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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김정일 애도기간 울지않은 주민 처벌”

    북한 당국이 김정일 애도기간 당시 슬픔을 표현하지 않는 주민들에 대해 강도 높은 처벌을 시작했다고 대북전문매체 데일리NK가 보도했다. 데일리NK는 11일 함경북도 소식통과의 통화를 인용해 김정일 추모 총화를 마친 북한 정부가 애도 기간에 조직적인 모임에 불참했거나, 참가해서도 눈치를 봐가며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자에 대해 최소 6개월의 노동단련대 처벌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3대 세습을 비난하는 식의 소문을 유포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교화형에 처하거나, 가족 추방 또는 관리소(정치범수용소) 형벌이 적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북 소식통은 “추모행사 총화로 살벌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자 주민들은 ‘어린 놈(김정은)이 권력을 잡더니 사람들 다 잡아먹는다’는 분격을 토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류우익 통일부 장관을 맹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선임자의 전철을 밟고 있는 대결척후병’이라는 논평을 통해 류 장관이 지난 9일 남북 경협기업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했던 발언을 거론하며 “괴뢰 통일부 장관 류우익이 공화국의 현실을 왜곡 비하하고 우리를 걸고 들면서 ‘어렵고 당황한 상태’라느니 하며 삿대질을 해댔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지난해 9월 류 장관 취임 이후 북한 매체가 실명을 쓰며 비난한 건 처음이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이 총 2만 31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서울광장] 솔롱고를 만들자/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솔롱고를 만들자/임태순 논설위원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은 6·25에 휘말려 포로가 된다. 전쟁이 끝난 뒤 어디로 갈 것이냐는 심문관의 질문에 그는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을 선택한다. 8·15 해방, 한국전쟁의 격변기를 통해 남과 북을 모두 접해본 그는 민주주의, 공산주의에 모두 실망해 중립지대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끝내 바다에 뛰어들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아마 중간지대도 피난처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명준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반세기가 훨씬 넘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흑백이 뚜렷이 구분된 단선사회이다. 보수와 진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갈라지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른 부문에서도 극명하게 엇갈려 서로 대립하고 싸운다. 이념이나 정치도 따지고 보면 모두 먹고살자는 것인데 도무지 접점이 없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달려들어 극한투쟁, 선명성만이 최고이고 지고지순한 선이다. 반면 타협과 절충은 배신이고 비굴이고 야합이다. 그러니 흑과 백은 가까워지기는커녕 더욱 멀어져 양극으로 치닫는다. 중간지대, 회색지대라는 완충지대가 없으니 갈등, 분열, 대립, 반목이 있을 뿐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저마다 잘하고 못한 것이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집권 초기 금융실명제 등 개혁, 김대중 대통령의 IMF 금융위기 탈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개혁 등은 모두 치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지지자에 따라 이러한 평가는 180도 달라진다. 김대중 대통령 지지자는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 좋고 반대로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모든 것이 다 싫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화되고 고착화돼 골수주의자가 양산되고 중도는 설 자리를 잃는다. 지독한 독선이고 독재다. 외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균형감각을 잃고 편견과 아집만이 남는다. 그러니 중재자이고 조정자 역할을 하는 판사들의 입에서도 ‘뼛속까지 친미’라는 등의 극언이 쏟아져 나온다. 얼마 전 인기작가 공지영은 김연아 선수가 종합편성채널 개국행사에 들러리를 섰다며 “너 참 예뻐했는데, 이제 안녕”이라고 해 물의를 일으켰다. 설령 종편이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무섭게 편가르기를 해야 하는지 섬뜩하다. TV에서 진행하는 토론프로도 그렇다. 자기 이야기만 하고 상대편의 주의, 주장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토론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난다. 같은 편끼리 나와서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유유상종 동상이몽’의 자리가 되다 보니 생산적 결론은커녕 접점도 찾지 못한다. 사회 분위기가 이렇게 양극단으로 흐르니 완충역할을 해야 할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뒷전으로 물러나기만 한다. 발을 잘못 들여놓았다간 한쪽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매도되기 때문이다. 자연적 조정, 절충의 기능은 약화되고 대립, 충돌이라는 사회적 비용만 커진다. 여기에 더해 우리 사회는 유교적 전통에 따라 실리보다는 대의명분을 선호한다. 충성, 절개, 지조 등에는 우호적이고 온정적이지만 대화, 협상, 타협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수많은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첨단사회에서 대의명분에만 집착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정치·경제적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국제관계에서는 서로 이해를 조정하고 절충하고 양보하는 성숙한 실리문화가 무기처럼 장착돼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양극단에 서서 상대편 보고 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서로 한발짝 내딛고 상대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해하고 포용하고 양보하고 승복해야 한다. 몽골어로 ‘솔롱고’는 무지개를 뜻한다. 몽골에선 우리나라를 ‘솔롱고스’, 즉 무지개의 나라라고 부르지만 우리나라는 흑백의 무채색 사회이다. 흑백이 서로 섞여야 여러 가지 유채색이 나오고 유채색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무지개가 나온다. 생물학적으로도 잡종이 순종보다 훨씬 아름답고 강하지 않은가. stslim@seoul.co.kr
  • “올 경제난 작년의 1.5배… 글로벌 위기 실물경제 흔들 것”

    “올 경제난 작년의 1.5배… 글로벌 위기 실물경제 흔들 것”

    민간경제연구소와 대학 교수 등 경제전문가 8인은 올해 경제난이 지난해에 비해 1.5배가량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경제 위기·미국 경제 둔화·중국 성장 둔화 등 대외적인 여건은 지난해와 비슷한데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로 원유 가격이 불안하다. 무엇보다 20년 만에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국내 여건이 주요 경제 정책의 변수로 꼽힌다. 5대 경제 부처 및 기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지난해보다 위기 대처 능력을 더 배양해야 하는 이유다. 2일 경제전문가들은 지난해의 경제 여건과 올해의 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10점 척도(10으로 갈수록 고통)로 나타내 달라는 질문에 2011년은 평균 4.7점, 2012년은 6.7점이라고 답변했다. 올해 경제여건이 지난해보다 1.5배(142.6%)가량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8명 중 7명은 올해가 지난해보다 힘들 것으로 봤다. 유럽 및 미국의 글로벌 위기 여파가 지난해에는 주로 우리나라의 금융부문에 영향을 미쳤지만 올해는 실물경제까지 흔들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는 아시아가 세계 경제를 이끌었지만 올해는 중국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아시아시장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특히 양대 선거로 인해 추가경정예산이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세계 각국의 선거가 예정돼 있어 국제 공조가 힘들어질수 있고, 국내에서는 복지 재정 증가 등으로 균형 재정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경제가 정치에 휩쓸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는 “지난해는 유럽과 미국의 돌발변수가 있었지만 올해는 예상된 경제 위험이어서 오히려 경제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지난해 5대 경제 부처 및 기관이 경제 악재에 대응한 성과에 대해 ‘A+’~‘F’ 중 평균적으로 ‘B-’의 성적을 매겼다. 이날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체적인 경제정책에 대해 ‘B+’ 평가를 내린 것보다는 다소 박한 평가다. 이는 익명과 실명의 차이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재정부의 지난해 위기 대응 능력은 ‘B’였다. 유럽발 위기 초기에 안이한 대응을 하는 듯했지만 상황 인식이 바뀐 9월 말부터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위기관리대책회의로, 국민경제대책회의를 비상경제대책회의로 발빠르게 바꿔 대응했다는 평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평가도 ‘B’였다. 금융위는 초기부터 유럽 악재를 정확히 판단했고, 가계 부채 대책 등 금융기관 건전성 대책을 선제적으로 준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미국 반월가 시위 이후 국내 금융기관의 각종 수수료를 내리고 고연봉 및 고배당을 저지한 부분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계 대출 억제를 위한 장기·고정 대출 상품 유인책도 좋았다는 평가다. 한국은행과 공정위에 대한 평가는 C였다. 한국은행은 중국 및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맺는 데 크게 기여했음에도 물가목표치를 실질적으로 달성하지 못한 점이 지적됐다. 금리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영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공정위는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정책은 공감을 얻었지만 라면 가격 인하 등 물가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은 기관의 업무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경주·임주형·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달인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중개업자 설움 줄이려고 액션플랜 가동”

    [달인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중개업자 설움 줄이려고 액션플랜 가동”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의 입에서 입버릇처럼 나온 말은 “왜?”였다. “왜 그럴까?”, “왜 문제는 끊이지 않고 반복될까?” 이런 문제의식이 끝내 그를 부동산 행정의 달인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28일 만난 유병찬(54·시설5급)경기도청 부동산관리담당 팀장은 2009년 8월 지역 공인중개사협회 교육현장의 일화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도내 부동산 정책 담당자로서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하루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공무원 신분을 밝히지 않고 공인중개사 교육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 담당공무원으로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 거죠.” 유 팀장은 “그날 강사로 나선 사람 역시 공인중개사였는데, 강의 중 강사가 여담으로 자신의 아들 결혼 소식을 전하며 ‘상대 집안에 내 직업이 공인중개사라는 것을 밝히기가 꺼려졌다’고 말했다.”면서 “그 자리에 참석한 공인중개사 대부분이 그 강사의 마음을 이해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77년 지적 직렬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들어와 토지와 부동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중개사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열등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부끄럽고 미안하게 느껴졌다.”며 “그날 이후 그들이 열등감을 가지게 되는 이유를 찾고 개선하는 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유 팀장이 찾은 해답은 ‘허위 계약’, ‘사기’, ‘먹튀’ 등으로 대변되는 무등록 중개업자의 불법 부동산 거래였다. 유 팀장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토대로 불과 5개월 만에 전국 최초의 ‘부동산 거래시장 선진화 10대 액션플랜’을 만들어냈다. 공식적인 퇴근 시간과 휴일까지 반납한 결과물이다. 그는 먼저 부동산 거래 시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합법적인 중개업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부동산 매물광고 실명제를 추진했다. 실명제를 통해 중개업자의 신분이 드러나는 만큼 중개업자 스스로 허위·과장 광고를 자제하는 효과를 내면서도 무등록자들이 시장에서 자동 퇴출되도록 했다. 현재 경기지역 등록 중개업자의 62.5%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부동산 거래가격 왜곡현상을 뿌리뽑기 위해 중개사무소 유리창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매물 정보 전단을 제거하도록 했다. 전단에 표기된 매물은 업계 용어로 ‘미끼매물’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중개업자는 물론 도내 중개업 담당 공무원 교육을 강화하는 아이디어도 냈다. 지금은 경기도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부동산 거래 시 단계별로 준비해야 할 서류 및 유의점 등의 정보를 담은 동영상 교육 자료도 제작하고 있다. 유 팀장의 ‘달인’ 선정이 더 뜻깊은 것은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추천으로 달인 후보에 올라 선발됐다는 점이다. 그는 “중개업자들은 단속과 계도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정책을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추가탈당 고민하는 한나라 수도권 의원들

