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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교안, 청와대 앞에서 “문 대통령 혼자서 다른 세상 살고 있다”

    황교안, 청와대 앞에서 “문 대통령 혼자서 다른 세상 살고 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문 정권 민심 역주행 결정판은 조국…꿈에서 깨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다른 세상에 혼자 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마련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단상에 올라 “문 대통령은 현실 인식부터 국정 운영까지 우리 국민과 전혀 다른 세상에 혼자 살고 있다”면서 “정신 차리고 제발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문재인 정권 민심 역주행의 결정판은 바로 조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의 계속된 수사로 조국과 그 일가의 비리, 정권 실세들의 권력형 비리까지 낱낱이 밝혀지고, 조국이 직접 증거인멸 범죄에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났다”면서 “지금이라도 파면하고, 수사외압과 수사 방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민 분노와 저항의 불길이 청와대 담장을 넘기 전에 잘못된 꿈에서 깨어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황교안 대표는 “국민은 IMF 때보다도 더 힘들다고 절규하는데 대통령은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가짜뉴스를 만들고 혼자서 정신 승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외교·안보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보인다고 했는데 북한이 올해 열 번이나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고, 한미동맹 무너뜨리면서 한미일 공조 깨뜨린 게 뚜렷한 성과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대통령 순방길에 외교부 장관과 청와대 안보차장이 공개적으로 싸움판을 벌였는데 이게 정상적인 나라가 맞느냐”면서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오만방자한 외교·안보라인을 즉각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보훈처가 북한의 목함지뢰에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公傷) 판정을 내린 데 대해서는 “나라를 위해서 희생한 청년에게 최고의 예우를 해줘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공로를 깎으려 드는 정권이 과연 정상이냐”면서 “더불어민주당 출신 보훈심사위원장을 비롯해서 이념적으로 편향된 심사위원들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최순실 “내 은닉재산 수조원대?”…안민석 의원 고소

    최순실 “내 은닉재산 수조원대?”…안민석 의원 고소

    “조국 청문회 보면서 ‘내로남불’ 고소 결심”‘사드 도입 관여’ 의혹 부인…“사실무근이다” 국정농단의 ‘비선 실세’로 구속 수감 중인 최순실(63·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자신이 거액의 재산을 숨겨두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고소했다. 최순실씨는 17일 오전 안민석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서 최순실씨는 “독일 검찰이 독일 내 최순실 재산을 추적 중인데 돈 세탁 규모가 수조원대”라거나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재산이 최태민 일가로 흘러 들어가 최순실씨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취지의 안민석 의원의 발언이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최순실의 은닉 재산은 밝혀진 것만 2조원 또는 10조원”, “박 전 대통령이 축적한 재산은 정유라로 승계가 끝났다”라고도 주장했지만 이 역시 허위라고 최순실씨는 밝혔다. 최순실씨는 ‘일가의 재산이 2730억원이며 이 가운데 최순실씨 소유 재산은 500억원’이라는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결과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최순실씨는 자신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에 관여했다는 의혹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안민석 의원은 2016년 11월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6월 최씨가 록히드마틴 회장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최순실씨는 “최근 조국 청문회를 보면서 그 당시 부모로서 딸과 사위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안타까움과 법치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9회] “이재용 영장청구서, 유일하게 대면 보고···위법하다 생각 안해”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9회] “이재용 영장청구서, 유일하게 대면 보고···위법하다 생각 안해”

