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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TV 하이라이트]

    ●시네마 천국(EBS 오후 11시55분) 장대한 스펙터클과 엄청난 특수효과가 만들어낸 꿈의 영상, 그리고 영화음악가 존 윌리엄스의 웅장하고 화려한 테마 음악에 이르기까지 개봉 당시 전 세계의 영화 팬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모았던 ‘스타 워즈’시리즈. 미국인들에게 SF의 영웅 신화로 기억되는 ‘스타 워즈’시리즈를 만나본다.   ●내사랑 못난이(SBS 오후 8시55분) 호태는 유경이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되면서 한국에서의 계획에 차질이 생겨 대통에게라도 부탁해 일자리를 알아봐야 할 처지가 된다. 차연은 회사 창립기념 파티에 새 옷을 사 입혀 데려가자는 시할머니의 배려가 고마운 가운데, 두리가 검사를 위해 병원에 있다는 호태의 연락에 병원을 찾아간다.   ●레인보우 로망스(MBC 오후 6시50분) 기범이 은아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후는 은아를 향한 자신의 마음과 기범과의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한편, 아유미는 명훈에게 반하고 만다. 그런데 명훈은 초롱초롱 귀여운 아유미가 자길 좋아할 리가 없다며 장난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을 안 믿는 명훈이 때문에 아유미는 답답하다.   ●놀라운 아시아(KBS2 오후 7시10분) 신들의 나라 고대 일본의 본거지인 교토. 이곳엔 일본 전역을 공포에 몰아넣은 미스터리 삼각지가 존재한다. 바로 공포의 터널, 기요타키. 터널길이 444m, 기요타키 터널의 가려진 진실을 파헤친다. 몸은 하나, 사람은 둘. 필리핀의 유쾌한 샴 쌍둥이 토니와 쟈니. 그들만의 생활 비법을 공개한다.   ●열아홉 순정(KBS1 오후 8시25분) 동국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결혼은 계획대로 진행하라고 야단친다. 우경은 윤정에게서 윤후가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는 게 국화 때문이라는 소리를 듣고 놀란다. 명혜는 윤후가 수정이를 아직도 못 잊어서 그런 게 아닐까 걱정하자 윤정은 국화 때문이라고 말해버리고, 국화 집으로 쳐들어가는데….
  • ‘미래 개척의 경영’을 보여주다

    ‘미래 개척의 경영’을 보여주다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최고경영자(CEO) 블레이크 노드스트롬은 백화점에서 팔지 않은 타이어를 교환하러 온 손님에게 돈을 환불해준 일화로 유명하다. 커피 전문점의 신화 스타벅스의 짐 도널드 CEO는 직원을 파트너라 부르며, 커피 원료비의 2배 이상을 직원 의료보험료로 납입하고 있다. 21세기를 이끄는 CEO들에게는 특별한 그 무엇이 있는 것일까. 미국 유수의 경영대학원 학생들이 그 특별함을 알아보기 위해 각 분야 최고의 CEO들을 만났다.CEO들로부터 들은 경영철학과 성공 노하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생생한 대담을 다룬 프로그램 ‘21세기를 이끄는 CEO와의 만남Ⅱ’(원제 CEO Exchange)가 25일부터 10회에 걸쳐 매주 금·일요일 오전 10시 교육전문채널 방송대학TV(OUN)를 통해 방송된다. 매회마다 2명의 CEO가 유수 경영대학원(MBA)을 찾아 CNN의 상임 정치분석가 제프 그린필드의 사회로 학생들과 만나 대화하고 토론한다.1회에는 워싱턴대 경영대학원에서 노드스트롬과 도널드 CEO가 만나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는 주제로 성공전략을 소개한다. 스타벅스가 최근 선보인 ‘히어 뮤직’서비스 등 문화 적용사례도 살펴볼 수 있다. 스포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데이비드 스턴 NBA 총재와 버드 실릭 MLB 총재가 말하는 ‘거친 스포츠계의 승리 비법’은 2회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만날 수 있다. 이어 디지털 CEO인 컴캐스트의 브라이언 로버츠와 맥그로힐의 테리 헤럴드로부터 멀티미디어 시대의 성공전략(3회)을, 전세계 놀이문화를 선도하는 마텔의 로버트 에커트와 액티비전의 로버트 코틱으로부터 장난감과 게임 분야의 변화와 전망(4회)을 살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사우스웨스트항공·모토롤라·뱅크오브아메리카·유니버설뮤직·로열필립스전자·메리어트인터내셔널 등의 CEO들이 출연, 미래를 향한 변화와 개척을 위한 비전과 전망을 들려준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4) 자연적 사실주의의 인식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4) 자연적 사실주의의 인식

    지난주에 인격적 정신주의에 대한 철학적 문제점이 논의되었다. 그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인격적 정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주재한다면, 세상은 그 인격이 쓴 책과 같다. 그런 경우 세상의 그 숱한 역사적 무의미와 부조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그 인격적 정신이 절대적이라면, 그 정신은 자기동일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부가 분열되지 않는 절대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상 정신의 인간적 주체인 의식은 자기동일성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이 지난번 글의 요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인격적 정신주의에 대하여 자연적 사실주의는 세상을 책으로 보지 않는다. 해체철학자 데리다는 세상을 책이 아닌 ‘텍스트’(text)라고 규명했다. 여기서 ‘텍스트’는 흔히 말하는 교재의 뜻이 아니다.‘텍스트’는 직물(textile)과 같은 어원을 가진 것으로 단지 책과 대비하기 위하여 데리다가 그렇게 불렀을 뿐이다. 데리다는 그의 저서인 ‘표지학(문자학)’에서 유명한 명제를 던진다.“텍스트 바깥은 없다.” 저 구절은 이 세상이 온통 가로 세로 실이 엮어지면서 천짜기(텍스트)를 하는 것과 같은 그런 차연(差延=differance)의 법칙만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차연의 의미를 몇 차례(14·26·27·30회 글) 설명했으므로 여기서 더 설명하지 않겠다. 간단히 예시하자면, 부부로서 남편과 아내는 서로 다르지만 제각각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남편 속에 아내의 흔적이 연기 또는 연장되어 있고, 그 역도 그러하다고 보는 것이 차연적 세상보기다. 세상이 다 그런 상관관계로 엮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사가 일방적으로만 결정되지 않고 다 작용과 반작용이 함께 왕래하므로 일방은 100% 옳고, 타방은 100% 그르다고 흑백으로 결판내릴 수 없는 셈이다. 그리고 세상에 순수와 비(非)순수가 선명하게 쪼개지지도 않는다. 순수와 비순수는 서로 연기법처럼 얽혀 있어서 순수와 비순수가 노자가 말한 화광동진(和光同塵=빛과 먼지가 서로 뒤엉켜 있음)처럼 뒤엉켜 있다. 인격적 정신주의는 말과 소리를 매우 귀하게 여기고 문자를 천시한다고 지난번 지적됐다. 말과 소리는 신과 영혼의 내면적 일치를 표현하는 인격적 정신의 영역인데, 문자는 외적 정보만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연적 사실주의는 문자(writing)나 표지(mark)를 말소리(speech & voice)보다 더 진리의 본질에 적합하다고 여긴다. 말소리는 단가적이다. 내가 진실을 말하든지, 거짓을 말하든지 둘 중의 하나다. 그러나 문자나 표지는 두 가지를 동시에 알린다. 즉 문자와 표지는 차연과 천짜기처럼 이중적이다. 종이 위에 내가 줄을 그으면, 거기에 대뜸 차이가 나누어진다. 하나의 종이에 두 공간이 나누어진다는 점에서, 원효대사가 자주 쓰던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님)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두 공간이 중간의 선으로 말미암아 생겼지만, 그 두 공간은 서로 상대방이 있기에 자기가 성립하는 그런 차연의 상관성과 같다. 도장의 양각과 음각도 이중적 현상이지만, 그 두 개가 완연히 이원론적으로 갈라지는 것은 아니다.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 긴 줄과 짧은 줄도 서로 상관적이므로 한 사실의 이중성이다. 일방이 없으면 타방도 생기지 않는다. 인간의 사회생활은 인간들의 자기중심적 이기심 때문에 자기 것만 보려고 하지만, 자연의 사실은 늘 이처럼 이중성을 동시에 머금고 있다. 상생과 상극은 자연의 생명세계에서 이원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으로 존재하고 있다. 상생현상을 보면 상극현상이 뒤에 숨어 있기에 비동시적이나, 상생은 상극과 늘 함께 동시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죽음을 초래하는 상극은 늘 삶의 생기를 촉진하는 상생을 가능케 한다. 삶과 죽음이 비동시적이지만, 동시적으로 상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자연적 사실이다. 자연적 사실은 문자(writing=이것을 ‘글쓰기’로 잘못 생각하는 학계의 풍조가 있음)나 표지처럼 같음(同)과 다름(異)이 서로 의지해서 동시에 이루어지는(32회 글) 의타기적(依他起的=다른 것에 의거해서 생김)인 차연적 사실과 유사하다. 그런데 그 문자를 또 ‘글자’(letter)와 같은 의미로 좁게 읽어서도 안 된다. 씌어진 모든 흔적과 표지를 데리다가 문자나 문자학(표지학=grammatology)으로 사용하고 있다. 말소리 대신에 문자나 표지가 해체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우주의 자연적 사실을 상징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여기서 무엇이 사실인가 하는 철학적 문제가 다시 제기된다. 보통 사실이라면, 사람들은 객관적 사실만을 연상한다. 객관적 사실이외에 자연적 사실이 있다. 하이데거가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인위적 사실’(arte-fact)과 자연적 사실(fact)을 구분했다. 전자는 어떤 데이터를 얻기 위하여 제한된 시공의 범위 안에서 일어난 일과 행위의 결과를 제3자적 입장에서 검토해 보는 것이고, 후자는 어떤 사건을 인위적으로 제한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 사건을 일체 세상사와의 연관 구조 아래서 함께 읽는 태도를 말한다. 예컨대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경찰관은 제한된 시공 안에서만 일어난 교통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행동을 가리고 교통법의 위반여부를 조사한다. 이것이 인위적 사실이다. 그러나 자연적 사실은 교통사고를 일으키게 한 모든 직간접적인 원인들, 즉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제반사항 등의 연관관계를 다 보는 사고방식이다. 자연적 사실은 사법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기 위한 행정적 조치로써는 전혀 쓸모가 없다. 모든 것이 모든 것에 다 얽혀 있다는 일체 연관의 사유방식으로는 세상사를 판단할 수 없다. 세상사의 일체 연관구조는 자연적 사실처럼 서로 얽히고설켜 있어서, 예컨대 남미의 자연적 사실이 남미의 것으로 제한되지 않고 전 지구적 차원의 충격으로 다가오고, 이것이 또 다른 행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과 같다. 사법적 판결은 시비고리의 문제를 푸는 제한적이고 인위적 제도지만, 그런 판단의 진리가 전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길이 아님을 자연적 사실주의가 말하려 한다. 사법적 판결은 인격적 독립성의 실체를 인정하는 가설에서 출발한 제도다. 저 제도가 인격적 정신주의의 문명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 동안 인격적 정신주의 철학은 판단으로 진리가 구성된다고 주장해 왔다. 전통적 서양철학의 진리론은 곧 판단론이었다. 이것은 동양의 주자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도덕판단을 통해서 선악 시비를 가리고, 악의 교정을 도덕의지가 수행해야 한다고 서양의 도덕철학과 주자학은 다 역설해 왔다. 모든 판단적 진리는 진리의 절대성을 주장한 사유에서 파생됐다. 진리의 절대성은 절대적 선과 호환되므로 진리와 선의 순수성을 옹호하는 사유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판단에 의지해서 불순한 사회악을 도려내야 한다. 철학적 판단론은 외과적 수술론과 같다. 정사(正邪)와 시비(是非)를 가리기 위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의 절대성이 없으면, 판단이 의지해야 할 권위가 사라진다. 순수성(절대성, 불변성)은 판단적 진리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자연적 사실주의는 그런 순수성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말한다.20세기 프랑스의 시인 발레리가 정신의 순수성을 찾으러 모든 철학적 노력을 경주했다. 그가 순수성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하면 할수록, 원초적 순수가 있기는 커녕 모든 것은 다른 것들에 의하여 이미 매개되어 있음을 느꼈다. 나라는 의식은 너라는 것이 있기에 생겼고, 나(I)도 자기동일성을 유지하기는 커녕 나자신(myself)과 어떤 간격을 늘 운명적으로 지니고 있는 차이에 불과함을 시인 발레리는 깨달았다. 순수가 허상이고 낭만적 환상이라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자연적 사실주의는 절대주의가 철학적 신화라는 것을 폭로한다. 전체주의와 사회주의는 국가전체와 사회공동체를 각각 다 대표하는 불변의 유일한 진리로서의 절대선이 있다고 믿는 점에서, 이들 사상은 순수주의적 절대주의의 신화에 현혹된 허상이라고 자연적 사실주의는 생각한다.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는 절대주의를 다소 부드럽게 한 측면을 지니고 있는 상대주의이므로 유일 절대주의의 허상을 떨쳐버린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그러나 이들 사상도 상대주의의 이름을 내걸었지만 기실 다양한 개인적 절대주의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경연장에서 승리자가 되기를 갈망하므로, 나를 절대시하는 자아성의 철학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말소리와 달리 문자표지가 세상을 동시적 이중성으로 보게 하듯이, 세상은 노자가 말한 바처럼 ‘화광동진’이다. 세상은 늘 명/암(明/暗), 정/염(淨/染), 선/악(善/惡), 약/독(藥/毒) 등이 직물처럼 한 쌍으로 짜여져 있다. 이것은 흔히 쉽게 생각하듯이 암/염/악/독(暗/染/惡/毒) 등의 국면을 어쩔 수 없이 용인하자는 패배주의를 뜻하지 않는다. 세상이 진리의지와 선의지의 판단으로 정화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 깨끗한 빛은 더러운 먼지가 있음으로 반사되어 빛난다. 세상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선택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젠 체하거나 오만하지 않고 일체 자연의 사실처럼 사실의 이중성을 다 수용하고, 그러면서 그 이중적 가치에 목숨을 걸고 매달리지 않고 초탈하면, 세상은 이미 그리고 늘 공평무사하게 있어왔다는 것이다. 밝음에 집착하는 이는 밝음을 좋아해도 자기를 못 보는 청맹과니가 되고, 깨끗함에 집착하는 이는 그 깨끗함으로 인하여 고고한 귀족주의에 젖게 되고, 선에 집착하는 이는 그 선을 감당하지 못해 위선이 되고, 약에 집착하는 이는 그 약으로 죽는다. 그래서 자연적 사실주의는 가치의 양가성을 수용하나, 거기에 집착하지 않기 위해 일체개공(一切皆空=모든 것이 다 공임)의 진리를 터득한다. 데리다가 그의 저서 ‘산종’(散種)에서 세상이란 텍스트(직물)가 ‘파르마콘’(pharmkon=약이 곧 독)의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또한 그 ‘파르마콘’이 ‘코라’(khora=빈 공간)를 자궁으로 해서 태어난 일란성 쌍생아처럼 언급한 것은 세상을 ‘파르마콘’의 이중적 존재와 ‘코라’의 공(空)사상으로 읽기를 종용하는 것이겠다. 공은 절대주의적 진리의 해체를 뜻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하)링커를 키우자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하)링커를 키우자

