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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Out] 거꾸로 된 성희롱 처벌 관련 법규정/박찬성 포항공대 상담센터 자문위원(변호사)

    [In&Out] 거꾸로 된 성희롱 처벌 관련 법규정/박찬성 포항공대 상담센터 자문위원(변호사)

    지난달 여성가족부는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28.1%) 나타났으며, 공공 부문의 피해가 민간기업 영역에 비해 2.5배가량 많이 보고됐다고 한다. 피해자 10명 가운데 3명이 2차 피해를 경험했다는 결과도 공개됐다. 성희롱 2차 피해의 유발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 행위다. 다만 조건이 하나 붙는다. 민간기업을 비롯한 ‘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2차 피해 유발의 경우에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남녀고용평등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이 법에 따라서 사업주는 성희롱 피해 근로자나 그 피해를 신고한 근로자에게 2차 피해에 해당하는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이 법은 사업주뿐만 아니라 2차 피해를 직접 유발한 행위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또는 공공단체의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양성평등기본법은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공공단체에서 사건 은폐나 성희롱 구제 과정에서 추가 피해가 발생하면 이때 그 관련자의 징계를 여가부 장관이 소속 기관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 법에 2차 피해 유발자에 대한 형사처벌 내용은 없다. 여기서 남녀고용평등법과의 차이는 명백하다. 최근 신설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등 그 밖의 다른 법에서도 국가기관, 지자체 내부에서 발생한 성희롱 2차 피해를 요건으로서 직접 명시한 형사처벌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사업주나 사업주의 ‘대리인, 사용인 또는 종업원’이 2차 피해를 유발했다면 남녀고용평등법에 의거해 처벌할 수 있지만, 반대로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에 근무하는 공직자는 ‘사업주의 대리인, 사용인 또는 종업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공직자의 2차 피해 유발은 그 피해 내용이 다른 유형의 범죄에도 동시에 해당되는 때에 한해서 다른 형벌조항을 적용해 처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처벌의 필요성이 큰 곳에 적절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행법은 정반대다. 통상적으로 민간 영역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의 칼날을 겨누면서도, 공공 부문 가운데에서 사업장 성격을 갖지 않는 영역에 관해서는 처벌 근거조차 마땅치 않다. 똑같은 2차 피해가 발생해도 조치의 내용은 똑같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여러 법 규정을 읽어보면 국가기관이나 지자체는 민간 영역에 대해서 성희롱의 방지를 계도하는 주체로 상정돼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 결과와 그 밖의 많은 사례들은 국가기관과 같은 공공 영역도 완전무결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니 균형성을 잃고 있는 관련 법제에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 “1년 이상 임신이 안돼요”…결혼여성 12% 난임 경험

    “1년 이상 임신이 안돼요”…결혼여성 12% 난임 경험

    배우자가 있는 여성이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로 정상적인 부부 관계를 맺어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은 경우가 12%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임이 40%에 달했다. 3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15∼49세의 유배우자 여성 1만 324명 가운데 12.1%가 피임을 하지 않았는데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겪었다는 난임 경험을 토로했다. 난임은 결혼이 늦어질수록 높아졌다. 초혼연령별 난임 경험비율을 보면 24세 이하 9%, 25∼29세 11.2%, 30∼34세 16.3%, 35세 이상 25.3% 등으로 결혼을 늦게 할수록 난임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았다. 난임을 경험한 유배우자 여성이 실제 병원(한방병원 제외)에서 난임 진단을 받은 비율은 52.1%로 나타났다. 난임 진단을 받은 유배우자 여성을 대상으로 난임 원인을 물어보니 여성이 원인이 경우가 45.1%, 여성과 남성 모두 원인불명이 39.7%, 남편이 원인인 경우가 9.1%, 여성과 남성이 모두 원인인 경우가 6.1% 등으로 나왔다. 난임 부부 5쌍 중 2쌍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임을 겪은 셈이다. 난임 진단을 받은 유배우자 여성의 70.9%가 난임 치료를 받았다. 난임 시술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점으로 ‘정신적 고통과 고립감’(36.1%), ‘신체적 어려움’(25.7%), ‘경제적 부담’(25.6%) 순으로 나왔다. 그러나 난임 진단을 받은 유배우자 여성 중에서 6.2%만이 난임으로 인한 정서적·심리적 문제에 대한 상담이나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한 해 동안 병원을 찾는 난임 부부는 20만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난임 부부를 대상으로 2017년 10월부터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비용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올해부터 난임 부부의 월 소득이 512만원 이하면 시술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일부 본인부담금도 1회당 최대 50만원까지 보조해준다. 올 하반기에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부부도 난임 시술을 받을 때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2017년 포항지진·제천화재 피해자, 10명 중 3명은 극단적 선택 생각

    2017년 포항지진·제천화재 피해자, 10명 중 3명은 극단적 선택 생각

    2017년 연달아 발생한 참사였던 경북 포항 강진(11월 15일)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12월 21일)의 피해자 중 20~30%는 고통 속에 극단적 선택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지원소위원회는 국가미래발전정책연구원과 함께 29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국내 중대재난 피해지원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열었다. 국가미래발전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15일∼12월 20일 포항지진 피해자 40명과 제천화재 피해자 30명을 대상으로 경제·신체적 변화와 심리적 피해,구호 지원에 관해 설문·심층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대응과정이 얼마나 변했는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대상자 중 포항지진 피해자 82.5%는 지진 이후 불안 증세를 새롭게 겪었다. 불면증과 우울 증상을 겪는다는 이들도 각각 55%와 42.5% 수준이었다. 제천화재 피해자의 경우 사고를 겪으면서 73%가 불면증을 새로 앓았다. 이들은 우울(53.3%)과 불안(50%)도 호소했다. 정신·심리적으로 피폐해지면서 포항지진 피해자 47.5%, 제천화재 피해자 31%가 수면제를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지진 이후 슬픔이나 절망감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0%에 달했다. 자살 생각을 해봤다는 응답은 16.1%,실제 자살을 시도해봤다는 응답은 10%로 나타났다. 제천화재 피해자 중 76.7%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낄 정도로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에 관한 응답률은 각각 36.7%, 6.7%였다. 이들 사고의 피해자들은 정신은 물론 신체적으로도 건강이 악화했다. 포항지진 이후 건강상태 변화를 묻는 말에 ‘나빠졌다’는 응답이 42.5%,‘매우 나빠졌다’는 응답이 37.5%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제천화재 피해자도 ‘나빠졌다’가 43.3%,‘매우 나빠졌다’가 13.3%였다. 두 사고 피해자 모두 ‘좋아졌다’나 ‘매우 좋아졌다’는 응답은 없었다. 포항지진 피해자의 67.5%,제천화재 피해자의 83.3%가 참사 이후 새로운 질환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새 질환의 종류(중복 포함)는 소화기계(위염·위궤양·소화불량),신경계(만성두통) 등 10여종에 이른다. 재난 이후 가장 많이 앓는 질환은 만성두통(포항지진 피해자 32.5%·제천화재 피해자 33.3%),소화기계 질환(포항지진 피해자 20%·제천화재 피해자 33.3%)인 것으로 집계됐다. 생활 기반이 무너지면서 가계의 경제 상황도 나빠졌다. 가구 총자산의 경우 포항지진 피해자는 34.1%, 제천화재 피해자는 39.2%가 줄었다고 답했다. 반면 가구 지출액은 포항지진 피해자 28.1%, 제천화재 피해자 37.9%가 늘었다. 이들은 필요한 지원인데도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포항지진 피해자는 생활안정지원(54.3%),조세·보험료·통신비지원(42.5%),일상생활지원(41.7%) 순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천화재 피해자의 필요한 지원으로 구호 및 복구 정보 제공(33.3%),생활안정지원(24.1%),일상생활지원(24.1%)으로 답했다. 연구 책임자인 박희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심층면접 결과,포항지진 피해자들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정부에서 제대로 지원을 못 받는다고 답했다”며 “제천화재 피해자들은 지역주의적 정서는 없지만,세월호 때와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국회, 비쟁점법안 16건 처리…일명 ‘조두순법’ 통과

    국회, 비쟁점법안 16건 처리…일명 ‘조두순법’ 통과

    국회는 오늘(28일) 열린 본회의에서 비쟁점 법안 16건을 처리했다. 특히 일명 ‘조두순법’이 재석의원 236명 가운데 찬성 231명, 기권 5명으로 가결됐다. 이 개정안은 미성년자를 성폭행해 전자장치를 착용한 범죄자에게 주거지역을 제한하고, 특정인에 대한 접근을 금지하며 재범 위험성이 큰 사람에 대해 1대1 보호관찰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또 신산업 분야 서비스와 제품에 ‘선허용 후규제’의 원칙을 적용하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 채용과 관련한 부당한 청탁을 금지하고 구직자에게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밖에도 전투 또는 훈련 중 다른 군인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행위로 인해 신체장애인이 된 군인을 군무원 경력경쟁채용 시험으로 채용할 수 있게 하는 군무원인사법 개정안, 생활폐기물 안전점검 및 실태조사를 강화하는 폐기물관리법 역시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한편 오늘 본회의에서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보고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의사국장 보고 직후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발의됐다”며 “교섭단체 대표들은 의사 일정을 협의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자유한국당 의원 113명은 지난 22일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한국당은 정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서해수호의 날 관련 답변 도중 북한의 잇따른 서해 도발에 대해 ‘서해상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충돌’이라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았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제 뜻이 잘못 전달돼서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천안함 폭침 등이) 북한의 도발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아이 낳지 않는 게 ‘문제’라는 국가, 너무 염치 없지 않나요?”