    박상언 두 번째 출석 “중요 사건 영장청구서 종국 전 보고받아”“이재용 영장청구서는 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 직접 대면 보고”“내용 외부 유출이 아니라면 특별히 위법할 게 없다고 생각해”고영한 측 “영장 입수 지시나 영장 심리 결과에 개입 안 해”양승태 측 “각종 보고서 실행 전제 아닌 정무적 ‘로드맵’일 뿐” “청구 전에 보고를 공유하는 것을 다소 조심스럽게 생각하긴 했지만 위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죠?” “네.” “주요 사건이 접수되자 이를 보고한 것으로 법원행정처에 필요한 조치라 생각해서 한 것이죠?” “네.”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28회 재판에 두 번째로 증인으로 출석한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변호인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법원에 접수된 구속영장 청구서가 발부나 기각 결정이 나기 전에 법원행정처가 보고받고, 법관들의 연구회 활동을 분산시키기 위한 ‘로드맵’이 만들어지고, 청와대를 설득할 보고서를 보강한 것은 모두 ‘사법행정’의 일환이었고 ‘정무적 판단’을 위한 업무였다는 설명이다.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을 지낸 박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각종 보고서를 작성했다. 지난달 14일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 처음 증인으로 나왔을 때는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를 위한 행정처의 조치들을 비롯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청와대 및 국회의원 설득 방안, 각종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 검찰의 증인신문이 있었고, 이날은 변호인들의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박상언 두 번째 증인 출석 “중요 사건 영장청구서 종국 전 보고받아” 변호인들은 박 부장판사가 작성한 각종 보고서들이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에게까지는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과 통상적으로 해오던 사법행정 관련 업무였다는 답변을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가장 먼저 반대신문을 한 고 전 대법관 변호인의 질문 가운데 구속영장 청구서 유출 관련 내용이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과 고 전 대법관은 임 전 차장과 함께 2016년 4월 ‘정운호 게이트’에서 비롯된 법조 비리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비롯해 2017년 2월까지 10개 사건의 구속영장 청구서 사본을 일선 법원으로부터 보고받은 혐의가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던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영장전담법관이던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과거 대법원의 ‘중요사건 예규’에 따르면 영장 보고는 종국된 때, 즉 결정이 난 뒤에 보고해야 한다.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잇따라 중요사건 보고가 문제되자 지난해 9월 중요사건 예규를 폐지했다.)고 전 대법관 측은 박 부장판사가 전국 법원의 기획·공보법관 워크숍을 통해 “판사 등의 비위가 발생할 경우 최대한 신속한 보고가 원칙이며, 보고 후 대책 수립 필요성이 있는 경우도 신속하게 보고하고 원칙적으로 구두 보고를 해야한다”고 말했다면서 기획이나 공보 업무를 맡은 법관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업무였음을 강조했다. 2012년 11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사법부 홍보 및 위기 관리 매뉴얼’에서도 각급 법원에 위기 상황이 감지되면 소속 법원장에게 즉시 보고하고, 해당 법원장이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즉시 보고하도록 돼있다며 법조 비리에 연루된 법관들의 영장청구서를 보고한 것이 직권을 남용하거나 특별한 업무가 아니었다고 역설했다. 박 부장판사의 답변도 비슷한 취지였다. 그는 “증인 스스로도 사법 행정상의 필요로 영장 청구서를 일선 법원에서 받는 게 문제 없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지 않느냐”는 고 전 대법관 변호인의 질문에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는 게 아니라면 위법하다는 의식은 없었다”고 답했다. 박 부장판사는 뇌물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김수천 전 부장판사를 비롯해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영장 청구서를 법원에서 결정이 나기 전에 서울중앙지법 형사공보관을 통해 받아봤다. 이 가운데 특히 이 부회장의 영장 청구서는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고 전 대법관에게 대면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하자 “처장님께도 보고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 부장판사는 “처장님께 보고한 것은 그게 유일했다”고 말했다. 다만 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뿐 아니라 자신이 법원에서 제공받아 이민걸 당시 기획조정실장과 임 전 차장 등에 보고한 영장 청구서에 대해 “대법원장에게 보고된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영한 측 “영장 입수 지시나 영장심리 결과에 개입 안 해” 고 전 대법관 측은 먼저 박 부장판사가 각급 법원에서 전달받은 영장 청구서를 고 전 대법관이 먼저 입수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박 부장판사가 “없다”고 하자 변호인은 “‘이재용 영장 청구서’를 고 전 대법관에게 보고할 당시 이 부회장의 영장 발부 여부 결정과 관련한 지시나 언급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영장 청구서 내용을 보고받기는 했지만 영장 재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박 부장판사는 “없다”고 답했다. 고 전 대법관 변호인은 “피고인을 비롯해 법원행정처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국가 비상상황 아래서 이재용 등 사건 관련자의 구속 여부에 대해 중요사건으로 관심을 둔 것으로 보이는데 맞느냐”고 확인했고 박 부장판사도 “그런 취지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안 질의나 언론 보도에 대응하고 현직 법관이 구속되고 사법부의 신뢰가 흔들리는 위기 상황에서 사법부 신뢰 회복 대응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국정농단 사태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이재용 등의 구속 여부와 같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상황을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거듭 물었다. 박 부장판사도 “법사위에서 (처장에게) 관련 내용의 질의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거들었다.고 전 대법관 측에 이어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도 ‘정무적’ 업무에 집중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박 부장판사가 작성한 2015년 4월 21일자 ‘성완종 대응 방안 검토’ 보고서를 제시했다. 박 부장판사는 해당 보고서가 정무적인 사안과 관련해 작성한 첫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증인이 이 보고서를 작성한 경위와 관련, 임 전 차장이 준 기존 기획조정관 심의관 컴퓨터에 있던 보고서를 참고해 작성했다는데 맞느냐”면서 “정무적 내용의 보고서가 기존 컴퓨터에 많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박 부장판사는 “대단히 많이 있었다”고 답했다. 박 부장판사가 5~10년 전쯤 보고서까지 수십 건이 컴퓨터에 보관돼 있었다고 하자 변호인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전임 대법원장 시절에 작성된 것도 있느냐”고 물었고 박 부장판사는 “구체적으로 내용을 특정하라고 하면 어렵지만 기억과 느낌으로는 없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에만 행정처가 정무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보고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질의응답으로 해석된다. ●양승태 측 “실행 전제 아닌 정무적 ‘로드맵’ 담은 보고서” 역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또 기획조정심의관에게 ‘정무’ 관련 업무의 비중이 높다는 답변도 끌어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박 부장판사가 작성한 문건들은 일종의 ‘로드맵’을 담은 것이라면서 “로드맵이라는 것은 앞으로 천천히 하나씩 해결될 것을 전제로 해서 쓴 게 아니고 (아이디어를) 다 넣는 형태로 작성한 것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 박 부장판사는 “기획조정실에서 실행을 전제로 (작성 지시를) 했으면 실행 주체와 시기, 방법을 구체적으로 작성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면 실행을 전제로 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모 와해, 각종 재판 개입 의혹 관련 내용이 담긴 보고서들이 그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여러 아이디어를 모아넣은 것이라는 심의관 출신 법관들의 진술과도 같은 맥락이다. “실행이 무의미한 것이고 로드맵이 터무니없더라도 페이퍼(보고서)의 기본으로 (작성에) 임해왔기 때문에 여기 있는 방안이 현실성이 없거나 기존에 논의한 것 빼고는 적절하지 않은 것도 포함된 것을 알기 때문에 전문적인 부분은 실장선에서 결정하니까 저희는 자료 정리만 한 것”이라는 게 박 부장판사의 설명이었다. 다만 박 부장판사는 2016년 8월 25일자로 작성한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대응 방안’ 보고서를 두고서는 일부 부적절한 내용이 있어 일부 방안을 제외하고 작성했다고 밝혔다. 인사모 대응 방안 보고서는 그해 3월 10일자로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작성한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보고서를 참고해 작성했는데, 인사총괄심의관실 보고서에 인사모 핵심 회원 법관들에게 선발성 인사나 해외연수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포함된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며 자신이 쓴 인사모 대응 방안에는 법관 불이익 방안을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檢 “수사권 침해 우려… 피바람 불 수도”

    檢수사팀 “예상했던 일… 차분히 수사” 법무부 “수사 지시 않겠다 하셨지 않나” 조국 법무부 장관이 전격 임명되면서 검찰 내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조 장관 일가족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은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담담한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수사권이 현저히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9일 조 장관의 임명 소식에도 대검찰청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등 조 장관 일가족을 향한 수사를 이어 가는 상황에서 그 어떠한 메시지도 왜곡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이럴 때일수록 원칙대로 가야 한다”면서 “차분하게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선 검찰은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다수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조 장관 임명은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던 사안이라 특별한 동요는 없다”면서 “검찰개혁은 사실상 국회에서 마무리 지어야 할 사안인 만큼 장관의 역할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관이 수사 관련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밝힌 이상 검찰은 검찰대로 수사에 집중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관이 인사권과 예산권, 그리고 검사에 대한 감찰권까지 쥐고 있는 만큼 관련 검찰 수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실세 장관’인 조 장관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 자체만으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과거 강금실 장관 시절에도 장관이 검찰총장을 사실상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검찰 인사를 주도했는데 이번에도 조 장관이 적극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피바람이 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부장검사는 “조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민정수석실이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서 대검을 대상으로 강압적으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장관이 검찰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인사권을 휘두르면 윤석열 총장이 후배 검사들을 지켜줄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관 취임 이후 수사권 침해 우려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장관께서 (수사 관련) 어떠한 지시나 말씀도 하지 않겠다고 하셨다”고 짧은 입장만 내놨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이해영의 쿠이 보노] 에하라와 에키타이

