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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연시 물가고삐 잡아라(사설)

    연말연시를 맞은 데다 정부조직개편·개각등으로 사회분위기가 적잖이 어수선하고 행정공백이 빚어지는 것을 틈타 각종 생필품과 개인서비스 요금 및 종이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값이 기습적으로 뛰고 있다.최근 물가움직임은 지난 중순 교통당국이 철도·고속도로 통행료 올린 것을 마치 신호로 여긴듯 슬그머니 너나 할 것 없이 올려받는 뇌동인상에 나선 느낌이 강하다. 이러한 값 오름세는 연말연시의 의례적인 과소비경향이나 기업자금결제 등에 따른 통화량증가와 맞물려 거의 모든 품목으로 확산 될 가능성이 짙어 매우 우려된다.특히 비록 인상요인이 있었더라도 철도요금등 공공교통수단 이용료를 연말에 올린 것은 다른 가격 인상에 빌미를 준 실책이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오히려 관련당국에선 경영합리화와 같은 내부적 노력으로 인상요인을 흡수토록 해 범정부적 목표인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던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번의 대대적인 개각을 통해 새로 출범한 홍재형 경제팀에게 최우선적으로 연말연시의 물가고삐를 단단히잡도록 강력하게 촉구한다.누구보다도 물가의 중요성을 잘 아는 경제관료들이긴 하지만 잠시도 방심함이 없이 종합적인 안정대책을 세워 차질없이 추진해야만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의 세계화를 이뤄낼 수 있다.따라서 새경제팀은 바로 한해전의 경제총수가 섣불리 가격현실화방침을 밝혔다가 인상러시에 휩싸여 안정화 의지에 상처입은 전례를 거울삼는 마음가짐으로 물가를 다스리기 바란다. 무분별한 가격인상은 철저한 행정지도에 의해 제값으로 환원시키고 부당이득은 한푼도 빠뜨림없이 세금으로 흡수해서 안정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특히 종이류처럼 국내의 몇 독과점업체들이 비밀리에 담합에 의해 일방적으로 값을 올리려는 행위는 종합물가대책차원에서 공정거래위반여부를 명확하게 가려냄으로써 제동을 걸도록 당국에 촉구한다. 그렇잖아도 내년에는 지방자치단체장선거·사회간접자본시설투자 및 자본거래자유화·해외경기상승등 통화증발과 투기심리를 부추기는 국내외적 물가불안요인이 너무 많다.때문에 물가대책도 총수요관리와 물량공급확대노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환율 금리 국제수지 등 거시지표들을 안정지향으로 연계운용하는 총체적인 내용을 담은 것이라야 한다. 우리 경제가 내년부터 본격 가동되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려면 무엇보다 국내의 물가안정을 이루는 일이 가장 시급한 것이다. 우리는 연말연시의 부당한 가격인상에 대해 경고하면서 당국의 응징을 거듭 촉구한다.아울러 가계의 경우도 과소비를 삼가고 근검절약함으로써 인플레심리의 확산을 막는데 도움이 되도록 당부하고 싶은 것이다.
  • 아일랜드 연정내분 수습 “수완”/새총리 브루턴(뉴스인물)

    ◎레이놀즈 전총리 실책 날카롭게 비판/정치경력 25년… 언론 “돌아온 왕” 칭송 아일랜드의 새 총리 존 브루턴 당수(47·통일아일랜드당)의 총리 피선은 황혼기에 접어든 25년 정치경력에 새벽을 연 「사건」으로 불릴만 하다.아일랜드 언론들은 그가 총리로 뽑히자 「돌아온 왕」으로 치켜세울 정도. 의회에서 어린이 학대 혐의를 받고 있던 로마가톨릭교회 신부 처리 문제와 관련,알버트 레이놀즈 전총리 정부를 질타하던 그의 냉정하고 자로 잰듯한 언변은 TV 생중계를 통해 고귀한 인품과 결의에 찬 무뚝뚝한 인물이란 이미지를 굳게 심어주었다. 불과 한달전 노동당에 대한 연정구성을 위한 예비접촉 제의가 거절돼 통일아일랜드당 소속 의원들이 그에 대해 반기를 들고 일어설 것으로 관측됐었으나 레이놀즈 총리의 사퇴에 따른 정국혼란과 통일아일랜드당과 노동당의 좌·우 연정 구성을 둘러싼 당내분을 극복,87년 이후 처음으로 통일아일랜드당의 집권을 실현시켰다. 그는 지난 80년대 내각에 입각했으나 어린이 신발류에 세금을 매기려던 그의 계획이국민들의 반대를 불러 내각 붕괴를 초래했었다.그후 통일아일랜드당이 야당으로 바뀌면서 그는 지난 90년 앨런 듀크스와 치열한 경선끝에 당수직에 올라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공공지출 확대에 반대하는 기독민주계 인사로 이혼 금지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최초로 주장한 정치인들 가운데 한사람이다.
  • 15명 구속기소 성수대교 수사종결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수사해온 서울지검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신광옥 제2차장 검사)는 18일 이원종 전서울시장과 최원석 동아건설회장을 무혐의처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전시장과 최회장을 불러 조사했으나 이번 사고와 관련,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과실책임을 인정할 수 없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 2명과 함께 고발된 박일룡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사고발생신고 즉시 관할 순찰차량및 순찰정에 인명구조활동을 지시하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한 사실이 드러나 역시 무혐의처리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성수대교 시공 당시 현장 감독공무원이었던 김석기씨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성수대교 사고와 관련해 구속기소된 사람은 모두 15명으로 늘어났으며 서울 동부건설사업소 시설2계장 김성구씨 등 2명은 불구속기소됐다. 한편 검찰은 이번 수사가 종결됨에 따라 지난달 22일 발족된 합동수사본부를 해체했다.
  • “북한사찰 유예기간 너무 길다”/김창준 미연방하원의원 회견

    ◎내년에 40개법안 제출 계획/외교위 참여제의 수용 검토 『내년에 새 의회가 열리면 공화당에서 북·미간의 핵합의와 관련하여 문제를 제기할 것입니다.영변 폐기물저장소에 대한 특별사찰은 최소한 5년 뒤로 유예되었는데 우리는 이 기간이 너무 길다고 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연방하원 41선거구에서 63%의 득표율로 가뿐히 재선된 김창준의원은 11일 저녁 워싱턴에서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상·하 양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향후 정국운영을 전망하는 가운데 이같이 말했다. ­북·미 합의를 어떻게 고치겠다는 것입니까. ▲합의자체를 근본적으로는 뜯어고칠 수는 없지만 행정부에 재협상을 촉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 과정에서 내세운 「미국과의 계약」을 어떻게 실천해나갈 것입니까. ▲내년 1월3일 104대 의회의 회기가 시작되면 1백일 안에 10개 분야에 걸쳐 30∼40개의 법안을 제출할 것입니다.문제는 클린턴 대통령이 얼마나 거부권을 행사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무조권 거부를 하기보다는 타협적으로 나올 것으로 봅니다. ­의회가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어떤 변화를 줄까요. ▲많이 바뀔 것으로 봅니다.공화당은 아이티사태 개입 등 클린턴 외교가 많은 실책을 범했다고 봅니다.우리는 미군이 유엔군 지휘하에 들어가 작전을 하는 것을 막고 경제외교와 인권외교는 분명히 분리할 것이며 외국원조를 과감하게 줄일 것입니다.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본격가동되면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사표를 내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그리고 북한이나 아이티에 지미 카터씨를 보내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위원회의 통폐합,의회직원들의 대폭적인 감축도 할 것이라는데.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내정자가 본인이 적극 지지한 중소기업위원회의 은행·금융위원회에로의 통합문제를 검토토록 했습니다.다른 위원회도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지난 40년동안 하원을 지배해온 민주당 영향 아래 필요없이 비대해진 의회직원들을 3분의1 가량 감원할 계획입니다』 ­무슨 상임위에 속하게 됩니까. ▲당지도부에서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로 들어오라고 하는데 좀더 생각했다가 12월중에 결정할 것입니다. ­재선 비결을 소개해주세요. ▲우리 선거구는 백인거주지역입니다.우선 이들이 현재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철저히 여론조사를 했지요.이들이 원하는 것을 쟁점으로 들고 나왔어요.미국사회를 주도하는 계층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해 소신으로 정면대응했습니다』
  • 뚜렷한 증거·적용법규 없어 불가피/이원종 전시장 귀가 배경

