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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논의 오래 끌 일 아니다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의 단초가 열렸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엊그제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 ‘현장에서 듣는 국민의 목소리’ ‘전문가들의 평가’ ‘여론조사’ 등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한 데 이어 안 후보 측 김호기 연세대 교수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가 이달 말께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본격적인 단일화 줄다리기가 벌어질 조짐이다. 국민의 관심은 언제 단일화가 이뤄지느냐보다 과연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느냐, 누가 그 주인공이 되느냐에 맞춰져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로선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후보 단일화에 대해 ‘해야 한다’는 의견은 49.4%, ‘안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5.2%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념성향과 지지정당에 따라 단일화에 대한 견해는 큰 차이를 보였다. 진보층은 63.6%가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보수층은 26.1%만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후보 단일화도 결국 정치공학의 대상인 셈이다. 문·안 후보의 지지율이 끝까지 박빙을 유지할 경우 이른바 확증편향에 빠져 단일화에 실패할 공산도 물론 없지 않다. 그러나 단일화를 피할 수 없다면 지루하게 논의를 질질 끌 일이 아니다. 안 후보 측은 나름의 단일화 조건과 시기를 내놓았지만 손에 딱 잡히지 않는다. 문 후보 측에서는 단일화 논의는 하되 성사는 늦춤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는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러니 선거공학이라는 말을 듣는 것 아닌가. 보다 구체적인 단일화 기준을 마련해 논의를 매듭짓고 여야 정책 경쟁에 나서야 한다. 새누리당 또한 야권 단일화에 대한 소아병적 행태를 버려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의 어느 의원은 방송에 출연해 “안 후보가 야권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출마했다면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사기극”이라는 자극적인 언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정치적 속셈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단일화 때리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여도 야도 단일화의 신화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 [프로야구] 71세 코끼리 감독 ‘꼴찌 독수리’ 살릴까

    [프로야구] 71세 코끼리 감독 ‘꼴찌 독수리’ 살릴까

    김응용(71) 전 삼성 야구단 사장이 한화 사령탑에 전격 기용됐다. 프로야구 한화는 8일 김 전 사장을 계약 기간 2년에 계약금과 연봉 각각 3억원 등 모두 9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김 신임 감독은 오는 15일 대전구장에서 선수단과 상견례 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팀 운영 철학 등을 밝힐 예정이다. 구단 관계자는 “내년 시즌 목표를 4강이 아닌 우승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우승 제조기였던 김 전 사장의 경륜이 무엇보다 절실했다.”며 나이가 아닌 실력이 최우선이었음을 강조했다. 8년 만에 현장에 복귀하는 김 감독은 “돌아오고 싶었는데 한화에서 좋은 기회를 줬다.”며 “단시일 내 최강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류현진의 해외 진출과 박찬호의 은퇴 등은 구단 결정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감독 선임을 놓고 내로라하는 후보들을 모두 거론할 정도로 고심을 거듭했다. 지난 8월 한대화 전 감독이 중도 퇴진한 직후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1순위로 꼽혔으나 세부 조건에서 구단과 이견을 보여 불발됐다. 그 뒤 이정훈 북일고 감독이 후보로 부상했지만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부진해 밀려났다. 다음엔 조범현 전 KIA 감독이 떠올랐다. SK와 KIA에서 팀 리빌딩을 이끈 점이 도드라졌지만 낙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휘봉을 넘겨받은 한용덕 감독 대행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정규리그 막바지에는 김재박 전 LG 감독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구단 고위층과의 잦은 만남이 목격돼서다. 이때 김응용 감독이 현장 복귀 의지를 드러내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그룹 차원에서 접촉했고 결국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코끼리’ 김 감독은 ‘용장’ ‘맹장’으로 불린 최고의 승부사다. 무려 22시즌 동안 프로야구 사령탑을 지내면서 통산 2653경기에 나서 1463승1125패(승률 .565)를 기록했다. 1983년부터 18년 동안 해태 감독으로 있으면서 아홉 차례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 해태를 ‘명가’로 키웠다. 2002년에는 삼성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끄는 등 통산 10차례 한국시리즈 제패를 달성하며 지도력을 확고히 했다. 삼성 구단 사장으로 취임해 야구인 출신 첫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는 신화도 썼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신의 분노? 방전현상?… ‘번개 미스터리’

    신의 분노? 방전현상?… ‘번개 미스터리’

