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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교섭단체 대표연설, ‘경제’만 99번 언급… “정치가 곧 경제”

    문재인 교섭단체 대표연설, ‘경제’만 99번 언급… “정치가 곧 경제”

    문재인 교섭단체 대표연설, ‘경제’ 99번 언급… “정치가 곧 경제” 문재인 교섭단체 대표연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9일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화두는 단연 ‘경제’였다. 문 대표는 ‘경제’라는 단어를 99번 사용하며 “새경제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같이 밝히며 ”’새경제’는 공정한 경제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고, 성장 방법론으로는 소득주도성장을 추구하며, 사람 중심의 경제 철학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나가는 경제”라고 설명했다. 연설 제목도 ‘대한민국 경제 크게 보고, 크게 바꿔야 한다’고 정했고, 연설을 통해 ‘경제’라는 단어를 99번, ‘소득’ 56번, ‘성장’ 43번 등을 사용했다. 문 대표는 “정치가 곧 경제”라며 “국민 모두에게 소득이 골고루 돌아가는 소득주도성장이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의 ‘새정치’가 ‘새경제’”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새경제민주연합’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한 부자감세 7년 결과, 재벌 대기업 금고만 채우고 국민의 지갑은 텅 비었다”며 “대기업규제 완화 결과, 골목상권은 다 무너진 반면 대기업 사내 유보금은 540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정책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경제성장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온 것 아닌가” 반문했다. 문 대표는 또 “성장 없는 풍요와 경제정의를 생각할 수 없지만 성장으로 이룬 소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며 “부채 주도가 아닌 소득 주도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득 불평등, 조세 불평등을 바꿔 서민을 살리고 중산층을 확대해야 한다”며 “소득 주도 성장만이 내수 활성화를 통해 서민과 중산층을 보호하고 새로운 성장의 활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또 “청년 실업률은 11.1%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이고, 노인 자살률·노인 빈곤률은 OECD 1위인데 복지지출은 OECD 꼴찌이다. 가계부채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상태”라며 “이렇게 가다간 IMF 국가부도 사태보다 더 큰 ‘국민부도시대’가 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국가가 위기에 놓였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불공정하고 정직하지 못하다”며 “불공정한 소득이 사회를 양극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재분배 정책을 통한 분배 개선 효과는 OECD 전체에서 칠레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지난 정부에서부터 지금까지 대대적인 부자감세를 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연말정산 사태에 대해서는 “541만명에게 세금을 환급하게 된 황당한 잘못을 하고도 누구 한 사람 책임지는 사람,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며 “공정하지 못한 시장, 공정하지 못한 분배, 공정하지 못한 세금의 배후에 공정하지 못한 정부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또 “2년 전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사회 대통합을 약속했다”며 “그러나 돌아온 것은 서민경제 파탄과 국민 분열의 연속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배신당한 2년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새경제로의 대전환을 제시하면서 “성장에서도 유능한 진보가 되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목표”라고 했다. 그는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새경제의 성장 전략인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장 양극화 해결 ▲자영업 종사자 대책 마련 ▲전월세 상한제 등 국민 생활비 감소 정책 마련 ▲법인세 정상화 등 공정한 세금제도 마련 등을 들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맥도날드, 직영매장만 시급 ‘1弗’ 올려… 노동계 “무늬만 인상”

    맥도날드, 직영매장만 시급 ‘1弗’ 올려… 노동계 “무늬만 인상”

    미국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실업률 하락 등 미 경제가 순풍을 타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데,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임금 인상 폭에는 훨씬 못 미쳐 ‘무늬만 인상’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2기 들어 최저임금 인상 추진을 구체화한 뒤 미 정부는 현행 최저임금인 시간당 7.25달러(약 7870원)를 10.10달러로 올리는 이른바 ‘10·10’ 법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기업 수익 악화를 우려하는 공화당의 반대로 계류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연방정부 계약 근로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인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등 의회와 기업을 상대로 임금 인상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해 왔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계기로 일리노이·아칸소 등 5개 주에서 주민 찬반 투표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한 뒤에도 뚜렷한 움직임이 없자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주장하며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월마트·맥도날드 등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워싱턴DC·뉴욕 등 전역에서 임금 인상 시위를 벌이며 생존권 투쟁에 나섰다. 이들의 요구에 부응해 먼저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한 곳은 월마트다. ‘노동력 착취’ 기업으로 악명이 높았던 월마트는 지난 2월 미국 내 정규직·비정규직 매장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4월부터 시간당 9달러로 올린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내년부터는 최저임금을 10달러로 올릴 예정이다.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깨달은 점은 직원들에게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라며 “이 같은 변화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주주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마트에 이어 타깃·TJ맥스·마셜 등도 최저임금을 올리기로 했으며, 페스트푸드 업계 최초로 맥도날드가 임금 인상에 동참했다. 맥도날드는 지난 1일 미국 내 직영 매장 종업원 임금을 오는 7월부터 10% 이상 올리고, 추가 수당과 유급 휴가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스티브 이스터브룩 맥도날드 CEO는 “의욕적인 직원들이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임금 인상 조치는 매출 상황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맥도날드의 임금 인상은 미국 내 1만 2500개에 달하는 프랜차이즈 매장에는 적용되지 않아 논란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직영 매장에 국한되고 10% 인상은 1달러 정도 오르는 것이라 미미하다”며 “본사의 임금 인상 조치가 프랜차이즈 업주들에게도 임금 인상을 압박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해 온 노동계는 연방정부 기준인 10.10달러가 아니라 15달러 수준의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임금 인상 수준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소한 생계 유지를 위해 15달러까지 높여야 한다며, 오는 15일 미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동맹파업과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워싱턴주 시애틀 시의회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조례안을 통과시킨 뒤 각 주와 도시마다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면서 노동자들의 시위와 맞물리고 있다”며 “연방정부와 주정부, 기업, 노동자 간 입장 차가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청년실업자 11배 증가… 공산당 통치 흔들 폭탄 될 수도

    청년실업은 중국에서도 큰 문제다. 1999년 85만명이던 대졸자는 지난해 727만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750여만명이 졸업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24만명가량이던 미취업 대졸자는 2012년 271만명으로 증가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중국의 대졸 취업률이 50%까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의 실업 문제를 다루는 기사에서 “대졸자 실업은 농민공 실업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온 집안이 대학생 한 명을 배출하기 위해 희생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는데, 그 학생이 취업을 못 한다면 이는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여서 공산당 통치의 근본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특히 “중국의 대학 교육은 여전히 이념에 치우쳐 있어 막상 대학을 나와도 기업이 원하는 정보와 기술을 갖춘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성장률 7.0% 달성보다 1000만개 일자리 창출이 훨씬 중요하다”면서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에 접어든 중국 경제의 핵심 목표는 실업률 관리”라고 선언했다. 성장 지체와 국유기업 구조조정으로 기존 산업에서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이르자 중국 정부는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이나 서비스 분야에서의 창업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체질 전환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해 줄 기대주로 꼽힌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창업은 또 다른 거품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중국의 부동자금은 모두 증권시장으로 쏠리고 있는데, 이 자금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신생 기업의 주가를 끝없이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 프로젝트도 에인절투자자를 모집해 창업 기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어서 정부가 나서서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곽태헌 칼럼] 이젠 운 좋은 ‘586세대’가 양보해야 한다

