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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기본권은 남 얘기’, 못 자고 못 먹는 방송스태프의 열악한 노동환경

    ‘노동기본권은 남 얘기’, 못 자고 못 먹는 방송스태프의 열악한 노동환경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영화 ‘기생충’은 작품성 뿐 아니라 노동인권 측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제작스태프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해 근로시간과 적절한 휴게시간을 준수하며 촬영을 진행한 게 알려지면서다. 영화계의 이같은 ‘정치적 올바름’ 행보는 방송·드라마 제작 현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촬영장은 노동기본권 실종 상태다. 노동기본권은 노동자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해 보장하는 기본권 전부를 말한다. 노동자가 생존하려면 식사는 물론 적절한 휴게시간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현실에선 잘 실현되지 않고 있다. 배우들의 인터뷰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밤샘 촬영’이라는 고강도 노동이 신변잡기식 에피소드로 취급될 만큼 관련 인식도 성숙하지 못한 상태다.관행이란 무게에 눌려 현장에서 직접 문제제기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실상 밤샘 촬영은 ‘노동착취’다. 촬영장 속 스태프들은 인간의 기본 욕구인 수면과 식사를 참아야 한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 지부는 하루 근로시간을 평균 16~18시간으로 표준계약서를 권고 했지만, 이 시간 자체가 하루 24시간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장시간 노동인데다 이를 초과하는 경우도 많다. 과거 19년 동안 영상 후반작업에 종사했던 한 스태프는 “잠을 자지 않고 최대 150시간 까지 일을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제작사가 표준근로계약서를 수용할 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스태프들이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면 다른 팀과 계약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스태프노조 측은 귀띔했다. 최근 인기작인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일부 스태프는 종영 때까지 근로계약을 맺지 못한 채 일했다.근로시간 외에도 근로량, 보수 수준, 복리후생, 작업환경 안정성 등 많은 부분에 문제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년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방송제작 참여 기간 동안 평균 노동시간은 주 58.5시간으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본 근로시간인 40시간을 훌쩍 넘는다. 그나마 전년도 평균 주당 노동시간 67.3시간보다는 줄었지만, 지난해 조사에서도 여전히 가장 많은 노동시간을 묻는 답변에 평균 주 75.2시간이란 ‘기록적 수치’가 나오기도 했다. 일주일 평균 노동일수는 5.4일로, 역시 전년도 평균 주 5.7일보다 단축됐다.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지만 밤에 근무하는 시간이 많고 불규칙한 근무 여건 문제는 여전히 해결 기미가 잘 안보이고 있다. 노동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현장은 드라마 제작현장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관행이란 이름의 근로시간 연장이 만연하고 휴게시간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 제작 환경에서 방송 콘텐츠의 질이 나빠질 것이란 얘기다. ‘기생충’은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스태프들의 노동인권을 보장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방송, 영화 일터에서 모든 제작 스태프들이 기생충의 사례를 본받게 됐다는 ‘기분좋은 소식’을 기대한다. 이상훈 PD kevin77@seoul.co.kr
  • 동대문 민원서비스, 행안부·권익위서 3년 연속 최고 등급

    서울 동대문구가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 공동 주관 ‘2019년도 민원서비스 종합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가 등급’을 획득했다고 15일 밝혔다. 연속 3년째 최고 등급이다. 구에 따르면 24시간 민원서류 발급이 가능한 ‘무인민원 발급기’ 외부 설치, 생명·안전 관련 분야의 긴급 민원 처리 체계 구축, 전 구민을 대상으로 생활안전보험 가입 등 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처음 평가 지표로 반영된 국민신문고에 대한 민원 접수 및 처리, 국민의견 반영 정도 등 ‘주요 국정기조’ 부문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구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민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해 온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모든 구민들이 편리하게 민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9년도 민원서비스 종합평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앙행정기관, 시도 교육청 등 모두 304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2018년 10월 1일부터 지난해 9월 30일까지의 행정 서비스에 대해 민원행정 관리기반, 민원제도 운영 및 처리 실태, 민원만족도 등 3개 분야 5개 항목 10개 지표에 대한 서면평가 및 민원만족도 조사가 이뤄졌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노원 아파트 직원 죽음 뒤엔 수년간 ‘눈먼 돈’ 횡령 있었다

    노원 아파트 직원 죽음 뒤엔 수년간 ‘눈먼 돈’ 횡령 있었다

    민원 수준 따라 우선 감사 대상 정해져 실제로 감사받는 건 1년에 10~20곳뿐 몇몇 쉬쉬하면 감사 대상 될 확률 낮아져 비리·부실 단지당 17건꼴… 감시 ‘사각’최근 서울 노원구, 강남구 등의 아파트 관리비 횡령 의혹 사건이 연달아 드러나고 직원과 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그 운용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관리비 횡령 의혹은 수년째 반복되지만, 이를 투명하게 감시할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15일 노원구는 구와 서울시가 지난 6~10일 노원구 A아파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회계감사 결과 최근 10년간 장기수선충당금 9억 9000만원이 횡령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횡령 추정액 중 2017~2019년 사라진 3억 4000만원은 관리사무소 경리직원의 개인 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는 수취인이 불명확해 경찰의 계좌 추적 결과를 참고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6일 이 아파트 경리직원은 관리소장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메시지를 받은 소장도 나흘 뒤 근무지인 아파트 지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남구 아파트에서도 전직 관리사무소장 5명이 4억 2000여만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해당 아파트 동대표회의가 지난 2일 이들을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아파트 관리비 횡령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관리비가 투명하게 공개, 감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맑은 아파트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며 각 구청에서 아파트 관리비에 대해 감사를 벌일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현재 구청에서 실시하는 아파트 관리 실태조사는 300가구 이상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하는데, 그나마 실제 조사는 1년에 10~20개 아파트단지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노원구에는 총 243개 단지가 있지만 300가구 이상인 아파트단지는 116개뿐이다. 이 중에서도 2014년부터 지금까지 감사가 이뤄진 단지는 68개에 불과하다. 문제가 된 A아파트는 그동안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감사 대상 아파트는 민원 수준에 따라 정해진다”며 “관리비 관련 민원이 구청으로 들어오면 먼저 감사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아파트 관리비는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2018년 아파트관리 합동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 20개 단지에서 적발된 비리·부실 건수는 338건이었다. 단지당 17건꼴이다. 입찰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업체에 발주한 사례 등 ‘공사·용역’ 분야가 120건으로 가장 많았고 회계가 제대로 맞지 않는 등의 ‘예산·회계’ 분야가 94건으로 뒤를 이었다. 송주열 아파트선진화운동본부 회장은 “현재 아파트관리 비리를 견제할 수 있는 기능 자체가 거의 없다”며 “주민이 문제를 인지했을 때 공론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관리규약에 포함하는 등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50세에 대리, 月152만원 ‘콜’에 생계 짊어지다

    50세에 대리, 月152만원 ‘콜’에 생계 짊어지다

    64% “일시적 돈벌이 아닌 전업 노동” 평균나이 대리운전 50세·가사돌봄 55세 하루 8.2시간 일해도 최저시급 못 미쳐 “호출 기다리며 초 단위 경쟁 시달려”젊은이들의 일시적 돈벌이 수단으로 간주되던 플랫폼 노동에서 사실은 전업 노동 비중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6명은 플랫폼 노동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렸다. 특히 평균연령 40세가 넘는 가사돌봄·대리운전·화물운송 분야 종사자들은 본인의 소득이 가계소득 중 80% 이상을 차지했다. 하루 평균 8시간을 넘게 일했지만 월평균 소득은 152만원에 그쳤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5일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플랫폼노동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개별·집단면접을 진행했으며 플랫폼 노동자 82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전화 설문조사를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조사 대상자(808명·무응답자 등 제외) 가운데 519명(64.2%)은 플랫폼 노동 외 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임금근로자는 125명(15.5%)이었고 프리랜서 111명(13.7%), 자영업 51명(6.6%) 순이었다. 또 가계에서 벌어들이는 총소득 대비 플랫폼 노동자들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78.9%였다. 가사돌봄(평균연령 55.4세) 종사자가 91.2%로 가장 높았고 화물운송(45.9세) 85.7%, 대리운전(50.3세) 80.8% 순이었다. 플랫폼 노동자의 평균 노동 시간은 주 5.2일(하루 8.22시간), 월평균 소득은 152만원에 그쳤다. 2020년 기준 최저시급 기준(주 40시간, 유급 주휴 8시간) 월급이 최저 179만 5310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플랫폼 노동자는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는 셈이다. 장귀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부설 노동권연구소장은 “플랫폼 노동은 일감이 매우 불규칙하고 다음 일감이 언제 들어올지 보장이 없어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또 배달 등 호출이 뜨면 즉시 반응해야 하는 호출형 플랫폼 노동자들은 일감을 얻기 위해 초 단위로 경쟁하고 있어 일거리가 들어왔는지 항상 확인하느라 일을 하지 않을 때도 일에 신경써야 했다”고 밝혔다.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자는 형식으로는 자영업자이지만 실제로는 임금근로자인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판별해 적극적으로 임금근로자로 인정해 주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민주, 20·30대 표심 잡는다 “1호 공약은 ‘무료 와이파이’”

