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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이집트 후폭풍 우려 보도 통제

    중국이 이집트 사태 ‘후폭풍’을 우려, 이집트 시민혁명에 대해 철저하게 보도통제를 하고 있다고 홍콩의 명보가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전격 사퇴한 12일 중국의 주요 언론들이 관영 신화통신이 제공하는 ‘모범답안’을 토대로 이집트가 조속히 안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 소식을 짤막하게 전한 뒤 “이집트의 최근 정세가 되도록 빨리 국가안정과 정상질서 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 내용을 크게 보도했다.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도 사설을 통해 “사회안정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서 “만일 국가가 혼란에 빠지면 정치적인 변화 또한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랑(新浪)·왕이(網易) 등 주요 포털 사이트도 신화통신의 기사를 그대로 전하는 데 그쳤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인터넷사이트 환구망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국 언론들은 당국의 지침에 따라 이집트 사태 초기부터 신화통신 인용 외에 독자적인 취재나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관련 뉴스 등에 대한 댓글 달기도 사실상 금지돼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서 ‘이집트 소란’ 키워드에 대한 댓글 검색을 클릭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잠시 서비스를 중지한다.’는 메시지만 뜨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이집트 사태에 대한 보도통제에 전력투구하는 것은 비슷한 권위주의 국가로서 사회적 모순이 만연한 자국에 이번 사태가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1989년 6월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탱크를 앞세워 무력진압한 아픈 과거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당국의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인민들은 각성했는데 중국인들은?”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실제 무바라크 사퇴 후 환구망에 올린 댓글에서 한 네티즌은 “이집트 인민들의 희열을 충분히 이해한다. 우린 언제 저런 희열을 느껴 보려고 했던 적이 있었나.”라며 자탄하기도 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中, 희토류 광산 11곳 정부가 직접 관리한다

    중국 정부가 연초부터 희토류 관리를 크게 강화하고 나섰다. 희토류 광산을 국가규획광구로 지정, 희토류 개발 및 채굴의 국가관리에 착수했다.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가 비축을 늘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토자원부는 최근 장시성 남부 간저우 지역의 희토류 광산 11곳을 첫 번째 국가규획광구로 지정했다. 규획광구의 전체 면적은 2534㎢에 이른다. 관영 신화통신은 11일 국토자원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국가규획광구 지정은 희토류 광산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생태환경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토자원부 측은 “희토류의 무분별한 채굴 등으로 산림과 토양, 농토가 파괴되고 환경이 오염돼 국가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겉으로는 환경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희토류 광산을 국가가 중점 관리함으로써 생산과 비축, 수출을 통제해 세계 희토류 공급과 가격결정권을 더욱 확고하게 틀어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국토자원부 측은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전 세계 매장량의 3분의1에 불과하지만 공급량은 90% 이상이라며 조만간 중국의 희토류 부존량이 고갈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첫 번째로 국가규획광구로 지정된 간저우 지역은 이온형 중(重)희토류(일명 이튜륨 그룹) 집중매장지역이다. 중국 내 중희토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중국은 지난해 말 희토류 수출을 경희토와 중희토로 세분해 각각 쿼터를 배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경희토에 비해 매장량이 적은 중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이번에 간저우 지역을 첫 번째 국가규획광구로 지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간저우 지역을 시작으로 중국 내 다른 희토류 광산에 대해서도 국가규획광구로 지정해 나갈 계획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희토류 기존 매장지역뿐 아니라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질적 특징을 갖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광구로 지정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말 지방정부가 갖고 있던 희토류 채광권을 중앙정부로 귀속시켰으며 희토류 광산 기업의 기준 생산 규모를 대폭 높여 희토류 기업의 대형화를 꾀하기도 했다. 최대 희토 광산인 네이멍구 바오터우(包頭)의 바이윈(白雲)광산에 대해서는 시범적으로 비축체제를 갖춰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처럼 더욱 적극적으로 희토류의 국가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상당량의 희토류 금속이 밀수출 등 형식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지난해 중국의 실제 희토류 수출은 3만 9813t으로 정부의 당초 수출 계획을 9500t 초과했다. 중국에서는 요즘 들어 부쩍 희토류 부존량 고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희토류 아버지’로 불리는 중국과학원 원사 쉬광셴(徐光憲) 박사는 최근 경제참고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중희토 매장량 150만t 가운데 이미 90만t을 개발했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10년 뒤면 오히려 미국이나 일본에서 엄청난 가격을 주고 사들여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희토류 채굴 및 생산을 조절해 가며 국가 비축량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신혜성, 1년 반만에 Mnet ‘디렉터스 컷’으로 안방복귀

    신혜성, 1년 반만에 Mnet ‘디렉터스 컷’으로 안방복귀

    그룹 신화의 멤버인 신혜성이 1년 반만에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알려져 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11일 첫 방송되는 Mnet의 정통 음악 프로그램인 ‘디렉터스 컷-거리의 악사’에서는 MC인 윤종신·하림과 함께 목포로 여행을 떠난 신혜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Mnet 측은 “신혜성이 윤종신과 하림, 기타리스트 조정치, ‘사랑...후에’로 함께 활동한 가수 린, 제국의 아이들 멤버인 황광희와 함께 목포 여행을 떠나 불후의 명곡인 ‘목포의 눈물’을 2011년 버전으로 새롭게 재탄생시켰다.”고 소개했다. 특히 신혜성은 여행을 떠나기 전 목포와 관련된 자료를 직접 준비해 오는 등 남다른 열의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목포로 떠난 이번 ‘디렉터스 컷’에서는 목포 유달산에 오른 윤종신이 고향이 목포인 트로트의 대가 남진과 전화통화에 성공해 재치있는 입담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랜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온 신혜성의 모습은 오늘(11일) 밤 11시에 Mnet서 볼 수 있다. 사진=엠넷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박지성 은퇴 아쉬워… 박주영 주장 잘할 것”

    “박지성 은퇴 아쉬워… 박주영 주장 잘할 것”

    한국 축구를 사랑했던 두 외국인 감독이 지금은 나란히 ‘형제의 나라’ 터키 축구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거스 히딩크(65·네덜란드)와 세뇰 귀네슈(59·터키) 감독이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조하면서 세계적 지도자로 공인받았고, 역시 당시 터키 대표팀을 이끌며 또 다른 4강 신화를 일궈냈던 귀네슈 감독은 2007년부터 3년 동안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을 지휘하면서 박주영(AS모나코)과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을 키워 내는 등 한국과 인연이 각별하다. 그리고 현재는 각각 터키 대표팀과 고향의 프로축구팀 트라브존스포르를 이끌고 있다. 이 두 거장이 한국과 터키의 친선 평가전(10일)을 앞둔 9일 한국 선수단을 만나 여전한 한국사랑을 드러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은 내게 아주 특별한 팀이다. 10년 전에 한국 대표팀과 함께 일하면서 멋진 시간을 보냈다.”면서 “최근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아주 좋은 경기를 했다.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팀이 됐는데 특히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매력적이었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또 현재 대표팀에 남아 있는 유일한 2002년 멤버인 차두리(31·셀틱)에 대해 “그동안 많이 발전하고 선수로서 좋은 경력을 쌓았고, 지난해 월드컵에서도 멋진 활약을 펼쳤다.”고 칭찬했고, “박지성과 이영표가 은퇴하는 바람에 이번 경기에서 보지 못해 아쉽다.”며 진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유로2012 조별리그 및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에서 3경기 연속 무득점 패배로 곤경에 처했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터키의 세대교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한국 대표팀 감독 취임 초기와 비슷한 모습이다. 이번 시즌 팀의 터키 슈퍼리그 선두질주를 이끄는 귀네슈 감독은 “나의 홈구장(후세인 아브니 아케르 경기장)에서 트라브존스포르 선수 6명에 FC서울 시절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까지 모두 9명의 선수가 경기를 펼치게 됐다.”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고, 한국의 새 주장 박주영에게 꽃다발을 직접 안기며 “주장 역할에 잘 어울리는 훌륭한 선수다. 이제 주장이 됐으니 단순한 한명의 선수가 아니라 리더로 책임감을 느끼고 잘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력이 있다면 프로 1~3년 차의 나이 어린 선수도 경기에서 뛸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면서 “한국 선수들이 백패스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뒤를 보기보다는 항상 앞을 내다보고 공격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한국 축구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 한국, 터키, 그리고 변함없는 한국 사랑 등 기분 좋은 인연으로 이어진 두 ‘축구도사’의 앞날을 지켜볼 따름이다. 트라브존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한국 갈 길은 제조업… 금융업 미래동력 삼는건 어리석어”

    “한국 갈 길은 제조업… 금융업 미래동력 삼는건 어리석어”

    경제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 사회에 널리 퍼진 ‘상식’에 거침없이 메스를 댔다. 장 교수는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여야 정치권이 벌이기 시작한 복지 논쟁은 장기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는 남녀 임금격차와 같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여야 간 진지한 고민과 대화를 주문했다. “한국 경제의 방향은 금융업이 아니라 제조업”이라며 강도 높은 금융 규제를 역설하기도 했다. 1990년부터 이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국가의 역할’,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일련의 저서를 통해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더 이상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일부에선 ‘성장동력이 없어진다, 먹을 게 안 보인다, 제조업 시대는 끝났으니 금융과 서비스업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설비투자하고 기술개발하고 노동자를 훈련시키는 게 힘들고 귀찮으니까 그런 거다. 정부나 재계가 ‘금융업 해서 쉽게 먹고 살 수 있는데 우리가 왜 이 고생하나’라고 생각하니까 자꾸 제조업이 끝났다는 담론을 확산시킨다. 국가 경제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성장률 자체는 낮아지는 게 맞지만 한국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단기간에 급격히 떨어졌다.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금융업은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로비로 규제를 완화한 탓에 생겨난 허상에 불과하다. 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경제성장을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들이 FTA를 맺는 건 비판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경제 규모와 수준이 두 배쯤 차이나는 상대와 FTA를 맺으면 문제가 다르다.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FTA를 맺는다면 대다수 중소기업과 농업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성장 잠재력을 꺾어 버릴 것으로 본다. →기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외환위기 이전 은행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되살려야 한다. 지금의 주식시장 중심 시스템, 주주자본주의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은행의 기업대출이 전체 대출의 80%를 넘을 정도였다. 외환위기 이후 몇 년만에 은행이 기업대출은 기피하고 소비자한테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준 뒤 문제가 발생하면 차압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돈벌려 한다. 주식시장도 개편해야 한다. 지금 주식시장은 기업에서 돈을 빼가는 장치가 돼 버렸다. 거기다 인수합병(M&A)을 자유화하면서 세계에서 M&A가 가장 쉬운 나라가 됐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산업정책’이라는 말 자체가 관치경제의 요소를 담은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과거엔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유치산업을 선별하고 집중 지원했다. 이에 대해 관치경제라는 비판이 많지만, 정부가 선별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절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이다. 현재 가장 취약한 분야가 부품소재 산업이다. 이 분야는 고도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제조업, 특히 고급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이 강조되고 있는데. -‘상생하자’고 말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 먼저 대기업의 불공정 경쟁을 강력 규제해야 한다. 한국은 과거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방편으로 특정 영역에서 대기업에게 진입 규제를 가했다. 나름대로 사회안전망 구실을 했는데 그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해법은 두 가지다. 예전 방식으로 되돌아가서 재벌이 특정 업종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거나,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도록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세금도 내기 싫고 규제를 받기도 싫다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으로 되돌아가자는 말이냐’는 비판도 있다. -‘그럼 박정희가 잘했단 말이냐’라는 식으로 질문하는 자체가 아직도 군부독재의 망령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다. 이건 잘했지만 저건 못했다는 걸 용납 못하는 이분법이야말로 박정희와 군사독재가 남긴 가장 해로운 유산이다. 그건 마치 북한에 대해 한 가지라도 긍정 평가하면 친북 낙인을 찍는 식이다. 박정희 경제의 ‘성공’을 말하는 건 독재를 찬양하는 게 결코 아니다.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주주중심경제로 가야하는 것인가. -재벌 총수의 횡령을 막자는 걸 비판한 적은 없다. 다만 소액주주운동은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주식으로 돈을 버는 펀드매니저가 ‘우리도 끼워달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한국에서 참여연대가 주도한 소액주주운동은 주주자본주의 논리로 재벌을 비판하니까 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주주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인식시키는 역효과를 냈다. 내 입장은 참여연대가 좋은 일을 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뿐 아니라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 해로운 논리를 정의로운 논리로 잘못 인식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걸 비판하는 것이다. →사회적 대타협은 물 건너간 것인가. -노무현 정부 당시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했을 때는 국제투기자본이 한국 경제를 잠식하고 재벌조차 경영권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재벌 자체도 금융자본화 경향이 가속화됐고 정부도 그런 흐름에 동조한다. 하지만 복지국가를 얘기하면 진보진영에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지금은 복지가 대세가 됐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정신 자체는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본다. 이대로 두면 재벌이 제조업은 버려둔 채 금융자본으로 변신하거나 외국 금융자본에 다 먹힌다. →정치권에서 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복지국가가 돼야 개인도 더 잘 살 수 있다는 합의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복지가 안 되고 미래가 불안하니까 우수한 인재가 의대와 법대로만 몰리고 출산을 기피하고 사교육 광풍이 분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동력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지 특정 계급이나 집단이 될 수가 없다. 일단 무상복지라는 용어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상급식을 부자복지라고 비난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부자가 세금을 한푼이라도 더 내니까 부자도 엄연히 복지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부자복지라고 하면서 왜 의무교육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지 묻고 싶다. 용어 문제를 뺀다면 민주당의 ‘3+1 복지정책’(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 등록금)은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는 정부·여당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만 얘기하지만 그건 지속 가능성이 없다. 결국 부자한테 돈을 빼앗아 빈곤층에게 나눠주는 식이 되기 때문에 복지에 대한 거부감과 조세저항만 높이게 된다. →대처 전 총리가 영국병을 고쳤다는데. -신자유주의자가 대처리즘을 선전하면서 영국병을 얘기하지만 그건 실체가 없는 신화일 뿐이다. 경제성장률만 봐도 대처 이전과 이후에 차이가 없다. 과감하게 복지지출을 삭감하고 감세를 했다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는 유럽에서 가장 뒤진 철도시설과 설비투자 기피로 나타났다. 빈부격차도 대단히 악화됐다. 영국은 지금 앞으로 뭐 먹고 사나 걱정하는 신세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당장은 이뤄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계속 얘기하고 싶은 것 두 가지를 꼽고 싶다. 먼저 우리나라가 부끄러운 세계 1위, 최소한 OECD 가입국 가운데 1위를 하고 있는 남녀 임금격차, 주당 노동 시간과 두 번째로 낮은 복지 지출 등에서 앞으로 변화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10년 전만 해도 깨질 것 같지 않던 한국의 남아선호 현상이 무너진 걸 보면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선진국과 저개발국을 모두 경험한 우리나라가 양자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자 구실을 한다면 지구적 차원의 양극화를 극복하는 데 좀 더 빠른 진전이 있을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울산지역 박물관들 하반기 특별전 풍성

    울산지역 박물관들이 올 하반기 잇단 특별전을 준비해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립울산박물관은 오는 6월 22일 개관과 동시에 4개월간 ‘대영박물관 특별전’(신화의 세계·환상의 동물이야기)을 갖는다.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 가운데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목신 ‘판’(PAN·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염소)을 비롯해 신화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을 표현한 조각, 회화, 도자기 등 170여점을 전시한다. 울산박물관은 이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기획전시실에서 ‘75년만의 귀향, 울산 달리 특별전’을 가질 예정이다. 1936년 당시 일본 도쿄제국대 교수와 학생들이 울산 달리에서 수집한 민속기록 등 채집자료 가운데 120여점을 현재 소장하고 있는 오사카 국립민족학박물관으로부터 대여해 전시할 방침이다. 또 울주군 대곡박물관은 오는 8~10월 ‘울산지역의 고분유적 출토 유물 특별전’을 개최해 지역의 고분유적에서 그동안 발굴된 유물 가운데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유물을 일반인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또 울산암각화박물관은 오는 6∼8월 ‘구석기 동굴벽화의 신비로움’이라는 주제로 프랑스의 구석기 동굴벽화 자료 100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캡틴 박’ 명 받았습니다

