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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印 “교역량 4년내 2배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과 인도는 21일 통상과 투자 확대 등 양국 관계를 전략적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10가지 전략에 합의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뉴델리에서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불신 해소와 양자협력 강화를 위한 10가지 전략을 활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두 나라 정상은 국경회담을 가속시키고 양자교역 규모를 늘리기 위한 공동 연구그룹을 설치하는 등 13개의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신화통신 등이 전했다.인도와 중국은 올해 2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교역액을 2010년까지 400억달러로 늘리고, 정상급 회담 확대를 비롯한 고위인사 교류를 확대하며, 콜카타와 광저우(廣州)에 영사관을 추가 개설키로 했다. 투자 촉진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국경에서 교통로를 늘리며, 관광산업을 함께 육성하고,5년 시한의 청년 교환 프로그램도 가동키로 했다.또 민간 핵에너지 등 공동 프로젝트 수행 등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공동 성명에는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언급은 빠졌다.jj@seoul.co.kr
  • 백두산호랑이 유전자은행 中, 2009년까지 구축키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이 오는 2009년까지 둥베이후(東北虎·백두산호랑이)의 유전자 은행을 설립키로 했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21일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 외곽에 위치한 호랑이 인공사육기지인 동북호림원에서 3년 이내에 유전자은행을 구축하고 백두산 호랑이의 유전자 다양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둥베이후는 한국에서는 백두산호랑이로, 북한에서는 고려범으로 각각 부르고 있는 시베리아호랑이를 지칭하며 한반도 북부와 중국 동북부, 시베리아 원동지역 등에 분포하고 있다.jj@seoul.co.kr
  • 美중간선거 결과 오해와 진실

    미국 중간선거 결과의 진실과 오해는? 주간 타임 인터넷판이 20일 선거 뒤 확산된 5가지 ‘신화’에 대한 오해를 짚었다.●인터넷을 이용한 ‘넷뿌리’ 선거운동 퇴조? 유명 진보 블로거들의 온라인 모금운동을 등에 업은 19명의 민주당 후보 중 8명이 당선됐다. 누리꾼 지원을 받은 16명 전원이 낙선했던 2004년의 성적표에 견줘 ‘대약진’을 이뤄낸 셈이다. 누리꾼들은 후원금을 몰아주고 ‘적대 후보’의 약점을 캐내 스캔들로 비화시키며 입김을 강화했다.●이라크전이 선거를 결정? 수렁에 빠진 이라크전은 전국적 이슈였다. 그러나 아브라모프 사건(로비스트 부패스캔들), 공화당 의원들의 성추문 등 각종 사건들이 결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출구조사에서 투표자 74%가 부패와 윤리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라크전은 67%에 그쳤다.●공화당은 지지 기반을 잃었나 공화당 지지자의 투표 참여율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출구조사에서도 ‘매주 교회 다니는 사람’ ‘복음주의자’,‘거듭난 백인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사람들의 참여도가 2004년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달라진 것은 부동층이 대거 민주당쪽에 줄을 선 것이다.“보수주의의 패배가 아닌 ‘공화당주의자’의 참패”란 말도 나왔다.●공화당 참패는 집권 6년차 징크스? 공화당은 선거구 조정으로 45석 이상 더 얻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참패했다. 민주당은 단 한 석도 잃지 않았다.1922년 이래 처음있는 일이지만 공화당은 압승을 거둔 1994년 선거에서도 4석을 잃었다. 기존 ‘6년 주기 패턴’과는 완전히 다르다.●민주당 승리는 보수후보 공천덕? 민주당 후보들은 정체성을 강조하기보다 집권당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민주당은 보수적 성향의 후보를 공천한 것이 아니라 후보들이 보수적인 메시지를 내세우는 데 치중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감정표현이 좀 성숙해졌죠?”

    “지금도 떨려요. 실수를 했는데도 우승해 너무 행복해요.” 19일 생애 두 번째 피겨스케이팅 성인무대인 파리 시니어그랑프리 4차대회에서 금메달의 신화를 쓴 김연아는 “마지막에 넘어졌을 때는 마무리를 잘 해야 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무릎 부상으로 연습을 많이 못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너무 기뻐요.”라며 10대 소녀의 해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감정 표현에 특히 신경을 썼어요. 시니어 무대인 만큼 아무래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하잖아요.”라며 우승의 비결을 설명했다. 이날 우승으로 2008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메달의 꿈도 가까워졌다. 김연아는 “올림픽까지는 시간이 많으니까 경기 하나하나를 잘 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면서 “팬들이 좋아하는 미셸 콴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며 수줍게 미소지었다. 아버지 김현석(50)씨와 어머니 박미희(48)씨의 평범한 가정의 2녀 중 막내인 김연아는 지독한 연습벌레. 오전 8시30분에 일어나 러닝으로 몸을 풀고 아침 식사 후 복근운동과 스트레칭 등 철저한 자기 관리는 곁에서 지켜보는 어른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161㎝,43㎏의 신이 내린 신체조건과 어머니의 지극한 보살핌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스스로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기에 ‘김연아 신화’가 가능했다. 김연아는 점프력과 승부근성이 최대의 강점이다. 특히 점프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김연아의 전 코치였던 김세열씨는 “많은 선수들을 지도해봤지만 김연아의 탄력성은 언제 봐도 놀랍다.”고 말했다. 트리플, 더블 악셀 등 공중회전의 기본이 높고 정확한 점프력인 만큼 김연아는 기술적인 면에서 가장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물론 약점도 있다. 바로 체력이다.이번 대회에서 난이도 높은 기술을 초반에 배치한 것도 체력 안배 때문이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JGTO 투어 던롭피닉스오픈] 우즈 ‘역전패’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역전불허 신화’가 깨졌다. 우즈는 19일 일본 미야자키의 피닉스골프장(파70·6907야드)에서 벌어진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던롭피닉스오픈 4라운드 연장 두번째 홀에서 올해 유럽프로골프(EPGA) 상금왕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에 버디를 얻어맞고 우승을 내줬다.우즈는 2라운드에서 단독선두에 올라선 뒤 대회 3연패를 별렀지만 막판 해링턴에 동타를 허용한 뒤 연장에서 역전패,‘연장불패’는 물론 ‘역전불허’의 신화에 금이 갔다. 프로 데뷔 이후 연장전에서 진 건 이번이 세번째. 지난 1998년 남아공에서 열린 네드뱅크챌린지에서 닉 프라이스(짐바브웨)에 발목을 잡힌 뒤 무려 8년 만이다. 단독선두나 공동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50차례 대회에서 45승을 거둔 ‘역전불허’의 명성에도 굵은 흠집이 났다. 우즈와 함께 우승조로 나선 세계 11위의 해링턴은 연장 두번째 홀, 러프에서 올린 세번째 샷을 핀 90㎝에 붙여 파에 그친 ‘붉은 셔츠의 대어’를 낚았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책꽂이]