    김용만 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은 요즘 TV를 보면 착잡해진다.SBS ‘연개소문’과 MBC ‘주몽’ 때문이다.‘정통 역사드라마’라기에 ‘연개소문’ 자문에 응했는데, 사실과 다른 설정이 나와서다.‘주몽’은 정반대의 경우다. 정통드라마가 아닌 ‘팬터지’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런저런 비판이 일자 슬그머니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겠다고 제작진이 밝혀서다. 드라마를 생산·소비하는 양쪽 모두 원하는 것이 ‘재밌게 볼 드라마’인지,‘쉽게 풀어쓴 역사 다큐’인지 불명확하다.‘재미’와 ‘사실’은 끝내 엇갈린 방향으로 뛸 수밖에 없는 두마리 토끼인가. ●‘링커(linker)’를 키워야 이 두 토끼를 잡으려면 ‘전문 지식’과 ‘대중 취향’을 연결(link)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 동시에 대중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제작·기획 파트에 이런 사람이 있어야 한다. 역사평론가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 소장은 “학자들은 대중이 역사에 무관심하다고 푸념하지만, 사실은 학자가 대중에게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인문교양서적 가운데 역사 관련 서적이 항상 상위권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학설뿐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학자도 필요하고 이들에 대한 낮은 평가도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현 고려대 교수 역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준전문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결국 어느 정도 대학교육이 떠맡아야 한다. 서영수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지금 대학 교육을 ‘교수와 학생들간 묵계에 의한 사기’라고 규정했다.“가르치는 교수나 배우는 학생 모두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모든 대학, 모든 학과의 커리큘럼이 천편일률적으로 전문연구자 육성에 초점을 맞춰서다. 전문연구자는 몇몇 대학에서 키우고 나머지는 역사적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지 가르쳐야 한다는 것. 그래서 스스로도 제자들에게 연구도 좋지만 소설이나 시나리오에도 도전하라고 북돋는다. ●‘지적재산권’ 개념을 넓혀야 이들 링커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밥벌이’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그래서 법률적 판단과는 별개로 지적재산권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같은 역사를 다뤄도 소설가에게는 판권이 있는데, 연구자나 기획자에게는 왜 없냐는 것. 미술사학자로 콘텐츠업체 다할미디어를 운영하는 김영애 대표도 공감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이공계와 달리 인문학자의 지적재산권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저작권료든 자문료든 원고료든, 대가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학자들이 더 많은 내용을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지원도 중요하다. 김 대표는 “일본은 대학마다 아카이브 사업을 벌이는데 교수들 사이에서 이 프로젝트만 해도 몇십년은 먹고 살 수 있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규모”라면서 “이것 역시 일본이 지적재산권 개념에 엄격하니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생활사박물관’이 모범사례일 수 있다.‘한국생활사박물관’은 학자·편집자·디자이너 등 연인원 400여명이 달라붙어 선사시대 때부터 오늘날까지의 생활사를 ‘박물관’ 형식으로 정리해 호평받았다. 이 책의 저작권은 출판사와 편찬위원회에게 있고, 편찬위 저작권은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편찬위원회 강응천 주간이 대표로 행사토록 되어 있다. 편집기획에 의한 책일 경우 필자뿐 아니라 편집자의 권리도 인정하는 외국 사례에서 따온 것이다. 강 주간은 “비유하자면 영화의 판권이 감독뿐 아니라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에게 인정되는 방식”이라면서 “그런 신뢰관계가 있어야 전문연구자와 콘텐츠분야의 사람들간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거기서 수준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애니 ‘아마게돈’ 실패 왜? “‘작가’라는 생각에 ‘표현의 자유’ 같은 얘기만 했지 산업적인 면을 보지 못했어요. 후배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한국 만화계의 ‘절대지존’으로 불리는 이현세(50)씨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문화콘텐츠 전문교육과정 대표교수로 임명됐다. 강단(세종대)이 낯설지는 않지만, 무슨 생각으로 책임교수 자리까지 덜컥 수락했을까. 서울 포이동 화실에서 만난 그는 “10년 전부터 가슴에 품었던 걸 이제야 풀어 놓게 됐다.”고 말했다.10년 전이란 다름 아닌 ‘아마게돈’ 이야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를 원작으로 그 당시로는 거액인 40억원을 쏟아부은 애니였는데 작품성도, 대중성도 인정받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까치’의 머리털을 보세요. 그걸 애니나 캐릭터상품으로 살릴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 머릿결을 못 살리면 당장 ‘에이∼ 뭐야∼.’하는 반응이 나와요. 워낙 강한 이미지라서 이제 바꾸지도 못해요. 까치를 그릴 때 책으로 낼 생각만 한 거죠.” ‘뿌까’,‘마시마로’와도 비교했다.“거꾸로 뿌까는 굵은 선으로 최대한 간략하게 그렸죠. 이건 명함 같은데 축소해 놔도 ‘미학적인 맛’이 떨어지질 않아요. 이게 상품가치가 있는 캐릭터예요.‘마시마로’는 원래 캐릭터를 노린 게 아니라지만 간략한 선을 통한 이미지 제시라는 점에서는 성공적이죠.” 캐릭터를 강조하는 것은 상업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창작에는 스토리 중심과 인물 중심 두가지가 있어요. 스토리 중심은 작품성은 높아도 상업화하기는 어렵죠. 반면 인물 중심은, 캐릭터가 강하기 때문에 만들기가 쉬워요. 강한 캐릭터는 자기들끼리 밥만 먹여놔도 스토리가 나오거든요. 거기다 강한 이미지 때문에 다른데 써먹기도 좋은 거죠.” 그도 ‘천국의 신화’ 때 처음 적용해 봤다. 이전에는 직접경험이나 간접경험(취재)으로 그렸지만,‘천국의 신화’에서는 자료로 연대기만 구성한 뒤 ‘역행과 순행’의 원칙 아래 캐릭터군을 설정하고 이 위에다 스토리를 덧씌웠다. 전문교육과정에도 이 경험을 불어 넣을 계획이다.“애써 만든 작품을 한번 쓰고 만다면 정말 아깝지요. 그래서 아예 기획단계에서부터 게임·애니·음악 등 다른 분야에 쓸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목표는 영화아카데미다.“일종의 성공모델이 필요하다는 거죠. 영화나 드라마가 성공하니까 우수한 인력이 감독이나 PD로 몰려듭니다. 게임도 그런 기미가 보이죠. 다른 분야에는 없어요. 그걸 한번 해보고 싶은 겁니다.” ■ 인문학 미드필더 될려면…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문화콘텐츠 전문교육과정은 내년부터는 1년 과정이지만 올해는 9월부터 6개월 과정이다. 주·야간 합쳐 모두 50∼60명 정도를 뽑는다. 다음달 1일 서류전형과 8∼9일 심층면접을 거쳐 18일부터 개강한다. 전공은 기획전공과 창작전공이 있다. 기획전공은 아이템 선정과 펀딩, 제작까지의 모든 과정을 다룬다. 창작전공은 작품을 구상하는 단계에서부터 상품화 가능성을 반영하는 방법을 배운다. 전문교육과정은 이 과정에서 ‘스킨십’을 매우 강조한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다 하겠다는 것. 그래서 관련 업체에서 일한 경력이 있거나, 극본이나 시나리오를 쓴 실적이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 또 교수도 이론적인 주장을 펴는 사람보다 곽경택 감독처럼 풍부한 현업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한다. 그래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들 사이에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교육내용도 이에 맞췄다. 아예 몇몇 업체들로부터 프로젝트를 받아와 이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해 나가는 과제해결형 수업이다.“성공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이현세 대표교수의 바람이 실현될지 관심이 쏠린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현세 만화경] 영화와 드라마의 한류를 보며