    [곽태헌 칼럼] 이젠 운 좋은 ‘586세대’가 양보해야 한다

    1990년대 들어 ‘386세대’라는 조어(造語)가 나왔다. 30대, 대학 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을 종합한 게 ‘386세대’다. 어원(語源)은 당시 성능이 좋았던 386급 컴퓨터다. 종전의 286급 컴퓨터에 비해 기능이 훨씬 뛰어났던 386급 컴퓨터와 같은 자랑할 만한 좋은 별칭이다. ‘386세대’가 제대로 업그레이드됐는지를 논할 생각은 없다. 세월이 지나면서 30대가 40대가 되고, 50대가 됐다. ‘486세대’를 거쳐 ‘586세대’가 되면서 요즘에는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86세대’로도 불린다. 기자도 여기에 포함되지만, 이 세대는 운이 참 좋다. 입시 지옥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쉽게 들어갔다. 1980년 7월30일 전두환 정권은 느닷없이 과외와 본고사를 없애고, 예비고사와 내신성적으로만 대학에 들어가는 내용의 ‘교육개혁안’을 내놓았다. 당시 모든 언론이 찍소리를 할 수 없었던 군사정권이었으니 가능했다. 대학 정원도 늘리고 여기에 덧붙여 졸업정원제라고 해서 30%를 더 뽑게 했다. 대학에 들어와서 데모하지 말고, 공부를 하도록 하려는 꼼수가 깔려 있었지만 어쨌든 입학의 문은 활짝 열린 셈이다. 1981학년도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은 18만 7050명으로 전년보다 7만 350명 늘어났다. 졸업정원제 첫해인 그해에는 원서접수에 제한이 없어 허수(虛數) 지원이 많았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치러진 면접에는 한 곳만 선택해야 했으니, 서울대 법대를 비롯해 곳곳이 미달이었다. 1984년에는 30%를 더 뽑을 수 있도록 된 것을 대학 자율로 하도록 바뀌었고, 1988년에는 졸업정원제는 완전 폐지됐다. ‘86세대’는 직장도 골라서 갔다. 전두환 정권 시절의 3저(달러·유가·금리) 호황을 타고 이들이 졸업할 1980년대 말에는 취업도 쉬운 편이었다. 요즘 웬만한 기업의 경쟁률은 100대1이 넘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 1980년대 말, 상경계 출신들은 투자금융·종합금융·리스·증권·투자신탁 등 당시 잘나가는 금융회사를 골라서 가기 바빴다. 상경계 출신들은 요즘 인기가 있는 시중은행은 안중에도 없었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져 여기저기서 구조조정을 했지만 입사 경력 10년을 넘지 않았던 ‘86세대’들은 이 위기도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갔다. 보통 기업에서는 고참 위주로 구조조정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운 좋은 ‘86세대’는 국회의원들의 도움까지 받았다. 재작년 국회 본회의에서는 직원이 300명 이상인 기업의 경우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법을 통과시켰다. 고비마다, 외부의 도움을 받으며 넘어가니,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다. 기업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보통 55~58세가 정년이던 곳에서는 1958~61년생도 혜택을 보게 된 것이다. 이제는 ‘86세대’를 비롯한 기성세대들이 사랑하는 우리의 아들과 딸을 위해 양보할 때가 됐다. 요즘 20대는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이다, 과외다 하면서 힘들게 살아왔다. 부모 세대보다 입시를 위한 공부는 더 많이 힘들게 했지만,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훨씬 어려워졌다. 어렵게 들어간 학교를 졸업해도 갈 곳은 없다. 지난 2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1.1%로 1999년 7월 이후 최고치였다. 취업하는 게 본인과 가족에 가장 큰 축복인 상황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는 정반대인 주문을 해왔다. 배당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임금을 올리라고 압박한 게 최 부총리다. 배당을 늘리고 임금을 올리면 기업의 여윳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배당 압박을 할 게 아니라, 고용 압박을 해야 한다. 임금을 올리라고 할 게 아니라, 임금을 동결해서라도 채용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게 맞다. 정책에는 우선순위가 있는 법이다 정치권, 정부, 재벌을 믿을 수 없다면 기성세대들이라도 나서야 한다.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고, 임금동결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희망을 잃어가는, 꿈을 잃어가고 있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 기성세대가 양보해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으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단군 이래 최고라는 지금 누리고 있는 물질적인 풍요를 우리의 아들, 딸이 더이상 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 송하진 전북도지사 “올해 1만 5500개 일자리 창출”

    송하진 전북도지사 “올해 1만 5500개 일자리 창출”

    전북도는 31일 송하진 도지사 주재로 올해 일자리 창출 목표 및 추진계획 보고회를 갖고 올해 1만 55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전북도는 우선 도정 3대 핵심과제인 삼락농정, 토털관광, 탄소산업을 통해 약 2900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농산물 산지유통센터를 건립·운영하고 지역맞춤형 인력양성사업 등을 통해 834개의 일자리를 만든다. 전북순환관광버스 운영과 각종 문화예술 행사 등을 열어 1283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탄소소재 및 부품관련 기업 등 유치로 777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아울러 기술창업 최고경영자(CEO)를 양성해 345개의 일자리를,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취업성공 패키지사업과 협업을 통해 700개의 일자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중장년층과 여성의 일자리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북의 고용률은 57.7%로 전년 58.1%에서 0.4%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실업률은 2.5%로 전국 평균(3.5%)보다 1.0%포인트 낮고 청년실업률도 6.5%로 전국 평균인 9.0%에 비해 크게 양호한 편이다. 이성수 전북도 경제산업국장은 “도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악마의 딸’ 마린 르펜, 엘리제궁 호시탐탐

