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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혼자 간다… 심각한 중장년 고독사

    나 혼자 간다… 심각한 중장년 고독사

    “휠체어 밀고 다니는 아주머니를 본 적은 있는데…. 친하게 지내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이웃들의 기억 속에 A(52·여)씨는 흐릿하게만 남아 있었다. A씨가 아무도 모르게 홀로 숨진 사실 역시 2주가 지나서야 알려졌다. 그마저도 같은 건물 2층을 타고 넘어온 코를 찌르는 악취 때문이었다. 수년 전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장애인이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A씨는 지난달 20일 서울 관악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뼈가 보일 정도로 시신의 부패가 진행돼 있었다. 그가 홀로 살게 된 건 15년 전쯤 가정폭력을 일삼던 남편과 이혼한 뒤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다른 가족도, 특별히 친한 지인 등과의 돈독한 연결망 없이 홀로 살았고, 갑작스레 외로운 죽음을 맞았다. 그보다 한 달 앞선 7월에는 탈북자인 40대 여성과 6살배기 아들이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지 약 2개월 만이었다. 지난 6월 부산 사상구에서는 60세 남성이 사망한 지 1년 만에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세 건의 비극은 모두 사회적 관계가 끊어진 중장년을 덮친 ‘고독사’들이다. 외로움 죽음은 연령대를 불문하고 점점 흔해져 사회 현상이 되고 있다. 노년은 물론 중년까지도 고독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인 가구의 증가와 빈부 격차의 확대 등이 얽히면서 고독사로 내몰리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는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독사로 숨지는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을 모르니 적절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제난·사회적 고립… 중장년 고독사 위험 고독사 추이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를 통해 대략적으로만 엿볼 수 있다. 무연고사란 가족 등 시신 인수자가 없는 사망을 뜻한다. 무연고 사망자 수는 지난해 기준 2549명으로 2017년(2008명)에 비해 27.5% 증가했다. 무연고 사망자는 2014년 1379명, 2016년 1820명, 2018년 254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독사의 그림자가 65세 이상의 노년층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고독사하는 중장년 인구가 노년층을 앞섰다는 분석도 있다. 2016년 서울복지재단이 분석한 서울시 고독사 확실사례 162건 중 50대가 35.8%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19.8%로 뒤이었다. 부산시에서도 2017년 이후 고독사 사망자 91명 중 45명이 장년층(50~64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서도 50대는 22.5%, 60대는 27.5%였다. 또 사망자의 72%는 남성이었다. 앞서 고독사 문제를 겪은 일본에서는 노년층이 고위험군으로 지목됐었다. 고독사 현장을 직접 찾는 이들도 “중장년층이 고독사의 최고 위험군”이라고 말한다. 특수청소 전문업체 ‘스위퍼스’의 길해용 대표는 “청소 현장 중 60~70%는 고독사, 30%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곳인데 중장년 남성이 혼자 사는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주택이 많다”면서 “대부분 정리가 잘되지 않은 상태여서 매우 지저분하다”고 전했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치르는 비영리 단체 ‘나눔과 나눔’의 박진옥 상임이사도 “경제위기로 가정이 해체되고 혼자 재기를 꿈꾸다 결국 생을 마감한 남성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4월 서울의 한 사우나에서 쓰러져 사망한 60대 B씨도 이런 경우였다. B씨는 1997년 IMF 경제위기 당시 사업이 기울면서 유학까지 보냈던 자녀들과도 연이 끊긴 채 혼자 지냈다. 자식과 형제자매들은 B씨의 시신 인수를 포기했다. 고독사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장년층이 고독사의 그늘에 놓인 데는 한국적 맥락이 깔려 있다. 우선 IMF 경제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족 해체와 실직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중년층이 늘어났다. 지난해 중장년층 행정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소득이 없거나 1000만원 미만인 40대 이상 65세 미만 인구는 모두 961만여명으로 전체 중장년층의 48.9%나 됐다.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직장 생활에서 사회적 관계가 모두 이뤄졌던 국내 남성들은 일터에서 퇴출되면 관계가 끊어져 우울감과 고독감을 느끼게 된다”면서 “노인처럼 복지정책의 대상으로 인식되지도 않기 때문에 빈곤 중장년층은 제도적 혜택을 받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이들은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가정이 해체되면 중장년층은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관계를 끊는다. 이러한 양상은 특히 남성일수록 두드러진다. 신창환 교수는 “중장년층 남성들은 직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반면 여성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비교적 잘 표현할 줄 알고, 자식들과의 관계도 더 잘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드러내기 꺼리는 중장년 남성의 특징 때문에 지자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독사 통계를 별도 작성하고 있는 부산시의 관계자는 “노인층은 시에서 지원을 해 준다고 하면 개인정보도 잘 공유하고 사생활 노출을 꺼리지 않는데 중장년층은 이혼 등 개인사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면서 “결국 지원을 한다고 해도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독사 실태를 연구해 온 송인주 서울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스스로 관계망을 끊고 고립을 자처하는 고위험군일수록 간접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위험한 상황에 ‘SOS’ 를 칠 곳이 있다는 점을 인지시키고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끔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통계도 없는 고독사… “사회적 부검 필요” 매년 수천명이 홀로 삶을 마감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독사 관리는 미흡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확한 통계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 무연고 사망 통계만으로는 고독사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독사는 보통 가족이나 이웃, 친구 간 왕래가 거의 없이 혼자 살던 사람이 홀로 사망한 뒤 3일 이후 발견된 경우로 정의되는데, 무연고 사망자더라도 고독사는 아닐 수 있어 별도의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고독사를 판단하는 기준인 ‘사회적 고립’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이유로 경찰 수사 결과를 공유받지 못하는 것도 한계”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부산시는 1인 가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사회적 고립을 파악하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경찰 변사 기록에 사망자가 혼자 살았는지 여부와 시신 부패 정도를 체크해 고독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사례에 대한 기록을 통해 죽음의 원인을 파악하는 사회적 부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거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고독사가 많았던 만큼 주거 취약 계층을 정책 목표로 접근하는 것도 실질적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고독사가 노인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세대를 떠나 1인 가구가 겪는 고립감과 외로움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뚝심의 10년… 한국판 실리콘밸리 마곡지구 완성

    뚝심의 10년… 한국판 실리콘밸리 마곡지구 완성

    서울 강서구는 150여 국내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첨단산업단지인 마곡지구 개발로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고 있다. 첨단산업단지 이외에 1만 가구 규모의 주거단지가 조성돼 대형 학원가가 형성됐고, 지난 5월에는 여의도공원 두 배 크기인 서울식물원까지 개장하면서 산업과 주거는 물론 힐링과 관광이 어우러진 서울 서부의 대표도시로 부상했다. 그 중심에는 사업을 뚝심 있게 끌고 온 강서 첫 4선인 노현송 구청장이 있다. 1998년 민선 2기 구청장과 2004년 17대 국회의원(강서을) 재임 기간은 물론 이후 2010년 민선 5기 구청장으로 다시 선출돼 지금까지 내리 3선을 연임하며 9년째 사업을 이끌고 있다. 남은 과제로 구도심 발전을 꼽으며 7기 슬로건인 ‘조화로운 성장, 삶이 아름다운 강서’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지난 3일 서울식물원에서 그를 만났다. -강서 최초 4선 구청장으로 마곡지구 개발을 사실상 완성했는데. “마곡지구 개발 구상이 1994년 처음 나왔지만 이듬해 민선 1기로 취임한 조순 시장이 계획을 전면 보류하면서 유야무야됐다. 3년 뒤인 1998년 민선 2기 강서구청장에 당선돼 개발을 추진했다. 당시 시정개발연구원 용역을 통해 마곡지구 개발을 위한 청사진도 내놨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재임 기간에도 마곡 개발 방향과 당위성을 계속 주장해 사업을 이끌어냈고, 이후 민선 5기 구청장으로 당선돼 사업을 끌고 왔다. 현재 완성도는 80% 정도로 볼 수 있다. 핵심인 산업·연구단지는 150여개 업체가 입주 확정된 상태로 현재 LG사이언스파크, 롯데, 코오롱 등 국내 대기업 연구시설 60여개 업체가 입주를 마쳤고, 나머지 업체도 곧 입주한다. 현재 공동주택 14개 단지 9715가구가 입주했고, 향후 2개 단지 공사가 마무리되면 총 1만 1812가구 규모가 된다. 지난 5월 이곳 서울식물원이 개장했고 앞서 지난 2월 지역 숙원인 대형병원도 개원했다. 총 1014병상 규모의 이화여대 의과대학 서울병원이다. 지역경제, 주민건강 그리고 힐링·관광을 두루 갖춘 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한국판 실리콘밸리인 셈이다.” -이곳 서울식물원은 원래 주민 생활과는 거리가 먼 요트장으로 개발될 뻔했다는데. “민선 5기 구청장으로 취임해 보니 당시 마곡지구 안에 이곳 식물원 부지를 수변도시와 요트 정박장으로 만드는 내용의 ‘워터프런트’ 조성 구상이 나와 있었다. 한강물을 끌어들여 가둬 놓는 식으로 건립하겠다는 것인데 일반주민들은 요트장이 필요 없고, 무엇보다 환경오염은 물론 호우 때 재해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도 있었다.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식으로 워터프런트 사업 아이디어를 무산시켰고 그 결과 서울식물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식물원은 지난 5월 개장 후 3개월간 유료 관람객 총 34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아직 나무들이 작지만 10년, 20년 후 수목이 아름드리로 성장하면 멋진 보타닉공원이 된다.” -LG그룹을 비롯해 150여개가 넘는 기업을 마곡에 유치한 데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평소 강서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 투자 유치가 반드시 필요했고, 그 시금석이 바로 LG였다. 서울시는 맨 처음 대기업 특혜시비를 우려해 LG가 요청한 마곡지구의 선도기업 대상 부지(23만㎡) 중 50%만 분양하겠다고 했다. LG 측은 난색을 표했다. LG를 꼭 유치하기 위해 서울시장과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결국 LG 신청 면적의 57% 수준인 13만여㎡ 분양 약속을 받아냈고, 2차 분양 때 LG가 4만여㎡를 추가로 분양받으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마곡지구 개발로 구도심이 느낄 상대적인 박탈감이 클 텐데. “민선 7기 때 내세운 슬로건이 ‘조화로운 성장, 삶이 아름다운 강서’다. 지역의 균형 발전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우선 역세권이면서도 주변 지역이 활성화되지 않은 까치산역 주변은 재정비사업 면적을 대폭 확대해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 화곡터널 주변에는 2021년 강서 문예회관 건립에 맞춰 가로공원길 문화의 거리를 조성한다. 화곡2·4동 지역은 경인고속도로와 연결되는 국회대로를 지하화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고, 공항대로 주변의 토지이용 합리화를 위해 일대 재정비 용역도 지난 6월 발주한 상태다. 구청 주변 상권 활성화를 통해 화곡동 지역을 발전시키겠다. 서부광역철도사업은 신정차량기지 활용이 어려워져 지연되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 새 차량기지가 정해지면 속도를 낼 것이다.” -마곡 내 추진 중인 새 구청사 건립은 고도제한을 받지 않을지. “민선 5기 취임 3년차인 2012년 8월 강서는 양천구와 부천시 등과 함께 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 공동 연구용역을 통해 현재 해발 58m의 두 배가 넘는 119m까지 건축고도를 완화해도 비행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유도했다. 이후 항공법 개정을 거쳐 지난해 8월 국토부에서 항공학적 검토 전문기관(한국교통연구원)을 지정해 고시했다. 항공학적 검토를 통해 비행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면 그동안 제한을 받아 온 건축고도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건을 바탕으로 여러 곳에 분산된 구청사를 통합하는 신청사 건립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부터 신청사 건립 용역이 진행 중이며 2020년 결과가 나오면 본격 추진한다. 다만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장애물제한표면 기준설정 논의가 지연되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인 고도제한 완화가 실현될 수 있도록 ICAO를 방문할 예정이다. 임기 내 기공식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3선 연임 제한으로 더이상 구청장 출마가 어려운 만큼 내년 총선에 출마할지가 궁금한데. “주민과의 약속이 가장 중요하다. 3선 연임 구청장 출마 때 이번이 마지막 임기이며, 재임 기간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공약했다. 강서 발전의 시작을 열었듯 마무리도 짓는다는 각오로 남은 기간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 진행 주현진 부장 jhj@seoul.co.kr 정리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그가 걸어온 길 학자 꿈꿨던 관록의 5선 정치인… 눈높이 행정으로 주민소통 앞장 서울 강서구에서 구청장만 네 번째 하고 있고, 국회의원을 한 번 지낸 관록의 정치인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의사표시가 분명한 스타일로 과감한 발상과 두둑한 배짱으로 정평이 났다. 2010년 민선 5기 취임 이후 미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첨단산업단지 개발 청사진을 목표로 민선 7기까지 내리 3선을 달리며 마곡 개발을 사실상 완성했다. 앞서 강서가 공항과 가까운 입지를 활용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관광특구로 지정받도록 했으며, 70년 묵은 지역 과제로 고도제한 건축 규제의 근거인 항공법 개정도 이끌어냈다. 앞서 1998년 민선 2기 강서구청장에 취임하면서 ‘눈높이 행정’ 개념을 도입해 주민 속으로 파고들며 지방자치 행정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당시 화곡동 주택가에 설치돼 60년간 지역의 애물단지였던 고압 송전탑을 철거하며 주민 숙원을 해결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학자를 꿈꿨다. 1954년 경기 파주에서 태어난 노 구청장은 일찌감치 중학교 때부터 서울에서 유학했다. 경기고에 진학한 뒤 한국외대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일어학 전공으로 석·박사 과정까지 마쳤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 고려대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정계 입문은 1996년 강서구에서 절친한 선배인 신기남 현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의 국회의원 출마를 도우면서 이뤄졌다. 이 일로 민주당에 입당한 그는 강서와 인연을 맺고 2년 뒤인 1998년 민선 2기 지방선거에 나와 구청장에 당선됐다. 신 위원장과는 같은 경기고 출신 선후배이자 해군 장교로 함께 복무해 가족끼리도 알고 지낼 만큼 우의가 두텁다. 두 사람은 2000년 4월 16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강서에서 나란히 국회의원과 구청장으로 활동했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강서 갑·을에서 동반 당선되기도 했다.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는 강서구민들 사이에서 헌신적이라는 평을 듣는 아내의 내조를 꼽는다. ▲1954년 경기 파주 출생 ▲경기고, 한국외대 일본어과, 일본 와세다대 석사졸업 박사과정(일어학), 한국외대 박사(언어학) ▲고려대 조교수 ▲민선 2기(1998), 5·6·7기(2010~) 강서구청장 ▲제17대(2004) 열린우리당 국회의원(강서을)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회장(2012~2015)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회장(2012~2014) 공동회장 부인 박광숙(60)씨와 1남 1녀
  • 권수정 서울시의원, ‘안전히 일할권리, 산업안전조례안’ 긴급토론회 개최