    흔히 복권에 당첨될 확률을 떨어지는 번개(낙뢰)에 맞을 확률에 비교한다. 그만큼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복권에 (때로는 여러 명이 한꺼번에) 당첨자가 나오듯 낙뢰로 인한 사고 역시 끊이지 않는다. 지난 6일 스리랑카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한국 청년 2명이 낙뢰사고로 목숨을 잃는 등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만명이 낙뢰로 인한 피해를 입는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주신인 제우스(주피터)의 무기로 설정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번개에 경외심과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번개는 신의 분노’라고 여기는 전설이 존재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번개는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다. 디스커버리 뉴스에 따르면 매일 평균 전세계에서 4만 4000건의 폭풍이 발생하고, 초당 100개의 번개가 지상으로 떨어지는 낙뢰가 발생한다. 이런 번개의 정체가 자연현상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은 18세기에 이르러서다. 미국의 과학자이자 정치가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1750년 ‘번개는 전기의 일종’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 계획을 발표했다. 1752년 프랭클린은 천둥과 번개가 치는 날 금속열쇠를 매단 연을 하늘에 띄우는 이른바 ‘연의 실험’을 실행에 옮겼다. 프랭클린은 이 방식으로 번개에서 발생한 전기를 ‘라이덴병’(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유리병)에 가둠으로써 자신의 가설을 입증했다. 프랭클린은 이 원리를 이용해 번개가 땅으로 떨어지지 않게 지상의 전기를 끊임없이 방전시키는 피뢰침을 최초로 발명하기도 했다. 피뢰침은 ‘프랭클린의 막대’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번개의 실체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물리학과 기상학자들이 생각하는 원리는 이렇다. 번개와 천둥은 적란운으로 불리는 소나기구름에서 발생한다. 두께가 6~8㎞에 이르는 두꺼운 적란운은 낮은 쪽은 물방울, 꼭대기 쪽은 얼음알갱이로 이뤄진다. 지표면이 가열되면 구름의 물방울은 상승기류로 인해 파열되고, 파열된 물방울은 양(+)전기의 성질을 띠고(대전), 주위의 공기는 음(-)전기 성질로 바뀐다. 양으로 바뀐 물방울은 구름 속에서 위로 올라가는데, 이 과정에서 구름 속에 있는 양전기(+)와 음전기(-)가 서로 충돌하거나 구름의 아래쪽에 남아 있는 음전기가 지면의 양전기와 서로 부딪치면서 번개를 만든다. 구름과 구름 또는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방전현상이 곧 번개다. 번개가 치면 순간적으로 온도가 3만도 가까이 상승하는데, 이 열 에너지에 의해 주위의 공기가 급격히 가열돼 부피가 팽창하면서 나는 소리가 바로 번개의 짝인 천둥이다. 하지만 피뢰침의 발명에도 불구하고 번개를 막거나 피하는 기술은 완벽하지 않다. 이는 아직까지 번개에 대해 과학자들이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리학자들은 번개의 원리를 잘 알고 있다고 믿지만 번개의 실체에 대한 근본적인 3가지 질문의 답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우선, 구름이 어떻게 거대한 에너지를 갖게 되는지가 의문이다. 양전기와 음전기가 상호작용해 전기가 발생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물방울과 얼음에 불과한 구름이 번개를 뿜어낼 수 있을 정도로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원리는 현재 인류가 이해하고 사용하는 발전이나 충전 기술로는 설명할 수 없다. 현재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쏟아지는 ‘우주선’(Cosmic rays)이 구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하를 가진 우주선이 구름 속에 파고들면서 양전기와 음전기의 대전 현상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입증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어서 과학자들은 번개를 ‘무유도 저항 충전메커니즘’이라고 부르고 있다. 중학교 물리시간에 배운 ‘패러데이의 원리’에서 알 수 있듯이 유도작용이 없는 저항이나 전기발생은 불가능하다는 관점에서 구름의 충전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번개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역시 답이 없다. 전기가 번개와 같은 형태로 방출되기 위해서는 구름 내에 형성된 거대한 자기장이 지속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인공번개를 만들어 실험한 결과 끊임없이 움직이는 구름 속에 형성되는 자기장은 번개를 방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인공번개의 경우 형성된 자기장 안에 ‘스파크’를 주는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만 구름 속에서 왜 번개로 이어지는 스파크가 생겨나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마지막 미스터리는 번개가 어떻게 그 힘과 빛을 유지하며 수십㎞ 이상의 거리를 날아갈 수 있느냐이다. 구름 속에는 전기의 길을 만들어주는 절연체나 안내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번개의 실체를 파악하면 물리학의 영역이 크게 넓어질 것으로 믿고 있다. 번개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조 다우어 미국 플로리다기술연구소 박사는 “10년 전 학자들은 번개에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X선과 감마선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몇 년 전에는 번개와 폭풍우를 인공적으로 만들기도 했다.”면서 “번개의 정체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지방시대] 지방정부의 사회적 자본 확충전략/장수찬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지방정부의 사회적 자본 확충전략/장수찬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최근 지방정부가 벌이고 있는 사업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사회적 자본을 증진하기 위한 조례를 만들고, 공공 서비스의 사회적 자본 영향을 평가하고, 나아가서 시민참여 센터를 건립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혹은 정부·시민사회 간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사회적 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을 만들거나 마을 만들기 사업에 나서고 있다. 전북 완주군의 CB 은하네트워크, 충남도 사회적 경제센터, 서울시 마을 공동체 사업, 대전시·부산 해운대 구청의 사회자본 확충 전략이 그 좋은 사례이다. 사회자본이란 간단히 말해서, ‘한 사회가 구성원들 사이의 네트워크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그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상호 협력하여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사회자본 관련 지수는 경제력에 비해 대단히 낮은 편이다. 대인(對人)신뢰지수는 1982년에는 36이었으나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1년에는 26.1을 기록하였고, 2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24위에 랭크되었다. 갈등지수 역시 0.94를 기록해 조사된 26개 OECD 국가들 중에서 24위에 랭크됐다. 그리고 2007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사회적 자본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적 자본은 OECD 평균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995년 지방자치가 본격 실시되기 시작한 이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주민 욕구에 반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실험을 계속해 왔다. 도로, 하수도, 수돗물 등과 같은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는 점차 줄어들었다. 대신에 교육, 복지, 보육, 일자리 창출, 시민축제, 주거환경 등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으로 전환하였다. 대부분의 자치단체장들은 지역 단위에서 삶의 질과 관련된 공공 서비스들이 지역의 시민적 자원과 참여를 활용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즉, 자치단체장들 사이에 많은 정책적 학습이 진행되었다. 현재 한국사회는 지역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기는 하나 시민사회에 수준 높은 전문성, 질 높은 교육을 가지고 있는 자원이 그득하다. 특히 최근에 베이비부머 고학력자들이 은퇴하면서 시민사회의 인적 자원은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아직도 공적 관심과 공공 이익을 중심으로 연계망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파편화되고 분절되어 있다. 지방정부가 나서야 한다. 1960·70·80년대에 ‘따라잡기 경제’(catch-up economy)를 한 것처럼, 이번에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나서서 ‘따라잡기 사회’(catch-up society)를 해야 한다. 그러나 따라잡기 경제시기에 적용되었던 국가 주도적 방식보다는 정부·시민사회 간 파트너십을 통한 방식을 사용하여야 한다. 지방정부는 제도적 인프라를 제공하고, 전략적으로 재정을 지원하고, 그리고 전문성과 행정적 지원을 통하여 자원결사체들의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자원결사체들의 활동을 위한 그릇을 제공하고 주도적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가능하면 지방정부는 시민참여센터 혹은 지역재단과 같은 중간지원기관을 통함으로써 시민들의 자발성과 창조성을 최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따라잡기 사회’의 성공신화를 위해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혁신성과 실험정신이 요구된다.
  • “미사일통제 역행” 중 반발 “北 가만 있겠나” 일 우려 “北 최북단 타격” 러 긴장

    중국은 7일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무인 비행체 확산을 통제하기 위한 비공식 협의체인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800㎞로 늘어나고 무인 항공기 탑재 중량이 최대 2.5t으로 증가되는 내용으로 미사일 지침이 개정됐다는 소식을 긴급 기사로 타전했다. 통신은 이번 미사일 사거리 연장은 대량 파괴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무인 발사 시스템의 확산 중단을 목표로 하는 34개국의 비공식 자발적 협의체인 미사일기술통제체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과 미국이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로 연장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가 북한 측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도 관련 사실을 긴급 보도하며 한국의 탄도미사일이 북한 최북단의 목표물도 타격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도쿄 이종락·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rlee@seoul.co.kr
  • ‘고졸신화 대통령 배출 상고 저물고 뒤를 이어선