    ●뎅기(박정규 지음, 멘토프레스 펴냄) 고등학교 과학교사인 저자가 쓴 신과 진화에 관한 이야기. 저자는 “천상과 지상의 법칙이 같은 것처럼 과학과 종교는 같다.”고 주장한다. 멕시코의 ‘깃털 달린 뱀’인 케찰코아틀 신화, 비라코차라 불리는 신비한 존재들에 의해 세워진 잉카문명, 키체 족의 마야문명 등을 소개하며 불가사의한 문명의 배후에 외계인이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뎅기는 ‘영원한 푸른 하늘’이라는 뜻의 옛 우리말.8500원.●임종국 평전(정운현 지음, 시대의 창 펴냄) 탁월한 인문학자이자 친일문제 연구가인 임종국의 삶을 다룬 평전. 스승인 조지훈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서울신문의 ‘흘러간 성좌’ 연재는 임종국이 친일 문제를 연구하게 된 단초가 됐다. 거머리가 무서워 모심기도 못한 소심한 성격, 독서회 사건으로 경성사범학교를 중퇴한 일 등의 일화가 실렸다.1만 6500원.●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36가지 습관(탕웨이훙 등 지음, 전인경 옮김, 럭스미디어 펴냄) 중국 전국시대의 시인 굴원은 창공을 바라보며 ‘천문(天問, 하늘에 묻다)’이라는 시를 썼다. 그는 천지 변화와 날씨의 변화를 물었다. 이런 물음이 철학가들의 깊은 사고를 불러왔고, 당나라 시인 유종원은 ‘천대(天對, 하늘에 대답하다)’라는 글로 화답했다. 의문을 던지기 좋아하는 사람이 큰 업적을 이룬다.“교만한 사람은 교만더미에서 자기를 망친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들려주며 겸손의 덕목도 강조한다.1만 3000원.●신기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 지음, 남기헌 옮김, 책세상 펴냄) 영국의 수학자이자 논리학자 동화작가인 저자의 대표작.1866년 출간 당시 2000부의 초판이 다 팔릴 정도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어린 오스카 와일드와 빅토리아 여왕도 이 책의 열렬한 독자였다. 앨리스가 꿈속에서 겪는 기이한 모험을 다룬 이 작품은 난센스, 은유, 언어유희 등 다양한 언어적 실험을 보여준다.5900원.●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정준호 지음, 삼우반 펴냄) 베토벤은 실러의 시 ‘환희에게’를 평생 간직하고 있다가 최후의 교향곡인 ‘합창 교향곡’을 완성했고, 토마스 만은 베토벤의 32번 소나타에서 받은 감동을 소설 ‘파우스트 박사’로 표현했다.T S 엘리어트는 바그너의 서사극 ‘니벨룽의 반지’를 재해석해 명시 ‘황무지’를 썼으며, 스트라빈스키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음악으로 번역하고자 했다. 이렇듯 음악가들은 문학작품을 통해 영감을 얻었고, 작가들 또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하는 음악을 동경했다. 예술 장르간의 ‘교류’를 다룬 에세이.1만 2000원.●아이의 심리학(조혜수 지음, 아울북 펴냄) 선택적 함묵증이란 게 있다. 아이가 특정한 상황에서 말을 할 수 없는 증상으로,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에는 인지 치료가 효과적이다.‘미운 네 살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의 마음을 읽는 법,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마음의 틀을 만들어주는 상황별 대처법이 실렸다.1만원.
  • 조직활력 강조 강회장의 ‘멸치와 가물치론’

    ‘샐러리맨 출신 그룹 회장’ 신화로 유명한 강덕수(55) STX그룹 회장은 기회있을 때마다 ‘멸치와 가물치론’을 강조한다. “서울에서 싱싱한 멸치 회를 맛보려면 가물치 몇마리가 꼭 필요하다. 멸치란 놈은 성질이 급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죽어버린다. 그렇지만 가물치 한마리만 수조에 풀어놓으면 바닷가에서 서울까지 옮겨와도 생생하게 살아남는다.” 조직의 활력을 위해서는 적당한 긴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 자신,365일 내내 현장을 쫓아다니며 부지런하게 움직인다.“한번 2류 그룹으로 묶이면 영원히 2류로 남는다.”며 중견그룹으로 분류되기도 거부한다.
  • [변신 성공한 그룹들] (5) STX그룹

    [변신 성공한 그룹들] (5) STX그룹

    STX그룹은 일반인에게 아직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신화’로 통한다. 현대의 창업 정신과 두산의 인수·합병(M&A) 기술을 섞어놓은 신흥그룹이다. 못난이 4형제(쌍용중공업, 대동조선, 산업단지관리공단, 범양상선)를 사들여 국내 또는 국제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우량 기업으로 변신시켰다.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자식’ 4명(STX엔파코,STX중공업,㈜STX,STX건설)을 아예 새로 낳기도 했다. 두산이 ‘문과’에서 ‘이과’로 전과(轉科)에 성공한 예라면,STX는 전공을 그대로 살린 채 열등생에서 우등생으로 변신한 대표적 예다. 그룹이 출범한 지 불과 5년만에 매출이 28배 뛰었다. ●쌍용중공업 인수가 신호탄 외환 위기로 쌍용그룹이 부실해지면서 계열사였던 쌍용중공업도 퇴출 위기에 내몰렸다. 결국 회사는 2000년 외국계 컨소시엄에 넘어갔고, 대표이사에 당시 재무 담당 최고책임자(CFO)였던 강덕수 전무가 발탁됐다. 외국계 컨소시엄은 경영권 장악보다는 차익 실현이 관심사였다. 강 사장은 회사에서 받은 스톡옵션과 사재를 털어 쌍용중공업을 사들였다.2001년 5월, 회사 이름을 ㈜STX로 바꿨다. 그룹의 시작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재계는 “외환위기 덕분에 운좋게 회사를 싼값에 사들였다.”며 시샘섞인 부러움을 보냈을 뿐, 향후 M&A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줄은 짐작조차 못했다. STX는 그룹 신고식을 치른 지 5개월만에 대동조선을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민영화 대상이던 구미·반월산업공단의 열병합발전소를 사들였다. 2004년 11월, 당시 그룹 전체 매출 규모와 맞먹는 4151억원짜리 범양상선을 인수하면서 STX의 M&A 신화는 절정에 이르렀다. 또 하나의 법정관리기업 대한통운을 놓고 포스코·금호아시아나 등과 한판 승부를 예고해 놓고 있다. 그렇다고 부실기업만 사들여 손쉽게 대박의 꿈을 이룬 것은 아니다.STX엔파코(선박 부품),STX중공업,㈜STX(무역·에너지),STX건설을 차례로 신규 설립하기도 했다. 이를 압축하면 크게 세갈래. 해운·물류, 조선·기계, 에너지·건설이다. 상호 연관돼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크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기업은 아무리 돈벌이가 돼도 인수하지도, 설립하지도 않았다.“한 우물만 파겠다.”는 강 회장의 소신 때문이다. ●부실기업을 세계 7위 조선소로 수직 계열화 못지않게 오늘날의 STX그룹을 있게 한 또하나의 비결은 ‘투자’다. 신공법 개발 등을 위해 대동조선에 직접 쏟아부은 금액만도 5000억원에 이른다. 덕분에 생산성의 척도인 연간 건조능력이 2001년 14척에서 47척으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수주액도 10배 이상(3억달러→36억달러) 늘었다.STX조선으로 간판을 바꾼 이 회사는 현재 세계 7위의 조선소다. 증권거래소에도 상장했다. 17년간 법정관리를 받았던 범양상선도 STX팬오션으로 이름을 바꾼 뒤 지난해 7월 국내 기업 최초로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출범 당시와 비교하면 그룹 매출은 5년새 28배, 자산은 12배가 늘었다. 올해는 매출 8조 1000억원, 경상이익 4000억원이 예상된다.2010년까지 매출 15조원을 달성해 사명(社名)대로 세계속의 우수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이다.STX는 시스템·테크놀로지·엑셀런스의 약자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사쿠라의 나라에서 이룬 ‘조센징’ 신화 - 백만장자 김대영