    권수정 서울시의원, ‘안전히 일할권리, 산업안전조례안’ 긴급토론회 개최

    서울시 차원의 전방위적인 ‘안전하게 일할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제시를 위해 공론의 장이 열렸다. 권수정 의원(정의당, 기획경제위원회)은 5일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정책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노동존중특별시를 표방한 서울시는 지방정부 노동행정의 모범이 되며 타 지자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구의역 사고,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 등 ‘위험의 외주화’로 하나의 작업·직무에 원청과 하청, 자회사와 지주회사 등 여러 권한주체를 거친 복잡성에 따라 실질적인 노동환경은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 의원은 “우리는 현재 실질적인 노동 현장에 대한 실태에 무지하다. 또한 산업환경의 전반적인 변화에 따른 노동안전 확보를 위한 확장적 고민이 필요하다.”라며, “서울시가 목도한 ‘위험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인재(人災)를 원천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일터 사고’에 국한한 구시대적 산업재해 인정방식에서 벗어나 감정노동과 ‘직장내 괴롭힘’에 따른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산재 지원과 예방을 위한 노력 등 다양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권 의원은 “서울시 차원에서 현실적으로 인지된 산업재해 요소를 제거·예방을 위한 실천지침 조례제정이 절실한 상태이다.”라며, “이에 산업현장과 가장 근접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재해예방과 노동안전 보건 지원노력 실천대안으로 ‘서울특별시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기준 조례안’을 준비중으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오늘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토론회는 기획경제위원회 유용 위원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이 발제자로 나섰으며, 한인임 한국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위원, 김재민 서울노동권익센터 연구위원,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김종진 부소장은 ‘서울특별시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기준 조례안’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사항을 발표했으며, 한인임 연구위원은 이미 2017년 제정돼 적용 중인 경기도의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와 본 조례안 내용을 비교하며 경기도조례에 비해 조례대상을 좁게 정의한 서울시 조례안의 한계와 관련 의견을 개진했다. 김재민 연구위원의 경우 성별, 연령, 인종, 고용형태, 기후변화 등에 따른 산업안전보건 격차 인정과 그에 따른 지원계획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성애 국장은 각 산업현장에 ‘노동안전지킴이’를 임명해 실질적인 현장의 안정성을 높이고 이와 관련된 교육과 신속한 상황 대처가 가능하도록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와 토론에 이어서 진행한 플로어 토론에서는 5인 이하 주얼리 사업장의 청산가리 수증기로 가득한 열악한 작업환경 실태 고발과 ‘특수건강검진’의 중요성과 보편화의 시급성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또한, 서울시의 자회사 설립형 정규직화 과정을 거친 자회사에서 겪고 있는 산업재해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부재한 산업안전교육의 실태 및 예방을 위한 노력 미비를 고발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권 의원은 “지방정부, 나아가 국가의 역할과 책임, 거창히 말해 존재의 이유는 모든 현장의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라며, “이 역할을 부정하고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현실에 우리는 바닥까지 반성하고 변화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위험한 환경이 해소되어야 하며, 작업환경이 안전해야 한다. 안전히 일할 매뉴얼이 제공되어야 하고 안전관리를 위한 책임과 관리권한이 원청, 지주회사 등의 복잡성을 해소하고 간단해야 한다. 서울시는, 국가는 할 일을 해야 한다. 저 역시 계속해서 현장의 소리를 들으며 제 역할을 해내도록 노력하겠다.”라며 토론회를 마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딸 인턴십·동양대 총장상·사모펀드 규명 시험대

    딸 인턴십·동양대 총장상·사모펀드 규명 시험대

    曺 “KIST 3주 인턴십”→“확인해 보겠다” 동양대 측 “수여한 적 없다”… 曺 “받았다” 한국당 “가족, 펀드 지배하려 75억 약정” 曺, 적극 반박·감정 호소 양면 작전 쓸 듯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6일 열기로 합의하면서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두 번째로 대국민 검증 무대에 서게 됐다. 청문회 역시 기자간담회와 마찬가지로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씨의 학력 비위 의혹과 소위 ‘가족 사모펀드’ 의혹이 핵심 사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후보자 내외가 편법으로 학력과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줘 ‘공정 가치’를 위배했을 가능성이 최근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또 청문회는 기자간담회와 달리 자료 제출과 증인 출석이 가능해 집요한 추궁이 예상된다. 간담회에서 ‘처음 알았다’, ‘수사 중’이라며 핵심 질문에 즉답을 피했던 조 후보자가 철저한 준비를 통해 정면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씨의 학사 비리 의혹 중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십 경력 부풀리기 의혹과 조 후보자 부인 정경심 교수가 재직하는 동양대 총장의 표창장(봉사상) 수여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조씨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당시 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에 3주간 인턴으로 근무했다며 증명서를 제출했지만, 관할 교수는 발급 사실을 부인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간담회에서 관련 사실이 맞다고 확언했다가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는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조씨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도 부산대 의전원 입시 때 자기소개서에 기재했다. 이는 검찰이 전날 동양대를 압수수색하면서 알려졌다. 표창장을 수여한 적 없다는 학교 관계자의 전언이 나왔지만 조 후보자는 표창장을 받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모펀드(블루코어밸류업1호 블루코어) 의혹은 조 후보자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조 후보자는 지난 간담회에서 “상법은 알지만 금융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상대적으로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가족의 재산인 56억여원보다 많은 약 75억원을 약정한 데 대해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카드 한도액 같은 것”이라고 했고, 사모펀드 실소유주로 알려진 오촌 조카에 대해서도 ‘사모펀드에서 조카 역할은 모른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조 후보자 가족이 전체 100억원짜리 사모펀드를 실질 지배하려 75억원이나 약정했다고 보고 있다. 조 후보자 처남이 2017년 3월 비상장사인 코링크PE의 액면가 1만원짜리 신주 250주를 주당 200만원에 구입해 5억원을 투자했지만 지분율은 0.99%인 것도 의심을 받고 있다. 한국당 측은 조 후보자 가족이 코링크PE의 실질적인 대주주임을 숨기기 위해 이면계약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간담회 때 “저도 매우 의아하고 궁금하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가 웅동학원과 사모펀드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힌 것도 공방이 예상된다. 웅동학원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소위 ‘깡통 상태’라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조 후보자는 지난 간담회 때 당당하게 각종 의혹을 반박하면서도 딸에 대한 기자들의 과잉 취재를 지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에도 의혹은 자신 있게 반박하는 한편 ‘정의롭고자 했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아버지였다’는 식으로 감정에 호소하는 양면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조국, 청문회서도 의혹 반박하되 자세 낮추는 양면전략?

    조국, 청문회서도 의혹 반박하되 자세 낮추는 양면전략?

