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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가 인사이드] 출세길 열리는데… 영혼쯤 없으면 어때

    [관가 인사이드] 출세길 열리는데… 영혼쯤 없으면 어때

    #1. 경제 부처 A국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철저한 친기업 성장주의자였다. 비정규직이나 소득 불균형 문제가 제기될 때면 방대한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며 수출 주도 성장론에서 낙수 효과로 이어지는, 반박하기 어려운 탄탄한 논리를 펼쳐 상대를 제압했다. 소득 주도 성장이나 분수 효과 등에 대해선 “현실을 모르는 아마추어나 하는 소리”라며 단칼에 잘랐다. 하지만 그는 새 정부 출범 뒤 진급했고, 지금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소득 주도 성장’ 등의 정책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 한때 A국장을 모셨던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은 영혼이 있어야 하고, 우리 부는 영혼이 없어도 되는 모양이네요.”#2. 지난달 14일 통계청이 내놓은 ‘5월 고용동향’에선 긍정적인 신호가 엿보였다. 취업률은 오르고 실업률은 내려갔다. 15세부터 29세까지의 청년층 고용지표도 호전됐다. 매월 역대 최고 기록을 깨나갔던 청년실업률도 낮아졌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20대로 좁히면 상황은 여전히 나쁘다고 했다. 또 평소 잘 언급하지 않던 ‘고용보조지표3’(체감실업률)을 제시하며 “청년 체감실업률은 22.9%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5월에는 청년실업률이 9.7%로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고, 체감실업률이 20%를 넘었지만 당시 기재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되레 “실업률 증가세가 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도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재부가 애써 고용지표 개선의 의미를 축소 해석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때문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한 기재부 공무원은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의지를 따르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 “추경 분위기 위해 고용 개선됐는데도 축소” 새 정부 출범 50일 만에 많은 것들이 변했다. 역사 국정교과서와 원자력발전소, 성과연봉제, 물대포 등이 지워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던 경찰청장은 고개 숙여 사과했다. 블랙리스트는 법의 심판을, 4대강 사업은 4번째 감사를 각각 받고 있다. 도입 뒤 해마다 정쟁의 도마에 올랐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은 소리 소문 없이 정부 예산안 속에 녹아들고 있다. 정책뿐 아니라 사람도 바뀌고 있다. 세종 관가는 인적 구성의 변화로 재조직화가 활기차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바닥에선 ‘불편한 침묵’도 흐르고 있다. 한 경제 부처 과장은 “지금까지의 ‘늘공’(언제나 공무원) 인사를 보면 기대와 달리 ‘바람보다 먼저 누웠던 이’들이 중용되는 것 같다”면서 “새 정권의 철학에 부응할 수 있는 인물들을 승진시켜 중책을 맡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과한 기대였나 보다”고 말했다. # 역시나 ‘바람보다 먼저 눕던 이’들이 승진 사회 부처의 한 고참 사무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던 정책에 열정적으로 앞장섰던 몇몇 간부들이 ‘이미 짐쌌다’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그런데 이분들의 표정이 요즘엔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보수, 어떤 정권이든 공무원에게는 영혼이 큰 의미는 없는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포용적 성장이 자기의 소신임을 꿋꿋하게 밝혀 왔던 한 경제 부처 간부가 기다렸다는 듯 자원해 청와대 파견을 간 경우도 있다. 하지만 누가 정권을 잡든, 그래서 어떤 사람이 장관으로 오든 ‘최선’을 다한 사람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청와대로 갔다. 경제 부처 B과장은 “옆에서 보고 있으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과하게 전임 장관을 잘 모셨다”면서 “인사 소식을 듣고 처음엔 의아했지만, ‘공무원은 언제나 위에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 “이번엔 다를 줄 알았는데… 무원칙 인사 여전” 최근 실의에 빠져 연일 세종의 밤거리를 누비며 폭음하는 고위 공무원들도 자주 눈에 띈다. 그중 한 1급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인사는 절대적으로 인사권자의 뜻에 따르는 거니까 그걸 두고 왈가왈부하는 건 잘못하는 거지. 그래도 인사의 원칙은 뚜렷이 보여야 되거든. 원칙이 보여야 거기에 따르려고 노력하는 거니까. (이 정권이) ‘영혼 없는 공무원은 적폐’라고 했는데 인사는 그렇지 않은 거 같아.”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열린세상] 정부도 ‘파괴적 혁신’을 구상해야/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부도 ‘파괴적 혁신’을 구상해야/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는 일찍이 ‘파괴적 혁신’ 이론을 제창했다. 단순하고 편리한 저가의 제품을 개발해 밑바닥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현재의 핵심 고객보다는 잠재 고객들의 구매 수요를 새롭게 찾아내어 확장하는 방식이다. 그런 ‘파괴적’ 혁신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면 기존의 대기업들은 시장지배력을 잃게 된다는 이론이다. 기존 제품의 기술적 성능이나 품질을 개선하는 이른바 ‘존속적 혁신’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를 보면 기존 대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10년간 8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출산율은 1.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로 추락했다. 일자리 정책 역시 14개 부처 67개 사업에 이르고, 최근 4년간 약 72조원의 정부 예산을 지출했지만 청년실업률은 올해 11.2%로 급격히 치솟았다. 대학입시제도만 해도 해방 후 지금까지 열여섯 차례나 달라졌다. 심지어 최근 10년에는 2년에 한 번꼴로 바뀌었다. 하지만 일선 학교 현장은 공교육의 정상화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이처럼 끊임없는 ‘존속적’ 혁신과 노력에도 실패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실패에 대응해 역대 정부가 제시해 온 해결 방안도 거의 비슷하다. 가장 먼저 내놓은 방안은 어김없이 ‘○○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빠지지 않는 개선책이 ‘성과를 평가해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컨트롤타워를 만든 후 애초의 문제가 해결됐는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제 성과는 얼마나 좋아졌는가. 또한 성과 평가와 인센티브 도입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의문이다. 기존의 대기업들이 실패한 이유는 선두 기업에 오르게 해준 경영 관행이 자신의 족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성능 좋고 비싼 제품을 개발했지만 고객의 수요와는 멀어졌고, 자신들의 성장 욕구에 못 미친다는 판단 아래 소규모 신생 시장을 경시하거나 무시했다. 성공을 이끌었던 조직 가치와 업무 프로세스도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로써 ‘파괴적 혁신’으로 무장한 유망 기업의 시장 진입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국민의 염원을 안고 새로 들어선 정부는 이제 ‘파괴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 정책 실패를 반복했던 ‘존속적 혁신’에만 더이상 매몰돼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규정’보다는 ‘현장’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파괴적 혁신’은 숨은 고객들의 감춰진 수요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중앙의 컨트롤보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출산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수많은 청년실업자들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현장에 가서 찾아내야 한다. 또한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는 ‘관행’이 아닌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기존 시장의 관행이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의 ‘존속적’이고 점진적 개혁의 결과는 ‘관행’의 연속이었다. 이로 인한 정책 실패를 철저히 반성하고 정책 내용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재정과 투자, 교육과 인사 등 각 분야에서 시장 변화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그리고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는 ‘자만’이 아닌 ‘겸손’이 필요하다. ‘파괴적 혁신’은 소비자들을 널리 이롭게 하는 생산이 출발점이다. 창조적 파괴와 같은 급진적 개혁이라기보다는 부드러운 개혁이다. 혁신의 결과는 강력하고 광범위하지만 혁신의 과정은 유연해야 한다. 자녀들에 대한 학부모들의 솔직한 기대나 소박한 바람에 귀 기울이고, 직업을 찾는 구직자들의 애타는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0일이 지났다.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는 넘쳐나고 있다.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6만 5000여건의 국민 제안 정책을 전달했다고 한다. 모든 결정은 빨리 하는 것보다 바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각 인사가 늦어지더라도 차분하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전진해야 한다. ‘존속적’ 혁신 기업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정부도 과감한 ‘파괴적 혁신’을 구상해야 할 시점이다.
  • 시니어 취준생, 어깨에 드리운 삶의 무게

    시니어 취준생, 어깨에 드리운 삶의 무게

    배낭을 멘 노인이 27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7 60+시니어 일자리 한마당’에 입장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보기술(IT), 물류업, 제조업, 교육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한 100여개 기업은 1200여명의 만 60세 이상 시니어를 채용할 예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1.5%이던 60세 이상 노인 실업률은 지난해 2.6%로 1.1% 포인트 올랐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씨줄날줄] 휴식과 행복지수/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휴식과 행복지수/이동구 논설위원