    사쿠라의 나라에서 이룬 ‘조센징’ 신화 - 백만장자 김대영

    글 최준 시인 · 사진 한찬호 사진작가 신화의 주인공 누군가의 표현대로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가까이 있어 부대낌도 많았고 그 부대낌의 와중에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주로 당해준 쪽이 우리였고 먼저 성가시게 군 쪽은 저쪽이었다. 이런 입장도 지극히 상대적인 것이어서, 두 나라는 과거사와 현재를 두고 말들도 많다. 물과 기름 사이가 이럴까. 그 티격태격 와중에도 우리 교포들은 차별과 멸시를 견디며 일본 사회의 일부를 형성해 왔다. 이들 중에는 일본으로 귀화한 현실파도 있고, 끝끝내 한국 국적을 고집하고 있는 민족파도 있다.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테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처절한(?) 민족파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50년을 일본에서 살았다. 끝끝내 일본인이 되지 않았다. 김대영. 재일교포 사회에서 ‘김대영’이라는 이름은 신화다. 신화의 시작은 일본강점기 말기인 194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화의 주인공은 열다섯 살 나이에 친구의 이름을 빌려 일본으로 밀입국한다. 일본에 가기 위해 일본 유학을 중도 포기한 친구의 학생증을 위조했다.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학생증을 빌려주었던 친구는 오랜 뒤에 집을 한 채 선물로 받았다. 신화의 시작을 가능하게 해 주었던 것에 대한 답례였다. 신화의 주인공은 의지 못지않게 그를 뒷받침하는 재능도 있었던 모양이다. 천재는 말 그대로 하늘이 내린 재주이니 함부로 지칭하지 못하겠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수재는 족히 되었던 모양이다. 독학과 고학으로 요코스카 중학과 요코하마 전문학교, 중앙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주인공의 말을 빌면, 이 모든 것이 운이 따라주어 가능한 일이었단다. 일본에서 살았던 50년 동안 실패를 몰랐다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운이라는 게 기껏해야 한두 번이지 장장 50년 세월을 운으로 버텼다는 주인공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신화’를 ‘민담’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노릇이다. 운이라는 것도,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준비하는 자’ 혹은 ‘준비된 자’ 의 특권일 터이다. 천부적 감각의 사업가 수박 장사, 물비누 장사, 나무 장사와 커피숍 운영. 신화의 주인공이 일본에서 했던 장사다. 물론 그를 백만장자로 만든 파칭코 사업을 시작하기 전의 일들이다. 수박 장사, 물비누 장사, 나무 장사는 중앙대학교 법학과 재학 중에 했던 장사였다. 학생 장사꾼이었으니 생계유지와 학업을 위한 고학생의 고육책이었던 셈이다. 수박 노점상을 할 때 벌인 야쿠자들과의 담판과 문외한이었던 비누 제조 과정에서의 무수한 실패와 같은 여러 경험들은 사업 성공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이중에는 장사 와중에 가지게 된 자신감도 포함되어 있다.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특히 중요한 게 자신감이다. 자신감을 가진다면 그 일은 이미 반쯤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자신감을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로 꼽는다. 일본이 패망하고 조국이 독립했다. 중앙대학교 법학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일본에서 해방을 맞았다. 절망과 침잠의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는 법관에의 꿈을 접는다. 귀화가 문제였다. 상황이 변했다. 해방을 계기로 일본에서 사법고시를 치르려면 일본 국적을 가져야만 했다. 그는 민족 차별을 하지 않았던 존경하는 대학 은사의 간절한 귀화 권유를 거부했다. 일본 생활에서 받은 차별과 설움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도 자존심과 오기가 귀화를 막았다. 법관을 포기한 그가 택한 길은 사업에서의 성공이었다. 성공한 한국인으로 오만하고 불손한 일본 사회에 본때를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처음 시작한 본격적인 사업이 커피숍이었다. 스물다섯 살 젊은 사장은 커피 리필 제도를 도쿄에서 처음으로 실시했다. 커피숍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문을 연 지 4년 정도 되어 커피숍을 정리했다. 큰 돈이 손에 쥐어졌다. 남들은 대단한 성공이라며 부러워했지만 그는 아니었다.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일본인들이 관상용으로 즐겨 기르는 이 물고기는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센티미터에서 8센티미터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아주 큰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 두면 15센티미터에서 25센티미터까지 자란다. 이 물고기를 강물에 방류하면 90센티미터에서 120센티미터까지 성장한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집에 실려 있는 글이다. 꿈의 크기와 성공의 크기가 비례한다는 걸 말하기 위해 이 물고기를 예로 들었다. 이 같은 자신의 지론대로 그는 큰 꿈을 실천에 옮긴다. 파칭코 사업이었다. 이 사업으로 그는 백만장자가 되었다. 얼마 전에 사행성 성인오락 게임인 ‘바다이야기’ 파문이 우리 사회를 술렁였지만 그의 사업은 합법적인 사업이었다. 산케이신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 일본의 중요 언론들이 “새로운 신화의 탄생”이니 “파칭코 업계의 돌풍”이니 하며 그의 성공을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그 성공의 주인공이 일본인이 아닌 ‘조센징 김대영’이라는 사실은 어느 매체도 보도하지 않았다. 일본에서의 성공은 그렇듯 주인공 없는 신화였다. 그 주인공이 ‘조센징’이었기에 일본은 신화만 남기고 주인공을 지웠다. 영원한 한국인 조센징 신화를 이룬 김대영 회장은 1989년에 영주 귀국한다. 부와 명예를 안겨주고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 일본은 그러나 조국이 아니었다. 귀화하지 않고 한국 국적을 지닌 채 50년 동안 일본에서 걸어 온 길이 어떠했을까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겠다. 그의 영주 귀국은 망망대해를 헤쳐 다니다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생을 마감하는 연어의 회귀와 다르지 않다. 10%의 믿음만 주어도 속이지 않고 배신하지 않던 일본인들. 그러나 100% 믿었던 동족의 배신으로 평생 없었던 실패를 고국에서 경험했던 아픈 과거를 그가 이야기한다. 일본 생활을 정리한 그가 한국에서의 마지막 사업으로 계획했던 게 골프장 경영이었다. 그러나 정직 우선의 사업 습관이 몸에 밴 그는 사술과 거짓이 난무하는 국내 사업의 실상을 깨닫는 데 너무도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가장 믿었던 측근들에게 사기당하고 배신당했다. 을지로 입구에 있는 커피숍에서 듣는 사람이 오히려 화나는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50년 만에 돌아온 조국을 원망하지 않았고 자신을 배신한 사람들을 미워하지도 않았다. 여든 인생은 거저 지나온 시간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아우르는 넉넉함이 있었고 인생을 열심히 산 사람만이 가질 수 있을 내면의 여유가 있었다. 그를 만나러 가던 내 가방에는 《지금도 내 가슴엔 무궁화꽃이 핀다》라는 제목의 책 한 권이 들어 있었다. 그가 자신의 지난 삶을 손수 정리해 발간했다. 유언과 같은 한마디라고 스스로 밝힌, 만나기 직전에야 다 읽은 그의 책 서문에 씌어 있는 한마디 말로 신화를 마무리하자. “그대는 인생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그대는 자신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좌절하더라도 포기하지는 말라.”       월간 <삶과꿈> 2006.11 구독문의:02-319-3791
  • “성공할 기회 못가졌을뿐 8·31 실패한 정책 아니다”