    민주, 20·30대 표심 잡는다 “1호 공약은 ‘무료 와이파이’”

    “전국 무료 와이파이 시대 열겠다” 목표더불어민주당은 15일 4·15 총선 1호 공약으로 2022년까지 버스·터미널 등 교통시설과 박물관, 전통시장 등 전국 방방곡곡에 공공 와이파이(WiFi) 5만 3000여개를 구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공공와이파이 정책을 통해 모든 가계가 데이터통신비 절감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특히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20~30대 청년층의 표심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주재한 가운데 총선공약 발표식을 갖고 “이번 총선에서 ‘안전한 공공 와이파이를 방방곡곡으로 확대·구축해 ’전국 무료 와이파이 시대‘를 열겠다는 새로운 약속을 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국은 2017년 기준 스마트폰 당 데이터 이용량 중 와이파이 부하분산(이동통신 데이터를 와이파이망으로 분산하는 것) 비율이 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3개 국가 중 최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터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 공공와이파이를 확대 구축해 사회 취약계층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국민의 가계통신비 경감에 기여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특히 공공 와이파이 확대 정책을 통해 20~30대 청년층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올해 전국 모든 시내버스에서 공공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5100대를 추가로 구축하고, 와이파이 설비가 없는 초·중학교(2956곳)과 고등학교(2358곳) 등 5300개소를 추가로 구축할 방침이다. 또 시민들 이용이 많은 터미널 등 교통시설(2000곳), 문화·체육·관광시설(1000곳), 보건·복지시설(3600곳)에도 무료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내년부터 2022년까지는 총 3만 6000여개의 공공와이파이를 추가로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전국 모든 마을버스(2100여대), 전국 모든 버스정류장·터미널·철도역(2만곳), 박물관·미술관·도서관, 체육시설, 전통시장, 관광지 등 문화·체육·관광시설(4200곳), 보건소·장애인시설·사회복지관·지역아동센터 등 보건·복지시설(1만곳) 등이다. 민주당은 공공 와이파이 확대에 따른 보안 대책도 마련했다. 민주당은 “매년 1만여개소를 대상으로 중계기(AP) 멸실·고장 여부, 보안기능 적용 여부 등 실태조사와 전송속도 등 품질측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매년 6000여개 공공와이파이 AP를 보안기능과 성능이 우수한 ’WiFi6‘ 등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와이파이 5만 3000여개 추가 구축에는 올해 약 480억원, 내년 2600억원, 2022년 27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예산은 이미 확보된 상태로, 추가 예산은 5300억원 정도다. 민주당은 “공공 와이파이 사업은 통신비용 절감을 통해 통신 복지를 확대하는 공공서비스의 성격”이라며 “민주당은 통신서비스에 대한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고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12시간 밤샘 촬영에 쪽잠… 어른만큼 힘든 아동 연기자들

    12시간 밤샘 촬영에 쪽잠… 어른만큼 힘든 아동 연기자들

    69% 본인·보호자 동의 없이 야간촬영 4명 중 1명은 욕설 등 인격 모독 경험“야간촬영 때 많이 자야 4시간이었습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힘들었는데 야근수당도 못 받았습니다.” “한여름에 물도 한 모금 못 마시고 반나절 내내 촬영했지만, 감독님한테 욕먹을까 봐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아동·청소년 연기자들이 국내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심각한 인격 모독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tvN ‘아이돌학교’, EBS 예능 ‘보니하니’ 등 유명 방송 프로그램의 미성년 출연자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방송계가 미성년 노동자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모임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 인권 개선 공동행동 팝업’은 14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아동·청소년 연기자 인권 실태 설문조사 및 심층 면접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20세 미만 연기자 1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미성년 연기자들은 촬영 과정에서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시간을 포함한 하루 최장 촬영시간이 12시간 이상이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약 61%(63명)에 달했다. 약 69%(70명)는 야간촬영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야간촬영 당시 본인이나 보호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경우가 절반을 넘었다. 욕설 등 인격 모독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4명 중 1명은 드라마 촬영장에서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외모를 지적당하거나 거짓 소문으로 정신적 피해를 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가 캐스팅 등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참고 넘어갔다. 한 청소년 연기자는 “감독의 성격에 따라 현장 분위기가 결정된다”면서 “대사 실수라도 하면 화를 내는 감독 때문에 연기까지 부자연스러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보호자는 “제작자들이 아동에게 ‘네가 아니어도 할 애는 많다’고 하는 등 학생 신분이라고 함부로 대하고 출연료를 깎기도 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노동시간과 휴식 관련 규정을 명확히 정해 청소년 연기자의 기본권을 보장한다. 미국에서는 생후 15일부터 18세 미만까지 연령대별로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을 구분하고, 영국에서는 다음 공연까지 최소 12시간의 휴식시간을 주는 등 엄격한 규정을 뒀다.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는 “아동·청소년 출연자의 인권 보호를 강화하도록 대중문화예술법을 고쳐야 한다”면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아이들의 노동권과 학습권을 보장하고 인권감독관을 도입하는 등 개선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노후 상수관 실태조사 나선 정부

    2022년까지 318억 투입 ‘스마트상수도’ 본격 도입 농어촌 수도요금 손본다 가난하고 낙후된 지역에 노후 상수관과 수질 민원이 밀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14일 전날 서울신문의 2020 수돗물 대해부 ‘가난한 동네엔 붉은 물이 흐른다’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이처럼 밝혔다. 환경부는 노후 상수관로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2022년까지 국고 318억원을 지원해 161개 지자체 대상으로 노후관 현황을 분석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는 방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상수관망 정비사업을 추진해 노후관 교체·개량이 시급한 지역부터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수질·수량·수압 모니터링 장비 등을 수도관망에 설치해 실시간 관리하는 스마트상수도 관리체계를 전국에 도입해 수돗물 공급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광역시 단위에 비해 농어촌 수도요금이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선 수도시설 통합운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상수도는 시설 유지비용 등의 차이로 지자체 여건을 고려해 수도요금을 조례로 정하고 있어 지역별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도시설 설치·개량비용 등을 지원해 지역별 요금격차가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면서 “지방상수도 통합운영으로 규모의 경제에 따른 운영 효율화 확보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한국인 10명 중 1명만 수돗물 음용… 젊고 소득 높을수록 “안 마셔”

