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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희망대로 프로그램 정할 수 있어 낙원 같아”

    “내 희망대로 프로그램 정할 수 있어 낙원 같아”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 상주 음악가로 1년간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30)은 “정말 신나고 영광”이라며 “내가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낙원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4일 베를린필은 홈페이지에서 조성진이 상주 음악가로 1년간 베를린필과의 두 차례 협연을 포함해 단원들과의 실내악, 라벨의 피아노 전곡 독주회 등 5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했다. 올해 10월에는 베를린필과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1번(피아노, 트럼펫,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다. 12월에는 베를린필 단원들과 브람스, 리게티, 버르토크 실내악곡을 들려주고 내년 1월에는 카라얀 아카데미와 공연한다. 3월에는 베를린필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하며 4월에는 라벨의 피아노 전곡을 연주하는 독주회를 한다. 이날 베를린필 홈페이지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조성진은 라벨의 피아노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내년이 라벨 탄생 150주년이어서 이를 축하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4월의 끝자락, 지친 당신을 위로할 클래식 음악의 향연

    4월의 끝자락, 지친 당신을 위로할 클래식 음악의 향연

    2024년이 밝은 지 100일이 지났고 4월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시기에 조금씩 지친 마음을 위로할 클래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힐링 공연을 찾는 이를 위해 다채롭게 준비된 무대에 어느 음악회를 찾아갈지 고민하는 즐거움이 크다.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는 ‘2024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화려하게 개막한다. 올해로 19회를 맞는 축제에는 최근 TV 예능에 출연해 화제가 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피아니스트 박상욱, 앙상블 노부스 콰르텟, 아벨 콰르텟 등 60명의 음악가가 참여한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아트스페이스3, 윤보선 고택에서 총 14차례 열린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다. ‘가족’의 의미를 동일한 국적과 민족적 배경을 가진 작곡가들, 시대를 앞선 선구자적 작곡가들 등 여러 각도에서 해석한 공연이 열린다. 클라라 슈만, 보니스 등 시대를 앞서갔던 19세기 여성 작곡가들을 조명한 갤러리 콘서트 ‘선구자’, 조영창-이화윤, 무히딘 뒤뤼올루-마리 할린크 등 부부 음악가들의 무대 ‘나보다 나은 반쪽’, 베토벤, 브람스 등 조국을 떠나 타국에 정착한 작곡가들의 곡을 들려주는 공연 ‘방랑자’ 등이 준비돼 있다. 5월 5일까지 쉬지 않고 공연이 매일 열린다.지난달 대망의 제800회 정기연주회를 마친 KBS교향악단은 24일 제801회 정기연주회 ‘깊은 밤 들려오는 유목민의 노래’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연다.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미국과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카렌 고묘가 협연한다. 이번 공연은 고묘가 국내 교향악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도쿄에서 태어나 몬트리올과 뉴욕에서 음악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탁월한 음악적 역량과 활기, 강렬함을 갖춘 일류 아티스트”(시카고 트리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최근엔 파비오 루이지가 이끄는 댈러스 교향악단, 욘 스토르고르가 이끄는 시카고 교향악단 외에도 뉴욕 필하모닉과 피츠버그 교향악단, 스페인 국립 관현악단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1부에서는 고묘의 협연으로 현대 최고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칭송받는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연주한다. 스탈린 체제에서 겪었던 억압과 자유를 향한 갈망이 투영된 곡으로 특히 후반부에 바이올린의 장대하고 화려한 카덴차가 유명하다. 고묘의 비르투오소 초절기교가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해방감을 어떻게 표현할지 큰 기대를 모은다. 2부에서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8번을 연주한다. 이 곡은 체코 보헤미아 지방의 소박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경쾌하고 희망차게 표현한 작품이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계속되는 사회·정치적 격동 속에서 자유를 향한 갈망과 보헤미안 색채를 강하게 느끼는 무대를 감상하며 음악에서 위로와 영감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다음날인 25~26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하델리히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지휘는 오카페카 사라스테가 맡고 ‘2022년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이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가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사라스테는 전 세계적으로 지휘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핀란드 출신 지휘자 중 한 명으로 정확함과 예리함을 동시에 갖춘 에너지 넘치는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오슬로 필하모닉 음악감독과 상임지휘자,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객원지휘자와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예술고문을 역임했고 2023년부터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델리히는 핀란드 작곡가인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동시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그는 이 곡에 대해 “색채와 질감, 성격이 모두 풍성한 작품이다. 바이올린 작품들 가운데 독보적이다”라고 소개했다. 절제된 애수와 엄청난 격정의 대비, 서정적이고 풍부한 감성과 비르투오소적인 불꽃 같은 기교로 가득 찬 시벨리우스의 유일한 협주곡을 하델리히가 어떻게 해석할지 기대된다. 2부에서는 닐센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뛰어난 수작으로 손꼽히는 ‘교향곡 5번’을 선보인다. 단 두 개의 악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인간성의 회복과 전쟁에 대한 회상을 암시하고 있다. 서울시향은 2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2024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III: 아우구스틴 하델리히’도 개최한다. 올해 세 번째 실내악 정기공연으로 슈베르트의 ‘현악 사중주 12번’, 데이비드 랭의 ‘미스터리 소나타’ 전 일곱 악장 가운데 3악장 ‘슬픔 이전’과 이자이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발라드’, 멘델스존의 ‘현악 팔중주’를 감상할 수 있다.지난 3일 개막해 연일 클래식 음악의 성찬을 선보이는 ‘한화와 함께하는 2024 교향악축제’ 역시 마지막 한 주가 남아 4월의 끝을 장식할 예정이다. 남은 기간 교향악축제는 23일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24일 과천시향, 25일 수원시향, 26일 광주시향, 27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무대로 이어진다. 대망의 마지막 공연은 28일 인천시향이 세계적인 소프라노 황수미와 함께 장식한다. R석 기준 5만원이라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평소 접하기 어려운 국내 교향악단들의 명품 연주회를 감상할 수 있어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고 있다.
  • 가주연, 스페인 프레미오 하엔 피아노 콩쿠르 우승

    가주연, 스페인 프레미오 하엔 피아노 콩쿠르 우승

    피아니스트 가주연(29)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스페인 하엔에서 폐막한 제65회 프레미오 하엔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금호문화재단이 15일 밝혔다. 가주연은 “관객들과 후회 없이 음악을 나누는 것을 목표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경연마다 순수하게 음악에만 집중하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이미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좋은 결과까지 받게 돼 감사하고 기쁘다”고 밝혔다. 만 31세 이하의 젊은 피아니스트가 참여하는 이 대회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국제 콩쿠르다. 올해 72명의 진출자 중 1·2차 본선과 실내악 준결선을 통해 가려진 3명이 결선에서 맞붙었다. 결선 무대에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 가주연은 우승 상금 2만 유로(약 2947만원)와 부상으로 낙소스 레이블에서의 음반 녹음, 스페인·독일 연주 투어 기회를 갖는다. 역대 주요 우승자로는 러시아 보리스 블로흐(1975년), 스페인 하비에르 페리아네스(2001년), 러시아 일리야 라시콥스키(2005년) 등이 있다. 한국인 김홍기(2018년)와 박진형(2023년)도 우승했다.
  •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연주자도 관객도 ‘가족’

    “60인의 국내외 연주자들뿐 아니라 클래식 대중도 음악 가족이 되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를 선보입니다.” 15일 서울 종로구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2024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 기자회견에서 강동석 예술감독은 올해 주제인 ‘가족’을 다양한 음악적 해석으로 변주했다고 밝혔다. 19회째를 맞은 SSF가 가족을 전면에 내세운 건 그만큼 풍성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는 23일 막을 여는 SSF는 총 14회에 걸쳐 60인의 예술가들이 실내악 무대를 선보인다. 축제의 시작과 중간, 마지막 무대도 가족이 키워드다. 개막 공연은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 고전파 음악가들의 작품을 통한 ‘클래시컬 패밀리’의 의미를, 폐막작인 ‘비극의 피날레’에서는 무소륵스키, 도니체티 등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작곡가들을 새로운 음악 레퍼토리로 조명한다. 부부 연주자들이 무대에 서는 ‘나보다 나은 반쪽’(5월 3일)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 국가였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참혹한 전쟁을 되새기는 ‘비극의 패밀리’(5월 26일) 공연도 예고돼 있다. 이번 SSF에서는 80대의 전설적인 바이올린 거장 제이미 라레도와 첼리스트 샤론 로빈슨의 최정예 앙상블 ‘에스프레시보! 피아노 콰르텟’이 국내 첫 리사이틀을 연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SSF에 참가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는 “국내외 아티스트들에게도 SSF는 인기가 많은 축제이자 관객들이 믿고 볼 수 있는 최고의 실내악 무대”라며 자부심을 표했다.
  • 클래식… 봄바람… 축제 셋