    올 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는 32개국 중 31위였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순위다. 나라는 잘살아도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들의 행복지수 또한 마찬가지다. OECD 조사 대상국 22개국 중 20위다. 미래세대조차 행복을 느끼며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을 하지 않을 수 없다.행복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삶의 만족도, 미래에 대한 기대, 실업률, 자부심, 희망, 사랑 등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산출된 지표다. 행복지수를 처음 창안한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과 인생상담사 코언에 따르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신에게 시간을 쏟을 수 있어야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또 흥미와 취미를 추구하고, 운동과 휴식을 할 수 있어야 하는 등 8가지 항목을 충족시키는 삶이 돼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다. 시간과 돈을 적절히 사용하며 휴식을 즐길 줄 알아야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몇 해 전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프로젝트로 ‘저녁이 있는 삶’을 주창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저서 ‘저녁이 있는 삶’을 통해 그는 “우리는 정당하게 쉬어야 한다. 정시 퇴근제가 지켜져야 한다. 더이상 휴가 가는 것이 회사 눈치 보는 일이 돼서는 안 된다. 가족, 이웃, 연인, 친구와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부모를 기다리다 지쳐 잠든 어린아이들에게도 행복한 저녁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 국민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와 처방을 함께 내놓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먼저 휴식과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 주겠다고 나섰다. 인사처는 공무원의 휴가 사용률을 높이고, 절약된 휴가비를 재원으로 공무원 인력을 늘려 야근, 휴일근무 등을 없앤다는 계획을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했다. 현재 공무원의 평균 휴가 사용률 48.5%를 100%로 높여 절감되는 연차휴가 보상비(42조 6000여억원)로 9급 공무원 17만 4000여명을 추가 채용할 수 있다고 한다. 6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휴가 사용률을 100%로 높이면 38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제대로 실행된다면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크게 높아지리라 기대해 본다.
  • 충격의 29석… 프랑스 사회당은 왜 몰락했나

    충격의 29석… 프랑스 사회당은 왜 몰락했나

    프랑스 대표 좌파 정당인 사회당이 반세기 역사가 무색하게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18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39)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신당이 과반 의석을 확정 지으며 승리의 축배를 든 반면, 사회당은 창당 48년 만에 군소 정당으로 전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프랑스 좌우 양당정치의 한 축이던 사회당의 몰락은 정통 좌파로서의 야성을 상실하고 오락가락하는 경제정책을 거듭하다 좌우 양쪽 진영으로부터 ‘샌드위치’ 신세에 몰린 탓으로 분석된다.AFP통신은 이날 총선 결선투표 개표 결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민주운동당 연합이 하원 의석 577석 가운데 350석을 확보했고 공화당과 민주독립연합(UDI)의 우파 연합은 131석, 중도 좌파 사회당은 29석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급진 좌파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17석, 극우 성향의 국민전선(FN)은 8석을 확보했다. 직전 집권당으로 지난 총선 당시 280석을 확보했던 사회당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11일 1차 총선 투표에서 이미 참패가 예고됐음에도 사회당의 처지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정치판에 큰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대선에 출마했던 자당 후보 브누아 아몽이 낙선한 것은 물론 당 대표인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 마티아스 페클 전 내무장관 등 내로라하는 중진 의원이 대거 쓴잔을 들이켰다. 1969년 사회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창당된 사회당은 프랑수아 미테랑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독일의 사회민주당, 영국의 노동당과 더불어 유럽을 대표하는 3대 좌파 정당으로 성장했다. 1995년부터 세 차례 우파 성향의 공화국연합과 공화당에 정권을 빼앗기긴 했지만 거대 정당 지위는 고수했다. 사회당의 몰락은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무능과 오락가락한 경제정책, 당내 분열 심화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만성적인 경기침체와 10% 안팎의 실업률, 25%에 육박한 청년실업률, 잇단 테러 등 계속된 악재로 임기 말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4%까지 곤두박질쳤다. 올랑드 정부는 2012년 100만 유로(약 12억 6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75%의 최고세율을 부과하는 부유세를 추진했으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받고 2013년 추징 대상을 개인이 아닌 기업으로 바꿨다. 하지만 세수 확대 효과가 미미해 2015년 부유세를 철회했다. 지난해에는 이와 대조적으로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근로시간 연장과 정리해고 유연성 확보를 위한 노동개혁을 내세웠지만 노동계가 총파업으로 반발하면서 중단됐다. 당시 경제장관으로서 노동개혁을 주도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반발해 장관직을 사퇴하고 사회당에서 탈당했다. 그는 좌파와 우파를 포괄하는 정치를 내세워 대권까지 거머쥐어 사회당 몰락을 가속화시킨 주역이 됐다. 올랑드 정권이 도입한 우파적 노동개혁에 실망한 지지자들은 선명한 좌파 노선을 고수한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극좌 정당 앵수미즈로 몰려갔다. 중도 실용주의를 지지하는 일부는 마크롱의 지지층으로 고스란히 흡수되는 등 사회당의 존재감은 미미해졌다. 여기에 마누엘 발스 전 총리까지 마크롱 지지 선언을 하는 등 당의 분열은 가속화됐다. 사회당 중진인 쥘리앵 드레는 “우리는 이제 사회주의자로서 당의 정체성을 재조직해야 한다”고 뒤늦은 자성을 촉구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청년실업, OECD중 가장 많이 증가

    올 들어 4월까지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많이 악화됐다. 18일 OECD에 따르면 올 4월 한국의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은 11.2%로, 지난해 12월 8.7%에 비해 2.5% 포인트나 뛰었다. OECD 회원국 중에 청년층 실업률이 전 분기보다 상승한 국가는 오스트리아(10.2→10.5%), 이스라엘(6.8→7.1%), 독일(6.6→6.8%), 일본(4.8→5.0%)뿐이다. 한국의 청년층 실업률 상승폭은 이들 국가 중 단연 최고다. 나머지 국가들은 같은 기간 모두 청년층 실업률이 개선됐다. OECD 회원국 평균적으로는 청년층 실업률이 12.6%에서 12.1%로 0.5% 포인트 하락했다. 유럽연합(EU)의 청년층 실업률은 18.1%에서 16.7%로 1.4% 포인트 하락했고, 미국은 10.0%에서 9.4%로 0.6% 포인트 내렸다. 청년층이 아닌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봐도 한국의 실업률 악화는 두드러졌다. 한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3.5%에서 지난 4월 4.0%로 0.5% 포인트 상승했다. 이 또한 OECD 회원국 중 가장 가파른 상승 폭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전체 실업률이 상승한 국가는 한국 외에 핀란드(0.3% 포인트), 이스라엘(0.1% 포인트) 등 2개국뿐이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6.2%에서 5.9%로 0.3% 포인트 하락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취임사 “촛불 민심의 뜻 다시한번 새겨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행정자치부 가족 여러분! 저는 지난 보름 동안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행정자치부가 중앙과 지방을 아우르는 국정운영의 중추 부처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행정자치부의 일원이 되어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을 무한한 기쁨이자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적 기대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막중한 책임감도 느낍니다. 행정자치부 가족 여러분! 이제 우리는‘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촛불 민심의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합니다. 잘못된 관행, 권위적인 문화를 청산하고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부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를 통해 국민 개개인이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면서 제가 앞으로 행정자치부장관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힘을 모아 추진할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진정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시대를열어가야 합니다. 중앙과 지방, 수도권과 비수도권은함께 발전하고 협력해야 할 동반자입니다. 상호간의 소통을 강화하고, 이를 지렛대로 삼아 사무의 과감한 지방이양과 지방재정 확충을 통해실질적인 자치분권 국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분권으로 인해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지 않도록 전국이 골고루 잘 사는 균형발전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특히,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완화시키고 접경·도시 지역과 같은 낙후 지역과 인구급감지역이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정부’를 구현해야 합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유능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새 정부에서는 소통과 참여의 기반을 확대하고 민관협력을 강화하여 국민과 함께 사회문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지능형 정부를 구현하고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행정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셋째, 양질의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여 국가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합니다.지난 4월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11%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청년실업난 해소와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해보다 적극적으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합니다. 또한, 세계 10위권의 경제성장 수준에 걸맞게대국민 공공서비스 분야를 확대하고 그 수준도 높여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국민 현장서비스 분야와 국가경제 활성화 분야를 중심으로 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할 것입니다. 넷째, 새로운 「통합과 상생의 시대」를 열어 가야 합니다. 5·18, 제주4·3사건 등 아직 온전히 해결되지 못한과거사를 제대로 규명하여 희생되고 상처받은 국민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려야 합니다. 우선, 진심어린 대화로 유족들의 마음을 보듬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겠습니다. 또한, 다문화이주민 등 소외계층에 대해서도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공동체를 활성화하여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행정자치부 가족 여러분! 앞서 말씀 드린 과제들은부처와 부처, 중앙과 지방,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성숙한 타협과 공존을 통한 해법 모색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그간 제가 일관되게 지켜온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더욱 강조하고자 합니다. 장관으로서 여러분들과 머리를 맞대어 토론하고격의 없는 대화로 끊임없이 소통하며 최선의 방안을 찾겠습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처럼 항상 순리대로 일을 풀어가고 처리하겠습니다.아울러, 여러분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소신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로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습니다.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불필요한 관행과 형식은 과감히 탈피하여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는 높이되 일과 가정이 양립되는 합리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겠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질책처럼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가마 메는 괴로움’을 모르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도록 늘 경계하겠습니다. 행정자치부 가족 여러분! 전통과 자부심을 가진 국정운영 중추부처의 일원으로서, 항상 긍지와 책임감을 가지고 저와 함께 해주십시오. 여러분의 조국에 대한 헌신이 국민들의 마음에 따뜻하게 녹아들어 국민통합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정성을 다해 일합시다. 감사합니다.
  • [기고] 추경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윤성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지출센터장

