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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르웨이-자연의 웅장한 교향곡 Norway Fjord

    노르웨이-자연의 웅장한 교향곡 Norway Fjord

    자연의 웅장한 교향곡 Norway Fjord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에서 시작해 두 개의 피오르fjord를 만났고, 수도인 오슬로에서 여정을 마무리했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 즉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을 통과하는 항구도시는 비 온 뒤 햇빛을 받은 풀잎처럼 싱그러웠으며 노르웨이의 피오르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위풍을 뽐냈다.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노르웨이관광청 02-777-5943, www.visitnorway.com 6년에 걸쳐 베르겐Bergen에 세 번 가봤다. 4월 말, 5월 중순, 5월 말. 세 번 모두 날씨가 좋았다. 푸른 하늘 아래 모든 것들이 청명한 윤곽을 드러냈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서는 맵싸한 기운이 묻어났지만, 그것이 오히려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해주었다. 야구에서는 세 번 타석에 들어서서 안타 하나만 기록해도 갈채가 쏟아지는데, 매번 쾌청했던 베르겐의 봄은 등장할 때마다 어김없이 홈런을 펑펑 쳐내는 전설적인 강타자 같았다. 베르겐의 봄은 3타수 3안타 노르웨이에서 12년을 살았다는 베르겐의 한국인 가이드도 날씨 이야기로 화제를 삼았다. “노르웨이의 5월은 파업이 제일 빈번하게 일어나는 달이예요. 일 년 중 날씨가 가장 화창하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파업을 해서 야외로 나간다는 거죠. 이즈음 베르겐의 관공서들은 일처리가 정말 더디답니다.” 설명의 진위 여부를 정밀하게 판독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나 일기日氣가 화사하다는 점만큼은 확실했다. 빛의 알갱이들이 산중턱에 알알이 박힌 집들에 부딪쳐 화려하게 부서졌다. 야외 활동에 최적화된 기후를 뽑는 경연 대회가 있다면 ‘5월의 베르겐’에 으뜸의 지위를 부여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인 가이드는 이런 농반진반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 뭔 줄 아세요? 그건 바로 유치원 선생님이에요. 야외 수업이 워낙 많다 보니 아이들 뒤치다꺼리가 그야말로 보통 일이 아니죠.”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도 장화를 신고 눈벌판을 누비는 마당에 계절의 여왕 5월이야 더 말해 무엇할까. 노르웨이 아이들에게 자연은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가장 친근한 놀이터이자 인간이 축조한 학문의 세계보다 훨씬 더 고귀하고 빛나는 배움의 터전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베르겐에서 보낸 시간은 노루 꼬리처럼 짧기만 했다. 오후에는 피오르 투어가 예정돼 있었다. 베르겐의 오밀조밀한 모습에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던 일행 중 한 명은 “너무 아쉽다”며 입을 한 움큼 내밀었다. 시간의 제약 속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브리겐과 플뢰엔 산이었다. 삼각 지붕의 목조 가옥들이 일렬로 늘어선 브리겐 지구는 한자동맹 시절 독일 상인들이 업무를 보거나 거주하던 공간이었다. 건물들도 13~16세기에 세워졌다. 나무로 지어진 데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탓에 화재로 인한 소실도 수차례 겪었지만 그때마다 동일한 방식으로 복원했다고 한다. 도시의 역사와 경제적 번영을 기억하는 브리겐은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다. 320m 높이의 플뢰엔 산은 도시의 전망대였다. 푸니쿨라를 타고 비탈면을 따라 오르니 가슴이 벅차도록 장쾌한 풍경이 발아래 펼쳐졌다. 1 베르겐 출신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올레 불과 민간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트롤의 동상 2 베르겐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플뢰엔 산 전망대. 베르겐을 찾은 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3 삼각 지붕을 얹은 목조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선 베르겐의 브리겐 지구. 한자동맹 시절 상인들의 업무 공간이자 거주 지역이었다 4 베르겐의 메인 스트리트인 토르갈메닝겐의 뱃사람 기념탑. 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교과서에서 뛰쳐나온 피오르 노르웨이를 찾은 여행객들에게 노르웨이의 자연은 곧 피오르를 의미한다. 교과서에 따분하게 들어앉아 있던 피오르가 노르웨이에서는 바로 눈앞에서 생생한 표정을 짓는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피오르는 빙하의 흔적이다. 거대한 빙하가 깎아놓은 U자형 계곡에 바닷물이 흘러들어 형성됐다. 따라서 태초의 피오르에서는 짠맛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수레가 끊임없이 굴러가는 동안 빗물이 섞이고 눈 녹은 물이 보태지면서 담수화가 진행됐다. 플롬Flam 인근 마을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는 “피오르는 바다도 아니고 호수도 아닌 그냥 피오르일 뿐이다”라고 명쾌하게 정리해 주었다. 빙하가 후벼 판 탓에 피오르는 수심이 무척이나 깊다. 가장 깊은 곳은 1,300m를 상회한다. 흔히 예이랑에르Geiranger·노르Nord·송네Sogne·하르당에르Hardanger·뤼세Lyse 피오르를 합쳐 노르웨이의 5대 피오르라고 한다. 나는 운이 좋고 복이 많아 세 번의 노르웨이 여행을 통해 노르를 제외한 4개의 피오르들을 알현할 수 있었다. 규모와 길이는 제가끔 상이하지만 저마다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들이었다. 자연은 완벽했고, 그 모습을 적은 문장은 불완전했다. 이번에 만나고 돌아온 것은 송네에서 갈라져 나온 네뢰위NærØy 피오르와 목가적인 풍경이 돋보이는 하르당에르 피오르였다. ‘노르웨이 인 어 넛셀Norway in a Nutshell’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영어 숙어 ‘인 어 넛셀’은 ‘간결하게, 단 한마디로’의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자연인 피오르를 짧은 시간 안에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우선 베르겐에서 기차를 타고 보스Voss까지 간다. 보스에서 버스로 바꿔 타고 선착장이 있는 구드방엔Gudvangen까지 내쳐 달린다. 차창 밖 풍경부터가 드라마틱하다. 주변 산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된 호수와 양의 창자처럼 구불구불한 길들이 마음 밭에 감겨든다. 구드방엔에 도착하면 크루즈에 올라 플롬까지 나아간다. 갑판 위 의자에 앉아 네뢰위 피오르의 절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면 된다. 누구라도 글로 배운 피오르와 실제 마주한 피오르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존재하는지 절감할 수밖에 없다. 구드방엔에서 출발한 배가 종내 몸을 푸는 플롬은 작은 마을이다. 상주인구라고 해봤자 500여 명에 불과하다. 유람선이 닻을 내리면 평소에 적막하던 마을이 비로소 활기를 띤다. 플롬에서는 딱히 할 것이 없다. 21가지의 하우스 비어를 생산하는 맥줏집에서 무위한 시간을 보내거나 자전거를 빌려 마을 산책에 나서면 된다. 플롬에서 하룻밤 묵어갈 계획이라면 인근 마을인 에울란Aurland에 다녀오는 것도 좋다. ‘스테가스타인’이라는 전망 포인트가 있어 빙하와 바다가 협력해서 만들어낸 풍경의 절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플롬에서 뮈르달까지는 산악 열차가 다닌다. 기차는 20개의 터널을 지나고 아찔한 협곡 위를 달린다. 중간에 쇼스폭센 폭포 역에서 5분간 정차한다. 98m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 소리가 그야말로 우렁우렁하다. 1 퀼리티 호텔 보링포센 앞에서 바라본 하르당에르 피오르. 하늘과 구름과 산이 물속에 고스란히 잠겨 있다 2 플롬과 뮈르달 사이를 운행하는 산악 열차. 열차의 규모는 작지만 열차가 통과하는 자연은 웅장하다 3 플롬의 맥줏집. 21가지의 서로 다른 하우스 비어를 생산한다 4 하르당에르는 피오르의 모습도 매혹적이지만 주변 산비탈에 들어선 농가와 밭들이 그려내는 풍경 또한 아름답다 5 네뢰위 피오르를 흘러가는 유람선. 물새들이 배의 꽁무니를 줄기차게 쫓아온다. 관광객들이 손에 과자를 올려놓으면 잽싸게 낚아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하르당에르에서 마신 사과주 하르당에르 피오르의 길이는 180여 킬로미터에 달한다. 송네에 이어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긴 피오르다. 가장 안쪽에는 에이드Eid 피오르가 있다. 182m의 낙차를 자랑하는 폭포 보링포센이 특히 볼 만하다. 하르당에르비다 국립공원 센터에서는 20분짜리 영화를 틀어 준다. 헬리콥터에서 촬영한 피오르의 가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건너편 레스토랑에서는 순록 고기도 맛볼 수 있다. 하르당에르 민속 박물관도 건너뛰기 아까운 곳이다. 노르웨이의 전통 가옥과 민속 의상을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하르당에르는 피오르의 모습도 장관이지만 주변 산과 구릉지에 자리한 마을들도 탐스럽다. 이 지역에는 과일 농장을 운영하는 마을들이 유난히 많다. 농장을 방문하면 사이다를 맛볼 수 있다. 사이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탄산음료가 아니라 사과의 과즙을 발효시켜 만든 사과주다. 보통 날씨가 춥거나 포도의 생장에 적합하지 않은 토양을 갖춘 곳에서 사이다를 만든다. 프랑스어로는 시드르라고 하며, 시드르를 증류시켜 만든 것이 바로 칼바도스다. 하르당에르의 농장에서는 보통 8월 하순부터 사과를 수확한다. 사과를 압착해 얻은 과즙을 10월부터 5~6개월간 발효시킨다.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사이다에서는 노르웨이의 자연처럼 청량하고 청정한 맛이 난다. 오슬로Oslo로 건너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오페라하우스였다. 문화가 곧 권력이고 가장 중요한 국가 경쟁력으로 대접받는 시대를 맞아 각국은 새로운 문화 아이콘을 배출하는 데 여념이 없다. 문화적 텍스트가 풍성한 오슬로의 선택은 오페라하우스였다. 지난 2008년 4월 개관한 오슬로의 오페라하우스는 최첨단의 기술력과 유장한 문화유산의 토대 위에서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북유럽의 디자인 감각과 발상의 전환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피오르에서 끌어올린 3척의 바이킹 선박과 왕족의 껴묻거리를 전시하고 있는 바이킹 선박 박물관, 해마다 12월이면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시청사, 로댕의 영향을 받은 노르웨이의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의 필생의 역작 ‘모노리트’를 만나 볼 수 있는 비겔란 조각공원 등도 오슬로가 전면에 내세우는 투어 포인트다. 뭉크의 <절규>를 소장하고 있는 국립미술관은 일정상 가볼 수 없었다. 사실 뭉크의 <절규>는 판화를 제외하더라도 4가지의 회화 버전이 있다. 그중 두 점은 뭉크미술관이, 한 점은 국립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다. 유일하게 일반인이 소장하고 있던 나머지 한 작품은 얼마 전 경매 사상 최고가에 팔렸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절규>의 배경이 피오르라는 점이다. 뭉크의 그림 속에서 피오르는 불온하고 음울하게 묘사됐지만 실제 피오르는 활기차고 건강하다. 특히 요즘처럼 아름다운 날씨를 등에 업은 피오르는 더욱 그렇다. 1 해마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오슬로 시청사. 내부로 들어가면 노르웨이의 역사를 일러주는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2 하르당에르 과일 농장의 여주인. 자신이 만든 사과주인 시드르를 든 채 밝게 웃고 있다 3 오슬로 항구 부근에 자리한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 마련된 조각상의 모습이 이채롭다 4 노르웨이의 문화적 자부심을 대변하는 오슬로의 오페라하우스 Travel info 노르웨이까지 가는 직항 편은 없다. KLM 네덜란드 항공을 타고 암스테르담을 거쳐 오슬로나 베르겐으로 들어간다. 하르당에르에서 이용한 호텔은 퀄리티 호텔 보링포센(www.voringfoss.no)이다. 고즈넉한 휴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플롬에서는 유서 깊은 프레타임 호텔(www.fretheim-hotel.no)이 돋보인다. 기차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베르겐의 그랜드 터미너스(www.grandterminus.no)도 기차역 바로 앞에 자리한다. 오슬로의 톤 호텔 오페라(www.thonhotels.com)는 오페라하우스 건너편에 있다. 노르웨이를 방문한 여행자 입장에서 보면 가장 실감나는 것은 이 나라의 으뜸가는 자랑거리인 피오르가 아니라 살인적인 물가다. 피오르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면 노르웨이의 물가는 관광객의 지갑을 눈 깜짝할 사이에 훌쭉하게 만들 정도로 직접적이면서도 치명적이다. 고율의 부가세와 비싼 인건비 탓이다. 생수 한 병이 5,000원 정도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열린세상] 스마트폰은 저절로 성찰하지 않는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스마트폰은 저절로 성찰하지 않는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스마트폰 열기가 누그러지고 있다는 뉴스도 있지만,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스마트폰이 그만큼 포화상태가 될 만큼 보급돼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신문과 방송, 통신을 융합한 스마트폰은 정말 스마트한 놈이다. 내 손바닥 안에서 온갖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뉴스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호텔·식당·교통편 예약도 하고 은행결제도 하고, 또 지인들과 시도 때도 없이 수다도 떨 수 있고, 온라인 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울 수도 있다. 삼성과 같은 대한민국 회사를 손꼽히는 글로벌 기업의 위치에 자리잡게 한다. 스마트폰 보급률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 선진국이다. 올해 말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8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미가 약 65%, 유럽과 일본이 45% 선, 기타 아시아·동유럽·북미의 20% 미만 선 보급률 전망치와 비교된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가지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고, 대한민국 국민이 스마트해질 수 있는 것일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세상에 노력 없이 공짜로 성공하는 법은 없다. 스티브 잡스의 신화와 삼성전자의 성공, 스마트폰의 현란한 기능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텔레비전이 바보상자라 불렸듯이 스마트폰이 멍청이폰으로 퇴색하는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지하철 풍경의 변화를 보자. 한때는 출퇴근 시민들이 책과 신문을 읽던 지하철 풍경은 선정적인 무가지를 보고 DMB를 시청하는 풍경으로 바뀌더니 요즘은 승객들 대부분 하나같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모습뿐이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스마트해지고 있는 것일까.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이용 실태 조사에서는 대학생들이 하루 평균 4~5시간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주로 무료 카카오톡 등 메신저 수다를 하거나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 시사정보를 검색하거나 학습에 이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러한 결과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을 통해 대한민국이 ‘수다 공화국’이 되어가는 듯하다. 수다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니 스마트폰이 시민들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킬 수도 있겠다. 또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서로 연대하고 신뢰하는 사회자본을 키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시민들의 독서와 신문 열독 시간을 빼앗아 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여러 조사를 보면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신문 열독 시간뿐만 아니라 방송뉴스 시청 시간도 줄어들고, 심지어 포털뉴스 보는 시간도 감소했다고 보고한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화면으로 글을 읽을 때의 부작용을 연구한 학자 니컬러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원제는 ‘The Shallows’)이라는 책에서 사람들이 동일한 텍스트를 읽더라도 종이 책이 아닌 컴퓨터 화면으로 읽으면 기억이나 성찰 능력이 떨어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앞에서 깊이 생각하거나 성찰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이 관련 정보 링크 등을 통해서 신속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독서를 하면서 사색하거나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과 같은 성찰행위에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가 시민의 이성과 합리·성찰을 기반으로 한 ‘숙의 민주주의’를 지향한다고 하면, 소모적인 스마트폰 이용행위는 민주주의 훼방꾼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전통적인 언론매체인 신문의 저널리즘 정신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지배력에 압도당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저널리즘 관점에서 인터넷 포털과 스마트폰의 패악은 상업적이고 선정적이고 가벼운 뉴스를 사회적으로 중요한 뉴스로 둔갑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패악을 신문들조차 따르는 비극이 시작됐다. 살림이 어려워진 신문의 인터넷판은 선정적인 기사와 속임수 낚시제목으로 난무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어떻게 스마트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 바그너 다시 보니 순수예술의 거장

