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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속 여성 옷 자동으로 지워주는 어플리케이션 판매 않기로

    사진 속 여성 옷 자동으로 지워주는 어플리케이션 판매 않기로

    세상에나, 이런 어플리케이션(앱)이 개발됐다니 놀랍기만 하다. 사진 속 여성들의 옷을 알아서 자동으로 지워 ‘가짜 누드’를 보여주는 앱 ‘딥누드’를 제작자들이 스스로 웹에서 소프트웨어를 삭제해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영국 BBC가 28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업계 전문 뉴스 마더보드가 지난 26일 50달러 짜리 앱이 개발됐다고 소개하자 리벤지(보복성) 포르노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어떤 여성이라도 리벤지 포르노에 희생될 수 있다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은 앱을 오프라인 상태로 만든 뒤 세상이 아직 준비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사람들이 이 앱을 잘못 사용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이런 식으로 돈을 벌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앱을 구매한 이들에게는 환불해줄 것이며 다른 버전을 만들지도 않을 것이며 누구라도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권리 행사를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사 누군가 소유한 앱이 여전히 작동하더라도 이를 공유하려 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몇달 전 오락용으로 개발했다고 밝힌 제작자들은 지난 23일 앱의 윈도즈와 리눅스 버전을 제공하는 홈페이지를 구축한 상태였다. 두 버전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하나는 가짜 누드 이미지에 커다란 워터마크를 넣는 공짜 버전이고, 다른 하나는 한쪽 귀퉁이에 “가짜”란 작은 스탬프가 찍히는 유료 버전이다. 개발자들은 성명을 통해 “솔직히 이 앱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특정한 사진들에만 작동할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마더보드에 소개되자마자 앱 소유자의 홈페이지에는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마더보드의 서맨사 콜 기자는 여성들이 찍힌 사진 수십장으로 테스트해본 결과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고해상도 수영복 사진들처럼 선명한 누드 이미지가 구현됐다고 전했다. 남성 사진으로도 테스트했는데 더 끔찍한 장면이 연출됐다고 경악했다. 마더보드는 처음에 만화 캐릭터 제시카 레빗 등 사진 다섯 장으로 실험해본 결과를 모두 게재했다가 이마저 유해한 기술을 전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많은 이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한 장의 사진만 남겼다며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리벤지 포르노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배드애스(Badass)를 창립한 케이틀린 보우덴은 끔찍한 앱이라며 “누구도 누드 사진을 찍히지 않고도 리벤지 포르노에 희생될 수 있다. 이런 기술은 대중이 이용하게 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프로그램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여성들의 사진에서 옷 이미지를 제거해 실제와 비슷한 누드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옷들을 하나의 이미지로 보고 피부 톤에 맞게 색칠을 해주고 빛과 그림자를 만든 뒤 체격의 윤곽을 추정해 그려주는 것이다. 방송은 이 기술이 가짜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딥페이크(deepfake) 기술과 비슷한데 초기 딥페이크 소프트웨어는 유명인의 포르노 클립을 만들기 위해 이용됐다고 소개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쥐 몸에서 인간 모발 성장…美 연구팀, 줄기세포 실험 성공

    쥐 몸에서 인간 모발 성장…美 연구팀, 줄기세포 실험 성공

    미국의 과학자들이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한 쥐 실험에서 머리카락을 꾸준히 자연스럽게 자라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국제 줄기세포 연구학회(ISSCR)에서 미국 샌포드버넘프레비스(SBP)의학연구소 연구팀이 이 놀라운 기술을 발표해 메리트상을 받았다고 사이언스데일리와 텔레그래프 등 외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이 발표한 기술은 인간의 혈액 세포에서 추출한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hiPSC)로 만든 모유두 세포를 지지체(스캐폴드)를 사용해 쥐의 상피 세포와 결합한 뒤 쥐의 피부밑에 이식해 그 사이로 모발이 자라도록 한 것이다. 여기서 모유두 세포는 모발의 성장과 굵기 그리고 길이를 조절하는 모낭 속 세포다. 물론 이번 성과는 쥐 실험에서 나타난 것이지만,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인간에게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알렉세이 테르스키흐 박사는 “hiPSC에서 유래한 모유두 세포의 무한한 원천을 이용한 덕분에 피부를 통해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모발을 만드는 강력하고도 제어하기 쉬운 방법을 얻었다”면서 “이 기술은 세포에 기반을 둔 탈모 치료와 재생 의학 분야 발전에서도 중대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르스키흐 박사는 2015년에도 생쥐의 피부밑에 줄기세포를 이식해 모발을 성공적으로 길러냈지만, 당시에는 성장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새롭게 개선한 기술 덕분에 모발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자라게 할지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스캐폴드는 성형 수술에 쓰이는 녹는 실과 같은 성분을 가지고 3D 프린터로 만들기 때문에 이식 뒤 모낭이 제자리를 잡으면 녹아 없어진다. 이제 연구팀은 탈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상피 세포와 모유두 세포를 결합하는 과정을 적용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연구에 의료 고문으로 참여했으며 ‘트리플 보드 의사’(3가지 전문의 자격증 보유)로 유명한 현지 성형외과 전문의 리처드 차푸 박사는 “모발 손실은 많은 사람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면서 “탈모로 고생하는 수백만 명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이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시진핑, G20서 수입확대 등 대외개방 조치 쏟아내...트럼프 회담 전 유화책?

    시진핑, G20서 수입확대 등 대외개방 조치 쏟아내...트럼프 회담 전 유화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외국자본의 진입장벽 완화, 수입 증대, 관세 인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외개방 확대 조치를 발표했다.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29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앞두고 선제적인 유화책을 통해 합의 도출을 촉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신랑망(시나닷컴)에 따르면 시 주석은 28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행한 세계경제 정세 및 무역 문제에 관한 연설에서 중국이 일련의 중요한 조치를 추가로 내놓아 대외개방의 새로운 국면을 만들고 질적발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의 5대 조치로 ‘시장 추가 개방’, ‘수입 자발적 확대’, ‘기업 경영환경 개선’, ‘전면적 평등 대우’, ‘대대적인 무역협상 추진’ 등을 제시했다. 시 주석은 “조만간 2019년판 외국인투자 진입 네거티브 리스트를 발표해 농업, 광업, 제조업, 서비스업 개방을 한층 더 확대할 것”이라면서 6개 자유무역실험구의 신설과 상하이 자유무역실험구의 신규 증설, 하이난 자유무역항 프로세스 가속화 등을 약속했다. 그는 “우리는 수입을 자발적으로 늘릴 것이며 관세 수준을 더 낮추고 비관세 무역 장벽을 없애는 데도 힘쓸 것”이라면서 “제2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이를 증명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내년 1월부터 새로운 외국인투자법을 실시하고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징벌적배상 제도를 도입할 것이며 민사·사법 보호의 강도를 높여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투자 진입 네거티브 리스트 이외의 제한을 전면적으로 철폐, 중국내 등록된 모든 기업을 차별 없이 대우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우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한편 중국과 유럽연합(EU) 투자협정 협상,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도 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날 연설내용 중 상당부분은 그동안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해온 것들로,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일종의 성의표시를 함으로써 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인천 수돗물 수질 이전 수준 회복…정상화는 아직“

    ‘붉은 수돗물’ 사태를 겪고 있는 인천지역 수돗물 수질이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필터를 통한 실험에서 ‘착색’이 여전히 나타나 완전 정상화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환경부 수돗물 안심지원단은 28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5회에 걸쳐 실시한 수질 검사결과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특히 27일 184개 시료수 검사에서 모든 시료가 먹는물 수질 기준을 충족했고 망간도 검출되지 않아 수질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망간이 불검출 수준인데도 착색이 발생한 것은 이온 형태의 철·망간이 염소와 반응하면 산화돼 입자성을 띄게 되면서 필터에 쉽게 들러 붙는다”면서 “수질은 회복했지만 완전 정상화됐다고 밝히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수돗물 안심지원단은 주민 불안감을 고려해 더욱 엄격한 판단 잣대를 가지고 정상화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상화 여부는 수질분석결과와 함께 필터 테스트 결과까지 반영해 지역별로 결정할 방침이다. 환경부 수돗물 정상화지원반은 인천시와 함께 공촌정수장 정수지와 배수지 청소를 완료한 가운데 저수조 청소와 배수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급수차는 6월까지만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상수도 사용급식 학교가 적어 7월 첫째주까지 연장 지원키로 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나는 천국을 보았다” 심장마비 17분 후 깨어난 여성의 고백