    [기고] 추경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윤성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지출센터장

    정부가 지난 7일 국회에 제출한 11조 2000억원 규모의 2017년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 및 민생지원 정책이 담겨 있다. 정부는 일자리 정책을 확대·강화함으로써 경기침체 또는 대량 실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궁극적으로는 저소득층 중심의 가계소득 확대와 소득분배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추경은 하락 추세에 있는 잠재성장률과 출산율 회복을 위해 중요하다. 추경안에 포함된 모든 사업은 일자리와 관련이 있다. 일자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확대를 통해 가계소득과 총수요가 증가하고, 고용과 국내총생산의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기대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일자리는 기업이 창출한다. 기업이 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요와 고용을 창출하고, 정부는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에 직면해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기업 혁신과 총수요 증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이럴 때 정부는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창출·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총수요와 총생산을 증대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만일 정부가 적절한 시점에 이를 수행하지 않으면 경제는 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국민, 특히 저소득층은 큰 고통을 겪게 된다. 추경안에는 청년층에 대한 여러 일자리 지원 사업이 담겨 있다. 청년층 실업은 경기가 나쁜 경우 장기실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실제 우리나라 청년실업률과 장기실업자 수는 증가 추세다. 젊은 시절 일하며 배울 수 있는 경험을 상실하는 것은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중년 이후의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 결과 노년에는 정부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개인의 고통뿐 아니라 정부의 미래 재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머잖아 우리 사회가 직면하게 될 인구구조 변화를 염두에 둘 때, 청년층의 생산성 제고는 우리나라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기에 이들에 대한 지원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추경안에는 치매안심센터 및 병원을 확대, 확충하는 내용이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로 보고되고 있으며 고령인구 증가 추세에 따라 치매 환자가 있는 가구의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치매 환자가 있는 경우, 특히 저소득 가구의 경우에는 가족들의 정상적인 소득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소득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노동참여율이 하락해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치매 환자가 있는 가구의 구성원들이 정상적으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속히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이번 추경은 추가 국채발행 부담 없이 이뤄진다. 하지만 추경안의 계속사업의 경우에는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장기적 재원조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회는 이제 추경안을 놓고 치열한 논의를 벌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는 배제되고, 오직 국민과 국가 경제만을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
  • “장관 인사는 대통령 권한”… 코앞 한·미회담도 고려 ‘정면승부’

    “장관 인사는 대통령 권한”… 코앞 한·미회담도 고려 ‘정면승부’

    文대통령 합법적·국민 지지 판단… 취임 37일째 朴정부 장관과 동거 강 후보자 ‘1기 내각’ 상징적 존재… 낙마 땐 회복 힘든 상처 우려까지 문재인 대통령에겐 여느 정치인과 달리 정치적 결단을 내리면서 ‘정무적 판단’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다. 과연 합법적인가, 그리고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가. 그래야 스스로가 납득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결정을 내린 뒤에는 웬만해선 번복은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을 오랜 기간 지켜본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예고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장관 등 그 밖의 정부 인사(임명)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강조했고, 다섯 차례나 ‘국민(의 판단·몫·지지·뜻)’을 언급했다. 모두발언 말미에는 “저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 주시길 바란다. 외교적 비상 상황 속에서 야당의 대승적인 협력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할 때도 청와대는 “여론조사에서 보듯 국민도 공정거래 정책 적임자로 인정했고… 국민 눈높이에서 검증을 통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면 돌파 배경에는 이 같은 합법적 근거 및 국민 지지에 대한 확신과 더불어 취임 37일째임에도 17개 부처 중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됐을 뿐 여전히 박근혜 정부 장관들과 동거하는 기형적 상황을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과 곧이어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문 대통령의 정상외교 데뷔 무대를 앞두고 외교 수장이 공석이란 현실적 이유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G20을) 외교부 장관 없이 대통령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더불어 가장 먼저 지명할 만큼 ‘문재인 1기 내각’의 상징적 존재인 강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회복하기 힘든 상처가 생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물론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정부조직법 개정,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을 앞두고 야당 협조가 절실한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80%를 웃도는 국정 지지도와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 지표 속에 청와대가 설득을 이어 간다면 야당이 추경을 마냥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란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추경이 무산된 전례가 없다. 최악의 경우 추경이 무산된다고 해도 본예산은 법에 따라 12월 2일 통과되게 돼 있다. 야권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정도 무리수를 던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취업준비자 70만명 돌파…사상 최대

    취업준비자 70만명 돌파…사상 최대

    취업준비자가 사상 처음으로 70만명을 넘어섰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는 73만 5000명으로 전년 동월(65만 6000명) 대비 13%(8만 5000명) 증가했다. 이는 2003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취업준비자 규모가 70만명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5월 기준 취업준비자 규모는 2003년 34만 6000명에 불과했으나 2005년 48만 4000명, 2006년 54만 8000명에 이어 2008년 61만 7000명으로 6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2011년 50만명대로 떨어졌다가 2015년(60만 9000명) 60만명을 다시 돌파했고, 2016년 65만 1000명으로 늘어났다. 취업준비자는 통상 졸업 시즌 직후인 3∼5월에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유독 증가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5월 취업준비자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취업준비를 위해 고시학원, 직업훈련기관 등에 통학하는 경우는 25만 1000명으로 전년 동월(23만 3000명) 대비 7.9%(1만 8000명) 증가했다. 통학을 하지 않고 자택 또는 인근 독서실 등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는 같은 기간 41만 8000명에서 48만 4000명으로 15.8%(6만 6000천명) 급증했다. 취업준비자가 늘어나는 것은 전반적으로 취업준비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 청년층 실업률 상승 등 고용사정이 악화되면서 구직활동에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 또한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적극적 거시정책과 청년 등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고용의 질 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 기준금리 0.25%p 올려 ‘1.25%’…한국과 같아져

    미 기준금리 0.25%p 올려 ‘1.25%’…한국과 같아져

    미국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가 3개월 만에 다시 0.25% 포인트 인상됐다. 이번 금리 인상은 지난 3월 0.25% 포인트 인상 이래 3개월 만이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올해 들어 2번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4일(현지시간) 마감한 이틀간의 정례회의에서 현재 0.75∼1.00%인 기준금리를 1.00∼1.25%로 올렸다고 밝혔다.또 연준은 올해 모두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해 올 하반기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이 16년 만에 최저치인 4.3%로 떨어지는 등 양호한 경제성장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노동시장의 강세가 지속하고 경제활동이 올해 들어 지금까지는 양호하게 상승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물가가 당분간 연준의 중기목표치인 2%를 하회할 것이며 올 초 경기둔화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이라고 연준은 설명했다. 이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1.25%)는 같아지게 됐다. 특히 연준이 시장의 예상대로 올 하반기에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더 높아지게 되는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와 함께 연준은 경제가 예상했던 대로 광범위하게 진전된다면 4조 5000억 달러 규모의 보유자산(밸런스시트)에 대한 축소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실업자 100만’ 5개월째… 제조업 일자리 11개월 연속 감소

