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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 프로야구시범경기] ‘10억 루키’ 한기주 ‘폭풍투’

    [2006 프로야구시범경기] ‘10억 루키’ 한기주 ‘폭풍투’

    시속 140㎞대 후반의 묵직한 직구에 ‘디펜딩챔프’ 삼성 타자들의 배트는 밀려났고, 몸쪽과 바깥쪽 구석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제구력은 대선배들의 허를 찌르기에 충분했다. ‘10억루키’ 한기주(19·기아)가 연일 위력투를 선보이며 올시즌 ‘명가재건’을 꿈꾸는 기아 코칭스태프를 들뜨게 만들었다. 한기주는 22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프로야구 시범경기에 선발등판,3이닝 동안 11타자를 상대로 48개의 공을 던져 탈삼진 1개에 1볼넷 무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직구 최고구속은 150㎞를 찍었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138㎞에 이를 만큼 공끝의 움직임이 좋았다. 투구 수 50개를 정해 놓고 마운드에 올라선 한기주는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가는 적극적인 피칭으로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한기주의 구위에 짓눌린 삼성은 한번도 2루를 밟지 못했다. 시범경기 성적과 정규리그는 별개지만 한기주로선 지난 19일 롯데전에서 1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솎아낸 데 이어 또 한번 완벽투를 선보여 올시즌 가능성을 충분히 선보인 셈. 기아는 한기주의 뒤를 받친 김희걸-조태수-정원-장문석 등이 뒷문을 확실하게 걸어 잠그고 타선에선 8회 손지환이 3점포를 터뜨리는 등 안정된 투타 밸런스를 뽐내며 4-0으로 완승을 거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신화’의 주역인 이종범과 김종국, 전병두 등이 빠진 상태에서 거둔 시범경기 2연패 뒤 첫 승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월드컵 인사이드] (6) 상혼에 흔들리는 붉은악마

    [월드컵 인사이드] (6) 상혼에 흔들리는 붉은악마

    독일월드컵이 열리는 오는 6월 대한민국의 전역은 12번째 전사들의 붉은 물결로 또 한번 뒤덮일 것이다. 그런데 월드컵 응원의 상징인 ‘붉은악마’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적 응원 문화의 상징인 붉은악마가 대기업의 마케팅 대상으로까지 전락하는 바람에 역설적이게도 응원 문화의 뿌리까지 흔들고 있는 것이다. 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일까. ●길거리 응원의 탄생 2002한·일월드컵에서 세계인들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4강 신화를 이룬 한국선수들보다 거리를 온통 붉게 물들인 엄청난 규모의 응원단이었다. 수백만 시민들이 길거리에 앉아 똑같은 옷을 입고 한 가지 구호를 외치는 일은 그들에게 경이로움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엄청난 인파가 자발적으로 모였다는 점이었다. 또 응원하는 동안의 열광적인 모습과 달리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모두 축구대표팀의 서포터스 붉은악마의 공이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회원만 33만명(홈페이지 가입 기준)에 이를 정도로 비대해진 붉은악마는 논란에 휘말렸다. 자발적인 응원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우선 다양한 후원 계약이 발목을 잡고 있다.2002년 SK텔레콤 등 5개사와 후원계약을 맺었던 붉은악마는 현재 KTF, 현대자동차, 네이버로부터 9억여원의 후원을 받고 있다. 붉은악마 측은 “후원금은 사무실 운영, 응원도구 제작 등 공적인 일에만 사용되며 남는 돈은 전액 축구 발전기금으로 사용된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부에서도 “후원관계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이 기회에 정리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물의를 빚은 서울 광장 응원 입찰 논란과 프로축구단 연고지 이전에 대한 항의 시위도 붉은악마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논거가 되고 있다. 서울 광장 사용권 논란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붉은악마측이 SK텔레콤(컨소시엄)에 광장 사용 독점권을 빼앗기면서 불거졌지만 순수해야 할 응원단이 대기업과 결합한 것부터 문제라는 지적이다. 문화연대는 “독점사용권을 팔겠다는 서울시의 해괴한 발상도 문제지만 붉은악마도 스펙터클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열정적이면서도 소박한 응원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지난 3·1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앙골라와의 A매치에서 검정색 비닐봉투를 뒤집어 쓴 채 퍼포먼스를 벌인 것도 국가대표 서포터스라는 붉은악마 본래의 목적을 벗어난 행위로 비난받고 있다. 이날 퍼포먼스는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옛 부천 SK)의 무원칙한 연고 이전에 항의를 벌인 것이지만 일반 팬들은 물론 선수들도 당황했다. 일부에선 “응원단 이상도 이하도 아닌 붉은악마가 A매치에서 정치적 퍼포먼스를 벌인 것은 본분을 잃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후원 받는 악순환에 순수성 위협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응원의 중심은 붉은악마라는 데 이견이 없다. 논란이 된 서울 광장 응원만 해도 여론의 뭇매를 맞은 SK텔레콤(컨소시엄)측이 뒤늦게 모든 단체에 광장을 개방할 뜻임을 밝혀 붉은악마가 참여할 길은 형식상 열려있다. 독일 현지에서의 응원계획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붉은악마는 400명의 원정 응원단을 이미 꾸려 놓았다. 김정연 총무는 “지난해 11월 현지답사를 통해 현지 교민 2세들과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여러 경로로 현지에 합세할 분들과 최대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축구평론가 정윤수씨는 “조직이 커진 붉은악마가 큰 판을 벌이겠다는 강박관념을 갖다 보니 기업 후원을 받는 악순환이 이뤄져 초창기의 순수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것이 안타깝다.”면서 “이들을 이용하기에 급급한 대기업과 거대 미디어들의 얄팍한 태도를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외국서포터스 “우리도 뛴다” ‘외국에도 붉은악마가 있다.’ 독일월드컵 개막까지 80일이 남았지만 각국 서포터스들의 열기는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한·일전의 특수성 때문에 10년 넘게 붉은악마와 라이벌구도를 이어가는 일본 울트라닛폰이 대표적이다.2004년 국제축구연맹(FIFA) 100주년 기념 서포터 부문 공로상을 붉은악마와 공동수상하기도 했던 울트라닛폰은 지난 92년 히로시마에서 열린 아시안컵 우승을 계기로 본격 출범했다. 붉은악마와 달리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쫓아가 광적인 응원을 펼친다. 잉글랜드는 축구종가인 동시에 훌리건들의 고향이다. 국가대표 서포터스인 ‘92클럽’은 여러차례 소요사태를 유발해 악명이 높으며 독일월드컵 조직위의 ‘블랙리스트’에도 올라 있다.1985년 리버풀-유벤투스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당시 흥분한 잉글랜드 응원단이 이탈리아 응원단을 향해 돌진하다 담장이 무너져 39명이 숨진 사건은 이들의 과격성을 충분히 설명해 준다. 붉은 유니폼을 입는 미국의 ‘샘스아미’는 특별한 응원도구 없이 경기 내내 골문 뒤 관중석에 진을 치고 서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유명하다.94미국월드컵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98프랑스월드컵을 거치며 미국 전역에 지부를 둔 전국구 조직으로 성장했다. 홈팀 독일에는 민소매 청재킷에 각종 배지를 잔뜩 달고 다니는 ‘그라운드후퍼스’가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훌리건으로 알려진 열혈남아들이지만 유럽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얌전(?)한 편. 98프랑스월드컵 한국-네덜란드전에서 붉은악마들을 질리게 만들었던 네덜란드의 ‘오렌지후터스’는 강렬한 오렌지색 복장과 페이스페인팅으로 상대를 압도한다. 안방이나 다름없는 독일에서 열려 대규모 원정응원이 예상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중·러 에너지 밀월관계 열리나