    청와대는 16일 “부동산 정책의 근간인 8·31대책은 실패한 정책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이제야 시장에서 본격 가동되기 시작해 아직 성공할 기회를 갖지 못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윤대희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부동산 안정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글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나온 윤 수석의 글은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나 다름없다. 윤 수석은 ‘11·15대책’의 공급확대 계획과 관련,“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더 싼 가격에 더 빨리’ 공급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8·31 대책 이후 추진해온 ‘투기억제와 공급확대’라는 두 축에 따른 공급정책이라는 것이다. 윤 수석은 “정책기조의 ‘전환’이 아닌 ‘보완·강화’”라면서 “최근의 상황 관리에 미흡했던 대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특히 “분양가를 낮추고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분양방식과 제도를 종합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는 방향도 제시했다. 세제 정상화와 실거래가 등기부 기재 등 투기억제 제도와 관련,“가다가 주저앉지 않는다.”면서 “참여정부 이후에도 바꿀 수 없다.”고 못박았다. 윤 수석은 “부동산 정책은 대통령과 청와대가 확고하게 중심을 잡고 일관되게 추진해 나간다.”면서 부동산 정책의 추진 추제가 바뀌었다는 해석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추병직 건교부장관 등의 사퇴에 대해 “정책 기조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장의 동요와 실수요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종합적인 책임을 느끼고 사의를 표한 것”이라고 해명한 뒤,“인사권자의 사의 수용도 소모적인 책임 논란보다는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국정운영이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문수 청와대 보좌관은 이날 사퇴의 글을 통해 “다만 아직도 뿌리깊은 시장불안과 그 근저에 있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불식하지 못한 점은 끝내 아쉬운 대목”이라면서 “그러나 이미 씨는 뿌려졌다고 생각하며, 머지않아 이 망국병은 치유될 것”이라고 말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차세대 축구 감독 ‘한국 피’ 수혈 필요

    홍명보 코치가 깜짝 데뷔했다. 지난 화요일, 창원에서 벌어진 한·일 올림픽대표 평가전에서 홍 코치는 아시안컵 이란 원정 때문에 자리를 비운 핌 베어벡 감독을 대신해 임시 감독직을 맡은 것이다. 비록 무승부로 끝났지만, 숙적 일본을 맞아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한 수 위의 기량으로 경기 전체를 압도했기 때문에 임시 감독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었다. 특히 미드필드 라인을 튼튼하게 구축하면서 부챗살처럼 좌우 측면으로 깊게 파고든 전술적 판단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비록 단 한 경기를 임시로 맡은 홍 코치이고, 현재 그의 직책이 핌 베어벡 감독과 압신 고트비 수석 코치 다음으로 서열 3위이지만, 수많은 팬과 언론이 ‘임시’ 감독 홍명보를 주목했던 것은 각별한 의의가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 축구는 외국인 감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수많은 외국인 감독이 대표팀과 K-리그를 거쳐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외국인 감독들이 중책을 맡고 있다. 축구의 세계화, 혹은 선진 축구 기술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수혈과 연계라는 관점에서 앞으로도 외국인 감독은 필요하다. 브라질 출신 파리아스 포항 감독과 스위스 출신 애글리 부산 감독 등이 있음으로 K-리그 구단의 색깔이 다채롭게 빛난다. 이를 통해 수많은 전술과 미학과 경기력이 펼쳐지고 있으니 이는 더욱 권장해야 할 사항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과거처럼 대표팀 감독은 무조건 한국인이 맡아야 한다는 순혈주의는 필요없지만 월드컵 6회 연속 진출에 4강 신화까지 이룬 한국 축구라면 이제는 명장 대열에 한국인 감독의 이름을 올릴 때가 온 것이다. 원로 세대인 박종환, 김정남 감독에 이어 차범근, 허정무, 이장수 등의 중추 세대가 활약하고 있지만 이제는 홍명보, 황선홍, 김태영 등 차세대 감독들이 적극 나설 때가 됐다. 이를 위해 본인은 물론 협회 차원에서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물론 30대 후반의 스타 출신 선수들이 반드시 차세대 감독 자리를 마치 승진하듯 이어받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스타 출신일수록 지도자로서 겪어야 할 혹독한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고 서열 우선으로 무조건 코치직을 몇 년 이상 해야 한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뛰어난 경기력과 남다른 경륜을 쌓은 30대 후반 코치들이 유럽으로 진출해 최신 이론과 흐름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 점에서 오스트리아리그에서 ‘노익장’을 과시한 서정원이 그 지역을 발판 삼아 지도자로 거듭나려 한다는 소식은 매우 반갑다. 축구협회와 프로구단의 장기적인 비전 속에서 젊은 코치들이 유럽 리그로 나가 제대로 수업을 받아야 하며, 이를 통해 제2, 제3의 홍명보 ‘임시 감독’들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프로농구] ‘돌아온 버로’ 12점 6R

    지난 04∼05시즌은 안양 농구팬들에게 꿈같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KT&G(당시 SBS)가 단테 존스를 영입, 기적 같은 15연승의 신화를 쓴 것. 최고의 테크니션 존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골밑을 착실하게 지키면서도 피딩에 능한 고향 선배 주니어 버로(33·199㎝)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올 시즌 초반 용병센터 웨슬리 윌슨이 존스와 엇박자를 내며 팀성적이 신통치 않자 KT&G는 윌슨을 퇴출시키고 버로를 불러들이는 승부수를 띄웠다. 15일 잠실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존스-버로 콤비가 첫선을 보였다. 전날 비자를 받기 위해 일본에 다녀온 버로가 팀훈련을 소화한 것은 이날 아침이 전부. 하지만 “영리한 선수니까 리바운드와 스크린 정도는 해줄 것”이라는 김동광 감독의 바람을 충실히 이행했다. 무릎이 안 좋아 어슬렁거리면서도 12점 6리바운드에 5어시스트 3스틸을 올려 활력을 불어넣었다. KT&G가 삼성을 89-86으로 누르고 원정 5연승의 신바람을 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6) 지성에서 본성에로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6) 지성에서 본성에로