    한국인 10명 중 1명만 수돗물 음용… 젊고 소득 높을수록 “안 마셔”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1명만이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걸로 나타났다. 과거 조사 때보단 소폭 올랐지만, 우리 국민에게 수돗물은 여전히 ‘씻는 물’이거나 ‘조리할 때 쓰는 물’이었다. 수돗물을 직접 마시면 경제적 부담을 덜고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어 정부는 수돗물 직접 음용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 수돗물을 아예 마시지 않는다고 답한 이들은 10명 중 3명이었다. 이들은 음식을 조리할 때도 수돗물 대신 정수된 물을 사용하거나 식수를 사용했다. 가장 큰 이유로 수돗물에서 이물질이 함께 나오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붉은 수돗물 사태를 아는 응답자는 10명 중 8명이었고, 사태가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이들은 10명 중 6명이었다. 어렵게 쌓아 올렸던 신뢰가 그렇게 단 한 번의 사고로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서울신문과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은 리서치 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12~13일 ‘수돗물 대국민 인식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성·연령·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해 무선 임의전화걸기(RDD)를 이용한 자동응답방식(ARS) 여론조사를 했다. 표본오차는 ±3.1% 포인트로 95% 신뢰수준을 보였다. ●3년 전 실태조사보다 수돗물 음용 소폭 늘어 ‘수돗물을 마시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16.3%가 ‘직접 마신다’고 답했다. 48.3%는 ‘끓이거나 조리해서 마신다’고 답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수돗물을 먹는 비율은 64.6%였다. 이는 수돗물홍보협의회가 2017년 ‘수돗물 먹는 실태 조사’ 때보단 소폭 증가한 수치다. 조사 당시 ‘직접 마신다’는 비율은 7.2%, ‘끓이거나 조리해 먹는다’는 응답은 42.2%였다. 각각 9.1%, 6.1% 포인트 증가했다. 연령은 높아질수록, 소득은 낮을수록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비율은 증가했다. 60세 이상에서 직접 음용 비율은 24.9%로 가장 높았고, 50대 16.8%, 40대 12.3%, 30대 13.1%, 20대 10.1% 순이었다. 젊은 세대일수록 물을 사먹는 등 대체재에 익숙해 수돗물 직접 마시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소득별로는 월 소득 200만원 이하가 27.1%로 가장 높았고, 200만~300만원 이하 16.9%, 300만~400만원 이하 12.1%, 500만원 이상 11.4%, 400만~500만원 이하가 9.9%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21.3%로 여성(11.4%)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수돗물을 어떤 형태로든 먹는 이들(646명) 가운데, ‘보리차·옥수수차 등으로 끓여 먹는다’고 응답한 이들이 48.0%로 가장 많았다. 음식물 조리 시 사용한다가 20.8%였고, 그대로 먹거나 냉장 보관해 먹는다 14.9%, 커피·녹차 등을 먹을 때 사용한다가 9.4% 순이었다. 수돗물을 먹는 이유로 안전하다고 생각해서가 30.1%로 가장 많았고, 편리해서 27.4%, 습관적으로 17.7%, 경제적이어서가 11.1%로 뒤를 이었다. 맛이 좋다고 답한 이들은 0.9%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직접 음용률 평균은 51% 수준이다. 네덜란드가 87%, 스웨덴 86%, 스위스 62%, 칠레 60%, 호주 54%, 캐나다 46%, 일본 46% 수준으로 당시 같은 방식으로 우리나라 음용률을 측정했는데, 5.3%로 턱없이 낮았다. ●녹물 눈으로 봤는데 어떻게 마시나 수돗물을 전혀 마시지 않는 이들(354명) 가운데 25.2%는 ‘물탱크 및 수도관 노후로 인한 이물질’을 이유로 마시지 않았다. 가정에서 직접 경험하는 녹물이 수돗물을 먹지 않는 데 결정적 영향을 주고 있었다. 수돗물 전문가들은 녹물의 주요 성분인 철 등은 먹어도 인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아 별문제로 인식하지 않지만, 수돗물 음용에 결정적 영향을 준 셈이다. 또 수돗물을 먹지 않는 이유로 막연히 불안해서(21.8%), 정수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어서(14.7%), 상수원이 깨끗하지 않을 것 같아서(14.6%), 소독약 냄새가 나고 맛이 없어서(12.5%)가 뒤를 이었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수돗물 신뢰도 하락에 영향을 줬다. 응답자 77.8%는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를 알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66.3%가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에 악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응답자 2명 중 1명(516명)이 이번 사태로 수돗물 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받은 셈이다. 또 이 가운데 55.9%(435명)는 실제 수돗물 사용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녹물 발생은 새로울 게 없는 흔한 일이지만, 붉은 수돗물 사태로까지 비화한 데에는 과거와는 다른 위기가 닥쳤다는 의미”라면서 “이번 사태로 수돗물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이에 따른 불편과 피해가 얼마나 심각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각성이 사안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수질·맛 보장되면 요금인상 찬성’ 43% 수돗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건으로 노후 상수도 갱생 및 교체(38.8%)가 가장 많이 꼽혔다. 특히 붉은 수돗물 사태를 겪은 경기·인천지역이 41.8%로 가장 높았고, 광주·전라 41.0%, 서울 38.3%, 부산·울산·경남 37.1%, 대전·세종·충청 36.3% 대구·경북 35.6%, 강원·제주 33.3% 순이었다. 아울러 수돗물 신뢰도 향상을 위한 조치로 정수 시스템 엄격 관리 27.8%, 취수원 수질 정상화 15.5%, 동네별 수돗물 수질 공개 5.3%, 수돗물 수질기준 강화 4.5%, 상수도 사업자를 중앙정부로 교체가 2.9% 순이었다. 수돗물 수질과 맛이 확실히 보장된다면, 허용할 수 있는 수돗물 가격 인상 폭도 물었다. 수돗물 사업자는 지방자치단체로 지방재정 상황에 따라 수돗물 요금이 수돗물 원가를 해결할 수 없는 소규모 지자체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돗물 품질 향상을 위한 노후관 교체나 정수 시스템 개선 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응답자 43.1%는 10% 이하(4인 가족 2700원 수준) 인상까지 동의했고, 20% 이하(5400원) 12.8%, 개선된다면 금액 상관없음 5.4%, 30% 이하(8100원) 2.4%였다. 이에 반해 수질과 맛 상관없이 수돗물 요금 인상 불가는 30.0%였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공공의 창 소개 공공의창은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타임리서치·한국사회여론연구소·한국여론연구소·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세종리서치·현대성연구소·PD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5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기관이 모인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2016년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할 수 있는 조사, 정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는 조사를 해야 한다’는 기치 아래 공익성 높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 [이의진의 교실 풍경] 텍스트가 죽은 시대라구요

    [이의진의 교실 풍경] 텍스트가 죽은 시대라구요

    텍스트가 죽은 시대라고 합니다. 정확히 글이라는 ‘문자텍스트’가 죽었다는 거지요. 요즘 누가 ‘글’을 읽느냐고 되묻습니다. 포스트 문자텍스트 시대가 온 지는 한참, 영상으로 대체되다 이미지의 시대로 넘어간 지 오래라고 합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유튜브로 감성과 지식을 얻는 게 대세입니다. 책은 안 팔리고, 긴 글은 읽지 않는 시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 독서실태 조사(2018)에 따르면 성인의 25%는 책을 1년에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네요. 연간 독서율은 2015년에 비해 성인 5.4% 포인트, 학생 3.2% 포인트가 감소했구요. 독서시간은 점점 줄어드는데 유튜브 이용시간은 점점 늘어납니다. 이런 상황에 기름을 들이붓듯 지난해 11월 28일 교육부는 ‘대입공정성개선안’을 발표하면서 대입에서 독서활동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부모 배경 등 외부요인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아, 물론 어떤 형태로든 독서교육은 이루어질 거고 문해력을 기르기 위한 학교 현장의 노력은 계속되겠지요. 하지만 대입에서 나름 가산점처럼 작동했던 독서활동을 반영하지 않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독서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고등학생들의 독서활동은 분명히 줄어들 겁니다. 이에 더해 꽤 긴 시간에 걸쳐 학교 현장에서 확산됐던 읽기, 쓰기 관련 수업들마저 상당 부분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문맹률이 현저히 낮은 편에 속하지 않느냐고요? 한글이 쉽다 보니 문맹률은 낮지요. 대신에 글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좀 심각합니다. 아예 일 년에 책 한 권조차 안 읽는 사람도 많지만, 글이 좀 길어지면 바로 읽는 걸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껏 글을 읽고 나서도 엉뚱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구요. 잘못 읽은 거지요. 온라인 이용이 활발한 한국의 문해력 수준이 심각하다는 건 이미 2013년 실시한 OECD 국제 성인역량 조사(PIAAC)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16~65세의 언어능력 수준은 평균(3수준 276~325점, 500점 만점) 이하가 91.5%로 나타났습니다. PIAAC(2013)에서 드러난 한국의 성인 문해력은 더 심각합니다. 25세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타서 35~44세 이후 평균 아래로 내려가고, 45세 이후부터는 하위권으로 떨어집니다. 결국 이런 문해력 부족은 학교뿐 아니라 직장에서의 의사소통 문제까지 발생시킵니다. 실제로 성인 중 상당수가 문서 파악뿐 아니라 기본 독해능력이 떨어져 문서를 오독하거나 분석을 잘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문해력 저하로 인한 실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문자텍스트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맛집을 찾아 인터넷을 헤매던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음식 사진을 보고도 굳이 문자로 된 후기까지 찾아 읽고 나서야 예약을 합니다. 제품 사용설명서, 약관도 문자텍스트입니다. 이미지와 동영상이 대세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문자를 놓지 않습니다. 또한 문자텍스트를 제대로 읽어내는 훈련이 돼 있어야만 영상 텍스트를 비롯한 확장된 텍스트들을 읽어 내는 힘이 생깁니다. 문제는 문해력이라는 게 성인이 되고 나서는 독서 등을 통해 교육하고 훈련해도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학교 정상화의 조건으로 독서 중심 교육을 주장하는 이유는 수능 때문이 아니라 문해력이야말로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필수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일정 시기의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독서교육, 특히 공교육 내에서 이루어지는 독서교육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아무리 부모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의도라고 해도 독서활동을 대입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교육부의 조처에 우려를 거둘 수가 없는 건 이 때문입니다.
  • 곤 도주에 부각된 日 사법 후진성, 자국서도 비판

