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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운전자 가해사고 연 3만건, 백약이 무효?

    고령운전자 가해사고 연 3만건, 백약이 무효?

    65세 이상 가해사고 5년만에 48% 급증해고령자 가해 사망건수, 고령자 피해건수 넘어버스 및 택시 운전사 10명 중 7명이 60대감기약 등 졸음유발로 승객에 피해 가능성상대적으로 신체반응 늦어 아차사고 위험도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위해 포상금까지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가 처음으로 3만건을 넘어섰다. 5년전에 비해 약 50%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대중교통을 모는 고령운전사에 대해 사회적으로 자격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의 여러 정책이 아직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는 상태다. ·전체 교통사고는 0.4% 증가할 때 고령자 사고는 12.3% 급증 9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이 교통안전공단과 도로교통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교통사고 가해자는 2014년 2만 275명에서 지난해 3만 12건으로 48%가량 급증했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 중 차지하는 비율로 볼때 2017년 21만 6335건에서 지난해 21만 7148건으로 0.4%가 늘어난데 반해, 고령운전사 사고는 같은 기간 2만 6713건에서 3만 12건으로 12.3%나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노인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수는 843명으로 노인 보행자의 교통사고 피해 사망자 수(842명)를 최근 5년간 처음으로 넘어섰다. 2017년의 경우 노인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수는 848명으로 노인 보행자의 교통사고 피해 사망자(909명)보다 크게 적었으며, 이런 추세가 그간 일반적이었다. 고령 운전자 사고의 유형을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차 대 차’ 사고가 2만 2504건으로 가장 많았고 ‘차 대 사람’이 5836건, ‘차량 단독’이 1671건, ‘철길 건널목’ 사고가 1건 등이었다. 송 의원은은 “버스나 택시 등 운수종사 업무는 운전자의 상태에 따라 승객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한다”며 고령 운수종사자의 경우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감기약, 기침약에 들은 항히스타민제 졸음 유발 운수종사자 연령분포를 보면 60대가 70.7%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40대 24.2%, 20대 3.7%, 70대 1.1%, 50대 0.3%, 30대 0.01% 순이다. 송 의원 측은 교통안전공단의 2017년 보고서 ‘고령운전자 질환 및 약물복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생활 질환 중 감기와 두통의 경험비율이 높았는데, 감기약의 주성분인 항히스타민제가 졸음을 유발해 사고위험도가 높아진다고도 했다. 항히스타민은 감기약 외에도 주로 기침약, 두드러기약, 멀미약 등에 들어있다. 2018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보고서 ‘택시 운수종사자 건강 수준 및 질병에 따른 운전위험도 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택시 고령운전자들은 낮은 인지기능, 신체반응, 시질환이 타질환에 비해 운전위험성과 관련이 높다. 소위 ‘아차사고’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다.·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효과 적어, ‘요건 강화’한 독일 배워야 이에 정부는 고령운전자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토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경찰청은 최장 40일 정도 걸리던 운전면허 반납 절차를 신청 당일 처리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자진반납할 때 1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주거나, 교통비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자진반납이 아직 활성화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자진반납 고령자는 1만 1916명이었지만 전체 운전면허증 보유자 가운데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7%에서 2018년 9.5%로 증가했다.한국의 고령 운수종사자 자격관리제도 역시 허술하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의 고령운전자 자격관리는 65세부터 3년마다, 75세 이후 1년마다 갱신토록 돼 있고 자격갱신 시 시야각검사와 인지처리기능 검사를 받는다. 반면 독일은 버스의 경우 50세, 택시의 경우 60세부터 5년 주기로 시지각, 주의력, 반응행동, 조정능력, 기억력 등을 검사한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고령운수종사자의 자격관리에 허점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통장 주인은 사망했는데… 예금계좌 7만 2000개 거래

    4대 시중은행에서 최근 1년 동안 거래된 사망자 명의 예금계좌가 7만 2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년 전 범죄 악용 우려를 지적하며 금융당국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해 ‘대포통장’을 비롯한 금융 범죄에 이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에 남아 있는 사망자 명의의 요구불·저축성 예금계좌는 총 549만 7227개로 잔액은 5817억 2978만원이다. 이 중 최근 1년간 거래가 이뤄진 계좌는 7만 1933개, 거래액은 3529억 3131만원이다. 가족들이 계속 이용했거나 대포통장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2017년 사망자 명의 계좌 실태조사를 통해 이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감사원은 사망자 명의로 45만 2684건(3375억원)이 출금됐고, 사망 신고 이후 989개(12억원)의 계좌가 새로 개설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금융당국에 사망자 명의로 개설됐거나 발급된 계좌에 대한 검사, 감독 방안과 함께 적절한 실명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등 사망자 명의로 계좌를 터준 은행을 제재하긴 했지만 근본적인 방지책을 내놓지 못했다. 전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사망자 명의로 금융거래가 발생하거나 계좌가 개설되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실명 확인과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실명법에서는 금융기관이 명의자의 실명에 따라 거래하고, 이를 위반하면 해당 임직원에 대한 주의, 문책 경고 등을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민원실 비상벨 누르면 5분 이내 경찰 출동… 악성 민원인 뚝!

    민원실 비상벨 누르면 5분 이내 경찰 출동… 악성 민원인 뚝!

    민원인들의 폭력과 난동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8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전국 자치단체에서 발생한 공무원 상대 민원인 폭력건수가 2017년 92건에서 지난해 166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8월 경북 봉화군의 한 면사무소에서는 민원인이 이웃 간 상수도 갈등과 민원처리에 불만을 품고 엽총을 쏴 공무원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월 경기 화성의 한 주민센터에서는 50대 여성이 근무 중인 공무원에게 다가가 뺨을 때렸다. 폭력을 당한 공무원은 고막이 파열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자체들이 대응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살벌한 근무환경에 맞서 지자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은 비상벨이다. 도시나 농촌, 인구 등 지자체 성격과 규모에 상관없이 비상벨이 민원업무 공간의 필수품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이장들이 행패를 부리는 악역을 맡아 모의훈련도 한다. 충북 지역은 현재 11개 시군 가운데 8곳이 민원실과 읍면동 주민센터에 비상벨을 달았다. 증평군은 지난 5월 군청 민원실과 읍면에 2개씩 비상벨을 설치했다. 악성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창구업무 담당자 책상 밑에 부착돼 민원인들은 볼 수 없다. 비상벨을 누르면 112상황실에 접수돼 5분 이내에 경찰이 출동한다. 군은 민원인 부당행위 수집을 위해 행정전화에 자동 녹취 기능을 설정하고 폐쇄회로(CC)TV도 구축했다.충주시는 지난 6월 시청 민원실과 25개 읍면동에 총 84개의 비상벨을 설치했다. 청원경찰을 호출할 수 있었던 비상벨이 민원실에 있었는데 좀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경찰과 연결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시청 민원실은 2개, 읍면동은 인구 등 규모에 따라 차등을 뒀다. 지난해 11월 5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려 직원들이 공포에 떨었던 연수동에는 가장 많은 4개를 달았다. 당시 이 장면을 목격한 주민센터 직원은 심리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센터를 다녔다. 충격으로 한동안 손을 떨기도 했다. 청주시는 올해 초 수곡2동 등 민원창구 3곳에 투명 아크릴 가림막을 설치했다. 조만간 시청 민원실과 읍면동에 비상벨도 마련할 예정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비상벨은 경찰 상황실과 전화통화까지 가능한 양방향통신과 비상벨을 통해 신호만 보내는 단방향 통신 2종류인데, 단방향으로 할 예정”이라며 “비상벨 1개 설치가격은 5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용인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안전시스템이 촘촘하다. 시청과 구청 민원실, 31개 읍면동은 물론 민원이 많은 구청 사회복지과까지 비상벨이 있다. 민원실과 읍면동에는 청원경찰까지 배치됐다. 악성 민원인 제압을 위해 삼단봉과 호신용 스프레이도 갖다 놨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공간 입구에는 공무원 신분증이 있어야 문을 열 수 있는 안전문도 설치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지난해 초 사회복지 담당자가 흉기에 찔리는 사고가 발생해 다른 곳보다 꼼꼼하게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요즘에는 고성을 지르는 민원인만 가끔 있을 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는 ‘고질민원 대응 및 공무원 안전대책 매뉴얼’을 제작해 시청 전 부서와 읍면동에 배포했다. ▲고질민원 일반 대응 매뉴얼 ▲민원응대요령 ▲특이상황별 대응요령 ▲녹음·녹화요령 ▲공무원 안전 및 보호대책 등 5개 세부상황별 대응방법이 담겼다. 매뉴얼에 따르면 민원인이 고함을 지르면 차 대접 등을 통해 진정을 시도하고, 행패가 계속되면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그래도 난동이 멈추지 않으면 신고하는 절차를 밟는다. 공무원들은 민원인 난동이 어둡고 무거운 사회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취업난과 심화되는 빈부격차 등으로 인한 불만과 스트레스가 폭력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민선시대가 시작되면서 민원인들이 화를 내도 공무원들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크게 작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무원들은 안전한 근무환경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충주시의 한 주민센터 팀장은 “읍면동은 전체 직원의 70%가량이 여성 공무원이고 이들 상당수가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다”며 “이들이 민원인 폭력피해를 입으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여성의 공직사회 진출이 늘면서 확실한 직원 보호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를 서둘러 도입해 민원인 난동 같은 문제는 지자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행안부는 실태조사와 함께 지자체에 비상벨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 민원인 난동을 예방하거나 공무원들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정부 부처들이 모여 있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는 악성 민원인 출입 제한 지침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이 지침에는 ‘청사 안에 들어와 난동을 피우는 등 물의를 일으킨 민원인은 최장 2년간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대리 출결·미인증 업체 ‘직업훈련’… 양질 일자리 창출 무색