    [글로벌 인사이트] ‘악마의 딸’ 마린 르펜, 엘리제궁 호시탐탐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은 우파를 키우는 자양분이다. 29일(현지시간) 열린 프랑스 지방선거에서도 이는 어김없이 확인됐다. 프랑스 광역자치단체인 도의원을 뽑는 지방선거 2차 투표 결과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이 크게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UMP는 98개 도 가운데 66~70개 도에서 다수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 사회당은 기존에 점하고 있던 61개 도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야당에 내주게 됐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린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은 좌·우파 지지자의 결집에 따라 예상에는 못 미치지만 100여명의 도의원을 배출, 1972년 창당 이래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양당 체제를 무너뜨릴 명실상부한 정치세력으로 거듭났다. “국민전선(FN)의 집권은 가능한 일이 됐다. 언제? 2022년, 2029년도 아닌 바로 2017년이다!” 프랑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 사회당 소속 마뉘엘 발스 총리는 라디오에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회복 기미는 없고 실업률은 10%를 웃도는 상황에서 극우정당 FN과 당수 마린 르펜(47)의 매력도는 높아갔다. 올 초 파리에서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이 벌인 끔찍한 테러는 FN의 인기에 불을 질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FN은 30%대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며 발스 총리의 말대로 “집권의 문턱에 당도”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BBC “르펜 당선 땐 프랑스 왕따 국가될 것” ‘분열의 여왕’이 테러로 갈라진 여론에 힘입어 2년 뒤 엘리제궁에 입성할 수 있다는 경고음은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역에 요란하게 울렸다. 현지 좌파 성향의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테러 직후 확산한 반이민·이슬람·유대 정서가 르펜에 유리하다는 기사를 1면에 실었고, 영국 BBC는 “르펜이 대통령이 되면 프랑스는 왕따국가가 될 것”이라고 보탰다. 유로화 탈퇴를 주장하는 FN의 선전을 의식한 마리오 몬티 전 이탈리아 수상은 “프랑스가 유럽의 새로운 골칫거리”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안팎에서 형성된 반(反)FN 전선으로 반사이익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우파 정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이 얻었다. FN은 1차 투표에서 25.2%를 얻어 UMP(29.4%)에 이어 2위에 머물렀고, 예상대로 2차 투표에서 도의회 장악에 실패했다. 2012년 집권 이후 선거에서 사회당의 4연속 패배에도 아랑곳없이 발스 총리는 FN의 돌풍이 저지된 것만으로도 흡족해했다. FN이 프랑스 정치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1972년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이 창당해 2011년 딸 마린 르펜이 당수에 오르기 전까지 FN은 제대로 된 정치 파트너로서 대접받은 적이 없다. 식민시대 프랑스의 옛 영광을 되새김질하는 극우민족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 파시스트 등 ‘꼴통들의 집합체’로 여겨졌고, 아버지 르펜은 오로지 외국인혐오 발언만 일삼는 ‘악마’로 통했다. 마린 르펜은 극우, 과격 이미지 세탁에 나섰다. 이민·이슬람·동성애 등 민감한 사회 이슈와 관련해 극단적인 태도와 발언을 삼갔으며, 무엇보다 당을 젊게 가꿨다. 시답잖은 인종차별 발언이나 해대며, 예산과 같은 정책에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던 당내의 ‘꼰대’들을 몰아내고 세련되고 말쑥한 이미지의 20~30대를 간부에 대거 발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FN 소속 후보자의 15%가 30세 이하다. 사회당은 30대 이하가 4.8%이고, UMP는 5.3%다. 프랑스 젊은이들 사이에서 세계화와 유럽연합(EU)이 최악의 실업률을 가져왔고, 가장 큰 피해자는 자신들이라는 부정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들의 열패감을 파고든 FN은 젊은이를 대거 영입해 훈련캠프를 열고 대중적 지지도를 쌓는 법과 경제 및 사회에 대한 정보와 지식 등을 전수해 당의 일꾼으로 키웠다. 여성 당수와 게이 부대표의 조합도 FN의 매력 중 하나다. 핵심 지도부가 사회적 약자로 이뤄졌다는 점은 남성 엘리트 정치인이 장악한 기성 정당과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게 했다. 동성애자에 대해 “생물학적, 사회적으로 기형”이라는 아버지 르펜의 악명 높은 발언에서 보듯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증)는 FN의 핵심 가치관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남성 지도부의 대부분이 게이라는 아이러니는 FN에 대한 민심을 누그러뜨리는 데 단단히 한몫했다. 르펜의 ‘오른팔’이자 FN 부대표인 플로리앙 필리포(33)는 지난해 말 한 연예매체에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사진이 실리면서 ‘강제 커밍아웃’됐다. 파리 공립경영대학원(HEC)과 국립행정학교(ENA)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필리포는 이미지 변신을 추구하는 르펜의 구상을 실현시킨 ‘브레인’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략 담당인 그는 TV토론에 단골로 출연해 FN을 구시대적 극단주의 정당으로 몰고 가는 경쟁자를 뛰어난 언변으로 무장해제시켰고, “좌나 우로 분류되는 건 중요치 않다. 문제는 실용주의,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이란 말로 지지층을 두텁게 만들었다. 동성애자 중용은 르펜이 아버지 시대와 결별하는 과정의 하나로 해석된다. 지난해 유명 동성애단체 ‘게이리브’의 설립자이자 UMP의 사무총장을 지낸 세바스티앵 세누(42)를 영입한 것도 큰 화제였다. 세누는 사르코지가 동성애 결혼 법안 폐지를 주장하는 등 성소수자(LGBT) 문제에 관해 놀랄 정도로 무개념이라며 “유럽과 사회에 관한 일관된 시각 때문에 르펜과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혀 르펜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 이 밖에 FN의 사무총장이자 에낭보몽 시장인 스티브 브리우아(43)도 동성애자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FN 이너서클’의 남자들은 다 게이라며 이들을 “르펜의 게이 파워(압력단체)”라고 불렀다. 2012년 나온 책 ‘게이들은 왜 우로 돌아서나’에 따르면 강경 무슬림의 동성애혐오 발언에 위협을 느낀 게이들이 FN의 반이슬람 주의에 안도를 느껴 FN과 손잡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AFP통신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파리에서 FN을 지지하는 동성애자가 26%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성애자 지지는 16%에 불과했다. FN의 힘은 지방에서 나온다. 대도시 등 중앙무대가 아닌 산업화, 세계화에 뒤처져 낙후의 길을 걷는 북부 지역의 소도시 등을 파고들어 세력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주류 정치권이 거대 담론에 갇혀 있는 동안 ‘왜 스쿨버스는 우리 마을에 오지 않는가’와 같은 생활 밀착형 정책으로 지역민을 사로잡았다. ‘풀뿌리 지지 기반’ 확산을 위해 긴축 반대, 복지 강화, 임금 및 연금 인상, 공공요금 인하, 대출이자 인하, 부자 증세 등 좌파적 정책도 과감하게 포용했다. 지난해 3월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다인 11명의 시장을 당선시킨 이유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이포프가 최근 지방선거 1주년을 맞아 FN 소속 시장이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3%의 주민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르펜 “이번 선거는 내일의 큰 승리 위한 기초” 도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는 지방을 중심으로 세력 확장 중인 FN의 2017년 집권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전초전으로 여겨졌다. 예상에는 못 미쳤지만 FN은 100여명의 도의원을 배출해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 아버지의 대선 도전은 일종의 가십거리였으나 ‘악마의 딸’ 르펜에게 엘리제궁은 가시권에 들어왔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전국에서 도의원을 내는 기염을 토했다. 르펜은 29일(현지시간) “이번 결과는 내일의 큰 승리를 위한 기초”라며 “권력을 얻어 우리 생각으로 프랑스를 바로잡을 목표가 가까워졌다”고 자신했다. 세계는 르펜의 부상이 불안하다. 얼굴색을 바꿨다지만 이민반대, 보호무역주의, 사형제 부활, 유로 탈퇴 등 갈등과 분열의 속내는 여전해서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EU와 러시아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르펜의 노골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지지 행보도 우려 요인이다. 이런 까닭에 르펜의 엘리제궁 입성은 이루지 못할 꿈이 될 공산이 크다. ‘파시스트 대통령’ 출현에 질색하는 좌·우파가 이번 선거처럼 똘똘 뭉쳐 르펜의 대선 질주를 차단할 가능성이 짙다. 그렇더라도 그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랜 양당 체제를 무너뜨린 정치세력으로 존재감을 키운 FN은 이제 연정 파트너로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또 하나의 미생, 간접고용] “비슷한 일 해도 차별이 문제… 일자리 확충 아닌 질 개선 필요”

    [또 하나의 미생, 간접고용] “비슷한 일 해도 차별이 문제… 일자리 확충 아닌 질 개선 필요”

