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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시대] 성장과 생산성의 신화에서 벗어나라/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 융합학과 교수

    [글로벌 시대] 성장과 생산성의 신화에서 벗어나라/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 융합학과 교수

    자본주의에서 생산성만큼이나 중요하게 취급되는 용어도 없는 듯하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말 다양한 연구와 방법론이 나왔고, 기업에서도 어떻게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무수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시간은 곧 돈이었고, 직원들을 최대한 쥐어짜서 조금이라도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기업경영의 불문율이었다. 따지고 보면, 좌우 이데올로기의 분화도 기업의 이윤동기를 최대한 보호하는 시장의 기능을 극대화하려는 경향과 생산성을 위해 희생되는 수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권익보호와 인간소외 현상에 대한 반발에 의해 태동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난 15일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상승률에 대한 분석결과를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량은 2007년에 비해 12.2% 증가했지만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고작 4.3% 증가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노동으로 받는 임금이 생산노동량의 3분의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에 의한 생산성이 좋아졌지만 그것이 임금으로 돌아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생산성에 대한 집착이 오늘날의 풍요로움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보다 적은 사람들이 보다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산출량을 만들어 냈기에 여력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인류역사의 과거 어느 때보다 풍성한 물질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생산성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개개인에 대한 생산성이 증가할 때 시장과 경제가 같은 속도로 증가한다면 일자리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경제의 시스템은 성장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국가가 성장전략을 선택해서 과소비가 될 정도로 풍요로운 삶과 일자리가 유지되는 평화로운 수십년을 보냈다. 최근 이런 평화체제가 붕괴될 조짐이 명확해지고 있다. 현재 나타나는 실질임금의 감소와 실업률의 증가는 경제규모가 더이상 성장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하면서 생산성의 증가가 결코 미덕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생산성의 증가와 성장 패러다임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과도한 생산성으로 지구 자원에 대한 소모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 지구의 재생능력이 지나치게 훼손되기 시작했다. ‘성장’과 ‘생산성’이라는 사이좋은 커플이 더이상 쌍끌이로 우리 사회를 낙원으로 끌고 가는 마차가 아님이 명확해진 것이다. 생산성과 성장에 집착하기보다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그것이 우리의 사회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사회적 가치가 생산된다면 이를 통해 사람들은 헌신을 위한 노동을 하게 되며, 의미를 이해하고 보다 참을성이 많아진다.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가치관 및 철학을 바꾸지 않고는 어떠한 정책을 들이밀더라도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상품의 풍요로움 속에서 생산된 물품들을 탐욕스럽게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던 ‘슈퍼마켓 경제’ 속에 너무나 오랫동안 빠져서 살았다. 그렇지만,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는 인간을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거대한 생산성과 성장을 바탕으로 하는 소비자 중심의 과소비 사회가 종말을 맞이하려고 한다. 우리의 미래는 이와 같은 거시적인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한 과도한 충격을 흡수하면서, 미래사회로의 이전을 흔들림 없이 꾸준히 추진하는 것에 달려 있다.
  •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타계… ‘국부’ 그는 누구인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타계… ‘국부’ 그는 누구인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타계’ 23일 타계한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는 작지만 강하고 잘사는 싱가포르의 기적과 신화를 이룬 인물로, 아시아의 대표적 지도자로 통한다. 정치, 사회적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가 드문 동남아시아에서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최고 잘사는 나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 금융 및 물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고, 부정부패가 드문 깨끗한 사회로 건설한 리 전 총리는 국부(國父)로 일컬어진다. 그는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였던 1959년부터 자치정부 총리를 지냈다. 이후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취임해 1990년 퇴임할 때까지 26년간 총리로 재직했다. 자치정부 시절까지 합하면 31년 동안 총리로 재직해 세계 사상 가장 오랫동안 총리로 재직했다. 독립 당시 400달러 수준이었던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그가 총리직에서 퇴직한 1990년에 1만2천750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5만6천113달러로 세계 8위, 아시아 1위이며, 세계경제포럼(WEF) 조사 국가경쟁력은 세계 2위, 국제투명성기구 조사 국가청렴도는 세계 5위이다. 오늘의 싱가포르를 있게 한 주인공이 리콴유라는 데 이견이 없다. 리콴유는 1923년 영국 식민지 시절 싱가포르에서 부유한 화교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194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소속인 피츠윌리엄 칼리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1951년 귀국해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1954년 인민행동당(PAP)을 창당하고 사무총장에 올랐다. 1959년 자치정부 총리가 됐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35세였다. 그가 독립 싱가포르의 총리로 취임했던 1965년 싱가포르는 부존 자원은커녕 마실 물조차 부족해 이웃 말레이시아에서 사와야 할 정도로 암울했다. 하지만 현재 싱가포르는 ‘아테네 이후 가장 놀라운 도시국가’로 불리고 있다. 그는 집권 후 재정 안정화, 서민주택 보급, 공직비리조사국 설치, 해외투자 유치 등의 정책을 시행했다. 개발도상국이 소홀히 하기 쉬운 환경보호에도 노력을 기울여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싱가포르 항만공사를 설립해 세계 일류 수준의 컨테이너 항구를 건설했고, 석유파동 속에서도 미래에 대비해 창이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등 주요 사업에는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이 같은 장기적 안목의 투자는 싱가포르를 물류 중심지, 동서양 항공의 요충지로 만들었다. 또 세계 유명 금융기관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일으켰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에는 비판과 논란도 뒤따랐다. 싱가포르가 세계적으로 깨끗하고 범죄율이 낮은 도시가 된 배경에는 무거운 벌금, 태형 등 강력한 처벌이 자리잡고 있다. 마약 소지자는 엄벌에 처하고 껌만 뱉어도 벌금을 부과하는 등 엄격한 통제를 국가경영에 도입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아시아의 히틀러로 불리기도 했으며, 경제적인 부에도 한때 싱가포르의 국민행복지수는 150개국 중 149위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의 이런 통치 방식은 ‘온건한 독재’, ‘가부장적 통치’로 불렸다. 그러나 동남아의 다른 독재자들처럼 무력을 동원하거나 경제개발 과정에서 착취나 인권침해 논란을 초래하지 않았다. 노조활동과 임금인상을 억제했지만 성과급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유능한 인재의 공직 진출을 유도하고, 공무원들이 부정부패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보수를 공무원들에게 지급했다. 그를 지지하는 정치 전문가들은 그의 독재적 방식이 국가통치를 효율화하는 수준을 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리 전 총리 자신은 독재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서구에 비해 개발이 뒤진 아시아가 서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했다. 이는 당시 아시아에 만연했던 독재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 등이 아시아적 가치에 동조했으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져 아시아의 정치,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더 이상 아시아적 가치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리콴유는 세계와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녀, 덩샤오핑에서 시진핑 주석에 이르기까지 중국 지도자들의 스승 역할을 했다. 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통령들도 그에게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콴유는 1990년 고촉동 전 총리에게 총리 자리를 물려줬다. 2004년 14년간 총리로 재임했던 고 전 총리가 물러나 리콴유의 첫째 아들인 리셴룽(李顯龍)이 새 총리로 취임했다. 리셴룽 총리의 등장은 또다른 형태의 권력세습이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오랫 동안 정치, 행정 분야 요직을 거치면서 지도자 교육을 받았던 리셴룽 총리는 싱가포르 국민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대체로 존경받는 지도자로 통한다. 리콴유는 2010년 세상을 먼저 떠난 부인 콰걱추(柯玉芝) 여사와 2남 1녀를 뒀으며 한국도 수차례 방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中 교육현장 축구굴기 광풍