    ◎공직사회 사기문제등도 고려한듯/수사는 계속… 재소환 가능성 희박 지난 3일 검찰에 소환된 이원종 전서울시장이 30시간동안 조사를 받은뒤 4일 하오 7시40분쯤 풀려났다. 신광옥 수사본부장은 이날 밤 이 전시장을 석방하기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전시장을 일단 귀가조치시키고 참고인 조사등을 통해 시장으로서의 구체적인 과실 유무를 확인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앞으로 이 전시장이 검찰에 재소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법리문제」 또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시장에게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았던 직무유기및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법리문제는 검찰내부에서 조차 이견이 많아 가장 골머리를 앓았던 대목이다. 검찰은 당초 이 전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직무유기죄를 적용하면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었다.이미 구속된 동부건설사업소 직원과 서울시 전·현직 도로시설과장등에게는 직무유기죄가 적용됐다. 검찰은 서울시 도로·교량등 주요 시설물 관리감독의 실무 총책임자라 할 수 있는 이신영 전도로국장에게도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것을 검토했으나 직무유기죄의 구성요건이 워낙 까다로워 이 죄목 대신 형량이 비교적 가벼운 「허위공문서작성혐의」를 씌웠다. 실무총책임자에게도 이 죄를 적용할 수 없었던 만큼 시정의 최고책임자인 이 전시장에게 직무유기죄를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아래 생각해 낸 것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였다. 검찰은 이를 위해 전통적인 과실이론에 비해 「과실책임」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일본의 「감독과실 책임론」과 독일의 「보장인적 지위론」등 외국의 학설과 판례등을 정밀분석한 결과 이 전시장에게 「업과상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잠정결론을 내리고 이 전시장을 소환하기에 이르렀었다. 검찰의 이같은 이론구성은 그러나 이 전시장의 일관된 반론에 힘없이 무너졌다.그는 자신의 혐의를 캐기 위한 검찰의 신문에 조목 조목 반박,결백을 입증했다. 검찰은 이 전시장이 시장으로 있는 동안 한강교량의 안전한 유지관리를 위해 시정의 책임자로서 나름대로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 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그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다. 검찰이 이 전시장을 조기에 귀가조치한 배경에는 이같은 법리문제와 함께 공무원의 사기문제 등 여러 요인들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번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고가 났을 경우 이런 식으로 최고 책임자가 처벌받는다면 앞으로 나쁜 선례가 돼 공무원들의 「복지부동」·「무사안일」풍조는 더욱 기승하고 사기는 저하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관가에 벌써부터 맴돌았었다. ▷일문일답◁ ◎검찰신문에 있는 사실대로 답변/지도감독 소홀했던 점 후회 막심 30여시간 동안 검찰의 조사를 받은뒤 귀가조치된 이 전서울시장은 초췌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검찰청사를 떠나기 앞서 5분여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차분하게 답했다. ­현재의 소감은.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뿐이다. 밤새도록 검찰의 엄한 추궁을 받으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특히 공직생활 기간동안 스스로 지도감독을불충분히 한 점에 대해 후회를 많이 했다. ­신문내용은 주로 어떤 점이었나. ▲서울시장이 져야 할 여러가지 책임문제등 전반적인 분야에 걸쳐 신문을 받았으며 나는 있는 사실 그대로 답변했다. ­소환되기 전 검찰청에 다녀와서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는데 그때 풀려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나. ▲언제든 집으로는 올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다. ­잠은 제대로 자면서 신문을 받았나.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서울시민과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몸둘 바를 모르겠다.이번 기회를 거울삼아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서울과 대한민국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서울시의 기술적인 관리분야에 대해서는 인사권을 포함,우명규 당시 부시장에게 모든 것을 위임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시정의 모든 책임은 시장에게 있다.인사권은 기관장의 절대권한에 속하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성수대교 손상보고」를 비롯해 동부건설사업소로부터 여러차례 올라온 보고내용을 알고 있었나. ▲….
  • 심기일전의 새출발 요구된다(사설)

    성수대교 사고에 대한 담화에서 김영삼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부덕함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고뇌에찬 대통령의 진솔한 심경이 아닐수 없다.아울러 국가전반의 정비와 쇄신을 가속화할 것을 다짐한 대통령의 사과담화는 사고수습의 전기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유족들의 슬픔은 어떤 방법으로도 쉽게 가셔지기 어려울 것이다.또 입장에 따라 불만을 가질 사람들도 없지 않겠지만 사회전체가 하루빨리 사고충격에서 벗어나 심기일전,평상을 회복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야말로 희생에 값하는 올바른 길이다. 우리는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수습방향과 원칙에 따른 정책적,실천적 후속조치가 내실있게 취해질 것을 기대하면서 먼저 정부 여당의 분발이 있어야 하리라 본다.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는 상황이 된 데에는 일차적으로 국정수행의 두바퀴인 내각전체와 집권민자당의 부실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어제 열린 당정정책조정회의가 시설물안전관리 특별법제정을 추진키로 하는 등 신속한 대응노력을 가시화한 것은 최소한의 할일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당정회의가 부실시공에 대한 엄벌규정을 신설하는 등의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고 중앙안전점검 통제단과 안전관리공단의 설립등을 검토키로 한 것은 국민불안과 불신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종합대책은 대통령의 담화대로 국가전반의 정비와 쇄신의 차원에서 각분야에 걸친 개혁프로그램이어야 할 것이다.잇단 대형안전사고와 부정사건등이 발생하면서 행정부에 대한 사회의 질책이 큰 것은 개혁이라는 올바른 방향을 잡아놓고서도 그동안 지속적인 의지와 능력,그리고 실천노력이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담화에서 제시한 국정전반에 관한 구체적인 개혁정책의 개발과 집행에 전정부적인 노력이 집중되어야 한다.그러자면 개혁정책의 추진체계를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수대교 관련 대책만 보더라도 내무부와 건설부,그리고 서울시 등 관련부처가 각자 부처단위의 대책을 산발적으로 내놓고 있는 인상이다.안전문제의 의식교육과 관련한 교육부나 공보처의 방안도 있을법한데 아직나온게 없다.사전사후에 얼마큼 유기적인 검토가 있는지,또 역할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일시적인 한건주의의 아이디어가 아닌 중장기,단기대책으로 나누고 각부처가 유기적으로 협조함으로써 실효있는 대책이 나올 것이다. 안전대책은 물론 개혁의 구체적 정책의 추진에도 종합적인 기획기능은 긴요하다.부처이기주의 등 그동안 내각이 해온 행태를 감안하면 결국 대통령보좌기구인 청와대비서실이 맡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공무원 복지부동같은 것은 내각이 푸는 데 한계가 있다.
  • 멸망의 원인(백제를 다시본다:30·끝)