    “아이 낳지 않는 게 ‘문제’라는 국가, 너무 염치 없지 않나요?”

    [출산은 선택, 육아는 함께] ③ 저출산 정책들이 실패하는 이유 우리나라는 2001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 1.30명으로 초저출생 시대를 맞았다. 합계출산율이 1.09명으로 더 낮아진 2005년, 정부는 인구 위기에 범국가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위원회를 만들고 10년이 넘도록 수많은 저출산 정책들을 쏟아냈지만 출생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이었다. 역대 정부가 실시한 정책들이 효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접근이 잘못됐기 때문이다.“국가가 ‘저출산이 문제’라고 말하면 ‘국가가 너무 염치 없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올해로 5살 된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김정덕(40)씨는 그동안 국가가 여성을 출산의 주체로 인정하기보다는 출생률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든다면서 호들갑 떠는 건 위선적으로 느껴져요. 옛날에 사람이 넘칠 때는 국가가 나서서 여성들에게 하나만, 둘만 낳으라고 장려하더니, 이제는 저출산시대라면서 사문화된 낙태죄를 다시 끄집어내서 여성들을 죄인 취급해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출범 이후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 대응 기반 구축’(2006~2010년), ‘점진적 출산율 회복’(2011~2015년),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사회’(2016~2020년)를 목표로 기본계획을 세워 각 정책 분야별 세부과제를 수행해왔다. 저출산 원인으로 만혼, 청년 실업, 주택난 등을 지목하며 신혼부부 주거 지원, 청년고용 활성화, 육아 지원 인프라 구축, 가족 친화적 직장문화 조성, 양육비용 지원 확대 등 여러 해법을 내놨다. 그러나 출생률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각 정책과제들이 목표를 달성한 것도 아니다. 한국 노동자들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024시간(2017년)에 달한다. 장시간 노동이 여전하다. 국내 어린이집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이 차지하는 비율은 7.8%(2017년)에 불과하다. 2005년(5.2%)과 비교했을 때 2.6% 포인트가 올랐을 뿐이다. 국내 유치원 중 국·공립 유치원의 비중은 2005년 53.3%에서 2017년 52.6%로 오히려 후퇴했다. 정부는 또 유연한 근무 형태를 확산하겠다고 했지만 고용노동부의 ‘2016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보면 한국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률은 21.9%에 그쳤다. 결국 여전히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기대하기 힘들고 보육 인프라가 열악한 사회에서 가사와 육아 부담은 고스란히 개인, 특히 여성에게 전가됐다. 맞벌이 여성의 평일 하루 육아 시간은 평균 229분인 반면 맞벌이 남성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46분). 휴일에도 맞벌이 여성의 평균 육아 참여 시간(298분)이 맞벌이 남성(146분)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 지금의 우리 사회다.(보건복지부 ‘2017 저출산·고령화 국민인식조사’) 정덕씨는 “만일 지금 제가 아이를 낳는다고 생각하면, 저는 정말 다시 한 번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로 3살 된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김한샘(38)씨도 “출산부터 양육까지 엄마에게 많은 책임을 지우는 현실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예전과 달리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자기 경력의 일부 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녀 양육을 위해 희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양육하려면 보육시설과 아이돌보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부모, 특히 여성의 신체적·감정적 소모가 출산 때부터 엄청 심해요. 그 힘든 몇년을 버텨도 대부분의 여성은 출산휴가를 포함해서 아이를 돌보기 위해 사용하는 잦은 휴가들로 경력상 발전을 할 기회들을 잃기 일쑤입니다.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하면 진급 누락 등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죠.”●출산은 차별로 이어지고 지금도 여성들은 임신, 출산을 이유로 직장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임신, 출산, 육아휴직 차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여성 임금 노동자 480명 중 245명(51.0%)이 출산휴가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245명 중 171명(69.8%)이 배치 및 승진에서, 173명(70.6%)이 보상 및 평가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임신, 출산으로 차별 또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밝힌 여성 180명 중 134명(74.4%)이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가 ‘문제 제기를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44명·32.8%)였고, 다음으로 ‘인사고과, 승진 등 직장 생활에 불이익이 우려돼서’(33명·24.6%)였다. 육아휴직의 경우에도 여성과 남성 응답자 800명 중 159명(19.9%)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고 응답했는데 이 중 111명(69.8%)이 배치 및 승진에서, 113명(71.1%)이 보상 및 평가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했다. 차별은 해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응답자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결혼하고 (일을) 그만둔 뒤 다시 직장을 어렵게 구했는데, 그때도 정규직이기는 했거든요. 그런데 들어간 지 얼마 안 돼서 제가 임신을 했어요. 계속 다니고 싶었는데 회사에서 약간 그만두라는 식으로 나와서 3개월도 못 다니고 나왔습니다.” 직장인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인 백연주(36)씨도 “만일 지금 직장이 나를 다시 받아주지 않는다면 ‘나는 어딜 가서 일을 해야 하지?’라는 불안감, 두려움, 걱정 이런 게 매우 컸다”고 토로했다. 연주씨는 2015년 당시 다니던 직장에서 출산휴가(3개월)와 육아휴직(1년)을 쓰고 첫째 아이를 돌봤다. 이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 두고 무직 상태에서 육아를 이어갔다. 2017년 일자리를 찾았고, 현 직장에 면접을 거쳐 합격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출근을 앞두고 둘째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회사 입장에서는 새로 뽑은 사람이 6개월 만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써야할 처지가 된 것이다. “회사에 미안하다고 했어요. ‘임신 사실을 숨긴 것이 아니다’, ‘합격 통보를 받은 다음에 인지했다’고 솔직히 얘기하고···. 다행히 회사가 배려해줘서 출산휴가 3개월을 쓰고 복직을 했어요. 그게 무척 감사해요. 30대 중반이라 경력단절에 대한 부담이 컸거든요. 대신 남편이 육아휴직을 사용했죠.” 이런 난관들을 뚫고 어렵게 출산을 해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거부의 대상’이 된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아동들의 인권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카페, 식당 등 출입이 제한되고(‘노키즈존’), ‘맘충’이라는 말을 툭툭 내뱉어요. 그런 말을 듣지 않게 엄마들이 신경을 쓰고 스스로를 검열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현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출산하지 않는 여성, 무자녀 부부를 비난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아이를 기르는 부모, 그리고 아이를 얼마나 배려하는 사회인가를 먼저 돌아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한샘씨)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있었죠. 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였는데, 눈앞에서 아이들이 사라지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어른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죄책감이 들었는데, 이후 희생된 아이들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시간이 지날수록 차갑게 변하는 것을 보면서 무서웠어요. 세상이 아이들을 버리는 것 같았어요.” (정덕씨)●아이를 포기하는 이유 그동안 저출산 정책들은 결혼을 통해 가족을 이루고 가족 안에서의 출산을 장려하는 데에 집중했다. 여기서 가족은 ‘결혼한 여자와 남자, 그리고 그 두 사람이 낳은 자녀’의 결합만을 뜻했다. 이것을 규범이라면서 여기서 벗어난 형태의 가족을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고, 아이를 임신·출산·양육할 권리를 박탈했다. 대표적인 예가 미혼모 가족과 장애인 가족이다. 정수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상담팀장은 “미혼모들이 양육을 포기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부모가 반대하니까, 그리고 사회의 따가운 손가락질을 받기 싫기 때문”이라면서 “미혼모와 미혼부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고 했다.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땐 아무도 미혼부의 책임을 묻지 않고 ‘네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미혼부가 아이를 키울 땐 ‘엄마가 버리고 간 아이를 책임지는 아빠’라고 비교적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설명이다. 이런 낙인 때문에 미혼모들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차별도 심각하다. 정 팀장은 미혼모 사연을 몇가지 소개했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한 미혼모는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보육교사로 취업하려고 했는데 학부모 면접을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면접관들이 지원서류를 보고 “당신 같은 부도덕한 사람을 선생님으로 고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는 거다. 또 법무사 사무실에서 일하던 미혼모가 있었는데,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무장이 “나이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직장에 네가 이렇게 있는 게 보기 안 좋다”면서 사직을 권고했다. 여성 장애인이 처한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혜영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사무처장은 “결혼한 여성 장애인 중에도 임신과 출산은 자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해 임신과 출산을 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편견과 부모의 반대로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양육 미혼모와 여성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가 이들의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배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장애인 부모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왕따와 놀림, 괴롭힘을 경험합니다. 결국 부모의 장애로 인해 자존감 상실과 우울, 탈선 같은 마음의 상처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죠.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가장 절실합니다. ‘누구나 예비 장애인이다’, ‘장애는 불편한 것이지 다른 것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처장) “제 아이도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친구들한테 ‘거지’라고 놀림 받은 적이 있어요. 또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 학교에서 ‘엄마와 아빠가 결혼을 해야 아이가 태어난다’고 가르친 거예요. 아이가 ‘엄마는 왜 결혼 안 하고 날 낳았어?’라고 묻더라고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데, 미혼모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가 지금도 아이들에게 상처를 많이 주고 있어요.” (정 팀장)●달라진 여성의 삶을 반영해야 출산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 결정은 자신이 양육을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인지, 자녀가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인지 등 자신과 아이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환경을 고려한 복합적 산물이다. 지금처럼 저출산을 여성에게 책임을 물으며 ‘위기’로만 간주하는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임신·출산·육아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 그칠 게 아니다. 출산과 함께 불거지는 여성 차별을 개선해야 한다. 또 미혼모 가정이든 장애인 가정이든 모든 가족 안에서 자라는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는 양육자를 지원하는 일에 어떤 차별도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 구성의 다양성을 사회가 인정해야 한다. 돌봄의 공적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한 사람을 제대로 돌볼 수 있을 때 그거야말로 제대로 된 돌봄이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온전히 자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그럴려면 돌봄에 종사하는 사람들, 이를테면 가족뿐만 아니라 보육교사들, 아이돌보미들, 방과후 돌봄교사들, 또 간호사들 처우도 개선돼야죠. 돌봄은 결국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잖아요. 아이뿐만 아니라 돌보는 사람도 제대로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정덕씨)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출산은 선택, 육아는 함께] 기획① “출산을 강요하지 마세요. 우린 충분히 행복합니다”② 나도 육아휴직 쓰고, 칼퇴하고 싶은데…아빠들의 고민③ “저출산이 ‘문제’라니···국가가 너무 염치 없지 않나요?”
  • 카시트 사용법 쉬워야 오장착 위험도 줄어...브라이텍스 어드보케이트 성장세