    독일 철학자 니체는 책 ‘바그너의 경우’에서 음악가 바그너를 두고 “바그너가 도대체 인간이란 말인가. 그는 오히려 질병이 아닌가. 그는 음악을 병들게 했다.”면서 독설을 쏴댔다. 20대 청년 니체가 50대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바그너와의 첫 만남 이후 “그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탁월하고 신성한 존재”라 추앙했던 것을 생각하면 니체의 변심은 엄청난 반전이다. 명확하지 않은 신의 존재와 가치판단의 혼동을 겪으며 급기야 “신은 죽었다.”고 한 니체에게 ‘트리스탄과 이졸데’, ‘니벨룽의 반지’ 등 신화적 요소가 가득 담긴 오페라를 내놓는 바그너가 체질에 맞았을 리 없다. 새로운 독일의 시대정신을 만들려는 이상에 젖은 니체에게 바그너의 자기중심적인 태도와 반유대주의 사상은 실망스러운 행보였다. 니체는 “내가 혐오하는 모든 것을 향해 바그너는 한 발짝씩 내려가고 있다. 반유대주의까지도.”(‘니체 대 바그너’ 중)라면서 바그너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후 새롭게 바그너를 숭배한 인물, 히틀러가 등장했다. 바그너가 반유대주의자였던 배경도 작용했겠지만, 민중들이 열렬히 신봉하는 바그너의 음악은 히틀러가 지향하는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는 데 더없이 적절했다. 히틀러가 가두행진을 할 때 경건한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을 틀어 히틀러가 순례자이며 선지자라고 믿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이유로 철학자와 예술가 사이에서 바그너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리면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다. 위대한 거장이거나 파시즘의 화신인 것이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미군이 베트남 해안마을을 폭격할 때 울려 퍼지는 ‘발퀴레의 기행’과 같은 파괴적인 제국주의적 음악이거나, 결혼식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결혼행진곡’처럼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바그너의 음악 성향과도 비슷하다. 모로코 출신으로 프랑스 철학계를 이끄는 알랭 바디우가 내놓은 ‘바그너는 위험한가’(Five Lessons on Wagner, 슬라보예 지젝 발문, 김성호 옮김, 북인더갭 펴냄)는 새로운 바그너를 꺼내든다. 바그너에게는 충분히 비판받을 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바그너는 동일성의 원리에 빠진 전형적 음악가이고, 음악적 통일성과 총체성을 강제했다는 것이 대다수의 인식이다. 하지만 바디우는 바그너의 작품 속에서 총체성에 저항하는 표지, 완벽한 결말의 회피, 다수의 해석 가능성을 여는 경향 등이 발견된다고 설명한다. 또 바그너를 순수예술의 종말이라고 표현하지만, 오히려 총체성에서 분리된 순수예술로서 바그너를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바디우는 키치와 할리우드식 스펙터클이 지배하는 시대에 맞서 니체, 하이데거, 아도르노, 라쿠라바르트에 이르는 서구 사상의 이론을 살피면서 바그너 상(象)을 재정립한다.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한 해 앞둔 시점에서 바그너의 음악세계를 이해하는 데도 좋다. 1만 65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역대 최악 한·일 ‘사이버大戰’ 번지나

