 문 연다

    국내 최초 사진 특화 공립미술관인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이 10여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내달 29일 서울 도봉구 창동에서 문을 연다.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인 사진미술관은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로 만들어졌다. 오스트리아 건축가 믈라덴 야드리치와 윤근주 건축가가 협업해 사진의 픽셀을 형상화해 설계했다. 시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전시와 프로그램, 심도있는 연구와 수집 및 보존 활동 등을 통해 사진미술관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사진 예술 중심지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첫걸음으로 지난 10여년간 진행된 사진미술관 건립의 결과를 토대로 사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시선 등을 조명하는 특별전을 개관일부터 연중 개최한다. ‘광(光)적인 시선’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특별전은 세 개의 전시로 구성됐다. 우선 ‘스토리지 스토리’는 서울시립미술관 건립과 관련한 동시대 작가들의 경험과 해석을 구현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광채(光彩), 시작의 순간들’은 한국 사진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예술 사진의 역사적 기원과 찬란한 순간을 탐구한다. 이 두 전시는 개관일인 다음 달 29일 열린다. 세 번째 개관특별전은 오는 12월 예정이다. 사진미술관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이다. 주말 및 공휴일은 계절에 따라 운영시간이 상이하다. 모든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최은주 시립미술관장은 “사진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에게 사진의 예술적 가치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윤태길 경기도의원, 보건환경연구원 역할 강화 조례 본회의 통과

    윤태길 경기도의원, 보건환경연구원 역할 강화 조례 본회의 통과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윤태길 의원(국민의힘, 하남1)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 운영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이 4월 15일(화) 제383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이번 조례 개정은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감염병, 환경오염, 식품안전 등 도민 건강과 직결되는 보건환경 위협에 더 신속하고 과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개정안에는 ▲도지사의 책무 명문화, ▲연구원 업무 범위의 구체화, ▲자문위원회 설치 및 운영 근거 마련, ▲시험·연구 의뢰와 수수료 징수·감면 기준 정비 등 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체계적으로 규정하는 조항들이 포함됐다. 특히 자문위원회 설치 조항은 연구원의 정책자문 기능을 제도화하고, 운영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핵심 조항으로 평가된다. 윤태길 의원은 본회의 통과 직후 “이번 조례 개정은 단순한 형식 정비가 아니라, 보건환경연구원의 대응 역량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제도적 도약”이라며, “단기 연구에 그치지 않고, 정책 수립과 실행을 주도하는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원은 단순한 실험기관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간 치아’ 배양 사례 나왔다…“임플란트보다 강한 새 치아”

    ‘인간 치아’ 배양 사례 나왔다…“임플란트보다 강한 새 치아”

    소모된 이빨이 교체되는 특성을 가진 상어 등 많은 종들이 이를 재생할 수 있는 반면, 인간은 건강한 영구치를 단 한 번만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인간의 치아를 실험실 환경에서 배양하는 데 처음 성공해 눈길을 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런던 킹스칼리지 연구진은 실험실 조건에서 인간의 치아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협력해 세포 간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특수 유형의 소재를 성공적으로 도입했다. 연구진은 “한 세포가 다른 세포에 ‘치아 세포로 변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치아가 자라나는 환경을 모방해 실험실에서 치아 발달 과정을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치아는 자연스럽게 재생되며, 실제 치아처럼 잇몸 조직과 결합한다. 연구진은 “더 강하고 더 오래 지속되며, 거부 반응의 위험이 없어 임플란트보다 내구성 높고 생물학적으로 호환되는 해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치아는 치주인대라고 하는 결합조직이 치근(이의 뿌리)을 감싸 지지하는 형식이다. 반면 임플란트 수술은 치아가 빠진 치조골(잇몸뼈)에 티타늄으로 만든 치근을 심은 뒤 인공 치아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연구진들은 이 기술이 치아의 부분 파손 시 사용하는 충전재나 완전 상실 시 식재하는 임플란트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치아를 실험실에서 키우는 데 성공한 연구진의 다음 과제는 실험실에서 자란 치아를 실제 사람의 입속으로 옮기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들은 실험실에서 키운 어린 치아 세포를 이가 빠진 자리에 이식해 입 안에서 자라게 하거나, 실험실에서 완전히 키운 치아를 이식하는 방법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이 과정은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킹스칼리지 보철학 임상 강사인 시어셔 오툴 박사는 “새로운 치아 재생 기술은 매우 흥미롭고, 치과 의사들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 부산현대미술관, <다원예술_초록 전율> 전 개최