    서울신문의 ‘또 하나의 미생, 간접고용’ 기획을 통해 드러난 간접고용의 민낯은 심각했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년 동안 ‘불안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고용 안정성은커녕 최소 노동의 가치조차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간접고용은 세계적 추세이며 불가피한 측면도 존재한다. 노동계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상생을 위한 길은 없는 것일까. 서울신문은 30일 서울 중구 본사 회의실에서 정지원 고용노동부 근로정책관,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을 초청해 해법을 찾아봤다. →간접고용이란 무엇인가. 비인간적 착취 구조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소장 사용자와 고용자가 다른 형태를 통틀어 간접고용을 정의할 수 있다. 법률 용어로 보면 파견과 도급이 대표적이다. 근로조건 보장을 노사의 일대일 계약 관계에 의해 유지하는 게 기본이지만, 간접고용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예외적으로 허용돼야 한다. 간접고용이 양산된 이유는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국장 근로계약 당사자 외 사용자가 노무 지휘를 한다거나 관여하는 형태가 간접고용에 해당한다. 파견과 도급을 비롯해 특수고용까지 포함된다고 본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를 기점으로 간접고용은 비정규직의 한 부분으로 진행됐고, 규모도 커졌다. 기업의 환경변화가 원인인 것 같다. IMF 이전에는 기업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다. 그러나 IMF 이후 기업이 외주화 형태로 다른 기업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전문 인력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또 비용절감만 앞세운 기업 행태도 원인 중 하나다. -이 본부장 간접고용이라는 단어 자체가 왜곡된 시각을 낳는다. 선과 악, 이분법적 개념으로 비춰질까 우려스럽다. 단어 자체를 쓰지 말아야 한다. 간접고용은 가장 오래된 거래 형태로 도급은 파견 이전에도 존재했다. 경쟁이 심화되고, 전문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또 대기업 사내 아웃소싱(용역)은 정규직 노동시장이 경직돼,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불가피하게 도입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최근 비정규직종합대책 중 하나로 55세 이상 노동자에 대해선 파견업종을 전면 확대하기로 했는데. -정 국장 현재 파견대상 업종은 32개로 한정돼 있다. 문제는 노동시장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고령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오랜 경력에도 전문성이 있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결국 (청소, 경비 등) 단순직과 용역업체에 몰릴 수밖에 없다. 실제 용역 근로자 60만명 중 60%가량이 고령자다. 이들의 전문성을 살리면 노동 생산성은 높아지고, 고용률도 높아진다. 연봉 5500만원 이상의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파견업종 확대도 마찬가지다. 일하고 싶은 영역을 찾아 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고민을 했다. 노측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파견 전면 확대는 절대 아니다. -이 본부장 늦었지만 다행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절반에 가까운 국가들이 파견업종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한국처럼 업종을 제한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파견과 용역의 활용 폭을 넓혀야 한다. 독일과 일본 등은 실업률이 높았을 때 파견을 통해 일자리를 늘렸던 경험이 있다. 지금처럼 일자리 난이 심각한 상황에선 파견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이 소장 1994년 국제노동기구(ILO)의 필라델피아 선언은 노동은 상품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간접고용은 이에 반한다. IMF 사태 이후 일자리 양극화는 심화됐다. 한국이 OECD 내에서도 선진국 수준으로 오른 만큼 일자리 대책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의 파견업종 확대는 단단히 잘못 짚었다. 55세 연령 제한은 곧 무너질테고,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 등 금지 업종으로 파견이 확대될 것이다. →최근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이 위장도급의 기준점을 제시했는데. -이 소장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현대차는 신규채용을 빌미로 하청업체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을 적발해도 기업에 ‘패널티’를 준 적이 별로 없다. 직무유기에 가까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합법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불법 파견·용역 노동자들보다 나은 대우를 받고 있는 만큼 불법파견은 엄단해야 한다. -이 본부장 사법부가 제시한 불법파견 기준은 경직돼 있다. 선진국도 처음엔 위장도급을 제재했지만, 해당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안 좋은 영향이 나타나자 판결 기준을 변화시켰다.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생산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국내에선 불법이라 하고 국외에서 허용되면 공장을 국외로 옮길 수밖에 없다. -정 국장 이 소장이 말한 단속 강화 필요성은 100% 공감한다. 법을 위반하거나 악용하는 것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특히 제조업 생산공정에 사내하도급이 들어와 있는 경우를 비롯해 간헐적인 파견을 편법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엄단할 계획이다. →간접고용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이 본부장 사업규모 내지는 시장 경쟁력을 높여 처우를 자연스럽게 개선해야 한다. 법과 제도(형사처벌)로 개선하는 건 한계가 있다. 소규모 업종들의 시장 내 전문화와 확장이 필요하다. 청소 용역도 마찬가지다. 이 업체들이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정 국장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차별을 받거나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선진국에선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비슷한 노동을 한다면 근로조건의 차이가 크지 않다. 정부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위장도급 우려가 있지만 원·하청업체 간 근로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는지 준비 중이다. -이 소장 공공부문은 좋은 일자리의 표준으로 모범 사례가 많이 나온다. 우려되는 건 민간 영역이다. 노사 타협으로 일정한 기준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이 본부장 말씀처럼 당사자 자괴감을 불러내는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비정규직도 아닐 비(非)가 아닌 날 비(飛)로 쓰자는 것도 연장선상에 있다. 민간 영역도 비정규직 일자리를 선택 가능한 자발적 일자리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가야 한다는 게 노동계 입장이다. 사측의 입장은. -이 본부장 이왕이면 모든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였으면 좋겠다. 인건비를 절약하고 노동력을 착취해 성장하려는 기업은 없다.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청업체는 하도급업체와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해 이윤을 내고 싶은데 사법부는 이를 불법이라고 한다. 고용안정을 강화하면 일자리는 축소될 수 있음을 노동계도 인정해야 한다. -이 소장 모범사례를 많이 발굴했으면 좋겠다. 타타대우상용차는 인도그룹에 매각됐지만 노사합의로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한국도 불가능하지 않다. 고용승계를 하고 임금 격차를 줄이면 간접고용 논란이 줄어들 수 있다. -정 국장 간접고용은 오랜 기간 만들어진 구조적 문제다. IMF 이후 노동시장은 변화했고, 노사 모두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정규직 내 파견과 용역은 여전한 과제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청년들이 희망을 볼 것이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사진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베스트로또, 로또 당첨금 나눠 갖는 ‘로또계’ 서비스 론칭

    베스트로또, 로또 당첨금 나눠 갖는 ‘로또계’ 서비스 론칭

    최악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날로 높아지는 청년실업률, 빨라진 정년퇴직, 치열한 창업시장은 악화된 경제를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로또 1등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서민들이 많다. 매주 탄생하는 로또 1등,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로또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로또 전문 분석 사이트 베스트로또가 로또계 서비스를 선보였다. 로또계는 당첨확률이 극히 낮은 로또를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고안된 로또나눔 서비스다. 로또계에 가입한 계원들이 나누어서 당첨번호를 구매하고 계원 중 한명이 로또 1,2등에 당첨될 경우, 당첨금의 50%를 계원들이 함께 나눠 갖는 방식이다. 로또계는 힘든 일을 함께 나누고 좋은 일도 함께 나누던 품앗이와 같은 개념인 것. 베스트로또는 로또계 서비스 이용자에게 로또계 그룹 가입 이후 1년 동안 로또 당첨 예상번호를 제공하며, 매주 등급에 맞는 10조합~20조합을 지정한 휴대폰으로 전송한다. 업체 관계자는 “수동 구매를 통해 로또 1등에 당첨되는 사람들은 상당수 로또분석 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로또 분석 서비스의 정확도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로또계가 가계 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로또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베스트로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고용 없는 성장의 그늘/구본영 논설고문

    대학생 아들로부터 귀동냥하는 요즘 대학가의 풍속도는 삭막하다. 경영·리더십 분야 등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동아리에 가입하기 위해 치르는 면접장의 분위기는 살벌할 정도란다. 학점 경쟁을 하다 보니 밥조차 혼자 먹는다는 뜻의 ‘혼밥족’까지 생겨나고 있다니…. 청년 구직난 시대에 이런 살풍경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이른바 ‘5포(연애·결혼·출산·취업·주택 포기)세대’란 말이 괜히 나왔겠나. 낭만이 사라진 대학가의 풍경도 취업 빙하시대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청년들의 눈물겨운 적응 과정일 게다. 바늘구멍 같은 청년 고용시장이 마침내 ‘호모 솔리타리우스’(외로운 인간)란 한국형 신인류를 탄생시켰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판이다. 정부도 청년 취업난의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각료들이 “일자리 주도 성장이 옳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지 않은가. 다만 고용 확대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2012년 2.3%였던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2013년 3.0%, 지난해엔 3.3%로 2년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청년 실업률은 2012년 8.3%에서 해마다 상승해 올 2월에는 무려 11.1%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고용 없는 성장’이 가시화된 느낌이다. 사무 자동화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고용은 외려 줄어들 것이란 경제학자들의 불길한 예언이 들어맞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박 대통령이 청년실업 해소 방안의 일환으로 적극적 중동 진출을 주문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중동, 네가 가라’라는 청년층 일각의 냉소에 편승한 듯 “청년들을 중동으로 내모는 것은 상처 난 곳에 소금 뿌리는 격”(서영교 원내대변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현 정부가 하는 일이면 뭐든 대안 없이 반대하는 차원이라면 한심한 일이다. 1970∼80년대처럼 건설 노무자 위주가 아닌, 원전이나 IT산업 중심의 중동시장을 진취적으로 선점하자는 게 청년 중동 진출론의 본뜻이라면…. 그렇다 하더라도 고용 없는 성장은 전 지구적 현상이라니 ‘제2 중동 붐’에 올라타는 게 만병통치약일 순 없다. 고용 없는 성장-일자리 축소-결혼 기피-저출산-성장 둔화’라는 악순환이 지구촌의 큰 흐름이라지 않은가. 중동 산유국들이 종전의 단순 시공 사업에서 벗어나 이제 금융과 IT 등을 망라한 종합시행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 단순 노무자 시장과 달리 첨단 시장에선 박 대통령의 희망대로 “대한민국이 텅텅 빌” 정도의 일자리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미 고용 없는 성장이란 세계 문명사의 대전환기에 선 우리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는 듯한 정치권의 행태가 딱해 보이는 이유다. 정략과 표 계산에 눈이 어두워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법 하나 절충해 내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자본에 사로잡힌 경제적 인간 해답은 사라진 사회성에 있다