     ”나는 천국을 보았다” 심장마비 17분 후 깨어난 여성의 고백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사는 티나 하인스는 지난해 2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남편 브라이언 하인스는 자줏빛으로 변한 아내의 몸을 주무르고 심폐소생술을 하며 구급대가 오기를 기다렸다. 브라이언은 "아내는 평소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심장마비에 무방비로 당했다"고 말했다. 티나의 심장은 17분간 6차례 멈췄다 뛰기를 반복했고 죽음이 가까운 듯 보였다. 다행히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티나는 눈을 뜨자마자 종이와 펜부터 찾았다. 호흡관을 삽입해 말을 할 수 없었던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에게 떨리는 손으로 "이건 진짜야"라는 메시지를 휘갈겨 보여주었다. 무엇이 진짜라는 걸까.그녀는 자신이 심장마비로 정신을 잃은 사이 천국을 보았다고 주장한다. 티나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고 노란빛이 새어 나오는 검은 문 앞에 신이 서 있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지난달 23일 CBS5 채널에서 방영된 애리조나패밀리의 TV프로그램 '굿모닝 애리조나'에서 자신은 기적의 목격자였다고 설명했다. 티나는 "천국은 실재했다. 모든 사물이 생동감이 넘쳤다"며 황홀했던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티나의 초현실적인 경험에 영감을 받은 그녀의 조카 메디 존슨은 티나가 눈을 뜨자마자 휘갈겨 쓴 '이건 진짜야'라는 천국에 대한 소감을 문신으로 새기기도 했다. 메디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티나의 사연을 소개하며 자신이 문신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녀는 "고모의 이야기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천국에 대한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고 밝혔다. 또 "영원한 희망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게 됐다.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 역시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티나의 천국 목격담은 더욱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과학자들은 티나가 겪은 초현실적인 현상을 갑작스러운 뇌 활동의 증가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미시간주립대가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심장마비로 죽음에 이르기 직전 뇌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이 멈추고 혈액공급이 중단되면서 신체가 사망 직전에 이르면 뇌는 오히려 살아있는 그 어떤 순간보다도 더 폭발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폭발적 뇌 활동이 천국에 대한 착시 혹은 초현실적 경험을 선사하는 게 아니냐는 가설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확인된 바는 없다. 그러나 죽음의 문턱에서 천국을 본 티나와 그녀의 놀라운 경험을 들은 가족들은 사후세계에 대한 강렬한 믿음 속에 살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당신을 살찌우는 건 과식 아닌 설탕, 그 쾌락의 毒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당신을 살찌우는 건 과식 아닌 설탕, 그 쾌락의 毒

    설탕을 고발한다/게리 타우브스 지음/강병철 옮김/알마 428쪽/1만 9700원 설탕 없이 살 수 없다. 내 몸의 70%가 물이라면, 30%쯤은 설탕일지도 모르겠다. 라면을 먹더라도 디저트는 필수고, 비상약 챙기듯 초콜릿 봉투가 가방 어디엔가 늘 있다. 일상 식사에도 설탕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는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축하할 일이 생기면 ‘달달한 것’을 먹으러 간다. 손님이 오면 흰 설탕을 미지근한 물에 휘휘 풀어 대접하던 시절 이후, 우리에게 설탕은 일상식이자 특별식, 쾌락과 축하와 환대의 이름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사랑하면서도 미워할 것이다”라는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평은 정확하다. 이 책은 울고 있는 아이의 손에서 사탕을 빼앗듯 우리에게서 설탕을 빼앗는다. 저자는 제목에서부터 수미일관하게 강경하고 엄격한 자세를 취한다.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듯, 설탕과 당뇨병·비만을 연결 짓는다. “‘과잉 섭취’나 ‘과식’ 같은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단순히 이런 설탕들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에 당뇨병과 비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설탕 자체가 인체 내에서 독특한 생리학적, 대사적, 내분비적(호르몬 관련) 효과를 일으켜 질병들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뜻이다.” 설탕이 썩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설탕은 독소”라는 주장은 지나치게 과격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10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었다. 저자인 게리 타우브스는 과학 및 건강분야의 탐사 전문기자로, ‘굿 칼로리 베드 칼로리’, ‘왜 우리는 살찌는가’를 써서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태도는 분명하다. “과학이란 자연에서 관찰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며, 가능한 한 가장 단순한 설명을 추구하는 것이다. 뉴턴이 말했듯 가장 단순한 설명이야말로 진실인 동시에 충분하다.” 그는 수많은 실험과 증거들을 내세워 “영양학계에서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가설, 너무 많이 먹고 너무 조금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가설”을 명쾌하고 분명한 설명으로 반박한다. 설탕이라는, 이토록 달콤하고 중독성 있으며 쉽게 섭취가 가능한 것을 끊으려면 보통 이상의 의지가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면 그 ‘의지’가 생긴다. 역시 최고의 설득력은 사실에서 온다.
  • 빅데이터는 ‘호수’이자 ‘늪’… 무작정 수집보다 기업 전략이 먼저다