    클래식… 봄바람… 축제 셋

    봄을 풍성하게 채울 클래식 축제가 쏟아진다. 클래식 여정은 남쪽 바다에서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TIMF)를 시작으로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악 향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로 이어진다. 첫 여정은 오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 올해 22회를 맞는 TIMF의 주제는 ‘순간 속의 영원’이다. 2022년부터 예술감독을 맡아 온 진은숙 작곡가는 “연주되는 모든 곡 하나하나가 영원히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순간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현대음악 축제답게 세계 초연 작품 5곡으로 구성됐고 국내 초연작도 4곡에 달한다. 상주 작곡가로 선정된 헝가리 출신 거장 페테르 외트뵈시의 ‘시크릿 키스’(2018) 한국 초연, ‘오로라’(2019) 아시아 초연, 사이먼 제임스 필립스의 신작 ‘스레드’(THREAD) 세계 초연 등이 예고됐다.통영국제음악당 무대에는 상주 연주자이자 프랑스 클래식 음악계 대표 주자인 비올리스트 앙투안 타메스티, 피아니스트 베르트랑 샤마유,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와 지난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 정규빈,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김서현이 함께 선다. 1989년 이후 36년간 관객들과 만나 온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도 막을 연다. 다음달 3일부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3일간 열리는 교향악축제의 주제는 ‘웨이브’. 국내 23개 오케스트라가 펼쳐 낼 23회의 무대는 고전부터 현대 창작곡까지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자랑하지만 단 한 곡도 겹치지 않는다. 제주시향(지휘 김홍식)과 인천시향(이병욱)은 교향곡 3대 거장 중 한 명으로 칭송받는 브루크너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각각 브루크너 교향곡 4번과 7번을 선보인다. 광주시향(홍석원), 경기필(이승원) 등 6개 오케스트라는 ‘교향악 대가’ 쇼스타코비치 작품을 연주한다. 독일 첼리스트 거장 율리우스 베르거, 베를린 슈타츠 카펠레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악장인 이지혜 등이 협연자로 나선다.국내 관객들에게 실내악의 지평을 넓혀 온 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4월 23일부터 5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윤보선 고택 등에서 열린다. ‘음악 가족’을 주제로 한 14차례 공연에서는 전 세계 예술가 60인의 무대가 펼쳐진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한국을 대표하는 앙상블 노부스 콰르텟과 아벨 콰르텟, 축제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피아니스트 김영호 등이다. SSF만의 상징이 된 서울 종로구 안국동 윤보선 전 대통령의 고택에서 열리는 야외 음악회(4월 27일)에서는 올해가 탄생과 죽음의 각별한 의미를 가진 해가 되는 작곡가들을 조명한다. 서거 100주년인 푸치니와 포레, 120주년 드보르자크, 175주년 쇼팽, 탄생 200주년인 스메타나의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 가우디에서 임영웅까지 인생 후반전, 예술에서 삶을 재발견하다

    가우디에서 임영웅까지 인생 후반전, 예술에서 삶을 재발견하다

    오십에 처음 만나는 예술 유창선 지음/도서출판 새빛/284쪽/1만 9000원 저자 유창선 박사는 ‘1세대 정치평론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방송과 언론, 그리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치 얘기만 하면서 살았다. 그랬던 그가 하필이면 정치의 계절에 문화예술에 대한 책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무슨 사연, 무슨 생각이 있었던 것일까. ‘예알못’이었던 저자가 예술이 주는 감흥과 행복감에 눈뜨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병상에서였다. 생사를 가르는 뇌종양 수술을 하고 8개월 동안 병상 생활을 해야 했다. 밤 9시만 되면 일제히 소등하는 병실에서 저자는 밤마다 이어폰을 꽂고는 휴대폰에 담아놓은 음악들을 들었다. 깜깜한 병실에서였지만 쇼팽의 녹턴과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들을 듣다 보면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더 없이 편해졌다. 50대의 나이를 떠나보내던 마지막 시간에 저자는 병실에서 예술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고마움에 비로소 눈뜨기 시작했던 것이다. 저자는 지난 세월에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무겁고 날 선 얘기를 하며 살다 보니 예술의 아름다움과 감흥 같은 것을 느끼고 보존할 마음의 빈 자리가 없었다. 머리 속은 내가 아닌 다른 세상으로 향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니 저자의 시선은 내 자신이 아닌 저 멀리 있는 광장으로 향해 있었다. 저자는 인생의 가장 긴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기라도 한 듯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무겁고 날 선 얘기를 하며 살다 보니 예술의 아름다움과 감흥 같은 것을 느끼고 보존할 마음의 빈 자리가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병원에서 나오면서 이제 남은 생은 자신을 돌보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건강을 조금씩 회복하면서 연주회장을 찾기 시작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아직 몸이 불편해서 때로는 문화공연장에 힘들게 도착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오기 시작하면 그런 불편 따위는 모두 잊게 된다. 이 좋은 저녁 시간에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 저자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한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다 나은 것 같은 힘찬 모습이었다. 흔히들 얘기하는 치유의 힘일 것이다. 그렇게 저자는 음악을 통해 위로받곤 했다. 저자는 공연을 즐기는 생활에 빠져들면서 점차 문화를 향유하는 장르도 다양해졌다. 관심과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연결됐다. 오케스트라, 독주와 앙상블, 실내악, 뮤지컬, 오페라, 콘서트, 발레, 국악관현악, 판소리, 연극, 전시회, 영화 등 듣고 볼 좋은 작품들이 있으면 달려가곤 했다. 가족들과 유럽 여행을 갔을 때는 그림들이 너무 좋아 나 혼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끼니도 걸러가며 뮤지엄들을 순례하던 날들도 있었다. 임영웅의 공연을 보려고 ‘피케팅’(피나는 티케팅)을 거쳐 대구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관람을 하기도 했다. 스스로 ‘중독’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문화예술이 좋았고 빠져들었다. 인생 후반기에 예술에 푹 빠져든 사람의 사유가 담긴 현장 기록들을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접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 유창선 박사가 관람했던 공연, 영화,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들에 대한 글들을 담고 있다. 단순한 후기를 넘어 저자가 갖고 있는 인문학적 시선 위에서 작품과 예술가들에 대한 생각을 풀은 글들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작품 이상의 인사이트를 얻게 되기를 소망한다. 작품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관람의 욕구를 부여하고, 작품을 이미 접했던 사람들에게는 그 이면의 더 많은 것들을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내가 예술 작품들을 접하면서 받는 감동은 단지 작품 자체에서만은 아니다. 내 눈앞에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던 예술가의 투혼을 떠올리곤 한다. 심한 목디스크 때문에 서서 작업하는 것이 고통스러웠던 김환기는 캔버스 위에 점 하나 하나를 그리는 작업을 하루 종일했다. 베토벤은 말년의 극심한 역경과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화합과 희망을 노래하는 불멸의 곡들을 남겼다. 폐결핵은 악화되고 조르주 상드와도 이별하여 외롭게 된 쇼팽은 그래도 피아노 건반을 떠나지 않고 아름다운 곡들을 만들었다. 그래서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 인생의 가을 어느날 뜻하지 않게 맞닥뜨린 역경을 헤쳐나가는 여정 속에서 삶이 익어가는 저자가 책 한 귀퉁이에 담은 말이다.
  • 유정희 서울시의원, 서울시립교향악단 우리동네 음악회 참석…공연 관람·단원 격려

    유정희 서울시의원, 서울시립교향악단 우리동네 음악회 참석…공연 관람·단원 격려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정희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관악4)이 지난 19일 서울시립교향악단 우리동네 음악회 실내악 공연에 참석해 지역 주민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이번 음악회는 해설과 함께,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하프 등의 앙상블이 헨델·모차르트·차이콥스키·요한 쇼트라우스 2세 등 유명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했다. 유 의원은 “해설과 함께하는 공연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클래식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어 뜻 깊었다”고 말하며, 서울시향이 클래식 장르에 대한 친근감을 높일 수 있는 공연을 더 많이 기획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매년 각 자치구를 순회하며 찾아가는 우리동네 음악회를 열어주고 있는 단원들을 격려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김동언의 공연예술 이야기] 신춘음악회