    “누구나 축구를 할 줄 알아야 하고, 누구나 축구를 사랑해야 한다.” 요즘 중국 초등학교 교실에 급훈 대신 등장한 문구다. 체육 시간에 하던 맨손 체조가 축구공을 들고 하는 ‘축구 체조’로 바뀌는가 하면 반마다 축구팀이 만들어지고, 1년 내내 축구 시합 일정이 끊이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은 ‘축구광’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염원인 ‘축구굴기(崛起)’를 실현시킬 ‘중국 축구 개혁 종합방안 50개조’가 발표된 지난 16일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축구를 사랑해야”… 초등 교실 급훈 대신 등장 산둥(山東)성 교육 당국은 대학연맹 농구리그와 배구리그를 폐지하고 축구리그를 창설하기로 해 물의를 빚었다. 산둥성 초등학교들은 축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시험을 드리블, 패스, 헤딩, 슈팅으로 세분화했다. 충칭(重慶)시의 한 초등학교는 반마다 축구부를 만들었으며, 축구부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응원소조’에 가입해야 한다. 장쑤(江蘇)성은 인근 초등학교를 묶어 ‘축구 슈퍼리그’를 만들었는데, 학교당 100게임을 뛰어야 한다. 광저우(廣州)시는 내년까지 100개의 축구장을 만들기로 했으며, 선양(瀋陽)시는 ‘1마을 1축구부’ 계획을 발표했다. ●축구로 학생들 ‘줄 세우기’ 현상… 비판 고조 법제만보(法制晩報)는 “축구가 학교로 들어가는 순간 점수화되고 입시화된다”고 우려했다. 신화망(新華網)은 “축구가 또 하나의 입시지옥을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학교장들은 교육부가 추진 중인 ‘2만개 축구 특수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온갖 계획을 쏟아 내고 있고, 교사들은 축구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현상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오래 맡았던 영국 프리미어리그 출신 키스 블런트는 10년 전 “오리 사육 방식의 중국 축구에선 지혜로운 축구선수가 나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은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중국 특색의 축구 관리 방식’으로 아시아를 제패한 뒤 월드컵까지 개최하겠다고 장담했다. 지금 교육 현장에 몰아치는 ‘중국 특색의 획일적 방식’은 축구를 우뚝 세우기는커녕 학생들의 지혜를 고갈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필체에 보이는 한국인 ‘동심 DNA’

    필체에 보이는 한국인 ‘동심 DNA’

    어린아이 한국인/구본진 지음/김영사/436쪽/1만 8000원 ‘어린아이는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이며 거룩한 긍정이다.’(니체) 미국 인류학자 리처드 퓨얼은 어린아이를 설명한 니체의 이 말과 연결해 이렇게 갈파한 바 있다. “지구상에서 동아시아 사람들,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이 가장 네오테닉하다.” ‘네오테니’(neoteny)란 인간이 본래의 신체, 정신, 감정, 행동 동 모든 측면에서 어린아이 같은 특성이 줄지 않고 오히려 두드러지는 쪽으로 성장·발달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학계에선 ‘유년화 현상’이란 뜻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는 전문용어로, 자유분방하고 활력 넘치며 장난기 가득한 기질의 특성이 담겼다. 외국의 인류학자가 한국인의 특성을 ‘가장 네오테닉하다’고 주목한 점이 흥미롭다. ‘어린아이 한국인’은 필적을 추적해 그 ‘네오테닉 한국인’의 원형질을 밝혀낸 독특한 책이다. 저자는 21년간 검사로 재직하며 필적을 연구해 2009년 ‘필적은 말한다’로 주목받은 국내 최고의 필적학자. 용의자에게 자필 진술서를 습관처럼 받다가 ‘글씨는 뇌의 흔적이고, 유전된다’는 생각을 굳혔고 15년간 발품을 팔아 글씨에서 건져 낸 ‘한국인의 DNA’ 보고서를 냈다. 한국인의 원형질을 찾자면 응당 단군신화를 포함한 고조선부터 출발해야겠지만 잘 알려진 대로 그 시기의 필적은 남은 게 없다. 대신 법흥왕 재위 이전인 6세기 초까지의 고신라(통일이전의 신라)가 고조선 선조의 특성을 가장 잘 간직한 것으로 학계에선 보고 있다. ‘이사지왕 고리자루 큰칼’과 ‘포항중성리신라비’(보물 1758호), ‘영일냉수리신라비’(국보 264호)는 ‘고조선 DNA’의 암호가 남은 몇 안 되는 유물·유적으로 여겨진다. 한국인의 원형질을 순수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최초의 글씨 유물들은 부인할 수 없는 공통점을 갖는다. 둥글둥글하고 불규칙하며 자유분방할 뿐만 아니라 활력이 충만하다. 이런 특성을 종합해 보면 유년화 현상인 네오테니로 모아진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증거는 경주 금관총 출토 고리자루 큰칼에서 찾아진다. 같은 고분에서 나온 금관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동양미술사학자 존 카터 코벨)이라는 찬사를 받는 것과 달리 왕의 보검에 ‘爾斯智王’(이사지왕)이라 새겨진 글씨는 마치 어린아이가 쓴 것처럼 비뚤비뚤하고 자유분방하다. 격식과 체면이라는 겉모습 이면에 숨어 있는 한민족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역력하다. 네오테닉의 특성은 도자기 분청사기와 다양한 토우, 탈, 풍속화 속에서도 한결같이 드러난다고 한다. 이를테면 조선의 ‘분청사기 철화 제기’(국립중앙박물관 소장)는 흥에 겨운 도공이 낙서를 한 것처럼 익살과 해학이 묻어난다. 유전의 속성을 보여 주는 한국의 글씨체도 적지 않다. 저자는 그 대목에서 “할아버지의 글씨체가 손자에게 유전되고, 천 년의 긴 역사 속에서 민족의 글씨체가 유전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광개토대왕과 백범 김구 글씨가 닮은꼴이다. 414년 세워진 광개토대왕비와 1876년 태어난 황해도 해주 출신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의 글씨체를 비교해 보면 모두 정확하게 정사각형을 이루고 있고, 필선이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넘친다. 고대 한민족의 원형질은 고려로 접어들면서 중국 영향을 받아 경직화됐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의 글씨체를 저자는 이렇게 나눠 평가한다. “중국의 글씨가 곱고 다듬어진 비단이나 매끄러운 옥판선지라면 우리 글씨는 빳빳한 한산모시나 투박한 닥종이 같다. 중국의 글씨가 자로 잰 듯이 자르고 다듬어 만든 다음 붉은 칠을 한 화려한 건물을 연상케 한다면 우리 글씨는 자연의 생명력이 활발한 삼척의 죽서루를 떠올리게 된다.” 한민족은 오랫동안 상당히 중국화됐지만 고대 한민족의 유전자는 면면이 이어져 내려왔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19세기 이후 중국 위상의 약화와 일제 강점,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도입, 한글의 대중화 같은 게 탈중국화, 다시 말하면 고대 한민족으로 돌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지식은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민족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면 민족의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리는 것이며 고대 글씨에 남아 있는 DNA의 암호를 모두 풀어내면 한민족의 첫 시작과 원형을 밝히고 정체성을 찾아낼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아하! 우주] 달이 점점 지구에서 멀어져 간다 - 1년에 3.8cm 이동