    카시트 사용법 쉬워야 오장착 위험도 줄어...브라이텍스 어드보케이트 성장세

    교통사고 발생 시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머리 중상가능성이 약 20배 정도 증가할 정도로 카시트 착용은 매우 중요해졌다. 과거에 비해 카시트 착용률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고속도로와 주요 도심부 도로에서 자동차 936대를 대상으로 카시트 착용여부를 조사한 결과 56.6%(530대)만 카시트에 어린이가 탑승해 있었고 21.5%(201대)는 카시트를 구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한국소비자원에서 실시한 카시트 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100명 중 47명이 카시트를 잘못 장착하고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시트 오장착의 원인으로는 45%가 카시트에 대한 사용법 미숙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카시트 착용 의무화의 중요성과 손쉬운 카시트 장착법 대한 관심이 늘면서 글로벌 브랜드 브라이텍스의 ‘어드보케이트’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월 매출이 전년 대비 130% 늘어 지난 3개월 대비로는 150%이상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브라이텍스 어드보케이트’ 유아 카시트는 신생아부터 8세까지 사용 가능하며, 카시트의 핵심 역할인 아이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제작됐다. 해당 제품은 안전하면서도 누구나 손쉽게 장착할 수 있는 ‘클릭타이트’ 장착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좌석 오픈, 정해진 슬롯에 안전벨트 또는 아이소픽스 벨트 삽입, 좌석 닫기까지 총 ‘3-STEP’으로 쉽게 장착할 수 있으며 흔들림이 거의 없다. 또한 8세까지 ‘5점식 안전벨트’를 사용할 수 있고, 차량용 안전벨트 또는 아이소픽스(ISOFIX)를 사용하여 어느 차량에나 장착이 가능하다. 특히 ‘브라이텍스 어드보케이트’는 미국 도로교통 안전국의 엄격한 테스트를 통해 안전성, 설치편의성 등을 평가한 결과 전체 총점에서 만점인 별 5개를 획득하며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어드보케이트는 측면 테스트를 포함한 미국 도로교통 안전국 기준 2배 이상의 테스트 진행해 안전성을 더욱 까다롭게 평가했다. 이 밖에도 ‘3중 측면충격 보호시스템’, ‘머리보호대 및 어깨벨트 자동 조절시스템’, ‘충격흡수 어깨패드’, ‘5점식 안전벨트’ 및 ‘2단계 버클 위치조절’, ‘7단계 등받이 각도조절’ 및 ‘각도 표시장치’, 더욱 간편하고 안전한 ‘클릭타이트’ 장착까지 압도적인 안전성과 편의성을 자랑해 리뷰 사이트인 ‘베스트 리뷰즈’에서 ‘최고의 컨버터블 카시트’로 선정된 바 있다. 브라이텍스 관계자는 “최근 유아 카시트 트렌드는 회전이 가능한 제품”이라며 “이러한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어드보케이트’ 제품은 브라이텍스 브랜드 안전성에 8세까지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무엇보다도 누구나 손쉽고 완벽한 장착이 가능하여 히트 육아템 반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한편 ‘브라이텍스 어드보케이트’는 온라인 쇼핑몰과 공식 직영점 ‘하이베베’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남시, 광주대단지사건 조례안 설명 자리 마련

    경기 성남시는 ‘광주대단지사건 기념사업 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28일 오전 10시 30분 시청 3층 산성누리에서 조례안 설명회를 연다고 25일 밝혔다. 조례안에 관한 시민사회단체의 관심과 문의가 많아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마련하는 자리다. 이날 성남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공동체연구소장, 성남문화원 성남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 한신대학교 학술원 박사, 연극 ‘황무지’ 제작 극단 성남93 대표, 일반시민 등 20여 명이 참석한다. 조례안 법률적 검토 내용, 입법 예고 취지 설명,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된다. 시가 입법 예고(3.11~4.1)한 조례안은 ‘광주대단지사건’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사업 추진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사무 범위에서 기념사업, 문화·학술사업, 조사·연구, 자료 발굴과 수집, 간행물 발간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해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위원 15명 이내를 구성하고, 당시 사건을 재조명하는 사업 추진 기관·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 조례안은 2016년 5월과 11월 시의회가 각각 부결한 ‘광주대단지사건 실태조사 및 성남시민 명예회복에 관한 조례안’과 ‘광주대단지사건 실태 파악 및 지원 활동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대폭 수정했다. 당시 시의회가 지적한 국가 사무의 처리 제한, 상위 법령 상충 논란 소지를 없앴다. 이번 조례안은 의견 수렴 뒤 조례규칙심의회를 거쳐 오는 6월 시의회 정례회에 상정한다. 지난 1971년 8월 10일 발생한 광주대단지사건은 서울시 무허가 주택 철거계획에 따라 경기 광주군 중부면(현 성남시 수정·중원구) 일대로 강제 이주당한 주민들이 최소한의 생계수단 마련을 요구하며 벌인 생존권 투쟁이다. 정부의 무계획적인 도시정책과 졸속행정에 반발하다 당시 이주민 중 21명이 구속되고 그중 20명이 처벌된 사건이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씨줄날줄] ‘자가’(自家) 신혼집/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자가’(自家) 신혼집/이순녀 논설위원

    지난해 개봉한 영화 ‘소공녀’는 집에 대한 요즘 청년 세대의 고민을 ‘웃프게’ 보여 준 작품이다. 가난한 연인이 자취방에서 사랑을 나누려다 너무 춥다며 다시 옷을 입는 장면을 보고 웃다가, 결혼하려면 전세금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냐며 남자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는 대목에선 마음이 짠해진다. 주인공의 후배가 들려주는 얘기도 여운이 길다. 신혼집으로 아파트를 사서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이혼한 그는 홀로 남은 허탈한 심정을 이렇게 돌려 말한다. “이 집 대출이자가 한 달에 얼만 줄 알아. 원금 포함해서 백만원이야. 그걸 이십년이나 내야 돼. 이십년 뒤면 이 집이 내 거가 된다는데, 그때 되면 이 집이 낡겠지?” 청년 세대가 신혼집 마련을 위해 빚을 내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진다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보면 2014년 이후 결혼한 청년 세대의 50.2%가 신혼집을 구하려고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세대(1998년 이전 결혼)의 경우 16%였던 것에 비해 3배가 넘는다. 대출 액수도 커졌다. 부모 세대는 1억원 이상 대출받은 사례가 1%였지만 청년 세대는 37.7%까지 높아졌다. 2억원 이상 대출받은 비율도 3%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변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미혼 여성의 72.3%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해 남성(70%)보다 반대 비율이 높게 나왔다. “전통적인 성별 역할을 수용하지 않는 추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진 주거 부담을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게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전셋집에서 시작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신혼부부의 보편적 주거 서사도 더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집을 사서 출발하거나 아니면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를 감수하는 신혼부부가 늘었다고 한다. 통계를 보면 2014년 이후 결혼한 부부 가운데 내 집에서 신접 살림을 차리는 ‘자가’(自家) 신혼부부의 비율이 34.9%였다. 2008년까지는 전세 비중이 자가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대출을 받든 부모의 도움을 받든 집을 구할 능력을 갖추고 나서야 결혼을 하겠다는 요즘 세대의 현실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반면 월세로 신혼집을 마련하는 경우 역시 16.5%로 역대 최고를 기록해 사회 전반의 양극화 심화가 신혼집에도 반영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행복주택, 신규분양 아파트 특별 공급, 각종 대출 지원 등 신혼부부의 집 걱정을 덜어 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 [월요 정책마당] 청년 취업 준비, 정부도 힘을 보탠다/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월요 정책마당] 청년 취업 준비, 정부도 힘을 보탠다/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최근 발표된 ‘2월 고용지표’를 보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청년고용률이 42.9%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 포인트 상승했다. 2월 기준으로는 2008년(42.2%) 이후 최고치다. 취업자수는 청년 인구가 10만 3000명 감소했음에도 상용직을 중심으로 2만 1000명 증가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느끼는 고용 사정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이른바 ‘체감 실업률’이라 일컫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이 24.4%나 된다. 청년들의 취업 스트레스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청년 노동시장과 구직활동 패턴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대학진학률이 69.7%에 이르는 등 고학력 청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특히 ‘에코 세대’(25~29세)의 대학진학률은 77% 수준이다. 졸업 이후 공채 등 시험 위주의 취업 준비가 여전해 취업준비생 규모가 50만명에 이른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취업을 준비하는 경향도 강하다. 졸업 이후 취업에 이르기까지 평균 10.7개월이 걸리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따른다. 2017년 청년희망재단이 실시한 ‘청년 삶의 질 실태조사’에서 한국 청년들은 ‘취업 준비비용 마련’(27%)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청년들의 취업 준비를 지원하고자 정부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를 25일부터 시작한다. 스스로 진로를 계획하고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효율적으로 탐색하도록 정부의 청년 취업지원 제도를 연계해 준다. 희망하는 청년에겐 다양한 고용서비스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기존 ‘청년취업성공패키지’가 개인별 상담부터 직업훈련 연계, 취업 알선까지 구조화된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지만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자기주도적 구직활동을 전제로 고용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차이가 있다. 지원 대상은 만 18~34세 미취업자 가운데 최종 학교를 졸업 혹은 중퇴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았으며, 기준 중위소득 120%(올해 4인가구 기준 월소득 554만원) 이하 가구에 속하는 청년이다. 올해 총 8만명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 청년에겐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취업 준비 비용을 제공한다. 취업 준비 지원이라는 사업 성격을 고려해 유흥·도박·성인용품 등과 고가상품·자산형성 관련 업종 등엔 지원금 사용이 제한된다. 청년실업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연합(EU)의 청년보장제도를 비롯해 많은 국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청년 구직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의 지원 제도가 니트족·학교중퇴자·장기실업자 등 자기주도적 구직활동이 어려운 취업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한다면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대학 졸업 후에 스스로 취업을 준비하는 비중이 큰 한국 청년들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이 제도가 청년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할 것이다.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직업능력개발 혁신으로 산업현장과 직업교육 사이의 미스매치를 해소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도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들이다. 당장 노동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청년기의 첫 직장은 앞으로 10년 이상의 소득과 고용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청년이 첫 직장을 구하면서 비용 부담을 덜고 구직활동에 보다 전념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새로이 도입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 청년들의 적성과 능력, 희망에 보다 잘 맞는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제도로 자리를 잡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 ‘비행 청소년’ 편견 싫어요… 다른 꿈 가진 10대 입니다