    ‘고졸신화 대통령 배출 상고 저물고 뒤를 이어선

    ‘대한민국 고졸 신화’를 낳았던 실업계고 세대(1980년 이전 입학자)들이 재계와 정치권 등의 무대에서 퇴장하고 있다. 능력은 출중하지만 어려운 집안 사정 탓에 상업고나 공업고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서야 했던 고졸 엘리트들은 뛰어난 업무 능력과 추진력, 근성 등을 무기 삼아 한 시대를 주름잡았다. 학력에 관계없이 능력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세대지만 어느덧 주류 무대에서 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고졸신화의 몰락을 논하기는 이르다. 젊은 특성화고(옛 실업계고) 졸업생들이 선배들의 배턴을 이어받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전만 해도 특성화고 학생 10명 중 1~2명 정도만 가까스로 직장을 구했지만 올해는 졸업자 중 40%가 취업했다. 고졸 특유의 근성에 더해 직무 전문성과 사명감 등 ‘플러스 알파’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특성화고 세대가 선배들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학교와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그 가능성을 내다봤다. 대선판을 주름잡던 ‘상고 출신’ 후보들이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판에서는 모습을 감췄다. 대선 후보 ‘빅3’인 박근혜(60·서울 성심여고-서강대 졸) 새누리당 후보를 비롯해 문재인(부산 경남고-경희대 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부산고-서울대 졸) 무소속 후보 등은 모두 명문 인문계고교와 대학을 졸업했다. 앞선 대선에서는 고(故) 김대중(목포상고), 고 노무현(부산상고) 전 대통령, 이명박(동지상고) 대통령은 3차례나 연속해 상고 출신으로 청와대의 주인이 됐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실업계고 인재의 중흥기가 저물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고생 깨나 해봤을 것 같은 상고 출신이라는 배경은 유권자에게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실업계고 출신 중 대선에 출마할 만한 엘리트 정치인이 줄어든 것이 사회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상고 출신의 진출이 활발했던 금융계에서는 고졸 인재의 퇴장이 좀 더 빨리 감지됐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우리·하나·KB·신한 금융)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상고 출신은 2010년 말 불명예 퇴임한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마지막이었다. ‘은행의 꽃’으로 불리는 지점장은 1980년대 상고 출신 비율이 80%대였으나 올해에는 49.3%로 처음 과반이 무너졌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상고 출신 신입사원이 급격히 줄었고 1997년 IMF위기 때 고졸 사원이 대거 명예퇴직한데다 1980년 이전 입사자들은 퇴직하고 있어 고졸 임원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실업계고 시대의 종언, 그 단초는 1980년대 초 대입 정원 자율화 조치에서 찾을 수 있다. 1970년대까지 학생운동 통제, 대학 과열화 방지 등을 위해 엄격히 제한했던 대입 정원은 1981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2배 이상 늘어났다. 정권의 민심 달래기용이였다. 이길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1980년대 재수생 폭증 등으로 사회적 불만이 쌓이자 정원을 늘렸고 대학에 쉽게 갈 수 있게 되니 실업계고로 눈을 돌리는 인재들이 줄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우리 경제가 1980년대 눈부신 성장을 보여 배주린 인재들이 줄어든 것도 상고 몰락을 낳은 원인이었다. ‘생계형 실업계고 진학자’가 눈에 띄게 줄면서 공부 잘하는 인재들은 모조리 대학으로 향했다. 1990년대 대학 인·허가가 쉬워지면서 대학 수가 급증했고, 고교생의 대학진학률은 80%를 넘어섰다. 이후 직업 교육을 위한 실업계고는 ‘공부 못하는 20%가 가는 학교’로 전락했다. 실업계가 암흑기에 접어들자 ‘인문계고’로 간판을 바꿔 거는 명문 상고들도 늘어났다. 노 전 대통령과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 등을 배출한 부산상고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는 2004년 인문계고로 전환하면서 이름을 ‘개성고’로 바꿨다. 노상만(63) 개성고 총동창회 역사관장은 “1980년대 초반 입학생까지만 해도 전교에서 1, 2등 해야 진학할 수 있는 학교였다. 가난해서 상고에 왔을 뿐 부산고, 경남고 같은 인문계 학생들보다 능력은 뒤지지 않는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1990년 이후 인문계로 전환하기 전까지 15년간 동문들의 경우 사회에서 기반이 약해 앞 기수들이 멘토가 돼 살펴주고 있다.”고 말했다. 끝 모르고 추락하던 실업계고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의 추락에서 기인한다. 2010년 고졸자 10명 중 8명이 대학에 가는 등 학력 과잉 현상이 더없이 심각해졌다. 하지만 경제사정 악화로 대졸자 실업난은 가중됐다. 이에 정부는 고졸 취업자 육성을 돌파구로 삼고 2010년 기존 실업계 고등학교는 ‘특성화고’로 이름을 바꾸고 마이스터고 28개를 개교했다. 이후 장학금 및 취업지원 정책 등을 통해 고졸 취업을 집중적으로 돕자 효과는 나타났다. 2008년 4월 19.0%에 불과했던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해마다 급증해 올해 초 41.8%까지 치솟았다. 변정현 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진학 대신 취업해 꿈을 빨리 이루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최근 분위기상 내년 초 취업률은 60.0%를 넘어설 것 같다.”고 내다봤다.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이 취업 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은 단순히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때문만으로는 볼 수 없다. 산업 현장 관계자들은 대졸 사원과는 구분되는 특유의 ‘생존 본능’이 있다고 칭찬한다. 가장 큰 강점은 직무 전문성이다. 김선태 직업능력개발원 평생직업교육연구실장은 “일하고 싶은 분야를 일찌감치 정한 특성화고 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 현장에서 자동차 부품 제작, 회계 등 직무 관련 기술을 익히기 때문에 취업 뒤 일선에 배치될 때 적응기간이 매우 짧다.”고 말했다. 직무 만족도가 높아 회사에 대한 충성도 또한 높다. 조직에 대한 불평을 줄이고 겸손하게 노력하는 점도 이들의 장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고졸 구직자들에게 은행 같은 기업이면 ‘신의 직장’이다. 입사하면 대졸 사원과 비교해볼 때 의욕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사무실에서 늘 밝고 긍정적으로 일하는데 상사가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직 내 학연이 뚜렷이 없는 고졸 취업자에게 ‘성긴 인맥’은 아킬레스건일지 모른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온라인 인맥’이 전통적인 인간관계를 보완해 주고 있다고 한다. 김 실장은 “특성화고 출신 아이들은 회사에 동문 선배가 몇 명 있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친구와 선배들을 사귀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도움 줄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조직에 안착한 특성화고 출신 취업자들이 CEO 등 기업의 최고 자리에 올라 옛 상고 선배들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모인다. 현장에서는 가능성을 50대50으로 본다. 변 연구원은 “고졸 취업자 중 가능성 있는 인력을 키워나가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분명해 삼성, SPC 등이 사내 대학을 설립하는 등 취업 후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마이스터고 졸업생들도 기회만 준다면 충분히 경영자로 클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평가했다. 교과부 관계자도 “특성화고 학생의 40%가량이 차상위계층으로 조사됐는데 예전처럼 우수 인재가 경제형편 때문에 취업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얘기”라면서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능력을 기반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한 공고 교사는 “1960~70년대에는 대졸자가 많지 않아 고등학교만 나와도 기업 내에서 충분히 경쟁해볼 수 있었다.”면서 “특성화고 취업이 늘고 있다고는 해도 예전과 같은 전성기를 다시 구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이범수기자 dynamic@seoul.co.kr
  • 中, 美 활동 해역서 대규모 군사훈련 강행 태세

    중국 해군 함정들이 일본 오키나와 해역을 지나 태평양상에서 대규모 훈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합동 상륙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이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과 남중국해에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배치하고, 중국의 핵잠수함이 미사일로 미 항모들을 조준하는 등 미·중 간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돌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군사력 시위가 가열되고 있다. 5일 일본 교도통신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해군 함정 7척이 전날 오후 6~7시쯤 일본 미야코섬 동북쪽 약 110㎞ 공해를 지나 태평양 쪽으로 이동했다. 중국 해군 함정이 오키나와섬과 미야코섬 사이 해역을 관통해 태평양으로 진출한 것은 지난달 11일 일본의 센카쿠열도 국유화 조치 이후 처음이다. 중국 군은 아직 군함 이동 배경 등을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서태평양상에서의 군사훈련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0년 4월과 지난해 6월, 11월에도 여러 척의 미사일구축함과 호위함 등을 오키나와섬과 미야코섬 사이 공해를 통과시켜 서태평양에서 대규모 기동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훈련 해역이 미 7함대의 활동 무대라는 점에서 다분히 미군을 겨냥하고 있다. 실제 중국 군은 타이완 해협 유사 시 미군의 개입을 막는 ‘반(反)접근전략’을 유지하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 방어선을 기존의 제1열도선(오키나와~타이완~필리핀)에서 제2열도선(사이판~괌~파푸아뉴기니)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 군의 서태평양 훈련은 그 중간 지대에서 이뤄진다. 이번 훈련은 특히 첫번째 항모 랴오닝함이 공식 취역한 이후라는 점에서 항모전단 운용술을 시험하는 무대로 삼을 가능성도 높다. 미군도 오는 8일부터 중국과 필리핀 간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인근에서 필리핀군과 대규모 합동 상륙훈련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합동 훈련 지역은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 등이 속해 있는 곳이어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보인다. 합동훈련에는 강습상륙함인 본험 리처드함을 비롯해 최소 7척의 미 함정과 해병 2200명이 동원된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김대중·노무현·이명박 공통점 알고보니