    대리 출결·미인증 업체 ‘직업훈련’… 양질 일자리 창출 무색

    56개 기관 84개 과정서 112건 법규 위반 훈련비 부정수급 등 11곳은 수사 의뢰 훈련내용 지키지 않은 과정 47개 ‘최다’ 정부 “무분별 재위탁 금지 등 제도 손질”#1. 직업훈련 기관인 A문화센터는 정부가 인증하지 않은 컨설팅업체 B진흥원에 직업훈련 과정의 관리와 운영 전반을 맡겼다. 정부가 추진하는 직업훈련 사업은 반드시 인증을 받은 기관에서만 진행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가 인증했다’는 이름만 내세운 A문화센터는 수익의 20%를, 실제로 사업을 수행한 미인증 업체 B진흥원은 수익의 80%를 취득했다. 정부는 A문화센터와 B진흥원의 위탁계약을 해지토록 했으며 불법 정도가 심하다고 보고 수사를 의뢰했다. #2. C학원 원장은 훈련생 18명의 출결카드를 직접 보관했다. 훈련생이 결석이나 지각을 해도 정상적으로 출석을 인증해야 훈련비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신 출결하는 방법 등으로 훈련비를 부정하게 받은 C학원에 대해 정부는 훈련 과정 인정을 취소했으며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직업훈련 사업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미인증 업체가 정부의 직업훈련 과정을 대행하거나 대리 출결 등의 방법으로 훈련비를 부정수급한 사례가 적발됐다. 정부는 무분별한 재위탁을 금지하고 취업률 성과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등 직업훈련 제도 전반을 대폭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과 고용노동부는 지난 2~4월 재직자·실업자 훈련기관 4500곳 중 부정이 의심되는 훈련기관 94곳을 선정해서 점검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그 결과 56개 훈련기관의 84개 과정에서 112건의 위법사항이 지적됐다. 정부는 적발된 훈련기관에 대해 계약해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고 이 중에서 1억 6300만원 상당 훈련비를 부정수급하는 등 심각한 불법을 저지른 11곳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했다. 유형별로 보면 정해진 훈련 내용을 지키지 않아 지적을 받은 과정이 47개(42%)로 가장 많았다. 건축설계자 실무 양성 과정에서 교육 내용을 지키지 않고 자격증 기출문제만 풀이한 직업전문학교가 있었다. 부적절한 출결 관리가 19건(17%)으로 뒤를 이었고 승인받지 않은 장비로 교육을 진행했던 과정도 14건(13%)이나 됐다. 정부는 이번 점검을 계기로 직업훈련 제도 전반을 개선하기로 했다. 먼저 직업능력심사평가원의 인증을 받지 않은 기관이 직업훈련을 재위탁받아 운영하는 사례를 방지하도록 컨설팅과 업무위탁을 엄격히 구분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정부의 인증을 받은 훈련기관 관계자만 훈련비 신청 등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도 개편할 방침이다. 훈련기관의 대표나 직원이 소속 훈련기관에 참여하면 출결 등 부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제한하기로 했다. 직업훈련의 성과를 제대로 관리하고자 취업률을 산정할 때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실제로 근무를 하고 있는지, 취업요건을 충족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절차를 새로 마련한다. 아울러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을 운영할 때도 기업이나 산업계의 참여를 제도화해 노동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반영할 계획이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文대통령 “주52시간제 확대 보완책 마련”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도 5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 시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제계의 우려가 크다”며 시급한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당정협의와 대국회 설득 등을 통해 조속한 입법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며 탄력근로제 등 입법화를 당부했다. 지난 4일 4대 경제단체장 초청 청와대 오찬에서 경제인들이 ‘주52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의 준비 부족을 들어 보완책을 호소한 것을 수용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정부는 기업 목소리를 경청하고 애로를 해소하는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기업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만에 하나 입법이 안 됐을 때도 생각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정부가 시행한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국회 입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들을 미리 모색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법률 통과 이전에라도 하위 법령 우선 정비, 적극 유권해석과 지침 개정 등을 통해 실질적 효과를 창출하는 방안을 강구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한다”며 속도감 있는 규제 혁신, 적극 행정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으로 광장 여론이 갈라진 양상을 “국론 분열이 아니다”라고 규정한 데 이어, 정부·국회가 나서 어수선한 정국을 딛고 국정운영 동력을 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기업계가 요구하는 전폭적 지원을 통해 경제 자립화를 꾀하고, 일본의 경제보복, 미중 무역갈등 등 불투명한 대외 경제환경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일할수록 벌어지는 임금 격차... ‘공정임금제’ 대선 공약 지켜야”

    “일할수록 벌어지는 임금 격차... ‘공정임금제’ 대선 공약 지켜야”

    학교비정규직 등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토론“10년 지나도 월급 정규직의 64%수준허울뿐인 정규직화… 임금 등 차별 여전”“학교 비정규직들은 파업을 하지 않으면 임금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매년 파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임금 차별 현황과 해소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박정훈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현재 진행중인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 투쟁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학교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7월 총파업 이후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8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이날 토론회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차별 실태를 알리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김종훈 의원실 공동 주최로 열렸다. 학교 비정규직과 정부행정기관 무기계약직, 코레일 자회사 소속 무기계약직 노조가 참석해 각 사업장의 실태를 공유했다. 이들은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은 사실상 ‘오래 쓰는 비정규직’으로, 정규직이 아닌 ‘중규직’ 혹은 ‘반규직’일 뿐, 차별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실장은 “학교 비정규직은 10년차 기준 임금이 정규직의 평균 64%로 파악됐다”면서 “근속수당 차별로 근속을 할수록 오히려 임금 격차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약속한 공정임금제를 도입해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중앙행정기관 소속 4만명의 공무직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봉근 공공연대노조 정책국장은 “공무직들은 정규직과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하는데 명확한 임금 규정이 없다”며 “정규직 공무원이 되고 싶으면 투쟁이 아니라 시험을 봐서 들어오라는 여론도 있는데, 우리 요구는 정규직 공무원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부당한 차별을 없애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레일의 자회사로 광역 철도업무, 여객 철도 역무, 콜센터 업무 등을 맡고 있는 코레일네트웍스의 서재유 지부장은 “코레일네트웍스의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노동자들은 2017년 기준 코레일 정규직의 41%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근속 수당이 거의 없어 연차가 높을수록 임금이 낮은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무기계약직 임금차별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모든 구성원에 대한 직무 평가를 통해 임금 등급과 격차를 객관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무기계약직은 임금과 복리후생에서는 비정규직”이라면서 “급식비, 명절 휴가비 등 복리후생비에서 차별은 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농협 “일본 전범기업 헬기 대신 국산 드론으로 유도하겠다”