    곤 도주에 부각된 日 사법 후진성, 자국서도 비판

    日법무상 “결백 증명해야” 반박도 논란 카를로스 곤(66) 전 르노·닛산 회장이 지난 연말 희대의 탈출극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가운데 행위의 잘잘못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일본의 사법 시스템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곤 전 회장은 지난 8일 탈출해 머물고 있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변호사의 입회가 불허된 상태로 하루 8시간이나 검찰 조사를 받으며 자백을 강요당했다”, “검사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상황이 악화된다고 몇 번이고 윽박질렀다”는 등의 폭로를 했고 이는 주요 언론사들에 의해 긴급뉴스로 전 세계에 전해졌다. 자국 사법제도의 불합리성과 운용의 불법성 논란에 국제적 이목이 집중되면서 일본 정부는 크게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도쿄지검 측은 “조사 과정이 녹음·녹화돼 있기 때문에 불법성이 없었음을 증명할 수 있으며, 곤 전 회장은 변호사와 거의 매일 접견을 했다”고 반박했지만, 조사 때 변호사 입회를 인정하지 않는 점은 부인하지 못했다. 다른 부분에서는 검찰과 곤 전 회장의 주장이 엇갈린다 치더라도 변호사 입회 대목에서는 피의자 인권 관련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검사의 조사 중 변호사 입회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불허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리 마사코 일본 법무상은 지난 9일 곤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에서 “결백하다고 말하려면 사법의 장에서 정정당당하게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고 말해 곤욕을 치렀다. 나중에 ‘증명’을 ‘주장’으로 정정하기는 했지만, 법조계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무죄 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당초 발언은 일본 사법당국의 허술한 인권 감수성 실태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유신회 대표를 지냈던 하시모토 도루 변호사는 “장기간 구금, 조사 중 변호사 입회 금지, 재판의 장기화 경향, 피고에 불리한 수사정보의 유출 등은 대부분 변호사들이 개선을 요구해 온 것들”이라면서 “곤 전 회장 사건을 계기로 일본 사법제도 개선이 본격화돼야 한다”고 언론 기고에서 밝혔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광명시, 2020년 예산 3200억 투입… 사각복지 촘촘히 챙긴다

    광명시, 2020년 예산 3200억 투입… 사각복지 촘촘히 챙긴다

    경기 광명시는 2020년에도 복지사각지대를 살피고 시민이 체감하는 맞춤형 복지 서비스 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시는 사회복지 담당부서와 복지예산을 확대해 복지사업 추진 기반을 탄탄히 했다. 1인가구 정책과 광명시만의 특화된 맞춤형 복지정책으로 더욱 촘촘한 복지안전망을 구축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사회복지 담당부서 5개과로 확대, 복지예산 첫 3천억원 돌파 광명시는 올해 전체 예산의 45%를 차지하는 3200억여원을 복지 예산으로 편성하고 조직개편으로 사회복지담당 부서 1개 과와 1개 팀을 늘려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처해 나간다. 시 사회복지 담당부서는 복지정책과, 노인복지과, 여성가족과, 보육정책과 4개과였으나 올해 장애인복지과를 추가해 5개과로 확대 개편했다. 또 복지정책과 내 나눔복지팀을 신설해 광명시만의 특화사업인 광명희망나기운동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시는 확대된 예산과 조직을 기반으로 적극적이며 촘촘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해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노력할 방침이다. ●중장년 1인 가구 실태 및 복지수요 조사 시는 중장년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 예방에 적극 나선다. 지난해 ‘1인 가구 지원을 위한 기본조례’제정을 시작으로 올해 만65세 미만 1인가구를 대상으로 복지욕구를 조사하는 연구용역을 실시한다. 가구분화로 인한 1인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 1인 가구는 전체 인구의 30%로 전국 평균을 상회하고 있어 1인가구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시는 변화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해 1인가구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더 세밀한 정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평생학습 기능 추가한 맞춤 복지정책 추진 시는 저소득층의 돌봄과 보호뿐 아니라 자아실현과 취업을 지원하고자 광명시의 강점인 평생학습 기능을 강화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추진한다. 시는 저소득층 대상자를 발굴해 자택이나 그룹 홈을 통해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 자기 계발을 돕고 자격증 취득을 통한 취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TF팀 구성을 비롯해 평생학습 기능강화 공모사업 추진, 마을활동가 양성, 역량강화 교육 등을 추진할 예정이며 복지 돌봄 및 학습연계를 통해 복지 대상자의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할 계획이다. ●민·관 사회복지종사자 토론회 정례화 시는 실효성 있는 복지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복지현장에서 발로 뛰는 실무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민·관 사회복지종사자 토론회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토론회를 열어 민선7기 공약사업인 ‘생애주기별 맞춤형 돌봄’ 추진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 고민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는 앞으로도 복지 사업 추진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그 혜택이 모든 시민에게 고루 돌아가는, 모두가 행복한 광명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박승원 시장은 “시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광명시만의 다양한 복지사업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며 “차별 없이 소외 없이 약자를 우선 배려하고, 더욱 촘촘하고 튼튼한 복지체계를 구축해 함께 잘사는 광명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광명시, 2020년 예산 3200억 투입… 사각복지 촘촘히 챙긴다