    세계 에너지 시장의 두 거인인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에너지 동맹’ 구축에 성큼 다가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중국을 방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2000년 3월 대통령 취임 이후 네 번째다. 지난 2일 미국이 인도와 핵 에너지 협정을 맺으며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중국은 2006년을 ‘러시아의 해’로 선정, 푸틴 대통령을 초청했다. 오랜 숙원이었던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정’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한 원유 수출을 안정적으로 늘려갈 것”이라면서 “천연가스와 전력 등 두 나라 에너지 협력의 전망이 밝다.”고 밝혔다. 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의 중국 연장 방안과 핵발전소 건설 등 두 나라의 ‘에너지 협정’ 체결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고도 성장을 위한 에너지 자원 확보가 절실한 중국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큰손. 반면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2위 규모의 원유 생산국이다.‘미국 견제’라는 양측의 정치적 이해 관계와 수요·공급의 법칙이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러시아는 냉전 이후 중국을 견제하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중국에 천연가스를 전혀 수출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국을 잇는 송유관도 없다. 러시아는 한 해 중국 전체 수입량의 5% 원유만 공급할 뿐이다. 그마저도 지난해 중국과 합의했던 1000만t에 미치지 못하는 770만t의 원유만 공급했다.이 때문에 중국 수뇌부로부터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장구오바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의장은 이달 초 “중국이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가스관뿐만 아니라 70억달러(약 7조원) 규모인 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을 중국으로 연장하는 확답을 받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송유관 연장 방안이 실현되면 중국의 원유 확보량은 매년 1500만t 이상으로 급격히 늘게 된다. 러시아도 에너지 협정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중국의 최대 에너지 공급원으로 고삐를 쥐고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 사태가 이를 방증한다. 지정학적으로는 한·중·일 3개국이 러시아 가스 송유관의 영향권에 들어온다. 중국과 러시아의 무역량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2005년 두 나라의 교역 규모는 291억달러(약 29조원).2010년까지 600억∼800억달러(약 60조∼80조원)까지 늘린다는 복안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정상회담을 통해 이란 핵문제와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 등에서 미국 견제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밀월관계가 열린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WBC] “비와도 스톱 추워도 스톱… 돔구장은 언제”

    [WBC] “비와도 스톱 추워도 스톱… 돔구장은 언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축제는 끝났지만 차기 대회에서 또 다른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국내 야구계는 무거운 숙제들을 안게 됐다. 숱한 논란을 딛고 WBC 4강에 따른 병역특례를 얻어낸 야구계의 최우선 과제는 돔구장으로 대표되는 인프라의 개선이다. 국내 프로야구 8개구단이 사용 중인 홈구장 가운데 대전과 수원, 대구, 광주 구장은 이미 지은 지 40여년을 넘어 철거해야 할 만큼 노후됐다. 명색이 프로팀인데도 원정팀 선수단은 제대로 된 라커룸조차 없어 옷을 갈아 입거나 식사 자리조차 마땅치 않다. 메이저리그 중계를 통해 국내팬들에게 익숙해진 ‘불펜’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파울 지역에서 몸을 풀던 선수들이 타구에 맞아 다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팬들이 쾌적하게 즐겨야 할 관중석도 마찬가지. 지자체와 구단들이 최근 수년간 여러 차례 개보수를 했지만 야구장 자체가 워낙 오래되고 협소해 야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지 못한다. 한·일월드컵 당시 건립한 인천 문학구장을 제외하면 잠실과 사직구장 역시 창피한 수준이다. 여름 장마가 유난히 긴 기후 여건에서 돔구장의 부재는 더욱 아쉽다. 논바닥만큼도 배수가 안 돼 장마철이면 곳곳에 웅덩이가 생기고 개구리가 뛰어다니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예정된 리그 일정이 끝난 뒤에도 우천으로 순연된 경기를 치르느라 선수들은 파김치가 된다. 시장규모와 인프라를 감안하더라도 일본이 무려 6개의 돔구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추워져도 문제다.3월 이전과 11월 이후에는 야구를 할 수 없어 국제대회 유치는 언감생심이다. 이번 WBC 아시아라운드를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유치 신청조차 못하고 일본에 넘겨준 것도 돔구장이 없어서다. 서울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잠실 부지에 돔구장을 짓겠다고 했지만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WBC] 세계를 움켜쥔 한국수비·홈런1위 이승엽