    [김동언의 공연예술 이야기] 신춘음악회

    봄이다.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꽁꽁 언 대지를 뚫고 돋아나는 여린 새순과 피는 꽃은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다. 절기의 순환, 저절로 찾아오는 의미 없는 계절이 아니다. 봄은 생명력의 신비를 일깨우는 시간이며 공간이다. 그러니 그냥 봄이 아니라 새봄이다. 신춘(新春)이다. ‘봄은 기적’이다. 박노해 시인의 시처럼. 계절이 가진 특별한 의미와 분위기라는 시의성(時宜性)은 오랫동안 공연기획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의 탄생이나 서거 등이 시의성을 적극 활용한 기획공연의 예다. 또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에 맞춘 신년음악회, 송년음악회, 제야음악회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기적 같은 새봄이 공연기획의 소재로 활용된 사례가 신춘음악회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활용한 신춘음악회는 음악가와 단체들이 의욕적으로 마련하는 기획공연이다. 해마다 3월이면 신춘음악회를 알리는 각종 홍보물이 나붙고,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공연장은 활기가 넘친다. 그런데 1월의 신년음악회는 동장군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와중이어서인지 새로운 기운을 충분히 느끼기가 어렵다. 그렇다 보니 본격적인 신년 공연 프로그램의 출발점은 아무래도 신춘음악회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신춘음악회라는 용어는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정확한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여러 기록에 따라 일제강점기에 시작됐다는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일제 식민지 시대의 신춘음악회는 조선인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독립의 의지 강화에 중요한 방식으로 활용됐다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억압받던 조선인들이 문화와 예술을 통해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저항과 독립의 의지를 담아내고자 노력했을 것이다. 1923년 2월 2일자 조선일보에 처음으로 신춘음악회 소식이 실렸다. ‘1923년 2월 3일 저녁 7시 30분 종로 기독교청년회(현 YMCA) 대강당에서 경성악대의 서곡, 배화여학교의 합창, 서울악우회의 4중창, 피아노 독주, 단소 연주, 독창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기사였다. 1925년 4월 17일자 동아일보에서는 원산의 독서인클럽이 주최한 신춘동양인음악회에 500여명의 관객이 몰려들어 대성황을 이루었다는 기사가 확인된다. 1925년 3월 16일자 조선일보도 진주에서 개최된 신춘음악회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미 1920년대에는 신춘음악회가 전국적으로 개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춘음악회는 서양 음악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에 선구적인 음악가들에 의해 새로운 서양 음악 장르를 소개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식민지라는 상황에서도 예술을 통해 조선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문화운동이기도 했다. 신춘음악회는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1950년대부터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신문, 방송사들이 마련한 굵직한 신춘음악회는 신진 음악가들에게 중요한 무대를 제공하는 동시에 최정상 연주자들이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로 활용되면서 성악, 국악, 오케스트라, 실내악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음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100년을 넘게 이어오며 하나의 브랜드가 된 신춘음악회가 해마다 우리 삶에 넘치는 활력과 기쁨의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김동언 경희대 문화예술콘텐츠학과 교수
  • 김성국의 음악 세계 속으로…음악평론가 이소영의 크리틱뮤지킹3

    김성국의 음악 세계 속으로…음악평론가 이소영의 크리틱뮤지킹3

    서양음악과 전통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해 온 음악평론가 이소영(음악연구소NUNC 소장)이 오는 19일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이소영 크리틱뮤지킹 3’을 개최한다. ‘오늘, 여기’의 한국음악을 조명하는 ‘이소영 크리틱뮤지킹’ 세 번째 시리즈 공연이다. 크리틱뮤지킹은 한국음악의 건강한 생태계를 위하여 평론가 고유의 정교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음악가들을 초청하는 시리즈 음악회다. 작곡가 초청 시리즈는 첫해 이건용과 지난해 최우정에 이어 올해는 창작국악계 대표 주자 중 한 명인 김성국을 초청한다. 김성국 작곡가는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주 작곡가를 역임했다. 2006년 국악작곡축제 대상, 제29회 서울무용제 음악상, 제32회 대한민국작곡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공연에선 가야금과 첼로, 피리가 만난 ‘삼색화’를 주제로 양악기와 국악기가 어우러진 창작 실내악곡이 연주된다. 1부는 이소영이 ‘서사와 장단’을 핵심어로 김성국의 작품 세계를 밀도 있게 조명하는 대담을 진행한다. 2부에서는 문양숙(가야금), 이숙정(첼로), 안은경(피리), 서수복(타악)이 실내악 연주를 들려준다. 25현 가야금과 첼로를 위한 ‘삼색화’, 피리 독주 ‘지평선’, 가야금 독주 ‘구름에 올라 노닐다’, 25현 가야금과 첼로를 위한 ‘진도 아리랑’ 등을 선보인다.
  • 바이올린 여제, 세계적 현악단… ‘현’의 진검승부

    바이올린 여제, 세계적 현악단… ‘현’의 진검승부

    현(絃)의 대가들이 펼치는 바이올린의 특별한 무대가 열린다. 예순의 나이에 든 ‘바이올린의 여제’ 안네소피 무터가 다음달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다. 5년 만의 내한 공연은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다. 1988년 미국 리사이틀부터 36년간 듀오 작품을 선보여 온 피아니스트 램버트 오키스와 주옥같은 선율을 빚어낸다. ●안네소피 무터, 새달 13일 내한공연 올해 데뷔 48주년을 맞은 무터는 그래미상 4회 수상, 음악계 노벨상으로 꼽히는 2019년 폴라상 수상 등 클래식계에서 존재감이 크다. 그렇기에 음악의 거장들을 기념하는 특별한 해마다 그녀가 ‘소환’된다. 세계 최대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은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2006년), 멘델스존 탄생 200주년(2009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2020년) 등 음악계의 큰 기념해마다 무터의 연주 음반을 냈다. 데뷔 초기부터 지금까지 기복이 거의 없는 무터는 “무대에 있는 그 순간에 내 모든 것을 바쳐 음악으로 소통해 왔다”며 한국에서 자신만의 화려한 기교적 질주와 결점 없는 음색, 품격 있는 연주를 자신한다. 여제가 여는 곡은 모차르트 소나타 18번이다. 지휘자 폰 카라얀과 더불어 데뷔 초부터 무터의 이름을 각인시킨 곡이다. 기교와 감성 표현에서 고난도 작품으로 꼽히는 슈베르트 환상곡 C장조는 무터의 한국 초연작이고, 그녀가 가장 아끼고 자주 연주하는 레스피기 바이올린 소나타도 주요 레퍼토리에 포함됐다. ●‘루체른 페스티벌…’ 양인모와 협연 세계 최고 현악 사운드를 추구하는 스위스 실내악단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가 다음달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현의 진검승부를 선사한다. 1957년 창단된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의 압도적인 현악기들과 감미로운 음색, 우아한 보잉의 양인모가 합심해 관객들에게 현의 미학을 전하는 무대가 된다.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는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1번 ‘고전적’을 연주한다. 이번에 현대음악 작곡가 뒤비뇽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카프리스Ⅳ ‘그래야만 한다’를 국내 초연한다. 2015년 파가니니 국제콩쿠르, 2022년 시벨리우스 국제콩쿠르 우승에 빛나는 양인모는 비외탕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연주하며 그만의 농밀한 음악을 전한다.
  • 광주시, 설·대보름 전통·문화행사 ‘풍성’

    광주시, 설·대보름 전통·문화행사 ‘풍성’