    ‘캡틴 박’ 명 받았습니다

    변신한 조광래호가 10일 오전 3시 공개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터키와 A매치를 치른다. 아시안컵에서 세대교체에 성공한 대표팀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향해 발걸음을 떼는 경기라 의미가 크다. 2002년 4강 신화를 썼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깜짝 놀랄 정도로 한국은 새 모습으로 나선다. 당시 선수는 차두리(31·셀틱) 한명뿐이다. ‘젊은 피’의 수혈도 가속화되고 있다. 일단 ‘산소탱크’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찼던 주장 완장은 8일 박주영(26·AS모나코)에게 넘겨졌다. 이번에도 ‘캡틴 박’이다. 그동안 최고참이 맡는 게 관례나 다름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대 최연소 대표팀 주장이다. 경력이나 실력은 물론 2014월드컵까지 리더를 맡을 수 있는 젊은 나이까지 ‘캡틴’이 되는 데 손색이 없다. 조광래 감독은 “대표 선수들을 합심된 ‘팀’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필드에서 플레잉코치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고려해 박주영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울렁증으로 유명한 박주영은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했지만, 감독님이 브라질월드컵이라는 목표를 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결정하신 만큼 받아들였다. 역대 주장들처럼 동료들이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다짐했다. ‘초롱이’ 이영표(34·알 힐랄)가 맡았던 왼쪽 풀백자리는 21살 윤석영(전남)과 홍철(성남)이 메운다. 조 감독은 “첫날 훈련 때는 안정적인 수비를 하는 윤석영이 눈에 띄었는데, 둘째 날에는 판단이 빠르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홍철이 마음에 들었다.”고 ‘행복한 고민’을 드러냈다. 둘을 번갈아 시험할 예정이다. 다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베스트11의 주축인 해외파들 컨디션이 엉망이다. 아시안컵 이후 계속된 강행군과 부상 탓이다. 차두리는 심한 감기몸살로, 이청용(23·볼턴)은 지난 6일 토트넘 원정에서 당한 무릎 부상으로 골골대고 있다. 글래스고 원정에서 풀타임을 뛴 기성용(22·셀틱)도, 툴루즈FC전에서 72분을 뛴 박주영도 회복 시간이 부족했다. 이청용의 선발출전이 불가능해 포메이션까지 송두리째 바뀌었다. 당초 박지성 자리에 구자철(23·제주)-박주영을 시험하는 4-2-3-1포메이션을 계획했지만, 이청용의 공백으로 구자철-박주영이 윙포워드에 서는 4-3-3으로 나설 예정이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없는 한국 축구는 어떤 모습일까. 곧 뚜껑이 열린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그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13가지”...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13가지”...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경제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를 기록중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상식’에 거침없는 메스를 들이댔다.  장 교수는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은 금융업이 아니라 제조업이며,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편다면 성장여력도 충분하다.”면서 “한·미 FTA가 오히려 성장동력을 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90년부터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국가의 역할>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가 파헤친 ‘상식의 오류’를 주제별로 질문·답변 형식으로 구성했다.    ●고도성장은 옛날 얘기일 뿐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에서 보듯 현재 한국 경제는 지표와 체감이 괴리되는 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과거 같은 높은 경제 성장률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주장도 많다. 일각에서는 ‘통큰치킨’ 논란에서 보듯 과거 과감한 설비 투자로 경제 성장에 이바지했던 재벌기업이 이제는 중소 자영업 영역까지 진출하는 것도 한국경제가 성장여력을 없어지면서 나타나는 제 살 깎아먹기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끊임없이 ‘성장동력이 없어진다, 먹을 게 안보인다’ 하는 비관론을 펴면서 ‘제조업 시대는 끝났으니 금융과 서비스업으로 가야 한다’라고 얘기한다. 근거가 아주 없진 않겠지만, 단순하게 말한다면 성장동력을 찾기 귀찮으니까 자꾸 그런 얘길 하는 것이다. 국가경제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성장률 자체는 낮아지는게 맞다. 만약 경제 수준이 높아져서 자연스럽게 성장이 둔화되는 것이라면 그 추세가 완만해야 하는데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까지 6% 정도였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급격히 떨어졌다. 이건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라면서 추진한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개혁’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증거다.  ‘중국이 쫓아온다’는 샌드위치론도 말도 안되는 궤변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와 제일 못하는 나라를 빼고는 세상 모든 나라가 언제나 샌드위치 신세다. 중국이 어려운 경쟁 상대라는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가령 태국은 1990년대까지 노동집약을 무기로 한국을 추적했지만 크게 걱정할 게 없다. 임금이 낮은 대신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상대적인 임금 수준도 낮고 기술력도 일정 수준 이상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다고 게임 끝났다고 볼 게 아니다. 왜 쫒아오는 국가만 걱정하고 도망가는 국가는 무서워하지 않는지 반문하고 싶다.  중국 추적 때문에 이제는 금융업과 서비스업으로 가자는 얘기가 많지만 그 분야는 이미 선진국들이 단단히 똬리 틀고 앉아 있다. 금융업이 겉보기엔 좋아보여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금융혁신이란 사실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로비를 통해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생겨난 허상에 불과하다. 그런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더구나 정부가 정말 심각하게 금융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겠다면 과거 고도성장기처럼 수십년짜리 목표를 세우고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 금융허브라는게 지금처럼 적당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부나 재계가 ‘금융업 해서 쉽게 먹고 살 수 있는데 우리가 왜 이 고생하나’ 하는 생각하니까 자꾸 제조업 끝났다는 담론을 확산시킨다. 결국 설비투자하고 기술개발하고 노동자들을 훈련시키는게 힘들고 귀찮으니까 성장동력 없어진다는 얘기가 자꾸 나온다. 언제는 경제여건이 쉬워서 경제발전했나? 언제는 선진국들이 낮잠 자는 틈에 경제성장했나? 충분히 할 수 있다. 불과 수십년 전에 우리는 전쟁으로 모든 게 잿더미가 된 속에서도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1960년대 포항제철 건설할 때를 생각해보자. 전세계가 다 미쳤다고 비웃었지만 결국 해냈다.        ●경제성장을 위해 한미 FTA를 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EU FTA 등 적극적인 FTA 정책을 추진하면서 FTA가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끼리 FTA를 체결하는 것까지 비판할 생각은 없다. 서로 시장도 커지고 경쟁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규모와 수준에서 차이가 큰 나라와 FTA를 하게 되면 문제가 다르다. 한국은 현재 국민소득도 그렇고 많은 분야에서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생산성이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한마디로 시기상조다. 한국이 미국이나 EU와 FTA를 한다면 자동차나 전자 등 일부 분야는 이득을 좀 볼지 모르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이나 농업 등에선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부품소재를 비롯해 한국이 GDP 4만불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산업들의 성장 잠재력을 꺾어 버릴 것으로 본다. 한국이 언제는 FTA 덕분에 고도성장했나. 남들이 미쳤다고 비웃어도 기를 쓰고 기술개발해서 성장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미FTA가 갖는 장밋빛 미래를 홍보하는 글을 읽어봐도 한미FTA가 경제성장에 미미한 도움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온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국책연구기관에서 한미FTA 타결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2% 증가라고 했다가 그것밖에 안되느냐는 비판이 나오니까 나중에는 6%로 전망치를 바꾼 전례가 있다. 경제학 예측에서는 변수를 어떻게 가정하고 어떤 모델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그조차도 한미FTA 명분으로 삼기엔 한참 부족하다.        ●기업자금조달 위해 주식시장 활성화해야 한다?    ▶돈줄이 막혔다고 하소연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주식시장에서 기업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고 과거 개발 독재 당시처럼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해주는 간접금융방식도 없어진 지금 어떤 방식이 필요할까.  -외환위기 이전 방식은 은행중심 경제 시스템인 반면 지금은 주식시장 중심 시스템이다 (@@@) ‘기왕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되돌리느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좋은 게 있으면 되살려야 한다. 주식시장을 활성화할 필요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외환위기 이전 은행중심 경제시스템을 되살려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은행은 기업대출을 기피하고 주식시장은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구실을 전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을 떠올려보자. 우리나라 은행은 기업대출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 제일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에는 총대출금 중 80% 정도가 기업대출이었는데 외환위기 이후 몇 년만에 가계대출이 85% 정도가 돼 버렸다. 이것이 의미하는 게 뭘까. 지금 은행들은 엄청나게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 소비자한테 주택을 담보로 잡고 대출해준 뒤 문제가 발생하면 차압하는 방식으로 은행이 쉽게 돈벌게 해줘선 안된다.  주식시장도 개편해야 한다. 1972년부터 1991년 사이에 한국의 투자자본 조달에서 주식발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13.4%로 영국(7.0%)이나 미국(-4.9%)보다도 훨씬 높았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주식시장은 기업에서 돈을 빼가는 장치가 돼 버렸다. 거기다 인수합병(M&A)을 자유화하면서 세계에서 M&A가 가장 쉬운 나라가 돼 버렸다. 이제는 대기업조차 과거처럼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외국자본이 단기간에 몰려왔다 나가는 과정에서 거시경제까지 불안해진다. 이제는 M&A를 좀 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의 포이즌필이나 스웨덴·벨기에처럼 차등의결권을 도입할 수도 있다. 독일식으로 노조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을 골고루 참고하면 된다. 구체적인 방법은 더 논의해야 겠지만 기존 선진국 장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산업정책은 관치경제다?    ▶과거처럼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방식은 쉽지도 않을 뿐더러 사회적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 정부는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유치산업을 ‘선별’하고 집중 지원했다. 이에 대해 ‘관치경제’라는 비판이 많았다. 선별적 정책이 나쁘다는 얘길 많이 하지만 따지고 보면 기업도 항상 선별을 한다. 모든 계열사에 똑같이 지원하는 기업이 어디 있느냐. 정부가 선별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절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이다. 경제발전 단계와 정책목표에 따라 지원방식이나 지원방향은 달라지게 돼 있다. 개입 방식도 은행을 통할수도 있고 연구개발 지원을 통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대규모 조립가공산업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대기업에게 은행대출을 집중해줬다. 지금 단계에선 부품소재산업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소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물론 초기자본이 많이 필요한 에너지 같은 분야는 대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한다?    ▶현재 대기업이나 수출 기업은 엄청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내수 기업은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을 보기도 어려워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제도적 대안이 절실해 보인다.  -1966년 상위 10대 재벌 중 세 곳만이 1974년 상위 10위 안에 남았다. 1974년 상위 10위 기업 중에서 1980년에도 상위 10위 안에 들었던 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그런 구조변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는 몇 가지 차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첫째, 대기업들이 불공정 경쟁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쟁 상대가 될 만한 기업이 성장하는 걸 막는다거나, 하청기업이 기술 개발하면 납품단가를 깎아서 싹을 잘라 버리는 행태가 존재한다. 규제를 통해 그걸 막아야 한다. 단순히 ‘상생하자’고 말만 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이 잘 이뤄지는데 마음씨가 착해서 그런게 아니다. 정부가 1950년대 말 1960년대 초에 규제를 강화해서 대기업 행태에 제동을 건 덕분이다.  그 다음에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제일 취약한게 부품소재 산업이다. 우리나라 무역적자 가운데 일본과 무역하면서 발생하는 적자가 제일 많은데 그 대부분이 부품소재산업에서 경쟁력이 없어서 발생한다. 더구나 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진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부품소재 수입의존도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최근 다시 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선진국 진입은 어림없다. 문제는 부품소재산업은 고도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를 보거나 중소기업들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고급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 필요한 부분에서 꼭 개발해야 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서 기술개발하도록 보조금을 주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세번째, 정치적 차원을 봐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에 침투하는 현상은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나지만 한국은 양상이 더 심각하다. 거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존재한다. 과거 사회통합과 평등을 유지하려는 의지는 있었지만 복지제도에 제약이 많을 때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방편으로 편 정책이 바로 특정 영역에서 대기업에게 진입 규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한국에 식당이나 치킨집이 그렇게 많은 것도 과거 그런 방식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 유지를 도모해준 덕분이었다. 이게 나름대로 사회안전망 구실을 해왔는데 그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예전 방식으로 되돌아가서 재벌들이 특정 업종에 진입하지 못하게 막아버리거나 그게 아니라면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고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다.  서비스업이 생산성이 낮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 재벌이 진출하면 생산성은 높아질지 모르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금처럼 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선 경쟁에서 탈락하면 끝장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죽기살기로 저항하고 결국 생산성도 못 높이고 갈등만 첨예해지는 것이다. 내 주장은 차라리 대기업에게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대기업과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 그 재원으로 기본생활권 보장하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식으로 일괄타결하자는 것이다. 지금 대기업들은 세금도 내기 싫고 옛날처럼 사업규제를 받기도 싫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은 척결대상이다?    ▶민주화 이후 박정희 정부의 산업정책과 개발계획은 독재시대의 유산으로 취급받으면서 ‘개방과 자유화’가 대세가 됐다. 이를 꾸준히 비판해온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박정희 독재시대를 옹호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럼 박정희가 잘했단 말이냐’ 하는 식으로 질문하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가 아직도 군부독재의 망령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런건 잘했지만 이런건 못했다는 걸 용납을 못하는 자세, 그런 이분법이야말로 박정희와 그 이후 군사독재가 남긴 가장 해로운 유산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그건 마치 북한에 대해 한 가지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친북 낙인을 찍는 식이다. 그것부터 벗어나야 한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의 ‘성공’을 말하는 건 독재를 찬양하는게 결코 아니다. 사실 민감한 문제라는 건 잘 안다. 당시 투옥되는 등 피해를 본 분드링 많다. 선뜻 용납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이분법을 극복할 때만이 군부독재 유산이 청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 위해 주주중심 경영해야한다?    ▶재벌을 비판하는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가 ‘극히 일부 주식만으로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꾸준히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참여연대 등이 벌인 소액주주운동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최근 ‘회사 돈 빼돌리는 총수를 고발하는 시민단체 활동이 뭐가 잘못됐다는 말일까’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재벌 총수의 횡령을 막자는 걸 비판한 적이 한번도 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강조하는 건 소액주주운동은 국제적 맥락에서 봤을 때 주식으로 돈을 버는 펀드매니저들이 ‘우리도 끼워달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주주자본주의와 소액주주운동이 강화됐는데 그 이후 기업이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비율이 계속 높아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처음에는 전문경영인들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 소액주주운동의 명분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전문경영인들의 연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 미국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선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을 사회운동으로 승화시키면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주주자본주의 시대에 주주자본주의 논리를 써서 재벌을 비판하니까 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주주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인식시키는 역효과를 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주주자본주의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그걸 조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비판을 한 건데, 박정희 문제 못지않게 재벌문제도 민감하니까 재벌옹호론자로 오해를 산다. 내 입장은 참여연대가 좋은 일을 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뿐 아니라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 해로운 논리를 정의로운 논리로 잘못 인식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걸 비판하는 것이다.        ●사회적대타협은 물넌거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을 통해 국가·자본·노동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경제성장과 복지국가를 달성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그 제안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는지.  -현실적 조건을 바탕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 얘길 처음 했던 때는 외국 투기자본이 한국 경제를 잠식하고 재벌조차도 경영권에 위협을 느끼던 때였다. 지금은 그 조건이 많이 달라졌다. 재벌들 자체도 금융자본화 경향이 가속화됐고 정부도 그런 흐름에 동조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6년 전 <쾌도난마 한국경제>에서 복지국가를 목표로 제시했을 때 개혁·진보진영에서도 많은 이들이 현실성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은 어떤가. 복지국가는 기본 전제로 깔고 방법론을 갖고 논쟁하고 있다. 그걸 지렛대로 정치적 타협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 당시 구상했던 사회적 대타협은 힘들겠지만 정신 자체는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본다. 물론 구체적인 방식은 계속 바뀌는 조건 속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재벌들 예뻐서 이러는게 아니다. 지금같은 식으로 그냥 놔두면 재벌들이 제조업은 버려둔 채 금융자본으로 변신하거나 외국 금융자본에게 다 먹히게 된다.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 자본의 출처가 러시아 마피아인지 이탈리아 마피아인지도 불분명한 투자자본이 국내에 들어올 것이다. 그때는 누구와 싸워야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것보다는 정씨 재벌 이씨 재벌처럼 눈에 보이는 대상과 싸우는게 낫다. 자본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재벌들과 타협하는게 낫다. 재벌들 미우니까 재벌 해체하고 외국자본 들여와 견제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다같이 죽자는 것밖에 안된다.        ●복지제도가 경제성장 가로막는다?    ▶‘더 나은 자본주의’로서 ‘복지국가’를 강조하기만 그 길로 가기 위한 ‘동력’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복지국가의 주체 혹은 동력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그 문제를 지적하시는 분들은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시나리오를 얘기해주길 바라시겠지만 내가 보기에 동력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라고밖에 얘길 못하겠다. 현실적 조건을 봐야 한다. 한국에서 진보정당이 복지국가 담론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건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정치세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이 스웨덴처럼 노조 조직률이 80%를 웃도는 나라도 아닌 상황에서 노동 중심으로 복지국가 하자고 해서는 얘기가 먹히질 않는다. 특정집단이 논의 끌어갈 상황이 아니고, 둘째로 논의를 이끌어가는 입장에서도 우리가 주체다 하는 식으로 얘길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입지가 좁아진다. 중요한 건 국민들이 마음만 바꾸면 안 될 일도 된다는 점이다. 그게 민주국가가 위대한 점 아니겠는가.        ●복지정책은 빈곤층만 대상으로 해야 한다?    ▶무상복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3+1 복지정책을 발표했고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포퓰리즘과 세금폭탄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일단 ‘무상’이라는 용어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낸다. 반면 의무급식에 대해 ‘부자복지’라고 비난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부자들이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내니까 부자들도 엄연히 복지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부자복지’를 문제삼으려면 왜 의무교육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는지 묻고 싶다.  용어 문제를 빼고 민주당이 내세우는 3+1 복지정책은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나는 보편적 복지확대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는 정부와 여당은 빈곤층을 대상으로한 복지정책만 얘기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결국 부자한테 돈을 뺏어서 빈곤층에게 나눠주는 식이 되기 때문에 미국처럼 복지에 대한 거부감과 조세저항만 높아지게 된다.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복지를 잘해야 개인도 더 잘 살 수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가령 복지가 안 돼서 미래가 불안하니까 우수한 인재들이 안정성 높은 직업을 갖기 위해 의대와 법대로 몰리면서 이공대 기초학문 분야가 어려움에 빠졌다. 복지제도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국가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복지가 안되니까 저출산문제가 가중되고, 복지가 안되니까 자녀들에게 엄청난 사교육을 시키려는 과열 경쟁이 벌어진다. 복지가 안되니까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다.        ●대처 총리가 영국병 고쳤다?    ▶영국은 석유산업과 금융업, 프리미어리그를 빼고는 제조업 기반이 무너졌다. 특히 대처 총리의 감세와 복지지출 삭감 등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논거로 자주 거론된다. 제조업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영국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으로 꼽을 수 있는 점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시장근본주의, 이른바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분들이 ‘대처리즘’을 많이 얘기한다.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영국병’이란 것은 영국병이란 건 그들이 만들어낸 신화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영국병은 실체도 없고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당장 경제성장률을 보자.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영국 경제성장률이 1인당 2% 안팎이다. 대처 총리 등장 이후인 1990년대 평균 경제 성장률이 2.2%이다. 변화가 없다.  대처가 과감하게 복지 삭감했다거나 세금을 엄청나게 깎았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대처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봐도 복지지출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최고소득세율을 엄청나게 깎은 건 맞지만 그건 극히 일부 고소득자에게만 해당될 뿐이고 또 간접세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세수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특별히 더 작은 정부가 된 것도 아니다.  대처가 노조를 꺾고 세금은 깎고 금융업 키운 것을 두고 영국을 살렸다고 하지만 따지고보면 대처야말로 영국병의 원인이다.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는 유럽에서 가장 뒤진 철도시설과 설비투자 기피로 나타나고 있다. 빈부격차도 대단히 악화됐다. 영국의 소득분포 최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 비율이 1975년에 5.37%였는데 1998년에는 9.57%가 됐다. 대처 총리 정책으로 제조업은 다 무너지고 금융 분야만 강해졌지만 그마저도 미국발 금융위기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영국은 지금 앞으로 뭐 먹고 사나 걱정하는 신세다. 물론 대처 이전에 영국 노조에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순 없다. 가령 산업별 노조가 아니라 직능별 노조가 많다보니 한 직장에 노조가 대여섯 개씩 있는 경우도 있었다. 경영진이 노조들과 협상을 마무리해도 노조 하나만 거부해도 파업이 터지는 식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에서 말했듯이 노조가 강했을 때와 노조가 약해진 이후 경제성장률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처가 노조를 희생양삼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제와서 어떻게 하느냐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책 속표지에 쓴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메모가 화제다. 이 메모에서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라고 썼다.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것 두세 가지를 꼽아달라.  -먼저 우리나라에 우선 한정시켜 보자면, 우리나라가 부끄러운 세계 1위 (최소한 OECD 1위)를 하고 있는 남녀 임금격차, 주당 노동 시간, 복지 지출(OECD 꼴찌에서 2위, 꼴찌는 국민소득이 우리의 반도 안 되는 멕시코) 등 분야에서도 앞으로 변화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변화가 자동으로 오는 것은 아니고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지만, 10년 전만 해도 정말 깨질 것 같지 않던 한국의 남아선호 현상이 깨진 것을 보면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꼭 있을 것으로 믿는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이전에 <사다리 걷어차기>나 <나쁜 사마리아인>에서 이야기했듯이 선진국이 후진국을 압박하는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지금 세계 경제 구조의 변화 속에서 선진국들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그런 속에서 후진국 지위를 방금 벗어나 아직도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 두 세계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 문제에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중재자의 역할을 떠맡는다면 이 문제에 있어서 좀 더 빠른 진전이 있을 것이다. 분발을 촉구하고 싶다.        ●경제학은 계량분석만 잘하면 된다?    ▶한국 사회과학계는 미국식 영향으로 계량분석에만 치중하면서 현실 현실 설명력을 잃고 대중들과 괴리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그런 고민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온다. 너무 수학이나 통계 쪽으로만 발전하니까 방향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열심히 배우긴 하는데 왜 배우는지 잊어버린 셈이다. 영미 경제학계에서도 교육방법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논의가 있다. 왜 배우는지도 모르면서 계량분석만 배워서는 나중에 길을 잃어버린다. 뭘 배울지 목표를 정하고 큰 그림을 배우고 시작을 해야 하는데 테크닉만 배우니까 그것에 빠져 버리는거다.    ▶그동안 제도경제학에 입각해 한국과 세계 경제를 분석하는데 천착해 왔다. 한국에선 낯선 분야인 제도경제학을 소개해달라.  -쉽게 말해 ‘덜 추상화한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주류경제학은 지나치게 일반화하고 추상적인 논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제도경제학은 현실을 좀 더 복합적인 제도의 망과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본다. 기업을 놓고 보면 국가별 차이와 역사적 맥락에 따라 조직형태나 사회속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고 접근한다. 역사적 비교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현실을 봐야지 이론만 보면 상상력을 제약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많이 드는 예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자유무역을 중시하면서도 모든 토지가 국가 소유고 대부분 주택을 국가가 공급하고 GDP에서 공공부문 비중도 엄청나게 크다. 어떤 단일한 경제이론으로도 싱가포르를 설명하지 못한다. 현실을 보지 않으면 특정 이론에만 빠지게 되고 그런 눈으로 싱가포르 보면 제대로 설명을 못하게 된다.  사실 제도경제학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제도가 무엇인가를 두고 논쟁할 정도로 대단히 범위가 넓다. 일반적인 흐름은 제도가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치는지,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이다. 나는 거기에 더해 제도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 미치는가를 많이 보려고 한다. 개인은 물론 자유의지가 있고 개인 선택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선택에 영향 미치는 건 어떤 제도적 환경에서 살아가는지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스웨덴과 한국에서 똑같이 정부 역할 축소를 말하더라도 그 실상은 전혀 다르다. 같은 환경에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관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 추락하는 정책은 날개가 있다/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추락하는 정책은 날개가 있다/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세상에는 역설이 많다. 옳은 듯이 보이지만 틀리거나, 강한 듯이 보이지만 약한 것이 있다. 성공의 샴페인을 맛보는 순간 그 달콤함이 무덤을 파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는 밀랍으로 깃털을 이어 만든 날개를 달고 크레타 섬을 탈출하는 자유를 맛보았다. 그러나 태양과 바다 사이로 적당하게 날아가라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충고를 무시했다. 너무 높이 날다가 결국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내려 바다에 추락한다. 높이 날아서 오히려 추락하게 된다는 이카루스의 역설이다. 정책에도 역설이 있다. ‘성과의 역설’(Performance Paradox)이 한 예다.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예산·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소요되거나 사업효과가 기대보다 낮은 것이 태반이다. 사업의 성과가 미흡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것을 성과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이는 사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준비하는 시점과 실제로 실행하는 시점의 정책적 환경이나 정치적 역학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한편 정책의 비전을 제시하는 쪽은 예상비용을 줄이고 기대효과를 부풀리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때로는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려는 고도의 정치공학적 계산이 더해진다. 채널터널은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세계 최장의 해저철도터널이다. 새로운 유럽시대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민간자본으로 추진되어 1994년에 완공됐다. 시공사의 주가는 사업에 대한 큰 기대감 속에 치솟다가 결국 곤두박질쳤다. 예상비용의 1.8배가 소요되었지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장밋빛으로 장식한 온갖 대형 국책사업과 정책 아이디어가 난무한다. 500억원 이상인 국책사업은 타당도 조사를 거쳐야 한다. 비용과 효과를 꼼꼼하게 따져야 할 타당도 조사가 부실하게 수행되거나 타당도가 미흡하다고 판명된 사업들이 여러 이유로 무리하게 추진될 경우 사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최근 2단계까지 완공된 인천공항철도의 경우도 기대 효과인 이용객이 과다 추정됐다. 첫 2년간 실제 이용객은 예상치의 10% 미만에 불과했다. 수천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쏟아붓다가 공공기관인 코레일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결국 부담은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물론 시간변수를 고려하면 성공과 실패의 경계선은 모호해진다. 시간이 지나면 실패라고 판정된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회비용이다. 정책은 한정된 예산이라는 태생적 제약조건 속에서 선택이라는 운명의 끈을 붙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무상급식에서 비롯된 복지 관련 논쟁이 첨예하다. 이처럼 복지 논쟁이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적이 없었다. 이 논쟁에서 무상복지는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위대한 첨병으로 환호를 받는가 하면 포퓰리즘에 숨은 망국적 세금폭탄정책으로 비난을 받기도 한다. 모처럼 전개된 복지 논쟁은 성숙된 정책 논쟁을 위한 한 걸음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특히 기회비용과 재원문제에 대한 논쟁으로 발전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논쟁의 당사자나 국민 모두가 이러한 논쟁을 통해 정책학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복지국가를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누가 어떤 복지 혜택을 언제 어떻게 받아야 하는가라는 점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복지전달시스템의 비효율성과 도덕적 해이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비전의 날개를 달지 못한 정책은 운동력이 없다. 그러나 필요한 연료와 항법장치를 갖추지 못한 정책은 제대로 날지 못한다. 높이 날다가 오히려 추락하는 이카루스의 비극적 운명에 빠지기 쉽다. 불행히도 수많은 정책 실패를 경험하고도 이를 가슴에 새긴 정책결정자는 많지 않다. 복지에서 점화된 불꽃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다른 정책분야로 번져 나갈 것이다. 최근에 불거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이 중 하나다. 날개만 멋진 정책과 날개도 멋진 정책을 구별해 내는 혜안이 절실하다. 멋진 장밋빛 날개만 자랑하는 정책은 추락하기 십상이다. 추락하는 정책은 날개가 있다.
  • 장군님의 ‘알통구보’