    ‘실업자 100만’ 5개월째… 제조업 일자리 11개월 연속 감소

    지난달 건설업 일용직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증가했지만, 전체 실업자는 5개월 연속으로 100만명을 웃도는 등 고용 사정이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는 11개월째 감소했고, 청년체감 실업률은 22.9%로 치솟았다.통계청이 14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82만 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7만 5000명 증가했다. 대규모 주택 준공물량이 마무리 공사에 들어가면서 임시 일자리인 건설 일용직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6만 2000명 늘었는데 일용직 종사자(13만명)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7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 갔다. 다만 감소폭이 2만 5000명으로 지난 1월(16만명)에 비해서는 줄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조선, 해운 등 구조조정 업종의 취업자가 계속 줄고 있지만 수출 개선 등으로 고용 감소세는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 3월에 34만 1000명까지 갔던 서비스업 취업자 증가폭은 더딘 내수 회복세 등으로 지난달에는 23만 3000명으로 둔화됐다. 자영업자 수는 10개월째 증가했다. 다만 증가폭이 지난달 5만 1000명으로 전월(10만 5000명)의 절반으로 꺾였다. 지난달 실업자는 100만 3000명으로 5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어섰다.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1% 포인트 하락한 3.6%였고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0.4% 포인트 떨어진 9.3%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거나 구직을 아예 단념한 사람이 증가하면서 청년체감 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2.9%로 1년 전보다 0.9% 포인트 올랐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달 취업자가 늘기는 했지만 임시 건설 일용직 증가에 따른 것으로 20대 중심의 청년취업 애로는 더 심해졌다”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적극적인 거시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의 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사설] “한 세대 청년 잃을 것”이라고 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회에서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게 된 이유와 내용을 설명하고 국회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본예산 처리를 앞두고 대통령이 국회에 나와 시정연설을 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추경 시정연설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빠른 취임 후 33일 만에 시정연설을 하게 된 것은 일자리 추경이 그만큼 절박하고 시급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물론 일자리 공약은 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다.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려면 추경 말고는 달리 답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한 세대 청년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누구의 공약인지를 떠나 문 대통령의 호소는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고, 정치의 책임은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웠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자리 현주소는 참담하기 그지없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고용절벽이라는 말로도 모자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인 11.2%를 기록했으며, 체감실업률은 무려 24%에 이르고 있다.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라는 얘기로 재난수준이라 할 만하다. 청년실업은 단순히 일자리 하나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우리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것도 근본 원인은 일자리와 직결돼 있다. 직장 없는 청년이 어찌 결혼을 꿈꿀 수 있으며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겠는가. 따라서 청년 일자리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재의 문제이자 국가의 명운이 걸린 미래 중대사인 것이다. 문 대통령이 “방법론에 차이가 있겠지만 좋은 일자리 만들기가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국민의 삶이 고단한 근본 원인을 일자리에서 찾은 것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물론 문 대통령의 진단대로 공공부문만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새가 양 날개로 날듯 공공과 민간이 같이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처럼 수년째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공공부문이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실적이 좋아 증세를 하지 않고도 11조 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행한 일이다. 추경 여력이 있는데 손을 놓고 있다면 직무유기로 비판받아야 한다. 당리당략에 따른 반대는 더더욱 안 된다. 어제 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재계에 손을 내민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공부문이 마중물이 될 테니 양질의 일자리를 민간에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다. 30대 기업이 쌓아 놓은 사내 유보금이 700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곳간에 돈만 쌓아 놓고 뭘 하자는 건가. 모든 일에는 적기가 있는 법이다. 정치권과 기업은 국민의 요구에 화답하길 바란다.
  • [文대통령 첫 시정연설] 일자리 44회·청년 33회 언급… PPT로 실업률 24% 강조도

    [文대통령 첫 시정연설] 일자리 44회·청년 33회 언급… PPT로 실업률 24% 강조도

    “현재의 실업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재난 수준의 경제 위기가 다가올 우려가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못하면 청년 실업을 해결할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란 절박한 인식이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에코붐 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의 주취업 연령대 진입이 계속되는 동안 청년 실업은 국가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듯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시급성을 거듭 역설했다. 특히 ‘재난’이란 단어도 세 번이나 언급하며 현 상황에 대한 냉철한 직시를 주문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역대 최고의 실업자 수, 2000년 이후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한 고용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지난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11.2%, 체감 실업률은 최근 3개월간 24% 안팎으로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다. 문 대통령은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의 소득이 지난해 무려 5.6% 포인트 줄은 반면 소득 상위 20% 계층의 소득은 같은 기간 2.1% 포인트 증가한 데에도 주목했다. 문 대통령은 “제일 잘사는 계층과 못사는 계층 간에 소득 격차가 더 벌어졌다”면서 “특히 주목할 것은 1분위 계층의 소득 감소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가장 어려운 계층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경제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을 내버려두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런 흐름을 바로잡지 않으면 대다수 국민은 행복할 수 없다”며 “지속적인 성장도 어렵다. 통합된 사회로 갈 수 없다. 민주주의도 실질이나 내용과는 거리가 먼 형식에 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에게 추경은 곧 경제 민주주의와 정치·사회적 민주주의를 지켜 낼 마중물인 셈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전문] “일자리는 기본권…국회 함께 합시다” 문 대통령 시정연설