    농협 “일본 전범기업 헬기 대신 국산 드론으로 유도하겠다”

    농촌에서 농약방제 작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무인헬기의 90%가 일본 전범기업의 제품<서울신문 10월 8일자 6면>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과 관련해 농협이 8일 일본산 무인헬기 대신 국산 드론으로 전환하겠다는 대책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의원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농협이 보유한 무인헬기는 지난 7월 기준 모두 209대로 이 중 일본업체인 야마하(YAMAHA)에서 제작한 것이 188대(9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원석 농협 농업경제대표이사는 “앞으로는 국산 드론 쪽으로 유도할 계획”이라며 “(국산 제품이 일본산과 비교해) 기술적으로 극복됐기 때문에 입찰할 때 더 세심하게 하겠다”고 했다. 또 “(일본산 무인헬기가 국산보다 수리 비용이 비싸다는 점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며 “조작이 쉽고 사고가 적게 나고 비용도 적은 드론으로 앞으로 전환하려고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이 “(농협이) 일본산 농기계 선호에 대해 실태조사를 해야한다”고 하자 김 대표이사는 “한 번 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도 “(농기계 등을) 국산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윤석헌 금감원장 “고객 4%, 금융사 10% 떼가는 DLF 수수료 재검토하겠다”

    윤석헌 금감원장 “고객 4%, 금융사 10% 떼가는 DLF 수수료 재검토하겠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8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를 계기로 펀드판매 수수료 체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객은 한 4% 주고, 10%를 금융회사가 떼어먹는다”며 전면적인 수수료 체계 검토를 주문하자 윤 원장은 “수수료 체계 검토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금감원이 DLF 실태를 검사한 결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판매사들이 투자자에게 제시한 수익률은 6개월에 2%(연 4%) 수준인 반면, 상품을 판매한 은행(1.00%), 펀드를 운용한 자산운용사(0.11%), DLF 편입 증권(DLS)을 발행한 증권사(0.39%), 상품을 기획한 외국계 투자은행(3.43%) 등은 5%(연 10%)에 가까운 수수료를 챙겼다. 윤 원장은 “10%에 근접한 이쪽(금융회사들)의 수익과 4% 정도의 (투자자) 수익을 교환한 거래라고 생각된다”며 유 의원의 주장에 동조했다.윤 원장은 이번 DLF 사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시사했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감원의 DLF 검사 결과와 관련한 당국의 조치로 기관장 제재도 포함하느냐는 질의에 윤 원장은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포함해서 검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이 “DLF 판매가 단순 불완전판매라기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고 질의하자 윤 원장은 “그런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日여객기 조종사들의 아찔한 ‘음주비행’…대형 항공사 또 중징계

    日여객기 조종사들의 아찔한 ‘음주비행’…대형 항공사 또 중징계

    일본 항공사의 조종사 음주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올해부터 조종사에 대한 비행 전후 음주 측정 의무화 등 ‘음주비행’을 막기 위한 대책이 대폭 강화됐지만, 여전히 일부 조종사들은 술을 마시고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국토교통성이 항공법에 따라 일본항공(JAL)에 사업개선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고 8일 보도했다. JAL은 조종사가 음주로 영국 당국에 체포된 사건 등으로 지난해 12월 사업개선 명령을 받았지만, 올해에도 승무 전 음주 검사에 걸린 조종사가 국제선 기장을 포함해 3명이나 나왔다. 요미우리는 “대형 항공사가 1년 이내에 사업개선 명령을 2차례 받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사업개선 명령은 사업허가 취소, 사업정지 명령에 이어 세번째로 무거운 행정처분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항공기 조종사들의 음주 실태가 큰 파문을 일으켰다. 교통당국의 조사 결과 ANA와 JAL에서 검지기를 사용한 알코올 검사를 받지 않은 채 조종사가 비행기에 오른 사례가 1년간 500건 이상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NA는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알코올 검사 11만여건을 진행했지만 393건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다. JAL도 지난해 8월 이후 “탑승 전 회의가 있어 바빴다”는 등 이유로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던 사례가 일본 국내선에서만 수백건 확인됐다. 이에 국토교통성은 지난해 12월 ANA와 스카이마크 등 4개 항공사에 엄중주의 조치를 내리는 한편 JAL에 대해서는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며 사업개선 명령의 중징계를 내렸다. JAL에 대한 이 조치는 활주로 진입오류 등 안전상 문제가 잇따랐던 2005년 이후 13년 만에 내려졌다. JAL은 당시 음주 문제를 일으킨 조종사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고 사내에 ‘알코올대책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국토교통성도 올 1월부터 그동안 항공사의 재량에 맡겼던 조종사들에 대한 승무 전후 음주검사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조금이라도 알코올이 검출되면 승무를 금지하는 등 규정을 마련했다. 특히 비행기 조종사들에 대한 알코올 농도 측정기준을 ‘호흡 1ℓ당 0.09㎎ 이하’로 규정, 자동차·철도·선박 기준치인 ‘1ℓ당 0.15㎎ 이하’보다 대폭 강화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복합쇼핑몰 ‘임대료 갑질’ 뿌리 뽑는다

    공정위, 아웃렛 등 54곳 실태조사 착수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웃렛 등 복합쇼핑몰의 ‘갑질’ 입점 임대료 조사에 착수했다. 매출이 좋을 때는 매출 기준으로, 나쁠 때는 고정으로 임대료를 받는 등 불공정 계약을 맺었는지가 관건이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부터 연매출 1조원 이상 54개 복합쇼핑몰의 임대료 계약 체결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는 계약 유형은 복합쇼핑몰이 입점 업체에 기본 임대료와 매출 임대료 중 큰 금액을 임대료로 지급하도록 하는 ‘최저수수료’ 방식 계약 형태다. 매출이 좋을 때는 매출액에 비례하는 임대료를 받고, 매출이 좋지 않을 때는 고정 임대료를 받는 구조라 사업자는 불황에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지금까지 자료를 제출한 곳 중 이런 유형의 계약을 한 곳은 신세계 계열인 스타필드와 프리미엄아울렛 등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총 1463개 매장이 들어서 있다. 공정위는 다음달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공정위는 복합쇼핑몰의 최저수수료 수취 관행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적극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올해 도급순위 상위 20위 건설사의 소비자 피해 상담 건수 자료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피해 사례가 341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상담 건수는 2017년 544건에서 지난해 783건, 올 1~7월 543건 등으로 증가세다. 대우건설은 단순 상담뿐 아니라 ‘아파트 피해구제’ 접수도 전체(135건) 5분의1 정도인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감사원, 서울시·친여 인사 봐주기 논란

    감사원, 서울시·친여 인사 봐주기 논란

    전체 보조금 305억 중 135억여원 지급 직접 시공 않고 무등록업체에 하도급도 감사원 “영업력 차이” 특혜 의혹 반박서울시가 추진하는 태양광사업에서 친여 시민단체나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만든 협동조합 3곳이 사업의 절반 가까이를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조합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보조금은 전체 보조금 305억원 중 43.9%인 135억원에 이른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감사 결과 서울시와 친여 성향 협동조합의 유착 관계가 사실로 드러났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이들 업체에 대한 특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아 ‘서울시 봐주기’, ‘친여 인사 봐주기’ 감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원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서울시 베란다형 미니태양광 보급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베란다형 미니태양광 사업은 아파트나 주택의 베란다에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설치하면 서울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친여 운동권 인사인 허인회씨가 대표로 재직한 녹색드림협동조합을 비롯해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해드림사회적협동조합 등 3개 조합이 최근 5년간(2014~2018년) 설치한 베란다형 미니태양광모듈 패널 개수는 3만 2749개로 전체 7만 3234개의 45%를 차지했다. 전체 보조금 305억원 중 이들 3개 업체에 135억여원이 지급됐다. 특정 협동조합에 보조금을 몰아주고 있다는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감사원은 또 미니태양광 보급업체 선정 기준 및 선정 과정이 부적정하고, 보조금 집행도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일반업체와 협동조합을 차별해 참여 기준을 적용하는 등 사실상 협동조합이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시는 2014년 보급업체 참여 기준을 태양광모듈 2장에서 1장으로 완화하면서 추가 모집 공고 없이 협동조합연합회와 서울시민협동조합에만 참여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이 협동조합을 보급업체로 선정했다. 또 2015년에는 서울 소재 협동조합만 태양광모듈이 1장인 제품을 보급하도록 공고했고,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녹색드림협동조합이 요건을 갖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당 조합을 보급업체로 선정하기도 했다. 해드림협동조합은 태양광 발전설비를 직접 시공해야 하는데도 무등록업체에 대신 시공하게 하고도 보조금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이들 협동조합의 특혜 의혹에 대해 “협동조합의 ‘영업력의 차이’에 기인하기 때문에 특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황당한 입장을 내놓았다. 여기에 감사원은 시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이 이들 3개 업체에 얼마나 지급됐는지가 핵심 감사 사안인데도 이를 감사 결과 자료에 포함시키지 않는 ‘꼼수’까지 썼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이 사업자 선정이라는 ‘게임의 규칙’에서 협동조합에 특혜를 준 부분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그 결과는 ‘실력 차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 아니냐”고 밝혔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학교밖 청소년 수당 ‘유흥비 누명’ 벗었다