    빅데이터는 ‘호수’이자 ‘늪’… 무작정 수집보다 기업 전략이 먼저다

    2012년 빅데이터 바람에 이어 2016년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라는 강풍이 한국에 몰아쳤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일단 많이 모아 놓으면 어디엔가 쓰이겠지’와 같은 막연한 기대 속에서 거액의 비용을 들여 공공빅데이터센터를 우후죽순처럼 구축한다. 시민에 개방한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열지만, 사업화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업은 ‘쓸만한 데이터가 없다’고 불평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정을 완화해 달라거나 산업별 데이터를 거래할 플랫폼을 정부가 구축하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올해 초 과학기술정통부는 기관별 빅데이터 센터 100개소, 그리고 이와 연계된 빅데이터 플랫폼 10개소를 구축하고 있다. 세계적 추세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우려는 이해하지만, 일의 순서와 포커스가 잘못 설정됐다. 빅데이터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첫째, 데이터나 테크놀로지보다 전략이 먼저다. 정부나 기업들은 실무 단위의 빅데이터 전담조직을 만들거나 외부의 전문업체를 불러다놓고 ‘우리에게는 이러저러한 데이터가 많이 있으니 이를 분석해서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추출해달라’고 요구한다. 사실 데이터는 여러 작업들의 부산물로 ‘쓰레기’에 비유할 수 있다. 쓰레기를 많이 모아 놓았으니 이를 활용하라는 주문은 거꾸로 된 순서다. 먼저 어떤 재활용품을 만들지를 결정하고 그에 필요한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니 쓰레기들을 무조건 쌓아놓고 쓸모를 기대해선 안 된다. 쓰레기 데이터의 종합 하치장을 만드는 데 큰 돈이 들어가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낭비다. 그래서 데이터 소스(원천)가 모였다는 의미로 ‘데이터 레이크’(data lake; 데이터 호수)라고 멋지게 부르지만, ‘데이터 늪’이라고 비판받는 이유가 된다. 데이터 활용의 핵심은 명확한 기업 경쟁전략이 존재하는가 여부이다. 기업들은 전쟁터와 같은 시장에서 생사가 엇갈리는 경쟁을 한다. 데이터는 이러한 기업의 전략에 복무할 때 가치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그저 쓰레기, 데이터 과학자라는 호사가의 장난감 찰흙놀이에 불과하다. 둘째, 문제해결 능력을 강조하지만, 문제정의(定義) 능력이 더 중요하다. 어떤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근래 교육혁신과 관련해서 ‘문제풀이 능력’보다 ‘문제해결 능력’ 강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문제’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즉 ‘how-to-do’보다 ‘what-to-do’가 먼저다. 우리 교육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을 높이는 교육이다. 문제정의가 왜 문제해결보다 중요한지는 아마존이 실험 개설한 슈퍼마켓인 ‘Amazon-Go’로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인 소매유통점 ‘마트’에서는 고객들의 ‘기다리는 줄’을 문제로 정의하였기에 문제해결에는 POS스캐너, 소량 구매 전용 라인 등을 도입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카운터에서 계산하기’를 문제라고 정의해서 카운터에서 계산할 필요가 없는 해결책을 모색했다. 그 결과 매장에 들어온 회원이 어떤 물건을 바구니에 담는지를 동영상으로 인식하고 물건을 가지고 매장 밖으로 나가면 회원이 사전에 등록한 신용카드에 그 가격만큼 결제를 청구한다. 셋째, 경영진의 데이터 리터러시(literacy)가 실무자의 빅데이터 분석능력보다 더 중요하다. 조직이 직면한 여러 과제 중에서 어떤 것은 머신러닝 기법으로 해결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먼저 어느 과제를 해결할지 결정하고, 그에 필요한 데이터를 판단하고, 조직이 관련 데이터를 보유했는지 파악한 뒤 만약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모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현재 시중에 개설된 각종 빅데이터 및 머신러닝 관련 교육프로그램들은 문제의 정의보다는 R이나 Python 등 문제해결에 대한 실무지식 등이다. 취업희망자, 즉 예비 실무자 대상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이들은 교육으로 문제해결 역량은 지니지만, 정작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할지를 모른다. 조직에서 해결해야 할 비즈니스 문제는 중간관리자, 본부장, 임원급 간부들이 잘 알고 있는데 이들은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에 대해서 거의 무지하다. 즉 도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렇다고 고위간부급 직원들이 직접 머신러닝 관련 코딩을 배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주요한 알고리즘들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되며 작동원리는 어떠한지, 결과값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도만 알아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된다. 넷째, 외부 데이터의 활용보다 내부 데이터의 발굴과 공유가 중요하다. 공공기관의 데이터 개방이나 민간기업 또는 산업 분야에서 생성된 데이터의 유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시민과 기업이 공공기관에서 공개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다양한 정보 및 서비스를 생성하고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매우 값진 일이다. 하지만 시민에게 개방되지 않은 데이터 중 더 가치있는 정보들이 많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민간기업도 산업 현황 같은 거시적 데이터보다도 사업운영에서 얻어지는 구체 데이터가 훨씬 더 가치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가치있는 데이터는 영업비밀로 간주하므로 외부로 유통시키지 않는다. 게다가 사업운영은 기업마다 특수해 설사 다른 기업의 운영 데이터를 얻더라도 그다지 쓸모가 없다. 결국 자기 사업운영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가장 가치있다. 공공기관도 개방할 수 없는 데이터들이 많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대신 공공기관은 그러한 비개방 데이터를 내부적으로 활용해 더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공공기관의 각 부서가 가진 데이터를 같은 기관의 다른 부서들에조차 개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데이터는 자기 부서 서랍 속에서 보관될 때보다 다른 부서의 데이터와 합쳐질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한다. 사례가 있다. 뉴욕시청은 화재나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불법 개조 건축물을 단속(시청 건축과 관할 업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산하 부서 및 기관들이 가진 데이터를 통합하여 다양한 변수들을 조합 분석한 결과, 건축물 소유주의 재산세 체납 여부(시청 재무국)와 주택담보대출 상환금 연체 여부(지방법원 등기소)가 가장 중요한 지표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최근까지도 IT부서는 일종의 운영지원 부서였다. 사내 정보시스템의 총책임을 지는 CIO는 IT시스템이 장애 없이 부드럽게 운영되도록 하는 것을 가장 큰 미션으로 생각한다. 반면 각 부서가 움켜쥔 데이터를 다른 부서와 공유하는 것은 정보를 매개로 한 사내 권력을 포기하는 것이기에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기업 내부의 데이터 거버넌스는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가 실리지 않으면 매우 진행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지원부서의 성격이 강한 기존의 정보시스템 부서가 이러한 일을 맡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최고경영자 직속의 데이터 기반 혁신조직을 신설하거나 최소한 기획조정실 내에 한 부서로 자리잡고 추진해야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생긴다. 결국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려면 전략적 문제 설정, 데이터 리터러시, 데이터 거버넌스 등을 경영진 차원에서 수행해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추가하여 빅데이터는 현장에서 실무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일선 실무자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작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잘 분석된 빅데이터는 주관적이지 않으면서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해야 한다. 가장 좋은 사례는 차량 내비게이션이다. 여러 갈래 길 중에서 가장 시간이 적게 걸릴 확률이 높은 경로를 추천해줌으로써 운전자의 의사결정을 도와준다. 마찬가지로 시설관리자들에게는 시설의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다른 부분들보다 높아서 우선적으로 점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거나, 영업사원에게 고객들의 성향을 예측하여 적절한 상품을 추천해주거나, 취업알선센터 실무자에게는 상담자가 어떤 일자리에 어울리는지를 자동으로 분석하여 추천 우선순위 일자리들을 알려주는 각각의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다. 또 그 결과들은 시스템에 피드백되어 점점 더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에 답을 주어야 하며, 그 답은 현장으로부터 온다.한국 사회에서 부족한 것은 데이터가 아니고 실무역량도 아니다. 관리자 및 경영진의 데이터 리터러시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또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스타트업들은 정부의 공공구매에 목을 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정부는 초기 수요기업을 조건부로 지원함으로써 시장을 육성하여 기술기업들이 시장에서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잠재적 수요층인 기업 및 조직의 의사결정자들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파일럿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 바우처를 지원해 경쟁력이 입증된 기술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맛을 보아야만 신기술에 대한 유효수요가 창출되고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고한석 이사장은 서울대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IT정책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SK 중국법인과 삼성네트웍스에서 일하였고 빅토리랩 대표와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정치 및 공공영역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일에 주력하였다. 저서로는 ‘빅데이터, 승리의 과학’(2013)이 있다.
  • 도현이 앗아간 씨랜드 악몽… 이젠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어요