    설과 대보름을 맞아 시민과 광주를 찾은 방문객들이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전통·문화 행사가 광주 곳곳에서 풍성하게 열린다. 광주시는 설 연휴(9~12일)와 대보름(23~25일)을 맞아 시민·귀성객들이 정겨운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세시풍속행사, 국악상설공연, 정월대보름맞이 당산제, 고싸움놀이축제 등 문화행사가 광주 곳곳에서 열린다고 4일 밝혔다. 먼저 광주예술의전당이 설맞이 국악상설공연을 9일과 10일 이틀간 진행한다. 9일에는 지역청년전통국악실내악단이 국악·소리·피리 등과 협연하는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그리고 10일 퓨전국악그룹 화양연화가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를 서구 공연마루에서 각각 개최한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은 야외광장과 로비, 기획전시실에서 세시문화 체험행사를 준비했다. 10일 한복을 입고 전시실에 숨은 용을 찾고 선물받는 ‘용을 찾아용’, 11일 용 복주머니, 용 딱지 만들기 체험 ‘용과 함께해용’ 등 민속놀이 체험과 풍물 한마당을 준비했다. 또 광주 유일의 고대 마한 유적이 전시된 신창동 마한 유적체험관에서도 10~11일 윷놀이, 제기차기, 딱지치기, 신창동 유물 액자 만들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국립광주박물관은 9일부터 12일까지 설맞이 우리문화 한마당을 연다. 용과 관련된 전시품을 찾는 ‘전시관에서 숨바꼭질해용’, 복주머니 조형물 속 자석 낚시 이벤트 ‘복을 낚아봐용’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마련했다. 또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가족영화를 9~12일 상영한다. 국립광주과학관은 9일 설맞이 인형극, 11일 퓨전국악공연, 12일 설맞이 구연동화 등 공연을 준비했다. 또 기획전시실에서 제기차기·투호·상모돌리기·장구 등 전통놀이·악기체험이 다양하게 마련된다. 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은 24일 절기체험, 한복체험, 민속놀이 행사를 준비했다. 또 무형문화재 탱화장 송광무의 ‘세화’ 전시와 시연, 국가무형문화재 통영오광대의 ‘연희극’을 감상할 수 있다. 광주 5개 자치구에서도 다양한 명절맞이 행사를 마련했다. ▲동구에선 장애인복지관의 ‘행복나눔한마당’(7일) ▲서구에서는 풍암동 당산제(24일), 유덕동의 ‘당산제’(25일) ▲북구에서는 평촌 ‘대보름 행사’, 용봉·삼각동 ‘정월대보름 한마당’(23~24일) ▲광산구에서는 임곡, 운남, 산정동 ‘세시풍속 체험’, 당산제(2.23~25) 등을 진행한다. 특히 23~25일은 광주의 대표 지역축제인 정월대보름 고싸움놀이축제가 고싸움놀이 전수교육관에서 열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원에서는 2024 다복다복 설날맞이 프로그램으로 아시아 전통놀이마당과 갑진년 푸른 용 딱지 만들기, 으라차차 신년 윷점 한판!, 청룡과 찰칵 행사를 준비했다. 자세한 공연, 전시 등 문화행사 정보는 광주문화예술통합플랫폼 ‘디어마이광주’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김성배 문화정책관은 “설 명절을 맞아 광주를 찾는 가족과 고향 방문객들이 전통문화와 미디어 아트가 결합한 공연·체험행사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가족의 정을 나누는 훈훈한 설 명절을 보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 3회 광주시 청소년 음악콩쿠르 22일~2월 16일 참가 접수

    3회 광주시 청소년 음악콩쿠르 22일~2월 16일 참가 접수

    경기 광주시 산하 광주시문화재단이 전국의 음악 영재 발굴을 위한 ‘제3회 광주시 청소년 음악콩쿠르’ 참가 신청을 22일~ 2월 16일 접수한다고 14일 밝혔다. 오는 2월 26일~28일 예선이 진행되고, 3월 8일~ 9일 본선이 열리는 ‘광주시 청소년 음악콩쿠르’는 전국의 우수한 재능을 지닌 음악 영재를 발굴하고, 예술 인재 육성에 앞장서고자 마련된 광주시문화재단의 특화사업이다. 성악과 피아노, 바이올린, 관악앙상블 총 4개 부문으로 진행되며 성악의 경우 만 21세 이하, 피아노와 바이올린 경우 만18세, 관악앙상블은 만 23세까지 지원 가능하다. 이번 콩쿠르에서는 ‘2024 WASBE 세계관악컨퍼런스 경기광주’를 앞두고 실내악의 다양성 증진과 더불어 청소년들의 실내악 경험을 증대시키기 위해 관악앙상블 부문이 신설됐다. 관악앙상블 부문은 금관, 목관에 구분을 두지 않고 관악기로만 편성된 3중주에서 10중주까지 다양한 편성으로 지원할 수 있다. 참가 접수는 22일부터 2월 16일까지 가능하며, 자세한 참가 요강은 광주시문화재단 홈페이지(www.nsart.or.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심사는 예선과 본선으로 나누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예선은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본선은 3월 8일부터 9일까지 양일간 남한산성아트홀에서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심사에는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1위부터 3위까지 각 부문별로 총 3명의 수상자를 발표하며, 각 부문의 1위 수상자들에게는 500만원, 2등 300만원, 3등 2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또한 1위 수상자들에게는 국내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할 수 있는 특별한 특전과 더불어 광주시문화재단의 다양한 기획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오세영 광주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올해로 3회를 맞이하는 이번 콩쿠르에서는 ‘2024 WASBE 세계관악컨퍼런스’ 개최를 기념하여 관악앙상블 부문이 신설되었다”며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재능을 지닌 젊은 음악가들의 많은 참여 바란다”고 밝혔다.
  • 예술지원 ‘선택과 집중’, 난립한 축제는 주요 축제 중심으로 ‘통합’

    예술지원 ‘선택과 집중’, 난립한 축제는 주요 축제 중심으로 ‘통합’

    문화체육관광부가 유사 중복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통합한다. 물리적인 통합이 불가피해 향후 구조조정 등 잡음도 예상된다. 유인촌 장관이 취임 직후 “문화예술 지원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며 내놨던 ‘책임심의관제’는 전면 도입에 앞서 시범 운영으로 속도를 늦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문화예술 3대 혁신전략, 10대 핵심과제’를 28일 발표했다. 3대 혁신 전략은 ▲예술인 지원 ▲국민의 문화향유 환경 ▲문화예술 정책구조 혁신으로, 각 부문별 모두 10개 세부 과제가 추진한다. 문체부가 예술인 지원 방식에 방점을 찍은 부분은 ‘선택과 집중’이다. 현재 개인 단위 소액다건·일회성·직접지원 방식을 대규모 프로젝트·다년간·간접지원 방식으로 바꾼다. 세계적 수준의 대표작품을 창출하고 예술계의 장기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올해 기준 문화예술진흥기금 1건당 평균 3000만원 규모 지원 수준을 2027년까지 1건당 1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려 프로젝트 단위 대규모 사업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예술인들이 다년에 걸친 창작활동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도록 기금 내 다년간 지원사업 비율도 내년 15%에서 시작해 2027년 25%까지 확대한다. 문화향유 환경 혁신을 위해 전국 19세 청년 16만여명을 대상으로 ‘청년 문화예술패스’를 내년 처음 시행한다. 1인당 최대 15만원(국비 10만원+지방비 최대 5만원)을 지급하며, 공연, 전시, 전통문화 등 분야에만 쓸 수 있다. 청년의 직접적 문화소비가 늘면서 순수예술시장을 확대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내년 신규로 시행하는 문화예술 전국유통 지원사업을 통해 인구감소지역 등 문화 취역지역에 1000만~6000만원의 소규모, 중소도시에는 2억~5억원의 중형 규모의 공연·전시 개최를 지원한다. 또, 광역도시 거점 공연장에서는 국립예술단체의 10억원 규모 공연을 지원한다. 아울러 지역에서도 발레·오페라·교향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단체를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지역 대표 예술단체 육성’ 사업을 새로 추진한다. 문화예술 기반이 열악한 기초·광역단체를 대상으로 10개 내외를 선정해 1개당 연 20억원 규모로 국비를 지원한다.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통합하는 등 큰 변화도 예고했다. 소액 다건의 중첩되는 지원사업을 ‘유통’과 ‘향유’, ‘국제교류’ 등으로 통합해 장르별 대표 브랜드로 만든다. 예컨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국가 간 문화교류’, 예술경영지원센터 ‘시각예술의 국제화’, ‘한국미술 해외 쇼케이스’, ‘공연전통예술 해외아트마켓 참가’ 등을 가칭 ‘K-아트 해외진출’로 통합하는 식이다. 소규모 축제·행사는 주요 축제를 중심으로 정리해 장르별 브랜드 축제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 연극·공연은 ‘웰컴 대학로(10월)’를 중심으로 서울국제공연예술제(10월)와 서울아트마켓(10월) 등을 연계하고, 클래식은 ‘교향악축제(4월)’를 중심으로 국립예술단체 교육단원 활용 실내악 공연을 통합 개최하는 등 일원화, 집중 육성한다. 향후 신설하는 당인리문화창작발전소, 서계동 국립공연예술센터 등 국립시설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법인을 설립한다. 지원사업과 축제, 운영 법인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통합에 따른 잡음도 예상된다. 유병채 문화예술정책실장은 “관광 분야는 관광공사, 콘텐츠는 콘텐츠진흥원 등 핵심적인 기관을 통해 지원하지만 문화예술 분야는 다양하게 산재해 정책 역량에 한계가 있다. 기능적, 유기적으로 잘 연계해 역할 분담을 재구성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고용승계 보장 등의 방식으로 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장관이 취임 직후 내놓은 ‘책임심의관제’는 시행을 한 발 늦추기로 했다. 유 장관은 앞서 “정부 지원사업을 심의·평가할 때 기관 내부 직원들로 심의·평가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부전담직원1명+외부전문가 4명’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나왔다. 유 장관은 이에 대해 “짧은 시간 안에 바꾸기 어렵고, 직원 훈련 과정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년 우선 시범운영하고 2025년부터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제 아들입니다” 정용진 부회장, 장남 해찬씨와 등장…본격 경영수업?