    김대중·노무현·이명박 공통점 알고보니

    ‘대한민국 고졸 신화’를 낳았던 실업계고 세대(1980년 이전 입학자)들이 재계와 정치권 등의 무대에서 퇴장하고 있다. 능력은 출중하지만 어려운 집안 사정 탓에 상업고나 공업고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서야 했던 고졸 엘리트들은 뛰어난 업무 능력과 추진력, 근성 등을 무기 삼아 한 시대를 주름잡았다. 학력에 관계없이 능력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세대지만 어느덧 주류 무대에서 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고졸신화의 몰락을 논하기는 이르다. 젊은 특성화고(옛 실업계고) 졸업생들이 선배들의 바통을 이어받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전만 해도 특성화고 학생 10명 중 1~2명 정도만 가까스로 직장을 구했지만 올해는 졸업자 중 40%가 취업했다. 고졸 특유의 근성에 더해 직무 전문성과 사명감 등 ‘플러스 알파’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특성화고 세대가 선배들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학교와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그 가능성을 내다봤다. 대선판을 주름잡던 ‘상고 출신’ 후보들이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판에서는 모습을 감췄다. 대선 후보 ‘빅3’인 박근혜(60·서울 성심여고-서강대 졸) 새누리당 후보를 비롯해 문재인(부산 경남고-경희대 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부산고-서울대 졸) 무소속 후보 등은 모두 명문 인문계고교와 대학을 졸업했다. 앞선 대선에서는 고(故) 김대중(목포상고)·고 노무현(부산상고) 전 대통령, 이명박(동지상고) 대통령이 3차례나 연속해 상고 출신으로 청와대의 주인이 됐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실업계고 인재의 중흥기가 저물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고생 깨나 해봤을 것 같은 상고 출신이라는 배경은 유권자에게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실업계고 출신 중 대선에 출마할 만한 엘리트 정치인이 줄어든 것이 사회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상고 출신의 진출이 활발했던 금융계에서는 고졸 인재의 퇴장이 좀 더 빨리 감지됐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우리·하나·KB·신한 금융)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상고 출신은 2010년 말 불명예 퇴임한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마지막이었다. ‘은행의 꽃’으로 불리는 지점장은 1980년대 상고 출신 비율이 80%대였으나 올해에는 49.3%로 처음 과반이 무너졌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상고 출신 신입사원이 급격히 줄었고 1997년 IMF위기 때 고졸 사원이 대거 명예퇴직한데다 1980년 이전 입사자들은 퇴직하고 있어 고졸 임원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실업계고 시대의 종언, 그 단초는 1980년대 초 대입 정원 자율화 조치에서 찾을 수 있다. 1970년대까지 학생운동 통제, 대학 과열화 방지 등을 위해 엄격히 제한했던 대입 정원은 1981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2배 이상 늘어났다. 정권의 민심 달래기용이었다. 이길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1980년대 재수생 폭증 등으로 사회적 불만이 쌓이자 정원을 늘렸고 대학에 쉽게 갈 수 있게 되니 실업계고로 눈을 돌리는 인재들이 줄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우리 경제가 1980년대 눈부신 성장을 보여 배주린 인재들이 줄어든 것도 상고 몰락을 낳은 원인이었다. ‘생계형 실업계고 진학자’가 눈에 띄게 줄면서 공부 잘하는 인재들은 모조리 대학으로 향했다. 1990년대 대학 인·허가가 쉬워지면서 대학 수가 급증했고, 고교생의 대학진학률은 80%를 넘어섰다. 이후 직업 교육을 위한 실업계고는 ‘공부 못하는 20%가 가는 학교’로 전락했다. 실업계가 암흑기에 접어들자 ‘인문계고’로 간판을 바꿔 거는 명문 상고들도 늘어났다. 노 전 대통령과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 등을 배출한 부산상고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는 2004년 인문계고로 전환하면서 이름을 ‘개성고’로 바꿨다. 노상만(63) 개성고 총동창회 역사관장은 “1980년대 초반 입학생까지만 해도 전교에서 1, 2등 해야 진학할 수 있는 학교였다. 가난해서 상고에 왔을 뿐 부산고, 경남고 같은 인문계 학생들보다 능력은 뒤지지 않는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1990년 이후 인문계로 전환하기 전까지 15년간 동문들의 경우 사회에서 기반이 약해 앞 기수들이 멘토가 돼 살펴주고 있다.”고 말했다. 끝 모르고 추락하던 실업계고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의 추락에서 기인한다. 2010년 고졸자 10명 중 8명이 대학에 가는 등 학력 과잉 현상이 더없이 심각해졌다. 하지만 경제사정 악화로 대졸자 실업난은 가중됐다. 이에 정부는 고졸 취업자 육성을 돌파구로 삼고 2010년 기존 실업계 고등학교는 ‘특성화고’로 이름을 바꾸고 마이스터고 28개를 개교했다. 이후 장학금 및 취업지원 정책 등을 통해 고졸 취업을 집중적으로 돕자 효과는 나타났다. 2008년 4월 19.0%에 불과했던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해마다 급증해 올해 초 41.8%까지 치솟았다. 변정현 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진학 대신 취업해 꿈을 빨리 이루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최근 분위기상 내년 초 취업률은 60.0%를 넘어설 것 같다.”고 내다봤다.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이 취업 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은 단순히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때문만으로는 볼 수 없다. 산업 현장 관계자들은 대졸 사원과는 구분되는 특유의 ‘생존 본능’이 있다고 칭찬한다. 가장 큰 강점은 직무 전문성이다. 김선태 직업능력개발원 평생직업교육연구실장은 “일하고 싶은 분야를 일찌감치 정한 특성화고 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 현장에서 자동차 부품 제작, 회계 등 직무 관련 기술을 익히기 때문에 취업 뒤 일선에 배치될 때 적응기간이 매우 짧다.”고 말했다. 직무 만족도가 높아 회사에 대한 충성도 또한 높다. 조직에 대한 불평을 줄이고 겸손하게 노력하는 점도 이들의 장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고졸 구직자들에게 은행 같은 기업이면 ‘신의 직장’이다. 입사 후 대졸 사원과 비교해볼 때 의욕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사무실에서 늘 밝고 긍정적으로 일하는데 상사가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직 내 학연이 뚜렷이 없는 고졸 취업자에게 ‘성긴 인맥’은 아킬레스건일지 모른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온라인 인맥’이 전통적인 인간관계를 보완해 주고 있다고 한다. 김 실장은 “특성화고 출신 아이들은 회사에 동문 선배가 몇 명 있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친구와 선배들을 사귀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도움 줄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조직에 안착한 특성화고 출신 취업자들이 CEO 등 기업의 최고 자리에 올라 옛 상고 선배들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모인다. 현장에서는 가능성을 50대50으로 본다. 변 연구원은 “고졸 취업자 중 가능성 있는 인력을 키워나가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분명해 삼성, SPC 등이 사내 대학을 설립하는 등 취업 후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마이스터고 졸업생들도 기회만 준다면 충분히 경영자로 클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평가했다. 교과부 관계자도 “특성화고 학생의 40%가량이 차상위계층으로 조사됐는데 예전처럼 우수 인재가 경제형편 때문에 취업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얘기”라면서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능력을 기반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한 공고 교사는 “1960~70년대에는 대졸자가 많지 않아 고등학교만 나와도 기업 내에서 충분히 경쟁해볼 수 있었다.”면서 “특성화고 취업이 늘고 있다고는 해도 예전과 같은 전성기를 다시 구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이범수기자 dynamic@seoul.co.kr
  • [Weekend inside] 특성화고가 일어선다