    [이해영의 쿠이 보노] 에하라와 에키타이

    도쿄생 에하라 고이치(江原綱一ㆍ1896~1969)와 평양생 에키타이 안(한국명 안익태ㆍ1906~1965). 두 사람의 관계는 어쩌면 근대 이후 한일 관계사의 가장 괴이하고, 희비극적인 한 대목일지 모른다. 꽤 오랫동안 에키타이의 행적을 추적해 온 나는 최근 3건의 원본 문서들과 한 건의 매우 흥미로운 주장을 접할 수 있었다. 이 문서는 미 CIA 문서고에서 기밀 해제된 것들이다. 문서 중 하나는 전쟁 중인 1944년 4월 18일자 ‘터키에서의 일본 첩보·선전활동’에 관한 보고서이고, 다른 하나는 1945년 1월 30일자 ‘스칸디나비아에서의 일본 첩보활동’에 대한 보고서다. 전자는 미 전략첩보국(OSS) 이스탄불지부가, 후자는 영국 정보원이 생산한 것이다. 세 번째 문서는 종전 이후인 1949년 11월 18일자 미 육군 유럽사령부 정보국이 미 합참 정보국장에게 보낸 ‘전시 독일의 외교·군사 정보활동’이라는 보고서다. 그리 보면 마지막 보고서가 가장 정확하고 포괄적인 셈이다. 전시 일본의 재유럽 첩보활동의 본부는 베를린에 있었다. 2차 대전 직후 일본은 처음에는 ‘간첩활동의 수도’라 불리던 포르투갈 리스본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태평양전쟁이 확전되면서 포르투갈의 식민지를 위협하게 되자 마찬가지 중립국인 터키 이스탄불로 이동한다. 하지만 터키마저 연합국으로 기울자 스웨덴의 스톡홀름을 미·영 첩보전의 기지로 활용했다. 일본 첩보활동의 동선을 미국은 매우 촘촘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 나라의 첩보 라인이 이렇게 ‘탈탈 털리는’ 경우는 드물다. 오직 패전이라는 상황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에하라의 회고에 따르면 에키타이안은 1941년 말부터 1944년 4월까지 자신의 베를린 사저에 기거했다고 했다. 안익태가 나치 독일의 제국음악원 회원증에 기재한 주소지가 바로 이 사저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에하라 고이치는 누구인가? 나와는 다른 시기에 또 다른 이유로 에하라 고이치를 추적한 학자가 있다. 북텍사스대학의 세계적으로 저명한 음악학 교수 팀 잭슨이다. 잭슨 교수는 에하라가 하얼빈 소재 731부대의 20세기 최악의 전쟁범죄와 연루돼 있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1938년 에하라가 독일로 건너간 뒤 731부대의 생체실험 정보를 독일과 공유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아우슈비츠 등에서의 생체실험과 731부대의 그것은 에하라를 고리로 해서 서로 연결돼 있다는 말이다. 잭슨 교수와 서로 자료를 공유해 온 내 쪽에서도 확인해 본 결과 에하라는 1935~1937년 하얼빈의 총무처장으로 있다가 1937년 7월 1일자로 하얼빈 부시장으로 승진한 뒤 1년 뒤 베를린 주재 만주국공사관 참사관으로 파견됐다. 731부대가 일왕 히로히토의 칙령에 의해 본격적으로 하얼빈으로 확장 이전된 때가 1936년이다. 만주국의 직제는 이른바 일만정위(日滿定位) 원칙 곧 일계(日係)와 만계의 직위가 정해져 있었다. 일본의 괴뢰국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성장, 시장이나 공사 등은 만계에 할당하고 그 아래에 일계를 배치했는데 실세는 당연히 일계였다. 중앙에서 지방에 이르기까지 총무청(처) 중심주의를 기본으로 해서 인사ㆍ재정, 특히 모든 기밀업무를 총무(청)처장이 관장했고, 그 배후에는 관동군이 있었다. 그렇게 보면 에하라가 하얼빈 시절 직간접적으로 731부대와 연관됐을 가능성은 아주 농후하다. 위에서 말한 1949년 보고서에 따르면 에하라는 “재독 일본 첩보망의 총책”이었다. 이 진술은 페터 바이라우흐 나치 독일의 SS 해외첩보부(SD) 소련·일본국장에게서 나온 것이다. 독일과 소련은 군사동맹이었지만, 1943년 8월 이후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자 상호 첩보활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에하라는 1945년 1월의 영국 첩보부 보고서에도 등장한다. 당시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였던 핀란드의 만주국공사관 참사관으로 등록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1949년 보고서만큼 정확한 정보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영국 첩보원은 그가 일본과 러시아 간 협상을 담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OSS 이스탄불지부에 따르면 당시 일본은 베를린에서 다양한 직업군에 속한 약 300명의 정보망을 운용하고 있었다. 에하라 고이치는 외교관이라는 합법적 신분으로 위장한 ‘화이트’였다. 그의 집에 주소지를 둔 에키타이 안은 추축국과 나치 점령국을 돌면서 나치와 일제의 전쟁 수행을 음악으로 응원했다. 에키타이 안이 안익태다.
  • 박근혜 전 대통령, 두 번째 형집행정지 신청

    박근혜 전 대통령, 두 번째 형집행정지 신청

    국정농단에 2년 넘게 수감지병 치료 이유로 알려져지난 4월 첫 신청 때 기각서울고법 형사6부 배당‘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두 번째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전날 형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2년 넘게 수감 생활을 한 박 전 대통령은 ‘경추 및 요추 디스크 증세’ 등 지병이 악화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에도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당시 형집행정지 신청서에 “경추 및 요추 디스크 증세 등이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면서 “불에 데인 것 같은 통증과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 저림 증상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조만간 심의위원회 날짜를 잡은 뒤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 정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2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뇌물 혐의를 분리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 사건을 확정하지 않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석준)가 맡는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재판부이기도 하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이재용 파기환송심 ‘MB 보석’ 재판부 배당

    이재용 파기환송심 ‘MB 보석’ 재판부 배당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뇌물공여 혐의 액수가 52억원 늘어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심리하고 있는 재판부가 맡게 됐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에,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석준)에 각각 배당됐다. 법원 관계자는 “파기환송 사건은 서울고법 법관 사무분담에 관한 규정에 따라 환송 전 사건 재판부의 대리 재판부에 배당되는 게 원칙”이라면서 “연고 관계 등의 사유로 재배당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부회장의 항소심을 형사13부에서 맡았기 때문에 대리 재판부인 형사1부에 파기환송심이 배당됐다는 것이다. 이들 재판부 모두 서울고법이 운영하는 5개 부패전담부에 포함돼 있다. 형사1부는 다스 횡령 및 삼성 뇌물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올해 1월부터 맡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가택 연금’ 수준의 엄격한 조건으로 이 전 대통령을 보석하기도 했다. 최근 치료구금과 치유법원 프로그램 등 치료적 사법의 개념을 여러 사건에 적용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가가 서울 연희동 자택의 공매에 반발해 제기한 이의신청 사건도 이곳에서 심리하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재용 파기환송심 ‘MB 보석’ 재판부가 맡는다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뇌물공여 혐의 액수가 52억원 늘어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심리하고 있는 재판부가 맡게 됐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에,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석준)에 각각 배당됐다. 법원 관계자는 “파기환송 사건은 서울고법 법관 사무분담에 관한 규정에 따라 환송 전 사건 재판부의 대리 재판부에 배당되는 게 원칙”이라면서 “연고 관계 등의 사유로 재배당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부회장의 항소심을 형사13부에서 맡았기 때문에 대리 재판부인 형사1부에 파기환송심이 배당됐다는 것이다. 이들 재판부 모두 서울고법이 운영하는 5개 부패전담부에 포함돼 있다. 형사1부는 다스 횡령 및 삼성 뇌물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올해 1월부터 맡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가택 연금’ 수준의 엄격한 조건으로 이 전 대통령을 보석하기도 했다. 최근 치료구금과 치유법원 프로그램 등 치료적 사법의 개념을 여러 사건에 적용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가가 서울 연희동 자택의 공매에 반발해 제기한 이의신청 사건도 이곳에서 심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에 따라 뇌물과 횡령 혐의 액수가 총 86억원으로 늘어난 이 부회장의 형량이 어떻게 바뀔지가 파기환송심의 최대 관심사다. 형사6부에서 재판을 다시 받게 된 최씨는 대법원에서 일부 강요죄의 무죄 취지 판단을 받았다. 앞서 최씨는 형사4부가 심리한 2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기록의 양이 많아 서울고법에 아직 접수되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은 이번 주 내 배당이 이뤄질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의 2심도 형사4부가 심리했던 만큼 원칙대로라면 형사6부에 배당될 가능성이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판깨스트] ‘국정농단’ 상고심…박근혜 2심 김문석 vs 이재용 2심 정형식 판결 재조명