    부산현대미술관, <다원예술_초록 전율> 전 개최

    부산현대미술관은 6월 15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다원예술_초록 전율>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다양성’과 ‘실험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다원예술’에 주목한 새로운 프로젝트다. 전시는 ▲자연 ▲생태 ▲숲 ▲지층을 키워드 삼아, 전 지구적인 생태 위기 속에서 부산현대미술관이 위치한 을숙도를 기반으로 주변을 새로운 관점으로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예술계의 거장 ‘하이너 괴벨스’와 국내 작가 4명 등 총 5명이 이번 전시에 참여하며, 21점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는 여러 장르를 혼합한 예술인 ‘다원예술’의 형식을 통해 본인만의 철학과 성찰, 실험적 태도를 작품에 담아내는 주요 작가들을 한곳에 모았다. 국립현대미술관과의 공동 기획으로 마련된 본전시에는 양 기관이 공동 초청한 ▲하이너 괴벨스(Heiner Goebbels, 독일), ▲곽소진 ▲임고은이 참여한다. 하이너 괴벨스는 독일을 대표하는 연출가이자 작곡가, 예술가로, 부산현대미술관의 지원을 받아 콜롬비아 보고타의 마그달레나강을 소재로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는 주제를 다룬 신작을 선보인다. 또한, 지난해 ‘한국 시슬리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곽소진 역시 부산현대미술관의 지원으로 대지의 가변성, 유동성에 대해 질문하는 새로운 영상과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활동 중인 임고은은 숲의 이미지를 문학적, 철학적 관점에서 사유하는 신작 영상 설치를 완성했다. 이 작업은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최초 공개되며, 연계 퍼포먼스는 오는 5월 양 기관에서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부산현대미술관이 단독 초청한 김익명, 이수진은 미술관이 위치한 을숙도의 생태를 배경으로 지역성과 장소 특유의 소리를 작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신작을 준비했다. 전시는 개막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약 두 달간 다원예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14회의 퍼포먼스(4종)와 1회의 워크숍을 운영한다. 자세한 사항은 부산현대미술관 누리집(www.busan.go.kr/moca/index)이나 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051-220-7400)로 전화 문의하면 된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부산현대미술관 다원예술 프로그램의 첫 시도로, 앞으로도 관람객들에게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현대미술의 체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 [자치광장] 행복을 완성하는 교통복지 실험

    [자치광장] 행복을 완성하는 교통복지 실험

    우리나라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가 약 2630만대(국토교통부, 2024년 말 기준)를 넘었다. 국민 2명 중 1명은 자동차를 보유한 셈이다. 1㎞를 주행할 때 10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가 1년간 1만 5000㎞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무려 1.5t에 달한다. 폭염, 한파, 미세먼지, 매연 등 이상기후와 대기오염으로부터 대중교통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2020년 전국 최초로 설치한 ‘성동형 스마트쉼터’는 탄소 감축에 상당한 효과를 나타낸다. 2024년 기준 ‘스마트쉼터’가 설치된 55개 정류소의 버스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약 17만 4000명 증가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겪어야 했던 불편이 사라지고 이용 편의가 개선되자 버스 이용률이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이다. 탄소 감축량으로는 연간 2086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것과 동일한 효과다.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는 사회적 기회 보장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배우고 즐기는 우리 일상의 사회 활동 대부분은 이동의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원하는 장소로 갈 수 있는 보편적 이동권이 보장될 때 삶의 질이 높아지며 사회적 불평등이 해소된다. 성동구는 주민 이동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마을버스 기사에게 필수노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마을버스는 지하철이나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 곳을 운행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준공영제인 시내버스보다 처우가 열악한 데 따른 것이다. 필수노동수당은 마을버스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해 이탈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마을버스 기사의 공백은 곧 공공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필수노동수당 지급으로 성동구 마을버스 기사 수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09명에서 올해 1월 기준 128명으로 10% 이상 늘었다. 마을버스 운행 대수 또한 46대에서 57대로 증가해 배차 시간 간격도 크게 줄었다. 성동구의 교통복지 실험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무료 공공셔틀버스인 ‘성공버스’를 새롭게 도입했다. 성공버스는 마을버스 노선의 공백이 있는 금호동, 응봉동, 행당동, 성수동 등에 있는 주요 공공시설을 연결해 운행한다. 구릉지가 많은 지형적 특성상 도보나 자전거 이용이 어려운 어르신이나 영유아를 동반한 주민들의 불편이 크게 개선돼 최근 들어 하루 평균 600명 이상이 이용 중이다. 4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수가 3만명을 넘었으며, 오는 5월부터는 3개 노선으로 확대해 운영한다. 모든 노선은 지하철 4개 노선이 교차하는 동북권 핵심 교통 허브인 왕십리역을 경유하도록 설계했다. 대중교통 간 환승이 쉬워져 이용자 수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중교통은 ‘다수의 대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성동구의 교통복지 정책이 지향하는 바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동의 권리를 누구나 공평하게 누리는 ‘보편적 이동권’ 보장에 초점을 맞춘다.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그 시간을 문화, 의료, 교육, 복지, 여가 등 생활 필수 서비스를 더 쉽고 가까이 이용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때 삶의 질이 높아진다. 이는 사회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삶터와 일터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 성동구의 교통복지 실험은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완성하는 일이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 ‘터프우먼 장영신’… 애경에 화학과 외국어 DNA를 심다 [2025 재계 인맥 대탐구]