    ‘코리아 돌풍’은 준결승에서 아쉽게 사그라졌지만,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세계야구의 지형도는 송두리째 흔들렸다. 야구 세계화의 기치를 들고 출범한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당초 미국과 중남미의 ‘잔치’로 끝날 것으로 점쳐졌다.대회를 앞두고 주관방송사인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를 ‘4강’으로 지목했다. 특히 전문가 11명 가운데 6명은 베네수엘라를 우승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4강티켓을 거머쥔 것은 도미니카뿐. 나머지 ‘3강’은 이변의 희생양이 되었다. 4강의 빈 자리는 ‘변방 중의 변방’인 한국을 비롯, 일본과 쿠바의 몫이었다.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미국 선교사로부터 야구를 전수받았던 아시아가 이젠 종주국을 위협할 만큼 수준높은 야구를 구사한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린 셈. 또한 미국의 경제제재로 수익금 전액을 허리케인 이재민에게 기탁할 것을 약속하고 출전한 아마최강 쿠바 역시 결승에 오르며 미국의 오만에 칼을 꽂았다. 무엇보다 WBC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마이너리그 더블A 수준으로 폄하됐던 한국의 4강행이다. 당초 국내에서조차 아시아라운드만 통과하면 다행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고비마다 발목을 잡았던 ‘복병’ 타이완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한국 드림팀은 아시아라운드 전승에 이어 8강 조별리그(1조)에서 멕시코와 미국, 일본을 차례차례 거꾸러트리며 6전전승으로 ‘4강신화’를 일궈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발 돌풍’에 경악한 외신들과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한국 수비는 공기가 새어나갈 틈도 없이 완벽하며 일부 투수들도 빅리거로 손색없다.”고 치켜세우기에 바빴다. 또한 교과서적인 야구를 구사하는 일본과 선수 개개인에 재량권을 부여하는 미국의 장점을 절묘하게 섞어 놓았다며 감탄했다.프로야구 24년의 일천한 역사를 지닌 한국야구가 더 이상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우뚝 섰음을 입증한 대목이다. 한편 ‘라이언 킹’ 이승엽(요미우리)은 이번 대회에서 5홈런(1위) 10타점(공동1위)의 불방망이를 휘둘러 3년전 자신을 문전박대했던 빅리그 스카우트들이 땅을 치게 만들었다.좌·우투수와 구질에 관계없이 부드러운 스윙으로 아시아의 스타에서 월드 스타로 급부상한 것. 이승엽이 올시즌 요미우리에서 치명적인 부상 혹은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다면 내년 미국 진출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씨줄날줄] 카지노경제/우득정 논설위원

    양극화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과 취임 3주년 ‘국민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양극화 해소 의지를 천명한 데 이어 청와대가 ‘비정한 사회, 따뜻한 사회’라는 주제로 양극화 관련 특별 기고문을 쏟아내고 있다.‘기적과 절망, 두 개의 대한민국’ ‘압축성장, 그 신화는 끝났다’…‘교육 양극화, 그리고 게임의 법칙’에 이르기까지 20일도 채 안돼 6편의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띄웠다. 오는 23일 노 대통령이 ‘국민과의 인터넷대화’를 통해 양극화문제에 대한 견해를 내놓으면 논쟁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청와대는 양극화가 박정희식 압축성장이 낳은 결과이며, 서강학파가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한다.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횡행하면서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카지노경제’가 당연한 게임의 법칙인 양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득권층은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낡은 이념에 함몰돼 희망 잃은 80%의 고통과 좌절에 눈을 감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보수논객들은 청와대가 양극화 심화의 논거로 제시한 각종 지표를 도리어 정책 실패의 산물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분배를 중시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하면서 불황이 장기화된 결과, 못 사는 사람들만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양극화 진단은 못 가진 80%를 정서적으로 자극해 정치적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꼼수’라고 비난한다. 최근 특급호텔에 외국인 전용카지노의 설립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에 빗대어 “운동권정권이 카지노경제로 대한민국을 박살내려 한다.”고 꼬집는다. 집권층과 보수층이 양극화라는 동전의 서로 다른 면만 보며 상대편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양극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논쟁이라고 볼 수 있다. 성장 둔화와 분배 악화는 부인할 수 없는 우리 경제의 현주소다. 따라서 성장을 통한 분배 선순환이니,‘증세냐, 감세냐’하는 논란은 파이 배분에서 소외된 80%에게는 무의미하다. 빈곤자살 위기에 몰린 가정에 내미는 따뜻한 손길, 내 자식은 100m 출발선상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카지노경제를 극복하는 첫걸음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문명과 야만을 넘어서 문화읽기/이태주 지음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는 한 인류학자가 문명에 의해 야만으로 규정된 세계를 여행하고 쓴 일종의 기록문학 작품이다. 그런데 왜 ‘슬픈’이란 수식어가 붙었을까. 무엇이 야만을 슬프게 만드는가. 문명이 죄다. 문명은 오만했다. 대항해 시대 이후 불붙은 유럽의 식민지 경영은 문명의 이름으로 야만을 단죄했다. 하지만 레비­스트로스는 문명이 남긴 열대의 상처를 보듬으며 인류의 전체주의적 속성을 고발한다. 각각의 문화는 나름의 합리성 위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타문화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명과 야만을 넘어서 문화읽기’(이태주 지음, 프로네시스 펴냄)는 이같은 전제에서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에 입각한 서구중심적 문화해석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나아가 진정한 문화상대주의의 가능성을 살핀다. 문화인류학자인 저자(한성대 교수)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 파푸아뉴기니에서 거꾸로 된 세계지도를 보고 받은 충격에서부터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도시문명이 발달한 유럽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원주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과연 그들의 주장처럼 ‘야만’은 발견된 것일까. 이 책에서는 유럽의 시선으로 포착된 야만을 달리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증언과 기록들을 살펴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복전쟁을 정당화하는 계몽주의의 신화로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선에 태웠다.1000만명이 넘는 흑인 이주의 역사와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이 진정 그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문명화를 위한 사명’ 때문이었을까. 결론은 역시 비판적 지성 에드워드 사이드를 빌려 내릴 수밖에 없다. 사이드는 일찍이 그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유럽 중심의 잘못된 세계관과 편견을 분석, 동양에 대한 계몽을 정당화하는 서구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했다. 우리는 얼마나 다른 문화에 관용을 보이고 있는가. 문화상대주의는 이제 우리 시대의 보편적 가치다.9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WBC 한·일 4강 재격돌] 서재응 vs 우에하라 선발 유력

    한국-일본의 세번째 대결의 선발투수는 누가 될까. 특히 준결승부터 선발투수의 투구수가 80개에서 95개로 늘어남에 따라 선발투수가 세번째 한·일전의 운명을 틀어쥘 수 있다. 이 때문에 양팀 코칭스태프는 선발투수 낙점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선발투수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은 ‘컨트롤 아티스트’ 서재응(29·LA 다저스)을, 일본은 ‘포크볼의 달인’ 우에하라 고지(31·요미우리)를 내세울 것이 유력시 된다. 서재응은 지난 3일 타이완전과 13일 멕시코전에 선발로 나서 2승을 올리며 한국팀의 6전 전승 신화에 기폭제 구실을 해왔다. 이번 일본과의 마지막 승부에서도 정교한 컨트롤을 앞세워 한국의 결승 진출에 디딤돌을 놓겠다는 각오다. 일본의 우에하라는 요미우리의 에이스이자 일본프로야구 최정상급 선발이다. 일본 통산 94승45패, 방어율 2.99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 타자들이 가장 애를 먹는 구질인 포크볼과 싱커 등 떨어지는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한국 타도의 선봉장으로 기대를 모은다.WBC 미국전에서 5이닝 7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이종락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책꽂이]