    [판깨스트] ‘국정농단’ 상고심…박근혜 2심 김문석 vs 이재용 2심 정형식 판결 재조명

    2016년 말, 전국에 들불처럼 촛불을 번지게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지난 29일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그리고 이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모두 다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2심 재판을 다시 해야한다고 사건을 돌려보내는 바람에 대법원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 일일이 최종 판단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하급심에서 엇갈렸던 핵심 쟁점들에 대해서는 정리가 이뤄졌습니다. 대법원은 삼성 뇌물 사건의 핵심인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 존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된 말 세 마리는 실질적인 처분권을 최씨가 가진 것으로 뇌물이 맞다고 봤습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대체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판결과 비슷합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액의 액수가 이 부회장의 1심에서는 89억원, 2심에서는 36억원이었고 박 전 대통령의 1심에서는 72억원, 2심에서는 86억원이었는데 대법원은 86억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2심과 같은 거죠.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항소심을 심리한 지난해 서울고법 형사4부의 재판장은 김문석 부장판사였습니다. 현재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란 전 대법관의 동생으로 유명합니다. 지금은 사법연수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2심 선고뒤 김문석 사법연수원장·정형식 회생법원장으로 이동 반면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석방되도록 한 2심 판결은 뒤집혔습니다. 이 부회장은 다시 실형을 선고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무엇보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이었던 ‘삼성 뇌물 사건’이 유죄 취지로 판단이 된 것입니다. 당시 이 부회장의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의 재판장인 정형식 부장판사는 이 판결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파면 청원이 올라가 23만여명이 동의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가 “삼권분립 원칙”을 강조하며 파면에 대한 어떠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청원 내용을 대법원에 전달해 사법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고요. 정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고위법관 정기인사에서 서울회생법원장이 됐습니다. 물론 재판부의 판단은 재판장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세 명의 법관들의 합의로 이뤄집니다. 각각의 주심판사도 별도로 있죠. 그러나 1·2심에서는 대법원보다 재판장의 영향력이 크다고 여겨지니 판결에 대해선 재판장이 가장 주목받기 마련입니다. 지난해 2월 13일, 이 부회장 2심 판결이 논란을 키운 것은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됐기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1심에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지목한 삼성 뇌물 사건의 본질을 완전히 뒤집어 “정치권력과의 뒷거래를 배경으로 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거액의 불법·부당대출,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 자금의 투입 등과 같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모습을 이 사건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당시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이 사건은 대한민국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하고,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이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했으며 피고인들은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거액의 뇌물공여로 나아간 사안”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대법, ‘이재용 2심’ 뒤집어…일부 확정하면서도 “원심 판결이유 일부 적절하지 않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요구로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했지만 말 세 마리의 소유권은 최씨에게 넘어가지 않아 뇌물로 제공되지 않았고, 최씨가 사실상 소유한 코어스포츠에 준 용역대금 36억여원만 뇌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총 213억원에 달한 뇌물 약속금액과 말 보험료(2억여원), 선수단 차량 3대와 말 수송차량 1대(5억여원) 역시 최씨에게 뇌물로 전달됐다는 증명이 부족해 무죄로 판단됐습니다. 대법원은 말 세 마리를 제외한 다른 승마지원 관련 뇌물 혐의에 대해 2심 판단대로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독일 KEB하나은행의 코어스포츠 명의 계좌로 용역대금을 보낸 것이 재산국외도피에 해당한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2심의 무죄 판단도 이날 확정됐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받아들이는 혐의들에 대한 판단들에 이러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원심(2심)의 판결이유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이 표현은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을 비롯해 대법원 판결에서 총 다섯 차례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법을 잘못했거나 심리를 충실하게 하지 않아 잘못된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고 대법원도 같은 결론의 판단을 하지만 그 이유나 과정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에 대한 불만 또는 비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법원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도 세 명의 대법관은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이 옳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조희대·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최씨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사이에 말들의 소유권이나 실질적인 처분권한을 최씨에게 넘겨주기로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말 세 마리를 뇌물로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원합의체 다수 대법관들이 말의 처분권한이 최씨에게 넘어갔다고 인정한 근거들이 “막연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11월 말(살시도)에 대한 위탁관리계약서를 작성해 달라는 삼성 측 요구와 말 패스포트의 ‘마주(말 주인)’로 ‘삼성전자’가 적혀있는 것을 두고 최씨가 “삼성에서 말을 사주기로 다 결정이 났는데 왜 삼성 명의로 됐느냐”며 화를 낸 것, 그러자 이후 박 전 사장이 “기본적으로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다는 것” 등의 문자를 보낸 것, 박 전 대통령이 두 차례 단독 면담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승마 유망주에게 좋은 말을 사줘라”라고 말한 것 등만으로 최씨에게 말의 처분권이 넘어갔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주심 조희대 비롯 안철상·이동원 대법관 “이재용 2심 판결 옳다” 또 세 명의 대법관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이 있었다거나 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할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며 2심과 같은 판단을 내놨습니다. “(이날 선고된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원심판결 이유 중 부가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을 오해하여 원심의 판단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을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청탁과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니 2심과 같이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여원도 뇌물이 아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대의견을 낸 세 명 가운데 조희대 대법관이 이 부회장의 상고심 주심이었습니다. 나머지 다수 의견의 판단들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판결이 대부분 이어졌습니다. 특히 삼성 뇌물 사건의 핵심 쟁점들에 대한 판단이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파기환송을 하게 된 결정적인 ‘실수’가 뒤늦게 지적됐습니다. 바로 공직선거법 때문입니다. 선거법 18조 3항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재직 기간 중에 받은 뇌물과 관련된 혐의들이 다른 혐의들과 재판을 받은 경우 형을 분리해서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뇌물죄 형량에 따라 선거권이나 피선거권 제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17년부터 시작돼 1·2심을 거치며 왜 한 번도 분리선고가 되지 않아 대법원에서 절차적 이유로 파기환송이 되었을까요. ●박근혜 파기환송… ‘뇌물죄 분리 선고’ 왜 놓쳤나 많은 판사들은 해당 조항이 공직선거법에 떨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포함돼 있으면 당연히 분리해 선고를 하지만, 다른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또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등의 여러 죄명과 혐의들이 방대한 가운데서 공직선거법의 조항을 놓칠 수 있다는 겁니다. 박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은 18가지로 적용되는 죄명은 5가지였습니다. 워낙 쟁점이 다양하고 복잡한 절차를 이어가다 보니 그야말로 기본적인 조항도 신경쓰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죠. 검찰도 애초에 분리해서 구형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의 1·2심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1심에서 재임 시절 뇌물 혐의에 대해 분리 선고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이 전 대통령의 사건은 현재 항소심 단계에 있으니 항소심에서는 뇌물 혐의를 분리 선고해 같은 이유로 재판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은 없을 듯 합니다. 2017년 10월부터 재판을 전면 보이콧하면서 법정에 나오지 않고 항소와 상고도 하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은 또 다시 박 전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날 대법원이 뇌물 혐의 분리선고 외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판단을 한 부분은 검찰과 특별검사팀이 상고한, 2심에서 무죄로 나온 부분들에 대해 상고기각 판결을 한 것이 전부입니다. 대기업 18곳에 미르·K스포츠재단 후원금 총 774억여원을 모금하도록 한 혐의를 비롯해 2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기업들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대법원에서도 최종 확정됐습니다. ●‘박근혜 2심’ 분리 선고 및 강요죄 판단 외 대부분 확정될 가능성 대법원은 분리 선고를 위해 무죄를 확정한 부분 외의 나머지 2심에서 유죄 판단됐던 부분들을 전부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는데요. 아마 대체로 환송 전 2심 판결과 같은 결론이 나올 것이지만 한 가지 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로 미르·K스포츠재단 후원을 비롯해 기업들에 대한 강요 혐의입니다. 1·2심에서도 직권남용은 무죄가 선고됐지만 대통령의 영향력으로 기업들을 압박했다며 강요 혐의는 유죄로 판단이 됐는데, 대법원이 이날 선고에서 최씨의 사건에 대해 판단하며 일부 강요죄를 무죄 취지로 결론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뇌물 혐의를 따로 선고하지 않은 절차적 실수와 강요 혐의에 대한 판단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판단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으니 박 전 대통령의 2심 판단이 매우 방대했던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쟁점들을 비교적 제대로 판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세 사람의 파기환송심은 이르면 9월 말부터 서울고법에서 열리게 됩니다. 대법원에서 사건기록이 넘어오고 파기환송심이 접수되는 데 2~3주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지금으로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 부회장의 형량이 어떻게 달라지느냐입니다. 지난해 2월 13일 석방돼 경영활동에 매진했던 이 부회장은 다시 올해 가을과 겨울, 법원을 오가며 실형이 선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쓸 것으로 보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법서라] 조국 후보자 수사, 정치 검찰일까 용기있는 검찰일까