    ◎한강유역 뺏긴뒤 서남부에 고립/의자왕,초기 전승에 자만 실정 거듭/대당외교 실패… 많은 충신 귀향보내/18만 나당연합군 침공때 동원가능 병력은 5천명 부소산성에 올라 금강을 굽어보노라면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이 마냥 평화롭게만 느껴진다.1천3백년 전 이곳에서 망국의 통한을 품은 3천 궁녀들이 떨어져 죽었다고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그러나 서기 660년 당의 침략군이 신라와의 사전협약에 따라 서해로부터 금강 하구에 소리없이 진입하여 상륙작전을 개시한 뒤 사비도성을 유린한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백제는 왜 멸망했는가.이 수수께끼를 속시원히 풀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쇠란 없다.백제 멸망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역사적 인과관계에서 볼 때 우리들은 많은 멸망원인을 열거할 수 있으나 이를 대내적인 것과 대외적인 것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삼국항쟁이 격화된 6세기 후반 이래 백제는 경쟁국가인 고구려나 신라에 비해 그 입지랄까 행동반경이랄까가 매우 좁았다.즉 한강유역을 송두리째 신라에 빼앗긴 뒤로부터 백제는 줄곧 한반도 서남부지역에 고립되어 있었던 것이다.백제가 기대를 건 잠재적인 동맹세력은 고구려였으나,양국은 다만 해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을 뿐 이었다.그런 까닭으로 백제는 자신을 ㄱ자 모양으로 포위하고 있는 신라와의 군사경계선을 돌파하기 위해 몸부림쳤다.그것은 한 때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하지만 백제는 결코 신라의 포위망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이처럼 백제가 신라와의 국경전쟁에서 헛되이 국력을 소모하는 동안 내부사정은 차츰 악화되어 갔다.의자왕이 641년 무왕의 뒤를 이어 즉위했을 때만 해도,희망은 아직 남아 있었다.그는 인간적으로 나무랄데 없는 성품이었고,국가중흥의 열망에 불타 있었다.왕태자 시절 지극한 효성으로 해동의 증자라는 평까지 듣던 의자왕이었다. ○신라 포위 못벗어 그가 왕위에 오른 직후에 결행한 신라 침공도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마침 642년 평양에서는 연개소문이 정변을 일으켜 군국의 대권을 장악했는데,의자왕은 그와 손잡고 신라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개시했다.백제군은 중국으로 통하는 신라의 서해 관문인 당항성(경기도 화성군)의 목을 죄는 한편 신라의 낙동간 방면 전선사령부가 위치한 대야성(경북 합천군)을 함락하여 경주를 가까이서 위협했다.이같은 전과는 의자왕의 경탄할 만한 기민성과 결단력에 힙입은 바 컸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의자왕의 인간적인 약점이 노출되었다.전투에 잇따라 승리한 의자왕은 어느 덧 자만심에 빠져 만기를 독재하는 통치스타일로 기울어졌다.사태를 더욱 악화시긴 것은 왕비 은고의 지나친 권력욕이었다.백제를 멸망시킨 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은 부여 정림사탑에 전승을 기념하는 글을 새기도록 했는데,거기에는 멸망 당시 백제의 정치상황을 설명하여 『의자왕이 곧은 신하를 버리고 아낙네(왕비)를 너무 믿어 형벌이 오로지 충양한 사람에게 미쳤다』고 했다.양심적인 재상인 성충이 옥사하고 흥수가 귀양을 간 것도 이같은 난정이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결과였다.또한 해방 직후 부여에서 우연히 탑비가 발견됨으로 해서 그 실재가 확인된 대좌평 사택지적의 정계은퇴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충신들이 밀려난 자리에는 신라의 간첩망에 포섭된 임자 같은 인물이 도사리고 있었다. ○왕비 권력욕 지나쳐 무엇보다도 의자왕이 범한 큰 과오는 백제를 둘러싼 국제관계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다.당은 신라측의 끈질긴 한반도 개입 요청을 받아들여 백제에 사신을 보내어 신라와 화평관계를 꾀하도록 외교적 압력을 가했다.그러나 의자왕은 이같은 권고를 거듭 묵살했다.652년 이후 백제는 더 이상 사신을 보내지 않음으로써 당과의 관계를 사실상 단절했다.백제를 치기로 한 신라와 당 양국간의 비밀협상이 한창 무르익어가던 절박한 때에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외교적 실책이었다.바야흐로 백제 상공에는 잔뜩 먹구름이 닥쳐오고 있었으나,의자왕은 전혀 그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서기 660년 여름 신라와 당 연합군의 침공은 백제로서는 그야말로 청천백일하의 날벼락이었다.김유신이 이끄는 신라의 5만 대군이 국경선 깊숙이 나타났을 때 백제가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결사대 5천명이 고작이었다.이 결사대는 사흘동안 황산벌(충남 연산)에서 신라군과 처절하게 싸운 끝에 전원 옥쇄했다.한편 13만명에 달하는 당나라 군대는 금강 동쪽 기슭에 상륙,7월 11일 신라군과 합세했다. 드디어 12일에는 나당연합군이 사비도성 공격에 나섰다.연합군은 도성 동쪽 20여리쯤 떨어진 곳에서 백제군의 소규모 저항을 받았으나 이를 단숨에 격파하고 염창리에서 능산리로 이어지는 나성을 통과,순식간에 도성 안으로 진입했다.적군의 강습에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의자왕은 태자와 함께 북쪽 웅진성(공주)으로 달아났다.이에 왕의 둘째 아들 부여태가 왕권을 대행했으나 혼란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이윽고 연합군이 시가지를 가로질러 부소산성을 포위하자 절망에 빠진 지배층과 백성들이 떼지어 성에서 내려와 항복했다.그리하여 부소산성 정상에는 나당 연합군 깃발이 나부끼게 되었다. ○부흥운동 무위로 그러나 백제는 그 뒤 3년간 더 살아 꿈틀거렸다.국왕의 항복결정을 거부한 지방주둔 병력이 왕족 복신의 지휘 아래 총집결하여 조직적인 부흥운동을 벌인 것이다.이들은 한때 사비도성을 포위한 일까지 있었다.주류성(서천 한산 혹은 부안으로 짐작됨)과 임존성(예산 대흥)이 당시 부흥운동군의 일대 거점이었다. 663년 가을 백제와 전통적인 우호관계에 있던 일본이 부흥운동군을 돕기 위해 3만대군을 보냈다.그러나 왜군은 백강하구에서 신라·당 연합군에 포착되어 네차례의 접전 끝에 섬멸되고 말았다.당시 불에 탄 왜선 4백척에서 뿜어대는 연기와 불꽃이 하늘을 붉게 하고 바닷물도 빨갛게 물들었다고 한·중 양국 사서는 기록하고 있다.왜군 격파로 사기가 오른 연합군의 일제 공격으로 주류성은 마침내 함락되고 백제부흥운동은 그 종말을 맞게 되었다. 이처럼 백제는 가고 말았으나 그들이 창조한 문화의 가지는 신라와 일본 등지에 이식되어 그뒤 오랜 세월 생명력을 유지했다.지난해말 세상에 공개된 금동향로는 찬란했던 백제문화의 정화로,그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망국의 군주/의자왕 중국 북망산에 묻힌듯/패망후 당나라에 끌려가 병사 우리가 고대사에서 만날 수 있는 큰 비극을 꼽자면백제패망을 다룬 AD660년의 기사가 그 하나일 것이다.궁녀들이 꽃처럼 떨어졌다는 낙화암 옛 이야기와 더불어 아련히 들려오는 사비도성의 황급스러운 말발굽소리는 백제사가 간직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 때에 웅진성(공주)으로 피신했던 의자왕도 결국 나·당연합군에 붙잡혀 2만여 백제유민들과 함께 당나라로 끌려갔다고 역사는 기술하고 있다.그러나 이 망국의 군주는 생몰연대도 전해지지 않고 그저 막연하게 당에서 병사한 것으로만 되어있다.이는 의자왕과 휩쓸려 포로가 된 왕자 부여릉(AD615∼682년)이 당에서 남긴 비교적 소상한 활동기록과는 사뭇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의자왕은 어떻게 되었을까.이 물음에 해답을 던져줄 가능성은 있다.의자왕의 신하로,또 왕자 부여릉과 백제부흥운동을 통해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흑치상지(AD630∼689년)와 그의 아들 흑치준의 묘지명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중국 하남성 낙양의 북망산에서 1929년에 발굴된 이 묘지명은 현재 남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 흑치상지의 묘지명은 왕자 부여융이 주군으로 받들어지고 있음을 표현했다.또 묘지명은 AD677년 부여융이 당으로부터 「웅진도독 대방왕」에 임명되었을 때 흑치상지는 속관의 직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다만 41줄 1천6백4글자나 되는 묘지명 새김글씨에 의자왕 기록이 전혀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사학계는 당나라 왕후장상들의 묘역 북망산을 계속 주시하는 입장이다.북망산에서는 백제유민 흑치상지 부자의 묘지명 말고도 연개소문의 아들이자 고구려유민인 천생의 묘지명이 출토되었다.이로 미루어 의자왕의 무덤도 북망산 묘역 어딘가에 존재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백제 최후의 군주 의자왕의 무덤을 찾는 일은 한·중학계의 협력에 따라 성사될 수도 있을 것이다.그래서 학계는 북망산 한쪽에 묻혀있을 의자왕 묘지명을 찾아야할 큰 역사숙제를 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 대미외교 당당해야 한다(사설)