    딸 KIST 인턴십,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이 핵심 이슈“금융 모른다”던 조 후보자 ‘사모펀드가 아킬레스건’ 평가의혹 반박하되 ‘나도 아버지’식 감성 호소도 병행할 듯 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6일 열기로 합의하면서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두 번째로 대국민 검증 무대에 서게 됐다. 청문회 역시 기자간담회와 마찬가지로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씨의 학력 비위 의혹과 소위 ‘가족 사모펀드’ 의혹이 핵심 사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후보자 내외가 편법으로 학력과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줘 ‘공정 가치‘를 위배했을 가능성이 최근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또 청문회는 기자간담회와 달리 자료 제출과 증인 출석이 가능해 집요한 추궁이 예상된다. 간담회에서 ‘처음 알았다’, ‘수사 중’이라며 핵심 질문에 즉답을 피했던 조 후보자가 철저한 준비를 통해 정면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씨의 학사 비리 의혹 중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십 경력 부풀리기 의혹과 조 후보자 부인 정경심 교수가 재직하는 동양대 총장의 표창장(봉사상) 수여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씨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당시 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에 3주간 인턴으로 근무했다며 증명서를 제출했지만, 관할 교수는 발급 사실을 부인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간담회에서 관련 사실이 맞다고 확언했다가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는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조씨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도 부산대 의전원 입시 때 자기소개서에 기재했다. 이는 검찰이 전날 동양대를 압수수색하면서 알려졌다. 대학 측은 “검찰수사 중이어서 답할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단국대 병리학 논문의 제1저자 등재와 관련해 ‘영어 실력’이 이유가 되는지도 공방이 예상된다. 전날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영어독해, 영어작문 평가가 대부분 6등급, 7등급 이하였다는 성적표를 공개했다. 사모펀드(블루코어밸류업1호 블루코어) 의혹은 조 후보자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조 후보자는 지난 간담회에서 “상법은 알지만 금융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상대적으로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가족의 재산인 56억여원보다 많은 약 75억원을 약정한 데 대해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카드 한도액 같은 것”이라고 했고, 사모펀드 실소유주로 알려진 오촌 조카에 대해서도 ‘사모펀드에서 조카 역할은 모른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조 후보자 가족이 전체 100억원짜리 사모펀드를 실질 지배하려 75억원이나 약정했다고 보고 있다. 또 가족 명의의 투자액만 13억 5000만원인데 코링크PE나 오촌 초카의 역할을 몰랐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 처남이 2017년 3월 비상장사인 코링크PE의 액면가 1만원짜리 신주 250주를 주당 200만원에 구입해 5억원을 투자했지만 지분율은 0.99%인 것도 의심을 받고 있다. 한국당 측은 조 후보자 가족이 코링크PE의 실질적인 대주주임을 숨기기 위해 이면계약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 후보자는 간담회 때 “저도 매우 의아하고 궁금하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가 웅동학원과 사모펀드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힌 것도 공방이 예상된다. 웅동학원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소위 ‘깡통 상태’라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조 후보자 동생 부부의 위장 이혼 여부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부산 해운대 빌라 등 석연치 않은 가족 간 부동산 거래가 조 후보자의 부인 정씨가 실소유주임을 숨기기 위한 것인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지난 간담회 때 당당하게 각종 의혹을 반박하면서도 딸에 대한 기자들의 과잉 취재를 지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에도 의혹은 자신 있게 반박하는 한편 ‘정의롭고자 했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아버지였다’는 식으로 감정에 호소하는 양면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판깨스트] ‘국정농단’ 상고심…박근혜 2심 김문석 vs 이재용 2심 정형식 판결 재조명

    [판깨스트] ‘국정농단’ 상고심…박근혜 2심 김문석 vs 이재용 2심 정형식 판결 재조명

    2016년 말, 전국에 들불처럼 촛불을 번지게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지난 29일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그리고 이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모두 다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2심 재판을 다시 해야한다고 사건을 돌려보내는 바람에 대법원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 일일이 최종 판단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하급심에서 엇갈렸던 핵심 쟁점들에 대해서는 정리가 이뤄졌습니다. 대법원은 삼성 뇌물 사건의 핵심인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 존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된 말 세 마리는 실질적인 처분권을 최씨가 가진 것으로 뇌물이 맞다고 봤습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대체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판결과 비슷합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액의 액수가 이 부회장의 1심에서는 89억원, 2심에서는 36억원이었고 박 전 대통령의 1심에서는 72억원, 2심에서는 86억원이었는데 대법원은 86억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2심과 같은 거죠.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항소심을 심리한 지난해 서울고법 형사4부의 재판장은 김문석 부장판사였습니다. 현재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란 전 대법관의 동생으로 유명합니다. 지금은 사법연수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2심 선고뒤 김문석 사법연수원장·정형식 회생법원장으로 이동 반면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석방되도록 한 2심 판결은 뒤집혔습니다. 이 부회장은 다시 실형을 선고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무엇보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이었던 ‘삼성 뇌물 사건’이 유죄 취지로 판단이 된 것입니다. 당시 이 부회장의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의 재판장인 정형식 부장판사는 이 판결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파면 청원이 올라가 23만여명이 동의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가 “삼권분립 원칙”을 강조하며 파면에 대한 어떠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청원 내용을 대법원에 전달해 사법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고요. 정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고위법관 정기인사에서 서울회생법원장이 됐습니다. 물론 재판부의 판단은 재판장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세 명의 법관들의 합의로 이뤄집니다. 각각의 주심판사도 별도로 있죠. 그러나 1·2심에서는 대법원보다 재판장의 영향력이 크다고 여겨지니 판결에 대해선 재판장이 가장 주목받기 마련입니다. 지난해 2월 13일, 이 부회장 2심 판결이 논란을 키운 것은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됐기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1심에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지목한 삼성 뇌물 사건의 본질을 완전히 뒤집어 “정치권력과의 뒷거래를 배경으로 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거액의 불법·부당대출,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 자금의 투입 등과 같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모습을 이 사건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당시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이 사건은 대한민국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하고,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이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했으며 피고인들은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거액의 뇌물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대법, ‘이재용 2심’ 뒤집어…일부 확정하면서도 “원심 판결이유 일부 적절하지 않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요구로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했지만 말 세 마리의 소유권은 최씨에게 넘어가지 않아 뇌물로 제공되지 않았고, 최씨가 사실상 소유한 코어스포츠에 준 용역대금 36억여원만 뇌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총 213억원에 달한 뇌물 약속금액과 말 보험료(2억여원), 선수단 차량 3대와 말 수송차량 1대(5억여원) 역시 최씨에게 뇌물로 전달됐다는 증명이 부족해 무죄로 판단됐습니다. 대법원은 말 세 마리를 제외한 다른 승마지원 관련 뇌물 혐의에 대해 2심 판단대로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독일 KEB하나은행의 코어스포츠 명의 계좌로 용역대금을 보낸 것이 재산국외도피에 해당한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2심의 무죄 판단도 이날 확정됐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받아들이는 혐의들에 대한 판단들에 이러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원심(2심)의 판결이유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이 표현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을 비롯해 대법원 판결에서 총 다섯 차례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법을 잘못했거나 심리를 충실하게 하지 않아 잘못된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고 대법원도 같은 결론의 판단을 하지만 그 이유나 과정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에 대한 불만 또는 비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법원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도 세 명의 대법관은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이 옳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조희대·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최씨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사이에 말들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최씨에게 넘겨주기로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말 세 마리를 뇌물로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원합의체 다수 대법관들이 말의 처분권한이 최씨에게 넘어갔다고 인정한 근거들이 “막연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11월 말(살시도)에 대한 위탁관리계약서를 작성해 달라는 삼성 측 요구와 말 패스포트의 ‘마주(말 주인)’로 ‘삼성전자’가 적혀있는 것을 두고 최씨가 “삼성에서 말을 사주기로 다 결정이 났는데 왜 삼성 명의로 됐느냐”며 화를 낸 것, 그러자 이후 박 전 사장이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다는 것” 등의 문자를 보낸 것, 박 전 대통령이 두 차례 단독 면담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승마 유망주에게 좋은 말을 사줘라”라고 말한 것 등만으로 최씨에게 말의 처분권이 넘어갔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주심 조희대 비롯 안철상·이동원 대법관 “이재용 2심 판결 옳다” 또 세 명의 대법관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이 있었다거나 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할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며 2심과 같은 판단을 내놨습니다. “(이날 선고된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원심판결 이유 중 부가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을 오해하여 원심의 판단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을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청탁과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니 2심과 같이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여원도 뇌물이 아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대의견을 낸 세 명 가운데 조희대 대법관이 이 부회장의 상고심 주심이었습니다. 나머지 다수 의견의 판단들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판결이 대부분 이어졌습니다. 특히 삼성 뇌물 사건의 핵심 쟁점들에 대한 판단이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파기환송을 하게 된 결정적인 ‘실수’가 뒤늦게 지적됐습니다. 바로 공직선거법 때문입니다. 선거법 18조 3항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재직 기간 중에 받은 뇌물과 관련된 혐의들이 다른 혐의들과 재판을 받은 경우 형을 분리해서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뇌물죄 형량에 따라 선거권이나 피선거권 제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17년부터 시작돼 1·2심을 거치며 왜 한 번도 분리선고가 되지 않아 대법원에서 절차적 이유로 파기환송이 되었을까요. ●박근혜 파기환송… ‘뇌물죄 분리 선고’ 왜 놓쳤나 많은 판사들은 해당 조항이 공직선거법에 떨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포함돼 있으면 당연히 분리해 선고를 하지만, 다른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또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등의 여러 죄명과 혐의들이 방대한 가운데서 공직선거법의 조항을 놓칠 수 있다는 겁니다. 박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은 18가지로 적용되는 죄명은 5가지였습니다. 워낙 쟁점이 다양하고 복잡한 절차를 이어가다 보니 그야말로 기본적인 조항도 신경쓰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죠. 검찰도 애초에 분리해서 구형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의 1·2심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1심에서 재임 시절 뇌물 혐의에 대해 분리 선고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이 전 대통령의 사건은 현재 항소심 단계에 있으니 항소심에서는 뇌물 혐의를 분리 선고해 같은 이유로 재판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은 없을 듯 합니다. 2017년 10월부터 재판을 전면 보이콧하면서 법정에 나오지 않고 항소와 상고도 하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은 또 다시 박 전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날 대법원이 뇌물 혐의 분리선고 외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판단을 한 부분은 검찰과 특별검사팀이 상고한, 2심에서 무죄로 나온 부분들에 대해 상고기각 판결을 한 것이 전부입니다. 대기업 18곳에 미르·K스포츠재단 후원금 총 774억여원을 모금하도록 한 혐의를 비롯해 2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기업들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대법원에서도 최종 확정됐습니다. ●‘박근혜 2심’ 분리 선고 및 강요죄 판단 외 대부분 확정될 가능성 대법원은 분리 선고를 위해 무죄를 확정한 부분 외의 나머지 2심에서 유죄 판단됐던 부분들을 전부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는데요. 아마 대체로 환송 전 2심 판결과 같은 결론이 나올 것이지만 한 가지 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로 미르·K스포츠재단 후원을 비롯해 기업들에 대한 강요 혐의입니다. 1·2심에서도 직권남용은 무죄가 선고됐지만 대통령의 영향력으로 기업들을 압박했다며 강요 혐의는 유죄로 판단이 됐는데, 대법원이 이날 선고에서 최씨의 사건에 대해 판단하며 일부 강요죄를 무죄 취지로 결론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뇌물 혐의를 따로 선고하지 않은 절차적 실수와 강요 혐의에 대한 판단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판단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으니 박 전 대통령의 2심 판단이 매우 방대했던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쟁점들을 비교적 제대로 판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세 사람의 파기환송심은 이르면 9월 말부터 서울고법에서 열리게 됩니다. 대법원에서 사건기록이 넘어오고 파기환송심이 접수되는 데 2~3주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지금으로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 부회장의 형량이 어떻게 달라지느냐입니다. 지난해 2월 13일 석방돼 경영활동에 매진했던 이 부회장은 다시 올해 가을과 겨울, 법원을 오가며 실형이 선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쓸 것으로 보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北 2020년까지 모든 가구 독립위생시설 목표, 이행은 글쎄”