    [전문] “일자리는 기본권…국회 함께 합시다” 문 대통령 시정연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세균 국회의장님과 의원 여러분. 19대 국회 때 바로 이 자리에서 당대표 연설을 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인사드리는 것은 처음이지만, 19대 국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분들이 많아서 친근한 동료의식을 갖고 있습니다.지난 5월 10일, 저는 국회에서 엄숙한 마음으로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습니다. 오늘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이유와 주요 내용을 직접 설명드리고, 의원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역대 가장 빠른 시기의 시정연설이자 사상 최초의 추경시정연설이라고 들었습니다. 국회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치하고자하는 저의 노력으로 받아들여주십시오. 그러나 그 보다 더 주목해주시기를 바라는 것은 일자리 추경의 절박성과 시급성입니다.   한 청년이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했고, 입시보다 몇 배 더 노력하며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청년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발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그 청년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수많은 아들딸들이 이력서 백장은 기본이라고, 이제는 오히려 담담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실직과 카드빚으로 근심하던 한 청년은 부모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에 이렇게 썼습니다.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할게요.” 그 보도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던 것은 모든 의원님들이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부상당한 소방관은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료들에게 폐가 될까 미안해 병가도 가지 못합니다. 며칠 전에는 새벽에 출근한 우체국 집배원이 과로사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일이 말씀드리자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국민들의 고달픈 하루가 매일매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의 책임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분명한 사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맞서는 것이 국민들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국민의 삶이 고단한 근본원인은 바로 일자리입니다. 누구나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 우리의 고용상황이 너무나 심각합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우리 모두는,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기가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이미 통계청에서 발표하여 보도된 내용이지만, 우리의 고용상황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고치, 실업자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 실업은 고용절벽이란 말이 사용될 정도로 매우 심각합니다. 연간 청년실업률은 2013년 이후 4년간 급격하게 높아졌고, 지난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인 11.2%를 기록했습니다. 체감 실업률은 최근 3개월간 24% 안팎, 청년 4명 가운데 1명이 실업자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가 주취업연령대에 진입한 반면에 청년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좋은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에코붐세대의 주취업연령대 진입이 계속되는 동안 청년실업은 국가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도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듯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입니다.   소득분배 악화 상황도 심각합니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의 소득이 2016년에 무려 5.6%나 줄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상위 20% 계층의 소득은 2.1% 늘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금년 1/4분기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제일 잘사는 계층과 못사는 계층 간에 소득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1분위 계층의 소득감소가 5분기 동안,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지표는 좋아지고 있는데, 시장 상인이나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은 외환위기 때 보다 경기가 더 나쁘다고 호소합니다. 실제로 도소매, 음식숙박업 같은 서비스업은 지난 1/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국민들의 지갑이 얇아지니 쓰는 돈이 줄어들었습니다. 시장이며 식당은 장사가 안 되니 종업원을 고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주로 저소득층이 종사하던 일자리가 줄어듭니다. 앞서 말씀드린, 1분위 계층의 소득이 감소하게 된 이유입니다. 극심한 내수불황 속에서 제일 어려운 계층이 벼랑 끝으로 몰렸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불평등 정도는 이미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50%, 절반에 육박합니다. 통계상으로는 OECD국가 가운데 미국에 이어 2위입니다. 과세에서 누락되는 고소득자들의 소득이 많은 실정을 감안하면, 우리의 소득불평등 정도가 미국보다 더 심할지도 모릅니다.   그런터에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잘 살게 되고 못 사는 사람들은 더 못살게 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은 참으로 우려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흐름을 바로잡지 않으면 대다수 국민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성장도 어렵습니다. 통합된 사회로 갈 수도 없습니다. 민주주의도 실질이나 내용과는 거리가 먼 형식에 그치게 됩니다.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대의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리로 나서게 되는 근본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해법은 딱 하나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입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성장의 결과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경제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현재의 실업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재난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습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할지도 모릅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문제의 중심에 일자리가 있습니다. 물론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합니다.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다행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실적이 좋아 증세나 국채발행 없이도 추경예산 편성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대응할 여력이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다면, 정부의 직무유기이고, 나아가서는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가 될 것입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예상 세수 증가분 8조 8000억원과 세계잉여금 1조 1000억원, 기금 여유자금 1조 3000억원을 활용하여 총 11조 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중심 추경예산안을 편성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이번 추경 예산은 재난에 가까운 실업과 분배악화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긴급처방일 뿐입니다. 근본적인 일자리 정책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할 국가적 과제입니다. 그러나 빠른 효과를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일은 하는 정부’입니다. 그것이 책임 있는 정부입니다. 일자리 대책, 이번 하반기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의원님들께서 협력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시급한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마중물이 되어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촉진되기를 특별히 기대하고 요청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이제, 추경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려고 하는지 보고 드리겠습니다.   추경 목적에 맞게 일자리와 서민생활 안정에 집중하였습니다. 항구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규모 SOC사업은 배제했습니다. 대신 육아휴직급여,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등 지난 대선에서 각 당이 내놓은 공통공약을 최대한 반영했습니다.   추경예산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 드리면, 첫째,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최우선 순위를 두었습니다.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거나, 취업과 창업을 돕는 예산입니다. 정부가 직접 고용하는 일자리는 두 가지를 고려했습니다. 안전, 복지, 교육 등 국민 모두를 위한 민생서비스 향상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충원이 꼭 필요했던 현장 중심의 인력으로 한정했습니다.   먼저 소방관입니다.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 되었지만 그에 따른 인원 증원이 없었습니다. 법정 인원에 비해 턱없이 수가 부족해 소방차와 119 구조차량이 탑승 인력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지난해 태풍 때 구조대원이 부족해 대체 투입되었던 구급대원이 순직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다음은 복지 공무원입니다. 올해 초, 한 달 간격으로 세 명의 복지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을 정도로 살인적인 업무량과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근로감독관도 부족합니다. 감독관 1명이 근로자 1만 2000여명, 사업장 1500여 개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저임금 위반이나 아르바이트비 체불 등은 단속할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그밖에도 경찰관, 부사관, 군무원, 집배원, 가축방역관 등까지 합쳐 국민 안전과 민생 현장에서 일할 중앙과 지방 공무원 1만 2000명을 충원해 민생서비스를 개선하겠습니다. 보육교사, 노인돌봄서비스, 치매관리서비스, 아동안전지킴이 등 민간이 고용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도 지원하고자 합니다. 추경이 통과되면,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필요한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2만 4000개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상의 공공부문 일자리는 사실상 청년 일자리입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인 동시에 민생수요에 비해 수가 부족했던 현장인력을 확충하는 것인 만큼 청년실업 해소와 민생사회서비스 향상의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됩니다.   이번 추경으로 민간부문에서도 청년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돕고자 합니다. 중소기업 청년고용지원제도를 신설해 중소기업의 청년취업문을 넓히겠습니다. 중소기업이 청년 두 명을 채용하면, 추가로 한 명을 더 채용할 수 있게끔 추가 고용 한 명의 임금을 국가가 3년간 지원하겠습니다. 이번 추경으로 5000명의 추가채용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줄여주는 예산도 편성했습니다. 내일채움공제의 적립금과 대상인원을 대폭 확대하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청년들도 목돈을 마련할 수 있고,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보다 많은 청년들이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게 돕겠습니다. 청년창업지원펀드 확대 등으로 청년 창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겠습니다. 또한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3000억원 규모의 ‘재기지원펀드’ 신설도 포함시켰습니다.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의 고단함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습니다.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신설해서 구직활동을 하는 3개월간 월 30만원씩 우선 지원하고자 합니다. 내년도 예산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실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년들의 거주난도 도울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적은 비용으로 출퇴근에 용이한 역세권에 거주할 수 있도록 다가구 임대주택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번 추경에는 2,700호분 공급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지금의 청년세대를 두고 ‘부모세대보다 못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청년들에게만 속 상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자식들만은 우리보다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부모들에게도 가슴이 미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청년 일자리는 자식들의 문제이자 부모들의 문제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함께 팔 걷어 부치고 나서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둘째, 여성들에게 일할 기회를 늘려주고 가정의 행복을 돕는 예산입니다. 육아 휴직을 해도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출산 첫 3개월의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두 배까지 늘리도록 했습니다. 육아휴직은 끝났는데, 당장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여성경력단절은 여성과 가정, 국가에 모두 손실입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올해 예정한 지원규모보다 두 배 늘려 360개를 신규 설치함으로써 부모들의 육아부담을 덜어드리겠습니다. 민간 어린이집이 없는 지역에 신설하거나 운영이 어려운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방법 등으로 민간과 상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이집 보조교사, 대체교사를 늘리면 일자리도 늘고, 교사들도 법정 근로시간을 지킬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더 많은 보살핌을 받을 수 있습니다. 5000명을 충원하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다시 일하고 싶은 여성들이 보다 쉽게 일자리를 찾도록 돕는 예산도 있습니다. 새일센터에 창업매니저와 취업설계사를 새로 배치하고, 직업교육 과정을 확대하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미세먼지는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됐습니다.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미세먼지 측정 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학교장이 즉시 대응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셋째, 어르신들의 일자리와 건강을 위한 예산입니다. 어르신들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할 수 있어야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습니다. 노인 빈곤률과 자살률이 OECD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불명예와 불효,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우선 노인 공공일자리를 3만개 늘리고 일자리 수당을 월 22만원에서 월 27만원으로 인상하는 예산을 반영했습니다. 은퇴자의 기술과 경험이 청년 창업자들과 만나면 어르신 일자리도 늘리고 청년 창업도 도울 수 있습니다. 청년 창업자와 공동창업으로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륜을 살리는 일자리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치매는 국민 모두의 공포입니다. 어르신들도, 가족들도 그 고통을 혼자 감당해서는 안 됩니다. 치매국가책임제,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전국 통틀어 47개소에 불과한 치매안심센터를 252개로 늘리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전국 모든 시군구에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되면 치매 상담은 물론 조기 검진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여드릴 것입니다.   넷째, 지역에 밀착한 일자리를 만들고, 취약한 민생과 국민안전을 강화하는 예산입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하수관거 정비 등 낙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늘리면서 주민들 삶의 질을 개선하는 사업입니다. 특히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도시경쟁력을 강화시켜 지역경제를 살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기초생활보장제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위한 제도입니다. 불합리한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하여 제도 수혜자를 4만 1000가구 늘리고자 합니다.   구의역 사고 같은 비극은 다시, 없어야 합니다. 스크린도어 안전 보호벽을 개선하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국민안전을 강화하는 동시에 관련 업종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추경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 3조 5000억원이 지원됩니다. 지방정부들도 이번 추경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지원 예산을 일자리 정책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민생 관련 사업에 중점 사용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원 여러분.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약 11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서민들의 생활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응급처방이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는 국민들에게 생명이며, 삶 그 자체입니다.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국민 기본권입니다.   국민들은 버틸 힘조차 없는데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국민이 힘들면 지체 없이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국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게 정부고, 그게 국가라는 판단으로 편성한 예산입니다. 국회가 함께 해주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국회는 올해 초 환경미화원을 직접 고용했습니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선도적인 노력을 국회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저도 단단히 마음먹고 있습니다. 단 1원의 예산도 일자리와 연결되게 만들겠다는 각오입니다. 정부의 모든 정책 역량을 일자리에 집중할 것입니다.   국회와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야당과 여당이 함께 힘을 합해야 합니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함께 합시다. 마음 놓고 일하고 싶다는 국민들의 절박한 호소에 응답합시다.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껴안읍시다. 일자리에서부터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고, 야당과 여당이 협력하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께도 큰 위안이 될 것입니다.   이번 추경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되어 기대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합니다. 정부는 국회가 추경을 확정하는 대로 바로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다하겠습니다.   정부는 비상시국에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저와 정부도 국회를 존중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협의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문재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한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 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확충에 필요한 추경예산의 용도를 설명하고 “일자리 대책이 하반기부터 바로 시작될 수 있도록 의원들께서 협력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세균 국회의장님과 의원 여러분. 19대 국회 때 바로 이 자리에서 당 대표 연설을 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인사드리는 것은 처음이지만, 19대 국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분들이 많아서 친근한 동료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0일, 저는 국회에서 엄숙한 마음으로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습니다. 오늘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이유와 주요 내용을 직접 설명드리고 의원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역대 가장 빠른 시기의 시정연설이자 사상 최초의 추경시정연설이라고 들었습니다. 국회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치하고자하는 저의 노력으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그러나 그보다 더 주목해주시기를 바라는 것은 일자리 추경의 절박성과 시급성입니다. 한 청년이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했고, 입시보다 몇 배 더 노력하며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청년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발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그 청년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수많은 아들딸들이 이력서 백 장은 기본이라고, 이제는 오히려 담담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실직과 카드빚으로 근심하던 한 청년은 부모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에 이렇게 썼습니다.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할게요.” 그 보도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던 것은 모든 의원님들이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부상당한 소방관은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료들에게 폐가 될까 미안해 병가도 가지 못합니다. 며칠 전에는 새벽에 출근한 우체국 집배원이 과로사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일이 말씀드리자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국민들의 고달픈 하루가 매일매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의 책임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분명한 사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맞서는 것이 국민들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국민의 삶이 고단한 근본 원인은 바로 일자리입니다. 누구나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 우리의 고용상황이 너무나 심각합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우리 모두는,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기가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이미 통계청에서 발표하여 보도된 내용이지만, 우리의 고용상황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고치, 실업자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 실업은 고용절벽이란 말이 사용될 정도로 매우 심각합니다. 연간 청년실업률은 2013년 이후 4년간 급격하게 높아졌고, 지난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인 11.2%를 기록했습니다. 체감 실업률은 최근 3개월간 24% 안팎, 청년 4명 가운데 1명이 실업자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가 주 취업 연령대에 진입한 반면에 청년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좋은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에코붐 세대의 주 취업 연령대 진입이 계속되는 동안 청년실업은 국가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도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듯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입니다. 