    북핵문제 해결의 마지막 중요고비를 앞두고 긴밀하고 일사불란해야 할 한미간에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듯한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북핵과거규명과 경수로 지원 및 미북관계개선 그리고 남북대화 연계문제등에 대한 시각과 입장에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이같은 이견의 조정을 위해 한승주외무가 5일 급거 방미길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간의 이견은 주로 북한의 한국배제전략과 미국측의 미묘한 태도변화 때문이다.미국은 특별사찰등 핵과거규명의 경우 미래만 보장된다면 크게 문제삼지 않을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북핵과거투명성을 한국형 경수로 지원과 연계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융통성을 발휘해 주도록 희망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남북한 관계 개선의 연계에도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클린턴대통령과 민주당 정부는 그동안 보스니아등의 우유부단한 외교실책들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그리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인기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초조해 있으며 모종의 정치적인 탈출구가 필요한 상황이다.그것을 북한핵문제해결과 대북관계개선에서 찾으려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어왔다.적당한 북핵해결과 관계개선의 교환을 서두르는 듯한 인상의 미국태도는 그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의 외교란 국익에 따라 좌우되게 마련이며 탓할 일도 아니다.그러나 그것이 타국의 국익을 희생시키는 것이어선 안된다.우리는 우리의 국익이 미국의 국익 혹은 정권이익에 희생당하지 않을까 걱정한다.북핵과거를 규명하고 지원경수로를 한국형으로 하는 것 그리고 미북관계개선의 남북관계개선 연계등은 우리가 챙겨야 할 국익에 속하는 상황들이다.누구를 위해서도 간단히 양보하고 희생당할 수 없는 것이다. 한장관은 이점을 미국측에 충분히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원칙의 문제를 분명히 하고 우리의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동시에 미국의 목표와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잘못이 있으면 고치도록 설득해야 한다.모든 국가관계는 이해관계에서 출발한다.특히 오늘과 같은탈냉전시대에는 더욱 그렇다.우리의 대미관계도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냉전시대의 구각을 벗어버리고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우리의 기본적 국익에 속하는 대미관계를 손상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그러나 우리가 미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미국도 우리가 필요한 상황이다.대북협상에서 우리를 배제하거나 희생시키는 것이 미국에 덕될 것 없다는 것은 미국이 더잘 알 것이다.쓸데없이 저자세를 취할 필요는 없다.당당한자세의 대미외교를 기대한다.그래야 미국으로 부터 대접과 존중도 받는다.
  • 「정치학과 정치」 정치학회 세미나 초점

    ◎“학계의 「지식인 정치」 비난 없어야”/학자의 역할은 「덜 위험한 대안」 모색/연공서열·편가르기가 정치낙후 원인 현실정치와 정치학이론과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또 현실정치 무대에서 지식인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이며 정치발전을 위해 지식인의 정치참여는 어떤 방향과 수준으로 전개돼야 할까. 3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한국정치학회(회장 김호진·고려대)주최로 열린 「한국에서의 정치학과 현실정치」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는 여야 현역정치인과 정치학교수등 50여명이 발표및 토론자로 참가,이같은 주제가 심도있게 다루어졌다. 이날 세미나에서 「학문으로서의 정치학과 권력으로서의 정치」를 기조논문을 발표한 김호진회장은 87년 6월 항쟁을 계기로 정치학자들은 탈비판적이고 탈규범적인 경향에서 벗어나 통일국가 건설이라는 실천적 과제를 중심에 담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회장은 그러나 한국정치에서의 이념적 보수성이 정치학에서도 자유로운 논의를 제약하는 경향이 아직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권력의 문민성과는 별개로 좌파이론과 주체사상을 공격하면 급진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그것을 인정하면 보수세력으로부터 질타를 받는 사회현실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그는 「주사파」논쟁을 한국사회의 후진성을 나타내는 「소모적 촌극」이라고 비판한뒤 이같은 논쟁은 학문적 영역에서의 규범적 연구로 흡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이부영의원(민주)은 「나의 현실정치 체험」이라는 소논문을 통해 두터웠던 현실정치의 벽을 실감한 대표적 사례로 「비이성적 냉전논리」를 들었다. 문민정부 출범 뒤에도 얼마전 「조문파동」처럼 국가정책의 다양한 효용성을 검토하기 보다는 상대에게 특정 이념의 올가미를 씌워 반사이익을 얻는 「냉전형 정치」가 건재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세계가 탈냉전의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우리사회는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개혁의 공존 없이 이분법적 편가르기로 생산성을 잃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보수우위의 여야정치에서 자리잡은 「연공서열형 정치」는 정치문화의 새바람을 가로막는 장벽이며 시민의 능동적 정치참여를 방해하는 낙후성이라고 주장했다. 노재봉(민자)의원은 「권력의 실체와 본질」이라는 소논문에서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지식인에게 이성적이면서도 선입견 없는 견해의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먼저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정치인으로서 불가능한 목적아래 비인도적이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 변화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으면서도 갈등을 부인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보다 현실론적 견해를 피력했다. 현실속의 정치인은 잘못된 분석에 따른 실책으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학자와 달리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통치자의 역할부분에 이르러 완곡한 어조로 그러나 날카롭게 현실을 비판했다. 방향감각이 없는 현대의 통치자들은 여론의 조작으로 약점을 덮어두려 하고 대중들의 기호에만 영합하는 지도자는 정체를 면하지 못하며 대중들의 경험을 초월하는 지도자는 항상 오해를 받는다는 것이 통치권자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해본 그의 체험담이었다. 그는 따라서 현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기 쉬운 통치자들의 모험을 보완,「비교적 덜 위험한」 대안을 찾도록 하는 정치학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장달중교수(서울대)는 지식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현실정치인들의 시각에 이의를 제기했다. 장교수는 지금까지 지식인출신 정치인이 성공한 예가 별로 없는 것은 통치권자의 일방적 필요에 동원된 정치참여였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따라서 어느 계층보다 지지기반이 취약하고 언론·학계등 지식인그룹이 오히려 지식인출신의 정치인을 비판의 표적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최근 일관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지식인출신의 「외교 안보팀」에 대해 『그들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지금 전쟁 또는 분열이라는 극단적 상황에 와있을지 모른다』고 옹호했다.
  • 한승조교수,이적성교재 「한국사회의 이해」 허구성 비판