    ‘터프우먼 장영신’… 애경에 화학과 외국어 DNA를 심다 [2025 재계 인맥 대탐구]

    美 유학 때 ‘악바리 인싸’로 유명여성경제인협회 초대 회장 활약친족 회사와 내부거래 등 논란도 “여성 경영인 1호로서 나쁜 선례가 되지 않았다는 것, 용기를 얻고 꿈을 키운 여성들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보람을 느낀다.” 장영신(89) 애경그룹 회장이 자서전 ‘스틱 투 잇’에서 밝힌 소회의 일부다. 장 회장은 국내 1호 여성 최고경영자(CEO), 여걸 등 수식어가 많다. 1980년대 외국 기업과 합작사를 만들고 연 창립기념식에서 “한국 기업만은 아니니 태극기를 달지 말라”고 요구받고도 오히려 태극기를 달고 애국가를 불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합작사 관계자는 이런 장 회장에게 ‘터프 우먼’이라고 했다. 장 회장은 1936년 7월 서울에서 아버지 고 장회근씨와 어머니 고 문금조씨의 4남 4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부유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6·25 전쟁 후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 외국어에 재능이 있던 그는 전액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1955년 미국 필라델피아 체스넛힐대 화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악바리’였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기에 공부를 더 해야 한다면서 처음 1년간 옷을 입은 채로 책을 베고 책상에 누워 잤다. 실험실에서 밤늦게까지 화학 이론과 실험 결과를 연구하는 날도 있었다. 평균 B학점 이상을 받아야 장학금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그러면서도 대학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는 ‘인싸’ 기질도 다분했다. 장 회장은 “유학 시절 익힌 영어 덕분에 사업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1973년 제1차 오일 쇼크 당시 원료 공급이 안 돼 삼경화성(현 애경케미칼로 무수프탈산 제조사) 공장이 멈출 위기에 처하자 걸프사의 미국인 사장을 만나 원료 물물교환 중개를 요청했다. 사실 걸프사에 큰 이득이 없는 제안이었는데 걸프사는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훗날 장 회장은 “통역을 통했더라면 드러나지 않았을 절박한 심정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1970년대 일찌감치 직원들에게 원어민 강의를 지원하고 1997년 한국외국어대에 국제회의장을 만들어 기증한 것도 외국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였다. 남편 고 채몽인 창업주는 이웃사촌으로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 채 창업주는 출장을 핑계로 미국을 여러 번 찾으며 애정 공세를 폈다. 둘은 1959년 6월 서울 중구 신당동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평범한 주부의 길을 택했던 장 회장의 인생이 달라진 건 1970년 채 창업주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면서였다. 막내(채승석 부회장)를 낳은 지 사흘 만이었다. 경리학원에서 복식부기를 배우며 경영 지식을 쌓았다. 네 아이의 엄마는 1972년 애경유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경영 참여를 선언하자 처음엔 시댁과 친정, 회사 임원까지 모두 반대하고 나섰다. 결재 서류는 하나같이 어려웠고, 공무원에게 솔직하게 답했다는 이유로 임원에게 혼이 나기도 했다. 유일한 여성으로 참석한 경영인 모임에선 어색함과 부담감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하지만 장 회장은 경영을 선택이 아닌 ‘해야만 하는 일’로 여기며 포기하지 않았다. 애경은 화학, 화장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그는 1987년 회장에 취임했다. 장 회장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초대 회장은 물론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학구열이 강했던 부모 덕에 장 회장의 형제들은 공부를 잘했다. 장 회장의 큰오빠인 고 장윤옥씨는 감사원 국장을 지냈는데 그의 아들이 현재 포스코그룹을 이끄는 장인화(70) 회장이다. 장영신 회장과는 고모·조카 사이다. 둘째 오빠 고 장성돈 전 애경유지 사장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낸 셋째 오빠 고 장위돈씨와 그의 부인 김보겸(84) 우영운수 회장 가족은 장 회장 일가와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다. 운송·물류회사인 우영운수는 김 회장과 그의 세 아들 장우영(57) JAS 대표, 장지영(55) 사내이사, 장대영(53) 에이엘오 사내이사가 100% 지분을 소유한 애경 계열사다. 이들은 에이엘오(도급·용역업), 비컨로지스틱스(창고·운송업)도 소유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우영운수와 비컨로지스틱스의 애경그룹 내부 거래 비중은 각각 53.13%, 100%에 이른다.
  • [사설] 李, 대선 첫 행보로 AI 기업… 퇴짜 놓은 ‘주52시간제’부터