    한나라당 정태근, 김성식 의원이 잇따라 탈당을 결심하면서 ‘탈당 도미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탈당을 고민하는 수도권 의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탈당계를 써 놓거나 무소속행을 고민하는 쇄신파 수도권 의원 5~6명의 실명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들의 탈당 고민은 재창당을 포함한 쇄신의 수준과 당 소통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바탕에 깔고 있다. 한나라당의 근본적인 쇄신은 물론, 구원 투수로 나선 박근혜 전 대표가 밀실 소통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결국 영남 소수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란 위기 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고민은 쇄신파 다수가 수도권 의원들이란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성식 의원은 14일 당에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시대착오적인 낡은 보수뿐 아니라 낡은 진보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면서 국익과 민생을 챙기지 못하는 낡은 정치판 자체를 바꾸기 위해 온몸을 던질 수밖에 없다.”며 ‘정치 의병’을 자처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실패한 이명박 정부와 행보를 같이하고 있는데, 박 전 대표의 등판만으로 당의 총체적 위기를 해소하고 국민적 신뢰를 되찾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 김 의원을 비롯해 탈당을 고심하는 쇄신파 의원들의 주장이다. 탈당이 임박한 것으로 소문이 돌았던 한 쇄신파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해도 이렇게 꽉 막힌 의사소통 구조로는 보수세력의 존망이 위태롭다. 결국 영남 소수 정당으로 전락하는 수순만 남은 것 아닌가.”라면서 “그런 위기에 대한 고민이 역설적으로 탈당으로 표출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역시 탈당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 소장파 의원은 “동료들의 탈당은 ‘한나라당의 정치가 이런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는 가장 절박한 심정을 몸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배지를 달고 나서 탈당하면 지역구 당원이나 지지자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탈당하겠다는 의지는 박 전 대표가 지금까지 보여준 쇄신 의지만으론 영남권은 몰라도 수도권은 어림없다는 위기 의식의 발로”라고 덧붙였다. 한 쇄신파 의원은 “이런 고민들을 탈당이라는 최후의 충격요법을 통해 전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른 쇄신파 의원은 “일부 수도권 의원들이 당내 소통은 아예 포기한 채 지역구 활동에 올인하는 상황도 같은 맥락 아니냐.”고 전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정치권 물갈이 막 올랐다

    정치권 물갈이 막 올랐다

    19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둔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낸 한나라당 이상득(76·경북 포항 남구·울릉군) 의원과 당내 소장파의 간판인 홍정욱(서울 노원 병) 의원이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권 전반의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예고했다. 지금까지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40% 안팎의 물갈이 공천이 단행됐지만 당내 최고령인 이 의원과 소장파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쇄신 논란에 휩싸인 여당 내 공천 개혁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는 당 안팎에서 쇄신 대상으로 거론되는 중진 의원들의 거취 표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은 오후 4시 30분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쇄신과 화합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8대 총선 때도 당 안팎으로부터 자진 용퇴 압박을 받았던 이 의원으로서는 최근 당내를 휩쓸고 있는 쇄신풍도 버거운 마당에 자신의 보좌관인 박모씨가 SLS그룹 측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정치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처지였다. 앞서 홍 의원도 오후 3시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 자신의 부족함을 꾸짖으며 18대 국회의원 임기를 끝으로 여의도를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년은 나에게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면서 “정당과 국회를 바로 세우기에는 내 역량과 지혜가 턱없이 모자랐다.”고 말했다. 이들 의원에 앞서 원희룡 의원은 지난 7·4 전당대회 출마 당시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후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당내 3선 이상 중진들과 쇄신 대상으로 거론되는 초·재선 의원들도 당 쇄신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치적 선택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전 대표의 낙마와 함께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친박(친박근혜)계 중진들의 자진 용퇴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각에선 친박계 중진 가운데 영남권 5명, 수도권 1명 등 의원 6명의 실명이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당사자들은 “중진들을 ‘정치적 고려장’으로 몰고가기 위한 음해에 불과하다.”며 펄쩍 뛰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에 친이(친이명박)계 중진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친이계 3선 이상 중진들 중에선 물갈이 대상이 아닌 사람을 꼽기 어려울 정도다. 이 같은 분위기는 비단 여당뿐만이 아니다. 야당 역시 아직까지는 잠잠하지만 통합 논의가 마무리되면 그 즉시 공천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필승 구도로 생각하는 ‘여야 1대1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가진 민주당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 [옴부즈맨 칼럼] 독자가 원하는 디지털 콘텐츠/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옴부즈맨 칼럼] 독자가 원하는 디지털 콘텐츠/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제2물결을 상징하는 가장 오래된 대중매체인 신문의 독자 감소를 미디어 소비자의 탈대중화 현상으로 예견한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미래를 말하다’에서 30년 뒤 세상은 3만엔짜리 휴대전화 단말기에 신문 기사는 3.5억년 분량, 동영상은 3만년 분량을 저장할 정도로 바뀐다고 예측했다. 무한대에 가까운 저장장치인 클라우드가 초고속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종이신문과 CD는 거의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이다. DVD 대여업의 후발주자인 넷플릭스의 성공사례는 소비자가 이용하기 편리한 방법이야말로 콘텐츠의 품질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인기 가수의 음반을 사러 매장에 가는 일이 줄어들듯이 종이신문을 파는 가판대도 우리 주위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신 집에서 인터넷으로 종이신문과 똑같은 지면신문을 살 수 있다. 서울신문도 컴퓨터를 통해 종이신문을 볼 수 있는 ‘파오인 지면 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문사 홈페이지에서 ‘지면신문’을 구입하려면 회원가입이 우선이다. 먼저 실명확인이 필요하다. 한글이름을 입력하려면 한영전환키를 누르고, 주민등록번호 입력도 탭키를 누르는 작은 불편함을 참아야 한다. 실명확인이 끝나면 회원가입을 위한 정보 입력이 기다린다. 이름과 주민번호를 다시 쓰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정하고 생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를 써넣는다. 물론 인터넷 서울신문 회원 이용 약관과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목적, 개인정보 보유와 이용기간에 동의해야 한다. 신문 한 부를 사들이려는 데 이렇게 많은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슬며시 든다. 회원가입이 끝나면 구매 절차는 오히려 간단하다. 가장 손쉬운 휴대전화 결제를 선택해보자. 통신사와 휴대전화번호, 주민번호, 이메일을 기재하고 휴대전화기로 받은 승인번호를 기재하면 해당 날짜의 지면 보기가 가능하다. 구매한 신문 1면을 펼친다. 커버스토리 기사인 ‘서민들 솟아날 구멍이 없다’(10월 1일)를 클릭해 본다.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지면신문은 종이신문보다 선명하고 사진과 그래픽도 훨씬 생생하다. 무엇보다 지면 크기를 마음대로 늘리고 줄일 수 있어 편리하다. 기사 끝에 있는 ‘6면에 계속’이라는 문구를 보고 습관적으로 더블클릭해 보지만 해당 지면으로 넘어가는 기능은 없다. ‘관련기사 2, 3, 14면’이라는 표시도 마찬가지다. 화면 왼쪽에 지면별 기사 제목 목록을 통해서만 원하는 기사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다. 지면을 넘겨본다. 2면과 3면이 함께 나타난다. 두 면이 같이 화면에 제공되는 방식은 마치 종이신문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은 들지만 종이신문보다 작은 컴퓨터 화면 크기를 고려하면 오히려 한 면 단위로 제공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면 그대로 제공된 신문을 컴퓨터에서 읽는 불편함은 또 있다. 다양한 크기의 기사를 하나씩 읽으려면 화면을 여러 차례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터치패드 방식이라면 이런 불편함이 다소 줄어들겠지만, 마우스로는 이용하기 쉽지 않다. 무료로 제공하는 인터넷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문용어 설명 기능이나 ‘관련기사’ 기능은 정작 지면 읽기에는 없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과 연계해서 이용할 수 있는 N 스크린 기능이 제공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내가 구매한 신문 목록’과 같은 지면신문 이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작은 기능이 아쉽다.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정보혁명의 시대에 소비자는 콘텐츠 품질 하나만으로 만족할 리 없다. 종이신문이 독자에게 주던 안정감과 디지털이 제공하는 편리함을 한 그릇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을까. 신문의 미래를 그리는 일은 그 해답을 찾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 31일 李 대통령-30대그룹 총수 회동…재계 “선물 고민되네”

    31일 李 대통령-30대그룹 총수 회동…재계 “선물 고민되네”