    “北 2020년까지 모든 가구 독립위생시설 목표, 이행은 글쎄”

    세계보건기구(WHO)가 북한에 식수와 위생 관련 국가정책과 계획이 존재하고 정책 이행에 필요한 자금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행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유엔 산하 WHO는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지는 ‘국제 물 주간’을 맞아 각국의 위생 및 식수 관련 체계를 조사해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대해 이처럼 평가했다. ‘유엔-물 국제 위생 및 식수 분석 및 평가 보고서’(UN-Water Global Analysis and Assessment of Sanitation and Drinking Water?GLASS 2019 Report)에 따르면 북한은 2025년까지 모든 주민들이 2가구 이상이 개선된 위생시설을 공유하는 ‘제한된 서비스’(limited services)를 보장하기로 했으며 야외에서 용변을 보는 일을 완전 퇴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또 2030년까지 모든 주민들이 가구별 독립적인 위생시설을 갖는 ‘기본적 서비스’(basic services)를 보장하고, 각 가정의 오염되지 않은 식수원에서 필요하면 바로 식수를 공급받는 ‘안전하게 관리된 서비스’(safely managed services)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북한의 실질적인 정책 이행 및 자금 확보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평가하면서 더불어 북한 식수의 질을 평가한 공개 보고서가 발표된 적이 없다고 우려했다. 세계 115개 국가와 29개 국제기구, 개발은행, 원조기관 등 외부 지원기구(ESA)를 대상으로 조사해 각국의 물?위생?청결(WASH) 체계와 정책 목표, 감독 및 규제 등 모든 제도적 측면들을 들여다본다. 보고서는 대다수 국가들이 식수, 위생, 청결 등에 대한 정책과 이에 대한 이행 계획이 있다고 보고했지만, 실질적으로 정책을 이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갖춘 나라는 약 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있고 안전한 식수와 화장실, 손 씻는 시설에 접근할 수 없어 치명적인 감염 위험에 놓여 있고 공공 보건의 진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페터 에릭손 스웨덴 국제개발협력 장관은 지난 26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 물주간’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물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것이 오늘날 세계 지도자들의 주요 정치적 및 환경적 과제가 돼야 한다. 우리가 물에 대해 도박을 하기엔 잃을 것들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이준형 서울시의원, 개교 100주년 이상 학교 기록물·자료 관리 시급 지적

    이준형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강동1)은 8월 26일(월)에 열린 서울시의회 제289회 임시회 시정 질문에서 조희연 교육감 및 박원순 시장을 대상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개교 100주년 이상의 학교 기록물 및 자료 관리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고증과 자료 관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날 시정 질문에서 이 의원은 서울시내 3개 학교(배화여고, 경기상업고, 교동초)를 직접 현장 방문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자료들의 관리실태 및 보존의 노력이 제각각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행정의 소홀함을 지적했다. 1898년 설립돼 120여년이 지난 오랜 역사를 지닌 배화여자고등학교의 경우 교육청 차원의 예산 지원이 이루어진 적이 없음에도 졸업생 및 적극적인 역사의식을 지닌 선생님들의 의지로 자료 관리 및 보존이 비교적 잘 되어 있었으며, 향후 역사관을 조성할 계획까지도 준비하고 있었다. 반면, 1894년 개관해 만세보(1906년), 대한매일신보 등 일제 강점기 자료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교동초등학교의 경우 보존상태가 매우 취약하고 재정비 담당자의 전문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재정력이 있는 몇몇의 사립학교들에서는 별도의 수장고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빈 교실에 학교의 각종 기록물, 상패, 교육자료 등을 한데 모아 보관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문서 및 골동품의 경우 상태 보존을 위한 적절한 온도 및 습도의 조절 등 보전처리가 시급하나, 환경적 여건을 갖춘 곳은 거의 없었다. 많은 학교에서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이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감정 받지 못한 채 버려지거나 방치되고 있었다. 이에 기록연구사 등과 같이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투입돼 자료를 목록화·현행화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보존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난 2월 27일부터 10일간 서울시청 시민청갤러리에서 <3월의 그날, 서울학생! 뜨거운 함성이 되다>를 개최한 바 있다. 3·1만세시위를 독립만세운동으로 확산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음에도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울 학생, 교사들의 활약상과 역사적인 학교 현장 자료를 발굴·수집하여 공개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기록연구사 13명을 포함해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개교한지 100년이 넘은 71개 학교의 기초자료를 분석하고, 3·1운동 관련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21개 학교를 현장 방문해 3·1만세시위에 참여한 학생과 교사들의 학적부, 졸업명부, 학적기록 등 70점, 수형기록표 73점, 판결문 138점, 사진 96점, 재감인명부, 신문조서, 성향조회서 등 기록물 100여점, 기타 태극기, 교복, 교지 등 실물자료를 발해 정리해 전시했다. 행사가 끝난지 5개월여 지난 지금 <3월의 그날, 서울학생! 뜨거운 함성이 되다> 전시에 활용되었던 자료들은 현재 어디에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게 질의하고,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무관심 속에서 훼손되고 망실된 자료들에 대한 행정의 관리 부재실태를 지적했다. 이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그 필요성과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그동안 예산의 범위 내에서 교육행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에 밀려 추진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이 의원은 “최근의 한일관계와 맞물려 서울학생독립운동의 역사적 가치가 재조명되는 이 시기에 기억하고 보존해야할 역사기록물에 대해 서울시교육청과 학교의 역할 재정비가 시급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관리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대 이어 서울대도…조국 딸 ‘제1 저자’ 논란 촛불집회

    고대 이어 서울대도…조국 딸 ‘제1 저자’ 논란 촛불집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고교 시절 의학 논문 제1 저자로 등재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대 대학생들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학 교수들의 비판글이 이어지고 고려대에 이어 서울대에서도 촛불집회 추진 움직임이 일어나는 등 대학가로 비판여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조 후보자의 모교 서울대 학생들은 21일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고 23일 교내에서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촛불집회를 제안한 학생들은 조 후보자의 딸을 겨냥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2주 인턴으로 병리학 논문 제1저자가 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는 장학금을 2학기 연속 혜택을 받고 의전원 진학을 위해 자퇴하는 것이 정의로운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매일매일 드러나고 있는 의혹들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자격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의 자격조차 의문으로 만들고 있다”며 “서울대 학생으로서 조국 교수님이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어 “조국 교수님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내정 이후 드러나고 있는 여러 의혹에 분노해 서울대 학생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촛불집회를 열고자 한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이번 촛불집회를 주도한 학생 중에는 서울대 부총학생회장도 있었지만, 총학생회 차원이 아닌 개인 단위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일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자신을 고려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가 ‘제2의 정유라인 조국 딸 학위 취소 촛불집회 제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게시자는 “이화여대에 최순실의 자녀 정유라가 있었다면 고려대에는 단국대 의대에서 실질적인 연구를 담당했던 연구원들을 제치고 고등학생으로 2주라는 단기간에 실험실 논문 제1 저자로 등재되고 이를 통해 수시전형으로 입학한 조국의 딸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부정함이 확인되면 조국 딸의 학위도 마땅히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1일에는 ‘고대판 정유라인 조국 딸 학위 취소 촛불집회 관련 공지2’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현재 2000명에 가까운 재학생 졸업생분들이 촛불집회 찬성에 투표해 줬다”며 “일단 이번 주 금요일(23일) 촛불집회를 개최하고자 하며 곧 새로운 작성 글로 내용을 공지하겠다”고 적었다. 교수들의 비판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재환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날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조국 교수 딸 스토리를 접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당신도 교수인데 아들에게 논문 제1 저자 스펙을 만들어줬다면 아들이 지금처럼 재수하고 있지 않을 텐데 (당신은) 아빠도 아니다”라는 아내의 말을 전하며 “어제 조국 교수의 딸이 고교 시절 2주 인턴으로 한국 병리학 저널에 제1 저자로 논문을 게재했고 이를 이용해 고려대 수시전형에 합격했다는 보도를 보고 아내가 이 같은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 한 학원에서 재수하는 아들에게 난 나쁜 아빠인가”라고 비꼬았다. 김 교수는 “더 당황스러운 것은 부산대 의전원 학생인 조 후보자 딸이 유급을 2번 하고 학점이 1.13이라는 것”이라며 “이 정도 성적을 거둔 학생이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학교 당국은 조 후보자 딸이 의전원에 입학할 당시 성적을 공개하고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입학 사정이 공정하게 진행됐는지를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국민의 눈이 부산대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제기된 의문점을 소상히 밝혀달라”고 덧붙였다. 2009∼2010년도 대한병리학회 이사장을 지낸 서정욱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등학생이던 1저자는 저자로 등재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 채 선물을 받은 것이고, 그 아버지도 비슷한 수준의 판단을 한 것 같다”며 “두 분 모두 논문의 저자가 뭔지도 모르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저자는 논문의 중요한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저자가 잘못됐다면 저자를 수정하거나, 논문 전체를 철회해야 한다”며 “그것이 연구 윤리”라고 비판했다. 또 “논문 1저자의 아버지가 조국 교수라는 것에 관심이 없다. 그가 부끄러움을 알든 말든 학술지의 입장은 정치적 입장에 영향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무장도 안한 흑인 목 감아 숨지게 한 백인 경관 5년 만에 파면