    ●논어의 숲, 공자의 그늘(신정근 지음, 심산 펴냄) 저자(성균관대 유교동양학부 교수)에 따르면 논어는 온갖 자원과 생명을 잉태한 숲처럼 동아시아 지성사에 숱한 사유의 갈래를 낳았다. 그래서 논어는 숲과 같다. 그렇기에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한 많은 사람들은 공자라는 거대한 그늘에서 안식처를 찾았다. 그래서 공자는 그늘과 같다. 그 숲과 그늘이 얼마나 컸던지 장자(莊子)조차 자신의 저작 곳곳에 상징자본으로 공자를 출연시키기도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2만 8000원.●아프리카 신화(지오프레이 파린더 지음, 심재훈 옮김, 범우사 펴냄) 아프리카는 크게 이집트 지역과 사하라 사막 이남의 이른바 ‘블랙 아프리카’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집트는 아프리카보다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동지중해나 서남아시아 지역과 더욱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교류를 지속해왔다. 따라서 같은 아프리카라고는 하지만 이 두 지역은 적잖이 다르다. 이 책에서는 블랙 아프리카 신화를 다룬다. 로마의 작가 플리니는 “아프리카에서는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고 했다. 그만큼 이야깃거리가 많은 곳이 아프리카다.1만 2000원.●영토적 상상력과 통일의 지정학(홍면기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한국이 동북아에서 ‘질서형성자’의 역할을 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런 약소국 현실주의의 관성은 우리 장래를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가능성의 공간’으로 중국의 동북지방에 주목한다. 한반도가 동북아의 중앙에서 동해와 황해를 아우르며 지중해의 중심과 같은 위치를 찾아갈 때 비로소 통일의 지정학은 완성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5000원.●모노하의 길에서 만난 이우환(김미경 지음, 공간사 펴냄) 모노하(もの派)는 1960∼1970년대 일본 미술의 한 경향. 나무, 돌, 점토, 철판, 종이 등의 소재를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보여줌으로써 사물에 근본적인 존재성을 부여하는 한편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선 ‘모노하의 창시자’로 불렸고 일본에선 모노하의 이론적인 부분을 정립한 인물로 인정받는 화가 이우환을 다뤘다. 모노하에서 이우환과 양대 산맥을 이룬 일본작가 스가 기시오의 저술과 이우환을 비판한 지바 시게요, 히코사카 나오요시 등의 논지도 소개한다.2만원.●글짓기 조심하소(김려 지음, 오희복 옮김, 보리 펴냄) 조선시대 문필가 김려가 남긴 시와 이야기, 일기 등을 골라 실었다. 함경도 민중들의 삶을 담은 연작시 ‘사유악부’, 장편서사시 ‘방주의 노래’, 귀양길의 기록인 ‘감담일기’ 등을 만날 수 있다.3만 5000원.●기니피그 사이언티스트(레슬리 덴디 등 지음, 다른 펴냄) 스테이크가 구워질 정도로 뜨거운 열에 인간이 노출되면 어떻게 될까? 1770년대 이같은 궁금증을 품었던 영국의 내과의사 조지 포다이스는 죽음을 무릅쓰고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실험을 감행했다. 그들은 방의 온도가 127℃까지 올라 스테이크가 완전히 구워질 때까지 땀을 쏟으며 견뎌냈고 이 실험을 통해 외부 온도가 아무리 올라도 인간의 체온은 36.7℃를 넘어서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던 용맹무쌍한 과학자 10명의 이야기를 소개.9800원.●음유시인, 가객 김광석과 떠나는 추억여행(문제훈 엮음, 여름숲 펴냄) ‘부치지 않은 편지’‘광야에서’‘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을 노래한 음유시인 김광석을 추억하며 엮은 영상 에세이집. 그의 노래에 얽힌 이야기들을 잔잔한 산문으로 풀어냈다.8000원.
  • [깨미동과 떠나는 생각여행] (3)IQ와 편견