    맹자는 철학적으로 매우 주목할 만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 세상의 도(道)를 두가지로 분류하여, 요·순(堯舜)의 도와 탕·무(湯武)의 도를 구분했다. 요순은 중국역사의 새벽에 있었던 전설같은 성군을 가리키고, 탕왕은 무도한 하(夏)나라의 걸(桀)왕을 징벌하여 은(殷)나라를 세운 임금이고, 무왕은 역시 무도한 은나라의 주(紂)왕을 토벌하여 주(周)나라를 건설한 성군을 말한다. 요순의 도는 생이지지(生而知之)로써 요순의 마음이 바로 그 자연의 도와 일치하여 백성이 유순한 풀처럼 그 도의 덕화에 감응되었다는 것이다. 맹자는 그 요순의 덕을 성자(性者=마음의 본성 자체)나 성지(性之=본성이 그대로 작용함)라고 읊었다. 그 반면에 탕무의 도는 학이지지(學而知之)로써 탕무가 후천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노력하고 배워서 세상을 후덕한 성선(性善)으로 다스렸다는 것이다. 이런 탕무의 도를 맹자는 반지(反之=본성을 돌이켜 되찾음)나 신지(身之=몸으로 본성을 닦으려 노력함)라고 말했다. 맹자의 저 분류는 성인의 세계를 두 가지로 분류한 것인데, 저 분류가 철학적으로 대단한 의미를 띠고 있다고 여겨진다. 요순의 도는 무위적(無爲的) 성선의 도를 뜻하고, 탕무는 능위적(能爲的) 성선의 도를 말하는 셈이겠다. 무위적 성선의 도는 자연의 자발성으로 나타나는 성선의 도를 말하고, 능위적 성선의 도는 사회의 인위적 학습으로 이루어지는 성선의 도를 가리킨다고 봐도 좋겠다. 그런데 탕무는 후천적 노력으로 요행히 요순의 경지에 이르렀겠지만, 모든 인간이 저렇게 해서 곧 자연적 본성인 성선을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증거로는 유가의 역사에서 중국 고대의 준 신화적 성현들을 제외하고 저 본성을 되찾은 화신들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자(朱子)도 특출한 대학자이지 성인으로 추대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주자학에서 성학(聖學)을 공부한 그 많은 학자들도 성인이 못되고, 다만 지성인의 수준으로 끝난 이유가 무엇인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맹자가 모든 인간은 다 요순이 될 수 있다고 가르쳤는데, 실제로 요순이 된 사람이 현실적으로 얼마인가? 공자를 제외하고 요순과 유사한 위치에 오른 분이 있는가? 유가적 성인공부의 후천적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탕무의 공부는 요순처럼 자연적이고 자발적인 인간 본성의 발로가 아니고, 이미 사회적인 문명의 구도 안에서 일어난 본성의 회복 공부다. 자연적 무위와 사회적 능위는 다르다. 자연적 무위는 자연의 본래적 존재방식을 말한다.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는 본래적 자연의 상태를 ‘좋은 야생’(le bon sauvage)이라고 읊었다. 주위에 경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에 남들과 생존 경쟁심에 불타서 질투에 어린 소유욕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떤 이웃이 도움을 요청하면 자기 일처럼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마음의 성향이 그대로 나타난다고 하겠다. 그런 자연상태에서 마음은 늘 여유가 있고 고요해서, 성선의 본성을 그냥 그대로 발양할 수 있었겠다. 루소나 하이데거가 잘 묘사했듯이, 거기에 인간은 ‘놀이하는 아이’처럼 그렇게 즐기면서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연을 순수 낭만으로 보려는 것은 아니다. 자연도 생존하기 위하여 타자의 생명을 빼앗는다. 처절하다. 그러나 그 생존법칙은 생물학적 본능에 충실할 뿐이지 그 이상의 악의가 없다. 자연에서 생존의 상극적 본능과 존재의 상생적 관계가 다르지 않다. 동식물은 서로 먹고 먹히면서 동시에 서로 존재하도록 도와준다. 생사일여(生死一如)와 같다 하겠다. 존재의 상생관계는 자연에서 타자가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상즉상입(相卽相入)의 작용을 가리킨다. 자연은 본능적 상극과 본성적 상생의 두 가지 법칙이 천 짜기처럼 오가는 이중성의 모습을 지닌다. 그런 인간이 사회생활을 형성하게 되었다. 사회생활은 인간이 자연생활을 떠난 문명을 만들기 시작했음을 말한다. 문명은 인간이 만들어가야 하는 능위적 세계를 말한다. 자연이 보시해 주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인간이 주인이 되어서 자연을 종속시키는 행위를 시작했다. 자연의 주인이 되고 인간이 사회의 지배자가 되기 위한 무기는 지성(지능)과 의지다. 높은 지성과 강한 의지를 가진 인간이 그 동안 역사와 사회의 주인이 되어왔다. 지성과 의지가 그간 인류의 역사를 설명하는 원동력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지성과 의지의 철학은 인간이란 주체와 세상이란 객체를 둘로 나누는 이분법을 논리적 원칙으로 여겨왔다. 그래서 지성(지능)은 과학을 불렀고, 의지는 도덕을 만들었다. 앞에서 거론한 탕무의 도는 지성과 의지의 노력으로 다시 요순의 도를 복원시킨 인물로 맹자에 의하여 기술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역사의 실상에서 탕무와 같은 능위적 도가 인간을 요순의 본성에로 되돌린 성공의 사례가 너무나 희박하다. 여기서 나는 지성과 의지의 노력으로 과연 본성의 성선이 회복될 것인가 하는 데에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지성과 의지가 인간으로 하여금 본성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성은 주체적 인간의 활동에 방해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을 낳았고, 의지는 인간사회에서 마음의 탐욕을 해소시킬 수 있는 당위적 도덕규칙을 가까이 했다. 지성은 주체가 늘 문제로써의 객체를 공략하는 전투적 공격성을 버린 적이 없고, 의지는 선의 세상을 만들고 악을 제거하기 위한 선의지의 전투정신을 선양하는 데 모든 정력을 쏟아 왔다. 이것이 서양의 정신과 그 철학의 기본정신이라 하겠다. 그래서 서양철학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모했고, 서양도덕은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악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개종시키든지 아니면 항복시키든지 하는 전략을 성전의 사명이라고 역설해 왔다. 이런 서양사상의 자기중심주의를 철학적으로 반성하는 운동이 최근에 일어났다. 데리다와 같은 프랑스의 철학자는 그런 서양중심주의를 ‘백색신화’(white mythology)라고 풍자했고, 독일의 하이데거는 서양의 지성과 의지의 철학을 만듦의 철학으로 규정하면서 그 만듦의 사상이 결국 세상을 서양중심으로 집단심문(Ge-stell)하는 의도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인간중심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백인 중심주의적 사상을 보편성이 있는 양 알리기 위한 수사학적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중심주의는 곧 백인중심의 자아주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서양이 만든 지성의 과학이 지금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과학은 사유하지 않는다.’라고 그의 저서인 ‘무엇이 사유라고 불려지는가?’에서 언명했다.‘과학이 사유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충격적이겠다. 왜냐하면 과학은 지성적 사고의 정상인데, 그런 과학이 사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데거가 말한 사유는 ‘내가 생각한다.’는 그런 자아의 문제해결식 사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성의 사유를 일컫는다. 그 동안 지성이 모든 사고를 전담함으로써 오히려 본성이 사유하는 기회를 잃게 되었다는 것이 하이데거의 지론이다. 지성적 사고는 인간주체가 객체를 문제로써 설정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객관적 사고가 전부다. 주체가 바깥의 문제를 과학기술적으로 해결하면, 문제가 자동적으로 다 해소된다고 주체로서의 인간은 착각해 왔다. 그리고 하이데거는 그의 사상에서 도덕을 말하지 않았다. 그가 비도덕적이라서 도덕을 그의 사유에서 제외시켰는가? 아니다. 세상의 악과 불의를 선의지로 극복하겠다는 도덕주의적 구원론적 생각을 그는 허망한 짓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악과 불의는 선의지의 주체 앞에 선 객체로서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마음이 어떤 미망(errancy)으로 생긴 집착(insistence)의 결과에 다름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이데거는 과학도 본성의 사유가 아니고, 도덕도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기약하는 결의로 봐서도 안 된다고 본다. 그는 ‘진리의 본질’(the essence of truth)을 ‘본성의 진리’(the truth of essence)와 유사한 의미로 읽어야 함을 그의 논문 ‘진리의 본질에 관하여’에서 강조한다. 이제 진리의 본질을 과학적이거나 도덕적이라고 여기지 말고, 본성의 진리로 깨달을 것을 종용한다. 무엇이 본성인가? 그가 말한 본성은 인간본성만을 지칭하지 않고, 이 우주의 자연성과 일치하는 그런 차원을 뜻한다. 그 본성은 마치 마명(馬鳴)대사나 원효대사가 말하는 일심(一心)과 유사한 의미로 읽혀진다. 일심은 우주자연의 모든 삼라만상이 다 한 마음으로 일체적 상응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요순의 마음은 이 일심의 마음처럼 일체 자연과 다 상응하는 그런 형제애를 말한다. 이 요순의 마음은 부처의 마음과 그리스도의 마음과 다르지 않겠다. 이것이 본성이다. 앞으로 인류의 사유는 인간의 마음속에 이미 와 있는 이 본성의 마음이 스스로 사유하고 활동하도록 돕는 데 있다 하겠다. 이것이 미래 종교와 철학의 역할이겠다. 하이데거는 이 본성의 마음을 허공의 무(無)를 닮은 자유(무애)의 마음이라 불렀다. 무를 닮은 마음은 인간의 지성적 의지적 소유욕을 버린 마음이다. 무를 닮은 마음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일체존재를 한없이 아끼고 보살피는 너그러움에 다름 아니다. 그 마음은 자아가 조금이라도 거기에 작용하면 일체존재가 깨어지고 자아중심으로 세상의 존재가 다 산산조각으로 박살난다는 것을 안다. 도덕적 선에의 자의식으로 무장된 결의의 도덕적 인간에게 그런 무를 닮은 본성의 마음이 나타나지 않는다. 결의에 찬 인간의 마음은 물이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유연하지 않고, 고체처럼 얼음처럼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본성은 자아에 의하여 만들어지지 않고, 자아가 사라지는 곳에 돌연히 등장하는 지혜고 자비다. 나는 그 본성이 베르그송이 말한 ‘공평무사한 본능’(disinterested instinct)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에서 본능과 본성은 일치한다. 자연성으로서의 본성은 사욕이 전혀 없는 공평무사한 본능과 다를 바가 없겠다. 본능이기에 그것은 좋은 것을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힘을 지녔고, 공평무사하기에 그 본능은 이기적인 짓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펑무사한 본능’은 자리이타적(自利利他的)인 사유를 결행한다. 그것이 본성의 사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月상환액 소득의 40% 안넘어야