    [법서라] 조국 후보자 수사, 정치 검찰일까 용기있는 검찰일까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이 기자, 체력 관리 잘해. 이제 시작이야. 이거 오래 갈 거야.”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강제 수사에 착수한 지난 27일, 검찰 출신 변호사가 한 말입니다. 누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누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가 떠오른다고 말하는 이 사건. 한쪽에선 정치 검찰이라 비판하고, 한쪽에선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용기있는 검찰이라고 칭찬하는 이 사건.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한 달 동안 검찰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습니다. 한 달간 잘 벼린 칼을 빼든 검찰, 그 끝엔 무엇이 있을까요.    “지금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검찰이 왔대. 빨리 확인해봐.”  27일 오전 9시쯤, 그날 쓸 기사를 보고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검사가 들이닥쳤고, 그걸 서울대 출입기자가 목격했다는 거죠. 조국 후보자 관련 고발장이 10개 넘게 쌓인 상황이었습니다. ‘설마 조국 관련 압수수색일까.’ 검사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검사 사무실로 올라가던 중 회사에서 또 전화가 왔습니다. 고려대 출입기자도 ‘검사가 나왔다’고 보고를 했다는 겁니다. 결국 검찰에게 압수수색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조 후보자 관련 사건은 모두 형사1부에 배당돼 있었는데, 검찰 출입 기자 모두가 ‘형사1부’라는 사실에만 집착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사는 서울대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온 게 맞다‘고 확인을 해줘서 경찰팀 기자가 쓸 수 있었습니다.  검찰은 오전 9시 45분쯤 공식적으로 압수수색 사실을 알렸습니다.  “문의가 많아 답변 드립니다. 오늘, 입시, 사모펀드, 부동산, 학원 재단 등 관련 사건 수사를 위하여, A의전원, B대학교, C사모펀드, D학원재단 관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였음. 본건은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으로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 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고, 만약 자료 확보가 늦어질 경우 객관적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임. (특수2부)”  “특수2부? 형사1부가 아니고 특수2부라고?”  검찰은 조 후보자 관련 10여건의 고발 사건을 모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성상헌)에 배당한 상태였습니다. 기자들 모두 철썩 같이 형사1부에 사건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특수2부라니요?   “페이크 작전에 당했다.”  특수2부(부장 고형곤)라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검찰의 공식 입장은 ‘형사 1부로 배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자들은 안심(?) 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각종 정치적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합니다. 워낙 사건이 많다 보니 감감무소식인 사건도 많습니다. 본래 인권명예보호전담부로, 공무원 사건을 담당합니다. 특히 정부나 정치권 고위직이 고소·고발된 사건이 많습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홍익표 민주당 수석 대변인 등을 모욕 혐의로 고발한 사건. 임은정 검사가 ‘검찰 지휘부가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며 김진태 전 검찰총장, 김수남 당시 대검 차장 등을 고발한 사건. 이완구 전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수사팀이었던 문무일 전 총장 등을 고소한 사건. 문재인 대통령이 고발당한 사건도, 장관들이 고발당한 건도 여럿입니다.  압수수색 전날만 해도 검찰은 “통상 전례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압수수색을 나갔습니다. 형사1부 배당은 속임수였고, 실제로는 특수2부 검사들이 자료와 언론 보도 등을 검토하며 압수수색을 준비했다고 봐야 합니다. 실제 배당, 압수수색 영장 청구와 발부는 모두 전날인 26일 이뤄졌지만 준비는 1주일 전부터 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틀 뒤인 29일 검찰이 오거돈 부산시장의 집무실을 또 압수수색하면서 비판 여론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에 굴하지 않고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국이 검찰개혁 운운한 것이 압수수색을 앞당겼을 것”이라며 “특수부가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그만큼 자신있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조 후보자 집에 대한 압수수색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해드리지 않는다”  검찰은 20곳이 넘는 곳을 압수수색했지만 조 후보자의 자택, 사무실, 휴대전화, 차량은 압수수색하지 않았습니다. 자택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최근 경향이지만, 핵심 피의자라면 휴대전화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필수입니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장소 중 조 후보자의 어머니 박정숙씨의 자택과 동생의 전처 조모씨의 자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 후보자의 자택만 빠졌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고 “후보자 집에 대한 압수수색 여부도 공식적으로 확인해드리지 않는다”고만 말했습니다.  물론 최근 들어 검찰은 피의자라도 자택 압수수색은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피의자에 대한 ‘망신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7년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관련 수사를 받던 변창훈 검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이른 아침에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자택에 압수수색을 벌였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윤석열 총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런 내용을 지적했고, 윤 총장은 “저도 이 일이 있고 나서 한 달 동안 앓아 누울 정도로 마음이 괴로웠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조 후보자의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적도 없다고 합니다. 출국금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임을 고려해 예우를 해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반대로 핵심 피의자가 아니라는 말도 있습니다. 조 후보자의 ‘주변 털기’식 수사라는 것이죠.   검찰 수사에 대해 여당의 정치 공세가 거세지자 검찰은 입을 닫았습니다. 윤석열 총장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31일 오전에는 “‘검찰이 압수물을 해당 언론에 유출했다’거나, 심지어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방송을 대동했다’는 등 사실이 아닌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며 “해당 언론이 ‘검찰의 부산의료원 압수수색이 종료된 뒤 사무실에 들어가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보도된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인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알려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여당측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거론합니다. ‘논두렁 시계’ 보도가 연상될 정도로, 조 후보자 수사에 대한 언론 보도가 악의적이고 과도하다는 거죠. 야당측에서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대 입시비리 의혹에서 시작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수사를 이야기합니다.  어느 쪽이든 조 후보자 수사는 오래 갈 겁니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의 말입니다.  “이 수사는 윤 총장이 끌고 가는 거야. 윤석열의 개성, 의지, 가치관이 투영된 수사야. 윤 총장이 ‘내가 특수통인데, 원칙대로 하겠다고 말해놓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거야. 원칙대로 하되, 완급 조절을 할 거야. 그런데 검찰 의도와 다르게 수사가 강도 높게 흘러갈 것 같아. 수사를 생물이라고 하잖아. 수사 시작하면 어디서 어떤 사람이 튀어나와서 어떤 말을 할지 모르거든. 검사도 솔직히 예측 못 해.”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사설]여당은 검찰 압박 말고, 청문회 여야 정략 도구는 안 돼

