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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열사·주거래銀에 몰린 이건희 차명계좌

    최근 국정감사에서 1000여개에 달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가 유독 삼성증권과 우리은행에 몰린 데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삼성증권은 계열사라는 점에서, 우리은행은 주거래은행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삼성그룹과의 ‘특수관계’ 탓에 ‘검은 계좌’가 개설되기 용이했다는 뜻이다. 31일 금융권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이 금융실명법의 실명확인 의무를 위반해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은 계좌는 모두 1021개다. 이는 조준웅 삼성 특검팀이 2008년 발견한 1199개의 차명계좌 중 일부다. 삼성증권이 756개로 전체 1021개 계좌 중 74.0%이다. 은행으로는 우리은행이 53개(5.2%)로 가장 많았다. 삼성은 1992년 11월 국제증권을 인수해 삼성증권을 출범시켰다. 삼성증권 차명계좌 개설 시점도 1993년 이후다. 삼성의 주거래은행은 원래 한일은행이었는데, 외환위기의 여파로 1998년 상업은행과 합병해 한빛은행을 거쳐 우리은행이 되었다. 우리은행에서 삼성의 위상이 높아 서울 태평로 옛 삼성 본관의 우리은행 지점 발령은 ‘승진 코스’로 꼽혔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실명법상 실명확인 의무 위반이 적발됐을 때 금융사 직원은 무거운 징계를 받는 데다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일명 FIU법)에 따라 수십억원의 과징금이 금융사에 부과된다”면서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차명계좌 개설이라는 ‘무리수’를 수용한 곳은 자회사이거나 주거래은행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온다. A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사는 차명계좌의 문제를 인지해도 삼성 직원이라고 하면 실명확인 등을 철저히 하지 않았을 테고, 이런 점이 악용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B금융사 관계자도 “과거에는 주거래 대기업이 ‘실명확인 등 미진한 부분을 좀 봐 달라’고 하면 거부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자회사인 삼성증권 등은 위임장 등 관련 서류 없이도 편의를 봐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최근 5년 채용기록 샅샅이 조사…인사 청탁자도 실명 공개

    최근 5년 채용기록 샅샅이 조사…인사 청탁자도 실명 공개

    27일 공공기관 채용 비리 근절 대책을 내놓은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취업준비생을 가진 부모의 심정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인사·채용 비리를 사실상 ‘적폐’로 규정하고 공공 부문부터 정화하겠다는 비장한 의지가 읽힌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고강도 질책을 한 탓도 있지만 사상 최악 수준의 청년실업률 속에 잇단 채용 비리 파문을 방치했다가는 국민적 반감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이날 간담회는 당초 예정에 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터져 나온 채용 비리가 과거 정부 때 일이기는 하지만 일자리를 국정철학으로 내건 새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현행 법령으로도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적발해 처벌할 방안이 있으니 의지를 갖고 해 달라”고 주문했다.정부는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을 본부장으로 ‘관계부처 합동 채용비리 특별대책본부’를 연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상시 모니터링을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와 경찰청 등에는 ‘채용비리 신고센터’도 개설한다. 다음달 말까지 최근 5년간 채용 실태를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 대상은 1100여곳이다. 일단 중앙정부가 관할하는 공공기관 330곳은 전수조사를 하고, 지방 공공기관 140여곳과 기타 유관기관 640여곳도 조사한다. 박문규 기재부 인재경영과장은 “아직 조사 대상을 추리고 있어 정확한 숫자는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일부 빠지는 곳도 있겠지만 사실상 전수조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비리 제보가 들어오면 기간과 상관없이 조사하고 심층조사가 필요한 기관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추가 점검을 한 뒤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렇듯 채용 비리 근절 의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성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비리가 터질 때마다 청탁자 실명과 신분을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실제 공개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비리 채용 당사자 처리도 민감한 문제다. 정부는 일단 ‘무관용’을 천명했지만 ‘구제’ 여지도 남겨 뒀다. 해당 기관장 책임 아래 전후 상황이 소명되면 구제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박 과장은 “청탁이나 비리를 통해 채용된 사람은 원칙적으로 채용을 취소할 방침이지만 관련 내규가 미비하다거나 혹은 당사자가 ‘나는 몰랐던 일’이라고 주장하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면서 “그렇다고 예외 구제가 관용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퇴출된) 비리 채용자가 금세 또 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후속 조치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관련 지침을 재정비해 ▲채용 후 1∼2개월 내 내부감사 실시 의무화 ▲채용 비리 관련자의 향후 5년간 공공 부문 입사지원 자격 박탈 ▲채용 비리 연루 임직원 직무정지 등의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임직원 해임 등 제재 근거와 기관장·감사 연대책임 부과 근거 등도 명확히 하기로 했다. 현재 검찰의 채용 비리 수사가 진행 중인 공공기관만 해도 10곳이 넘는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면접 순위 조작 사실이 드러났고,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감독원 입사 청탁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2∼2013년 강원랜드 채용 청탁 대상자 관리 명단’을 보면 120여명의 이름과 직책이 빼곡히 등장한다. 최종 합격자 518명 전원이 청탁을 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공공 부문부터 고질적인 채용 비리 사슬을 끊으면 민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비슷한 형태의 잘못된 관행이나 비리가 민간 부문에도 있을 개연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공공 부문부터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상생경영] ‘협력사와 함께’ 세계로 ‘따뜻~한 삼성’의 실천