    역대 최악 한·일 ‘사이버大戰’ 번지나

    광복절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 네티즌 사이에 짙은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특히 이번 광복절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런던올림픽 축구 한·일전과 독도 세리머니 등 각종 이슈가 얽히면서 최악의 사이버 전쟁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카페 ‘넷테러대응연합’은 14일 “광복절을 맞아 일본 사이트 공격 계획을 현재 관계자들과 협의 중”이라는 내용의 글을 공지사항으로 띄웠다. 이 카페는 지난해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 최대 커뮤니티인 ‘2ch’에 대한 해킹 계획을 밝혔다가 해당 사실이 언론 등에 노출되자 이를 취소했다. 공지가 뜨자 이 카페에는 “공격에 참가하겠다.”는 네티즌들의 지원이 줄을 이었다. 이번에도 공격 대상은 ‘2ch’라는 일본 커뮤니티. 해당 사이트는 일본 네티즌들이 한국을 비난하는 글을 많이 올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계획 중인 공격 방식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나 서버 해킹 등으로 강도가 점차 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이날 반크·독도수호대·사이버독도닷컴 등 독도 관련 국내 사이트에 일본 네티즌들의 사이버 공격이 집중될 것으로 보고 모니터링 인원을 1~2명씩 추가 배치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컴퓨터침해사고대응반(CERT)과 핫라인을 개설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신화수 진흥원 종합상황관제팀장은 “일부 청소년들이 사려 없이 반일감정에 매몰돼 사이버 공격에 가담할 수 있지만, 이는 명백한 사이버 범죄여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태극전사 ‘런던 신화’ 뒤엔 재계의 열정과 지원 있었다

    태극전사 ‘런던 신화’ 뒤엔 재계의 열정과 지원 있었다

    ‘각본 없는 드라마’ 2012 런던올림픽이 수많은 신화를 만들어 내며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한국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30개에 가까운 메달을 따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4년간 선수 하나하나가 흘린 피와 땀이 기적을 일궈 냈다. 이처럼 한국이 세계적 스포츠 대국이 되기까지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을 묵묵히 뒷바라지해 온 기업의 노력도 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의 스포츠 관련 지원액은 4276억원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 예산(8403억원)의 절반에 달했다. 이 가운데 1325억원은 아마추어 비인기 종목 육성에 투입돼 탁구·레슬링·양궁 등 18개 종목에서 23개 실업팀을 운용했고, 선수단 운영(471억원), 협회 지원(140억원), 주요 국제대회 유치 및 개최(714억원) 등 국내 스포츠 체질 개선에 유용하게 쓰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당시 10대 그룹이 지원한 종목에서 금메달 7개와 은메달 7개, 동메달 4개가 나왔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메달을 합작하며 ‘재계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 줬다. 이들이 한국 스포츠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메달보다 더욱 값진 일이다. ●삼성 5개 종목 지원하며 김현우 등 결실 삼성은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5개의 올림픽 종목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라톤과 경보 등 육상을 지원하고, 삼성생명은 레슬링과 탁구, 에스원은 태권도 종목을 후원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삼성은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얻어 내며 결실을 봤다. 1983년 창단된 삼성생명 레슬링단의 김현우 선수는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서울사대부고 재학 시절 레슬링 선수로 활약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82년부터 1997년까지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을 맡아 레슬링을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남자 배드민턴 복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정재성·이용대 선수도 삼성전기 배드민턴단에 속해 있다. 남자 탁구에서도 삼성생명 소속인 유승민·주세혁 선수가 속한 단체전에서 중국에 이어 값진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이 밖에도 삼성은 테니스(삼성증권)와 럭비(삼성중공업) 선수단도 운영하며 비인기 종목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 27년간 양궁 후원하며 세계 정상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낸 효자 종목 양궁은 현대자동차그룹이 27년째 후원해 왔다. 특히 결승전 당시 양궁 선수들이 우승하자마자 대한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에게 달려가 부둥켜안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돼 화제가 됐다. 정몽구 회장에서 시작된 현대차의 양궁 사랑은 한국이 세계 최정상 자리를 지키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정의선 회장은 선수촌에서 양궁장인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까지 이동 거리가 너무 멀다고 판단해 양궁장 근처의 특급호텔에 별도로 숙소를 마련해 줬다. ‘신아람의 눈물’로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펜싱과 이번에도 올림픽 4강에 올라 또 한 번 ‘우생순 신화’를 일궈 낸 여자핸드볼은 SK가 후원하는 팀들이다. SK는 이번 올림픽에서 비인기 종목들을 올림픽 최고의 ‘관심 종목’으로 바꿔 내며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따냈다. ●‘비인기’ 펜싱·핸드볼 신화는 SK 작품 SK텔레콤이 지원하는 펜싱은 유럽의 전유물으로만 여겼던 펜싱 종목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며 사상 최대 성적을 거뒀다. SK텔레콤은 2008년부터 수영 박태환 선수 전담팀도 만들어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과 영양 상태, 일정을 관리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박 선수는 ‘오심 판정’ 등 악재를 이겨 내고 은메달 2개를 따는 등 분투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8년 핸드볼협회를 맡은 뒤 ‘2020년까지 핸드볼을 국내 3대 인기 스포츠에 올려놓겠다.’고 선언하며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434억원을 들여 핸드볼인의 숙원이었던 전용 경기장을 마련했고, 최근에는 핸드볼 발전 재단을 만들어 70억원의 기금을 적립하기도 했다. SK가 적극 후원 중인 한국 여자 핸드볼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세계 최정상팀을 연달아 격파하며 이변을 연출했다. ●한화 후원 사격에서만 금메달 3개 따내 사격에서는 대한사격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통 큰’ 지원이 돋보였다. 사격 선수단은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로 사격 종목 참가국 가운데 최고 성적을 거뒀다. 김 회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강초현 선수가 실업팀을 찾지 못하자 갤러리아사격단을 창단하며 사격 종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3개로 선전하자 김 회장은 사격 선수단에 거액의 포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KT 소속 진종오 2관왕 1985년 사격선수단을 창단하고 지원해 온 KT 역시 자사 소속인 진종오 선수가 사격 10m와 50m에서 2관왕에 오르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진 선수의 금메달 뒤에는 KT와 이석채 회장의 아낌 없는 후원이 있었다. 진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사용한 권총은 이 회장이 오스트리아 총기 회사 ‘스테이어 스포츠’에 특별 주문제작한 것으로,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권총이다. KT는 또 진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정직원 신분으로 전환해 주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진 선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KT 임직원들은 진종오 선수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느꼈다.”고 축하를 전했다. ●체조 금 뒤엔 포스코 있어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체조 도마 종목에서 양학선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가 결선에서 5위에 오르며 선전하자 27년간 한국 체조를 지원해 온 포스코그룹의 사회공헌 역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 박태준 명예회장이 1985년 대한체조협회 회장사를 자청한 이후 지금까지 130억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해 왔다. 지금도 정동화 포스코건설 대표이사가 체조협회장을 맡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 영예, 홍명보호 이렇게 달랐다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 영예, 홍명보호 이렇게 달랐다