    [Weekend inside] 특성화고가 일어선다

    ‘대한민국 고졸 신화’를 낳았던 실업계고 세대(1980년 이전 입학자)들이 재계와 정치권 등의 무대에서 퇴장하고 있다. 능력은 출중하지만 어려운 집안 사정 탓에 상업고나 공업고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서야 했던 고졸 엘리트들은 뛰어난 업무 능력과 추진력, 근성 등을 무기 삼아 한 시대를 주름잡았다. 학력에 관계없이 능력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세대지만 어느덧 주류 무대에서 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고졸신화의 몰락을 논하기는 이르다. 젊은 특성화고(옛 실업계고) 졸업생들이 선배들의 바통을 이어받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전만 해도 특성화고 학생 10명 중 1~2명 정도만 가까스로 직장을 구했지만 올해는 졸업자 중 40%가 취업했다. 고졸 특유의 근성에 더해 직무 전문성과 사명감 등 ‘플러스 알파’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특성화고 세대가 선배들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학교와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그 가능성을 내다봤다. 대선판을 주름잡던 ‘상고 출신’ 후보들이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판에서는 모습을 감췄다. 대선 후보 ‘빅3’인 박근혜(60·서울 성심여고-서강대 졸) 새누리당 후보를 비롯해 문재인(부산 경남고-경희대 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부산고-서울대 졸) 무소속 후보 등은 모두 명문 인문계고교와 대학을 졸업했다. 앞선 대선에서는 고(故) 김대중(목포상고)·고 노무현(부산상고) 전 대통령, 이명박(동지상고) 대통령이 3차례나 연속해 상고 출신으로 청와대의 주인이 됐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실업계고 인재의 중흥기가 저물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고생 깨나 해봤을 것 같은 상고 출신이라는 배경은 유권자에게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실업계고 출신 중 대선에 출마할 만한 엘리트 정치인이 줄어든 것이 사회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상고 출신의 진출이 활발했던 금융계에서는 고졸 인재의 퇴장이 좀 더 빨리 감지됐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우리·하나·KB·신한 금융)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상고 출신은 2010년 말 불명예 퇴임한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마지막이었다. ‘은행의 꽃’으로 불리는 지점장은 1980년대 상고 출신 비율이 80%대였으나 올해에는 49.3%로 처음 과반이 무너졌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상고 출신 신입사원이 급격히 줄었고 1997년 IMF위기 때 고졸 사원이 대거 명예퇴직한데다 1980년 이전 입사자들은 퇴직하고 있어 고졸 임원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실업계고 시대의 종언, 그 단초는 1980년대 초 대입 정원 자율화 조치에서 찾을 수 있다. 1970년대까지 학생운동 통제, 대학 과열화 방지 등을 위해 엄격히 제한했던 대입 정원은 1981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2배 이상 늘어났다. 정권의 민심 달래기용이었다. 이길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1980년대 재수생 폭증 등으로 사회적 불만이 쌓이자 정원을 늘렸고 대학에 쉽게 갈 수 있게 되니 실업계고로 눈을 돌리는 인재들이 줄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우리 경제가 1980년대 눈부신 성장을 보여 배주린 인재들이 줄어든 것도 상고 몰락을 낳은 원인이었다. ‘생계형 실업계고 진학자’가 눈에 띄게 줄면서 공부 잘하는 인재들은 모조리 대학으로 향했다. 1990년대 대학 인·허가가 쉬워지면서 대학 수가 급증했고, 고교생의 대학진학률은 80%를 넘어섰다. 이후 직업 교육을 위한 실업계고는 ‘공부 못하는 20%가 가는 학교’로 전락했다. 실업계가 암흑기에 접어들자 ‘인문계고’로 간판을 바꿔 거는 명문 상고들도 늘어났다. 노 전 대통령과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 등을 배출한 부산상고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는 2004년 인문계고로 전환하면서 이름을 ‘개성고’로 바꿨다. 노상만(63) 개성고 총동창회 역사관장은 “1980년대 초반 입학생까지만 해도 전교에서 1, 2등 해야 진학할 수 있는 학교였다. 가난해서 상고에 왔을 뿐 부산고, 경남고 같은 인문계 학생들보다 능력은 뒤지지 않는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1990년 이후 인문계로 전환하기 전까지 15년간 동문들의 경우 사회에서 기반이 약해 앞 기수들이 멘토가 돼 살펴주고 있다.”고 말했다. 끝 모르고 추락하던 실업계고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의 추락에서 기인한다. 2010년 고졸자 10명 중 8명이 대학에 가는 등 학력 과잉 현상이 더없이 심각해졌다. 하지만 경제사정 악화로 대졸자 실업난은 가중됐다. 이에 정부는 고졸 취업자 육성을 돌파구로 삼고 2010년 기존 실업계 고등학교는 ‘특성화고’로 이름을 바꾸고 마이스터고 28개를 개교했다. 이후 장학금 및 취업지원 정책 등을 통해 고졸 취업을 집중적으로 돕자 효과는 나타났다. 2008년 4월 19.0%에 불과했던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해마다 급증해 올해 초 41.8%까지 치솟았다. 변정현 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진학 대신 취업해 꿈을 빨리 이루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최근 분위기상 내년 초 취업률은 60.0%를 넘어설 것 같다.”고 내다봤다.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이 취업 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은 단순히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때문만으로는 볼 수 없다. 산업 현장 관계자들은 대졸 사원과는 구분되는 특유의 ‘생존 본능’이 있다고 칭찬한다. 가장 큰 강점은 직무 전문성이다. 김선태 직업능력개발원 평생직업교육연구실장은 “일하고 싶은 분야를 일찌감치 정한 특성화고 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 현장에서 자동차 부품 제작, 회계 등 직무 관련 기술을 익히기 때문에 취업 뒤 일선에 배치될 때 적응기간이 매우 짧다.”고 말했다. 직무 만족도가 높아 회사에 대한 충성도 또한 높다. 조직에 대한 불평을 줄이고 겸손하게 노력하는 점도 이들의 장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고졸 구직자들에게 은행 같은 기업이면 ‘신의 직장’이다. 입사 후 대졸 사원과 비교해볼 때 의욕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사무실에서 늘 밝고 긍정적으로 일하는데 상사가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직 내 학연이 뚜렷이 없는 고졸 취업자에게 ‘성긴 인맥’은 아킬레스건일지 모른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온라인 인맥’이 전통적인 인간관계를 보완해 주고 있다고 한다. 김 실장은 “특성화고 출신 아이들은 회사에 동문 선배가 몇 명 있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친구와 선배들을 사귀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도움 줄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조직에 안착한 특성화고 출신 취업자들이 CEO 등 기업의 최고 자리에 올라 옛 상고 선배들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모인다. 현장에서는 가능성을 50대50으로 본다. 변 연구원은 “고졸 취업자 중 가능성 있는 인력을 키워나가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분명해 삼성, SPC 등이 사내 대학을 설립하는 등 취업 후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마이스터고 졸업생들도 기회만 준다면 충분히 경영자로 클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평가했다. 교과부 관계자도 “특성화고 학생의 40%가량이 차상위계층으로 조사됐는데 예전처럼 우수 인재가 경제형편 때문에 취업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얘기”라면서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능력을 기반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한 공고 교사는 “1960~70년대에는 대졸자가 많지 않아 고등학교만 나와도 기업 내에서 충분히 경쟁해볼 수 있었다.”면서 “특성화고 취업이 늘고 있다고는 해도 예전과 같은 전성기를 다시 구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이범수기자 dynamic@seoul.co.kr
  • 美, 핵잠수함 필리핀 파견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과 남중국해 등 중국의 분쟁 해역에 핵추진 항공모함 2척을 배치한 미국이 필리핀에 핵잠수함까지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4일 미국과 필리핀 간 군사교류 강화 차원에서 로스앤젤레스급 공격형 핵잠수함 올림피아호가 이날 필리핀 수비크만을 정례 방문한다는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관 측의 발표를 주요 뉴스로 전했다. 올림피아호는 미국이 올해 들어 네 번째로 필리핀에 파견하는 핵잠수함이다.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은 미 해군의 5세대 핵잠수함 기종으로 길이 110m, 폭 10m, 수상배수량 6000여t의 제원을 갖추고 있으며 최대 사거리 1400㎞ 순항 핵미사일 등의 무기를 탑재했다. 미국 측은 올림피아호가 수비크만에 언제까지 머물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올림피아호 파견이 남중국해 분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미국의 군사개입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항모와 핵잠수함 등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핵항모를 배치한 데 이어 핵잠수함까지 파견한 것은 센카쿠열도 등에서 군사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을 협공할 수 있는 진용을 점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은 센카쿠 갈등 등의 근저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미국 측에 남중국해 분쟁 등에 개입하지 말라고 강력히 요구해 왔다. 지난달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의 방중 때에도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 등이 직접화법으로 센카쿠 분쟁에 개입해 일본을 편드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로우리스’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로우리스’