    5개월 동안 수당 사용 내역 살펴보니 서울교육청, 406명에 최대 月 20만원 지급 청소년 사회 활동 중요 비용 자리 잡아 “세금으로 유흥 지원?” 일부 우려 불식 “사회가 나에게 관심” 아이들 인식도 개선 서울교육청이 지난 3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 교육참여수당 지급 시범사업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집 밖으로 이끌어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금으로 유흥비를 지급한다’는 우려와는 달리 학교 밖 청소년들은 수당을 쪼개 저축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강명숙 배재대 교수와 황지원 부천대 교수가 교육참여수당을 받은 학교 밖 청소년 중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한 45명의 5개월(4~8월)간 수당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수당이 식비(35.0%)와 교통비(14.4%), 저축(14.2%), 독서·영화관람 등 문화생활비(10.6%), 교육비(10.4%) 순으로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당은 교육청의 교육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고 수당 사용 계획을 제출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월 10만~20만원(초등 10만원·중등 15만원·고등 20만원)을 클린카드로 지급하는 것으로, 지난 3월부터 총 406명이 수당을 받았다. 수당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집에만 머물거나 비행에 빠지지 않고 학습과 진로 계발을 하도록 이끈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연구진은 “(도입 목적에 맞게) 적절히 사용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식비와 교통비로 절반 가까이를 사용할 정도로 수당이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비용으로 활용되고 있었다”면서 “청소년들이 수당의 일부를 저축하는 것은 주어진 돈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참여수당이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준다는 점도 확인됐다. 교육참여수당을 받은 청소년 중 59명을 대상으로 수당을 받은 이후의 변화를 질문한 결과 ‘경제적 도움’(72.6%)과 ‘활동 참여 확대’(62.7%), ‘문화생활 기회’(52.5%), ‘진로직업 계획’(48.2%) 순으로 긍정적인 응답이 나왔다. “사회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응답한 비율도 42.4%에 달했다. 연구진은 “사회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은 사회통합 차원에서 효과가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또 “학교 밖 청소년들의 가장 절실한 요구는 경제적 지원”이라면서 “수당 지급 방식의 지원 정책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8일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에서 서울교육청과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는 ‘학교 밖 청소년 실태와 정책 진단, 그리고 미래’ 세미나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TV방송에서 ‘왕따’ 당한 女톱스타...日연예기획사 갑질 횡포에

    TV방송에서 ‘왕따’ 당한 女톱스타...日연예기획사 갑질 횡포에

    탤런트, 가수,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인기를 쌓아온 일본 여성 연예인 논(26·옛 이름 노넨 레나)은 2013년 주인공을 맡았던 NHK 아침드라마 ‘아마짱’의 대히트로 국민적 스타가 됐지만, 몇년 전부터 TV에 거의 나오지 못한다. 2013년 총 193회에 달했던 그의 TV방송 출연 횟수는 2015년 이후에는 ‘제로’(0)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간 1~2건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아예 한 번도 TV에서 부름을 받지 못했다. 아사히신문은 실력이나 인기가 있어도 연예 매니지먼트업계의 담합성 압력으로 TV에 나오지 못하고 밀려나는 연예인들의 실태를 소개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행정기관이나 정치권이 이런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업계 내부에서 고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며 “과연 연예계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고 전했다.논이 TV방송국에서 ‘왕따’가 된 것은 2015년 원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놓고 마찰을 빚은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이름을 노넨 레나에서 논으로 개명하고 2016년 원 소속사에서 독립, 미국 할리우드 등에서 일반적인 에이전트 계약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체 연예 매니지먼트업계에 밉보인 결과가 됐다. 논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 30건의 드라마나 정보프로그램 출연 제의가 TV방송국들로부터 들어왔으나 번번이 정식 출연계약 직전에 “없었던 얘기로 하자”는 식의 취소 통보가 왔다고 한다. 심지어 출연 바로 전날에 취소 통보를 받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논 측은 “대형 연예기획사로부터 독립하면 그에 따른 압력으로 중앙 무대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연예계에서 소속사 이적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한 민영방송사의 드라마PD도 “논과 원 소속사가 갈등을 겪은 초기부터 외부에서 ‘논을 출연시키지 말라’는 얘기가 들어왔고,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방송국이 알아서 (논을 배제하는) 자율규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연예인이 소속사 이적 문제로 TV에서 밀려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본 국민그룹으로 통했던 ‘스마프’(SMAP)의 전 멤버 중 3명(이나가키 고로, 구사나기 쓰요시, 가토리 신고)도 2016년 말 그룹 해체 이후 원 소속사인 자니스사무소의 ‘방해 공작’으로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했다. 기획사들은 대부분 전속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어 연예인을 육성해 TV, 광고 등에 출연시켜 투자를 회수하고 수익을 얻는다. 이 때문에 독립이나 이적은 ‘길러준 부모를 배신하는 행위’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를 어겼을 때 ‘본보기’로 해당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보편화돼 있다. TV방송국들은 기획사들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출연료 상승 억제 등 방송업계의 편의를 위해서도 이런 분위기에 순응해 왔다. 이런 가운데 연예인의 권리 신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2017년 몇몇 변호사들은 연예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일본엔터테이너권리협회’를 설립했다. 기획사 이적을 제한하거나 부당한 계약을 강요하는 등 연예계에 일상화돼 있는 각종 문제의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자니스사무소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자니스사무소가 스마프의 전 멤버 3명을 TV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방송국에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8월에는 집권 자민당의 경쟁정책조사회가 독점금지법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연예기획사 횡포의 구체적인 사례를 명시해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반발과 반대도 만만치 않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공정위 등의 움직임이 바람직한 방향인 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소속사 이적이 일반화되면 기획사들이 미래의 투자 위험을 안고 연예인을 육성하는 데 주저할수 밖에 없게 돼 반드시 좋은 것만이라곤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도 “연예인의 소속사 이적이 활발해지면 방송 출연료 폭등이 불가피해진다”며 “방송국, 연예인, 기획사의 3각 공동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제한은 필수”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에 순환수렵장 ‘반쪽 운영’에 그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에 순환수렵장 ‘반쪽 운영’에 그쳐