    광명시, 2020년 예산 3200억 투입… 사각복지 촘촘히 챙긴다

    경기 광명시는 2020년에도 복지사각지대를 살피고 시민이 체감하는 맞춤형 복지 서비스 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시는 사회복지 담당부서와 복지예산을 확대해 복지사업 추진 기반을 탄탄히 했다. 1인가구 정책과 광명시만의 특화된 맞춤형 복지정책으로 더욱 촘촘한 복지안전망을 구축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사회복지 담당부서 5개과로 확대, 복지예산 첫 3천억원 돌파 광명시는 올해 전체 예산의 45%를 차지하는 3200억여원을 복지 예산으로 편성하고 조직개편으로 사회복지담당 부서 1개 과와 1개 팀을 늘려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처해 나간다. 시 사회복지 담당부서는 복지정책과, 노인복지과, 여성가족과, 보육정책과 4개과였으나 올해 장애인복지과를 추가해 5개과로 확대 개편했다. 또 복지정책과 내 나눔복지팀을 신설해 광명시만의 특화사업인 광명희망나기운동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시는 확대된 예산과 조직을 기반으로 적극적이며 촘촘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해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노력할 방침이다. ●중장년 1인 가구 실태 및 복지수요 조사 시는 중장년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 예방에 적극 나선다. 지난해 ‘1인 가구 지원을 위한 기본조례’제정을 시작으로 올해 만65세 미만 1인가구를 대상으로 복지욕구를 조사하는 연구용역을 실시한다. 가구분화로 인한 1인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 1인 가구는 전체 인구의 30%로 전국 평균을 상회하고 있어 1인가구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시는 변화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해 1인가구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더 세밀한 정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평생학습 기능 추가한 맞춤 복지정책 추진 시는 저소득층의 돌봄과 보호뿐 아니라 자아실현과 취업을 지원하고자 광명시의 강점인 평생학습 기능을 강화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추진한다. 시는 저소득층 대상자를 발굴해 자택이나 그룹 홈을 통해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 자기 계발을 돕고 자격증 취득을 통한 취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TF팀 구성을 비롯해 평생학습 기능강화 공모사업 추진, 마을활동가 양성, 역량강화 교육 등을 추진할 예정이며 복지 돌봄 및 학습연계를 통해 복지 대상자의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할 계획이다. ●민·관 사회복지종사자 토론회 정례화 시는 실효성 있는 복지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복지현장에서 발로 뛰는 실무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민·관 사회복지종사자 토론회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토론회를 열어 민선7기 공약사업인 ‘생애주기별 맞춤형 돌봄’ 추진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 고민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는 앞으로도 복지 사업 추진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그 혜택이 모든 시민에게 고루 돌아가는, 모두가 행복한 광명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박승원 시장은 “시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광명시만의 다양한 복지사업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며 “차별 없이 소외 없이 약자를 우선 배려하고, 더욱 촘촘하고 튼튼한 복지체계를 구축해 함께 잘사는 광명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전자책 보면 종이책 드려요”… 독자 마음 움직일까

    “전자책 보면 종이책 드려요”… 독자 마음 움직일까

    ‘밀리의 서재’ 격월로 종이책 제공…유명작가의 한정판 우선 만날 수 있어 교보문고 ‘sam’ 매월 종이책 한 권 배송…전자책으로 볼 수 없는 베스트셀러 위주 “전자책 독자 상당수 종이책 보는데 착안” “한정적인 독자 두고 출혈경쟁 될 수도”전자책 제공 업체들이 종이책을 결합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매월 일정한 돈을 내면 무제한으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월정액 구독자들이 돈을 조금 더 내면 종이책을 보내주는 형태다. 업계 1위인 ‘밀리의 서재’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인 이달 교보문고도 새롭게 뛰어들면서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다음달 김영하 작가의 신작 소설을 종이책으로 출간한다.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의 세 번째 책이다.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 10월 전자책과 종이책을 결합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9900원을 내고 월정액으로 책을 보는 독자가 매월 6000원을 더 내면 격월로 종이책을 보내준다. 첫 번째 책은 정용준, 김초엽 등 작가 7명이 참여한 테마소설집 ‘시티픽션’이었다. 지난달에는 김중혁 작가가 3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 장편소설 ‘내일은 초인간’을 냈다. 이 책들은 밀리의 서재에서 우선 나온 뒤 2개월 이상 지나야 일반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예컨대 다음달 출간하는 김 작가 신간 소설은 일반서점에는 4월이 넘어야 나오고 표지도 바뀐다. 밀리의 서재 독자들은 한정판을 소장한다는 의미가 생긴다.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출판사와 협의해 출간 예정 유명 작가의 작품을 우선 밀리의 서재에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표지도 다르게 꾸민 한정판 서적들”이라면서 “김영하 작가 소설 이후로 이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문고는 이번 달부터 ‘sam(샘) 그리고 책’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자책을 한 달에 9900원에 보는 sam 무제한 서비스에서 돈을 더 내면 교보문고가 고른 종이책 가운데 원하는 한 권을 매월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 전자책 5만권에 종이책을 주는 ‘sam 무제한’이 월 1만 6500원(연간 19만 8000원), 전자책 13만종에 종이책을 배송하는 ‘sam 패밀리’가 월 2만 2500원(연간 27만원)이다. 종이책은 전자책으로 볼 수 없는 신간들로, 주로 베스트셀러 위주로 구성했다. 이번 달에는 ‘트렌드 코리아 2020’(미래의챙),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놀), ‘90년대생이 온다’(웨일북) 등 9권이다. 원하는 책이 없다면 포인트 1만원을 준다. 무제한으로 전자책을 빌려볼 수 있는 월정액 구독 모델은 2017년 밀리의 서재가 시작한 이후 점차 커지는 추세다. 리디북스, 예스24에 이어 교보문고가 지난해 3월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8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자책 유통사의 판매 형태는 전자책 단권으로 파는 ‘일반 판매’가 93.3%로 가장 많았고, 최대 90일 이내 등으로 제한하는 ‘기간제 대여’가 46.7%였다. ‘정액제 구독 모델’은 33.3%였다. 향후 고려 중인 전자책 판매 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일반 판매’가 66.7%로 26.6% 포인트 낮아지고, ‘정액제 구독’은 13.4% 포인트 높았다. 종이책 결합 상품 확대 현상에 대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지난 10년이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PC와 같은 하드웨어의 변화였다면,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의 변화가 활발하다”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될 전자책 제공 업체들이 전자책 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종이책도 읽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전자책·종이책 결합 상품이 과도한 할인 공세로 도서정가제 변질, 시장 교란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교보문고의 ‘sam 그리고 책’의 ‘sam 무제한’은 연 구독비가 원래 22만 8900원이지만 19만 8000원, ‘sam 패밀리’는 50만 4000원이지만 27만원으로 대폭 할인했다. 고를 수 있는 종이책 9권 가운데 정가가 2만원인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를 택하면 ‘sam 무제한’은 사실상 공짜인 셈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장은 “전자책 월정액 구독자 대부분이 책을 많이 읽는 ‘헤비유저’이고, 종이책을 실제로도 많이 구입하고 있다. 결국 한정적인 독자를 두고 출혈 경쟁을 펼치며 나눠먹기 하는 식이 될 수 있다”면서 “전자책 시장 자체가 확장하지 않는 이상 종이책 연계 서비스도 한계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단독] 폐지 232㎏에 달랑 ‘만원’…‘삶의 무게’에 욱신거렸다