소득분배 악화 상황도 심각합니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의 소득이 2016년에 무려 5.6%나 줄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상위 20% 계층의 소득은 2.1% 늘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금년 1/4분기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제일 잘사는 계층과 못사는 계층 간에 소득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1분위 계층의 소득감소가 5분기 동안,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지표는 좋아지고 있는데, 시장 상인이나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은 외환위기 때보다 경기가 더 나쁘다고 호소합니다. 실제로 도소매, 음식숙박업 같은 서비스업은 지난 1/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국민들의 지갑이 얇아지니 쓰는 돈이 줄어들었습니다. 시장이며 식당은 장사가 안되니 종업원을 고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주로 저소득층이 종사하던 일자리가 줄어듭니다. 앞서 말씀드린, 1분위 계층의 소득이 감소하게 된 이유입니다. 극심한 내수불황 속에서 제일 어려운 계층이 벼랑 끝으로 몰렸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불평등 정도는 이미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50%, 절반에 육박합니다. 통계상으로는 OECD 국가 가운데 미국에 이어 2위입니다. 과세에서 누락되는 고소득자들의 소득이 많은 실정을 감안하면, 우리의 소득 불평등 정도가 미국보다 더 심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터에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잘살게 되고 못사는 사람들은 더 못살게 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은 참으로 우려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흐름을 바로잡지 않으면 대다수 국민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성장도 어렵습니다. 통합된 사회로 갈 수도 없습니다. 민주주의도 실질이나 내용과는 거리가 먼 형식에 그치게 됩니다.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대의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리로 나서게 되는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해법은 딱 하나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입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성장의 결과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경제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현재의 실업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재난 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습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문제의 중심에 일자리가 있습니다. 물론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합니다.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 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다행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 실적이 좋아 증세나 국채발행 없이도 추경예산 편성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대응할 여력이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다면, 정부의 직무유기이고, 나아가서는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가 될 것입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예상 세수 증가분 8조 8천억원과 세계잉여금 1조 1천억원, 기금 여유자금 1조 3천억원을 활용하여 총 11조 2천억원 규모의 일자리 중심 추경예산안을 편성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이번 추경예산은 재난에 가까운 실업과 분배악화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긴급 처방일 뿐입니다. 근본적인 일자리 정책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입니다. 그러나 빠른 효과를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국민에게 필요한 일은 하는 정부’입니다. 그것이 책임 있는 정부입니다. 일자리 대책, 이번 하반기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의원님들께서 협력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시급한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마중물이 되어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촉진되기를 특별히 기대하고 요청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이제, 추경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려고 하는지 보고 드리겠습니다. 추경 목적에 맞게 일자리와 서민 생활 안정에 집중하였습니다. 항구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규모 SOC 사업은 배제했습니다. 대신 육아휴직급여,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등 지난 대선에서 각 당이 내놓은 공통공약을 최대한 반영했습니다. 추경예산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 드리면, 첫째,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최우선 순위를 두었습니다.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거나, 취업과 창업을 돕는 예산입니다. 정부가 직접 고용하는 일자리는 두 가지를 고려했습니다. 안전·복지·교육 등 국민 모두를 위한 민생서비스 향상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충원이 꼭 필요했던 현장 중심의 인력으로 한정했습니다. 먼저 소방관입니다.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 되었지만 그에 따른 인원 증원이 없었습니다. 법정 인원에 비해 턱없이 수가 부족해 소방차와 119 구조 차량이 탑승 인력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지난해 태풍 때 구조대원이 부족해 대체 투입되었던 구급대원이 순직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다음은 복지 공무원입니다. 올해 초, 한 달 간격으로 세 명의 복지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을 정도로 살인적인 업무량과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근로감독관도 부족합니다. 감독관 1명이 근로자 1만 2천여 명, 사업장 1천5백여 개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저임금 위반이나 아르바이트비 체불 등은 단속할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그 밖에도 경찰관, 부사관, 군무원, 집배원, 가축방역관 등까지 합쳐 국민 안전과 민생 현장에서 일할 중앙과 지방 공무원 1만 2천명을 충원해 민생서비스를 개선하겠습니다. 보육교사, 노인돌봄서비스, 치매관리서비스, 아동안전지킴이 등 민간이 고용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도 지원하고자 합니다. 추경이 통과되면,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필요한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2만 4천개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상의 공공부문 일자리는 사실상 청년 일자리입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인 동시에 민생수요에 비해 수가 부족했던 현장인력을 확충하는 것인 만큼 청년실업 해소와 민생사회서비스 향상의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됩니다. 이번 추경으로 민간부문에서도 청년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돕고자 합니다. 중소기업 청년고용지원제도를 신설해 중소기업의 청년취업문을 넓히겠습니다. 중소기업이 청년 두 명을 채용하면, 추가로 한 명을 더 채용할 수 있게끔 추가 고용 한 명의 임금을 국가가 3년간 지원하겠습니다. 이번 추경으로 5천명의 추가채용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줄여주는 예산도 편성했습니다. 내일채움공제의 적립금과 대상인원을 대폭 확대하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청년들도 목돈을 마련할 수 있고,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보다 많은 청년들이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게 돕겠습니다. 청년창업지원펀드 확대 등으로 청년 창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겠습니다. 또한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3천억 원 규모의 ‘재기지원펀드’ 신설도 포함시켰습니다.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의 고단함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습니다.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신설해서 구직활동을 하는 3개월간 월 30만원씩 우선 지원하고자 합니다. 내년도 예산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실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년들의 거주난도 도울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적은 비용으로 출퇴근에 용이한 역세권에 거주할 수 있도록 다가구 임대주택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번 추경에는 2,700호분 공급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지금의 청년세대를 두고‘부모세대보다 못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청년들에게만 속 상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자식들만은 우리보다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부모들에게도 가슴이 미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청년 일자리는 자식들의 문제이자 부모들의 문제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함께 팔 걷어붙이고 나서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둘째, 여성들에게 일할 기회를 늘려주고 가정의 행복을 돕는 예산입니다. 육아휴직을 해도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출산 첫 3개월의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두 배까지 늘리도록 했습니다. 육아휴직은 끝났는데, 당장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여성경력단절은 여성과 가정, 국가에 모두 손실입니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올해 예정한 지원규모보다 두 배 늘려 360개를 신규 설치함으로써 부모들의 육아 부담을 덜어드리겠습니다. 민간어린이집이 없는 지역에 신설하거나 운영이 어려운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방법 등으로 민간과 상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이집 보조교사, 대체교사를 늘리면 일자리도 늘고, 교사들도 법정 근로시간을 지킬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더 많은 보살핌을 받을 수 있습니다. 5천명을 충원하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다시 일하고 싶은 여성들이 보다 쉽게 일자리를 찾도록 돕는 예산도 있습니다. 새일센터에 창업매니저와 취업설계사를 새로 배치하고, 직업교육 과정을 확대하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미세먼지는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됐습니다.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미세먼지 측정 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학교장이 즉시 대응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셋째, 어르신들의 일자리와 건강을 위한 예산입니다. 어르신들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할 수 있어야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습니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불명예와 불효,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우선 노인 공공일자리를 3만개 늘리고 일자리 수당을 월 22만원에서 월 27만원으로 인상하는 예산을 반영했습니다. 은퇴자의 기술과 경험이 청년 창업자들과 만나면 어르신 일자리도 늘리고 청년 창업도 도울 수 있습니다. 청년 창업자와 공동창업으로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륜을 살리는 일자리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치매는 국민 모두의 공포입니다. 어르신들도, 가족들도 그 고통을 혼자 감당해서는 안 됩니다. 치매국가책임제,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전국 통틀어 47개소에 불과한 치매안심센터를 252개로 늘리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전국 모든 시군구에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되면 치매 상담은 물론 조기 검진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여드릴 것입니다. 넷째, 지역에 밀착한 일자리를 만들고, 취약한 민생과 국민 안전을 강화하는 예산입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하수관거 정비 등 낙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늘리면서 주민들 삶의 질을 개선하는 사업입니다. 특히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도시경쟁력을 강화시켜 지역경제를 살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기초생활보장제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위한 제도입니다. 불합리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여 제도 수혜자를 4만1천 가구 늘리고자 합니다. 구의역 사고 같은 비극은 다시, 없어야 합니다. 스크린도어 안전 보호벽을 개선하는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국민 안전을 강화하는 동시에 관련 업종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추경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 3조 5천억 원이 지원됩니다. 지방정부들도 이번 추경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지원 예산을 일자리 정책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민생 관련 사업에 중점 사용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드립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원 여러분,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약 11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서민들의 생활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응급처방이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는 국민들에게 생명이며, 삶 그 자체입니다.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국민 기본권입니다. 국민들은 버틸 힘조차 없는데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국민이 힘들면 지체 없이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국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게 정부고, 그게 국가라는 판단으로 편성한 예산입니다. 국회가 함께 해주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국회는 올해 초 환경미화원을 직접 고용했습니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선도적인 노력을 국회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저도 단단히 마음먹고 있습니다. 단 1원의 예산도 일자리와 연결되게 만들겠다는 각오입니다. 정부의 모든 정책역량을 일자리에 집중할 것입니다. 국회와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야당과 여당이 함께 힘을 합해야 합니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함께 합시다. 마음 놓고 일하고 싶다는 국민들의 절박한 호소에 응답합시다.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껴안읍시다. 일자리에서부터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고, 야당과 여당이 협력하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께도 큰 위안이 될 것입니다. 이번 추경이 이른 시일 내에 통과되어 기대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합니다. 정부는 국회가 추경을 확정하는 대로 바로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다하겠습니다. 정부는 비상시국에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저와 정부도 국회를 존중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협의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상=국회방송, 서울신문 유튜브 채널연합뉴스
  •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요람’부터 장애인 복지… “1명 고용땐 年1000만원 경제 효과”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요람’부터 장애인 복지… “1명 고용땐 年1000만원 경제 효과”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 헨리 투호이(19)는 태어날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다. 듣지 못하니 말도 할 수 없게 됐고, 학교에서 심각한 따돌림을 당했다. “친구들이 제 바로 앞에서 ‘불쌍한 놈’이라고 했어요. 들을 순 없지만 입 모양을 보면 무슨 말인지 어렴풋이 알죠. 저는 길을 잃은 것 같았어요.”투호이의 학창 생활을 지켜보던 뉴질랜드 정부는 정규학교에선 적응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오클랜드의 켈스턴 청각장애학교로 전학시켰다. 투호이가 11살 때였다. 1960년 설립된 이 학교는 100여명의 청각장애 학생에게 유치원과 초·중·고교 전 과정(13학년)을 단계적으로 가르친다. 특수학교라고 해서 정규학교와 다른 걸 가르치지는 않는다. 국어·수학·역사 등 교과과정은 똑같고 수화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만 다르다. “교육을 받는다는 건 제 정당한 권리라는 걸 깨달았어요. 듣고 말하는 것만 빼면 제가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장애는 더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았어요.” 전학 후 방황에서 벗어난 투호이는 최근 수도 웰링턴의 한 대학에 합격해 수화교사 자격 과정을 밟고 있다. 언젠가 이 학교 교단에 서서 다른 청각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꿈이다. 낙오자가 될 뻔했던 투호이가 복지를 통해 어엿한 사회의 ‘일꾼’이 된 것이다.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것으로 평가받는 뉴질랜드 장애인 복지는 ‘요람’에서부터 시작된다. 산부인과 의료진은 태어난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정부기관인 ‘장애지원 평가조정 서비스’(NACS)에 신고한다. NACS 조사원이 직접 가정을 찾아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고 지원 수위를 결정한다. 아이를 부모 대신 돌볼 도우미가 필요한지, 휠체어 등 특수 장비가 필요한지, 집이나 자동차를 아이 상태에 맞게 개조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검토한다. 아이가 크면 필요한 게 바뀌기 때문에 3년마다 다시 조사한다.장애가 확인되면 전담교사와 심리치료사, 언어치료사, 신경발달치료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전문가가 배정돼 만 5세까지 아이를 돌본다.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면 교육부가 책임진다. 뉴질랜드는 1989년부터 장애 아동도 비장애 아동이 다니는 정규학교에 다닐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장애 아동 부모는 입학 1년 전 학교에 각종 편의시설 설치를 요구할 수 있다. 입학 3개월 전에는 담임과 면담을 갖고 아이가 어떤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논의한다. 교육부에 담임 외 자녀를 돌볼 별도의 도우미 교사와 통학을 위한 택시 비용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정규학교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받고 싶다면 전국 28개 특수학교 중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다. 투호이처럼 정부가 전학을 결정하기도 한다. 특수학교는 주기적으로 정규학교와 공동 수업을 진행하며 장애 아동이 비장애 아동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장애 아동이 사회에 나갔을 때 비장애인과 어울리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톰 푸르비스 켈스턴 청각장애학교 교장은 “뉴질랜드 교육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포용(Inclusion)”이라며 “학생이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꿈을 이루는 데 걸림돌이 없도록 학교가 돕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의무교육 과정이 끝난 뒤에도 성공적인 사회 정착을 위한 지원은 계속된다. 뉴질랜드 대학들은 장애 학생을 위한 별도의 학사 과정을 운영하며 노트 필기, 수화 통역, 특수 전화 및 컴퓨터 키보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복지정책을 담당하는 사회개발부는 심각한 장애를 앓는 고교 및 대학 졸업반 학생을 대상으로 1년간 취업이나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알선한다. 부모로부터 독립한 장애인은 다른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그룹 홈’에서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거나 혼자 살면서 일정 시간 도우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오클랜드에서 활동하는 한인 사회복지사 봉원곤씨는 “모든 사람은 어떤 능력이나 기능이 떨어지는 장애가 있기 마련이고, 장애인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증상이 좀더 심할 뿐”이라며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 못지않은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게 뉴질랜드 복지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2001년 범정부 차원의 ‘장애인 정책’(Disability Strategy)을 수립한 뒤 꾸준히 제도를 발달시켰다. 2006년에는 영어, 마오리어에 이어 수화가 세 번째 공식 언어로 인정됐다. 정규학교에서도 수화 교육이 이뤄져 인구 440만명 중 2만명(0.5%)이 수화를 할 수 있다. 이 중 청각장애인은 4000명이고, 나머지는 수화가 주된 의사 표현 방식이 아님에도 배운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권리 찾기 운동인 ‘피플퍼스트’(People First)가 활발하게 전개돼 이들의 인권도 크게 신장됐다. 지난해에는 출생 과정에서 뇌 손상을 입은 피플퍼스트 활동가 로버트 마틴이 발달장애인 가운데 처음으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돼 전 세계에 감동을 안겼다. 트리시 그랜트 뉴질랜드 지적장애인협회(IHC) 지원담당 이사는 “지적장애인 등 발달장애인은 다른 장애인에 비해 지원제도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며 “마틴의 유엔 위원 선출은 발달장애인도 훌륭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간 뉴질랜드의 장애인 복지는 인도주의적 측면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한다. 장애인은 돌봐야 하는 약자가 아닌 함께 성장해야 할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이다. 장애지원처는 지난해 ‘장애인 정책 2016~2026’을 새로 수립하고 향후 10년간 ▲교육 ▲고용 및 경제적 안정 ▲건강과 웰빙 ▲권리 보호 ▲사회 접근성 ▲자존감 ▲자아실현 ▲리더십 고양 등 8개 분야에서 장애인의 삶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기로 했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는 그간 정책이 장애인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시작됐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13년 기준 뉴질랜드의 장애인 고용률은 45%로 비장애인 72%보다 크게 낮았다. 이해 뉴질랜드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장애인 고용 모범국가로 선정됐지만 현실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던 것이다. 뉴질랜드 경제연구소(NZIER)는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장애인 실업률(9.2%)을 사회 평균(6.1%)과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하면 연간 14억 5000만 뉴질랜드달러(약 1조 1700억원)의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2015년 기준 뉴질랜드 GDP가 195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0.6% 증가 효과를 내는 셈이다. 또 연간 2200억원의 장애인 실업급여를 재정에서 아낄 수 있다. 국책 연구기관 ‘워크브리지’도 지난해 장애인 일자리 1개가 만들어질 때마다 연간 1000만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장애인을 사회에 동참시키면 국가경제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동부의 작은 도시 타우랑가 출신의 브렌디 와테네파울(19·여)은 어릴 적부터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다.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인 그는 조만간 오클랜드의 한 전문대학에 입학해 제빵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울 예정이다. “아마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저는 요리사의 꿈을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뉴질랜드에선 수화로도 얼마든지 요리를 배울 수 있어요. 저는 귀가 들리지 않을 뿐 손재주는 정말 뛰어나거든요. 제 솜씨로 많은 사람에게 맛있는 빵을 만들어 줄 겁니다.” 글 사진 오클랜드·웰링턴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사설] 일자리 추경, 무조건 반대 말고 실행 기회 줘야