    요즘 국내 대기업들의 고민이 날로 깊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영 환경 악화 못지않게 사회공헌, 특히 총수의 재산 환원이 재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의 간담회를 앞두고 ‘성의 표시’도 필요하다. 다만 총수들의 지분 현황이나 재산 규모 등이 제각기 달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총수 기부’ 분위기를 주도하는 곳은 현대가 그룹들이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전 고문 등 범현대가 오너와 계열사들이 5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데 이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5000억원의 개인 재산을 해비치복지재단에 내놓았다.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삼성그룹.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8년 특검 수사 이후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중 벌금과 세금 납부 뒤 남은 금액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차명 재산에서 남은 금액이 1조 1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지난 4월 삼성경제연구소에 사회공헌연구실을 만들어 현금이나 주식 기부, 재단 설립 등의 방안을 놓고 장단점을 파악하고, 선진국의 기부 사례 등을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31일 회동과 관련해 특별한 기부 계획은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 회장의 개인 재산을 좀 더 생산적인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 미래전략실 등에서 폭넓게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면서 “연말연시 등 때가 되면 의례적으로 하는 식의 기부에서 더 나아가 효율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이른바 ‘사회공헌 2.0’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LG는 청와대 회동 때 밝힐 사회공헌 및 동반성장 방안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5개 공익재단에 약 4600억원 규모를 출연했다. 포스코는 성과공유제 확대 등 선순환적인 동반성장 시스템 창출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다른 기업들은 고민이 더 깊다. 경영진 차원에서 총수에게 재산을 내놓으라고 건의하기도 어렵거니와 지분을 내놓는 것은 경영권 유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일부 지분을 내놓아도 우호 지분이 많기 때문에 경영권에 문제가 없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면서 “총수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경영권을 내걸고 지분을 기부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재산 기부 ‘가이드라인’이 천억원대로 뛰어오른 것도 부담이다. 또 다른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정몽준 전 고문의 기부 이후 총수의 재산 환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수백억원 정도에 그쳐 ‘내도 티가 안 날’ 상황”이라면서 “대신 돋보일 수 있는 여러 방식을 고민 중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총수들의 재산 환원에는 (검찰 수사에 따른 약속 등) 다른 의도가 담겨 있지만 무턱대고 외면하기도 힘든 만큼 31일 회동 전후로 대기업 총수들의 기부 움직임 등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류지영기자 douzirl@seoul.co.kr
  • “남유럽 재정위기 공통점은 지하경제”

    “남유럽 재정위기 공통점은 지하경제”

    남유럽 재정위기 배경은 방면한 재정 운용, 부동산 거품 붕괴 등 제각각이지만 공통 분모가 존재한다. 지하경제 규모가 큰 탓에 세수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그리스, 포르투갈 등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는 물론 잠재적 재정 위기 국가로 꼽히는 이탈리아, 스페인도 거대한 지하경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지하경제 규모가 컸고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지금도 17~18% 수준으로 여전히 우리 경제의 많은 부부을 차지하고 있다. 남유럽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지하경제 단속을 강화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8일 기획재정부는 “이탈리아는 그동안 재정위기 전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평가돼 왔지만 최근 정치적 불안, 경제성장 둔화, 과다한 국가채무 등 재정위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 국가 가운데 그리스 다음으로 지하경제 규모가 큰 이탈리아의 재정위험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오스트리아 요하네스 케플러대학 프레드리히 슈나이더 교수의 ‘2010년 OECD 21개국 지하경제 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는 전년보다 0.2% 포인트 늘어난 22.2%이다. 지하경제 규모는 말 그대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공식 통계는 없다. 이 때문에 주로 이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슈나이더 교수의 연구 자료가 인용된다. 이탈리아와 함께 ‘대마불사론’에 가려져 있다가 최근 대표적인 위기 잠재국으로 꼽히는 스페인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19.8%이다. 그리스의 경우 25.2%로 21개국 평균 14.0%의 2배에 가까운 지하경제를 갖고 있으며 포르투갈은 19.7%이다. 언급된 4개 국가가 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에서 1~4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탈세의 온상인 지하경제는 공공부문 과다 지출(그리스), 부동산 버블 붕괴(스페인)에 따른 재정 투입 등과 맞물리면서 재정 위기를 가져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재정확대를 위해 밖으로는 조세피난처를 타깃으로 한 조세협약을 맺은 것은 물론 안으로도 대대적인 탈세 추적 등 세수 확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은 이 같은 노력과는 동떨어져 있었던 탓에 지하경제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2000년 이후 빠르게 줄어 들어 GDP의 17~18% 수준다. 1990년대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2000년대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 확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세청이 조세협약을 맺는 등 국외 탈세에도 집중하고 있다. 안종석 한국조세연구원 조세연구본부 본부장은 “유럽의 경우 이민자들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지하경제가 클 수밖에 없고 줄이기도 어렵다.”면서 “우리도 여전히 지하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단속을 포함한 세무 부문과 현금경제를 줄이는 금융 부문에서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맥도날드 할머니 폭행에 이광필 실명위기…네티즌 반응 극과극

    맥도날드 할머니 폭행에 이광필 실명위기…네티즌 반응 극과극

    맥도날드 할머니의 폭행으로 가수 이광필이 실명위기를 겪었다는 소식에 네티즌 반응이 엇갈렸다. 이광필은 최근 여름옷을 전해주려다 맥도날드 할머니의 우산 폭행으로 눈을 다쳐 실명할 뻔 했다. 맥도날드 할머니의 폭행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좋은 일 하려다 큰일날 뻔 했다”, “실명하지 않아 다행이다”는 위로와 함께 “할머니만의 삶의 방식에 지나친 개입이 잘못이다”, “우리 중심의 시각으로 돕는 것이 되레 괴롭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사건을 처음 보도한 뉴시스에 따르면 이광필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하던 중 문득 맥도날드 할머니의 근황이 궁금해 맥도날드 할머니가 밤을 보내는 서울 서대문 맥도날드 매장에 들렀다. 지난 겨울에 입던 트렌치 코트차림의 맥도날드 할머니를 보고 잘못하면 더위를 먹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름용 티 10점을 준비해 다음날 밤 다시 할머니를 찾았다. 할머니에게 옷을 전해주려는 순간 할머니는 “넌 뭐야. 꺼져”라며 이광필을 향해 욕설을 쏟아내며 우산으로 이광필의 머리를 후려쳤다. 이광필이 계속 “겨울 옷은 더우니 입지 마시고 이 여름 옷으로 갈아 입으세요”라고 말하자 할머니가 우산 끝으로 이광필의 왼쪽 눈 부위를 찔렀다. 안경이 없었더라면 자칫 우산 끝에 찔려 실명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으나 다행히 안경 알만 깨지고 안경 덕에 실명은 면했다. 실명위기를 겪고 치료 중인 이광필은 “맥도날드 할머니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회복되는대로 1회성이 아닌 영구적인 지원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맥도날드 할머니 권 모(71)씨는 맥도날드 매장과 교회 등을 전전하며 10년간 거처없이 떠도는 할머니로 지난해 12월 이광필을 통해 안타까운 사연이 세상에 알려졌다. 사진 = 이광필 뮤비 ‘소중한 사랑’ 서울신문 나우뉴스 nownews@seoul.co.kr
  • Republic of South Africa-무지개 빛 이야기가 뜨는 땅, 남아프리카 공화국

