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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에 쪼들려 내동댕이쳐지는 중국 대학생들

    빚에 쪼들려 내동댕이쳐지는 중국 대학생들

    중국 동부 장쑤(江蘇)성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여대생 린샤오(林曉·가명·19)는 지난 2월 급전이 필요해 온라인 대출을 통해 500 위안(약 8만 9000원)을 빌렸다. 1주일이 지나자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650 위안을 갚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자가 1주일에 무려 30%(연 1560%)에 이르는 엄청난 고리의 대출이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출 상환액을 일정한 수입이 없는 그녀로서는 도저히 갚을 수 없어 연체할 수밖에 없었다. 500 위안, 1000 위안 등 소액 대출을 여러 곳에서 받았지만 대출금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식의 카드 돌려막기로는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이런 와중에 큰 돈을 빌려준다는 곳이 있다는 ‘복음’과도 같은 소식이 들렸다. 간단한 신상정보와 신분증을 담보로 즉시 5000 위안이라는 거금을 빌려준다는 얘기였다. 여대생들의 신상정보 및 가족·지인 정보, 나체로 신분증을 들고 찍은 사진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뤄다이(裸貸)’였다. 다급해진 그녀는 이를 통해 큰 돈까지 빌려 빚을 청산하려고 했지만 대출금을 갚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린샤오가 대출금 12만 위안을 빌려 갚으려고 나섰을 때는 빚은 어느새 25만 위안으로 불어난 탓이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 대출 사실을 가족들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청한 상태이다. 린샤오는 돈을 빌릴 때 “제 때 갚지 못하면 온라인 상에 나체 사진을 공개해버리겠다”며 협박했다고 고백했다. 중국 대학 캠퍼스 내에서 ‘뤄다이’가 만연하고 있다. 인터넷 사금융 플랫폼인 ‘제다이바오’(借貸寶) 등에 뤄다이 고금리 사채업이 성업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학비나 생활비로 급전이 필요하지만 담보가 없는 여대생들 사이에 ‘제다이바오’라는 형태의 불법 대출이 성행하고 있다고 관영 신화통신,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 등이 지난 15일 보도했다. 제다이바오는 유명 사모펀드인 주징(九鼎)홀딩스가 설립한 인터넷 사금융 플랫폼으로 국내외 금융기관들과 법률 기관, 대형 포털 사이트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다이바오 형택의 대출은 나체사진을 담보로 제공하면 대출금 규모가 일반 기준보다 2∼5배 많아지지만, 문제는 상환 기일을 지키지 못할 때 발생한다. 기일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사채업자는 나체 사진을 차입자의 친구들에게 공개하고 이자율도 1주일에 30%의 고리로 올린다. 심지어 일부 사채업자는 해당 여대생에게 성 상납을 요구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제다이바오’ 측은 “이번 사건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개인 사채업자가 저지른 불법 행위로 플랫폼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중국 은행감독위원회와 교육부가 대학 캠퍼스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대출의 관리·감독을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무분별한 ‘캠퍼스 대출’은 고금리로 이뤄져 학생들이 대출금을 못 갚는 악순환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허난(河南)성의 대학생 정(鄭·21)모는 대부업체 14곳에서 59만 위안을 대출받았다가 갚지 못한 채 시달리다 투신 자살하는 불행한 사건도 발생했다. 더욱이 이들 대학생이 돈을 못 갚을 경우 대출금 상환 독촉이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업체들은 학생 본인은 물론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까지 빚 독촉 문자를 수 없이 보내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도피 생활을 할 정도다. 중국에서는 은행 문턱이 높아 일반 시민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사채에 의존할 정도로 지하금융이 번성한다. 공안 당국은 지난해 8∼9월 한 달 만에 2400억 위안 규모의 불법 자금을 운영해 온 지하금융 업체 37개사와 업자 75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캠퍼스 대출이 중국에 한국의 ‘워킹 푸어’(직장은 있지만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층)에 해당하는 ‘충망쭈‘(窮忙族)를 대량 양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학 캠퍼스 대출 규모가 이미 1000억 위안을 넘어선 만큼 충망쭈 학생들이 큰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오시쥔(趙錫軍) 인민대 재정금융학원 부원장은 “학생들에게 금융상품 교육을 강화하고, 캠퍼스 대출 심사도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P2P(개인 간 개인) 대출업체들이 대출 규정을 철저히 지키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신혜성 이민우, ‘소년 24’ 단장 “부모 같은 마음..잘생긴 소년들 많다”

    신혜성 이민우, ‘소년 24’ 단장 “부모 같은 마음..잘생긴 소년들 많다”

    신화 신혜성 이민우가 ‘소년 24’의 단장으로 나선다. 그룹 신화 멤버 신혜성 이민우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열린 케이블채널 Mnet ‘소년24’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소년24’는 오디션과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거쳐 선발된 남자 아이돌 24명이 상설 공연장에서 1년 365일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는 신개념 K-POP 공연 프로젝트. 이날 이민우는 ‘소년 24’에 대해 “부모 같은 마음이다. 시작하면서 아끼는 마음이 커지더라. 멋있고 잘생긴 소년들이 많다. 원석에서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보여줄 에너지, 그 과정에서 보여줄 드라마틱한 전개가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혜성 또한 “저도 자식 같다”며 “소년들의 개개인적인 실력도 중요하지만 팀전이다 보니 그들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인 욕심보다 팀을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년 24’는 CJ E&M이 3년여동안 250억여원을 투자한 초대형 K-P0P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신화의 신혜성, 이민우가 소속된 라이브웍스컴퍼니가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배우 오연서가 MC를 맡았다. 제작진은 지난 1월부터 엠넷닷컴 오디션 접수를 통해 약 5500명의 지원자를 받고 방송에 출연할 소년 49인을 선발한 바 있다. 이들은 매회 유닛으로 대결을 펼치며 래퍼 바스코, 댄서 하위동, 보컬 트레이너 전봉진의 휘하에서 예비 K-POP 스타로서의 자질을 키울 예정이다. 방송을 통해 최종 선발된 24명은 ‘소년 24’ 전용 공연장에서 1년간 라이브 공연을 진행한다. 공연 이후 팬들에 의해 선정된 최상위 멤버들은 별도의 유닛으로 활동하게 된다. 사진=더팩트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가 심상찮다. 그의 배지가 등장하고, 그에 대한 ‘충성서약’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그를 이상적인 남편상으로 꼽는 찬양가도 나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개인 숭배가 최고조에 이른 1960년대 중반 문화혁명을 연상시킬 정도로 ‘용비어천가’가 넘쳐난다. 이런 흐름은 시 주석의 권력체제 확립과 궤를 같이한다. 9년 전인 2007년 제17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전만 하더라도 ‘떠오르는 샛별’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그늘에 철저히 가려 있었다. 당시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현 국가주석, 쩡칭훙(曾慶紅) 부주석 등 최고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극히 제한된 인사들 외에는 후계자 경쟁에서 그가 리커창을 앞설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5년 뒤 제18차 당대회에서 당총서기 및 당중앙 군사위 주석직을 한꺼번에 물려받았지만, 권력 기반이 취약해 리커창과 권력을 양분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시 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해 권력 기반 강화에 나섰다. 당총서기 취임 직후 “호랑이부터 파리까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깡그리 척결하겠다”며 사정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듬해 국가주석까지 승계한 그는 비리 관리를 대거 숙청하면서 반부패 운동의 강도를 높였다. 정부와 군, 사법, 공안 등 전방위로 이뤄진 부패척결 과정에서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과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 등 정적들을 과감히 처단해 입지를 다졌다. 이 와중에 총리의 업무인 경제까지 장악하며 독주의 가속 페달을 밟았다. 그는 총리가 맡아 온 ‘중앙재경영도소조’와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국가안전위원회’, ‘심화국방군대개혁영도소조’ 등 국가 핵심 조직의 조장을 직접 맡아 정치와 경제, 군사 등 전 분야를 총지휘하고 있다. 반부패 운동에 박수를 보내는 중국인들의 지지에 편승해 정적을 제거함으로써 권력 기반을 닦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초부터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당서기가 충성 서약을 하는 등 ‘시 총서기를 영도(領導) 핵심으로 드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인민일보와 중국중앙방송(CCTV), 신화통신 등 3대 관영매체는 ‘당매성당’(黨媒姓黨·당의 매체는 성씨가 당이다)을 강조하며 ‘충성’을 맹세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시짱 대표단은 시 주석의 사진이 들어간 배지를 달고 나타났다. “시집가려면 ‘시다다’(習大大·시진핑 삼촌) 같은 남자를 만나라”며 그를 이상적인 남편상으로 부각하는 가요가 유행했다. 지난 8일에는 언론·사상을 총괄하는 당중앙선전부에 충성교육을 강화하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의 ‘개인숭배’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시진핑 1인 독주 체제는 마오의 절대 권력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한 집단지도체제를 허물고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다. 권력은 안 되는 일도 되게 하고, 되는 일도 안 되게 하는 무소불위의 힘이다. 권력은 법치와 충돌하고 부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권력과 부패는 이란성 쌍둥이다. 이런 속성을 가진 권력, 특히 절대 권력을 경계해야 하는 까닭이다. 영국 역사학자 존 액턴은 일찍이 이렇게 갈파했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khkim@seoul.co.kr
  • [아하! 우주] 목성탐사선 주노에 왜 레고인형이 타고 있을까?

