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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여름·휴가(외언내언)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얼룩배기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을은 울음을 우는 곳」누구에게나 차마 잊힐리 없는 두고온 고향이 있을 것이다.그리고 내가 살던 고향은 그 어떤 명승지에도 비교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푸르른 추억이 간직된 곳이다. 아무리 기름진 진수성찬도 고향 툇마루에 앉아 먹던 된장찌개와 풋고추맛과 같을리야 없다.번쩍거리는 승용차,그림같은 서구식 빌라보다 풀이슬이 발등적시는 오솔길,황금물결 출렁이는 내고향 들판의 풍요에 비교될 수도 없다. 햇빛에 그을은 주름진 얼굴과 그 주름살 속에 넘치는 인정미는 고향이 아니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포근한 따사로움이다. 미36대 대통령이었던 린든 B존슨은 그가 죽을 때 「동부텍사스 언덕진 내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유언했었다.「누가 아프면 앓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고 죽으면 섭섭하게 여기며 살아있는 동안에는 서로 사랑해주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 고향에 가고 싶다」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미국이나 동양이나 마찬가지다.휘황찬란한 네온사인 아래 흥청망청 사치한 생활이 도사려 있어도 결국 우리가 맨마지막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곳은 바로 고향일 수밖에 없다. 그런 나의 고향,푸르러야할 산천이 피폐하고 비옥해야할 농토가 황폐화되어 간다.무분별한 농산물 수입과 소비로 농사에 의욕을 잃은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기 때문이다.91년에만 버려진 농토가 2억평.고향을 등진 인구는 60만명.이를 안타깝게 여긴 각 단체들이 「농촌을 살리자」고 나서고 있다.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는 오는 9월까지 「93여름휴가 고향으로 갑시다」캠페인을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번 휴가에는 고향에 내려가서 가지와 호박을 직접 심고 자녀들에게 자연학습의 기회도 주자는 취지다.메마른 농토와 인정을 살리고 그리고 우리가 맨마지막에 돌아가야할 고향을 살릴수만 있다면 기꺼이 동참할만한 일이라 하겠다.
  • 문화학교 주최 청주권 문학예술기행 현장을 가다

    ◎정지용 생가앞 실개천 졸졸 흐르고/동학교도 「척양척위」 외친 삼가천 방문/보은출신 오장환의 시세계·작품 음미 서울을 떠나 중부고속도로를 2시간 남짓 달려 어스름할 무렵에 도착한 곳은 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장내리.그 유명한 「동학보은취회」현장이다.문학예술기행에 참석한 일단의 순례자들은 18 93년 3월11일 2만이 훨씬 넘는 동학교도들이 20일동안 「척양척위」를 외쳤던 시위의 함성을 듣는듯 했다.한국문화학교 주최 문학예술기행 참석자들이 찾은 청주권 일대 문학예술기행의 첫 기착지.이암산 자락은 아직도 의연했고 삼가천은 유유히 물구비를 돌렸다.서원대 김정기교수(국사학)의 현장설명은 1백년전 일어난 「보은취회」를 곱씹게했다. 문학예술기행은 역사적인 현장들과 문인들의 생가,작품배경이 된 곳들을 찾아다니며 시인·작가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기행에서는 작고시인 오장환을 생전에 직접 만나본 적이 있는 원로시인 이기형씨의 증언과 충북대 김승환교수의 시세계에 대한 설명을 통해 만났다.자신에게는 고향이 아직까지 이상한 「죄의식」의 형태로 남아있다는 시인 김사인의 가슴저린 「고백」을 들으며,충북지역 시인들의 시낭송을 감상하며 참석자들은 날새는 줄 몰랐다. 속리산 법주사에서 신새벽을 맞은 기행참석자들.보은이 고향인 시인 김사인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오장환의 생가를 찾았다.「접시꽃 당신」으로 널리 알려진 시인 도종환씨의 안내로 찾은 오장환 생가.