    한국축구가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꺾고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따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1일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3, 4위전에서 박주영(아스널)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연속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1948년 런던대회에 첫 출전한 뒤 무려 64년이 걸린 동메달이다. 1968년 멕시코대회 동메달을 건 일본에 이어 아시아의 두 번째 올림픽축구 메달이기도 하다. 모두 15억 2000만원의 포상금과 병역 혜택은 덤. ‘해피엔딩’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홍명보호의 동메달 원동력은 뭘까. ① 천당과 지옥을 오간 3년 홍명보 감독은 2009년 사령탑에 오르면서 “한국판 황금세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해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8강 신화를 일구며 첫 단추를 뀄다. 성공의 기억에 도취해 있을 이듬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3위로 바닥을 찍었다. 롤러코스터 행보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런던 메달이란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 ‘파리목숨’이 아니라 올림픽까지 임기가 보장된 홍 감독은 당장 눈앞의 성적보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선수들을 관리했다. 23세 이하로 연령이 제한된 아시안게임 때 굳이(?) 어린 선수들을 주축으로 해 출전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당시 금메달에 실패하면서 비판 여론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론 런던에서 더 큰 기쁨으로 돌아왔다. 구자철, 김보경(카디프 시티), 김영권(광저우 헝다), 윤석영(전남), 이범영(부산), 오재석(강원) 등 이집트 U-20월드컵부터 계속 호흡을 맞춰온 ‘홍명보의 아이들’은 이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다. 아시안게임 멤버도 올림픽엔트리(18명)의 절반에 가까운 8명이나 된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지난 3년의 경험과 시간이 런던에서 결실을 맺었다. 과정이 결코 헛되지 않았단 걸 메달로 증명했다.”고 기뻐했다. ②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이집트 8강 신화, 광저우 동메달 아픔 등을 겪으며 팀은 더욱 끈끈해졌다. 절정을 맛보고 바닥도 찍으면서 단순히 또래가 모인 ‘올림픽대표팀’은 ‘내 팀, 우리팀’이 됐다. 홍 감독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큰 틀에서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했다. 컨디션이 최고라면 누구라도 선발로 내보냈다. 이름값에 구애받지 않고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중용한 것. 두터운 신뢰 속에 무한경쟁을 하다 보니 선발을 장담하는 선수도, 미리 포기하는 선수도 없었다. 각자가 가진 100%를 끄집어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올림픽을 발판으로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야심이나 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고 싶다는 현실적인 목표도 당연히 있었지만 ‘우리팀’의 화려한 피날레에 보탬이 되겠다는 의지도 대단했다. 구자철은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내 삶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기쁘게 웃으면서 끝내고 싶어서 힘든 시간도 이 꽉 깨물고 버텼다.”고 했다. ③ 위풍당당 ‘홍명보의 아이들’ 당당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한·일월드컵 4강신화를 보고 자란 선수들.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독일 등 강팀을 위협하는 선배들의 모습은 ‘롤모델’이 됐다. 앞선 세대들이 세계의 높은 벽에 지레 위축되고 주눅들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반면 ‘홍명보의 아이들’은 누구와 붙어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뒤지고 있어도 당황하거나 서두르는 법 없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부지런히 뛰며 골문을 두드렸다. 일찌감치 해외리그에서 뛰면서 외국 선수들과의 대결에 거부감이 없는 것도 큰 대회에서 빛을 발했다. 7만여 홈 관중을 등에 업은 영국단일팀과의 8강전에서도,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도 겁 없이 부딪쳤다. 껄끄러운 상대인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도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의 수혜를 받은 첫 세대이기도 하다. 대한축구협회는 2002년 2월부터 유소년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13세부터 16세까지 연령별로 대표팀을 잘게 쪼갰고 전국을 4개(현재는 5개) 권역으로 나눠 전임 지도자를 배치해 유망주를 키웠다. 잔디구장을 비롯한 현대식 인프라까지 더해져 새싹들은 쑥쑥 성장했다. 거칠고 투박하기만 했던 한국축구에서 벗어나 빠르고 세밀한 패스워크와 날카롭고 과감한 킥으로 새 역사를 썼다. 카디프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그녀의 살인은 처절한 모성애?

    영국인 사업가 살해 혐의로 기소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 재판이 지난 9일 단 7시간여 만에 초스피드로 끝났지만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중국 관영언론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개하고 있는 사건 전말은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확인되지 않은 뒷소문까지 무성한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구카이라이 재판 종료 다음 날인 지난 10일 밤 재판 당시 구카이라이의 진술과 검찰의 기소 내용을 토대로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살해 사건의 전말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통신이 구카이라이의 진술을 토대로 재구성한 사건의 핵심은 광기어린 닐 헤이우드의 협박과 헤이우드로부터 아들 보과과(薄瓜瓜)를 지켜내기 위한 모성애로 압축된다. 사건의 발단은 의외로 단순했다. 구카이라이는 중국의 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아들의 후견인이었던 헤이우드가 참여할 수 있도록 소개해 줬는데 공교롭게 사업이 불발되면서 이들 사이에 갈등이 시작됐다. 헤이우드는 사업이 무산되자 당초 약속된 수익의 10%인 1300만 파운드(약 230억원)를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돈을 받지 못한 헤이우드는 급기야 보과과에게 신변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고, 이에 구카이라이는 헤이우드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재판에서는 헤이우드와 보과과가 이 문제로 갈등을 겪으며 주고받은 이메일이 관련 증거로 제시됐다. 헤이우드의 마지막 이메일 협박 일은 2011년 11월 10일이다. 구카이라이는 법정에서 “내가 보기에 그것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지금 막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었다. 나는 헤이우드의 광기를 죽기 살기로 막아야만 했다.”고 호소했다. 또 지난 2005년쯤 이메일로 보과과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헤이우드가 먼저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알게 됐다며 헤이우드가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접근했다는 사실을 암시했다. 마지막 이메일을 받은 직후인 지난해 11월 12일 구카이라이는 집사 장샤오쥔(張曉軍)을 시켜 베이징에 있던 헤이우드를 충칭으로 데려왔다. 이튿날 두 사람은 헤이우드가 묵고 있던 충칭의 난산리징(南山麗晶)홀리데이 호텔 1605실에서 함께 술을 마셨고 헤이우드가 만취해 쓰러지자 구카이라이는 장샤오쥔을 시켜 헤이우드를 침대에 눕힌 뒤 청산가리를 탄 물을 그의 입에 들이부었다. 헤이우드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11월 15일. 사건을 보고받은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공안국장은 오른팔 격인 궈웨이궈(郭衛國) 공안부국장 등에게 수사를 맡겼고, 이들은 구카이라이의 연루 가능성을 파악하고도 사건을 덮기로 했다. 사건은 과도한 음주에 따른 급사로 종결됐다. 시신은 부검 없이 화장됐다. 궈 부국장 등은 공판에서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한편 영국 텔레그래프는 구카이라이의 변호사가 재판에서 제3의 인물이 헤이우드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혈액 샘플에서 나온 청산가리는 치사량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범행 직후 제3자가 호텔방에 침입, 헤이우드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구카이라이와 헤이우드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이로 인해 헤이우드가 오래전부터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2일 헤이우드 보디가드의 말을 인용, 헤이우드가 구카이라이와 영국 본머스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하던 시절 정체를 알 수 없는 중국인 3명으로부터 암살당할 뻔했다고 보도했다. 2005년 처음 만났다는 중국 당국의 발표와 달리 이들이 2001년 이전부터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이런 사실이 들통나 중국 측 요원들로부터 살해당할 뻔했다는 것이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여성들이여! 당당하게 살아라