    ‘비행 청소년’ 편견 싫어요… 다른 꿈 가진 10대 입니다

    “가장 좋은 발성은 내 목소리를 그대로 내는 것입니다. 콧구멍을 열고 호흡으로 허밍을 해봐요.”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청소년도움센터 ‘친구랑’ 강의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청소년들의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박민호(18)씨도 그중 하나였다. 그나마 붙임성이 좋은 민호씨가 선생님과 농담을 주고받고 처음 수업에 들어온 수강생에게 스스럼 없이 말을 걸어 2시간 동안의 보컬트레이닝 수업이 한껏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청소년도움센터 친구랑은 서울교육청이 운영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기관이다. 독서토론, 목공, 드론 등 취미와 교양 수업에서부터 진로 상담, 검정고시 준비, 학업 복귀 컨설팅까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해준다. 민호씨는 이날 오전 10시 친구랑을 찾아 보컬트레이닝 수업을 받았다. 오후엔 청소년수련관 프로그램의 하나인 미술 관람을 하고, 오후 5시쯤 친구랑으로 돌아와 검정고시 공부를 했다.민호씨가 학교를 떠난 건 고등학교 1학년 생활을 갓 시작할 때였다. 초등학교 때 자신을 따돌렸던 아이들이 중학교에도 그대로 진학하면서 중학교 생활도 상처로 가득했다. 아는 친구가 한 명도 없는 고등학교를 찾아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이번에는 한 번 손을 놓은 공부를 다시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도망치듯 학교를 그만둔 터라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해야 할 것’에 대한 판단만큼은 또렷했다. 당장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 적금을 부었다. 학교를 그만두는 순간 용돈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울감에서 벗어나고자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았다가 친구랑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또래 친구들이 여기 있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를 사귀는 법을 배우고 싶어 제 발로 찾아왔어요,” 학교를 그만두던 해가 끝나갈 무렵 친구랑의 문을 두드린 민호씨는 그때부터 “오늘만 참으면 되겠지”라며 버텨냈다. 사회성을 기르는 법,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법, 살아남는 법 등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학교 밖에서 배웠다. “학교를 그만뒀다는 이유로 어른들은 저희를 마음대로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는 다들 잘 살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하죠.” 민호씨는 “우리 아들은 잘 할 거야”라며 믿어주시는 어머니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제가 여기(친구랑) 다니는 애들 중에 제일 바빠요. 하하.” 그도 그럴 것이 민호씨는 1주일 내내 스케줄이 가득 차 있다. 인근 지역의 청소년 지원기관들을 오가며 보컬 수업과 K팝댄스 수업 등에 참여한다. 입시 공부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다. 월요일과 금요일은 대학생 멘토의 도움을 받아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주말에는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침 저녁으로 틈을 내 운동도 한다.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고 보니 드디어 ‘하고 싶은 것’도 찾을 수 있었다. 학교를 다녔으면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을 민호씨는 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학점은행제를 통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온 자신의 경험을 발판 삼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제 경험은 30, 40대 어른들도 못 겪어본 것일 수 있어요. 힘들어 하는 청소년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제 경험을 알려드리고 싶어요,”매년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은 5만명 안팎이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1%에 가깝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비행 청소년’ 혹은 ‘학교폭력 가해자’로만 바라보는 사회 편견이 여전하지만, 청소년들이 학교를 박차고 나오기까지 어른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다양한 사연들이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6~8월 학교 밖 청소년 32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8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를 그만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학교 다니는 게 의미 없어서(39.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공부하기 싫어서(23.8%)’, ‘원하는 것을 배우려고(23.4%)’, ‘학교 분위기가 나와 맞지 않아서’(19.3%), ‘심리·정신적 문제’(17.8%) 등이 뒤를 이었다. 각종 지원기관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지도하는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들의 ‘자기 주도성’을 높이 평가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이야기다.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에는 학교 밖 청소년 90여명이 서울시의 ‘학교 밖 청소년 맞춤형 인턴십’ 면접을 위해 모여들었다. 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주관으로 2001년 시작된 사업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민간 업체에서 월 35시간 인턴십을 하면 서울시가 3개월간 월 30만원씩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매년 20~30명 수준으로 지원을 하다 지난해 100명, 올해 300명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참여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목표가 명확했다. 김현수(17·가명)씨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인턴십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같은 사업에 참여했다는 나호연(17·가명)씨는 “바리스타에 관심이 있어 지난해에는 커피전문점에서 인턴십에 참여했지만 제 적성과 맞지 않는 것 같아 올해는 목공 분야에 지원해 보려 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날 면접관으로 참여한 환경에너지 교육업체인 ‘마을기술센터 핸즈’의 정해원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올해도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삐딱한 시선에 날개를 펼쳐보기도 전에 상처부터 받곤 한다. ‘2018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학교를 그만둔 후 겪는 어려움으로 ‘선입견·편견·무시(39.6%)’를 1순위로 꼽았다. 또 절반 이상(51.9%)이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으며 세 명 중 한 명(32.8%)은 부당한 일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인턴십 면접에 참여한 정현주(19·가명)씨는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하면 우선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제약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면서 “나이와 학생이 아니라는 신분을 밝히는 순간 채용을 꺼리고, 일부 사업장은 이를 악용해 최저임금만도 못한 급여를 제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포청소년문화의집에서 학교 밖 청소년 상담 등을 맡고 있는 남현철 담당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아르바이트로 채용하는 데 필요한 부모 동의서 등 서류를 비치한 사업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구두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터에서 겨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친구랑의 문을 두드린 민호씨, 인턴십에 참여해 일을 배우려는 이들처럼 각종 지원기관과 제도 안에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일부일 뿐이다. 교육당국은 공공 테두리 밖을 겉돌며 방황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얼마나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비록 스스로 학교를 박차고 나왔다 해도 교육과 진로 설계 등 청소년 시기에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학교 밖 청소년들이 교육당국과 지방자치단체와의 끈을 놓지 않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이달부터 지급하는 교육수당도 이 같은 방안의 일환이다. 친구랑에 등록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월 20만원의 교육수당을 지급한다는 계획인데, 발표 당시 교육청이 ‘탈학교’를 부추긴다는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학교폭력 가해자나 부모가 고소득자인 청소년에게도 수당을 지급하는 게 형평성에 맞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서울교육청은 청소년들로부터 수당 사용 계획을 제출받고 어떻게 사용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유해업소에서 쓸 수 없는 ‘클린카드’ 등에 충전해 교육비나 문화체험비, 교통비 등에 쓸 수 있도록 했다. 수당 사업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두려운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지원기관을 찾아오게 하는 연결고리가 된다는 게 서울교육청의 판단이다. 실제로 수당 사업이 알려진 뒤 친구랑에 등록하는 청소년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신성희 친구랑 센터장은 “학교 밖 청소년 중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집에서 은둔하던 청소년들이 한 달 20만원으로 학원비라도 보탤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추스르고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의 ‘꿈드림센터’와 각 지자체의 각종 사업,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직업교육기관 등 학교 밖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자원들은 많지만 유기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빈틈이 생겨난다는 지적도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자신들을 위한 지원사업과 프로그램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서울시의 학교 밖 청소년 인턴십 사업의 경우 지원금(월 35시간, 30만원)은 최저임금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지만 이마저도 정보를 몰라서 지원자가 적었다고 청소년들은 입을 모았다. 정현주씨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이 사업을 알면 지원자가 더 많이 몰렸을 것”이라면서 “생각보다 경쟁자가 적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청소년이 학교를 벗어나는 순간 학교의 관리에서 벗어나고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기관들도 제각각 운영되면서 이들을 충분히 돌보지 못한다”면서 “상담시설, 직업교육기관, 보호시설 등 활용 가능한 자원을 촘촘한 그물망으로 엮어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① ②
  • “국비 연구용역 보고서, 개인 석사논문 둔갑” 만화영상진흥원 새노조, 비위간부 조사 촉구