가옥구조가 불편해 올봄 개축할 처지에 놓인 오장환 생가.그래서 원형 그대로 보존된 생가를 볼 수 있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거라는 집주인의 설명을 들으며 참석자들은 안타까움을 달래야했다. 이어 등위로 쏟아지는 따뜻한 봄볕을 맞으며 시인 정지용의 모교 옥천국민학교와 10분 거리에 있는 생가를 찾았다.오래전 집을 헐고 새로 지어 옛모습은 간데없고 「정지용 생가가 있던 곳」을 알리는 동표지만 담벼락에 붙어있었다.대표작 「향수」에 등장하는 집앞 실개천만 졸졸 흐르고 있었다.88년 해금된뒤 고향인 옥천공원의 새명소가 된 시비.「향수」가 새겨진 지용시비앞에서 문학평론가 임헌영씨는 정지용의 생애와 문학을 이야기했다. 옥천시내를 내려다보는 참석자들의 표정은 감개무량하다.살살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40대 한 남자가 낮은 바리톤으로 최근 대중가요로 작곡돼 애창되고 있는 「향수」를 부르기 시작했다.누가 먼저랄 것 없이 참석자들은 콧노래로 따라부르기 시작했다.수십년만에 되찾은 우리시대 시인의 주옥같은 시를 음미하면서…. 우리를 태운 두대의 버스는 옛터를 떠났다.이른 봄날 21일 저녁의 버스속에서 사람들은 고향을 「잃어버린」 오늘의 모습을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그것은 내면의 자아를 잃어버린 초라한 행색이었는지도 모른다.
  • 묶인것들을 위하여/차정미 시인·가정법률상담소 출판부장(굄돌)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회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참아 꿈인들 잊힐리야』 성악가 박인수씨와 대중음악 가수 이동원씨가 함께 노래한 정지용의 시 「향수」가 전파를 타고 흘러 나올 때마다 듣는이에 따라 여러가지 상념에 잠기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이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을 떠올리며 그 정취에 흠뻑 젖게 될 것이며 또 어떤이는 클래식과 팝의 조화에 따른 아름다움을 극찬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필자 역시 전,후자의 경우에 모두 해당되지만 여기에 덧붙여서 웃지 못할 사건 하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80년대 중반쯤이었던가? 어느 대학신문 칼럼난에 납월북 작가 해금에 관한 글을 썼다가 「정지용」이란 이름이 언급되었는데 월북작가를 다뤘다는 이유로 이 기사가 된서리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기사가 잘리는 것은 그렇다손치고 조판되었던 기사가 해판되는 수난을 당해야 했으니 지금생각하면 「격제지감 운운」은 이런때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그로부터 5,6년이 지난 지금 뭔가 많이 달라졌느냐하면 꼭 그렇지만은 못한 것같다.한자어에서 「의사」란 말의 의미가 절실히 다가오는 요몇년 세월이었기 때문이다. 오는 12월18일,어떤의미에선 민족의 운명이 달려 있는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두고 성숙한 유권자 의식이나 피력할 일이지 무슨 향수 타령이냐고 핀잔을 줄 독자분도 계실줄로 믿는다.하나 그동안 여섯번이나 공화국이 바뀌고 그와 똑 같은 숫자의 대통령이 바뀌는 과정 속에서 어디 말이 부족해서 공명선거를 하지 못했던가.유권자에게만 그 책임을 돌리자면 부족한 것은 말이 아니라 선거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와 태도이며 후보를 파악하는 안목과 의식의 결여였던 것이다. 다른 모든 것 다 차치해두고라도 묶이고 갇히고 규제되었던 매듭을 풀어주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진정한 민주사회를 이끌어 갈 우리의 지도자가 될수 있지 않겠는가.「정지용」이란 시인이 아직 묶여 있는 상태라면 우리는 「향수」란 아름다운 시와 노래를 음미하고 감상할 기회조차갖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 외언내언