    경기 파주와 인천 등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잇따라 발병하면서 자치단체들의 순환수렵장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7일 전국 자치단체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달 강원을 비롯해 충북,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전국 6개 시·도, 20개 시·군에 대해 ‘2019년 수렵장 설정’을 승인했다. 수렵장 설정 전체 면적은 1만 2335. 636㎢이며, 기간은 11월 28일부터 내년 2월 29일까지 3개월 간이다. 환경부는 이 기간동안 전국의 수렵인 4만 1000여명이 멧돼지 4만 9000여마리 등 모두 11만여마리를 잡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하지만 일부 시·도가 수렵인과 야생 멧돼지의 직·간접적 접촉으로 인한 ASF 확산을 우려해 올해 수렵장 운영 계획을 전면 취소하거나 잠정 보류했다. 경북도와 경남도, 강원도는 각 6개 시·군(안동·문경·청송·예천·봉화·영덕), 3개 시·군(함양·거창·합천), 2개 시·군(강릉·삼척)에 걸쳐 수렵장을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모두 취소했다. 야생 멧돼지가 ASF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경북도 관계자는 “산지는 물론 축사 인근 지역에서 수렵하다 보면 야생 멧돼지 이동이 잦아져 ASF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렵장이 운영이 구제역·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등으로 일시 중단된 적은 있었으나 이처럼 전면 취소된 사례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충북도(보은·옥천·영동), 전남도(순천·보성), 전북도(남원·진안·장수·임실)는 최근 수렵장 운영 계획을 고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SF 확산세가 빠르다고 판단될 경우 환경부가 수렵장 운영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지 결정을 내린다면 지자체별 수렵장 운영은 불가능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렵장이 개설될 다음 달 말쯤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해제 및 종식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농작물 피해 예방과 건전한 수렵문화 정착을 위한 수렵장 개설을 서둘러 취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는 야생 멧돼지가 돼지고기 가공품과 함께 ASF를 확산시킨 주요 매개체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멧돼지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의 ‘야생동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멧돼지 서식 밀도는 1㎢당 5.2마리에 달한다. 통상 전염병 전파가 어려운 기준치를 1㎢당 1마리로 보는데, 이를 훨씬 뛰어넘는 밀도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대부업자 실태조사 부실… 금융취약 계층 피해 우려

    전체 대부업자의 97%를 차지하는 자산 100억원 미만 및 개인 대부업자에 대한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6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등록된 법인·개인 대부업자 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8310개로 집계됐다. 이 중 개인 대부업자는 5525개로 전체의 66.5%를, 자산 100억원 미만 법인은 2538개로 30.5%를 차지했다. 이들 대부업자의 대출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2조 7083억원이며 거래자 수는 19만명이다. 금융 당국은 자산 100억원 이상 법인 247개(전체의 3%)에 대해서만 세부 조사를 실시하는 반면 자산 100억원 이하 법인은 연체율 현황, 자금 조달 현황 등만 파악한다. 특히 개인 대부업자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현황 외 아무런 조사도 하고 있지 않아 사실상 ‘무감독’ 상태에 놓여 있다. 이 의원은 “자산 100억원 미만 및 개인 대부업자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연 24% 수준의 고금리를 내고 있는 금융취약 계층”이라며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지 않아 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하면 금융소비자 피해 구제도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들끓는 벌레떼, 찜통·냉골 쪽방… ‘주거 지옥’ 젊어 고생 사절

    들끓는 벌레떼, 찜통·냉골 쪽방… ‘주거 지옥’ 젊어 고생 사절

    “제가 살던 하숙집은 가벽으로 공간을 쪼개 방을 나눠 놓은 곳이었어요. 에어컨은 복도에 딱 한 개라 여름에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고, 겨울에는 실내에서 털옷을 껴입어도 이가 덜덜 떨렸어요.”서울에서 10년째 자취 중인 김모(28)씨에게 집은 ‘그냥 잠만 자는 곳’이다. 대학 입학 이후 기숙사, 원룸, 하숙집을 전전한 김씨는 “그동안 ‘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안락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며 “비싼 방값에 비해 주거환경의 질은 턱없이 낮았다. 집이라는 단어는 답답함과 짜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열악한 환경에 몰려 주거 불안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거리로 나왔다. 성신여대 총학생회,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등 16개 학생회·학생단체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대학생 주거권 보장을 위한 자취생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유엔이 정한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지·옥·고(지하·옥탑방·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청년의 주거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유엔은 1986년 모든 시민에게는 안전한 곳에서 안락하게 생활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매년 10월 첫째 주 월요일을 세계 주거의 날로 정했다.●서울 거주 청년 3명 중 1명은 ‘주거 빈곤’ 청년층 주거 빈곤은 심각하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최저 주거기준(1인 가구 최저 14㎡)에 미달하거나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사는 가구 비율인 주거빈곤율은 청년층에서만 ‘역주행’ 중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이슈보고서 ‘지난 20년 우리가 사는 집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에 따르면 서울의 만 20~34세 1인 청년 가구 중 주거 빈곤 가구의 비율은 2005년 34.0%, 2010년 36.3%, 2015년 37.2%로 갈수록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국 빈곤 가구 비율이 20.3%, 15.6%, 12.0%로 꾸준히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서울 1인 청년 가구 빈곤 비율이 2000년 이후 계속 증가하는 것은 (반)지하, 옥탑, 고시원 등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곳에 사는 비율이 청년층에서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토부가 발표한 2018 청년 가구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층 10명 중 1명이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곳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 옥탑에 거주하는 비율도 2.4%였다.‘자취생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대학생 천기주(20)씨는 자신을 ‘하우스 푸어’라고 소개했다. 천씨는 “지난해 기숙사에 살 때만 해도 좁은 곳에서 여럿이 사는 게 싫어 자취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런데 기숙사 선정에서 탈락해 하는 수 없이 자취를 시작하니 그 생각이 다 깨졌다”고 말했다. 그는 “개강 직전 남은 방은 창문이 없는 9.9㎡(약 3평)짜리 고시원뿐이었고, 폐쇄회로(CC)TV도 없어 불안했다”면서 “조금이라도 나은 집을 찾아 헤매다 결국 학교에서 버스로 30분 떨어진 곳에 있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6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수도세와 관리비 10여만원은 별도다. 매달 집이라는 공간을 사용하는 대가로만 한 학기 기숙사비(70만원)와 비슷한 수준의 돈을 내야 한다. 대학생 김혜린(25)씨는 “부모님께 기대지 않고 자립하고 싶다는 마음에 몇 년 전 친구와 같이 자취를 하기로 결심했는데, 처음 집을 구할 때 영화 ‘기생충’에 나왔던 것보다 심한 곳이 많아 충격이 컸다”며 “보증금 300만원, 월세 33만원을 주고 겨우 계약한 집은 도넛 등 과자를 상온에 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개미 떼가 모여들고, 해가 들지 않아 식물이 말라 죽는 곳이었다. 그곳은 아무리 꾸며도 결코 ‘안식처’가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이들처럼 그나마 ‘창문 있는 방’에서 살기 위해선 월세 푸어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 국토부의 2018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가구의 자가점유율(자기 소유의 주택에 자기가 사는 비율)은 18.9%로, 취약층 외 일반 가구(57.7%)는 물론 신혼부부(48%)에 비해서도 훨씬 낮았다. 대신 월세 거주 비율은 51.7%에 달했다. 자취생 총궐기 기획단이 지난 5월 서울지역 대학 자취생 3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월평균 생활비의 52.7%에 달하는 49만원을 주거비에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5명 중 1명은 최저 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살고 있었다.대학생 주솔현(24)씨는 “창문이 A4용지 크기 정도밖에 안 되는 12㎡(약 3.5평)짜리 원룸에서 산 1년은 제일 병원에 많이 갔던 기간”이라며 “환기가 거의 되지 않아 요리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매끼를 사 먹었는데 가격이 싼 패스트푸드나 라면을 자주 먹다가 응급실에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을 보러 다닐 때 부동산 관계자가 ‘학생들은 좁은 데서도 잘산다’고 한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면서 “공교육에서 의식주가 인간의 필수조건이라고 가르쳤으면 우리 같은 자취생이 고시원과 반지하에서 겨우 연명하는 현실에 대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청년 하우스 푸어 막으려면 적극적 정책 필요” 청년층의 주거 빈곤이 계속되는 건 주거 안정을 통해 안정적 생활을 이어 가는 이른바 ‘주거 사다리’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소득 대부분을 비싼 월세로 지출하는 탓에 미래에 대한 대비도, 주거환경 개선도 불가능하다. 인천에서 2년째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생 한모(22)씨에게 ‘개강’은 한 학기의 시작이자 아르바이트가 또다시 시작되는 시기다. 한씨는 “종일 학교 주위 원룸을 보러 다니다 겨우 계약한 방이 보증금 300만원에 월 38만원짜리인 지금의 집”이라며 “월세가 생활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기 때문에 항상 돈이 부족하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저축이나 취미 생활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취업준비생 조모(28)씨는 “좁은 공간이지만 혼자 사는 것 자체가 부모님에게 죄송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 때부터 매달 월세 50만원을 부모님에게 받고 있다는 조씨는 “지금까지 주거비만 어림잡아 3000만~4000만원 정도 들었다”고 전했다.청년의 주거환경은 수십년째 ‘사각지대’에 있다. 그러나 맞춤형 대책은 마련되지 않는다. 정부의 사회 초년생, 청년, 신혼부부 주거 정책에 대해 당사자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공하는 행복주택의 계약률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평균 67%에 그쳤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등의 계약률은 90% 이상이었지만 다른 지역은 20~40%에 불과했다”며 “행복주택이 청년이 거주하기엔 너무 외곽에 있거나 청년 인구 비율이 적은 지방에 지어지는 등 수요 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세 보증금을 지원하는 청년 전세 임대주택 역시 한계가 크다. 지원 자격이 까다롭고, 치열한 경쟁 끝에 ‘당첨’된다 해도 지원 금액이 제한적이라 현실 물가를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청년 전세자금 대출로 집을 구한 직장인 차모(25)씨는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대출금을 끌어모아 1억원을 만들어도 16.5㎡(약 5평) 정도의 작은 공간만 구할 수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조금 더 넓은 곳으로 가는 대신 교통 인프라를 포기했다”며 “LH 전세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매물도 많아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차씨는 “기껏 당첨돼도 집 같은 집을 구하기는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자 그 뒤로는 ‘어차피 아등바등 돈 벌어도 집은 절대 못 산다’는 생각만 들었다”면서 “돈을 저금하는 대신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며 소비하는 방식)하며 살고 싶다”고 토로했다. 청년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근형 자취생 총궐기 기획단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주거비가 월 소득의 20%를 넘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수도권 지역 자취생 대부분은 소득의 절반을 주거비로 쓰는 게 현실”이라면서 “청년 대상 주거지는 임대료를 월 15만원 수준으로 정하고 최저 주거기준 이하인 주택은 개선 권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서 민달팽이유니온 정책국장은 “행복주택 등 상당수 정책은 중산층 이상이 접근 가능한 정책”이라며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전·월세 인상률 상한을 도입하고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처럼 민간 자본을 이용해 저렴한 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제안도 있다. 영국이 2011년부터 도입한 ‘부담 가능한 주택 프로그램’(Affordable Homes Programme·AHP)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사례다. 서울연구원이 2017년 발간한 정책리포트에 따르면 영국은 임대료가 낮은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2020년까지 공공이 민간 공급 주체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국가가 재정 부담을 안고 모든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대신 민간에 보조금을 줘 새로운 주택 건설을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 역시 1986년부터 저소득층 주택을 짓는 민간 개발자에게 10년간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가나다’에서 시작된 차별… ‘다문화’ 소외·학폭·혐오 키운다