    [이현세 만화경] 영화와 드라마의 한류를 보며

    프로는 돈이고 아마추어는 공짜다. 프로가 그리는 만화는 돈을 지불하고 봐야 한다. -물론 요즘 온라인에서는 무료로 제공도 하고 보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마추어가 그리는 만화는 대다수 공짜다. 그래서 프로작가의 만화가 형편없으면 독자는 분노한다. 하지만 아마추어의 만화가 재미없으면 그냥 웃고 만다. 작가가 유료를 목적으로 출판을 결심하는 그 순간, 작가에게는 독자에게 최소한의 정보나 재미를 제공해야 한다는 서비스 책임이 주어진다. 이걸 무시하는 창작은 엉터리다. 너는 재미없지만 나는 재미있다고 강요해서 보게 하는 만화는 얼마나 끔찍한가. 세상 살기 싫은 기분일 때도 예약이 된 프로가수는 일정에 따라 무대에 올라야 한다. 온 세상을 저주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무대에 오른 이상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은 관객을 웃겨야 한다. 부모상을 당하고도 무대에 올라 관객을 웃겨야 했던 코미디언 배삼룡 선생의 유랑극단 시절의 비화는 그래서 너무나 유명하다. 프로는 약속과 책임이고 그것은 서비스 정신과 함께한다. 나는 20년 이상을 신문과 잡지에 연재를 해왔다. 그 긴 시간동안 할머니와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6년 동안 ‘천국의 신화’를 가지고 법정투쟁도 했으며 만화를 그리는 행위가 죽기보다 싫을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내 사정이 힘들다고 해서 독자들이 그 사정을 헤아려서 조금 재미없어도 또는 좀 성의 없이 그렸어도 용서해 준 적이 없었다. 재미있으면 열광하고 재미없으면 덮을 뿐, 작가를 봐서 그 만화를 애써 봐 주지는 않았다. 위기의 한국영화가 역동적으로 살아나고 드라마의 한류 열풍이 거세다. 한국의 문화상품을 대표해서 공격적으로 제작이 되고 있고 다른 문화상품들은 영화나 드라마의 성공사례를 너도 나도 연구 중이다. 확실히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는 대단해졌다. 영원히 만화의 영역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SF나 팬터지, 무협, 스포츠 소재 분야까지 점령해버렸다. 그런데 이 승리자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 영 미덥지가 않다. 그것은 아직도 프로정신이 곳곳에서 실종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민영화가 된 대작 전쟁영화에서 국방군 철모를 쓴 주인공의 긴머리는 지저분하게 목덜미에 매달려 있고 인민군은 철모는 모두 어디에 두고 왔는지 폭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 전쟁터를 작업모 하나 달랑 쓰고 미친개들처럼 뛰어다닌다. 피아간에 구별 없이 조연들의 머리는 마치 출연자 마음대로 결정한 듯이 장발투성이다. 다른 많은 조폭영화나 비슷한 유형의 영화를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경이든 순경이든 가리지 않고 경찰모 뒤에 지저분하게 매달린 긴 머리가 눈을 찌푸리게 하고 심지어 장발단속으로 서슬이 시퍼렇던 유신시절의 경찰서장도 장발위에 경찰모를 쓰고 인질범과 대치해 있다. 도대체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는 경찰서장이라서 현장 분위기를 함께 공유할 수 없다. 요즘 모공중파에서 방영하고 있는 광복전후의 우리 근대사를 다루고 있는 대형 드라마도 이런 꼴불견은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공무원들이나 군인, 그리고 경찰들의 복장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엉터리다. 물론 상황은 짐작이 간다. 주연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은 여기저기 겹치기 출연을 해야 하니 고구려에서 참여정부까지 뛰어다니려면 머리를 깎기 힘들고 연출자는 그 배우의 머리를 입맛에 맞게 깎자면 몇배의 출연료를 줘야 하니 난감할 것이다. 그동안 제작자들은 제작비와 제작기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한국현실을 감안해서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 그런 사소한 옥에 티는 제쳐두고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를 봐달라고 호소해 왔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산업이 영화나 드라마가 된 지금 더이상 제작비 타령은 설득력이 없어진 듯하다. 시장은 커지고 제작비는 하염없이 치솟고 있다. 천문학적인 홍보마케팅비와 스타배우들과 스타감독들의 개런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품과 조연 배우들의 리얼리티에 대한 투자이다. 이제는 관객의 눈에도 조연들이 보인다. 영화나 드라마도 돈을 벌기 위해 그 분야 최고의 프로들이 제작하는 것이라면 약속과 책임, 그리고 서비스정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머리를 깎기 싫으면 출연을 말든지 머리를 깎지 않으면 출연을 시키지 않으면 된다. 모처럼 찾은 영화관에서 보여주는 억지춘향의 몰골은 관객을 우롱하는 것이고 쉽게 보는 드라마라고 해서 행여 이 정도야라고 한다면 시청자를 무시하는 행위다. 정말이지 장발단속을 하는 근엄한 경찰관의 장발을 보면 코미디보다 더한 코미디가 되고 그 코미디는 실소를 넘어 참담해지기까지 한다.
  • EU 화학물질 규제 국내기업 대책 ‘비상’

    국내 기업에 큰 타격을 끼칠 유럽연합(EU)의 새로운 ‘환경 무역장벽’이 곧 시행될 예정이나 정작 기업들의 대응은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21일 “모든 화학물질의 안전관리 책임을 제조·수입업체에 지우는 EU의 신화학물질 관리제도(REACH)가 내년 4월 발효돼 2008년 10월부터 본격 시행된다.”면서 “이에 대처하지 못하면 전자제품·자동차 같은 주력 수출품목의 수출마저 차단될 수 있는 등 심각한 경제적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EU의 신화학물질 관리제도는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과 이를 사용한 모든 제품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을 제조·수입업자에게 지우고, 화학제품 등의 위해성 자료를 의무적으로 EU에 신고·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해성 등록에 필요한 비용만 화학물질 1건당 최고 1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등 수출업체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기업체들은 이러한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거나, 대응책 마련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19) 덴마트의 돈육산업

    [농업 희망을 쏜다] (19) 덴마트의 돈육산업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스웨덴과 마주한 섬에 있다. 세계적인 명물인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을 뒤로 하고 서쪽으로 연륙교를 지나 2시간을 달리면 본토인 유틀란트 반도에 다다른다. 다시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1시간을 가면 호르센 지역이다. 세계적인 육가공업체 대니시 크라운의 최첨단 도축장과 젖소, 돼지 등 축산농가들이 밀집한 곳이다. 도축장을 견학하기에 앞서 한 돼지농가를 찾았다. ●질병과 컴퓨터 등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돼지농가 보리밭 사이로 난 비포장 1차선 도로를 거쳐 간신히 농가를 찾았다.18세기 말부터 조상 대대로 젖소를 키웠다는 헨릭 크리우츠펠트(48)는 지난 2000년부터 돼지로 종목을 완전히 바꿨다.10살 때부터 젖소 키우는 것을 보고 집안 일을 도왔지만 젖소 사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도 ‘큰 돈’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반면 돼지 농가는 상대적으로 잘 사는 것을 봤다. 바이킹 신화에서 나오듯이 북유럽에서 돼지 요리는 일찍부터 다양하게 발달한데다 협동조합에 돼지를 공급하며 우유보다도 높은 수익을 남기는 것도 확인했다. 농가 규모가 30㏊ 이상이면 대학을 반드시 졸업해야 하는 규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크리우츠펠트는 가업을 잇기 위해서라도 농대에 진학, 가축 질병과 예방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이후 점차 젖소를 줄이고 돼지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돼지를 90㎏까지 다 자라기 이전인 50㎏ 단계에서 다른 농가에 파는 전략을 선택했다.“4주가 되기 이전의 새끼를 잘 먹이고 질병을 예방한 뒤 8∼12주 뒤에 팔면 자금 회전율과 수익률 측면에선 훨씬 유리합니다. 위생관리에 신경이 쓰이지만 소의 젖을 짜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소득은 어미돼지 1마리당 7000크로네(1000달러)라고 했다.300마리의 어미 돼지를 보유했기에 연간 3억원 정도를 버는 셈이다. 그는 새끼 돼지의 생존율을 높이고 인건비를 최소화하면서 1등품 돼지를 만들기 위해 축사 관리를 컴퓨터화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직원도 6명으로 충분하다. 축사에 드나들 때 장화와 위생복으로 갈아입는 것은 국내와 같지만 새끼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견식표를 달아 영양 상태를 점검하고 백신을 접종한 돼지는 가격을 낮추는 등의 차별화 전략을 펼치는 것은 특이했다. 유기농 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접종 돼지의 가격을 높이 쳐주기 때문이라는 것.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품질관리에 힘쓰는 대니시 크라운 태어나면서부터 가격과 품질이 차등화하기 시작한 돼지는 대부분 대니시 크라운의 도축장을 거친다. 덴마크에는 양대 돈육 가공회사로 대니시 크라운과 티칸이 있지만 연간 출하되는 돼지 2200만마리 가운데 2000만마리를 대니시 크라운이 처리한다. 사실상 독점 체제와 다름없다. 지난해 3월 호르센에 세워진 대니시 크라운의 도축장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환경 기준과 최첨단 시설을 자랑한다. 대지 14만여평에 도축장 규모만 2만 3600여평, 근로자는 1200여명에 이른다. 이곳에서 도축되는 돼지는 하루 평균 1만 1000마리에 이른다. 돼지가 도축장에 도착한 뒤 부위별로 포장돼 나가기까지는 3시간 정도 걸린다. 홍보실의 비에드 뮬러는 “수의사의 육안검사와 도축장내 냉장실에 보관되는 시간들을 모두 합쳐도 도축된 돼지들은 모두 24시간 이내에 전 세계로 수출된다.”고 설명했다. 부위별 도축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복도의 길이만 425m나 된다. 뮬러는 돼지 연구가 얼마만큼 심도있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농가에서 싣고 온 돼지들은 도축되기에 앞서 창고내 2평짜리 칸막이에서 15마리씩 무리지어 기다립니다. 같은 농장에서 자란 돼지가 아니면 서로 소리를 지르고 싸우는데 이때 축구공을 넣어주면 조용해집니다. 생소한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 칸막이 위에 설치된 파이프에서 찬물을 뿌려주면 안정감을 찾습니다. 도축장 입구는 경사가 오르막입니다. 돼지들은 내려가는 것보다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입구 쪽은 불을 환하게 켜놓는데 호기심 많은 돼지를 유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도축은 탄산가스를 활용해 질식시키는 것부터 시작된다. 역시 죽는 순간의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전기톱을 사용하지 않는다. 뜨거운 수증기로 털을 제거하면서 살균 처리도 겸한 뒤 가는 쇠파이프를 죽은 돼지에 찔러 피를 뺀다. 이후 컨베이어 시스템과 로봇을 통해 돼지의 몸 길이 등을 측정한다. 포장되는 살코기의 크기를 균등하게 하기 위해서다. 품질을 구분하기 위해 컴퓨터로 지방질도 분석한다. 이후 배를 가르고 내장과 가슴뼈, 등뼈 등을 차례로 제거하는 작업들이 이어진다. ●완벽한 원산지 추적시스템으로 위생 문제에 대비 홍보 책임자인 안네 빌레모스는 “대니시 크라운이 수출하는 모든 고기는 원산지 추적이 100% 가능하다.”면서 “이는 도축 과정에서 잘려나가는 고기 부위마다 마이크로 칩을 통해 일련번호가 컴퓨터에 기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작업장 바닥은 찌꺼기 등을 공기로 빨아들이는 2차 세균감염 방지 장치가 마련돼 있다. 때문에 작업장에서는 피 한방울 떨어져 있는 것을 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작업 구간이 다른 근로자들은 위생관리 차원에서 섞이지 않도록 해, 사용하는 휴게실과 식당을 분리하고 있다. 작업장을 드나들 경우 손과 신발을 매번 소독해야 한다. 빌레모스는 “항생제 사용 등 국제적으로 허용된 것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유기농 제품이 육류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센(덴마크)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스웨덴과 합병 시너지효과 커 시장확대·안정적공급망 확보” 덴마크의 알라푸즈는 지난해 6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세계 5위의 낙농업체이다. 부동의 1위인 스위스의 네슬레를 제외하면 미국의 딘푸즈나 프랑스의 대논 등과 유가공 분야에서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0년 스웨덴의 알라 협동조합과 덴마크 MD의 통합을 통해 다국적 기업으로 거듭났지만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다. 그만큼 낙농 분야에서의 규모화와 국제화는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알라푸즈의 코펜하겐 사무실에서 대외홍보 담당자 루이스 일룸 호노레를 만났다. ▶스웨덴과의 합병이 쉽지 않았을 텐데. -농가 규모가 큰 덴마크로서는 시장 확대와 유통망이 필요했고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스웨덴 농가들에는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요했다. 스웨덴과는 1720년 이후 ‘형제의 나라’로 지낼 만큼 역사적 배경과 협동조합이라는 경영 방식이 비슷했다. 문화적 충돌이 없는데다 시너지 효과가 커 합병에 큰 문제는 없었다. ▶앞으로도 M&A에 나설 계획인가.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네덜란드의 한 우유가공업체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까지 맺었다가 막판에 실패했다. 하지만 담배제조업체인 필립모리스가 리즈 크래커로 유명한 미국의 식품업체 나비스코를 인수한 까닭을 생각해 보라. 국제 무대에서의 시장 쟁탈전은 유통망이 승패를 결정한다. ▶협동조합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모든 농가들이 처음부터 조합원이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합원이 공급하는 우유에는 최고의 가격을 줬다. 같은 젖소에서 우유를 짜고도 조합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격을 적게 받는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38개 지역조합들이 합쳐지면서 자연스럽게 비조합원 농가들도 합류하게 됐다. 다만 5∼10% 정도는 아직도 조합원이 아니다. 만약 조합 운영에 불만이 있다면 농가들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농가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덴마크와 스웨덴의 젖소 농가 1만 557가구를 60개 구역으로 나눴다. 구역에서 대표를 평균 2.4명씩 뽑아 의회처럼 140명으로 농가대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곳에서 선출된 16명으로 다시 경영감독위원회를 맡게 했다. 직접 조합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농가의 권익을 위해 조합 경영진에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다. ▶조합원 농가의 소득은 얼마인가. -15만 크로네(2만 2000달러) 정도이다. 높은 수준이 아니어서 부인 등 가족들이 다른 직업을 갖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회사원들의 평균 연봉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협동조합에 익숙지 않은 한국 농가에 전할 말이 있다면. -농가가 생산과 마케팅 등을 모두 책임질 수는 없다. 민주적인 시스템을 갖춘 업종별 협동조합이 농가의 이익에 최선이다. 물론 농가들이 조합 경영에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도록 적극적으로 표현을 해야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코펜하겐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생활 속 신화로의 여행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가 한동안 크게 유행하면서 총기있는 초등학생들은 신화 속 신들의 계보를 구구단처럼 줄줄이 꿴다.‘우리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이경덕 지음, 사계절 펴냄)는 기왕 눈뜬 신화세계를 더 깊이,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보자고 권유하는 신화해설서이다. 영화, 명화, 일상 등에 알게 모르게 숨겨진 신화의 모티프들을 찾아내 설명해주는 책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졌다. 초등학생이라면 책읽기 수준이 꽤 높은 고학년은 돼야 이해하기가 쉽겠다. 책은 모두 5개 장에 걸쳐 신화세계를 펼쳐보인다. 이미지세대 독자들을 의식해 첫장을 ‘영화로 만나는 신화’로 꾸몄다. 영화를 좋아하는 중학생쯤 되면 누구나 한두 편은 접했을 화제작 9편을 이야깃감으로 삼았다.‘글래디에이터’‘반지의 제왕’‘매트릭스’‘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이 그들.“영화가 신화를 많이 차용하는 까닭은 그 속에 이야기의 원형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지은이는 예컨대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가 신화의 문법에 맞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귀띔한다. 신화 속 영웅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것.주인공 막시무스가 가족을 잃고 버려진 뒤 검투사가 되어 점차 실력을 쌓아 인기를 얻고, 종국엔 죽음을 맞는 비극적 결말 등 그 모두가 ‘신화의 일반공식’이란 촘촘한 해설이 흥미롭다. 영웅신화의 또 다른 특징이 아버지의 부재(不在)라는 점을 들며 영화 ‘스타워스’를 예시했다가 맥락이 닿는 명작동화들을 연결시켜 이해를 돕기도 한다. 중간중간에 자투리 상식 팁(tip)까지 덧붙여, 착실한 독자라면 이참에 ‘신화 박사’로 불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은 왜 신화를 화폭에 담았을까. 따지고 보면 새삼 궁금한 사실들이 2장(그림으로 만나는 신화)에서 조목조목 해설된다.벨레로폰이 천마 페가소스를 타고 키마이라와 싸우는 루벤스의 그림 ‘벨레로폰’, 경주 천마총의 ‘천마도’ 등 신화나 역사를 차용한 동서양의 유명그림들이 천연색으로 책갈피 곳곳에서 시각효과를 높인다. 이밖에 ‘절에서 만나는 신화’‘길에서 만나는 신화’‘일상에서 만나는 신화’편이 있다. 철학과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지은이는 ‘역사와 문화로 보는 일본기행’‘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신화’‘신화따라 우주여행’ 등을 내놨다.1만 20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지코프라임은 어떤회사