    도현이 앗아간 씨랜드 악몽… 이젠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어요

    “갯벌 체험을 한다”고 좋아하며 집을 나섰던 유치원생 19명이 다음날 숨이 멎은 채 부모 곁으로 돌아왔다. 1999년 6월 30일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였다. 화마는 유치원생과 교사 등 모두 23명의 삶을 앗아갔다. 날림 건축과 불법 인허가, 소방시설 미비 등이 얽힌 인재였다. 생을 마치기엔 너무 어린 아이들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드러내며 큰 충격을 줬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당시 “정부가 우리를 버렸다”고 호소하던 유족들은 어떤 삶을 살았고, 한국 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다고 생각할까. 씨랜드 화재로 큰아들 김도현(당시 7세)군을 잃은 김순덕(53·여)씨와 인터뷰해 그가 겪은 20년을 재구성했다.엄마는 그날 마음속에서 태극기를 떼어냈다. 여자 필드하키 국가대표 수비수 김순덕. 그는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 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금·은메달을 따서 받은 체육훈장 맹호장과 국민훈장 목련장, 대통령 표창을 모두 우체통에 넣어버렸다. 국가에 반납한 것이다. 씨랜드 화재로 아들 도현이를 잃은 뒤 정부가 보인 무성의한 대응에 실망해서다. 그해 12월 남편, 둘째 아들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그는 2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20년 전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씨랜드 사고가 나고 4개월 뒤 (56명이 사망한) 인천 호프집 화재가 났어요. ‘이 나라에서는 무슨 사고가 언제 또 터질지 모른다. 둘째 아이를 이곳에서 키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국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남편은 먼저 떠난 첫째 생각에 매일 울며 배달 일을 했다. 김씨는 이를 악물었다. 남편에게 “둘째 아이를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며 채근했다. 떠난 아들을 한순간도 잊은 적 없지만 부부는 도현이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얘기할 때마다 애끊는 마음이 생겨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 봐 두려웠다. 부모들이 사투를 벌이는 사이 사고 당시 네 살이던 둘째는 청년으로 성장했고, 도현이를 똑 닮은 막내아들도 태어났다. 부부는 중식당을 차려 뉴질랜드에서의 삶에 적응해 갔다.한국 사회는 김씨 가족에게 악몽을 잊을 틈을 주지 않았다. 매년 어린아이들이 사고로 죽는 일이 되풀이됐다. 2013년에는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한 고교생 5명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또 2014년 4월 16일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던 고교생 250여명 등 모두 304명이 선박이 침몰해 사망했다. 세월호 참사다. 김씨는 “TV로 지켜본 한국의 모습은 1999년과 달라진 게 없었다”고 했다. 누구 하나 기본 정보조차 주지 않아 TV로 아이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현장으로 달려간 가족들, 이들에게 사고 원인을 설명 못 하고 뭔가 숨기듯 주춤거리는 정부…. 씨랜드와 판박이였다. 김씨는 “씨랜드 사고 때도 관련 보도를 보고 수련원에 달려갔더니 그제야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겼다’고 하더라”고 떠올렸다. 또 “당시에도 진실을 아는 사람은 얘기하려 하지 않았고 용기 내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은 묻혔는데, 세월호 참사 때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은 세월호 참사를 보며 형이 생각났는지 심한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김씨는 아직도 그날 아들이 있던 방에서 왜 불이 났는지, 도현이를 지켰어야 할 선생님들은 어디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당시 검찰은 사건 한 달여 만에 “301호(도현이가 머물던 방)에 피워 놨던 모기향 불이 종이나 의류 등에 옮겨 붙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아이들이 모깃불을 발로 차 불이 났다는 결론을 유족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씨는 “유족들이 해외 연구진을 초빙해 자체 실험도 했는데 모깃불로는 발화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전선에서 불꽃이 튀는 걸 봤다며 누전 가능성을 언급한 목격자도 있었지만 전혀 수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수사를 요구하며 정부 관계자에게 만나 달라고 7차례나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엄마가 20년 동안 되풀이한 가정이 있다. ‘만약 그날 상황이 조금이라도 달랐다면 도현이는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고 당시 도현이는 7세 반인 17명의 친구들과 함께 인솔교사 없이 301호에서 잤다. 6세 반 등 다른 방에서 자던 아이들은 비극을 피했다. 도현이와 같은 나이지만 동생과 함께 자려고 방을 옮겼던 아이는 살아남았다. 김씨는 “사고 나기 한 달 전까지 둘째도 같은 유치원에 다녔다”면서 “동생도 수련원에 갔다면, 그래서 도현이가 301호가 아닌 다른 방에서 잤다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끔은 ‘자칫 아이를 둘 다 잃을 뻔했는데, 한 명은 살리려고 그랬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불안을 치유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 가고 있다. 둘째 아들은 엄마가 일찍 일어나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카페에서 차나 마시고 오자”며 챙기기도 한다. 가족들은 20년이 지나서야 도현이에 대한 기억을 조금은 편히 얘기할 수 있게 됐다. 김씨는 “도현이가 보고 싶을 때 ‘보고 싶다’고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마음에 더 좋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둘째가 ‘형도 우리가 잘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이라며 토닥여 준다”고 했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그나마 우리 사회가 조금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2014년 이후 아동·청소년들의 체험학습 안전 매뉴얼이 한층 강화됐다. 그는 “지난 4월 강원도 강릉 산불 때 전국 소방차가 신속하게 집결하는 등 피해를 줄이려 애쓰는 모습을 봤다”면서 “사회적 참사 앞에서는 정파 등을 떠나 한마음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도현이의 2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지난 24일 한국에 왔다. 오는 30일 오전 11시 유족 50여명이 서울 송파구의 송파안전체험교육관에 있는 씨랜드 참사 추모비 앞에서 작은 추모제를 연다. 이후 유해가 뿌려진 주문진도 함께 찾는다. “다른 유족들과 함께 아이들을 어떻게 기억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유가족이 바라는 건 안전한 대한민국이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어린이집에 다니다 안전사고로 죽거나 다친 아동은 2013~2017년 3만 3839명이나 됐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꿈의 신소재’ 탄소나노튜브로 안전한 리튬 전지 만든다

    ‘꿈의 신소재’ 탄소나노튜브로 안전한 리튬 전지 만든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소형스마트 기기, 사물인터넷(IoT), 전기자동차의 보급이 늘어나고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고에너지 전원 시스템이 필요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리튬 저장 용량과 작동 전압이 우수한 ‘리튬 금속’을 전극으로 사용하는 ‘리튬 금속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리튬 금속의 반응성이 크기 때문에 폭발 위험은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더 크다. 국내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리튬금속전지의 폭발가능성을 해결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 사이에 리튬을 가둬 물에 노출되더라도 폭발하지 않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실렸다. 탄소나노튜브는 수 나노미터 지름의 가운데가 비어있는 원기둥 모양의 소재인데 다발구조를 이루고 있다. 소재 자체가 가진 공간에 리튬 이온을 저장할 수는 있어 배터리 소재로 활용할 수 있지만 저장 효율이 낮아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 또 리튬 금속은 물만 닿아도 금방 반응해 폭발할 수 있다.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 표면이 아닌 각 다발이 이루는 내부 구조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튜브 다발의 밀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면서 그 구조에 따른 현상을 관찰한 결과 튜브 다발 사이에 리튬 이온이 갇히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리튬 이온을 탄소나노튜브 구조에 가둬 리튬 금속의 산화반응성을 줄이고 리튬 금속으로 추출하는 방식을 만들어냈다. 연구팀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열역학적, 동역학적으로 이 같은 현상을 확인하고 실험을 통해 탄소나노튜브-리튬 복합체의 안정성도 확인했다. 이상영 UN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안전한 리튬금속을 연구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고 차세대 리튬금속 배터리의 상용화에 필요한 고안전성 리튬저장기술 개발의 발판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김지영 조선신보 편집국장 인터뷰 2] “비핵화는 김 위원장의 진심”

    [김지영 조선신보 편집국장 인터뷰 2] “비핵화는 김 위원장의 진심”