    [아하! 우주] 목성탐사선 주노에 왜 레고인형이 타고 있을까?

    5년 전인 지난 2011년 8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한 탐사선을 실은 아틀라스 V 551 로켓이 힘차게 날아올랐다. 바로 태양에너지로 작동하는 목성탐사선 주노(Juno)다. 지난 1월 13일 태양으로부터 약 7억 9300만㎞ 떨어진 지점을 통과, 태양에너지 탐사선으로는 가장 멀리 비행한 기록을 세운 주노는 오는 7월 4일 미국 독일기념일에 맞춰 목성에 도착한다. 주노는 물론 무인탐사선이지만 흥미롭게도 사람도 누리지 못한 '호사'를 누리는 레고인형들이 타고있다. 각각의 이름은 로마신화 속 주피터(Jupiter·그리스신화의 제우스), 그의 아내 주노(Juno·헤라) 그리고 인류 최초로 목성을 발견한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다. 그렇다면 왜 미 항공우주국(NASA)은 레고인형을 비싼 탐사선에 태워 목성까지 보냈을까? 주노의 수석연구원 스코트 볼튼 박사는 "탐사선에 인형을 실은 것은 어린이들에게 우주와 과학에 대한 관심과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중 목성을 상징하는 대상을 인형으로 만들어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각각의 인형도 임무에 맞게 디자인됐다는 사실이다. 먼저 주피터는 자신의 상징인 번개를 들고있다. 또한 아내 주노는 돋보기를 들고 있는데 이는 종종 주피터가 바람을 피울 때 구름으로 자신을 가리기 때문이다. 곧 돋보기로 주피터의 행방을 찾겠다는 의미지만 가스층으로 덮여있는 목성을 탐사한다는 뜻도 있다. 갈릴레오는 목성모형과 망원경을 들고 있는데 인류 최초로 목성을 망원경으로 관측하고 갈릴레이 위성을 발견한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목성을 상징하는 인형을 태우고 오는 7월 4일 목성궤도에 진입하는 주노는 1년 8개월 간의 탐사활동에 들어간다. 이 기간 중 주노는 목성 대기 약 5000km 상공에서 대기와 자기장, 중력장등을 관측할 예정으로 태양계에서 가장 큰 거인의 내부 구조가 더 상세하게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목성 탐사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됐다. 지난 1972년 인류 최초의 목성 탐사선 파이오니어 10호가 목성을 향해 탐사 장도에 올랐으며 이듬해 파이오니어 11호가, 1977년에는 보이저 1호와 2호, 그리고 율리시즈호와 갈릴레오호 등 많은 탐사선들이 지구를 떠났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태양계의 '큰형님' 목성의 비밀이 일부 밝혀졌다. 목성은 지구와 달리 단단한 표면이 없는 가스 행성이다. 목성의 상층 대기를 지나 더 깊이 내려가면 더 높은 압력의 가스층과 만나게 된다. 물론 아주 깊은 곳에는 액체와 고체 상태의 핵이 있지만, 대부분 가스층이기 때문에 목성은 가스 거인(Gas Giant)으로 불린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10대 둘만의 첫 연장전… 헨더슨 우승

    생애 첫 메이저·대회 최연소 V 리디아 고 최연소 3연패 저지 박인비 뛰어넘어 랭킹 2위로 캐나다 여자골프의 신성 브룩 헨더슨(19)이 5개월가량 언니인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의 3연속 메이저 봉우리 등정길을 막아섰다. 헨더슨은 13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사할리 골프클럽(파71·6624야드)에서 열린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로 6타를 줄여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로 리디아 고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잡아내 우승했다.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보태 투어 통산 2승째. 상금은 52만 5000달러(약 6억 1500만원)다. 1997년 4월 24일생인 리디아 고보다 생일이 5개월가량 늦은 1997년 9월 10일생인 헨더슨은 만 18세 9개월 2일의 나이로 우승, 이 대회 역대 최연소 챔피언으로도 기록됐다. 반면 갖가지 최연소 기록을 써나가던 리디아 고는 지난해 9월 에비앙 챔피언십, 올해 4월 ANA 인스퍼레이션에 이어 최연소 메이저 3연속 우승에 실패했고 ‘연장불패’ 신화마저 깨졌다. 이전까지 세 차례 연장에서 모두 이겼지만 이날 처음으로 졌다. 승부처는 11번홀(파5) 그린 언저리. 리디아 고에게 2타 뒤진 공동 4위에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헨더슨은 전반에 2타를 줄인 뒤 11번홀 두 번째 샷이 조금 짧아 그린에 못 미쳤지만 약 30m를 남기고 퍼터로 굴린 공이 그대로 홀 속으로 들어가 이글을 잡아냈다. 한 조 늦게 뒤따라온 리디아 고 역시 이 홀까지 4타를 줄여 격차는 여전히 2타 차였지만 이후 헨더슨은 상승세에 더욱 박차를 가해 13번(파4),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더 뽑아냈고 리디아 고는 남은 7개홀을 파세이브에 그쳐 결국 연장으로 끌려 들어갔다. 연장전에서 헨더슨의 칼날 같은 아이언샷이 불을 뿜었다. 먼저 친 리디아 고가 두 번째 샷을 홀 4m에 붙여 갤러리의 박수를 받았지만, 헨더슨은 보란 듯이 두 번째 샷을 깃대에서 50㎝ 남짓한 곳에 붙였다. 리디아 고의 버디 퍼트가 홀 왼쪽을 살짝 비켜 간 뒤 헨더슨은 여유 있게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궜다. 헨더슨은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8.83점을 받아 컷 탈락한 박인비(28·KB금융그룹)를 끌어내리고 지난주 4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헨더슨은 “1라운드 13번홀 홀인원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는 기꺼이 캐디를 맡아 준 언니에게 줄 것”이라면서 “올해 여름이 기다려진다. 남은 3개의 메이저 트로피에 내 이름을 새기고 싶다”고 강한 욕심을 드러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하버드 미래 경제학(천진 지음, 정현욱·알렉산더 림 옮김, 에쎄 펴냄)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연구원인 저자가 하버드 교수진과 각 분야 석학들이 펼친 세계 경제의 미래에 관한 치열한 논쟁을 지상 중계했다. 336쪽. 1만 5000원. 50억년 동안의 고독(리 빌링스 지음, 김승욱 옮김, 어마마마 펴냄) 인류의 메시지를 담은 전파를 쏘아올린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 지구의 가치를 5000조 달러로 계산한 천체물리학자 그렉 래플린 등 행성 탐구자들의 이야기. 392쪽. 1만 8000원. 다이너마이트 니체(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프리드리히 니체의 1886년작 ‘선악의 저편’을 해설한 강독서. 저자는 쇼펜하우어·푸코 등 니체 전후의 사상가들을 동원해 해석한다. 372쪽. 2만 1000원. 맨발의 엔지니어(구루 마드하반 지음, 유정식 옮김, RHK펴냄) 미국 국립과학원 정책자문위원인 저자가 토머스 에디슨부터 앨프리드 히치콕까지 기술 신화를 창조한 엔지니어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291쪽. 1만 6000원. 화가의 마지막 그림(이유리 지음, 서해문집 펴냄) 반 고흐가 남긴 최후의 유작 ‘나무뿌리’를 비롯해 19인의 예술가가 죽음에 임박해 남긴 마지막 명작에 관한 이야기. 320쪽. 1만 4800원.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강무홍 글, 장경혜 그림, 양철북 펴냄) 총과 마약을 든 아이들 손에 악기를 쥐여준 베네수엘라의 음악운동 엘 시스테마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그렸다. 48쪽. 1만 2000원.
  • 中 ‘고속철 굴기’ 꺾였다