    노무현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48)씨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지코프라임은 지난해 ‘바다이야기’라는 게임기를 대히트시키며 국내 아케이드게임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성인 게임시장에 명함을 내민 지 1년여 만인 지난해 매출액 1215억원, 영업이익 218억원, 순이익 160억원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는 대당 700만원짜리 바다이야기 게임기를 지난 2004년 12월 첫 출시 이래 지금까지 무려 4만 6000대나 공급하면서 가능했다. 전체 성인오락실의 85%를 싹쓸이했다. 지코프라임은 올해 국내 게임시장 1위 확보와 마카오 등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경영목표를 세웠다.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코스닥 등록기업인 우전시스텍을 지난 5월 인수했다.
  • [코드로 읽는책] 차라리 韓·美 경제통합을?

    1970년대 네덜란드 미헬스 감독이 창시한 토털사커.‘전원공격, 전원수비’로 요약되는 이 작전은 선수들에게 한 몸처럼 움직일 것을 주문한다. 넓은 그라운드를 10명의 선수가 한 몸처럼 휘저으려면 강한 체력, 빠른 스피드, 멀티 플레이 능력이 필수다. 히딩크는 이 기준으로 대표팀을 구성,2002년 월드컵 4강신화를 이룩했다. 이 교훈은 비단 축구뿐일까. “미드필드를 생략한 ‘뻥축구’로 세계 최강팀과 경기하다보면 자연히 축구를 잘 하리라는 게 (한·미FTA에 대한) 지금 외교부의 주장이다.”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녹색평론사 펴냄)에서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이 정부를 비판하는 지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는 한마디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우량기업을 전방 공격수로 넣어두고 한번의 패스로 골을 넣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면 덩달아 수비수들의 개인기도 발전한다는 얘기다. 물론 ‘의외의 일격’에 당황한 상대팀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보자면, 전방 공격수에게 공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애꿎은 수비진들만 이리저리 휘둘리다 팀 전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더 높다. 우 실장은 도요타 자동차를 예로 든다. 회장부터 “우리가 독자적으로 한 건 사이드미러 자동조절기 밖에 없다.”고 하는 도요타인데 왜 세계최고인가. 바로 ‘네트워크효과’다. 부품생산중소기업부터 도요타까지 탄탄한 네트워크가 강력한 미드필더 역할을 해서다. 그런 면에서 한·미FTA는 완전히 거꾸로다. 더구나 ‘이기면 기분좋고, 지면 마음상하는 데 그치는’ 축구처럼 한나라의 경제를 다룰 수는 없다. 우 실장이 내놓는 역설적인 제안도 흥미롭다. 그럴 바에야 ‘완전한 경제통합’을 하자는 것.‘완전한’이란 노동시장도 통합하자는 뜻이다. 될대로 되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교해보면, 노동시장까지 통합한 EU는 한 나라의 경제가 불안해지면 곧 다른 나라의 경제까지 불안해지는 구조다. 그래서 공생할 수밖에 없는 게 EU다. 그러나 노동시장만 분리해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는 불법체류자를 막기 위한 철책과 군인이 있을 뿐이다.EU에는 서로 가입하겠다고 아우성이지만,NAFTA를 두고는 온갖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물론 이 주장에도 맹점은 있다. 저 멀리 태평양 건너 사는,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미국이 받아줄지 미지수다.1만원.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중) 인문학 변신, 고정관념 깨자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중) 인문학 변신, 고정관념 깨자

    ■ 콘텐츠 보물창고는 ‘보통 사람들’ 인문학과 콘텐츠의 만남에서 관건은 역시 고전이다. 옛 사람들의 삶 자체가 ‘생생한 이야기’라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고전이야말로 콘텐츠의 ‘보물창고’이자 ‘광맥’이다. 이미 보물찾기는 시작됐다. 단 새로운 상상력이 가미돼야 한다. 그래서 잊혀진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 부각된다. 군림했던 왕보다 잡초같던 백성들이 부상한다. 설혹 왕이라 해도 초인적인 면보다 인간적인 면이 부각된다. 여기에는 과거를 바라보는 시선의 근본적인 변화가 놓여져 있다. 김호 경인여대 교수가 ‘무원록’을 발굴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변화 때문이다.80년대 ‘민중사’가 유행이긴 했는데 정작 민중의 목소리가 담긴 기록은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조선사를 전공하면서 남들이 안보는 각종 의료·살인사건 기록들을 들췄다. 김 교수는 “이런 기록들은 당시 일반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조선민중실록’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문학자 전봉관 카이스트 교수도 1930년대 문예지를 뒤지다가 ‘자본주의에 탐닉해가던 조선민중’을 발견했다.‘착취와 수탈’만 알고 있던 그에게는 충격이었다. 이를 정리한 게 최근 영화화가 논의되고 있는 ‘황금광시대’다. 이번에는 일제시대 살인사건과 스캔들을 묶어 ‘경성기담’도 펴냈다. 이 책은 아예 영화화를 전제로 시나리오 쓰듯 책을 꾸몄다. 그가 꿈꾸는 인문학은 “사람 냄새나는” 인문학이다. 영화 ‘왕의 남자’의 숨은 공로자였던 사진실 중앙대 교수도 마찬가지다. 국문학 전공자로 그의 관심사는 광대나 기생들의 문예활동이다. 그것들은 당대 민중의 욕망을 더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광대를 연구한 그의 논문이 ‘왕의 남자’로 발전했다. 송화섭 원광대 교수는 ‘무속’의 복권을 꿈꾼다. 그의 관심은 한국의 전통 의례. 이게 지방자치제를 맞아 꽃피웠다. 송 교수는 “무속도 우리의 전통풍속인데 미신이니 뭐니 하면서 너무 쉽게 버렸다.”면서 “종교적인 측면이 아니라 문화로서 접근한다면 풍부한 이야깃거리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업체 여금의 유동환 대표는 아예 동양철학자의 길을 접고 콘텐츠생산쪽으로 나선 사례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고조선시대 때부터 최근까지 각종 정변이나 민란 등을 DB화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포인트는 지도자들의 삶이 아니다.“정변이나 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시대적인 모순 아래서 고민한 보통 사람들”이 중요하다. 이런 경향에 대해 지나친 상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역사·민속·신화 등에서 콘텐츠를 발굴해 문학의 스토리텔링 구조를 씌우고, 철학에서는 인간의 논리·체험구조나 심리적인 메커니즘을 배우는” 과정은 이미 대세에 접어들었다.‘상업적’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세상은 과거에서 점잖은 교훈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한다는 뜻을 품고 있어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인문학의 위기는 인문 ‘학자’의 위기 사람 존재하는 한 인문학은 영원할 것” “인문학, 달리 말해 휴매니티스(Humanities)는 사람에 대한 얘기라는 뜻입니다. 지금 한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그 모든 게 인문학의 소중한 연구대상입니다.‘지구’라는 물질 자체가 물리학자에게 연구대상인 것과 마찬가지죠.” 철학자 김용석 영산대 교수는 조금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인문학이, 철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많지만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에는 질문도 대답도 없습니다.” 그 시대 사람의 삶과 욕망이 담긴 대중문화야말로 인문학의 훌륭한 텍스트다. 세속적인 대중문화를 비웃으며 고고한 척 할 게 아니라, 무엇 때문에 대중들이 즐거워하는지, 또 대중들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분석하는 게 인문학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인문학은, 철학은 지금보다 좀 더 수다스러워져야 한다.“사람에 대해 얘기하는 게 인문학이라면, 사람이 존재하는 한 인문학 자체는 없어질 수가 없습니다. 십수년 전부터 나온 인문학의 위기는 사실 이걸 깨닫지 못하는 인문 ‘학자’의 위기입니다.” 이런 주장은 그가 펴낸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의 일상에서 철학을 뽑아낸 ‘일상의 발견’, 음식·학교·친구·회사 같은 두음절 단어를 파고든 ‘두 글자의 철학’, 인기 애니메이션을 철학적으로 분석한 ‘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 등이 대표적이다.“이런 상황이라면 인문학자들의 연구과제는 길가의 돌멩이들처럼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철학이 어떻게 대중문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그는 ‘피드백 작용’을 꼽았다.“과학이란 대상에서 규칙을 뽑아내는 과정입니다. 물리학이 물질에서 규칙성을 찾듯, 인문학·철학도 대중문화에서 인문학·철학적인 요소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 자체가 문화를 두텁게 해 창조를 낳는 토대가 됩니다.” 철학이 좀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플라톤의 ‘대화’에서 소크라테스는 설명할 때 듣는 사람의 반응을 고려해서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듭니다. 이것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입니다. 서양에서 게임이나 애니를 만들 때 철학자의 얘기를 듣는 이유입니다.” 그렇기에 김 교수는 이제 인문학자의 임무는 ‘아름다운 글쓰기’에 있다고 강조했다.“인터넷 때문에 글쓰기는 이제 끝났다고 했지요. 그런데 외려 더 늘었습니다. 이제는 글 자체의 멋, 우아한 멋까지 살려내야 인문학자입니다. 앞으로의 철학은, 인문학은 궁극적으로 ‘문예’이거든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난항겪는 고전번역원 설립 고전 번역은 쉽지 않다. 전혀 다른 세계관 아래 이미 죽어버린 언어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이라도 번역하려면 최소 10년 공부는 쌓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고전번역원’과 ‘고전번역대학원’을 세워 국가가 고전번역가를 키우자는 주장도 여기서 나왔다. 고전번역하면 역시 민족문화추진회(민추)다.1965년 설립 이래 40여년 동안 정부보조금으로 ‘연명’해오면서 번역사업을 거의 도맡다시피했다. 번역좀 한다는 사람 가운데 80% 이상이 민추의 국역연수원 출신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지금 민추에다 주는 돈에 조금만 더 얹으면, 비용도 그리 큰 부담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과의 업무분장이 걸림돌이다. 한중연 고위 관계자는 “한중연이 연구중심 기관이긴 하지만, 연구·번역사업을 합쳐놓아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번역원·번역대학원 설립을 처음 제기했던 신승운 성균관대 교수는 이런 주장이 못마땅하다. 그는 “고전번역은 누구나 쉽게 고전을 읽을 수 있도록 한다는 ‘자료의 민주화’에 그 참 뜻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자들이 연구하면서 번역서를 내는 것과 숙련된 번역자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것은 다른 작업이라는 지적이다. 모두가 공감하는 사업이 ‘밥그릇 싸움’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교육부는 “이제까지 번역 실적을 보면 민추의 말이 옳지만,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효율성 등을 감안하면 한중연의 주장도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며 고민에 빠졌다. 여기다 교육부총리 인사 문제까지 겹쳐, 일러야 내년에나 구체적인 틀이 나올 전망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 한권의 책] 천년왕국 수시아나에서 온 환웅/정형진 지음