    무장도 안한 흑인 목 감아 숨지게 한 백인 경관 5년 만에 파면

    무장도 안한 남성의 목을 뒤에서 감아 조르기로 숨지게 한 미국 뉴욕의 경관을 파면하는 데 5년이 걸렸다. 제임스 오닐 뉴욕경찰청(NYPD) 청장은 지난 2014년 7월 세금이 붙지 않은 담배를 길거리에서 팔던 에릭 가너(43)를 체포하려다 저항하자 뒤에서 한 팔로 목을 감아 졸라 사망에 이르게 한 백인 경관 대니얼 판탈레오를 19일(현지시간) 파면했다고 밝혔다. 오닐 청장은 당시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판탈레오가 NYPD에서 시민을 체포할 때 사용하면 안된다고 규정된 초크홀드(chokehold) 기술을 건 것이 맞다고 파면한 이유를 밝혔다. 이 과정에 가너는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무려 열한 차례나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섯 자녀의 아버지였던 그는 몸무게가 160㎏이나 나갔으며 당뇨병과 천식 등 여러 건강 문제를 안고 있었다. 담배를 낱개로 불법 판매해 이전에도 여러 차례 체포되면서 경찰관들에게 희롱을 당했던 그는 당시 수갑을 차지 않겠다며 버티다 다섯 경관에게 에워싸였고 그 중 판탈레오에게 목을 졸려 심장마비를 일으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경찰은 촉홀드가 직접 사인인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고, 판탈레오는 아무런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를 담은 휴대전화 동영상이 유포돼 흑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고, 그의 사건은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구호에 곧잘 등장했으며,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다수가 판탈레오의 파면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앞서 이달 초 NYPD 송무 담당 부청장인 로즈마리 말도나도가 위원장을 맡은 징계위는 판탈레오가 목을 조르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거듭 부인하지만 촉홀드 기술을 건 것이 맞다고 결정했다. 뉴욕 경찰노조는 권고안이 “정치적으로 오염된 결정”이라며 반발했지만 오닐 청장은 판탈레오를 해고하기로 했다. 대선 도전장을 낸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이 사건 처리를 미적거려 집중포화를 맞았다. 지난달 31일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연설하던 도중 시위자들이 “판탈레오를 해고하라”고 외치는 바람에 중단되는 곤욕을 치렀는데 이날 “오늘 우리는 마침내 정의가 이뤄진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인권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는 “5년이나 지난 오늘 (이런 결정이 내려져) 너무 늦었다”면서 “가족들이 많은 것을 잃은 뒤라 기쁨이나 즐거움을 만끽할 수가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달콤쌉싸래하게 반응할 수도 있고 과거에 우리의 죄악에 갇혀 이분법에 빠질 수도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고통을 진보로 대체하고 속죄하는 길을 찾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고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판탈레오는 사법 처리는 받지 않는다. 스태튼 아일랜드 대배심은 2014년 판탈레오에 대한 기소를 거부했고, 연방 검찰도 지난달 충분한 증거가 없다면서 불기소를 결정했다. 뉴욕시는 2015년 응급구조요원들이 가너에게 충분한 의학적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그의 가족에게 590만달러를 주고 법정 화해를 한 일이 있다. 한편 이날 해고 결정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지사가 경찰의 공권력 행사를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는 어셈블리 빌 392 법안에 서명한 것과 맞물려 주목됐다. 셜리 웨버(민주·샌디에이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경찰관의 총기 사용이 가능한 경우를 ‘합당한’(reasonable) 때에서 ‘불가피한’(necessary) 때로 바꿨다. 지금까지는 용의자가 경관을 향해 다가온다든지 명령에 불복종하는 경우 곧바로 발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경관이 용의자로부터 실질적인 생명의 위협을 받아 자위권 차원에서 총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한정한다는 것이다. 또 도주하는 용의자에게 총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 1872년 제정된 뒤 거의 바뀌지 않은 캘리포니아주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손질한 것이라고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의미를 부여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조국 “국민 정서상 괴리 있지만 적법”… 野 “檢 고발 추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가 18일 정면 충돌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인사청문 대책회의에서 “이미 각종 의혹만으로 조 후보자 사퇴 불가피론이 퍼지고 있다”며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것 자체가 국정농단”이라고 했다. 이어 “조 후보자의 장관 임명에는 3대 불가 사유가 있다”며 “그는 위법한 후보이자 위선적인 후보, 위험한 후보”라고 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조 후보자가 위장매매 의혹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으면 19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조 후보자에게 쏟아지는 의혹들을 보면 희대의 ‘일가족 사기단’같다”며 “침묵과 시간 끌기로 의혹을 잠재우려는 꼼수를 버리고 해명할 수 없다면 당장 사퇴하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일부 야당의 태도를 보면 조 후보자에 대한 역량이나 전문성, 자질 등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고 가족관계라는 이유로 무조건 책임을 지라는 신연좌제적인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17일 조 후보자에게 전화해 내용 일부를 확인했는데 조 후보자는 국민 정서상 조금 괴리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이 조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릴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의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인사 청문회 후보자가 모두 낙마하면서 ‘정의당의 데스노트’라는 말이 나왔다. 심상정 대표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정의당은 (조 후보자에) ‘답정(답은 정해져 있는) Yes’, ‘답정 No’ 모두 거부한다”며 “인사검증 과정을 꼼꼼히 지켜보고,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춰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인사 청문회 일정을 놓고도 충돌했다. 나 원내대표는 “오는 27, 28일에 한국당 연찬회가 있고 30일 민주당 연찬회가 있어 실질적으로 (청문회를) 할 수 있는 날이 며칠 없다”며 “19대 이후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을 넘기고 인사청문회를 한 게 12차례나 있다. 부득이한 경우 여야가 합의해 일정을 잡으면 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달 말까지는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후보자의 답변을 듣고 의혹을 해소하기 전에 여론전을 길게 펼쳐가겠다는 꼼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서울광장] 열린 사회와 그 ‘내부의’ 적들/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열린 사회와 그 ‘내부의’ 적들/박록삼 논설위원

    1960년대 미국 사회는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도 세대 간의 갈등, 이념 간의 대립이 제어할 수 없이 커 갔다. 소련과 좌우 체제 경쟁을 비롯해 쿠바 미사일 위기, 베트남전 패배, 흑인 민권운동과 같은 사회문제는 미국의 대문호 필립 로스(1933~2018)의 장편소설 ‘미국의 목가’ 속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인 성공한 중산층 가정은 반전운동과 극단적 생태주의에 빠진 딸과의 갈등 속에서 송두리째 파괴되고 만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열린 사회’로 가기에 당대 미국 사회가 극복해야 할 현실의 모순은 컸고, 희망을 찾는 몸부림에는 좌충우돌의 시행착오가 컸다. 칼 포퍼(1902~1994)의 ‘열린 사회 이론’은 헤겔, 마르크스 등의 역사주의, 사회주의를 철저히 부정하며 논쟁의 복판에 섰다. 포퍼는 그의 대표적 저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1945)을 통해 전체주의와 독재가 인류에 끼치는 해악을 낱낱이 지적하며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열린 사회’로 규정했다. 이는 포퍼가 삶으로 깨달으며 이론화한 내용이기도 하다. 청년 포퍼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즈음 “평화와 인도주의를 위해 전쟁을 거부한다”는 트로츠키의 연설에 감명받아 사회주의자가 됐지만, 현실 사회주의 속 개인의 자유와 생명에 대한 존중 결여를 접한 뒤 돌아섰다. 한때 운동권 학생들을 점잖게 꾸짖는 내용으로 흔히 언급되던 ‘젊어서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면 바보, 나이 들어서도 마르크스주의자로 남아 있으면 더 바보’라는 얘기도 포퍼가 남긴 말이다. 1980년대 한국 사회에서 포퍼는 철저히 왜곡됐다. 그가 그토록 부정했던 독재정권은 그의 이론을 체제 유지 수단으로 악용했다. 반면 그의 지향과 같이 자유와 민주를 위해 몸부림쳤던 대학생, 노동자, 농민들은 오히려 포퍼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반감을 가졌다. 물론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마르크스’가 언급됐다는 이유로 1982년 이전까지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5·18 학살과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씨가 외신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까이 두고 읽는 책을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라고 소개하던 시절이었고, 독립군 때려 잡던 일본군 장교 박정희가 대통령이 돼 사후까지 추앙받는 세상이니 더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온갖 부조리와 모순이 정상의 껍데기를 쓰고 행세하던 때였다. 독재에만 열린 사회일 뿐이었다. 2019년 한국 사회는 달라졌다. 전 대통령 이명박씨, 전 대법원장 양승태씨 등은 자신들이 유린했던 민주주의 질서와 제도에 의해 비교적 자유로운 몸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광복절에 버젓이 성조기를 흔들어 대거나 ‘안티 반일’ 깃발을 흔드는 이들이 서울 한복판을 자유로이 휩쓸고 있다. 시민단체를 자임하는 극우 인사는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아베 수상님, 죄송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에 사과하라”고 부르짖고 있고, 어떤 목사는 교단에서 “한국은 일본과 함께 전범국가이며, 일본이 한국을 독립국으로 인정해 줬다”는 희한한 주장을 펴고 있다.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관되게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도, 성노예화도 없었고 반인권적 반인륜적 만행 또한 없었다”고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한 일베 회원은 대통령을 암살하겠다며 불법으로 총까지 구매했다는 글을 버젓이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공동체의 가치를 부정하고, 생명과 인권, 민주를 경시할 뿐 아니라 극우적 가치로 헌법을 부정하는 이들이다. 모두 형식과 절차를 뛰어넘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만끽하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의 수혜자들이다. 대통령 비판 포스터 하나 붙였다고 저인망식으로 경찰력 동원해서 체포하던 몇 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참으로 ‘활짝 열린’ 사회다. 민주와 정의, 이성과 합리의 가치를 공고히 하는 열린 사회는 바깥에서 교류할 뿐 결코 공격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의 적’들이 발밑을 야금야금 갉아 먹을 때 그들과 교감하는 외부의 적은 이를 공격의 기회로 삼는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본격화하는 이 즈음 누가 한국 사회 내부의 적들인지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이들을 제거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그들이 추앙하는 과거 정권처럼 붙잡아 고문하고 재판을 조작해 감옥에 집어넣으면 끝일 게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철저히 사법정의 차원에서, 정의로운 공공사회의 지속 차원에서, 열린 시민사회의 힘, 이성과 합리의 가치를 믿으면서 대응해야 한다. ‘내부의 적’ 없는 진짜 ‘열린 사회’를 만드는 기본이다. youngtan@seoul.co.kr
  • 與 “평화경제국가 목표 제시” 野 “대책 없는 낙관”…광복절 경축사 반응 극과 극

    與 “평화경제국가 목표 제시” 野 “대책 없는 낙관”…광복절 경축사 반응 극과 극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시 다짐한다”고 하자 여야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작금의 일본 경제 보복을 극복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일본이 동아시아 협력 질서에 기여함으로써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원숙함과 포용력을 과시했다”며 “나아가 열강에 의해 휘둘렸던 과거의 대한민국에서 이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나아가 동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주도하는 나라로서의 구체적 형상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문 대통령은 진정한 광복은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경제를 바탕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이라고 광복의 의미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경축사를 통해 드러난 문재인 정권의 현실인식은 막연하고 대책 없는 낙관, 민망한 자화자찬, 북한을 향한 여전한 짝사랑”이라고 혹평했다. 전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 들어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있다”며 “오늘 경축사에서 밝힌 대통령의 경제인식 역시 북한과의 평화경제로 일본을 뛰어넘자던 수보회의의 황당한 해법을 고스란히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환상’이나 ‘정신 승리’가 아니라 실질적인 결과이며 현실성 있는 미래 비전”이라며 “경제를 살릴 대책도, 외교 안보를 복원할 대안도, 또 대통령의 통합적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평화경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남북이 힘을 합해 일본을 극복하자는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청와대는 현재 어려움에 처해있는 한일관계, 한미관계, 한중관계를 어떻게 풀어내 한반도의 생존과 번영, 평화를 지켜낼 것인지 그 비전에 대해 국민에게 밝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자강의 길을 모색하면서도 동아시아 연대의 시선을 놓치지 않은 힘있는 경축사”라고 호평했다. 그러면서도 “말이 곧바로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 당장 아베 정권의 도발을 어떻게 분쇄할 것인가 등 질문은 산적해 있으며 아직 어려운 시험문제를 풀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조국 “사노맹 사건, 부끄럽지 않아”… ‘색깔론’ 프레임 견제