    中언론 “명백한 합의 위반… 이해 못해” 미국 기업이 중국 합작사가 참여하는 로스앤젤레스∼라스베이거스 구간의 고속철도 건설 계약을 전격 취소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 철강 제품에 522%에 이르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북한과의 거래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중국 최대 전자통신 회사인 화웨이를 조사하는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에 본사를 둔 ‘엑스프레스 웨스트’는 해당 고속철도 합작 업체인 중국철로국제유한공사와의 계약을 파기했다. 파기 이유는 중국 회사의 행동(작업)이 느리고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프로젝트의 승인을 받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토니 마넬 최고경영자(CEO)는 “고속철도 차량을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연방정부의 요구를 중국철로국제유한공사는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새로운 합작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발표돼 중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협력 사업으로 부각됐고, 중국의 ‘고속철 굴기’가 미국으로까지 뻗어 나간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엑스프레스 웨스트의 발표는 명백한 합의 위반이고,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관영 온라인 매체 펑파이도 “이 사업은 중국이 미국에 건설하는 첫 번째 고속철 프로젝트로 투자액이 127억 달러로 예상됐다”면서 “수년 동안 논의해 결정한 계약을 하루아침에 파기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최연소 LPGA 명예의 전당…28세 박인비 ‘신화’를 쓰다

    최연소 LPGA 명예의 전당…28세 박인비 ‘신화’를 쓰다

    ‘골프 여제’ 박인비(28)가 10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에 25번째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입회에 필요한 포인트(27점)를 채운 박인비는 이날 열린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쳐 마지막 요건인 ‘10년 선수 생활’(한 시즌 최소 10개 대회 출전)을 충족시켰다. 박인비는 2007년 박세리에 이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여자골퍼로는 두 번째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박인비의 입회는 27세 10개월 28일 만으로 역대 최연소로 기록됐다. 박인비는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을 보고 골프에 입문한 ‘세리키즈’로 2007년 LPGA 투어에 뛰어들어 10년간 통산 17승(메이저대회 7승)을 기록했다. 1라운드가 끝난 뒤 LPGA 사무국이 마련한 입회식에는 많은 팬과 동료들이 참석해 박인비의 대기록을 축하했다.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6] 우유는 정말 몸에 좋은 식품일까 (상)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6] 우유는 정말 몸에 좋은 식품일까 (상)

    흔히 우유는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그만큼 성장과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예전에 이런 신문 광고 카피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는 것은 미래를 위해 가장 값진 투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우유의 폐해를 지적하는 가설과 지론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유는 생각처럼 정말 몸에 좋을까, 혹시 다른 부작용은 없을까, 오히려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적극적인 대답인 셈이다. ‘완전식품’이라는 과장된 용어(엄밀하게 말해 지상에 완전식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용어는 미국 낙농협회가 소비 촉진을 위해 지어낸 광고 카피였는데, 여기에 미국 농무부가 가세하면서 한 순간에 정설로 포장됐다.)에서 보듯이 우리는 지금 우유에 대한 상반된 견해의 중간에서 다소 어정쩡하게 우유를 대하고 있다. ‘어쩌면 완전식품이 아니라 독을 먹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가진 부류가 있는가 하면 ‘우유만한 게 어딨어?’라거나 ‘그래도 안 먹는 것보다 낫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류가 엄존한다. 이런 논란은 의료계에서도 진행형이다. 한 쪽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우유를 섭취할 경우 유방암 등 특정 암에 노출될 수 있다”고 하는가 하면 “우리가 아는 우유의 효능은 과장됐다.”는 지견이 있는 반면 “그래도 마셔서 얻는 건강상의 이점이 마시지 않아서 잃을 수 있는 문제를 상쇄하므로 마시는 게 이득이다”고 주장한다. ●우유에 대한 기억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세계 질서는 이전의 서유럽 중심에서 미국과 소련(러시아)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이른바 냉전시대의 시작이다. 이런 냉전 실서는 세계의 각국을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으로 이해했고, 미국과 소련은 적극적으로 내 편 만들기에 나섰다. 이 와중에 미국이 우리에게 베푼 시혜 중에 ‘탈지분유 무상지원’이라는 게 있었다. 자기 편 우방국을 위해 자국에서 다 소비하지 못하는 가공 우유를 나눠주는 일종의 빈곤퇴치 프로그램이었다. 탈지분유란 우유의 지방 성분을 상당량 제거한 뒤 가루 형태로 가공한 우유를 말한다. 초등학교 시절, 종례시간에 담임선생님이 과제를 내주셨다. “내일부터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등교할 때 개인 컵과 소금을 가지고 와야 한다.”는 엄명이었다. 그 날부터 내 책보자기에는 낡은 양철 필통과 함께 소금 봉지를 넣은 양철컵이 같이 싸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전교생이 반별로 줄을 지어 소사(小使) 아저씨가 운동장 한 켠에 큰 가마솥을 걸고 끓여낸 우유를 한 컵씩 받아들고는 삼삼오오 흩어져 후후 거리며 마셨다. 닝닝해 시쳇말로 ‘엣지’가 없는 맛이니 가져온 소금으로 간을 맞춰서 마셨다. 선생님들도 함께 마셨다. 첫 날 오후, 몸에 좋다는 우유를 받아마셨는데, 교실에서는 난리가 났다. 낯빛이 노랗게 떠서 배가 아프다며 뒹구는 놈, 참다 못해 화장실로 달려가 물찌똥을 쏟아내는 놈, “뱃속에서 ‘구라파전쟁’이 벌어진 것 같다”며 연신 방귀를 뀌어대고 트림을 해대는 놈 등등 한 마디로 희한한 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한 시간 45분 수업에 담임 선생님도 너 댓 번을 들락거렸는데, 모르긴 해도 변소행이었을 것이다. 다음날도 학교에서는 끓인 분유를 학생들에게 나눠줬으나 대부분이 마시는 척 하고는 돌아서서 땅바닥에 쏟아버렸다. 선생님이 “우유 안마시고 버리는 놈은 다 가려내 청소 시킨다”고 엄포를 놨지만, 아이들은 배앓이에 설사 벼락을 맞는 것보다 청소가 낫다고 여겨 굳이 그걸 마시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아이들이 어림잡아 열에 여덞, 아홉이었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본 어른들은 우유에 쇠기름이 많아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유병’의 원인은 ‘락타제 결핍’ 우유에는 쇠기름이 많아서 설사를 한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정설로 통했다. 우유에서 기름을 뺀 탈지분유도 그래서 만들어졌다. 이런 생각은 1965년 미국의 존스 홉킨스병원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는 그랬다. 사실, 존스 홉킨스병원에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미국의 원조 담당자들의 불평이 적지 않았다. 우방국을 굶주림과 집단 영양실조 상태에서 구제하기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배정해 우유를 원조하는데, 설사니 배앓이니 하며 불평한다고 못마땅해 한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우유가 기아나 영양실조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알았어도 ‘인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유를 소화 흡수하지 못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런 마당에 ‘우유를 마시면 나타나는 설사나 복통 등 특이한 장애는 우유에 포함된 당분을 소화시키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는 존스 홉킨스의 연구 결과는 많은 것을 설명해 주기에 충분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락토우즈’라고 불리는 이 다당류는 거의 모든 포유동물의 젖 속에 들어있는데, 분자 구조가 너무 복합적이어서 소장에서 흡수rk 안 된다. 소장에서 정상적으로 혈관에 흡수되어 대사 과정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체내에서 분비하는 소화효소에 반응해 단당류인 ‘글루코즈’와 ‘갈락토즈’로 분해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 작용하는 젖당 분해효소인 ‘락타제’가 부족하거나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백인은 전체의 20% 가량이 락타제 결핍이고, 흑인은 무려 75%가 부족하다. 한국인의 경우 우유를 소화시키는 락타제 효소가 충분하게 분비되는 사람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며, 충분하지는 않지만 우유 한, 두 잔 정도 감당할 수 있는 락타제를 가진 사람은 2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보다 먼저 미제 분유가 공급된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에서도 예외 없이 말썽이 생겨 ‘우유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보다 앞서 미국 정부가 제공한 우유와 분유를 섭취한 인디언보호구역의 인디언들도 설사와 복통에 시달렸으나 정부 관리들은 “우유는 문제가 없다. 아마도 그들이 우유를 섞어 마신 물이 문제였을 것이다.”며 딴전을 부렸으나, 그 관리들이 악의를 가졌다고 볼 수도 없다. 원인을 모르기는 그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가공된 신화 ‘완전식품’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류학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마빈 헤리스 교수는 그의 저서 ‘음식문화의 수수께끼’(한길사)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미국의 낙농업자와 농무부, 미국의사협회가 ‘우유는 완전식품’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낸 과정을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하루에 1쿼트(약 1.14ℓ)의 우유를 마셔라. 모든 학교의 점심 급식에 우유를 넣어라. 식사 전에, 식사를 하면서, 식간에, 그리고 밤참으로 우유를 마셔라. 우유를 살 때는 마개가 달린 플라스틱 용기에 든 것을 갤런 단위로 사라.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우유를 마셔라. 위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종기를 치료하기 위해, 설사를 그치게 하기 위해, 신경을 안정시키기 위해, 그리고 불면증을 완화하기 위해 우유를 먹어라. 우유는 절대로 해롭지 않다.’ 이 같은 우유에로의 유인 정책이 범사회적으로 이뤄졌고, 당연히 다른 나라에도 전파됐다. 다른 나라 전파는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흉내내기를 해대는 후진국의 정책 관계자와 미국 유학생들이 주도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숙면을 위해 자기 전에 적당량의 따뜻한 우유를 마시라고 권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아무리 우유의 효능과 순기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하더라도 근거를 밝히지도 않고 정부부처나 의사단체가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의아하기도 하다. 미국 사례의 데자뷰 같은 의아함이라고 해두자. 이렇게 해서 우유는 ‘영양상의 이점이 많은 식품’에서 졸지에 ‘완전식품’으로 둔갑했다. 프랑스의 대중적인 저널리스트인 티에라 수카르는 그의 저서 ‘우유의 역습’에서 이런 맹목을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과학적인 증거와 신뢰할 수 있는 연구들을 통해 보건 당국에서 권장하는 대로 유제품을 섭취할 경우 오히려 만성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의 지론에 따르면, 우리 식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우유가 골다공증을 예방하기는커녕 되레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암과 당뇨병, 심근경색 등을 유발한다. 물론, 이런 논의는 다양한 시각의 한 가지이고, 많은 주의·주장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점검은 해봐야 한다. 식탁과 먹거리에 대한 우유의 지배력이 말 한, 두 마디로 정리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다음 주에 ‘우유는 정말 좋은 식품일까-2’가 이어집니다.] jeshim@seoul.co.kr
  • 원로 민속학자 장주근 박사 별세