    단군신화는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서쪽 어디에선가 천손(天孫)의식을 지니고 이주한 환웅족과 만주지역 토착세력인 웅녀족이 만나서 단군조선을 열어가는 모습을 신화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만주지역의 토착세력인 웅녀족은, 곰을 토템으로 하고 적봉을 중심으로 한 요하 일대 신석기시대 홍산문화를 주도했던 세력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환웅족은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온 사람들일까? 이 책은 환웅족이 어디에서 기원하여 이주하는지를 15년 이상을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논증하고 있다. 단군신화를 신화로만 보는 사람들에게 저자의 결론은 매우 놀라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다른 책들을 통해서,(1)부여족은 현재의 터키지역인 프리기아에서 출발하여 천산을 넘어 이주한 ‘프리기아인’들이며(‘고깔모자를 쓴 단군’),(2)신라 김씨 왕족들은 고 아리안의 일파였던 사카족들이 천산 주변에서 실크로드를 달려 한반도로 이주한 ‘사카족’이라는 것을 밝힌 바 있다(‘실크로드를 달려온 신라 왕족’). 저자는 환웅족의 단서를 신라 승려인 자장에게 내린 신탁에서 찾는다.‘삼국유사’에는 자장이 문수보살에게서 받은 “너희(=신라) 국왕은 인도의 찰리 종족의 왕이며, 동이공공(東夷共工)의 족속과는 같지 않다.”는 신탁이 전하고 있다. 저자는 그 신탁에 나오는 신라 김씨 왕족의 뿌리인 ‘찰리 종족(=사카족)’에 대해서 추적한 책을 이미 발표했다. 이 책은 그 후속 편으로 자장의 신탁 속에 보이는 ‘공공족’이 누구인가를 추적 해명한 것이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환웅족은, 수메르문명을 건설한 엘람인들이 점령하기 전에 이란 서남부 평원의 ‘수시아나’에서 천산을 넘어 이주한 사람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중원으로 들어와 농경을 바탕으로 한 앙소문화를 주도했으며, 이후에 북경지역과 난하지역을 통해 요동과 한반도로 이주했다. 중국의 사서에서 ‘공공족(共工族)’으로 불리는 이 사람들이 바로 ‘환웅족’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연결고리를 푸는 열쇠로 고깔모자와 편두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예를 들어 고깔모자는, 문화사에서 흔히 ‘천년왕국 시기(BC5000-BC4000)’로 불리는 수시아나에서 처음 사용됐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수시아나의 종교엘리트들이 이란고원 지대에서 내려와 수메르문명을 일군 엘람인들을 피해서 동으로 천산을 넘어 중원으로 들어왔는데, 그들이 바로 환웅족이라고 한다. 결국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한민족의 무의식 속에 면면히 내려오는 천손 의식이나 하나님(환인)에 대한 생각은 바로 수시아나의 천년왕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웅족=공공족의 후예는 역사문헌에 숙신·조선·한 등으로 등장하고, 숙신계열의 또 다른 명칭이 바로 진(辰(眞))이다. 이들 공공족=환웅족과 요서지역의 웅녀족이 만나서 단군이 탄생하는 것이다. 단군이 세운 고조선은 사실 ‘단군숙신’이 되며 이것이 ‘대쥬신(=숙신)족’의 뿌리가 된다. 많은 도판 자료를 제시하고 있어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나 그 논증은 매우 치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실하 한국항공대 교양학부 교수
  • [새영화] 24일 개봉 ‘원탁의 천사’

    24일 개봉하는 ‘원탁의 천사’(제작 시네마제니스, 감독 권성국)는 기획의도를 빤히 드러내는 솔직한 면모가 핵심포인트로 연결되는 영화다. 톱스타 청춘배우를 캐스팅하는 대신 인기그룹 신화의 멤버 이민우를 기용했고,‘웰컴 투 동막골’의 늦깎이 대박스타 임하룡을 전면에 세웠다. 주인공을 연기시험대에 처음 세우는 위험부담이 적진 않지만, 그 이상의 티켓 동원력이 내장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셈이다. 주인공에게 교복을 입혔으나, 영화는 청춘코미디에만 머물 계산은 하지 않았다. 드라마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은 출소를 하루 앞두고 어이없이 사고사한 주인공의 아버지(임하룡). 평생 사기 전과자로 살았던 아버지는 자신을 데리러 온 천사(안길강)의 배려로 아내(김보연)와 아들 원탁(이민우)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간다. 교내 문제아로 비뚤게 자란 아들을 차마 두고볼 수 없는 아버지가 아들의 친구로 시한부 환생해 빚는 좌충우돌 에피소드 모음극이다. 여기에 영화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병렬시켜 가족영화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려 애썼다. 교통사고로 죽은 조폭 두목(김상중)의 몸에 빙의한 천사가 이승에 남겨둔 딸의 주위를 맴도는 설정으로 감동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조폭, 폭력과 냉소가 지배하는 고교, 우정과 부정(父情) 등을 두루두루 소재로 끌어들여 적당히 감동이 있는 코미디로 버무리는 데는 성공했다. 폭력과 욕설이 비교적 자제된 데다 사회제도를 공박하려고 무작정 뒤틀린 웃음과 조소로만 일관하진 않는다는 점에서 건강한 코미디이다. 친구로 환생한 아버지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낸 하동훈이 돋보인다.‘가문의 위기’를 발판으로 탁재훈이 그랬듯 입담의 스크린 제왕으로 도약할 듯하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국제배드민턴연맹 강영중 회장

    [스포츠 라운지] 국제배드민턴연맹 강영중 회장

    #장면1 2000년 시드니올림픽 혼합복식 8강전에서 중국의 장준-가오링조에 충격의 패배를 당한 나경민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체육관을 떠났다. 응원차 호주를 찾은 그는 시드니항의 명물인 크루즈에 나경민을 태워 어깨를 토닥여줬다. #장면2 2004년 8월 아테네 구디체육관. 관중석에 앉은 그는 두 손 모아 기도했다. 곁의 아내가 “평소 교회에도 잘 안나가는 양반이….”라며 타박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간절한 바람 덕인지 손승모는 남자 단식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남자 복식에선 금·은을 휩쓸었다. 영광의 순간이나, 노골드’의 수모를 겪을 때나 그는 언제나 현장에 있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와 국제배드민턴연맹(IBF)을 이끄는 ‘셔틀콕의 대부’ 강영중(57) 대교그룹 회장이다. ●한국 셔틀콕의 수장 강 회장이 배드민턴과 본격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7년. 삼성전기와 양대산맥을 이뤘던 오리리화장품이 IMF를 견디지 못하고 96년말 팀을 해체, 당대 최고의 스타 방수현을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무적’선수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시속 332㎞의 셔틀콕 만큼이나 초 고속으로 학습지 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일군 그는 여자농구단 창단을 염두에 뒀지만, 해체 소식을 전해듣고 배드민턴단을 전격 인수했다. 셔틀콕의 어떤 매력이 그를 사로잡았을까.“취미 수준부터 선수 수준까지 맞춰 즐길 수 있는 것이 배드민턴이다. 요즘 다이어트 열풍인데 배드민턴만큼 아름답게 몸매를 가꿀 운동도 없다.”며 ‘셔틀콕 예찬론’을 펼쳤다. 강 회장이 처음 라켓을 잡은 것은 진주농고(당시 진주농전) 재학 시절. 체육교사들이 강당에서 즐기는 모습을 난생 처음 봤던 그도 배드민턴을 배우게 됐고,10분여 만에 웬만큼 칠 수 있게 되자 이내 푹 빠졌다. 요즘도 대교눈높이팀 선수들과 종종 배드민턴을 치는 강 회장은 ‘아마추어 고수’ 수준으로 알려졌다. 요즘 강 회장은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 국내 배드민턴계 최대 축제인 ‘코리아오픈’이 21일부터 열리기 때문.“그동안 저변을 넓히기 위해 지방에서 개최했지만 이젠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판단해 서울에서 열게 됐다. 세계 최대규모인 30만달러의 총상금에 걸맞게 톱랭커들이 몰려오는 만큼 셔틀콕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것”이라며 팬들을 초대했다. 올해 아마추어 스포츠의 화두는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주요 국제대회에서 ‘효자종목’ 역할을 해온 배드민턴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을까.“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한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무대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팬들께서 긴 안목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차세대 주자들이 성큼성큼 크고 있으니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강 회장은 올림픽 금메달 보너스로 3억원을 파격 제시, 체육계를 놀라게 했다. ●테니스를 뛰어넘겠다 그가 IBF 수장에 오른 것은 지난해 5월.15개월이 지난 지금, 스스로 평가한 성적표는 몇 점 정도일까.“첨예한 국가별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라 1년을 보냈다. 지금까지는 C플러스 정도”라면서 인색한 잣대를 들이댔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폭넓은 저변을 자랑하는 배드민턴은 미주와 아프리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그가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염두에 두는 것도 배드민턴의 세계화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아테네올림픽 28개 정식종목 가운데 배드민턴의 시청률은 14위. 시드니올림픽 때 23위에 견주면 눈부신 도약인 셈. 강 회장은 “아네네올림픽때 인터넷 중계에선 2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뜨겁다. 테니스를 능가하는 최고의 라켓종목으로 만들겠다. 이를 위해 월드컵 창설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배드민턴계의 숙원인 전용체육관 건립과 관련,“이런 메달종목에 전용체육관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1만여평 정도의 부지만 지원한다면 숙박시설과 연습장을 포함, 세계선수권대회를 유치할 정도의 배드민턴 타운을 조성하는 게 마지막 목표”라고 강조했다. 3년뒤 IBF 회장에 재선될 경우 기회가 주어지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 직에는 욕심이 없는지 살짝 떠보았다.“IBF회장이 연임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IOC 위원은 의미가 없다. 일단 IBF의 회장 역할에 올인하겠다.”며 손사레를 쳤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출생 1949년 7월27일 경남 진주 ●가족 아내 김민선(53)씨와 사이에 2남 ●학력 진주농고-서라벌고-건국대(72년) ●경력 한국공문수학연구회 창립(76년)연세대 교육학석사(87년)대교 대표이사(87년)대교그룹회장(96년∼) ●배드민턴 관련 경력 대교눈높이여자팀 창단(97년)대한협회장(03년∼)제13대 아시아협회장(03∼05년)국제연맹(IBF)회장(05년∼) ●수상 세계가정의 해 대통령표창(95년)옥관문화훈장(04년) ●취미 골프(핸디캡 12)배드민턴 ●주량 소주 1병 ●종교 기독교
  •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Game 옷 입은 문학 ‘대중속으로’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Game 옷 입은 문학 ‘대중속으로’