    [깨미동과 떠나는 생각여행] (3)IQ와 편견

    ●피부색이 흴수록 IQ가 높을까? 작년 영국의 학술저널에 리처드 린 교수와 폴 어윙 박사가 남성의 평균 지능지수가 여성보다 5점 높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노벨상처럼 높은 지능이 필요한 여러 분야에서 남성 수가 많은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여성의 학업성취도가 높은 것은 비슷한 지능에서는 여성이 더 오랜 시간 열심히 공부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이들이 이전에도 미국 흑인들 중 피부색이 밝은 사람이 더 검은 사람보다 똑똑하다는 가설을 증명하려는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계 이민자의 지능이 낮아 전체사회의 수준을 낮춘다고 주장하는 호주의 학자도 있다. 이런 주장은 결국 상대를 열등하거나 문제 있는 집단으로 분류하여 차별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우리가 늘 똑똑함의 척도로 생각하는 IQ는 어떻게 등장했을까? IQ는 1905년 프랑스 정부가 정상아와 지진아를 판별하기 위해 비네(Binet)에게 검사도구를 개발하도록 한 것이 시초이다. 이후 미국 육군에서 우수 장병을 단기간에 선발하기 위해 집단적인 지능검사를 발전시킨다. 우리나라 역시 독자적인 지능검사를 개발했다. 100년 동안 발전해온 IQ검사는 신뢰성이 높다. 대부분 학교에서 IQ검사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런데 검사를 할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요한 이유는 개인의 개별적인 사항을 고려하는 개별식 검사가 아닌 집단 검사 방식이어서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능은 순수하게 타고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검사결과가 향상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 사회에서 특정 계층이나 인종의 IQ가 낮다면 사회적으로 차별받거나 교육기회가 제한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또 한 가지 궁금한 것은 IQ가 개인의 능력을 정확히 보여주는 지표인가 하는 점이다. 각 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IQ가 가장 높은 사람들일까.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매우 다양한 지적 능력이 필요하다. 사업가에게는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이끄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IQ는 우리의 수많은 능력 중에서 기억력, 이해력, 사고력에 중점을 두고 측정한 결과이기 때문에 IQ 이외에 새로운 지수가 주목을 받고 있다.EQ(감성 지수·Emotinal Quotient),SQ(사회성 지수·Social Quotient),MQ(도덕 지수·Moral Quotient),CQ(카리스마 지수·Carisma Quotient),AQ(역경지수·Adversity Quotient) 등 다양한 측면을 강조하는 새로운 지수가 계속 등장하는 것도 IQ의 한계 때문이다.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기존의 IQ를 반박하면서 1983년 ‘다중(多重)지능 이론’을 발표했다. 그는 각 문화권에서 가치있게 여겨지는 것을 창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지능이라고 보았다. 단일한 지능이 아닌 언어 지능, 공간 지능, 대인 지능, 자연 지능, 자성 지능, 음악 지능, 신체운동 지능, 논리수학 지능 등 8가지 복합적인 지능을 제시하였다. 이 이론에 따르면 모두가 다중 지능을 갖고 있고, 각 지능 영역마다 발달 정도가 다를 뿐이다. 또한 지능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향상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중지능이론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한 가지 측면에서만 인간의 지능을 측정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잘 지적하고 있다. 사람들을 지능의 우열에 따라 나누기보다 자신이 뛰어난 지능이 무엇인지 알고 계발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된다. 전통적인 견해가 맞다면 IQ가 높으면 공부를 잘할 것이고 반대라면 학업성취도가 낮을 것이다. 실제로는 주변에서도 그렇지 않은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IQ는 122로 결코 천재적인 지능지수가 아니었다. 두뇌까지 전시되었던 아인슈타인의 학업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한 사람의 지능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지금까지의 IQ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처럼 지능을 측정하는 척도는 다양하며 여러 방면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이나 피부색에 따라 지능이 다르다거나 아프리카계 이민자의 IQ가 낮아서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주류 집단이 느끼는 위기감의 반영이다. 그들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점과 불만들을 특정 집단에게 돌리고, 차별받는 집단은 선천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1. 저렴하면서도 멋진 옷을 잘 고르고, 색상을 조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VQ(시각적 감각 지수·Visual Quotient)는 이런 시각적 안목을 나타낸다.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인도 물건을 고르거나 과제물을 만들 때에 감각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은 교육을 통해서, 또한 다양한 시도와 생각의 전환을 통해 계발할 수 있다. 작품성 있는 영화와 드라마, 음악 등을 고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안을 정리해보자. 2. 요즘 시대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능력이 무엇인지 토론해 보자. (예)요즘에는 NQ(공존지수·Network Quotient)가 중요시되고 있다.IQ나 EQ 등은 개인의 능력에 중점을 둔 지수이다. 공존 지수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과 관계를 잘 이끌고 함께 소통하는 능력을 말한다. 3. 과거 초원지대를 누비며 살아가던 인디언이 현대 도시문명 속으로 갑자기 들어온다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열등한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가 그들의 세계로 들어간다면 역시 비슷한 처지에 빠질 것이다. 누구의 지능이 더 높은지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 옥성일 서울 용산고 교사·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 한국야구 “꿈은 계속된다”

    한국야구 “꿈은 계속된다”

    16일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조별리그(1조) 최종전에서 한국야구 ‘드림팀’이 일본에 2-1 승리를 거두고 4강 고지에 우뚝 섰다. 순간 에인절스타디움은 2002년 한·일월드컵 8강전이 열렸던 광주경기장과 오버랩됐다. 마지막 페널티 키커 홍명보의 슛이 그물을 갈라 ‘4강 신화’가 완성된 순간처럼,3만 9000여명이 운집한 경기장은 ‘대∼한민국’의 함성으로 메아리쳤다. 한국이 종주국 미국에 이어 일본을 거푸 제압하리라 점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전문가와 야구팬들은 물론 대표 선수 스스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1월 초 김인식 감독은 “2라운드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며 타이완전을 걱정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은 아시아라운드 전승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멕시코, 미국, 일본을 줄줄이 사냥해 마침내 꿈을 일궈냈다. 한국의 승리가 확정되자 미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4일 한국에 충격의 패배를 당해 벼랑끝에 섰던 미국의 벅 마르티네스 감독은 “내 생애 이렇게 마음을 졸이며 본 경기가 없었다. 정말 한국에 고맙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언론들의 반응도 한결 같았다.AP통신은 ‘한국 덕에 미국이 살아남았다.’고 타전했고,USA투데이도 ‘한국의 도움으로 미국이 체면치레를 할 기회를 잡았다.’고 전했다. 대회 흥행에 목을 멘 WBC 조직위원회에도 ‘가뭄끝에 단비’였다. 미국이 한국에 진 뒤 야후스포츠가 실시한 인터넷 투표에서 ‘미국이 4강에 못 올라가면 WBC 경기를 더 이상 안 보겠다.’는 미국팬들이 51%에 이르렀기 때문. 반면 일본 열도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방송카메라는 9회말 패배가 확정되자 고개를 떨군 스즈키 이치로 등 일본 선수들의 모습과 넋을 잃은 응원단을 번갈아 비췄다. NHK가 전한 거리 표정은 보다 심각했다. 한 시민은 “70년 역사를 가진 일본프로야구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격한 감정을 토해냈다. 다른 한편으론 한국의 저력을 새삼 평가하면서 실낱같은 기대도 놓지 않았다. 세구치 아사히TV 기자는 “한국은 정신력으로 무장된 팀이라서 우승도 가능할 것”이라며 “아시아를 대표해 잘 싸워달라.”고 주문했다. 교도통신은 ‘일본의 준결승 진출이 어려워졌지만 17일 멕시코가 미국을 잡아주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아픈만큼 성숙해졌죠”

    “아픈만큼 성숙해졌죠”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제 주위에 많은 분들이 힘이 돼 주셨어요.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갈래요.” 지난 1월 성형수술 파문으로 인해 대한펜싱협회로부터 대표선수 자격 6개월 정지 처분을 받은 남현희(25).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20대 신세대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지만, 오히려 자신을 둘러보고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성숙된 자세는 성적으로도 직결됐다. 그는 이달 초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월드컵대회에서 성형수술 파문 이후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보며 재기에 성공한 뒤, 지난 11일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그랑프리펜싱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2주 연속 A급 국제대회에서 우승하기는 한국 펜싱 50년사에 유례가 없는 일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경우다. 지난해 라이프치히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플뢰레 단체전 우승 주역으로 신화를 일궈낸 남현희가 다시 한번 한국 펜싱사를 새로 쓴 것. 세계 랭킹도 10위권에 머물러 있던 그는 이번 두 대회 우승으로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남현희는 “역설적이지만 어려움을 겪을수록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며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으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게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 세계선수권과 12월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남현희는 “그러나 제일 하고 싶은 일은 하루빨리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며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구슬땀을 쏟고 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고졸9급 신화’ 43일만에 퇴장