    ◎“근형대사서술 북 「조선전사」 복사판”/마르크스주의 시각서 현실진단 “오류”/“한국경제체제 신식민지적 독점자본주의” 악의적 분석/「6·25 책임」 얼버무려 김일성에 “면죄부”/사회관계 「협조」 보다 「갈등」 관계로 서시적 파악 고려대의 한승조교수(정치외교학과)는 29일 경상대교수 9명이 공동으로 집필한 「한국사회의 이해」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한국사회의 이해­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논문을 냈다.한교수는 이 논문에서 『이 책은 「한국사회의 이해」라기 보다는 「한국사회의 마르크스주의적 이해」 또는 「한국사회에 대한 좌경운동권의 시각」이라고 이름붙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다음은 한교수의 논문 요지. ▷시각과 방법의 내용과 문제점◁ 갈등과 협조가 공존하는 사회관계를 갈등관계로만 파악하는 것은 편파적이다.또 지배자와 피지배자,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강자와 약자의 관계에서 전자가 옳을 때도 있지만 후자가 옳을 때도 있으므로 무조건 약자들 편에 서야만 올바른 사회과학이 된다는 말은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대립하는 이해관계에서 중립적 입장에 선다는 것은 올바른 사회과학자의 태도가 아닐 뿐아니라 보편타당한 지식을 추구하는 사회과학의 기본목표나 전제에 배치된다. ○중립적입장 부당 「한국사회의 이해」는 사회과학을 부르주아 사회과학과 마르크스주의 사회과학으로 분류하고 전자가 수구적 보수적 과거지향적인데 비해 후자는 진보적 미래지향적이라고 말한다.그러나 현대사회과학은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계속해왔으므로 수구적일 수가 없다.마르크스주의는 현대산업사회의 초기단계에서는 적실성을 가졌으나 산업화 중기나 후기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게 됐다.따라서 아직도 마르크스주의의 교조주의자와 같은 시각에서 한국의 현실을 진단 처방하려고 든다는 것은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근현대사의 내용과 문제점◁ 저자들은 근대 민족해방운동 과정에서 자신들의 계급적 이익 때문에 타협한 계층과 끝까지 싸웠던 계층의 구도가 8·15 이후 현단계의 사회구조및 지배권력의 형성과정과 그에 대한 저항운동에도 계속되고있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여기에 서술된 한국의 근현대사는 좌경이데올로기에 의해 왜곡된 사회및 역사인식 그대로다.노동자 농민계급이 주도적 역할을 한 적이 없어 보인다.무엇보다도 난감한 일은,이 책의 근현대사부분에서 서술된 역사는 북한에서 간행된 조선전사의 역사서술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점이다. ○“필연적 전쟁” 주장 이 책은 「분단국가와 한국전쟁」이라는 대목에서 해방 8년간의 시기는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모순을 배태시킨,그럼으로써 오늘날 우리의 삶을 조건지은 중요한 역사적 계기였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또 6·25는 해방직후 국내외에서 일어났던 좌우대립의 결과이며 남북한에 통일된 민족국가를 수립하려던 민족의 열망이 좌절된데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전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이런 시각은 한국전쟁의 책임소재를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한국전쟁의 최고 주모자인 김일성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해방 8년간 공산주의자들이 저지른 가장 어리석은 실책이 바로 6·25다.6·25는 남북한 국민의 과반수에게 반공의식을 내면화하는 계기가 됐다.그렇다면 무엇보다도 좌익과격분자들이 왜 사사건건 잘못된 전략전술 때문에 실패하게 됐는가를 분석해보아야 할 것이다.보수우익세력이 어떻게 해서 좌익세력을 누를 만큼 발전·강화됐는가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회구조의 내용과 문제점◁ 「한국국가의 성격」이라는 부분에서 저자는 한국의 국가적 성격을 내국독점자본의 이익을 기본적으로 옹호하면서도 동시에 제국주의국가 독점자본의 이익을 아울러 대변하는 종속적 파시즘체제로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저자들은 그들이 거론하는 종속적 파시즘체제이건 관료적 자본주의이건 남한체제보다 북한의 국가성격에 더 적합한 개념을 가지고 어거지로 남한에다 갖다 붙이고 있다.김일성부자에게 종속된 파시즘체제는 바로 북한체제에 꼭 들어맞는 개념용어다.그런데 훨씬 더 적합한 북한에 적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거리가 먼 남한체제만 들먹이는 것은 객관적이고 성실한 학자들의 연구자세가 아닐 것이다. ○종속적파시즘 규정 한국경제체제를 신식민지적 독점자본주의체제라고 성격지우는 것은 너무 악의적이며 현실성이 희박한 분석방법이다.본국과 식민지의 관계를 보아도 본국이 부유해지고 식민지는 더 가난해져야 한다.그런데 지난 반세기동안 반대로 한국은 급속도로 부유해진데 반해 미국은 상대적으로 가난해졌다.정치 경제 문화적 지배 종속관계를 가지고 식민지 여부를 말할 수도 있다.두 나라의 힘의 균형이 압도적으로 미국측에 기울어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한·미간의 의존 협력관계는 한국국민측의 희망이나 요구에 의해 유지된 것이었다. 남한의 경제체제를 독점자본주의체제로 규정하는 것도 현실을 과장 왜곡한 것이다.한국에 굴지의 재벌이 있고 그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그들이 나라의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 교육을 지배하거나 조정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그들을 또 제국주의국가의 독점자본의 종속기관 또는 하청사업체라고 볼 수도 없다.이런 나라의 경제를 신식민지 독점자본주의경제라고 비방하는 것도 이성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저자는 한국경제의 개혁과제로서 첫째로 재벌해체를 강조했다.재벌을 해체하고 업종을 전문화하며 국민기업으로 전환해야 하고 노동자들도 경영참여권을 가지며 경영자와 더불어 책임지게 돼야 한다는 것이다.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을 무조건 해체하라고 주장함은 경제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주장이다.이와함께 저자가 주장하는 관료적 경제지배의 철폐와 경제민주화,재산보유세나 양도소득세를 대폭 높이는 한편 임차인을 보호하고 임차료 인상을 억제하는 방안,저임금 임금격차의 철폐와 장시간 노동등 생산직 근로자들의 소외및 농업보호정책등도 경제현실을 무시하고 어린이와 같은 원칙론만 되뇌인 것일뿐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과 위험부담을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이해」는 지배이데올로기란 지배계급의 세계관을 사회구성원에게 침투시켜서 그 세계관에 동조하게 만들며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억제하거나 유도함으로써 그 계급의 지배를 정당화해주는 사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또 저자는 한국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로 국가안보와 발전·근대화의 이데올로기,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이데올로기,노사협조와 산업평화의 이데올로기,경제안정과 성장·국제경쟁력·정보화사회 이데올로기,교육영역에서의 경쟁 이데올로기등을 들고 있다.이것을 재생산하고 영속시키는 국가기구가 바로 교육기관 언론기관 종교단체들이며 이런 국가기구들은 사회의 모순을 은폐하는 동시에 피지배계급의 저항을 방지해 국민대중의 동의를 동원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하고 있다.그러나 공산주의자들은 자본주의적 정치·경제체제를 와해 전복시키기에 앞서서 우선 사상적 정신적으로 부정 파괴하려고 든다.대한민국의 정치체제를 떠받치는 지배이데올로기로서 반공이데올로기,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이데올로기,경제회복과 국제경쟁력 강화의 이데올로기등을 분쇄하지 않고서 북한이 노리는 남한체제의 적화통일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변혁운동 유도 ▷사회운동의 내용과 문제점◁ 「한국사회의 이해」의 한 저자는 농민운동을체제변혁운동의 일환으로 전개할 것을 주장한다.그리고 투쟁을 지역적 특수성이 있는 과제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전국적인 농민 일반의 과제해결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내가 보기에 민족민주운동은 정치적인 변혁운동이며 혁명활동이지 건실한 사회운동이 아니다. ▷대책과 건의◁ 이런 교수들에 대한 법적 제재나 사회적 응징은 다음 세가지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첫째 교수들을 방치 불문하는 방법이다.둘째는 교수에게 반성의 빛이 있거나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으면 재교육과정을 밟은 다음에야 그들의 신분을 보장해주는 방법이다.셋째는 그들을 이적행위자로 몰아서 대학에서 응징 제재하는 방법이다. 참고적으로 말해두거니와 과거에 국민윤리나 대학이데올로기를 비판하기 위한 정책과목들은 어용과목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그런 국책과목이 폐기되면서부터 이런 위험증세가 본격화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95년부터 국민윤리는 국가고시과목에서 폐기될 것이므로 좌경사상을 가진 젊은이들도 어려움없이 국가공무원으로 진출할 가능성을 열어놓게 됐다.그 결과 북한정권의 사상교육과 선전선동을 대행해주는 것과 별로 다름이 없는 대학강의및 사회교육이 고개를 들게 됐다.
  • 태풍대응,국가총동원 태세로(사설)

    초대형 태풍 13호 더그(DOUG)가 대만 북단 해역에서 북상중이다.반경 6백여㎞에 영향을 미치게될 이 태풍은 시속 12㎞의 속도로 북상하고 있으며 9일 하오부터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더욱이 태풍 더그는 「9일 하오 중국 상해 남동쪽 1백80㎞해상까지 진출한뒤 진로를 바꿔 우리나라에 상륙할 것」이라고 기상청이 예보하고 있어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 태풍은 폭우와 강풍을 동반하고 있으며 곳에 따라 최고 3백㎜의 집중호우까지 예상되기에 더욱 경계의 대상이 된다.사상 최악의 피해를 남긴 19 59년 태풍 「사라」의 위력과 맞먹는다고 하니 이번 태풍에 대한 우리의 대비가 강도높게 추진되지 않으면 안되리라고 본다.태풍은 엄청난 위력때문에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온다.지진이나 홍수처럼 태풍도 재란임에 틀림없으며 불가항력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그러나 재난을 막기위해 인간이 철저하게 대비한다면 그 피해는 훨씬 줄일수 있는 것이다. 태풍의 대비책으로 먼저 민·관·군의 총력협동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우리는 재난을 당할때마다 민·관·군이 혼연일체가 되어 위기를 극복하는 믿음직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수십년래 처음이라는 지난번의 혹독한 가뭄에도 민·관·군의 총력지원체제가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두었는지 잘 기억하고 있다.특히 조직적인 군인력과 행정력을 갖춘 공무원들의 참여는 재난방지에 가장 효율적인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다음으로 수해위험지역이나 취약지구등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보완및 보수대책을 당장 서둘러야 한다.이미 중앙재해대책본부와 각 시·도본부는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간 상태다.태풍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기때문에 대비책을 세울 시간은 매우 짧다.기민하게 처방을 해야만 한다.붕괴가 예상되는 축대나 수해가 우려되는 지역의 주민들은 즉각 안전지대로 대피시켜야 할것이다. 방파제나 부두등 항만의 선박 대피시설에도 다시 한번 눈길을 돌려 만반의 대비를 갖춰야 한다.사소한 부주의나 실책이 엄청난 참화를 불러온다는 점을 명심하자. 무더위를 피해 해수욕장과 계곡으로 흩어진 피서객들이 수백만에 달하고 있다.이들의 긴급대피도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재난이 예고되었음에도 「설마설마」하며 방심하다 대형사고로 번지는 사례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아왔는가. 위험지역이나 위험요소에 대한 세밀한 점검과 안전대책의 수립은 우리의 인명과 재산을 지키는 지름길이다.태풍 더그의 진로를 사람의 힘으로 바꿀 수야 없지만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는 있다.그건 우리들이 해내야할 몫이다.
  • 우파성향의 “차기총리감”/블레어 영노동당 새당수(뉴스인물)