    [상생경영] ‘협력사와 함께’ 세계로 ‘따뜻~한 삼성’의 실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과 상생(相生)을 더욱 강조하는 추세다. 새 정부에 코드를 맞추려는 의도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치적으로만 해석할 일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글로벌 산업지형이 급변하고 복잡해지는 4차 산업혁명의 초입에서 기업들은 믿음직한 우군인 ‘협력사 네트워크’가 절실해졌다. 과거에는 하청업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받았다면, 점차 성공과 실패를 나누며 함께 발전을 고민하는 동반자로 변하는 중이다. 상생을 통해 성장의 온기가 윗목까지 퍼지기를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상생경영의 원동력 중 하나다. 상생 경영에 모범이 되는 13개 기업의 사례를 소개한다.“공장에서 약품의 위험성이나 안전에 대해 늘 신경을 쓰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제조 공정에 화학약품을 많이 쓰니 독한 냄새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죠.” 김영재(58) 대덕전자 대표는 협력사 상생을 위해 삼성전자가 매년 개최하는 ‘환경안전혁신대회’에 참여하면서 이런 고정관념이 완전히 바뀌었다. 시스템을 개선하면 공장 환경이 한층 더 쾌적하고 안전하게 바뀐다는 다른 기업의 사례 발표를 들은 그는 삼성전자에 정식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대덕전자는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을 납품하는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다. 지난해 11월 대덕전자 사옥에 태스크포스(TF)팀 사무실이 들어섰고 삼성전자 환경 전문가들이 파견됐다. 이들 중 한 명은 “도금 공정에서 화학약품의 독한 냄새가 났고 약액(藥液) 공급 모터가 뿜어내는 소음은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무려 3만 5000여개에 달했다. 무엇보다 이런 환경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직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동반성장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성장의 온기가 협력사에 고루 퍼지는 ‘따뜻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기업 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우선 도금장치 주변에 밀폐된 투명 칸막이를 설치해 화학물질 냄새의 89%를 줄였다. 소음지도를 만든 뒤 소음이 심한 부분을 방음패드로 덮었다. 그 결과 공장 소음은 85㏈(데시벨)에서 72㏈로 10㏈ 이상 내려갔다. 10㏈이 감소하면 실제 사람이 체감하는 소음도는 10분의1 수준으로 작아진다. 사업장의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4시간 통합관제실도 신설했다.삼성전자 관계자는 “소음과 악취가 크게 줄면서 생산성도 꽤 많이 향상됐다”며 “특히 사업장 환경이 깨끗해지자 직원들 스스로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게 가치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상생경영’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1, 2차 협력사에 자금, 인적역량, 연구개발(R&D), 혁신활동 등을 제공하는 한편 해외 협력사나 자사와 거래가 없는 중소기업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패러다임이 개별기업 간 경쟁에서 수많은 협력사로 연결된 네트워크 경쟁으로 변하는 가운데 기업 자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협력사의 발전이 중요해졌다.삼성전자는 지난 23일부터 3일간 경기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298개 협력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제 5회 글로벌 환경안전혁신대회’를 개최했다. 성공적인 환경개선 상생 사례로 꼽히는 대덕전자를 방문하는 한편 6개 협력회사가 우수사례를 발표했다. 올해부터 베트남(11월 7~8일), 중국(11월 28~29일) 생산법인에서도 같은 행사가 열린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금속가공 협력사 30개에 대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구축하도록 지원했다.이와 별도로 2013년 활동을 시작한 상생컨설팅팀은 146개 협력사의 혁신을 도왔다. 팀에는 경영관리, 개발, 제조, 품질 등의 분야에 20년 이상 종사한 임원 및 부장급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도움으로 의류건조기용 부품을 생산하는 2차 협력사 헤드라인은 자동화 설비를 개발했다. 2014년 25억원이던 이 업체의 매출은 지난해 37억원으로 48% 늘었다. 지난해부터는 해외 협력사로 지원을 확대했다. 일례로 휴대전화 박스를 납품하는 베트남 현지업체 골드선은 설비를 재배치하고 생산계획 관리 방법을 도입하면서 생산성이 94% 늘었고 재고는 65% 줄었다. 삼성전자는 산업통산자원부, 경북도와 함께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도 진행 중이다. 3개 기관이 21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고 삼성전자가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479개의 전국 중소·중견기업에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데 이어 올 연말까지 1000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중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는 9%다. 10곳 중 9곳은 삼성전자와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또 스마트공장 사후 유지를 위해 1015명의 근로자를 교육시키기도 했다. 화장품 용기업체 연우는 ‘스마트 생산관리 시스템’(MES)을 구축해 업무 생산성이 23% 향상됐다. 모바일 포토프린터 전문업체 디에스글로벌도 MES를 채택해 생산성을 26% 높이고 불량률은 36% 줄였다. 이를 계기로 이 업체는 미국 디지털장비업체 휴렛팩커드(HP)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이로 인해 77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하며 일자리를 늘렸다. 삼성전자는 또 2015년부터 보유특허 2만 7000여건을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대구·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에서 특허를 열람할 수 있고 삼성전자의 특허 전문가와 계약 조건 등을 협의해 제공받을 수 있다. 협력사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선 것도 국내에서 삼성전자가 최초였다. 2005년부터 협력사 거래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고 2011년에는 대금지급 횟수를 월 2회에서 4회로 변경했다. 1조원 규모의 상생펀드와 5000억원 규모의 물대지원펀드도 운영 중이다. 상생펀드는 기술개발, 설비투자, 운전자금 등이 필요한 협력사에 최대 90억원까지 저리로 대출해 준다. 물대지원펀드는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물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3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1차 협력사는 이 자금을 무이자로 대출받아 2차 협력사에 지급한다.지난해 총 310여개의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삼성전자는 협력사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 1, 2차 협력사 759개의 임직원 1만 3000여명이 수원 상생협력아카데미에서 직급별 교육, 수준별 전문직무교육, 리더십 교육 등을 받았다. 또 해마다 ‘삼성 협력사 채용 한마당’을 열고 있다. 협력사 소통채널로는 2010년부터 ‘상생협력포털’(www.secbuy.com)에 ‘사이버 신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비실명으로 협력사가 애로사항을 제보할 수 있으며 2015년과 2016년에 201건이 접수돼 처리됐다. 또 협력사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전자업체행동규범(EICC) 기준인 60시간에 미치지 않도록 관리한다. 지난해 주간 평균 근로시간 중 최대치는 57시간이었다. 이 외에 해마다 노동인권, 안전보건, 환경, 윤리, 경영시스템 등의 분야에서 협력사 EICC 준수율을 평가하고 3자가 검증하도록 한다. 전체 준수율은 2014년 91%, 2015년과 2016년에는 95%였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가짜 검사 행세로 애인과 애인의 부모까지 등쳐먹은 30대

    가짜 검사 행세로 애인과 애인의 부모까지 등쳐먹은 30대

    공무원증을 위조해 현직 검사를 사칭해 수년간 사귀어 온 연인은 물론 연인의 가족에게까지 사기를 친 30대 사기꾼이 실형을 선고받았다.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김진환 판사는 사기와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박모(38)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박씨는 2011년 여성 A씨를 만나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하고 아버지에게 30억원 상당 주식을 물려받았다고 속이며 교제해왔다. 그는 “공무원 신분이라 실명으로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 명의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면 주식을 팔아 갚겠다”며 2012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67차례에 걸쳐 A씨로부터 3200여만원을 가로챘다. 박씨는 A씨와 교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도 “검찰 매점 사업에 투자하면 3년 뒤에 수익금을 챙겨 주겠다”며 투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별도로 챙겼으며 2014년부터는 A씨 명의로 대출을 받아 3400여만원을 탕진했다. 그는 A씨와 곧 결혼할 것처럼 속이고 A씨 아버지에게도 접근해 “벌금을 낼 처지인데 유죄 판결을 받으면 검사로 복직할 수 없다” “주식 관련 세금을 내지 않아 구속될 위기다”라고 거짓말해 3000만원을 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박씨는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다른 사람에게도 검사 행세를 하며 “헌법재판소 직원으로 채용될 수 있도록 돕겠다”거나 “검찰청 내 직원 식당에 투자하면 수익금을 주겠다”는 식으로 속여 4000여만원을 가로챘다. 박씨는 인터넷에서 찾은 공무원증 사진 파일에 자신의 이름과 ‘법무부’ 등 글자를 넣어 만든 가짜 신분증으로 이같은 사기행각을 벌였다. 이런 사기행각으로 가로챈 금액은 1억 5000여만원에 달한다. 재판부는 박씨가 같은 수법의 범죄로 이전에도 처벌받은 전력을 들며 “징역형을 마친 뒤에도 전혀 자숙하지 않은 채 동종 수법 범행을 시작했다”며 “범행 방법이 매우 나쁘고 다른 피해자가 생길 염려도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불타는 청춘’ 김정균, 14년 전 윤다훈과 싸운 이유 ‘나이 때문에..’

    ‘불타는 청춘’ 김정균, 14년 전 윤다훈과 싸운 이유 ‘나이 때문에..’

    배우 김정균이 ‘불타는 청춘’에 출연하며 과거 윤다훈과의 폭행 사건이 재조명 받고 있다. 10일 방송된 SBS ‘불타는 청춘’에서 김정균은 10년의 공백기에 대해 “긴 법정 공방을 했다”며 배우 윤다훈과의 폭행 사건을 언급했다. 김정균은 2003년 윤다훈과 술자리에서 말다툼을 하다 폭행으로 번져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다. 김정균은 1965년생, 윤다훈은 1967년생이다. 그러나 윤다훈은 실제 나이는 호적과 다른 1964년생이라는 것. 김정균은 자신이 더 형이라고 생각해 말을 놓았고 이에 격분한 윤다훈은 김정균을 폭행해 코뼈 및 안와골절 등의 치명상을 입혔다. 당시 실명 위기까지 있을 정도의 큰 부상이었다. 윤다훈도 코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두 사람은 합의에 실패, 맞고소로 이어졌고 법적 공방을 벌였다. 윤다훈은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김정균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김정균은 이에 불복해 항소해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해당 사건 이후 두 사람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윤다훈은 2년의 자숙 기간을 보내고 2005년 드라마 ‘결혼합시다’로 복귀한 이후 꾸준히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정균은 법정 공방 과정에서 가정불화까지 겹쳐 이혼까지 하며 복귀하지 못하다 ‘불타는 청춘’을 통해 복귀 의지를 내비쳤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북·중 관영매체 비난전 재개…“주권 시비말라”vs“中노력 왜곡”

    북·중 관영매체 비난전 재개…“주권 시비말라”vs“中노력 왜곡”