    검찰에 대한 여당의 공격이 위태롭기 짝이 없어 보인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을 본격 수사하고 나선 검찰에 더불어민주당이 수위높은 비판을 이어가자 “다른 곳도 아니고 집권여당이 검찰을 흔든다”는 우려와 한숨이 곳곳에서 터진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그제 조 후보자의 검찰 압수수색에 “관계 기관에 협의를 안 하는 전례없는 행위가 벌어졌다”,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길” 등 검찰을 작정하고 비판했다. 집권당의 대표가 의혹 검증에 나선 검찰에 대놓고 사전협의를 안 했다고 추궁한 것이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귀를 의심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청문회의 정상적인 진행에 차질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 어제는 더 구체적으로 공격 수위를 높였다. 검찰의 수사 기밀 유출을 강력히 처벌하고, 이를 위한 조사를 검찰·경찰이 아닌 다른 기구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집권여당이 왜 이렇게 초라한 대응을 해야 하는지 딱하다. 여당이 “적폐 수사”라 맹공을 퍼붓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불과 한달여 전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최고 적임자라며 임명을 지지했던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대해 달라”며 전폭적으로 신뢰했던 주인공이다. 자신들이 선택해 임명장을 줬으면서 정권 실세의 의혹을 뜸들이지 않고 수사한다고 “나라를 어지럽힌다”라니 시민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여권에서는 인사청문회 전의 압수수색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비판한다. 이 역시 누워서 침뱉기다. 조 후보자 일가의 부채 탕감 과정에서 불거진 소송 사기와 부동산 차명 거래, 딸의 논문과 장학금 및 입시 특혜 의혹 등으로 고소·고발된 사건이 이미 10여건이다. 검찰이 무리수를 뒀다기 보다는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전에 이렇게 광범위한 의혹의 대상이 된 전례가 없었다. 검찰이 머뭇거릴 수 없을 만큼 의혹 민심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국민이 지지하는 검찰개혁의 근본 취지는 거창한 게 아니다. 권력의 정점이라도 검찰은 좌고우면없이 공평무사한 수사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를 임명해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말하면서 제 할 일 하겠다는 검찰에 정무적 판단을 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여당의 태도는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을 아직 못 정하고 우왕좌왕한다. 가족 증인을 놓고 여야가 표면상 싸우는 것같지만, 양쪽 모두 어떻게 하면 여론을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 그 궁리에 몰두하고 있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으로 청문회 개최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수사 결과가 당장 나올 수 없는 만큼 후보자 본인의 해명을 들어보는 것도 필요한 절차다. 후보자를 둘러싼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든 검찰의 철저한 수사는 두말할 여지가 없는 일이다.
  • 최순실 “정유라는 메달 따려고 고생…조국 딸은 거저 먹으려고”

    최순실 “정유라는 메달 따려고 고생…조국 딸은 거저 먹으려고”

    국정농단 대법 선고 전 최순실 의견서 제출 국정농단 사건 ‘비선실세’ 최순실(63)씨가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사흘 전 대법원에 의견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이 의견서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의견서에서 최씨는 조국 후보자를 가리켜 “조국 후보자 의혹을 둘러싼 팩트가 다 드러났는데, 계속 아니라고 우기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고 했다. 또 딸 정유라씨를 비난했던 더불어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을 향해 “한 아이의 젊은 인생을 송두리째 뺏고 꿈을 잃게 한 양심은 있는가”라면서 “국회의원의 불타는 사명감이 지금 정부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에겐 할 말이 없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수용자들이 받는 모멸감과 을의 처지는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재판을 받는 3년 동안 몸과 영혼이 썩어간다”고 수감 생활의 고통에 대해 호소했다. 최씨는 자신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와의 최근 접견에서도 조국 후보자 딸 의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가 “내 딸(정유라)은 메달이라도 따려고 천신만고 고생을 했는데, 조국 딸은 거저 먹으려고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최씨에 대한 뇌물죄 및 직권남용죄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지만, 일부 대기업에 대한 강요죄는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평상시와 같이 구치소에서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국정농단 수사 윤석열 “핵심사안 불법 확인 큰 의미”