    [아하! 우주] 달이 점점 지구에서 멀어져 간다 - 1년에 3.8cm 이동

    달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느냐에 대해서는 대체로 잘 알려져 있다. 태양계 초기인 45억 년 전, 화성 크기만한 천체가 초속 15km의 속력으로 지구를 들이받아 만들어졌다는 설이 대략 자리를 잡았다. 이른바 ‘거대 충돌설’이다.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학자들은 그 난데없는 천체에다 ‘테이아’라는 멋진 이름까지 붙였다. 테이아란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 셀레네의 어머니다. 그후 45억 년 동안 지구와 마주 보며 서로 껴안듯이 돌았던 이 달이 지구에 끼친 영향이란 참으로 엄청난 것이었다. 하루가 24시간이 된 것도, 지구 바다의 밀물 썰물도 다 달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구 자전축을 23.5도로 안정되게 잡아줘 사계절이 있도록 한 것도 오로지 달의 공덕이다. 그런데 영원히 지구랑 같이 갈 것 같던 이 달이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더욱이 그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빨리 멀어져가고 있다는 말인가? 수십 년에 걸친 측정 결과 1년에 3.8cm의 비율로 멀어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 벼룩꽁지만한 길이를 어떻게 쟀는가 하면, 1971년 아폴로 15호의 승무원이 달에 설치한 레이저 역반사 거울이 그 답이다. 역반사 거울은 빛이 온 방향 그대로 반사시켜주는 특별한 반사체다. 지구에서 달까지 왕복 거리는 약 80만 km고, 지구에서 쏘는 레이저빔이 이 반사거울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시간이 약 2.7초다. 반사되어 돌아오는 레이저광의 시간을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1mm 오차도 없이 정밀하게 잴 수 있다. 그 측정 결과가 일년에 3.8cm씩 달이 지구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밀물과 썰물이 달을 밀어낸다 그런데 대체 달은 왜 멀어져가는 걸까? 달도 이젠 인간들이 난리치는 지구가 지겹다는 건가? 이유는 달리 있다. 달이 만드는 지구의 밀물과 썰물 때문이다. 풀이하자면, 이 밀물과 썰물이 지표와의 마찰로 지구 자전 운동에 약간 브레이크를 걸어 감속시키고, 그 반작용으로 달은 지구에서 에너지를 얻어 앞으로 약간 밀리게 된다. 원운동하는 물체를 앞으로 밀면 그 물체는 더 높은 궤도, 더 큰 원을 그리게 되는 이치와 같다. 달이 그 힘을 받아 해마다 3.8cm씩 지구와의 거리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작지만, 이 3.8cm의 뜻은 심오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이것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10억 년 후에는 달까지 거리의 10분의 1인 3만 8000km가 되고, 100억 년 후에는 38만km가 된다. 달이 지구에서 2배나 멀어지게 되는 셈이다. 아니, 그 전인 10억 년 후 달이 지금 위치에서 10% 더 벌어져 44만 km만 떨어져도 지구는 일대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 동안 자전축을 잡아주어 23.5도를 유지하게 해서 계절을 만들어주던 달이 사라진다면, 자전축이 어떻게 기울지 알 수가 없다. 만약 태양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지구에 계절이란 건 다 없어지고, 북극, 남극 빙하들이 다 사라져, 동식물의 멸종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과학자들은 전망한다. 이처럼 달이 없는 지구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달이 지구로부터 멀어지면 지구는 대재앙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기온은 극단적으로 변해 물을 증발시키고 얼음을 녹여 해수면이 수십m 상승하게 된다. 또한, 흙먼지 폭풍과 허리케인이 수 세대 동안 이어지게 된다. 달의 보호가 없다면 결국 지구의 생명체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15억 년 후 목성이 달을 떼어내 간다 15억 년 쯤 후, 달은 지구에서 상당히 멀어져 목성의 중력이 지구와 달을 떼어낼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지구의 자전축이 90도로 기울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극점이 정확히 태양을 바라보게 되어 양극의 빙원이 녹아버리고, 지구의 반이 얼고 나머지 반은 사막이 된다. 똑바로 내리쬐는 태양은 지구의 상당 부분을 사막으로 만들고 모든 것을 모래로 뒤덮어 지구의 10분의 1을 없애버린다. 그리고 햇빛 부족으로 전에 없던 엄청난 겨울을 경험할 것이다. 식물들은 고사하거나 동사하고, 뒤이어 동물들은 대량 멸종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혼돈은 시작에 불과하다. 달이 멀어졌을 때 지구의 움직임은 예측 불가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시기가 분명히 다가오고 있으며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결국엔 어떻게 되는가? 확실한 것은 언제가 되든 달이 결국은 지구와 이별할 거라는 점이다. 그후 태양 쪽으로 날아가 태양에 부딪쳐 장렬한 최후를 맞을 것인지, 아니면 외부 태양계 쪽으로 날아가 광대한 우주 바깥을 헤맬 것인지, 그 행로야 알 수 없지만. 문제는 45억 년이란 장구한 세월 동안 지구와 같이 껴안고 같이 돌던 달도 언제까지나 그렇게 있을 존재는 아니라는 얘기다. 오늘밤이라도 바깥에 나가 하늘의 달을 보라. 우리 지구의 동생인 저 달도 언젠가는 형과 작별을 고할 것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다. 여기에는 사람은 물론, 천제들에도 예외가 없다. 그런 생각으로 달을 바라보면 더 유정(有情)하고 더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달이 떠난 후에도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을까? 100억 년 사는 별에 비하면 100년도 못사는 인생이 몇 억, 몇십억 년 후의 일을 걱정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재계 인맥 대해부 (4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대우] 신문배달 소년의 세계경영 꿈… 미완으로 끝난 ‘김우중 신화’

    [재계 인맥 대해부 (4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대우] 신문배달 소년의 세계경영 꿈… 미완으로 끝난 ‘김우중 신화’