    북한과 중국의 관영매체들 간에 비난전이 재개됐다.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가 통과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대북 추가 독자제재 행정명령을 내린 상황에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 이행에 들어가자 조선중앙통신 등이 선공했다. 이들 북한 관영매체는 22일 개인 필명의 ‘창피를 모르는 언론의 방자한 처사’라는 글로 중국을 겨냥해 “조선(북한)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걸고든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제재압박 광증이 극도로 달한 때에 중국의 일부 언론들이 우리의 노선과 체제를 심히 헐뜯으며 위협해 나섰다”고 맹비난했다. 이 글은 구체적으로 인민일보·환구시보·인민망·환구망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일개 보도 매체로서 다른 주권국가의 노선을 공공연히 시비하며 푼수 없이 노는 것을 보면 지난 시기 독선과 편협으로 자국 인민들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어지간히 잃은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극했다. 이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24일 자국 한반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반격했다. 정지융(鄭繼永) 푸단(復旦)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조선중앙통신은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의 핵 개발을 반대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중국의 입장은 중국의 국익과 지역 안보를 위한 책임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군사 공격을 중단시키고 대화 재개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북한이 완전히 무시했다. 중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수차례 북한을 파괴했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핵 프로그램 반대는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입장이며 중국과 러시아도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도 조선중앙통신의 중국 비판에 대해 “이는 매우 어리석은 짓이며 많은 중국인을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중국 온라인에서 북한에 대한 분노가 늘고 있다”면서 “중국인들이 북한을 더는 동정하지 않지 않는다면 중국 정부는 양국 건국자들에 의해 맺어진 양자 관계 유지에 필요한 여론의 기초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북한은 중국의 북한산 석탄수입 전면 중단 결정 이후인 지난 2월과 ‘한반도 위기설’이 나돈 4월에도 관영 매체를 통해 중국을 우회적으로 겨냥해 비판한 ‘정필’ 명의의 논평을 게재하면서 중국 매체들의 반격을 받은 바 있다. 4월 공방 당시에는 조선중앙통신 “남의 장단에 춤을 춘다”며 중국을 비난하자 인민일보 등이 ‘조선중앙통신사의 글에 대해 중국 관방은 계속 무시하라’는 제목의 사평(社評)으로 맞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론] 자치분권 실현 가능성 높이려면/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시론] 자치분권 실현 가능성 높이려면/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헌법개정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는 8개월의 작업을 정리, 헌법개정 주요 의제를 발표하고 지난달 29일부터 11회에 걸쳐 전국 순회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 개헌특위가 마련한 헌법개정 주요 의제는 11개 분야 44개에 걸쳐 있다. 1987년 이후 제기됐던 대부분의 헌법개정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를 포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분야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포함한 권력 구조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지방분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는 지난 3월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헌법개정의 빌미를 제공한 이슈이며 후자는 저출산·고령사회의 지방 소멸 상황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이런 관점에서 임기 5년의 단임 대통령 직선제와 지방자치를 실현한 1987년 헌법은 무엇을 담지 못했나.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이라 부른 이유는 무엇인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면 여섯 가지 측면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의 권한이 강력하다. 첫 번째 차이점은 우리나라 대통령은 미국과 달리 법률안 발의권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차이점은 비상대권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발동해 도입된 제도로는 금융실명제가 있다. 세 번째 차이점은 우리나라 대통령은 유사시 적에 대한 전쟁선포권을 갖고 있지만 미국의 전쟁선포권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가 가지고 있다. 네 번째 차이점은 우리나라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이나 미국의 감사원은 의회 소속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지휘와 감독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다섯 번째 차이점은 인사권 행사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은 1200명 정도의 정무 고위직 인사 때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은 헌법에서 국회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것 외에는 비교적 인사권이 자유롭다. 여섯 번째 차이점은 미국은 지방분권적인 연방제 국가인 반면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인 단방제 국가라는 점이다. 현실을 보면 종전 우리 국회에서 가결되는 대부분의 법률은 대통령이 발의한 것이었으나 최근 그 비율이 현저히 저하됐다.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대통령의 법률안 발의권이 남용될 소지가 차단됐고, 비상대권 또한 최근에는 전혀 발동된 적이 없다. 미국 대통령은 전쟁권을 위반한 사례가 잦아 1973년 전쟁법 제정으로 이를 엄격히 제한했으나 우리나라 대통령은 전쟁선포권을 남용한 사례가 없다. 따라서 상기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감사원의 소속과 대통령에게 부여된 인사권 및 중앙집권체제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개정 논의에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의원내각제, 혼합정부제 등의 권력구조에 갈음해 현행 권력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우리가 문제시하는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다. 우선, 감사원의 소속은 비교적 용이하게 여야 간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회계 감사만이라도 국회 소속이나 중립적인 기관으로 한다면 감사 중립성과 공정성을 크게 제고할 수 있다. 대통령 인사권은 헌법의 철저한 준수와 제도 보완으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국무총리에게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도적 사항이 철저하게 준수돼야 한다. 여기에 국무위원은 국무위원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으로 개정한다면 대통령 인사권이 합리적으로 행사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인사에 대한 국민들의 철저한 감시와 비판 또한 대통령 인사권을 합리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하에서 몇몇의 고위직 공무원이 국민 여론으로 사퇴한 것이 주요한 예이다. 끝으로 중앙집권체제를 지방 권한을 강화하는 자치분권체제로 전환하는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을 치유하는 중요한 처방이다. 입법권을 국회와 지방의회가 균점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을 설치할 경우 국회 권한이 크게 축소된다. 대통령 권한도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로 하여금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현실 대응력을 높여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 [글로벌 인사이트] ‘부패 칼잡이’ 잔류하나… ‘이론 교사’ 포스트 시진핑 되나