    Republic of South Africa-무지개 빛 이야기가 뜨는 땅,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는 끝났지만 여전히 많은 흑인들이 소위 깡통집에서 살아간다. 150만 채 가량의 만델라 하우스가 지어졌지만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은 도시 한 구석에 여전히 남아 있다. 무지개 빛 이야기가 뜨는 땅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는 끝났지만 여전히 많은 흑인들이 소위 깡통집에서 살아간다. 150만 채 가량의 만델라 하우스가 지어졌지만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은 도시 한 구석에 여전히 남아 있다. 흑인 경제권 강화 제도 BEEBlack Economy Empowerment는 긍정적인 결과와 함께 흑인을 탄압하는 또 다른 흑인을 낳았다. 모든 일이 좋지만은 않다. 그런 와중에도 사람들은 남아공을 풍부한 자원과 자연을 지닌 축복의 땅이라고 한다. 흑인과 백인은 물론 여러 인종이 모여 만든 무지개 나라Rainbow Nation라고 한다. 어둡지만 않고, 밝지만 않지만 남아공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는 그리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준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남아프리카공화국관광청 www.southafrica.net Cape Town 살랑 바람이 피어나는 케이프타운 남아공에서 가장 살기 좋은 땅을 꼽으라면 아마 케이프타운Cape Town일 것이다. 일 년 내내 더울 것 같은 아프리카지만 케이프타운은 예외다. 여름인 1월에도 평균기온이 20.3도이며, 겨울인 7월에도 11.6도를 유지하는 지중해성 기후를 자랑한다. 살랑살랑 항구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도시를 호위하듯 우뚝 선 테이블 마운틴이 있는 케이프타운. 종종 비교되는 샌프란시스코보다 정이 가는 도시다. 보여주는 산, 보기 위한 산 케이프타운에 며칠 머무는 이들 모두가 테이블 마운틴에 오를 수 있는 건 아니다. 비와 바람이 잦은 케이프타운에서는 테이블 마운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말한다. 테이블 마운틴. 일반 산처럼 정상이 뾰족하지 않고 테이블처럼 평평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독특한 모양의 산은 케이프타운의 상징이자 랜드마크와 같다.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에 오르는 방법은 다양하다. 몇 군데 나 있는 등산로를 이용해도 되고, 케이블카로도 손쉽게 오를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없는 여행자들은 5분여 만에 정상에 도착하는 케이블카를 주로 이용한다. 테이블 마운틴 케이블카는 1929년에 개통됐으며, 현재 운행되는 둥근 형태의 케이블카는 1997년에 만들어졌다. 360도 회전하며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는 아찔하게도 창문 두 군데가 막혀 있지 않았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아, 탄성이 쏟아진다. 산 아래에서 본 것처럼 정상 일대는 테이블처럼 평평해 사방이 탁 트인 시원한 전망을 자랑한다. 주봉은 해발 1,086m의 매클리어봉이다. 주봉의 북서쪽으로는 669m 높이의 사자 머리Lion’s Head가, 북동쪽으로는 1,001m 높이의 악마의 봉우리Devil’s Peak가 있다. 이들 봉우리와 더불어 테이블 베이, 케이프타운 시내 등 일대가 모두 눈에 담긴다. 케이프타운에서는 테이블 마운틴을, 테이블 마운틴에서는 케이블 마운틴을 보는 셈이다. 정상 일대의 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어느 쪽으로 향해도 한 바퀴를 돌 수 있으니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면 된다. 케이프타운을 감싸 안은 테이블 마운틴의 모습은 시그널 힐Signal Hill에서 보는 게 아름답다. 석양 무렵, 차와 자전거를 타고 시그널 힐을 찾는 이들이 많다. 저녁이면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되는 테이블 마운틴의 여운을 달래기에도 그만이다. 시그널 힐이라는 이름은 매일 오전 12시에 대포를 발포해 얻게 됐다. 이 대포는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대포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한다. 테이블 마운틴 케이블카┃ 운행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마지막 하강 오후 6시) 요금 어른 왕복 R180, 편도 R90 문의 021-424-8181 tablemountain.net 1 케이프타운 시내에서 바라본 테이블마운틴과 라이온스 헤드 2 케이블카를 타고 테이블 마운틴에 오르면 케이프타운 일대가 한눈에 조망된다 3 시그널힐의 일몰 4 케이프타운 일대를 돌아보는 2층 버스가 테이블마운틴을 찾았다 5 테이블마운틴의 절벽위에서 잠든 바위너구리 6 테이블마운틴 산책로 폭풍 속에서 희망을 찾다 희망봉Cape of Good Hope이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이 아니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은 희망봉에서 동남쪽으로 160km 가량 떨어진 아굴라스 곶Cape Agulhas이다. 그럼에도 희망봉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그 옛날 인도양을 항해하던 선원들이 그랬듯 희망봉에서 희망을 보길 원하는 걸까. 희망봉을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바스코 다가마가 아니다. 포르투갈의 바르톨로메우 디아스라는 항해자가 1488년에 이곳을 발견해 폭풍의 곶Cape of Storms이라 이름했다. 9년 후인 1497년, 바스코 다가마가 이 곶을 통과해 인도로 가는 길을 개척하며 폭풍의 곶은 희망의 곶이 됐다. 케이프타운에서 희망봉까지는 약 50km 거리. 잘 닦인 자동차도로를 따라 희망봉으로 향한다. 운이 좋거나 혹은 나쁘다면 도로 위에서 개코원숭이와도 만나게 된다. 한번 먹을 걸 주면 좀체 떨어지지 않는 놈이라 양아치로 통하기도 한다. 그렇게 도착한 희망봉은, 바다다. 희망봉이라는 표지판이 놓인, 육지다. 그래도 거룩한 이름의 희망봉인지라 기념사진만은 놓치고 싶지 않다. 희망봉이라는 표지판이 놓인 곳은 바스코 다가마가 실제 발을 디딘 곳이다. 전해 오는 말에 따르면, 당시의 날씨가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여 케이프 포인트Cape Point는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최남단은 아니지만 남아공 남서쪽 끝을 이루는 곶이 있다. 바로 케이프 포인트다. 238m 높이에 등대가 놓여 있으며, 케이블카를 타거나 걸어서 오를 수 있다. 케이블카는 해발 127m에서 출발해 214m 높이의 역에 선다. 케이프 포인트에서는 희망봉은 물론 일대의 바다가 한눈에 조망된다. 세계 도시의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 등 소소한 볼거리들이 등대와 함께 있다. 케이프 포인트는 테이블 마운틴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관람시간 10~3월 오전 6시~ 오후 6시, 4~9월 오전 7시~오후 5시 요금 입장료 어른 R80, 어린이 R20, 케이블카 어른 왕복 R45, 편도 R35 문의 www.tmnp.co.za, www.capepoint.co.za 1 한 번 먹을 것을 주면 좀체 떨어지지 않는 개코 원숭이는 케이프타운에서 양아치로 통한다 2 케이프 포인트 케이블카는 해발 127m에서 출발해 해발 214m 역에 선다 3 희망봉을 알리는 표지판 감옥이 된 섬, 유산이 된 감옥 로벤 아일랜드Robben Island로 향하는 길, 배를 다루는 바다가 거칠다. 대서양의 원래 성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바다를 맨몸으로 건너기란 불가능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일 것이다. 섬은 1836년부터 1931년까지는 나병환자를, 1959년부터는 정치범을 가두는 장소로 활용됐다. 워터프론트Victoria & Alfred Waterfront의 넬슨 만델라 게이트웨이에서 1시간여 바닷길을 달리면 로벤 아일랜드에 닿는다. 쇼핑 센터와 카페, 레스토랑 등이 모여 있는 워터프론트는 늘 활기에 넘친다. 가끔 길거리에서 열리는 공연이라도 보고 있자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피셔맨스워프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로벤 아일랜드는 다르다. 텅 빈 섬은 고요하며 엄숙하다. 감옥이 폐쇄된 건 1996년의 일이다. 다음해인 1997년부터 섬은 박물관으로 공개됐고, 199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섬은 버스로 돌아본다. 버스에는 그 옛날 변사를 떠올리게 하는 가이드가 동승해 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버스를 한 장소에 세워두고 투어가 진행돼 조금은 답답하고 지루한 면도 있지만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진지하다. 버스는 섬을 한 바퀴 돈 다음, 참가자들을 감옥에 내려준다. 실제 이 감옥에 수감됐던 이가 안내를 맡아 강제 노역을 했던 장소며, 수십명의 수감자가 지냈던 방과 화장실 등을 보여준다. 당시 뙤약볕에서 노역을 하며 실명을 한 이들도 많았다고 하니 수감 생활의 고단함은 짐작할 만하다. 넬슨 만델라를 포함한 여러 정치범들이 수감됐던 독방 또한 볼 수 있다. 넬슨 만델라는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27년을 이곳에서 보냈다. 로벤 아일랜드 투어는 4시간여에 걸쳐 진행된다. 섬에서 보내는 시간보다는 이동하는 시간이 길지만 그들의 성지를 엿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물개와 가마우지의 터전이 되는 섬 주변의 바다와 섬 안에서 만나는 아프리칸 펭귄도 반갑다. 4 워터프론트의 시계탑 5 로벤 아일랜드에 사는 아프리칸 펭귄 6 워터프론트에는 관광객을 상대하는 수많은 가게가 자리했다 그 섬에 물개가 산다 네덜란드어로 나무라는 뜻의 호우트Hout.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상당량의 목재를 베기 이전에 이곳은 울창한 숲이었다고 한다. 1652년, 요한 반 리빅Johan van Riebeek은 그의 일기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이곳을 기록했고, 이후 이곳은 호우트 베이Hout Bay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아침, 호우트 베이는 숲이 아닌 기념품을 파는 노점으로 가득하다. 목재 인형에 부부젤라까지, 다양한 상품을 늘어 놓은 노점은 물개 섬으로 향하는 여행자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물개 섬Seal Island은 호우트 베이에서 뱃길로 15분 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 정식 이름은 더커 섬Dulker Island이지만 물개를 보기 위해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물개섬이라 불린다. 커다란 갯바위에 가까운 섬에는 계절에 따라 600마리에서 5,000여 마리의 물개가 살아간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섬을 물개가 온통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여 배는 섬에 다가갈 뿐 정박하지는 않는다. 섬 주위를 천천히 움직이는 배에서 물개를 보는 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15분여 뱃길을 달려 10분여를 구경하고, 또다시 돌아오는 물개 섬의 여정은 40분 정도로 짧아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희망봉으로 가는 길에 이곳을 잠시 들른다. 호우트 베이를 떠나 희망봉으로 가는 길은 챔프만스 피크 드라이브Champman’s Peak Drive를 따른다. 죄수들을 동원해 7년간 닦은 길로 1922년에 개통됐다. 도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호우트 베이는 하늘의 빛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빛을 담아낸다. 운행시간 오전 8시45분줈, 오전 9시30분, 오전 10시15분, 오전 11시10분줈(줈는 비정기 노선) 요금 어른 R42.50, 어린이 R15 문의 Circe Launches 021-790-1040 www.circelaunches.co.za 작지만 강한 심장의 펭귄들 남아공에도 펭귄이 산다. 아프리카에 사는 놈이라 이름도 아프리칸 펭귄이다. 케이프타운에서 희망봉으로 가는 길에는 보울더스라는 해변이 자리했다. 1982년에 이 해변으로 한 쌍의 펭귄이 들어왔고, 지금은 3,000여 마리의 펭귄이 살아가는 보울더스 펭귄 서식지Boulders Penguin Colony로 탈바꿈했다. 1910년에는 150만 마리 가량의 아프리칸 펭귄이 남아프리카에 서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음식 재료로 펭귄 알을 사용하는 등 여러 이유로 20세기 말에는 개체수의 10% 정도만이 살아남았다. 아프리칸 펭귄은 40~50cm 정도의 귀여운 체구를 자랑한다. 체구는 작지만 심장은 강하다. 보울더스의 해변까지 이어지는 나무 데크에서는 사람을 피하지 않는 펭귄을 볼 수 있다. 심지어는 해변을 벗어나 주차장까지 걸음을 하는 펭귄도 있다. 아프리칸 펭귄은 재캐스 펭귄Jackass Penguin이라고도 불렸다. 당나귀와 울음소리가 비슷해서였는데, 남아메리카의 일부 펭귄도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 아프리칸 펭귄이라 불린다고. 이 펭귄은 1시간에 7km 정도를 수영하고, 2분 정도 잠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보울더스와 차로 5분 이내 거리에 자리한 사이먼스 타운Simon’s Town도 가볼 만하다. 네덜란드 총독이었던 사이먼이 이곳에 항구를 만드는 것을 제안했다는데 곳곳에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들이 많다. 입장요금 어른 R35, 12세 이하 R10 문의 021-786-2329 www.tmnp.co.za 1 챔프만스 피크의 전망대 2 호우트 베이에서 뱃길로 15분 가량 달리면 물개 섬이라 불리는 더커 섬에 닿는다 3 보울더스 해변의 펭귄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에 익숙하다 Kruger National Park 선한 영혼이 뛰노는 자리 크루거 국립공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음푸말랑가Mpumalanga 날씨 맑음. 