    ‘고졸9급 신화’ 43일만에 퇴장

    고졸 9급 공무원에서 차관까지,40년간 이어진 이기우 교육부 차관의 ‘고졸 9급 신화’가 막을 내렸다. 이 차관은 1967년 우체국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뗀 이후 교육부 기획관리실장과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을 거쳐 지난달 1일 교육부 차관에 임명돼 그동안 ‘고졸 9급 신화’의 주역으로 꼽혔다. 1998∼99년 이해찬 총리가 교육부 장관으로 재임할 때에는 교육환경국장으로 개혁 정책을 보좌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이 총리에게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공무원’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7일 3·1절 골프 파문과 관련해 “내기 골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거짓말로 밝혀지면서 도덕성 논란과 함께 많은 비난을 받았다. 교육부를 떠나는 날. 그는 평소처럼 철저히 ‘윗분’을 배려했다. 이임사의 거의 전부를 여기에 할애했다.“이것 한마디는 꼭 전하고 싶다. 이 총리는 철저한 주변관리로 올곧고 깨끗하고 청렴을 잊지 않았다.(골프도) 여러 차례 일정을 제가 직접 판단하고 결정했다.” 차관으로서 마지막 말이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원탁의 천사’ 크루즈 촬영현장을 가다

    ‘원탁의 천사’ 크루즈 촬영현장을 가다

    여러모로 포인트가 있어 뵌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뜬 강영규(임하룡)는 아들 원탁(이민우)과의 관계를 원만히 풀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천사(김상중)에게 부탁한다. 천사는 영규의 소원을 들어주는데 그만 고등학생 하동훈(하하)의 몸에다 영규의 영혼을 넣는 실수를 한다. 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자신도 몸을 빌리는데 하필이면 그 몸이 조폭두목(장석조)이다. 여기서 ‘아들과 친구가 된 아버지’,‘조폭두목이 된 천사’가 완성된다. 부적절한 상황에다, 겉과 속이 정반대인 캐릭터에다, 개성있는 배우들까지 모였으니 출발은 좋다. 여기다 뒤늦게 곁에 있던 친구가 사실은 아버지임을 깨달았을 때, 그 순간의 감동 또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동시에 걱정도 된다. 대개 이런 영화는 깔끔하지 못한 잡탕으로 끝나기 십상이어서다. 7월 개봉을 앞두고 촬영이 한창인 영화 ‘원탁의 천사’(제작 시네마제니스)가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오가는 크루즈 여객선 안에서의 촬영현장을 지난 12일 공개했다. # 목표는 ‘세대공감’ 이번 촬영분량은 모든 사실을 깨달은 인물들이 화해와 화합을 위해 가족여행을 갔을 때 생긴 에피소드들. 무대에 오른 원탁과 동훈은 ‘최첨단 가수’임에도 설운도의 ‘상하이 트위스트’에 맞춰 막춤 트위스트를 신나게 춘다. 엄마(김보연)와 춤추려는 원탁을 자꾸만 밀치는 동훈. 친구 어머니가 아니라 마누라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엄마와 블루스를 추는 동훈에게 영규가 오버랩된다. “외국에는 ‘빙의’를 통해 가족애를 그려낸 영화가 많지만 우리에겐 없다.”(김상중)지만 왜 이런 영화를 생각했을까.‘자카르타’와 ‘피아노 치는 대통령’ 등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권성국 감독은 “로베르토 베니니의 ‘아름다운 인생’을 보면서 가족애를 재미있게 표현해낼 수 있는 영화를 연출해보고 싶었다.”면서 “세대를 뛰어넘은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점을 봐달라.”고 말했다. # ‘무(모?)한 도전’ 눈에 띄는 배우는 역시 이민우와 하하. 이민우는 에릭(‘달콤한 인생’ 등), 김동완(‘돌려차기’)에 이어 그룹 신화 멤버 가운데 3번째로 영화에 도전한다. 가수 출신 배우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 때문인지 무척이나 자세를 낮추면서도 연기에 대한 욕심은 숨기지 않았다. 이민우는 “무대와 촬영은 마음 속 희열감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하 역시 ‘연애술사’와 ‘투사부일체’에 이번에 처음으로 비중있는 역할을 맡게 됐다. 그러나 코믹한 이미지가 워낙 강해 ‘아들의 친구가 되어버린 아버지’는 잘 표현하겠지만 아버지로서의 고민은 어떻게 연기해 낼지도 주목된다. 이들 두 배우에게 이번 영화가 ‘무한(無限)’ 도전이 될지 ‘무모한’ 도전이 될 지가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일단 권 감독은 합격점을 내렸다. 특히 이민우에 대해 “나도 주변에서 걱정과 우려를 많이 들었다.”면서 “그러나 눈물 연기를 할 때 모든 스태프가 함께 울었을 정도로 노력은 물론, 연기력 또한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엄마역을 맡은 김보연 역시 “민우는 ‘코믹과 감동’, 하하는 ‘친구와 아버지’라는 이중적인 대목을 소화해 내야 해서 상당히 힘들어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모든 촬영을 즐겁게 잘 하고 있어서 놀랍다.”고 전했다. # 눈에 띄는 조연들 영화 ‘원탁의 천사’는 이 외에 다양한 개성파 배우들이 나온다. 김상중은 출소 뒤 조직재건에 나서지만 ‘겨우’ 길거리 폭주족들에게 맞아죽을 뻔한 조폭 두목이고, 아들과의 재회를 앞두고 어이없이 죽어버리는 강영규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통해 제2의 배우인생을 시작한 임하룡이 맡았다. 그동안 스크린에서 자취를 감췄던 김보연도 엄마 역으로 나오고,GOD 손호영의 누나로도 유명한 손정민도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스크린에 선보인다. 오사카(일본)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황선홍씨 독일월드컵 방송 해설자로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황선홍(38·전남 드래곤즈 코치)이 2006 독일월드컵 방송 해설자로 변신한다.SBS는 14일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 스트라이커의 한 명인 황선홍을 해설자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 [한국야구 美 깨던 날] 美 “도대체 이들이 누구냐”