    그리스 신화 속 아탈란타(Atalanta)는 사냥의 여신이었다. 남자들보다 날랬고 미모 또한 ‘여신급’이었다. 당연히 그를 흠모하는 청년들이 많았는데, 아탈란타는 달리기 시합에서 자신을 이기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제안했다. 질 경우엔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섬뜩한 조건도 내걸었다. 그리스에서 가장 날래고 용맹한 청년 멜라니온이 제안에 응했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자신이 없었던 그는 아프로디테에게 도움을 청했고, 황금사과 세 개를 선물로 받았다. 경주가 시작되자 멜라니온은 아탈란타가 앞설 때마다 앞에 황금사과를 하나씩 던졌다. 아탈란타는 그때마다 번쩍이는 황금사과의 유혹에 주춤했고, 결국 멜라니온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일부 여성운동가들은 세 개의 사과가 각각 아름다움과 우아함, 즐거움을 상징한다고 본다. 남성 우월 사회에서 흔히 통용되는 게임의 법칙이자,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의 의지를 꺾고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걸림돌들이다. ‘자유롭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성공하라’(왕카이린 지음, 정유희 옮김, 틔움 펴냄)는 이런 인식 위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는 모두 8명의 여성을 등장시킨다. 대표작 ‘제2의 성’을 통해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페미니즘의 기초 명제를 제시한 시몬 드 보부아르, 니체의 청혼을 거부하고 릴케, 프로이트 등 천재들과 사랑을 나눈 자유로운 영혼 루 살로메, 조각의 거장 로뎅을 상대로 격정적 사랑과 애절한 증오를 함께 키웠던 열정의 예술가 카미유 클로델, “여자가 평생 한 명의 남자와 교제한다는 것은 오직 한 명의 작곡가가 만든 음악만을 듣는 것과 같다.”고 외친 맨발의 이사도라 덩컨 등이 먼저 소개된다. 저자는 “이들이 두려움 없는 사랑과 자기 주도적 인생을 통해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냈다.”며 “여성들이 자신만의 기준으로 당당하게 살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책의 전체적인 얼개가 자유로운 성, 거리낌 없는 연애 등 주로 남성의 상대자로서의 면만 부각시킨 듯한 아쉬움도 남는다. 본질적인 존재로서의 여성을 그리려 했으나 뜻과 달리 성 역할론에만 묻힌 듯한 느낌이다. 1만 18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전쟁은 이미 숙소에서 시작됐다

    어색한 동거, 보이지 않는 신경전…. 축구 한·일전은 이미 숙소에서 시작됐다.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을 앞둔 올림픽대표팀은 9일 오전(한국시간) 4강 신화의 여운이 남아있는 카디프로 돌아왔다. 숙소는 영국과의 8강전 때 묵었던 메리어트호텔. 그런데 일본팀 역시 거의 같은 시간 이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서로 마주쳤지만 분위기는 미묘하다 못해 썰렁했다. 한국 선수들은 1층, 일본은 3층을 사용한다. ‘비무장지대’인 2층은 한국대표팀 관계자와 일본 관계자들이 나눠 쓰게 돼 종종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조별리그 때 함께 뉴캐슬의 힐튼 호텔에 약간 시차를 두고 묵었을 때의 화기애애함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은 ‘젓가락 우정’까지 섞어 일본을 대했다. 멕시코전을 앞두고 투숙하면서 첫 식사 때 젓가락이 많이 부족한 걸 보고는 곧 일본팀이 들어올 테니 젓가락을 넉넉히 준비해 달라고 호텔에 요청했다. 홍명보호가 코벤트리로 떠난 몇 시간 뒤 호텔에 도착한 일본 관계자는 예상 외로 젓가락이 많이 남은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한국 선수단이 미리 부탁한 것”이란 얘기를 들은 일본 관계자들은 한국 측에 전화를 걸어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확연히 달라졌다. 눈인사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호텔 주방에서는 곁눈질로 서로의 메뉴를 확인한다. 소소한 얘기조차 주위를 살핀다. 낮말은 새가 늦는다던가. 홍명보 감독은 물론, 황보관 기술위원장과 언론담당인 차영일 대한축구협회 과장 등이 일본어에 능통하다. 더욱이 일본인 이케다 세이코 코치까지 있다. 차 과장은 “일본대표팀엔 한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우리는 편하게 다니지만 일본은 그게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술 취한 헤이우드 입에 독극물 부어… 구카이라이의 수사 협조 참작할 것”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에 대한 재판이 9일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의 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린 지 단 7시간 만에 종결됐다. 재판정에 들어선 구카이라이의 모습이 담긴 화면과 살인 과정이 언급된 혐의 내용은 이날 중앙CCTV 등 자국 매체를 통해 중국 전역에 전파됐다. 허페이 중급인민법원은 구카이라이와 공동 기소된 집사 장샤오쥔(張曉軍)에 대해 영국인 닐 헤이우드를 고의 살인한 혐의로 공개 심리를 진행했으며 재판에서 검찰 측은 구카이라이를 주범, 장샤오쥔을 종범으로 지목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구카이라이는 법정에서 평온한 얼굴로 살인죄를 인정했다. 법원은 추후 결심 공판일을 정해 선고하기로 했다. ●평온한 얼굴로 살인죄 인정 통신은 특히 검찰의 기소 내용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살인 과정을 상세히 묘사했다. 우선 구카이라이와 아들 보과과(薄瓜瓜·24)는 경제적인 문제로 헤이우드와 갈등을 빚었다. 아들의 안전을 위해 헤이우드를 살해하기로 결심한 구카이라이는 집사 장샤오쥔을 시켜 헤이우드를 충칭의 난산(南山) 리징(麗晶) 홀리데이인 호텔로 유인했다. 2011년 11월 13일 밤 이 호텔 1605실에서 헤이우드와 함께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해 물을 찾던 헤이우드의 입에 장샤오쥔에게 미리 건네 준비해 간 독극물을 들이부어 살해했다. 통신은 재판에서 검찰이 재판부에 관련 증거를 제출했고 감정인의 증언도 진행됐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통신은 특히 허페이 중급인민법원이 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선임한 변호사들의 변호를 받도록 하는 등 권리를 충분히 보장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변호인으로 구카이라이의 가족들이 당초 고용하려던 베이징의 유명 변호사 대신 안후이 지역의 무명 변호사가 배당됐는데 이는 사건이 정치적으로 처리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외 언론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재판은 주중 영국대사관 직원, 언론사 기자,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 정치협상회의 위원 등 140여명이 방청한 가운데 열렸다. 탕이간(唐義干) 허페이 법원 대변인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은 기소된 혐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구카이라이가 조사에 협력한 점을 참작할 것”이라면서 “구카이라이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심리 상태도 안정적이다.”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15년”… “사형” 각 매체 관측 달라 홍콩 언론은 대체로 구카이라이가 아들인 보과과에게 미칠 신변 위협을 우려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힌 점을 들어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 서버를 둔 중국어 웹사이트 보쉰(博訊)은 잔혹하고 계획적인 범죄 사실이 드러난 만큼 극형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에서 살인을 저지르면 통상 사형을 선고받는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아시아 문화주간 광주서 열려

    올해로 제2회를 맞은 ‘아시아 문화주간’이 19일부터 광주에서 열린다. ‘아시아의 길-문화의 꽃이 피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아시아 19개국 문화 관련 부처가 참여한다. 한·중앙아시아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문화장관 회의가 열리고, 14개국이 참가하는 아시아 전통 실내악단 및 전통춤 합동 공연, 카자흐스탄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인형극 ‘꿈꾸는 마마이’ 등이 이어진다. 김종율 총감독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꿈꾸는 마마이’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아시아의 보편적 가치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인형극은 영화 ‘살인의 추억’을 쓴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시나리오를 쓰고 윤정섭 여수엑스포 해상쇼 총연출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한국과 중국, 일본, 타이완의 그래픽 디자이너 33인의 포스터를 전시하는 ‘페이퍼로드, 지적 상상의 길’과 11개국의 창작 공간이 제작한 미디어 아트를 볼 수 있는 ‘창작공간 공동전시’도 열린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병역 특례 ‘불편한 진실’