    자본에 사로잡힌 경제적 인간 해답은 사라진 사회성에 있다

    한국사회는 2001년 1월 ‘부자 되세요’라는 말과 함께 뉴밀레니엄을 맞았다. 한 카드회사의 광고는 선풍적 인기를 끌며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렸고, 개인들은 실제로 부자가 되겠다는 욕망과 의지를 불태웠다. 불가능에 가까운 꿈을 꾸다가 아픔과 상처가 너무 커졌음을 문득 깨닫기까지 십수년이 필요했다. 이제는 대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위로를 받거나, 혹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며 혼자 잘 성찰하고 반성하라는 주문을 받는다. 인문학 공부 열풍은 그렇게 불었다. 물질적 가치만을 좇아 아등바등 살기보다 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욱 풍요로울 수 있음을 배우려고 책을 보고, 인문학 대중강의를 쫓아다니고 있다. 그런데 역시 뭔가가 허전하다. 지난 23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만난 김윤태(51)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10년 남짓 동안 벌어진, 서로 상반돼 보이는 두 가지 현상을 관통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모두 ‘경제적 인간’이 득세하고, ‘사회적 인간’이 몰락한 사회적 흐름의 반영이라는 점이다. 그가 최근 펴낸 ‘사회적 인간의 몰락’(이학사)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인문학 공부도 그 자체가 하나의 이데올로기 또는 상품이 되어서 소비되어지거나 개인이 사회에서 도피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던 것에 대한 반성이 개인적 차원의 심리 치유 등으로 바뀌는 모습일 수 있지요.” 물론 김 교수가 인문학 공부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인문학이 대중화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일”이라면서 “다만 삶을 성찰하는 것과 동시에 그것이 사회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재구성하려는 노력과 연결되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학 공부 속 노력과 마찬가지로 사회를 이해하는 안목을 키우고, 우리가 각기 다른 사안으로 보는 것들이 사실은 원인과 결과로 연결돼 있음을 상상해 내는 힘이 바로 사회학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얘기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학적 상상력’은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라이트 밀스(1916~1962)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지, 사회가 어떻게 개인에 영향을 미치는지, 사회를 움직이는 힘과 논리는 무엇인지, 문제가 있다면 사회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는 “1980년대 민주화라는 외형적 성취 이후 경제지표는 올라갔다. 하지만 자살, 실업률, 이혼율, 교육비, 주거비 등 사회문제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는 오히려 하락했다”면서 “분명한 사회적 문제조차도 개인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사회적 관계 속에서 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시민들의 각성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용산참사와 쌍용차사태, 정부의 불법적 선거개입, 사회적네트워크시스템(SNS)의 무단 열람 등 개인들이 폭력적인 공권력 앞에 무기력함과 염증을 느끼던 즈음 터진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무능함을 절감케 했다. 김 교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며, 각종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정하고 약자를 보호해야 할 국가 본연의 역할은 방치한 반면, 기업의 이익은 적극적으로 옹호했음을 시민들이 확인했다”면서 “국가의 이중성과 함께, 누구를 위한 국가인지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대학 강단에서 늘 만나는 젊은 세대들이 경쟁, 효율성, 개인, 물질 등 어른들이 구축해 놓은, 개인을 고립시키는 사회에서 헤매며 ‘경제적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 때도 실망하기보다 늘 연민과 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얘기하는 대안 역시 분명하다. 책 속의 구절을 옮긴다. “사회적 인간의 몰락은 엄청난 바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혜와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사악한 어둠의 세력과 맞서 행동해야 한다.(중략) 사회적 무관심이 냉소주의와 방관을 만든다면 민주주의는 사라질 것이다. 정치참여와 민주주의가 없다면 사회적 인간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320~321쪽)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청년들에게 격려와 따뜻한 시선을/ 최연순 출판인

    [옴부즈맨 칼럼] 청년들에게 격려와 따뜻한 시선을/ 최연순 출판인

    나는 신문을 읽을 때 1면을 보고 그 다음 정치와 사회면은 잘 읽지 않고 넘긴다. 합당하고 이유 있는 비판과 질책들은 당연하지만 어쩐지 자세히 읽고 싶은 마음은 안 든다. 그냥 따뜻하고 희망적인 그런 사람 사는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간다. 그래서 서울신문 기획기사 ‘청년, 마을로 뛰어들다’(3월 14일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청년들이 승자독식 경쟁 사회에서 스스로 삶의 가치를 실현하고 공동체에 뿌리를 내리려고 애쓰는 쳥년 모임에 대해 읽으면서 기성세대로서 미안하고 안쓰럽고 대견했다. 젊은 세대에 대해 마음이 쓰이는 건 단지 청년실업률 등 사회면에서 읽을 수 있는 이슈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느덧 중간관리자가 되어 나이가 어린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부딪치게 되는 현실에서 출발했다. 주위를 살펴보면 지인들도 사장이 되거나 나와 비슷한 중간관리자가 돼 모임에서 자주 ‘소위 젊은 애’들과 일하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사장이나 중간관리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집중돼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라 그런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로 시작한다. 이 시작은 요즘 애들은 생각이 없다, 열정이 없다, 일에 대한 진지함이 없다, 어떻게 맨날 칼퇴근이다 등등의 푸념과 불만으로 이어진다. ‘우리 때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가 일일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아서 처리했는데 요즘 애들은 하나하나 말해 주지 않으면 안 해’, ‘우리 때는 발로 뛰며 밤샘, 야근은 기본이었는데 요즘 애들은 앉아서 입으로만 일을 해’ 등 성토는 끝이 없다. 나도 느끼는 문제일 때도 있고, 나보다 어린 직원들을 업무상 지도해 주어야 할 때 고민되는 부분일 때도 있어서 격하게 공감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30대 기자와 대화를 나누다 ‘꼰대’가 된 세대(특히 중간관리자) 이야기가 나왔다. 그 기자가 보기에 386세대인 40~50대는 무조건 비판이나 할 줄 알지 청년들의 현 상황과 문제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하려고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들은 정말 부모와 사회가 시키는 대로 죽어라 공부했고, 외국어도 ‘꼰대’들보다 훨씬 잘하고, 그 기자가 보기에 386 기성세대보다 책도 많이 읽었는데 왜 늘 욕을 먹어야 하는지 화가 난다고 했다. 듣고 보니 기성세대로서 젊은 세대가 부딪쳐야 하는 현실의 무게나 고민에 대해, 특히 청년 실업과 같은 무겁고 무시무시한 고민을 겪는 그 상황들을 살펴봐 주려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신문 등에서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기사를 읽어도 그저 제도적·정치적 문제로 접근하지 청년들의 입장에서 그 무게를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뿐인가. 젊은 세대의 정치적 선택이나 입장에 대해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얼마나 호되게 지적하고 나무랐는가도 떠올랐다.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른 건’ 당연하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교육받은 내용이 다른데 어떻게 기성세대와 같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며 ‘요즘 애들은 생각 없다, 진지함이 없다’고 성토했던 것이 반성됐다.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3월 13일자)에 소개된 22살 난 당찬 청년 여행가도 얼마나 멋지고 용기 있게 삶의 의미에 다가서고 있는지 그 진지함에 감동했다. 미래를 밝고 기대를 걸 수 있는 희망의 모습으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기특한 청년들이 많을 것이다. 계속 청년들의 모습을 그려 내고 그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글을 기대한다.
  • 덕담만 오가고 제자리 메르켈-치프라스 ‘빈손’