    “국비 연구용역 보고서, 개인 석사논문 둔갑” 만화영상진흥원 새노조, 비위간부 조사 촉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새노동조합은 24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A간부직원의 논문비위·연구부정 의혹을 조속히 조사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재현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과 권유경 재정문화위 위원이 동참했다. 새노조는 이날 A씨의 이화여대 석사논문에 진흥원 간부로서 직접 발주한 국비 보조금 연구용역 보고서를 부당 사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부천시는 산하기관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올해 1월 감사 결과에서 진흥원 연구용역 ‘2016 만화창작인력 실태조사 용역 최종보고서’와 A씨의 논문 ‘만화가의 직업 만족도에 관한 연구: 수도권 만화가를 중심으로’ 17곳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부천시는 진흥원 측에 표 여부를 확인 조치하도록 통보했으나 진흥원은 사실 여부 확인 등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새노조는 “A씨가 국가 예산 5000만원짜리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를 먼저 입수해 회사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임의 사용했다는 사실을 행정사무감사에서 인정한 바 있다. 이는 소유물 저작권과 재산권을 침해한 것인 데다 국비로 작성된 보고서를 사적 이익을 위해 편취한 것이라는 의혹으로 도덕성에 문제를 삼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A씨는 당시 경기대 산학협력단에 ‘2016 만화창작인력 실태조사 용역 최종보고서’ 용역을 발주한 담당 팀장이었다”면서 “진흥원 이사이며 해당 용역 프로젝트 매니저였던 B교수에게 자신의 석사논문 지도교수까지 맡기는 등 표절 문제를 넘어 피할 수 없는 심각한 부패 행위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정재 새노조 위원장은 “지난 1년간 해당 직원의 비위를 척결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요 보직에 배치하고 되레 고발자를 색출하려 시도하는 등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돼 직접 나섰다”고 밝혔다. 새노조는 앞으로 시청, 경기도청 등에서 추가로 집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혀 정상화를 위한 지속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청년 신혼부부 시작부터 등골 휜다…절반이 신혼집 위해 대출

    청년 신혼부부 시작부터 등골 휜다…절반이 신혼집 위해 대출

    많은 청년세대 신혼부부가 신혼집을 마련하려고 억대의 빚까지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24일 발표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2018년 결혼한 여성 50.2%가 결혼 당시 신혼집을 마련하려고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사연은 2014~2018년 결혼한 여성 1357명, 2009~2013년 결혼한 여성 2106명, 2004~2008년 결혼한 여성 1866명, 1999~2003년 결혼한 여성 1716명, 1998년 이전에 결혼한 여성 2083명 등 세대별로 나눠 총 9128명의 기혼여성을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1998년 이전 결혼한 여성은 16.0%, 1999~2003년 결혼한 여성은 22.9%, 2004~2008년 결혼한 여성은 28.6%, 2009~2013년 결혼한 여성 36.2%가 결혼 할 당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2018년 결혼한 여성은 50.2%가 대출을 받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대출액수도 세대가 지날 수록 상승했다. 1998년 이전에 결혼한 여성은 1억원 이상 대출받은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14년 이후 결혼한 청년세대는 37.7%에 달했다. 이 중 1억~2억원 미만 대출받은 기혼 여성을 세대별로 살펴보면 1998년 이전 결혼한 여성은 0.7%, 1999~2003년 결혼한 여성은 2.1%, 2004~2008년 결혼한 여성은 7.2%로 나타났다. 이후 2009~2013년 결혼한 여성은 15.8%가 1억~2억원을 대출 받았고, 2014~2018년 결혼한 여성은 34.7%를 기록했다. 2014~2018년 결혼한 여성 중 2억원 이상 대출받은 비율도 3%에 달했다. 주거비용을 포함한 결혼비용에 부담을 느꼈다는 응답 비율도 청년세대로 올수록 증가했다. 1998년 이전 결혼한 여성 중 38.8%만이 결혼비용에 부담을 느꼈다고 답했지만, 2014~2018년 결혼한 여성은 54.4%가 결혼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연구팀은 “결혼 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거 부담은 청년세대가 결혼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출산을 가로막는 지속적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한국만화진흥원 노조, “국가 연구용역 보조금·보고서 빼돌려 석사학위 부당취득 직원 진상조사 촉구”

    한국만화진흥원 노조, “국가 연구용역 보조금·보고서 빼돌려 석사학위 부당취득 직원 진상조사 촉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새노동조합은 24일 오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A 간부직원의 논문비위·연구부정 의혹을 조속히 조사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시위에 정재현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과 권유경 재정문화위 위원이 동참했다. 새노조는 이날 A 간부직원의 이화여대 석사논문이 본인이 업무팀장으로 직접 발주한 국비 보조금 연구용역 보고서를 부당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새노조원들은 ‘국가 연구용역 보고서 빼돌려 석사학위 취득’, ‘이화여대는 연구부정행위를 방관하지 말라’, ‘연구용역 책임자가 논문지도 교수라니 이게 웬 말이냐’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지난해 8월 부천시는 산하기관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올해 1월 감사 결과 만화진흥원의 연구용역 ‘2016 만화창작인력 실태조사 용역 최종보고서’와 진흥원 모 간부직원의 이화여대 석사논문으로 통과된 ‘만화가의 직업 만족도에 관한 연구: 수도권 만화가를 중심으로’가 17곳이 상당부분 일치한다고 밝혔다. 부천시는 지난 1월 감사결과를 통보하면서 만화진흥원 측에 이화여대에 논문표절 여부를 확인 조치하도록 통보했다. 그러나 만화진흥원 측에서는 감사결과 이후 이화여대 측에 사실여부 확인 등 아무런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 새노조는 “A 간부직원은 국가 예산 5000만원으로 집행된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를 먼저 입수해 회사의 승인을 얻지 않고 임의 사용을 행정사무감사에서 인정한 바 있다”며, “이는 진흥원 소유물 저작권과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며 국비로 작성된 연구 용역 보고서를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편취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도덕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A 간부직원은 경기대학교 산학협력단에 ‘2016 만화창작인력 실태조사 용역 최종보고서’ 용역을 발주한 담당 팀장이었다”면서, “진흥원 이사이며 해당 용역 프로젝트 매니저였던 B교수에게 자신의 석사 논문 지도교수까지 맡기는 등 표절 문제를 넘어 면피할 수 없는 심각한 부패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가한 정재현 행정복지위원장은 “진흥원의 연구용역을 수행한 B 교수가 해당 A 간부의 논문 지도교수가 돼 석사 학위를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화여대가 논문표절 공장이란 소릴 듣지 않으려면 표절여부 조사를 조속하게 진행하고, 위법성이 확인된다면 학위 취소는 물론이고 업무방해 혐의로 교수와 당사자를 형사고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백정재 만화진흥원 새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1년간 임직원의 비위나 심각한 일탈행위를 척결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중요 보직팀장에 배치하고 되레 고발자를 색출하려 시도하는 등 심각하다고 판단돼 직접 나섰다”고 밝혔다. 만화진흥원 새노조는 앞으로 경기대학교와 부천시청, 경기도청 등에서 추가로 시위할 예정으로 진흥원 정상화를 위한 지속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골목상권 과보호 안된다” 역풍맞은 중기부… 항소심 전략 고심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대형 유통점의 개점을 막은 중소벤처기업부의 결정에 법원이 처음으로 제동을 걸면서 최종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중기부는 1심 판결에 ‘사업조정제도’의 취지가 덜 반영됐다고 보고 법률 대리인까지 변경하면서 항소에 나선 상태다. 23일 중기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서울행정법원은 유진그룹 계열사인 EHC가 중기부를 상대로 낸 개점연기 권고처분 취소소송에서 EHC 승소 판결을 내렸다. 논란은 EHC가 서울 금천구에 인테리어 용품 전문점인 ‘에이스 홈센터’를 연 것을 두고 중기부가 주변 소상공인들의 매출피해가 예상된다며 “개점을 3년 연기하라”는 처분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EHC측과 인근 시흥동 내 공구상 연합체인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 사이 자율조정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중기부 소속 사업조정심의회가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소상공인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사업조정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기업의 진출로 경영 안정이 우려될 때 정부에 중재를 신청하는 것으로, 심의위는 정부위원 3명, 외부위촉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심의회 참석 위원 9명 전원이 에이스 홈센터의 개점 연기 권고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유통시장에 대한 규제와 조정은 헌법이 보장하는 영업 및 기업의 자유와 조화를 이루는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무분별하게 중대형 소매점 개점을 장기간 금지할 경우 중대형 소매점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매출감소, 고용감소, 소비자의 후생감소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중기부가 인용한 주변 상인들의 한 달 매출 피해 예상액 85억 5000만원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점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 에이스홈센터 금천점의 개점 후 6개월 내 한 달 매출액은 2억 7000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15일 항소장을 제출하며 법원에 재차 판단을 구하고 나섰다. 중기부 관계자는 “사업조정심의회는 피해 매출액 산출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뿐 아니라 관계 기관의 의견진술, 당사자 사이 자율협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점연기를 의결한 것”이라면서 “단순히 피해 예상액만을 토대로 개점 연기 권고 처분을 내린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중소기업연구원이 산출한 피해액 85억 5000만원도 중장기적인 피해영향을 예측한 것으로, 통상 대규모 유통점 입점이후 소상공인 피해는 2~3년 이후부터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조정신청이 접수된 사례 중 중기부가 개점 연기를 권고한 사례는 EHC의 ‘에이스 홈센터’ 건이 유일하다. 또 대형 유통점에서 중기부를 상대로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어서 결과에 따라 향후 사업조정제도 운영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 미혼 여성 10명 중 7명 “동의 안 해”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 미혼 여성 10명 중 7명 “동의 안 해”

