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합 ‘윈윈전략보고서’] (중) 北농지 소유권 어떻게
통일 이후 제기될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는 농지 등 북한이 국유화한 재산을 누구에게 돌려주느냐 하는 ‘사유화’의 문제이다. 예컨대 북한은 농지를 국유화해 직접 소유·관리하고 있는데 통일이 되면 어떤 방식으로 분배하고, 만약 남한에 거주하는 ‘원소유자’가 소유권을 주장할 경우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4일 ‘통일에 대비한 남북한 통합대책’에서 “북한이 국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주민의 기여를 인정, 토지·가옥·농장 등 각종 재산에 대한 주민들의 권리를 일정부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유화의 대상은 텃밭을 포함해 국영농장 및 협동농장의 농지, 농기계, 가축 등이 모두 포함된다. 농촌 주민의 주택도 예외가 아니다. 원소유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더라도 반환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원소유자를 가려낼 수 있는 공부(公簿)가 존재하거나 농장 등에 편입된 토지가 법적으로 개인 소유로 남아 있어야 하는데, 이같은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어렵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농지 사유화에 관한 4가지 형태를 제시, 장단점을 비교했다. 첫째,‘원소유자에게 반환’하는 방법은 공정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평가했다.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북한 농민이 생활 터전을 잃을 수가 있어 통일에 대한 집단적 저항을 부를 수 있다. 남한 내 실향민으로 대표되는 원소유자를 파악할 수 있는 토지대장과 등기부가 북한의 토지개혁 당시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현재 사용자나 종사자에게 무상 또는 저가로 분배’하는 방법이다.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농업 이외의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셋째, 일단 국유화를 인정한 뒤 이를 개인에게 분배하는 ‘대량 사유화’이다. 원소유자들이 집단민원을 제기할 수 있지만 속도와 공정성, 통제능력 등에서는 장점이 많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를 위해 ‘신탁기금’을 설립, 사유화 대상이 되는 모든 자산을 기금에 이전하고 사유화 권리증서(바우처)를 실제 사용자에게 발행해야 한다.
넷째,‘제3자에게 개별적으로 매각’하는 방법은 속도와 공정적 측면에서 불리할 뿐 아니라 북한의 농촌사회가 급격하게 해체될 우려가 있다.
보고서는 협동농장과 국영농장은 성격이 다르므로 사유화 과정도 다르게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북한의 국영농장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형태이고, 협동농장은 리 등의 마을 단위로 조직돼 농장 구성원의 협동적 소유를 강조한 개념이다. 북한 전체 농지의 90%가 협동농장으로 알려졌다.
농촌지역 협동농장의 경우 농지를 공동소유하다가 점차 농민들이 구매하도록 하되, 자본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물로 사들이는 안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초기에는 기존의 협동농장을 바탕으로 대규모 영농방식을 유지하면서 농지로부터 발생한 성과를 축적, 현물로 분할 상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연간 수확량의 10%를 3∼5년 거치 10년 분할 납부하는 방식으로 농민들이 농지를 매입하게 한다는 것.
국영농장 및 도시근교의 소규모 농지에 대해서는 가칭 ‘농업신탁청’을 설립해 관리하거나 자치단체가 소유, 대규모 집약영농 체제를 갖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초기 북한 농민들의 ‘무임승차’에 따른 도덕적 해이와 행정 실패를 막고 나중에 공업용지 확보와 도시개발을 위해 필요한 땅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령 및 제도 정비와 관련해 통일 이후 체제 전환기의 상황을 고려, 한시적인 특별법을 만들어 국영·협동농장의 자산관리와 사유화 과정을 추진할 법적 근거를 마련토록 권고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