    원로 민속학자 장주근 박사 별세

    우리나라 민속학의 기틀을 세운 민속학자 장주근 박사가 8일 별세했다. 91세. 평북 용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6년부터 1975년까지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신인 한국민속관 관장을 지냈다. 이후엔 경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경기대 박물관장과 문화재위원을 역임했다. ‘한국의 신화’, ‘한국의 향토신앙’ 등 민속 관련 서적 20여 권을 집필했다. 유족으론 장동훈 삼성디자인학교 학장이 있다. 빈소는 건국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201호, 발인은 10일. (02)2030-7900.
  • “300여년 전 뉴턴의 삶, 구글 검색해 끝까지 추적”

    “300여년 전 뉴턴의 삶, 구글 검색해 끝까지 추적”

    “마치 로마군이 공성전을 펴듯 인터넷을 통해 17~18세기의 문화를 차근차근 공략하다 보니 아이작 뉴턴(1642~1727)의 생애가 보이더군요. 200자 원고지 7000여장 분량을 번역하는 데 최고의 무기는 구글 검색이었지만 뉴턴이 남긴 메모는 해독 불가능한 내용투성이였어요.” 만유인력의 법칙을 세상에 알린 뉴턴의 전기 ‘아이작 뉴턴’을 번역한 김한영(53)씨. 그가 번역한 책은 미국 과학사학자인 리처드 웨스트폴이 20여년 동안 쓴 평전(원제 Never at Rest)으로, 출판사 알마가 1200부 한정판으로 출간했다. 총 4권으로 묶인 1500여쪽의 번역본을 내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다. 국내 과학 전문 번역자로 2004년 백상출판문화상을 수상했던 김씨가 구글까지 이용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뉴턴이 살았던 17~18세기 영국의 문화들은 구글을 검색해 관련 문건을 일일이 읽어 보지 않으면 도저히 고증할 수가 없어요. 예를 들면 ‘장례 반지’(funeral ring)라는 단어가 원문에 나오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결국 구글에서 찾아 확인할 수 있었죠. 장례 반지는 죽음을 앞둔 사람이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친구나 친척들에게 만들어 준 반지예요.” 하지만 구글 검색으로 이해할 수 없는 뉴턴의 친필 메모는 그 자체가 난해한 기호학 같았다. 미분학부터 천체, 물리학, 광학, 역학, 연금술 등 그가 관심을 가진 지적 대상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뉴턴이 자의적으로 만든 실험 기호와 연금술 기호들에는 천문학과 고대 신화, 화학적 지식이 동시에 담겨 있어 ‘은유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 같았다는 게 김씨의 평가다. 특히 뉴턴이 실험을 하면서 쓴 메모들은 뉴턴 본인만 이해할 수 있도록 축약하다 보니 그 메모들을 그대로 인용한 원문을 번역하는 건 깜깜한 어둠 속에서 미로를 헤매는 것 같았다고 한다. 원서의 난해한 수학적·물리학적 부분을 번역하기 위해 물리학 전공 출신의 번역가인 김희봉씨가 중간에 투입돼 협업을 하기도 했다.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번역했던 수학자 이무현씨가 번역본을 세심하게 감수한 끝에 “뉴턴 스스로도 뿌듯해할 전기”라는 평가를 받는 책이 탄생했다. 김씨는 “번역을 하다가 지쳐 6개월간 손도 대지 않은 적도 있다”며 “그냥 직역해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말로 재창조하는 과정 자체가 원서 제목처럼 결코 멈출 수 없는 도전이 됐다”고 회고했다. 뉴턴의 생애를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들여다본 김씨에게 뉴턴은 어떤 인물일까. 그는 “지난 2년간 동거한 천재 과학자로 나를 고단하게 만든 사람”이라면서 “처음에는 과거의 유명한 인물 정도로 봤는데 번역을 하다 보니 경외감을 느낄 정도로 위대한 과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8세기까지만 해도 과학은 수학·철학과 분리되지 않았다. 뉴턴을 가리켜 ‘과학의 거인’이나 ‘근대 물리학의 시작과 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다. 책은 뉴턴의 창조적 활동이 50대 초반부터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1690년대 그가 쓴 편지들에는 불면증·기억상실·망상·신경쇠약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실제로 학계에는 “뉴턴이 미쳤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뉴턴은 말년에 영국 조폐국 관리로 다시 한번 명성을 떨치며 85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왕립학회장을 맡았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뉴턴이 남긴 메모는 해독 불가능해 구글 도움 받았죠 ”

    “뉴턴이 남긴 메모는 해독 불가능해 구글 도움 받았죠 ”