    ◎변호사로 76년 정계 입문… 유럽통합 적극적/18년집권 보수당에 맞설 “야당의 희망” 평가 21일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새 당수로 선출된 토니 블레어(41)는 보수당의 장기집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노동당의 희망으로 간주되는 인물.보수당의 인기 급락과 노동당에 대한 지지 급상승이란 현재의 영국 정치상황 속에 노동당의 새 당수에 선출됨으로써 차기총리로 유력시되고 있다.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은 집권보수당에 비해 무려 25%포인트나 높은 전체 투표자의 50%의 지지를 얻어 이같은 지지를 계속 유지할 경우 오는 97년 총선에서 18년만에 재집권이 가능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블레어당수는 지난 5월 심장마비로 갑자기 타계한 스미스 전당수의 선례를 따라 현대화주의를 제창하고 있으며 좌파 성향의 노동당내에서 우파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최근 급속히 추진되고 있는 유럽통합에 대해서도 보수당의 통합반대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그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큰 실책』이라고 비판하며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에게 가해진 비난은 너무 온순·덤덤하며 지나치게 말쑥하고 지루하며 매우 가정적인 사람이라는 정도.그러나 스코틀랜드 사립학교에서 블레어를 가르쳤던 당시 스승은 「매우 영특하지만 반골기질이 있는 학생」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53년 5월 에딘버러에서 출생한 블레어는 옥스퍼드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뒤 75년 런던의 한 법률회사에 들어가 법률가로서의 수업을 시작했다.76년 노동당에 가입,83년 영국 북동부 서지필드에서 출마해 하원의원에 당선돼 5년뒤에는 고용 대변인으로 노동당 예비내각(섀도우 캐비닛)에 들어갔다.92년 고 스미스당수에 의해 예비내각의 내무장관에 임명됐으며 지금도 여전히 입심좋은 변호사로,TV 화면발 잘 받는 정객으로 명성이 높다. 역시 변호사인 부인 체리 여사와의 사이에 3자녀를 두고 있다.
  • 시급한 거시국정운영체제/이달곤(시론)

    폭염중 김일성 사망이후의 대처정국을 보면서 더위를 먹은 사람들이 적지않을 것이다.더위와 함께 몰려온 가뭄도 올해는 더욱 유난한 것같다.전력예비율이 위험수준으로 몰리고 송·배전사고가 이어졌으며 예년처럼 제한송전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하루하루를 간신히 넘기고 있다.다행히 상수도 오염문제는 재현되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김일성의 죽음은 대북한 정책중에서 가장 중대한 변수중의 하나였다.또 매년 여름이면 폭염과 가뭄은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오는 불청객이다.아직도 핵문제는 현안중의 현안이 되고 있으며,조금 있으면 또 태풍이 찾아올 텐데…이러한 중대하고 반복되는 문제에 대한 대비가 너무나 허술하다. 냉전구조 상태로 남아있는 우리로서는 남북한 통합과정에서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또 국민이 필요로하는 생필품중의 생필품인 물을 적절하게 공급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책무중의 책무이다.이러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사전준비가 너무도 없다.김일성이 죽자 「기다려 보고 대응한다」는 식이고 매년 닥치는 가뭄으로「논바닥이 다 갈라진 연후에야」 총리가 가뭄대책을 거론하고 대통령이 물펌프를 돌려야 했다. 최근의 여론관찰식,혹은 북한 변화대기식 대북대처나 관례적 물대책은 「유연성」있는 정부운영으로 방어될 수도 있다.그러나 이러한 수동적인 땜질 대응으로서는 본질적으로 변하고 있는 국내외 상황속에서 발돋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정책문제를 종전처럼 단기적·원시적으로 접근하는 정책대응방식에 근본적인 수술이 가해져야 한다.김일성 이후의 북한체제는 더욱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고 다층복합적으로 변화하는 남한사회의 제문제는 종전의 대증요법으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이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전대비형으로 국가를 경영하는 첨단노하우가 축적되어야 할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자 한다.주요한 환경변화에 대한 사전예측과 준비가 필요하며 땜질식 행정이 원인처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적어도 6개월이나 1년정도의 시간을 앞당겨 앞일에 대하여 무언가 숙의를 하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정밀하게 검토하는 집단이 있어야 한다.그리하여 사전에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상황에 맞는 대비책(Contingency Planning)을 강구하는데 정열을 쏟는 거시국정운영체제가 요청된다. 이러한 거시적 준비의 필요성은 오랫동안 강조되어 왔지만 구체적인 방향과 수단에 대해서는 언급이 적었다.이러한 체제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첫째,이 사회에 원로들의 자리매김이 있어야 하고 그들이 유의미한 역할을 하도록 분위기를 잡아나가야 한다.혹자는 우리사회에 원로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자신이 원로가 되고 싶으면 이제 상당한 원로가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그들이 철없이 근시적 게임만 하고있는 현직자들에게 회초리를 들수 있어야 한다. 둘째,언론이 당면문제와 장기적 문제를 구분할 수 있는 시각을 길러야 한다.몇시간의 수명만을 누리는 우리 언론은 현실안주에서 탈피해야 한다.특종도 중요하지만 권력자의 단기적 시각을 비판함으로써 언론 본래의 비판적 기능을 회복하여야 한다.한국 언론만큼 가십거리나 음모적 게임해석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민족의 긴 여정속에서 오늘의 문제를 비판하여야 한다. 셋째,장관직을 포함한 임명직의 임기를 연장시켜 나가야 한다.1년정도 재직하는 안보관계장관이 김일성사후를 대비한 정책을 얼마나 개발할 것이며,1년도 못가는 경제관계장관들이 장기적인 가뭄대책을 어떻게 세우며 내년의 전력예비율을 걱정할 것인가.일단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후에 정책의 실패가 있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단순한 실책 추궁이나 정치적인 방패막이로 정무직 자리가 사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넷째,정책개발을 위하여 엄청난 세금이 사용되고 있는 출연연구소나 상당한 보조금이 지불되고 있는 학교들이 보다 자율적으로 일할수 있는 장치를 강구하여야 한다.또 전문가 집단이 집권 현직자들과 격의없는 토론과 비판을 할수 있는 정책공동체(PolicyCommunity)를 활성화시켜 나가야 한다.현직자들도 적어도 한두개의 업무관련 연구회에는 가입하여야 한다.그리하여 현직자와 비판자들이 장기정책을 개발하고 실시되는 정책의 일관성을공동으로 체크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인 전환은 행정적인 조치들로서 이루어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창조적 리더십이 이러한 체제전환을 도모하는데 필수적이다.우리사회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일단 이러한 체제에 도달하면 정부의 신중한 판단도 국민의 신뢰속에서 진행될 것이다.소극적이며 사변적인 참모들에게 의존하는 리더십으로 새로운 장의 전개는 불가능하다.
  • 제조물 책임법/소비자·업계 도입싸고 논란