    김우중(79) 전 대우그룹 회장은 1936년 대구의 한 교육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일찍이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신문배달과 열무, 냉차 장사를 했다는 김 전 회장은 경기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67년 자본금 500만원과 직원 5명으로 ‘대우실업’을 차렸다. 충무로의 10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셔츠와 의류 원단을 동남아에 내다 팔던 대우실업은 김 전 회장의 탁월한 경영 수완에 힘입어 5년 만에 국내 2위 수출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대우의 몸집을 불려 나갔다. 1990년대에는 그 유명한 ‘세계경영’을 제시했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김 전 회장의 신화는 1998년 대우가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좌초했다. 1999년 10월 출국한 김 전 회장은 중국 산둥성의 옌타이 자동차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돌아오지 않았고 2006년 20조원대의 분식회계와 9조 8000억원대의 사기대출을 벌인 혐의 등으로 징역 8년 6개월에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 9200억원을 선고받았다. 노무현 정권인 2008년 특별 사면됐지만 김 전 회장은 같은 해 추징금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1000억원대의 재산을 빼돌린 혐의로 다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베트남 등 해외를 오가며 생활해 온 김 전 회장은 2012년부터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청년사업가 양성사업’(GYBM)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복귀설’이나 ‘재기설’에 대해서는 일축하는 분위기다. 일단 건강이 좋지 않다. 김 전 회장은 최근 한 달에 한 번씩은 체크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대우그룹 창립 기념식에서는 보청기를 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1998년 뇌혈관 파열로 인한 뇌경막하혈종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기도 했다. 자금 역시 ‘재기’를 논하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김 전 회장은 가족이 소유한 집과 베트남, 한국에 소유한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재산이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김 전 회장은 한국에 들어오면 딸 선정씨가 세를 내고 있는 방배동 빌라에 머문다. 김 회장은 부인 정희자(75)씨 아래 3남(차남 선협씨·삼남 선용씨) 1녀를 뒀다. 장남 선재씨는 1990년 교통사고로 일찍 사망했다. 고 선재씨는 영화배우 이병헌을 닮아 김 회장 부부가 이병헌을 양아들로 삼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의 부인 정씨는 선재아트센터 관장과 제5대 한국 여자테니스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정씨는 80년대 초 김종필 전 총리의 부인인 고 박영옥 여사곁에서 테니스 단체를 돕는 활동을 하면서 테니스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수료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미·중 협력” 시진핑·키신저 훈훈한 회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헨리 키신저(91)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났다고 신화통신과 AFP 통신 등이 18일 보도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0년대 초 핑퐁외교를 통해 ‘죽(竹)의 장막’을 걷어내고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는 초석을 놓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시 주석의 ‘예우’가 깍듯했다. 시 주석은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키신저 전 장관을 미·중 관계의 ‘아이스브레이커’(대립관계를 누그러뜨렸다는 의미), ‘개척자이자 증인’ 등으로 평가하면서 “중국의 개방·개혁에 대한 직관과 깊은 이해를 지닌 분”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양국은 건설적인 양자 관계를 위한 경로를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중국은 지금 미국과의 관계에 엄청난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구체적으로 “전략적 상호신뢰 강화,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 원칙 견지, 갈등과 민감한 문제의 적절한 관리·통제, 양자·지역·지구적 측면에서의 호혜협력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은 나의 오랜 친구”라면서 “1970년대 초 처음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평화와 미래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시 주석이 제안한 ‘신형 대국관계’ 추진에는 “장기적인 안목에 의한 결정이어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오늘의 포토영상]EXID 하니, 화보서 탄탄한 명품 몸매 과시

    [오늘의 포토영상]EXID 하니, 화보서 탄탄한 명품 몸매 과시

    대세 걸그룹 EXID(이엑스아이디)가 화보를 통해 탄탄한 명품 몸매를 뽐냈다. 최근 스포츠 전문 브랜드 미즈노 스포츠의 전속모델로 발탁된 EXID 멤버들(LE, 정화, 하니, 솔지, 혜린)은 화보 속에서 타이트한 트레이닝복으로 군살 없는 몸매를 선보이는 한편, 건강하면서도 여성미 넘치는 EXID만의 매력을 발산해 시선을 모았다. 특히 중학교 때까지 철인 3종 경기 선수였다는 멤버 하니는 화보 촬영장에서도 탄력 있는 몸매와 털털한 성격으로 현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위아래’로 ‘역주행 신화’를 만들었던 EXID는 오는 4월 중순 신곡을 들고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사진제공=미즈노 코리아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4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대우] 3년 연속 수주 목표 초과 달성… 그 중심엔 ‘정통 대우맨’

    [재계 인맥 대해부 (4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대우] 3년 연속 수주 목표 초과 달성… 그 중심엔 ‘정통 대우맨’

    세계를 호령했던 대우그룹의 신화는 이제 잊혀져 가는 이야기가 됐다. 32만 4000여명의 국내외 임직원, 396개의 해외 법인, 41개의 계열사. 창립 30여년 동안 78조원의 자산을 쌓아 올린 대마(大馬)는 어쩌다 고꾸라진 걸까. 한때 삼성과 LG를 제치고 현대에 이어 재계 순위 2위에 올랐던 대우그룹은 1998년 8월 워크아웃에 돌입했지만 결국 회생에 실패했다. 과도한 부채가 원인이었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눈치를 보느라 대우의 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쨌든 대우 사태는 단군 이래 최대 경제 사고로 기록됐 다. 그룹 해체 15년. 그룹은 간판을 내렸지만 대우는 여전히 살아 있다. 주인 없이도 ‘대우’라는 브랜드로 꼿꼿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의 주역들을 만나 봤다. 흩어진 대우 임직원과 계열사들의 행방도 쫓았다. 업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3년 연속 수주 목표 초과 달성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그 중심에는 ‘조선업의 개척자’로 꼽히는 고재호(60)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있다. 2012년 취임한 고 사장은 해양플랜트 중심의 수주 전략을 구사해 그해 목표치인 110억 달러보다 많은 142억 8000달러를 수주했다. 저유가 현상으로 오일 메이저들이 투자를 축소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조선 불황으로 꼽힌 지난해에는 상선 중심의 전략을 펼쳤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목표액 145억 달러를 넘겨 149억 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조선 ‘빅 3’ 가운데 수주 목표를 달성한 곳은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했다. 고 사장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원동력은 조선소 현장과 해외를 두루 거치며 쌓은 균형 잡힌 시각과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이 밑바탕이 됐다. 1980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한 고 사장은 해양플랜트 영업을 시작으로 약 34년간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영업 일선은 물론 조선소 현장을 두루 거쳤다. 고 사장은 임직원과의 스킨십에도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취임 이후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보내며 현장 스킨십에 주력하고 있다. 어려운 시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현장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고 사장은 옥포조선소에서 근로자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취임식 당일부터 노동조합을 찾아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소통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고 사장은 경성고, 고려대 법대 출신이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사장들 역시 정통 대우맨 출신들이다. 2012년 부임한 고영렬(59) 사업총괄(영업담당) 부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뒤 1982년 대우에 입사한 이후 영국 런던지사장, 전략기획실장 등을 지냈다. 박동혁(58) 장보고-Ⅲ사업단 단장은 경남고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2년 대우에 입사해 특수선 생산담당, 생산지원본부장, 생산총괄장 등을 지냈으며 2013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철상(61) 인사지원실장은 광주제일고,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한 뒤 1980년 대우에 입사해 노르웨이 오슬로지사장, 홍보운영담당 등을 지냈다. 김용만(60) 생산총괄 부사장은 부산남고와 부산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입사해 내업1담당, 외업1담당, 프로젝트생산2부문장 등을 지냈다. 오는 29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갑중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는 김열중 전 산업은행 재무부문장(부행장)이 내정됐다. 경복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신임 부사장은 산업은행 경영전략부장, 산은금융지주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쳤다. 2000년 10월 대우중공업으로부터 분할돼 신설 법인으로 설립된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8월 일찍이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LNG(액화천연가스)선,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각종 선박과 잠수함, 구축함 등의 특수선을 건조하고 있으며 미국 풍력 업체를 인수해 에너지 자원개발 사업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M&A·신사업·글로벌… 이재용 시대 삼성의 키워드