    月상환액 소득의 40% 안넘어야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9)씨 부부는 최근 시중은행에서 ‘자산 리모델링’ 상담을 받았다.4년 전 김씨 부부는 1억 3000만원짜리 빌라에 살면서 주택담보대출 1억 2000만원을 받아 추가로 1억 6000만원짜리 집을 샀다. 맞벌이 부부여서 연소득이 6500만원 정도는 됐기 때문에 다소 무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 추가로 구입한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아 ‘대박의 꿈’이 가물가물해졌다. 더구나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쓰고, 저축을 게을리하는 바람에 총 부채가 2억원을 훌쩍 넘었다. 김씨는 “부채상환 원리금으로만 한 달에 170여만원씩 들어가는데다 교육비와 생활비까지 합치면 매월 100여만원씩 적자가 난다.”면서 “내년에는 1가구 2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중과한다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불패’가 계속되면서 김씨처럼 무리해서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신의 수입이나 상환계획을 따지지 않는 ‘묻지마 투자’로 가계대출은 눈덩이처럼 불었고, 급기야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가계가 지출한 주택담보대출 이자액만 8조 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조 1000억원보다 17.8%나 증가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주위에서 아무리 부동산 성공 신화를 이야기하더라도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효과적인 재무설계를 위해서는 매월 부채 상환액이 월 순소득의 40% 이하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는 자기자본이 최소한 50%를 넘어야 안정적이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PB지원실 김은정 차장은 “이미 주택 구입 계획이 세워졌던 사람은 서두르는 게 좋지만, 아무런 계획 없이 덜컹 대출받아 집을 장만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면서 “집값 거품이 조금이라도 꺼지면, 소득 범위를 넘어서는 이자를 물면서 장만한 집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특히 “지금은 모든 아파트가 다 오르는 것처럼 보이나 곧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출받을 때는 자신의 수입과 현금 흐름을 따져본 뒤 만기에 일시상환할지, 월 상환액이 점차 줄어드는 원금 균등분할상환을 택할지, 아니면 상환액이 끝까지 똑같은 원리금 균등분할상환으로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연체 위험이 높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보다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금리는 물론 설정비와 중도상환수수료, 각종 금리 우대 혜택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메이드 인 재팬’ 품질 신화 흔들린다