    ◎현행법으로 피해보상 미흡… 입법화 절실/소보원/“기업 부담 늘려 경영압박 요인” 강력 반발/업계 상품의 개발·설계·제조 차원에서의 결함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가 기업의 고의·과실을 입증하지 않아도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조물책임법」의 도입을 둘러싸고 소비자측과 업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올 정기국회에 제조물책임법안의 상정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소비자보호원(원장 김인호)은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조물책임의 입법방향」에 대한 정책세미나를 개최,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89년에 이어 제조물책임법의 도입을 추진하는 소비자보호원의 입법취지는 자체조사결과 소비자의 생명 및 신체에 대한 소비자피해가 조사대상가구의 12.6%(91∼92년)이고 그중 결함상품으로 인한 피해액이 1천5백50억원에 달하나 현행 민사법제도로는 피해구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게다가 미국,EU뿐아니라 92년 필리핀,94년 중국에 이어 지난 22일 제조물책임법안이 일본 참의원을 통과하는 등제조물책임법의 도입이 국제적인 추세로서 우리 기업도 국제적으로 일반화된 까다로운 소비자보호환경에 익숙해지도록 국내에서 적응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제조물책임의 입법방향」에 대해 발표한 소비자보호원 강창경수석연구원은 『제조물책임법은 소비자보호법체계상의 별도의 단행법(특별법)으로 제정하되 제조자의 무과실책임을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제조물책임의 입법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한 소비자보호원 송태회수석연구원은 『선진외국의 경험에 비추어 제조물책임의 입법화가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0.08∼0.103%로 매우 낮다』며 이 법이 기업의 부담을 늘려 물가만 올린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업계대표로 참석한 대한상공회의소 최경선이사는 『제조물책임법이 경영의 안전판과 저항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을 압박해 도산을 유도하고 기업의 신제품 개발을 망설이게 만들것』이라고 경고했다.전국경제인연합회 이용환이사도 『사회적 인식이 미비한 현실에서 이 법이 시행되면 물가상승,소송증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제조물책임법의 도입에 앞서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편으로 제품결함및 결함시점의 판정기술 등에 대한 확보작업이 선행돼야 할것』이라고 주장했다.
  • 「미­북정상회담」 가능할까/미 국무발언 계기로 본 전망

    ◎「국교 정상화뒤」 단서… 조기개최는 난망/관계개선 의지 흘려 북의 유연성 유도 카터 방북이후 북한핵문제의 갑작스런 대화국면 전환으로 열리게 될 듯한 최초의 남·북한 정상회담과 내달초 제네바에서 열릴 미·북한 3단계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이 24일 미국 텔레비전 회견에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북한 김일성 주석간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해 관심을 끌고 있다. 크리스토퍼장관은 이날 CNN의 시사프로 앵커맨 체스노가 미·북한간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북한은 지금까지 양국정상화가 가능할 기초를 만든 바가 없었다며 북한이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꾸어 그 기초를 만든다면 정상회담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가 미·북한 정상회담은 양국국교 정상화이후라는 명백한 단서를 붙이고 있어 현실적으로는 조속한 개최가 불가능하다.그러나 논의 그 자체가 몇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선 미정부가 정상회담실현 가능성여부와는 별도로 양국관계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암시함으로써 양국관계개선이 생각보다빨리 진행되게 할 수 있다.3단계 미·북 고위급회담에 앞서 「양국정상회담」이라는 당근을 흘림으로써 북한측의 더욱 유연한 자세를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미·북한 정상회담카드는, 보스니아 사태,중국 MFN(최혜국)연장,아이티 문제등 외교에서 실책을 거듭해 왔던 클린턴 대통령으로서도 고려해 볼만한 사안이다. 북한핵문제와 관련, 국내 보수파로부터는 무능하다는 비난과 진보파들로부터는 우유부단하다는 힐책을 동시에 받았던 클린턴 대통령으로서는 북한 김일성주석과의 회담으로 정치적 입지를 개선할 수도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해 열세에 놓여있다. 카터의 평양방문이후 연일 미국 텔레비전 방송에 모습이 보이는 등 미국국민들에게 친숙한 얼굴이 되고 있는 김일성 주석으로서도 미·북한간 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기대이상의 외교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카터 전 미대통령은 방북결과를 설명하면서 『아직 다하지 않은 말이 있다』『이 말은 꼭 클린턴과 크리스토퍼에게만 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그 내용이 김일성의 정상회담개최제의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미·북정상회담 거론이 크리스토퍼 장관의 단순한 외교적 수사인지 어느 정도 구체성을 지니고 있는지는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 호소카와 암살 모면/일 전총리/우익청년,호텔서 권총저격… 빗나가

    ◎“침략전쟁 발언 관련 죽이려 했다” 【도쿄=이창순특파원】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전 일본 총리(56)가 30일 하오 7시쯤 도쿄 (동경) 시내 니시 신주쿠 (서신숙)에 있는 게이오 플라자(경왕) 호텔에서 한 우익 단체의 청년으로부터 저격을 받았으나 무사했다. 범인은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신주쿠 경찰서에 따르면 범인은 이날 게이오 플라자 호텔 본관 3층에 있는 로비에서 호소카와 총리를 향해 단총을 발사했다. ◎범인현장서 체포 호소카와 전 총리는 게이오 플라자에서 열린 일본 신당 주최 파티에 참석한후 돌아 가는 도중 이같은 변을 당했다. 그러나 일본 신당 관계자는 범인이 호소카와 총리를 향해 단총을 쏘려는 순간 경찰이 이를 눈치 채고 덮치는 바람에 단총은 천장을 향해 발사됐다고 말했다. 신주쿠 경찰서는 범인이 경찰 조사에서 『호소카와 전 총리의 전쟁 책임에 대한 발언과 경제 실책에 화가 치밀어 그를 살해하려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경찰은 또 범인은 자신의 이름이 노조에 마사가쓰 (야부정승) 이며 소속된 우익단체는 「송혼숙」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위로전문 김영삼대통령은 30일 하오 동경에서 우익청년의 저격을 모면한 호소카와전일본총리에게 전문을 보내 위로했다.
  • 민주당 원내총무 27일 경선/김·신의원 숙명의 “재격돌”

    ◎“대과없이 1년 매듭” 재선 낙관/김대식/저인망식 득표활동… “설욕 자신”/신기하 민주당 원내총무 경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이에 도전하고 있는 의원들의 움직임도 점차 숨가빠지고 있다.오는 27일로 다가온 제2대 경선총무에 출사표를 던진 의원은 김대식현총무(전북 완주)와 신기하의원(광주 동). 짐짓 수성을 자신하는 김총무가 긴숨을 쉬고 있는 반면 지난해의 패배를 설욕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신의원의 호흡은 다소 거친 쪽이다. 김총무측이 이번 경선을 낙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한햇동안의 총무역할에 대과가 없었다는 것.지금까지 여야총무협상에서 줄곧 이니셔티브를 쥐고 적절하게 야당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해 왔다는 주장이다. 카운터파트로서의 김총무에 대한 민자당측 평가 또한 호의적이라는 점도 원만한 정국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재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록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상무대의혹 국정조사 착수에 여야가 합의한 것도 득표에 유리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반면 신의원측은 지난 연말부터 소속의원 96명을 상대로 벌여온 저인망식 득표활동을 바탕으로 권토중래를 호언한다.김총무가 별다른 실책이 없었던 점을 인정하는 터라 「당풍쇄신」「새바람」등 미래지향적 용어를 구호로 사용하고 있다.본인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신의원이 의원회관을 「계단이 닳도록」오르내리며 표확보에 분주했던 것은 당내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른바 비주류인 신의원측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은 계파간 이해득실에 따른 「몰표」의 등장.숫적으로 당내 입지가 좁은 그로서는 이번 경선이 마치 주류대 비주류의 대결구도로 굳어지는 것이 절대적으로 득표에 불리한 것이다.이에 신의원은 『이번 경선만큼은 절대 그런식의 계파별 나눠먹기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과 달리 이번 경선도 계파안배 차원에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한때 주류대 비주류의 대결구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지기는 했지만 국회 원구성과 맞물려 곧 부의장직및 상임위원장직을 임명해야 하는 당내 사정을 감안할 때 이번 경선도 계파안배가 무시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당내 최대조직인 내외문제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동교동계의 맏형 권로갑최고위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최근 신의원이 그를 방문해 협조를 요청했을 때 『열심히 해보라』고 했다는 후문이다.무슨 뜻일까.27일 경선결과에 그 답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 뿌리 깊은 일 국수주의/되풀이 되는 망언의 저변