    M&A·신사업·글로벌… 이재용 시대 삼성의 키워드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위기’에 빠졌던 삼성그룹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삼성호’를 사실상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걸음도 덩달아 바쁘다. ‘사업보국’(이병철 선대회장)-‘신경영’(이건희 회장)에 이어 이재용 시대 삼성의 3대 키워드는 인수합병(M&A), 신사업, 글로벌로 요약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 체제 이후 삼성은 미래 먹거리 발굴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10개월 동안 삼성전자는 총 8건의 M&A를 단행했다. 이는 2012~2013년의 M&A 건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처럼 공격적으로 M&A에 나서는 것은 스마트폰 사업 분야는 물론 사물인터넷(IoT), 기업간거래(B2B) 등 미래 산업으로 불리는 분야에서 삼성이 보유한 기술만으로는 경쟁 업체를 따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사업 분야도 적극 개척하고 있다. 당장 전기차에 쓰이는 2차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외국 유명 자동차 브랜드와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2차전지는 전기차 시대와 함께 도래할 확실한 시장인 만큼 공격적인 드라이브로 반도체와 같은 신화를 다시 쓰겠다는 포부다. 사업에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가까운 이 부회장의 자동차 인맥이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SDI가 현재 2차전지를 공급하기로 했거나 추진하는 업체는 독일 BMW와 폭스바겐, 인도의 마힌드라와 미국의 크라이슬러 및 포드 등이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최근 국내에 이어 유럽에서도 2개 바이오시밀러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올해 스마트헬스·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 분야 신사업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업계의 관심을 끄는 것은 삼성의 ‘글로벌’이다. 이재용 체제가 본격화되면 이전에는 외형만 강조되던 ‘글로벌’이 일하는 방식부터 기업 문화까지 삼성 내부를 채우는 새 문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삼성이 임원들을 상대로 진행 중인 교육 과정에 ‘글로벌 마인드 셋’을 개설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 관계자는 “임원들은 회의 시간이나 바이어와 만날 때 휴대전화 끄기, 위화감을 주는 과도한 의전 철폐 등을 주문받고 있다”면서 “이재용 시대를 맞아 삼성 내면에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서유리, 치골 다 드러난 수영복 화보 “신화·故신해철과 38禁 수위 방송 가장 인상깊어”

    서유리, 치골 다 드러난 수영복 화보 “신화·故신해철과 38禁 수위 방송 가장 인상깊어”

    밝은 웃음과 모두의 이목을 끄는 나긋나긋한 목소리, 여기에 ‘남심’을 흔드는 섹시한 몸매까지 갖췄다. 그 주인공은 성우 서유리, 그가 bnt뉴스와 함께 이 전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매력이 가득 담긴 패션 화보를 공개했다. ‘Too sexy for you’를 주제로 한 이번 패션 화보에서 성우 서유리는 스타일난다, 주줌, 스티브매든등 총 3가지 콘셉트의 변화로 지금까지의 이미지와 다른 다채로운 변신을 꾀했다. 첫 번째로 진행한 콘셉트에서는 블랙 보디수트를 착용해 탄탄한 육체미가 돋보이는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강렬하고 시크한 매력을 발산하며 자유자재로 포즈를 취해 ‘섹시 아이콘’다운 면모를 보였다. 두 번째 촬영에서는 오피스 우먼으로 변신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마지막 콘셉트에서는 특유의 밝은 미소를 유감없이 드러내 촬영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서유리는 섹시한 이미지로 굳어진 것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섹시 이미지가 나에게 독이 되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그다음을 너무 기대하는 것 같다”라며 평소 생각하던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기도. 또한 앞으로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 꼭 출연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언젠가는 막장 드라마도 해 보고 싶은데 임성한 작가님 드라마에 꼭 출연하고 싶다. 신날 것 같다”라며 적극적으로 출연 의사를 표현했다. 더불어 이상형으로는 여전히 배우 주상욱을 꼽으며 변하지 않는 마음을 전했다. 친분이 있는 연예인으로는 평소 같이 게임 하는 모임 멤버들을 꼽았는데 FT 아일랜드 이홍기와 슈퍼주니어 김희철, 씨엔블루 이종현과 배우 이민호 등 여성들의 이상형으로 불리는 멤버들을 공개했다. “평소 이들과 함께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가끔은 오프라인으로 만나 밥도 먹고 친목을 다진다”라고 전했다. 특히 tvN ‘SNL 코리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호스트로 그는 신화와 故 신해철을 꼽았다. 신화 방송분에서는 예정보다 더 수위가 높아져 19금이 아닌 38금의 수위로 방송 했다며 웃음을 보였으며 故 신해철에 대해서는 “큰 친분은 없었지만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대해줬다. 방송에서 추모 영상이 나간 적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계속 흘렀다”라며 여전히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롤여신’과 섹시 아이콘을 넘어 방송계 팔방미인이 될 준비를 끝낸 성우 서유리, 라이벌 없는 그가 보여줄 새로운 방송 활동을 기대해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북한 건축이 걸어온 길 되짚어보다

    남북한 건축이 걸어온 길 되짚어보다

    지난해 열린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한국관 전시 ‘한반도 오감도’전이 서울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 제2전시장으로 장소를 옮겨 소개되고 있다. 시인이자 건축가였던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된 한반도 오감도 전시는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전개된 남북한 건축의 양상을 조망했다. 서울과 평양의 도시와 건축, 정치·경제·이데올로기적 현실과 공간의 문제를 건축의 눈을 통해 들여다 본 전시는 건축비엔날레 총감독 렘 콜하스가 제시한 ‘지난 100년의 모더니즘의 역사를 반영하라’라는 주제와 ‘건축은 사회의 거울’이라는 명제를 명쾌하게 보여줌으로써 세계적 관심을 모았다. 귀국보고회를 겸하는 서울 전시는 지난해 한국관 커미셔너였던 조민석, 큐레이터로 활동한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안창모 경기대 대학원 교수가 다시 한번 팀을 이뤄 기획을 맡았다. 배 교수는 “남과 북의 도시와 건축을 충분히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하는 현실에서 북한의 건축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각별한 감각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오감도’라는 제목을 달았다”면서 “미래에 실현될 남북 공동건축전시의 서막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을 아우르는 건축적 현상과 진화과정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로 국내외 건축가, 시인을 비롯한 문인, 화가, 사진작가, 영화감독, 수집가, 큐레이터 등 33명이 작업한 400여점으로 구성됐다. 완벽하게 다른 체제에서 다른 길을 걸어 온 남북한 건축 양상을 조망한 이번 전시는 ‘삶의 재건’(Reconstructing Life), ‘모뉴멘트’(Monumental State), ‘경계’(Borders), ‘유토피안 투어’(Utopian Tours) 등 4개의 소주제로 나뉜다. ‘삶의 재건’에선 한국전쟁 이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재건된 서울과 평양의 모습을 보여준다. 평양을 포함한 북한의 많은 도시는 전쟁으로 초토화됐고 백지 위에 주택, 공공기관, 기념비 등을 지으며 사회주의 국가의 건설신화를 만들었다. 평양복구 총계획에 기반을 둔 유럽형 도시조직과 건축이 이식됐다. 반면 서울은 자본주의 체제의 연속선상에서 30년간 국가주도의 성장을 추진하면서 혼종적인 거대 자본주의 도시로 성장했다. 각각의 재건 과정에서 다양한 건축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그 결과물도 확연히 달라진다. 다음으로 ‘모뉴멘트’는 사회주의 이념과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한 평양, 경제 논리와 개발의 길을 걸어온 서울이 각기 다른 성격의 기념비적 도시임을 역설한다. ‘경계’에선 비무장지대와 단절된 상태에서 오가는 NGO와 기업들처럼 남북을 갈라놓기도 또는 이어주기도 하는 경계들을 공간, 형태, 개념, 감성의 측면에서 접근한다. ‘유토피안 투어’에선 1993년 중국 베이징에 고려그룹을 공동으로 설립해 다양한 활동을 해 온 이탈리아 국적의 컬렉터 닉 보너의 컬렉션과 북한 작가의 만화 작품 등을 선보인다. 안 교수는 “남북이 각각 자본주의,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도시와 건축은 서로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보여주는 게 전시의 목적”이라며 “남한은 건축가의 이름을 걸고 개인적인 작가주의에 고취되어 작업하지만 관료체제와 자본주의의 지배를 받는 반면 북한은 건축가를 국가재건의 영웅처럼 우대하면서도 철저히 익명성을 유지한다는 차이점도 눈여겨 볼 점”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소행성 키론에도 토성같은 ‘고리’ 있다” (MIT 연구)