    29일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결과에 대해 검찰과 특검은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국정농단의 핵심 사안에 대해, 중대한 불법이 있었던 사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은 앞으로 파기환송심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자들이 최종적으로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2016년 국정농단 특검 당시 수사팀장으로 파견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수사했고,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 보임돼 공소유지를 지휘했다. 국정농단 특별검사로서 공소유지를 이끌어 온 박영수 특검도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에서 이재용 피고인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고, 마필 자체를 뇌물로 명확히 인정해 바로잡아 준 것은 다행”이라며 “특검의 상고에 대해 일부 기각된 부분은 아쉬운 점이지만 대법원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주권자인 국민들의 집합적인 요구에 따라 국가권력을 대상으로 수사하게 된 초유의 일”이라며 “특검은 향후 파기환송심 재판의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특검 상고 중 일부 기각된 부분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 관련 뇌물 공여와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해당 혐의들은 원래 기각돼 온 부수적인 부분”이라며 “완전한 강요가 아닌 뇌물이었다는 점, 상속을 위한 승계작업이었다는 점, 부정청탁이 있었다는 점 등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핵심 혐의는 모두 인정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박근혜 ‘뇌물 분리 선고’ 판단… 일부 형량 늘어날 가능성

    박근혜 ‘뇌물 분리 선고’ 판단… 일부 형량 늘어날 가능성

    선거법 뇌물·다른 혐의 분리 선고 명시 1·2심 모든 혐의 합쳐 선고해 형량 감경 李, 재상고심 확정 땐 뇌물 등 50억 넘어 횡령액 변제 등 부각해 실형 막기 주력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모두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세 사람의 파기환송심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이 부회장의 형량(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어떻게 바뀌는지다. 대법원이 이날 삼성이 최씨 측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을 뇌물로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이 받은 뇌물 및 횡령 혐의 액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른 횡령죄는 액수가 50억원 이상일 때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3년 이하의 징역형에 한해서만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어 현재로선 이 부회장의 실형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양형 기준에 따르더라도 감경 시 최저 징역 2년 6개월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 부회장이 다른 혐의들도 유죄 판단을 받아 쉽지 않다. 이날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유죄 취지로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이 부회장 측은 파기환송심에서 최대한 실형이 선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횡령액을 모두 변제했고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전망이다.박 전 대통령의 형량(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도 바뀔 수 있다.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핵심 이유는 뇌물 혐의를 다른 혐의들과 분리해 선고하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이 재직 시 받은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명시했는데 1·2심에서는 하나의 형으로 선고됐다. 보통 다른 혐의들과 합쳐 형량이 정해지면 감경되지만 뇌물 혐의만 따로 놓고 정하면 액수에 따라 형이 높아질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2심에서 인정된 뇌물 액수는 86억여원으로, 양형 기준은 5억원 이상 뇌물을 받은 경우 기본 징역 9~12년, 가중처벌 시 징역 11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다만 이날 대법원이 최씨 사건을 판단하면서 강요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도 일부 무죄 판단이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대기업 18곳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774억원을 후원하도록 요구한 혐의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롯데, KT, 삼성, 포스코 등 다수의 기업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를 받았다. 직권남용죄는 하급심 판단대로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강요죄를 제외하고 박 전 대통령이 2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혐의들은 대부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2017년 10월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뒤 단 한 차례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은 파기환송심도 사실상 보이콧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은 1심과 2심 판결도 모두 상소하지 않았다. 세 사람의 파기환송심이 언제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적게는 공판을 한 번만 열고 곧바로 선고가 나오기도 하지만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가 나와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사건 파기환송심은 2년 1개월이 걸렸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2심이 각각 4개월, 6개월이 걸린 만큼 파기환송심도 속도가 빠를 수 있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 양형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뤄지면 진행이 더뎌질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朴 직권남용 무죄… 대법 “경영 개입, 지위 이용한 불법일 뿐”

    최순실 ‘재단 출연 요구 강요’ 무죄 판단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와 일부 뇌물 혐의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특히 대통령이 개별 기업의 인사나 특정 업체와의 계약 등 경영 상황에 개입하는 것을 두고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1·2심 판결이 받아들여졌다. 박 전 대통령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18개 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774억원을 후원하도록 한 것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롯데, 포스코, KT, 그랜드레저코리아 등에 대한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를 받았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지인이 운영한 KD코퍼레이션과 납품계약을 하도록 현대차에 요구하고 차은택씨가 운영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와 광고 계약을 맺도록 현대차와 KT에 요구하는 등 대통령 권한을 남용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경제 관료들에게 기업을 압박하도록 하는 의무 없는 일(직권남용)을 하고 기업들을 협박(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2심 모두 “지위를 이용한 불법 행위일 뿐 대통령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며 기업의 경영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통령의 요구라는 것을 기업 입장에서 거절하기가 쉽지 않고 이를 거절할 경우 불이익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강요 혐의는 대부분 유죄로 판단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공범인 최씨에 대한 선고에서 강요 혐의에 대해 1·2심과 다른 판단을 내놨다. 전원합의체는 “전경련과 대기업들에 대한 재단 출연 요구를 비롯해 각 기업에 지원을 요구하거나 용역계약 체결을 요구한 것을 협박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에 이 같은 판단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2심 뒤집은 대법 “승계청탁 인정된다”… 이재용 뇌물 86억으로

    2심 뒤집은 대법 “승계청탁 인정된다”… 이재용 뇌물 86억으로

    대법원이 2심을 깨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이유 중 하나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현안과 관련한 판단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의 목적을 경영권 승계에서 찾았는데, 2심은 그 전제 자체를 부인하면서 부정한 청탁도 없었다고 봤다. 당연히 관련 후원도 뇌물에서 제외됐다. 결과적으로 현안에 대한 판단이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29일 전원합의체를 열고 이 부회장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등 3개 사건을 함께 선고하면서 삼성의 경영 승계 현안이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최씨의 상고심 선고에서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뚜렷한 목적과 성격을 가진 승계 작업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승계 작업은 대통령의 직무 행위와 제공되는 이익 사이에 대가 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됐고,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 판결문에서도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고, 청탁의 대상인 직무 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일 필요도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명확하게 정의돼야 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2심에서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약 16억원)도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데도 원심은 이러한 사항에 관해 심리하지 않은 채 무죄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또 다른 핵심 쟁점인 말 세 마리(약 34억원)도 대법원은 이 부회장 측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뇌물’로 건넨 것으로 봤다. 그 근거는 2015년 11월 15일 최씨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향해 말(살시도) 소유와 관련해 화를 낸 장면이다. 재판부는 최씨가 이러한 태도를 취한 것은 말 소유권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2015년 11월 15일 이후에는 최씨가 삼성전자에 말들을 반환할 필요가 없었으며, 최씨가 말들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잘못해 말들이 죽거나 다치더라도 그 손해를 삼성전자에 물어줘야 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그런데도 2심이 구체적 금액으로 산정할 수 없는 말 사용료만 뇌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고, 일반 상식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법원은 형량이 가장 높은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유지했다. 이 부회장은 최씨가 지배하는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에 용역대금을 목적으로 송금하는 것처럼 지급신청서를 허위로 꾸며 제출하고 회삿돈 약 36억원을 코어 명의 계좌로 송금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 무죄로 바뀌었다. 도피에 해당하지 않고 범죄 고의도 없었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 이유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도피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는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2심 뒤집은 대법 “승계청탁 인정된다”… 이재용 뇌물 86억으로