    [단독] 폐지 232㎏에 달랑 ‘만원’…‘삶의 무게’에 욱신거렸다

    “신문 11㎏에 660원, 폐지 80㎏에 3200원인데 4000원 쳐 드릴게요.” 오전 내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빌라촌을 돌며 모은 폐지의 가격을 듣고 절로 한숨이 나왔다. 혹시 ‘돈이 될까’ 싶어 주워 온 22㎏가량의 독서대, 베개 등 폐기물을 원래 주인이 버려 둔 자리에 되돌려 놓는 조건으로 받은 금액이다. 설렁탕 한 그릇에 7000원이 넘는 시대 4000원은 한 끼 식사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돈이다. ●빈 손수레도 79㎏… 폐지 노인에겐 “유일한 밥벌이” 지난 9일 20대 후반의 서울신문 기자 2명은 영하 날씨에 잠실동과 삼전동 일대를 돌며 10시간에 걸쳐 232㎏의 폐지와 11kg의 신문지를 주웠다. 고물상과 빌라촌을 세 차례 오가며 각각 75㎏, 80㎏, 77㎏의 폐지를 날랐다. 그렇게 번 돈은 총 1만원 남짓. 그날 새벽 편의점에서 산 빨간 목장갑은 고된 노동 끝에 시꺼메졌고, 양발에는 물집이 잡혔다. 노동의 흔적은 다음날까지 온몸 구석구석에 고스란히 남아 근육통의 아픔을 남겼다. 20대 청년들에게도 버거운 이 노동은 대부분 노인의 몫이다.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입에 풀칠하기 힘든 노인들이 주로 고단한 노동을 택한다. 거리에서 만난 노인들은 “폐지 줍기가 고되고 돈도 되지 않지만 그나마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밥벌이”라고 말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폐지 수집 노인은 6만 8000명(2017년 기준)이다. 이 중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은 4만 6000명에 달한다. 오전 5시 30분 거리에서 만난 김민태(62·가명)씨도 폐지 줍는 일을 하며 생을 이어 간다. 페인트공으로 일하다가 은퇴한 김씨는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과도 떨어져 혼자 고시원에서 산다고 했다. 그는 “일이 고되고 힘들어도 어쩌겠어. 기초생활수급비로는 나 한 몸 먹고살기도 턱없이 부족해. 그나마 걸리면 몰래 조금씩 하는 거지”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의 재산은 79㎏인 빈 리어카가 전부다. 일주일 내내 새벽부터 일한다는 그는 하루에 4000원 정도를 손에 쥔다고 했다. 김씨를 따라다니며 해 본 폐지 줍기는 지루한 단순 작업의 연속이다. 리어카를 끌고 골목골목을 다니며 폐지를 줍고 리어카에 올리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영하 3도의 날씨. 세차게 부는 바람에 리어카 위에 쌓아 올린 폐지들은 연신 리어카 밖으로 날아갔다. 박스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펴기를 여러 번. 찬바람에도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래도 줍는 만큼 돈이 된다는 생각에 한시도 쉴 수 없었다.●빌라 1층·편의점 필수 코스… 일일이 박스 해체해야 그나마 빌라촌에서 쉽게 주울 수 있는 건 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온 박스들이었다. 빌라 1층이나 편의점 주변 한쪽 구석엔 상자를 모아 놓은 곳이 있었다. 문제는 해체였다. 박스에 붙은 테이프를 일일이 떼고 최대한 평평하게 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김씨도 옆에서 “비닐이나 테이프가 너무 많이 붙어 있는 박스는 적당히 포기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줬다. 멀쩡하고 깨끗한 박스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 쓰레기를 담고 있던 상자나 피자 박스, 음식 포장박스 등에는 어김없이 오물이나 남은 음식물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누군가 생각 없이 뱉은 가래침이나 정체 모를 구정물이 손에 묻을 때도 있었다. 오래돼 상태가 좋지 않은 박스도 많았다. 몇 장 접었는데도 금세 악취가 훅 올라왔다. 폐지가 높이 쌓일수록 리어카를 끄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포장이 파인 길을 가거나 과속방지턱을 만날 때마다 리어카 위 폐지가 계속 쏟아졌다. 차도를 오가다 아찔한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박스를 줍고 허리를 펴니 코앞에서 택시가 쏜살같이 지나가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좁은 골목길에서도 차들은 야속하게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빨리 비키라’는 듯 노골적으로 경적을 울려 대는 차도 여러 대였다.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리어카와 빵빵거리는 차들 사이에서 당혹스러움과 곤욕스러움이 무수히 교차했다. 차에도, 행인에게도 연신 “죄송하다”며 굽신 댈 수밖에 없었다. 좁은 도로 옆 차 사이를 지나는 순간 손수레가 검은색 벤츠 옆을 스쳤다. 다행히 박스로 리어커를 덧댄 부분과 닿아 차에 흠집은 나지 않았지만 수입차 주인이 득달같이 내려 소리쳤다. “안 치긴 뭘 안 쳐요. 스치는 소리가 났는데….” 악다구니 치는 차 주인의 목소리 뒤로 김씨와 함께 연신 “미안하다”는 말이 오버랩됐다. 서너 달 일당을 날릴 아찔한 순간이었다.●무게가 돈… 폐지·신문지 ㎏당 가격 2년 전 비해 반토막 오후 1시. 오전 동안 열심히 모은 폐지와 신문지 값을 치를 시간이다. 폐지 80㎏에 신문지 11㎏. 새벽에 한 차례 모았던 폐지 75㎏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였지만 과욕으로 주워 온 폐기물이 문제가 됐다. 무게만 나가면 무조건 많이 버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고물상 주인은 “종이나 철, 캔 아니면 돈 못 준다”며 어렵게 들고 온 베개와 나무판자를 골라 냈다. 고물상 주인은 “이렇게 폐기물까지 주워 오면 우리가 돈 주고 다시 버려야 한다. 여기 버리지 말고 원래 있던 자리에 갖다 두라”고 말했다. 그렇게 22㎏은 쓰레기라고 여겨 셈에서 제외했다. 무게를 다는 절차는 복싱선수가 마치 계체량을 재는 듯 엄격했다. 무게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고물상에서는 폐지가 실린 전체 리어카 무게는 물론 빈 리어카와 폐지 무게도 각각 따로 잰다. 눈이나 비에 젖은 폐지는 아예 받지 않는 것도 업계의 원칙이다. 젖은 폐지는 무게가 더 나가는 고물상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돈 안 되는 폐기물 역시 꼼꼼히 골라 낸다. 이 때문에 실랑이도 여러 차례 이어졌다. 고물상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슬쩍 저울에 발을 올렸다. “할머니 장난해요. 내려오라고요”라는 고물상 주인의 매서운 한마디에 할머니는 멋쩍어했다. “그래 봐야 돈 1000원 더 주는 건데 저 친구는 매번 저렇게 매몰차게 말해.” 할머니가 고물상 눈치를 보며 속삭였다. 최근 폐지 가격이 역대급으로 떨어졌다. 기자 역시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총 232㎏의 폐지를 모았지만 겨우 1만원을 벌었다. 김씨 역시 “예전에는 가격을 쳐줬는데 요즘은 많이 떨어져 벌이가 안 된다”며 한숨을 쉰다. 현재 폐지(골판지)는 ㎏당 40원, 신문지는 ㎏당 60원꼴이다. 2년 전(2017년 12월 수도권 기준으로 폐지는 143원, 신문지는 154원)에 비하면 3분의1도 안 되는 가격이다. 2018년부터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금지한 데다 제지 회사가 질 좋은 외국 폐지를 수입해 쓰다 보니 노인들이 줍는 폐지 가격은 완전히 폭락했다. 김영광 전국고물상연합회 사무총장은 “중국은 쓰레기 수입을 안 하고, 제지 회사는 수거 단계부터 상태가 좋은 외국 폐지를 주로 수입해 쓰다 보니 폐지로 생계를 이어 가는 어르신들의 삶만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물집·근육통에 약값 5000원, 병원은 엄두 안 나 하루 10시간의 ‘넝마주이’ 체험은 끝났지만 통증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양쪽 팔과 어깻죽지는 물론 박스를 쥐었던 손아귀가 오랫동안 저릿했다. 발가락 사이사이 잡힌 물집은 걷는 내내 기자를 괴롭혔다. 결국 약국에서 5000원짜리 연고를 사 들고 나와야 했다. 오후 내내 주운 77㎏의 폐지(3000원)로는 살 수도 없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지 수집 노인 92명 중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은 71.7%였는데, 진료가 필요하지만 병원조차 이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이 중 29.1%나 됐다. 대부분(83.3%)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도 3000원 하는 국수 한 그릇도 제대로 먹지 못해 자주 굶어….” 이수역 근처 고물상에서 폐지 가격을 두고 실랑이하던 80대 할머니의 얼굴이 생각난다. 글 사진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단독] 美·佛, 수질 실시간 온라인 체크… “사소한 녹물 민원도 즉각 대응”

    [단독] 美·佛, 수질 실시간 온라인 체크… “사소한 녹물 민원도 즉각 대응”