    ‘문재인 정책 1호’인 11조 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정부는 7일 국회에 제출한 뒤 이달 27일 안 임시국회 처리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추경안은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선심성 지역 예산을 배제한 채 일자리 창출 위주로 짜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00년 이후 모두 15차례 추경을 편성했지만 일자리 추경이란 이름으로는 처음이다. 이번 추경예산 중 중앙정부가 일자리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쓸 예산은 5조 4000억원이다. 중앙정부의 직접 지출액 7조 7000억원의 70% 규모다. 새 일자리 창출에만 4조 2000억원이 들어간다. 공무원 1만 2000명을 포함한 공공부문 일자리 7만 1000개, 고용서비스와 창업 지원 등을 통한 간접고용 3만 9000개 등 11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일자리 증가 등으로 가계소득이 늘어나는 등의 효과를 내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각각 0.2% 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야 3당의 추경안 반대 입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다. 야권이 추경에 반대하는 큰 이유는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것과 재정 부담이다. 그러나 일자리 추경이 국가재정법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청년 실업은 분명히 재난에 가깝다. 4월 청년 실업률이 11%를 웃돌면서 실업자는 120만명에 달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 들어 청년 체감실업률은 무려 24%로 치솟았다. 야당이라고 해서 청년 넷 중 한 명이 백수라는 점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국가 경제의 동량이 돼야 할 청년들이 꿈 잃은 백수 신세로 넘쳐나는 이 현실이 경제·사회적으로 비상 상황 아니면 뭐란 말인가. 과거에도 청년 실업 대책 명분으로 추경을 편성한 사례가 있다. 이번 일자리 추경은 과거와 달리 국채 발행 등 빚을 내지 않고 세수 증가분 등을 활용함으로써 재정건전성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토의는 충분히 하되 발목잡기를 위한 반대는 곤란하다. 정치권은 “문 대통령 취임 기념 낙하산 추경”이라는 식으로 본질을 호도하지 말기 바란다. 우선 정부에 추경을 실행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 추경안의 세부적인 내용이 제대로 방향에 맞게 짜였는지, 중소기업 채용 지원 방식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촘촘히 따지는 것이 지금 의원들이 할 일이다.
  • 당정청 “초기 국정 동력 성패 달려” 추경·정부조직개편 ‘쌍끌이’ 총력