    2심 뒤집은 대법 “승계청탁 인정된다”… 이재용 뇌물 86억으로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의 2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이유 중 하나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현안과 관련한 판단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의 목적을 경영권 승계에서 찾았는데, 2심은 그 전제 자체를 부인하면서 부정한 청탁도 없었다고 봤다. 당연히 관련 후원도 뇌물에서 제외됐다. 결과적으로 현안에 대한 판단이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29일 전원합의체를 열고 이 부회장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등 3개 사건을 함께 선고하면서 삼성의 경영 승계 현안이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최씨의 상고심 선고에서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으로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뚜렷한 목적과 성격을 가진 승계 작업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승계 작업은 대통령의 직무 행위와 제공되는 이익 사이에 대가 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됐고,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 판결문에서도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 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명확하게 정의돼야 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2심에서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동계스포츠 영재센터 후원금(약 16억원)도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데도 원심은 이러한 사항에 관해 심리하지 않은 채 무죄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인 말 세 마리(약 34억원)도 대법원은 이 부회장 측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뇌물’로 건넨 것으로 봤다. 그 근거는 2015년 11월 15일 최씨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향해 말(살시도) 소유와 관련해 화를 낸 장면이다. 재판부는 최씨가 이러한 태도를 취한 것은 말 소유권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2015년 11월 15일 이후에는 최씨가 삼성전자에 말들을 반환할 필요가 없었으며, 최씨가 말들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잘못해 말들이 죽거나 다치더라도 그 손해를 삼성전자에 물어줘야 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그런데도 2심이 구체적 금액으로 산정할 수 없는 말 사용료만 뇌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에 반하고, 일반상식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법원은 형량이 가장 높은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유지했다. 이 부회장은 최씨가 지배하는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에 용역대금을 목적으로 송금하는 것처럼 지급신청서를 허위로 꾸며 제출하고 회삿돈 약 36억원을 코어 명의 계좌로 송금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2심에서 무죄로 바뀌었다. 도피에 해당하지 않고 범죄 고의도 없었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 이유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도피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는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대법 “말 3필은 뇌물”… 이재용 실형 위기

    대법 “말 3필은 뇌물”… 이재용 실형 위기

    “스포츠영재센터 16억 후원금도 뇌물” 삼성 승계작업 위한 ‘부정한 청탁’ 인정 李부회장 뇌물공여액 2심보다 50억 늘어 박근혜·최순실 상고심도 파기환송 판결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2심을 파기했다. 2심에서 무죄가 나왔던 상당수 뇌물 혐의가 유죄로 바뀐 데다 삼성그룹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점까지 인정되며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뇌물공여,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통령 재임 중 뇌물 혐의를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분리 선고’하지 않았다는 절차적인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비선실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사건은 일부 강요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이로써 2016년 9월 즈음부터 정국을 뒤흔들어 온 국정농단 사건은 약 3년 만에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파기환송심과 그 결과에 따른 재상고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 여부는 모두 가려졌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특히 이 부회장 측이 최씨 측에 건넨 뇌물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도움을 받기 위한 부정한 청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정한 청탁의 대상 또는 내용은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공무원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 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부정한 청탁’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2심 판단을 뒤엎은 것이다.이에 따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 측이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보낸 약 16억원의 후원금도 뇌물로 인정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삼성 측이 지원한 말 세 마리(약 34억원)도 소유권이 사실상 최씨에게 있다고 판단해 뇌물이라고 결론 냈다. 결국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2심에서 인정된 36억원이 아닌 86억원으로 늘었다. 삼성 법인 돈을 이용한 뇌물은 곧 ‘횡령’으로 이어진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이 넘으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형량이 최종 결정될 파기환송심에서 실형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영재센터 지원=승계청탁 입증 안 돼” 반대의견

    “말 세 마리 삼성이 소유… 뇌물 아니다 최순실, 朴에 기대 무상 이용했을 뿐” 29일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 의견과 달리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인정하기 어렵고,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세 마리도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은 만큼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일부 대법관들의 의견도 있었다. 조희대, 안철상, 이동원 대법관은 이날 전원합의체 판결에 반대 의견을 밝히며 “승계 작업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이 승계 작업과 관련한 대가라는 것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항소심 판결과 같은 취지다. 삼성의 승마 지원 관련 말 세 마리에 대해서도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갔다고 보기 어려운만큼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들 대법관은 “최씨와 당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사이에 말 소유권이나 실질적 처분권을 최씨에게 넘겨주기 위한 의사 합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권력을 바탕으로 승마를 지원받아 무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관 등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뇌물수수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할 수 없고, 제3자 뇌물수수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요구한 것은 최씨와 정씨를 위한 승마 지원뿐”이라며 “승마 지원은 박 전 대통령이 필요로 하거나 사용·향유할 수 있는 이익이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어떠한 뇌물도 요구하지 않았으므로 제3자 뇌물수수의 고의만 있는데, 그마저도 이 부회장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으므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박상옥 대법관은 제3자 뇌물수수에는 해당할 수 있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대법 “국정농단 재판 전부 다시 하라”…박근혜·이재용 형량 늘 수도

    대법 “국정농단 재판 전부 다시 하라”…박근혜·이재용 형량 늘 수도

    박근혜·이재용·최순실 핵심인물 항소심 전부 파기“박근혜 뇌물 혐의, 다른 혐의와 분리 선고해야”이재용, 말 구입액·영재센터 지원도 ‘뇌물’ 인정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그리고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2심 재판을 모두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와 다른 공소 사실을 병합해 형량을 선고한 것이 위법하다는 법리적 이유에서, 최순실과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 측에 건넨 뇌물액과 횡령액이 2심 때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한 것이다. 이들의 형량은 다시 열리는 2심(파기환송심) 재판을 통해 결정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기존 2심 때보다 인정된 범죄 혐의가 늘어났기 때문에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구속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징역 20년 및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최순실의 2심 재판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우선 박 전 대통령의 1·2심 재판부가 공직선거법상 뇌물 혐의를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분리 선고해야 하지만, 원심이 이를 병합해 하나의 죄로 선고해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2심 재판부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정유라 말 구입액’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렸다. 이재용 부회장의 2심은 삼성이 대납한 정유라 승마 지원 용역 대금 36억원은 뇌물로 인정했지만, 말 구입액 34억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은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거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말 구입액 자체가 뇌물에 해당하고, 영재센터 지원금도 삼성의 경영권 승계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지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최순실씨에 대한 2심 판결도 일부 강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파기 환송 결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유죄가 인정된 뇌물 혐의에 대해 다른 범죄 혐의인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 등과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한다. 범죄 혐의를 한데 묶어 선고하지 않고 분리 선고할 경우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은 뇌물 혐의를 다시 판단하고, 뇌물액과 횡령액을 다시 산정해 형량을 정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뇌물 혐의가 늘고, 횡령액이 증가한 만큼 징역형의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순실은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일부 강요 혐의 등을 무죄라는 취지로 파기됐지만, 형량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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