    김지영 조선신보 편집국장과 인터뷰 두 번째 대목이다. 인터뷰 1 보러 가기 25년 동안 도쿄와 평양을 오가며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이어지는 북한 지도자의 현장 취재를 해온 김 편집국장은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대미 대화 연말 시한의 진의, 북미 톱다운 대화 가능성, 비핵화 정의,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등 최근의 북미·남북 현안에 대해 황성기 서울신문 평화연구소장, 김태균 도쿄 특파원이 2시간 동안 김지영 편집국장과 만났다. 인터뷰는 도쿄에서 지난 26일 진행됐다.Q: 4월 시정연설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과 대화 시한을 연말이라고 했다. 그 의미는 뭔가. A: 2020년 미국 대선이 있고, 선거 국면 들어가면 외교를 못한다. 지금 대화 상대는 김정은 위원장과 신뢰관계가 있다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대선의 해를 맞이하기 전에 싱가포르 정신에 따라 어떻게든 비핵화의 첫걸음을 내딛고 조미관계를 진전시키자, 그걸 하고 나서 대선을 맞이 하자는 것이 아닌가. 조선에서는 ‘미국식 계산법’이라고 부르는데 하노이에서 합의도출에 장애를 조성한 그릇된 ‘미국식 계산법’을 접고 조선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들고 나온다면 한번은 더 수뇌회담을 할 수 있다는것이다. Q: 북한이 양보해서 셈법을 바꿀 가능성은. A: 최고지도자가 공개적으로 밝힌 원칙은 정세가 어떻게 흐르든 변경이 없다. 미국이 올해 말 전에 하노이에서의 잘못을 고치고 화답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조선은 까닥도 하지 않는다. 조선과 미국은 오랜 적대관계에 있는만큼 미국이 조선의 우려를 가셔줄 용의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조선만이 일방적으로 먼저 움직이는 일은 절대로 없다. 싱가포르 성명에도 조미 수뇌들이 ‘호상(상호) 신뢰구축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명기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아지는 감정이 아니다. 조미 사이의 충분한 신뢰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쌍방의 동시적인 행동이 필수적이며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순차적으로 해 나가는 단계적 방식이 필요하다. 조선은 미국의 ‘최대 압박’에 굴복하여 회담장에 나온 것이 아니다. 미국의 오만과 독선을 짓부시는 핵무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회담장에 나온 것이다. 상대에게 그 무엇을 강요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패권주의자들이 주도권을 쥔다면 조미 대화는 좌절을 면할 수 없다. 조선은 최고지도자의 결단에 따라 평화와 비핵화를 향한 미국의 행동에 상응한 선의의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각오와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나 강자와 약자, 승자와 패자를 구별하듯이 불공정한 요구를 들이대고 굴복을 강요하는 오만과 독선은 허용하 않는다. 이것은 조선의 사고방식이 경직돼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계별, 동시행동의 원칙이 지켜진다면 협상에서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은 신뢰조성에 치명적인 강권의 방법에 더 이상 매달리지 말고 저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만큼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현실적인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 제시된 시한 내에 미국이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나온다면 조선도 그에 상응하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Q: 미국이 셈법을 안바꾸고 연말까지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A: 대화 없이 공동성명이 이행되지 않고 지금의 군사 대결상황이 지속된다는 것은 조선이 핵무장하지 않으면 안됐던 상황이 그대로 이어진다는것이다. 미국이 대화는 하지 않고 너희들 핵 버리라고 제재를 가하고 군사적 위협도 한다면 조선에서도 상응하는 조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 5월에 있었던 인민군의 화력타격훈련에서 전술유도무기가 발사된 것을 두고 미국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저강도 도발’이다 이런 식으로들 말하는데, 도발을 먼저 한 것은 미국과 남측이다. 합동군사훈련 안하다고 했는데 4월 20일부터 5월 3일까지 종합훈련을 했다. 사드의 전개훈련도 있었다. 모두 조선을 겨냥한 훈련이다. 힘에는 힘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래서 인민군이 훈련을 진행한 것이다. 전술유도무기가 240km 날아 갔다지만 고도가 40km였다고 한다. 일반적인 탄도로케트라면 고도는 80km다. 낮은 고도로 날아드는 전술유도무기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로는 (요격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군사전문가들이 지적했는데 그것은 무모한 군사도발을 제압할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훈련이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사에 대하여 ‘단거리’라며 문제시하지 않았다. 하노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중단조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고, 대통령은 그 약속을 믿고 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하노이 회담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대화가 재개된다면 두 수뇌가 상대의 견해와 입장을 확인한 하노이회담은 3차 수뇌회담에서 ‘포괄적이고 획기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돌이켜 볼 수 있을 것이다. 공동성명 이행을 반대하는 세력들에 둘러싸인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김 위원장을 믿고 용단을 내리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디면 위원장은 반드시 선의의 조치로 화답할 것이다. Q: 연말 시한이란 것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의 시한이라는 뜻인가. A: 연말까지 인내심 갖고 용단을 기다린다고 했는데 그것을 벗어나면 하노이 약속이 유지될지 파탄될지 장담할 수 없다. Q: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이 넘어가 있다는 것인가. A:하노이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는 제재 해제 문제가 아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 문제도 아니다. 그 시점에서 미국 측에 비핵화를 추진할 의사가 없었다. 그것은 조선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 조선의 일방적 핵무장 해제 요구를 나열한 빅딜 문서를 꺼내들고 합의도출에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한 데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공동선언에 따라서 한다면 조선이 얼마든지 미국이 취하는 행동조치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이다. 영변만 하자고 한다면 영변만 하고, 영변 플러스 알파를 말한다면 우선 미국측에서 그에 상응하는 저들의 행동조치를 내놓으라는 것이다.Q: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를 게 없다’고 하는데 그건 셈법을 바꿀 의향이 없다는 것으로 들리는데. A: 조선반도 비핵화는 스텝바이스텝으로 갈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핵전쟁위협 제거, 핵전쟁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는 조치를 미국이 단번에, 한순간에 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계별로 할 수밖에 없다. 조선은 미국의 걸음에 맞추어 전진한다. 모두가 기대하는 그런 시점까지 가자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Q: 연말까지 안되면 제재는 유지될 것인데, 제재 견딜 체력은 얼마나 되나. A: 제재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게 나라가 붕괴하거나 대미협상에서 양보를 하거나 할 정도는 아니다. 여느 국가라면 안되지만 조선은 건국 이래 자립적 민족경제 노선을 일관하게 견지하고 실천해왔다. 국내의 자원과 기술에 의거하여 제발로 걸어가는 경제다. 바로 자립경제의 토대가 있어 조선은 제제를 박차고 국가핵무력을 완성할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그 자력, 자강의 힘을 경제건설에 집중하여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부흥을 이루겠다고 시정연설에서 밝혔다. 충분한 승산이 있기에 그런 연설이 가능한 것이다. Q: 북한은 북미에 톱다운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차근차근 실무협상을 한 후 톱다운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A: 셈법을 바꾸지 않는 한 실무협상은 의미 없다. 하노이와 똑같은 대화는 실무급이든 고위급이든 안한다는 것이다. Q: 김 위원장이 말로는 비핵화를 얘기하지만 실제로 핵·미사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는 관측도 많다. A: 비핵화는 진심으로 얘기했다고 본다. 세계를 기만하기 위한 공동성명이 아니다. ‘평화의 보검’(핵무기)은 미국과의 대결관계가 이어지는 핵전쟁의 위협 속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영원히 핵전쟁이 조선반도에서 없다고 하면 그것이 평화다. 정리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인터뷰 3 보러 가기
  • [와우! 과학] 처음 느끼는 지구 공기…귀한 ‘월석’ 실험대에 오른다

    [와우! 과학] 처음 느끼는 지구 공기…귀한 ‘월석’ 실험대에 오른다

    미국항공우주국(이하 NASA)이 지금까지 한 번도 ‘지구의 공기’에 노출되지 않았던 귀한 월석(月石)을 연구자료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미국 폭스뉴스 등 현지 언론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NASA는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의 우주인들이 달 표면에 21시간 머물며 채취한 월석 및 달 먼지 등을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해 연구자료로 활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지난 3월 5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귀한 월석을 연구할 과학자 9명이 선발됐으며, 이들은 다양한 첨단 장비 등을 이용해 단 한 번도 연구된 적이 없는 월석을 분석할 예정이다. NASA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월석과 달 먼지의 샘플 일부는 1969년 달에서 채취된 뒤 곧바로 진공상태로 밀봉돼, 지구의 대기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돼왔다. 또 일부는 동결됐거나 변형을 방지하는 가스가 찬 컨테이너에 보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연구진은 실물 크기의 모형 및 장비를 이용, 해당 월석과 달 먼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진공·동결 상태 및 가스 컨테이너에서 꺼내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NASA가 50년 동안 과학자들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월석을 연구자료로 내놓은 것은 2024년에 있을 유인 달 탐스 프로젝트를 위한 초석으로 해석된다. 지난 24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NASA는 오는 2024년까지 유인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을 추진 중이다. NASA의 아폴로 샘플 쿠레이터인 리안 제이클러는 AP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달에서 채취한 월석 중 단 15% 정도만 연구에 활용돼 왔다”면서 “이번에 새롭게 분석될 월석은 우주 전제츼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NASA는 다음 달 19일, 케네디우주센터와 존슨우주센터 등에서 아폴로 11호 달 착률 5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방송은 NASA 홈페이지 및 인터넷 NASA TV에서 시청할 수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한약으로 치매 치료효과 확인…한·양방 병행시 효과 ↑ 기대

    한약으로 치매 치료효과 확인…한·양방 병행시 효과 ↑ 기대

    인간의 존엄할 권리를 빼앗아가는 노년의 질병 ‘치매’. 지난 3월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70만 5437명으로 노인 10명 중 1명 꼴로 치매로 고생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치매환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까지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나 약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최근 한의학적 방법으로 치매 증상을 완화시킴으로써 치료효과를 갖는다는 사실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행동치료와 양방치료를 함께 병행할 경우 치료효과는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임상의학부, 충남대 약대 공동연구팀이 한약 처방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식품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와 약학 분야 국제학술지 ‘몰레큘스’에 각각 실렸다. 한의학에서 치매는 허(虛)와 실(實)로 나뉘 판단한다. 허증 치매는 뇌의 노화로 인해 발생하고 실증 치매는 몸 속 기의 흐름이 순조롭지 못해 수분대사 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수독 등으로 갑자기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한의학계에서 알츠하이머 치매는 허증 치매, 혈관성 치매는 실증 치매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쥐의 뇌에 주입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시킨 뒤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허증 치매 처방약인 보중익기탕을 투여하고 나머지 그룹은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로시험과 수동회피시험을 실시했다. 수동회피시험은 생쥐가 특정 공간으로 이동하지 않는 행동 지연시간을 측정하는 기억력 측정법이다. 그 결과 미로시험에서는 보중익기탕을 처방받은 생쥐의 행동비율은 37% 정도 향상됐고, 수동회피시험에서 처방을 받지 않은 생쥐의 행동지연시간은 12초인데 반해 실험군은 220초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동맥을 묶어 혈관성 치매를 유발시킨 생쥐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황련해독탕을 투여하고 똑같은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행동비율이 20% 이상 향상됐고 뇌 조직에 염증발생도 억제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정수진 한의학연구원 박사는 “이번 연구는 치매 유형에 따라 서로 다른 한의학적 처방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와이즈캠프’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수준별 영어 학습 가능