    [글로벌 인사이트] ‘부패 칼잡이’ 잔류하나… ‘이론 교사’ 포스트 시진핑 되나

    10월 18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집단지도체제를 이루는 7명의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한 5명이 교체되는 권력재편기가 도래한 탓이다. 중국 안팎에서 주목하는 인물은 왕치산(王岐山·69)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천민얼(陳敏爾·57) 충칭시 서기다. 왕 서기가 7상8하(67세는 연임 가능, 68세는 퇴직)의 불문율을 깨고 상무위원회에 잔류하느냐와 천 서기가 상무위원회에 진입해 시 주석의 후계자로 등극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왕치산은 퇴직하고 천민얼은 승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시진핑 외에는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시진핑이 왕치산과 천민얼을 그토록 감싸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게 버금가는 권력을 누리는 정치적 기반을 두 인물이 닦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시 주석을 떠받친 두 개의 축은 부정부패 척결과 이데올로기 강화였다. 부정부패 척결은 인민의 지지 확대와 반대파 견제의 ‘보검’(寶劍)이었다. 왕치산이 휘두른 칼끝에서 시진핑의 권력은 무한대로 확장됐다. 이데올로기 강화는 시진핑의 권위를 한껏 높였다. 천민얼은 ‘시진핑 사상’의 밑그림을 그렸다. 왕치산과 시진핑의 인연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6세이던 시진핑은 ‘지식청년’이 돼 산시성 옌촨현으로 하방된다. 지식청년이란 문화혁명기 마오쩌둥의 “농촌으로 가 배우라”는 지시에 따라 생산현장에서 생활했던 젊은이를 말한다. 시진핑은 옌촨현 량자허촌으로 가던 길에 먼저 산시성 옌안현 펑좡에서 지식청년 생활을 하던 왕치산을 찾아갔다. 둘은 펑좡의 판잣집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잤다. 중국의 앞날을 토론하느라 날이 밝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왕치산은 1971년 농촌생활에서 벗어나 산시성박물관에서 일하다가 1973년에 뒤늦게 시베이(西北)대학 역사학과에 들어갔다. 이 시절 왕치산은 부총리를 지낸 야오이린(姚依林)의 딸 야오밍산과 결혼했다. 혁명원로의 사위가 되면서 왕치산도 시진핑처럼 ‘태자당’(太子黨) 반열에 올랐다. 2012년 제18차 당 대회에서 총서기에 오른 시진핑이 왕치산에게 중앙기율위를 맡긴 것은 단순히 지식청년 시절의 인연과 태자당으로서의 정치적 유대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왕치산은 위기에 빠진 중국을 수차례 구해낸 ‘특급 소방수’였다. 왕 서기는 1982년 중앙 서기처 농촌정책연구실에 근무한 이후 줄곧 ‘금융통’으로 성장했다. 건설은행장, 인민은행 부행장을 거쳐 1997년에는 광둥성 부성장이 됐다. 아시아를 휩쓸던 외환위기의 파고가 홍콩을 거쳐 광둥성으로 상륙하던 시점이었다. 왕치산은 투자금융사인 광신공사를 시작으로 가차 없는 구조조정을 실시해 위기가 중국 전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가 베이징에서 창궐한 2003년에는 베이징 시장으로 긴급 투입됐다. 전임자들과 달리 왕치산은 모든 정보를 공개했고, 시민 수만명을 격리했다. 중앙기율위 서기가 된 왕치산은 공산당 최고 지도부였던 상무위원 출신의 저우융캉을 잡기 위해 1년 6개월 동안 200명이 넘는 그의 가족과 측근들에 대한 비리 조사를 벌일 정도로 주도면밀했다. 중앙순시조라는 이름의 암행감찰반 운영에서도 왕치산의 솜씨가 돋보였다. 왕 서기 체제의 중앙순시조는 과거와 달리 조장과 부조장이 누구인지 밝혔고,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했다. 성과를 거두면 중용하겠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책임을 지우겠다는 실명제 감사를 도입한 것이다. 왕 서기가 상무위원에 연임하면 총리를 맡거나 중앙기율위와 검찰, 공안을 모두 아우르는 신설 국가감찰위원회 수장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이 ‘7상8하’ 원칙을 깨고 왕 서기를 연임시킨다면 본인의 집권 연장을 위한 선례 구축이란 측면도 있지만, 왕 서기의 능력이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천민얼은 공산주의 이론가이자 선전 전문가다. 1978년 저장성의 전문대학인 샤오싱사범전문학교를 나와 2015년 귀주성 서기가 되기까지 37년 동안 저장성을 떠나지 않았다. 중앙 정치 무대에 발을 들여놓은 적도 없다. 이런 그가 차기 지도자의 반열에 오른 이유는 탄탄한 이론과 문장력 때문이다. 천민얼은 대학을 졸업하고 저장성 당교의 이론교사 자격반에서 공부한 다음 공산주의 이론 강사가 됐다. 홍콩 아주주간은 “이 시절부터 명쾌하고 조리 있는 말솜씨에 관점과 시야가 날카로웠다”고 평가했다. 저장성 사오싱현의 지방공무원으로 맴돌던 그가 시 주석과 인연을 맺은 건 2001년 저장성 선전부장을 맡으면서다. 천민얼이 선전부장으로 부임한 지 5개월 만에 저장성 서기로 온 시진핑은 여론선전 업무를 중시했다. 저장성 기관지인 저장일보 사장 시절 ‘기자 천민얼’ 명의로 칼럼을 썼던 천 서기는 현지에 기반이 없던 시 주석을 위해 저장일보에 ‘즈장신위’(之江新語)란 고정 칼럼 연재를 구상했다. 시 주석은 2003년 2월부터 4년여 동안 저장혁신(浙江革新)을 의미하는 ‘저신’(哲欣)이란 필명으로 매주 한 편씩 칼럼을 연재했다. 초고는 천민얼에 의해 만들어졌다. 심화(深), 실용(實), 세밀(細), 정확(準), 효율(效)을 주제로 당에 의한 통치와 반부패를 강조한 내용들이었다. 칼럼 232편을 묶은 단행본은 시 주석 집권 이후 재출판돼 당 간부들의 필독서가 됐다. 당시 시 주석과 저장성에서 일했던 차이치 베이징시 서기, 황쿤밍 중앙선전부 부부장, 샤바오룽 저장성 서기, 리창 장쑤성 서기, 바인차오루 지린성 서기, 러우양성 산시성장, 잉융 상하이시장 등이 즈장신위를 읽으며 시진핑의 통치 철학을 습득했다. 이들이 바로 즈장신쥔(浙江新軍)으로 불리는 시진핑 직계 정치세력이다.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 서기를 지내는 동안 천 서기도 2001년 12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선전부장을 꼬박 맡았다. 2022년 20차 당대회까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시진핑 옆을 지키며 ‘시진핑 사상’을 완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 데 있어 천민얼이 적임자인 셈이다. 천 서기는 2012년 1월 구이저우성 부서기로 옮겨가 대리성장, 성장, 서기까지 5년여를 보냈다. 중국 최빈곤 지역 중 하나인 구이저우를 맡아 지도력을 발휘하며 차기 지도자 후보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천 서기 시절의 구이저우성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5분기 연속으로 전국 31개 지방 중 3위 안에 들었다. 시 주석은 2015년 6월 구이저우성 시찰에 나섰다. 시 주석이 이때부터 천 서기의 성과를 직접 확인한 다음 후계자로 내정하고 그를 위한 인사 포석을 구상해 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천 서기는 구이저우에 빅데이터 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퀄컴, 아마존, 바이두, 애플이 구이저우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시진핑은 “업무처리가 훌륭하다”며 천 서기를 칭찬했다. 시 주석이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던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를 내친 것은 천민얼을 후계자로 발탁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중앙위원인 천 서기가 정치국 위원을 건너뛰고 상무위원으로 2단계 상승하기 위해선 직할시인 충칭시 서기 자리가 필요했다. 시진핑 자신도 10년 전 17차 당대회 때 상하이 서기에서 곧바로 상무위원에 올랐다. 천민얼이 상무위원에 오른다면 후춘화(胡春華·54) 광둥성 서기보다 서열이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50대 상무위원 가운데 서열이 앞선 이가 차기 국가주석을 맡을 확률이 높다. 만일 시 주석이 2022년에 연임하기로 결심했다면 그 길을 닦을 인물이 천민얼이고, 연임하지 않고 물러나더라도 시진핑을 보호할 인물이 천민얼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주호영 “北핵실험은 안보 대실패… 핵보복 능력 갖춰야”

    주호영 “北핵실험은 안보 대실패… 핵보복 능력 갖춰야”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7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데 대해 “북핵에 대한 핵 균형과 다층미사일 방어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술핵 배치가 되든 핵 공유가 되든 우리도 핵을 직접 관리함으로써 즉각적인 핵 보복 능력을 갖춰 북한이 절대 핵을 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6차 핵실험 강행은 대한민국 안보의 참담한 대실패”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현 상황의 의미와 대책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할 것을 요청한다”고 역설했다. 주 원내대표는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를 기대한다”면서 ▲능력 있는 인사 발탁 ▲사법 장악 의도 중단 ▲복지 포퓰리즘 철회 등을 요구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인사 논란과 관련해서는 “편가르기 코드 인사를 하더라도 제발 능력 있는 사람을 써 주길 바란다”며 “인사자문위원회도 좋지만 약속하신 대로 인사추천실명제를 즉시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장기표류 중인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논란에 대해 “코드에 맞는 인사로 사법부를 구성한다면 이 정부 임기 내에 반드시 커다란 사법불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한 ‘문재인 케어’ 정책과 관련해 “내막을 들여다보면 오늘은 잔치, 내일은 빚잔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100대 과제와 관련한 재원대책을 정리할 ‘복지재정특위’를 만들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문무일 파격·김명수 효과… 검찰·법원 ‘개혁 촉매’

    문무일 파격·김명수 효과… 검찰·법원 ‘개혁 촉매’

    文, 경찰청 방문 취임인사 첫 사례 기록 지청 특수부 폐지… 수사·조직문화 개선 金후보 지명 뒤 이재용·원세훈 실형 선고 법원 내부 망에 토론 치열… 분위기 변화법원·검찰의 권위적인 조직문화가 수장 교체를 계기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혁 성향인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후보자와 파격 행보를 보여 온 문무일(56·18기) 검찰총장의 탈권위적 개성이 법조계의 경직된 문화를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먼지떨기식 수사’ 관행 탈피 인지수사 엄격 관리 문 총장 행보의 파격성은 취임 나흘 만에 경찰청을 방문한 데부터 엿보였다. 취임 인사차 검찰총장이 경찰청을 직접 찾은 첫 사례였다. 나아가 문 총장은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관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을 직접 방문했다. 검찰 수장이 수사 유관기관을 찾은 일은 유례가 드물지만, 문 총장에게 생소한 경험은 아니다. 2015년 대전지검장 시절에도 문 총장은 지방경찰청·국세청 등을 방문해 의견을 경청했다. 제도도 변하고 있다. 인지수사를 줄이고 민생 관련 형사부 수사의 질을 높이려는 문 총장의 의지를 반영해 검찰은 지난달 28일자로 대검예규인 ‘지청의 부패범죄 수사개시에 관한 지침’을 개정했다. 인지수사에 착수하려면 지검장 승인을 받게 하고, 지청에서 첩보를 다룬 검사는 지검 수사팀에 합류시켜 특수수사를 담당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 총장 취임 뒤 지청 특수부가 폐지됐지만, 지검에서 멀리 떨어져 출석이 어려운 지역의 피의자나 참고인이 있다면 검사가 지청으로 찾아가 수사하는 인권수사 방향도 포함됐다. 검찰이 무작위로 입수한 첩보에 따라 지검마다 경쟁하듯 ‘먼지떨기식 수사’가 행해졌다는 과거 특수수사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수용, 인지수사 발동 절차와 총량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검찰 관계자는 1일 “수사 관행과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는 검찰 내부에서도 거세다”면서 “검찰권한 개편과 관계없이 검찰 수사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시도 중”이라고 전했다. ●“대법원장 성향 따라 재판 안 해”… 일부 반론 지난달 22일 김 후보자가 지명된 뒤 공교롭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실형 선고가 잇따르는 것을 사법부의 성향 변화로 해석하며 ‘김명수 이펙트(효과)’로 보는 여론의 흐름도 있다. 법원을 비롯한 법조계는 “과도한 해석”이라며 거리를 두는 형국이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최근 유죄가 선고된 전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들은 김 후보자 지명 전 결심 공판을 마치고 재판부 간 합의 완성 단계였다”면서 “재판부는 대법원장 성향에 따라 재판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판사 정치성향 존중” vs “법관 독립 보장해야” 하지만 최근 법원 내부 게시판에서 ‘법관과 정치성향’에 관한 토론이 치열해지는 등 내부 분위기가 바뀌는 징후는 뚜렷하다. 지난달 30일 인천지법 오현석 판사가 “재판이 곧 정치라고 말해도 좋은 측면이 있어 개개의 판사들마다 정치적 성향이 있다는 진실을 존중해야 한다”는 글로 포문을 열었다. 이에 “법관은 정치적 논의를 삼갈 필요가 있다”거나 “당파적 정치색이 투영된 판결은 위험하지만 법관의 독립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등의 여러 의견이 익명과 실명으로 최근 활발하게 개진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강감창 서울시의원 석촌시장 상인들과 노량진 컵밥거리 방문