    72% “반대”… 남성의 70% 보다 더 높아“결혼 가치관 변화·심각한 주거 부담 영향” 취업한 남녀는 30%가 “남성만의 책임” ‘신혼집은 남자가, 혼수는 여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전통적 결혼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 오히려 남성보다 더 많은 여성이 남성에게 신혼집 마련 부담을 지우는 것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에 미혼 남성 1140명 중 70.2%(전혀 찬성하지 않는다 15.5% +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54.7%)가 반대했고, 미혼 여성은 1324명 가운데 72.3%(전혀 찬성하지 않는다 16.3% +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56.0%)가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남자가 신혼집을 마련하는 것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의견은 남성 3.8%, 여성 4.3%에 그쳐 신혼집 마련을 오롯이 남성만의 책임으로 보는 시각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명확히 드러냈다. 이런 경향은 연령이 낮을수록 더 두드러졌다. 20~24세 미혼 남녀 모두 20.1%가 ‘전혀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30~34세 남성은 14.0%가, 같은 연령대 여성은 14.7%가 강한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연구진은 “부부관계에서 전통적인 성별 역할을 수용하지 않는 추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진 주거 부담을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게 더는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조사에서 20~44세 미혼 남성의 가장 많은 33.7%가 ‘국가의 신혼집 마련 정책이 가장 절실하다’고 꼽을 정도로 청년층에게 주거 문제는 결혼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이다. 하지만 기존의 결혼 가치관을 뒤엎은 이런 새로운 시각도 취업 이후에는 다시 전통적 가치관으로 회귀하는 듯한 양상도 나타났다. 남녀 모두 취업한 뒤에는 신혼집 마련을 남성의 책임으로 보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직장인 남녀만을 조사했을 때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남성 32.4%, 여성 29.1%로 나타났다. ‘남성이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전혀 찬성하지 않는다’에 대한 동의 수준 또한 ‘취업 여성’(14.4%)이 ‘비취업 여성’(20.2%)보다 낮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주거 마련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부모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 배우자에 대한 기대, 자신의 경제력 등 매우 다양한 요소들의 의해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나도 육아휴직 쓰고, 칼퇴하고 싶은데…아빠들의 고민

    나도 육아휴직 쓰고, 칼퇴하고 싶은데…아빠들의 고민

    육아는 여성의 몫이 되기 일쑤다. 아이가 생기면 보통 엄마가 휴직이나 퇴사를 한다. 여의치 않으면 할머니가 아이를 대신 돌본다. 아이돌보미도 대부분 여성이다. 출산과 육아는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이라고 외치지만, 결혼하고 출산한 여성에게 엄마가 되기를 강요하고 남성에겐 아빠 역할을 배제하는 성별 분업 구조는 견고하다. 남성을 협조자에 머물게 하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다. 이런 환경 속에서 육아의 주체가 되는 남성들도 있다. 남녀가 같이 아이를 낳은 만큼 양육 책임은 두 사람에게 똑같이 있다고 말하는 아빠들과 배우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남편에게도 찾아온 우울증 결혼 4년차인 홍원표(47)씨는 두 아이의 아빠다. 지난해 8월부터 첫째 아이에 대한 육아휴직을 사용 중이다. 배우자인 백연주(36)씨는 4년 전 태어난 첫째 아이를 돌볼 때 육아휴직을 한 차례 썼다(한 자녀에 대해 부모가 각각 최대 1년까지 육아휴직 사용이 가능하다). 지금은 연주씨가 직장을 다니고, 원표씨가 첫째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과 다음 달 돌을 앞둔 둘째 아이 양육을 책임지고 있다. 원표씨의 주양육자 역할은 처음이 아니다. 2015~2016년 연주씨의 육아휴직 기간에 원표씨는 일을 그만둔 적이 있다. 연주씨가 복직한 뒤로 원표씨는 첫째가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무직 상태로 7~8개월 동안 혼자 아이를 돌봤다. 아니나 다를까. 그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왔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쉴 틈도 없이 빠듯하게 일하는 느낌? 집안일도 같이 해야 하니까요. 주말이라고 해서 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하루 종일 얘기할 상대가 아이밖에 없잖아요. 말도 잘 안 통하는데…. 이런 생활을 몇 달 동안 하니까 우울해지더라고요. 당연히 우울해지죠.” 하지만 원표씨는 그때도, 지금도 독박 육아는 아니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아내와 번갈아가면서 주양육자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육아 시간에 차이는 있더라도 똑같이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남편이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당신이 지금은 주양육자가 아니어도 이를테면 밥솥에 밥이 있는지 없는지, 분유는 얼마나 남았는지, 일주일 동안 아이에게 어떤 이유식을 먹일지 신경써야 한다’고.” (연주씨) “이렇게 얘기하고 나서 입장이 뒤바뀌었을 때(아내가 주양육자였을 때) 한동안 아내가 역공했죠. ‘당신이 직장 다니느라 청소를 안 하고 빨래를 안 할 수도 있는데 아이가 다음 날 먹을 게 있는지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말이 그대로 되돌아왔죠. 하하.” (원표씨) 육아는 나홀로 아닌 팀플레이 올해로 3살 된 아이를 키우는 배재현(45)씨는 직장에서 ‘칼퇴’하고 집에 도착하면 아빠로 변신한다. 육아뿐만 아니라 설거지와 빨래 등 가사노동도 한다. 하지만 재현씨는 아내 김한샘(38)씨에게 “계속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임신·출산도 사실은 여성인 아내가 다 하는 거잖아요. 임신 중에 남편은 옆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대신 육아는 저도 할 수 있잖아요. (출산 후) 100일까지 너무 힘들었어요. 아이가 2시간마다 울면서 잠을 깨니 매일 밤을 꼴딱 새고…. 진짜 멘붕이었어요. 그런데 그때 저는 출근도 했거든요. 근무시간만큼 육아와 가사일에서 빠져 있었으니까, 그게 계속 미안했죠. 아내 혼자 집에서 그 많은 일을 해야 했으니….” 한샘씨가 출산 후 3개월이 지나 3~4개월 동안 양육을 도맡았을 때도, 이후 1년 넘게 아이돌보미가 하루에 3~4시간 한샘씨의 양육을 도왔을 때도 재현씨는 변함없이 퇴근 후 귀가해서 집안일을 했다. 한샘씨는 “남편이 기본적으로 ‘같이 아이를 낳았으니까 돌봄도, 살림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에서 아이 씻기는 법, 기저귀 가는 법을 알려줘요. 그런 거 다 영상으로 찍어서 방법 익히고. 아내가 몸이 아프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길 수 있잖아요. 아내가 매일 집에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때 제가 아이 돌보는 방법을 모르면 큰일 나죠. (육아·가사일)은 정말 스트레스 많이 쌓이거든요. 그래도 제가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현씨) 결혼 6년차이자 올해로 5살 된 아이의 아빠인 박범섭(39)씨는 육아와 집안일은 ‘팀플레이’라고 말했다. “‘난 아이만 돌봐야지’, ‘난 살림만 해야지’ 이렇게 무 자르듯이 나눌 수가 없어요. 아이가 지금 엄마랑 놀고 싶다면, 제가 가서 ‘놀아줄게’라고 해봤자 소용없거든요. 그럴 땐 엄마가 가야죠. 그럼 그 사이에 제가 식사 준비, 빨래, 청소를 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요. 또 아이를 씻겨야 하는데 아내가 몸이 아프면 제가 하는 게 당연하고요. 아이 씻기는 걸 미룰 순 없잖아요.”평등육아를 가로막는 장벽들 지난해 공개된 보건복지부의 ‘2017 저출산·고령화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여성의 평일 하루 육아 시간은 평균 229분인 반면 맞벌이 남성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46분). 휴일에도 맞벌이 여성의 평균 육아 참여 시간(298분)이 맞벌이 남성(146분)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 지금의 우리 사회다. ‘평등육아’라는 개념을 갖다 대기 민망한 통계치다. 여기서 ‘평등’은 두 사람이 일을 5대5로 나눠서 매일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평등한 육아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는 출산을 함께 선택한 두 사람에게 달린 문제다. 서로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면서 맞춰 나가야 한다. 숙고하지 않고 단순히 가사와 육아의 일차 책임자는 여성이라는 전통적인 성 역할 규범에 기댄 분담은 평등한 육아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협의 과정을 어렵게 하는 것이 노동시장의 성 불평등이다. 원표씨는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가계 입장에서는 손해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가 직장에서 월 300만원을 벌고, 아내가 월 200만원을 벌어요. 만일 육아휴직 급여로 100만원 받는다고 해보죠. 가구소득면에서 보면 누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답이 나오죠.” 통계청이 여성가족부와 함께 작성한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여성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29만 8000원으로 남성 노동자 임금의 67.2%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남녀의 임금 차이는 육아휴직 급여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육아휴직을 신청한 노동자에게 휴직기간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한다. 육아휴직 시작일부터 첫 3개월까지는 통상임금의 80%(상한액 월 150만원, 하한액 월 70만원)를, 4개월째부터 휴직 종료일까지는 통상임금의 50%(상한 월 120만원, 하한 월 70만원)를 준다. 급여의 25%는 복직 후 일시불 지급이다. 기본적으로 임금에 따라서 지급액이 달라지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다. 지난해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전체 육아휴직자의 17.8% 수준에 그쳤다. 육아휴직을 대신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주당 15~30시간) 신청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남성 노동자의 지난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비율 역시 전체의 14.4% 수준에 머물렀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액도 통상임금과 단축 전후의 노동시간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한샘씨는 “시간제 아이돌보미가 하루 3~4시간 집에 오면 한달에 50만~70만원 정도 지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월평균 양육비 지출액은 자녀가 1명인 경우 64만 8000원, 2명인 경우 128만 5000원, 3명인 경우 152만 9000원으로 조사됐다. 가계소득이 중요한 이유, 결국 양육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이유 직장 출퇴근 시간과 아이의 어린이집(또는 유치원) 등·하원 시간이 겹쳐 힘들어하는 양육자들도 적지 않다. 범섭씨는 지난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기 위해 출퇴근 시간을 조정했다. 다행히 회사가 유연근무제를 적용해 ‘오전 9시 30분 출근, 오후 6시 30분 퇴근’이 가능했다. “대신 할당된 일의 양은 채워야 하죠. 일이 많은데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일단은 회사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일거리를 싸들고 집에 와서 밤 11시까지 아이랑 놀아주다가 아이가 자면 그때부터 야근을 시작하죠.” 고용노동부가 전국 5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30~44세 남녀 1000명(각각 500명)을 표본으로 분석한 ‘2017년 일·가정 양립 근로자 실태조사’를 보면 ‘유연근무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74.6%였다. 특히 유연근무제가 필요한 이유 중 ‘돌보아야 할 자녀·가족이 있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비율(34.4%)을 차지했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90.1%가 유연근무제 사용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또 2016년 고용부의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유연근무제 도입률은 21.9%에 수준이다. 미국의 시차출퇴근(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하루 근무시간을 채우는 제도) 도입률은 81.0%, 유럽의 시차출퇴근 도입률은 66.0%이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장시간 노동 관행도 육아 분담을 가로막는다.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평균 202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세 번째로 노동시간이 길다.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2000시간이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멕시코, 그리스 뿐이다. 범섭씨는 이렇게 일하면 몸과 마음이 소진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하는 아빠·엄마는 집에 돌아오면 에너지가 바닥나요. 에너지가 있어야 밥도 짓고, 반찬도 만들고, 식사도 하고, 아이랑 같이 놀아줄 수 있는데…. 정신없이 일만 하면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어렵고 옆을 돌아보기가 굉장히 힘들죠. ‘칼퇴’가 안 된다면 유연근무제라도 제대로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재현씨도 “아빠들로 하여금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가 영유아 양육자들이 탄력근무(유연근무)를 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출산은 선택, 육아는 함께] 기획① “출산을 강요하지 마세요. 우린 충분히 행복합니다”② 나도 육아휴직 쓰고, 칼퇴하고 싶은데…아빠들의 고민③ “저출산이 ‘문제’라니···국가가 너무 염치 없지 않나요?”
  • ‘신혼집은 당연히 남자가?’ 여성 10명 중 7명 “동의 안해”