    “게임으로 ‘반지의 제왕’ 동양버전을 선보이겠습니다. 그리고 ‘리니지’처럼 서구의 영향을 받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우리 게임도 바꿀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큰소리 뻥뻥치는 게임 개발자는 바로 국내 최고의 만화스토리작가 야설록(47). 게임업체 예당온라인과 손잡고 ‘패(覇) 온라인’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아마게돈’·‘남벌’ 등 히트작이 줄이었다지만, 이런 큰소리가 생소한 게임분야에서도 통할까. 여기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산해경(山海經)’이다. 고대부터 중국에 전해내려오는 지리부도인 이 책은 지리정보에다 그 지역 특산물과 진귀한 동·식물들을 기록해 뒀다. 어디에 갔더니 아홉개의 머리에 사람 얼굴에다 새의 몸을 한 신이 있고, 또 다른 곳에 갔더니 까치같은 물고기가 있는데 열 개의 날개가 있고 비늘은 모두 날개 끝에 달린 데다 잡아먹으면 황달을 예방할 수 있다는 식이다. 어찌보면 황당무계한 얘기지만 야설록에겐 상상력의 창고다. “‘반지의 제왕’은 북유럽신화를 담고 있어요. 인간화된 신을 다룬 그리스·로마신화와 달리 북유럽신화는 기괴한 내용을 담고 있거든요. 트롤·오크·요정 같은 캐릭터는 톨킨이 북유럽신화에서 따온 겁니다.‘리니지’ 캐릭터 역시 그렇고요.‘산해경’도 마찬가지입니다. 황당하지만, 수천년 내려온 동양의 상상력이 담긴 거죠.” 그의 사무실에는 큰 지도가 하나 있다.‘어디에서 무슨 방향으로 몇리를 가면 뭐가 있다.’는 산해경 기록을 그대로 옮겨다가 지도로 재구성했다. 그리고 주요 동물은 데생해서 붙여뒀다. 게임의 스토리보드인 셈이다. 여기에다 중원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인 치우천왕과 황제헌원의 얘기를 덧씌웠다. 이런 구상이 쉽게 나온 것은 아니다.10여년 동안 각종 문헌들을 들쑤시며 공부한 결과다. 대학을 들락거리기도 했고, 중국 유학생에게 연구비를 주고 논문을 받아 보기도 했다. 그런데 야설록은 이런 내용을 왜 ‘만화’나 ‘무협지’가 아닌 ‘게임’으로 풀어내려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독자를 늘리고 싶었어요. 책으로 내면 히트해봤자 몇만권이 전부지요. 게임은 다릅니다.‘오디션’이라는 게임은 중국사용자만 7000만명입니다. 작가로서 더 많은 사람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거지요.” ‘영원한 제국’의 저자 이인화로 잘 알려진 류철균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가 게임산업에 뛰어들면서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까지 결성한 이유도 여기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 최강국이라는 우리가, 정작 이런 분야에서는 왜 늦었을까. 서점에는 거꾸로 온라인 게임을 소설로 풀어놓은 책들이 수북하다. 야설록은 그 원인으로 지나친 엄숙주의를 꼽았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을 엄격하게 나누고, 또 순수문학하려면 문예창작과 나와서 등단해야 하는 곳은 한국뿐입니다. 이 틀을 반드시 깨야 합니다. 경건한 작가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어야지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2) 민족·역사상징(하)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2) 민족·역사상징(하)

    수도(首都)는 나라의 상징이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대 최고의 길지(吉地)에 자리잡았고, 그 땅의 기운이 쇠했다고 여겨지면 또 다른 길지로 옮기기도 했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긴 세월 동안 수도였던 지역은 신라의 경주(慶州)였는데, 이곳이 세운 ‘천년’ 기록은 세계사에서도 그 유사한 경우를 찾기 어렵다. 그 덕이었을까. 경주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여럿 있거니와, 눈에 스치는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한 민족문화유산이 아닌 것이 없다. 평양(平壤) 또한 길지를 거론하는 자리라면 결코 빠질 수 없는 곳이다. 아직은 명확한 역사적 사실이 입증되지 못했으나, 개국시조 단군(檀君)이 처음 나라를 연 곳으로 전해지는 성지(聖地)일 뿐 아니라, 고구려 장수왕이 천도하여(427년) 오래 전에 잃어버린 생기를 되살렸던 곳이기도 하다. 광복 직후, 분단된 국가의 한쪽 수도가 되어 또 다시 그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실로 평양은 질긴 생명줄을 안고 태어난 것 같다. 정치적 논리와 이유를 떠나 단순히 땅의 기운으로만 볼 때….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 이러한 문장이 주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헌법 조문에 나오는 듯 착각할 정도로 당연시한다. 사실 사전적으로 보거나 논리적으로 볼 때, 이는 당연한 명제이다. 서울이란 말의 어원은 높고 신령하다는 우리말 ‘솔’에 벌판·큰 마을을 의미하는 우리말 ‘벌’이 합쳐져 변한 것이라 한다. 따라서 이 말은 나라의 ‘가장 높고 신령한 벌판’, 즉 수도를 일컫는 보통명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서울을 특별시 ‘서울’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즉 보통명사가 고유명사로 변질된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는 변질된 것을 당연시하고 있는 셈이라 하겠다. 우리가 ‘서울’로 부르고 있는 곳의 원래 이름은 한강(漢江)의 북쪽이라는 뜻을 지닌 ‘한양’(漢陽)이었다. 이 땅의 역사 또한 평양과 마찬가지로 부침이 잦았다. 일찍이 온조가 남하하여 이 일대에 백제를 세웠다가(BC18년) 고구려에 빼앗겨(475년) ‘남(南)평양’으로 불렸고, 그로부터 900여년이 지난 1394년에 이르러 다시 조선의 수도로 정해졌던 것이다. 이후 일제 강점기가 끝난 1945년에 비로소 ‘서울’로 불리며 대한민국의 수도가 되어 오늘 날까지 그 영화를 이어 오고 있는 중이다. 그러고 보면 ‘서울’ 역시 보기 드문 길지임에 틀림없다. 이곳에서 벌어진 수많은 영욕을 간직한 채 굳건히 맏형으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서울’을 서울로 되돌리는 과감한 결단도 생각해 볼 일이다. 경주로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석굴암(石窟庵)의 아름다움과 정교함, 그리고 역학적 구조에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또한 석굴암 창건과 관련한 김대성(金大城)의 효행과 인연도 잊지 못할 감동으로 자리잡았을 것이다.‘삼국유사’에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석굴암은 전생의 부모를 위해서, 불국사는 현생의 부모를 위해서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설이 말해주듯이 석굴암과 불국사는 과거와 현재라는 시공간을 잇는 타임머신이다. 그래서 일까. 석굴암과 불국사 관람 중 하나를 놓치면 아쉬움과 허전함이 오래 남는다. 시간 여행이 끊긴 탓이겠다. 실제 불국사를 둘러 본 후 석굴암에 오르는 산행은 현생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코스이기도 하다. 인도나 중국의 웅장한 석굴 사원을 보고 와서 석굴암의 초라함을 빗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인류 유산의 가치 판단이 꼭 규모로만 기준 되는가를 묻고 싶다. 비록 석굴암은 상대적 규모가 작으나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인공 석굴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더군다나 석굴암 안에 질서있게 배치된 38구의 석불들은 그 어느 것 하나 눈 여겨 보지 않을 수 없는 각각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어릴 적 즐겨 부르던 노래 중에 ‘단군의 자손’이라는 가사가 들어있는 것이 기억난다. 노랫말처럼 한민족은 동질성과 혈통성을 지닌다. 물론 상징체계에서 볼 때 그러하다는 것이다. 곰이 여인으로 변하여 단군(檀君)을 낳았다는 신화를 그대로 믿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렇지만 단군할아버지는 우리 민족이 수난을 당하고 위기에 처할 때마다 늘 자리를 같이하여 민족의 단합을 요구하였다. 그런 점에서 단군이 지닌 민족적 상징성은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다. 세계 대부분의 민족·국가마다 개국신화가 구심체 역할을 하듯이, 우리도 단군할아버지를 그렇게 활용(?)하고 대접해 드리면 될 일이다. 근래, 초등학교 교정에 세워진 단군상(像)의 목이 훼손당하는 사건으로 민족화합이 분열되면 큰 일 이라는 기우에서 덧붙이는 말이다. 단군에 비하면 광개토대왕(재위 391∼413)에 대한 시비는 없는 듯하고, 또 없을 것이다. 앞으로 10만원 권 지폐가 발행된다면 그 모델로 광개토대왕을 넣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인 것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과연 광개토대왕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그 이름이 말해주듯이 우리 강토를 크게 넓힌 업적이 첫째 이유가 되겠다. 반만년 우리 역사상 주변국을 상대로 이런 호기(浩氣)를 부렸던 적이 어디 있었는가. 간혹 호기를 부리자면 주위를 평안(平安)치 못하게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런데 광개토대왕은 두 가지를 모두 이룬 성군(聖君)이었다. 이에 사후, 그 업적을 기려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으로 불렸던 것이다. 후대에까지 성군으로 길이 추앙되는 왕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세종대왕(재위:1418∼1450)은 이루 형언하기 힘들 만한 성군 중의 성군이었다.31년의 재위 기간 동안 한글 창제, 측우기와 해시계, 물시계의 발명,‘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농사직설(農事直說)’ 및 지리지(地理志)의 편찬,4군 6진의 개척, 대마도 정벌, 아악(雅樂)의 부흥과 제정 등, 어느 왕이 평생 이루기 어려운 업적을 수없이 이루어 냈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폐의 모델 이야기를 언급했는데, 아직까지는 세종대왕이 최고의 영위를 누리고 있다. 돈의 액수 차이가 모델의 평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아무래도 국민 정서상 세종대왕을 누르고 1위 자리에 오를 역사적 인물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원효와 이황, 정약용은 각기 그 시대를 달리했지만 종교와 철학, 사상으로 민족문화를 살찌우고 꽃피운 인물들이다. 원효(617∼686년)는 불교로써, 퇴계 이황(1501∼1570년)은 성리학으로써, 그리고 다산 정약용(1762∼1836년)은 실학(實學)으로써 최고를 이루어냈던 것이다.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도중 오래된 무덤에서 진리를 체득했다는 유명한 일화를 만든 원효는 우리 역사상 최고의 불교사상가로 평가된다. 더욱이 귀족보다 일반 백성을 위한 설법·교화에 치중한 그의 행적은 친근감마저 더 해 준다. 퇴계는 조선 성리학의 태두로 칭송될 만한 인물이다. 비록 그가 평생을 바쳐 궁구(窮究)한 학문은 중국에서 들여온 성리학이지만, 오히려 중국의 어느 학자보다 성리학을 발전시켰다고 이해된다.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꼿꼿하게 살다 간 퇴계 선생!그 자세와 사상은 대대손손 흠모되고 존숭될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웅지와 실기의 파란을 겪은 인물이다. 어찌 보면 그 스스로 편함에 안주하지 않은 때문이겠다.‘실용지학’(實用之學)과 ‘이용후생’(利用厚生)의 학문인 실학을 집대성한 그는 성리학의 공리공담을 배격하고 조선 사회의 각종 폐단을 개혁하는 여러 개혁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정조 임금의 사후, 그에게 닥친 17년 간(1801∼1818년)의 유배 생활은 고난의 세월이었지만, 오늘 날 그가 민족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잘못을 쉽게 고칠 수 없는 작금, 다산 선생의 시대는 여전히 지속되는 것 같다. 이번 민족문화의 100대 상징 중에는 일본에 맞서 나라를 지키고, 평화와 독립을 외친 인물들이 들어 있다. 이순신(1545∼1598년) 장군과 안중근(1879∼1910년) 의사, 유관순(1902∼1920년) 열사이다. 이들 선각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요하지 않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이야기나 드라마는 아무리 보고, 들어도 지겹지 않다. 민족 정서의 코드(?)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겠다. 임진왜란 때 필승의 전략으로 왜적을 물리치고 장렬히 순국한 충무공. 한말, 제국주의 식민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함으로써, 애국을 넘어 만국의 평화를 지키려 한 안중근. 어린 여학생의 몸으로 일제에 항거하다 꽃으로 승화한 ‘아우내’(병천 竝川)의 상징 유관순. 숙연한 마음으로 함축적 의미만을 적어 본다. 임학성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인문학이 문화콘텐츠 만났을때