똑똑한 핸드폰의 아름다운 위젯이 크루거의 날씨를 알린다. 케이프타운에서 2시간 가량 하늘 길을 날아 넬스프룻Nelspruit 공항으로, 또다시 차로 2시간을 넘게 달려 크루거 국립공원Kruger National Park의 사설보호구역Private Game Reserve에 들어섰다. 남아공에서 가장 큰 보호구역으로 알려진 크루거는 그 크기만 남북으로 350km, 동서로 60km에 해당한다. 남아공의 음푸말랑가와 림뽀뽀Limpopo주를 포함해 북쪽으로는 짐바브웨, 동쪽으로는 모잠비크와 맞닿아 있다. 이처럼 거대한 크루거의 음푸말랑가 땅, 말라말라 사설보호구역Mala Mala Private Game Reserve에 며칠 머물 예정이다. 똑똑한 핸드폰이 알려준 날씨가 새삼 반갑다. 동물원이 아니랍니다! 새벽부터 숨가쁘게 이어온 여정이건만 쉴 시간은 없다. 해거름이 찾아 들기 전에 야생의 땅으로 안전하게 잠입해야 한다. 샌드위치로 곯은 배를 대충 채우고 랜드로버에 올라탄다. 랜드로버는 크루거 사파리에서 여행자의 발이 된다. 도심의 도로를 달리며 뿜어내던 그의 야성미가 비로소 진정한 멋을 발휘하는 때다. 랜드로버가 발이라면 레인저Ranger는 여행자의 눈이자 보호자다. 레인저들은 매와 같은 눈으로 동물들의 뒤를 쫓는 한편, 안전의식이 미비한 사파리 여행자들을 주의시킨다. “랜드로버에서 엉덩이를 떼지 마세요.” “동물원으로 착각하고 소리치지 마세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장전한 엽총을 지닌 레인저들이 당부에 당부를 거듭한다. 그래야 죽지 않고 사파리를 마칠 수 있다. 워터벅Waterbuck은 사파리가 시작되자마자 모습을 드러냈다. 엉덩이에 Q마크를 예쁘게 새긴 워터벅 한 마리다. 곧 이어 모습을 드러낸 임팔라Impala의 엉덩이에는 M자가 박혀 있다. 사파리가 시작되자마자 웬 횡재냐며 랜드로버의 일행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사실 크루거에는 워터벅이며 임팔라 같은 초식동물은 널려 있다. 찾아내고 뒤를 쫓을 필요도 없다. 그들의 생존 방법이 많이 낳는 것 외에 별다른 게 없어서다. 서쪽 하늘의 석양볕이 열기를 잃고 어둠이 내렸다. 낯설고 먼 소리에 임팔라가 반응을 보인다. 놈의 천적이 근처를 어슬렁거린다는 뜻이다. 또 다른 랜드로버에서 무전을 보내 임팔라의 행동을 확인해 준다. 사자다. 그것도 네 마리의 새끼 사자를 거느린 사자 가족이다. 무전을 주고받은 네 대 가량의 랜드로버가 모여들었다. 사자 가족의 비위를 맞추며 랜드로버 떼가 조심스레 접근을 시도한다.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가까이. 카메라 앞에 몇 차례 포즈를 취하던 사자 가족은 초원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네까짓것들은 관심 없다는 듯 시크의 절정을 보여주고는 떠났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흥분했다. “내가, 여기, 크루거, 사파리에서, 사자를, 아니, 사자 가족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1 크루거를 대표하는 초식동물인 임팔라. 뿔 달린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과 함께한다 2 크루거 사파리에서 여행자들의 발이 되는 랜드로버 3 작은 몸집의 새들도 크루거에서는 생존의 법칙에 따라 살아간다. 하루 400km 가량 곡예하듯 비행하는 배틀래 독수리Bateleur Eagle 4 임팔라를 사냥한 표범이 천천히 식사를 즐기고 있다 5 아침, 경비행장 활주로에 나타난 코뿔소 떼 맹수가 사냥을 하는 날 아프리카 사파리 경험이 많은 이들은 초보 사파리 여행자들에게 크루거를 권한다. 짧은 여정으로 쉽게 닿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비교적 손쉽게 동물을 볼 수 있어서다. 초원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 동물을 관찰하는 것도 크루거만의 매력이다. 찻길을 준수하는 여타 사파리와는 달라 크루거에서는 쌍안경이 필요 없다. 의기충천해 범이라도 잡을 태세로 달려가는 길, 진짜 범을 만났다. 호피 코트를 멋지게 뽐내는 표범의 엉덩이가 걸음걸음 실룩거린다. “쉿!” 걷고 쉬기를 반복하는 표범의 발걸음이 외따로 풀을 뜯는 임팔라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사.냥.예.감. 예사롭지 않다. 맹수가 사냥을 하는 날, 사파리를 하는 이에게 필요한 건 인내다. 맹수는 배부른 식사를 위해 초식동물과의 거리를 아주 천천히 좁혀 가며 사냥을 한다. 기다림의 시간, 동물 찾기에만 혈안이 됐던 시선이 어느새 하늘을 향한다. 별은 총총하고, 달은 밝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저 멀리 일렬로 선 목 긴 기린 떼의 실루엣이 들어온다.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는 기다림을 함께하는 친구가 된다. 사냥 시간이 가까워 온다는 생각에 긴장감은 배가 되고, 목구멍으로 침 넘어가는 소리가 귀를 아릿하게 적시는 바로 그 순간, 표범이 사라졌다! 임팔라 수놈의 울부짖는 소리를 따라 랜드로버가 초원 안으로 들어선다. 수놈 임팔라와 멀지 않은 곳에는 이미 목을 내어 준 암놈 임팔라가 쓰러져 있다. 이번에는 표범의 기다림이 시작됐다. 임팔라의 목을 문 표범은 몇분간 미동도 않는다. 파다닥. 파다닥. 몇 차례 이어지는 임팔라의 몸부림에도 표범은 굳건하다. 표범의 기다림이 끝났다는 것은 소리로 알게 된다. 사각사각 살과 내장을 뜯어내는 소리가 선명하다. 사냥에 성공한 표범은 위풍당당하게 식사를 즐긴다. 불과 몇 시간 전, 초식동물을 동정했던 우리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 반하고 말았다. 아름답다. 잔인하지만 아름답다. 1 등에 작은 새를 태운 버펄로의 모습. 새는 버펄로가 이동할 때 뛰어오르는 메뚜기와 같은 곤충을 먹고 산다 2 초식동물 임팔라는 작은 소리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빅 파이브’를 만나게 될까 사파리를 하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사자, 표범, 코뿔소, 코끼리, 버펄로를 이르는 ‘빅 파이브 Big 5’다. 사파리를 하는 동안 이들을 모두 보는 건 그야말로 행운이다. 말라말라 사설보호구역에서도 빅 파이브를 모두 보는 이들에게는 증명서를 준다. 이른 아침, 사파리를 시작하자마자 코뿔소가 보인다. 방금 전에 떠오른 해를 등지고는 경비행기 활주로에 단체로 자리를 깔았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버펄로도 아침 사파리에서 만난다. 코뿔소나 코끼리, 버펄로는 새와 함께 다니는 경우가 많다. 등이나 머리 위에 새가 앉아도 그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작은 새들은 큰 동물이 이동할 때 뛰어오르는 메뚜기와 같은 곤충을 먹고 산다. 몸집에 관계 없이 야생에는 생존 법칙이라는 게 존재한다. 크루거의 사설보호구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일출과 일몰 즈음, 두 번의 사파리를 한다. 한낮에는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워킹 사파리 Walking Safari 를 진행한다. 초원까지는 랜드로버로 이동을 하고, 짧은 거리를 걸으며 초식동물이나 새, 나무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워킹 사파리까지 참여하면 하루가 빡빡하다. 똑똑한 핸드폰의 날씨가 바뀌었다. 흐림. 그래도 사파리는 어김없이 이어진다. 어둠이 내렸지만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느껴진다. 첫날의 흥분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음침한 분위기에 몸이 절로 움츠러든다. 웬일인지 동물들도 자취를 감췄다. 너무나 빨라 쫓기가 힘든 하이에나만이 어둠 속을 배회한다. 레인저는 “음침한 오늘은 사냥의 날”이라고 했다. 여기저기에서 사냥이 이뤄졌고, 버려진 고기를 먹기 위해 하이에나는 움직였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봤다면 그날은 사냥의 날이자 피의 날이며 음침한 기운을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 날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 clip 말라말라 메인 캠프 Mala Mala Main Camp 크루거 국립공원 음푸말랑가 주에 자리한 로지 Lodge 중 하나다. ‘말라말라’와 ‘래트레이스 온 말라말라Rattray’s on Mala Mala’라는 두 개의 로지가 가까이에 있다. 래트레이스 온 말라말라는 전용 풀을 갖춘 풀 빌라. 단 8개의 객실만 운영하며, 16세 이하는 출입을 금하고 있다. 말라말라 캠프에서는 사파리를 하는 시간 외 밥을 먹는 등의 모든 일을 레인저와 함께한다. 심지어 밤에 숙소로 돌아갈 때는 레인저가 문 앞까지 배웅한다. 수영장, 레스토랑, 바 등의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사슴 종류나 코끼리 등은 캠프 안에서 돌아다닐 정도로 보호구역과 경계가 희미하다. 문의 011-442-2267 www.malamala.com Travel to South Africa ▶남아공 찾아가는 길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는 남아프리카의 항공의 허브 도시다. 한국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는 일반적으로 홍콩을 거쳐 간다. 크루거 국립공원이 위치한 넬스프룻 공항은 요하네스버그에서 1시간, 케이프타운에서는 2시간 가량 걸린다. 사우스아프리카항공 서울사무소 02-775-4697. ▶남아공 기본정보 랜드(Rand, 주로 란드라 발음)를 사용한다. R1는 160.41원. 230V 3핀 코드. 대부분의 호텔에는 한국 전자제품의 2핀 코드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가 하나 정도 마련돼 있다.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남반구에 자리했으므로 한국과 날씨가 반대다. 7월 최고기온은 17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알맞은 기온이지만 최고 기온이라는 사실을 감안하자. 아침저녁으로는 아주 춥다. 비가 적은 여름과는 달리 7월 평균 강수량은 82mm로 많은 편이다. ▶Accommodation 케이프타운 추천 호텔 월드컵 때 태어난 페퍼 클럽Pepper Club 케이프타운의 다운타운에 자리한 5성급 호텔로 2010 월드컵 때 문을 열어 시설이 전반적으로 깨끗하다. 객실 분위기는 모던한 편. 스토브와 오븐이 있는 부엌이 마련돼 있으며, 토스트기와 캡슐 커피 머신도 있다. 호텔 바로 옆에 아바나(Havana)라는 유명 클럽이 자리해 일부 객실은 시끄러울 수도 있다. 주소 Cnr Loop and Pepper Street, Cape Town 문의 021-812-8899 www.pepperclub.co.za 고풍스러운 더 테이블 베이 호텔The Table Bay Hotel 워터프론트에 자리한, 케이프타운에서 손에 꼽히는 고급 호텔이다. 로벤 아일랜드와 워터프론트, 테이블 마운틴 전망의 329개의 객실이 다양한 타입으로 마련돼 있다. 객실 분위기는 고풍스럽다. 호텔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한 아틀랜틱 그릴(Atlantic Grill)과 경쾌한 분위기의 유니온 바(Union Bar) 등이 자리했으며, 스파, 수영장 등의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주소 Breakwater Boulevard, Quay 6 Victoria & Alfred Waterfront, Cape Town 문의 021-406-5000 www.tablebayhotel.com ▶Dining Place 케이프타운 추천 레스토랑 보슈운달Boschendal 와이너리 투어 와이너리 투어는 케이프타운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시내에서 20km 정도 떨어진 더반빌을 시작으로 수많은 와이너리가 펼쳐진다. 그중 보슈운달은 1685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와이너리. 케이프타운 시내에서는 차로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는 곳에 자리했다. 2,250헥타르에 이르는 이곳 와이너리에서는 한 해에 300만 병의 와인이 생산된다. 화이트 와인이 60%, 레드 와인이 40%의 비율을 차지하며 반은 해외로 수출하고, 반은 남아공에서 판매된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수입한 고가의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 등 종류가 다양하다. 와인 테이스팅을 통해 와인을 맛볼 수 있으며, 와이너리 내에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해 마시는 것도 가능하다. 뷔페로 운영되는 레스토랑의 음식이 아주 훌륭하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와인은 화이트 와인인 1685 샤도네 2009(1685 Chardonnay 2009)와 레드 와인인 1685 시라즈 2009(1685 Shiraz 2009). 각각 R60로 가격도 저렴하다. 문의 www.boschendalwines.com 아프리카의 맛을 담은 마마 아프리카 Mama Africa 아프리카의 분위기를 담은 레스토랑으로 케이프타운 시내에서는 유명한 편이다. 주말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 악어, 스프링복, 타조 고기 등이 함께 나오는 메뉴는 생소하지만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저녁에는 아프리카 전통 공연도 열린다. 주소 178 Long Street, Cape Town 문의 021-424-8634, 021-426-1017 해산물이 싱싱한 벌사스Bertha’s 사이먼스 타운의 항구에 자리한 레스토랑으로 바다가재, 오징어, 라임 피시 등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음식은 전반적으로 짠 편이다. 주소 Quayside Centre 1 Wharf Road, Simons Town, Cape Town 문의 021-786-2138, 021-786-2286 www.berthas.co.za 바다가재 게장이 있는 성북정Taste of Asia 케이프타운에 자리한 몇 안 되는 한식당. 생선초밥 등 일부 메뉴를 뷔페로 즐길 수 있으며, 한식 메뉴를 따로 주문할 수도 있다. 바다가재를 게장처럼 양념해 반찬으로 내어 놓는다. 주소 45 Lower Main Road, Observatory, Cape Town 문의 021-447-1515, 1500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김영배 성북구청장 “市 최초 친환경 무상급식 시범구 활약”