    ‘메이드 인 재팬’ 품질 신화 흔들린다

    |도쿄 이춘규특파원|‘품질대국 일본’이 흔들리고 있다. 모노쓰쿠리(물건만들기)로 대표되는 일본 제조업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체들이 품질관리에 소홀,‘품질의 복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조업 대국 일본의 상징인 소니가 노트북 전지 발화사건으로, 도요타자동차는 대량리콜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발행된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 최신호의 일본 소비자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의 69.7%는 ‘일본제품의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답했다.‘변화가 없다.’는 20.9%였고,‘향상되고 있다.’는 응답은 8.7%에 그쳤다. 잡지에 따르면 과거 ‘메이드 인 재팬’은 높은 품질을 보증했지만 기업들이 1990년대 거품경제후 효율성 향상과 양적 확대에 치중하면서 품질 신화가 크게 도전받고 있다. 소니와 도요타자동차뿐이 아니다. 히다치제작소는 원자력발전소 터빈 문제로, 마쓰시타전기산업은 석유온풍기 결함, 미쓰비시자동차는 결함 은폐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각 기업의 경영전략 중 ‘품질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글로벌화에 동반된 단기적 이익추구, 비용삭감 성향이 강해진 것이 품질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특히 “일본제품이 ‘품질 초일류’를 회복하려면 어린이 교육도 ‘재생’해야 하기 때문에 50년 정도가 걸릴 수 있다.”는 극단적인 지적도 나온다. taein@seoul.co.kr
  • [코나미컵] 타이완 급성장… 亞게임 3연패 빨간불

    |도쿄 박준석특파원|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신화를 일굴 때만 해도 한국야구는 아시아 수준을 넘어 세계의 수준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12일 끝난 제2회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삼성이 졸전 끝에 4팀 중 3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물러나자, 우려했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졌다. 물론 삼성이 한국야구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야구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는 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대회 직전 “목표는 우승”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니혼햄(일본)과의 결승전을 기정사실화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라뉴에 발목을 잡혔다. 그럴 가능성은 곳곳에서 감지돼 왔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자 삼성은 물론 한국 야구계는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타이완리그는 국내리그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돼 왔다. 한국에서 퇴출된 외국인 선수가 주로 뛰는 무대로 여겨졌다. 라뉴는 예선에서 삼성에 7-1로 대승한 니혼햄을 상대로 1-2로 졌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쳐 삼성전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암시했었다. 타이완은 한국야구를 넘기 위해 줄곧 준비해 왔다. 이번에도 한국시리즈가 벌어지는 동안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해당하는 중화직업야구대연맹에서 비디오 분석관을 파견, 삼성의 전력을 낱낱이 분석해온 게 사실이다. 국내 팬들은 프로팀끼리의 대결인 코나미컵의 후폭풍이 도하아시안게임에 몰아칠 것으로 걱정한다.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하는 한국은 국내외 프로선수까지 총동원한 타이완을 최대의 난적으로 꼽는다. 하지만 말만 외칠 뿐 정작 준비에는 소홀해 우려를 낳는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대표선수 소집 과정에서도 부상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소집에서 불응하는 선수들이 줄을 섰다. 하지만 타이완은 이번을 아시안게임 우승의 절호의 기회로 여기며 최고의 선수로 선수단을 구성,‘타도 한국’을 외치고 있다. 이미 아시아의 ‘종이호랑이’임이 드러난 한국야구가 또 한번 타이완에 수모를 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상대를 정확히 직시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를 냉철히 평가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pjs@seoul.co.kr
  • 람세스 저자와 나일강변을 걷다

    역사 여행가들에게 파라오의 나라 이집트 여행은 ‘꿈의 실현’에 가깝다. 고대문명의 정수인 이집트를 모르고서 어찌 역사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의미 있는 여행의 안내자가 이집트에 대한 열정과 해박한 지식, 맛깔스러운 글솜씨를 갖춘 크리스티앙 자크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터. ‘크리스티앙 자크와 함께 하는 이집트 여행’(김병욱 옮김, 문학세계사 펴냄)은 고대 이집트를 전공한 학자이자 ‘람세스’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탁월한 작가의 이집트 안내서다. 저자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신들의 세계까지 이집트 문명의 영혼과 정수에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최초의 파라오 메네스부터 시작하여 4세기 말의 마지막 상형문자 기록에 이르기까지 이집트를 만든 파라오들의 30여 왕조가 무대에 올려져 환하게 조명된다. 자크는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을 선택했다. 즉 북쪽의 델타 지역에서 남쪽의 나일강 상류 아부심벨을 향해 가는 것이다. 먼저 카이로 시내의 박물관에서 엄청난 유물들에 대한 중요한 관람 요령을 알려주는 데 이어 기자 지역에선 빛의 수호신인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상세히 소개한다. 오시리스신의 비밀신전과 람세스 2세 신전이 있는 아비도스를 거쳐 도착한 테베는 저자의 설명이 돋보이는 곳. 왕과 여왕, 귀족들의 무덤들에 그려진 벽화들의 생생한 세부 묘사나 당시 사회상을 곁들인 이야기들에선 작가가 이집트 연구에 바친 40년의 세월이 묻어나 있다. 나일강 상류인 아스완 지역은 작가가 특히 관심을 갖는 곳이다. 거대한 댐의 건설로 수몰될 뻔한 신전들과 유적이 많은 곳이기 때문.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원래의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진 문화유산들은 엄청난 규모와 뛰어난 예술성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하지만 댐이 세워진 후 이곳의 풍요로움이 사라지고 있다고 저자는 아쉬워한다. 각 장마다 유적 하나하나의 평면도를 보여주고, 그곳의 신전, 조각상, 벽화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신화적 해석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들려줌으로써 현장에서 설명을 듣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1만 6000원.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토요영화]

    ●트로이(SBS 오후11시5분) 고대 그리스 시대. 트로이 왕자 ‘파리스’는 스파르타 왕비 ‘헬레네’를 꼬여내 트로이로 온다. 졸지에 아내를 뺏긴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는 형이자 미케네 왕 ‘아가멤논’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리스 제패를 꿈꾸던 아가멤논은 도시국가 연합군을 구성, 트로이를 침공한다. 그러나 과단성 있는 왕 ‘프리아모스’와 뛰어난 지략가인 왕자 ‘헥토르’가 버티고 있는 트로이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가멤논은 최고의 전사 ‘아킬레스’를 투입해 승리를 노리지만, 전리품으로 얻은 트로이 여사제 처리 문제 때문에 그만 사이가 틀어져 버린다. 아킬레스가 전장에서 빠지자 양쪽은 지루한 공방전만 거듭하게 되고 연합군 진영에서는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 작전이 논의되기 시작하는데…. 섹시 스타의 대명사 브래드 피트,‘헐크’·‘뮌헨’의 에릭 바나,‘반지의 제왕’의 올란도 블룸, 발레리나 출신 독일 여배우 다이앤 크루거 등 쟁쟁한 배우들이 총출동한 데다 2억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컴퓨터 그래픽과 7만명의 엑스트라로 만들어낸 웅장한 스케일은 볼거리가 차고도 넘칠 정도다. 더 재밌는 점은 호머의 대서사시 ‘일리아드’를 원작으로 했음에도 신화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제했다는 사실이다. 원작 일리아드는 신과 인간의 얽히고 설킨 인연을 주요 테마로 삼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인물과 사건의 배경에는 신들이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설정을 완전히 거부한다. 저승의 강 스틱스에 온몸을 던졌으나 잎사귀 하나 때문에 발뒤꿈치가 약점이 됐다는 ‘불사신’ 아킬레스가 대표적이다. 영화에서 아킬레스는 불사신이냐는 한 꼬마의 질문에 “그럼 내가 왜 방패를 들고 싸우겠냐?”고 묻는다. 합리적이기도 하지만 대서사시를 스케일 큰 사랑타령으로 바꿔놨다는 비판도 여기서 나온다.2004년작,163분. ●갱스터 초치(KBS2 밤12시25분) KBS가 토요영화를 통해 선보이고 있즌 제2회 KBS프리미어영화제 상영작 시리즈 가운데 마지막인 네번째 작품.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남아공의 작가 아솔 푸거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폭력배 아버지와 에이즈에 걸린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초치는 가학적인 성격 파탄자다. 그러던 어느날, 자동차를 훔치려다 죽인 여인의 갓난아기를 돌보게 되면서 슬슬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하는데….‘초치’는 남아공 원주민어로 깡패를 뜻한다.2005년작,95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아시아 비추는 들이 납신다