    [사설] 李, 대선 첫 행보로 AI 기업… 퇴짜 놓은 ‘주52시간제’부터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인공지능(AI) 반도체설계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를 방문했다. 6·3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첫 공식 행보다. 방문에 앞서 페이스북에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고 AI 3대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고 밝혔다. 세계 AI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AI연구소가 발간한 ‘AI 인덱스 2025’에서 주목할 만한 한국 AI는 단 1개였다. 미국이 40개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15개, 프랑스가 3개였다. 민간 투자액도 13억 달러(약 1조 9000억원)로 미국(1091억 달러)과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이 전 대표는 “AI 성패는 AI를 설계하고 학습시키는 사람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우리나라 개발팀은 실험하다 말고 주52시간을 지키려고 불을 끄고 퇴근해야 한다. 미국, 중국 등 경쟁국들은 밤을 새워 연구하는데 경쟁이 될 수 있겠나. 이 전 대표도 지난 2월 반도체특별법 토론회에서 “몰아서 하면 안 되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 했다. 주52시간 예외 수용의 뜻을 비치더니 노동계가 반대하자 되레 주4일제 카드를 내놨다. 미국은 다음주 반도체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반도체는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의 20.8%를 차지하는 막강 1위 품목이다. 이 전 대표는 얼마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을 만나서는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다. 단순히 지지층을 넘어 모든 국민과 기업의 성장을 위한 합리적 공약을 내놓고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반도체 연구 인력의 주52시간 예외는 사실상 거창한 정책도 아니다. ‘AI 3대 강국’을 향한 겨우 첫 단추일 뿐이다. 그것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하면서 AI 성패 운운하는 건 빈말로 들린다. 대통령이 되겠다면 경제계의 큰 걱정거리인 상법·노란봉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합리적 개선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먹사니즘·잘사니즘’의 성공 여부는 기업의 성장에 달렸다.
  • ‘위고비 맞고 10㎏ 감량’ 빠니보틀, 부작용 호소 “계속 속 울렁거려”

    ‘위고비 맞고 10㎏ 감량’ 빠니보틀, 부작용 호소 “계속 속 울렁거려”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를 맞고 체중을 감량한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부작용을 호소했다. 14일 빠니보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위고비 주사 맞은 유튜버 빠니보틀…10㎏ 빠졌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빠니보틀이 위고비를 홍보한다’는 소문을 해명했다. 빠니보틀은 “어쩌다가 위고비 홍보대사같이 돼버렸는데 저는 위고비와 어떤 관계도 없고, 홍보한 적도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 관련 광고법이 얼마나 무서운데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나죠”라고 덧붙였다. 빠니보틀은 속이 울렁거린다며 위고비 부작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근래 들어 제 주변 지인분 중에서 위고비를 맞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라며 “무기력증, 구토감, 우울증 등이 있다고 하네요. 저도 속 울렁거림 증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약에 대한 처방은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에게 자세히 상담받고 진행합시다”라고 당부했다. 앞서 빠니보틀은 유튜브 채널 ‘곽튜브’에 출연해 위고비를 맞고 체중을 감량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에 누리꾼들은 “빠니보틀 보니까 위고비 효과 확실하네”, “위고비 홍보대사 수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상에서 빠니보틀은 다이어트 중이라는 유튜버 곽튜브에게 “너도 (위고비) 맞아”라고 권유하면서 “내가 좀 억울한 게 위고비로 살 빼니까 사람들이 ‘뒷광고 하냐’면서 엄청나게 욕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몸무게는 64~65㎏ 왔다 갔다 하는데, 제일 많이 빠졌을 때는 62㎏”이라고 말했다. 빠니보틀은 과거 체중이 70㎏대까지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에서 개발한 위고비는 식욕을 억제해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10월 국내에 출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상실험 결과 두통과 구토, 모발 손실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며 위고비 오남용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 알츠하이머로 인한 기억상실 뇌 속에서 반짝이는 ‘이것’ 때문