    ‘와이즈캠프’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수준별 영어 학습 가능

    초등 여름방학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와 함께 학부모들의 관심은 여름방학 동안 자녀의 영어 실력 키우기에 쏠려 있다. 학원, 과외, 영어캠프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최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초등 영어 학습 방법은 다름 아닌 스마트 학습이다. 스마트 학습 기기 하나로 집에서도 충분히 학습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비상교육의 자회사인 비상 M러닝의 ‘와이즈캠프’가 있다. 와이즈캠프는 초등 전 학년 전 과목에 대해 교과, 활동, 실험, 오답 노트로 구성된 교과서를 스토리텔링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통해 제공하는 스마트 학습 프로그램이다.영어의 경우 가장 기초가 되는 파닉스부터 난이도가 높은 원서 읽기까지 영어로 읽고, 말하는 학습 동기를 육성함과 동시에 쓰고, 듣는 능력까지 수준별 영어 능력을 종합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와이즈캠프 관계자는 “스토리텔링 학습 콘텐츠를 통해 재미있는 ‘스토리 도입’으로 영어에 대한 흥미를 이끌고, ‘참여형 액티비티’로 기초 영어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게임형 정리 학습’과 ‘꼼꼼 확인 문제’ 등으로 오래 기억에 남는 영어 학습이 가능하다”라며, “말 그대로 영어 능력 향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영어 교과서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와이즈캠프는 자녀 스스로 학습 계획과 공부 시간을 설정하는 ‘자기 주도 다이어리’, 전문 담임 교사가 학습 관리부터 개인별 맞춤 시간표 설계를 도와주는 ‘1:1 개인별 맞춤 관리’ 등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와이즈캠프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10일 무료체험 신청을 받고 있다. 10일 무료체험 시에는 정회원과 동일한 혜택으로 와이즈캠프 스마트 학습기를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춤, 詩가 되다… 詩, 춤을 추다

    춤, 詩가 되다… 詩, 춤을 추다

    일상에서 춤을 사유하는 젊은 여성 시인들의 산문집이 나란히 나왔다. 박연준(39) 시인의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달)와 안희연(33) 시인의 ‘당신은 나를 열어 바닥까지 휘젓고’(알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시는 곧 춤이고, 춤은 곧 시다. 시력 15년의 시인들이 손꼽는 산문가인 박 시인은 일주일에 세 번 발레를 배운다. 어느 날 자신이 다니는 발레교습소의 아래층엔 요양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리를 찢고 팔을 들어 올리고 빙글빙글 턴을 하는 동안 자신이 서 있는 곳 아래 어떤 노인들이 누워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문득 시인을 슬프게 한다. 책 속에서 시인은 나는 나임과 동시에 세계의 일부임을 주지하고, 그 속에서 허리를 펴고 몸을 곧추세우며 소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결심들을 이어 간다. 가령 스마트폰 쓰지 않기, 누군가에 대해 함부로 안다고 말하지 않기 같은 것들이다. 어느덧 박 시인의 정체성에 가까운 발레는 독일의 무용가 피나 바우슈(1940~2009)를 다룬 영화 ‘피나’를 본 데서 기인한다. 그는 피나의 자태, 고매한 분위기를 닮고 싶었다. 시는 ‘언어가 추는 춤’이라 믿는 시인은 자신의 정체성과 무용수의 정체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춤추지 않으면 무용수들은 길을 잃는다”는 바우슈의 말을 빌려 시인은 “길을 잃어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2015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안 시인의 책은 아예 바우슈를 향한 연서에 가깝다. 바우슈 타계 10년을 맞아 출간된 책은 무용과 연극을 결합한 파격과 실험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를 잃지 않았던 거장의 태도에 골몰한다. 역시나 영화 ‘피나’를 보고 바우슈에 입문한 안 시인은 영화를 보며 무용수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몸의 세포를 깨우는 체험을 한다. 이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꾸벅꾸벅 조는 여인의 어깨 등 일상 속 몸짓들을 ‘오늘 본 춤의 목록’으로 채워 넣다 문득 깨달았다고 적었다. 그것들의 다른 이름이 ‘시’라고.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포효하는 거대한 티라노에 으~악…600평 규모 생생한 ‘쥬라기월드’

    포효하는 거대한 티라노에 으~악…600평 규모 생생한 ‘쥬라기월드’

    佛·호주 등서 흥행몰이… 아시아 첫 유치 美 유니버셜과 손잡고 영화 스토리 재현 최첨단기술 ‘애니메트로닉스’ 감탄 절로“공룡들이 살아 숨쉬는 이슬라누블라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6일 서울 강서구 롯데몰 김포공항점 1층 특별전시장엔 가상의 페리 선착장이 마련됐다. 안내방송이 나오는 페리에 올라타자 약 5분 만에 영화 ‘쥬라기월드’의 세계에 다다랐다. 어둡고 축축한 숲속에선 공룡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포효했다. 번쩍이는 조명 속에 흉폭한 성격으로 악명 높고 지구에서 가장 큰 육식동물 티라노사우르스가 울부짖었다. 가짜 공룡이라고 하기엔 쭈글쭈글한 피부의 질감이나 성난 발톱, 툭 튀어나와 돌아가는 눈알 등 디테일이 훌륭했다. 실감 나는 가상 현실에 두려움과 감탄이 교차했다. 이곳은 롯데백화점이 쥬라기월드를 제작한 미국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손잡고 600평 규모로 영화의 스토리를 재현한 ‘쥬라기월드 특별전’이다. 28일 개장해 1년간 열리며 이날 국내 언론에 선공개됐다. 롯데쇼핑은 앞서 미국과 호주, 프랑스, 스페인에서 월평균 10만명이 넘는 관객이 방문하는 등 흥행몰이에 성공한 이 전시를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유치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오프라인 유통 매장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특별전을 열었다”고 말했다. 특히 유아 동반 가족 단위의 고객이 많은 김포공항점은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1시간 내 접근할 수 있어 연간 100만∼120만명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시는 종류별로 다른 공룡 서식지와 실험실 등 모두 6개 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실물 크기 공룡로봇 7점은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애니메트로닉스’를 활용해 단순 전시 인형이 아니라 실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전문 사육사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몽골 공룡 ‘벨로시 랩터’도 눈에 띈다. 전시된 공룡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 4명이 안으로 들어가 움직임을 재현한다. 영화 속 공룡 연구실로 등장하는 ‘해먼드 크리에이션 랩’에선 공룡 알과 갓 부화된 새끼 공룡들의 앙증맞은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흰색 가운을 입은 한 직원에게 안긴 수개월 된 아기 공룡은 어린이 관람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특별전을 기념해 롯데백화점은 ‘쥬라기월드 굿즈샵과 카페’도 운영한다. 굿즈샵은 레고블록과 마텔 공룡 피규어 등 공룡 관련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카페에서는 ‘떠먹는 화석 케이크’나 ‘공룡 발자국 티라미수’ 등 재미를 곁들인 공룡 관련 음료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와우! 과학] ‘우주 아기’ 가능?… “냉동 정자, 미세중력에서도 능력 유지돼”

    [와우! 과학] ‘우주 아기’ 가능?… “냉동 정자, 미세중력에서도 능력 유지돼”