    ◎“군사주의 정당화” 보수세력 공통된 인식 일본의 군국주의 「정당화」 망언으로 국제적 파문을 일으켰던 나가노 시게토(영야무문) 법상이 7일 사임했다.그러나 그가 사임했다고 해서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이 바뀌는 것은 아니며 이번 사건을 통해 일본에 대한 국제적 불신은 더욱 높아졌다. 하타 쓰토무 총리는 나가노의 망언이 심각한 외교문제화되고 야당의 정치공세가 강화되자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그의 사임은 한국·중국등 아시아국가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국내의 정치공세를 약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취임 10일만에 물러나는 나가노법상의 사임은 소수연립정권으로 불안한 출범을 한 하타정권에 중대한 정치적 타격이 아닐수 없다.더욱이 야당이 하타총리의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어 하타정권의 정국운영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사회당등 야당은 하타정권이 헌법으로 금지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등 군사적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호소카와정권과는 그 성격이 바뀌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가노법상은 사임했지만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에는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다.군국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은 오늘의 일본을 지배하고 있는 보수세력의 공통된 역사인식이다.나가노 법상은 6일의 기자회견에서 『남경대학살이 정말로 많은 사람을 죽인 대학살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1천명이나 2천명을 죽인것도 대학살이라고 정의할수 있다는 의미에서 대학살이라고 말할수 있다』고 밝혀 1천∼2천명 정도만 희생됐다는 뉘앙스를 나타냈다.그러나 남경대학살은 수십만명이 희생된 역사적 사실이다. 일본의 보수우익을 대표하는 산케이(산경)신문은 더욱이 6일 석간에서 「남경대학살」이라고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희생자수가 확실치 않기때문에 「남경사건」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고 보도했다.일본교과서에 「대학살」이라고 표기된 것은 정부의 실책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일본의 보수세력은 태평양전쟁도 식민지해방과 대동아공영권 확립을 위한 전쟁이었다고 「합리화」하기 위해 「대동아전쟁」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강하다.그러나 더욱 섬뜩한 것은 일본의 두개의 얼굴이다.나가노법상이 자신의 망언을 3일만에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철회하듯이 일본은 망언과 사죄라는 편리한 이중행동을 반복해오며 국민들에게 우월의식과 국수적 민족주의를 심어주고 있다.일본을 더욱 신뢰할 수 없는 것도 이러한 이중성때문이다. 일본은 힘이 있을때마다 밖으로 눈을 돌렸다.그것이 일본의 실체다.일본은 지금 전후 축적한 경제적 힘을 정치·군사적 영향력으로 전환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다.
  • “제살 깎아서라도…”공명선거 의지/민자「사전운동 강경대처」선언안팎

    ◎“상황 갈수록 악화… 더 방치 곤란” 판단/야정치공세 대응,당안정 필요성 대두 민자당의 문정수사무총장은 4일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선언했다.『자체조사를 통해 위반사실이 드러나는 인사에 대해서는 징계위를 열어 조치하겠다』면서 「제살」이라도 도려낼 것임을 분명히 했다.그의 어조는 여느 때보다 강했다.『말이 아닌 실천으로 깨끗한 선거의지를 입증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종필대표도 『응분의 조치로 본보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민자당은 그동안 사전선거운동시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그러더니 이처럼 정면돌파로 방향을 급선회했다.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때늦은 감은 있지만 이처럼 방향을 바꾼 배경은 크게 3가지 맥락에서 풀이되고 있다. 먼저 사전선거운동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인사들이 모두 민주계라는 대목이 주목된다.민자당은 최기선인천시장과 박태권충남지사에 대해서는 『일선 기관장들의 행정관행』이라고 옹호해 왔다.그러나 오경의마사회장에 이어 번형식의원까지 시비대상에 포함되자 더이상 좌시할 수 없게 됐다.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공세는 물론 내부의 반발도 추스르지 못하는 형국에 이를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따라서 민자당의 수뇌부는 필요하다면 제살을 도려내서라도 사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UR협정과 관련해 장외투쟁까지 선언한 민주당측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선 당내 분위기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계산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민주당에 당리당략적인 정치공세를 위한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판단도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민주계의 잇따른 실책으로 증폭되고 있는 계파갈등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절박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뒷북치기」로 사태를 원만히 수습하기는 커녕 흠집만 남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공교롭게도 민주계 인사들만 시비에 말려들고 있는 것은 『민정,공화계가 흘렸기 때문』이라는 게 민주계 일각의 정서이다.이에 따라 오히려 계파끼리의 대립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 다른 배경은 새로운 선거법을 놓고 계속되는 일선의 혼란을 정리할 필요에서다.민자당은 아직 상당수의 의원들이 선거법에 저촉되는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집권당으로서 깨끗한 선거에 대한 의지를 직접 입증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자체가 의심받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일부 민주계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를 반개혁적 세력의 조직적인 반발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따라서 이를 은근히 「즐기는」세력들에 대해 예외없음을 보여줌으로써 반발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 같다.
  • 당분위기 일신… 협업체제 구축/민자 4역 「취임1백일」

    ◎개혁입법완성 성과… 대야관계 개선 과제 민자당의 현직 4역이 2일로 취임 1백일을 넘겼다. 쌀시장개방에 따른 들끓는 여론과 예산안강행처리 파동등으로 흔들렸던 민자당은 지난해 12월23일 새 진용으로 4역을 교체함으로써 당의 분위기를 일신,안정된 분위기를 되찾았다.그동안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래도 많은 일을 해냈다는게 이들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이다. 「실무총장」임을 자처하는 문정수사무총장은 조용하면서도 내실있는 당운영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실세 민주계라는 「따가운」시선의 부담을 지우기 위해 민정계중진인 이세기정책위의장과 이한동원내총무의 영역을 존중,협업체제를 무난히 유지해왔다.전임 최형우·황명수총장에 비해 비교적 위상이 취약하다는 회의적인 시선을 내실있는 추진력으로 말끔히 털어냈다. 문총장은 취임과 함께 『민자당은 동맥경화증에 걸려 있다』고 진단했다.대대적인 조직개편의 신호탄이었다.중앙당직원의 70%를 다른 자리로 보냈지만 잡음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특히 10개 사고지구당의 조직책 임명에서는 골수재야출신의 김문수씨를 발탁해 물갈이의 기준을 매끄럽게 제시했다. 이러한 문총장도 요즘 고민이 생겼다.최기선인천시장과 박태권충남지사의 사전선거시비,황병태주중대사의 북한핵관련 돌출발언등 민주계의 잇따른 실책때문이다. 이세기정책위의장은 통일원장관과 교수를 지낸 전문성을 살려 민정계의 몫을 나름대로 챙겨왔다.학계·경제계의 전문가들을 집에 초빙,「과외수업」을 받으며 정책개발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UR와 관련,정부측과의 협의과정에서 정책담당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는 다소 취약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한동총무는 정치관계법을 여야합의로 타결,제도적인 정치개혁을 완성시킴으로써 관록을 과시했다.특히 통합선거법문제를 둘러싸고 여권내부에서조차 제각각의 목소리를 낼때 대야창구를 「장악」,민정계중진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왔다.『협상과정에서 내 생각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스스로도 만족해 한다.해박한 법률지식도 일조했음은 물론이다.전두환·노태우 두 전임대통령때도 총무직을 지냈던 그는 『지금이 총무하기가 가장 편하다』고 말한다. 그에게는 넘어야 할 벽이 있다.UR협정의 국회비준 동의와 정치개혁의 마지막 관문인 국회법개정이다.특히 UR문제는 『한자도 고칠 수 없다』던 정부의 도덕성시비로 악화되면서 「대표급 총무」로서도 난감하다. 여야및 정부와 여당의 「충실한 다리」를 선언했던 서청원정무장관은 그동안 부지런히 여야를 뛰어다녔다.취임하자말자 민자·민주양당의 3역회담을 주선했고 김대통령의 영수회담제의를 전달하기도 했다.정치관계법협상의 막바지단계에서는 민주당측을 찾아다니면서 설득작업을 펴기도 했다.그러나 그의 막후역할로도 최근 고조되고 있는 민주당의 경직된 태도를 누그러뜨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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