    “소행성 키론에도 토성같은 ‘고리’ 있다” (MIT 연구)

    토성같은 고리를 가진 천체가 태양계에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최근 미국 MIT 연구팀이 켄타우로스(Centaurs)의 소행성 키론(Chiron)도 토성같은 고리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우주 먼지와 파편들로 구성된 고리는 신비로운 행성 토성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목성, 천왕성, 해왕성 등도 고리가 있다. 특히 지난해 브라질 국립천문대는 소행성 ‘커리클로’(Chariklo)에 마치 토성과 같은 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보고해 학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관측 결과에 따르면 커리클로는 이중 고리를 두르고 있으며 너비가 각각 7km, 3km, 궤도 반지름은 각각 391km, 405km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고리를 두른 천체가 기체로 이뤄진 큰 행성 밖에 없다는 기존 상식을 깨뜨려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MIT 연구팀이 주목한 천체 역시 커리클로와 같은 켄타우로스의 소행성 키론이다. 최소 130km 이상의 지름을 가진 것으로 추측되는 키론은 커리클로와 마찬가지로 토성과 천왕성의 궤도 사이에서 움직이는 소행성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켄타우로스 천체 중 가장 큰 커리클로(지름 260 km) 다음으로 큰 사이즈. 연구를 이끈 아만다 보시 박사는 "키론이 다른 별 앞을 지나가는 순간 빛을 가리는 것을 포착해 고리의 존재를 파악했다" 면서 "목성 등 주위 거대 행성의 영향으로 활발히 운동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이것이 고리가 아니라면 키론 표면에서 나오는 물질의 제트 혹은 원형의 가스와 먼지 덩어리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켄타우로스는 목성 궤도에서 해왕성 궤도(외행성 궤도)에 있는 다양한 크기의 태양계 천체들을 말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半人半馬)의 괴물 켄타우루스의 이름이 붙은 이유는 소행성과 혜성의 중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지름 1km 이상의 켄타우로스가 약 4만 4000개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朴대통령 “부산, 서비스 특화 첫 창조혁신센터”

    朴대통령 “부산, 서비스 특화 첫 창조혁신센터”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서 열린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부산센터는 서비스산업에 특화된 최초의 혁신센터”라면서 “어떤 제품이든 부산을 통하면 세계 일류로 도약하는 기회가 열리는 신화를 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부산혁신센터의 기능 중 ‘혁신 상품 가치 제고’와 관련해 “전통 상품은 물론 혁신 제품의 가치와 상품성을 높여 한국의 대표 상품으로 도약하게 만드는 유통 혁신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영화·영상 창작 생태계 조성’에 대해서는 “바로 이곳이 부산의 아이디어 발전소가 되는 것이며 아울러 수도권의 ‘문화창조융합센터’, 세계 각지의 재외 한국문화원을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계해 영상 자료와 시장 정보는 물론 창작 아이디어를 활발히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롯데가 전담 지원을 맡은 부산혁신센터는 혁신 상품 가치 제고와 국내외 시장 진출의 관문, 문화창조융합벨트와 연계한 영화·영상 창작 생태계 조성, 부산시 스마트시티 구현 계획과 연계한 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 육성 등을 주요 기능으로 출범했다. 이를 위해 창업 지원 및 벤처·중소기업 육성 펀드 900억원, 신용보증기금 연계 융자 지원 1000억원, 영상·영화 특화펀드 400억원 등 총 2300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부산은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글로벌 도시로의 도약이라는 원대한 꿈을 키워 가고 있다”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융합의 DNA’를 가진 부산의 창조경제 용광로에 불을 붙여 21세기 세계 일류 도시 부산 건설에 크게 기여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만의 상품성 제고 노하우와 전문성뿐만 아니라 국내외 1만 5000여개 점포망도 구축하고 있어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혁신 상품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뉴스 분석] 사기업 친구는 300만원 공무원인 나는 209만원

    [뉴스 분석] 사기업 친구는 300만원 공무원인 나는 209만원

    9급 공무원 이모(28)씨는 최근 로스쿨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동기 중에 의학대학원을 준비하거나 금융업체로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면서 “안정성은 있지만 연금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간기업의 70% 수준인 임금도 너무 적고, 공무원에 대한 사회의 평판도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동기 중 10% 정도가 이직 준비를 한다. 공무원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난 데는 공무원시험 열풍으로 고학력자가 많아진 탓도 있다고 전했다. 이씨의 말대로 공무원은 박봉일까? 인사혁신처의 2014년 민관 보수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민간기업(근로자 100인 이상)에 비해 공무원 임금은 84.3% 수준이다. 현재 시점에서 직업의 안정성과 연금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이씨와 같이 대졸·일반직이라면 임금은 민간기업의 69.9%이다. 민간기업 직원이 30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면 이씨는 209만 7000원을 받는다. 고졸 일반직 공무원이 민간기업 고졸의 106.3%를 받고 전문대졸은 민간의 97.8%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적다. 또 대졸 이상 경찰(78.9%)이나 교직원(86.0%)과 비교해도 적다. 실제 공무원을 그만두는 경우는 지난해 두드러졌다. 지난해 서울시 명예퇴직(20년 이상 근무자)자는 253명으로 전년(106명)의 2배를 넘었고, 스스로 사표를 낸 경우(의원면직)도 50명으로 전년(31명)보다 61.3% 증가했다. 공무원들은 보수안정성이 없어졌다고 표현한다.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경제상황에 따라 보수가 변한다는 의미다. 2005년 공무원의 임금은 민간의 95.8%였고 2009년에는 89.2%로 천천히 감소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공무원 임금이 동결되면서 2010년에는 84.4%로 1년 만에 4.8% 포인트가 떨어졌고, 임금불패의 신화가 깨졌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4명 중 1명(24.6%)은 이직 의향이 있다. 보수가 적다는 응답이 81.6%였고, 발전 가능성이 민간보다 낫다는 편은 21.2%뿐이었다. 60.2%가 개인의 성취보다 사회적 기여가 중요하다고 했지만, 절반 이상(53.9%)은 공무원의 사회적 평가가 좋지 않다고 응답했다. 반면 시간적 여유는 절반(49.9%)이 민간기업보다 낫다고 응답했고 해고 등이 적은 직업안정성에 대해 93%가 민간기업보다 좋다고 했다. 직업안정성과 시간적 여유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연금 혜택, 자긍심, 사회적 대우 등은 사라졌고 임금도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한 시 공무원은 “공무원은 아직 좋은 직업에 속하지만 내 자식에게 권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올해 국가직 9급 경쟁률이 51.5대1로 지난해(64.6대1)보다 낮아졌는데 선발 인원의 증가가 주원인이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던 열풍이 식기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의 보수 결정은 안정이라는 요인을 금전적으로 어떻게 환산하느냐의 문제”라면서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되 민간에서 활동해야 할 인재를 너무 빨아들여도 안 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측면의 이해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프로축구] 꾀돌이 윤정환 황새도 잡았다