    덕담만 오가고 제자리 메르켈-치프라스 ‘빈손’

    “겉으론 웃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다.” 2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 첫 대면한 알렉시스 치프라스(41) 그리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61) 독일 총리의 만남에 대해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이같이 묘사했다. 지난 1월 취임 후 처음으로 독일을 찾은 치프라스 총리는 메르켈 총리와 함께 카메라를 향해 악수하고 미소 지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정작 건질 만한 진전된 내용은 없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메르켈은 “일부 주제에 이견이 있었지만 함께 일하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고, 치프라스도 “오늘 방문은 독일 총리에게 그리스의 임금과 연금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돈을 요구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실제로 이날 만남에서 양국 정상은 72억 유로(약 8조 6800억원) 상당의 추가 구제금융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조건 등 관심사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이런 분위기는 회담 이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메르켈은 “그리스가 경제적으로 강해지고 성장하길 원한다”면서도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은 독일이 아닌 유럽 채권단의 몫”이라며 발을 뺐다. 그는 다만 “낮은 실업률 등 그리스의 경제지표가 좋아졌고, 치프라스와 신뢰를 구축하길 원한다”는 덕담으로 대화에 온기를 지폈다. 치프라스도 “아테네에서 봄 날씨를 가져왔다”며 화답했다. 이어 “그리스인은 게으르다거나 독일인들이 그리스 문제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받아야 하는 편견을 깨야 한다”면서 “우리는 다리를 놓을 수 있도록 이견을 알고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 구조개혁의 큰 틀은 탈세 및 부패 척결”이라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긴축 정책의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두 정상 간 긴장감은 2차대전 당시 나치의 그리스 점령과 관련한 전쟁 배상금으로 이야기가 넘어가면서 극에 달했다. 메르켈은 “독일 정부 시각에선 전쟁 배상금은 해결됐다”고 답했으나 치프라스가 “독일의 배상금 지급은 중요하지 않다. 향후 구제금융 협상과도 연결되지 않는다”며 피해 가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외신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정상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자제하고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고 긍정한 반면 가디언은 치프라스가 베를린 회담에서 나치 보상금 문제를 제기하면서 긴장감을 불러왔다며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마카오 ‘시진핑 반부패 사냥’에 카지노 접나

    ‘카지노 천국’인 마카오가 중국의 요구에 밀려 카지노를 포기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카오의 행정수반 페르난두 추이 행정장관은 전날 정책연설에서 “카지노 산업 규제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이 행정장관은 “이 같은 조치는 베이징(중국 정부)의 사업 다각화 요구에 부응하려는 것으로 실업률 증가와 재정 수입 감소가 우려되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 규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마카오는 카지노에서 벗어나 관광·레저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마카오의 카지노 규제 강화는 중국의 ‘반부패 드라이브’ 여파로 마카오의 도박 산업 매출이 반 토막 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춘제(春節·중국 설) 황금연휴가 들어 있던 지난달 마카오 카지노업계 총매출은 195억 파타카(약 2조 6000억원)로 지난해 2월 380억 파타카와 대비해 절반(48.6%) 가까이 감소했다. 카지노 매출은 지난해 6월 5년 만에 처음 내림세로 돌아선 뒤 지난달까지 9개월 내리 감소했다. SCMP는 “카지노 영업장의 약 30%가 문을 닫은 상태”라고 전했다. 마카오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도박이 허가된 지역이다. 2003년부터 중국인들의 홍콩과 마카오 자유여행이 허용되면서, 중국 본토 관광객이 도박 산업의 주요 고객이 됐다. 2013년 공식 집계된 마카오의 도박사업 매출은 450억 달러(약 45조 9000억원)로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압도했다. 마카오 재정수입의 80% 이상이 도박세에서 나온다. 그러나 중국이 강력한 부패 척결 운동에 나서면서 본토의 ‘큰손’들이 발길을 끊기 시작했고, 마카오 카지노도 휘청거렸다. 마카오 당국은 우선 카지노 면허를 전면적으로 다시 심사해 강화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장은 퇴출시킬 계획이다. 사업장별로 사업 다각화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당국은 실천 여부를 정기적으로 감사키로 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가계소득 증대 대책] 서울 사는 20대 저소득층 여성 ‘경제고통’ 최악

    [가계소득 증대 대책] 서울 사는 20대 저소득층 여성 ‘경제고통’ 최악

    경기 침체로 느끼는 고통은 청년층이 전체 평균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거주 20대 저소득층 여성이 느끼는 경제고통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1분기의 체감경제고통지수가 19.5포인트로 정부의 공식 통계치로 계산한 -1.6포인트보다 21.1포인트나 높다고 밝혔다. 이 중 20대의 체감고통지수가 40.6포인트로 평균의 2.1배 수준이다. ●20대 체감실업률 탓 고통지수 평균 2배 체감고통지수는 전국 성인 남녀 1007명에게 2월 24일부터 3월 3일까지 직접 물어본 수치로 구성됐다. 예컨대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8%였으나 체감 물가상승률은 3.3%였다. 체감고통지수는 체감 물가상승률에 체감 실업률, 체감 의무지출증가율을 더한 뒤 체감 소득증가율과 체감 문화여가지출증가율을 빼서 계산했다. 20대의 체감고통지수가 높은 까닭은 체감 실업률이 37.5%였기 때문이다. 반면 고용상태가 양호한 30대 및 40대의 체감고통지수는 각각 10.3포인트와 11.3포인트로 나타났다. 50대 이상 장·고령층은 17.2포인트로 계산됐다. 지역별로는 체감 실업률은 높고 체감 소득상승률은 낮은 서울 지역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체감실업률이 낮은 영남 지역은 낮게 나타났다. 소득별로는 체감 실업률과 체감 물가상승률이 높은 저소득층의 체감고통지수가 34.2포인트로 추산됐다. 중산층은 다른 계층에 비해 소득 대비 높은 교육비와 주거비 등 의무지출에 대한 부담이 높아 18.2포인트로 계산됐다. 성별로는 체감실업률이 높은 여성이 21.1포인트로 남성(18.1포인트)보다 높았다. ●영남 30대 고소득 남성이 고통 최소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종합하면 현재 체감경제고통이 가장 큰 사람은 서울에 사는 20대 저소득층 여성이고, 가장 작은 사람은 영남지역에 사는 30대 고소득층 남성으로 대표된다”며 “체감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국민의 삶에서 의무지출 부담을 덜어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김무성 ‘청년 껴안기’ 문재인 ‘경제심판론’

    김무성 ‘청년 껴안기’ 문재인 ‘경제심판론’