     “마치 로마군이 공성전을 펴듯 인터넷을 통해 17~18세기의 문화를 차근차근 공략하다 보니 아이작 뉴턴(1642~1727)의 생애가 보이더군요. 200자 원고지 7000여장 분량을 번역하는 데 최고의 무기는 구글 검색이었지만 뉴턴이 남긴 메모는 해독 불가능한 내용투성이였어요.”  만유인력의 법칙을 세상에 알린 뉴턴의 전기 ‘아이작 뉴턴’을 번역한 김한영(53)씨. 그가 번역한 책은 미국 과학사학자인 리처드 웨스트폴이 20여년 동안 쓴 평전(원제 Never at Rest)으로, 출판사 알마가 1200부 한정판으로 출간했다. 총 4권으로 묶인 1500여쪽의 번역본을 내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다.  국내 과학 전문 번역자로 2004년 백상출판문화상을 수상했던 김씨가 구글까지 이용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뉴턴이 살았던 17~18세기 영국의 문화들은 구글을 검색해 관련 문건을 일일이 읽어 보지 않으면 도저히 고증할 수가 없어요. 예를 들면 ‘장례 반지’(funeral ring)라는 단어가 원문에 나오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결국 구글에서 찾아 확인할 수 있었죠. 장례 반지는 죽음을 앞둔 사람이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친구나 친척들에게 만들어 준 반지예요.”  하지만 구글 검색으로 이해할 수 없는 뉴턴의 친필 메모는 그 자체가 난해한 기호학 같았다. 미분학부터 천체, 물리학, 광학, 역학, 연금술 등 그가 관심을 가진 지적 대상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뉴턴이 자의적으로 만든 실험 기호와 연금술 기호들에는 천문학과 고대 신화, 화학적 지식이 동시에 담겨 있어 ‘은유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 같았다는 게 김씨의 평가다.  특히 뉴턴이 실험을 하면서 쓴 메모들은 뉴턴 본인만 이해할 수 있도록 축약하다 보니 그 메모들을 그대로 인용한 원문을 번역하는 건 깜깜한 어둠 속에서 미로를 헤매는 것 같았다고 한다. 원서의 난해한 수학적·물리학적 부분을 번역하기 위해 물리학 전공 출신의 번역가인 김희봉씨가 중간에 투입돼 협업을 하기도 했다.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번역했던 수학자 이무현씨가 번역본을 세심하게 감수한 끝에 “뉴턴 스스로도 뿌듯해할 전기”라는 평가를 받는 책이 탄생했다. 김씨는 “번역을 하다가 지쳐 6개월간 손도 대지 않은 적도 있다”며 “그냥 직역해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말로 재창조하는 과정 자체가 원서 제목처럼 결코 멈출 수 없는 도전이 됐다”고 회고했다.  뉴턴의 생애를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들여다본 김씨에게 뉴턴은 어떤 인물일까. 그는 “지난 2년간 동거한 천재 과학자로 나를 고단하게 만든 사람”이라면서 “처음에는 과거의 유명한 인물 정도로 봤는데 번역을 하다 보니 경외감을 느낄 정도로 위대한 과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8세기까지만 해도 과학은 수학·철학과 분리되지 않았다. 뉴턴을 가리켜 ‘과학의 거인’이나 ‘근대 물리학의 시작과 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다. 책은 뉴턴의 창조적 활동이 50대 초반부터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1690년대 그가 쓴 편지들에는 불면증·기억상실·망상·신경쇠약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실제로 학계에는 “뉴턴이 미쳤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뉴턴은 말년에 영국 조폐국 관리로 다시 한번 명성을 떨치며 85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왕립학회장을 맡았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또 붙었네 성현·성원

    또 붙었네 성현·성원

    비슷한 이름의 동갑내기 박성현(왼쪽·23·넵스)과 박성원(오른쪽·23·금성침대)이 제주에서 2주 연속 샷대결을 벌인다. 박성현과 박성원은 오는 10일부터 사흘간 제주 서귀포시 엘리시안 제주 골프장(파72·6478야드)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다. 지난주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롯데칸타타 오픈에 이은 2주 연속 제주 대회 출전이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A) 무대에서 4승을 거두며 ‘최강자’로 떠오른 박성현은 지난주 대회에서 드라이버 샷 난조에 발목이 잡혀 공동 20위에 그쳤다. 그러나 박성원은 이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두며 무명 신화를 일궜다. 박성원은 KLPGA투어 조건부 시드 선수로, 골프팬들에게조차 이름이 생소했던 무명 골퍼였다. 예선을 거쳐 이 대회에 출전한 박성원은 생애 처음 챔피언조에서 치른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는 플레이를 펼치며 5타 차 완승을 거뒀다. 박성원은 꿈을 이룬 제주에서 내친김에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박성현도 2주 연속 출전하는 제주 대회에서 최강자의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벼르고 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돈 몰리는 공모주 청약, 경쟁률 낮으면 재미 못 본다?

    돈 몰리는 공모주 청약, 경쟁률 낮으면 재미 못 본다?

    이번 여름 공모주 투자 열기가 뜨겁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 들어온 해태제과는 상장 직후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더니 공모가(1만 5100원)보다 4배 가까이 오르면서 ‘대박’을 쳤다. 워낙 저금리인 데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보니 상장 직후 상한가를 노리고 공모주 청약 신청을 하려는 개미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공모주 투자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직접 청약을 해 주식을 배정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모주 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쌈짓돈으로는 1주 배정받기도 쉽지 않다. 자신이 ‘돈이 좀 있는’ 개미라고 생각한다면 ①번으로, 그렇지 않다면 ②번으로 가라. ① 경쟁률 100대1 보고 들어가라 증권업계의 한 투자 고수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공모주가 뜰 때마다 청약을 신청한다. 증권사 리포트 같은 것은 별로 믿지 않는다. 상장되지 않았던 기업이 처음으로 기업공개(IPO)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분석을 잘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비교 분석이 됐을 리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신청 물량이나 수량을 조절하는 기준은 있다. 그는 “경쟁률이 100대1이 넘으면 할 만하고, 50대1 이하면 별로 재미가 없는 편”이라며 “잘 모를 땐 잘하는 놈이 많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률이 높을수록 받을 수 있는 주식 수는 줄어든다. 예컨대 상장을 앞두고 있는 호텔롯데의 공모가가 주당 10만원으로 정해진다고 치자. 경쟁률이 100대1이라면 청약증거금(50%)으로 500만원을 넣고 100주를 신청한다고 해도 겨우 1주가 떨어진다. 물론 주식으로 배정받지 못한 돈은 2~3일 내에 환급되지만 개미들이 공모주 청약으로 큰돈을 끌어들여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 투자 고수는 “대개는 하루이틀 만에 되파는데 1주일 수익률을 0.3~0.5% 수준으로 본다”면서 “공모주는 큰 손해 없이 괜찮은 수익을 얻는 정도로 보고 너무 욕심부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② 개미 투자자는 공모주 펀드가 안전 직접 투자가 어려운 사람들은 간접 투자 방식인 공모주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펀드는 전문가들이 분석을 통해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일반 투자자들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로 채권 혼합형인 공모주 펀드는 주식형이 10~30%가량 포함돼 있다”면서 “금리보다 조금 높은 ‘플러스 알파’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공모주의 1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도 인기다. 특히 1인당 5000만원까지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율 대신 원천세율을 적용하는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하지만 회사채 등 채권을 투자 대상에 포함시킨 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펀드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만큼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 연초 이후 국내 공모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3일 기준)은 1.00% 수준으로 높지는 않다. 1년 수익률은 평균 1.86%, 2년 수익률은 6.08%, 3년 수익률은 8.24%였다. 이민홍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차장은 “IPO가 주로 연말에 많기 때문에 수익률도 1분기에는 비수기일 수 있다”면서 “6월부터 하반기에 기대되는 IPO 물량이 있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③ 일정 챙기고 펀드 가입 서둘러라 공모주 청약 일정과 방식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 등을 통해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공모주 청약 정보 사이트 아이피오스탁(ipostock.co.kr) 등을 참고할 수도 있다. 공모주 펀드에 관심이 있다면 서두르는 게 좋다. 공모주 펀드로 자금이 몰리면서 ‘소프트 클로징’(잠정 판매 중단)에 들어가는 펀드들도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사마다 청약 물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은 자금이 들어오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더이상 신규 가입을 받지 않는다. 모든 주식 투자가 그러하듯 대박에 대한 신화는 접고 시작해야 한다. 공모가를 상회할 것이라는 투자자의 기대와는 달리 지난해 공모주 절반 가까이는 연말 기준 종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에 처음 나오는 만큼 적정 가격을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지난해의 경우 수요 예측 경쟁률이 높을수록 상장일 수익률도 높은 양상을 보여 수요 예측 결과를 잘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트럼프와 함께 버리세요”… 美서 트럼프 화장지 인기 폭발