    조국 “사노맹 사건, 부끄럽지 않아”… ‘색깔론’ 프레임 견제

    반국가적 이적 활동 논란에 첫 입장 표명 “20대 뜨거운 심장, 국민의 아픔 같이해” 수사권 조정 논문 일관성 없다는 지적엔 “檢 수사지휘권 오남용 일관된 비판” 반박할 말이 많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때 답을 하겠다며 말을 아끼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한 이력을 문제 삼아 총공격에 나선 보수 야당을 견제하며 ‘색깔론’ 프레임에 빠지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조 후보자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에 “과거 독재 정권에 맞서고 경제민주화를 추구했던 저의 1991년 활동이 2019년에 소환됐다”고 운을 뗐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백태웅 미국 하와이대 교수와 박노해 시인 등이 만든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의 외곽 조직인 ‘남한사회주의과학원’(사과원)에 가입했다가 반국가적 이적 활동을 한 혐의로 구속된 일명 ‘사노맹 사건’과 관련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28년 전 활동을 한 번도 숨긴 적이 없다”면서 “자랑스러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 “20대 청년 조국(은) 부족하고 미흡했다”면서 “그러나 뜨거운 심장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아픔과 같이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조 후보자는 반국가단체 가입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으면서 풀려났다. 항소심과 상고심도 조 후보자가 반국가단체인 사노맹에 동조할 목적으로 사과원에 가입했고, 투쟁을 촉구하는 표현물(우리사상)을 제작·판매한 행위는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봤다. 다만 항소심에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이 감경됐다. 우선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사과원이 반국가단체가 아닌 ‘이적 단체’로 판단했다.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기구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조 후보자가 사과원 운영위원으로 가입했지만 실질적 활동을 하지 않다가 8개월여 만에 탈퇴했다는 점, 탈퇴 후 사회주의 관련 활동을 하지 않고 사과원 활동도 후회하고 있다는 점도 참작이 됐다. 이후 그는 1995년 광복절 때 특별복권됐다.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과거 논문에 쓴 내용이 일관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 후보자는 2005년 ‘현 시기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의 원칙과 방향’이란 논문에서 경찰 개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행사하면 ‘경찰국가화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법률가인 검사가 수사를 최종적으로 종결하고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체제를 폐지하는 것은 조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4년 뒤인 2009년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민갑룡 당시 팀장)이 발주한 용역 보고서 ‘검사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관한 연구’에서는 검사의 수사지휘 오남용 사례를 지적하며 “검사의 경찰화 현상은 검경 모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두 논문과 보고서가) 전혀 다르지 않다”면서 “저는 일관되게 경찰 국가화 경향과 검찰의 수사지휘권 오남용을 동시에 비판해 왔다”고 반박했다. 조 후보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두 사안은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자격과도 관련성이 있는 만큼 청문회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날 청와대가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청문회는 다음달 2일까지 마쳐야 한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문 대통령의 조국 지명 이유…“학문적 역량·국민과 원활한 소통”

    문 대통령의 조국 지명 이유…“학문적 역량·국민과 원활한 소통”

    “권력기관 정치적 중립성 실질적 보장”“검·경수사권 조정 합의안 성공적 도출”“법학자로서 사회 참여 역할·소임 다해”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이유에 대해 법학자로서 쌓아온 학문적 역량과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 능력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14일 국회에 보낸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에서 “법학자로서 쌓아온 학문적 역량과 국민과 원활한 소통 능력으로 법무행정의 혁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검찰 개혁 과제를 마무리하면서 실질적인 법치를 통해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법무부 장관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국가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강한 추진력을 갖고 법무부의 탈검찰화 추진, 자치경찰 법안 마련,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폐지 등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정부 합의안을 도출해 기획조정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다수의 논문을 저술했고, 학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형사 절차에서 피의자와 피고인의 인권 보장 및 피해자 보호 제도 발전에 기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 활동하며 사법 민주주의 실현, 올바른 법률가 양성제도 도입을 통한 시민 권익 증진과 법원·검찰개혁 및 법조 윤리 개선 등의 법제도 개선을 통해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해 법학자로서 사회 참여의 역할과 소임을 다했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과목 칸막이 없앤 교육 실험… 옆 학교로 원하는 수업 들으러 간다

    과목 칸막이 없앤 교육 실험… 옆 학교로 원하는 수업 들으러 간다

    “어어, 선 따라 움직인다!” 교실 바닥에 테이프를 붙여 빙 두른 테두리를 따라 바퀴 세 개가 달린 로봇이 움직였다. 로봇이 이리저리 꺾이고 휘어진 테두리를 따라 천천히 앞으로 향하자 학생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지난 7일 서울 관악구 당곡고등학교 컴퓨터실습실에서는 학생 18명이 방학을 잊은 채 컴퓨터와 로봇을 앞에 두고 씨름하고 있었다. 교육용 로봇 코딩 교구인 레고 마인드스톰 ‘EV3’를 명령한 대로 움직이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EPL)’ 수업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남진표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로봇이 “회색을 만나면 정지한다”, “회색 트랙 안쪽을 벗어나지 않고 주행한다” 등의 명령을 구현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실습을 했다. 자율형 공립고인 당곡고에서는 여름방학 동안에도 EV3와 아두이노(다양한 센서나 부품을 연결할 수 있고 입출력, 중앙처리장치가 포함된 기판), 인공지능(AI) 등을 다루는 단기 수업이 열려 교실 곳곳이 학생들로 북적였다. 지난달에는 디지털포렌식 분야의 권위자인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이 이틀에 걸쳐 학교를 찾아 특강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소프트웨어(SW) 중점학교, 올해 SW 선도학교로 지정된 당곡고는 기존 일반고의 ‘이과’ 대신 ‘SW중점과정’을 운영한다. SW중점과정 학생들은 2·3학년 동안 ‘정보과학’ ‘프로그래밍’ 등 SW 전문교과와 ‘심화수학’, ‘융합과학’ 등 과학고의 전문 교과들을 자유롭게 선택해 들을 수 있다. 과학 실험과 토론 대회, 과학자 특강 등이 열리는 ‘과학 아카데미’, 실생활의 여러 문제에 수학을 접목해 해결하는 활동을 하는 ‘실험수학반’ 등 강의와 캠프, 대회 등이 1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AI 로봇 분야를 지망하는 1학년 유재림(16)군은 동아리와 방과후수업, 방학 특강 등에 참여하며 EV3와 코딩, C언어(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 등을 익히고 있다. 유군은 “당곡고가 SW중점학교여서 진학을 결정했다”면서 “SW와 AI 등 진로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것을 배울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학교가 특성화된 중점 과정을 운영하고 학생들이 다양한 선택 과목을 이수하는 모습은 교육당국이 구상하는 일반고의 발전 방향이다. 2025년 전면 시행되는 ‘고교 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며 교육 과정을 스스로 설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각각 ‘로봇’, ‘디자인’, ‘융합’ 등으로 특성화된 학교들이 하나의 캠퍼스를 이뤄 학생들이 단과 대학들을 오가듯 인근 학교들을 찾아 심화된 과목을 이수하는 것 또한 교육당국의 밑그림이다. 고교 학점제 연구학교이기도 한 당곡고는 2·3학년 학생들이 ‘일반과정’과 ‘SW중점과정’으로 나뉘어 2년간 총 24개 과목을 선택한다. 심중섭 당곡고 교장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했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과목 선택에 칸막이를 두지 않는 ‘전면 개방형 선택교육 과정’을 도입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거쳐 실제 교과를 개설할 때는 ‘15명 이상 선택한 교과는 무조건 개설, 10명 이상 선택한 교과도 가급적 개설’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연극과 기타연주, 시 창작 등 이색 교과들이 개설됐다.SW중점학교지만 ‘실용 국어’, ‘영어권 문화’, ‘미술 비평과 감상’ 등 인문사회와 예체능계열 과목에도 다양한 교과가 개설돼 있다. 디자인 분야를 지망하는 2학년 조진주(17)양은 이날 학교에서 태블릿을 활용해 ‘한국 사회’를 주제로 디자인을 설계하는 미술 수업에 참여했다. 조양은 “다양한 미술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데다 3D프린터와 아두이노, 미디어아트 등 미술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해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인근 4개 일반고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연합형 교육과정도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 당곡고에서는 ‘과학과제 연구’와 ‘수학과제 탐구’ 과목이 개설돼 인근 고교 학생들이 모여 실험하고 토론한다. 당곡고 학생들도 다른 학교에서 ‘글로벌 리더십’, ‘문학개론’ 같은 심화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학교가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부를 채울 수 있어 학생부종합전형에 강점이 있는 환경이라고 학교 관계자는 귀띔했다. 심 교장은 “선택형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전제 조건은 학교 공간의 혁신”이라고 말했다. 획일적인 교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학교 공간을 뜯어고쳐 다양한 교실을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당곡고는 서울교육청의 ‘꿈담교실’ 사업 등을 통해 와이파이가 구축된 교실과 학습카페, 토론공간, 휴식공간 등을 마련했다. 1학년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심층적인 진로교육과 심화과목에 대한 교사들의 철저한 준비도 뒷받침됐다. 심 교장은 “학생들에게 일반고에 진학해도 자신의 진로에 맞는 교육 과정을 설계해 배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면서 “교육당국의 지원이 확대된다면 일반고가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당곡고가 실험하고 있는 ‘고교 학점제’와 ‘교과 중점 학교’는 일반고의 교육 여건을 강화하고자 하는 고교 교육 혁신의 두 축이다. 모든 일반고의 교육 과정을 다양화해 학생들이 맞춤형 교육을 받으며 역량을 키운다는 취지다. 김영선 서울교육청 중등교육과정 장학관은 “교장과 교감, 교사, 행정직원 등 학교 전체가 한뜻으로 뭉쳐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는 선택형 교육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의지를 갖고 학교 현장을 지휘해야 하며, 복잡해지는 학교 행정에도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교사들이 겪게 될 업무 환경의 전례 없는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선택으로 학교에 어떤 교과가 개설되느냐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필요한 경우 교사 한 명이 여러 과목을 담당하게 될 수 있다. 학년별로 각기 다른 심화과목을 가르치기 위해 교재 연구와 수업 준비에 상당한 노력이 투입된다. ‘다(多)과목’과 ‘교과 전문성’을 동시에 요구받는 역설은 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이다. 교원 양성체계 개편과 현직 교원의 전문성 강화, 교원의 행정업무 경감 등 다각도의 대책이 논의되는 가운데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교원도 감축해야 한다는 논리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선택형 교육 과정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 대한 진로교육의 내실화도 이뤄져야 한다. 서울교육청은 진로진학상담교사 등 기존 교사들을 개별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교육과정 설계, 진학까지 지도하는 전문가로 양성한다는 ‘CDA(Curriculum Design Advisor) 육성’ 정책을 내놓았다. 도시와 농어촌의 교육 격차를 좁힐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는 다양한 과목을 운영할 교실 수가 부족한 데다 인근에 학교가 없을 경우 연합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까다롭다. 온라인 수업으로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면 수업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상대평가로 학생들을 줄세우는 대입 제도는 고교 교육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입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력이 유지되거나 확대되면 학생들은 수능을 위한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고교 학점제는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 도입을 전제로 하는데, 교사의 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고교 유형이 복잡한 현재의 체계에서는 성취평가제 역시 정교한 설계가 요구된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대입 제도에 손을 대지 않으면 학생들의 실질적인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어렵다”면서 “교육계 전반이 나서 대입 제도 개편 방안을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중랑에선 사회적기업·마을기업이 더 뜬다