    “제 아들입니다” 정용진 부회장, 장남 해찬씨와 등장…본격 경영수업?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배우자 한지희씨의 플루트 독주회에 참석했다. 남색 줄무늬 정장 차림으로 공연장을 찾은 정 부회장은 공연에 앞서 대기실에서 아내 한씨를 만난 뒤 손님을 맞았다. 정 부회장은 취재진의 새해 사업 방향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공연 시각에 임박해 공연장 안으로 들어섰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날 공연장은 성황을 이뤘다. 배우 박주미를 비롯해 가수 겸 프로듀서 라이머, 프로야구 SSG랜더스 소속 추신수의 배우자 하원미씨 등 유명 인사들이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정 부회장의 2남 2녀 중 장남인 정해찬(25)씨도 지인들과 함께 이날 공연장을 찾았다. 정 부회장은 전처인 배우 고현정씨와의 사이에서 1남 1녀를 얻었으며, 2011년 한씨와 결혼해 이란성 쌍둥이 1남 1녀를 낳았다. 정 부회장이 공식석상에 해찬씨를 대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해찬씨의 경영수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부회장은 관객들에게 해찬씨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1998년생인 해찬씨는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인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신세계그룹의 유력 후계자로 꼽히는 그는 2018년 계열사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인턴을 했다. 최근에는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정KPMG에서 인턴십을 하며 본격적인 경영수업 행보를 밟고 있다. 그가 근무 중인 딜어드바이저리(DA·Deal Advisory) 5본부는 중소·중견기업 및 스타트업 대상 자문업무를 주로 수행한다.정 부회장은 한 씨의 독주회가 열릴 때마다 참석해 공연을 관람한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함께 한 씨의 연주회에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한편 한씨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예비학교를 졸업한 후 파리 불로뉴 국립 음악원에서 학업했다. 이후 미국 오벌린 음악대학에서 학사 과정을 마쳤다. 또 일본 무사시노 음대의 전문 연주자 과정을 밟으며, 일본 플루트 계의 대부인 카이 교수를 사사했다. 국내에서는 이화여대 석사, 서울대 음악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실내악 앙상블 파체(PACE)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 [포토] 정용진 부회장, 아내 한지희 독주회 장남 정해찬과 참석

    [포토] 정용진 부회장, 아내 한지희 독주회 장남 정해찬과 참석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3일 오후 성탄절을 앞두고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배우자 한지희씨의 플루트 독주회에 참석했다. 흰색 셔츠에 남색 줄무늬 정장을 입고 공연장을 찾은 정 부회장은 이날 오후 2시 공연에 앞서 대기실을 찾아 한씨를 만난 뒤 손님맞이에 나섰다. 배우 박주미를 비롯해 가수 겸 프로듀서 라이머, 프로야구 SSG랜더스 소속 추신수의 배우자 하원미씨 등 유명 인사들이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2남2녀 중 장남인 정해찬씨도 지인들과 함께 이날 공연장을 찾았다. 앞서 정 부회장은 한씨의 독주회 포스터를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며 직접 홍보에 나섰다. 정 부회장은 한 씨의 독주회가 열릴 때마다 참석해 공연을 관람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함께 한 씨의 연주회에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한편 한 씨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예비학교를 졸업한 후 파리 불로뉴 국립 음악원에서 학업했다. 이후 미국 오벌린 음악대학에서 학사 과정을 마쳤다. 또 일본 무사시노 음대의 전문 연주자 과정을 밟으며, 일본 플루트 계의 대부인 카이 교수를 사사했다. 국내에서는 이화여대 석사, 서울대 음악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실내악 앙상블 파체(PACE)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정 부회장 부부는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 내년 클래식 뭐 들을지 고민된다면 국립심포니 ‘음악의 얼굴’과 함께

    내년 클래식 뭐 들을지 고민된다면 국립심포니 ‘음악의 얼굴’과 함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내년 ‘음악의 얼굴’을 주제로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선보인다. 내년 어떤 음악회를 가야 할지 고민된다면 클래식 음악의 면면을 만끽할 프로그램으로 새 시즌을 여는 국립심포니의 공연을 찾아가면 좋을 듯하다. 국립심포니는 지난달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예공로훈장인 슈발리에를 받은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과 동행 3년 차를 맞아 내년에는 더욱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감상 지평을 확장한다는 계획하에 프로그램을 선정했다. 라일란트 감독이 단원들의 자발성과 자유를 강조하는 동반자적 지휘자로 악단의 실내악 능력을 향상시켰고 유명 작곡가의 희귀 레퍼토리, 현대 작품의 초연 등 여러 방면에서 관객과 평단의 신뢰를 끌어냈던 만큼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4시즌 프로그램들은 음악의 ‘혁신성’과 ‘동시대성’을 키워드로 한다. 먼저 프랑스와 러시아 작품의 전면 배치가 눈에 띈다. 베토벤, 브람스 등 묵직한 독일의 낭만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음향을 탐구한 라벨과 드뷔시, 프랑스적인 개개인의 앙상블을 추구한 베를리오즈의 대표곡이 관객과 만난다. 관현악의 새 지평을 연 말러, 벨 에포크 시대(1880~1900)에 음향적 전통을 부활시킨 샤브리에와 로드리고, 민요에 담긴 민족의 정체성을 근대적 관현악법에 담은 엘가 등도 준비됐다. 기존과는 다른 ‘음악의 새로운 얼굴’을 통해 새로운 감상 경험을 안길 예정이다. 오늘을 돌아보게 하는 레퍼토리도 눈길을 끈다. 음악 스타일은 달랐지만 전쟁의 희생자들을 추모한 스트라빈스키와 쇼스타코비치, 이민자의 삶을 대변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통해 요즘과 같이 험한 세상에서 음악이 할 수 있는 평화를 위한 역할을 고민하고 보여줄 예정이다.가장 먼저 1월 14일 국립극장에서 시즌 오프닝 콘서트가 열리고 2월 2일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스 기타 협주곡’으로 기타를 재발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3월 9일에는 라벨의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 5월 12일에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준비했다. 7월 21일에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8월 31일에는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9월 26일에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12월 7일에는 말러 ‘교향곡 1번’으로 이어진다. 라일란트 감독 이외에 2023년 잘츠부르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거머쥔 윤한결(3월 9일), 체코 출신 지휘자 레오시 스바로프스키(7월 21일), 프랑스적 세밀한 앙상블을 다듬을 뤼도비크 모를로(8월 31일)가 객원지휘자로 올라 국립심포니의 또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협연자로는 세계적으로 기타 열풍을 일으킨 밀로시 카라다글리치(2월 2일),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 장-에프랑 바부제(3월 9일), 부소니 콩쿠르 1위 피아니스트 박재홍(5월 12일), ‘색조가 풍부한 연주자’로 평가받는 첼리스트 얀 포글러(7월 21일), 하프의 가능성을 넓혀온 자비에르 드 매스트르(12월 7일)가 나선다.2024~25시즌 상주작곡가로는 노재봉이 선정됐다. 그는 ‘2023 KNSO 작곡가 아틀리에’ 참가자 중 최우수 작곡가로 선정되면서 새 시즌 상주작곡가로 활동하게 됐다. 노재봉의 신작 ‘집에 가고 싶어.’는 12월 7일 정기공연 무대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2022~23 상주작곡가인 전예은의 신작도 7월 21일에 소개된다. 또한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2024년도 우승자와도 9월 26일 함께 공연을 만들어 미래의 거장을 미리 소개할 예정이다.
  • ‘더블린의 미로’서 길 잃었다면…새 번역본으로 탈출해 볼까