    올림픽축구 대표팀이 11일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할 이유로 두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라이벌전이란 점 말고도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이번 대회에 참여한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가 이 한 경기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병역법 시행령에는 올림픽 동메달 이상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선수는 4주 동안의 기초군사교육을 이수한 뒤 3년 동안 해당 종목의 선수나 코치로 활동하면 병역 의무를 끝낸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돼 있다. 브라질전 패배는 한국축구의 첫 올림픽 결승 진출 무산이란 아쉬움을 남겼지만 선수 개개인에게는 선수 생명의 지속성 유지와 해외 진출에 큰 걸림돌로 여겨지는 병역 문제를 해결할 첫 번째 기회를 놓친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11일 올림픽 첫 4강 신화를 일군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으로 돌아가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따내면 선수들은 병역 혜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기성용(셀틱)과 지동원(선덜랜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해외파 선수들은 런던올림픽 폐회와 맞물려 본격화될 여름 이적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한결 넓어질 수 있다. 특히 모나코에서 10년 장기 체류권을 받아 병역 기피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을 받은 박주영(아스널)도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한꺼번에 털어버릴 수 있다. 물론, 일본에 지면 희망은 사라진다. 되돌아보면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이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특히 현재 런던올림픽에 참가하는 ‘홍명보호의 아이들’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4강에서 탈락해 동메달에 그쳤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그 뒤 일각에서는 “병역 문제를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부담감 때문에 몸과 마음이 굳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심지어 “당근으로 내놓았던 병역 혜택이 오히려 독약이 됐다. 혜택에 대한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순수해야 할 스포츠에 병역 문제를 결부시키는 건 어쩌면 ‘불편한 진실’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지금 런던의 상황은 광저우 때와 비슷하다. 선수들은 “광저우에서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0) 서울 만리동 ‘손기정 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0) 서울 만리동 ‘손기정 나무’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잇단 영웅 탄생 소식이 식을 줄 모르는 폭염에 지친 몸을 달래는 날들이다. 대한민국 올림픽 영웅 탄생의 신화는 76년 전의 바로 오늘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6년 8월 9일은 청년 손기정이 베를린의 영웅으로 태어난 날이다. 그러나 청년 영웅은 기쁨을 고스란히 드러내지 못했다. 조국을 빼앗기고, 침략자의 국기를 가슴에 달아야 했던 절망과 치욕이 기쁨에 앞섰던 까닭이다.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건 청년은 부상으로 받은 작은 나무로 일장기를 드러낸 가슴을 가렸다. 그 순간 나무는 애끓는 통한을 보듬어 주는 어머니와 같은 조국이었고, 그로부터 1000년을 더 살아서 이 땅에 새로 탄생할 영웅을 기다리는 신화의 상징이었다. ●손기정 품에 안겨 귀국… 모교 양정고에 자리잡아 청년 손기정의 손을 타고 고국에 돌아온 한 그루의 나무는 손기정을 영웅으로 키운 그의 모교에 심어졌고 사람들은 나무를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라고 불렀다. 나무는 청년 영웅과 그의 뒤를 이어갈 새 영웅 신화를 꿈꾸는 이 나라 모든 젊은이들의 바람을 담아 도담도담 자랐다. 서울시 기념물 제5호인 이 나무는 독재자 히틀러에게서 마라톤 우승의 기념으로 선물받은 나무라고 하지만 이는 엄밀하게 보아 틀린 이야기다. 당시 베를린 올림픽 주최국인 독일의 통치자가 히틀러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손수 손기정에게 나무를 선물하지는 않았다. 나무 화분은 월계관을 받은 마라톤 우승자에게 부상으로 수여하는 것이지, 히틀러가 특별히 선물한 나무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청년 손기정은 일장기를 달아야 했던 자신의 부끄러운 가슴을 가려 준 한 그루의 나무를 바라보며 조국의 운명을 생각했고, 1000년을 살아갈 나무에 조국 광복의 꿈과 새 영웅 탄생의 꿈을 담았다. 40여 일에 걸쳐 배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는 화분에 담긴 어린 나무를 정성껏 보살폈다. 아침이면 물을 주고, 저녁이면 성의를 다해 온몸으로 바라보았다. 고국에 돌아온 건 10월이었다. 추위를 앞두고 어린 나무를 낯선 노지에 옮겨 심을 수 없었다. 그때 마라톤 영웅을 키워낸 그의 모교 양정고의 교사 가운데에는 무교회주의자로 잘 알려진 김교신 선생이 있었다. 나무를 잘 보호하기 위해 식물원으로 옮기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김교신 선생은 겨울 동안 자신이 나무를 보살피고, 봄바람 따뜻해지면 교정에 심자고 주장했다. 결국 김 선생 집에서 겨울을 무사히 넘긴 손기정 나무는 이듬 해 봄, 당시 서울 만리동의 양정고 교정에 심겨졌다. ●개최국 獨, 월계수 없어 참나무 화분으로 부상 줘 1988년 들어 양정고가 새 교사로 옮겨간 뒤로, 옛 양정고 자리는 ‘손기정 체육공원’으로 다시 정비됐고, 치욕의 기억을 간직한 손기정의 나무는 조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 우뚝 서서 영광의 순간을 상징하며 남았다. 여느 나무에 비해 훨씬 빠르고 늠름하게 자란 나무는 이제 키가 17m를 넘었고, 줄기 둘레도 2m 가까이 굵어졌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들어 온 손기정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나무다. 참나무 종류에 속하는 이 나무는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자라는 ‘대왕참나무’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다. 미국인들이 흔히 ‘오크’(Oak) 즉 ‘참나무’라고 부르는 대표적인 나무다. 원래 올림픽 우승자에게는 월계수로 만든 월계관을 씌워야 했고, 당연히 월계관을 만드는 월계수를 부상으로 수여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당시 월계수를 구할 수 없었던 독일에서는 대왕참나무로 월계관을 만들었고, 부상도 대왕참나무로 대신했다. 대왕참나무는 우리 참나무처럼 도토리를 맺는 나무이지만, 나뭇잎이 화려하다. 크고 길쭉한 잎사귀의 가장자리에 여러 차례로 깊이 팬 결각이 매우 독특하고 각각의 꼭짓점에는 날카로운 바늘이 돋는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핀오크(pin-oak), 즉 바늘참나무라고도 부른다. 잎이 독특하다는 것 때문에 당시 양정고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있다. 당시에는 나뭇잎을 책갈피로 쓰는 게 유행이기도 했지만, 대왕참나무의 잎을 책갈피로 쓰는 건 영웅의 후예인 양정고 학생들만의 자랑이었다. 학생들은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질 때면 잘생긴 잎사귀를 줍느라 법석이었다. 심지어 가을이 되기 전에도 성마른 학생들은 나뭇가지 위로 신발을 던져서 잎을 떨어내려고도 했다. 학생들의 극성이 심해지자, 학교에서는 나무에 신발을 던지는 행위에 대해 징계를 내리기까지 했다고 양정고 동창생들은 당시를 회고한다. ●양정고교 후배들 굽어보며 ‘영웅의 혼’ 전해 “지난해에 나무가 무척 힘들어 했어요. 잎이 시들시들하면서 생육 상태가 매우 나빴지요. 뿌리가 멀리 뻗으면서, 그 위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뿌리 호흡이나 물빠짐에 문제가 생겼던 겁니다. 서둘러 조치를 취해 그나마 이만큼 회복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보호 대책이 필요합니다.” 손기정의 외손이며, 손기정 기념재단의 사무총장인 이준승(45)씨의 이야기다.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는 단지 식물로서의 나무가 아니라, 이 땅에 오래도록 이어가야 할 조국 수호의 혼과 영웅 신화의 상징으로 오래 지켜야 할 일이라고 이씨는 덧붙인다.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 손기정은 한 그루의 나무를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그리고 이 즈음 다시 또 런던에서는 금빛 영웅들의 쾌거가 연이어 온 국민의 가슴을 파고든다. 영웅의 혼으로 제 몸을 키운 손기정 나무를 바라보는 느낌이 새롭지 않을 수 없다. 떠난 영웅이 남긴 나무를 바라보며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화두가 떠오르는 것도 그래서다. 글 사진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서울 중구 만리동2가 6-1번지 손기정체육공원 내. 손기정 나무는 서울역에서 1㎞ 쯤 거리에 있는 곳이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역까지 가서 걸어서 찾아갈 수도 있다. 물론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손기정체육공원의 주차장도 따로 있으니 비교적 편리한 편이다. 서울역에서 만리동 고개 쪽으로 300m 쯤 오르다가 오른편으로 난 ‘만리재로 31길’을 안내하는 교통안내판을 찾을 수 있다. 이 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손기정체육공원 주차장에 닿는다.
  • G2 남중국해 파워게임… 美 하원 ‘中 봉쇄’ 평화법안 발의