    중랑에선 사회적기업·마을기업이 더 뜬다

    서울 중랑구가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공포했다고 13일 밝혔다. 관련 정책 추진과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명확하게 밝혀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구에 따르면 조례는 목적 및 정의, 구청장의 책무, 사회적경제위원회 설치 및 운영,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사회적경제 조직의 활성화 지원 등 사회적경제 관련 활동 전반에 관한 사항을 담았다. 중랑구는 이번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사회적기업 인증 설명회 개최, 사회적기업 물품 우선 구매 실시에 이어 다음달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개관하는 등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환경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활성화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사회적경제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조직이 공동의 이익과 상생 등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수행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말한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이번 조례로 제도적 기반을 다진 만큼 주민들의 경제활동이 실질적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남상구 “징용이란 말 쓰면 안돼, 개인 청구권 살아 있다는 의미는”

    남상구 “징용이란 말 쓰면 안돼, 개인 청구권 살아 있다는 의미는”

    “징용이란 용어는 1944년 이후 일제의 국민징용령에 따른 동원만 의미하거나 모집과 알선은 강제가 아니란 오해를 초래할 소지가 있어 강제동원이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일제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도 잘못된 용어를 쓰는 형편이니 많이 답답합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1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제64차 통일전략 포럼 ‘한일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 발표에 나선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정부 조직과 관련 법에는 강제동원이라고 제대로 명시해놓고도 일상에서는 일본 정부의 용어를 무의식적으로 따라 쓴다고 개탄했다. 남 소장의 발표문을 전문 그대로 옮긴다. 다만 참고자료 1 대법원 판결(2018. 10. 30) 이후 주요 동향만 생략한다. 한일 경제갈등의 실마리로 지목되지만 정작 언론 보도에서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일본의 배상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우리 정부의 보상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등등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이날 제시한 표 등이 더욱 귀하게 여겨졌다.1.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관련 동향 및 전망 o 동향 - 대법원 판결 이후 원고가 자산 압류 신청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 정부가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 정부에 외교 합의, 중재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 -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1+1 재단 설립’을 통한 해결을 일본 정부 에 제안했으나 일본 정부는 응하지 않음 - 7월 1일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방침을 발표한 이후에는 초점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이 아니라 ‘경제전쟁’으로 바뀜 o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로 인한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여러 방안을 제시했는데, 한국 정부가 이에 성실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레토릭이 만들어짐 o 한일 간에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차가 존재하는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관한 한일 간의 논란이 장기화 되고 국제 여론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 높음 2.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로 인한 한일 갈등의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먼저 쟁점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노력 필요 o 대법원 판결에 따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은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 명기된 “본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양 체약국간의 분쟁”에 해당되는가? - 일본 정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은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규정, 즉 협정 제3조에 명기된 분쟁으로 보고 해결(외교상 경로를 통한 해결, 중재위원회 회부, 제3국에 의한 중재위원회 구성) 요청 - 한국 정부: 사법부(대법원) 판결 존중, 정부 개입 불가능 ※ 대법원은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었다며,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은 협정 대상이 아니었다고 판결 ⇒ 청구권협정의 틀에서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문제로 보고 청구권협정과는 별개의 차원에서 해결을 모색할 것인가? 방침을 정할 필요가 있음 o 우리 정부 차원에서 대법원 판결에 따른 해결방안을 모색할 경우, 그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가? - 강제동원 피해자라고 할 경우 다음과 같은 분류가 가능함⇒ 정부차원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할지 그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음 o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 일본 정부도 사법부도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하나, 법을 통해서 구제받을 권리는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기업이 임의적ㆍ자발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 - 일본 기업이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것이 일본 국내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님 ※ 신일철주금 손해배상청구소송(1997)과 일본강관 손해배상청구소송(1999), 후지코시 손해배상청구소송 (2000) 3건은 피해자와 기업이 화해 ㆍ 신일철주금 소송에서 회사는 유족 10명은 유골이라도 돌려 달라며 소송을 제기, 회사측은 유골을 받지 못한 원고 10명에게 1인당 200만엔, 유골을 받은 1명에게는 5만엔, 한국 내 추도행사 비용 일부를 지급 ㆍ일본강관 소송에서 회사는 ‘원고의 주장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장애를 갖고 오랫동안 고생한 것에 대해 진지한 마음을 표한다’며 ‘해결금’ 410만엔 지급 ㆍ 후지코시 소송에서 회사는 ‘해결금’으로 원고 3명을 포함한 8명과 유족단체에 3000여만엔을 지급, 기업이 책임과 사죄를 명기하지는 않았으나 ‘해결금’ 지급을 통해 실질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원고는 평가3.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 o 강제동원을 포함하여 식민지배로 인한 피해와 인권침해 실태를 밝히는 정부차원의 종합보고서 발간 필요 - 일본 측에 관련 자료 공개 요청(※ 산업유산정보센터 설립을 위해 자료를 수집해 옴) o 한일 간 역사인식 차이를 메워나가기 위한 공동 연구 필요 정리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국어 순화 목적은 의사소통… 고유어 고집 말고 순화 폭 넓혀야“