    알츠하이머로 인한 기억상실 뇌 속에서 반짝이는 ‘이것’ 때문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 저하와 함께 인지기능 저하는 어쩌면 당연한 순서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노년을 위협하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하면 기억의 상실 속도는 급속도로 빨라진다. 특히 가까운 시점의 기억부터 사라지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기억력 저하의 원인이 무엇인지 국내 연구진이 밝혀내 눈길을 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은 뇌 속 별세포가 발현하는 시트루인2(SIRT2)라는 단백질이 기억력 손상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억제하면 단기 기억력 회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분자 신경퇴화’에 실렸다. 별세포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로 전체 뇌세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을 조율하고 뇌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알츠하이머나 뇌 염증 관련 질병 환경에서는 별세포 수와 크기가 증가해 ‘반응성 별세포’로 변하는데, 질병 초기부터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 신경 퇴행의 시작과 진행에 깊게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앞서 유해 암모니아를 해독해 요소를 만드는 ‘요소회로’가 간뿐만 아니라 뇌 속 별세포에도 존재함을 밝히고, 그 대사 경로를 규명했다. 반응성 별세포에서 요소회로가 활성화되면 중간 대사물질인 푸트레신을 생성하고, 푸트레신은 ‘모노아민 산화효소-B’(MAO-B)를 거쳐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와 활성산소인 과산화수소를 과도하게 생성한다. 이렇게 과생성된 가바는 뇌의 신호전달을 억제해 기억력 감퇴를 유발하며, 과산화수소는 신경세포를 손상해 알츠하이머 증상을 악화시킨다. 이번에 연구팀은 가바 생성을 조절할 수 있는 핵심 열쇠로 SIRT2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SIRT2가 가바 생성과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별세포에서 SIRT2를 유전자 수준에서 억제하거나, 약물을 처리해 활성을 억제하는 실험을 했다. 별세포의 SIRT2를 억제한 결과, 별세포 내 가바 생성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으며, 신경세포에 대한 억제 작용도 약 30~40% 줄었다. 또, SIRT2 억제가 실제 기억력 회복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생쥐가 새로운 경로를 기억하고 탐색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미로 실험도 진행했는데, 손상된 단기 기억이 정상 수준 가까이 회복되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를 이끈 이창준 IBS 단장은 “이번 연구는 별세포의 대사 경로를 조절해 알츠하이머 치매의 기억력 저하를 완화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SIRT2는 가바 생성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핵심 표적으로, 정밀한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유효 표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홍상수, ♥김민희와 아들 낳고 또…‘겹경사’ 전했다

    홍상수, ♥김민희와 아들 낳고 또…‘겹경사’ 전했다

    홍상수 감독이 배우 김민희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은 데 이어, 신작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의 국내 개봉일을 확정했다. 이 작품은 서른 살 시인 동화가 연인 준희의 집을 방문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홍 감독의 33번째 장편 영화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측은 “직관적이고 익살스러우며 통찰력 있는 작품”이라며 극찬했고, 해외 평단도 “형식적 실험성과 진정성이 돋보인다” “도덕적 코미디를 부드럽게 풀어낸다”며 호평했다. 그러나 홍상수 감독이 여전히 법적 혼인 관계를 유지 중인 상황에서 김민희와의 출산 소식은 논란을 불렀다. 김민희는 최근 경기도 하남의 산후조리원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 속에서도 작품 자체에 대한 관심은 이어지고 있다.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오는 5월 14일 개봉한다.
  • “설마, 외계인 통신탑?” 구글맵서 찾아낸 ‘51구역 미스터리 구조물’…네티즌 발칵