    G2 남중국해 파워게임… 美 하원 ‘中 봉쇄’ 평화법안 발의

    미국 의회가 ‘중국 봉쇄’를 연상시키는 ‘남중국해 평화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압력과 간섭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싼사(三沙)시를 설립하는 동시에 사단급 부대를 해당 지역에 편성했다. G2(미·중) 간 남중국해 힘겨루기가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올가을 각각 대선과 권력교체를 앞둔 미·중 양국이 이 문제를 국내정치용으로 활용하려는 조짐까지 엿보여 남중국해가 최대 ‘화약고’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6일(현지시간) 미 의회 소식통에 따르면,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간사인 에니 팔레오마배가(민주) 의원은 ‘남중국해 평화법’을 최근 발의했다. 올해 초 일리애나 로스레티넌(공화) 외교위원장이 발의한 ‘평화적 해결요구 결의안’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식 법제화에 나섰다. 팔레오마배가 의원은 “남중국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 조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웃 국가를 협박·위협하는 중국의 행동을 국제법상 도발로 간주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에 중국의 행동에 대한 적극적인 ‘외교적 공격’을 의무화한 것도 특징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 봉쇄’로 여길 만한 대목이어서 반발 여지가 다분하다. 앞서 지난 주에도 양국은 험악한 설전을 주고받았다. 3일 패트릭 벤트렐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중국이 분쟁해역에 싼사시를 설립하고 군부대 진입 의지를 드러내 남중국해 긴장완화 노력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자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언론들은 “남중국해는 카리브해가 아니다.”라면서 미국이 쓸데없는 간섭을 하고 있다고 거칠게 쏘아붙였다. 대선과 권력교체가 임박하면서 이 같은 미·중 간 힘겨루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대선이 3개월밖에 안 남은 시점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이슈화할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도 강경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로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중국 때리기’만 한 호재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런던올림픽 미국 선수단 유니폼이 중국산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비난을 쏟아낸 게 좋은 예다. 중국 역시 공산당 1당독재의 권력교체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게 유리하다고 본다면, 미국과의 남중국해 충돌은 굳이 피할 이유가 없는 이슈다.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진찬룽(金燦榮) 부원장은 서울신문에 “중국 지도부는 권력교체라는 민감한 시기에 국내 비판 여론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해양정책을 기존의 ‘안정유지 우선’에서 ‘안정과 국가권익 공동 수호’ 쪽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중국은 관영언론들이 ‘총대’를 메고 나서는 특징도 있다. 실제 인민일보는 이날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과 관련, “일본이 중국에 대항하면 좌절감만 강해질 것”이라는 내용의 국수주의적 사설을 내보냈다. 워싱턴 김상연·베이징 주현진특파원 carlos@seoul.co.kr
  • 1㎏ 금괴 200개 깔린 7m 황금길 中서 등장

    중국 대륙에 금괴를 밟고 다니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황금 길’이 등장했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의 쇼핑센터인 스마오광창(世貿廣場)은 최근 귀금속 코너에 금괴로 깔아 만든 7m 길이의 황금 길을 내 ‘진광다다오’(光大道)라고 이름붙였다고 신화통신이 현지 우한만보를 인용해 6일 보도했다. 1㎏짜리 금괴 200개가 깔려 있는 황금 길은 시가로 따지면 7000만 위안(약 124억원)에 이른다. ●후베이성 쇼핑몰서 보석 이벤트로 이곳을 찾은 쇼핑객들은 안내원에게 “이렇게 많이 깔린 금괴가 진짜냐?”며 연신 묻기도 하고, 황금 길을 신기한 듯 한참이나 살피며 그 위를 이리저리 걸어보기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황금 길은 쇼핑센터 고객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걸어다니며 한껏 기분을 낼 수 있지만, 금괴를 직접 밟아볼 수는 없다. 금괴를 보호하기 위해 10여개의 두꺼운 특수 유리를 덮어 놨기 때문이다. 스마오광창 측은 “황금 길을 만든 것은 쇼핑센터의 ‘보석주간’을 맞아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기획된 이벤트”라며 “일반인들이 밟고 다녀도 결코 유리는 깨지지 않으니 걱정 말고 마음껏 지나다녀도 된다.”고 밝혔다. ●지나친 황금사랑 ‘졸부 근성’ 비판도 중국에서는 이런 황금 관련 이벤트가 적지 않게 진행된다. 중국인들이 황금을 너무나 ‘사랑하는’ 탓이다. 대형 황금 조형물을 설치하는가 하면, 벽을 황금으로 바르는 경우도 더러 있다. 대표적인 부자 농촌인 장쑤(江蘇)성 장인(江陰)시의 화시(華西)촌은 지난해 328m짜리 초고층 호텔을 준공하면서 황금 1t으로 만든 ‘황금소상(像)’을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일각에서는 중국인의 황금 사랑이 ‘졸부 근성’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올림픽 미녀 단골 선정…파라과이 창던지기 선수

    올림픽 미녀 단골 선정…파라과이 창던지기 선수

    2012 런던올림픽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섰으며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육상도 차례차례 진행되고 있다. 그런 육상 선수들 가운데 전 세계에서 수차례 ‘가장 아름다운 선수’에 뽑힌 미녀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레린 프랑코(30). 미녀의 나라로 유명한 파라과이의 여자 창던지기 선수다. 창던지기 선수라고 하면 남성적인 강인함만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프랑코는 실력과 함께 여성미가 돋보이는 빼어난 몸매를 과시하고 있어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코 선수는 전문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런웨이 무대에서 번 돈을 창던지기 경기와 훈련 경비로 사용하고 있는데 2006년 미스 유니버스 파라과이 대표 선발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또한 2010년 미국 유명 스포츠 매체인 ‘블리처 리포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가 인정한 미모의 소유자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본업은 선수. 훈련으로 단련된 아름다운 근육과 창을 꽉 쥔 채 훈련이나 경기에 임하는 모습은 마치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전쟁의 여신 아테나를 연상케 한다. 프랑코는 이번 런던올림픽이 아테네, 베이징에 이어 3회 연속 출전이다. 비록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성적이 부진했으나 이번 경기에서는 어떤 실력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창던지기 여자 예선은 오늘(7일) 오후 7시 25분께부터 시작된다. 사진=레린 프랑코 페이스북 및 공식 홈페이지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브라질 잔혹사’ 이번엔 끝내나

    ‘브라질 잔혹사’ 이번엔 끝내나

    8일(한국시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준결승에서 한국과 맞붙는 브라질은 지금껏 넘볼 수 없는 성역이었다. A대표팀(성인대표팀) 간 역대 전적 1승4패, 20세 이하(U20) 청소년대표팀 간 역대 전적에선 1승9패로 밀렸다. 한국과 브라질의 역사적인 첫 만남은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이뤄졌다. 요코하마에서 열린 조별리그 C조 경기에서 0-4로 완패했다. 한국은 김정남(현 프로축구연맹 부회장)을 비롯해 정식 국가대표팀을 출전시켰지만, 브라질은 아마추어로 팀을 구성했다. 그래서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간 역대 전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당시 두 번째로 올림픽 축구 본선을 밟은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20골을 내줄 만큼 최약체였다. 전지훈련이나 정보수집, 전력분석 등은 사치스럽게만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 뒤 두 나라 A대표팀은 친선경기에서만 만났다. 그리고 한국이 딱 한 번 이겼다. 1999년 3월 28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후반 45분 김도훈(현 성남 코치)의 극적인 결승골로 승리했다. 당시 브라질대표팀에는 히바우두, 카푸, 콘세이상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했던 터라 한국의 승리에 외신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U20 세계청소년대회에서는 6차례 맞붙었다. 1983년 멕시코대회 4강 신화를 달성한 박종환 사단의 준결승 상대가 브라질이었다. 1-2로 무릎을 꿇었다. 남북 단일팀이 출격한 1991년 포르투갈대회의 8강전 상대도 브라질이었다. 역시나 1-5로 졌다. 박주영(아스널)이 나선 2005년 네덜란드대회에선 0-2로, 기성용(셀틱)과 이청용(볼턴) 등이 출전한 2007년 캐나다대회에선 2-3으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또한 징크스는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8강에서 7만여 관중의 광적인 응원과 심판 판정의 이점을 등에 업은 개최국 영국을 짓밟은 한국축구 대표팀에 새 역사를 기대하는 이유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어게인 2002 신화’… 브라질도 넘어라