    ‘신혼집은 당연히 남자가?’ 여성 10명 중 7명 “동의 안해”

    ‘신혼집은 남자가, 혼수는 여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전통적 결혼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 오히려 남성보다 많은 여성이 남성에게 신혼집 마련 부담을 지우는 것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에 미혼 남성 1140명 중 70.2%(전혀 찬성하지 않는다 15.5%+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54.7%)가 반대했는데, 미혼 여성은 1324명 가운데 72.3%(전혀 찬성하지 않는다 16.3%+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56.0%)나 동의하지 않아 남성보다 더 강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남자가 신혼집을 마련하는 것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의견은 남성 3.8%, 여성 4.3%에 그쳐 신혼집 마련을 오롯이 남성만의 책임으로 보는 시각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이 명확히 드러났다. 이런 경향은 연령이 낮을수록 더 두드러졌다. 20~24세 미혼 남녀 모두 20.1%가 ‘전혀 찬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반면, 30~34세 남성은 14.0%가, 같은 연령대 여성은 14.7%가 이렇게 강한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부부관계에서 전통적인 성별 역할을 수용하지 않는 추세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진 주거 부담을 어느 한 편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더는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조사에서 20~44세 미혼 남성의 가장 많은 33.7%가 신혼집 마련에 대한 국가 정책이 가장 절실하다고 꼽을 정도로 청년층에게 주거 문제는 결혼의 큰 장애 요인이다. 하지만 기존의 결혼 가치관을 뒤엎은 이런 새로운 시각도 취업 이후에는 다시 전통적 가치관으로 회귀하는 듯한 양상이 나타났다. 남녀 모두 취업을 한 뒤에는 신혼집 마련을 남성의 책임으로 보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났다. 취업한 남녀만을 조사했을 때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남성 32.4%, 여성 29.1%로 나타났다. ‘남성이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전혀 찬성하지 않는다’에 대한 동의 수준 또한 취업 여성(14.4%)이 비취업 여성(20.2%)보다 낮았다. 연구진은 ”주거 마련에 대한 태도가 부부의 성역할에 대한 가치관 수용, 주거에 대한 기대 수준, 부모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 배우자에 대한 기대, 자신의 경제력 등 매우 다양한 요소들의 의해 복잡하게 영향을 받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출산을 강요하지 마세요. 우린 충분히 행복합니다”

    “출산을 강요하지 마세요. 우린 충분히 행복합니다”