    “설마, 외계인 통신탑?” 구글맵서 찾아낸 ‘51구역 미스터리 구조물’…네티즌 발칵

    미국 네바다주 사막 51구역에서 발견된 미스터리의 삼각형 모양 탑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구글 지도를 통해 발견된 이 탑은 많은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외계 기술로 지은 구조물”이라는 추측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51구역에서 발견된 거대한 삼각형 모양의 탑이 구글 지도를 통해 확인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이 삼각 탑에 대해 초고층 빌딩, 배기구, 심지어 다이슨 공기청정기와 비슷하다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 위치가 외계인과 미확인비행물체(UFO)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미 공군 기지 51구역이다 보니, 일부 네티즌들은 이 구조물이 외계인 접촉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한 SNS 사용자는 “외계인들이 다양한 실험을 하는 곳이 아닐까”라고 언급했다. “명백한 외계 기술로 지어진 구조물”, “외계인과 대화하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것”이라는 추측성 게시글도 이어졌다. 이 구조물은 네바다주의 외딴 지역, 라스베이거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130㎞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구글 지도에서 이 특이한 구조물을 찾으려면 검색창에 좌표 ‘37.24624° N, 115.82334° W’를 입력하면 된다. 지도상에서 탑 주변에는 올가미 모양의 긴 흙더미가 있으며, 강한 햇살로 인해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구글 지도는 이 구조물의 이름을 표시하지 않았다. 데일리메일은 이 탑의 실제 용도와 관련해 한 네티즌이 제시한 설명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전했다. 그 설명에 따르면, 이 탑은 ‘레이더 단면적(RCS) 테스트’라는 군사 실험을 위한 시설이라는 것이다. 이 테스트는 비행기나 군사 장비가 적국의 레이더에 얼마나 감지되는지 측정한다. 데일리메일은 “미국 정부가 군사적 시설을 비밀로 부치다보니, 이 장소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기업들이 경쟁 아닌 동반자로 한국만의 AI 생태계 완성해야”[월요인터뷰]

    “기업들이 경쟁 아닌 동반자로 한국만의 AI 생태계 완성해야”[월요인터뷰]