    장군님의 ‘알통구보’

    “준비됐습니까”, “악!” 1일 오전 경남 진해 해군특수전여단(UDT) 훈련장. 매의 눈을 가진 조교의 호령에 계급을 알 수 없는 단단한 모습의 사나이들이 오리발 수영에 앞서 맨손체조를 시작했다. 체조라지만 구령과 동작은 얼차려에 가깝다. 영하의 기온에도 불구하고 온몸에서 하얀 김이 서려 올라온다. 소말리아 해적을 제압하고 우리 선원을 구출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해군 특수전여단(UDT)의 장병 100여명이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테러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훈련에는 역대 특수전여단장을 지낸 해군 군수사령관 윤재갑 소장과 해군본부 정보화기획실장 방금철 준장, 9전단장 김판규 준장 등 장성 3명도 참가했다. 계급과 상관없이 전투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이 전투부대 육성의 목표라는 취지에서다. 장군들은 이날 100여명의 특수전요원과 함께 ‘알통구보’와 ‘1000m 오리발 수영’ 등 혹한기 훈련을 소화했다. 훈련은 체조와 구보, 수영, 레펠, 폭발물 처리 시연, 대테러 사격, 해상침투 등으로 진행됐다. 해상침투 훈련은 특공작전팀이 적지에 침투해 항공기에 의한 폭격을 유도하거나 저격수에 의한 직접 타격, 폭발물 설치 등 실전과 유사하게 실시됐다. 또 고무보트에 탑승한 대원들이 순차적으로 해안으로 침투한 다음 기동대형을 갖춰 은거지로 이동해 핵심 목표물을 타격하고 폭파하는 방식으로 훈련이 진행됐다. 훈련에 참가한 김판규 준장은 “아덴만의 신화를 이뤄낸 UDT 대원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집권 4년차? 아직도 2년 남아… 마지막 날까지 일할 것”

    “집권 4년차? 아직도 2년 남아… 마지막 날까지 일할 것”

    이명박 대통령은 90분 동안 진행된 방송 좌담회에서 시종 여유 있고 자신감 있는 어조로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진보 성향으로 꼽히는 정관용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잇달아 직설적인 질문을 던질 때는 제스처를 섞어 가며 적극적으로 대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집권 4년차를 맞는 소회를 묻자 이 대통령은 “아직도 2년 남았나 생각한다. 남들은 벌써 4년차라고 해서 여러 이야기를 하지만 나 자신은 다른 느낌”이라면서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재직 시절에도 임기 마지막 날 오후 5시까지 근무시간을 모두 채웠던 것을 소개했다. ●“설 연휴 손자·손녀에게 서비스” 설 연휴 계획을 묻자 이 대통령은 “내일(2일) 하루는 국립박물관에 가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보려고 한다.”면서 “내일 하루는 그렇게 둘러볼 데를 둘러보고 그 다음 이틀은 손자, 손녀, 가족에게 서비스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나는 정치인 출신이 아니다. 일해 오면서 살았다.”면서 레임덕에 빠졌던 역대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해 당청 관계가 악화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여당은 책임을 공유해야 하는데, 10년 야당을 해서 여당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착각했을지도 모른다.”면서 “그렇다고 상처를 입고 그런 것은 없다.”며 웃어넘겼다. ●“5년 단임제 효율적 일처리 중요” ‘회전문 인사’ 논란과 관련,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단임제로 5년 일하면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가 중요하며, 나는 일 중심으로 사람을 판단한다.”고 털어놨다. ‘2월 개각설’과 관련해서는 “감사원장은 채워야 하는데 무사히 청문회를 통과할 사람을 찾는데 만만치 않다.”면서 “개각은 없으며 필요하면 필요할 때 그냥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월 개각 없고 필요할 때 할 것” 그러면서 인사청문회의 보완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미국은 개인의 신상이나 이런 것은 국회가 전반적으로 조사해서 결정하고 공개적인 청문회는 개인의 능력, 정책 이런 것만 한다.”면서 “우리는 정책은 다 없어지고 괜히 신상 가지고 하니까 이렇게 점점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북 강경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외교안보 라인의 인적 개편을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안 하고 있다.”고 단언한 뒤 “왜냐하면 북한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야지 좋아하는 사람만 있으면…”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집중력 높이려 회견 대신 좌담회 이날 기자회견이 아닌 신년 좌담회로 형식이 결정된 것은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분히 앉아서 소수의 패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대담 형식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인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이 같은 형식을 선호했다. 좌담회의 여성 사회자로는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씨 등이 후보로 거론됐으나 방송 경험이 풍부한 SBS 앵커 한수진씨로 최종 결정됐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2일 TV 하이라이트]

    ●마음이 2(KBS2 오전 11시) 고3이면서 공부는 뒷전, 벌써 세 번째 고등학교를 옮긴 동욱(송중기). 돌아가신 아버지의 선물인 마음이가 새끼를 낳아 엄마가 되면서 동욱은 마음이의 삼남매 ‘먹뽀’ ‘도도’ ‘장군이’를 돌보느라 분주해진다. 특히 몸집이 가장 작고 몸이 약한 장군이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엄마는 고민 끝에 동욱이와 마음이를 떼어 놓기로 한다. ●아이돌 건강 미녀 선발대회(KBS2 밤 7시 50분)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여자 아이돌들의 건강 상태를 진단해 보고, 이들을 통해 평소 소홀히 하기 쉬운 여성 건강에 관한 전반적인 상식을 다루어 본다. 심사 결과마다 전문의의 의견과 관련 정보를 담아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이 재미는 물론 다양한 건강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퀴즈 버라이어티 오딘의 눈(MBC 오전 9시 45분) 기존의 지식과 상식을 뒤엎는 퀴즈 형식의 지식 토크쇼. 지혜의 샘물을 먹기 위해 ‘미미르’라는 거인에게 한쪽 눈을 내주어야 했던 북유럽 신화의 제왕 오딘의 캐릭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4명의 MC와 2명의 게스트가 오딘이라는 가상의 3차원(3D) 캐릭터와 함께 미처 몰랐던 생활 속 궁금증을 풀어 준다. ●재미있는 퀴즈클럽(SBS 오전 10시 10분) 웃기지 못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진행된 설 특집. 다양한 유형의 퀴즈를 상식이 아닌 오직 재치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컨셉트다. 재치 넘치는 퀴즈에 재미를 더할 멤버로 김용만, 정형돈, 김숙, 쌈디, 리지가 투입됐다. 이들 MC 군단에 맞서는 게스트 군단은 송은이, 지상렬, 문희준, 김태훈이다. ●꼬마돼지 베이브(EBS 오전 10시 40분) 주인공인 베이브는 이 세상에 갓 태어난 돼지새끼이다. 그는 엄마와 짧은 기간이지만 단란한 생활을 하며 엄마에 대한 정을 키운다. 그러나 그도 잠시 엄마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운명을 맞게 되고 베이브는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하나 멍청한 다른 동물들은 베이브의 엄마를 천국으로 데려가는 것으로 착각하고 좋아하는데…. ●메디컬다큐 생명(OBS 밤 11시 5분) 평범한 여느 여자 아이들처럼 인형을 좋아하는 10살 수현이의 목에는 늘 튜브가 꽂혀 있다. 튜브를 통해 숨을 쉬는 수현이의 병명은 신경섬유종증. 어느 순간부터는 튜브 없이 숨을 쉬기 어려웠고, 목에 있는 튜브는 일상이 되고 말았다. 아직은 어리기만 한 수현이의 고통을 대신해 줄 수 없는 엄마의 고통도 함께 커져만 간다.
  • [어린이 책꽂이]