    ‘한류스타 보러 옵서.’ 한류스타가 총출연하는 ‘한류 엑스포 in ASIA’가 오는 29일부터 내년 3월10일까지 100일 동안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아시아를 비추는 별들이 뜹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행사에는 배용준·이영애·송승헌·김희선·안재욱·보아·동방신기 등의 한류스타가 대거 참여, 제주도를 찾는 중국·일본·동남아시아 팬들을 만나게 된다. 행사기간 컨벤션센터 1층 홀에서는 한류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이 마련된다. 특히 한류 열풍을 몰고온 드라마·영화·음악 등 문화 콘텐츠를 최첨단 IT기술에 접목시켜 한류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전시관도 들어선다. 29일 열리는 개막축하 그랜드 공연에는 배용준·채연·이정현·SG워너비·신화 등의 출연이 확정된 상태다. 또 ‘위클리 이벤트’로 배용준·이영애·송승헌·이정현·이준기·동방신기·보아·강타·슈퍼주니어·김희선 등 국내 정상급 한류 스타들이 매주 한 차례 공연과 다양한 팬서비스를 펼친다. 조직위 관계자는 “한류 엑스포에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외국인 관광객 5만여명 등 모두 15만여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한류 문화체험관이 건립되면 제주는 명실상부한 ‘한류의 메카’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서귀포지역에 300억원을 들여 세계 한류 팬들을 겨냥한 전문공연장과 박물관, 영화관을 갖춘 한류 문화체험관을 2008년까지 건립할 예정이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커리어 우먼] 이수미 웅진지식하우스 대표

    [커리어 우먼] 이수미 웅진지식하우스 대표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사보지 않기로 유명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가구가 책·잡지 등을 사본 데 쓴 돈은 월평균 1만 397원이다. 신문을 정기구독하는 가구라면 한달에 책 한 권도 사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렇게 책을 사는데 인색한 사람들을 겨냥해 매월 7∼8권의 책을 내는 사람이 있다. 웅진지식하우스의 이수미(43) 대표다. 이 대표는 사람들에게 감명주는 책, 필요한 책을 만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독자들의 변화하는 관심을 앞서 파악하고, 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새 형식을 찾는 데 주력한다. ●“교양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웅진씽크빅의 인문·문학단행본을 책임지는 이 대표에게 주타깃층의 정보 욕구와 지식지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임무중 하나다. 그녀는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은 20대 후반∼30대 후반의 직장인이 주요 타킷인데, 이들의 관심이 재테크·자기개발서에서 인문·교양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들이 “대학때 읽었던 사회과학도서에서 취한 교양의 유효기간이 지나 재충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에 응용할 수 있고, 논리·창의적인 사고에 도움이 되는 책을 찾는다고 했다. “이들이 원하는 새로운 지식정보를 눈높이에 맞춰 제공해야 한다. 글쓰기나 틀도 이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딱딱한 이론서를 일방적으로 독자들에게 던져주던 기존의 패러다임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녀는 기본 개념들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실생활속의 사례를 들어 풀어주고 장르간 경계를 허무는 것에서 해답을 찾았다. 이같은 접근법이 맞아떨어진 게 올초 나온 ‘경제학 콘서트’다. 이 대표는 철학과 다른 인문학 장르로 확대하며 공격적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내년부터 국내 소장학자들이 어젠다를 던지고 그것을 한권의 책으로 펴내는 신개념의 인문학 시리즈를 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없으면 시장을 창출해내면 된다는 소신이 깔려있다. ●“출판계도 20대 80 원칙” 출판업은 ‘사람 장사’다. 얼마나 많은 중견 작가들을 확보하고 있는지, 또 좋은 신인들을 발굴하는지가 성패를 좌우한다.“웅진은 1990년에 뒤늦게 출판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여서 중견 작가들 사이에서는 불리했지만 독창적 제안을 통해 만회했다.”고 털어놓았다. 박완서의 밀리언셀러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와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출판기획자에게 작가 등 인맥관리는 물론 중요하지만 관리라는 차원보다 사람간 신뢰와 진정성, 이를 뒷받침해주는 성과야말로 더디지만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20년간 만든 책 중에 애착이 가는 책을 묻자 박완서의 ‘싱아’와 힐러리 클린턴의 ‘살아있는 역사’를 꼽았다. 재차 어떤 책들을 만들고 싶으냐고 묻자 ‘스테디셀러’라는 답이 돌아왔다.“출판계에도 20대 80 원칙이 통한다.20%의 베스트셀러로 80%의 꼭 필요하지만 잘 팔리지 않는 책들의 존재 인프라를 탄탄하게 만들고 싶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목표는 2009∼2010년에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올해보다 3배 늘어난 수치다. 버겁지만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략적 사고를 키워라” 이 대표가 아무리 바빠도 매일 거르지 않는 게 있다. 신문읽기다.“신문처럼 시류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게 없다. 정독은 못해도 제목이라고 꼭 훑어본다. 토플러의 책 등 트렌드도서도 놓치지 않고 읽는다.”고 했다. 삼남매를 둔 ‘일하는 엄마’로서 후배들에게 “전략적으로 사고하라.”는 말을 꼭 한다.“보다 멀리, 높이 가려면 전략적인 사고방식을 키우고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약한 회계·경제학에 관심을 가지라.”고 권한다. 글 김균미 사진 이언탁기자 kmkim@seoul.co.kr ■ 이수미 대표는 ▲1963년 전남 화순생 ▲1986년 연세대 국문과 졸업 ▲1986년 웅진출판㈜ 입사 ▲1997∼2000년 미국 연수 ▲2001년 웅진씽크빅㉿ 재입사 ▲2004년 웅진씽크빅㈜ 단행본개발본부장 ▲2005.1∼현재 웅진지식하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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