    냉동시킨 정자가 우주와 유사한 미세중력 상태에서도 생식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등 과학전문매체가 24일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미세중력 또는 무중력 상태는 인간의 순환계와 호흡계 및 생식계에 손상을 초래하며, 이 때문에 우주정거장 등 우주 공간에서 생명을 잉태하는 일은 난제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덱세우스 여성 건강센터 발생학연구소 측은 냉동된 정자가 미세중력 상태에서도 생존능력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무중력 상태에서 훈련을 경험한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 전문가 및 아마추어 비행사 10명으로부터 정자를 기증받은 뒤, 불임치료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기술을 통해 동결시켰다. 이후 미세중력 상태를 단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소형 2인승 곡예비행기에 냉동 정자를 실은 뒤, 비행기를 약 20회 포물선을 그리며 비행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냉동정자 샘플은 우주와 유사한 미세중력에 8초간 노출되거나, 지구에서보다 2~3배 강한 중력까지 다양한 중력 조건에 노출됐다. 비행이 끝난 뒤 연구진은 냉동 정자 샘플을 해동하고 이를 중력 변동이 없었던 냉동 정자와 비교했다. 정자의 운동성과 DNA 단편화율 등 7가지 특성을 측정함으로써 정자의 생존능력을 평가했다. 그 결과 실험에 이용된 냉동 정자는 미세중력에 노출되기 전과 후 및 중력 변동이 없었던 냉대조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정자 농도와 운동성에서 90%의 높은 일치율을 기록했다. 연구를 이끈 몬트세라트 보아다 박사는 “기존에 발표된 일부 연구에서는 미세중력이나 무중력 등 지구와 다른 중력 환경에서는 냉동되지 않은 정자의 생리 운동성이 현저하게 감소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면서 “그러나 중력의 차이가 냉동 정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보고된 바 없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정자를 냉동상태로 우주까지 운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구 밖 외계에 인간 정자은행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지구 밖에서의 생식에 대해 고려하는 것은 더 이상 비합리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실험이 동결시키지 않은 정자를 사용하지 않았고, 우주방사선 등 우주비행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지난 2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인간생식 및 배아학회(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글로벌 In&Out] 비핵화 대화, 남북미에서 중러까지 확대될 수도/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글로벌 In&Out] 비핵화 대화, 남북미에서 중러까지 확대될 수도/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며칠 전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친서를 받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북중 평양 정상회담에 이어진 연이은 보도다. 이제 본격적으로 비핵화 협상 국면이 다시 다가오고 있으니, 미ㆍ일ㆍ중 등 각국과 한국의 비핵화 대응 방식의 차이를 지켜볼 만하다.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많은 미국 전문가는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이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확보한 핵무기와 핵무기 제조 시설 등을 없애야 한다는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를 요구한다. 이제는 이름이 바뀌었지만, 입장은 그대로이다. 반면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상태에서 일부 시설 정도를 폐기한다는 입장이었다. 북한 역시 입장 변화는 없고 근본적으로 있을 리 만무하다. 북한의 주요 매체에서 비핵화에 대해 여러 번 명료하게 밝힌 적이 있어 이는 주지의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는 북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삼아 지금까지 협상 중이다. 그런 과정에서 한미 간 이견이 없지 않아 보였다. 즉 한국 정부는 미국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한꺼번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할 가능성이 없어 조기 수확, 다시 말해 북미 간 합의를 우선적 과제로 삼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이런 입장을 수용하도록 노력했지만, 여전히 미국의 강경파가 제창하는 즉각적인 비핵화를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비핵화 과정의 방향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이외에도 여러 다른 이견이 있다. 한국 정계 내에서 여전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남한 독자적 핵무장론자도 있으며, 점진적 비핵화와 긴장완화우선주의 입장도 있다. 미국의 북핵 전문가 간에도 이견이 있다. 여기에 현재 김 위원장은 북러 외교와 북중 외교를 활발하게 추진하는 만큼 중국과 러시아의 북핵에 대한 입장도 역시 논의돼야 한다. 러시아는 주로 중국과 함께 한반도 긴장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알려진다. 러시아는 북한 핵문제에 지금까지 큰 이해관계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같이 움직일 때 미국의 동맹질서를 견제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보유를 환영하지는 않지만, 핵과 미사일 실험이 없다고 보장되는 한 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물론 각국의 전문가들과 외교관 등 실무자 간 정책에 대한 논의와 이견이 없을 리 없지만, 중러가 장기적으로 지켜왔던 일관된 입장이라 할 수 있다. 나라별 또는 한국 내 비핵화 정의에 대한 이견이 많고 토론의 여지도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돼 양국이 용납할 수 있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남ㆍ북ㆍ미 간 협상 구도에서 다자간 협상 구도로 전환할 수도 있다. 6자회담으로의 복귀가 된다. 물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데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입장들이 반영될 때 협상에 진전이 있을지도 모른다. 북핵과 북한의 미래는 그저 미국과 한국의 관심사가 아닌 만큼 다자 간의 해결은 원칙적으로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다만 북한과 미국은 다자 간 외교를 용납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외교를 하든 간에 실제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서 대북 외교를 해야만 실현 가능한 협상이 이루어지리라고 본다.
  • “소멸·죽음에 대한 선험적 생각이 시인의 감수성”

    “소멸·죽음에 대한 선험적 생각이 시인의 감수성”

    “시상식장, 낭독회장에 관객 1000여명이 있었는데 모두 백인들이었어요. 번역자와 저만 아시아인이었기 때문에 전혀 예상을 못했습니다. 제 이름을 불렀을 때 너무 놀라서….” 2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혜순(64) 시인은 수상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김 시인은 지난 6일(현지시간) 아시아 여성 최초로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 시 문학상’을 받았다. 시집을 영역한 최돈미(57) 시인과 함께였다. 수상작인 ‘죽음의 자서전’(문학실험실)은 2015년, 온몸이 감전되는 듯한 ‘삼차신경통’을 앓았던 시인이 세월호 참사 같은 사회적 죽음 속에서 써내려 간 49편의 시를 모은 책이다. 그는 “시라는 것, 시인의 감수성이라는 것은 소멸과 죽음에 대한 선험적인 생각이라고 본다”면서 자신의 시집을 “죽은 자의 죽음을 쓴 것이라기보다는 산 자로서의 죽음을 쓴 것”이라고 했다. “아마 심사위원들도 그런 상황들이 있었으니까, 그런 시적 감수성이 그들에게 닿지 않았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소감을 던졌다. 49편 중 시인은 ‘저녁메뉴’라는 시가 가장 아프다고 했다. “그 시에는 엄마라는 단어가 많이 나와서요.” 수상 소감에서도 어머니를 언급했던 시인은 며칠 전, 모친상을 당했다. ‘한국 시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시인은 페미니즘 담론이 나오기 이전부터 여성의 목소리에 천착해 시를 썼다. 그는 여성들의 몸짓을 얘기할 때 ‘시하다’, ‘새하다’처럼 ‘하다’라는 동사를 붙인 신조어를 만들어 썼다. 그는 “관념과 사물을 동일시하는 유사성의 원리보다, 여성들이 시 안에서 움직이고 말하는 걸 많이 봐 왔다”며 “‘되다’라는 은유에서 느껴지는 폭력적인 힘을 거부하는 의미에서 ‘하다’라는 용어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올해 시력 40년을 맞았다. 그간의 소회를 묻자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시인은 “여러분이나 저나 당면한 오늘을 바라보고, 당면한 한국 사회 문제들 속에서 사유하게 돌아볼 시간은 많지 않다”고 에둘러 답했다. 돌아볼 시간조차 아까운 시인은 새달 초 신작 산문집 ‘여자짐승아시아하기’(문학과지성사)를 출간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틀에 박힌 미술·음악? 오감 톡톡 진짜 예술!

    틀에 박힌 미술·음악? 오감 톡톡 진짜 예술!