    ●수학 천재는 바로 너!(안나 체라솔리 지음, 줄리아 오레키아 그림, 김효정 옮김, 봄나무 펴냄) 멸종 위기에 처한 당나귀들이 숫자와 셈을 배운다는 이야기 속에 사칙연산의 원리를 알차게 담아낸 수학동화다. 기계처럼 답을 알아맞히는 ‘계산하는 수학’이 아닌 직접 추론하고 해결하는 ‘생각하는 수학’의 힘을 기를 수 있는 책. 1만 1000원. ●고양이가 찍찍(미야니시 글·그림, 이영미 옮김, 어린이나무생각 펴냄)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양이와 쥐를 다룬 따뜻하면서도 웃음이 있는 그림책. 어린 쥐 세 마리와 고양이 아저씨의 우정을 다뤘다. 쥐가 고양이에게 ‘찍찍’은 ‘아주 좋아한다.’는 뜻이라고 가르쳐 준다. 그런데 고양이가 ‘찍찍’을 외치는 이유는 …. 9800원. ●공부가 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글공작소 지음, 아름다운 사람들 펴냄)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의 주춧돌을 제공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양한 그림과 더불어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소개하고 있다. 1만 2000원. ●천재 의사 데터 이야기(톤 텔레헌 지음, 헤르다 덴도번 그림, 배정희 옮김, 소년한길 펴냄) 오스트리아 어린이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세상의 구역질까지도 치료하는 정말 바쁜 의사 데터 선생님. 밤낮으로 환자들을 치료하다 지친 의사 데터는 결국 먼 길을 떠나는데…. 과연 그는 병원으로 돌아올까? 저자 텔레헌은 전직 의사다. 1만 2000원.
  • ‘이카루스 飛上’ 숨이 멎을 듯…

    ‘이카루스 飛上’ 숨이 멎을 듯…

    한 소년이 어깨에 달린 흰 날개를 휘저으며 상공(上空)에서 무대로 서서히 떨어졌다. 그리스 신화 속 비운의 인물, 이카루스였다. 왕의 노여움을 사 감옥에 갇힌 이카루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발명한 날개를 달고 탈출에 성공하지만 욕심이 화근이었다. 태양을 향해 너무 높이 날아 오른 탓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추락한다. 신화 속 이카루스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바레카이’(Varekai·어디든지)의 이카루스는 신비한 숲으로 떨어져 다시 살아난다. 지난 25일 밤 타이완 타이베이의 난강(南港)에 있는 ‘바레카이’ 야외 공연장. ‘바레카이’는 사양 산업이던 서커스를 새로운 공연문화로 끌어올린 캐나다 공연단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의 9개 투어쇼 가운데 다섯 번째 작품이다. 2600석 텐트극장에는 단 한 석의 빈자리도 없었다. 200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된 뒤 지금까지 전 세계 12개국 60개 도시에서 600만명이 관람한 흥행작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흰 그물 하나에 의존한 이카루스가 비상의 열망을 담아 무대로 급하강했다가 다시 천장으로 급상승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오는 4월 서울에서도 이 공연을 볼 수 있다. ‘퀴담’ ‘알레그리아’에 이어 세 번째 내한공연 작품이다. 화려한 조명은 무대를 다채롭게 만들었다. 원형 무대 뒤를 채운 300여개의 황금빛 파이프는 금빛 숲을 만들었고, 등장 인물들의 의상과 분장은 화려함과 신비함 그 자체였다. 1막은 이카루스의 비행으로 시작해 다리와 엉덩이를 이용, 서로 던지고 주고 받으며 절묘한 호흡을 자랑한 인간 저글링, 이카리안 게임(Icarian Games)으로 이어졌다. 세 명의 어린 곡예사들이 금속 추를 단 밧줄을 빙빙 돌리며 현란한 아크로바틱을 선보이는 물 유성(Water Meteors), 4명의 여성 곡예사들이 높이 달린 공중그네에서 보여주는 3중 공중그네(Triple Trapeze) 등 화려한 곡예연기가 펼쳐졌다. 뜬금 없는 타이밍에 우스꽝스러운 광대극이 벌어지며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극의 흐름을 끊어 아쉬움을 줬다. 2막은 숱한 반딧불이들이 어둠 속을 날아다니는 화려한 장면으로 시작됐다. 두 명의 곡예사가 공중에 연결된 가죽끈에 매달려 마치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있는 인상을 준 공중밧줄(Aerial Straps), 5~6개의 축구공과 탁구공을 입과 머리를 이용해 보여주는 화려한 저글링, 목발을 이용해 관절 인형처럼 아래위로 움직이며 힘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솔로댄스 등이 이어졌다. 공연의 백미로 꼽히는 공중후프에선 관객들은 넋을 놓은듯 했다. 150분간 이어진 공연은 두 개의 러시아 그네에서 곡예사들이 점프하며 고난도 묘기와 스릴을 안겨주는 ‘러시안 스윙’으로 마무리됐다. 2007년 한국에서도 공연돼 큰 인기를 끌었던 ‘퀴담’이 여성적이었다면 ‘바레카이’는 남성미가 강하게 느껴진다. 2008년 ‘알레그리아’보다는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음악적 감동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다. 몇몇 장면에서의 묘기 실수와 이카루스 연인 역할의 배우가 개인적 사정(임신)으로 불참한 것도 아쉬움을 남겼다. 4월 한국 공연에서는 대역이 투입된다. 공연단 명성만 봤을 때 4월부터 시작되는 내한공연은 한국 관객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전 세계적으로 1035만 4139명이 본 ‘퀴담’, 1197만 6758명이 관람한 ‘알레그리아’를 모두 섭렵한 관객이라면 전작과의 비교를 통한 재미도 쏠쏠히 챙길 수 있을 듯. ‘바레카이’는 집시 언어로 ‘어디든지’라는 뜻이다. 태양의 서커스 단원들의 삶을 투영한 듯하다. ‘바레카이’ 공연만 6년째라는 러시아 출신 곡예사 레이산 가자로바(24)는 “1년에 집에 있는 날은 3주도 안 되지만 무대에 서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캐나다 리듬체조 선수 출신인 스텔라 우메(35)는 “우리는 현대의 집시”라며 웃었다. “서커스를 보는 동안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날 수 있잖아요. 영혼의 치료제와 같다고 생각해요.” ‘바레카이’ 예술총괄 감독인 매튜 개티엔의 말이다. 한국 공연은 4월 6일부터 5월 29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빅탑공연장에서 진행된다. 타이베이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지옥이 이런 모습?…‘불덩이 행성’ 발견

    지옥이 이런 모습?…‘불덩이 행성’ 발견

    신화에 등장하는 지옥이 이런 모습일까. 표면온도가 무려 3200도에 달하는 ‘우주의 불덩이’가 발견돼 천문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영국의 킬 대학 알렉시스 스미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해 그 존재가 처음으로 밝혀진 외계행성 WASP-33b의 표면온도가 무려 3200도로, 역대 발견된 것 중 가장 뜨거운 행성으로 기록됐다.”고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에서 전했다. 지구에서 380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에 존재하는 WASP-33b는 모항성과의 거리가 수성과 태양의 거리에 7%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근접해 있다. 궤도를 한번 도는 데 29.5시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말 그대로 ‘불타는 행성’에 가깝다. 과학자들은 우주 적외선 카메라로 모항성의 온도를 추측한 뒤 행성의 공전주기를 계산해 WASP-33b행성의 온도를 밝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우리 은하에서 가장 뜨거운 행성인 WASP-12b보다 무려 900도나 더 뜨거운 수치다. 한편 WASP-12b 역시 모항성 주변을 한번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1.1일에 불과할 정도로 모항성과 거의 닿을 듯이 가깝다. 이 행성이 럭비공 형태로 변형된 채 별에게 먹히는 이른바 ‘우주의 양육강식’의 장면이 지난해 허블 망원경에 포착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WASP-12b는 1000만년 후에 완전히 잡아먹혀 우주에서 종적을 감추게 된다. 사진=WASP-33b(위)와 WASP-12b(아래)의 상상도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이광재 강원지사 대법 판결전 본지 격정토로 “면직 슬픈게 아니라 현실이 눈물난다”

    이광재 강원지사 대법 판결전 본지 격정토로 “면직 슬픈게 아니라 현실이 눈물난다”