    ‘가나다’에서 시작된 차별… ‘다문화’ 소외·학폭·혐오 키운다

    [2019 이주민 리포트-코리안드림의 배신] <5>느린 아이를 기다려주지 않는 교실학교 교실 문을 열어보면 한국이 얼마나 급격히 이주 사회로 접어드는지 체감할 수 있다. 국내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자녀(국제결혼 및 외국인 자녀)는 올해 13만 7225명으로 2012년(4만 6954명) 이후 7년 새 3배 증가했다. 전체 학생 중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2.5%로 7년 새 1.8% 포인트나 뛰었다. 저출산 탓에 늘어난 빈 책상을 이 아이들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느린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않는 한국의 교실이다. 입시 속도전 앞에서 말조차 서툰 다문화 학생들은 혼란과 소외감을 느낀다. 더딘 학습 속도와 다른 생김새 때문에 또래들의 따돌림에 시달리는 일도 적지 않다. 우리 사회 미래 주역 중 한 축이 될 다문화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정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고르는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해요?”(교사), “갈비…탕이요. 우즈베크에서 먹어봤어요.”(학생) 지난 4일 충남 아산 신창중학교의 한 교실에서는 이고르 이브라모비치(가명·15)와 4명의 친구들을 위한 ‘느린 수업’이 열렸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자란 이고르는 한국의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게 된 아버지와 함께 1년 전 한국에 처음 왔다. 애초 한국어를 전혀 못했지만 이젠 발음만 다소 서툴 뿐 의사소통엔 큰 문제가 없다. 학교가 그를 지원하며 기다려준 덕이다. 이 학교에서 외국 출생 학생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전체 재학생(229명) 중 이주 배경 학생이 37명(16.1%)이나 된다. 아산 시내 공장 등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온 부모를 따라 입국한 아이들이 많다. 학교 측은 이주 학생 수가 늘자 한국어학급을 따로 만들어 우리말과 문화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영어나 수학 등 다른 주요 과목 시간을 조금 줄이더라도 한국어부터 따라잡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학교에서 다문화 교육을 담당하는 이제희 교사는 “한국이 낯선 외국 학생과 외국 친구들을 처음 접하는 한국 학생들이 서로 잘 어울리도록 다문화 교육을 시작한 것”이라면서 “낯선 경험이지만 교사와 학생이 함께 노력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난감한 학교 사실 이고르는 운이 좋은 편이다. 국내 모든 다문화 학생들이 ‘기다려주는 교육’을 받지는 못한다. 이주 배경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일일이 챙길 여력이 없다. 올해 기준 전국 1만 1943개 초중고 가운데 한국어학급이 설치된 다문화 중점학교는 211개뿐이다. 방치된 다문화 아이들은 언어장벽에 막혀 혼란을 겪는다. 6년 전 우간다의 군부독재 정권을 피해 부모와 함께 한국으로 온 난민 고교생 아드로아 오챙(가명·18)에게 칠판 위 한글은 외계어와 다를 게 없었다. 영어 수업만 겨우 알아들을 뿐 국어와 수학, 과학 등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교육을 담당하는 이규배 교사는 “학생 1~2명을 두고 따로 다문화 학급을 운영하긴 어렵다”면서 “이 때문에 다문화 학급이 있는 학교로 외국 학생이 몰려 그곳의 교육 여건도 악화된다”고 전했다. 가나다를 배우는 속도에서 생긴 차이는 다른 과목의 성취도 격차로 이어진다. 또, 말이 안 통하면 또래와 어울리기도 쉽지 않다. 결국 소외의 늪으로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보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그 이유로 ‘학교 공부가 어렵다’(63.3%)거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서’(53.5%) 등을 가장 많이 들었다. 강은이 다누리지역센터장은 “학교는 지식을 얻는 곳일 뿐 아니라 또래나 교사와의 관계를 형성해 가는 곳”이라며 “한국어가 안 되면 힘들 때 상담을 요청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어에 서툰 다문화 학생들에겐 한국인의 표정,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이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실 안에서 배제된 다문화 학생들은 차별은 물론 따돌림이나 학교폭력까지 경험한다. 여가부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 자녀의 8.2%가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3년 전 조사(5.0%)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최근 한국 사회 전반에 퍼진 외국인 혐오 정서가 교실에까지 스며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인천에서 러시아 다문화 학생 A군이 자신을 괴롭히는 또래를 피하려다가 추락사한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일부 다문화 아동·청소년들은 끝내 학교를 그만두기도 한다. 여가부 조사에 따르면 학교를 그만둔 다문화 아이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 다니기 싫어서’(46.2%)가 가장 많았고 친구와 선생님과의 관계 때문에(23.4%), 편입학 및 유학 준비(14.1%), 학비 문제 등 학교 다닐 형편이 안돼서(12.9%) 순이었다. #예산 늘지만… 여전한 사각지대 중앙 정부나 각 시도교육청들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서울신문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다문화 교육 예산을 전수분석해보니 다문화 교육 예산(교육청 본예산+교육부 특별교부금)은 2016년 224억 1120만원에서 꾸준히 늘어 올해는 371억 4320만원이 됐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조금 더 세세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한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실이 각 시도교육청에 다문화 학생 관련 사업 추진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물었더니 교육청들은 인력 부족 문제를 가장 먼저 꼽았다. 다문화 교육을 전담하는 전문 교사가 부족해 다른 업무를 하는 교사들이 떠맡다 보니 업무 부담이 커져 다문화 학생은 물론 다른 학생 교육도 충실히 준비하기 어려워진다. 다문화 학생이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 수요 예측조차 안 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한 다문화교육 담당 교사는 “초·중학교 과정이 의무교육인 한국인 학생과 달리 다문화 학생은 따로 관리가 되지 않기에 당장 내일 몇 명이 입학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다문화 학생이 입학하면 이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이 원활히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다문화 학생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예산, 전담인력 등 지원이 시급하다”며 “특히 학생의 지역, 소득, 사회적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도록 교육부, 여가부, 법무부, 지자체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산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서울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위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신문과 베트남 국영통신 VNA가 공동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닮아가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닮아가는 중국