    당정청 “초기 국정 동력 성패 달려” 추경·정부조직개편 ‘쌍끌이’ 총력

    정부와 여당이 6월 임시국회 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정부조직개편안을 처리하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속한 내각 구성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과 일자리 추경을 통한 대선 공약 이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추경 및 정부조직 개편의 조속 처리를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당장 급한 것은 새 정부를 빨리 구성해 가장 시급한 일에 착수하는 것”이라면서 “청년실업률 폭등 같은 시급한 민생 현안과 소득 양극화의 우려스러운 상황을 빨리 제어하는 등 당면한 문제의 해법으로 일자리 추경을 제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번 국회에서 일자리 추경과 오늘 논의하게 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내각 구성이 완료돼 본격적인 국정 운영이 가동될 수 있도록 당력을 최대한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정례적으로 고위 당정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오늘 문재인 정부의 첫 고위 당정회의에서 당·정·청 간의 소통 채널을 활성화하자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면서 “고위 당정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원활한 당정 간 업무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당 정책위원회 산하 5개 정책조정위원회를 6개로 개편하는 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이번 주 ‘의원 입법’ 형태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의원 입법을 추진하는 이유는 빨리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정부 입법의 경우 입법예고 등 절차를 밟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보통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대표 발의자에는 여당 원내대표가 이름을 올린다. 기획재정부도 7일 총 11조 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경 논의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직접 일자리 추경 통과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최단 기간을 기록할지도 관심사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52일 만에 처리됐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32일, 노무현 정부에서는 41일 만에 통과됐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소득 주도 성장 첫발… ‘고용주 정부’·재정 악화 논란도

    출범 한 달도 되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청년·여성·노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확충에 초점을 맞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이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업→소득 감소→빈부차 확대→내수(소비·투자)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마중물로 삼아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공공부문에 발맞춰 민간부문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면 정권 초기부터 ‘포퓰리즘’과 재정 건전성 악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추경의 요건으로 ‘대량 실업 발생 우려’를 제시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였던 2015년 9.2%를 넘어섰고, 올 들어서도 매월 10%대를 넘나드는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인 제조업 취업자 수는 구조조정의 여파로 지난 4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 갔다. 퇴직 및 은퇴자들이 음식·숙박업 등에 뛰어들면서 자영업자는 9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일자리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그 결과 5분위 배율과 함께 지니계수, 상대적 빈곤율 등 3대 분배지표가 모두 악화되는 등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추경으로 만들어지는 11만개의 일자리 가운데 7만 1000개가 공공부문 일자리다. 이 중 상당수가 소방, 경찰,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보육교사 등 사회서비스 분야다. 또 치매·중증장애 가구 지원 등 일자리 여건까지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고용 취약계층이 나쁜 일자리만 전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까지 개선해 장기적인 고용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일자리 증가→소득 증가→소비 증가→투자 증가→일자리 증가’의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는 민간부문도 정부 정책에 호응해 일자리를 늘릴 때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지적이 나온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이 0.2~0.4% 포인트 상승할 수 있지만 이는 민간지출을 유도하는 마중물 역할을 잘 한다고 할 때 예상 가능한 것”이라면서 “일자리 100일 계획이 목표로 하는 일자리 창출 기반 강화와 질 제고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 등 환경 변화로 수요가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는 필요하므로 사회복지, 보육, 요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공무원 증원은 향후 연금 지출이나 임금 지출을 통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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