    강감창 서울시의원 석촌시장 상인들과 노량진 컵밥거리 방문

    송파구로부터 철거 압박을 받고 있는 석촌시장 노점상인들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의회도 생계형 노점상의 생존권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들의 운명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의회 강감창 의원(송파, 자유한국당)은 최근 ‘전통시장 거리가게 관리 조례’를 발의한데 이어 8일, 석촌시장 상인대표들과 함께 노량진 컵밥거리를 방문하여 동작구로부터 특화거리 추진경과를 보고받고 컵밥거리 상인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등 노점상에 대한 생존권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노량진역 일대 노점상을 특화거리로 변모시킨 컵밥거리는 노점상문제를 합리적으로 개선시킨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상인들과 갈등을 해결에 앞장선 동작구의 사례는 서울시로부터 갈등해결 우수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무질서한 노점상이 난립하고 규격 미통일로 거리환경 저해 및 시민통행불편 초래, 등 많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동작구는 노점상인들과 협의를 통해 당초 39개였던 노점중 32개 노점을 대상으로 △보도블럭 개선과 디자인 포장을 통한 보도개선 △각 거리가게별 상하수관 연결과 전기인입 등 위생개선 △쉘터와 쉼터 등 편의시설설치 △노점규격화 등을 통한 특화거리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석촌시장 일반상점의 경우는 송파구로부터 인정시장 등록을 받았고, 노점상의 경우 송파구로부터 관리번호를 부여받고 행정통제와 지도를 받으며 영업을 하고 있지만, 송파구가 인근지역 재건축과 함께 철거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100여명의 상인들이 강제철거를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석촌시장 노점상인회 김경복 회장은 “강동구의 경우는 자치구 조례를 만들어서 노점상을 보호하고, 동작구의 경우는 관련 기준이 없음에도 노점을 양성화하고 있다“며, 송파구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강감창 의원은 “서울시에서도 노량진 컵밥거리, 강동구 복조리시장과 고덕시장, 등 노점을 양성화한 사례가 많음에도 자치구청장의 판단에 따라 이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서울시 차원의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 중구와 인천시 부평구는 ‘거리가게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거리의 풍물을 담은 노점을 관광자원화한 사례가 많다”며, “조례제정을 통해 전통시장 일반상점과 함께 나란히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석촌시장 노점의 경우 시범사업을 통해 특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제천 토막살인…14년 미제 사건 용의자의 새로운 흔적

    ‘그것이 알고싶다’ 제천 토막살인…14년 미제 사건 용의자의 새로운 흔적

    5일 밤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2003년 충북 제천에서 일어난 토막살인 사건을 파헤친다.‘그것이 알고싶다’ 1087회는 ‘가면을 쓴 도망자 - 제천 토막살인사건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방송된다. 2003년 3월 제천의 인적 없는 야산에서 토막 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머리와 몸통, 다리가 분리된 시신은 차가운 땅 속에 가지런히 묻혀 있었다. 가까스로 채취한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한 결과, 사망자는 서울에 거주하던 50대 여성 구씨였다. 그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연고도 없는 곳에 몰래 묻어 둔 이는 누구일까. 경찰은 변사자 신원 확인 후 며칠 만에 용의자를 특정 및 수배했다. 변사자의 통화 내역과 금융 거래 내역 조회, 주변 인물의 행적 조사 결과 모든 정황이 한 명의 용의자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범인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했다. 하지만 시신 발견 후 도주한 범인을 잡기만 하면 해결될 줄 알았던 이 사건은 여전히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용의자의 얼굴과 이름이 이미 전국에 공개 수배되어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14년이 지나도록 전화 통화나 금전 거래 등 아무런 생활 반응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경찰들의 수사망과 수많은 눈을 피해 이렇게 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는 어떻게 지금까지 검거되지 않을 수 있었나? 용의자의 흔적을 찾아,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난 제작진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들이 알고 있는 용의자의 이름은 다른 이름과 직업을 가진, 전혀 다른 사람이었으며, 그것도 한 두 명의 이름이 아니었다. 용의자는 사건이 일어나기 이미 수 년 전부터 타인의 이름으로 차와 휴대폰을 사용하고, 집을 계약하고, 통장과 카드를 만들어 사용하며 수많은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확인 끝에 경찰이 찾아낸 용의자의 실명은 당시 45세의 신씨였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 있던 누구도 그의 실체를 모르고 있던 것이다. 당시 형사계장 정관헌 경감은 “모든 게 다 허위야, 가짜야. 주민등록증, 계좌, 의료보험 카드 이런 게 다. 그리고 생활하는 것도 보면 신기할 정도로 아주 치밀하고”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타인의 이름으로 사는 용의자의 행적을 쫓던 경찰들은 번번이 전혀 다른 사람과 맞닥뜨려야 했고, 신씨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치 유령처럼 실체가 없는 용의자를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기 전과는 화려하지만 대인 전과가 전혀 없던 그가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 이유 역시 철저히 감춰 온 본인의 정체가 들통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은 아니었을까.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본인의 정체성이 드러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고 싶었던,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날 위기에 처해지면 이러한 수준의 공격성, 살인이라는 범행을 다시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이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범죄 심리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본인의 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 처한다면 그는 언제든 동일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추가 범행을 저지르기 전 용의자 신씨를 검거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제작진은 범인의 미스터리한 행방을 찾기 위해 신씨의 지난 행적을 추적했다. 방송을 통해 제보를 낸 뒤 그의 행적을 쫓던 제작진은 최근 범인과 똑같은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사람의 신원을 확보했다. 여전히 전혀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사진과 지문을 통해 그가 신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착된 그의 마지막 행적은 2016년 12월쯤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도주 중인 제천 토막살인 용의자의 행적을 추적하고, 새롭게 발견된 흔적을 통해 그의 행방을 쫓을 단서를 찾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 ICBM급 2차 발사] 美 “북핵·미사일 中·러가 도와”… 양국 제재 분위기 고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중국 등 주변 강대국 간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제재 카드’를 실질적으로 사용할 것 같은 분위기를 점차 조성해 가고 있고, 그에 맞춰 러시아와 중국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꼬집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성명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의 중요한 경제적 조력자”라면서 “이 국가들은 역내 위협 증대와 세계 정세 안정에 독특하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반도가 평화롭게 비핵화하고 북한의 호전적인 행동이 끝나기를 바란다”면서 “우리는 핵 무장한 북한을 절대 용납하지 않으며 역내 동맹국들에 대한 헌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반드시 러시아, 이란, 북한을 향한 우리의 메시지가 분명히 이해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가 먼저 불만을 터뜨렸다. 프란츠 클린체비치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러시아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 정도의 지위에 있는 사람(틸러슨 국무장관)이면 북한 핵·미사일 개발프로그램 자금 지원에 러시아와 중국이 참여하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 “미국 고위관리들이 의도적으로 객관적 사실을 무시하면서 허위 정보를 퍼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러시아는 미국의 북한·러시아·이란 패키지 제재에도 강력 반발했다. 러시아는 자국 내 미국 공관 직원을 700명 이상 감축하라고 통보했다. 러시아 관영 TV 방송 ‘로시야-1’은 이날 “미국인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러시아인 직원은 해고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전날 미국 하원과 상원이 대러 추가 제재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미국이 오만하게 다른 나라의 입장과 이익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자국 주재 미국 공관 직원 축소, 미국 외교 자산 압류 등의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일단 “유엔 안보리 결의를 존중해 한반도에서 긴장을 악화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기존의 논평을 반복하면서 틸러슨 장관의 성명에는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미와 중·러는 곧 개최될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1차적으로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국제사회 차원의 안보리 제재 명단에 ‘김정은’의 실명을 명시하고, 대북 여행금지 조치 등도 포함하기를 원하고 있으나 중·러가 동의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여전히 “대화와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한편 일본과 프랑스는 미국을 지원했다. 일본은 “국제사회의 협조 아래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거들었으며 프랑스는 외무부 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역과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불안은 운명의 길을 들여다보는 거울