    김영배 성북구청장 “市 최초 친환경 무상급식 시범구 활약”

    젊어서인지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사람 중심, 사람 지향 도시’를 표방하며 미칠 듯 질주해 왔다. 서울시 최초로 친환경 무상급식 시범 자치구로 활약했고, 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성북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복지예산을 편성했고,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굶는 사람, 자살과 고독이 없는 ‘3무(無) 성북’을 만들고자 온힘을 다했다. 독거노인과 장애인 가정을 돌보고, 실명위기인 주민을 위해 안과 수술을 연계시킨 게 좋은 사례다. 도시재생과 공동체 복원을 위한 아카데미를 꾸리고, 만 3세 이하 어린이를 위한 무료 예방접종 등 주요사업만 손꼽아도 11가지다. 이제 속도를 조절해 굵은 사업을 중심으로 나머지 사업들이 쭉 따라 올라오도록 할 때다.
  • [사설] 중수부 폐지 합의 발표 시점 부적절하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3일 전체회의에서 전격 합의 발표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기능 폐지를 둘러싼 파장이 만만찮다. 무엇보다 부산저축은행의 부실과 비리의 책임 소재, 로비 의혹에 대한 중수부의 칼날이 정치권을 겨눈 상황에서 나온 합의인 탓에 검찰은 “전쟁 중인 장수의 목을 치자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는 중수부 폐지와 관련해 검찰 측의 대응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미 중수부 폐지에 대해 ‘검찰 개혁의 일환’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문제는 국회의 발표 시점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개특위는 이달 말까지인 활동 시한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터다. 1년 4개월간 사법개혁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특별수사청 신설과 대법관 증원 등 핵심 사안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마무리짓는 분위기였다. 용두사미라는 질타에 반박조차 못했다. 그러다 느닷없이 중수부 폐지를 법으로 규정한다는 합의안을 내놓았다. 사개특위뿐만 아니라 여야 지도부도 “중수부 폐지는 이미 두달 전에 결정됐던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폐지 방식을 대검 규칙으로 할지, 새로운 입법으로 할지의 선택만 남겨 놓았던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발표 시점의 적절성에 대해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저축은행 수사는 현재 정·관계 인사들의 부패 커넥션을 향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관련 정치인의 실명까지 거론되는 형국이다. 여야도 상대편 정치인의 이름을 대며 의혹 부풀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중수부 폐지 합의 발표는 정치권이 ‘자기 보호’라는 눈앞의 공동 이익을 위해 야합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중수부 존폐의 당위론을 떠나 국민적 공감이나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정치권은 검찰을 자극하기에 앞서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보듬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사개특위의 결정 이면에 검찰의 수사를 흔들거나 방해하려는 계산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은 정치적 공방을 자제하면서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다. 검찰도 국회에 맞서 ‘방탄조끼’니, ‘선전포고’니 하는 원색적인 항변은 삼가야 한다. 대검 중수부는 거악(巨惡) 척결이라는 존재 이유를 되새기며 외부의 입김에 흔들림 없이 성역 없는 수사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 [폴리시 인사이트] 남북 비밀접촉 설명할 건 설명해야

    최근 북한의 대남행위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공식 매체를 통해 남북관계 이슈에 대한 정보를 남한보다 더 많이 공개하는 것이다. 남한 정부의 대북 정책이 여전히 밀실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노리고 남한 국민들을 흔들려는 전략이다. 지난 2월 남북 군사실무회담 당시 “북한이 저자세로 매달리듯 회의에 임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회의 분위기를 상세하게 공개한 일이 그랬고, 이번 비밀 접촉 폭로 역시 비슷한 수법으로 읽히고 있다. 북한이 노리는 것은 남남갈등이다. 원칙적이고 꼿꼿하기만 한 줄 알았던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었다니 보수진영에는 배신감을, 진보진영에는 아마추어라는 비판을 불렀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외부의 적이 필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면서도 폭로 내용 가운데 북측에서는 누가 나섰는지, 우리의 요구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는지 등 조금이라도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배신감이 잦아든 지금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주장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궁금하다. 북한은 어떤 협상 조건을 내걸었는지, 무엇을 요구했는지, 천안함·연평도에 대한 북측의 입장에는 변화가 있었는지 협상의 전모가 궁금하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북한의 주장은 진의를 왜곡한 것”이라는 통일부 대변인의 논평이 전부였다. 특히 비밀 접촉에 있어서 우리 외교안보라인의 아마추어적인 행동은 아쉬운 부분이다. 비난받을 부분은 받더라도 “돈봉투를 내놓고…정상회담을 구걸했다.”는 표현을 쓰고 실명을 거론했으면 최소한 책임 있는 사람의 진솔한 해명이 필요하다. 비밀 접촉은 말 그대로 양측이 ‘절대 함구’라는 기본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신뢰의 문제다. 우리에게 치명타를 입혔다면, 상대방에도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신뢰 훼손의 문제다. 책임 있는 사람의 책임 있는 의혹 해명이 필요하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MBC ‘나가수’ 제작진, 헛소문에 수사의뢰 경고