    인문학과 콘텐츠의 만남은 새삼스럽지 않다. 인문학은 고색창연한 것이라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된다. 사례들은 넘친다.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일본의 ‘건담’은 사무라이를 원형으로 삼았다.‘드래곤 볼’은 서유기에다 일본 전래설화 ‘팔용신’ 이야기를 합쳤다.‘이웃집 토토로’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정령 등 온갖 일본 전통문화가 다 반영됐다.SF소설에서 만화·애니·게임으로 퍼져 나간 ‘은하영웅전설’이 삼국지를 모티프로, 유비에서 따온 ‘얀 웬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역사가 짧은 미국은 각종 ‘∼맨’ 시리즈가 한계에 부딪히자 ‘뮬란’에서 보듯 한동안 동양 캐릭터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서사원형’도 중요한 대목이다. 세계적으로 신화와 민담의 스토리 구조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예를 들어 ‘스스로 눈 찌르다.’는 얘기는 서양의 ‘오이디푸스’ 얘기에도 있지만 한국 영화 ‘서편제’와 ‘왕의 남자’에서도 반복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미 FTA·뉴딜은 엇갈림 정책”

    “한미 FTA·뉴딜은 엇갈림 정책”

    요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뉴딜’을 내걸고 있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잡겠다는 목적은 같은데,FTA는 외부의 충격을 강조하고 뉴딜은 내부의 타협을 더 중요시 하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엇갈림에 대해 이국영 성균관대 교수의 의견을 들었다. 이 교수는 독일에서 제3세계 발전이론을 전공한 정치학자다. 평등과 분배를 중시하는 복지국가야말로 자본주의 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자본주의의 역설’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종속 vs 쇄국’, 생산적 FTA 논의를 막는다 “한·미FTA 하면 싼 제품이 들어오니까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올라간다는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는 뒤집어 말해 비싸게 생산해오던 기존 일자리는 줄어든다는 얘기입니다. 이 플러스 마이너스를 실제 비교해봤는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한·미FTA 논란에서 가장 위험한 논리는 ‘안 하면 바보된다.’,‘하면 종속된다.’는 식의 극단적 주장이다. “유럽연합(EU)으로 상징되는 유럽경제통합과정을 보면 경제통합으로 인한 수혜자가 누구냐, 피해자는 누구냐, 그렇다면 수혜자의 이득을 어떻게 피해자들에게 나눠주느냐가 논쟁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인들은 정책을 내놨고 국민투표를 통해 승인받았습니다. 이런 생산적 논쟁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 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극단적인 반대론도 문제지만, 밀어붙이기식으로 FTA를 추진하면서 ‘그러면 쇄국하자는 것이냐.’는 식으로 이들을 몰아세운 정부와 시장주의자들의 책임이 더 큽니다.” 이 교수는 ‘안 하면 바보된다.’는 논리에도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정부에서는 중국·일본·한국·타이완 빼고는 다 FTA를 했다 하는데, 거꾸로 말하면 이들 나라는 성공적인 수출드라이브 때문에 굳이 FTA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외려 이들 국가에 밀리거나 밀릴 것 같으니까 미국이나 유럽은 NAFTA나 EU 방식의 경제통합이라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는 설명도 가능합니다.” ●진정한 ‘뉴딜’이나 고심하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요즘 들고나온 ‘뉴딜’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강하게 비판했다. 대공황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식의 ‘족보있는 정책’인 줄 알았는데 내용을 보니 재계와 노동계의 타협안에 불과하더라는 것. 그런 수준의 뉴딜이라면 “그걸 하겠다고 나선 기존의 노사정위원회가 왜 실패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진정한 뉴딜 정책을 하고 싶다면,‘작은 정부’·‘균형재정’의 신화에서 벗어나라고 주문했다. 복지비용을 ‘낭비’가 아닌 ‘투자’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수라는 것.“대기업 노조 얘기가 나오면 흔히 안정적인 고임금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독식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도 그 월급으로 집 사고, 애들 키우고, 가르치려면 빠듯하다고 합니다. 잘리면 갈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주택비·양육비·교육비에다 실업대책까지 모두 개인 부담이라 그렇습니다. 국가가 탁아소나 양로원을 확대하고, 장기임대주택을 늘리고 실업대책도 세운다면 이런 사회적 비용 부담이 줄게 되고, 그러면 임금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도 더 커집니다.” 또 모두가 그토록 애타게 부르짖는 ‘일자리 창출’도 사회복지 부문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런 개념이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예산 비중이 최소 15∼17%(미국·일본)에서 최대 25∼30%(유럽)에 이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이 1980년에 이미 19%였는데 한국은 고작 6∼7% 수준이다. 그렇게 목매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장 못미치는 분야가 바로 복지부문이라는 것. 대안으로서 이 교수는 비례대표제 확대를 제안했다.“어차피 1년반 임기내 사회경제적 개혁을 못하겠다면 그 기반이 될 수 있는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3) 인격적 정신주의의 철학적 문제점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3) 인격적 정신주의의 철학적 문제점