    <원고지 89장 분량 인터뷰 전문 수록>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대법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확정 판결로 지사직을 잃은 27일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판 절차와 결과에 실망스럽다.”면서 “지사직을 잃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현실이 가슴 아프고, 도민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판결 바로 전날인 26일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 지사는 인터뷰에서 대법원 판결과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 정치 현안, 2012년 대통령 선거 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이 지사는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제해 왔으며, 지난해 6월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뒤에도 도정과 관련한 인터뷰만 해 왔다. 정치 현안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인터뷰는 서교동에 자리잡은 강원도 서울사무소 5층 회의실에서 이도운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오전 11시부터 1시간 40분동안 이어졌다. ●대법 상고심 결과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나. -지금까지도 백척간두 위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 심정으로 살아왔다. 다 잘될 거라 본다. 불교 경전에 나오듯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정치적 탄압’이라고 말하고 싶나.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상처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세상 살다 가면서 선한 생각만 가져도 세상을 구제하지 못하는데 남을 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됐을 때 수많은 제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자고 했다.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갖지 못하게 된다. 정치인 이광재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항상 새로운 미래에 도전했고 시련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내 운명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항상 웃는 그런 나를 보고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엔 내 말이 맞았다. →이번 판결을 맡은 박시환·신영철·안대희 대법관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나. -없다. →박시환 대법관을 만난 적이 있나. -없다. 기본적으로 의회·행정·사법 등 삼권이 분리돼 있고 내 처지로 볼 때 공정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강원도지사 직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 사장이 당선될 것으로 보나. -내가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엄 사장한테 내가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 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나에게는 정치를 안 한다고 했는데. 언론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성공했다고 보나 실패했다고 보나. -절반의 성공이 있었고, 절반의 실패가 있었다. →성공했다고 보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또 서민 대통령이었고, 권위주의를 타파했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기 지지자와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이었다는 점이다. 지지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대추리 문제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적체됐던 방폐장과 천성산 터널 문제도 해결했다. →실패한 절반은 무엇인가. -당시 우리가 갖고 있던 세력에 비해 너무 큰 어젠다를 가졌고, 그러다 보니 너무 큰 상처가 났다. 예를 들어 행정중심복합도시만 해도 세번의 선거 동안 내건 공약이었는데도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뒤집혀 다시 국회로 왔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실제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작다. 국가의 5% 정도밖에는 바꿀 수 없다고 본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아… 그런 사람이 또 있을까.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이다. 제3의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치인은 진화해야 한다고 본다. →참여정부의 정부 조직시스템을 현 정부가 많이 바꿨다. 무엇이 잘됐고, 무엇이 잘못됐나. -현 정권 들어 항상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위기관리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러다 홍보수석, 인사수석, 위기관리 시스템도 다 복구했다. 기존 것을 인정하고 잘할 수 있는 것에 매달려서 임기를 마치는 게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가장 큰 이유가 뭘까. -내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와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 봉사하는 태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그게 가장 좋았다.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잘 이해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기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그런 사람이었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투쟁’하는 정치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무엇이었다고 보나.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언론과 부인과 성직자와는 싸우지 말라고…, 그러나 그걸 알면서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어려워지니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다 돌아섰다. 그때 심정이 어땠나. -노 대통령은 스스로를 ‘경계인’이라 했다. 변호사로 기득권층에 진입했지만 사건을 맡기 어려워 직접 찾아가는 인권변호사가 됐고, 호남 가면 영남 사람, 영남 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항상 빈 들에 서 있는 노무현을 봤다.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선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노 대통령을 비판하다가 서거하고 나서 국민적인 열기가 있으니까 또다시… 정치가 좀 담백했으면 좋겠다. →참여정부에 많은 386세대들이 참여했다. 그 당시 386들은 국가를 경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보나. -노 대통령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 폄하하기 위해 그런 말들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도 50대 중반이었고 386이라 해 봐야 전체 수석비서관 중에 나와 천호선 둘 정도였다. 1958년 개띠가 12명이나 됐다. 그렇게 따지면 김종필 총재도 30대에 정권의 2인자가 아니었나. 미국 대통령 나이가 평균 53.1세다. 미국 역사의 전환기 당시 대통령은 루스벨트, 케네디, 클린턴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초반이었다. 내적 역량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다. →386 정치인들에게 여전히 공통된 지향점이 남아 있나. -세대의 에너지라는 것이 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먹혔던 이유가 뭔가. 그 세대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8·15와 6·25를 겪었다. 그러니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겠나. 386세대도 마찬가지다. 데모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 80년대에 광주가 얼마나 가슴 아팠나. 척박한 현실에서 몸으로 앞서 나가고 마음으로 동조한 세대가 386이다. 목숨을 걸고 한 시대를 타개하려 했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안희정, 유시민, 김두관, 문재인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 가운데 60%는 노 대통령이, 나머지 40%는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반반씩 갖고 있다고 했다. 동의하나. -과분한 말이다. 나는 오히려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지분이 어디 있겠나. →참여정부의 부채를 떠맡기 싫어서 지분을 안 가지려는 건 아닌가.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했기에 대통령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386세대에 미안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분들에게 내가 모자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 →이 지사와 안 지사, 김 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문재인 전 비서실장 중에서 노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사람은 누구였나. -문재인 실장이다. 그러니까 민정수석도 시키고, 비서실장도 시켰지.(웃음) →문 실장이 언젠가 정치를 할 거라고 보나. -(30초 넘게 고심을 하다가) 잘 모르겠지만, 문재인 실장이 손학규 대표와 대통령 후보 경선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함께했으면 좋겠지.(웃음)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지분이 없나. -그렇지 않다. 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분이다. 다만 지금은 민주당이 아니니까. →다섯분 가운데 정치 지도자로서의 재능이나 역량은 누가 가장 낫나고 보나. -여태까지는 노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시험대 위에 오른 거다. 중요한 건 본인의 비전과 경영능력이다. 지금은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다. →안희정 지사와는 협력 관계인가, 경쟁 관계인가. -안 지사나 김 지사나 나나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 아닌가. ●정치현안과 2012년 대선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개헌은 해야 하지만, 시점을 놓쳐 버렸다. 이미 권력 후반기가 아닌가. 어떤 개헌이 필요한 가는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 →개헌 이슈가 한동안 갈 것으로 보나.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60년대생 정치인, 시·도 지사들과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의 문제에 천착하는 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 내년은 세계사적으로, 특히 동북아 지역의 명운을 가르는 해다. 남북 정세 변화와 에너지·자원 문제를 둘러싼 극동의 관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향후 10~2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몰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 개헌 문제로 지지고 볶아서야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웃돈다. 이 지사는 몇점을 주겠나. -이미 대통령인데, 지지율이 70%면 어떻고 30%면 어떤가.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또 서민경제가 어렵다. 이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까지 이 두 가지 문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 지사 본인에게는 몇점을 주고 싶나. -나는 지사 업무 수행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한 50점쯤 주겠다. 강원도에서 나의 지지율도 그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중에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인가. -포용과 통합이다. 국민통합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고 생존의 전략이다.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무엇일까. -일자리, 교육, 복지라고 본다. 또 동북아 평화와 물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박근혜 대세론’이 강하다. 야당이 박 전 대표를 넘기 어렵다고 보나. -박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경선 패배를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순간 이미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앞으로 대통령의 비즈니스 역할이 커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도지사·장관도 했고, 비교적 안정감 있고 예측가능한 후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가, 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모르겠지만, 멋진 승부를 벌이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는 무리 없이 한나라당 후보가 될 거라 보나. -한나라당에서는 박 전 대표가 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예측가능한 정치를 해야 한다. →현재 박 전 대표와 1대1로 붙을 때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누구라고 보나. -그걸 말할 수 있나. 나도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지지율 23%포인트까지 뒤졌다가 13%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결국 말을 많이 듣는 사람, 애정을 가진 사람이 승리자가 된다고 본다. ●정치인 이광재 →이념적으로 진보인가, 보수인가.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고 진화를 선택했다. 오류를 빨리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진정한 진화다. →정치권이 좌파와 우파로 나뉘었는데, 이데올로기가 없으면 정치 기반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경제만 봐도 신자유주의부터 소련체제, 복지국가 모델이 정부 발전을 이끌고 왔는데 어떻게 어느 하나가 옳을 수 있나. 공존하려는 통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는 황당한 얘기다.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할 때 각 부처 최고의 엘리트들과 일한 경험이 있다. 공무원들은 유능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 그런데 처음에 무슨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한번 취지를 잘 설명하면 반드시 답을 찾아온다. →불교신자다. 본인의 종교가 정치 활동에 영향을 미치나. -로마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종교 탄압이다. 인도와 무굴제국이 가장 왕성한 때는 종교를 모두 허용했을 때다. →참여정부 때 실세여서 강원도에 예산을 많이 주도록 했다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많이 따려고 노력했다. 다만 나는 예산 딸 때 사무관, 과장부터 일일이 다 설득한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그때뿐이다. 정권이 바뀌면 가위표가 된다. 생명력과 일관성 있게 정책을 유지하려면 주무 사무관과 과장의 확신을 얻어내야 한다. →강원도분들이 보수적인데 왜 작년에 민주당 후보인 이 지사를 선택했다고 보나. -첫째, 강원도를 위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것. 둘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해봐서 국가도 좀 알고, 국회의원도 두번 해서 국회도 안다는 점. 셋째, 그래서 도지사 시켜 일하게 한 다음 강원도를 대표하는 인물로 키워야겠다는 거 아니겠나. →강원도지사 선거 때 공언한 대로 10년 후 대통령 선거에 나올 건가. -난 정말 강원도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강원도지사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성공해서 나중에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 나와 멋있게 경쟁하고, 멋있게 후보 단일화하고, 그것도 멋진 일이다. 대담 이도운 정치부장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이광재 격정토로 인터뷰 전문 (200자 원고지 89장) 이광재 강원지사가 2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지사직을 잃었다. 2년만에 막을 내린 박연차 게이트의 종착역에서 끝내 내리지 못한 채 “선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도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 인터뷰는 선고 전날 진행됐다. 이 지사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우여곡절 많았던 취임 이후의 소회와 정치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 2012년 대선 등 정치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이도운 정치부장과 대담 형식으로 서울 서교동 강원도민회관 4층 회의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강원지사 강원지사가 중앙 정치권에서 크게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 지사가 당선되고 나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가. -강원도는 대륙 국가로 가는 전진기지다. 올해 23개국을 다룬 ‘세계 흥망사’라는 책을 내려고 한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 문제, 중국·러시아의 자원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때 신성장 동력이 나온다. 서울 중심의 서쪽으로 기울어진 배가 동쪽으로 균형을 잡는 극동아시아 시대가 온다. 지금은 강원도의 역사가 부상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국가 및 강원도의 발전 전략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흔한 말로 ‘호남은 푸대접, 강원도는 무대접’이라고 한다. 현 정권의 내각과 청와대 수석에 강원도 출신 없다. 도민들이 지역 차별을 느끼나.  -있는 것 같다. 참여정부만 해도 강원도 출신 장·차관들이 많았는데 현 정권에는 아무도 없어 안타까움이 많은 것 같다. 1년에 9000만여명이 강원도에 온다. 우리가 더 잘하면 그 분들이 강원도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상고심 27일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나.  -잘 될거라 본다. 기본적으로 불교 경전에 나오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증거가 없고 , 궁박한 처지에 있는 한 사람 말에 따라 유·무죄 결정이 났는데 이미 그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무죄가 난 상황이다. 여당 의원들은 무죄가 났고, 나는 절반의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났다. 더 결정적으로는 재판정에 박연차 씨가 나와 진술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재판장이 불러주지 않은 것도 문제다. 더군다나 한 차례가 아니고, 대여섯 차례에 걸쳐 돈을 10억원 넘게 거절한 건 내가 유일한 사람이다. 잘 될 거라 본다.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수용할 건가.  -백척간두 위에서 항상 진일보하는 인생을 살아왔고 잘 될 거라 본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털고 지사직에 전념할 건가, 아니면 ‘정치적 탄압’이라는 부분을 짚고 넘어갈 건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불리한 상황이 극복되기를 희망한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상처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세상 살다가는 건데 내가 선한 생각만 갖고 살아도 세상을 구제 못하는데 남을 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됐을 때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자고 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정치인 이광재의 미래는.  -정치인 이광재까지는 모르겠지만 잘 풀릴 거라 본다. 항상 새로운 미래에 도전했고 항상 시련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내 운명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항상 웃는 그런 날 보고 근거없는 낙관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엔 내 말이 맞았다. (유죄 파기환송될 경우) 시한부 임기인데 도정의 안정성을 해치는 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죄를 확신한다. 취임 이후 직무가 정지되는 어려운 와중에서도 짧은 기간 동안 빠른 속도로 도정이 안정됐고 변화됐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도정 업무는 훨씬 더 강화되고 추진 속도가 붙을 거라고 본다. 언론에서 박시환 대법관과 이 지사의 관계를 부각시키는데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나.  -모르겠다. 박시환·신영철·안대희 대법관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박시환 대법관과 만난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 의회·행정·사법 등 삼권이 분리돼 있고 내 처지로 볼 때 공정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열심히 지역을 돌고 있다는데 어떤가. 엄 사장이 당선가능성 있나.  -내가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엄 사장한테 내가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나에게는 정치를 안 한다고 했는데. 언론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구제역 판결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영향을 주게 되나. 아니면 동계올림픽 유치가 판결에 영향을 줄까.  -그건 모르겠다. 오는 7월 6일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치돼야 한다. 연평도 사건도 그렇고 서민들의 생계도 어려워 국민들이 힘 빠져 있다. IMF 구제금융 당시 박세리 선수가 우승해 희망을 줬는데 이번에 평창이 희망을 줄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이미 두 번이나 울었다. 이번에는 강원도 ‘감자바우’들이 하는 일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써야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지 않을까. 꼭 될 거라고 본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유치활동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줬나.  -IOC위원회에서 워낙 평이 좋으시고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IOC내 존경받는 분이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고심이 많은데 강원도 민심은 어떤가.  -구제역 현장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건 이제 우리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할 단계에 왔다는 거다. 첫째, 앞으로 질병이 위기관리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둘째, 아직 구제역 연구소조차 없다. 미국은 케네디대통령이 1961년에 만들었는데 우리는 백신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영국에 연락해서 공급받고 백신 자체도 모자란다. 구제역 연구소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 필요가 있고 전반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 셋째, 가축을 키울 때 근본적인 전환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오스트리아에 가보니 동물을 일정 기간 이상 가둬서 키우지 않았다. 초지에서 방목하고, 불가피하게 가둬놓고 키우면 철저히 관리한다.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구제역을 막는 것과 시장을 활성화 시켜 농민에게 도움을 주는 건 다른 문제다. 강원도는 빨리 출하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다들 재래시장에 못 나와 물건을 못 파니까 어렵다. 어차피 제수 상품을 사야 하니까 도청 공무원 월급의 일정액을 떼서 대대적인 상품권 구매운동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직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새끼가 젖을 물면 1분 이내에 쓰러지는데 오랫동안 버티다 쓰러지는 소를 보며 또 한번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 이제는 한 단계 도약할 때가 왔다는 걸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다. ●참여정부와 고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성공했다고 보나 실패했다고 보나.  -절반의 성공이 있었고, 절반의 실패가 있었다. 절반의 성공은.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서민 대통령이었고 권위주의 타파했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기 지지자와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문제에 대한 대응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용산 미군기지를 이전시키면서 대추리 문제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적체됐던 방폐장 문제도 박수 받고 해결했다. 천성산 터널 문제도 해결됐다. 모든 것은 자기 지지자들과 했던 싸움이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지 않고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나. 진보라고 진보의 정책을 다 쓸 수 없고, 보수라고 보수의 정책을 다 쓸 수 없다. 대통령은 중간을 가게 돼 있다. 내가 청와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방폐장 문제 다음 정권에 넘기자, 약체 정권인데 지지자들과 싸워서 별로 얻을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그럴 바에 왜 대통령을 하나. 내가 있을 때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돌파해야 나라가 진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것, 이것이 가장 의미있다고 본다. 절반의 실패는 무엇인가.  -우리가 갖고 있던 세력에 비해 너무 큰 어젠다를 가졌고, 또 너무 상처가 났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만 해도 세번의 선거 동안 내건 공약이었는데도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뒤집혀 다시 이번 국회로 오게 됐다. 노 대통령은 정치가보다 사상가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자신의 힘에 비해 너무 거대한 어젠다를 세웠다.하지만 행복도시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거대한 화두의 일부를 내보였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아, 그런 사람 또 있을까.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또다른 사람이다. 노 대통령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적통이라기 보다 제 3의 무엇이 있지 않을까. 결국 진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참여정부가 만들었던 청와대와 정부 조직시스템을 현 정부가 많이 바꿨다. 잘했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한 부분은.  -참여정부가 했던 시스템을 현 정부가 다 반대하다가 다시 돌아갔다. 홍보수석 폐지했다가 다시 만들고, 인사수석·위기관리 시스템도 다 복구했다. 존재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 존재한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다. 노 대통령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공직자와 수많은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그런 시스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항상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위기관리 체제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런 문제 볼 때마다 아쉬움이 있다.  나도 전임 도지사를 절대 비판하지 않고 다 안고 있다. 차차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하고 일은 혁신적으로 한다. 책을 쓰면서 23개국을 연구해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은 제조업이 강하고 기술이 강해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과 정보통신부가 없어지는 걸 보며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결국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나라는 무한하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앨빈 토플러가 ‘미국 대통령 되면 미국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5% 정도다’라고 말했다. 실제 많은 걸 못 바꾼다. 오히려 기존 것을 인정하고 내가 아주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에 매달려서 임기를 마치는 게 올바른 태도다.