    불안은 운명의 길을 들여다보는 거울

    다리를 건너다/요시다 슈이치/이영미 옮김/은행나무/548쪽/1만 5000원파랑새의 밤/마루야마 겐지/송태욱 옮김/바다출판사/528쪽/1만 6500원 인간은 불안한 존재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불안의 씨앗은 자란다. 우리를 암울한 현실의 끝자락까지 내몰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방향을 일러 주기도 하는 그것.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불안은 그래서 운명의 길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다. 일본 문학계를 대표하는 두 작가 역시 존재의 불안감과 불확실한 삶에서 비롯된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했다.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은 요시다 슈이치(왼쪽)의 ‘다리를 건너다’와 기성세대와 기득권에 저항하는 에세이로 유명한 마루야마 겐지(오른쪽)의 ‘파랑새의 밤’이다. 작가들은 작품 속에서 일상이 뒤흔들린 보통의 사람들이 삶의 한복판에서 길을 헤매는 순간을 포착하고, 온갖 우연과 작은 결단들이 모여 이루는 반전들을 펼쳐냈다.요시다의 ‘다리를 건너다’는 아키라, 아쓰코, 겐이치로 세 인물을 통해 오늘의 선택이 어떤 미래로 이어지는지 그린다. 맥주회사 영업과장 아키라는 미술관 큐레이터인 아내 아유미, 고등학생 처조카와 함께 살며 평탄한 듯 보이지만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뺏기고 지나버린 젊은 날에 마음이 괴롭다. 도의회 의원인 남편을 둔 아쓰코는 남편과 아들을 돌보며 정갈한 삶을 살고 있지만, 의회에서 발생한 성희롱 발언 사건이 혹시 남편이 저지른 건 아닌지 의심하느라 정신이 없다. 다큐멘터리 감독 겐이치로는 홍콩 우산혁명을 취재하며 자긍심을 느끼지만 곧 결혼할 여자친구와 거리감을 느낀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세 사람과 주변 인물들이 70년 후 미래 세계에서 만나며 연결고리를 드러내는 순간,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가 지금 이 순간과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때 바꿨으면 좋았을 거라고 누구나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바꾸려 하지는 않는다”는 작중 인물의 말은 당장 눈앞의 이해관계나 자기합리화에 집착하기보다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미래를 바라볼 것을 조언하는 작가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파랑새의 밤’은 마루야마가 2000년도에 쓴 동명의 초고를 14년 만에 퇴고를 거쳐 완성본으로 다시 내놓은 작품으로, 오랫동안 세상의 규칙에 따라 살아온 50대 남자가 자신의 운명과 대결하는 이야기다. 쉰다섯 살의 주인공은 성인이 된 이후 등졌던 고향을 방문한다. 출세를 위해 자신을 거의 내버리다시피 한 주인공은 괴한에게 무참히 살해된 여동생, 그 사건에 대한 복수심으로 엉뚱한 사람을 실수로 죽이고 행방불명된 남동생, 잇따른 비극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 등 극단적으로 엉킨 가족사로 인해 회사와 아내로부터 버림받는다. 당뇨성 망막증이라는 실명 위기까지 선고받은 그는 완전히 실명에 이르면 미련없이 목숨을 끊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고향을 찾는다. 고향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자 숲속에서 밤을 지새우던 그는 온갖 자연과 우연, 이름 모를 ‘녀석’과의 조우로 인생 막바지에 생각지 못한 반전을 마주한다. 가족에 얽매이지 말고 기존 관습이 만들어 낸 사상에 붙들리지 말라는 신조를 강조해 온 작가는 특유의 솔직하고 시니컬한 묘사로 한 남자의 운명을 조명한다. “살다가 평범한 불행은 각오했지만 이렇게까지 박살 날 줄은 몰랐다”고 생각하는 남자에게 고향을 무덤과 같은 땅이 아니라 나락으로 떨어지는 운명과 대결하는 땅으로 제시하는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정치 뒷담화] 대통령도 휴가가 필요해

    [정치 뒷담화] 대통령도 휴가가 필요해

    해외 정상들 길게는 3주의 여유, 한국 대통령은 3~5일간 짧은 휴식적당한 휴식이 활력을 주고 다음 일을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처럼 업무에 바쁜 대통령에게도 여름휴가는 필요하다. 특히 대통령은 휴가 때 휴식을 취하는 것 외에도 정국 구상에 몰입하고 휴가를 끝낸 뒤 주요 정책을 발표하는 일도 많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남대 휴가 후 금융실명제 등의 주요 정책을 실행해 ‘청남대 구상’이라는 말이 나왔다. 또 대통령이 특정 지역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사실 자체가 지역 홍보가 되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울산을 방문했다. 단순히 쉬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휴가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해외 경호 어려워… 저도·청남대·군부대시설 인기 역대 한국 대통령은 휴가에 인색한 편이다. 해외 정상은 길게는 3주간 휴식을 취하지만 한국 대통령들은 대개 7월 말에서 8월 초쯤 3일에서 5일 정도 휴가를 보낸다. 또 종종 다른 나라로 휴가를 떠나는 해외 정상도 있지만 청와대에서는 경호가 어렵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도록 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강원 고성군 화진포의 별장을 여름휴가 때 즐겨 찾았다. 화진포에는 북한 김일성 주석 별장, 이기붕 전 부통령의 별장도 있다. 1954년 지어진 화진포 별장은 1961년 철거됐다. 1999년 육군이 복원해 전시관으로 운영 중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사랑했던 또 다른 휴가지는 경남 거제의 ‘저도’(猪島)다. 저도는 누워 있는 돼지를 닮았다 해 ‘저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1954년 이 전 대통령이 휴양지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저도 내 별장을 ‘바다의 청와대’란 의미로 ‘청해대’(靑海臺)로 공식 지정했다. 이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 섬 주변 해상 어로작업도 금지됐다. 저도의 행정구역은 거제시이지만 소유권은 국방부에 있다. 거제시 등은 그동안 저도의 관리권 이관을 요구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저도 반환을 약속한 만큼 조만간 저도가 민간인에게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충남 아산의 도고 온천도 즐겨 찾았다. 이 때문에 이곳에는 별장도 지어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은 충북 청주의 ‘청남대’(靑南臺)를 즐겨 찾았다. 전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83년 만들어진 청남대는 ‘남쪽에 있는 청와대’란 의미로 대청호의 너른 풍경을 볼 수 있고 산책은 물론 축구,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전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를 즐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매년 이곳을 찾았다. 조깅이 취미였던 김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매일 2㎞가량 되는 조깅 코스를 달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임기 중 3차례나 이곳을 찾아 산책을 즐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저는 이 별장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 드립니다. 사사로운 노무현을 버리기 위해서입니다”라며 2003년 충북도에 소유권을 넘겼다. 현재 청남대는 대통령 테마파크로 이용되고 있다.경호가 쉽고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군부대시설은 대통령의 전통적인 휴가 장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8월 대전 유성의 계룡스파텔에서 첫 휴가를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휴가 기간 대부분을 8·15 경축사 구상에 힘을 쏟았다. 경호실장과 두세 차례 골프를 즐기기도 했다.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7월 경남 진해의 해군 휴양소에서 첫 휴가를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6년 6월 서울시장 퇴임 후 한나라당 경선, 대선을 거쳐 3년 만의 첫 휴가를 보내게 됐다. 그러나 ‘얼리 버드’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일중독으로 유명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휴가지에서도 하루 두 차례씩 당시 정정길 비서실장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관련 수석으로부터 전화 보고를 받으며 현안을 직접 챙겼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7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보낸 추억의 장소인 저도를 첫 휴가지로 골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푸른색 블라우스에 긴 치마를 입고 저도 해변 백사장에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씨를 쓰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 마지막 여름휴가를 보낸 곳은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이었다. ●정국구상 몰두… 바쁜 업무로 관저에서 머물기도 이처럼 역대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조용히 휴식을 취했지만 바쁜 업무로 휴가를 취소하고 나서 관저에 머무는 이른바 ‘방콕’으로 휴가를 대체하는 경우도 있었다.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98년 외환위기 사태를 수습하느라 여름휴가를 잡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대부분의 휴가를 보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수습으로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 2015년에는 메르스 여파로 관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文대통령, 연차 사용 독려… 첫 여름휴가 초미 관심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연차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했던 터라 첫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순방 기자단에게 “연가를 다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까지 휴식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1년에 21일의 연가를 쓸 수 있고 지난 5월 22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하루짜리 연가를 내고 경남 양산 사저에서 휴식을 취했다.●호화 골프 즐기는 美대통령, 입방아에 오르기도 한국 대통령이 휴가에 소극적이라면 해외 정상은 휴가 사용에 적극적이다. 2주 이상의 휴가는 기본이며 자국 내 호화 리조트에서 머물며 골프 등의 고급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미국 대통령들은 대체로 장기간 휴가를 즐긴다. 그러나 너무 휴가만 챙긴 탓에 비판을 받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533일을 휴가로 썼다. 주로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한 달간 여름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 휴가를 지나치게 중요시한 나머지 휴가 기간 발생한 태풍 카트리나 피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역풍을 맞았다.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름에는 매사추세츠주의 마서즈비니어드섬에서 휴가를 즐겼다. 겨울에는 하와이의 호화 별장에서 보름 이상을 휴가로 보내곤 했다. 특히 골프광으로 유명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골프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오바마 전 대통령 못지않은 골프광이다. 휴가 때마다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2014년 8월 휴가 중에 히로시마 산사태로 9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골프를 쳐 비판을 받았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골프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골프장 19개를 운영하고 있고 틈만 나면 휴가를 가서 골프를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는 겨울에,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은 여름에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자마자 골프장으로 주말 휴가를 떠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2월 취임한 뒤 본인 소유의 리조트와 골프장, 호텔에 간 날이 50여일이라고 보도했다. 이 중 골프장에만 간 날이 30여일로 알려져 비판받았다. ●유럽정상 해외로… 스위스서 스키 탄 메르켈 부상도 유럽의 정상은 해외를 즐겨 찾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알프스에서 주로 휴가를 보낸다. 2014년 1월에 스위스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다 넘어져 몇 주간 목발 신세를 졌다. 조기 총선 참패로 사퇴 압박을 받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24일부터 3주 동안 이탈리아와 스위스 알프스에서 휴가를 즐긴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재임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 스페인 플라야 블랑카를 찾아 휴가를 보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씨줄날줄] 교실 스마트폰 통제/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교실 스마트폰 통제/황수정 논설위원