    세상의 근본진리가 인격적이라고 보는 철학과 자연적이라고 보는 철학이 각각 있다. 전자는 세상의 근본진리가 신과 인간의 정신에 의하여 현재적으로 늘 창조되는 것으로 여기는 정신주의와 상통하고, 후자는 세상의 근본진리가 자연적 필연성의 법칙으로 생기하고 소멸하는 세상의 여여한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주의를 천명한다. 진리의 인격성을 주장하는 정신주의 철학은 세상의 근본적 진리를 창조하는 인격적 저자가 있고, 그 저자의 의도에 의하여 진리가 세상에 나타나게 된다고 본다. 신은 정신이고 정신은 인격이며, 인간의 정신도 인격이고 그 정신적 인격은 인간의 영혼을 통하여 신의 인격과 접목된다고 주장한다. 정신주의에서 이 세상을 보면 이 세상은 인격적 정신이 쓰고 있는 책과 같다. 세상은 인격적 정신이 쓰고 있는 책과 같아서 이 책의 줄거리가 역사의 전개내용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18~19세기 독일의 헤겔은 신과 같은 절대정신이 자기 스스로 구체적인 역사의 시대정신으로 각각 구현했다가 종국적으로 자기의 절대정신으로 자각되어 되돌아오는 과정을 역사로 보았다. 이 헤겔의 정신주의는 능동적으로 말하는 절대정신과 각 역사시대를 통하여 수동적으로 말하여진 시대정신과의 통사적 일치를 겨냥하고 있다. 헤겔이 본 세상은 신과 같은 절대정신이 저자로서 자기 스스로 쓴 자기 역사책과 다르지 않다. 인격적 정신주의 철학에서 등장하는 정신과 영혼과 의식의 관계를 잠시 설명한다. 정신은 보다 신학적 개념이고, 영혼은 정신이 인간학적 의미로 하강한 것이고, 의식은 영혼이란 종교적 의미를 철학적 사고의 주체로 변용한 것이다. 정신, 영혼, 의식의 개념을 중시하는 철학을 나는 인격적 정신주의라고 부르겠다. 인격적 정신주의와 다른 자연적 사실주의를 다음주에 언급하겠다. 정신주의의 철학전통은 서구에서 오래되었다. 독일의 하이데거가 그의 ‘휴머니즘에 관한 편지’에서 지적했듯이, 정신주의 전통은 고대 그리스에서 자연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소크라테스부터 휴머니즘의 전통이 생기면서 흥기하기 시작했다. 기독교 이전의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공통적으로 영혼과 이성의 위대함을 아주 높인 정신주의 철학을 펼쳤다.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지고의 진리로 여겼던 플라톤은 그의 대화편인 ‘파이드로스’에서 스승 소크라테스가 씌어진 문자와 같은 기록을 죽은 정신 또는 소피스트처럼 여러 사람들에게 판매하려는 지식으로 경멸하고, 오직 살아 있는 영혼의 숨결이 담긴 말의 대화를 진실한 정신으로 여기고 있다는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문자기록은 밖에서 들어온 정보를 기록하는 매체이기에 영혼의 내면적 자각이 없는 죽은 지식임에 반하여, 우리 영혼의 내면적 목소리인 말이야말로 진정한 학문의 얼이 살아 있다고 플라톤은 스승의 입을 빌려 말한다. 이런 말 중시의 정신주의가 기독교의 ‘말씀’(logos)의 신학과 결부되어 말의 진리는 서양 정신주의 철학의 인격성을 더욱 더 두드러지게 했다. 이 말의 진리는 다시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과 결부되었다. 정신주의 철학이 도덕을 말할 때에 신의 말을 대변하는 내면적 영혼의 말로서 양심의 소리를 인격의 중심으로 등장시켰고, 또 정신주의 철학이 지식을 설파할 때에 그것은 이성의 논리를 지고의 기준으로 삼아 세상을 이성의 법칙으로 재편하려고 했다. 정신주의 철학에서 신은 곧 이성이기 때문이다. 영혼과 이성이 인격적 정신주의 신학의 생명이었다. 프랑스의 해체 철학자 데리다는 이 정신주의를 말씀중심주의(logocentrism), 소리중심주의(phonocentrism)라고 그의 저서 ‘표지와 차이’에서 비판적으로 기술했다. 정신주의는 나의 인격과 신의 인격이 내면의 성역인 영혼에서 만나서 신의 말씀을 내가 듣고 거기에 순종하는 내면적 일치의 형이상학이므로, 그런 인격적 정신주의는 ‘스스로 말하는 것을 듣기’(hearing oneself speak)의 철학에 다름 아니라고 데리다는 지적했다. 신의 말씀이 나의 영혼의 말과 동일하고 내가 그 말을 듣는 것이다. 이 ‘스스로 말하는 것을 듣기’의 철학이 강한 ‘자가애정’(auto-affection)의 사상을 잉태하면서 자기와 다른 것을 배척하는 심리를 낳았다는 것이다. 데리다는 독일의 20세기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을 공부하면서 철학을 출발시켰다. 그런 그가 후설이 절대적 진리의 명증성을 내면적 의식의 자기동일성인 ‘생각하는 의식’(noesis)과 ‘생각되는 의식’(noema)과의 현존적(현재적으로 존재하는) 일치에서 발견하여 보려고 시도했으나, 완전히 실패했다고 그의 저서인 ‘목소리와 현상’에서 논파했다. 그래서 그는 후설을 떠났다. 의식의 자기동일성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생생한 현재의 시각에서 신과 영혼과의 합일처럼 또는 헤겔이 겨냥한 절대정신과 역사와의 합일처럼 명징하게 입증되어야 하는데, 후설은 그런 현재적 시각에서 ‘스스로 말하는 것을 듣기’와 같은 자기일치의 명증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예감했다고 데리다는 생각했다. 자의식의 자기동일성이 정신주의 철학의 환상이라는 것이 데리다의 소견이다. 후설도 이 환상을 극복하기 위해 신과 인간이 만나듯 ‘생각하는 의식’과 ‘생각되는 의식’이 순수하게 일치된 의식의 근원을 찾아보려고 애썼으나 헛수고했다는 것이다. 후설이 찾고자 한 의식의 자기동일성은 순수지금이라는 생생한 영혼의 현재적 시각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그 순수지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고, 지금이라는 시각은 사실상 시간적으로 조금 전의 내 생각과 조금 뒤의 내 생각과의 사이에 낀 간격과 차이에서 생기는 쉼표와 같은 빈 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데리다의 소론이다. 말하자면 순수 현재적 시각이라는 것은 하나의 환상인 셈이다. 순수 현재의 한 점으로서의 지금 이 시각인 ‘딱’하는 순간도 내가 의식하는 순간에 그것은 이미 조금 흘러간 과거에 해당한다. 기독교 신학과 후설의 현상학이 귀중하게 여기는 영원하고 절대적인 진리는 순수 현존적 시각으로 존재하는 것인데, 그 시각은 실존하는 시각이 아니라 의식이 근접과거로부터 다시 당기는 기억(retention)과 근접미래로부터 미리 당기는 예상(protention)과의 사이에 있는 차이와 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기동일성의 절대적 근원을 찾기 위한 순수지금이 정신과 영혼과 의식의 자기동일성을 보장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의식의 자기동일성이라는 것은 무수한 차이들과 간격들의 연속에 불과한 셈이다. 데리다가 지적한 후설의 자기동일성 착각은 불교의 유식학이 말하는 바처럼 폭류처럼 빨리, 거세게 물이 흐를 때에 기실 앞 물과 뒷 물이 다른 물인 줄 모르고 동일한 물의 흐름처럼 착각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물의 흐름이나 의식의 흐름도 순간적으로 표변하고 달라지는데, 마치 영화필름처럼 각각 다른 장면들을 빨리 돌리면 연속으로 동일한 것이 흐른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하겠다. 데리다가 분석한 것은 의식이 동일하게 지속하기는커녕 찰나찰나 무상하게 변한다는 것이다. 물도 같은 물이 흐르지 않고 새 인연을 찰나적으로 만나면서 앞 물과 단절되지만 워낙 빠르게 흐르니까 연속적인 것처럼 보인다. 자기동일적 정신주의의 근거를 찾기 위한 후설의 현상학적 모색이 결국 그 근거를 부정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었다고 데리다가 진단했다. 그러나 정신주의는 후설의 실패로 막을 내리지 않았다. 정신의 인간학적 샘터인 인격과 영혼의 자기동일성을 사랑하는 낭만주의 철학이 서구사회에서 워낙 강하게 남아 있어서 하루아침에 정신과 인격의 동일성 근거가 무너졌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어렵겠다. 그러나 지금 해체주의의 등장으로 인격적 정신주의의 철학이 서구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즉 불변적 인격정신과 그 정신의 인간학적 현상인 영혼이라는 인격적 존재자(存在者)가 있다는 믿음이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인격적 정신주의는 자기 영혼과 이성이 자기 안에서 정신적으로 분비한 자기의 목소리 듣기처럼 강력한 인격적 자가애정의 자부심을 금과옥조로 여겨왔다. 영혼의 내면적 말은 나의 자의적인 말이 아니라, 정신으로서의 신의 말과 같고 그것이 논리적 이성의 법칙에 타당한 소리이기에 정신과 영혼의 이성적 말과 소리는 보편적 의식의 자기동일성을 현재에서 줄곧 창조하고 표현하는 있다고 주장한다. 보편적 의식의 자기동일성이 곧 절대진리가 된다. 데리다는 인격적 정신주의는 서구의 역사에서 늘 절대진리의 추구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온 역사와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서구 역사와 서구 지성이 굳세게 견지하고 있는 배타적 자가애정의 원천이 되는 ‘백색신화’(white mythology)의 뿌리이다. 정신주의가 귀하게 여겨온 영혼의 말과 소리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표현하지 못한다. 지금 내가 ‘밖에 비가 온다.’라고 말하면, 내 말은 참과 거짓 중에 하나가 된다. 즉 내가 참을 말했든지, 아니면 거짓을 말했든지 둘 중의 하나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처럼 양면을 다 고려하는 이중성의 생각이 스며들 여지가 없다. 즉 인격적 정신주의가 이끄는 철학은 이성주의가 언표하는 양자택일적 판단의 양식과 다르지 않다. 인격의 정신은 선하든지 악하든지, 참이든지 거짓이든지 둘 중의 하나로 귀착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절대주의적 진리를 신봉하는 인격적 정신주의의 철학사상이 여기서도 하나의 역설을 만난다. 왜냐하면 절대주의는 자기와 상대가 되는 어떤 가치나 실재를 인정하지 못한다. 그런데 절대주의를 따르는 말과 소리의 현상이 의외로 절대적이지 않는 양자택일적 현실 앞에 늘 서 있다. 즉 참이든지 거짓이든지, 선이든지 악이든지 양자택일적 판단의 기로에 의식이 늘 놓여 있다. 이것이 절대주의적 진리의 역설이다. 현실적으로 세상은 양자택일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정신주의는 절대진리의 이름으로 세상을 절대진리에 맞도록 판단하고 구성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절대주의, 정신주의는 늘 세상이 인격적 절대진리와 합치할 때까지 투쟁적 긴장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절대적 정신주의는 인간에게 거짓과 악과 투쟁할 것을 소리 높여 외친다. 여기서 인격적 정신주의와 다른 자연적 사실주의의 모습이 새로 떠오른다. 이것은 다음주에 음미될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70년대의 상징,‘아침이슬’의 김민기(1)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70년대의 상징,‘아침이슬’의 김민기(1)

    젊은 시절, 캠퍼스 어느 구석에선가 그의 노래를 숨 죽여 불러본 경험을 가진 이들에게 김민기가 ‘추억‘이라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김민기는 ‘70년대의 역사’일 것이다. 광주의 경험을 가진 80년대 이후 젊은이들은 ‘산 자여 따르라’라고 외쳤지만 김민기의 노래는 어디까지나 70년대의 노래다. 즉 ‘나 이제 가노라’라고 읊조리던. 70년대 젊은이들에게 김민기는 ‘노래하는 이’였고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김민기는 극단 ‘학전’의 대표이자 연극 연출가, 기획자로 더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인생 2모작’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이제 더 이상 노래하지 않는다.12년 째 달려오고 있는 ‘지하철 1호선’은 어느덧 공연 3000회를 훌쩍 넘겼다. 70년대 젊은이들에게조차 그의 실체는 가늠이 어렵다. 한동안 ‘금지’에 묶이고 ‘상징’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동안 ‘구전’의 문화로만 존재해왔고 그래서 그의 존재는 많은 이들에게 ‘신화’에 가까웠다. 자의건 티의건 간에 70년대 문화의 큰 흐름을 주도해온 김민기의 노래 작업들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치열한 기록 중 하나다. 감시와 검열과 통제의 시대, 그러나 당시 금지곡 목록에 올려져 있던 김민기 곡은 ‘아침이슬’ 단 한 곡뿐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다른 곡들과는 달리 아무런 금지 사유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그가 만든 노래들은 일순간 방송에서 모조리 자취를 감춘다. 노래가 아니라 이름 자체에 금지의 굴레가 씌어져 있었던 탓이다. ‘우리나라 70년대는 김민기의 아침이슬로 시작되었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대중들과 평론가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의식 있는 젊은이’ 김민기, 그는 경기중·고교와 서울대 미대를 나온, 속칭 ‘KS 마크’였다. 아울러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던 청년이었다. 비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고교 시절인 67년, 그가 처음 만든 노래가 ‘가세’이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노랫말은 이렇다.‘비가(눈이) 내리누나/나 혼자 가고프나/함께 어울려 간들 어떠하리/가세 산 너머로 비 개인(눈 그친) 그곳에/저 군중들의 함성소리 들리쟎나’이다. 이어 만든 곡이 ‘친구’. 이 노래는 고교시절 보이스카우트 대원들과 동해안 여름야영에 갔던 68년. 친구 하나가 익사하자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서울로 돌아오는 야간열차 안에서 자신의 심경을 그린 것이다. 서울대 시절, 동료 김영세씨와 듀엣으로 활동했던 ‘도비두(도깨비 두 마리라는 뜻)’의 목소리에 실려 처음 음반으로 발표되었다. 당시 그가 만든 노래들은 ‘친구’ ‘아침이슬’을 비롯해 ‘작은 연못’ ‘길’ 등 매우 서정적이고 담백하다. 그저 일기 쓰듯 담담하게 노래했다. 때문에 당대 젊은이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끌어냈던 것이리라. 그 자신 스스로도 ‘그저 나의 작은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로 지나치게 확대 해석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지 않았는데, 그렇게 불려진 것이라는 얘기다. 그의 노래들이 금지된 것은 노래 자체 때문이라기보다 그가 관여한 실천적 참여활동 때문이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는 72년 봄, 서울문리대 신입생 환영회에 초대되어 ‘우리 승리하리라’ ‘해방가’ 그리고 ‘꽃피우는 아이’를 불렀다는 이유로 이튿날 새벽, 동대문경찰서에 연행되고 시중에 남아 있던 그의 음반들은 모조리 압수당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그가 후에 수도 없이 되풀이하게 되는 ‘연행’ 행로의 시작이었다. 이러한 일을 겪고 난 후 야학이나 ‘금관의 예수(73)’ 소리굿 ‘아구(74)’ 등 가톨릭 문화운동, 국악대중운동, 마당극 등에 관심을 가지며 이러한 활동에 깊게 관여하게 된다.‘의식 있는 젊은 한국인’이 한층 ‘줏대 있는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그의 노래는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더욱 유명해져가고 있었다. 그는 74년 군에 입대한 후 77년 제대하면서 ‘야인’으로 생활을 시작한다. 70년대 김민기에 대한 당국의 시각은 어떠했는가. 그 일화 중 하나. 김민기는 당시 모 수사기관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다. 수사관은 그에게 대외비 책자 한 권을 펼쳐보였다. 그 책자에는 당시에 대학가에서 주로 불려지던 과거 독립군가나 빨치산들이 불렀을 법한 유형의 작자 미상의 노래들이 김민기라는 이름으로 적혀 있었다. 이윽고 ‘아침이슬’ 부분을 펼쳐보였다. 첫 낱말 ‘긴 밤’에 밑줄이 그어있고 ‘유신체제’라는 설명이 붙어있었다.‘풀잎’ ‘이슬’ ‘태양’ ‘묘지’‘광야’ 등등. 단어마다 빨간 주석의 장황한 해설들. 그가 다그쳤다.‘긴 유신체제의 밤을 끝내고 민족의 태양인 김일성을 열렬히 맞이하자.’라는 내용이 아니냐는 거였다. 이 노래를 만든 것이 71년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킨 김민기는 되물었다.“10월 유신이 몇 년도였지요?” 이에 수사관은 대답 대신 인상을 찡그리며 책을 탁하고 큰소리나게 덮었다.(계속) sachilo@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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