    중국 인민은행이 갑작스레 전국적인 가계부채 실태 조사에 나선다. 중국은 이미 높은 수준의 정부부채와 고질적인 기업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에도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인민은행이 이달 중순부터 중국 전역의 3만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과 소비지출, 금융자산, 주택담보대출, 기타 부채 등 가계금융 현황을 전면 조사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 가계부채의 상환 능력을 점검하고 거시 경제정책을 마련에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가계대출의 절반을 넘어선 주택담보대출의 건전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가계금융 현황 조사는 은행 지점에서 고객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뤄진다. 롄핑(連平) 자오퉁(交通)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의 가계 대차대조표 조사는 일반 가계의 전반적인 부채 상황과 구조, 이에 영향을 받는 소비 능력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가계부채는 미국과 영국, 일본 선진국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는 국면에서 그 비율이 오히려 높아지는 바람에 중국 금융당국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인민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현재 중국 가계부문의 부채 잔액은 무려 40조 5000억 위안(약 6830조원)에 이른다. 전년보다는 21.4%, 2008년보다는 7.1배나 폭증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에서도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8년 17.9%에서 2017년 48.4%로 2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중국의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은 6.2%로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경기 침체 속도가 가팔라진 상황에서 가계부채 비율을 오히려 증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중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지난해 말보다 2.1%포인트 상승한 55.3%에 이른다고 중국사회과학원 국가금융·발전실험실이 밝혔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엔 61%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때문에 중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8년 42.7%에서 지난해 117.2%로 치솟아 미국을 앞질렀다.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7년 135%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01%로 하락했다. 류레이(劉磊) 국가금융·발전실험실 국가자산부채표연구센터 연구원은 “가장 우려스러운 일은 부동산 자산에서 비롯된다”며 “부동산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으면서 부동산담보대출 증가에 따른 위험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는 만큼 대출을 받아서라도 주택을 구입하겠다는 수요가 많은 까닭이다. 중국 시난(西南)재경대학 연구팀이 2017년 중국 도시 지역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동산이 이 지역 가구 자산의 78%를 차지했다. 중국인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계속해서 부동산 부문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말 중국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나 급증한 28조 위안을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택구입 대출은 금융기관의 가계부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주택구입대출이 중국의 가계부채를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문제는 주거 목적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했을 때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투기’ 목적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 가구가 많은 상황에서 집값이 폭락하면 금융기관이 심각한 부담을 안게 된다는데 있다. 이런 금융기관이 많아지고 금액이 크면 클수록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비슷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다. SCMP는 “주택담보대출이 중국 전체 가계대출의 54%에 이른다”며 “가계부채 실태 조사는 중국의 가계가 부동산 가격 하락에 얼마나 취약한지, 이것이 국가 차원에서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지 등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리스크가 큰 기업대출보다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개인대출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긴다. 금융기관들은 대출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기업이든 개인이든 상관치 않으며 기본적으로 부동산이든 월급이든 담보를 잡고서야 대출을 해주고 있다. 인민은행 신용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대출자는 5억 4000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6000만명이 늘어나는 등 지난 3년간 신규 대출자는 1억 6000만명, 현금서비스와 대부업체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2억명 정도가 새로 늘어났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황제 대접’을 받고 자라난 20대의 과도한 소비 성향도 한몫을 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9년까지 태어난 3억 3000만 명에 이르는 중국인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미국인들처럼 저축보다는 소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폭스바겐 차이나의 시장 조사·고객 정보 담당자는 중국 자동차 구매자 중 4분의 1 가량이 30세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30대 미만의 자동차 구매자는 오는 2025년 60%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알리바바 소속 계열사인 마이진푸(螞蟻金服·Ant Finacial) 등과 같은 온라인 대출업체들이 제공하는 단기 대출도 20대들의 소비 성향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대출 추천사이트 룽360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대출을 받았다고 응답한 이들 중 절반 가량이 1990년대생들이다. 이들은 여러 대출업체에서 대출을 받았으며 3분의 1 가량은 다른 빚을 갚기 위해 단기 대출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절반 가량은 대출을 갚지 못했다고도 했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대출 방식은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간편결제수단 알리페이에 내장된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 대출 ‘화베이’(花唄)이다. 마이진푸가 2015년 4월 출시한 화베이를 통해 대출해준 규모가 1조 위안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고 WSJ가 전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뒤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의 한 축구클럽에서 일하고 있는 양후이쉬안(楊慧軒·22)은 “학교에 다닐 때부터 화베이를 알게 됐고 외식비와 화장품값, 옷값을 내기 위해 매달 100달러 정도를 빌려 썼다”면서 “화베이는 정말 중독성이 강하다. 내가 실제로 돈을 안 쓰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에서 마케팅 직종에서 근무하는 류비팅(劉碧婷·25)도 1만 위안에 이르는 급여를 임대료와 외식, 취미생활 등에 모두 지출한다. 그는 “우리 세대는 돈을 써아할 물건 정도로 여긴다”면서 “우리는 (부모세대와 달리) 저축도 잘 하지 않고 관심도 별로 없다”고 털어놨다. 이런 만큼 해외를 방문한 중국인들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다. 중국 최대 여행사이트 셰청(携程·Ctrip)과 마스터카드 등에 따르면 이들은 1980년대생보다 여행당 지출 규모도 더 큰 편이다. 20대들의 자유분방한 소비는 중국 경제 다변화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비바(阿里巴巴), 중국 최대의 인터넷 및 게임서비스 업체 텅쉰(騰訊·Tencent) 등 정보기술(IT)기업의 성장을 도운게 사실이지만 가계부채 증가라는 부작용도 불러왔다고 WSJ는 비판했다. 소비생활을 위한 가계대출은 결국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탓에 이미 높은 수준인 정부부채와 급증하는 기업부채와 더불어 중국 경제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오둥(陶冬) 홍콩 크레디트스위스 이코노미스트는 “이 세대(중국 20대)은 불황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면서 “어떤 소비자 대출 붐도 항상 시험을 받게 된다. 예외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18살에 IS 가입, 집에 가고 싶다던 英 ‘지하디 잭’ 근황 우연히 포착