    여야 모두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경제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키며 승부처로 삼고 있다. 이번 재·보선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의 득표력을 가늠할 시험대이자 차기에 유리한 선거 지형을 선점하려는 포석의 성격도 짙다. 이에 따라 여야 후보 간 밑바닥 표심을 다지는 ‘지상전’ 못지않게 선거 지형을 자극하는 당 차원의 ‘공중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거물급 후보’의 맞대결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대형 정책 이슈’가 여야의 승패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與, 고시촌 찾아 1인가구 실태 점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3일 보궐선거 대상 지역인 서울 관악을에 위치한 대학동 고시촌을 찾아 20·30세대와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재·보선 지원의 첫 일정으로 여당의 취약 지역과 지지층을 동시에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미팅에 앞서 실제 고시촌을 방문해 청년 1인가구 실태를 점검했고, 조만간 정책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오는 24일과 25일 부산 해양대와 모교인 한양대에서도 청년층과의 스킨십 강화에 나선다. 행사명도 자신의 별명(무성대장·무대)이 연상되는 ‘청춘무대’다. ●野, 경제 석학들 만나 ‘정책 과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등 국내 석학들과의 오찬간담회를 갖고 경제 과외을 받았다. 박 전 총재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예로 들면서 “정부가 하는 일 가운데 옳은 일은 통 크게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문 대표는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정권심판론’ 대신 이번 재·보선에서는 ‘경제심판론’으로 승부를 본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체제의 수권정당 프레임인 ‘유능한 경제정당’을 뒷받침할 경제 전문가 영입도 추진되고 있다. ●김기식 “年소득 3억 이상 과세 강화” 부자 감세 철회와 공평 과세 기조를 뒷받침하는 야당의 소득세법 개정안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기식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현행 ‘1억 5000만원 초과’만 있는 소득세율 최고구간을 1억 5000만~3억원 및 10억원 초과 구간 등 4개 구간으로 세분화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고소득자 과세 강화 정책으로 연평균 2조 2276억원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날 ‘우리 경제 나아갈 길’을 주제로 한 정당정책토론회에서도 경제 현안을 놓고 조목조목 공박했다. 우선 증세·복지 논란과 관련, 새누리당 김세연 정책위부의장은 “유사·중복 부분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먼저 하고, 증세 노력은 그다음”이라면서 ‘복지 지출 구조조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홍종학 정책위수석부의장은 “(정부·여당은) 재벌에 비과세 감면으로 세금을 깎아주고 법인세를 건드리지 못하겠다는 이데올로기적 독선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법인세 인상을 요구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김 부의장은 “양질의 임대주택을 포함해 주택 공급 물량을 늘려 공급시장에서 경쟁이 좀 더 있어야 수요자 입장에서 낮은 가격에 주택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공급 확대론’을 폈다. 그러나 홍 수석부의장은 “전세금이 천정부지로 뛰는데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방관하고 있다”고, 조 의장은 “빚내서 집을 사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도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악마의 유혹’에 빠지고 말았다”고 반박했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홍 수석부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고용률 70% 공약을 했지만 청년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佛지방선거서 사르코지 정당 1위 주간지 테러 불똥… ‘민심 우향우’

    佛지방선거서 사르코지 정당 1위 주간지 테러 불똥… ‘민심 우향우’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우파 정당들이 득세하면서 파리 주간지 테러사건 이후 불거진 국민들의 우익화 경향을 드러냈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22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니콜라 사르코지(60) 전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우파 제1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과 마린 르펜(46)이 수장인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프랑수아 올랑드(60) 현 대통령의 집권 사회당(PS)을 제치고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이 밝힌 개표 결과에 따르면 UMP는 29%의 득표율로 FN(25%)과 PS(21.5%)를 앞섰다. FN은 선거 직전 한 여론조사에서 31%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으나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1%로 4년 전 선거보다 6% 포인트 올랐다. 과반 득표자가 없는 선거구에서 오는 29일 1, 2위 득표자 간 열리는 2차 결선 투표가 끝나더라도 PS는 3당에 머물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결선 투표에서 FN의 당선을 경계한 PS 지지자들이 UMP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으로 보이지만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좌파나 극우정당 어느 쪽에도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직전까지 PS는 전체 101개 도 가운데 과반이 넘는 61개 도에서 다수당이었다. AFP는 PS의 부진 이유로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을 꼽았다. 여기에 지난 1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파리 주간지 테러 사건이 프랑스 국민들의 민감한 반이민 정서를 건드린 것으로 해석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데스크 시각] ‘쿠웨이트 박’의 추억/이순녀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쿠웨이트 박’의 추억/이순녀 국제부장

    40대 이후 세대라면 ‘쿠웨이트 박’을 기억할 것이다. 뽀글뽀글한 헤어스타일에 선글라스를 끼고 “예술 한번 하자”며 장바구니 든 누님들을 유혹하던 남자.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을 타고 쿠웨이트에서 일한 전력을 내세워 스스로 ‘쿠웨이트 박’이라 소개하며 변두리 카바레를 전전하던 제비족. 1989년 방송된 소설가 박영한 원작의 KBS 드라마 ‘왕룽일가’에서 주인공 왕룽보다 더 유명세를 탔던 인물이 바로 ‘쿠웨이트 박’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가정주부들의 마음과 지갑을 훔치는 악역이었음에도 당시 고단한 시대상과 맞물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그때의 인상이 어찌나 강했는지 26년이 흘렀음에도 배우 최주봉을 떠올리면 껄렁껄렁하면서도 어딘가 애처로운 면모가 엿보이던 ‘쿠웨이트 박’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중동 4개국 순방을 다녀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제2의 중동 붐을 ‘하늘의 메시지’에 비유하면서 ‘대한민국이 텅텅 빌 정도로’ 청년들이 중동에 나가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여론의 반응이 싸늘하다. 특히 졸지에 단체로 중동행을 권유받은 청년층의 볼멘 목소리가 크다. 관련 기사가 링크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마다 “현실을 모르는 얘기 같다”, “지금이 1970년대냐”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40년 전 몸뚱이 하나만 믿고 머나먼 열사의 나라로 떠나야 했던 가난한 가장들의 가슴 아픈 사연과 남편이 보내 준 풍족한 월급에 아내가 춤바람이 나 숱한 가정이 풍비박산됐던 웃지 못할 세태를 회상하는 댓글도 많았는데 그 덕에 오래 잊고 있었던 추억 속의 그 이름 ‘쿠웨이트 박’이 떠올랐다. 어떻게든 나라 경제의 활로를 찾고, 청년 실업을 완화하려는 대통령의 진정성과 노력을 의심하는 건 온당치 않다. ‘오일 쇼크’로 휘청이던 1975년 부친의 결단으로 사막의 나라에 진출해 중동 특수를 누렸던 기억이 생생한 대통령에게 이번 중동 순방은 그야말로 하늘이 준 기회를 확인하는 자리였을지 모른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8년 만에 방문한 쿠웨이트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를 잇는 순방길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민간 기업인 116명이 동행해 힘을 보탰다. 정부는 중동 순방 성과가 금액으로 9억 6000만 달러이며, 향후 수주 가능성이 높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포함하면 수백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보건의료·교육·정보기술(IT)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진출을 강조했지만 결국은 건설 수주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5조원에 달하는 정책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유가 하락 시기에 무리하게 중동 건설 사업을 확장할 경우 자칫 부실을 키울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실업과 중동 진출을 연결시킨 대통령의 언급도 얼마나 마음이 급했으면 그랬을까 하고 한편으론 이해되면서도 좀 더 신중하고 책임 있는 발언이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든다. 청년 실업률 11.1% 시대에 청년실신(실업+신용불량)이라는 용어에 담긴 젊은이들의 불안과 분노, 간절함 등을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면 그렇게 농담처럼 대한민국을 비우고 중동에 가라고 툭 던질 일이 아니었다. 영화 ‘국제시장’이 몰고 온 복고와 향수의 영향이 이렇게 ‘쿠웨이트 박’의 추억으로 이어질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coral@seoul.co.kr
  •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 사망] “죽거든, 내 집 허물라”… 貧國을 富國 만든 ‘反부패 독재자’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 사망] “죽거든, 내 집 허물라”… 貧國을 富國 만든 ‘反부패 독재자’