    1931년, 미국 버지니아주의 프랭클린 카운티. 금주령이 엄연한 시대에 활약했던 본두란 가의 3형제-하워드, 포레스트, 잭은 역사 속의 인물로 남았다. 본두란 형제의 전설은, 새로 임명된 검사가 권력을 강화하려고 특별수사관 찰리 레이크스를 기용하면서 시작된다. 법을 지켜야 할 검사는 보호를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했고, 시카고 출신 레이크스는 시골의 거친 남자들과 사사건건 부딪친다. 밀주 사업을 유지하려고 소작농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본두란 형제는 더러운 거래에 협조하기를 거부한다. 존 힐코트 감독은 생존하기에 힘겨운 상황을 곧잘 영화에 끌어들인다. 개척기 호주에서 황야와 문명의 법칙에 맞서는 무법자의 이야기인 ‘프로포지션’은, 멸망한 세계에서 길을 따라 이동하는 남자와 아이의 묵시록인 ‘더 로드’를 거쳐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원제: Lawless)에 도착했다. 그런 까닭에 힐코트 영화의 주요한 주제는 ‘생존’이다. 갱스터 영화이면서도 ‘로우리스’는 제목에서부터 무법자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법이 없는 상태’에 관한 영화임을 밝힌다. 인물들은 무법의 공포를 딛고 살아남아야 한다. ‘로우리스’의 도입부와 결말부에 나오는 내레이션에서 ‘불멸의 존재’라는 문구는 여러 차례 강조해서 언급된다. ‘프로포지션’과 ‘더 로드’의 절박함과 비교해 ‘로우리스’는 담담한 톤을 유지한다. ‘로우리스’의 3형제는 법이 무법을 자행하는 상황에서 자유와 생존을 지키려고 싸우는 듯이 행동한다. 공황기를 배경으로 한 갱스터 영화에서 갱들은 종종 타의에 의해 어둠의 세계로 들어간 것처럼 묘사된다. 갱들은 가난하고 배고픈 상황이 총을 쥐도록 강요했다고 변명한다. 갱들이 “(불특정한 존재를 지칭해) 그들이 나를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말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갱스터 영화의 하위 장르인 산적영화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로우리스’는 무법의 상황에 분노하면서도 무법의 주체로 살아남아야 했던 인물들의 아이러니에 주목한다. ‘로우리스’는 3형제의 생존방식이 곧 현대 미국이 걸어온 길이라고 말하는 작품이다. 형제 중 막내인 잭은 형들의 밀주 사업에 뛰어들고 싶지만, 두 형은 어린 동생을 쉬 받아들이지 않는다. 끝내 잭은 사업 수완과 대담함을 인정받아 형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 달리 말해 잭은 돈에 대한 집착과 폭력에 대한 무감각을 통해 성숙한 존재로 거듭난다. 잭의 성숙은 미국의 위상 변화와 연결된다. ‘로우리스’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던 당시 미국이 기실 코카콜라 자본주의와 총의 폭력을 바탕으로 형성되었음을 밝힌다. ‘로우리스’가 화목한 대가족의 모습으로 끝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스코트는 가족이라는 만들어진 신화마저 조롱한다. ‘로우리스’는 ‘파티 걸’, ‘언터처블’ 같은 잔혹한 갱스터 영화의 계보에 오를 만한 작품이다. 그런데 힐코트와 각본을 쓴 뮤지션 닉 케이브는 호주 출신이다. 또한 근래 나온 가장 중요한 갱스터 영화 ‘애니멀 킹덤’도 호주영화였다. ‘로우리스’가 오래된 비디오 화질의 제작사 로고로 시작하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것을, 자기들의 역사와 영화를 잊어버린 할리우드에 대한 비판으로 읽는다면 오독일까. 18일 개봉. 영화평론가
  • 크레타섬 상공서 ‘금속성 UFO’ 포착

    크레타섬 상공서 ‘금속성 UFO’ 포착

    그리스 크레타 섬 상공에서 금속성의 미확인비행물체(UFO)가 우연히 포착돼 화제가 되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각) 캐나다 매체 디지털저널 등의 보도를 따르면 그리스를 여행하던 한 독일인 커플이 지난 8월 19일 에게해 남단부 중앙에 있는 그리스령 크레타섬 발로스 비치에서 촬영한 사진을 살펴보던 중 우연히 UFO를 발견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이 커플은 UFO를 주 피사체로 삼지 않았으며 해변가에 있던 염소들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인 ‘디펜스 넷’에 따르면 이 커플은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해당 사진을 찍었으며, 당시 어떠한 소음도 듣지 못했고 사진을 다시 보기 전까지 UFO가 찍혔단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또한 본인들조차 그 이상한 형체를 믿을 수 없어 정체가 무엇인지 서로 의논해봤지만 어떠한 결론도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지금까지 이러한 이상한 사건을 겪어 본 적이 없다고도 밝혔다. 이들은 단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당시 하늘은 따뜻할 정도로 햇빛이 나는 맑은 날이었지만 강한 북동풍이 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디펜스 넷’은 해당 사진은 포토샵 등으로 조작된 흔적이 없으며 원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크레타 섬은 신혼 부부들에게 인기가 높은 유명한 여행지로, 그리스 신화에서는 올림포스의 주신(主神)인 제우스의 고향이자, 그가 황소로 변신해 사랑하는 여인 에우로파를 등에 태우고 도망쳐온 곳으로 잘 알려졌다. 사진=디펜스 넷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씨줄날줄] 법정관리의 운명/박정현 논설위원

    로마 신화에 나오는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Fortuna)에게는 커다란 수레바퀴가 있었다. 바퀴의 테두리에는 인간의 운명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꼭대기는 행운의 절정을 뜻하고, 바닥은 말 그대로 불행의 심연을 의미한다. 행복과 불행은 영원하지 않고 수레바퀴가 돌면서 바뀐다. 포르투나가 수레바퀴를 돌리기만 하면 꼭대기 인생이 바닥 인생으로 전락하는 일은 순식간이다. 포르투나의 이런 수레바퀴는 ‘운명의 수레바퀴’라고 불린다. 돌고 도는 게 인간의 운명뿐일까. 인간이 만지는 법과 제도도 주인의 운명을 닮는 모양이다. 법정관리는 한때 기업인에게는 저승사자였다. 한보철강 부도로 불거진 외환위기는 기아자동차 사태를 맞아 극에 치달았다. ‘국민 기업’ 기아자동차는 1997년 10월 결국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가고 김선홍 당시 회장 등 경영진은 모두 퇴진당했다. 기아차는 이듬해 현대자동차에 넘어가 2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올해는 세계 100대 브랜드에 선정될 정도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초우량 기업으로 거듭났다. 경영진은 사라져도 기업은 기사회생할 수 있는 제도가 법정관리다. 경영진들의 기피대상이었던 법정관리가 슬그머니 선호하는 제도로 반전됐다. 2006년 4월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기존 경영진이 그대로 경영관리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식이 도입됐다. 실질적으로 기업 사정을 잘 안다는 이유로 기존 경영진을 다시 불러들이는 이른바 ‘관리인 유지’(DIP) 제도는 경영진의 지분도 인정해줬다. 당시에는 제법 타당성이 있어서 바뀐 모양이다. 기업의 생사를 쥔 법원의 파산부 부장판사가 자신이 재판을 맡은 법정관리 기업에 친형과 친구를 감사로 선임했다는 광주지법 의혹도 제도의 맹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법정관리가 경영진이 사는 길이라는 점을 눈치챈 부실기업 경영진들은 법정관리로 몰려들었고, 웅진그룹에서 문제점이 폭발했다. 극동건설을 인수한 부담으로 허덕이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웅진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은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채권단은 윤 회장이 법정관리인이 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반발했다. 금융당국은 윤 회장 같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법정관리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제도를 악용하려는 경영진을 피해 법정관리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 궁금해진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정약용은 과연 주자학을 뒤엎고자 했을까