    “국어 순화 목적은 의사소통… 고유어 고집 말고 순화 폭 넓혀야“

    광복 74주년 ‘한국사회 언어’ 좌담회 광복 직후 우리 사회가 의미 있게 진행한 일은 말 다듬기였다. 일제 청산이라는 뜻도 있었지만, 민주적인 소통과 가치 있는 언어를 만들어 가기 위한 작업이었다. 한글맞춤법으로 대표되는 어문규범의 정비는 질서 있는 소통을 위한 틀을 새롭게 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언어의 형식과 내용을 갖춰야 했다. 시대마다 사회적 요구는 달라졌고, 언어가 그것을 대변하도록 하는 데 우린 또 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광복 74주년을 맞아 서울신문은 우리 사회가 언어와 관련해 풀고 만들어 가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짚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9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광복과 분단, 한국사회 언어의 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권재일 한글학회장, 김하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희창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용운 겨레말큰사전 편찬실장이 참석했다. 진행은 이경우 어문부장이 맡았다.[국어 순화] -광복 직후 가장 관심을 보인 부분은 국어 순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말 다듬기다. 일본말 지우기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맞을 것이다. 오랜 숙제 같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정희창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국어 순화는 당위론적인 것이라는 믿음과 아주 근사하게 대안을 제시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경험적으로 두 번째 믿음은 아닌 것 같다. 국어 순화어로 제시된 말들이 널리 정착되지 못한 것은 국어학적으로,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어서만은 아니다. 국어 순화라는 것은 의사소통의 문제다. 국어 순화의 사전적인 정의는 언어에서 잡스러운 것을 배제하고 순수한 것을 회복한다는 식으로 돼 있는데, 순수한 것을 회복한다기보다는 소통성을 높이는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국어 순화의 방식이 반드시 한자어나 외국어를 고유어로 다듬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자어를 좀더 쉬운 한자어로 다듬을 수도 있는 것이고, 쉬운 외래어를 좀더 쉬운 외래어로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국어 순화의 폭을 넓혀야 한다. 권재일 한글학회장 국어 순화는 왜 해야 하느냐에 초점을 놓고 봐야 한다. 의사소통의 능률을 높이는 것에 목표를 두면 순화는 성공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반복을 해도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전통적으로 해 온 바른 말 고운 말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차원에서 벗어나 의사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김하수 전 연세대 교수 대중의 정서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하는 행동의 합목적적인 것에 치중하고 문법적 조어에 맞는 말을 순화어로 내놓으려고 굉장히 애를 많이 썼다. 그러나 이것은 대중들이 쉽게 접하는 방식이 아니다. 대중들은 직관적인 것을 좋아한다. 땡땡이, 쫄쫄이, 뻥뻥이 같은 말이 훨씬 쉽게 다가간다. 한용운 겨레말큰사전 편찬실장 이미 일반화된 어떤 말을 다시 쉬운 말, 토박이말로 제시하려는 데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헝그리 정신’을 ‘맨주먹 정신’으로, ‘포퓰리즘’을 ‘대중주의’로 바꿔 버리면 거부감이 생긴다. 대중주의와 포퓰리즘은 다른 말로 느껴진다. 외국에서 들어온 단어가 일반 국민들에게 이미 익숙해져 있는 상태에서 순화어를 제시하면 국민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남북 언어] -평화와 협력, 통일로 가는 길에 언어는 큰 자산이다. 남북 언어에 대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알고 논의해 나가야 하는가. 권재일 남북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 이전이든 이후든 남북 주민들이 만나서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말하기의 방법, 즉 화법이다. 남쪽에서는 간접화법이, 북쪽에서는 직접화법이 일반화돼 있다. 또 ‘감사’나 ‘양해’ 같은 표현이 남쪽에서는 자연스러운데, 북쪽에서는 거의 보편화돼 있지 않다. 남쪽 사람들은 북쪽 사람들이 이렇다 하는 것을 알아야 하고, 북쪽 사람들은 남쪽 화법이 이렇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툭 건드렸을 때 남쪽에서는 ‘죄송합니다’라고 하는데, 북쪽 사람들은 그 정도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안 쓴다. 남과 북의 화법 차이를 상호 이해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두 번째로 남쪽에 무한히 들어와 있는 외래어, 외국어를 줄이는 일이 필요하다. 정희창 섬세한 부분까지 준비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사전이다. 남과 북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이 사전일 것이다. 국어사전을 중심으로 남과 북의 언어 차이를 교육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통일 비용에 속하는 것일 텐데, 준비가 꼼꼼할수록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용운 북한 이탈 주민들이 취업했을 때 가장 두려운 게 전화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외래어가 자연스럽게 섞여 나오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이다. 사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남쪽에서는 북쪽 사전을 보기가 어렵고, 북쪽에서는 남쪽 사전을 아예 볼 수가 없다. 겨레말큰사전은 함께 만들어서 함께 본다는 것이 목적이다.[호칭 논의] -최근 호칭과 관련한 논의들이 뜨거웠고 큰 관심사였다. 언어와 현실이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갈등도 나타난다. 어떻게 풀어 가야 하는지. 김하수 근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언어가 어떤 기능을 해야 되는지 많은 생각을 하고 운동을 해 왔지만, 시민사회에 공헌을 해야 하는 부분이 빠졌다. 존대법만 열심히 가르쳤다. 어디 가서 손윗사람이 슬쩍 말을 놓아도 아무 소리를 못 했었다. 어떨 때는 이렇게 하면 나와 친해지나 보다 하면서 좋아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더 개방적이고 자유를 많이 누리고 다양한 업무에 종사하게 하려면 서로 평등한 것을 확인해야 된다. 신문에서는 장관 인사가 나올 때 괄호 치고 나이 넣는 것도 빼버려야 한다. 모든 사람을 백지 상태에서 당당하게 대할 수 있게 하는 것의 첫걸음이 호칭이다. 지금은 어디를 가든 자기의 사회적 우열 관계가 항상 드러난다. 이걸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중립적이고 시민적이고 사회적이고 성별이나 나이의 높고 낮음이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 서양의 역사를 보더라도 대변혁기에 호칭의 변화가 생긴다. 프랑스대혁명 이후에 귀족적 호칭을 폐지해 버린다든지, 1970년 여성 해방 운동이 나오니까 ‘미세스’와 ‘미스’ 대신 ‘미즈’를 쓰게 했다든지, 이렇게 호칭은 사회 변혁을 대변하는 것이다. 호칭 문제를 혁신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정희창 요즘 학생들을 보면 서로 가깝지 않으면 선후배 간이더라고 누구씨라든가 그분이라고 호칭을 한다. 이런 것들은 소셜미디어의 소통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서는 높임법이 중화되는 경우가 많다. 종결어미가 ‘요’도 아니고 ‘쇼’도 아니고 ‘삼’ 같은 것들로 끝난다. 높이는 것도 낮추는 것도 아니다. 다른 방향성이 보인다. 한용운 가족 간의 호칭 등에서도 시대 변화에 맞게 언중이 자연스럽게 호칭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 같다. 호칭에 관해 국가가 규범 형식으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어문규범] -국어 하면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한글맞춤법으로 대표되는 어문 규범이다. 그런데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권재일 최근 이런 내용을 받았다. 제발 맞춤법 좀 쉽게 고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맞춤법 어렵게 하는 것이 국어 선생님들이 학생들 평가하려고, 문제 어렵게 내려고 그런 것 아니냐고 했다. 말과 표기가 우리처럼 일치돼 있는 언어는 드물다. 우리는 맞춤법 몇 개항만 있어도 문자생활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는 맞춤법이 없다. 모든 철자를 영어 사전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그런 언어에 비해 우리는 맞춤법 몇 규정만 보면 된다. 그만큼 교육을 안 했거나 관심을 안 가졌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어려워한다면 규범 관리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야 되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정희창 모든 사람이 규범을 잘 알 필요는 없다. 한글맞춤법의 세세한 조항 같은 것은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 국어정서법 시험 볼 때나 공부하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규범이 가지고 있는 권위와 소통성을 잘 유지해야 하는데, 여전히 아쉽고 부족한 게 많다. 사이시옷은 고유어 사이에서만 쓰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한용운 영어나 독일어 같은 경우는 100년에 한 번 표기법을 고쳤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영어나 독일어나 프랑스어도 다 표기법은 어렵다. 정희창 교수께서는 맞춤법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지만 개인이 공문서를 써야 할 일도 있다. 맞춤법 교육을 조금 더 공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김하수 생태계를 얘기할 때 ‘기수역’이라는 말을 한다. 민물하고 바닷물이 섞이는 지역이다. 표준어와 비표준어가 넘실대며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이 있다. 한데 우리 맞춤법은 상대적으로 그걸 엄격히 해놓은 부분들이 있다. ‘~하는 바람’이라고 할 때 ‘바램’이라고 쓰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러나 규범에는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바램’이라고 쓴다. 이 ‘바램’에 자기가 원하는 감성 같은 걸 넣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기수역들을 어느 정도 인정을 해 줘야 하지 않을까. [국어사전] -국어사전에 대한 기대치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높기도 하다. 국어사전이 풀어 가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정희창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 때 돈을 많이 들였다고 하지만, 이 이후로는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다. 표준사전이든 뭐든 사전을 계속 가다듬고 편리하게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실제 국립국어원 사전 담당자는 한 명 있을까 말까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데도 사회의 다양한 요구라든지 개선이라든지에 대해 응답을 못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거라고 본다. 국어사전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언어생활의 기준은 사전이다. 김하수 표준국어대사전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국가의 권위를 빌려서 사전을 만들어서 다른 민간 부분의 사전을 사실상 없애 버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계속 관리도 안 한다. 학술용어들은 손도 못 대고 있다. 그게 다 이해하기도 어려운 설명들이다. 국어사전에서 빼든지 아니면 정밀하게 다듬을 수 있는 전문가들의 손이 들어와야 한다. 언어적 감각을 가지고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권재일 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계속해서 개선을 해 나가는 유일한 사전이기 때문에 그 사전만 사전 구실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개월마다 그동안 모은 수정 보완 사항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규모가 적지만 그렇게 자주 보완해 나가는 사전은 드물 것이다. 그런 면에서 표준사전 그 상황에서 하고 있는 일은 격려를 해줘야 한다. 한용운 국내 사전은 기한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독창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다. 사전 편찬은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기한이 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력 양성이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은 민간 출판사에서 편찬실을 운영하는 곳이 없다. 사전을 편찬하고 다 해체했다. [전문용어] -전문용어를 정비해 나가야 하는 문제도 있다. 지금보다 일상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하수 전문용어를 정비하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관할이 돼 버렸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전문용어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곳은 교육부다. 모든 교육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국어학 하는 사람들도 조금 문제가 있다. 전문용어를 표준어 정책의 하위 개념으로 자꾸 보려고 한다. 또 다른 부류는 언어 순화의 한 통로로 보는 것이다. 둘 다 아주 틀리지는 않는다. 한데 그런 태도에 종속시키기에는 거대한 문제다. 언어 순화와 표준어 문제에 종속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와 과학기술 전반을 헤집어 놓아야 하는 문제다. 전문용어는 영역별로 같은 개념을 전달해 주고, 기술을 그 안에 보존시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의 체계를 도와주는 기능을 하는 어휘들이다. 총리실 같은 곳에서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교육부와 문체부가 엇박자를 치는 순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전문용어는 다양한 분야에서 접근해야 한다. 남북한이 협업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문용어는 국어학의 발전이라기보다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에 국어학이 헌신해 줘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헌신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권재일 최근 들어 전문용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일반 국민들도 전문용어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전문용어를 다듬거나 표준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산업이 발전할수록 전문용어를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서도 전문용어를 국어화할 필요가 있다. 전문용어라는 것이 하루가 멀다 하고 원어로 들어온다. 그걸 계속 쓰면 우리말에는 조사와 어미만 남는다. 외국어로 된 전문용어가 들어올 때마다 전문가, 국어전문가, 언어정책가가 모여서 국어화해야 한다. [말뭉치 사업] -국가가 말뭉치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말뭉치는 어떤 기능을 하고 얼마나 중요한가. 김하수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언어의 형식, 구조, 변이 형태 등을 자산이라고 본 측면에서 축적을 해 놓으면, 이것을 가공해야 다른 기능을 하게 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사전 만드는 데 제일 기초적으로 사용되는 게 말뭉치다. 자동 번역, 기계 통역 이런 것들에도 이용된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AI)에도 이르게 된다. 기계와 사람이 말을 하게 되는 것인데, 그러려면 언어 자원을 충분하게 반영하는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속 사업이 돼야 하는 것인데, 끊임없이 말뭉치를 구축해 가면서 점점 더 완벽에 가까운 언어 자원을 구축해 놓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스마트한 사회를 이뤄 나가는 데 밑거름을 삼아야 한다. 만일 우리가 소홀히 해버리면 언젠가 한국어에 대한 중요한 사전을 구글이 내놓을지도 모른다. 권재일 올해부터 정부가 200억원을 들여 말뭉치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말뭉치는 여러 곳에 활용될 수 있다. 동사 몇 개를 알아야 우리말을 90%까지 구사할 수 있는지도 말뭉치 통계를 내보면 다 나온다. 자동 번역 같은 문제도 말뭉치가 많이 구축되면 될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한용운 얼마 전 미국 회사에서 ‘북한어 말뭉치’를 구축하려면 어떤 자료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문의가 있었다. 북한과 미국 정상 간 만남이 있었고, 북한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 한영·영한 번역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다 우리말이다. 우리가 우리말에 대해 집중할 시기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치 언어] -정치 언어는 사회 각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언어학자가 보는 우리 정치 언어는 어떤가. 김하수 언어를 제일 중심에 놓고 생활하는 게 민주주의 사회다. 민주주의의 가장 광범위한 사회제도로 나타난 것이 의회제도인데, 의회제도 역시 말로 풀어 나가자는 것이다. 정치 언어는 언어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눈부시고 가슴 울렁거리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필요가 있다. 그리스의 연설 전통을 보더라도 근본적으로 연설은 정치를 위해서 많이 사용됐다. 연설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거침없이 자기 이익을 던져 버리고 따라오게 만든다. 그런데 세상에 가장 따라가기 싫고 뒤돌아보기 싫고 다시 한번 되새기기도 싫은 영역을 다 쌓아 놓은 게 한국의 정치계가 아닌가 싶다. 정치 언어에 대해 냉정하고 침착하게 볼 필요가 있다. 언론에서 정치 언어에 대해 비평할 수 있는 난을 만들어 보도를 하는 것도 좋겠다. 권재일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두 집단이 있다면 방송인과 정치인이다. 방송인과 정치인은 소통하기 쉽고 정확하고 품격 있는 언어 사용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인 발언이나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전체의 언어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한다. 정희창 시대가 변해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중요한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정치인이 연예인과 비슷해져서 트위터에 한마디 올리면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정치인과 연예인은 조금 차이가 있는 거 같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대립과 상대방이 있다. 그렇다 보니 품격 없는 언어가 정당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정치 언어에 대한 비평이 정당하게 들어가야 그런 것들이 제대로 판단이 되고 걸러지는 효과가 난다. 정리 이경우 어문부장 wlee@seoul.co.kr
  • 분당 열차 탄 바른미래·평화당…패스트트랙 또다시 탈선 위기

    분당 열차 탄 바른미래·평화당…패스트트랙 또다시 탈선 위기

    선거제·사법 개혁 패스트트랙 공조를 이어 온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각각 심리적·실질적 분당 사태를 맞으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포함한 4당 패스트트랙 공조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이 각각 두 개로 쪼개질 경우 민주당·정의당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 개혁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처리한다는 4당 합의 당론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평화당 현역 의원 16명 중 11명이 12일 무더기 탈당한다. 문제는 탈당하는 11명 대부분이 패스트트랙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탈당파를 이끄는 유성엽 의원은 지난 5월 평화당 원내대표 취임과 동시에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혁안을 “반쪽짜리 안”, “그대로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탈당파인 이용주 의원도 정치개혁특위 회의 때마다 같은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사법개혁특위 평화당 몫을 맡고 있는 박지원 의원도 탈당파다. 이들이 모두 빠져나가면 정동영 대표를 비롯한 평화당 잔류파 5명은 두 특위에서 당의 목소리를 대변할 창구가 사라진다. 정 대표는 물론이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두 의원의 당적을 문제 삼아 새로운 정수 조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시간이 하염없이 지체되면서 결국 패스트트랙은 정해진 기간을 다 채우고 내년 3월 말에야 본회의에 오를 수 있다. 이때는 4월 총선이 보름밖에 안 남은 시점이어서 표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바른미래당은 이미 손학규 대표와 손학규 퇴진파가 이미 한 지붕 두 살림 중으로 4당 공조 당시 합의를 강제할 동력이 없다. 정개특위에는 패스트트랙 반대 입장이 명확한 지상욱 의원이, 사개특위에는 민주당과 이견이 큰 자신의 법안을 올려 둔 권은희 의원이 활동 중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의 분열은 지지층의 눈치를 보느라 패스트트랙에 마지못해 동조했던 민주당 의원들에게 퇴로를 열어 준 셈”이라며 “자신의 지역구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선거제를 바꾸려는 의원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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