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어떤 이유라고 보나.  -요즘 주말이면 봉하마을에 1만명이 온다고 한다. 놀랍다.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 서민 대통령.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그 때 노 대통령은 어쨌든 법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법을 배워야 한다, 리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면서 아침 7시에 불러 헌법 공부를 시켰다. 집이 인천이라 국회 근처에 방을 잡고 밤새며 일을 했다. 청문회에서 대단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노 대통령의 연설이나 글은 굉장히 쉽다. 어디서 이렇게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언어를 배웠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변호사들이 판·검사를 접대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그걸 하지 말자고 했다. 그 뒤 사건이 안 들어와서 직접 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인생이 말야, 남녀가 모든 걸 버리며 사랑하다가도 막상 헤어지고 나면 1만원짜리 하나 갖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 듣고 확 와닿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 대정부 질의 원고가 굉장히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자기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은 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면 대통령을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갖고 있다가 1992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면서 호남 사람들 이 의원회관실로 울며 전화하더니 애를 더 낳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영남 사람이지만 이렇게 나라가 분열되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걸 말씀드렸고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가자고 하니 나가도 되겠냐고 되물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을 치르면서 최고위원 선거 준비했고 대선 나간다고 계획 세웠다. 1993년 12월 결혼하고 신혼여행 가서 완전히 생각을 굳혔다. 갔다 와서 안희정 씨를 만나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처지라 현역 국회의원 대상으로 계보 만들기가 어려우니 지방자치 실무연구소를 만들고 싱크탱크를 만들자고 했다.  노 대통령에게 가장 감동을 받은 건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인이고 권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봉사하는 태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그게 가장 좋았다. 노 대통령은 계속 투쟁하는 정치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아마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런 농담이 있다. 언론과 부인과 성직자와는 싸우지 말라는. 양면성이 있다. 분노는 사랑에서 나온다.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노동자와 서민을 변호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이 노동자와 서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냐고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랬더니 노 대통령이 ‘나도 대한민국 사법고시에서 50명 뽑을 때 된 사람이다. 판사도 됐고 기득권 세력이다. 그러나 국회라는 게 뭐냐, 나같은 사람이 나서서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줘야 균형을 잡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뭐 쉬운 길을 가냐. 나는 뭐 좋냐. 내가 무슨 바보냐’고 했다. 항상 유대인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처음에 공산주의자 나치가 공산주의자 선언할 때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기에 가만 있었다, 그러나 나치가 나를 체포하러 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는 말을 강연에서 많이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정세분석 하지 말라고 했다. 참모들은 참아야 기회가 온다고 조언하는데 ‘내가 왜 도구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 하냐’고 따졌다. 이러면 참모들은 힘들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 15대 총선 종로에서 떨어지고 정말 막막했다. 두 번 떨어지고 나서 내가 노 대통령에게 종로로 가자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이명박·이종찬 후보에게 다 지는 걸로 나왔다. 그러나 이기고 지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나, 대한민국 정치 1번지에서 의미있는 전사를 해도 정치인은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랬다. 천신만고 끝에 현역이 됐다. 그 뒤에 부산에 가겠다는 거다. 왜 거기로 가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은 무엇이 되는 걸 생각하는데 도구가 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 한 남자를 사랑했고 그 분이 계속 어려우니까 떠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좋을 때 떠나지, 어려울 때 못 떠난다. 계속 같이 있다 보니 내가 세속적인 출세를 한 거다. 내가 큰 역량이 있어서가 아니다. 인터뷰하러 오면서 택시 기사가 하는 말이 ‘노 대통령이 어려워지니 사람들이 다 돌아서더라.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때 심정이 어땠나.  -노 대통령은 스스로 ‘경계인’이라고 했다. 변호사로서 대한민국 기득권에 진입했지만 인권변호사가 됐고, 경상도 사람으로 민주당에 소속돼 호남 가면 영남 사람, 영남 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이런 얘기할 때 가슴 아팠다. 항상 빈 들에 서 있는 노무현을 봤다. 제일 중요한 게 의리라고 생각한다.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서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그렇게 노 대통령을 비판하다 서거하고 나서 국민적인 열기가 있으니까. 좀 정치가 담백했으면 좋겠다. ●386과 486 참여정부에 많은 386세대들이 정권에 참여했다. 국가를 장악할 준비가 돼 있었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 폄하하기 위해 그런 말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도 50대 중반이었고 386이라 해봐야 전체 비서관 중에 나와 천호선 비서관 둘 빼면 58년 개띠가 12명이나 됐다. 이 사람들이 주력 부대였다. 수석이 대체로 50대 중반, 노 대통령과 같거나 조금 많거나 적었다.  또 김종필 총재가 30대에 공화당 의장하지 않았나. 미국 대통령 나이가 평균 53.1세다. 미국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세 번 오는데 공황기, 동서 냉전기, 신자유주의 물결이 들어서기 직전이다. 한번은 루즈벨트, 한번은 케네디, 한번은 클린턴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초반의 대통령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얼마만큼의 준비가 돼 있느냐, 내적 역량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정리하자면 너무 과하게 폄하하려 하는 의도 속에서 본질에 맞지 않는 비난이 있었고, 나이만으로 모든 걸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 신구 조화가 필요하다. 당시 나쁜 배합 아니었다. 386 정치인들은 현재 공통된 지향점이 있나.  -세대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먹혔던 것은 그 당시 세대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8·15와 6·25 전쟁을 치렀다. 석회석과 다이아몬드는 성분이 똑같다. 그런데 어떤 압축과 고열과정 겪느냐에 따라 석회석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6·25 전쟁과 8·15 해방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겠나. 그 에너지가 있었기에 40대 기수론이 가능했고 살아가는 힘이 있었기에 전쟁의 잿더미에서 살아보자는 열망이 가능했다. 박정희라는 지도자도 있었지만 그 때문에 경제 발전도 가능했다.  데모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 80년대 광주가 얼마나 가슴 아팠나. 데모를 하든 안 하든 척박한 현실에 몸으로 앞서 나간 사람, 마음으로 동조한 세대가 386이다. 수백만이다. 학생운동 한 사람은 극히 소수다. 386으로 폄하될 일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한 시대를 타개해 나가려 했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중에 학생 운동 한 사람들은 소수였다. 당시 70만명씩 대학갈 때다. 80년대 학번부터 87년까지 보면 490만명의 대졸자를 갖고 있다. 취직을 많이 못해서 문화운동을 이끈 사람들도 이 주류들이다. 강한 386에너지가 있다. 운동만 한 386이 아니고, 80년대라는 군사독재 시절을 살아간 강력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이제 486이라고 하는데 용어는 어떤가. 386 상징성 때문에 쓰는 게 낫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본다. 세대 에너지를 좀더 얘기하자면 68년도에 유럽의 학생운동을 이끈 6·8세대들이 다 유럽의 대통령이 됐다. 그만큼 세대 에너지가 강하다고 본다. 존중될 필요가 있다. 다만 나처럼 못난 사람이 정치하게 되면서 정치권에 대해 조금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는데 부채 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386 세대는 충분히 의미있는 세대다. 40대가 우리 경제의 주류 아닌가. 회사의 과장, 부장으로 일하면서 사회와 경제를 끌고 가는 강력한 세대다. 내가 그 세대가 갖고 있는 에너지 만큼 못한 게 미안하다. 올해 70세 넘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영화제위원장을 강원도 문화예술제전 이사장으로 모셨다. 김 위원장은 1년 반을 해외에 있었다. 20대 청년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세대간 벽을 두기보다 신구 조화를 강력히 꾀해야 할 때다. 중국이란 나라의 역동적 힘은 젊은 사람을 키워주고 권력자들은 전 정권 권력자들과 협력하고 타협하는 데서 나온다. 난 이것이 오늘날 중국의 강력한 동력이라 본다. ●친노세력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 60%은 노 대통령에게, 나머지 40%는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반반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동의하나.  -과분하다. 내가 노 대통령과 가장 오래 있었고, 노 대통령의 가족과 영원히 함께 해야 하는 게 내 숙제다. 참여정부에 빚을 많이 지고 있다.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지분이 어디 있겠나. 부채를 떠맡기 싫어서 지분을 안 가지려는 건 아닌가.  -사람이 사는데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했기에 대통령을 만들어겠다고 생각했고 또 그건 변함없다. 386세대에 미안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분들에게 내가 모자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 이 지사, 안희정 지사, 김두관 지사, 유시민 전 장관, 문재인 비서실장 중에서노 대통령은 누구를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했나.  -문재인 실장이다. 그러니까 민정수석도 시키고, 비서실장도 시키지(웃음) 문 실장은 언젠가 정치를 할 거라고 보나.  -(한참을 생각하다)잘 모르겠지만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변호사가 잘 경선했으면 좋겠다.(웃음)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함께 경선했으면 좋겠다. 김두관 지사 말을 들어보면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지분 없나.  -그렇지는 않다. 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특별한 애정 가졌던 분이다. 지금 민주당은 아니니까. 지사 제외하고 나머지 분 중 정치적인 지도자로서 재능이나 역량은 누가 낫나.  -여태까지는 노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시험대 위에 오른 거다. 중요한 건 본인의 비전과 경영능력에서 시작되는 거다. 지금은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본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 5명 가운데 누가 대표 주자로 출마하면 좋을까. 문재인 실장인가.  -손 대표, 문 실장, 정동영 최고위원도 하겠지. 안희정 지사와는 경쟁 관계인가.  -둘다 의미있는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일자리, 교육, 복지 세 가지 영역에 지사직을 걸었다. 안 지사나 김 지사나 나나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정치가는 희망을 파는 상인인데 국민들은 너무 위대하고 똑똑하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 아닌가. 그래야 정치를 얘기할 수 있다. 난 분명히 그렇게 할 거다. ●정치 현안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이 지사의 생각은.  -도 지사가 그런 얘기도 해야 하나(웃음). 개헌은 해야 하지만 노 대통령이 개헌하자고 했을 때 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노 대통령이 하자고 했던 시기에 했으면 전체 대통령의 임기나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을텐데 시점을 놓쳐버렸다. 이미 권력 후반기다. 국회의원 임기도 얼마 안 남았다. 어떤 개헌 방향이 필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런데도 여당에서 개헌을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 개헌 이슈가 한동안 갈 것 같나.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전 보면서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60년대생 시도 지사들과 여야를 떠나 진짜 대한민국 문제에 천착하는 모임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내년은 세계사적으로 명운을 가르는 해다. 북한은 권력 교체기고 우리는 대통령 선거다. 중국 지도자가 바뀐다.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있다. 아시아 전반에도 남북 문제를 둘러싼 큰 틀의 변화가 오는 시기다. 남북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대한민국 명운을 끌고 갈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장길도 계획이라는게, 나진선봉으로 바다로 나오는 것이다. 내년 10월되면 푸틴 대통령이 만든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다. 얼마 전에는 몽골의 석탄을 한·중·러가 철도를 놔주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몽골 자원이 동해안으로 나오게 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캄차카 반도 위로 북극 항로가 100~120일 열린다. 남북 정세 변화와 에너지 자원 문제를 둘러싼 극동의 관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한국 10~2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천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력 투구하고 여야를 떠나 내년 10월 APEC 의제는 단연코 남북의 정세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관리할 거냐, 북한을 경유하는 철도는 어떻게 될 거냐, 몽골·북한의 엄청난 광물 자원 어떻게 가져갈 거냐, 북한 물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거냐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극동아시아의 변화에 여야를 떠나 모든 정파가 외교에 진력해야 한다. 130년 전 구한말 상황이 온 것이다. 강원도가 여기에 한 축이 있다. 지사직을 걸었다.  무상복지 논란을 얘기를 많이 하는데 복지 하면 무상이다. 그런데 성장 없는 복지가 어디 있고, 복지를 생각하지 않는 성장이 어디 있나. 지금처럼 주택 문제,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20년 저출산 고령화 상황에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그 동안 성장동력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서민들을 어떻게 할 건가를 놓고 머리 맞댈 일이지 지금 개헌으로 지지고 볶아서야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50%를 웃돈다. 100점 만점에 몇점 정도 주겠나.  -글쎄. 난 통일보단 평화를 원한다.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서민경제 부분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지금 서민들이 살기 너무 어렵다. 고용없는 성장과 거대한 눈부신 지표는 존재하는데 서민 삶은 거기에 없다. 임기 마지막에 두 가지를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70%면 어떻고 30%면 어떤가. 어차피 대통령인데. 물론 국민 원성 사면 안 되지만 너무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를 역사와 승부하면서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게 중요하다.. 평화보다 통일 원하는 거 맞나.  -그럼, 당장의 통일보다는 평화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지지율 조사하면 어느 정도.  -한 50% 나올 거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중에 가장 잘못하는 것 하나를 꼽는다면.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이야기에 로마의 번성 요인에 관한 글이 있는데 하나는 포용이다. 로마가 일어났던 건 이민족에 대한 포용, 로마인이 아닌데도 시민권을 주고 외부 사람도 황제가 될 수 있게 했다. 두번째 통합이다. 국민통합이란 건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고 생존의 전략이다. 그래야 이 나라가 잘 되고 서민경제가 잘 된다. 내년 10월 APEC 정상회담을 반드시 국가의 전 역량을 모아야 한다. 틀의 변화는 임기 후반기에 있다. ●민주당 전적으로 공감한다. 민주당의 3대 무상 정책에 찬성하나.  -일자리, 교육 문제를 통해 건강한 중산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게 국가 전체적으로 복지다. 이를 어떻게 끌고 갈 거냐의 문제와 또 하나는 진짜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주는가의 문제를 같이 생각해야 한다.  강원도는 이렇게 정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투자, 들어오는 기업에 특혜를 확실히 주겠다는 게 내 주장이다. 상장 회사 3개를 유치했다. 일자리 만드는 부분을 해 나가는 거다. 교육 분야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와 중국어를, 강릉 영동지역은 영어와 러시아를 시범학교를 정해 집중할 생각이다. 연세대학교 초·중·고를 원주에 만든다든지 해서 교육 부분을 굉장히 강화하려 한다. 복지 예산은 늘었는데 많은 걸 못한다. 시범사업을 해보는 거다. 시범사업을 해서 내 가설이 맞으면 확대하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 2018년 돼야 연금시대 열린다. 2018년에 연금 받을 정도로 연세드신 분은 노후 준비가 안돼 있다. 경로당에 집중하자. 복지의 인프라라고 생각하면 경로당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소 한마리에 200만원, 키우면 한 달에 1만 5000원을 준다. 100마리를 키우면 150만원인데 이걸 경로당 짓는데 쓰자. 소가 새끼 낳으면 소 한마리 800만~1000만원 하는데 그 돈으로 경로당을 도와줄 수 있다. 3년 지나면 소를 팔고 송아지 한 마리가 생긴다. 증식의 모델을 만드는 거다. 농촌형 복지다. 이걸 시범사업으로 해서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부모가 있으면 세액공제를 받는다. 그러지 말고 효도통장을 만들어 부모님에게 일정액을 자식 월급에서 10만원 떼 주자.  노인들 쓰레기 줍는거 말고 유럽처럼 꽃을 가꾸게 하고, 도시형 같은 경우 할아버지들이 도시의 쓰레기, 명함 등을 수거해오면 계산해서 주고 경로당 운영비를 주고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논쟁할 때 서로 존중할 필요있다. 인간이 제도로 만들어낸 게 투표(정치)와 화폐(경제)다. 성장과 불평등은 쌍둥이 자식이다. 경제에서 성장은 미덕이다. 그러나 결과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걸 해소하려는 게 평등이고, 그게 정치다. 인간이 완전하지 않기에 서로 닮으려고 한다. 이기적, 이타적 유전자가 큰 논란을 일으키는데 성장과 복지라는게 그런 측면이 있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철학적인 답변이다.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리더십에 만족하나.  -내가 그것까지 얘기할 건 아닌 것 같은데.(웃음) 가급적 일에 몰두하는 편이고 강원도 일에 성과를 내는 게 도리인 것 같다. 여의도와 정치판을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정보도 없다. ●2012년 대선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도정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일자리, 교육, 복지라고 본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동북아의 평화 정세와 물류 문제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극동아시아가 천연가스 50%를 갖고 있다. 북한도 그렇다. 철길, 뱃길로 어떻게 연결해서 해나갈 건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 신성장 동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대선 후보 선호도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세론이 강한데 야당이 박 전 대표를 넘기 어렵다고 보나.  -박 전 대표는 좋은 분이다. 지난 번 경선에서 졌을 때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할 때 이미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국민 마음 속에 섰다. 앞으로 점점 더 비즈니스 대통령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국민들은 예측가능한 미래와 예측가능한 대통령을 원하고 세계 속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도지사도 했고, 장관도 했고, 비교적 안정감 있고 예측가능한 미래의 좋은 후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안 나설지 모르겠지만) 두 분의 멋진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는 무리없이한나라당 후보가 될 거라 보나.  -박 전 대표가 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표와 일 대 일로 붙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그걸 말할 수 있나. 하지만 이런 것 같다. 내가 지지도 마이너스 23%였다가 플러스 13%로 이겼다. 박연차 게이트로 찜찜한 게 있으면 국회의원 안 나갔다. 내가 감옥갔을 때 강원도민들이 사랑으로 모든 걸 거는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은 말을 많이 듣는 사람, 애정을 갖고 있는사람이 승리자가 된다고 본다. 거기서 에너지가 나온다. 선거를 예단할 수 없다. 내가 이길 거라고 누가 봤겠나. 노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다음 대선에서 공통된 표심을 가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누가 됐든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사람은 이젠 예측가능한 미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 이광재 이념적으로 진보인가, 보수인가.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고 진화를 선택했다. 난 항상 오류가 있다. 오류를 빨리 극복할 수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진정한 진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판이 온통 좌파 우파니 하는데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으면 정치 기반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경제 발전만 봐도 갈라놓고 싸우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1950년대 소위 소련 체제가 경제발전을 획기적으로 이뤘다. 미국이 과학자 양성을 위해 수월성 학교교육으로 완전히 바꿨다. 70년대 들어 유럽형 복지모델이 얼마나 강력한 성장모델 됐나. 제 3세계 아시아의 용들은 독재국가라는 비판받으면서도 얼마나 성장했나. 미국 경제도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융성했나.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어려움을 겪지 않나. 경제 발전만 봐도 이렇듯 신자유주의부터 소련체제, 복지국가 모델이 경제발전을 이끌고 왔는데 어떻게 이것이 옳다고 하나. 역사가 말하지만 진보 보수 관점이 중요한 게 아니고 공존하려는 통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경제사 이론을 보더라도 국가의 시장 개입이 진보였는데 한때는 개입하지 않는 게 진보였다가 지금은 또 개입하려고 하지 않나. 위대한 사상가들은 모르겠지만 정치로 얘기하면 진보 보수, 좌파 우파는 황당한 얘기다. 개인적으로 아주 공감한다. 언론관은 노 대통령과 같나.  -극도로 언론 노출을 피해왔다. 내가 노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었는데 모시는 사람은 자기 일이 없는 거다. 노 대통령 모실 때 문고리 잡고 인의 장막을 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을 소개했지만 내 스스로 인터뷰한 적이 없었다.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는데 공무원과 사이는 어땠나.  -잘 지내는 편이다. 국정상황실장 할 때 부처 고시 성적 최고였던 분들과 일했다. 공무원들은 유능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처음에 무슨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취지를 잘 설명하면 반드시 답을 찾아온다. 유능하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일은 혁신적으로 하는데 사람을 너무 자주 바꾸는 건 옳지 않다. 에너지를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아침 운동을 과장이랑 걷고, 국장이랑 밥을 먹고, 한 사람씩 알아가고 있다. 조직은 마음으로 일하는 거지 명령으로 일하는 게 아니다. 공무원들에게 나한테 충성하지 말고 강원도민에게 충성하라고 한다. 종교가 불교다. 정치에 영향을 미치나.  -잘 모르겠다. 로마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종교 탄압이다. 인도와 무굴제국이 가장 왕성한 때는 다른 종교를 모두 허용했을 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 프란체스카 수도사가 한 말이 너무 와닿는다. 5세기 때 쓴 책인가. ‘수도원의 역사’란 책에서 넌 왜 풀이나 바위와 나무에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왜 인간만 영혼이 있다고 보냐. 나무에도 산에도 생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칭기스칸 아들은 신이 10가지 손가락을 준 이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종교를 핍박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참여정부 실세라 강원도 예산이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동의하나.  -그렇다. 많이 따려고 노력했다. 국회 와서 처음한 게 내가 담당하는 산하기관을 전부 돈 것이다. 예산 딸 때 사무관, 과장부터 일일이 다 설득한다. 그래서 예산을 따는 거다. 물론 힘이 든다. 담당 사무관이 제일 중요하다. 수백대 일의 경쟁력을 뚫은 공직자를 설득해야 생명력을 갖고 일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정권이 바뀌면 가위표가 된다. 생명력 있게 일관성 갖고 정책을 유지하려면 주무 사무관과 과장의 확신을 얻어내야 한다. 강원도가 보수적인데 왜 이 지사를 유권자들이 선택했다고 보나.  -강원도를 위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것과 또 하나는 청와대의 국정상황실장을 해봐서 국가도 좀 알고 국회의원도 두번 해서 국회도 알고 그래서 도지사 시켜 강원도를 위해 일 시킨 다음에 강원도를 대표하는 인물을 키워야겠다는 거 아니겠나. 내가 선거 때 마지막 연설에서 ‘청와대 국정경험, 국회의원 경험 살려서 10년이 지나면 대통령에 나가겠다’고 한 연설이 시청률 20%까지 올라갔다. 10분짜리 연설인데 나도 놀랐다. 인구는 적은데 적이 없는 데가 강원도다. 이광재를 키워 대통령까지 가보자는 열망이 컸던 거 같다. 10년 후 대통령 나올 건가.  -도 지사를 잘해야 한다. 난 정말 강원도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강원도지사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 그것 외에는 뭐. 대통령을 옆에서 많이 봤고 그 자리가 얼마나 외로운 자리인지 안다. 자리를 탐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강원도 일에 욕심을 내겠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도지사 선거 때 이광재 지사가 정말 연설을 잘하더라고 하더라. 얼마 전에도 차기 대선에서 이광재는 왜 안 되고 김두관은 왜 안되겠느냐고 하더라. 10년 약속이 5년으로 당겨질 수도 있나.  -나는 산에서 잘 잔다. 산에서 자면 바람소리가 들린다. 바람도 다 자기 가는 길이 있다. 큰 배가 가는 바다에도 길이 있다. 넓은 창공 같지만 두루미도 가는 길이 있다. 너무 삶에 애달복달 말고 주어진 일에 하루하루 살면서 그 길을 가는 거다. 내가 너무 노 대통령과 어렸을 적부터 큰 일을 하다보니 세상 사는 게 담담해졌다고나 할까. 만약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노 대통령 같은 사람 될까.  -왜 그러나. 강원도를 위해 일해야 한다.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성공해서 나중에 대통령 선거 나와서 멋있게 경쟁하고, 멋있게 후보 단일화하고, 그것도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사 일을 잘해야 한다.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이광재 격정토로 인터뷰