    결혼하면 당연한 듯 아이를 낳던 때가 있었다. 1960년대엔 급속한 인구증가를 경제발전의 저해요소라고 보면서 오히려 자녀를 3명으로 줄이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다가 1970년대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자’더니, 1980년대엔 ‘둘도 많다’고 했다.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출산에 목매는 형국이다. 지난해 초혼인 신혼부부 110만 3000쌍 가운데 자녀를 출산하지 않은 부부는 37.5%(41만 4000쌍)로 집계됐다. 2017년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1.9% 포인트 줄어든 35만 7800명. 합계출산율은 1명이 채 안 되는 0.98명(2018년 기준)이다. 이것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고령화사회를 부른다고 비판한다. 결국 화살은 ‘출산하지 않는 이들’에게 돌아간다. [출산은 선택, 육아는 함께] 기획은 어쩌면 그들에 대한 해명일 수도 있다. 무자녀 부부들은 왜 출산을 포기할까. 더불어 한국 사회가 출산을 ‘강요’할 수 있는 사회일까. ● 세상이 저희 부부의 출산만 기다리는 건가요 지난해 결혼한 김영민(가명·32)씨 부부는 반려견 체리와 함께 산다. 부부가 체리를 데리고 산책하던 어느 밤이었다. 지나가던 할머니가 체리를 빤히 바라봤다. 할머니는 다가와 “부부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 핀잔했다. 반려견한테 애정을 다 쏟아서 아기는 안 낳게 된다는 논리였다. 한번은 택시기사에게 ‘빨리 아이 낳으라’는 충고도 들었다. 마흔 다 되어 낳으면 자식이 대학 갈 무렵 환갑이라는 거다. 나이 들면 뒷바라지하기 힘드니 젊을 때 낳으라는 이야기였다. 결혼한 지 일 년도 안 됐는데 환갑을 걱정하다니. 게다가 가족도 친구도 아닌 낯선 이들까지 출산을 종용하는 게 당혹스럽다.영민씨 부부는 현재 출산을 유보한 상태다. 경제적 부담이 한몫했다. 신혼부부라 주택 마련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빠듯하다.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압니다. 사실 부모님께 받은 만큼 아이에게 해줄 자신도 없어요.” 현실적으로는 매달 들어갈 교육비가 벌써부터 영민씨를 망설이게 한다. 교육부가 지난해 초·중·고교생 1인당 들어간 사교육비를 조사한 결과, 월평균 29만 1000원으로 나타났다. 태어날 아이가 행복할지도 의문이다. 영민씨는 이른바 ‘88만원 세대’다. 청년실업률이 10%를 넘나들고, 취업에 성공해도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시대를 경험했다. 자신이 거쳐온 입시경쟁과 취업경쟁 속에 아이를 밀어 넣을 상상을 하니 아득하다. 영민씨는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기 전에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 아이를 낳으면 잘 키울 것 같다지만…출산은 ‘선택’ 가족상담사 임혜민(33)씨는 직업상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통 아이의 심리적 문제로 찾아오지만, 부모가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음악치료를 전공한 혜민씨는 아이들과 노래를 듣거나 악기를 연주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속내를 꺼낸다. 부모들은 임씨에게 “선생님은 아이 낳으면 잘 키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녀는 아이를 ‘좋아하는 것’과 ‘키우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봤다. 결혼한 지 4년째인 혜민씨와 남편 심재관(40)씨는 자신들의 삶에 집중하기로 했다.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요가와 수영을 배운다. 혜민씨가 피아노를 치면 재관씨는 베이스기타를 들어 합주한다. 주말이면 근교로 나가서 캠핑도 즐긴다. 모두 아이가 없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요즘 비혼도 많고, 무자녀 부부도 많습니다. 하나의 룰(4인 가족)만 고집할 필요가 있나요.”(재관씨) “삼대가 한집에 살던 시절에는 엄마가 바쁘면 삼촌과 이모가 돌보고, 그마저 안 되면 첫째가 막내를 봐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이를 낳아도 돌볼 사람이 없으면 키울 수가 없어요. 부모에게 맡기라는 것도 이기적인 거죠.”(혜민씨) 하지만 사회는 오히려 이들의 선택을 ‘이기적’이라고 한다. 저출산의 원인을 비혼주의자와 무자녀 부부에게 돌리는 탓이다. 혜민씨는 최근 면접에서 겪은 일을 털어놨다. “아이가 없어서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했더니, 면접관이 ‘아이가 국력인데 국가 경쟁력에 보탬이 돼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하시더군요.” 아이는 있어도 없어도, 면접 상황이 불편해지기 일쑤다. 특히 기업이 출산과 육아 문제로 여성을 기피하는 실태는 여전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임신·출산·육아휴직 차별 실태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임신·출산 경험이 있는 중소 사업장 노동자(30~44세)의 68.6%가 ‘출산휴가나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 때 차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출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 공백이나 인건비 부담 때문에 출산하는 여성을 마뜩잖게 본다는 얘기다. ● 근원을 찾을 수 없는 인식…‘아이가 없으면 불행하다’ 윤정희(가명·46)씨와 김은호(가명·51)씨는 1996년 결혼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녀가 없다. 노력을 해도 생기지 않은 경우다. 정희씨는 결혼 초 병원에 다니며 인공수정을 시도했다. 난임 치료는 고된 과정이었다.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 회사도 그만뒀다. 배란을 체크하고,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아이가 생기기를 기다렸다. 정희씨를 가장 괴롭게 만든 건 불안감이었다. 이대로 아이가 안 생기면 어떡하지, 노후는 어떻게 준비할까. 집에만 있으니 온갖 잡념이 밀려왔다. 반면 은호씨는 무덤덤했다. ‘없으면 말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런 무심함에 정희씨는 오히려 안심됐다. “남편이 간절히 바랐다면 더 힘들었을 거예요. 일 년이 지나도 임신이 안 되자 결국 둘이서만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두 사람은 자녀 대신 시간과 여유를 얻었다. 부부는 자주 해외여행을 떠난다. 양가 부모를 모시고 열흘간 터키에 머무르면서 효도도 했다. 정희씨는 “아이가 있다면 교육에 도움 되는 곳으로 가지, 맥주 마시러 중국 칭다오에 가는 일은 못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부부는 끊임없이 불편한 상황에 빠진다. “왜 아이를 안 갖느냐”는 물음이 수시로 달려들었다. 정희씨가 “저는 불임이에요”라고 말하면 상대가 되레 당황했다. 아이가 없으면 불행할 거란 편견도 정희씨 부부를 ‘비정상 가족’으로 만든다.● 낳으면 끝일까. ‘울타리가 없는 아이들’의 세상은 어쩌고 윤현준(가명·50)씨는 아내 박수연(가명·48)씨를 ‘짝지’라고 불렀다. ‘아내’나 ‘와이프’보다 훨씬 동반자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2007년부터 함께 살았지만, 혼인신고는 최근에야 했다. 현준씨는 대학에서 강의하느라, 박씨는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덧 12년이 흘렀다. 자녀 계획은 엄두도 못 냈다. 둘 다 직업적 성취가 우선이었다. “대학에서 만나는 청춘들이 참 싱그럽습니다. 아이를 낳았다면 저렇겠지라는 생각도 하고요. 한때는 아이를 많이 낳아서 축구팀을 만드는 상상도 했는데, 짝지를 만나고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새벽에 집을 나서 밤늦게 돌아오는 아내에게 육아 부담까지 지울 순 없으니까요.” 두 사람이 무자녀 부부를 택한 결정적 계기는 ‘세월호 참사’다. 세월호 희생자 중 현준씨 지인의 아이가 있었다. 덩치 좋던 사람이 며칠 만에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현준씨는 “인간의 고통을 쥐어짜는 소리가 무엇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면서 “아이를 낳으려면 그 아이의 생존과 인권을 보호할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너무 무책임하다”고 성토했다. 누군가는 둘의 삶이 소중해서, 또 누군가는 경제적인 이유로 출산을 유보하고 있다. 또 어떤 이들은 낳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출산을 통과 의례로 인식한다. 혜민씨 어머니는 한번은 ‘사람의 도리’라며 설득했다고 했다. 아이를 낳아서 가족을 이루는 건 마땅한 도리라는 뜻이다. 임씨는 “엄마로서 한 명을 잘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상담사로서 수많은 가정이 안정감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도 애국”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사회를 이롭게 만드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래서 부부는 출산을 ‘선택’의 문제라고 봤다. 혜민씨는 “지금은 무자녀 부부의 삶을 선택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땐 또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람의 가치관은 살아가면서 언제든 변하는 법이다. 재관씨는 “우리 부부가 자녀가 있는 다른 부부들의 삶을 존중하는 것처럼 그들도 무자녀 부부의 선택을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인터뷰한 이들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도 짚었다. 현준씨는 “우리 사회는 개인에게 출산과 육아에 대한 책임을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수연씨도 “저출산 대책이 쏟아지지만, 정작 미혼모나 보육원 아이들에 대한 정책은 보완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낳는 데만 집착할 게 아니라 ‘울타리가 없는 아이들’을 돕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출산은 선택, 육아는 함께] 기획① “출산을 강요하지 마세요. 우린 충분히 행복합니다”② 나도 육아휴직 쓰고, 칼퇴하고 싶은데…아빠들의 고민③ “저출산이 ‘문제’라니···국가가 너무 염치 없지 않나요?”
  • 무료 데이터존만 452곳… 와이파이 천국 중랑

    서울 중랑구가 관내 무료 와이파이존인 ‘데이터 쉼터’를 확대한다고 19일 밝혔다. 민선 7기 공약 사업이다. 중랑구는 2021년까지 버스정류장 160곳, 전통시설과 공원과 같은 다중이용시설 44곳에 데이터 쉼터를 확대 설치한다. 현재 운영 중인 248곳을 포함해 모두 452곳에 마련돼 어디서든 불편 없이 인터넷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구는 내다봤다. 특히 기존의 공공 와이파이가 구청·동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 집중된 반면, 이번엔 버스정류장을 중심으로 와이파이망을 확대한다는 게 특징이다. 무선인터넷 접속자 중 99.5%가 이동 중 스마트폰을 이용한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7 인터넷 이용실태조사’ 결과에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중랑구는 오는 7월까지 동별로 승하차 인원이 가장 많은 버스정류장 16곳을 선정해 시범 설치에 나선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1만원에 내장형 등록칩 이식” 반려견 유기 방지 나선 서울

    “1만원에 내장형 등록칩 이식” 반려견 유기 방지 나선 서울

    2021년까지 매년 4만마리에 지원 유기견 입양 땐 1년간 보험료 지급이달 말부터 1만원만 내면 동물병원에서 반려견에 내장형 칩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동물 등록을 해줄 수 있다. 유기견을 입양하면 서울시가 연간 20여만원의 동물보험 납입료를 1년간 내준다. 서울시가 이런 내용을 담은 ‘동물 공존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19일 발표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선제적 조치로 동물 유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만 서울에서 8200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23.5%가 안락사로 처리됐다. 유기 반려동물은 전국을 통틀어 2017년 기준 10만 2593마리다. 이에 따라 시는 3월 말부터 동물 유기 방지→응급구조 강화→입양 활성화 시스템을 본격 가동한다. 우선 반려견 내장형 동물등록 칩을 2021년까지 3년간 매년 4만 마리, 통틀어 12만 마리에 지원한다. 시중에서는 4만~8만원이나 시내 동물병원 540여곳에서 1만원만 내면 된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칩에는 동물 고유번호와 소유자 이름, 주소, 연락처 등이 저장돼 있고 외장형 칩이나 인식표와 달리 제거가 어려워 동물 유기·유실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견을 입양하는 시민들에게는 20만원가량의 동물보험 납입료 1년치를 지원한다. 동물의 상해, 질병 치료비뿐 아니라 동물로 인한 시민의 안전사고, 물적 피해에 대해서도 최대 500만원을 보상해 준다. 시는 앞으로 고양이 동물등록제가 시행되면 고양이 입양 시민에게도 보험 가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재개발·재건축지역 들개, 길고양이 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등 관계 법령을 개정해 공사 시행 전 실태조사, 동물보호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견주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반려견놀이터를 현재 시내 4곳에서 올해 10곳, 2022년에는 25곳(자치구 전체)으로 확대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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