    ‘어게인 2002 신화’… 브라질도 넘어라

    4일(현지시간)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경기장에서 영국단일팀을 꺾고 한국축구를 올림픽 첫 본선 4강에 올린 홍명보 감독은 승리의 원동력으로 정신력을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국을 꺾은 소감은. -우선 어려운 경기를 승리로 이끈 선수들이 고맙다. 밤늦게까지 성원해 준 국민에게도 감사드린다.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고, 체력 문제를 걱정했는데 예상 외로 잘 견뎌줬다. 정신적으로 영국보다 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 번도 선발로 안 나왔던 지동원을 선발 투입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이곳에서 1년 동안 심한 마음고생을 했고, 분명히 보여주지 못한 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동원은 상대 선수들과 경기를 해 봤고, 적응됐기 때문에 자신 있게, 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도 있었다. →부상으로 뜻하지 않은 교체 카드 2장을 썼는데. -세 장의 카드를 다 썼으면 적절하게 상황에 따라 배치했을 텐데 김창수, 정성룡의 부상으로 쓸 수 있는 건 한 장뿐이었다. 기성용이 쥐가 났는데 ‘키핑’해 줄 수 있는 공을 뺏기면 공격권을 내 주니까 교체할 수 없었다. 구자철 혼자 공수를 책임지는 건 힘들다고 판단해서 백성동을 넣었다. →김창수 부상과 잇단 페널티킥 때의 심경은. -김창수가 팔을 다친 것은 시기적으로도, 스쿼드로도 안타까웠다. 두 번의 페널티킥을 줬는데 선수가 흥분하지 않았나 싶다. 다행히 정성룡이 하나를 막아서 무승부로 끝냈다. “잘하고 있고 조금 더 공을 소유하면서 공격하라.”고 한마디 했다. →영국이 승부차기에 약하다는 걸 알고 미리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넣어 줬는지. -그동안 영국이 메이저 대회 승부차기에서 울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기회가 올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얘기하지는 않았고, 키커들에게 집중력 있게, 연습한 대로 차 달라고 했다. →4강전 상대가 브라질인데. -다음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버틸지 점검한 후에 전략을 짜야 한다. 이틀 만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빨리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런던올림픽 후원 기업 전반기 성적 봤더니… 한화 > 현대차 > SK ‘돋보이네’

    런던올림픽 후원 기업 전반기 성적 봤더니… 한화 > 현대차 > SK ‘돋보이네’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서 이들을 후원해 온 대기업들도 덩달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선수들의 땀과 눈물로 일궈 낸 메달이 있기까지 대기업들의 꾸준한 지원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런던올림픽 전반기를 끝낸 현재 가장 큰 조명을 받는 기업은 한화그룹이다. 사격을 후원해 진종오 선수가 혼자서 금메달 2개를 따내는 등 금 3, 은 1로 역대 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선수가 실업팀이 없어 진로가 불투명해지자 갤러리아사격단을 창단했다. 2002년 6월부터 김정 한화그룹 고문이 대한사격연맹 회장을 맡으며 지금까지 80여억원의 사격발전기금을 지원했다. ●선수 선전으로 기업이미지 덕봐 현대차그룹도 양궁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 4개 가운데 3개를 따내며 역대 최고 성적을 내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선수들이 금메달을 딴 뒤 대한양궁협회장인 정의선 부회장을 부둥켜안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그룹과 양궁과의 인연은 정몽구 회장에서부터 시작됐다. 정 회장은 1985~1997년 대한양궁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지금까지 27년간 양궁에 3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펜싱과 핸드볼, 수영(박태환) 등을 후원해 온 SK도 이번 올림픽을 통해 기업 이미지 개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메달 수(8개)만 놓고 보면 단연 1위다. SK텔레콤이 후원하는 펜싱에서만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내며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SK텔레콤은 또 수영에서 유일한 메달(은 2)을 따낸 박태환 선수를 2007년 6월부터 후원해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한국 여자 핸드볼팀도 세계 최정상팀들을 연이어 격파하고 있어 또 한 번의 ‘우생순 신화’가 기대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434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국내 첫 핸드볼 전용 경기장을 완공했고, 이번 올림픽에도 여자 핸드볼팀을 직접 응원하러 런던을 방문했다. ●남은 기간 삼성 후원종목도 기대 한편, 남은 올림픽 기간에는 삼성의 활약이 기대된다. 삼성의 각 계열사가 후원하는 종목의 경기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삼성전기 소속인 베드민턴 이용대 선수가 정재성 선수와의 복식조 경기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레슬링 기대주인 정지현(60㎏급)과 김현우(66㎏급)를 삼성생명이 후원하고, 삼성에스원과 삼성생명도 각각 태권도와 탁구를 후원하고 있다. 현재 삼성은 올림픽 출전 3개 종목 경기단체 회장(명예회장 포함)을 맡고 있고, 출전 5개 종목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올림픽 첫 4강

    올림픽 첫 4강

    2002년 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 상대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예측을 역이용하는, ‘인사이드킥’으로 승리를 결정지은 뒤 두 팔을 벌리며 환한 웃음으로 줄달음쳤다. 홍명보(43)다. 10년 전 선수로 월드컵 4강을 이끈 그가 이번에는 감독으로 변신해 올림픽 4강 신화를 일궈냈다. 5일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이 런던월드컵 남자축구 8강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120분 접전 끝에 1-1로 비긴 뒤 피 말리는 승부차기에서 영국단일팀을 5-4로 제치고 4강에 진출, 8일 새벽 3시 45분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브라질과 결승행을 다툰다. 1948년 런던대회에서 올림픽 ‘초짜’였던 한국축구가 64년 만에 같은 곳에서 열린 대회에서 일궈낸 쾌거다. 히딩크의 4강 진출과 닮은꼴인 홍명보호의 4강은 두 대회의 무게감은 제쳐 놓더라도 지도자가 팀에 미치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줬다. 사실, 홍 감독의 지난 10년은 ‘비단길’이었다. 국내 팬들의 인정과 대한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그는 착실하게 지도자의 길을 다져왔다. 그에겐 그러나 다른 감독에게 없는 것이 있다. ‘홍명보와 아이들’의 뼈대인 ‘형님 리더십’이다. A매치 136경기라는 국내 최다 기록을 남기고 2004년 은퇴해 2009년 2월 U-20(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에 데뷔한 그의 별명은 지금도 ‘두 얼굴의 사나이’.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을 겸비했다. 그의 축구철학은 단순하다. ‘한배를 탔으면 운명을 같이한다.’ 대회 전 병역 비리 논란에 휘말린 박주영(27·아스널)의 기자회견에 동석한 그는 “주영이가 입대하지 않으면 내가 대신 가겠다.”고 힘을 실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브라질을 누르고 결승에 진출하거나, 지더라도 3, 4위 결정전에서 동메달만 따도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 이날 선제골을 넣은 지동원(21·선덜랜드)에 대해서도 “1년 동안 영국에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아직 그가 보여주지 못한 뭔가가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히는 등 선수들의 속내를 꿰뚫고 보듬었다. 올림픽 무대에서 처음으로 ‘축구종가’를 넘은 비결은 ‘모래알’에 불과했던 영국을 낱낱이 분석한 ‘족집게 전략’에 있다. 그러나 10년 전 홍명보의 햇살 같은 웃음을 보고 축구를 시작한 ‘아이’들의 목표의식, 그리고 ‘한솥밥 리더십’에 끊임없이 반응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런던 김민희·조은지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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