    “트럼프와 함께 버리세요”… 美서 트럼프 화장지 인기 폭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의 얼굴이 그려진 ‘트럼프 화장지’(사진)가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트럼프를 미워하는 미국인들이 화장실에서 그의 얼굴이 인쇄된 화장지를 쓰며 화풀이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화통신은 6일(현지시간)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바바닷컴에 70여개 회사가 만든 ‘트럼프 화장지’가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화장지’는 웃는 모습과 손가락질을 하는 장면, 입을 삐죽 내민 표정 등 여러 가지 얼굴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제품의 광고문구는 “트럼프와 함께 버리세요”로 돼 있다. 트럼프 반대파들이 ‘트럼프 화장지’를 사용한 뒤 변기나 쓰레기통에 버리며 묘한 쾌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트럼프 화장지’를 생산하는 회사 가운데 하나인 산둥성의 칭다오벽지회사 인터뷰를 통해 지난 2월 중순부터 이 제품의 판매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으로부터 ‘트럼프 화장지’ 주문을 50건이나 받았다. 처음에는 주문 한 건에 50롤 정도 분량이었지만, 지금은 많게는 5000롤씩 주문이 들어온다고 한다. 같은 기간 동안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의 얼굴이 새겨진 ‘힐러리 화장지’는 8건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미국에서 한 롤당 가격은 50센트(약 600원) 정도다. 이 화장지는 미국 뿐 아니라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멕시코에서도 ‘대박’을 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트럼프는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중국을 겨냥해 “미국을 강간하는 중국을 이대로 놔둘 수 없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을 “죽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서 훔친 돈으로 스스로를 살찌우고 있다”는 등의 독설을 퍼부어 왔다. 미국에서 대박을 치고 있는 ‘트럼프 화장지’ 역시 트럼프의 이런 말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여자축구 대표 선수인 시드니 레록스는 ‘트럼프 화장지’를 사용하는 저명인사 가운데 하나다. 지난달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트럼프 화장지’ 사진과 함께 “우리 남편이 방금 ‘트럼프 화장지’를 잔뜩 주문했네요. 나는 트럼프를 사랑합니다”라고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길섶에서] 6월의 의미/손성진 논설실장

    6월은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기온은 계절을 앞질렀지만 6월이 되니 비로소 여름이 마음으로 느껴진다. 짙푸른 녹음과 시원한 계곡이 있기에 무더위가 싫지만은 않은데 짜증 나는 뉴스들이 올리는 체온은 견디기 어렵다. 정치인들의 싸움은 그칠 줄 모르고, 서민에게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인 100억원대의 부정한 돈에 관한 기사가 난무하고, 19세의 젊은이가 위험한 일을 하다 비명(非命)에 가고…. 양력 아닌 음력이지만 6월 15일을 유둣날이라고 한다. 유두란 ‘동유두목욕’(東流頭沐浴)에서 나온, 거의 사라진 민속명절로 이날이 되면 동쪽으로 흐르는 냇가에서 머리를 감으며 몸을 깨끗이 씻는다. 유둣날이 오면 혼자서라도 열이 오른 몸을 깨끗이 씻고 마음을 정화하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든다. 그래도 서양에서 6월은 좋은 의미가 많은 달이다. 6월에 결혼하면 운이 따른다는 말이 있다. 6월의 영어 준(June)은 로마신화의 유노(그리스 신화의 헤라)에서 이름을 따 왔는데 유노가 결혼의 여신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6월에 치러지는 결혼 청첩장을 여러 장 받았다. 새 세상을 열어 갈 그들을 축복해 줘야겠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트와이스 쯔위 나연, ‘인기가요’ 스페셜 MC “비주얼 투 톱 출격”

    트와이스 쯔위 나연, ‘인기가요’ 스페셜 MC “비주얼 투 톱 출격”

    트와이스 쯔위 나연, 몬스타엑스 기현 민혁이 ‘인기가요’ 스페셜 MC로 나선다. SBS ‘인기가요’ 측이 5일부터 한 달간 상반기를 빛낸 가수들로 스페셜 MC 체제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첫 주자는 트와이스의 쯔위 나연, 몬스타엑스의 기현 민혁이다. 현재 ‘인기가요’는 고정 MC였던 배우 김유정, 갓세븐 잭슨, 비투비 육성재가 차례로 하차해 MC 자리가 공석인 상황. 제작진은 7월 첫 선을 목표로 신중하게 새 MC를 섭외 중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인기가요’의 고정 MC 자리를 거쳐 갔다. 김희선, 전지현, 한예슬, 김민희, 한효주 등 스크린을 장악한 배우들은 물론, H.O.T.의 강타, 신화의 김동완과 앤디, 젝스키스의 은지원 등 1세대 아이돌부터 엑소의 수호와 백현, 구하라, 설리, 아이유 등 화제의 스타들이 ‘인기가요’의 MC 계보를 이어갔다. 고정 MC가 정해지기까지 6월 한 달 간은 스페셜 MC들로 자리를 채운다. 6월이 상반기의 마지막 달인만큼 상반기를 달궜던 가수들을 스페셜 MC로 발탁한다. 5일 방송에서 트와이스의 쯔위 나연, 몬스타엑스의 기현 민혁이 스타트를 끊는다. 이날 ‘인기가요’에는 EXID와 루나, 백아연, CLC, 크나큰, 피에스타가 컴백 무대를 갖는다. 이 밖에도 종현의 ‘좋아’, 악동뮤지션의 ‘리-바이(Re-Bye)’, 러블리즈의 ‘데스티니(Destiny)’, 몬스타엑스의 ‘걸어’, 오마이걸의 ‘윈디 데이(Windy Day)’, 빅브레인의 ‘러브러브(Love, Love.)’, 에이프릴의 ‘팅커벨’, 정동하의 ‘오!사랑’, 신지훈의 ‘정글짐’, 라붐의 ‘상상더하기’, MAP6의 ‘매력발산타임’, 혜이니의 ‘연애세포’ 등의 무대가 준비돼 있다. 사진=SBS ‘인기가요’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억겁의 세월 보낸 기골 장대한 사나이