    이광재 격정토로 인터뷰

    이광재 강원지사가 2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지사직을 잃었다. 2년만에 막을 내린 박연차 게이트의 종착역에서 끝내 내리지 못한 채 “선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도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 인터뷰는 선고 전날 진행됐다. 이 지사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우여곡절 많았던 취임 이후의 소회와 정치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 2012년 대선 등 정치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이도운 정치부장과 대담 형식으로 서울 서교동 강원도민회관 4층 회의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강원지사 강원지사가 중앙 정치권에서 크게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 지사가 당선되고 나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가.  -강원도는 대륙 국가로 가는 전진기지다. 올해 23개국을 다룬 ‘세계 흥망사’라는 책을 내려고 한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 문제, 중국·러시아의 자원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때 신성장 동력이 나온다. 서울 중심의 서쪽으로 기울어진 배가 동쪽으로 균형을 잡는 극동아시아 시대가 온다. 지금은 강원도의 역사가 부상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국가 및 강원도의 발전 전략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흔한 말로 ‘호남은 푸대접, 강원도는 무대접’이라고 한다. 현 정권의 내각과 청와대 수석에 강원도 출신 없다. 도민들이 지역 차별을 느끼나.  -있는 것 같다. 참여정부만 해도 강원도 출신 장·차관들이 많았는데 현 정권에는 아무도 없어 안타까움이 많은 것 같다. 1년에 9000만여명이 강원도에 온다. 우리가 더 잘하면 그 분들이 강원도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상고심 27일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나.  -잘 될거라 본다. 기본적으로 불교 경전에 나오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증거가 없고 , 궁박한 처지에 있는 한 사람 말에 따라 유·무죄 결정이 났는데 이미 그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무죄가 난 상황이다. 여당 의원들은 무죄가 났고, 나는 절반의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났다. 더 결정적으로는 재판정에 박연차 씨가 나와 진술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재판장이 불러주지 않은 것도 문제다. 더군다나 한 차례가 아니고, 대여섯 차례에 걸쳐 돈을 10억원 넘게 거절한 건 내가 유일한 사람이다. 잘 될 거라 본다.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수용할 건가.  -백척간두 위에서 항상 진일보하는 인생을 살아왔고 잘 될 거라 본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털고 지사직에 전념할 건가, 아니면 ‘정치적 탄압’이라는 부분을 짚고 넘어갈 건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불리한 상황이 극복되기를 희망한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상처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세상 살다가는 건데 내가 선한 생각만 갖고 살아도 세상을 구제 못하는데 남을 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됐을 때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자고 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정치인 이광재의 미래는.  -정치인 이광재까지는 모르겠지만 잘 풀릴 거라 본다. 항상 새로운 미래에 도전했고 항상 시련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내 운명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항상 웃는 그런 날 보고 근거없는 낙관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엔 내 말이 맞았다. (유죄 파기환송될 경우) 시한부 임기인데 도정의 안정성을 해치는 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죄를 확신한다. 취임 이후 직무가 정지되는 어려운 와중에서도 짧은 기간 동안 빠른 속도로 도정이 안정됐고 변화됐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도정 업무는 훨씬 더 강화되고 추진 속도가 붙을 거라고 본다. 언론에서 박시환 대법관과 이 지사의 관계를 부각시키는데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나.  -모르겠다. 박시환·신영철·안대희 대법관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박시환 대법관과 만난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 의회·행정·사법 등 삼권이 분리돼 있고 내 처지로 볼 때 공정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열심히 지역을 돌고 있다는데 어떤가. 엄 사장이 당선가능성 있나.  -내가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엄 사장한테 내가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나에게는 정치를 안 한다고 했는데. 언론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구제역 판결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영향을 주게 되나. 아니면 동계올림픽 유치가 판결에 영향을 줄까.  -그건 모르겠다. 오는 7월 6일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치돼야 한다. 연평도 사건도 그렇고 서민들의 생계도 어려워 국민들이 힘 빠져 있다. IMF 구제금융 당시 박세리 선수가 우승해 희망을 줬는데 이번에 평창이 희망을 줄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이미 두 번이나 울었다. 이번에는 강원도 ‘감자바우’들이 하는 일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써야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지 않을까. 꼭 될 거라고 본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유치활동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줬나.  -IOC위원회에서 워낙 평이 좋으시고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IOC내 존경받는 분이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고심이 많은데 강원도 민심은 어떤가.  -구제역 현장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건 이제 우리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할 단계에 왔다는 거다. 첫째, 앞으로 질병이 위기관리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둘째, 아직 구제역 연구소조차 없다. 미국은 케네디대통령이 1961년에 만들었는데 우리는 백신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영국에 연락해서 공급받고 백신 자체도 모자란다. 구제역 연구소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 필요가 있고 전반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 셋째, 가축을 키울 때 근본적인 전환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오스트리아에 가보니 동물을 일정 기간 이상 가둬서 키우지 않았다. 초지에서 방목하고, 불가피하게 가둬놓고 키우면 철저히 관리한다.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구제역을 막는 것과 시장을 활성화 시켜 농민에게 도움을 주는 건 다른 문제다. 강원도는 빨리 출하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다들 재래시장에 못 나와 물건을 못 파니까 어렵다. 어차피 제수 상품을 사야 하니까 도청 공무원 월급의 일정액을 떼서 대대적인 상품권 구매운동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직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새끼가 젖을 물면 1분 이내에 쓰러지는데 오랫동안 버티다 쓰러지는 소를 보며 또 한번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 이제는 한 단계 도약할 때가 왔다는 걸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다. ●참여정부와 고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성공했다고 보나 실패했다고 보나.  -절반의 성공이 있었고, 절반의 실패가 있었다. 절반의 성공은.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서민 대통령이었고 권위주의 타파했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기 지지자와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문제에 대한 대응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용산 미군기지를 이전시키면서 대추리 문제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적체됐던 방폐장 문제도 박수 받고 해결했다. 천성산 터널 문제도 해결됐다. 모든 것은 자기 지지자들과 했던 싸움이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지 않고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나. 진보라고 진보의 정책을 다 쓸 수 없고, 보수라고 보수의 정책을 다 쓸 수 없다. 대통령은 중간을 가게 돼 있다. 내가 청와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방폐장 문제 다음 정권에 넘기자, 약체 정권인데 지지자들과 싸워서 별로 얻을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그럴 바에 왜 대통령을 하나. 내가 있을 때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돌파해야 나라가 진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것, 이것이 가장 의미있다고 본다. 절반의 실패는 무엇인가.  -우리가 갖고 있던 세력에 비해 너무 큰 어젠다를 가졌고, 또 너무 상처가 났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만 해도 세번의 선거 동안 내건 공약이었는데도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뒤집혀 다시 이번 국회로 오게 됐다. 노 대통령은 정치가보다 사상가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자신의 힘에 비해 너무 거대한 어젠다를 세웠다.하지만 행복도시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거대한 화두의 일부를 내보였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아, 그런 사람 또 있을까.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또다른 사람이다. 노 대통령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적통이라기 보다 제 3의 무엇이 있지 않을까. 결국 진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참여정부가 만들었던 청와대와 정부 조직시스템을 현 정부가 많이 바꿨다. 잘했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한 부분은.  -참여정부가 했던 시스템을 현 정부가 다 반대하다가 다시 돌아갔다. 홍보수석 폐지했다가 다시 만들고, 인사수석·위기관리 시스템도 다 복구했다. 존재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 존재한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다. 노 대통령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공직자와 수많은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그런 시스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항상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위기관리 체제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런 문제 볼 때마다 아쉬움이 있다.  나도 전임 도지사를 절대 비판하지 않고 다 안고 있다. 차차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하고 일은 혁신적으로 한다. 책을 쓰면서 23개국을 연구해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은 제조업이 강하고 기술이 강해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과 정보통신부가 없어지는 걸 보며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결국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나라는 무한하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앨빈 토플러가 ‘미국 대통령 되면 미국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5% 정도다’라고 말했다. 실제 많은 걸 못 바꾼다. 오히려 기존 것을 인정하고 내가 아주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에 매달려서 임기를 마치는 게 올바른 태도다.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어떤 이유라고 보나.  -요즘 주말이면 봉하마을에 1만명이 온다고 한다. 놀랍다.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 서민 대통령.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그 때 노 대통령은 어쨌든 법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법을 배워야 한다, 리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면서 아침 7시에 불러 헌법 공부를 시켰다. 집이 인천이라 국회 근처에 방을 잡고 밤새며 일을 했다. 청문회에서 대단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노 대통령의 연설이나 글은 굉장히 쉽다. 어디서 이렇게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언어를 배웠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변호사들이 판·검사를 접대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그걸 하지 말자고 했다. 그 뒤 사건이 안 들어와서 직접 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인생이 말야, 남녀가 모든 걸 버리며 사랑하다가도 막상 헤어지고 나면 1만원짜리 하나 갖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 듣고 확 와닿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 대정부 질의 원고가 굉장히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자기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은 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면 대통령을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갖고 있다가 1992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면서 호남 사람들 이 의원회관실로 울며 전화하더니 애를 더 낳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영남 사람이지만 이렇게 나라가 분열되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걸 말씀드렸고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가자고 하니 나가도 되겠냐고 되물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을 치르면서 최고위원 선거 준비했고 대선 나간다고 계획 세웠다. 1993년 12월 결혼하고 신혼여행 가서 완전히 생각을 굳혔다. 갔다 와서 안희정 씨를 만나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처지라 현역 국회의원 대상으로 계보 만들기가 어려우니 지방자치 실무연구소를 만들고 싱크탱크를 만들자고 했다.  노 대통령에게 가장 감동을 받은 건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인이고 권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봉사하는 태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그게 가장 좋았다. 노 대통령은 계속 투쟁하는 정치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아마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런 농담이 있다. 언론과 부인과 성직자와는 싸우지 말라는. 양면성이 있다. 분노는 사랑에서 나온다.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노동자와 서민을 변호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이 노동자와 서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냐고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랬더니 노 대통령이 ‘나도 대한민국 사법고시에서 50명 뽑을 때 된 사람이다. 판사도 됐고 기득권 세력이다. 그러나 국회라는 게 뭐냐, 나같은 사람이 나서서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줘야 균형을 잡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뭐 쉬운 길을 가냐. 나는 뭐 좋냐. 내가 무슨 바보냐’고 했다. 항상 유대인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처음에 공산주의자 나치가 공산주의자 선언할 때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기에 가만 있었다, 그러나 나치가 나를 체포하러 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는 말을 강연에서 많이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정세분석 하지 말라고 했다. 참모들은 참아야 기회가 온다고 조언하는데 ‘내가 왜 도구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 하냐’고 따졌다. 이러면 참모들은 힘들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 15대 총선 종로에서 떨어지고 정말 막막했다. 두 번 떨어지고 나서 내가 노 대통령에게 종로로 가자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이명박·이종찬 후보에게 다 지는 걸로 나왔다. 그러나 이기고 지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나, 대한민국 정치 1번지에서 의미있는 전사를 해도 정치인은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랬다. 천신만고 끝에 현역이 됐다. 그 뒤에 부산에 가겠다는 거다. 왜 거기로 가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은 무엇이 되는 걸 생각하는데 도구가 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 한 남자를 사랑했고 그 분이 계속 어려우니까 떠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좋을 때 떠나지, 어려울 때 못 떠난다. 계속 같이 있다 보니 내가 세속적인 출세를 한 거다. 내가 큰 역량이 있어서가 아니다. 인터뷰하러 오면서 택시 기사가 하는 말이 ‘노 대통령이 어려워지니 사람들이 다 돌아서더라.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때 심정이 어땠나.  -노 대통령은 스스로 ‘경계인’이라고 했다. 변호사로서 대한민국 기득권에 진입했지만 인권변호사가 됐고, 경상도 사람으로 민주당에 소속돼 호남 가면 영남 사람, 영남 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이런 얘기할 때 가슴 아팠다. 항상 빈 들에 서 있는 노무현을 봤다. 제일 중요한 게 의리라고 생각한다.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서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그렇게 노 대통령을 비판하다 서거하고 나서 국민적인 열기가 있으니까. 좀 정치가 담백했으면 좋겠다. ●386과 486 참여정부에 많은 386세대들이 정권에 참여했다. 국가를 장악할 준비가 돼 있었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 폄하하기 위해 그런 말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도 50대 중반이었고 386이라 해봐야 전체 비서관 중에 나와 천호선 비서관 둘 빼면 58년 개띠가 12명이나 됐다. 이 사람들이 주력 부대였다. 수석이 대체로 50대 중반, 노 대통령과 같거나 조금 많거나 적었다.  또 김종필 총재가 30대에 공화당 의장하지 않았나. 미국 대통령 나이가 평균 53.1세다. 미국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세 번 오는데 공황기, 동서 냉전기, 신자유주의 물결이 들어서기 직전이다. 한번은 루즈벨트, 한번은 케네디, 한번은 클린턴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초반의 대통령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얼마만큼의 준비가 돼 있느냐, 내적 역량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정리하자면 너무 과하게 폄하하려 하는 의도 속에서 본질에 맞지 않는 비난이 있었고, 나이만으로 모든 걸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 신구 조화가 필요하다. 당시 나쁜 배합 아니었다. 386 정치인들은 현재 공통된 지향점이 있나.  -세대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먹혔던 것은 그 당시 세대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8·15와 6·25 전쟁을 치렀다. 석회석과 다이아몬드는 성분이 똑같다. 그런데 어떤 압축과 고열과정 겪느냐에 따라 석회석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6·25 전쟁과 8·15 해방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겠나. 그 에너지가 있었기에 40대 기수론이 가능했고 살아가는 힘이 있었기에 전쟁의 잿더미에서 살아보자는 열망이 가능했다. 박정희라는 지도자도 있었지만 그 때문에 경제 발전도 가능했다.  데모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 80년대 광주가 얼마나 가슴 아팠나. 데모를 하든 안 하든 척박한 현실에 몸으로 앞서 나간 사람, 마음으로 동조한 세대가 386이다. 수백만이다. 학생운동 한 사람은 극히 소수다. 386으로 폄하될 일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한 시대를 타개해 나가려 했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중에 학생 운동 한 사람들은 소수였다. 당시 70만명씩 대학갈 때다. 80년대 학번부터 87년까지 보면 490만명의 대졸자를 갖고 있다. 취직을 많이 못해서 문화운동을 이끈 사람들도 이 주류들이다. 강한 386에너지가 있다. 운동만 한 386이 아니고, 80년대라는 군사독재 시절을 살아간 강력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이제 486이라고 하는데 용어는 어떤가. 386 상징성 때문에 쓰는 게 낫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본다. 세대 에너지를 좀더 얘기하자면 68년도에 유럽의 학생운동을 이끈 6·8세대들이 다 유럽의 대통령이 됐다. 그만큼 세대 에너지가 강하다고 본다. 존중될 필요가 있다. 다만 나처럼 못난 사람이 정치하게 되면서 정치권에 대해 조금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는데 부채 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386 세대는 충분히 의미있는 세대다. 40대가 우리 경제의 주류 아닌가. 회사의 과장, 부장으로 일하면서 사회와 경제를 끌고 가는 강력한 세대다. 내가 그 세대가 갖고 있는 에너지 만큼 못한 게 미안하다. 올해 70세 넘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영화제위원장을 강원도 문화예술제전 이사장으로 모셨다. 김 위원장은 1년 반을 해외에 있었다. 20대 청년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세대간 벽을 두기보다 신구 조화를 강력히 꾀해야 할 때다. 중국이란 나라의 역동적 힘은 젊은 사람을 키워주고 권력자들은 전 정권 권력자들과 협력하고 타협하는 데서 나온다. 난 이것이 오늘날 중국의 강력한 동력이라 본다. ●친노세력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 60%은 노 대통령에게, 나머지 40%는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반반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동의하나.  -과분하다. 내가 노 대통령과 가장 오래 있었고, 노 대통령의 가족과 영원히 함께 해야 하는 게 내 숙제다. 참여정부에 빚을 많이 지고 있다.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지분이 어디 있겠나. 부채를 떠맡기 싫어서 지분을 안 가지려는 건 아닌가.  -사람이 사는데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했기에 대통령을 만들어겠다고 생각했고 또 그건 변함없다. 386세대에 미안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분들에게 내가 모자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 이 지사, 안희정 지사, 김두관 지사, 유시민 전 장관, 문재인 비서실장 중에서노 대통령은 누구를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했나.  -문재인 실장이다. 그러니까 민정수석도 시키고, 비서실장도 시키지(웃음) 문 실장은 언젠가 정치를 할 거라고 보나.  -(한참을 생각하다)잘 모르겠지만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변호사가 잘 경선했으면 좋겠다.(웃음)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함께 경선했으면 좋겠다. 김두관 지사 말을 들어보면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지분 없나.  -그렇지는 않다. 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특별한 애정 가졌던 분이다. 지금 민주당은 아니니까. 지사 제외하고 나머지 분 중 정치적인 지도자로서 재능이나 역량은 누가 낫나.  -여태까지는 노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시험대 위에 오른 거다. 중요한 건 본인의 비전과 경영능력에서 시작되는 거다. 지금은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본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 5명 가운데 누가 대표 주자로 출마하면 좋을까. 문재인 실장인가.  -손 대표, 문 실장, 정동영 최고위원도 하겠지. 안희정 지사와는 경쟁 관계인가.  -둘다 의미있는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일자리, 교육, 복지 세 가지 영역에 지사직을 걸었다. 안 지사나 김 지사나 나나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정치가는 희망을 파는 상인인데 국민들은 너무 위대하고 똑똑하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 아닌가. 그래야 정치를 얘기할 수 있다. 난 분명히 그렇게 할 거다. ●정치 현안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이 지사의 생각은.  -도 지사가 그런 얘기도 해야 하나(웃음). 개헌은 해야 하지만 노 대통령이 개헌하자고 했을 때 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노 대통령이 하자고 했던 시기에 했으면 전체 대통령의 임기나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을텐데 시점을 놓쳐버렸다. 이미 권력 후반기다. 국회의원 임기도 얼마 안 남았다. 어떤 개헌 방향이 필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런데도 여당에서 개헌을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 개헌 이슈가 한동안 갈 것 같나.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전 보면서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60년대생 시도 지사들과 여야를 떠나 진짜 대한민국 문제에 천착하는 모임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내년은 세계사적으로 명운을 가르는 해다. 북한은 권력 교체기고 우리는 대통령 선거다. 중국 지도자가 바뀐다.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있다. 아시아 전반에도 남북 문제를 둘러싼 큰 틀의 변화가 오는 시기다. 남북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대한민국 명운을 끌고 갈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장길도 계획이라는게, 나진선봉으로 바다로 나오는 것이다. 내년 10월되면 푸틴 대통령이 만든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다. 얼마 전에는 몽골의 석탄을 한·중·러가 철도를 놔주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몽골 자원이 동해안으로 나오게 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캄차카 반도 위로 북극 항로가 100~120일 열린다. 남북 정세 변화와 에너지 자원 문제를 둘러싼 극동의 관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한국 10~2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천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력 투구하고 여야를 떠나 내년 10월 APEC 의제는 단연코 남북의 정세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관리할 거냐, 북한을 경유하는 철도는 어떻게 될 거냐, 몽골·북한의 엄청난 광물 자원 어떻게 가져갈 거냐, 북한 물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거냐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극동아시아의 변화에 여야를 떠나 모든 정파가 외교에 진력해야 한다. 130년 전 구한말 상황이 온 것이다. 강원도가 여기에 한 축이 있다. 지사직을 걸었다.  무상복지 논란을 얘기를 많이 하는데 복지 하면 무상이다. 그런데 성장 없는 복지가 어디 있고, 복지를 생각하지 않는 성장이 어디 있나. 지금처럼 주택 문제,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20년 저출산 고령화 상황에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그 동안 성장동력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서민들을 어떻게 할 건가를 놓고 머리 맞댈 일이지 지금 개헌으로 지지고 볶아서야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50%를 웃돈다. 100점 만점에 몇점 정도 주겠나.  -글쎄. 난 통일보단 평화를 원한다.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서민경제 부분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지금 서민들이 살기 너무 어렵다. 고용없는 성장과 거대한 눈부신 지표는 존재하는데 서민 삶은 거기에 없다. 임기 마지막에 두 가지를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70%면 어떻고 30%면 어떤가. 어차피 대통령인데. 물론 국민 원성 사면 안 되지만 너무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를 역사와 승부하면서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게 중요하다.. 평화보다 통일 원하는 거 맞나.  -그럼, 당장의 통일보다는 평화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지지율 조사하면 어느 정도.  -한 50% 나올 거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중에 가장 잘못하는 것 하나를 꼽는다면.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이야기에 로마의 번성 요인에 관한 글이 있는데 하나는 포용이다. 로마가 일어났던 건 이민족에 대한 포용, 로마인이 아닌데도 시민권을 주고 외부 사람도 황제가 될 수 있게 했다. 두번째 통합이다. 국민통합이란 건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고 생존의 전략이다. 그래야 이 나라가 잘 되고 서민경제가 잘 된다. 내년 10월 APEC 정상회담을 반드시 국가의 전 역량을 모아야 한다. 틀의 변화는 임기 후반기에 있다. ●민주당 전적으로 공감한다. 민주당의 3대 무상 정책에 찬성하나.  -일자리, 교육 문제를 통해 건강한 중산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게 국가 전체적으로 복지다. 이를 어떻게 끌고 갈 거냐의 문제와 또 하나는 진짜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주는가의 문제를 같이 생각해야 한다.  강원도는 이렇게 정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투자, 들어오는 기업에 특혜를 확실히 주겠다는 게 내 주장이다. 상장 회사 3개를 유치했다. 일자리 만드는 부분을 해 나가는 거다. 교육 분야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와 중국어를, 강릉 영동지역은 영어와 러시아를 시범학교를 정해 집중할 생각이다. 연세대학교 초·중·고를 원주에 만든다든지 해서 교육 부분을 굉장히 강화하려 한다. 복지 예산은 늘었는데 많은 걸 못한다. 시범사업을 해보는 거다. 시범사업을 해서 내 가설이 맞으면 확대하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 2018년 돼야 연금시대 열린다. 2018년에 연금 받을 정도로 연세드신 분은 노후 준비가 안돼 있다. 경로당에 집중하자. 복지의 인프라라고 생각하면 경로당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소 한마리에 200만원, 키우면 한 달에 1만 5000원을 준다. 100마리를 키우면 150만원인데 이걸 경로당 짓는데 쓰자. 소가 새끼 낳으면 소 한마리 800만~1000만원 하는데 그 돈으로 경로당을 도와줄 수 있다. 3년 지나면 소를 팔고 송아지 한 마리가 생긴다. 증식의 모델을 만드는 거다. 농촌형 복지다. 이걸 시범사업으로 해서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부모가 있으면 세액공제를 받는다. 그러지 말고 효도통장을 만들어 부모님에게 일정액을 자식 월급에서 10만원 떼 주자.  노인들 쓰레기 줍는거 말고 유럽처럼 꽃을 가꾸게 하고, 도시형 같은 경우 할아버지들이 도시의 쓰레기, 명함 등을 수거해오면 계산해서 주고 경로당 운영비를 주고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논쟁할 때 서로 존중할 필요있다. 인간이 제도로 만들어낸 게 투표(정치)와 화폐(경제)다. 성장과 불평등은 쌍둥이 자식이다. 경제에서 성장은 미덕이다. 그러나 결과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걸 해소하려는 게 평등이고, 그게 정치다. 인간이 완전하지 않기에 서로 닮으려고 한다. 이기적, 이타적 유전자가 큰 논란을 일으키는데 성장과 복지라는게 그런 측면이 있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철학적인 답변이다.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리더십에 만족하나.  -내가 그것까지 얘기할 건 아닌 것 같은데.(웃음) 가급적 일에 몰두하는 편이고 강원도 일에 성과를 내는 게 도리인 것 같다. 여의도와 정치판을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정보도 없다. ●2012년 대선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도정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일자리, 교육, 복지라고 본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동북아의 평화 정세와 물류 문제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극동아시아가 천연가스 50%를 갖고 있다. 북한도 그렇다. 철길, 뱃길로 어떻게 연결해서 해나갈 건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 신성장 동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대선 후보 선호도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세론이 강한데 야당이 박 전 대표를 넘기 어렵다고 보나.  -박 전 대표는 좋은 분이다. 지난 번 경선에서 졌을 때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할 때 이미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국민 마음 속에 섰다. 앞으로 점점 더 비즈니스 대통령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국민들은 예측가능한 미래와 예측가능한 대통령을 원하고 세계 속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도지사도 했고, 장관도 했고, 비교적 안정감 있고 예측가능한 미래의 좋은 후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안 나설지 모르겠지만) 두 분의 멋진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는 무리없이한나라당 후보가 될 거라 보나.  -박 전 대표가 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표와 일 대 일로 붙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그걸 말할 수 있나. 하지만 이런 것 같다. 내가 지지도 마이너스 23%였다가 플러스 13%로 이겼다. 박연차 게이트로 찜찜한 게 있으면 국회의원 안 나갔다. 내가 감옥갔을 때 강원도민들이 사랑으로 모든 걸 거는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은 말을 많이 듣는 사람, 애정을 갖고 있는사람이 승리자가 된다고 본다. 거기서 에너지가 나온다. 선거를 예단할 수 없다. 내가 이길 거라고 누가 봤겠나. 노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다음 대선에서 공통된 표심을 가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누가 됐든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사람은 이젠 예측가능한 미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 이광재 이념적으로 진보인가, 보수인가.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고 진화를 선택했다. 난 항상 오류가 있다. 오류를 빨리 극복할 수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진정한 진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판이 온통 좌파 우파니 하는데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으면 정치 기반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경제 발전만 봐도 갈라놓고 싸우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1950년대 소위 소련 체제가 경제발전을 획기적으로 이뤘다. 미국이 과학자 양성을 위해 수월성 학교교육으로 완전히 바꿨다. 70년대 들어 유럽형 복지모델이 얼마나 강력한 성장모델 됐나. 제 3세계 아시아의 용들은 독재국가라는 비판받으면서도 얼마나 성장했나. 미국 경제도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융성했나.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어려움을 겪지 않나. 경제 발전만 봐도 이렇듯 신자유주의부터 소련체제, 복지국가 모델이 경제발전을 이끌고 왔는데 어떻게 이것이 옳다고 하나. 역사가 말하지만 진보 보수 관점이 중요한 게 아니고 공존하려는 통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경제사 이론을 보더라도 국가의 시장 개입이 진보였는데 한때는 개입하지 않는 게 진보였다가 지금은 또 개입하려고 하지 않나. 위대한 사상가들은 모르겠지만 정치로 얘기하면 진보 보수, 좌파 우파는 황당한 얘기다. 개인적으로 아주 공감한다. 언론관은 노 대통령과 같나.  -극도로 언론 노출을 피해왔다. 내가 노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었는데 모시는 사람은 자기 일이 없는 거다. 노 대통령 모실 때 문고리 잡고 인의 장막을 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을 소개했지만 내 스스로 인터뷰한 적이 없었다.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는데 공무원과 사이는 어땠나.  -잘 지내는 편이다. 국정상황실장 할 때 부처 고시 성적 최고였던 분들과 일했다. 공무원들은 유능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처음에 무슨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취지를 잘 설명하면 반드시 답을 찾아온다. 유능하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일은 혁신적으로 하는데 사람을 너무 자주 바꾸는 건 옳지 않다. 에너지를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아침 운동을 과장이랑 걷고, 국장이랑 밥을 먹고, 한 사람씩 알아가고 있다. 조직은 마음으로 일하는 거지 명령으로 일하는 게 아니다. 공무원들에게 나한테 충성하지 말고 강원도민에게 충성하라고 한다. 종교가 불교다. 정치에 영향을 미치나.  -잘 모르겠다. 로마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종교 탄압이다. 인도와 무굴제국이 가장 왕성한 때는 다른 종교를 모두 허용했을 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 프란체스카 수도사가 한 말이 너무 와닿는다. 5세기 때 쓴 책인가. ‘수도원의 역사’란 책에서 넌 왜 풀이나 바위와 나무에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왜 인간만 영혼이 있다고 보냐. 나무에도 산에도 생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칭기스칸 아들은 신이 10가지 손가락을 준 이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종교를 핍박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참여정부 실세라 강원도 예산이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동의하나.  -그렇다. 많이 따려고 노력했다. 국회 와서 처음한 게 내가 담당하는 산하기관을 전부 돈 것이다. 예산 딸 때 사무관, 과장부터 일일이 다 설득한다. 그래서 예산을 따는 거다. 물론 힘이 든다. 담당 사무관이 제일 중요하다. 수백대 일의 경쟁력을 뚫은 공직자를 설득해야 생명력을 갖고 일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정권이 바뀌면 가위표가 된다. 생명력 있게 일관성 갖고 정책을 유지하려면 주무 사무관과 과장의 확신을 얻어내야 한다. 강원도가 보수적인데 왜 이 지사를 유권자들이 선택했다고 보나.  -강원도를 위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것과 또 하나는 청와대의 국정상황실장을 해봐서 국가도 좀 알고 국회의원도 두번 해서 국회도 알고 그래서 도지사 시켜 강원도를 위해 일 시킨 다음에 강원도를 대표하는 인물을 키워야겠다는 거 아니겠나. 내가 선거 때 마지막 연설에서 ‘청와대 국정경험, 국회의원 경험 살려서 10년이 지나면 대통령에 나가겠다’고 한 연설이 시청률 20%까지 올라갔다. 10분짜리 연설인데 나도 놀랐다. 인구는 적은데 적이 없는 데가 강원도다. 이광재를 키워 대통령까지 가보자는 열망이 컸던 거 같다. 10년 후 대통령 나올 건가.  -도 지사를 잘해야 한다. 난 정말 강원도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강원도지사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 그것 외에는 뭐. 대통령을 옆에서 많이 봤고 그 자리가 얼마나 외로운 자리인지 안다. 자리를 탐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강원도 일에 욕심을 내겠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도지사 선거 때 이광재 지사가 정말 연설을 잘하더라고 하더라. 얼마 전에도 차기 대선에서 이광재는 왜 안 되고 김두관은 왜 안되겠느냐고 하더라. 10년 약속이 5년으로 당겨질 수도 있나.  -나는 산에서 잘 잔다. 산에서 자면 바람소리가 들린다. 바람도 다 자기 가는 길이 있다. 큰 배가 가는 바다에도 길이 있다. 넓은 창공 같지만 두루미도 가는 길이 있다. 너무 삶에 애달복달 말고 주어진 일에 하루하루 살면서 그 길을 가는 거다. 내가 너무 노 대통령과 어렸을 적부터 큰 일을 하다보니 세상 사는 게 담담해졌다고나 할까. 만약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노 대통령 같은 사람 될까.  -왜 그러나. 강원도를 위해 일해야 한다.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성공해서 나중에 대통령 선거 나와서 멋있게 경쟁하고, 멋있게 후보 단일화하고, 그것도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사 일을 잘해야 한다.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현대건설 ‘제2 남극신화’ 도전