    지난 3월 학부모총회. 새 담임 선생님은 학부모들을 처음 대면한 교실에서 큼지막한 가방을 교탁 위에 꺼냈다. 스마트폰 40개쯤 한꺼번에 꽂을 수 있는 보관 가방이었다. 학생들 이름과 번호가 적힌 가방 속을 열어 보이고는 “학교 예산을 더 들여 각별히 주문한 최신형”이라는 자랑을 덧붙였다. 그 자리에서 반색하지 않은 엄마는 한 사람도 없었다. 자물쇠까지 야무지게 달린 가방에 한결같이 흐뭇해진 표정들. 다들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만져 봤던 장면이 새삼 생각난다.일본 아이치현의 작은 도시 가리야시(市). 지역 초·중등 학교들이 밤 9시 이후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3년 전 일이다. 학교들은 학부모 회의를 열어 밤 9시가 넘으면 자녀의 휴대전화를 학부모가 보관하도록 결의했다. 학교, 학부모와 교육 관청이 삼박자를 맞춘 강력한 실험이 지금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변함없이 유효한 가치. 지역사회가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을 한마음으로 걱정했고, ‘뭐라도’ 현실적 대책을 강구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교육청도 고민했다. 그런데 방향은 딴판이다. 학생인권종합계획에 초·중·고교생 스마트폰 학내 압수를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새로 만들었다. 개인 소지품을 교사가 검사하고 압수하는 것은 학생 인권 침해라는 논리다. 많은 학부모가 할 말을 잃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누구 발상인지 정책실명제를 하라”는 성토가 들린다. 만 16세부터는 교육감 선거에 참여할 투표권을 주겠다는 내용도 새 인권계획안에 들어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향한 공격이 거세다. “스마트폰 압수 금지는 학생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들이다. 배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쓴 조 교육감은 억울할 게 없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했더니 청소년 14%가 인터넷·스마트폰 위험중독군이다.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이런 수치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조회 시간마다 스마트폰을 걷는 일이 담임교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공기계’를 제출하고는 수업시간에 몰래 인터넷을 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학교는 하소연한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만이라도 스마트폰과의 거리 두기는 학부모 대부분의 절실한 바람이다. 자사고를 없애려는 취지는 일반고 살리기다. 엄마들이 기를 쓰고 아이를 특목고에 보내려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탄탄한 면학 분위기가 최고의 덕목이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서울시교육청이 죽을 꾀를 내고 있을 리 없다. ‘학생’ 인권과 ‘자연인’ 인권은 엄연히 다르다.
  •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100개의 눈을 가진 거인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100개의 눈을 가진 거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100개의 눈을 가진 거인이 나온다. ‘아르고스’라는 이름의 이 거인은 여러 개의 눈 중에 몇 개는 감은 채로 자고 나머지는 뜨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시야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만약 사람에게 눈이 2개가 아니라 여러 개가 있다면 어떨까. 병이 나거나 다쳐도 실명의 위험을 피할 수 있겠지만 여러 눈에서 오는 시각 정보를 모두 처리해야 해 뇌가 과부하에 빠질 것이다. 두 눈이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사시’를 전공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생각만 해도 복잡할 따름이다.인간을 포함해 대부분의 동물들은 눈이 2개뿐이다. 그래서 한꺼번에 두 눈의 시력을 잃는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기 싫을 것이다. 그런데 두 눈의 시력을 서서히 앗아가는 병이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이 그것이다. 4000명에 1명꼴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유전성 질환으로, 젊은 시기에는 시력이 정상이지만 세월에 따라 점차 야맹증과 주변 시야 장애 증상을 보이며 말기에는 중심 망막까지 손상돼 실명에 이를 수 있다. 개그맨 이동우씨가 이 질환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최근 망막색소변성으로 실명 위기에 처한 국내 1만명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소식이 있었다. 100개 눈을 가진 거인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인공망막 ‘아르고스2’가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망막색소변성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개발한 아르고스2는 인식한 영상정보를 특수 전기 신호로 바꿔 망막신경세포를 자극하고 이를 뇌에서 인식하게 하는 최신 의공학 기술의 복합체다. 그러나 인공망막이 심봉사 눈뜨듯 제2의 정상시력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환자는 카메라가 부착된 안경과 허리에 부착하는 컴퓨터 프로세서를 착용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환자가 실제 보는 것은 사진찍은 듯 보이는 그대로의 영상이 아니라 60개 점멸하는 빛점들의 패턴이다. 2007년 초기 인공망막이 16개 전극으로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띈 발전이지만 정상적인 시력을 구현하기에는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 인공망막 시술 뒤에는 60개의 점으로 받아들여지는 새로운 시각 정보 패턴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비교적 젊고 인지기능이 좋으며 현재 시력이 광각(빛을 감지할 수 있는 수준) 정도인 사람이 시술 대상이 된다. 국내 환자들 중 500명 정도만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좁은 적응증에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 환자들에게는 독립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기술은 계속 발전해 고화질의 인공망막이 개발될 것이다. ‘아르고스2’ 외에도 독일의 ‘레티나 임플란트’, 호주의 ‘바이오닉 비전’, 이스라엘의 ‘나노 레티나’ 등도 이와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레티나 임플란트는 1500개 전극이 있어 더 높은 화질을 구현하는 전자칩 ‘알파 아이엠에스’의 임상시험 성공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인공망막 이식은 아시아 최초이기는 하지만 이제 첫 시술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기술이 누적돼 발전하는 속도는 기하급수적일 것이다. 기술은 스스로 움직이는 생물처럼 수혜자를 찾아내고 늘려간다. 10~20년 뒤에는 고화질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인공눈이 개발돼 더 많은 시각장애자에게 빛을 되찾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연구팀과 기업도 그 기술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희망의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전국 공대 교수 417명 “탈원전 졸속 추진 중단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에너지 전공 교수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부산대 기계공학부 등 전국 60개 대학 교수 417명은 5일 “탈원전 정책의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에너지 공론화에 나서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에너지 관련 공대 중심 교수들로 구성된 ‘책임성 있는 에너지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년, 2년마다 각각 수정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숙의하지 않고 대통령 선언 하나로 탈원전 계획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은 제왕적 조치”라며 “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합리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치라”는 내용의 2차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1일 23개 대학 교수 230명이 참여한 1차 성명서 때보다 참여 인원이 훨씬 많다. 1차 때와 달리 이번에는 참여 교수들의 이름과 학교를 모두 실명 공개했다. 서울대(82명), 부산대(58명), 카이스트(43명) 등이 참여했고, 미국 퍼듀대, 미시간대 등 외국 대학 4곳의 교수도 동참했다. 교수단을 대표해 성명서를 낭독한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특히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공론화라는 정부의 결정에 통탄을 금치 못한다”며 “비전문가이면서 향후 책임도 질 수 없는 소수의 배심원단에 3개월 뒤 신고리 5·6호기 운명을 맡길 게 아니라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숙의되지 않은 탈원전 정책 추진은 향후 민생 부담 증가, 전력수급 불안정, 산업경쟁력 약화, 에너지 국부 유출, 에너지 안보 위기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편견과 부정확한 에너지 정보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일부 보좌진 의견뿐 아니라 국회 등 국가의사결정체계를 가동해 충분한 기간 동안 전문가 참여와 합리적인 방식의 공론화를 거쳐 장기 전력 정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영어시험 국어로 본 학생vs답안지 SNS 올린 교사…누가 잘못?