    MBC ‘나가수’ 제작진, 헛소문에 수사의뢰 경고

     MBC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나가수)에 대한 각종 루머가 일자 제작진이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나가수’ 제작진은 26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황당 루머들이 마치 사실인 양 퍼져 나가며 ‘나가수’에 해악을 주고 있다.”면서 “특히 녹화에 대해 ‘특급 스포’라는 엉터리 글이 해당 가수의 가슴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진은 다른 스포와 달리 이번 글은 실명이 언급되며 가수들의 명예를 훼손한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불가피하게 글을 올리고 퍼나르는 네티즌들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경고했다.  특히 “더 이상 스태프를 사칭한 악성 스포일러와 루머는 없길 바란다. ‘나가수’에 출연한 가수들이 최고의 무대를 준비하는데 몰입할 수 있도록, 근거 없는 악성 스포일러와 루머는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나가수’는 최근들어 가수들이 부른 노래와 평가단의 판정 순위를 두고 각종 스포일러들이 난무했다. 지난 22일 방송분의 경우, 실제 탈락자는 김연우였지만 10여일 전부터 탈락자가 윤도현이라는 가짜 스포일러가 유통됐다. 제작진이 스포일러성 글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해왔으나, 수그러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제작진이 강력경고에 나선 것은 최근 녹화장에서 출연진 간에 사소한 의견충돌이 있었다는 사실이 스포일러를 통해 밝혀지며, 한 가수에게 악성 루머가 쏟아진 것이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MBC는 이와 관련해 “스포일러에서 언급된 2명의 선후배 가수는 고성을 내지도 언쟁을 벌이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곡 선정을 위한 미팅은 있지도 않았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올린 글의 전문.  시청자 여러분이 ‘나는 가수다’에 대해 보내주시는 뜨거운 관심과 애정 어린 충고 늘 감사합니다. 하지만 최근 며칠 동안, 질책이나 조언과는 아무 상관없는 황당한 루머들이 마치 사실인 양 퍼져나가며 <나는 가수다>프로그램에 해악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나가수 스태프를 사칭한 ‘5월 23일 나가수 녹화에 대한 특급 스포’라는 엉터리 글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며 언급된 가수들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이 글을 요약하자면, 실명이 언급된 두 가수가 다음 미션 곡 선정을 위한 미팅 중 언성을 높이며 크게 싸웠고, 이로 인해 ‘나는 가수다’ 녹화가 무산될 위기가 왔었다는 내용입니다. 먼저, 사실을 확인해드리면 언급된 2명의 선후배 가수는 고성을 내지도 언쟁을 벌이지도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곡 선정을 위한 미팅은 있지도 않았습니다. 제작진은 이렇게 사실을 확인해주는 과정조차 그들에게 심적 고통을 줄까 우려되지만, 제작진으로서 사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이같이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나는 가수다’ 스태프를 사칭해 쓰여진 이 글은, 이 밖에도 있지도 않은 다른 사안들 -편곡 또는 친분관계-을 언급하며 해당 가수들을 인신공격하고 있습니다. 이런 악성 루머로 인해 해당 가수들은 너무 큰 정신적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나는 가수다’ 제작진은 다른 스포와 달리 이번 글은 실명이 언급되며 가수들의 명예를 훼손한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불가피하게 글을 올리고 퍼나르는 네티즌들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제 더 이상 스태프를 사칭한 악성 스포일러와 루머는 없길 바랍니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들이 최고의 무대를 준비하는데 몰입할 수 있도록, 근거 없는 악성 스포일러와 루머는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5월 26일 ‘나는 가수다’ 제작진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0)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0)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

    “다행스럽게 사르트르가 있었다. 사르트르는 우리들의 외부였다. 그는 정말로 뒤뜰에서 부는 바람이었다. 그는 우리들에게 새로이 자리잡은 질서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준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그런 수단이었다. 그는 하나의 모델, 하나의 방법 혹은 하나의 전형이 아니라 약간의 신선한 공기, 바람이었다. 카페 드 플로르에 들어서면서 그는 이상하게도 지식인들의 분위기를 바꿔 버리는 그런 지식인이었다.”(들뢰즈 ‘대담’) 1980년 4월 19일, 파리 몽파르나스는 인파로 넘쳐났다. 한 꼬마의 말로 회자되듯이 “사르트르의 죽음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것. 이 스펙터클한 장례식 행렬 속에는 도무지 하나로 파악될 수 없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한데 섞여 있었다. 보기 흉하리만치 작달만한 신체, 까칠한 피부, 썩은 치아, 실명한 한쪽 눈에 콧소리 섞인 목소리를 지닌 철학자. 사르트르만큼 세인의 관심을 받은 철학자가 또 있을까. 어떤 사건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그의 입을 주시했으며, 그에게 무언가를 기대했다. 그는,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표현대로 ‘대중의 열정과 조급함의 대상’이었다. 사르트르 역시 자신에게 떨어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공적 삶과 사적 삶이 분리될 수 없다고 믿었으며, 자신의 삶과 철학이 당대에든 후대에든 ‘투명하게’ 노출되기를 바랐다.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열광했고, 또 한없이 분노했다. ●사르트르의 영광과 비참 세계 제2차대전 직후인 1945년.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사르트르의 강연회는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몰린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의자가 부서지고 고함소리가 난무했으며, 몇몇은 실신했다. 그들은 왜 거기 모였는가? 그들 중에 난해하기 짝이 없는 텍스트인 ‘존재와 무’를, 그의 처녀작 ‘구토’를 읽은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 그 당시 프랑스에서 사르트르는 하나의 ‘유행’이었다. 이 강연은 즉각적으로 그에 대한 오해와 비난을 야기했다. 젊은 들뢰즈와 그의 친구들은 ‘휴머니즘’이라는 낡은 모토에 아연실색했으며, 레비-스트로스를 위시한 일단의 ‘구조주의자’(미셸 푸코를 포함해서)들은 역사와 주체의 책임을 말하는 그의 논리를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사르트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존주의’라는 용어는 사르트르의 꼬리표가 되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사르트르’라는 이름은 대중문화처럼 삽시간에 소비되었으며, 1950년대와 60년대에 세계 각지의 민족해방운동단체, 혁명집단, 압제당하는 소수집단들은 앞을 다퉈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중에는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인 프란츠 파농도 있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는 증오의 표적이 되었다. 그의 소설 ‘구토’는 세상의 모든 오물과 악취에 비유되었으며, 그의 여성 편력과 취향은 소설 속의 묘사와 비교되면서 끊임없이 가십거리가 되었고, 그의 아파트에는 두 차례에 걸쳐 폭탄이 투하되기도 했다. 좌파, 우파, 공산주의자, 반공주의자, 신, 도덕, 국가 등등 사람들은 사르트르를 거의 모든 것의 이름으로 공격하고 비난했다. 심지어 알튀세르는 이런 ‘사기꾼’의 입을 막으려면 채찍으로 때리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 영광과 비참 사이에 사르트르가 있다. 그는 끊임없이 인용되었으며, 그보다 더 많이 오해되었다. 사르트르라는, 한 시대의 아이콘에 대한 애정을 담아 쓴 꼼꼼하고도 깊이 있는 평전 ‘사르트르의 세기’의 저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사르트르에게 가해진 당대의 비난들, 즉 휴머니스트·역사주의자·주체주의자 등의 명명으로부터 사르트르를 구출해 내려고 한다. 사르트르는 영속적인 본질과 내면을 지닌 인간 주체를 믿기는커녕 끊임없이 ‘인간’ 자체를 회의하고 자아를 부정했으며, 고리타분한 역사의 진보 따위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분출하고 단절하고 폭발하는 ‘사건들의 도래’를 기다렸다는 것이 레비의 생각이다. 사르트르의 텍스트에 대한 가치판단은 해석자의 몫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누구나 그를 비난할 수 있었지만 당대의 누구도 그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사르트르의 ‘뒤틀리고 왜곡된 사유’를 비난했던 푸코도 마지막 대담에서는 자신이 그에게 진 빚을 고백했으며, 들뢰즈 역시 그러했다. “마지막 철학자는 사르트르야. 알겠나. 우리 모두는 그에게 모든 것을 빚지고 있어.” ●나는 지식인이다, 나는 작가다 20세기 철학자 중 사르트르만큼 다양한 장르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지식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문학, 정치, 연극, 저널리즘, 비평, 방송, 샹송 작사 등 그는 글로 참여할 수 있는 거의 전 영역을 종횡무진했던, 말 그대로 ‘총체적 지식인’이었다. 사르트르가 지향했던 ‘총체적 지식인’의 이미지는 보부아르의 ‘이별의 의식’에 나오는 한 구절로 단번에 짐작된다. “내가 당신을 알게 되었을 때, 당신 스스로 스피노자이면서 동시에 스탕달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지요.” 스피노자와 스탕달, 냉정한 철학자와 이야기하는 사기꾼을 동시에 꿈꾸었던 철학자. 사르트르는 자기 시대를 사유하기 위해 수많은 철학자를 경유했고, 이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문학을 필요로 했다. 그에게 문학과 철학은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세계에 참여하는 두 개의 동시적 글쓰기요 존재양식이었다. 정치와 문학, 정치와 철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때로는 지식인으로, 때로는 작가로, 그는 필요할 때마다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발언하고 행동했다. 전후에 벌어진 거의 모든 시위 현장에는 사르트르, 그가 있었다. 1947년에 발표된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문학에 대한 이론이라기보다는 ‘쓴다는 행위’에 대한 현재적 질문으로 구성된 텍스트다.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왜 쓰는가? 누구를 위하여 쓰는가? 사실, 아무도 이런 물음을 스스로 제기해본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르트르의 답은 이렇다. 작가는 자기 시대에 관해 쓰고, 자기 시대를 위해 쓰며, 그럼으로써 현재의 다수에게 호소해야 한다는 것. 문학작품은 바나나처럼, ‘상하기 전에’ 소비되어야 한다. 문학 자체가 현재의 상황으로부터, 즉 이 시대의 비참함과 가난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는 ‘후세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지금을 위해, 지금에 대해 말해야 한다. 이게 바로 사르트르의 그 유명한 ‘참여문학론’이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듯이, 사르트르는 ‘문학’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현실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학 자체가 이미 ‘참여된’ 것이라고 말한다.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행위 자체가 이 세계에 참여하는 행위라는 것. 사르트르는 자신의 작품을 틈날 때마다 가다듬고 수정하는 그런 유의 작가가 아니었다. 작가의 임무는 걸작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대중을 도발하는 것이라는 믿음. 이 믿음 하에서 그는 사유의 속도로 글을 써내려갔고, 불멸의 작가가 되기보다는 현재에 어필하는 ‘공공작가’가 되기를 소망했다. “작가는 설령 그것이 가장 명예로운 방식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기관화되는 것을 거부해야 합니다(…) 인간과 문화는 ‘기관’의 간섭 없이 존재해야 합니다.” 잘 알려진 대로 사르트르는 ‘기관’이 주는 일체의 상과 지위를 거부했다. 1945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거부했으며,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직도 거부했다. 그리고 1964년에는 노벨상 수상마저 거부한다.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줄 뻔했던 작품 ‘말’은 사르트르의 유년기를 담은 일종의 자전소설이다. 사람들은 ‘말’이라는 작품을 통해 사르트르가 ‘참여문학’이라는 유치한 망상에서 벗어나 문학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레비에 따르면, ‘말’은 문학에 고하는 이별선언문이다. 문학이 세계를 치유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야말로 병증이었다는, 자신이 유년기부터 앓아오던 ‘문학’이라는 병증으로부터 이제야 벗어났다는 섬뜩한 고백. 그러니까 스웨덴 한림원은 문학에 이별을 고한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려 했던 셈이다. 희대의 아이러니! 사르트르는 끊임없이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척하면서 대중을 배반한다. 그래서 누구도 사르트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그를 사랑했던 이들도, 그를 증오했던 이들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의 삶은 그대로 그의 텍스트였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죽음이 말해지는 시대에, 사르트르는 여전히 텍스트와 삶의 일치를 꿈꿨다. 그런 점에서 그는 가장 20세기다운, 20세기의 작가다. “내가 미래에 요구하는 것은, 그 미래가 어떤 것이든지 간에, 나의 작품을 읽어달라는 것이다.” 채운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금감원, 저축銀 사태 해법은