    [프로축구] 꾀돌이 윤정환 황새도 잡았다

    윤정환 울산 감독이 듣도 보도 못한 용병술로 황선홍 포항 감독을 울렸다. 프로축구 울산은 15일 포항스틸야드를 찾아 치른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포항을 4-2로 제압하고 승점 6점을 쌓았다. 전날 FC서울을 2-1로 제친 전북과 승점이 같지만 골 득실에서 4골로 한 골 앞서 선두로 올라섰다. 서울과의 개막전에서 추가골을 터뜨렸던 제파로프는 전반 추가시간 1분 정동호가 상대 왼쪽을 돌파한 뒤 올려 준 크로스를 그대로 왼발 터닝 발리슛으로 연결해 두 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했다. 포항이 후반 2분 손준일의 두 경기 연속 골로 1-1 균형을 맞추자 윤 감독은 김신욱을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꺼내 양동현과 함께 두 타깃맨이 상대 골문을 공략하게 했다. 울산이 키가 큰 공격수 두 명을 동시에 투입하자 포항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이 중앙으로 몰려 울산의 공격에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K리그에 2년 만에 돌아온 마스다가 15분 뒤 다시 골망을 갈라 복귀골을 신고했다. 한번 흔들린 포항 수비진은 21분 결정적인 실책으로 승리를 헌납했다. 수비수 김준수가 골키퍼 신화용에게 백패스한 것을 서울과의 개막전 선제골의 주인공 양동현이 재빨리 가로채 골망을 갈랐다. 포항은 후반 32분 티아고의 K리그 데뷔골로 간격을 좁혔으나 1분 뒤 김신욱의 중거리슛을 신화용 골키퍼가 뒤로 흘려 또 실점했다. 한편 이날 포항스틸야드에는 1만 9227명이 입장, 2011년 11월 26일 이후 홈 개막 경기 매진에다 2012년 실관중 집계 이후 수원, 경남에 이어 세 번째 의미 있는 기록을 작성했다. 또 광주FC는 함께 승격한 대전과의 자존심 싸움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하루하루 버티며 고도를 기다린다 그게 인생이니까

    하루하루 버티며 고도를 기다린다 그게 인생이니까

    블라디미르(디디)와 에스트라공(고고)은 시골길 위에 서서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를 기다린다. 지루함에서 벗어나려 이들은 하릴없는 이야깃거리를 찾고, 모자를 바꿔 쓰고, 싸우고 토라졌다 화해한다. 어제도, 오늘도 오지 않는 ‘고도’를 강산이 한 번, 두 번 바뀌도록 기다린 이들이 있다. 1994년부터 21년째 블라디미르 역을 맡고 있는 한명구(55)와 2005년부터 10년째 에스트라공을 연기하는 박상종(53)은 임영웅(80) 연출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산증인이다. 두 배우가 합을 맞춘 기간만 10년, 공연 횟수만 400여회다.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가 임영웅 연출의 손을 거쳐 국내에 초연된 게 1969년이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45돌과 임영웅 연출의 데뷔 60주년, 서울 마포구 산울림소극장 개관 30주년을 맞아 두 달 동안 역대 출연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기념공연이 열린다. 지난 12일 첫 공연의 막을 연 배우 한명구와 박상종을 산울림소극장에서 만났다. ‘고도를 기다린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지금도 갖가지 분석이 쏟아지는 이 부조리극을 두 배우는 어떻게 해석하는지 궁금했다. →한명구:처음 대본을 받아 들고 이게 뭔가 싶었죠. 사흘에 걸쳐 읽었습니다. 공연은 하겠다고 약속해 놨지만, 스토리텔링이 이뤄지지 않으니 어떤 관점으로 작품을 이해해야 하는 건지 암담했어요. →박상종:고도를 기다린다는 게 두 사람에게는 운명처럼 짊어져야 할 벌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시시포스 신화처럼 인간의 고통스러운 숙명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죠. →한:서구에서는 기독교적인 구원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분석이 많아요. 임영웅 연출은 “우리가 사는 모습”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사실 무대 위에서 드러나는 건 고도를 기다리며 하는 배우들의 ‘짓거리’들 뿐입니다. 고도가 올 때까지 둘이서 무슨 짓이라도 하면서 시간을 때우는 거죠.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우리의 삶도 미래의 어떤 바람을 향해 자고, 일어나고, 공부하고, 일하는 일상을 반복하죠. →박:베케트는 극 안에서 성경과 신의 상징을 은연중에 내포합니다. 그래서 저는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신이 나타날 것인가, 우리에게 벌을 내릴 것인가 하는…. 결국 기다리는 자의 몫으로 남는 것이죠. 두 배우가 관객들에게 전하는 ‘관극 포인트’는 간명했다. →한:두 주인공은 고도가 누구인지, 올지 안 올지도 모른 채 기다립니다. 이건 어릿광대 같은 짓이죠. 그래서 배우들은 놀이를 하듯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연기합니다. 부조리극이라고 해서 어렵게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코미디라고, 어릿광대가 나와서 말도 안 되는 짓거리들을 하고 있다고 무심히 즐기면 됩니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약간의 의미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박:줄거리를 따라가지 말고 상황을 따라가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네요. 두 배우는 디디와 고고에게서 느끼는 감정을 묻는 질문에 ‘연민’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디디와 고고의 기다림은 곧 자신들의 인생과도 같다고 했다. →한: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며 매일매일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죠. →박:한 해 한 해 배우 자신을 돌이켜 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예전엔 배우로서 사람들이 많이 알아줬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그런 욕심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인생에 대해 관조적, 성찰적으로 변했달까요. 두 배우가 삶 속에서 기다리는 ‘고도’는 무엇인지 물었다. 이들에게 ‘고도’는 가까이 있는 듯했다. →한:오늘 지금 행복한 것, 그것이 제가 바라는 고도지요. →박:나이 오십에 만난 딸(그의 늦둥이 딸)이 무럭무럭 커서, 성인이 돼 아빠와 여행 가서 술 한 잔 하고 인생을 이야기하는 순간! 5월 17일까지 서울 마포구 산울림소극장. 3만~4만원. (02)334-5915.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종교 경전 7가지 골라 핵심 사상 쉽게 풀어

    종교 경전 7가지 골라 핵심 사상 쉽게 풀어

    경전 7첩 반상/성소은 지음/판미동/248쪽/1만 3800원 ‘갈애를 없애기 위해서는 나태하지 말고, 바보가 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때 묻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숫타니파타 중에서) 종교의 경전은 흔히 ‘고전 중의 고전’으로 통한다. 많은 이들이 삶과 존재와 관련해 목숨까지 던져가며 탐구했던 본질적인 질문과 답이 함축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를 움직인 위인 중에는 최고 지혜의 보고인 경전을 늘상 곁에 두고 통독한 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 ‘경전 7첩 반상’은 종교의 경전 7가지를 골라 그 가운데 가장 뜻깊은 부분과 장면을 골라 맛깔나게 해설한 책이다. 기독교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끄는 선두마차 ‘도마복음’을 비롯해 가장 초기에 이루어진 불교경전 ‘숫타니파타’, 동양 문헌 중 제일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는 ‘도덕경’과 ‘중용’, 한국불교 맏형인 조계종 소의경전 ‘금강경’, 인도를 넘어 세계의 고전이 된 ’바가바드 기타’, 그리고 민족종교 천도교의 ‘동경대전’이 그 텍스트들이다. 책의 특장은 자칫 ‘신자들만의 것’일 수 있는 경전 내용이 저자 체험과 어울려 손에 잡힐 듯 풀어진다는 점이다. 저자는 종교계에선 웬만한 이는 다 알만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개신교회와 성공회를 거쳐 3년간 출가수행을 하다 환속했고 지금은 인문, 사회, 종교, 과학, 문학, 신화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배우는 지식협동조합 ‘경계너머 아하!’의 운영자로 활동 중이다. “현자의 목소리에서 길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다 보면 ‘내 속의 다른 나’가 싸우지 않는 진정한 내적 평화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경전을 읽는 이유를 이렇게 밝힌 저자의 말 그대로 ‘속 깊고 열린’ 종교적 체험이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해설서로 다가오는 책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인간들이 지능 높다고 지구의 다른 구성원 멸종시켜도 괜찮나