    무면도강동. 해하에서 오강까지 도망쳐온 항우가 자살하기 전에 한 말이다. 고향땅인 강동으로 건너갈 얼굴이 없다는 뜻. 거기 연유하여 고향으로 돌아갈 면목이 없다 할 때 이 말을 쓴다. ◆8천명의 강동 자제들을 거느리고 강을 건너 천하를 호령했던 항우. 진나라의 서울 함양을 무찔렀을 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금의환향이기도 하다. 그가 함양을 버리고 고향을 그리며 동으로 가려 하자 누군가가 말했다. 『관중(진나라 땅)은 험산이 둘러 있고 땅이 비옥하므로 여기 도읍을 정하고 천하를 도모해야 합니다』. 항우는 대답한다. 『부귀를 얻어 고향에 돌아가지 않으면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것과 같다. 누가 알아주겠는가』. 이런 사람이었으니 패배하여 고향에 돌아갈 엄두를 냈을 리 없다. ◆항우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부귀를 얻었을 때 고향에 가서 자랑을 하고 싶어진다. 부모형제와 친척을 만나고 조상께 인사 드리면서 뿌듯한 감회에 젖어들기도 한다. 가난과 어려움을 박차고 대처로 나갔던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고향의 찬사」는 그 어떤 기쁨보다도 큰 것. 그런 마음들이 명절이면 인구 대이동의 물살을 일으킨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번 추석에도 3명중 1명은 고향길을 찾는다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대열에는 돌아갈 면목이 없는 사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향은 그런 사람들까지도 포근히 싸안으면서 삶에의 힘을 준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정지용 「향수」 첫 연). 그것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의 고향 아니던가. 그래서 북새통을 치르면서도 「마음의 양식」을 감장하려고 사람들은 고향을 찾는다. ◆고향 잃은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이 우리 사회. 이번 추석에도 꿈 속에서만 찾아가게 되어 있다. 그들의 고향을 찾아주는 길도 어서 열려야겠다.
  • 외언내언

    『물방앗간 이엉 사이로/이가 시려 오는/새벽 달빛으로/피난길 떠나는 막동이 허리춤에/부적을 꿰매시고 하시던/어머니 말씀이/어떻게나 자세하시던지/마치 한장의 지도를 들여다 보는 듯했다.…』 ◆시인 함동선 교수의 시집 「식민지」에 나오는 「마지막 본 얼굴」은 이렇게 시작된다. 황해도 연안이 고향인 그는 중학생 때 「피난길 떠나는 막동이」로 월남하여 온 처지. 휴전선에 가서 망원경으로 북녘땅을 보느라면 자기 집이 보일 듯 말 듯 하더라고 그는 말한다. 『어른이 된 후 그 부적은 땀에 젖어 다 떨어져 나갔지만 그 자리엔 어머니의 얼굴이 늘 보여…』. 술잔을 기울이다가도 그는 곧잘 어머니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얼마전 화갑기념논총 증정식을 가졌으니 그 또한 부적 꿰매주던 어머니 나이만큼 되어버렸다. 비가 오던 그날 밤,축하객들에 싸여 담소하는 가운데도 가끔씩 어리던 그늘. 그는 북녘땅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다. 사향곡·사모곡이 많은 시인. 그도 이번 방북 신청의 장사진속에 끼어 들었던 것일까. 접수 첫날만 6천6백여명이었다니 사향곡·사모곡은 시인의 것일 수 만은 없다. ◆반드시 가게 된다는 생각에서의 신청은 아니다. 가게 될 수도 있다는 「희망사항」이 절반쯤은 차지하는 반신반의의 신청들. 북녘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두고볼 일이다. 하지만 일말의 희망에나마 벌써부터 설레는 가슴들. 예 놀던 뒷동산이 뇌리를 스치고 물장구 치던 실개천이 망막에 어린다. 부모형제와 일가친척 친구들의 얼굴까지. 그러나 지나가버린 40년 세월. 이루어진다 해도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가 귀로의 감회로 되는 것이니라. ◆겨레의 맺힌 한을 풀어 보자는 일에 정치염색을 해서는 안되겠다. 이번만은 수많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지 않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 북녘은 아집의 패각을 뚫고 지구촌의 흐름을 바로 볼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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