    금감원, 저축銀 사태 해법은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27일 저축은행 영업정지 직전 부당 인출된 예금 전액을 환수할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정신교육을 실시하며 “금감원 설립 이후 최대 위기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그만큼 금감원에 쏟아지는 정치권의 질타와 국민의 분노가 따갑다는 얘기다. 금감원이 예금 환수를 위한 방안 마련에 총력전을 벌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이 우선 검토하고 있는 카드는 ‘채권자 취소권’이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피해를 끼칠 것을 알면서도 재산권을 목적으로 행한 행위(사해행위)를 취소하거나 원상 회복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민법상 권리를 말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서도 채무자가 파산채권자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도 행한 행위(사해행위)에 대해서는 파산관재인이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핵심은 영업정지 전 부당인출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특히 채권자 취소권은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재산을 제3자에게 빼돌리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해 채권자에게 피해를 줬을 경우에 많이 적용되는 조항이다. 유명 로펌의 한 변호사는 “채무자인 금융기관이 일부 채권자에게 먼저 채무를 변제했다고 해도 사해행위로 보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는 채무자가 여러 채권자 가운데 특정 채권자와 ‘짜고’ 채무를 ‘부당하게’ 우선 변제했다면 나머지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이럴 경우 악의적인 공모 여부에 대한 입증이 과제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업정지 전 임직원 또는 대주주 등의 연락을 받고 예금을 찾아갔거나 임직원이 임의로 금융실명거래법을 위반해 인출해 준 예금은 환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금감원이 직접 환수에 나설 수는 없다. 피해를 입은 다른 채권자가 소송 당사자다. 저축은행의 채권자인 예금보험공사가 소송을 내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예보의 채권자로서의 권리는 예금보험금을 지급하는 순간부터 생기기 때문에 영업정지 이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지는 다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량인출 사태의 성격 규정도 중요한 대목이다. 부당·부정인출, 특혜인출, 불법인출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특혜는 도덕적인 가치 판단이 반영된 경우다. 법원의 판단을 거친 뒤에야 불법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환수를 이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환수가 결정되더라도 해당 당사자가 이를 회피하면 환수하기가 어렵다. 금감원이 환수를 위한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는 얘기는 결국 어떤 카드가 선택되더라도 지루한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지민·임주형기자 icarus@seoul.co.k
  • 금감원 ‘부당인출’ 알면서 방치했나

    금감원 ‘부당인출’ 알면서 방치했나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7개 저축은행에서 영업 정지 전날 영업 시간이 지나 1000억원대가 부당 인출된 데 대해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분노는 부실한 감독을 한 금융 감독 당국으로 모아진다. 부당 인출은 정치적인 사안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현대캐피탈 해킹, 농협 전산망 마비에 이어 제기된 저축은행 부당 인출로 인해 금융산업의 총체적 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감독 기관의 직원 문제와 함께 근본 원인을 잘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금융 감독 당국의 책임을 완곡하게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나라당 부산 지역 의원들은 이날 국회 정무위 소회의실에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간담회를 갖고 금융 당국의 감독 부실을 강하게 질타했다. ●“국내 금융산업 전체의 위기”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은 “국내 금융산업 전체의 위기”라고 질타했으며, 김무성 원내대표는 “불법 인출된 돈을 환수 조치해 나머지 저축은행 피해자들과 나눌 수 있느냐.”고 따졌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항의 방문했으며, 야권은 국정 조사를 통한 진상 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돈이 묶인 30만 저축은행 고객은 물론이고 5000만원 이상 예치했다가 돈을 떼인 1만여 예금자들은 저축은행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보다는 이를 묵인한 금융 감독 당국에 분통을 터트린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금융감독 당국이 사실상 두달 동안 손놓고 있지 않았느냐는 데 있다. 부산저축은행에는 영업 정지 전날인 2월 16일 금감원의 감독관이 3명이나 파견됐지만 ‘부당 예금 인출’을 지켜만 봤다. 밤 11시 30분까지 인출 사태가 계속됐다. 하지만 금감원은 저녁 8시 50분 “고객이 내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원들이 고객 예금을 무단으로 인출해 송금하고 있다.”며 이를 금지한다는 공문만 보냈을 뿐이다. 금감원은 그날 낮에 유동성 부족에 따른 영업 정지를 신청하러 서울에 온 부산저축은행 대표와 감사를 부산으로 돌려보냈다. 은행 내부의 의견 검토를 거친 뒤 임직원 동의서 등 필요 서류를 갖춰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부산 2, 대전 등 5개 계열 저축은행이 모두 영업 정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렸고 임직원들은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예금 인출을 권유하기 시작했다. 영업 정지 정보가 사전에 유출될 가능성이 뻔히 보이는데도 금감원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장호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 25일 “(대표와 감사를 다시 영업점으로 돌려보낼 때 일어날 파장을) 왜 몰랐겠나. 감안이 됐을 거다.”라면서 “내부 직원들의 정보 접근성이 빨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금융기관 내부의 동의 절차 없이 대표의 뜻대로 영업 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금감원이 향후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관계자 처벌 쉽지 않을듯 금감원은 부당 인출 관련자와 관련 계좌를 이미 지난 3월 검찰에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금융 당국은 부당 인출 사태를 알고도 두달 동안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27일부터 신응호 검사담당 부원장보를 부산에 보내는 등 부산저축은행의 5개 계열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은 부당 인출된 돈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실제 환수 여부는 미지수다. 재산보전 조치를 취해야 하고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 당국의 관계자 처벌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저축은행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알려준 것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점이 확인되더라도 벌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오달란·임주형기자 dallan@seoul.co.kr
  • 檢 “기소검사 실명제 수용 가능”

    檢 “기소검사 실명제 수용 가능”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관계법심사소위(사개특위 검찰소위)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능 폐지로 입장이 모아지자 검찰은 강력히 반발했다. 국회가 행정부 산하 기관인 검찰 내부 기구의 존속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삼권 분립에 어긋난 월권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국회 검찰소위가 합의한 10가지 검찰개혁안 중 대검 중수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신설, 수사권 조정 등 3가지는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하지만 나머지 7개 안에 대해서는 그동안 ‘수용불가’라던 입장에서 ‘수용 또는 절충 가능’으로 선회 움직임이 감지된다. 대검이 중수부를 설치한 법적 근거는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청과 국세청도 각각 본청이 수사와 조사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유독 대검만 수사 기능을 없애야 한다는 논리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특별수사청 신설에 대해서는 특별검사 운용 사례처럼 심각한 예산과 인력이 낭비될 것이라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검찰 고위 간부는 “경찰에 복종 의무를 두고 있는 것은 행정경찰(치안감 이상)이 수사 지휘권한도 없이 사법경찰(경무관 이하)을 지휘하며, 아무런 외부 통제를 받지 않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피의사실공표죄 적용 대상에 변호사 포함 ▲피의사실공표죄 고발사건 재정신청 대상 인정 ▲기소검사 실명제 등은 수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압수수색제도 개선과 출국금지 영장제도, 검찰시민위원회 및 검찰인사제도 법제화 등은 절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MB노믹스’ 밑그림 그린 주인공

    ‘MB노믹스의 설계자’, ‘MB의 경제 멘토’, ‘강고집’ ….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현 정부 경제 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감세와 규제 완화, 작은 정부와 큰 시장, 성장과 투자촉진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MB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린 주인공이다. 경제부처에서는 세제와 금융, 예산 분야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경제 관료로 평가받는다. 소신이 강하지만, 이는 고집스러움으로도 비쳐져 이따금 주변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뚝심과 성실, 추진력이 강 내정자를 요약하는 단어다. 공직 생활 중 부가가치세 도입, 금융·토지실명제 도입 등 경제사에 굵직굵직한 이슈가 있었을 때 항상 그 중심에 자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되며 책임론이 불거졌으나 한·미 통화 스와프를 이끌어내며 이명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재확인했다. 경상수지 개선을 위해 환율 상승을 주도했다.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그의 성장주도형 경제정책을 비판했지만 강 내정자는 거침없는 화법으로 자신의 소신을 밝혀 시장과의 불화를 불렀다. 그리곤 2009년 개각에서 경제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신임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 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청와대에 들어올 때마다 이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가졌고, 이후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까지 맡았다. 현 정부의 간판 실세에서 숨은 실세로 변신한 셈이다. 이 대통령과는 20년 이상 소망교회를 함께 다니면서 각별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던 2005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아 정책을 조언했다. 17대 대선 과정에서는 일류국가비전위원회 부위원장 겸 정책조정실장을 맡아 이 대통령의 공약을 총괄 정리했다. 1970년 행정고시 8회에 합격해 경주세무서 총무과장으로 공직을 시작한 강 내정자는 재무부 보험국장과 이재국장, 국제금융국장, 세제실장, 주미대사관 재무관, 관세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재정경제원의 마지막 차관 등을 두루 거쳤다. 외환위기 이후 공직에서 물러나 무역협회 상근 부회장, 디지털 경제연구소 이사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가족으로는 부인 하인경(64)씨와 2남 1녀가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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