    현대건설 ‘제2 남극신화’ 도전

    현대건설이 22년 만에 남극기지 건설에 재도전한다.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대륙기지·조감도)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임직원들은 내년 공사를 앞두고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다. 26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대건설 직원들은 극지연구소와 해양연구원·연세대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에 참여, 현장 정밀조사를 위해 27일 쇄빙 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를 출발한다. 27일간에 걸쳐 지반조사 등을 마무리하고, 새달 22일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오게 된다. 앞서 현대건설은 1988년 2월 17일 세종과학기지를 완공, 극지 건설공사에 성공했다. 세종기지는 남극대륙 북쪽 사우스셰틀랜드 제도의 킹조지 섬 맥스웰 만에 위치한 한국 최초의 남극 과학기지다. 1987년 11월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과 함께 일괄도급으로 수주해 시공했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당시 건축사업본부 부서장(부장)으로 재직했다. 김 사장은 “당시 남극에 가본 사람조차 없었기 때문에 대규모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공사를 한다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하) 중국의 對美정책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하) 중국의 對美정책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중국의 대미정책 변화를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 지난해 지속적으로 대립, 견제하던 양국 관계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속히 협력 모드로 바뀌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상호 존중, 윈윈 하는 양국 관계의 새로운 청사진을 만들었다.”고 이번 정상회담을 평가했다. 중국의 대미정책 변화는 사실 지난해 말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제12차 국가경제 및 사회발전 5개년 계획인 ‘12·5 규획’을 확정한 중국 공산당의 17기 5중전회(17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가 열린 지난해 10월 이후다. 곧이어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미 항공모함의 서해훈련 등으로 양국 간 긴장 및 대결 구도는 계속됐지만 중국은 조심스럽게 ‘화해 메시지’를 미국 측에 날리기 시작했다. 외교 라인이 선두에 섰다.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 양제츠 외교부장이 잇따라 미국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후 주석 방미 직전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은 보다 분명한 어조로 미국에 손을 내밀었다. 중국의 대미정책은 당분간 이런 기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국의 내부 사정 때문이다. 중국은 내년에 후 주석 등 4세대 지도부가 퇴진하고, 시진핑 부주석 등 5세대 지도부가 등장하는 권력 이동기에 접어들었다. 후 주석으로서는 10년 집권을 마치고 모양새 있게 퇴진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후 주석은 부주석 재임 기간을 포함한 지난 14년간 이렇다 할 업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퇴진을 앞두고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해야 할 현실적 요구가 있다. 이번 방미에서 유난히 강조한 것처럼 ‘12·5 규획’이 올해부터 시작됐다는 점도 미국과의 대결 정책을 펴기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성장 방식의 전환, 분배 구조의 개혁 등이 핵심인 12·5 규획은 중국의 미래 30년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국 최고지도부의 최대 관심사항이다. 12·5 규획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외적 안정, 특히 미국과의 관계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미·중 관계에 정통한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도 “올해와 내년, 양국 관계는 지난해의 대결 국면이 무색할 만큼 매우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등 잠재적 불안 요소가 없지는 않지만 설령 미국이 또다시 타이완에 무기를 판매한다 해도 중국이 지난해와 같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은 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후 주석이 이미 자신의 필요에 의해 협력을 약속한 상황에서 얼굴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까닭에서다. 물론 안정적 대미정책을 위협하는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군부를 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의 대결 국면도 사실 외교 라인보다는 군 수뇌부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의 직접적 통제 아래에 있는 중국 군부가 최고지도부의 의중에 역행하는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일반적 관측에도 불구하고,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 군부가 마오쩌둥에 반하는 목소리를 낸 전례도 있다. 당시 마오쩌둥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군부의 반발을 일거에 잠재웠지만 후 주석 등 현재의 지도부에는 그런 힘이 현저히 부족하다. 시 부주석 등 차기 대권을 접수할 5세대 지도부의 의중도 변수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대미정책 변화 등에 대해 ‘내년 당대회를 앞둔 후 주석 계열의 입지 강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안철수·박경철 우리시대를 논하다

    안철수·박경철 우리시대를 논하다

    MBC TV ‘MBC스페셜’은 오는 28일 밤 10시 55분 ‘신년특집 안철수와 박경철’을 방송한다. ‘멘토 삼고 싶은 인물 1위’로 뽑히는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와 ‘개인 투자자들이 만나고 싶은 금융인 1위’인 박경철 경북 안동 신세계연합병원장을 방송인 김제동이 만나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 본다. 벤처기업 신화의 주인공인 안 교수와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 원장은 요즘 함께 지방대학을 돌며 강연을 하고 있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은 지방대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강연투어는 두 명사가 함께 한다는 것 외에 대담형식으로 진행되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방식,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의 모습이 같다고 이야기하는 두 사람이 바쁜 시간을 쪼개 강연에 나선 이유는 청년들에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다. 안철수연구소 최고경영자(CEO)를 사임한 후 강단을 선택한 안 교수는 기업가 정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기업가 정신이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닌, 어떤 위험에도 불구하고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고 이루어 내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박 원장은 ‘아름다운 동행’을 주제 삼는다. 그는 “지금까지는 선진국을 따라잡는 방식의 문제를 고민하고 논쟁해왔다면 이제는 어떤 길을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어 “스스로 주요 20개국(G20) 대열에 섰다고 자부하지만 막상 서민들의 생활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은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혼자 내딛는 천 걸음보다 1000명이 손잡고 나아가는 한 걸음이 소중한 시대”라고 힘주어 말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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