    국어 과목의 연극 수업 시간인데 학생들의 앞에는 무대도, 소품도 없다. 블랙박스처럼 새까만 바닥과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학생들은 흰 테이프를 쭉 늘려 여기저기 이어 붙이며 무대를 만들어 갔다. 어떤 학생들은 벽에 테이프 여러 줄을 붙여 책장에 책이 꽂혀 있는 모습을 만들었다. “여기는 도서관이에요.” 어떤 학생들은 천장에서 바닥까지 테이프를 죽죽 늘려 붙여 만들어진 공간 안에 들어가 옹기종기 앉았다. 머리를 맞대고 적어 내려가고 있는 시나리오의 제목은 냉장고 안에서 살고 있는 ‘냉장고 가족’이었다.지난 18일 찾아간 경기 용인시 경기학교예술창작소는 용인 제일초등학교 6학년 1, 2반 학생들이 발을 구르고 악기를 두드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경기학교예술창작소는 학생수 감소로 유휴공간이 된 용인 성지초등학교 별관 건물을 새롭게 단장해 지난달 8일 문을 연 곳으로, 용인 지역 학생들에게 학교 수업과 연계한 예술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학교예술’이라는 간판을 걸었지만 이곳에서는 무용 배우기나 미술작품 만들기, 능숙하게 악기 다루기 같은 수업을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의 예술교육은 ‘감각 깨우기’에서 시작한다. 보고 듣고 만지는 것과 몸의 움직임에 대한 생각을 일깨우는 것이다. “감각은 상상력을 촉발시키고 상상력은 창의력의 원동력이 됩니다. 감각 속에서 자신과 타인, 그 관계를 관찰하는 것이죠.” 김혜경 경기교육청 융합교육정책과 장학사는 “악기 다루기 같은 기능 중심의 예술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을 미적 체험으로 이끄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오감’에서 시작하는 예술교육이라는 철학을 토대로 만들어진 공간은 음악실, 미술실 같은 구분이 없다. 학생들은 맨바닥에 누워 바닥면의 질감을 느끼거나 개수대의 수도꼭지를 틀어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룻바닥이 펼쳐진 ‘몸으로 공간’에서는 제일초 6학년 학생들이 예술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온몸으로 바닥 위를 뒹굴었다. 손과 발, 팔꿈치와 무릎으로 자신을 둘러싼 사방 곳곳에 점을 찍으며 움직이는 활동으로, 생소한 몸의 움직임에 학생들은 땀범벅이 됐다. ‘소리로 공간’에서는 학생 네 명이 각기 다른 음을 내는 실로폰 4개를 이리저리 배치하고 연주하며 조화로운 멜로디를 찾고 있었다. 이날 진행된 제일초 학생들의 연극 수업은 시각과 결합된 활동이었지만 학생들은 의도치 않은 곳에서 창의력을 번뜩였다. 공간 한가운데 자리잡은 학생들은 바닥 위에 흰 테이프로 ‘놀이터’라고 이름을 붙여 놓고는 쪼그려 앉거나 바닥에 엎드리며 놀이기구 흉내를 냈다. “놀이터에 아무도 없는 밤이 되면 놀이기구들이 깨어나요. 아침이 되면 다시 잠들고요. ‘놀이터에서 사는 사람들’ 이야기예요.”(노하영양) “저희 조가 자리잡은 곳은 테이프를 붙일 벽이 없어요. 그래서 테이프 대신 몸으로 무대를 만들고 있어요.”(윤서연양)모든 학생이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점수를 받던 예술교육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학교가 ‘허브’가 돼 지역 사회에 예술의 기운을 불어넣고, 과제 평가가 아닌 예술 소양 기르기를 추구하는 예술교육이 곳곳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학교 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은 모든 학생들에게 양질의 예술교육을 제공하는 ‘보편교육’으로서의 예술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공교육이 학생 각각의 욕구에 맞는 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지역 사회로 확산시킨다는 구상이 담겨있다. 경기학교예술창작소는 학교와 지역 사회가 함께하는 예술교육을 구현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전문 강사로 나서고,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도 이곳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틀에 박힌 입시 미술에 염증을 느낀 예술 계열 학생들, 예술적 감각을 끌어내고 싶은 교사들도 이곳의 문을 두드린다. 경기교육청은 향후 고교학점제가 자리잡으면 지역 학생들의 예술교육을 책임지는 지역 내 예술학습장으로 이곳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김 장학사는 “일선 교사와 교장, 교감에게도 연수를 제공해 학교의 예술교육을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교육의 변화는 개별 학교 단위로도 이뤄지고 있다. 같은 날 방문한 경기 남양주시 광릉중학교에서는 5~7교시 동아리 활동 시간을 맞아 전교생이 음악실과 미술실 등 곳곳에 모였다. 교실 바닥에 삼삼오오 앉은 학생들은 기타와 드럼, 베이스를 연주하며 수준급의 실력을 뽐냈다. 난타와 사물놀이를 하며 북을 두드리는 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미술 중점반’ 학생들은 도자기를 빚는가 하면 종이컵을 조립해 조형물을 만드는 ‘어셈블리지’ 활동에 열심이었다. 광릉중은 ‘1인 1악기’와 다양한 예술 동아리 등 특화된 예술활동으로 주목받는 학교다. 전교생이 305명에 불과하지만 학교에 밴드부가 세 개나 있다. 광릉중이 예술활동에 주력한 건 2008년 개교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양주시 진접읍과 포천의 경계 지역에 위치한 학교는 공장과 밭들로 둘러싸여 있다. 교통도 편리하지 않아 학생들이 문화생활을 즐기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학교는 인근 지역의 중소기업인들의 모임인 남양주시 철마기업인회가 지원한 매달 200만원의 학교발전기금으로 지역 예술가들을 초청해 예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강숙 광릉중 교장은 “학생들에게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 주고자 시작한 예술활동이 지금은 학교의 특색이 됐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예술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에게 심화된 예술교육을 제공하는 ‘예술중점학교’를 지정·운영하는 한편 학교와 지역 사회 간의 예술교육 선순환 모델을 만드는 ‘예술이음 연구학교’도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광릉중은 지난해 미술 중점학교로 지정된 데 이어 올해에는 예술이음 연구학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예술이음 연구학교는 지역 사회의 예술 자원을 학교가 십분 활용해 예술교육을 제공하고 이를 지역 사회로 환원하는 모델을 구축하는 체계를 실험하고 있다. 광릉중은 지난달 진접읍에 위치한 경복대와 예술교육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는 한편 인근 지역의 사회복지법인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학교 곳곳을 단장하는 등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나게 춤춰 봐~ 인생은 멋진 거야~” 뮤지컬 동아리 학생들이 뮤지컬 ‘맘마미아!’의 넘버를 목이 터져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박영애 교감은 “학생들이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서 연습하겠다고 해서 고민”이라면서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졌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배운 노래와 악기 연주, 뮤지컬 등을 장기로 앞세워 ‘아이돌 사관학교’라 불리는 예술고등학교와 대학 실용음악과에 진학한 학생들도 더러 있다. 이 교장은 “학교가 단 한 명의 학생에게라도 진로 설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예술교육을 강화하려는 학교가 모두 광릉중처럼 순탄하게 진행되는 건 아니다.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부터 예술교육에 대한 인식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학교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더라도 “1인 1악기보다 성적 향상”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서의 예술교육은 단순히 악기 다루기 같은 기능을 습득하는 게 아니라 타인과 관계를 맺고 주변을 성찰하게 하는 기초 소양교육”이라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학교와 지역 사회의 예술교육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소주 2병 알코올 분해에 12시간… 음주 이튿날 아침 운전 위험

    소주 2병 알코올 분해에 12시간… 음주 이튿날 아침 운전 위험

    5년간 6~10시 음주운전 위반자 8만명 英 숙취 운전자 차선 이탈 정상의 4배“숙취 때문에 단속에 걸릴 줄이야….”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제2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이 25일부터 시행되면서 음주 다음날 아침 ‘숙취 운전’ 단속도 강화됐다. ‘잠잔 뒤 운전대를 잡았으니 괜찮겠지’라고 과신하기 쉽지만 몸 안의 알코올은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경찰청은 25일부터 8월 24일까지 2개월 동안 ‘전국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벌인다. 특히 이 기간에는 숙취 운전 적발을 위해 아침 시간대 단속을 강화한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출근 시간 단속을 펼칠 것”이라면서 “주로 유흥가 주변 도로 등에서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출근 시간대(오전 6~10시) 음주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는 8만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전날 술을 마신 숙취 운전자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배우 안재욱(48)과 야구선수 박한이(40) 등이 밤에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운전했다가 단속에 적발됐다. 또 지난 1월 23일 오전에는 현직 검사 정모(62)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근처에서 숙취 운전으로 입건됐다. 당시 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5%였다. 강화된 법이 적용됐다면 면허 취소 수준이다. 체질과 음주 습관에 따라 다르지만, 전날 과음하고 충분히 수면하지 않으면 혈액 속 알코올이 덜 분해된 채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음주 측정에 사용되는 ‘위드마크’ 공식에 따르면 체중 70㎏의 성인 남성이 소주 2병(19도)을 마셨다면 알코올이 완전히 분해되는 데 8시간 넘게 걸린다. 체중 60㎏의 성인 여성이 2병가량 마셨다면 12시간이 지나야 알코올이 완전히 분해된다. 음주 후 8시간 뒤에 운전하더라도 혈중알코올농도는 0.074%로 면허 취소 수치에 근접한다. 음주 단속 기준 강화 첫날에도 숙취 운전자가 여럿 적발됐다. 춘천에서는 50대 콜택시 운전기사가 면허 정지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68%로 단속됐고, 부산에서는 한 50대 남성이 125㏄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경찰의 단속에 걸렸다. 전날 오후 8시부터 집에서 소주 1병을 마시고 오후 10시에 잠들었다고 진술했지만, 혈중알코올농도는 0.096%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일부 운전자들은 “다음날 숙취까지 단속하는 건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억울해한다. 현장 경찰들은 “밤에 단속할 때보다 아침 단속 때 음주운전자들의 저항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침이라도 혈액 속 알코올 성분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채 운전하면 매우 위험하다. 영국손해보험회사 RSA와 영국 브루넬대학교 연구진의 실험 결과 숙취 운전자가 맑은 정신의 운전자보다 평균 시속 16㎞ 빨리 달리고 차선 이탈이 4배, 교통신호 위반이 2배 많았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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