    ‘매천야록’의 저자 황현(1855~1910)은 구한말 개혁이 신통치 않아지자 정약용(1762~1836)을 떠올리며, 그가 있었더라면 고종 황제의 개혁에 큰 힘을 보탤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광무개혁을 진행하던 고종 황제의 주변에 소수의 군왕주의자들이 있었으나 이들은 정치적 기반도 사상적인 힘도 크지 않았던 탓이다. 함규진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쓴 ‘정약용-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다’(한길사 펴냄)는 자주 인용되는 정약용을 좀 깊게 읽어보자고 주문하고 있다. 성균관대 정치학과를 나온 함 교수는 ‘정약용 정치사상의 재조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중들이 읽기 쉽도록 역사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학자다. 이를테면 ‘고종, 죽기로 결심하다’(자음과모음 펴냄) 등과 같은 책이다. ‘한길사 인문고전 깊이읽기’ 시리즈 열한 번째인 ‘정약용’ 편에서 함 교수는 “당대의 천재이자 실학자로 신화화된 정약용을 객관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한다.”면서 “다산이 실학의 대표선수라지만 그는 마르크스가 헤겔을 뒤집듯 주자학과 정면으로 충돌하여 깨끗이 뒤엎어버린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함 교수는 ‘목민심서’, ‘경세유표’, ‘중용자잠’, ‘맹자요의’ 등 다산 정약용의 방대한 저작을 꼼꼼하게 분석한 뒤 “정약용은 실학자라기보다 스스로를 유학자로 생각하고 행동한 인물”이었다며 “오늘날의 기준으로도 손색 없는 민주주의자나 자유주의자도 아니고,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 과학자도 아니었다.”고 한다. 상식을 기초로 경전을 해석하고 세상을 바꾸려한 유학자였는데, 실사구시·이용후생 등의 단어와 어우러지면서 대표적인 실학자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이지만 고종이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1901년에 간행토록 지시하면서 정약용의 이름값이 더 올라간 측면도 배제할 수 없겠다. 유학이 구닥다리 사상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되는 21세기에 다산 정약용을 읽을 필요가 뭐가 있을까 싶을 수도 있겠다. 함 교수는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를 내팽개치고 새로운 사상에만 열중한다면 문화적 주변부, 사상적 식민지성을 지속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사상적 주체로서 한국적 사상의 모델을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보시라이 당적·공직 박탈… 형사처벌 불가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28일 회의를 열고 오는 11월 8일부터 18기 전국대표대회(전대)를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4세대 지도부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을 필두로 한 5세대 지도부로의 권력이양 작업이 본격화됐다. 특히 실각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에 대해서는 당적과 공직을 동시에 박탈하는 쌍개(雙開) 처분을 내린 한편 사법기관에 넘겨 그간 제기된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받도록 했다는 점에서 향후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시라이는 지난 3월 당의 규율을 심각하게 위반한 혐의로 체포된 뒤 충칭시 당서기 직에서 해임됐으며, 이어 4월에는 공산당 중앙위원 및 중앙정치국 위원 직위도 박탈당했다. 남은 것은 공산당 당적과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위원 자격이다. 관례상 중앙정치국 회의는 전대 일정을 확정하는 것이지만 이는 차기 지도부 인선에 대한 계파 간 합의가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전대 일정을 확정하고 차기 지도부 명단도 사실상 확정한다. 다만 정치국 회의는 이 같은 결정을 18기 전대를 점검하는 성격의 회의인 17기 7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7기 7중 전회)에 권고하는 식으로 넘기고 17기 7중 전회에서 이를 최종 확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때문에 정치국 회의가 열려 전대 일정을 확정했다는 것은 곧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상하이방, 상하이방과 느슨한 연대 관계인 태자당, 그리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필두로 한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이 차기 지도부 인선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대는 보통 일주일간 열린다. 전대에 앞서 열리는 17기 7중 전회는 11월 1일 열려 나흘간 개최된다. 현재로선 차기 지도부인 상무위원으로 이미 확정된 시진핑 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 이외에 공청단 출신인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중앙조직부장과 류윈산(劉雲山) 당 중앙 선전부장, 장 전 주석 계열인 장더장(張德江) 충칭시 당서기와 장가오리(張高麗) 톈진시 당서기, 그리고 태자당으로 분류되는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위원단은 18기 전대 마지막날 선출된 18기 공산당 중앙위원들이 전대가 끝난 다음 날 18기 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8기 1중 전회)를 열어 공식적으로 선출된다. 중앙정치국은 또 이날 회의를 통해 당 18기 전대에서 중앙위원회와 중앙기율검사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당 18기 전대를 계기로 전면적인 소강사회(小康社會) 건설, 개혁·개방 심화, 경제발전모델의 빠른 전환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전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이리와, 멈춰 등 말귀 알아듣는 ‘희귀 흑거북’ 화제

    이리와, 멈춰 등 말귀 알아듣는 ‘희귀 흑거북’ 화제

    마치 훈련받은 개처럼 주인의 말귀를 알아듣는 희귀 거북이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현지 우한시의 한 공원에는 매일 같이 한 중년 남성이 검은색 거북이를 데리고 나와 개처럼 산책을 시키고 있다. 특히 이 거북은 주인아저씨가 말하는 몇몇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 방송을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면 이 남성은 자신의 애완동물 거북이에게 “이리와, 멈춰, 앞으로 가, 쉬어, 뒤돌아 가” 등의 말을 하는 데 이 거북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 모두 척척 행동으로 보여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또한 이 거북은 먹처럼 짙은 검은색이 특징이라 중국에서는 모구이(먹거북)라고 불리고 몸에서 은은한 백단향이 나서 백단향 거북으로도 불리는 희귀 동물이라고 한다. 실제로 공원 내에서 거북이를 보러 모인 사람들에게 주인이 냄새를 맡게 하자 저마다 “백단향이다.”, “매우 좋은 향기가 난다.”면서 서로 냄새를 맡아보려고 한다. 이처럼 희귀하면서도 사람의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거북이를 15만 위안(약 2,600만 원)에 팔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주인 남성은 시원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거북이를 기르고 있는 이유는 동물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인간은 항상 동물을 사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해당 영상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뉴스 WHO] ‘샐러리맨 신화’ 위기 웅진 회장

    [뉴스 WHO] ‘샐러리맨 신화’ 위기 웅진 회장

    윤석금(67) 웅진그룹 회장이 법정관리 직전 대표이사를 맡은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지주회사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에 앞서 윤 회장은 책임경영을 이유로 웅진홀딩스의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현행법 조항을 고려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종 부도를 막아 기업회생에 대한 불씨는 살렸지만 금융권과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됨에도 자신의 이익만 채웠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27일 한 인터뷰에서 “내가 욕심을 부려서 이렇게 된 거 내가 풀자는 것일 뿐 경영권에는 욕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충무로 본사 1층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의 눈을 피해 출근한 뒤 사무실에서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법정관리에 대한 배경과 심경을 밝혔다. 윤 회장은 “극동건설 상황이 지주회사까지 위기로 내몰아 어쩔 수 없이 함께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면서 “극동건설 채권자들은 건설경기 여하에 따라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털어놨다. 책임을 지기 위해 대표에 올랐다고 했지만 부인 김향숙씨가 법정관리에 앞서 웅진씽크빅 주식을 처분했다는 의혹에 휘말리는 등 윤 회장 일가의 최근 행적은 책임경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윤 회장은 이에 대해 “우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명예를 내팽개치고 몇 천만원 이익을 챙기려 했겠는가. 그런 잔꾀를 부리려면 극동건설 등을 그렇게 안고 가지도 않았다.”고 적극 부인했다. 그러나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에 계열사에서 빌린 빚부터 먼저 갚았다는 사실이 또 드러나면서 윤 회장에 대한 도덕적 해이 질타가 거세지고 있다. 30년간 실패를 모르고 달려온 윤 회장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팔던 외판원이었다. 1980년 자본금 7000만원과 직원 7명으로 웅진출판(현 웅진씽크빅)을 세운 뒤 외판원을 하며 얻은 책 방문판매 노하우를 활용해 1988년 웅진식품, 1989년 웅진코웨이를 만들었다. 지금 웅진은 웅진홀딩스, 웅진코웨이 등 상장사 5곳을 포함한 14개 계열사와 총자산 8조 8000억원, 매출액 6조 1500억원, 직원수 4만 5000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무리한 인수·합병은 건설경기 둔화와 유럽발 경제위기로 탈이 났다. 계열사 부채가 무려 10조원에 이를 정도로 사태가 악화되자 윤 회장은 지난 2월 연간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수개월의 협상 끝에 지난달에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1조 2000억원에 팔기로 했지만 그 사이 부채는 더욱 늘어나 그룹 지주회사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 또한 “무리하게 태양광과 건설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 확장을 꾀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었다.”며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하지만 자금난 압박의 원인이 됐던 태양광 사업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않았다. 그는 “잉곳·웨이퍼를 생산하는 웅진에너지의 자금 사정이 좋기 때문에 에너지를 중심으로 태양광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내년까지 경쟁력 없는 태양광 업체들이 정리되고 수요가 늘면 2014년부터는 태양광 업황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문제가 있는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지만 나머지 계열사들은 큰 문제가 없어 채권단, 법원과 잘 협력하면 그룹 정상화에 문제가 없다.”며 “2~3년 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비 때마다 뚝심 있게 밀어붙여 고비를 넘겨온 윤 회장이 그룹 해체라는 최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中·日 언론사 홈피에는 음란물 ‘0’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中·日 언론사 홈피에는 음란물 ‘0’