    18살에 IS 가입, 집에 가고 싶다던 英 ‘지하디 잭’ 근황 우연히 포착

    미국 CBS 카메라에 ‘지하디 잭’으로 잘 알려진 영국인 청년 잭 레츠가 포착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CBS는 지난달 17일, IS에 가담했다가 억류된 미국 시민권자들의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직접 시리아 쿠르드족 교도소를 방문한 CBS는 5000여 명에 달하는 수감자 대부분이 IS 가입을 후회하며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지만 여의치 않다고 보도했다. CBS는 시리아 교도소 내부도 촬영해 공개했는데, 이 과정에서 우연히 수감자들에 섞여 있던 잭 레츠의 모습이 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잭 레츠의 부모는 2년 전 쿠르드족 민병대에게 포로로 잡힌 뒤 수감된 아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CBS 영상을 통해 처음 확인했다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잭의 어머니 샐리 레인(57)은 “적십자사를 통해 아들의 근황을 알아봐달라고 호소했지만, 위험하다는 이유로 늘 거절당했다”라면서 “아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강박 장애와 투렛 증후군(틱 장애)을 앓던 잭 레츠는 16세 무렵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본격적으로 지역 이슬람 사원에 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급진적 이슬람 교도로 변한 잭은 2014년 영국 옥스퍼드를 떠나 시리아로 넘어갔고 IS에 가담해 다시 귀국하지 않았다. 그런 잭이 심경의 변화를 내비친 것은 2017년 중순부터다. 잭은 자신이 IS에 대항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은신하고 있으며, 미국이 IS를 증오하는 것 이상으로 증오한다며 달라진 입장을 드러냈다.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에게 붙잡혀 시리아 교도소에 갇힌 뒤에는 귀국을 강력히 희망했다. 2017년 6월 감옥에서 BBC와 만난 잭은 “내가 ‘영국의 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지난 2월 영국 lTV와의 인터뷰에서는 즉흥적인 처벌이 내려지는 시리아를 벗어나 적절한 처벌을 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레츠 부부 역시 아들이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애원했다.정부의 반응은 냉담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5월 잭에게 돈을 부쳤다는 이유로 레츠 부부에게 ‘테러세력 지원’ 혐의를 적용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5개월을 선고했다. 지난 8월에는 잭의 시민권도 박탈시켰다. 캐나다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캐나다 시민권 역시 소지하고 있는 잭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캐나다 정부에도 지원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이에 대해 잭의 부모는 “시민권 박탈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있으면 영국으로 데려와 재판에 회부하고 감옥에 보내라”라고 간청했다. 특히 CBS 카메라에 찍힌 잭의 모습을 접한 뒤에는 “이것이 정말 민주주의가 이 문제를 다루는 최선의 방법이냐”라고 항변했다.데일리메일은 그러나 감옥에 수감된 잭의 영상이 정책에 어떤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한다. 데일리메일은 “잭의 부모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 그를 꺼내준다면 법을 준수하는 다른 영국인들은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는 영국 내무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캐나다 외무부 역시 언급을 회피했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잭을 포함해 60명 이상의 영국인이 IS에 가담했다가 붙잡혀 시리아 쿠르드족 수용소에 수감돼 있다. 여기에는 런던 출신으로 IS의 살해전담조직인 ‘비틀스’ 소속인 엘 샤피 엘쉬크(31)와 알렉산다 코테이(35)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법서라] ‘황제소환’ 논란 다음날, 檢 ‘공개소환’ 폐지…“왜 지금?”

    [법서라] ‘황제소환’ 논란 다음날, 檢 ‘공개소환’ 폐지…“왜 지금?”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검찰총장은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하고, 수사 과정에서 이를 엄격히 준수할 것을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습니다.”4일 오전 11시, 대검찰청 기자단에 급작스런 공지사항이 전달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입니다. 비공식적으로 결정 취지를 설명하는 ‘백브리핑’을 바로 30분 뒤에 열겠다는 통보도 함께였습니다. 하필 이날 헌법재판소 국정감사도 진행되고 있어 법조기자들은 매우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갑작스러웠죠. 통상 대검이나 법무부와 같은 기관은 중요한 정책 결정이 있으면 미리 기자단에 상의해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보도를 중지하는 것) 시간을 정합니다. 그러나 이날 결정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뤄졌습니다. ‘전면 폐지’라는 큰 결정이 얼마나 급박하게 공지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공개소환을 폐지한다고? 윤 총장의 지시사항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검찰은 그간의 수사공보 방식과 언론 취재 실태 등을 점검하여,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검찰수사에 대한 언론의 감시·견제 역할과 국민의 알권리를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는 공개소환 방식에 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검찰 내·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검찰총장은, 향후 구체적인 수사공보 개선방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이라도 우선적으로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고, 수사 과정에서 이를 엄격히 준수할 것을 전국 검찰청에 지시하였습니다.”간단히 요약하면 ‘미리 검찰 소환 대상과 소환 시간을 알리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수사기관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사실, 즉 ‘피의사실’을 함부로 공개할 수 없습니다. 사문화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피의사실공표죄’는 엄연히 존재하죠. 다만 수사기관의 공보 원칙을 규정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 제17조 예외적 실명 공개 조항에 따르면 오해의 방지 또는 수사 및 보도의 공정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실명과 구체적인 지위를 공개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차관급 이상의 입법부·사법부·행정부·헌법재판소·선거관리위원회·감사원 소속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교육감, 치안감급 이상의 경찰공무원 등 ▲정당의 대표, 최고위원 및 이에 준하는 정치인 ▲대규모 공공기관의 장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명시된 금융기관의 장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기업 대표이사 등이 그 대상입니다. 이러한 원칙 아래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고위공직자들은 모두 포토라인 앞에 섰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검찰은 사전에 소환 일시를 밝히는 ‘공개소환’을 하고, 언론은 그에 맞춰 검찰청 앞에 ‘포토라인’을 설치합니다. 앞서 언급한 세 고위공직자들은 안전 유지 차원에서 모든 기자들이 다가가진 않고 미리 선정한 기자 1~2명이 대표로 질문하지만, 일반적인 포토라인은 기자들이 소환자를 둘러싸고 여러 질문을 던지는 풍경으로 기억됩니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장면이겠죠. ●폐지, 언제부터 준비했나? 사실 공개소환과 포토라인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해 시작했던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입니다. 그전에도 문제제기는 있었으나, 이번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은 사법행정권남용 의혹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전직 고위 법관들이 줄줄이 공개적으로 소환됐죠. 나아가 피의자뿐만 아니라 참고인 신분에 불과했던 현직 법관들도 포토라인에 서야 했습니다. 물론 이들은 공보준칙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언론 상에 얼굴까지 공개되진 않았습니다만, 결과적으로 기소되지 않은 법관들까지 포토라인에 서야 했죠. 이에 판사들을 중심으로 공개소환과 포토라인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수사대상이 되니까 갑자기 문제 삼느냐’는 비판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공개소환과 포토라인 폐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인권보호 차원에서 포토라인이 폐지돼야 한다는 쪽이 많은 설득력을 얻었죠. 전임 법무부 장관인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 같은 포토라인을 본격적으로 폐지하기 위해 공보준칙 변경에 나섰습니다. 비록 본격적인 시행까지 나서진 못했지만, 사전 준비작업을 상당히 끝마쳤습니다.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 체제에 들어서 본격적인 공보준칙 개정 작업에 들어갔고, 검찰도 이를 기다리던 상황이었습니다. ●갑자기, 왜? 그런데 법무부가 공보준칙을 완성 짓기도 전, 이날 대검이 갑작스럽게 공개소환 전면 폐지를 선언하고 나선 겁니다. 대검은 윤 검찰총장 취임 직후 준비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향후 구체적인 수사공보 개선방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이라도’라는 문장을 통해 법무부 개정을 기다리지 않고 검찰이 할 수 있는 선제조치는 먼저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죠. 대검 관계자는 별도로 “시행 가능한 인권보장 정책은 바로 즉시 시행 가능하도록 발표하고, 일선에서 실행할 계획”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공개소환 폐지는 공보준칙 개정이 없더라도 검찰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의미죠. 문제는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황제소환’ 논란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입니다. 정 교수는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청사 1층 현관이 아니라 수사관과 함께 직원들이 사용하는 지하통로를 통해 조사실로 올라갔습니다. 이미 비공개 소환이었던 것이죠. 이후 건강문제를 호소하며 출석 8시간 만에 다시 비공개로 검찰청사를 빠져나갔습니다. 정 교수는 현재 단순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입니다. 일반 피의자들 대부분, 특히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도 현관을 통해 들어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가히 ‘특혜’라고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여전히 정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는 수차례 더 예고돼 있고, 나아가 조 장관 본인 역시 검찰에 소환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정 교수는 5일에도 비공개로 재소환됐죠.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온 공개소환 전면폐지안은 결국 조 장관 일가 수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많은 기자들이 이 같은 지적을 했지만, 대검 관계자는 ‘계기가 무엇이든지를 떠나서’ 인권보장 정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고자 시행한다고만 반복했습니다. 결국, 이번 조치는 원활한 조 장관 수사를 위한 발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부와 경쟁적으로 제시하는 자체 개혁안의 일환으로 보이기도 하죠. 이와 함께 고위공직자 수사를 검찰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을 일컫는 ‘깜깜이 수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대검은 ‘공개소환 전면폐지’라는 큰 방향으로 향후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세부방안은 추가로 논의한다고 밝혔습니다. 괜한 오해를 사지 않고 인권친화적인 검찰로 거듭날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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