    [한국야구 美 깨던 날] 美 “도대체 이들이 누구냐”

    한국이 최강 미국을 꺾자 세계 언론들은 앞다투어 ‘이변’을 보도했다. 낙승을 예상했던 미국은 ‘검은 월요일’에 휩싸였고, 반면 한국교민 사회는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14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전 패배의 충격에 빠진 미국 언론들은 뒤늦게 한국팀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WBC 홈페이지는 “도대체 이들이 누구냐?”라면서 홈런포를 터뜨린 이승엽과 최희섭을 중심으로 한국선수들에 대한 경이감을 표시했다. 홈페이지는 한국을 유일한 전승팀이라고 소개한 뒤 대타로 나와 쐐기 홈런포를 터뜨린 최희섭을 선발로 내세우지 않은 전략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 감독은 좌완인 미국 선발투수가 왼손타자에게 강하다는 것을 알고 우완투수가 나올 때까지 최희섭을 아꼈다.”면서 용병술을 칭찬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도 ‘기회를 날려버린 미국, 전승의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팀의 작전실패를 신랄하게 비판했다.SI는 “4회 이승엽을 고의사구로 내보낸 것은 작전의 실패였고,3개의 에러를 저지르면서 자멸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미국인들의 실망감을 비중있게 보도하면서 “비록 최상 멤버는 아니었지만 한국에 패한 것은 충격”이라고 전했다. 교도통신과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도 속보를 통해 경기결과를 알렸다. 특히 2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한국전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불안감도 함께 드러냈다. 제 홈런포의 주인공 이승엽은 “한국야구 전체의 기쁨”이라고 평가했고, 선발투수 손민한은 “부담도 많았으나 꼭 이기고 싶었다.”면서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미국선수단은 완패를 순순히 인정했다. 미국 선수들은 “우리는 공수에서 모두 못했지만 한국은 잘했다. 그래서 졌다.”면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교민들은 “한·일월드컵 4강 신화가 재현됐다.”면서 기뻐했다.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 탓에 야구장을 찾은 교민은 3000여명에 그쳤지만 기대 이상의 선전에 징과 꽹과리까지 동원,‘대∼한민국’을 목놓아 외쳤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월드 리포트] 도요타 ‘공룡 증후군’

    이달 초 도쿄에 찬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 밤 일본의 자존심, 도요타자동차의 영빈관에 초대받았다. 회사 관계자 2명과 3시간쯤 식사하던 중 귀를 의심하게 하는 사실을 확인했다.“회사 분위기는 좋지만, 몸집이 커지면서 위기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외형적으로 도요타의 질주는 거침이 없다. 올해에는 자동차생산 906만대로 미국 GM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할 기세다. 순이익은 3년 연속 1조엔(약 8조 3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세계 자동차업계의 사실상 최고봉이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어진다고 했다. 덩치가 급격히 커지면서 외부에서 자극이 와도 감지하는 시간이 느려 멸종한 ‘공룡 증후군’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실제 자동차 판매에서 핵심요인인 품질면에서 비상등이 커졌다. 도요타의 지난해 리콜(무상회수·수리) 대수는 무려 188만대.4년 전 6만대보다 30배나 늘어났다.“생산현장의 문제가 생기면 누구든지 라인을 세워 즉시 해결한다.”는 도요타 생산방식의 신화는 그저 신화일 뿐이다. 몸집불리기는 인재난도 불렀다. 올해 생산대수를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리는 등 몸집을 빠르게 키우면서 설계나 생산현장의 인재부족이 만성화, 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거점인 국내시장도 빨간불이다. 일본에선 1990년대 이후 새로운 수요보다 대체수요 위주로 변해 자동차시장은 침체해 있다. 자존심을 걸고 지난해 8월 일본에 역(逆)상륙시킨 고급차 렉서스도 벤츠·BMW 등 외제차 벽에 고전하고 있다. 돈 좀 있는 일본사람들은 한국사람들처럼 외제차를 타야 ‘폼’이 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도요타의 위기징후는 기본적으로 도요타 정신, 도요타 DNA의 전달위기 때문이라는 것이 도요타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몸집이 커지면서 혼으로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도요타 철학,DNA가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예전엔 70% 정도의 보고서를 보면 상사가 거듭 지도해 80%,90% 이상으로 끌어올렸지만 지금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너무 몸집이 커 직접지도가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세계 27개국에 공장이 있다 보니 문화도 달라 인도·필리핀·베트남 등의 공장에서는 노사관계가 순탄치 않다. 의사소통의 장애도 위기요인이다. 외국의 생산현장에서 의사소통 장애는 심각하다. 미국·중국·벨기에·체코 등 여러 국적의 사무직원들이 일본어와 영어 등으로 회의를 하지만 섬세한 부분은 전달이 어렵다. 도요타 DNA가 전수되기 불가능한 구조인 상황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파견 등 직원 성격이 다양한 것도 화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많은 하청업체들이 도요타가 필요한 정확한 시간에 부품을 대려고 부품을 싣고 공장 주변을 돌아 ‘도요타 정체’가 생겼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 만성적 하청구조도 위기의 요인이다. 결국은 “(회장이나 사장 등) 상층부에서는 위기를 충분히 감지하고 있지만, 말단 현장이나 말단 사원들까지는 전달이 되고 있지 않다. 이걸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앞으로 중대한 과제”라는 게 위기론의 요체였다. 이춘규 도쿄특파원 taein@seoul.co.kr
  • [송두율 칼럼] ‘한국 모델’의 재구성