    ‘더블린의 미로’서 길 잃었다면…새 번역본으로 탈출해 볼까

    제목과 작가는 알지만 완독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책. “독자들의 완독을 기원한다”는 출판사의 격려가 왜인지 서늘하게 들리기까지 한 명작. 이번에는 ‘더블린의 미로’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비장한 마음으로 책을 펼치지만 역시 쉽지 않다. 어쩌면 읽기 시작한 것 자체에 의의가 있을지도 모른다. 출간된 지 10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 영문학자들이 이 책과 씨름하고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문학사상 가장 난해하면서, 가장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①의 장편 ‘율리시스’(②1·2권)를 문학동네가 새롭게 펴냈다. 두 권 합쳐 1420쪽. 문학동네는 “방대한 주석에 짓눌려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꼭 필요한 것만을 엄선했다”고 전했다. ‘오디세우스’의 로마식 표현이기도 한 ‘율리시스’는 ‘오디세이아’와 이야기 구조가 유사하다.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을 끝내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다. 율리시스는 더블린에 사는 ‘리어폴드 블룸’이라는 남자가 1904년 6월 16일 하루 시내를 쏘다니는 이야기다.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다. 신화 속 영웅 오디세우스와는 달리 블룸은 볼품없는 소시민이라는 점. 또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가 오랜 세월 변치 않는 믿음의 아이콘이라면 블룸의 아내 ‘몰리’는 ‘보일런’이라는 남성과 불륜을 저지른다.‘화장실에서 대변을 누며 하루를 시작한 블룸이 집으로 돌아와 몰리의 엉덩이에 키스하며 끝나는 이야기.’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이 문장만 보면 어려울 게 없을 것 같지만 ‘의식의 흐름’에 따라 현실과 공상을 어지럽게 오가는 구성은 독자를 좌절케 한다. 소설의 처음과 끝에서 보듯 배설, 불륜과 관련한 적나라한 문장들이 거침없이 등장한다. 첫 출간 당시 한 신문이 “조이스의 작품은 변소 문학을 전공한 도착증 환자가 쓴 것 같다”는 서평을 싣기도 했다.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미국에서 10년간 판매가 금지되기도 했다. 물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작품은 재평가됐고, 세계적인 출판사 미국 랜덤하우스는 율리시스를 ‘20세기 영어로 쓰인 걸작 중 최고’라고 칭송했다. 조이스조차도 생전 “끔찍한 괴물”이라고 불렀던 ‘율리시스’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68년이다. 반세기가 넘어 이 책을 다시 번역한 이종일 세종대 영문과 교수에게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어떻게, 왜 읽어야 하는지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작품이 읽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면 안 읽힌다고 낙담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실제 사건과 사건 사이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지 않나. 의식의 흐름에 익숙해져야 한다. 작품에서 세계의 모습을 제시하는 조이스는 가식이나 위선을 철저히 배제한다. 분변학적이거나 외설스러운 묘사가 난무하지만, 결국 이것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들이다. 그리하여 독자는 비상한 실감을 느끼며 소설에 빠지게 된다.”조이스가 만든 더블린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었다면 잠시 시로 탈출해도 좋다. 조이스의 시를 엮은 ‘사랑은 사랑이 멀리 있어 슬퍼라’(③아티초크)도 최근 번역 출간됐다. 시집에서는 조이스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어지러운 소설과는 달리 깨끗한 목소리로 정직하게 사랑을 노래하고 있어서다. 시집의 원제는 ‘실내악’으로 조이스는 이 시들이 노래로 만들어지길 원했다고 한다. 일부는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도 있다. 조이스가 직접 곡을 붙인 16번째 ‘앳된 시절에 이별을 고하다’(Bid adieu to girlish day)는 아일랜드에서 지금도 애송되고 있다. “안녕, 안녕, 안녕을 고해요 / 앳된 시절에 안녕을 고해요, / 복된 사랑이 그대에게 구애하러 / 그대의 앳된 모습에 구애하러 왔어요.”
  • 배설·불륜 거리낌 없는 이 작품, 20세기 최고의 영어소설이라고?

    배설·불륜 거리낌 없는 이 작품, 20세기 최고의 영어소설이라고?