    영어시험 국어로 본 학생vs답안지 SNS 올린 교사…누가 잘못?

    황당한 답을 적어낸 학생의 시험지를 공개한 교사가 파면 위기에 놓였다. 언론에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교사는 아르헨티나 반필드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교사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장의 시험지 사진을 올렸다. 학생의 실명이 공개된 시험지엔 "지난주 무엇을 했는지 쓰라"는 질문이 보인다. 영어시험인 만큼 질문은 영어로 되어 있다. 당연히 답도 영어로 하라는 뜻. 번호까지 매겨가며 학생은 착실하게 답을 써내려 갔다. "어제는 외식을 했음" "친구들과 즐겁게 놀았음" 등등 답변은 훌륭했지만 문제는 언어였다. 학생은 답을 스페인어로 썼다. 한국학생이 영어시험을 보면서 한국어로 답을 쓴 셈이다. 교사는 상당히 황당했나 보다. 교사는 "(학생들이) 계속 나를 놀라게 한다"면서 문제의 시험지를 찍어 사진을 공개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커졌다. 순식간에 댓글이 무더기로 달리면서 온라인에서 뜨거운 논란이 벌어진 것. 학생을 비웃는 사람도 있었지만 교사가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학생의 엄마가 끼어들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엄마는 "아이의 친구들이 사진을 캡처해 보내고 있다. 놀림감이 된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고 교사를 원망했다. 급기야 학교도 사건을 알게 됐다. 학교는 교사가 시험지를 공개한 건 부적절했다면서 교사에게 정직 징계처분을 내렸다. 관계자는 "일단 정직처분을 내렸지만 파면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면서 "징계위원회를 다시 열어 처분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박근혜 첫 재판] 朴, 플라스틱 핀으로 ‘셀프 올림머리’… 직업 묻자 “무직입니다”

    [박근혜 첫 재판] 朴, 플라스틱 핀으로 ‘셀프 올림머리’… 직업 묻자 “무직입니다”

    “박근혜 피고인, 직업이 무엇입니까.” “무직입니다.”●옛 주소 “강남구 삼성동”으로 답변 23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박근혜(65·구속 기소) 전 대통령의 첫 정식재판은 판사의 인정신문으로 시작됐다. 주소지를 묻는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은 얼마 전 이사한 서초구 내곡동이 아닌 “강남구 삼성동”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으로는 세 번째로 형사재판을 받게 된 것에 회한을 느낀 듯 박 전 대통령의 목소리엔 내내 힘이 없었다. 3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정면을 응시하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오른쪽에 앉은 유영하 변호사와 간간이 대화를 나눌 때에만 미세하게 몸을 기울였다. 자신의 입장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도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짧은 답변만을 내놓았다. 반면 박 전 대통령과 이경재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앉은 최순실(61·구속 기소)씨는 인정신문 도중 울먹이는가 하면, “재판정에 박 전 대통령을 나오시게 한 제가 죄인”이라고 말하는 등 감정을 드러내 대조를 이뤘다. 최씨는 또 수사 검사의 실명을 거론해 가며 “뇌물죄로 몰고 가는 것은 무리한 행위다. 검사에게 받은 압박은 재판에서 밝히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건강 이상설과 달리 재판 무리 없는 듯 박 전 대통령은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 신분이라 수의 대신 남색 정장을 입고 법정에 섰다. 이날로 53일째가 된 수감 생활의 어려움을 말해 주듯 얼굴은 부쩍 수척해져 있었다. 다만 구치소 수감 후 제기된 건강 이상설과는 달리 재판을 받는 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의 왼쪽 가슴에는 수인번호 ‘503’이 쓰인 동그란 배지가 달려 구속된 피고인 신분임을 알렸다. 배지의 수인번호 위에 붉은 글씨로 적힌 ‘나대블츠’라는 낱말이 이목을 끌었다. 구치소 측은 수용 중이나 이동할 때 공범들과 격리를 쉽게 하기 위한 ‘공범 부호’라고 밝혔다. 서울구치소 내 박 전 대통령 공범들은 모두 ‘나대블츠’라는 표시를 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플라스틱 집게핀을 이용해 머리를 고정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월 31일 구속영장 발부 직후에는 올림머리를 풀었으나 이날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직접 머리를 손질한 것으로 보인다. 구치소에서 금속으로 된 실핀은 사용할 수 없지만, 플라스틱 핀이나 머리끈은 반입할 수 있다. 전직 대통령의 재판인 만큼 법정 내 분위기도 평소와는 달랐다. 특히 이날 재판에 앞서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등장하자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뿐 아니라 최씨 측 변호인단도 일제히 일어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 백창훈 변호사와 맞은편에 앉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들은 제자리에 앉아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지켜봤다. 국정농단 사태 후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을 마주한 최씨도 법정에 들어서면서 가볍게 목례를 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최씨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10분 휴정 시간에도 최씨가 피고인 통로로 빠져나간 뒤 박 전 대통령이 이동해 두 사람이 접촉하는 모습은 목격되지 않았다. 피고인 측 관계자로 방청석에 앉은 김규현 전 외교안보수석, 배성례 전 홍보수석, 허원제 전 정무수석 등 박근혜 정부 인사들도 휴정 때 피고인 출입구 쪽으로 다가갔으나 따로 인사를 나누지는 않았다. 재판에 참석한 이들이 박 전 대통령을 가리키는 표현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는 ‘박근혜 피고인’으로 줄곧 부른 반면, 검사들은 ‘박근혜 피고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번갈아 사용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 변호사의 경우 ‘피고인 대통령 박근혜’와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오후 1시쯤 첫 재판을 마친 박 전 대통령은 1시 14분 호송차를 타고 다시 구치소로 향했다. 오전에 구치소를 떠나 법원에 올 때처럼 교도관을 제외하고는 박 전 대통령만 차에 탑승했고, 별도의 교통신호 통제도 없었다. 한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 100여명은 이날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서울중앙지법 앞에 모여 태극기를 들고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외쳤다. 전날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집회에서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정광용 박사모 회장도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 중간 연단에 오른 정 회장은 “최선을 다해 영장심사에 대응하겠지만 제가 구속이 되더라도 박 전 대통령 있는 옆으로 가는 것이니 위로가 된다”며 “차라리 내가 들어가는 대신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생 박근령 방청권 없어 발 돌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63)씨도 이날 법원을 찾았다가 방청권이 없어 발길을 돌렸다. 박씨는 “박 전 대통령의 민낯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며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보장돼 있는데 엮여서 여기까지 오신 것을 보면 당사자의 마음을 내가 다 헤아릴 수 없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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