    억겁의 세월 보낸 기골 장대한 사나이

    여명에 베르겐을 나선다. 어렵사리 얻어낸 12시간의 자유. 마음이 급했다. 어디로 갈까. 단순히 피오르 주변을 도는 건 밋밋하다. 거대한 협만(峽灣)을 감싸고 있는 피오르 너머의 세계가 보고 싶다. 지도를 펴니 베르겐 주변의 국립공원 몇 개가 눈에 들어온다. 모두 12시간 안에 오갈 수 있는 거리다. 그중 하나가 하르당에르비다국립공원이다. 북유럽에서 가장 너른 산악 고원이 펼쳐져 있다는 곳. 무엇보다 67㎞ 길이의 하르당에르비다 국립관광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이 루트의 장점이다. 지나는 길에 기세 장하기로 이름난 뵈링폭포와 아름다운 시골 마을 오다 등도 둘러볼 수 있다. 답은 나왔다. 이제 달리는 일만 남았다. 베르겐에서 E16 도로(유러피언 하이웨이)를 탄다. 해 뜨기 전의 피오르는 고요하다. 그 사이로 승용차 한 대가 엔진이 부서져라 달린다. 한국에서 온 중년 남자 셋. 비싼 돈 내고 차를 빌린 데다 악명 높은 노르웨이 물가에 비춰 볼 때 앞으로 소요될 기름값이며 식비 등이 ‘장난 아닐’ 테지만 뜻밖에 표정은 평온하다. 짜인 일정에서 벗어난 해방감 위에 여태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향하는 기대감이 더해진 때문일 터다. ●베르겐에서 280㎞ 달려 만난 폭포 E16 도로는 에이드피오르 인근에서 하르당에르비다 국립관광도로와 만난다. 노르웨이 내 18개 국립관광도로 가운데 하나다. 관광도로로 접어들자마자 험준한 산이 객을 맞는다. 산자락 사이엔 좁은 길이 나 있다. 얼핏 보기에도 보통 오르막이 아니다. 구절양장의 산악도로 끝자락에서 거대한 폭포를 만난다. 뵈링폭포다. 베르겐에서 280㎞ 거리. 노르웨이관광청 누리집은 폭포의 높이가 182m이며 노르웨이에서 ‘가장 잘 알려진’ 폭포라고 적고 있다. 누리집은 또 왜 폭포가 노르웨이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졌는가를 설명하면서 “폭포수가 천둥처럼 쏟아져 내려간다”고 덧붙였다. 폭포 옆에 서면 그 표현이 얼마나 적확한지 단박에 알게 된다. 노르웨이에는 폭포가 많다. 특히 산정의 눈이 녹아 흐르는 봄철이면 뵈링폭포 정도 높이의 폭포는 피오르 곳곳에 부지기수로 형성된다. 하지만 단언컨대 뵈링폭포처럼 박력 넘치고 ‘기골이 장대한’ 폭포는 찾기 어렵다. 폭포 아래는 모뵈달렌협곡이다. 우리 조상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협곡의 높이가 딱 ‘천길 벼랑’이다. 이 협곡 또한 뵈링폭포가 억겁의 세월 동안 침식하면서 생겼을 터. 절벽 위 전망대에 서서 뱀처럼 휘어진 협곡을 굽어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린다. 폭포 위는 포슬리호텔이다. 규모가 큰 편인데도 폭포 주변과 견주자니 성냥갑보다 작아 보인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호텔 건물을 보는 순간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이 떠오를 법하다. 한겨울 고립된 호텔에서 서서히 변해 가는 주인공의 광기를 섬뜩하게 그려 낸 영화다. 호텔은 영화에서처럼 휴업 상태다. 직원들은 아마도 영화 속 잭 니컬슨(잭 토런스 역) 같은 관리자만 남겨 두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도시로 내려갔겠지. 제아무리 국민 작곡가 그리그가 영감을 얻기 위해 즐겨 찾았고, 서너달 전에 예약해야 겨우 방을 구할 수 있을 만큼 인기라지만 인적 끊긴 호텔은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하늘·눈 둘뿐인 하르당에르비다 국립공원 폭포에서 계속 직진하면 하르당에르비다국립공원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눈 덮인 툰드라 지대가 펼쳐진다. 고원 위에 서면 ‘설’평선을 경계로 세상이 딱 둘로 나뉜다. 하늘 그리고 눈. 북유럽 최대 산악 고원이라는 상찬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풍경이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끝없이 펼쳐진 설평선에서 ‘카이트 스키’를 즐기곤 한다. 카이트 스키는 말 그대로 카이트(연)와 스키가 결합한 신종 레포츠다. 바람 부는 날이면 연에 매달려 눈 위를 신나게 질주한다. 설원 위로 종종 순록 떼의 이동이 펼쳐지기도 한다는데 그런 행운은 없었다. 눈이 녹으면 설원은 야생베리가 지천으로 자라는 초원으로 또 한번 변신할 것이다. ●1100m 짜릿한 절벽 트롤퉁가 트레킹 출발점 오다 하르당에르비다에서 되짚어 나와 오다로 향한다. 하르당에르피오르를 따라 오다까지 가는 해안길 또한 국립관광도로에 포함된다. 오다는 반영(反映)이 아름다운 소도시다. 이른 아침이면 산간 마을을 둘러싼 모든 풍경이 피오르 위에 반사되는데, 꼭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을 보는 듯하다. 오다는 저 유명한 트롤퉁가 트레킹의 들머리이기도 하다. 트롤퉁가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짜릿한 절경을 선사하는 절벽이다. ‘트롤(북유럽 신화의 괴물)의 혓바닥’이라는 뜻의 절벽은 높이가 약 1100m에 이른다. 트롤퉁가는 계절에 따라 출입이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예컨대 10월 16일~3월 18일은 입산 금지다. 3월 19일~6월 14일은 가이드를 동반할 경우 트레킹이 가능하고,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찾는 6월 15일~9월 15일은 자유롭게 트롤퉁가까지 오갈 수 있다. 이번 여정에선 아쉽게 트롤퉁가 트레킹에 도전할 수 없었다. 왕복 22㎞에 12시간 가까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트롤퉁가도 버킷 리스트 가장 윗자리에 여전히 남게 됐다. 글 사진 베르겐·오다(노르웨이)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대한항공이 휴가 시즌을 겨냥해 이달 말부터 인천~오슬로 간 직항 전세기를 운항한다. 운항 날짜는 6월 24일, 7월 1, 8, 15, 22, 29일 등 총 6번이다. 정규 직항편은 없다. 로포텐 제도만 가겠다면 오슬로에서 보되까지 항공편을, 다시 보되에서 배나 항공편을 이용해 들어가야 한다.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보되에서 스볼베르 공항까지 30분 정도면 닿는다. 바다 경관을 보려면 크루즈 선박인 후르티루텐을 타는 게 낫다. 들고 날 때 꼭 한 번은 이용하길 권한다. 노르웨이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3-6428. →로포텐은 북극권에 속했지만 난류의 영향으로 온화한 편이다. 다만 여러 상황에 대비해 얇은 재킷이나 긴팔 옷을 챙겨 가는 게 좋겠다. 시 사파리, 바다낚시 등을 위해 배를 탈 때는 업체 측에서 방풍방수 옷을 따로 준다. →로포텐 여정의 중심인 스볼베르에는 단순하고 모던한 느낌의 호텔들이 많다. 톤호텔 로포텐은 일대에서 가장 높다. 10층 전망대에 오르면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층의 스칸딕스볼베르호텔도 운치 있다. ‘로르부’에서 묵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다. 원래 대구 성어기 때 몰려든 어부들의 임시 숙소로 쓰였던 것인데, 최근엔 아예 관광객을 겨냥해 단독 펜션 형태로 짓는 추세다. 대부분 조리 시설이 구비됐고, 숙박 요금도 호텔보다 저렴한 편이다. →로포텐 제도 안에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이 있긴 하지만 이를 이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렌터카를 이용해야 한다. 하루 대여 요금은 소형차 기준 25만원 안팎이다. 내륙보다 다소 비싸다.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한국에선 ‘강남역 살인’…伊선 여대생 엽기 피살 왜?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한국에선 ‘강남역 살인’…伊선 여대생 엽기 피살 왜?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으로 한국 사회가 불안과 공포, 분노의 여진에 떨던 지난달 29일 오전 3시(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 20대 남성이 여대생(22)의 몸에 알코올을 끼얹고 불을 붙여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가 자신과 헤어진 것에 앙심을 품고 저지른 끔찍한 범죄였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건이 이탈리아에 만연한 남성우월주의를 반영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 및 우월주의가 개별 국가 단위를 초월함을 보여 주는 사례다. 현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이탈리아에서는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 사건이 155건, 구타 사건이 8856건, 스토킹 사건이 1261건에 달했지만, 이 중 신고를 한 여성은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90%는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이탈리아의 남성 우월적 사고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며 어린 시절부터 교육에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는데, 이러한 사상이 문제로 지적된 것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국가와 종교를 막론하고 보편적 사상으로 인식돼 온 남성우월주의, 그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시대·국가 초월한 남성의 폭력·우월주의 남성우월주의의 역사는 수렵채집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존을 위해 자연과 동물에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했던 당시 인류가 스스로 집을 짓고 도구를 이용해 가축을 기르며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타인 혹은 자연과 동물로부터 자신의 것, 공동체의 것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발생했다. 힘의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남성과 여성의 명확한 구분이 시작됐고,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신석기 시대에 이르러 이들이 믿는 신의 모습은 대부분 ‘남성’이 됐을 만큼 남성은 우월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신화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찾을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수많은 신이 등장하지만 그중 최고는 단연 제우스다.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자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테네 여신 등 일부 여신이 제우스 못지않은 유명세를 떨쳤지만, 서구 신화 속 가장 우월한 신으로 제우스를 꼽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은 많지 않다. ●신화·종교에서도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 종교는 또 어떠한가. 이슬람은 남녀 불평등 종교의 대표로 꼽힌다. 21세기에도 무슬림 여성들은 여전히 차도르와 히잡으로 온몸을 감싸야 한다. 