    비장한 마음으로 책을 펼치지만, 역시 쉽지 않다. “독자들의 완독을 기원한다”는 출판사의 격려가 왜인지 서늘하게 들린다. 어쩌면 읽기 시작한 것 자체에 의의가 있을지도 모른다. 출간된 지 10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 영문학자들이 이 책과 씨름하고 있으니 말이다. 부디 이번에는 ‘더블린의 미로’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기를. 문학 역사상 가장 난해한 동시에 가장 매력적이라고 불리는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장편 ‘율리시스’(1·2권)를 문학동네가 새롭게 펴냈다. 두 권 합쳐 1420쪽. 문학동네는 “방대한 주석에 짓눌려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꼭 필요한 것만을 엄선했다”고 전했다. ‘오디세이아’와 같은 듯 다른 ‘율리시스’ ‘오디세우스’의 로마식 표현이기도 한 ‘율리시스’는 ‘오디세이아’와 이야기 구조가 유사하다. 오디세이아는 트로이를 떠난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다. 율리시스는 더블린에 사는 ‘리어폴드 블룸’이라는 남자가 1904년 6월 16일 하루 시내를 쏘다니는 이야기다.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용감한 영웅 오디세우스와는 달리 블룸은 볼품없는 소시민이라는 점. 그리고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가 오랜 세월 변치 않는 믿음의 아이콘인 데 반해 블룸의 아내 ‘몰리’는 ‘보일런’이라는 남성과 불륜을 저지른다. ‘화장실에서 대변을 누며 하루를 시작한 블룸이 집으로 돌아와 몰리의 엉덩이에 키스하며 끝나는 이야기.’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이것만 보면 어려울 게 없지만, ‘의식의 흐름’에 따라 현실과 공상을 어지럽게 오가는 문체가 독자를 좌절케 한다. 어찌나 정교하게 써놨는지, 배경인 더블린을 소설에 깨알같이 옮겨놨다고 한다. 심지어 현재도 더블린에 가면 조이스가 묘사해놓은 상점들이 있을 정도라고. 조이스는 한 편지에서 “더블린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리고 싶었다”면서 “언젠가 그 도시가 갑자기 지구상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내 책을 통해 재건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었다고 한다. 난해하고 더럽고 외설적인 문장들 소설의 처음과 끝에서 보듯 배설, 불륜과 관련한 적나라한 문장들이 거침없이 등장한다. “개 두 마리가 앞발을 들고 암놈 뒤에 집어넣고 있는 꼴을 바라보고 있을 때 우린 함께 꼴렸어”(2권 652쪽) 블룸과 몰리 사이에는 죽은 아들 루디가 있었는데, 이 아이를 잉태하는 장면을 블룸은 이렇게 회고한다. 13장(나우시카)에서 블룸은 처녀 ‘거티’의 치마 속을 훔쳐보며 몰래 자위행위를 하기도 한다. 4장에서 블룸이 대변을 누며 영국인이 쓴 소설 ‘팃비츠’를 읽다가 이 소설을 반으로 쫙 찢어 밑을 닦는 데 쓴다. 국내 조이스 연구자인 진선주 충북대 영어교육과 명예교수는 이 모습을 당시 아일랜드를 억압하던 영국을 비판하는 정치적 행위로 해석하기도 했다. 첫 출간 당시 한 신문이 “조이스의 작품은 변소 문학을 전공한 도착증 환자가 쓴 것 같다”는 서평을 실은 이유다.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미국에서 10년간 판매가 금지되기도 했다. 물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작품은 재평가됐고, 세계적인 출판사 미국 랜덤하우스는 율리시스를 ‘20세기 영어로 쓰인 걸작 중 최고’라고 칭송했다. 조이스는 생전 ‘율리시스’를 “수수께끼를 워낙 많이 심어놓았기 때문에 장차 수백년간 내가 뭘 의미했는지를 두고 왈가왈부할 것이며, 이야말로 자신의 불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한 적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많은 걸 감춰뒀으니 알아서들 찾으시오’다. 조이스를 읽는 것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숨바꼭질인 것 같기도 하다. 대표적으로는 17장(이타카)이 끝나는 2권 571쪽에 찍힌 크고 동그란 마침표다. 이것이 인쇄 과정에서 실수로 떨어진 잉크 방울인지, 아니면 조이스가 일부러 의도한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후대 학자들은 이것을 새알, 정액, 지구, 우주, 무, 엉덩이, 멜론, 자궁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놨지만, 어느 하나 똑 부러지는 정답은 없다. 조이스조차도 생전 “끔찍한 괴물”이라고 불렀던 ‘율리시스’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68년이다. 반세기가 넘어 이 책을 다시 번역한 이종일 세종대 영문과 교수에게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어떻게, 왜 읽어야 하는지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작품이 읽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면 안 읽힌다고 낙담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실제 사건과 사건 사이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지 않나. 의식의 흐름에 익숙해져야 한다. 작품에서 세계의 모습을 제시하는 조이스는 가식이나 위선을 철저히 배제한다. 분변학적이거나 외설적인 묘사가 난무하지만, 결국 이것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들이다. 그리하여 독자는 비상한 실감을 느끼며 소설에 빠지게 된다.” 소설과 달리 깨끗하고 정직한 사랑의 노래 더블린 시내에서 길을 잃었다면 잠시 시로 탈출해봐도 좋다. 조이스의 시를 엮은 ‘사랑은 사랑이 멀리 있어 슬퍼라’(아티초크)도 최근 번역 출간됐다. 시집을 들춰보면 작가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어지러운 소설과는 달리 깨끗한 목소리로 정직하게 사랑을 노래하고 있어서다. 시집의 원제는 ‘실내악’(체임버뮤직)으로 조이스는 이 시들이 노래로 만들어지길 원했다고 한다. 일부는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도 있다. 조이스가 직접 곡을 붙인 16번째 ‘앳된 시절에 이별을 고하다’(Bid adieu to girlish day)는 아일랜드에서 지금도 애송되고 있다. “안녕, 안녕, 안녕을 고해요 / 앳된 시절에 안녕을 고해요, / 복된 사랑이 그대에게 구애하러 / 그대의 앳된 모습에 구애하러 왔어요.”
  • 책장에 파묻혀 나를 읽다… 정원을 거닐며 나를 잊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책장에 파묻혀 나를 읽다… 정원을 거닐며 나를 잊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는 시구가12월이면 조급해지는 내게 뜻밖의 위안공장 리모델링 후 예술전문도서관 탄생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서·원서들에 눈길회원제로 운영… 입장료는 커피 한 잔 값 서울신문은 1일부터 3주에 한 번 ‘박상준의 서행(書行)’을 연재합니다. 책과 쉼, 여행을 겸할 수 있는 국내 여행지를 소개해 보자는 취지의 코너입니다. 앞으로 유익하면서도 볼거리가 풍성한 여행지를 발굴해 훈훈한 서풍(書風)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여행이 일이 될 때 그건 직장에서 엑셀 파일을 정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설령 출장일지언정 여행을 서둘러서야 되겠는가. 그런 날은 출장길에서 비켜나 가까운 도서관에 간다. 잠시 여행을 멈춰 세우는 것이다. 실상 도서관에서 하는 행동이란 책을 읽거나 창밖의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거나 하는 게 전부다. 그걸 사색이나 명상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때로는 숨길이 열리고서야 비로소 내 서 있는 곳을 깨닫는다. 이곳은 부산 수영구 망미동 F1963 도서관이다. 타인의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애타는 서두름은 잦아든다. 일이 조금 늦어지면 어떤가. 사람이 죽고 사는 일도 아닌데, 하면서. 그런 순간이 도서관의 여유, 여행의 이유는 아닐까.●기계가 멈춘 곳에… 도서관이 살아 있다 12월, 한 해의 끝 달이다. ‘벌써’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지난해 말에도 같은 말을 하고 비슷한 글을 쓴 기억이 난다. 12월은 그런 달이다. 괜히 길어진 그림자마저 가책하게 되는 시절. 그저 후회보다 미련 정도의 감정일 텐데 말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강원 영월의 어느 작은 도서관에서 무심코 집은 책 한 권이 힘이 됐다. 신형철 작가의 ‘인생의 역사’였다. 더 정확히는 ‘인생의 역사’에 실린 김수영의 시다. 이렇게 시작한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2023년 내내 애타는 마음에 서두를 때면 이 문장을 상기했다. 하필 시의 제목은 ‘봄밤’이다. 겨울밤에 읽은 봄밤이라니. 다음달이면 2024년이다. 한 해를 더듬어 마무리하기 좋을 시기다. 거창한 회고가 아니더라도 한번은 자신과 마주하며 자신의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 줘도 좋겠다. 그런 여행을 원하고, 그런 공간을 찾고 있다면 F1963 도서관을 이달의 처방전으로 슬쩍 건네고 싶다. 도서관이 무슨 여행이고 위로일까 되묻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낯선 도시를 달리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고 삶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If you have a garden and a library, you have everything you need.” F1963 도서관에 들어서니 로마의 정치인이자 작가 키케로의 글이 마중한다. 안내 데스크 뒤편에 붙어 있던 문장이다. ‘도서관(또는 서재)과 정원만으로 삶은 충분하다’, 나는 이렇게 읽었다. 비록 자연이 움츠러드는 계절이기는 하나 겨울 정원은 앙상한 그대로 살아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F1963 도서관은 고려제강의 문화재단1963에서 운영하는 예술전문도서관이다. F1963은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이다. 1963년부터 2008년까지 와이어를 생산하던 공장이다. 그래서 공장(Factory)의 ‘F’와 공장이 문을 연 1963년을 따와 이름 붙였다. 리모델링은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았던 조병수 건축가가 맡았다. 2016년 개관 초기부터 꽤 소문이 났으니 여행 좋아하는 이들은 한 번쯤 들어 본 이름일 테다. 그럼에도 이곳을 다녀간 이들조차 ‘거기에 도서관이 있었어?’ 하고 반문한다(테라로사만 있는 게 아니다). 도서관에 들어서서는 또 ‘이런 도서관이 있었어?’ 하고 감탄한다. 정작 F1963 도서관 입구는 단출하고 소박하다. 자연스레 달빛가든에 기댄 작은 문이겠거니 한다. 그러고도 곧장 들어서지 못하는 건 입간판 아래 볕을 쬐는 ‘호랑이’ 때문이다. 도서관 사람들은 얼룩무늬 길고양이를 그리 부른다. 2년째 달빛가든을 배회하고 있다는 건 누군가 녀석의 안위를 살피고 있다는 뜻이겠다. 그 다행함이 내 일처럼 반가워 쪼그려 앉은 채로 눈인사를 나눈다.●망미동 F1963의 9와4분의3 플랫폼 처음 찾는 이들은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역의 9와4분의3 플랫폼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영화에서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들어서던 비밀의 문처럼 F1963 도서관은 바깥과 다른 세계다. 작은 문틀 너머로 이토록 근사한 세상이 열릴 거라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다. 도서관 실내는 삼면의 벽을 채운 서가와 반 층 정도 내려선 홀로 이뤄진다. 건물은 옛 구조를 살린 재생 공간이라 층높이가 낮다. 책꽂이를 벽으로 돌리고 중앙홀을 여유롭게 비워 내니 한층 깊고 편안하다. 분명 도서관인데 잘 꾸민 서재 같기도 하다. 잠시나마 번잡한 일상을 잊기에 알맞은 장소다. 조금은 우아하고 호기로운 독서여도 무방하겠다. 실내를 한 바퀴 돌고 나서는 일별했던 책 한 권을 꺼내 중앙홀에 앉는다. 머리 위로는 노출 천장을 가린 흰색 패브릭의 행렬이 펼쳐진다. 파도처럼 넘실대는데 마치 책장을 넘기는 듯한 모양새다. 그러니 책을 읽지 않고 멍하니 머무는 것만으로 사색이 깃든다. 명상에 너무 큰 의미를 둘 건 없다. 마음 가라앉히는 그곳이 명당이다. 천천히 예열을 끝내고서야 ‘건축과 풍화’(수류산방)의 첫 장을 넘긴다. ‘건축과 풍화’는 조성룡 건축가와 심세중 편집장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서울 선유도공원, 충남 홍성 이응노의 집, 광주 의재미술관 등 그의 건축은 땅을 대하는 태도가 한결같아 좋아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어진 질문에 정답(correct answer)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 응답(response)하는 일, 응답으로 질문을 이어 나가는 일이 아닐까?” 타로카드처럼 무턱대고 펼쳐 든 페이지 속 문장 하나를 채록한다. 책을 읽고 여행을 하는 것 또한 같은 태도여야 할 것이다. 온전히 채워진다고 완전해지는 건 아닐 테다. 그래서 우리의 시간은 12월의 끝에서 다시 1월로 돌아가는 것이겠지. 오늘의 서행 표시다.F1963 도서관의 서가는 건축, 음악, 미술, 사진 네 가지 주제로 나뉜다. 일반 도서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서와 원서들이 눈길을 끈다. 예를 들면 1939년 270부 한정 발행한 ‘앙드레 쉬아레스: 파시옹 조르주 루오’(Andre Suares: Passion Georges Rouault)나 2013년 1000부 한정으로 재발간한 피카소의 전작 도록 ‘피카소 카탈로그 레조네’(Picasso Catalogue Raisonne) 같은 책이다. 안내 데스크에 요청하면 사서가 장갑을 끼고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넘기며 보여 준다. 안쪽에는 음악이나 공연 DVD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점 역시 특이하다. 회원은 연회비 10만원, 비회원은 입장료 5000원을 내고 3시간 동안 이용한다. 도서관에 무슨 입장료일까 싶겠지만 커피 한 잔 값으로 건축가가 지은 나만의 서재를 가지는 경험은 제법 근사하다. 때로는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거리며 세상을 긍정하는 자세로 졸기도 할 테지만 어떤 형태로든 도서관은 내가 나를 묻고, 잊었던 나와 조우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올해 내내 나를 지켜 준 김수영의 시를 다시 한번 읊조리며 달빛정원으로 걸음을 옮긴다. 2023년의 나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2024년의 당신에게도 이 말은 ‘뜻밖의 위안’이 되지 않는가. 이것이야말로 ‘응답으로 질문을 이어 나가’는 비법일 수도 있겠다. 도서관 화단의 로즈메리를 한 움큼 쥐었다 편다. 달큼하고 상큼한 향이 콧등에 얹힌다.●키케로 철학 완성하는 정원 F1963은 건물과 건물 사이를 정원이 잇대어 좋다. 고려제강기념관과 F1963 진입부를 잇는 ‘소리길’은 개관 초기 대나무를 새로이 심은 길이다. F1963과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이 있는 아카데미동의 틈새 길, 다소곳이 그러나 선명하게 땅의 증표로 자리한 ‘스톤가든’은 알게 모르게 걸음걸음의 마디 곁에 살포시 놓아둔 쉼표 같다. 달빛가든은 그 백미다. 고려제강 수영공장이던 시절에는 와이어 제품을 운반하기 위해 컨테이너가 드나들던 장소다. 이곳 역시 소리길이나 스톤가든과 마찬가지로 권춘희 조경가가 맡았다. 달빛가든은 F1963 도서관을 나서면 바로 마주하는 정원이기도 하다. 식물원 온실이라 불리는 맞은편 ‘그린 하우스 앤드 북’에서 작은 오솔길을 따라 수(水)정원까지 잇는 구간이다. 짧은 길이지만 꽃과 나무의 감흥이 짙어 아주 잠깐이나마 도심을 잊는다. 겨울에는 그 끝의 수(水)가 쨍한 ‘거울 연못’으로 바탕을 잇는다. 수정원 북쪽 가장자리에 있는 정자도 특별하다. 최욱 건축가가 디자인했다. 지붕과 와이어로 이뤄진 정자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므로 아름답다. 원래는 공장의 정수시설이 있던 자리다. 콘크리트 바닥 위에 올라 물빛에 비친 정원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시간이 멈춘 듯하다. F1963 도서관 안내 데스크에서 발견한 키케로의 문구는 그렇게 달빛가든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부산 현대모터스튜디오는 F1963 동쪽에 이웃한 아카데미동에 위치한다. 2층은 현대자동차가 예술을 빌려 미래를 예측하고 해석하는 전시장이다. 예를 들면 오는 12월 8일 새로이 시작하는 전시의 제목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다. 집과 은신처와 인간의 관계 맺음을 묻는다. 대안 주거로서 자동차를 염두에 둔 질문일 테지만 그 발상과 접근이 밉지 않다. 같은 건물에는 2021년 금난새뮤직센터(GMC)가 입주했다. 금난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휘자이자 클래식의 대중화를 선도한 음악가다. 금난새뮤직센터는 고려제강 후원으로 금난새의 오랜 꿈을 실현한 장이다. 120~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음악홀(303㎡)과 연습실, 음악 로비 등으로 이뤄진다. 특히 슈박스(Shoebox) 형태의 음악홀은 잔향 가변시설을 갖춰 실내악 공연에 최적의 울림을 갖는다. 2층 높이로 홀의 상층부는 4면이 유리라 바깥에서도 공연이나 리허설을 볼 수 있다. 매월 두 차례 토요일 정기 공연과 체임버 위크, 계절 페스티벌 등의 행사로 관객과 만난다. 2023년 11월 말까지 무려 140회의 실내악 음악회를 가졌다. 모든 공연은 무료이고 네이버로 예약할 수 있다. 공연의 수준은 나무랄 데 없다. 촉망받는 젊은 연주자의 연주가 자주 열리는데, 무엇보다 금난새 지휘자 특유의 눈높이 해설이 콘서트를 즐겁게 한다. 책과 음악, 한 해의 갈무리로 이보다 다정한 조합과 동반이 어디 있을까. ●관계와 사색의 방, 이우환 공간 F1963에서는 부산시립미술관이 멀지 않다. 약 3.5㎞ 거리다. ‘과거는 자신이 줄거리를 갖고 있음을 드러낸다’라는 긴 제목의 전시가 17일까지 열린다. 미술관이 부산이라는 지역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묻는 방식이 흥미롭다. 부산시립미술관에는 F1963 도서관처럼 조금 덜 알려진 미술관 별관이 있다. 바로 이우환 공간이다. 이우환은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이우환 공간은 그 인연으로 부산에 문을 열었다. 그의 작품에는 ‘관계항’이나 ‘대화’ 같은 제목이 자주 쓰인다. 여기서 항(項)은 항목을 뜻하는 글자다. 하나하나의 주체를 의미하고 그 관계를 작품에 담는다. 소재로는 돌과 철판이 주로 쓰인다. 돌은 자연을 대표하고 철판은 산업을 상징한다.전시실 이름은 첫 번째 방, 두 번째 방, 통로방, 회화방, 마지막 방 등이다. 1층 첫 번째방과 두 번째 방은 돌과 철판과 유리 소재를 활용한 설치 작품이 주를 이룬다. 2층 회화방은 방탄소년단(BTS) RM이 사랑한 ‘바람’ 시리즈 등의 회화 작품이 걸려 있다. ‘마지막 방’은 다시 커다란 돌 하나가 면벽하고 있다. 마치 가부좌를 튼 부처 같기도 하다. 실은 알쏭달쏭하다. 질문은 있으나 답 또한 무한히 열려 있다. 미술관을 나올 때는 마음 한편에 몽글몽글한 것이 생겨난다. 그 여운이 뭘까 궁금해지기 시작하면 관계항이 생겨난 것이라 여겨도 좋겠다. ■여행수첩 ●운영 시간 화요일~토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www.f1963library.org, (051)752-7478.
  • 가을의 끝 완성하는 서울시향… 베토벤 삼중주로 명품 선율 선사