    “수도꼭지에서 녹물은 마셔도 인체에 무해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납 같은 성분이 검출되면 문제죠. 그러나 이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됩니다. 사소한 부분도 소홀히 여기면 수돗물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갑니다. 필라델피아 수도국은 현장에서 왜 탁도가 높은지 철저히 조사합니다. 무엇보다 수질이 최우선 돼야 한다는 인식을 수도국 내에서 공유하고 있습니다.”(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 수도국 게어리 벌링게임 수질연구소장) 필라델피아는 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할 때 수질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긴다. 수돗물이 시민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을 과거 아픈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3년 미국 밀워키시 등에서 미생물 크립토스포리디움에 의해 발생한 수질 사고가 결정적이었다. 이 사고로 미국인 약 40만명이 장염 등의 증세를 보였는데, 노약자나 에이즈 환자 등 100여명이 사망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수도업계는 환경청, 미국수도협회(AWWA), 보건당국과 함께 수돗물 수질 향상 정책을 추진했다.●필라델피아, 수도국 자체 표준 지침서 따라 대응 필라델피아 수도국도 마찬가지다. 1년 후인 1994년 수도 정책을 다시 세웠다. 당시 필라델피아 수도국 전문직 요원과 미국 내외 전문가 50명이 정수장 운영뿐만 아니라 수도국 모든 운영 분야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 1996년 필라델피아의 취수원인 델라웨어강과 스쿨킬강 보호 정책과 정수시설 개선책, 관망보호 정책 등을 도입했다. 이후 수질은 눈에 띄게 나아졌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수돗물 수질 기준을 보면, 미국 환경청이 제시하는 기준보다 훨씬 엄격하다. 녹물 등의 진함 정도를 측정하는 탁도의 경우 미국 전체 주에 적용하는 수질 기준은 0.3NTU(한국 0.5NTU)이지만, 필라델피아의 자체 탁도 목표는 0.1NTU로 설정했고, 1998년 이후 필라델피아의 탁도는 평균 0.06NTU를 유지하고 있다. 벌링게임 소장은 지난해 10월 7일 서울신문과 만나 “이러한 수질 향상을 주도한 핵심은 수도국의 ‘수질 우선’(Water Quality First) 정책이었다”며 “자체적으로 미국 환경청이 정한 수질 의무 기준보다 높은 수질 목표를 정해 이를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현재 필라델피아에서 제기된 수질 민원을 보면, 과거 크립토스포리디움 같은 미생물에 의한 민원은 거의 없다. 옥내급수관 문제가 대부분이다. 필라델피아에서 관리하는 관망 문제라기보단 각 가정에 설치된 옥내 배관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의미다. 특히 온수 보일러에서 배출되는 녹물 민원이 많다. 필라델피아 수도국에는 한 달에 1~10건 정도 수질 민원이 접수된다. 그렇다고 수질 민원을 사소하게 여기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리타 코판스키 필라델피아 수도국 수질연구소 매니저는 “수질 민원이 발생했을 땐 이에 대응하는 정확한 절차가 이미 정해져 있다”며 “정부 종합 민원 콜센터로 접수되든, 의사로부터 접수되든, 수도국 자체 콜센터로 접수되든 민원 처리는 하나로 통합해 관리한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수도국은 수질 민원에 대해 표준 운영 절차(Standard Operating Procedure)를 두고 있다. 법적 문서는 아니고, 수도국이 만든 자체 운영 지침서다. 수도국 내 각 부서가 해야 할 업무를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지침을 보면, 수질 민원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 민원 담당 부서가 현장에 즉시 출동해 1차 대응을 해야 한다. 민원 내용이 누수인지 혹은 수질과 관련돼 있는지 혹은 수압 문제인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만약 옥내 급수관에 의한 녹물 문제라면 현장에서 소화전 출수로 문제를 해결하고, 수질국의 도움이 필요한 문제라면 즉각 도움을 요청하게 돼 있다. 그리고 수질국 엔지니어가 현장에 가서 조사를 해야 한다. 관망 운영 수칙도 정리돼 있다. 수도관이 파손됐을 땐 수리 후 깨끗이 소독을 해야 하며, 수질국의 최종 허가를 받아야 이 수도관을 다시 가동할 수 있다. 또 수질국은 수도관 수리를 담당하는 현장 직원에게 수질과 수질법의 중요성에 대해 정기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수질 민원을 대하는 태도는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에도 잘 드러난다. 필라델피아는 20년 전에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실시간으로 수질을 확인할 수 있는 관측 시스템다. 처음엔 정수된 수돗물을 모아두는 배수지 등 3곳에서 탁도, 수소이온지수(pH), 잔류 염소, 자외선(UV), 압력, 유기물질 등 10여 가지 수질 데이터를 원격으로 받았다면, 지금은 공항, 경찰서, 소방서, 병원, 마을 물탱크 등 거점 지역 38곳에서 수질 데이터를 전송받고 있다. 덕분에 실시간으로 필라델피아 전 지역의 수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 시스템에 수질 민원이 들어온 장소 정보까지 접목해 관측하고 있다. 과거 민원 정보까지 모두 저장돼 있어 민원이 들어온 곳이 상습 민원 발생 지역인지 알 수 있고, 실시간 수질 데이터와 민원 지역을 비교해 수질 이상이 발생했는지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필라델피아 수도국은 물 업무(Waterworks) 소프트웨어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그날 물에 관한 민원 관련 자료가 모두 기록된다. 즉 어떤 직원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대응했고, 인근 지역의 수압과 수질, 민원의 역사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코판스키 매니저는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 내에 있는 GIS 데이터에 접속하면 민원 발생 지역의 상수도관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또 이 관은 어떤 문제가 있었고, 누가 수리했는지 등이 나타나 전방위적으로 어떤 문제 때문에 민원이 발생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것은 수질국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수도국 전체 직원의 교육은 필수라고 강조한다. 일례로 콜센터 직원이 수질 민원 대응 요령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초기 대응이 잘못돼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대응 시기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벌링게임 소장은 “민원 대응 요령에 대해 관련된 모든 직원을 한자리에 모아 1년에 한 번씩 교육을 하고 있다”며 “민원 종료 이후 엔지니어가 해당 시민에게 전화해 문제 해결에 만족하는지 확인하는 것까지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파리, 수압·염소량 등 통해 365일 수질 관리 한편 프랑스 파리의 수도서비스인 오드파리(Eau de Paris) 역시 통합관제센터(CCC·Control and Command Center)를 통해 시 전역의 급수 상황을 실시간 관리한다. 지난해 10월 방문한 오드파리 본부 관제실 한쪽 벽면에는 2000㎞에 이르는 파리 상수도 관망을 한눈에 보여 주는 커다란 모니터가 차지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지역별로 실시간 물 사용량과 수압, 염소량이 표시됐다. 관제센터 책임자인 프레데리크 로셰는 “염소량은 배수지부터 수도꼭지까지 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수압은 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염소량이 줄어드는 것은 박테리아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지표이고, 수압은 누수와 같은 공급 문제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여기 있는 두 명의 직원이 24시간 365일 감시하면서 이상이 감지되면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면에서 빨간불이 깜빡거리고 있는 지역은 공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로셰는 “사실 민원은 수질 그 자체보다는 공사나 작업을 진행할 때 주로 발생한다”면서 “공사 전에는 시민들에게 미리 공지하고, 공사 후 다시 가동을 할 때에는 반드시 사전 테스트를 거치는 등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라델피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파리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동정] 마재윤 전남소방본부장 무안공항 소방점검

    △ 마재윤 전남도소방본부장은 9일 설 연휴에 대비해 다수 이용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무안국제공항의 소방 환경 실태를 점검했다. 공항 시설 내 소방시설과 피난·방화시설 유지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공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재난 위험요소 유무를 확인하는 등 전반적인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했다. 마 본부장은 소방안전관리와 자체 소방대의 주기적 훈련을 통한 신속한 대응 체계 구축을 당부하고 “설 연휴 화재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공항 자체 소방대와 긴밀히 협력하고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강동구, 11개 유형 장애인 인권 전수조사 실시