    [송두율 칼럼] ‘한국 모델’의 재구성

    얼마전 필자는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관여해 온 독일어권의 제3세계 문제에 관한 전문학술지로서 ‘주변부’를 뜻하는 ‘Peripherie(페리페리)’의 창간 25주년을 기념하는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잡지는 근대화이론과 종속이론 사이의 뜨거운 논쟁이 있었던 1970년대를 뒤로하고 제3세계의 발전 전망에 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80년대 초부터 발간되어 제3세계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이론의 부침을 정리해왔다. 제3세계의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렸던 80년대의 비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공 신화는 물론, 민족해방과 사회주의 건설을 개발전략의 축으로 설정했던 제3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도 다루었다. 그러나 그러한 신화를 창출한 동아시아 국가들도 90년대 중반부터 세계화를 추동하는 투기성 금융자본의 파도에 휩쓸려 고초를 겪었으며 아직도 그때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인도·브라질 등 인구와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도 세계화의 경쟁대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최근에 잡지는 동서냉전의 종결과 함께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완전승리를 선언한 ‘역사의 종말’이 전하는 메시지, 즉 제3세계에도 자본주의이외에 어떠한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둘러싼 많은 논쟁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세계화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는 탈규제·자유화·사유화를 근간으로 해서 세계 도처에서 ‘자본주의냐, 야만이냐.’라는 선택을 지금 강요하고 있다. 한때 ‘사회주의냐, 야만이냐.’라는 질문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에 대한 희망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야만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는 지금의 강요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에 대하여 한번쯤 생각해 보는 여유마저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가능한 세계 가운데 가장 좋은 세계’라고 확신하는, 어떤 의미에서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정서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종말 없는 자본주의’와 ‘세계화’는 ‘역사의 종말’과 동의어다. 그러나 역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구호 밑에 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밑으로부터의 세계화’가 이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세계화에 대한 비판은 무엇보다도 사회로부터 유리된 시장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난폭한 자본주의(capitalismo selvaje)’에 대한 질타로부터 시작되었다.‘밑으로부터의 세계화’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연대’다. 전자는 한정된 자원과 관련된 생태계가 주된 문제이고 후자는 빈곤과 불평등을 극복하는 사회관계의 재구성 문제다. 한국에서 이 두가지 문제는 지금 여러 가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새만금과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80년대 제3세계 개발이론에 있어서 특이한 위치를 점했던 ‘한국 모델’의 비판적 재구성이 현재 절실해지고 있다. 생태계 문제와 양극화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는 길에 결코 왕도는 없다. 얼마 전부터 논의되는 ‘네덜란드 모델’이니 ‘핀란드 모델’이니 하는 성공적인 모델도 참고는 될지언정 그대로 복사해서 사용될 수는 없다. 모델은 이를 설정하는 주체의 역사적·문화적 그리고 사회적 맥락을 떠나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대국 틈새에서 지상의 유일한 분단국가가 세계화의 도전 속에서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기에 더군다나 그렇다. 합리적 정책 선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생각의 틀을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기존의 ‘한국 모델’은 미래를 다분히 ‘현재 플러스 알파’로서 생각해 왔다. ‘한국 모델’의 재구성은 현재가 ‘미래 마이너스 알파’일 수도 있다는 자기반성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서 미래는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적금이 아니라 이미 원금까지 축내고 있는 어음할인과 비슷하다는 것을 먼저 기억하자.
  • [‘골프파문’ 확산일로] 거짓말 퍼레이드 퇴로막힌 李차관

    [‘골프파문’ 확산일로] 거짓말 퍼레이드 퇴로막힌 李차관

    9급 공무원 출신 ‘고졸 신화’의 주인공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이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다.‘3·1절 골프 파문’ 이후 이해찬 국무총리로 향하는 ‘의혹의 화살’을 막아 보려던 해명이 줄줄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이제는 사퇴를 넘어 사법처리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총리 비서실장 출신인 이 차관이 앞장서 ‘총대’를 멨던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총리 유임론’을 확산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 차관의 해명과 어긋나는 진술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자 ‘총리 사퇴론’이 다시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차관은 지난 7일 “내기 골프는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골프 모임 참석자인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 등은 “40만원을 상금으로 내놓고 운동을 했다.”고 뒤집었다. 골프비용도 이 차관은 “이 총리 몫인 3만 8000원만 골프장 사장이 내고, 나머지는 각자 부담했다.”고 주장했지만, 골프장 최인섭 사장은 “나머지 7명 비용은 기업인 중 한 분이 카드로 계산했다.”고 말했다.‘황제 골프’ 의혹도 이 차관은 부인했지만, 최 사장은 이 총리 일행이 정상적인 운영시간에서 벗어나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로선 이 차관에게 ‘퇴로’는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 차관도 “고졸 출신으로 차관까지 했으니 여한은 없다.”고 마음을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총리의 거취 문제가 확정되기 전, 이 차관이 사임한다면 ‘골프 로비’ 의혹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교직원공제회가 영남제분 주식을 부당 매입하는 과정에 이 차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자칫 사법처리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 헤드킥] 흥행의 키 ‘신사협정’

    국내 프로축구는 4년 주기로 기대와 실망을 되풀이했다. 다름 아닌 ‘월드컵 특수’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축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젊은 선수들의 인기 역시 연예인 못지않게 상종가를 쳤다. 월드컵의 열기가 K-리그 그라운드에서 재연될 거라는 기대는 당연지사.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봄날 아지랑이처럼 사라진다.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 직후엔 고종수와 이동국의 열풍이 불었다. 최초의 ‘오빠 부대’도 등장했다. 한·일월드컵 직후엔 안정환 김남일 이천수 등 4강 신화의 주역들이 프로축구 중흥을 노렸지만 물거품이 됐다. 원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같은 흐름의 반복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최근의 예를 들어보자. 앙골라전을 마친 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이 소속팀으로 돌아가서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속 구단에서 열심히 뛰는 건, 선수로선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 프로축구의 비정상적인 현실 때문에 아드보카트 감독은 특별히 당부해야 했다. K-리그가 활성화되는 데 가장 필요한 건 구성원 전체의 ‘문화적 마인드’다. 바꿔 말한다면 K-리그의 진정한 경쟁 상대는 국가대표팀이나 프로야구가 아니라 홍수를 이루고 있는 영화나 TV드라마, 레저활동 등이다. 이들보다 더 흥미롭고 활기차고 또 경이롭기까지 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개 개막 이벤트나 연예인 출연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렇게 이십여 년을 해도 관중은 늘지 않았다. 핵심은 이벤트나 선물이 아니라 경기 그 자체다. 축구장을 찾은 팬에게 최고의 선물은 영화만큼 경쾌하고 재미있으며 은밀한 데이트만큼 짜릿하고 열정적인 전·후반 90분이다. 여기에서 필수적인 건 바로 ‘신사 협정’이다. 잦은 항의와 욕설, 고의적인 경기 지연이 되풀이된다면 아무리 사인볼을 나눠주고 경품을 내걸어도 관중은 오히려 줄게 될 것이다. 유명한 배우가 출연한 영화라도 싱거운 줄거리와 늘어지는 대사로 일관하면 관객은 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내 최고의 축구 스타들이 세련된 경기 매너와 출중한 기량을 14개 지역을 거점으로 일제히 펼쳐 보인다면 한국 프로축구는 굳이 월드컵의 빛과 그림자에 연연하지 않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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