    가을의 끝 완성하는 서울시향… 베토벤 삼중주로 명품 선율 선사

    클래식의 계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명품 선율로 가을의 끝과 겨울의 처음을 채운다. 서울시향은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12월 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얍 판 츠베덴의 베토벤 삼중 협주곡’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츠베덴 차기 음악감독이 지휘하고 한국의 젊은 연주자인 첼리스트 한재민, 피아니스트 김수연,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이 베토벤 삼중 협주곡을 연주한다. 베토벤 삼중 협주곡은 베토벤이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사용해 신선하고 파격적인 형식을 선보인 협주곡이다. 전체 3악장으로 구성됐고 세 명의 독주자가 각각의 독주와 함께 주제 선율을 앙상블처럼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해 실내악과 교향악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특히 첼로 협주곡이라 할 만큼 첼로의 비중이 크다. 지난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첼리스트로 날개를 펼쳐가는 한재민은 “난해한 곡이지만 좋아한다. 곡에 담긴 것도 많고 2악장은 말도 안 되게 아름답다”면서 “이 곡은 독립된 세 악기가 합쳐져야 하고 오케스트라와도 하나가 되어야 한다. 다른 곡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연주하곤 하는데 베토벤을 연주할 때는 정신줄을 붙잡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다채로운 감성과 서정적인 멜로디가 압권인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이 준비됐다. 차이콥스키가 남긴 교향곡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곡으로 작곡가 특유의 개성과 음악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화려한 선율과 극적인 템포의 변화, 계속되는 반전 등이 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교향곡의 묘미를 극대화한다. 지난주 협연자 없이 하이든의 교향곡 제92번,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5번을 선보였던 서울시향이 일주일 만에 새로운 곡으로 어떤 연주를 들려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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