    일본은 ‘음란물 천국’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정작 일본의 언론사 사이트에는 음란물이 전혀 없다. 신문사의 사회적 위상이 아직 높아 음란물을 게재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27일 접속한 아사히신문의 홈페이지에는 온천여행 광고를 비롯해 기업 광고, 신약 광고 등 ‘점잖은 광고’가 대부분이었다. 음란물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광고물은 찾아 볼 수 없다. 요미우리신문도 마찬가지다. 전자 광고란이 따로 있지만 대부분 책 광고를 하고 있을 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홈페이지도 포럼 소개나 대기업 광고, 신입 사원이나 경력직을 모집하는 구인 광고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언론사들이 온라인 사이트에서 유료 회원을 통한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점도 굳이 음란물 광고를 게재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일본 언론사는 한국과 달리 인터넷 포털에 아주 제한된 기사만 제공하고 있다. 주요 기사의 앞 몇 줄만 서비스하고, 독자들이 기사의 원문을 보려면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하게 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기사의 전문을 보려면 신문 구독료와 비슷한 매달 3000엔(약 4만 3000원) 정도의 가입비를 내야 한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인 야후와 2채널은 ‘야동’ 사이트로 연결해 주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각종 현안에 대한 게시판으로 유명한 2채널은 각종 음란물이 홍수를 이룬다. ‘2채널 BBS’는 성관계를 위한 남녀 소개 사이트도 버젓이 소개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음란물로 연결되는 링크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주요 포털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이같이 ‘음란물 제로’의 인터넷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2009년 초 대대적으로 실시한 ‘인터넷 음란물과의 전쟁’ 때문이다. 당시 국무원 신문판공실, 공업신식산업부, 공안부 등 관련 부처는 인터넷 합동 단속을 통해 음란물 유포자들을 검거하고, 사이트도 폐쇄해 버리는 등 인터넷상 음란물 척결 활동을 벌였다.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百度)는 물론 신랑(新浪), 써우후(搜狐), 왕이(網易), 텅쉰(騰訊) 등 유명 포털 사이트까지 음란물 유포 사이트로 지목해 “자체적으로 정화 활동을 벌이지 않을 경우 폐쇄해 버리겠다.”고 압박했다. 그렇다고 선정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관영 신화통신 인터넷 사이트 신화망이나 환구시보의 인터넷 포털 환구망 등에는 선정적인 사진 기사가 단골 메뉴로 올라오곤 한다. 도쿄 이종락·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rlee@seoul.co.kr
  • 무리한 인수합병이 패착… ‘웅진 신화’ 무너지나

    무리한 인수합병이 패착… ‘웅진 신화’ 무너지나

    26일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동시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하면서 매출 6조원대의 30대 그룹으로 성장했던 웅진그룹이 창립 32년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극동건설은 전날 도래한 150억원의 기업어음(CP)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낸 뒤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1조 839억원의 연대보증을 선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도 연쇄 부도를 우려해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현재 극동건설은 신한은행을 포함해 시중은행에서 1700억원을 빌렸고 제2금융권을 포함하면 4900억원의 채무가 있다. 여기에 다음 달 5일까지 갚아야 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지급보증 차입금만 1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동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 38위로 올 상반기 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8월 현재 단기차입금이 4164억원으로 6개월 만에 751억원이나 증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최근 자금난이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8월 웅진그룹에 인수된 이후 극동건설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늘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론스타로부터 극동건설을 인수하자마자 높은 가격(6600억원)으로 ‘승자의 저주 논란’에 휩싸였던 웅진그룹은 극동건설로 회사의 명운(命運)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당시 적정 가격은 3300억원 수준.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를 거듭하자 극동건설 사업에 PF를 통해 지원한 연대 보증액이 1조원을 넘었다. 지난해에는 유상증자로 극동건설에 1000억원을 또 넣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화수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 극동건설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고 전했다. 웅진그룹은 1980년 도서출판 해임인터내셔널이라는 작은 기업으로 시작해 1989년에는 한국코웨이를 설립하면서 교육출판에서 생활환경가전으로 사업을 넓혔다. 2006년에는 웅진에너지를 설립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듬해 극동건설을 품에 넣었다. 이후에도 레저, 금융까지 손대며 재계 24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사업다각화 명목으로 손댔던 태양광 사업이 패착이었다. 경기침체와 경쟁과열로 태양광 산업의 핵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하면서 웅진폴리실리콘의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웅진그룹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두 산업분야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지주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윤석금 회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회사 사정을 설명하는 메일으로 보냈다. 윤 회장은 “채권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윤 회장의 부인이 웅진씽크빅의 보유 주식 전량을 두 회사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매도한 것으로 전해져 도덕적 해이 비난이 일고 있다. 윤 회장 부인 김향숙씨는 지난 24일과 25일 보유 중이던 웅진씽크빅 주식 4만 4781주(0.17%) 전량을 장내에서 팔았다. 매도금액은 3억 9750만원으로 추산된다. 김동현·강주리기자 moses@seoul.co.kr
  • 정부 “이어도 관할권 강력 대응”

    중국이 이어도를 무인 항공기 감시 대상에 넣고,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자국 관할 해역이라고 주장하면서 한·중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어도(중국명 쑤옌자오)는 수중 암초로, 영토 분쟁의 대상이 아니며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만 획정되면 우리 관할권에 들어온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의 무인 항공기 감시를 비롯한 관할권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국 정부에 항의하고 감시 조치 중단을 요구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키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25일 “무인 항공기 감시를 포함해 어떤 목적의 비행인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유엔해양법 협약상 항해와 비행은 허용이 되지만, 우리의 EEZ 관할권 행사에 지장이 생기는 상황이 되면 철저한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한·중 간에 중간선 원칙에 따라 EEZ 경계획정을 하면 이어도는 자연히 우리 측 수역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2015년까지 이어도를 비롯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황옌다오(스카보러 섬) 등 분쟁 섬들에 대한 무인기 감시·감측 체제를 구축하기로 하면서 이어도도 자국 관할 해역으로 명시했다. 류츠구이 중국 국가해양국장(장관)은 지난 3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어도가 중국 관할 해역에 있고 감시선과 항공기를 통한 정기 순찰 범위에 포함돼 있다.”며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한 바 있다. 김성수·하종훈기자 ss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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