    인간들이 지능 높다고 지구의 다른 구성원 멸종시켜도 괜찮나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캐스파 헨더슨 지음 이한음 옮김/은행나무/540쪽/2만 5000원 ‘세상에는 우리의 지혜가 더 날카로워지기를 끈기있게 기다리고 있는 마법 같은 것들이 가득하다.’(버트런드 러셀) 사람들은 흔히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고 인정하려 든다. 하지만 세상에는 비록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고, 눈 앞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존재의 의미이며 영향력을 가진 것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외면당하거나 무시되기 일쑤이다.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은 쉽사리 보기 힘들지만 분명히 살아 있고, 인간과 어떤 식으로든 상관있는 동물들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제목이 암시하듯 대부분 특이한 모습이나 구조를 띠어 언뜻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 27종이 주인공이다. 그 동물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선사하는 지에 포커스를 맞춘 ‘21세기판 동물우화집’으로 읽힌다. ‘처음 보면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다. 눈꺼풀 없는 구슬같은 눈망울, 목에서 부드러운 산호처럼 가지를 뻗은 아가미, 도마뱀같은 몸통에 앙증맞은 팔다리’ 멕시코 고지대 호수에만 사는 도롱뇽 아홀로틀의 인상 묘사로 시작하는 ‘21세기판 동물우화집’은 손에 잡으면 놓기 힘들 만큼 박식한 지식의 릴레이에 빠져들게 된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진기한 동물들의 박물지와 신화, 문학, 예술, 역사를 넘나드는 폭 넓은 통찰이 압권이다. 그리고 주목할 사실은 그 통찰이 인간에 대한 치밀한 성찰로 결집된다는 것이다. 물론 책은 심해 밑바닥과 대륙의 메마른 곳 구석구석에 숨어사는, 듣도 보도 못했던 기이한 동물 소개가 근간을 이룬다. 설인처럼 털북숭이 앞다리가 달린 예티게, 온몸에 장미가시 같은 가시가 나있는 가시도마뱀, 거대한 익룡 케찰코아틀루스, 인간과 아주 닮은 일본원숭이, ‘비너스의 허리띠’라는 별칭이 붙은 띠빗해파리, 이틀 만에 수정란 안에서 완전한 물고기 형태가 완성되는 제브라피시…. 마치 거대한 수족관을 펼쳐놓은 듯한 책은 중세의 동물우화집을 뛰어넘는다. 책의 특장은 환상소설에나 나올 법한 생물들을 통해 인간의 시야를 넓혀준다는 데 있다. 바로 공존의 의미 찾기이다. 저자는 책에서 특정한 주장이나 주의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냥 존재 그 자체를 보라는 듯 다양한 이야기로 버무려 늘어놓는다. 그런 ‘이야기 투르기’가 신기하게도 공존의 의미로 통한다. 그 기발한 파격의 대표적인 대목은 이런 표현이다. “대부분의 문화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찬미하지만 자연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는 기이해 보이는 무리일 수 있다. 울퉁불퉁한 귀, 빠르게 변하는 얼굴, 믿어지지 않게 수직으로 선 몸 위에서 흔들거리는 지나치게 큰 머리…” 책에는 그런 인간 때문에 손해를 보고 위기에 처한 동물들이 숱하게 등장한다. 호주대륙에 서식했지만 인간이 정착한 뒤 멸종한 가시도마뱀은 단적인 사례로 적시된다. 두꺼운 피부를 가진 고래는 촉감이 예민해 새 한마리가 등에 내려앉아도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고래 사냥꾼들은 고래가 작살에 찔리는 고통이 극심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래잡이를 멈추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도롱뇽 아홀로틀은 대항해시대 유럽의 정복자에게 짓밟힌 아메리카 원주민의 슬픈 초상이자 현대 재생생물학의 모티브이기도 하다. 인간은 과연 지능이 월등하다는 이유만으로 지구생태계의 다른 구성원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자격이 있을까. 이제 이 시대를 ‘인류세’라고 불러야 한다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생명의 역사상 유례없이 한 종이 대규모 멸종과 변화를 일으키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으므로, 그런 동물들에게도 주의를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할머니 삶에 투영된 우리 근·현대사의 맨얼굴

    [이주일의 어린이 책] 할머니 삶에 투영된 우리 근·현대사의 맨얼굴

    할머니의 마지막 손님/임정자 지음/권정선 그림/한겨레아이들/96쪽/1만원 ‘오실랑가 오실랑가/우리 손님 오실랑가/기별 없이도 오는 소님/오늘은 오실랑가.’ 할머니는 오늘도 툇마루에 앉아 손님을 기다렸다. 이제나 올지 저제나 올지 알 수 없는 손님을 마냥 기다렸다. 할머니는 동백나무 우거진 섬마을에서 민박을 하며 홀로 근근이 살고 있다. 동백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모습이 장관을 연출해 휴가철이면 섬마을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민박 집마다 손님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할머니 집은 손님이 잘 찾지 않았다. 다른 집들은 전복 농사로 돈을 많이 벌어 집을 현대식으로 새로 지었지만 할머니는 돈이 없어 집을 리모델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장실도 내용물이 훤히 보이는 옛날식이고 씻는 것도 밖에서 쪼그려 앉아 씻어야 했다. 옛날 그대로의 시골집인데도 행여나 찾는 손님이 있을라치면 할머니는 가족처럼 반겨주고 대했다. 할머니 남편은 6·25 때 빨갱이로 몰려 죽었다. 빨갱이 처자식이라는 낙인을 피해 아들을 데리고 살던 곳을 떠나 지금의 섬마을로 야반도주했다. 아들은 집안에 보탬이 되기 위해 뱃사람이 됐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배가 전복돼 젊은 나이에 죽었다. 할머니는 딴 데 가서 다시 시집가라며 혼자된 며느리를 억지로 떠밀어 친정으로 보내고, 손자를 맡아 길렀다. 손자는 장성해 뭍에 나가 가정을 꾸렸다. 설을 앞두고 손자에게서 내일 아침 일찍 식구들과 찾아가겠다고 연락이 왔다. 할머니가 오매불망 기다리는 손님은 누굴까. 가난하고 혼란스러웠던 시대에 남존여비 사상의 고통까지 감내해야 했던 여성들의 고달픈 삶뿐 아니라 그 속에 흘렀던 강렬한 생의 의지까지 담았다. 일제강점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힘겨운 시대의 무게를 가녀린 몸과 의지로 견디며 새로운 세대를 길러낸 이 땅의 여성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할머니의 삶은 아프고 어두운 우리의 근·현대사이자 맨얼굴”이라고 했다. 그는 어린이의 마음과 현실은 물론 신화와 옛이야기까지 아름다운 우리말로 구현해 어린이문학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받고 있다. 초등 고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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