    강동구, 11개 유형 장애인 인권 전수조사 실시

    서울 강동구가 오는 5월까지 11개 유형 장애인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장애인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맞춤형 복지정책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구축하기 위해서다.강동구는 올해 관내 거주하는 만 18~65세 11개 유형(시각, 청각, 언어, 정신, 신장, 심장, 호흡기, 간, 안면, 장루·요류, 뇌전증) 중증장애인 115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구는 장애인 인권 증진을 위해 2017년부터 관내 거주 장애인들을 장애 유형별로 나눠 인권문제, 생활 실태, 복지서비스 욕구 등에 대해 조사해오고 있다. 2017년에는 재가 발달장애인 1050여명을 대상으로, 2018년에는 뇌병변·지체장애인 682명을 대상으로 각각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로 관내 거주 장애인 전체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된다. 동주민센터 복지담당 공무원이 장애인가구를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실시된다. 조사를 통해 얻은 자료는 전산 관리되며, 향후 장애인 인권 향상 및 복지증진을 위해 활용될 예정이다. 또 조사 과정에서 학대가 의심되거나 소재가 불분명한 장애인이 발견되면 장애인인권센터, 경찰서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중증장애인에게도 긴급지원 등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와 신속히 협의한다. 이정훈(사진) 강동구청장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장애유형별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서울광장] 정책이 헛발질하지 않으려면/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책이 헛발질하지 않으려면/전경하 논설위원

    국토교통부의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민이 자신이 보유한 집에 사는 자가거주율은 42.9%다. 서울에 살지만 남의 집에 전·월세로 사는 비율이 절반이 넘는데 필자도 그렇다. 다만 필자는 서울 강북에 아파트를 갖고 있고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3구의 아파트에 전세로 산다. 정부는 12·16부동산대책으로 전셋값이 과열 징후를 보이면 추가 대책을 꺼내겠다고 했다. 거론되는 대책 중에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있다. 전·월세상한제는 전·월세를 일정 정도까지만 올릴 수 있는 제도이고,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의 임대차보호기간이 끝난 뒤 세입자가 다시 임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현재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임대료 연 5%, 최장 10년 임대를 보장하고 있으니 이를 일정 부분 원용해 실행될 수 있다. 당정이 지난해 9월 도입한다고 했던 대책이기도 하다. 두 제도가 도입되면 필자의 집주인은 계약 갱신 시점에 전세보증금을 대폭 올리려고 할 거다. 그러면 필자는 자녀교육 문제로 이사는 갈 수 없을 테니 강북 세입자에게 비슷한 요구를 해서 그 부담을 줄여야 한다. 세입자가 그 요구를 감당할 수 없다면 나가는 수밖에. 제도 도입이 결정되면 그 전후 한바탕 ‘전세난민’이 속출할 거다. 1989년 주택 임대차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될 때 서울의 전셋값은 23.7% 뛰었다. 전년도 상승률 7.3%의 세 배 이상이었다. 전국 평균 전셋값도 1989년 17.5%, 전년도 13.2% 올랐지만 서울만큼 가파르지는 않았다. ‘서울의 집값이 미쳤다’는 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하는 최종 목표는 서울 강남 집값 잡기가 아닌 실수요자의 주거복지여야 한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정책을 내놓으면, 투자자 또는 투기자들은 도리어 그 정책을 무력화시켰다. 2017년 8·2대책, 2018년 9·13대책 등은 풍선효과로만 유명하다. 지역별 수요와 공급, 그리고 수많은 개별 계약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부동산시장을 잘못 읽은 데다 대책이 정교하지 못해 문제를 되레 키웠다. 그래서 정책이 2년 만에 되돌아가기도 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담긴 8·2대책으로 주택 매물이 줄어들자 정부는 12·16대책에 올 6월 말까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등을 넣었다. 정책이 헛발질하는 이유에는 정치 논리 개입도 있다. 정부는 12·16대책에서 9억원이 넘는 ‘똘똘한 1채’를 가진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세율도 올리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가 2018년 종부세 개편안으로 내놓았으나 정부가 당시 수용하지 않았던 안의 세율보다 높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언론사 논설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2주택자부터 세율을 올리는 안을 생각했으나 검토 결과 1주택자도 0.1∼0.3% 포인트 올렸으며 세수에 큰 기여는 없다”고 했다. 똘똘한 1채 가격이 뛰었는데 세율도 오르면 부담이 더 느니 부동산 문제에 소극적이라 비판하던 진보진영의 요구에는 맞다. 하지만 세수는 늘어나지 않는데 “집값 올려놓고 세금을 거두려 한다”는 조세저항의 명분도 줬다. 왜 총선을 석 달 앞둔 지금에 와서야 올리려 하는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8일 한 인터뷰에서 “4%에 불과한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이 1340만호 전체 주택시장을 좌우하는 것이 부동산시장의 특징”이라며 “부동산정책의 핵심은 모든 제도적 요소를 메뉴판 위에 올려놓고 필요한 결정을 전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주택의 96%와 이곳의 거주자는? 4%를 잡겠다는 말은 96%에게 감정적 사이다를 주겠지만 현실을 개선하지는 못한다. 주택 관련 대출을 막으니 현금 부자들만 비싼 집을 사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그들의 돈 자랑에 정책이 휘둘릴 뿐이다. 현재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어느 날 불쑥 개선책을 발표한다고 해서 사회가 원하는 대로 바뀌지 않는다. 현재 상황에는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잠깐 나아질 수 있지만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되돌아간다. 때론 더 나빠진다. 그래서 그 원인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 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방안을 세밀하게 담아야 한다. 보호 대상이 누군가와 계약관계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2018~2019년 2년간 최저임금이 시간당 29%(1880원) 올랐지만 저임금 노동자의 월급은 줄어든 것과 같이 보호하려던 대상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다. 때론 착하고 싶은 갑을관계의 갑도 함께 가야 한다. lark3@seoul.co.kr
  • 반월·시화 노동자 절반 ‘직장 내 괴롭힘’ 경험

    반월·시화 노동자 절반 ‘직장 내 괴롭힘’ 경험

    37%는 대처 안 해… 금지법 홍보 필요국내 최대 국가산업단지인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2명 중 1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뒤에도 회사에서 괴롭힘을 막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절반에 달했다. 시민단체인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권리찾기모임 월담’(이하 월담)은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10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11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응답이 47.7%로 절반에 육박했다고 9일 밝혔다. 괴롭힘 유형은 ‘다른 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욕감 주기’가 43.1%로 가장 잦았다. 이어 ‘부하 직원에게 일 떠넘기기’(27.5%), ‘사생활에 대한 안 좋은 소문내기’(27.5%), ‘맡은 업무 외 다른 일 시키기’(25.5%), ‘회식·음주·모임가입 등 활동 강요’(19.6%), ‘욕을 하거나 물건을 던지며 위협하는 행위’(19.6%), ‘휴가·병가 사용 금지’(17.7%) 순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주로 상사(53.0%)였고 사장과 동료라는 응답도 각각 23.5%를 차지했다. 그러나 괴롭힘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했느냐는 질문에는 37.3%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답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상사에게 알리고 해결을 요청(11.8%)하거나, 고용노동부 등 공공기관에 문의하거나 신고(1.9%)하는 등의 적극적 대처를 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월담은 “2015년 실태조사 때도 응답자의 45.6%가 인권침해 시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다”면서 “괴롭힘 가해자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사이거나 사장인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개별 노동자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괴롭힘 가해자가 대표이사 등 사장이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괴롭힘 신고를 받는 당사자가 사장인데, 사장이 가해자면 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사실을 몰랐다는 응답도 26.2%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법 시행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연장근로·연차수당 없는 대학… 산학협력단 100% 노동법 위반

    고용노동부가 전국의 대학 산학협력단 36곳을 근로감독한 결과 한 곳도 빠짐 없이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장근로수당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등 기본적인 노동관계법도 준수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9일 노동부에 따르면 36개 대학 산학협력단 중 31곳(86%)이 연장근로수당과 연차휴가수당 등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않았다. A대학 산학협력단은 월 연장근로수당 지급 기준을 15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넘긴 근로자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았다. B대학 산학협력단은 연차휴가 사용 촉진 조치도 없이 사전에 연차휴가 보상 일수를 열흘로 정한 뒤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렇게 미지급된 연장근로수당 등 체불 금액이 5억여원에 달한다고 노동부는 밝혔다. 연구직종 노동자의 경우 기본적인 근로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조차 없어 인사노무 관리를 위한 체계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 관계자는 “연구책임자(교수)의 관심 부족, 노동관계법에 대한 인사노무 담당자의 낮은 이해도가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전국의 대학 산학협력단 인사노무 관리 실태를 직접 방문 방식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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