    한국이 AI 강국 거듭나려면데이터세트·노하우는 글로벌 수준GPU 등 대규모 인프라 부족 ‘한계’AI 기업 각자 강점 살려 역할 분담다양한 분야로 AI 가치 확장LG ‘엑사원 딥’ 추론 성능 뛰어나잭슨랩과 알츠하이머 백신 협력비즈니스 가치 만드는 것에 집중보여주기식 단발성 투자 그만AI는 인재 키우듯 길게 지원해야추경 시작으로 국가적 관심·투자기업에 안정적 판 깔아줘야 성공 인공지능(AI)의 시대다. 글로벌 AI 시장은 1조 달러(약 1437조 5000억원)를 넘었고 대표 생성형 AI인 오픈AI의 챗GPT 가입자는 지난달 말 기준 5억명을 돌파했다. 미국과 중국이 시장의 70%를 장악하며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은 정보기술통신(ICT) 강국이라는 기반 위에 서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컴퓨팅 인프라 부족과 미중과의 자본 격차로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LG AI연구원 수장으로 6년째 있으면서 그룹의 AI 모델 ‘엑사원’(EXAONE)을 글로벌 모델로 키워낸 주인공인 배경훈(49) 원장은 지난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협력으로 생태계를 키워야 한국 AI가 세계 무대에서 주도권을 잡는다”고 밝혔다. 배 원장은 “인구와 자본에서 미중에 비해 불리한 한국이 혼자 달리기 경쟁을 해선 한계가 있다”며 “파운데이션 모델(생성형 AI 기술 기반 자체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 이를 파인튜닝(미세 조정) 하는 기업, 칩을 만드는 기업이 각각 강점을 살려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2023년 초거대AI추진협의회 회장을 시작으로 2024년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위원, 2025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AI의 방향성을 제시한 그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단발성 투자로 보여 주기식 AI를 만들 게 아니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으로 단단한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 -글로벌 AI 경쟁 속 한국은 어느 위치에 있다고 보나. “미중은 워낙 큰 시장이라 대규모 모델을 키우기 유리하다. 2~3년 전만 해도 미국이 압도적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이 거의 대등하거나 앞설 때도 있다. 딥시크는 물론 알리바바의 큐원(Qwen) 모델만 봐도 성능과 사용자 규모가 상당하다. 한국이 1, 2등 하겠다고 달릴 필요는 없다. 프랑스, 이스라엘, 캐나다처럼 우리도 나름의 강점이 있다. ICT 기반은 세계적이고, LG 같은 기업이 엑사원 같은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스탠퍼드대 AI 리포트에 한국 모델로는 유일하게 등재된 게 엑사원이다. 중요한 건 순위보다 기업들이 AI를 얼마나 잘 도입해 비즈니스 가치를 뽑아내느냐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AI 도입률이 55%에서 78%로 뛴 걸 보면 한국도 변곡점에 서 있다고 본다.” -한국 AI의 강점과 한계는 무엇인가. “강점은 단연 기술 인프라와 인재다. 한국은 AI 관련 대학원만 10개나 되고 졸업생들도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기업 환경이다. 좋은 인재를 수용할 만한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졸업생들이 해외로 가거나 교수 되는 걸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저출생 문제도 심각하지만 단기적으로 인구 감소 자체보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게 더 급하다고 본다. 인구가 줄면 노동력이 부족해지는데, 엑사원 딥 같은 AI가 이미 수학, 과학 문제를 1등급 수준으로 풀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조 공정에서 AI가 설계를 최적화하면 한 명이 100명 몫을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론 저출생이 경제와 복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겠지만, 지금은 AI로 당장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한계라면 컴퓨팅 인프라다. 데이터세트와 노하우는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할 수준인데, GPU 같은 대규모 인프라가 부족하다. 여기서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 AI 생태계를 위해 어떤 협력이 필요한가. “지금 한국 기업들이 다들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그럴 필요 없다. 하나둘 좋은 파운데이션 모델만 있으면 된다. 엑사원 같은 모델을 오픈하면 다른 기업이 파인튜닝 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뽑아낼 수 있다. 리벨리온이나 퓨리오사AI 같은 기업이 NPU 같은 AI 전용 칩을 만들고, 한컴 같은 데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로 서비스를 묶으면 생태계가 완성된다. 미국은 구글, MS가 엔드 투 엔드(처음부터 끝까지)로 다 하지만 한국은 규모가 다르니까 역할 분담이 필수다. 정부는 이런 협력을 펌핑해야 한다. 단발성 예산 말고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투자 대비 수익률(ROI) 걱정 없이 뛰어들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데이터가 AI의 핵심인데, 어떻게 확보하고 있나. “데이터는 AI의 연료다. 특히 특화된 데이터가 중요하다. LG는 계열사 데이터로 엑사원을 키우고, 외부 파트너십을 통해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병원에서 병리 이미지를 가져와 신약 임상 시험자를 찾는 프로젝트도 하고 있고, 세계적인 유전체 비영리 연구기관인 미국의 잭슨랩과는 알츠하이머 백신을 목표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문제는 의료, 제약 같은 분야가 데이터를 꽉 쥐고 있다는 점이다. 2028년쯤이면 공개 데이터는 다 학습할 테지만, 특화 데이터는 여전히 특정 기업이 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협력이 중요하다는 거다. 데이터를 가진 기업과 AI 기업이 손을 잡아야 혁신이 빨라진다.” -LG의 엑사원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엑사원은 말 그대로 LG 계열사의 ‘두뇌’다. 내부 데이터와 연결해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바꾼다. 국가보호산업 데이터나 오랜 노하우 같은 걸 외부 AI에 맡길 순 없다. 엑사원은 이런 데이터를 학습해 전문가 수준의 인사이트를 뽑아낸다. 연구자뿐 아니라 사무직도 AI와 앉아서 가설을 세우고, 예측하고, 의사결정까지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다. 지금은 LG 안에서 실험 중이고, 점차 B2B(기업 대 기업)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B2C(기업 대 소비자)로 바로 뛸 수도 있지만, 제조 기업의 특성을 살려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엑사원 딥’의 추론 성능은 어떤가. “추론은 AI가 사람처럼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다. 택시 안에 테니스공 몇 개가 들어가냐는 질문이 있으면 차 크기를 추정하고, 의자나 손잡이 부피를 빼고, 공 배치까지 계산한다. 엑사원 딥은 수능 수학 1등급, 과학 고난도 문제를 풀 정도로 추론 성능이 뛰어나다. 이걸 신약 개발에 적용하면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미국 잭슨랩이 우리를 찾아온 것도 그래서다. 그들은 전 세계 임상 데이터를 갖고 있는데, 우리 추론 모델로 알츠하이머 백신 같은 걸 개발하려고 협력 중이다. 구글, MS가 전 세계 고객을 목표로 범용 AI를 만들 때 우리는 특정 도메인에서 특화된 AI로 승부한다. 거기다 AI는 이제 인간의 행동 패턴을 학습해 모방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기청정기를 살 때 사람이 검색하고, 유튜브 후기를 보고, 가격을 비교해 구매까지 하는 과정을 AI가 대신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라지액션모델(LAM)로 발전하는데, AI가 단순히 답변을 주는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에이전틱 AI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우주 탐사와도 같은 일이다. 우리가 달의 진실을 아직 모르듯, AI는 인류가 쌓아온 문명의 한계를 넘어 더 나은 해결책을 탐구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추론 모델이 발전함에 따라 초지능(AGI)에 대한 우려도 있다. “초지능은 아직 먼 이야기다. 지금 추론 모델은 인류가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문제를 푸는 수준이다. 감기약의 효용성이 떨어지면 더 나은 약을 찾는 식이다. 2028년쯤 공개 데이터는 다 학습한다고 했는데, 그 이후엔 AI가 스스로 데이터를 만들고, 논리적으로 성능을 높이는 단계로 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AI가 갑자기 자아를 갖거나 영화처럼 도망가진 않는다. 플러그를 뽑으면 그만이다. 중요한 건 초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AI로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알츠하이머 백신, 배터리 소재 같은 문제를 푸는 게 더 급하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기대감도 있는데. “양자컴퓨터는 기대만큼 가까운 미래는 아니다. 10년 전에도 AI가 지금처럼 급성장할 거라 했지만 자본과 실험이 뒷받침되면서 빨라진 거다. 양자컴퓨터도 비슷하다. 지금은 자본이 몰리고 있지만, 기술의 진보는 시간이 걸린다. 딥러닝 같은 기존 AI도 결국 데이터와 연산의 싸움이었듯, 양자컴퓨터도 새로운 패러다임보다 연산 효율의 문제로 본다. AI와 결합하면 계산 속도가 빨라질 순 있지만 당장 혁명을 일으킬 단계는 아니다. 30년 뒤를 장담할 순 없지만, 지금은 데이터와 추론 기술에 집중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 -오는 6월 대선을 통해 들어설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은. “AI를 정치적으로 보지 말고 인재를 키우듯 길게 봐야 한다. 딥러닝이 나온 2010년대부터 AI 투자 얘기는 계속 나왔지만 지속된 적이 거의 없다. LG가 엑사원을 글로벌 수준으로 키운 것도 끈질긴 투자 덕분이다. 초기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고생했지만 그룹이 믿어 줬기 때문에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정부도 그래야 한다. 추가경정예산을 시작으로 국가적 관심과 투자로 기업에 안정적인 판을 깔아 줘야 한다. 파운데이션 모델, 칩, 서비스 기업이 각자 강점을 살려 협력하도록 펌핑하는 것이다. 그게 한국이 AI 강국으로 가는 길이다.” ■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1976년 서울 출생 -광운대 전자공학(학사·석사·박사) -LG AI연구원 원장(2020~) -한국공학학림원 정회원(2022~) -초거대AI추진협의회 회장(2023~)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위원(2024~)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2025~) -은탑산업훈장-소프트웨어산업 발전 유공(2023)
  • “해로운 줄 알았는데” 사카린, 뜻밖의 효능 발견됐다…‘항생제 내성’ 문제 열쇠