    “죽거든 내 집부터 허물어라.” 23일 사망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자신의 집이 ‘국가 성지(聖地)’로 보존되면 주변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이웃 주민들이 경제적 손실을 볼까 걱정해서다. 양식은 말할 것도 없고 먹을 물조차 구할 수 없던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50여년 만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 6113달러(IMF·2014년 기준), 세계 8위의 경제부국으로 끌어올린 ‘국부’(國父) 리콴유.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법치국가’를 세운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와 달리 이처럼 세심함도 갖춘 지도자였다. 리콴유는 1923년 싱가포르의 부유한 화교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1946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1951년 귀국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노동운동을 펼치며 정계의 주목을 받은 그는 1954년 ‘인민행동당’을 창당해 사무총장에 올랐다. 1959년 35세의 나이에 영국연방 자치정부의 초대 총리가 됐다. 이후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취임해 1990년까지 무려 26년간 총리를 지냈다. 총리 시절 유교적 철학에 바탕을 둔 ‘아시아적 가치’를 전파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싱가포르를 선진국으로 끌어올린 ‘공로자’와 개발독재를 펼친 ‘독재자’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교차한다.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했을 때만 해도 국민 대부분이 제대로 된 집조차 없이 떠돌이 생활을 했고, 실업률도 10~12%에 달했다. 리콴유는 자유경쟁과 과감한 개방정책을 실행해 ‘기적’을 일궈 냈다. 외국의 투자를 끌어들이고자 규제를 풀었고, 외국 기업이라도 사업을 승인받으면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못 배운 국민이 숙련된 노동자가 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개발하고,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했다. 그의 통치가 찬사만 받은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깨끗하고 범죄가 드문 성공한 도시국가의 이면에는 강력한 억압통치가 자리 잡고 있다. 길거리에서 흡연하거나 껌만 뱉어도 큰 벌금을 매겼고, 마약 소지자는 사형에 처했다. 서구 언론들은 지금까지 싱가포르를 태형과 벌금의 나라라는 꼬리표를 달고 소개하며, 그를 ‘동남아시아의 작은 히틀러’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장남 리셴룽(李顯龍)이 2004년 8월부터 제3대 싱가포르 총리로 재직하면서 세습정치라는 비판도 받았다. 장기 집권, 가부장적 통치, 개발독재라는 공통점 때문에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와 자주 비견됐다. 다만 리콴유는 무력이 아닌 법규와 교육을 통치 기반으로 적극 활용했다는 게 차이다. 이 과정에서 지나친 엘리트 지상주의를 앞세웠고 “똑똑한 사람들끼리 결혼해야 한다”는 우생론에 집착했다. 일각에선 영토 분쟁이 끊이지 않는 국가를 이웃으로 둔 인구 530만명의 작은 섬나라가 택한 당연한 길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그의 일생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생존’이었다는 이야기다. 덕분에 플라톤의 철인정치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현대에 구현한 실용주의 정치가로 규정되기도 한다. 올해로 독립 50주년을 맞은 싱가포르의 사회 분위기는 리콴유 사후 사뭇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리콴유의 타계는 표현의 자유와 정치 참여를 통제하던 억압의 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자유와 변화의 새 시대를 여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글로벌 시대] 성장과 생산성의 신화에서 벗어나라/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 융합학과 교수

    [글로벌 시대] 성장과 생산성의 신화에서 벗어나라/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 융합학과 교수

    자본주의에서 생산성만큼이나 중요하게 취급되는 용어도 없는 듯하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말 다양한 연구와 방법론이 나왔고, 기업에서도 어떻게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무수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시간은 곧 돈이었고, 직원들을 최대한 쥐어짜서 조금이라도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기업경영의 불문율이었다. 따지고 보면, 좌우 이데올로기의 분화도 기업의 이윤동기를 최대한 보호하는 시장의 기능을 극대화하려는 경향과 생산성을 위해 희생되는 수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권익보호와 인간소외 현상에 대한 반발에 의해 태동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난 15일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상승률에 대한 분석결과를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량은 2007년에 비해 12.2% 증가했지만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고작 4.3% 증가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노동으로 받는 임금이 생산노동량의 3분의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에 의한 생산성이 좋아졌지만 그것이 임금으로 돌아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생산성에 대한 집착이 오늘날의 풍요로움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보다 적은 사람들이 보다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산출량을 만들어 냈기에 여력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인류역사의 과거 어느 때보다 풍성한 물질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생산성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개개인에 대한 생산성이 증가할 때 시장과 경제가 같은 속도로 증가한다면 일자리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경제의 시스템은 성장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국가가 성장전략을 선택해서 과소비가 될 정도로 풍요로운 삶과 일자리가 유지되는 평화로운 수십년을 보냈다. 최근 이런 평화체제가 붕괴될 조짐이 명확해지고 있다. 현재 나타나는 실질임금의 감소와 실업률의 증가는 경제규모가 더이상 성장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하면서 생산성의 증가가 결코 미덕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생산성의 증가와 성장 패러다임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과도한 생산성으로 지구 자원에 대한 소모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 지구의 재생능력이 지나치게 훼손되기 시작했다. ‘성장’과 ‘생산성’이라는 사이좋은 커플이 더이상 쌍끌이로 우리 사회를 낙원으로 끌고 가는 마차가 아님이 명확해진 것이다. 생산성과 성장에 집착하기보다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그것이 우리의 사회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사회적 가치가 생산된다면 이를 통해 사람들은 헌신을 위한 노동을 하게 되며, 의미를 이해하고 보다 참을성이 많아진다.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가치관 및 철학을 바꾸지 않고는 어떠한 정책을 들이밀더라도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상품의 풍요로움 속에서 생산된 물품들을 탐욕스럽게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던 ‘슈퍼마켓 경제’ 속에 너무나 오랫동안 빠져서 살았다. 그렇지만,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는 인간을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거대한 생산성과 성장을 바탕으로 하는 소비자 중심의 과소비 사회가 종말을 맞이하려고 한다. 우리의 미래는 이와 같은 거시적인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한 과도한 충격을 흡수하면서, 미래사회로의 이전을 흔들림 없이 꾸준히 추진하는 것에 달려 있다.
  • 벼랑 끝 한국경제 위기감… 5조 발표 하루 만에 10조 더

    벼랑 끝 한국경제 위기감… 5조 발표 하루 만에 10조 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내놓은 각종 경제 활성화 대책들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생산, 소비, 투자, 일자리 등 주요 경제지표는 오히려 더 나빠졌다. 정부가 ‘제2의 중동 붐’ 조성을 위해 중동 건설, 플랜트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기업에 5조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지 하루 만인 20일 10조원의 추가 경기 부양 대책을 내놓은 이유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지난 9일 최 부총리가 경기 부양을 위해 꺼내든 ‘한국판 뉴딜 정책’도 강화한다. 기업의 민자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뿐만 아니라 손실의 절반을 부담해 주는 ‘손익공유형’(BOA)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최경환 경제팀은 그동안 경제 활성화를 위해 ‘46조원+α’ 정책 패키지, 두 차례의 투자 활성화 대책, 가계소득증대세제 3대 패키지, 4대 부문 구조개혁 등의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을 살린 것 외에는 특별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디플레 우려 속 日 잃어버린 20년으로 가나” 올 1월 전(全)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7%, 소비는 3.1%, 설비투자는 7.1%씩 줄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5%지만 담뱃세 인상 효과를 빼면 마이너스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11.1%로 16년 만에 최고치다. 국가 부도 위기가 나오던 외환위기 수준이다. 디플레이션(장기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와 함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월 경제지표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정산 결과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근로자는 분납이 가능하지만 그 결과는 이미 소비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 부총리가 내수 경기 부진을 우려하는 까닭이다. 달러화 강세로 국제 유가는 더 떨어져 소비자물가 상승의 실마리를 찾기도 어렵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금리를 서서히 올리겠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오는 9월쯤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쳐 우리 경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강달러·유가 하락으로 물가도 제자리 이날 발표된 10조원 규모의 추가 대책도 경기를 살리는 데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46조원의 정책패키지 중 31조원을 썼지만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다”면서 “단순히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시대는 지났고, 정부가 쏟아붓는 나랏돈이 실제로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지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올 1분기 경제성장률도 전기 대비 0%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제 유가 하락 때문에 수출이 줄고 물가도 크게 떨어져 한국 경제가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1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0.4%)보다는 높아지더라도 0.8%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하반기 나타난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에 재정 조기 집행을 했지만 경제는 살아나지 못했다. 하반기에 재정을 더 투입해야 했지만 그럴 여력이 없어 ‘상고하저’(상반기에 경제성장률이 높고 하반기에 낮은 현상)가 나타났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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