이를 단순히 옳고 그름이 아닌 문화적 차이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성 차별로 대두되는 이슬람의 남성우월주의가 10세 전후 어린 소녀의 강제 결혼과 오로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염산테러 등의 폭력적 행태를 낳은 것만은 사실이다. 자비와 자애를 강조하는 불교에도 여자는 남자가 돼야만 성불할 수 있다는 전여신설(轉女身說), 여성은 제석천(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나 범천(불교의 호법수호신), 불타가 되지 못한다는 여인오장설(五障說) 등이 존재하며, 현대에 들어서는 과거에 비해 지위가 비교적 상승하긴 했으나 여전히 비구니는 비구의 종속적 위치에 있다. 이 밖에도 다수의 개신교는 현재도 여성 목사 안수를 불허하며, 대대로 남성 교황을 필두로 해 온 가톨릭 역시 종교적 자유는 인정하나, 주요 보직을 둘러싼 종교 내 정치적 자유는 불허하는 반쪽 평등을 고수한다. 조선시대 유교사상의 심화는 남성 중심 사회를 만들었고 이것은 남존여비, 남성우월사상으로 가지를 뻗쳤다. 사상이 또 다른 사상을 낳으면서 17세기 이후 조선 여성들은 ‘칠거지악’, ‘삼종지도’ 등으로 대변되는 여성의 예속적 숙명을 따라야 했다. 결국 시대와 종교, 국가를 불문하고 인류는 끊임없이 남성과 여성을 구별해 왔으며, 이러한 구별이 나아가 차별 및 남성우월주의로 발전하는 결과를 낳았다. ●여권신장·양성평등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지금 이 시간에도 남성우월주의를 타파하고 여성 인권 신장을 이루기 위한 각양각색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중 흥미로운 것은 신(神)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성차별을 지양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해 영국 성공회 교회의 한 여성 주교는 신을 표현할 때 남성을 지칭하는 대명사인 ‘그’(He) 대신 ‘신’(God)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글로스터의 레이첼 트레위크 주교는 “신은 인간을 창조하셨지만, 그렇다고 신(God)이 남성(Male)인 것은 아니다. 신은 신일 뿐(God is God)”이라면서 “신을 묘사할 때 ‘그’(He) 또는 ‘그녀’(She)의 대명사를 쓰는 것보다는 ‘신’(God)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면서 “나는 그 누구도 불쾌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조금씩 변해 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신학자들은 “언제나 신이 남성도, 여성도 아니라고 말해 왔지만 우리가 스스로 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신에게는 성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기나긴 역사적·종교적 근거를 들어, 누군가는 남성우월주의를 포함한 성차별적 습성이 인류의 내재된 본성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또 남성우월주의와 여성 차별은 그저 문화적 차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성(神性)의 성별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신학자들의 주장처럼 여성과 남성의 가치를 달리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남녀가 아직 평등하지 않다’는 전제가 있기 마련이다. 성 평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사라졌을 때 비로소 남성우월주의가 타파됐다고 볼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한국에선 ‘강남역 살인’… 伊선 여대생 엽기 피살 왜?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한국에선 ‘강남역 살인’… 伊선 여대생 엽기 피살 왜?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으로 한국 사회가 불안과 공포, 분노의 여진에 떨던 지난달 29일 오전 3시(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 20대 남성이 여대생(22)의 몸에 알코올을 끼얹고 불을 붙여 숨지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가 자신과 헤어진 것에 앙심을 품고 저지른 끔찍한 범죄였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건이 이탈리아에 만연한 남성우월주의를 반영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 및 우월주의가 개별 국가 단위를 초월함을 보여 주는 사례다. 현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이탈리아에서는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 사건이 155건, 구타 사건이 8856건, 스토킹 사건이 1261건에 달했지만, 이 중 신고를 한 여성은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90%는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이탈리아의 남성 우월적 사고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며 어린 시절부터 교육에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는데, 이러한 사상이 문제로 지적된 것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국가와 종교를 막론하고 보편적 사상으로 인식돼 온 남성우월주의, 그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시대·국가 초월한 남성의 폭력·우월주의 남성우월주의의 역사는 수렵채집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존을 위해 자연과 동물에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했던 당시 인류가 스스로 집을 짓고 도구를 이용해 가축을 기르며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타인 혹은 자연과 동물로부터 자신의 것, 공동체의 것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발생했다. 힘의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남성과 여성의 명확한 구분이 시작됐고,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신석기 시대에 이르러 이들이 믿는 신의 모습은 대부분 ‘남성’이 됐을 만큼 남성은 우월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신화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찾을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수많은 신이 등장하지만 그중 최고는 단연 제우스다.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자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테네 여신 등 일부 여신이 제우스 못지않은 유명세를 떨쳤지만, 서구 신화 속 가장 우월한 신으로 제우스를 꼽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은 많지 않다. ●신화·종교에서도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 종교는 또 어떠한가. 이슬람은 남녀 불평등 종교의 대표로 꼽힌다. 21세기에도 무슬림 여성들은 여전히 차도르와 히잡으로 온몸을 감싸야 한다. 이를 단순히 옳고 그름이 아닌 문화적 차이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성 차별로 대두되는 이슬람의 남성우월주의가 10세 전후 어린 소녀의 강제 결혼과 오로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염산테러 등의 폭력적 행태를 낳은 것만은 사실이다. 자비와 자애를 강조하는 불교에도 여자는 남자가 돼야만 성불할 수 있다는 전여신설(轉女身說), 여성은 제석천(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나 범천(불교의 호법수호신), 불타가 되지 못한다는 여인오장설(五障說) 등이 존재하며, 현대에 들어서는 과거에 비해 지위가 비교적 상승하긴 했으나 여전히 비구니는 비구의 종속적 위치에 있다. 이 밖에도 다수의 개신교는 현재도 여성 목사 안수를 불허하며, 대대로 남성 교황을 필두로 해 온 가톨릭 역시 종교적 자유는 인정하나, 주요 보직을 둘러싼 종교 내 정치적 자유는 불허하는 반쪽 평등을 고수한다. 조선시대 유교사상의 심화는 남성 중심 사회를 만들었고 이것은 남존여비, 남성우월사상으로 가지를 뻗쳤다. 사상이 또 다른 사상을 낳으면서 17세기 이후 조선 여성들은 ‘칠거지악’, ‘삼종지도’ 등으로 대변되는 여성의 예속적 숙명을 따라야 했다. 결국 시대와 종교, 국가를 불문하고 인류는 끊임없이 남성과 여성을 구별해 왔으며, 이러한 구별이 나아가 차별 및 남성우월주의로 발전하는 결과를 낳았다. ●여권신장·양성평등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지금 이 시간에도 남성우월주의를 타파하고 여성 인권 신장을 이루기 위한 각양각색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중 흥미로운 것은 신(神)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성차별을 지양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난해 영국 성공회 교회의 한 여성 주교는 신을 표현할 때 남성을 지칭하는 대명사인 ‘그’(He) 대신 ‘신’(God)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글로스터의 레이첼 트레위크 주교는 “신은 인간을 창조하셨지만, 그렇다고 신(God)이 남성(Male)인 것은 아니다. 신은 신일 뿐(God is God)”이라면서 “신을 묘사할 때 ‘그’(He) 또는 ‘그녀’(She)의 대명사를 쓰는 것보다는 ‘신’(God)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면서 “나는 그 누구도 불쾌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조금씩 변해 가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신학자들은 “언제나 신이 남성도, 여성도 아니라고 말해 왔지만 우리가 스스로 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신에게는 성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기나긴 역사적·종교적 근거를 들어, 누군가는 남성우월주의를 포함한 성차별적 습성이 인류의 내재된 본성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또 남성우월주의와 여성 차별은 그저 문화적 차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성(神性)의 성별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신학자들의 주장처럼 여성과 남성의 가치를 달리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남녀가 아직 평등하지 않다’는 전제가 있기 마련이다. 성 평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사라졌을 때 비로소 남성우월주의가 타파됐다고 볼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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