    “해로운 줄 알았는데” 사카린, 뜻밖의 효능 발견됐다…‘항생제 내성’ 문제 열쇠

    설탕의 약 300배의 당도를 내면서도 오랜 세월 여러 오해를 받아온 인공 감미료 사카린에서 최근 뜻밖의 효능이 발견됐다.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인 ‘항생제 내성’과의 싸움에서 사카린이 놀라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브루넬대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엠보 분자의학’에 게재한 논문에서 사카린이 약물 내성 박테리아를 죽이고, 기존 항생제의 효과를 더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항생제는 몸에 해로운 세균과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방식의 약물이다. 항생제 덕분에 인류의 평균 수명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수술 후 감염에 의한 사망, 세균성 설사의 유행, 폐렴, 상처 감염에 따른 사망 등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은 항생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항생제 처방에도 살아남은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진화를 거듭하며 내성이 생기면서 기존의 항생제가 듣지 않는 문제가 심각해졌다. 2019년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 문제로 127만명이 사망했고, 해마다 약 500만명이 항생제 내성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숨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로난 맥카시 교수(항균혁신센터)는 “요구르트와 무설탕 음료 등 다이어트 식품에 쓰이는 사카린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병원균에 속하는 ‘다제 내성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사카린이 장내 세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19세기 말 처음 발견된 사카린은 100년 넘는 역사 속에서 발암 가능성 등 여러 차례 유해성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에 걸친 연구 결과 사카린의 안전성이 입증됐고 유해 우려 물질 목록에서 삭제됐다. 맥카시 교수는 “사카린이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파괴해 세포벽을 뒤틀리게 하고 결국 터뜨린다”면서 “결정적으로 이러한 손상을 통해 항생제가 병원균 내부로 침투할 수 있도록 도와 내성 체계를 무너뜨린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황색포도상구균과 대장균 등 내성이 강한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사카린을 실험했다. 그 효과는 박테리아 유형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여러 박테리아 균주에 사카린의 작용이 효과적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사카린을 응용한 수술용 소독제(드레싱)도 개발했다. 돼지 피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사카린을 기반으로 한 드레싱은 은(실버) 기반 항균 드레싱보다 박테리아 수치를 줄이는 데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카시 교수는 “사카린 드레싱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죽일 뿐만 아니라 기존 항생제의 효과도 높여준다”면서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엿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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